Search This Blog



  ◈아름다운 날들◈ 17회 시나리오

S#1. 까페 (밤)

민철과 연수.. 마주 앉아 있다.

민철     (다른 곳을 바라 보며 말이 없다)
연수     (민철의 그런 모습에 불안한데)
민철     (연수에게 천천히 얼굴을 돌린다. 
         슬픈 얼굴에서 냉정한 얼굴로 변하는)
연수     (불안한데)
민철     연수씬 지금 나한테서 변명을 듣고 싶겠지만, 
         난 아무 얘기도 해줄 수가 없어요.
연수     (!)
민철     그리고, 약혼 말인데.... 
연수     (O.L 민철이 무슨 말을 할지 겁나서 자기가 
         먼저 말을 꺼내는) 괜찮아요. 사실 약혼은
         굳이 할 필요 없는 거잖아요. 
         약혼식 같은 거 안해두, 제가 실장님한테 
         마음으로 했던 약속 하나도 흔들리지 않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민철     .............. 난 이제 연수씨한테 아무 약속도 
         할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연수씨 마음 속에 있는 
         약속도 지워버려요.  
연수     (가슴 내려 앉는) 실장님!
민철     연수씨를 위해서도 그게 좋아요. 
연수     도대체 무슨 일인데요? 
         힘든 일 있으면 저하구 얘기해요. 
         실장님하구 저.. 이젠 그럴 수 있잖아요. 
         그래야 되잖아요!
민철     아뇨. 연수씨하고 얘기하고 싶지 않아요. 
         연수씨가 도와줄 수 있는 문제 아니예요.
연수     (!)
민철     지금 날 도와주는 건, 날 그냥 내버려두는 거예요. 
         연수씨가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나 정말 힘들어져요. 
연수     .................
민철     이 얘기하고 싶어서 보자고 했어요. 
         앞으론 내 연락 기다리지 말아요. (일어나면)
연수     (다급하게 민철의 손을 잡는다) 실장님! 
민철     (보면, 연수의 손에 반지가 끼워져 있다. 
         표정 흔들리는)
연수     저 아무 것도 묻지 않을께요. 
         실장님한테 부담 안 될께요. 
         그러니까, 저 밀어내지 마세요. 
         실장님 옆에 있게 해주세요.  
민철     (연수의 손을 놓고 걸어간다)
연수     (!)

S#2. 까페 (밤)

민철.. 까페를 나가면
연수.. 앉아 있다가 벌떡 일어나서 쫒아 나간다. 

S#3. 까페 앞 (밤)

(* 연수 대사할 때 계속 울지 말고 눈물을 참고 하도록 해주세요. 눈물은 끝에만!)

민철     (차 문을 열면)
연수     실장님!
민철     (!)
연수     이렇게 가시면 안 돼요. 저한테 잘못하시는 거예요. 
민철     ..................
연수     실장님 벌써 저한테 잘못하셨잖아요. 
         너무 많이 걱정시키고, 기다리게 하셨잖아요. 
         그렇게 잘못해놓구 또 이러시면 어떡해요? 
         용서할 기회도 안 주고 또 이러시면 어떡해요?
민철     나 용서 같은 거 안 바래요.
연수     아뇨. 용서 받으셔야 돼요. 실장님 위해서가 아녜요. 
         저를 위해서예요. 
         사랑해야 될 사람을 원망하고 미워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실장님도 아시잖아요. 
         아버님을 원망하고 미워해 봤으니까 실장님도 
         아시잖아요.
민철     (!)
연수     근데, 지금 실장님 행동 사장님하고 다를 거 없어요. 
         아니 사장님보다 더 나빠요. 
         실장님한텐 이유라도 있었죠. 
         원망해도 되는 확실한 이유라도 있었죠. 
         전 그것도 몰라요. 이유도 모르고 그냥 원망하고 
         미워해야 돼요.
민철     이유... 있어요.  
연수     (?)
민철     난 연수씨를 버렸어요. 
         이보다 더 확실한 이유가 필요해요?
연수     ................... 실장님은 저 버리지 않았어요.
민철     (가슴에 쐐기를 박듯이) 버렸어요.
연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실장님하고 저.. 
         그렇게 쉽게 버리고 버려질 수 있는 사이 아니예요. 
         우리가 지금까지 어떻게 왔는데요. 
         남들처럼 쉽게 만나서 쉽게 좋아하고 그런거 
         아니잖아요. 여기까지 정말 힘들게 왔잖아요. 
         그거 다 잊어버렸어요? 
민철     힘드니까 가라는 거예요. 힘드니까! 
         점점 더 힘들어질 거니까! 
         그러니까 가라는데 왜 이렇게 말을 못 알아들어요? 
연수     힘든 건 괜찮다고 했잖아요. 
         실장님만 옆에 계시면 아무리 힘들어도 다 참을 
         수 있다고 했잖아요.  
민철     (소리지르는) 내가 힘들어서 그래요! 내가 힘들어서! 
연수     (!)
민철     당신이라는 사람, 너무 착하고 약해 빠졌어. 
         그런 여자를 만난다는 게 남자한테 어떤 의민 줄 알아? 
         계속 돌봐주고 지켜줘야 된다는 의미야. 
         눈물 많은 그 눈에서 눈물 나지 않게, 
         상처 잘 받는 그 마음 상처받지 않게, 늘 
         조심해야 된다는 의미라구. 
         그래! 그게 이뻐 보일 때도 있었어. 
         평생 그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어.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부담스러워! 
         당신까지 챙길 여유가 없는데 그 불쌍한 눈을 
         하고 날 쳐다 볼 생각을 하면 부담스러 죽겠다구! 
         그래서 버리는 거야! 내가 힘들어서 당신 버리는 
         거란 말이야! 
연수     (금방 쓰러질 듯한 표정인데)
민철     (가슴이 아프지만) 당신이 나빠. 
         이런 말까지 안 하게 할 수도 있었잖아. 
연수     (애원조) 그래도 보낼 수 없어요.
민철     (!)
연수     실장님이 아무리 힘들다 그래도 나 실장님 
         보낼 수 없어요. 
         제발.. 힘들어도 나 버리지 말아요. 
         부담스러워도 나 버리지 말아요. 
         실장님.. 나 사랑하잖아요. 
         사랑하면 그 정도는 참아줄 수 있잖아요.
민철     사랑 타령 그만해요. 연수씨한텐 사랑이 전분지 모르지만, 
         나한텐 아니니까... (돌아선다)
연수     (잡는다) 실장님!
민철     (차갑게) 놔요!
연수     (놓지 않고 반지를 보여주며) 이 반지 보이세요? 
         실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예요. 
         일 년도 아니구, 한 달도 아니구, 바로 며칠 
         전에 저한테 주신 거예요. 
         이 반지 주면서 저한테 한 얘기 기억 안 나요? 
         끝까지 같이 갈 수 있겠냐고 물었잖아요. 
         끝까지 실장님만 바라볼 수 있겠냐고 물었잖아요. 
         그래 놓구, 내 대답 다 들어놓구, 이제 와서 왜 
         이래요? 끝까지 같이 가겠다고 해놓구 왜 이러냐구요! 
         아직 끝 아니잖아요. 
민철     ............. 나한텐 끝이예요.
연수     (잡았던 손을 스르르 놓는다)
민철     (!)
연수     그럼 이 반지도 저한테 주실 필요 없겠네요. 
         (손을 내밀며) 자! 빼가세요!
민철     (!)
연수     실장님이 주신 거니? 실장님이 가져가시라구요! 
민철     (차마 그럴 수는 없어서 표정 흔들리는데)
연수     왜 못 하세요? 끝이라면서요! 
         끝이라면서 뭘 망설이세요!
민철     (표정 냉정하게 바꾸며) 어차피 연수씨가 자기 
         손으로 낀 반지예요. 빼는 것도 연수씨 손으로 해요! 
연수     (절망스러운)
민철     (차에 탄다)
연수     (미칠 듯한 심정으로 창문을 두드리며) 
         실장님! 실장님!
민철     (눈물 글썽한 눈으로 이를 악물고 차를 출발시킨다)
연수     실장님! (멀어지는 차를 쫒아가다가 그 자리에 
         주저앉아서 울음을 터뜨린다)

