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 바람이 분다 4회
[문 열리는 소리]
[계단 내려오는 발소리]
[막대기 소리]
[종 울리는 소리]
누구야?
지금 이 방에 있는 사람
[잔잔하지만 긴장감 흐르는 음악]
[계단 올라가는 소리]
[막대기 소리, 숨는 소리]
[야옹, 고양이 소리]
[야옹, 고양이 소리]
[긴장감 흐르는 음악]
면도기엔 모근이 없어 검사가 불가능했습니다
(의사) 지금 자료는 칫솔로 가져가서 검사한 건데
상염색체 15개 유전자형이 모두 일치했습니다
남매지간일 확률이 99% 이상입니다
근데 한 가지 이상한 게 있습니다
[철컥, 자물쇠 잠그는 소리 딸랑, 벨 울리는 소리]
무슨 말이야, 이씨?
우리 아버지가 늬들이 횡단보도 무단으로 와서 박았다는데
우리 아버지가 뻥치냐? 우리 아버지 법 없이도 살아
[비웃으면서] 웃기고 있네
네 아버지 다리 짝짝이잖아
(남자1) 다리 저는 노인네가 무슨 오토바이야?
[비웃음 소리]
뭐?
짝짝이?
- 야! - (남자1) 그만해!
(진성) 놔! 내가 너 죽여버릴 거야 이 새끼야!
놔!
- (경찰) 이것들이 경찰서까지 와서! - (진성) 오토바이만 30년이야!
블랙박스도 늬들이 껐지 이 새끼야?
오빠!
(진성 엄마) 진성아
(진성 엄마) 진성아, 저기, 이거...
내가 구해왔는데, 응?
너 이 새끼 우리 엄마한테까지 전화를 죽을래, 이 새끼야?
[시끄럽게 싸우는 소리]
(진성 엄마) 진성아!
[남자의 비명 소리]
- (진성 아빠) 진성아 - (진성 엄마) 진성아
(진성) 다시 말해 봐, 짝짝이? 짝짝이?
(진성 엄마) 하지 마, 진성아
[비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
[전화 연결음]
엄마, 나 일본 간다
머리 수술했는데 눈이 안 보여서
[전화 안내음] 연결이 되지 않아 음성 사서함으로...
나빠! 거짓말쟁이!
병원 냄새도 안 났는데 병원 갔다고
나쁜 왕비서 아줌마!
[영이 울음소리]
(영이) 엄마
왕비서 아줌마가 일본 가서 병원도 안 데려가고
아빠한테 병원에서 못 고친다고 했다고 거짓말해
아빠한테 말하니까 난 안 보여서
난 아무것도 모른대
[서럽게 우는 소리]
근데 나 조금 보여
[서럽게 흐느끼는 소리]
왕비서 아줌마가 아빠한테
나 안 보인다고 하면 빨리 낫게 해줄까 봐
거짓말했는데
눈도 안 고쳐주고 병원 안 갔는데 병원 갔다고 거짓말하고!
(오영) 엄마!
내가 다 안 보이기 전에 빨리 와
영이 보러 빨리 와!
[슬프게 흐느끼는 소리]
[전화벨 소리]
(중태) 나야, 임마!
한때 너의 정신적 지주, 중태 형
(오수2) 맛있게 드세요
깜짝이야
놀랬냐?
근데 온실 열쇠가 너무 낡았더라
장비 쓸 것도 없이 손으로 잡아 빼니까 뭐, 툭
상처 왼팔이었네?
자
칫솔과 면도기와 더불어
너도 증거 인멸
끝
- 유전자 감식은? - 당근 성공했지
완전 간 졸이는 순간이 있었지만
(명호) 서류 봉투가 바뀌었네요
(희선) 거기까진 완전 실패한 줄 알고
내가 태어나 처음으로 콱 죽고 싶었잖냐
근데...
하늘이 돕는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지
걔가 네 물건 대신 다른 거로 잘못 가져간 거야
[스릴 넘치는 음악]
[달칵, 잠그는 소리]
[삑, 리모컨 소리]
[차 문 여는 소리]
[삑, 리모컨 소리]
근데 이 방은 뭐야?
