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날들◈ 5회 시나리오
S#1. 민철 집 2층 복도 (밤) 어두운 복도. 연수와 선재.. 마주보고 서 있다. 선재: (연수 쪽으로 걸어온다) 연수: (긴장하는데) 선재: (가방을 집어 연수에게 준다) 연수: (가방을 받으려는데) 그 때, 민철 방문이 열리고 민철.. 퉁퉁 부은 얼굴의 민지를 데리고 나온다. 민철: (선재와 연수를 보면) 선재: (가방을 연수 앞에 내려놓고 베란다로 나간다) 연수: (선재의 뒷모습을 보면) 민철: (민지에게) 선생님 가방 갖고 들어가. 민지: (불만스런 얼굴로 연수를 보면) 민철: 빨리! 민지: (연수의 가방을 갖고 민지 방으로 들어간다) 민철: (연수에게) 민지 때문에 놀랐죠? 연수: ............... 민철: 미리 알면 일이 더 복잡해질 거 같아서 애기 안 했어요. 연수: 괜찮습니다. 저도 각오한 일인데요. 뭐. 민철: 그래야죠. 이제 시작인데... 연수: 그럼, 들어가 보겠습니다. (돌아서는데) 민철: 자신 있게 대해요. 그래야 민지도 연수씨를 믿을 수 있게 돼요. 나처럼... 연수: (!) 민철: (돌아서서 민철 방으로 들어간다) 연수: (복도에 서서 걱정스런 한숨을 쉰다.) 선재: (베란다에서 그런 연수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S#2. 민지의 방 (밤) 가방... 구석에 던져져 있고, 민지.. 씩씩거리며 침대에 앉아 있다. 연수.. 침착한 얼굴로 침대 아래쪽에 준비돼 있던 이부자리를 펴기 시작한다. 민지: (옆에 있던 베개를 던진다) 연수: (잠깐 움찔하더니 아무렇지 않게) 고마워! 민지: (!) 연수: (베개를 매만져서 자기 이부자리 위에 얌전히 놓는다) 불 끌까? 민지: (기가 막히다는 표정 짓더니) 허! 이제 반말까지? 연수: 나 이제 민지 널 내 동생하고 똑같이 대하기로 했어. 동생한테 존대말 쓸 순 없잖아. 민지: (비꼬는) 얌전하게 생겨갖구 단수가 꽤 높으신가 봐! 연수: .................. 민지: 어떻게 우리 오빠 맘에 들었는진 모르겠는데, 나까지 만만하게 보지 말아요. 당신이나 당신 동생이나 내 눈엔 영 재수 없으니까! 연수: 방 혼자 쓰다가 같이 쓸려면 불편할 거야. 하지만, 누구랑 부대끼면서 같이 생활한다는 거.. 그 자체로도 많은 공부가 된다고 생각해. 나도 민지한테 뭔가 배울 수 있길 바라구.. 민지: 나한테 뭘 배울라구요? 아.. 부잣집 딸들은 어떻게 사는지 그걸 배우고 싶나? 미안하지만요. 그건 타고나는 거라 배운다고 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연수: 난 민지가 가진 게, 부잣집 딸이라는 거 한 가지뿐이라곤 생각 안 하는데... 민지: (!) 연수: 나 먼저 잘테니까 불은 끄고 싶을 때 꺼! (이부자리로 들어가 누워 눈을 감는다) 민지: (씩씩거리면서 연수를 노려본다) 연수: (돌아누워 눈을 뜬다. 걱정스런 표정이다) S#3. 민철의 집 전경 (아침) S#4. 2층 욕실 앞 (아침) 연수... 세면도구가 든 비닐 케이스를 들고 욕실문을 두드린다. '안에선 민지의 노래 소리만 들린다. 난감한 표정의 연수. 그 때, 선재가 방에서 나온다. 연수.. 세수도 안 한 얼굴로 부딪히는 게 쑥스러워서 얼른 돌아선다. 선재 역시 어색해서 머리를 긁적이며 연수 곁을 지나친다. S#5. 2층 욕실 (아침) 민지... 거품 목욕을 하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고소하다는 표정이다. S#6. 민철 집 식당 (아침) 성춘, 명자, 민철, 선재, 민지..... 아침 식사를 하고 있다. 성춘: 그 아가씬 첫날부터 늦잠인가? 명자: 잠자리가 낯서니까 잠을 설쳤겠죠 뭐. 성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내 집에서 게으른 기집앤 하나로 족해. 