S#4. 민철의 차 안 (밤)

민철... 참았던 눈물이 주루룩 흘러내린다. 
눈물을 닦고 엑셀을 밟는다. 

S#5. 나래의 방 (밤)

연수.. 멍하니 앉아 있다. 
민철의 갑작스런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될지 모르겠다. 
가슴이 터질 거 같아 눈물이 흐르는데...... 

나래     (들어온다) 
연수     (얼른 눈물을 삼키고 아무렇지 않은 척 나래를 본다) 
         왔어? 세나는?
나래     사무실 들렸다 올 거야. 난 니 걱정 돼서 먼저 왔어.
연수     왜? 세나 데리고 같이 들어오지.
나래     오늘도 실장님 연락 없었어?
연수     .......... 실장님 만났어.
나래     (놀라는) 만났어? 
연수     응!
나래     뭐래? 무슨 일인지 얘기해?
연수     ................응. 
나래     무슨 일인데?
연수     너한테 말하긴 좀 그래.
나래     안 좋은 일이야?
연수     ................
나래     그래. 나까지 알 필욘 없겠지. 
         근데, 니가 듣기엔 약혼식에 못 올만큼 큰 일 맞어? 
         이해가 되는 얘기야?
연수     (끄덕)
나래     그럼 됐다. 너만 이해하면 되지 뭐. 
         약혼식이야 다음에 또 하면 되잖아! 
         더 사람 많이 불러놓고 더 근사하게.. 그치?
연수     (끄덕)
나래     아우.. 다행이다. 사실 요 며칠 세나 쫒아다니면서도 
         너 때매 마음이 무거웠어. 
연수     그랬어?
나래     당연하지. 세나도 중요하고, 매니저 일도 중요하지만, 
         나한테야 항상 니가 0순위 아니냐!
연수     이제 내 걱정 말구 세나한테만 신경 써. 
         세나 지금 아주 중요한 시기잖아.
나래     그건 걱정 마. 근데, 너! 이참에 실장님 군기 
         확실하게 잡아라! 남자는 이렇게 큰 잘못을 했을 
         때 확 휘어잡아야 되는 거야. 
         아무리 화가 안 나두 계속 화난 척 하면서 바가지 
         팍팍 긁으란 말이야. 
         그래야 실장님도 너 무서운 거 알지!
연수     그럴께. (억지로 미소 짓는데 가슴이 아프다)
나래     밤공기 좋은데 우리 밖에 나가자. 
         (연수를 데리고 나가는)
 
S#6. 나래 집 옥상 (밤)

연수와 나래.. 야경을 보고 있다. 
나래.. 시원하게 기지개를 켜고, 
연수... 하늘을 바라보며 죽어라고 눈물을 참고 있다.

S#7. 빅토리 기획실 (밤)

민철.. 진열되어 있는 가수왕 트로피들을 노려보고 있다. 

봉달     (E) 우리가 처음으로 가수왕을 탄 날이었어. 
         미미를 대마초로 찔러넣은 일 때매 이영준이가 
         형님을 찾아왔드라구. 
         형님하구 싸움이 붙어서 엎치락뒤치락하다가 
         형님이 가수왕 트로피로 이영준이 머리통을 갈겼는데.. 
민철     (티나 정이라는 이름 앞에 진열된 트로피를 집어든다. 
         트로피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 환상이 보인다. 
         트로피를 떨어뜨린다. 고통스런 표정이다)

(E) 민철의 핸드폰이 울린다. 

민철     (그 소리가 들리지 않는 듯한 표정이다.)

S#8. 나래 집 옥상 (밤)

연수.. 민철의 핸드폰에 메시지를 남긴다.

연수     (E) 저.. 실장님이 아무리 심한 말을 하셔두 
         실장님 포기 안 해요. 
         지금 실장님이 더 아파하고 있다는 거 아니까..... 
         저한테 상처 주고 돌아서면 실장님이 더 
         아파한다는 거 아니까 저 포기 못해요. 
         그런 실장님 마음까지 알아줄 사람... 
         저밖에 없다는 거, 실장님도 아시잖아요. 
         기다릴께요. 실장님 마음 풀릴 때까지 기다릴께요. 
         제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만 잊지 마세요. 
         (전화를 끊는다)

S#9. 빅토리 기획실 (낮)

성춘     (바닥에 떨어져 있는 트로피를 주워서 제 
         자리에 놓는다. 비장한 얼굴이다.)
기찬     (들어온다) 사장님! 실장님하고 전혀 연락이 안 되는데요. 
성춘     ..............
기찬     빨리 들어오셔야 되는데.... 
         처리해주셔야 될 중요한 일들이 많습니다.
성춘     잠깐 머리 식히고 들어올 거야. 
         그녀석이 언제 회사일 나 몰라라 하는 거 봤어? 
         그때 까지만 대충 알아서 막아봐.
기찬     (난감한) 
성춘     장부장은 아직 못 찾았어? 
기찬     네. 
         아무래도 지난 번 도난 사건 때문에 잠적한 거 같습니다.    
성춘     나가봐!   
기찬     (목례하고 나가면)
성춘     (분노한 표정이고)

S#10. 미술 학원 강의실 (낮)

연수... 
아이들을 가르치면서도 한 손에 핸드폰을 꼭 쥐고 있다. 
문 밖에 양복 입은 남자가 서 있는 것이 보이자 
혹시 민철일까 싶어서 정신없이 뛰어나간다. 

S#11. 미술 학원 강의실 밖 (낮)

연수.. 민철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실망하며 돌아선다.

S#12. 나래의 방 (낮)

연수.. 민철에 대한 생각을 잠시라도 잊기 위해 열심히 청소를 한다. 