내가 올 때 경비 시스템 껐는데 들키면 큰일이야
나가자
(희선) 애기네, 설마 네 동생?
[기계 정리하는 소리]
설마 여기 갇혀있는 동안 쟤만 보고 있었어?
[탁, 닫히는 소리]
아니, 진성이 말이
걔 이쁘다던데
우리 언니만큼 이쁘다던데 설마 여자로 보는 건 아니지?
조심해라
내가 두 눈 똑똑히 뜨고 보고 있다
가자
[계단 올라가는 소리]
[종 울리는 소리]
[종 울리는 소리]
영이야, 풍경 달았다, 나와 봐
[종 울리는 소리]
[아파서 헉헉대는 소리]
(오수) 영이야
[외마디 신음]
[흐느끼는 소리]
[아파서 신음하는 소리]
영이야
영이야
[달칵, 문 잠긴 소리]
(오수) 너 왜 그래?
[문 열리는 소리]
뭐 하는 짓이야?
(오수) 나는 네가 대답이 없어서 무슨 일이 있나...
무슨 일이 있길 바라는 건 아니지?
[슬프고 잔잔한 음악]
내가 좀 전에 화장실에서 네 신음 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나가
아파?
아니
아파 보여, 너
[책 덮는 소리]
지금 그거 걱정이야, 바람이야?
뭐?
저번 날
내가 죽으면 이유 불문 너한테 유산을 넘기겠다는 말이
왜?
그땐 아닌 척하더니 이제 와 땡겨?
내가 진짜 눈이 아팠을 땐
내가 뇌종양에 걸렸을 땐 아는 척도 않고 날 내버려 두더니
지금은 아프지 않다고, 괜찮다고 몇 번을 말하는데
마치 아프길 바라는 사람처럼 왜 그렇게 말이 많아, 따라다니면서! [분노에 차 소리 지른다]
[작게 종 울리는 소리]
[종 울리는 소리]
풍경
다른 이유 없고 풍경
너랑 나, 이제 두 달 남았다
내가 떠나도 바람이 불면 풍경은 이렇게 소리를 내겠지 싶어서, 내 딴엔
관두자
[신음 소리]
[문 열리는 소리]
[문 쾅 닫히는 소리]
[외마디 신음]
[수레 달그락거리는 소리]
이게 다 무슨 일이에요?
(왕비서) 아줌마!
[뛰어오는 소리]
(아줌마) 네?
(왕비서) 누군지 알고 문을 열어요?
그게, 오수 도련님이 시킨 거라면서 문을 열어달라고
오수 오빠가 온실 단장한다고 가져오라는데요?
안녕하세요, 전 오수 오빠랑 오빠 동생으로 지내는 문희선이라고 합니다
꽃집을 하고요
뭐 하냐, 물건 안 내려주고?
무슨 일인진 모르겠지만 이 집에서 벌어지는 일은 나하고 상의를 해야...
영이가 원하는 일이에요
어머니의 흔적이 집안 곳곳에 남아 있는 게 불편하지 않으시다면
그만하시죠
[긴장감 흐르는 음악]
[화난 듯한 발걸음 소리]
뭐야, 너?
같이 꽃 심을래요?
쟤랑 친구하고 싶어, 나
[짐 옮기는 소리]
[짐 내던지는 소리]
여기가 대체 어디라고 네까짓 게 오고 지랄이야?
미친 또라이, 사이코, 변태
내가 어제 우리 아빠 때문에 머리가 확 돌 지경이었는데
오늘은 네가 나타나서 내 속을 뒤집고
너 나 속타 죽는 꼴 한번 볼...