민지: (입을 삐죽거리고) 그 때, 연수... 출근하는 차림으로 들어온다. 연수: 늦어서 죄송합니다. 민철: 여기 앉아요. (일어나서 의자를 빼준다) 연수: 고맙습니다. (앉는다) 식구들: (민철의 행동에 놀란 얼굴인데) 명자: (연수의 옷차림을 보고) 어디 외출해요? 연수: 네! 낮시간엔 그동안 나가던 직장에 계속 다니려구요. 민지: 오.. 매장 판순이도 계속 하시겠다? 명자: 매장? 민지: 몰랐어? 아빠네 매장에서 CD 팔고 있잖아. 성춘: 김선생! 빅토리 매장에서 일하고 있소? 연수: ............. 네! 성춘: (못마땅해서 헛기침을 하며 민철을 보는데) 민철: ................... 성춘: 이제 매장 일은 그만두지. 회사랑 집 왔다갔다 하다보면 괜히 이상한 말 날 수도 있고... 매장 월급만큼 더 생각해 줄테니까.. 연수: 죄송하지만, 매장 일은 계속 하고 싶습니다. 성춘: 이유가 뭐요? 연수: ................ 민철: 어차피 낮시간엔 민지도 학원에 갑니다. 그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 하는 건 연수씨가 선택할 일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성춘: (영 못마땅한 표정인데) 연수: (불편하고) 민철: 연수씨! 출근시간 늦지 않았어요? 연수: 네. 좀........... 민철: 그럼, 그만 나가죠.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일어난다) 명자: 아침도 아직 안 먹었는데... 민철: 다녀오겠습니다. (나간다) 연수: (따라나가고) 성춘: (혀를 차며) 저 녀석 속은 알 수가 없어. 하필이면 매장에서 일하는 앨 집까지 끌어들이고 말이야. 쯧! 명자: 민철이가 생각이 있겠죠. 얼마나 신중한 앤데... 민지: 문제는 저 여자야! 명자: 그게 무슨 소리야? 민지: 뻔하잖아. 낮에는 회사에서, 밤에는 집에서, 하루종일 오빠 눈앞에서 알짱거려 보자는 속셈이겠지. 하여튼 신데렐라병 걸려서 꼬여드는 파리들 때문에 우리 오빠만 피곤하다니까! 선재: .................... S#7. 빅토리 레코드사 앞 (아침) 민철의 차... 레코드사 앞에 선다. 민철과 연수... 차에 타고 있다. 연수: 고맙습니다. 내일부턴 버스 타고 출근할 수 있게 서두를께요. 민철: 직장 동료끼리 카풀하는 것도 신경 쓰여요? 연수: ................. 연수.. 민철의 차에서 내리려고 문을 여는데, 저쪽에서 세나가 걸어오는 것이 보인다. 연수: (다시 차문을 닫는다) 민철: (?해서 보면) 연수: 잠깐만 있다 내릴께요. 민철: (앞을 보면 세나가 활기찬 모습으로 빅토리 레코드사로 들어간다) 연수: (그 모습을 애잔한 눈빛으로 바라보는데) 민철: 매장에 있어야 동생을 자주 볼 수 있겠죠. 연수: (민철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 같아 놀라서 보면) 민철: (씩 웃는다) S#8. 빅토리 내 대형 창문 (낮) 신인들.. 창문 앞에 서 있다. 정훈.. 세나 옆에 붙어 있다. (시간의 경과를 보여주기 위해 다른 옷차림) 정훈: 창문 닦을 때처럼 하- 해 보세요. 신인들: (창에 대고 입을 벌리고 하- 하면) 정훈: 지금 목이 열리는 걸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그 느낌을 잊지 마세요. 바로 그 느낌으로 노래를 하는 겁니다. (세나 옆에서 하-하고 입김을 분다) 세나: (정훈에게 눈을 맞추며 정훈이 입김을 분 곳에 대고 바로 하-하고 입김을 분다) 정훈: (좋아서 헤벌쭉 어쩔 줄 모른다) S#9. 거리 (아침) 세나.. 열심히 달리고 있다. 정훈: (E) 달리기는 폐활량을 늘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하루에 3킬로미터 이상 뛰세요. 