S#13. 나래 집 옥상 (낮)

연수.. 땀을 흘리며 이불 빨래를 하고 있다. 
(옆에 핸드폰을 놓고) 
지칠 때까지 빨래를 치대고 또 치댄다. 
그러다가 갑자기 몸 속에서 힘이 빠져 나간 것처럼 
털썩 주저앉아 눈물을 후두둑 떨어뜨린다. 
 
S#14. 민철 집 정원 (낮)

민철.. 기다리고 있는데, 명자.. 집에서 나온다.

명자     왜 집으로 안 들어오구?
민철     (명자를 바라보는 눈길에 미안함과 안스러움이 담겨 있다)
명자     회사에서 여러 번 전화 왔던데... 무슨 일이야?
민철     지금 시간 있으시죠?
명자     (?)
민철     어머니한테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명자     (!) (민철이 이상하다 싶다)

명자     김선생하고는 약혼 안 하는 거야?
민철     ...............
명자     사실 난 김선생한테 고마운 마음이 있었어. 
민철     (?)
명자     요즘 니가 나한테 꽃도 보내주고, 말도 걸어주고... 
         그런 게 다 김선생 덕이 아닌가 싶어서...
민철     .................
명자     미안해. 내가 괜한 얘길 했나부다.

민철     선재 아버님 말이예요. 어떤 분이셨어요?
명자     (민철의 뜬금없는 질문에 놀라서 보는)
민철     그냥 궁금해서요. 어떤 분이셨는지...
명자     부드럽고 자상한 분이셨어. 
         마음이 여려서 슬픈 영화를 보면 나보다 
         눈물을 더 많이 흘리셨지. 
민철     선재하고 비슷하셨네요.
명자     ............응. 
민철     근데 왜 아버지 같은 사람하고 재혼하셨어요? 
         아버진 전혀 다르잖아요. 
명자     민철아! 
         난 니가 아버질 너무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버진 벌써 선재를 잃으셨어. 
         근데, 너까지 아버질 미워하면 아버지가 너무 
         불쌍해지잖니.
         말씀은 안 하셔도 선재한테 많이 서운하실 거야. 
         옛날에 선재 아버지하고 어떤 일이 있었든 선재를 
         친아들처럼 키워주신 건 사실이니까... 
         그래서, 난 늘 니 아버지한테 고맙고 미안하다. 
         그러니까, 이젠 니가 아버지한테 잘해 드려. 
         선재 몫까지...
민철     (아무 것도 모르는 명자를 보면서 가슴이 메어진다) 
         평생 그런 마음으로 사셨어요? 
         아버지한테 고맙고 미안해하면서 그렇게 사셨어요?
명자     (?)

명자     (망설이다가 민철의 손을 잡아 준다)
민철     (!)
명자     손이 참 크구나. 이렇게 클 때까지 몰랐네.
민철     ...................
명자     나하고 선재한테 너무 마음 쓰지 마. 
         우리한테 냉정하게 대했던 거, 니 잘못 아니잖아.
         지금이라도 이렇게 니 깊은 속을 보여주니까 
         엄마는 너무 좋다.
민철     (눈물이 핑 돈다)

S#15. 빅토리 사장실 (낮)

성춘.. 앉아 있는데, 봉달.. 눈치를 보면서 들어온다.

성춘     입만 다물고 있으면 평생 먹고 살게 해준다는데 
         그걸 못 참고 민철이한테 입을 나불 거려? 
봉달     (멱살 쥔 손을 겨우 풀어내고 캑캑거린다)
성춘     이제 나도 어쩔 수 없어. 
         내 손으로 널 경찰에 신고 할 수밖에!
봉달     무슨 말씀이세요? 형님이 절 신고하신다구요?
성춘     그래! 이젠 널 신고 안 할 수도, 너한테 
         재산을 떼줄 수도 없게 됐어. 
         그건 민철이한테 내 죄를 인정하는 꼴이 되니까! 
         이제 알겠냐? 니가 니 무덤을 팠다는 걸?
봉달     아무리 그래도 형님이 이러시면 안 되죠. 
         (위협하는) 한 번 터진 입, 두 번 세 번 안 
         터지란 법 있습니까? 
성춘     니 말이 맞아. 두 번, 세 번, 계속 터지겠지. 
         하지만, 그 일은 공소시효도 지났고, 넌 증거도 없어. 
         미친놈 헛소리로 넘겨 버리면 그뿐이야. 
         물론 니가 떠들어대면 좀 시끄러워지겠지만, 
         자식놈 앞에서 누명을 벗을 수 있다면 그정돈 
         감수해야 되겠지.
봉달     누,누명이라뇨? 형님은 이영준이를 죽였어요.
성춘     (눈 부릅뜨고) 넌 나한테 누명을 씌웠어. 
         이젠 누가 뭐래도 누명이야!
봉달     (무서워진다)
성춘     니가 하나 모른 게 있다. 
         어떤 경우에도 애비는 자식놈 앞에서 당당하고 싶은 법이야.
         그걸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지. 
봉달     (!)
성춘     그나마 도망 갈 시간을 주는 건 나한테 바친 세월을 생각해서야. 
         어디로 도망을 치든 잡혀가서 헛소리를 떠들어대든 니 맘대로 해. 
봉달     형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어요.
성춘     나가봐!
봉달     사라지겠습니다. 
         이대로 입 다물고 사라질테니까 제발 장사 밑천이라도...
성춘     (O.L) 한 푼도 줄 수 없어. 
         니가 잡혀오기라도 하면 너한테 돈을 준 사실이 문제가 될 테니까!
봉달     (매달리는) 형님!
성춘     (뿌리치는) 빨리 가 봐! 짐도 꾸려야 될텐데 
         시간이 별로 없을 거다. 
봉달     형님!
성춘     나가라니까!
봉달     (악에 받혀서) 이러면 나중에 후회하실 겁니다. 두고 보세요.
성춘     (외면하는)
봉달     (성춘을 노려보다가 문을 쾅 닫고 나간다)

S#16. 빅토리 사장실 앞 (낮)

봉달.. 화난 얼굴로 나오더니 주머니에서 
휴대용 녹음기를 꺼낸다. 
녹음 버튼 눌러져 있고, 테이프 돌아가고 있다. 
봉달.. 녹음을 스톱시키고, 사장실을 향해 
싸늘한 표정을 짓는다.

S#17. 2층 복도 (밤) 

성춘.. 기다리고 있는데, 민철.. 올라온다.