[갑자기 크게 기침한다]
안녕
[문 드르륵 열리는 소리]
입 다물어, 어떤 말도 하지 말고
지금은 입 다물어
[탁 내려놓는 소리]
너랑 만만치 않은 내 성깔 보지 않으려면
분명히 말하지만 여기 네 거 아니야
(오수) 여긴 엄마의 공간이고, 엄마 공간은 내 거기도 해
다른 건 몰라도 추억은 나눠 가져야지
들어가고 싶어
들어가고 싶어
[막대기 탁탁 두드리는 소리]
[막대기로 드르륵하는 소리]
[도구가 발에 걸려 넘어지는 소리]
[뭔가 떨어지는 소리]
'도와줘' 해야지
(오수) 도와줘, 해봐
도와줘
그래, 도와줄게
[발소리]
질투 나냐, 또라이?
넌 나랑 어울려, 알아?
(오수) 발 아래 이것저것 너무 많아 여기 있어
네가 오면 여기 손봐줄 것 같았어
'네'가 아니라 '오빠
'램스이어'다
양의 귀
엄마가 나 놀리려고 이게 내 귀를 닮았다고 하면
난 아니라고, 내 귀는 더 예쁘다고 하면서 막 울었었는데
어떻게 기억했어?
잊을 리가 없지
참, 그... 내가 너한테 사주기로 했던 거...
사기가 쉽지 않지, 요즘은?
그렇더라고, 사기 쉽지 않더라고
그건 다음 번 이벤트로 남겨 두고 우리 같이 꽃 심을까?
예전처럼?
어
[밝고 잔잔한 음악]
어, 하지 마
[물 뿌리는 소리]
[분무기로 칙칙 물 뿌리는 소리]
희선아, 물 안 나와, 틀었어?
형, 물 나오는 데 막힌 거 아니야?
아닌데...
- 앗, 차가워 - 뭐가 차가워? 뭐가, 뭐가?
(진성) 뭐가 차가워? [다 같이 웃으면서]
(오영) 뭐 해?
- (희선) 물 뿌리지! - (진성) 뭐가 차가워?
희선아, 공격해!
[물 뿌리는 소리]
(진성) 희선아, 공격해!
(진성) 희선아, 쏴, 쏴!
[웃고 떠드는 소리]
(진성) 희선아, 살려줘!
- 옷 안 갈아 입어도 되겠어? - 머리만 좀 젖었어
난 다 젖었어
불어가면서 천천히 마셔
형은 지금 너한테 눈곱만치도 관심 없거든
[나가는 발소리]
이거 꼭 무슨 문 같네
[약간 스릴 있는 음악]
그게 무슨 문이야? 벽이지
아, 그러네, 벽이네
야, 너 이름 뭐야? 난 23살 문희선인데
너 이름 뭐야? 몇 살?
또라이 [속삭이면서]
설마 내가 대학 안 다니고 꽃집해서 친구 안 해?
야, 너!
영이 네 친구 아니야, 언니지
언니 좋아하네, 난 네가 사귄 문희주 말고 언니 없거든
재밌는 애 같아
쟤 언니랑 사겼어?
감기 들겠다, 나가자
[찻잔 내려놓는 소리]
우리 언니는 죽었어
우리 언니 죽을 때 네 오빠 오수가
애기처럼 엉엉대면서 울었지
야, 너 왜 그래?
내가 적일까, 동지일까?
[긴장감 넘치는 음악]
야, 우리 친구해
- 폰 번호 줄 거지? - 그래
[어깨를 친다]
구체적으로 말해 봐 뭐가 이상하다는 건지
검사관 이 박사 말로는 우리가 의뢰한 검사물인 칫솔이...
사용한 지 꽤 오래된 거랍니다
최소한 10개월 이상 된 거라는 거예요
유전자 손상은 없었지만 최근에 사용한 칫솔은 절대 아니랍니다
- 그게 무슨 말이야? - 암튼 좀 더 확인이 필요해요
- 혈액 감식을 통해 다시 한번... - 오빠 오수가 허락하지 않을 거야
그럼 제가 이 편지의 오수를 찾아보는 게 어떨까요?