성춘     민철아! 
민철     걱정하지 마세요. 
         어머니한테 아무 얘기도 못 했으니까!
성춘     (!)
민철     아버지를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다 털어놓고 싶지만, 
         어머니가 불쌍해서 얘기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도 아버지만 믿고 의지하는 어머니가 너무 
         불쌍해서요.
성춘     봉달이 녀석 신고했다.
민철     (!)
성춘     니가 그 말도 안 되는 헛소리에 솔깃하는 거 같애서 
         그 놈 내 손으로 신고했어. 이제 됐냐? 
         이제 애비 말을 믿겠어?
민철     이젠 장부장님까지 버리시는군요. 
성춘     너 끝까지 이럴 거냐? 도대체 애비 말을 안 듣고 
         누구 말을 듣는 거야?
민철     아버지 맘대로 끝까지 해보세요. 
         그리고 부디 아버지 무죄 증명하세요. 
         저도 그래주시길 바라니까요. (들어간다)
성춘     민철아!

S#18. 민지의 방 (밤)

민지.. 걱정스런 얼굴로 앉아 있는데, 민철.. 들어온다.

민지     (반색하는) 오빠! 
민철     뭐하구 있어?
민지     뭐하긴? 
         오빠 생각하고 있었지! 
         약혼식도 펑크 내더니, 집에도 안 들어오구.. 
         오빠야말로 도대체 뭐하고 다니는 거야? 
민철     (민지 침대에 앉아 옆을 두드리며) 민지야! 
         이리 앉아 봐!
민지     (가서 앉으며) 왜?
민철     우리 말이야. 이왕 우리끼리 사는 거.. 멀리 갈까?
민지     멀리? 어디?
민철     글쎄... 너 그림 공부하기 좋은 데.. 
         파리나 뉴욕 같은 데도 좋겠지. 
민지     외국으로 간단 말야? 오빠가 그럴 수 있어? 회사는 어떡하구?
민철     상관 없어!
민지     말도 안 돼! 회사 일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면서!
민철     이젠 아니야. 너만 좋다면 오빤 내일이라도 떠날 수 있어. 
         근데, 너 오빠랑 따라가면 고생할 각오해야 돼. 
         아무 것도 없이 맨손으로 떠날 거니까!
민지     (심각해지는) 오빠 진심이야?
민철     (끄덕)
민지     떠날 거면 아빠한테 돈 왕창 내노라 그래야지, 
         누구 좋으라고 맨손으로 떠나? 
         오빠가 그동안 회사에 벌어준 돈만 해도 한 재산이잖아.
민철     고생하는 거 무서워?
민지     무서운 게 아니라 억울해서 그래. 
         우리가 맨몸으로 떠나주면 남은 사람만 호강할 거 아냐! 
민철     그런 거 신경 쓰지 마. 
         이젠 정말 아버지하구 상관 없이 사는 거야!
민지     .............. 선생님은? 
민철     (!)
민지     같이 떠나는 거야?
민철     아니!
민지     그럼 어떡할 건데?
민철     연수씨... 나한테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야. 
민지     무슨 소리야? 좋아하잖아. 
         좋아하니까 약혼까지 할려 그랬던 거 아냐?
민철     연수씬 평범한 사람 만나야 돼. 
         평범한 사람 만나야 연수씨 꿈 이룰 수 있어. 
민지     선생님 꿈이 뭔데?

S#19. 빅토리 기획실 (밤) - 민철의 회상 (8부 S#45)

연수     (수줍은) 제 아이들한텐 제가 못 가져 본 행복한 가정을 갖게 해주고 싶어요.
민철     (!)
연수     꿈이 너무 평범하죠?

S#20. 민지의 방 (밤)

민철.. 연수의 말을 생각하고 슬픈 얼굴이다.

민지     무슨 꿈인지 모르지만 오빠가 이뤄주면 되잖아. 
민철     아니, 난 이뤄줄 수 없는 꿈이야. 
         내 몸에 흐르고 있는 이 더러운 피가 다 빠져나가기 전에는...
민지     뭐? 
민철     아냐! (표정 누그러뜨리며) 생각해보구 빨리 결정해. 
         어디가 좋을지.. 
         오빤 니가 좋다면 어디라도 좋아. 
         (민지를 바라보는 눈길이 서글프다) 
민지     (이상하다 싶은 얼굴로 민철을 보는)

S#21. 세나의 벤 (낮)

나래와 세나.. 
나란히 앉아 있는데, 뒤에 차가 하나 따라붙더니 계속 클락션을 울려댄다.

나래     뭐야? 왜 자꾸 빵빵거려? 
         (백미러를 보는데 규석의 웃는 얼굴이 나타난다) 
         어? 저거 규석이 아냐!

그 때, 규석이 모는 금숙의 벤이 쌩하고 세나의 
벤을 추월해서 앞으로 간다.

나래     (약올라서) 어? 저게? 

그 때, 나래의 핸드폰 울린다.

나래     (스피커폰으로 전화 받는) 안녕하세요! 
         세나 매니저.. 
규석     (F) 누나! 초보 운전 너무 티난다. 
         그래 갖구 어디 잘 나가는 매니저 되겠어? 
         매니저의 제일 조건은 뭐니뭐니해도 스피드야! 스피드!
나래     차! 이 녀석이 암사자 콧털을 뽑네! 너 죽었어! (엑셀을 밟는다)

S#22. 거리 (낮)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달리는 나래와 규석의 벤. 
옆자리에 앉은 세나와 금숙.. 
열심히 응원을 하면서 눈이 마주칠 때마다 인상을 쓴다. 
신호등이 노란 불에서 빨간 불로 바뀌는 찰나, 
나래는 급브레이크를 밟고, 규석은 쌩하고 건너간다.

S#23. 금숙의 밴 (낮)

규석.. 의기양양해서 뒤를 보며 소리지른다.
 
규석     왜 이래? 내가 무면허 운전까지 10년 경력이야! 
         암사자면 뭐하나? 도통 뛰지를 못하는데...
금숙     오빠! 짱! 오빠 짱! 
         (신나서 규석 어깨를 주무르다가 앞을 보고 비명 지르는) 오빠!

S#24. 거리 (낮)

금숙의 밴... 인도로 올라가 있고, 밴에 부딪힌 
리어카 몇 개가 엎어져서 아수라장이다. 

규석     (험상궂은 리어카 상인들한테 둘러싸여 있는데)
나래     (그 옆에 차를 세우고 약올리는) 
         그러길래 천천히 좀 가지!
규석     누나! 우리 금숙씨, 아니 미호씨 좀 태워줘. 
         우리 앞쪽이라 지금 안 가면 늦어.
나래     세나야! 태워달라는데?
세나     (금숙을 보고) 태워줄까?
금숙     (외면한다)
세나     영 태도가 불량하구만! 가자!
나래     규석아! 어떡하냐? 우리 세나가 가잔다!
규석     (다급한) 누나!
나래     (손을 흔들고 차를 출발시킨다)
규석     (금숙에게 신경질 내는) 무조건 올라타야지 
         그러고 있으면 어떡해요?
금숙     내가 왜 저 차를 타? 택시 타고 가면 되잖아!
규석     택시 안 잡히면 어떡할 거예요?
금숙     (그때서야 불안해져서 거리로 뛰어나가는) 택시! 택시!

S#25. 미술학원 강의실 앞 (낮)

수업이 끝난 학생들.. 강의실을 빠져 나온다. 
민지.. 강의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연수가 나오지 않는다.

민지     (강의실 안을 들여다보면)
연수     (화판 앞에 앉아서 멍하니 반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민지     (안스러운 눈으로 보다가) 언니!
연수     (놀라는) 민지야!

S#26. 미술학원 강의실 (낮)

시간 경과. 연수와 민지.. 차를 마시고 있다.

민지     오빠가 나하구 외국으로 떠나재.
연수     (!)
민지     나야 오빠랑 둘이 떠나면 좋지만, 혹시라도 
         오빠가 나중에 후회할까봐 얘기해 주는 거야. 
         언니 버리고 갔다가 나중에 미안해할까봐...
연수     ...................
민지     이렇게 정보까지 줬는데 오빠 못 잡으면, 
         오빠 여자 될 자격 없는 거 알지? 
연수     혹시 넌 아니? 실장님한테 무슨 일이 있는 건지...
민지     (고개 젓고) 내가 아는 건, 오빠가 많이 
         지쳤다는 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회사 포기할 
         사람이 아닌데, 뭔가에 완전히 질려 버렸나봐. 
         우리 오빠, 내 앞에선 고민 같은 거 얘기 안 
         하는 사람이니까, 언니가 나 대신 고민도 들어주구, 
         마음도 달래줘. 부탁할께.  
연수     (!)
민지     (분위기 바꾸려는) 근데, 무기가 뭐야?
연수     뭐?
민지     우리 오빠 마음 돌릴 무기가 뭐냐구? 애교야? 
         앙탈이야? 눈물이야?
연수     (미소 지으면)
민지     (연수의 어깨를 툭툭 치며) 어쨌든 잘 해 봐!

S#27. 야외 까페 (낮)

민철과 민지.. 앉아 있는데, 연수.. 들어온다.

연수     (민철을 보자 가슴이 떨린다)
민철     (연수를 보고 !해서 민지를 보면)
민지     (배시시 웃는다)
민철     (얼굴 굳어지고)
민지     난 간다. (연수를 끌어다 앉히더니 뛰어나간다)
민철     (연수를 보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다)
연수     (긴장한 얼굴로 보는데)
민철     (차가운) 여긴 왜 나왔어요?
연수     .....................
민철     민지가 상황을 모르면 연수씨가 얘길해줬어야죠.
연수     실장님 보려고 나왔어요. 실장님이 보고 싶어서요.
민철     난 연수씨 보고 싶지 않아요.
연수     (!) 먼 데로 떠나신다면서요?
민철     그래요.
연수     떠나는 이유를 말해주세요.
민철     ..................
연수     실장님! 정말 절 미치게 만들고 싶으세요?
민철     (!)
연수     실장님이 저라면 어떨 거 같애요? 
         사랑하는 사람이 갑자기 얼음처럼 차가와졌어요.
         그런데, 이유를 몰라요. 
         사랑하는 사람이 갑자기 내 앞에서 사라져버린대요. 
         그런데, 이유를 몰라요. 
         난 아무 것도 모르는데, 그래서 받아들일 수가 
         없는데, 궁금해하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그냥
         조용히 보내달래요. 실장님이라면 그러실 수 있어요? 
         실장님은 그렇게 하실 수 있어요?
민철     ..................
연수     못하시죠? 실장님도 못하시죠? 
         근데 왜 저한텐 하라 그러세요? 
         왜 저한테만 그렇게  어려운 걸 바라시는 거냐구요!
민철     알아요. 당장은 어려운 일이라는 거... 
         하지만, 그렇게 해줘요.
연수     (!)
민철     연수씨도 어린애 아니니까 알 거예요. 
         시간이 지나면 헤어진 이유 같은 건 중요하지 
         않다는 거.... 중요한 건 헤어졌다는 사실뿐이예요.
연수     저한텐 이유가 중요해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라면 실장님하고 헤어질 수 없어요. 
         실장님 절대 놓치지 않을 거예요.
민철     어차피 버림을 받는 쪽에선 어떤 이유를 대도 
         납득할 수 없는 거 아닌가?  
연수     (!)
민철     그래도 굳이 이유를 들어야겠다면 백가지라도 
         얘기해줄 수 있어요. 듣고 싶어요?
연수     그렇게 차갑게 얘기하면 제가 돌아설 거 같애요?
민철     (!)
연수     저 안 돌아서요. 이정도로 돌아서기엔 실장님 
         마음을 너무 많이 알아버렸다구요.  
         이렇게 차가운 사람 아니라는 거, 이렇게 잔인한 
         사람 아니라는 거, 저 벌써 다 알아버렸다구요.
민철     내가 보여준 게 다가 아니란 생각은 안 해봤어요?
연수     ..............
민철     난 아버지 아들이예요. 
         아무리 아닌 척을 해도 나한텐 그 차갑고 잔인한 
         피가 흐르고 있다구. 
         선재하고 있을 땐 그런 차가운 느낌 한 번도 못 
         느껴봤을 거야.  
연수     ...............
민철     선재한텐 아버지 피가 흐르지 않으니까.. 
         그래서, 그녀석은 아무리 잔인해지려고 해도        
         나처럼은 될 수 없어. 금방 마음이 약해지고 
         따뜻해지고 말지. 지금도 연수씨를 좋아하는 거 
         보면 몰라요? 나라면 절대 그렇게 못 해. 
         난 상처를 준 사람한텐 복수를 해요. 
         선재처럼 사랑으로 감싸주진 못한다구! 
연수     왜 실장님하고 선재씰 비교해요? 
         두 사람은 다른 사람이잖아요.
민철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나라는 사람을 똑바로 
         보라는 얘기예요. 
         연수씨가 좋아하는 것만 보지 말구 제대로 보란 말이야. 
연수     저보다 실장님을 제대로 본 사람은 없어요.
민철     우리 이런 시간 낭비 그만해요. 
         어차피 난 멀리 떠날 사람이구, 연수씨하곤 더 
         이상 엮이는 일 없을테니까... 
연수     기다릴께요. 실장님 언젠간 돌아오실 거잖아요. 
         아니, 안 돌아오셔도 돼요. 
         실장님이 부르면 제가 실장님 있는 데로 갈께요. 
         그러면 되잖아요.
민철     그런 말.. 나한테 짐이라는 거 몰라요?
연수     (!)
민철     기다리겠다는 말도 하지 말구, 기다리지도 말아요. 
         난 여기 있는 것들 다 잊어버릴 거니까! 
         다시 돌아온다고 해도 연수씨 찾을 일 없을 거예요.   
연수     실장님!
민철     연수씨! 나를 이해하려고 하지 말구 그냥 미워해요. 그게 쉬워요!
연수     (!)
민철     먼저 일어날께요. (일어난다)
연수     따라서 일어나려다가 도로 앉는다. 
         더 이상 잡을 힘이 없다.)
민철     (걸어가다가 연수를 돌아본다)
연수     (어깨가 흔들리고 있다)
민철     (그런 연수의 모습에 가슴이 아프다)

S#28. 야외 까페 앞 (낮)

민철... 차를 타고 떠난다.
 