동명이인이 있다는 게 뭔가 걸려서요
- (왕비서) 진소라 씨, 반가워요 - (소라) 왕회장님, 이게 얼마만이에요
(왕비서) 왕회장은 무슨, 일개 집사인데
- 앉아요 - 네
반갑네요, 이번에 우리 회사 제품 승낙해준 거 고맙고
제가 더 고맙죠
너무 좋아서 미국에서 촬영하던 거 중지하고 바로 날아왔는데
어머, 이 본부장님은 날로 더 멋있어진다
- (명호) 정말요? - (소라) 네
[문자 알림음]
죄송해요, 잠시만요
[스릴 넘치는 음악]
무슨...
아뇨, 잠시만요
(무철) 소라야, 나 무철이
네가 목숨처럼 사랑한 오수 있는 데를 내가 아는데
만나 볼래?
뭐?
이유 불문?
네, 이유 불문
만약에 제가 죽으면 제 전재산은
복지관하고 오빠한테 50%씩 나눠주세요
왕비서님 건 제가 따로 준비하죠
영이야
대체 너 왜 이렇게 서둘러?
넌 아직 유언장 쓸 나이도 아니고
또 내가 보기에 너 아직 수한테 그닥 믿음도 없는 것 같은데
이유 불문이라는 단서까지 붙여 가면서 유언장을 쓰려는 의도가 뭐야?
[포크 내려놓는 소리]
만약에 그냥 내가 죽으면
만약은 아무도 모르잖아요
그냥 오빠에 대한 시험이라고 해두죠
혹시 영이야
- 너 몸이 어디 안 좋으... - 그럴 리가요
지난 가을에 정기 검진도 받았는데
그렇지, 그랬지
근데 아저씬 왕비서님한테 왜 고백하지 않으세요?
눈이 멀면 온몸의 감각이 살아나요
아저씨 좋아하시는 거 알아요
아니, 얘 봐라, 얘
내가 무슨 왕비서를 좋아해, 인마?
네 아버지랑 나랑 관계가 있는데 무슨 그런...
너 그 말, 왕비서님한테까지 한 건 아니지?
[웃음 소리]
(장 변호사) 웃기는...
어서 먹어
[전화벨 울리는 소리]
진소라
얘를 어떻게 써먹을까?
[전화 연결음]
[전화 안내음] 연결이 되지 않아 음성 사서함으로...
- 열쇠가 너무 작은가? - 이 정도면 될 것 같은데
오빠!
영이 왜 그래?
영이가 내일 중태 오빠 카페에서 동창들하고 파티하기로 했는데
안 간다잖아
지 안 가면 나도 못 가는데
오빠, 파티 가면 영이도 재밌고 좋을 건데
오빠가 말해주면 안 돼요?
오빠도 가기 싫지? 중태 오빠랑 사이 안 좋아서?
(미라) 아오, 짜증 나
(진성) 뭔 소리야, 이게? 카페 주인이랑 형이랑 사이가 안 좋았다고?
전에 형이랑 친하댔잖아
그러게
파티 가지 마
온실 방에서 찾은 오수 형 왼팔에 상처가 있는 사진에
(진성) 중태 그 인간이 있었다며
절대 가지 마
아니, 가
뭐?
어차피 한 동네라 그 인간 피해다니지도 못 해
그리고 기억 못 할 거야
너 같으면 20년 전 일을 기억하겠어?
상처 위치까지?
아니
어차피 난 여기가 막장이야, 영이가 말한 수수께끼를 아직 풀지 못했어
만약 그걸 못 풀면
영이랑 빨리 더 친해지는 것밖엔 방법이 없어
영이랑 친해지는 게 지금은 무엇보다 우선이야
미라한테 파티 간다 그래
[문이 드르륵 열리는 소리]
(왕비서) 미안해요, 문이 열려 있길래
너무 예쁘네요
영이가 이걸 봤으면 정말 좋아했을 건데
[발걸음 소리]
왕비서님
영이 눈 말이에요
정말 고칠 수 없었던 건가요?
고칠 수 있었다면 내가 고쳤겠죠
뭐가 궁금하세요?
영이가 아픈 걸 저희 어머니한테 안 알리신 이유요
아뇨, 어머니에겐 알렸어요
근데 어머니가 방치했다?
딸이 뇌종양인 걸 알면서도?
뇌종양 얘기는 오시면 하려고 했죠
애가 아프다, 오시겠냐만 물었어요
근데...