S#29. 야외 까페 (낮)

연수.. 얼어붙은 듯이 꼼짝도 하지 않는다.
 
S#30. 거리 (저녁)

연수.. 멍한 얼굴로 걸어온다. 얼굴에 아무 표정도 없다. 
 
S#31. 나래의 방 (밤)

나래와 세나.. 들어온다. 캄캄한 방안에 연수.. 
아까와 똑같은 포즈로 누워 있다.

나래     야! 불도 안 켜고 뭐 해?
연수     .................
나래     이불 펴고 자!
연수     (꼼짝도 하지 않는다)
나래     (베개를 머리에 대주며) 얘가 초저녁부터 왠 
         잠을 이렇게 깊이 자?  
연수     (잠이 든 얼굴에서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 있고, 몸을 덜덜 떤다)
나래     연수야! 너 어디 아퍼?
연수     (눈도 뜨지 않는다)
세나     깨우지 말구 이불이나 덮어줘.
나래     (걱정스런 얼굴로 이불을 덮어준다)

S#32. 뮤즈 사장실 (낮)


봉달     미미! 나 좀 도와줘! 
미미     (?)
봉달     지금 나 도와줄 수 있는 사람 미미뿐이야! 
         제발 나 좀 도와줘! 
미미     왜 이렇게 되셨어요? 
         지난 번에 뵜을 땐 좋은 패를 갖고 있다고 희희낙낙하시더니.. 
봉달     형님한테 배신 당했어.
미미     그래요? 왜 그러셨을까? 
         봉달씨처럼 평생을 두고 충성을 바친 분한테..
봉달     당분간 나 좀 숨겨줘. 은혜는 꼭 갚을테니까...
미미     어떻게 은혜를 갚으실 건데요? 
봉달     미미가 바라는 게 뭐야? 
         형님한테 복수하는 거야?
미미     (!)
봉달     내가 미미 소원을 들어주면 미미는 나한테 뭘 해줄 수 있는데?
미미     이성춘 사장님이 못 해 준 걸 다 해드릴 수도 있죠.
봉달     (!)
미미     먼저 갖고 있는 패를 보여주세요. 
         패에 따라 제가 드리는 선물도 달라질테니까!
봉달     (갈등하는)
미미     일어나세요. 우선 계실만한 곳을 찾아야죠. 
봉달     (쫒아나가고)

S#33. 미술 학원 (낮)

선재.. 강의실 안을 들여다본다. 
연수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선재     (돌아서는데)
원장     김연수 선생님 찾아오셨죠?
선재     네!
원장     오늘 아파서 못 나오신다고 연락 왔어요.
선재     (!)

S#34. 나래의 방 (낮)

연수.. 방에서 혼자 끙끙 앓고 있다. 
밖에서 선재가 문을 두드린다. 

연수     (꿈결처럼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정신을 차리려고 애쓰는)

S#35. 나래 집 옥상 (낮)

선재.. 나래 집 문을 두드리고 있다. 
안에서 대답이 없자 걱정스러워서 더 세게 두드리는데, 
이윽고 문이 열리더니 병색이 완연한 연수가 밖으로 나온다.

선재     (연수의 얼굴을 보고 놀라는) 연수씨!
연수     (어지러워서 그 자리에 스르르 주저 앉는다)
선재     (놀란) 연수씨!

S#36. 병원 응급실 (낮)

선재.. 다급한 얼굴로 연수를 업고 뛰어들어온다. 
 
S#37. 라디오 녹음 스튜디오 (낮)

세나.. 부스 안에 들어가서 앉아 있고, 
나래... 밖에서 스탭들에게 음료수를 돌리고 있다.

S#38. 라디오 스튜디오 부스 안 (낮)

'헤븐' 노래가 끝나면, DJ... 세나와 인터뷰를 한다.

DJ       요즘 하루가 다르게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노래죠? 
         '헤븐'을 같이 들었습니다. 
         지금 스튜디오에는 '헤븐'을 부른 
         '세나'양이 나와 있거든요. 인사하시죠.
세나     안녕하세요! 세나예요.
DJ       오늘은 그 빨간 옷이 아니네요. 
         평상복을 입고 있으니까 딴 사람 같애요.
세나     (웃으면서) 네! 그런 얘기 많이 들어요.
DJ       이번에 사이버 가수 제로와의 작업으로 더 
         화제가 됐는데, 제로와는 어떻게 함께 작업을 
         하게 된 거죠?
세나     그 오빠하고 전 가수가 되기 훨씬 전부터 잘 
         알던 사이였어요. 아주 오래된 인연이죠.
DJ       두 분이 아주 친한 사인가봐요?
세나     네! 제일 친해요!       

S#39. 라디오 스튜디오 (낮)

나래... 아슬아슬한 얼굴로 세나를 보고 있다.

나래     (혼잣말하는) 저거 저거 위험한데... 
         쟤가 아직 공인이라는 자각이 없어요.
스탭     (돌아보면)
나래     (표정 바꾸며) 우리 세나 너무 솔직하죠? 
         저렇게 순수한 애 다신 없을 거예요.

그 때, 핸드폰이 울린다.

나래     (얼른 핸드폰을 받으며 뛰어나간다) 죄송합니다.

S#40. 라디오 스튜디오 복도 (낮)

나래... 스튜디오를 나오며 전화를 받는다.

나래     안녕하세요! 세나 매니저 강나랩니다.............. (놀라는) 어! 선재씨! 

S#41. 세나의 벤 앞 (낮)

나래와 세나.. 벤에 타면서 대화를 한다. 

세나     어떻게 선재 오빠가 같이 있는 거야?
나래     집으로 찾아갔는데 연수가 쓰러졌나봐.
세나     ..................
나래     (걱정스런) 어떡하냐? 
         스케쥴 때문에 뛰어갈 수도 없구....
세나     실장님한테 연락해! 언니가 필요한 사람 실장님이야.
나래     맞다! 실장님! 
         선재씨가 실장님한텐 연락 못 했겠지? 
         (핸드폰을 꺼내든다)
세나     (선재 때문에 마음에 걸리고)

S#42. 병원 응급실 (낮)

연수... 링겔을 맞으며 잠들어 있는데, 열 때문에 땀이 흐른다.

선재     (안스러워하는 표정으로 얼굴의 땀을 닦아준다. 
         얼굴 구석구석을 조심스럽게 닦아주는 손길에 
         안타까움이 서려 있다. 
         잠들어 있는 연수에게 혼잣말하는) 
         연수씨 얼굴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게 
         얼마만인데... 얼마나 보고 싶고 그리웠던 얼굴인데... 
         왜 이렇게 힘들어 보여요? 
         왜 이렇게 아파 보여요? 
         내가 보고 싶었던 건 이런 얼굴이 아닌데... 
         환하게 웃는 얼굴인데... 
         왜 이런 얼굴로 내 앞에 있는 거예요?  
연수     (신음하는)
선재     (연수가 깨어나나 싶어) 연수씨!
연수     (열에 들떠 신음처럼) 실장님......
선재     (동작이 정지되는데)
연수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선재     (연수를 바라보는 선재 눈가에도 눈물이 맺힌다. 
         오른손으로는 연수의 눈가에 고인 눈물을 
         닦아주면서 왼손으로는 자신의 눈물을 닦아낸다.)

S#43. 병원 앞 (낮)

민철.. 차에서 내려 병원으로 뛰어들어간다.

S#44. 병원 응급실 (낮)

민철.. 뛰어들어와서 연수를 찾다가 연수의 곁에 앉아 연수를 바라보고 있는 선재를 본다.

민철     (멈춰 서서 선재를 바라본다)
선재     (눈물이 글썽한 얼굴로 연수를 바라보고 있다. 
         애정과 연민이 넘치는 눈빛이다.)
민철     (차마 다가갈 수 없다)
선재     (떨고 있는 연수의 손을 자기 두 손으로 감싸서 자기 가슴에 댄다)
민철     (그 모습을 보고 돌아서는데)
선재     (연수의 손에 끼워진 반지를 보고 가슴이 아프다)
민철     (연수를 두고 돌아서는 마음도 아프다)

연수를 두고 각자 가슴 아파하는 선재와 민철의 표정 대비.

S#45. 응급실 복도 (낮)

민철... 슬픈 얼굴로 응급실 문을 열고 나온다. 
걸어가다가 문득 멈춰 선다. 
흔들리는 눈빛으로 응급실 쪽을 돌아본다.

S#46. 병원 내 공중전화 (낮)

선재... 공중 전화 앞에 서 있다. 
망설이다가 민철에게 전화를 건다. 

선재     나야......... 연수씨가 아퍼. 
         이유 같은 거 대지 말구 지금 병원으로 와!

S#47. 병원 내 (낮)

민철... 먼 곳에서 선재를 보고 서 있는데, 
핸드폰에서 메시지 도착음이 울린다. 
민철... 핸드폰 전원을 꺼버린다. 

S#48. 병원 입원실 복도 (낮)

선재.. 입원실을 나와 복도를 걸어가는데, 
나래.. 뛰어온다. 세나.. 따라오고...

나래     선재씨! 어디 가요?
선재     ..............
나래     연순 괜찮아요?
선재     아직 자고 있어요. 
         기운 좀 차리면 몇 가지 검사 받아봐야 된대요. 
나래     실장님은요?
선재     올 거예요. 내가 연락했어요.
나래     아직 안 왔단 말예요? 
         아까 선재씨 전화 받자마자 내가 연락했는데...
선재     (!)
나래     아우.. 연수 저 기집애 나한테도 거짓말했어! 
         실장님하고 아무 일 없다고 하더니.. 
         다잘 됐다고 하더니...... 
         그 말을 믿은 내가 바보지. 내가 바보야!  
선재     (민철에 대해 분노를 참을 수 없어 뛰어나간다)
세나     오빠! 

S#49. 민철 집 앞 (밤)

선재.. 민철을 기다리고 있는데, 민철의 차.. 도착한다.

민철     (선재를 보고 차에서 내린다. 착잡하다)
선재     다시 타!
민철     ...............
선재     다시 타라구! 다시 타구 병원에 가!
민철     가든 말든 내 맘이야.
선재     도대체 왜 이래? 
         연수씨한테 이렇게 잔인하게 구는 이유가 뭐냐구!
민철     (담담한) 넌 왜 이러는데?  
선재     (!)
민철     니 입으로 그랬잖아. 
         연수씨한테 한 번만 더 상처 주면 어떻게든 
         나하고 연수씨 떼놓겠다구! 
         그럼, 떼놀 생각을 해야지, 왜 억지로 붙이려 들어? 
선재     .............. 연수씨가 아파. 
         형 때문에 너무 아프다구!
민철     (표정 흔들리다가 다잡고) 지금 내가 가주면 
         연수씨 더 오래 아파야 돼. 
         차라리 심하게 한 번 앓고 끝내는 게 좋아.
선재     (분노를 참지 못하고 민철의 얼굴에 주먹을 날린다)
민철     (선재에게 한 대 맞고 나자 차라리 마음이 편해진다. 
         일부러 선재를 더 자극하는) 이거밖에 안 돼? 
         더 쳐봐! 말로만 연수씨 위한다고 하지 말구, 
         연수씨 대신 니가 날 죽여 보란 말이야! 죽여봐!
선재     (이성을 잃고 민철에게 계속 주먹을 날린다)
민철     (쓰러진다. 맞을수록 입가에 미소가 떠오른다)
선재     이건 연수씨 대신이 아니라 내 몫이야. 
민철     (!)
선재     형이 연수씨한테 지은 죄는 이정도로 절대 
         씻어지지 않아. 
         두고두고 아주 오랫동안 형은 벌을 받아야 될 거야. 
         (돌아서서 간다)
민철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혼잣말하는) 벌은 이미 받고 있어. 

S#50. 병원 입원실 (밤)

세나.. 걱정스런 얼굴로 연수를 바라보며 
앉아 있다가 인기척을 느끼고 돌아 보면, 
선재.. 문가에 서서 잠든 연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세나     (그 모습을 보고 !)
선재     (들어와서 연수 옆에 앉으며) 아직 안 깼어?
세나     깼다가 다시 잠들었어.
선재     (연수에게 눈길 떼지 않는)
세나     (그 시선에 불안해서) 오빠 잠깐 나갈래?
선재     .................
세나     나 아직 저녁도 못 먹었어. 같이 나가자!
선재     갔다 와. 연수씨 옆에 있어야 돼.
세나     (신경질 내는) 유난 좀 떨지 마! 
         이정도 갖구 죽기라도 할까봐 그래?
선재     (화내는)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넌 애가 왜 그렇게 모질어?
세나     (화가 나서 뛰어나간다)
선재     (따라나가려다가 만다)

S#51. 입원실 복도 (밤)

주전자에 물을 받아오던 나래.. 
복도를 뛰어가는 세나를 보고 쫒아간다.

나래     세나야!

S#52. 병원 대기실 벤치 (밤)

세나.. 속상한 얼굴로 앉아 있고, 
나래.. 옆에 앉아 있다.