내가 전화한 게 불쾌했는지 어머니께선...
'병원에 데려가세요'하고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으셨...
나라도 그렇겠네
이혼하자마자 남편이랑 바람 난 여자가...
그때 난 남편이랑 바람 난 여자 입장에서 전화 드린 게 아니에요
영이를 돌보는 보모 입장이었지
나는 회장님에게...
그냥 어느 날 밤 어쩌다 필요한 여자였어요
회장님이 영이가 아닌 오빠를 어머니랑 보냈던 이유도
영이가 있어야 어머니께서 돌아오실 거란 계산이었죠
회장님은 어머님 뿐이셨어요
하지만 어머님은 나에 대한
회장님에 대한 미움 때문에 영이를 방치했어요
분명히 아세요
그 이후로 전 지금까지 영이 엄마로 살았어요
(왕비서) 영이는 내가 키웠어요
당신이, 영이가 인정하지 않아도 나는... [약간 목소리를 높이며]
엄마가 아니세요
착각하지 마시라고요 엄마 아니세요
영이의 보모시고 법정 대리인인 건 동의해드리죠
[나가는 발소리]
[문 드르륵 열렸다 닫히는 소리]
[종 울리는 소리]
풍경이 아주 이쁘구나
피곤해요
알았다
[키 문고리에 걸어놓는 소리]
뭐예요?
(오영) 무슨 키 소리가 났는데?
온실 키 같네 오빠가 문고리에 걸어뒀구나
[잔잔한 음악]
[종 울리는 소리]
(점원1) 도련님, 이 옷은 어떠십니까?
야, 집에 오니까 내가 도련님 소리를 다 듣는다
익숙해져야 할걸
네가 지금 이 오빠를 보면 참 멋있다 할 건데
(오수) 착용감도 좋고
핏이 살아있네
(오영) 남자옷은 우리 회사 옷이 최고야
(오수) 알아
근데 왜 또 옷을 사? 여자들한테 잘보이고 싶어?
나도 남자니까
잘생긴 편이야, 넌?
네가 같이 다닐 때 뭐, 좀 으스대도 될 정도?
[살며시 웃는 소리]
얘가 안 믿네
내가 분명히 말하는데
네 눈 반드시 고쳐줄 거야 그래서 날 보게 하고
그래서 지금 한 내 말이 '아 사실이었네' 하게
피팅실, 메이크업도
(점원) 네
내 옷이 아니라 네 옷을 좀 샀어
오빤 좀 속물이라
나랑 다니는 여자가 누구든 무척 이뻤으면 해
근데 넌...
별로야?
후져?
[조용히 웃으면서]
그런 말은 대체 어디서 배웠냐?
난 어느 옷이 이쁜지도 몰라
어느 게 이쁜지 알지도 못하면서 옷을 입어볼 순 없잖아
나한테 맞는 옷은 많아, 안 할래
내 눈이 즐거운 건 이유가 안 돼?
내가 널 보고 즐거워하는 거 그건 이유가 안 되냐고?
네가 즐거워?
- (점원) 준비됐습니다 - 곧 가요
- 한다고 안 했어 - 한다는 말로 들렸어, 난
일어나
[잔잔한 음악]
너 결혼할 때 아빠 대신 내가
♪ 딴 딴딴 딴 ♪ [결혼식 음악]
이쁘다
[끼익, 차 멈추는 소리]
[차 문 열리는 소리]
[차 문 닫히는 소리]
[차 문 열리는 소리]
[막대기 탁탁거리는 소리]
택시 불러!
싫어
왕비서님
내가 몇 번을 말해, 안 간다고?
파티 가는 게 왜 싫어?
정우라는 네 첫사랑이 네 눈 먼 걸 보는 게 싫어?
아니면 친구들이 널 안쓰럽게 보거나 불쌍해하는 게 싫어?
[숨을 가쁘게 내쉰다]
- 지팡이 쳐드는 게 아니지, 함부로 - 이거 안 놔!
언제까지 사람들을 피할래? 언제까지 혼자 놀 거야? [언성 높이면서]
네가 뭘 알아? [소리 지르면서]
진짜라니까, 영이 이제 나 없으면 안 된다니까
- 하나도 안 보여, 싹 다 - (친구1) 진짜, 진짜?
전에 오른쪽은 좀 보인댔잖아
아니래도, 오늘은 앞에 벽이 턱 하니 있는데도 못 보고
'쾅 하고 박았다니까
[친구가 '쉿' 하는 소리]
(친구1) 영이야
네가 뭘 알아? 무시가 아니라고? [마구 소리 지르면서]
나를 다만 안쓰럽게 사람 사이에서 인정?
뒤에서 나를 고소해하고 뒤에서 나를 깔보고 뒤에서 내 불행을 축하하고! [소리 지르면서]
뒤에서 말할 수 없게 앞에 나서 [단호하게 소리 치면서]
난 두 달 후면 여길 떠나
그럼 넌 다시 복지관과 집에서만 맴돌겠지
- 조깅하고 수영하고 책 읽고 - 그것도 나쁘지 않아
이제 그만 혼자 놀아, 영이야
[잔잔한 음악]
나도 해봐서 알아, 혼자 놀기
지치잖아
5분만 있다 가자
(오수) 너무 늦으면 예의가 아니니까
[경쾌한 음악]
(미라) 왔어요?
(정현) 보자, 이걸 어디에 걸어야 잘 걸었다고 소문날까?
[사레 들린 기침 소리]
왜 그리 놀라노?
아, 이 년...
이 여자 사진을 왜? [멋쩍은 듯이]
우리 중태 씨 애인이란다, 얘가
엊그제부터 하도 졸라서 내가 큰맘 먹고 선물했다 아이가
여기가 나은가?
[감탄하며서] 내 사랑, 드디어
좋나?
[읍, 하며 뽀뽀하는 소리]
진짜로 축축하다
넌... 요부여
최대의 찬사다 저 남자가 나한테 하는
[기분 째지는 웃음 소리]
아참, 진성 씨
오수가 나 아직도 많이 싫어해?
뭐, 좀...
근데 형이랑 왜 그런 거예요?
오수 팔에 상처를 내가 만들었거든
형이 수 형 상처를 냈어요?
어려서 내가 학교 쓰레기장에서 담배 피우다가
불을 내서 오수가 망보다가
수 팔에 상처를 냈잖아
아, 왼팔일걸
왼팔요?
- 오, 오수야 - (미라) 영이야
[사람들이 환영하는 소리]
(수민) 어, 영이야!
나 수민이
어, 반갑다
- (정원) 난 정원이 - (경) 난 경이야
잘 지냈어?
(정우) 난 정우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송이 반점 쌍둥이야
[전화벨 울리는 소리]
- (진성) 형, 지금 거기서 나와 - 왜?
중태가 형 상처 위치 정확히 알아 상처를 그놈이 만들었대
거기서 빠져나와, 형
일단 거기 나와서 나중에 나랑 어떡할지 작전 짜자
(진성) 형, 형!
쌍둥이들, 나온나 밥 먹으러 나온나
(쌍둥이들) 네, 가자!
- (중태) 많이 먹고 와 - (쌍둥이들) 네
[소매 걷는 소리]
[긴장감 흐르는 음악]
고맙다, 수야, 이렇게 와줘서
실은 오기 싫었습니다
근데 영이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제가 싫어하는 이유는 아시죠?
다 이해한다, 미워해도 돼
내가 두고두고 살면서 너한테 빚 갚을게
그것만 믿어주라 나도 힘들었단 걸
처음엔 상처가 쉽게 없어질 줄 알았는데
나도 그랬는데
근데 그 상처가 오른쪽이었나?
왜요?
다른쪽인 것 같아요?
아, 아니, 아니야
아니, 내 기억엔 왼쪽인 것 같아가지고
상처는 분명한데 기억은 늘 엉망이죠
저도 그래요, 이해해요
(정현) 오빠야, 회포 그만 풀고 이제 노래해라, 오빠 노래 잘하잖아
아, 그럴까? 수야, 나 노래 진짜 잘한다
한번 들어볼래? 야, 이거 진짜 널 위해서 내가 한 곡 할게
[노래하는 소리]
영이야
나 너 보고싶었다
여자친구는 있니?