나래     나도 쭉 이상하다 싶긴 했는데, 그래도
         물어보기가 그래서 계속 모른 척했어. 
         선재씨가 연수 좋아하는 거지?
세나     .................
나래     (한숨을 쉰다) 아휴.. 이게 무슨 난리굿이냐?
세나     난 연수 언니가 미워. 
         실장님하고 잘 지내면 좋잖아. 
         그러면, 선재 오빠도 언니 포기할 수 있을텐데, 
         맨날 이게 뭐야? 
         계속 오빠 발목 잡고 늘어지고 있는 꼴이잖아.
나래     그런 소리 마. 연수도 표 안 낼라구 무지하게 애썼어. 
         저 혼자 삭일라구 얼마나 애를 썼으면 저렇게 
         속으로 병이 났겠냐?    
세나     그래도 난 언니가 미워. 
         오빠 앞에서 쓰러질 수 있는 저 연약함이 미워. 
         그러니까, 언니만 힘든 줄 알잖아. 
         언니만 약한 줄 알잖아. (눈물이 글썽하다)
나래     (세나의 어깨를 두드려 준다)  

S#53. 민지의 방 (밤)

민지... 자고 있는데, 민철... 들어온다. 
방에 있는 연수의 그림을 바라본다. 
그리움에 가득한 눈이다. 

민지     (잠에서 깨어난다) 오빠!
민철     (얼른 그림에서 슬픈 시선을 돌린다)
민지     (엉망이 된 민철의 얼굴을 보고 놀라는) 
         오빠! 얼굴이 왜 그래?
민철     (무섭게) 앞으론 연수씨 만나지 마. 쓸데없는 짓이야.
민지     (놀란) 오빠...
민철     그만 자라. (나간다)
민지     오빠! (쫒아나가는데)
민철     쫒아오지 마. 오빠 피곤해!
민지     (!)
민철     (문을 닫는다)

S#54. 2층 복도 (밤)

민철.. 민지의 방에서 나와서 문에 기대선다. 
연수의 말들이 귓가에 들려온다.  

연수     (E) 전 가끔만 행복해도 괜찮아요. 
         실장님 옆에 있을 수 있다면 아주 가끔만 
         행복해도 견딜 수 있을 거 같애요. 
         그러니까, 나 때문에 너무 부담 갖지 마세요. 
         제가 실장님 행복하게 해드릴께요. (16부)
연수     (E) 생각 안 해요. 
         실장님에 대해선 생각 같은 거 안 해요. 
         그냥 같이 갈께요. (15부)
연수     (E) 이제 애쓰지 않을래요. 
         실장님한테 끌려가지 않으려고, 실장님 좋아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거.. 이제 안 할 거예요. (9부)
민철     (눈가에 눈물이 어린다)

S#55. 병원 입원실 (낮)

선재.. 죽그릇을 들고 연수 앞에 앉아 있다.

선재     (숟가락으로 죽을 떠서 호호 불어 연수 입으로 가져가면)
연수     제가 먹을께요.
선재     안 돼요. 내가 먹여줘야 빨리 나아요.
연수     선재씨!
선재     이젠 내가 하자는대로 해요. 
         지금까진 내가 연수씨 말 다 들어줬잖아요. 
         멀어지라면 멀어지고, 비켜달라면 비켜줬잖아요. 
         이젠 연수씨가 내 말을 들어줄 차례예요.
연수     선재씬 내가 밉지 않아요?
선재     미워요.
연수     근데.... 왜 이렇게 잘해줘요?
선재     너무 미워서요. 
         너무 미우니까, 연수씨가 나한테 너무너무 미안해할 
         때까지 계속 잘해 줄 거예요.   
연수     ................
선재     기분은 어때요? 괜찮아요?
연수     긴 잠을 잔 거 같아요. 
         나한테 일어났던 모든 일이 아주 옛날 일 같아요. 
선재     옛날 일이 아니라 없었던 일이예요.
연수     미안해요. 
         다른 사람은 몰라두 선재씨한텐 이런 모습 
         보이면 안 되는 건데... 
선재     그게 운명이예요.
연수     (!)
선재     내가 전에 그런 말 했었죠? 
         형한테 연수씰 보낸 게 운명인 거 같다고... 
         연수씨하고 나.. 거기까진 거 같다구...
연수     ...............
선재     내가 잘못 생각했어요. 
         우리 운명은 거기서부터였는데, 내가 몰랐던 거예요.
연수     (!)
선재     연수씰 형한테 보내구 나서, 연수씨가 나한테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더 깊이 느꼈어요. 
         연수씨가 힘들어하는 거 보면서, 연수씨한테 
         필요한 사람이 형이 아니라는 것두 확실하게 
         알게 됐구요. 이렇게 될려고 그랬던 거예요. 
         이게 우리 진짜 운명이예요.
연수     선재씨!
선재     (미소 지으며 숟가락을 연수 입에 갖다 댄다) 
         다 식겠다! 어서 먹어요.
연수     (고마운 마음에 눈물이 날 것 같다)

S#56. 병원 밖 벤치 (낮)

연수와 선재.. 벤치에 앉아 있다.

선재     (연수를 바라보고 있으면)
연수     (선재를 보며 미소 짓는데)
선재     (자기 손을 내밀더니 새끼 손가락을 움직인다. 
         넷째 손가락이 같이 움직인다)
연수     (?)
선재     연수씨! 새끼 손가락 한 번 움직여봐요.
연수     ..............
선재     어서요!
연수     (새끼 손가락을 움직이면 넷째 손가락이 같이 움직인다)
선재     넷째 손가락이 같이 움직이죠?
연수     (끄덕)
선재     넷째 손가락을 움직여봐요.
연수     (움직이면 넷째 손가락만 움직인다)
선재     새끼 손가락은 안 움직여요. 
연수     ...................
선재     (자기 손가락을 보며) 난 이 두 손가락이 꼭 
         연수씨하고 내 모습 같았어요.
연수     (?)
선재     키 큰 녀석은 나구, 작은 녀석은 연수씨예요. 
         (새끼 손가락을 꺾으면서) 
         연수씨가 꺾이면, 난 같이 꺾이고, 연수씨가 
         아프면 난 같이 아픈데, 연수씬 안 그래요. 
         (넷째 손가락을 꺾으면서) 
         내가 아무리 움직여도 끄떡도 안 해요.
연수     (!)
선재     하지만, 곧 달라질 거예요. 
         연수씨도 내 마음 따라서 움직이게 될 거예요.  
연수     (새끼 손가락을 움직여본다. 같이 움직이는 
         넷째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반지가 햇빛에 
         반짝인다. 눈물이 날 거 같다.)
선재     (역시 반지를 바라보다가 반지를 덮어버리듯이 
         연수의 손을 감싼다)
연수     (놀라서 손을 빼려고 하면)
선재     (꽉 쥐고 놓지 않는다. 
         따뜻하지만 강한 시선으로 연수를 바라본다)

S#57. 뮤즈 사장실 (밤)

미미... 분노에 차서 어쩔 줄을 모르는 모습이다. 
선재... 들어온다.

미미     (선재를 보더니 눈물을 흘린다)
선재     (미미의 모습에 놀라는) 사장님! 무슨 일 있으세요?
미미     (떨리는 손으로 선재 앞에 녹음기를 내놓는다)


선재... 의혹에 찬 눈으로 녹음기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ENDING!

 

.영화 & 드라마 대본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