말할까 말까?
나 결혼했어
아
손 잠깐만
그 사람 이름은...
하늘
신하늘
청각장애인이야
청각장애인?
(정우) 응
네 생각 나서 복지관 가서 봉사했는데...
거기서 만났어
나랑 와이프, 네가 소개팅 해준 거나 마찬가지다
착해?
안 착해
너 닮아서 팜므파탈 스타일이야
너랑 똑같은, 남자를 괴롭히는 팜므파탈
야, 내가 무슨 남자를 괴롭히는 팜므파탈이야
야, 나, 나 괴롭혔잖아 [억울한 듯이]
좋다는데 무시하고, 잊었어?
야, 너도 노래 불러 이게 유부남이 어디서 개수작을?
- 나와 - (정우) 아야, 알았어, 좀 놔, 놔
나도 와이프 없을 때 좀 신선한 바람 좀 맞자
(미라) [정우 때리면서] 야, 노래나 불러, 노래나
나 수민이
어릴 때 일 때문에 아직도 나 미워하는 거 아니지?
미안
자주 보자
참, 너네 오빠 진짜 멋있더라
(수민) 애들이 다 난리다, 야
아까 있던 그 남잔... 네 첫사랑?
왜?
아직도 널 좋아한대?
응
남자가 하는 말 다 믿지 마라
정우가 내가 팜므파탈이래
[어이없게 웃는 소리]
나하고 수하고 찍은 사진이 분명 있을 거야
찾아봐야지
오빠, 네 기억이 이상한 거 아이가 니는 맨날 가물가물
내가 지 여편네인지 옆집 여편네인지 헷갈려하잖아
으이구, 이 조동아 조용히 하고 좀 찾아, 좀
(미라 남자친구) ♪ 그대가 나와 결혼을 해준다면 ♪
왜 그래?
미라가 남친한테 프러포즈 받는 중
어떻게?
남자가 노래를 부르면서 미라한테 다가가 무릎을 꿇었어
미라가 감격한 것 같다 눈물이 그렁한 거 보니까
[사람들 손뼉 소리]
반지를 주네
(미라 남자친구) 미라야, 우리 결혼하자
- (사람들) 키스해! - (사람들) 키스해! [손뼉치면서]
- (사람들) 키스해! - (미라) 이게 웬 오버야
- 어떻게 됐어? - 미라가 싫다고 막 도망간다
(사람들) 키스해!
키스해! 키스해!
[사람들 환호성 소리]
- 왜 그래? - 미라가 막 싫다고 도망가니까
남자가 갑자기...
(사람들) 한 번 더! 한 번 더!
이렇게 하고...
[잔잔한 음악]
키스했어
근데 너 키스와 뽀뽀의 차이는 아냐?
알어
[막대기 집는 소리]
- 어디 가? - 화장실
- 내가 같이 갈까? - 나도 알아
[다급하게 문 열고 들어오는 소리]
[문 닫고 막대기 떨어지는 소리]
[영이의 고통에 찬 신음 소리]
[괴로워하는 신음 소리]
영이와의 결혼, 허락해주십시오
회장님은 허락하셨지만 오빠한테도 허락을 받는 게 도리인...
제가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는데
그 말씀, 허락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
뭐, 그러시든... 가
먼저 가시면 안 되나요?
오빠가 있으면 둘이 있기가 좀 그래서요
부탁드립니다
[차 경적 소리]
[탁, 문 소리]
[평화로운 음악]
오빠!
오빠!
[영이가 흐느끼는 소리]
오빠 여기 있어!
나도 솜사탕
[영이의 울음소리]
나도 솜사탕
[영이의 울음소리]
(영이) 나도 솜사탕
울지 마, 뚝!
(영이) 네가 나한테 약속한 그걸 가져와
내가 울면 네가 날 늘 그걸로 달랬잖아
야
그, 야!
아저씨 이상한 사람 아니야 나쁜 사람 아니에요
(오수) 거기 서봐, 거기 서봐, 야
야!
야, 솜사탕!
야, 솜사탕! 아저씨 이상한 사람 아니야
나쁜 사람 아니에요 솜사탕, 이리 와, 야, 꼬마야!
내가 와서 분위기가 좀 깨졌나? 빨리 가네
근데 술을 좀 많이 마시는 거 아니야?
[잔 내려놓는 소리]
오빠가 오니까 자기 포지션이 흔들린다고 생각하나?
갑자기 나한테 적극적이네요
나도 늘 우리한테 이런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
생각만 하죠
우리 약혼식하던 날도 식 끝나고 차 한 잔 안 마신 거 알아요?
아마 데이트 한 번도 없었죠 우리 둘 사이에
그건 영이 네가 원하지 않으니까
[발자국 소리]
너한테 아무 말도 않고 가는 건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아서
[막대기 피며 탁탁거리는 소리]
이미 넌 갔었어
두 달만 참아요
난 어차피 떠날 사람이잖아
(오수) 짜잔
[잔잔하고 밝은 음악]
솜사탕
기억했구나
너랑 다니던 동네 문방구는 문이 잠겨서
고생을 좀 했지
너무 작은 거라 기억 못 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네가 엄마랑 떠나고 매일 그 문방구에 갔었어
네가 문방구 문을 열고
이 솜사탕을 사 들고 나한테 주는 상상을 했는데
바보, 그냥 사 먹지
엄마가 오면 칭찬받고 싶었어
엄마가 먹지 말랬으니까
엄마가 우리 이거 먹는 거 이 썩는다고 정말 싫어했잖아
그럼 우린 안 먹는다고 거짓말하고 그래서 엄마가...
우릴 미행해 사진을 찍었지
난 너 울려서 혼나고 솜사탕 먹어 혼나고
달다
우리, 엄마랑 갔던 강가 가자
강가 가긴 날이 너무 춥지 않나? [머뭇거리면서]
형이 뭔 추억이 있는지 죽어가면서 여기 뿌려 달라더라
그래
가자
[전화 연결음]
[긴장감 흐르는 음악]
(직원) 어디 가요, 어디?
진소라 씨!
[초인종 소리]
[초인종 소리]
[문 여는 소리]
저기, 여기가 오수 씨 댁인지요?
오수?
어떤 오수?
피엘 그룹 오수?
아니면 사기꾼 오수?
[잔잔하게 물 흐르는 소리]
(오수) 영이야, 같이 가! 영이야!
[애들끼리 노는 소리]
(영이 엄마) 자, 오빠한테 가자
조심해, 영이야 열 걸음만 가서 멈춰
강 가까이 가지 말고, 알았지?
[심호흡하는 소리]
[물수제비 뜨는 소리]
[물수제비 뜨는 소리]
(영이 엄마) 와, 잘한다, 수
[물수제비 뜨는 소리]
[영이 웃음 소리]
[잔잔한 음악]
지하철이 오면 내 등을 밀어
(오수) 영이야!
[첨벙거리는 소리]
영이야!
영이야!
[뺨 때리는 소리]
엄마가 물수제비만 뜨랬지 물에 들어가지 말고
[오수가 거칠게 숨을 몰아쉰다]
[오수의 거친 숨소리]
우리 오빠 얼굴 한번 만져 보자
(오영) 만지지 않곤 아무것도 알 수 없어
네가 궁금해
(무철) 아무래도 너, 내 손에 곧 죽겠다
(진성) 오늘 희주 누나 제삿날인 거 잊었나?
- 너 형만 보이고 난 안 보여? - (희선) 내가 약속할게
오늘 일 절대 용서 못 해
- 너 이상해, 왜 그래? - 조용!
(무철) 단순 심장마비사
난 네가 할 수 있는 두 가지 선택 중 가짜 동생을 죽이는 데 한 표 던진다
왕비서님, 오수 씨를 찾고 싶어요
.그 겨울, 바람이 분다 ↲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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