그리고, 뛰고 난 후에는 찬물로 샤워를 하는 겁니다. 그래야 호흡도 좋아지고, 체력도 강해집니다. S#10. 빅토리 레코드사 (아침) 세나.. 빅토리 레코드사 건물로 뛰어오더니 입구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서성인다. 성춘의 차가 도착하자 우연인 것처럼 성춘의 차 쪽으로 달려간다. 봉달.. 문을 열어주면, 성춘.. 차에서 내리는데 그 앞으로 세나 헉헉거리며 달려간다. 성춘: (세나를 알아보고) 어! 너구나! 세나: (그때서야 성춘을 봤다는 듯이) 안녕하세요! 봉달: (세나를 알아보고) 어! 넌 그 때 그 왕싸가지 아니야! 세나: 안녕하세요! 그 땐 실례가 많았습니다. 봉달: 실례구 나발이구 너 여기서 뭐하는 거야? 성춘: 조깅하는 거냐? 세나: 네! 작곡가 선생님이 하루에 3 킬로미터씩 뛰라고 하셔서요. 성춘: 아직 날씨가 추운데 고생이 많구나. 세나: 고생은요. 가수만 될 수 있다면 세상 끝까지라도 뛸 수 있습니다. 성춘: 그래야지. 그런 독한 맘이 있어야 성공한다. 참! 이름이 뭐라 그랬지? 세나: 김세나입니다. 성춘: (봉달에게) 아! 자네도 알겠구만! 옛날에 은혜원이라고 해마다 가던 고아원 있었잖나. 거기 있던 꼬마 중에 뜨거운 물에 디어서 우리가 병원까지 싣고 갔던 애 생각나나? 봉달: 생각나죠. 어린 게 허물이 홀랑 벗겨져서 끔찍했잖습니까! 성춘: 얘가 바로 그 때 그애야! 봉달: 네? 이 왕싸가지가 그 꼬맹이라구요? (놀랍다는 듯 세나를 훑어보는데) 성춘: (세나 어깨를 두드려주며) 열심히 해! 전쟁터에 나왔으면 승전 나팔을 불어야지! (봉달에게) 그만 들어가자. (빅토리로 들어가면) 세나: 들어가세요! (90도로 허리를 굽히고 있다) 봉달: (세나를 돌아보며 따라가면서) 차! 세월이 진짜 무섭구만! 세나.. 다시 뛰기 시작한다. 가판대 앞을 지나치다가 '빅토리와 뮤즈의 대결 - ZERO를 잡아라!' 라는 제목을 보고 멈춰 선다. 신문을 펴서 읽기 시작하는 세나. <내용: 정체 불명의 가수 ZERO가 인터넷 상에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MP3로만 자신의 음악을 발표하는 이 가수는 ZERO라는 ID 외에는 전혀 알려진 바 없어 팬들 사이에선 신화적인 존재로 군림하고 있다.> 세나: (설레는 표정으로) 이제 세상이 당신을 부르네요. S#11. 빅토리 사장실 (낮) 성춘, 봉달, 민철.. 앉아 있고, 기찬, 규석.. 뒤에 서 있다. 규석.. 신문을 읽는다. 규석: 최근엔 우리 나라 음반업계의 양대 라이벌인 빅토리 레코드와 뮤즈 레코드에서 ZERO를 찾아내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어느 곳에서 먼저 ZERO의 음반을 발매하는데 성공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신문을 접고) 이상입니다. 성춘: 음... 일이 이렇게까지 됐으니 별 수 없구만! 뮤즈에서 잡기 전에 빨리 찾아내! 봉달: (놀라는) 사장님! 지난 번엔 아마추어 냄새 난다고 재끼라고 하셨잖습니까! 성춘: 그건 이런 기사가 나기 전이고! 우리가 그놈들한테 노리던 물건 뺏겼단 소릴 들을 순 없잖아! (민철에게) 금방 찾을 수 있겠지? 민철: 네! S#12. 빅토리 사무실 (낮) 민철과 기찬, 규석.... 걸어가고 있다. 기찬: 다행입니다. 실장님이 지시하신 대로 ZERO를 찾는 대대적인 광고를 준비하긴 했지만, 사장님이 반대하신 일이라 사실은 좀 걱정을 했거든요. 규석: 저두요. 사장님 허락도 없이 광고 때린 걸 아시면 그 불같은 성격에 가만 계셨겠어요? 그 기사 아니었음 저흰 벼락 맞았어요. 민철: (씩 웃는다) S#13. 빅토리 기획실 (낮) ZERO의 음악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민철... 전화를 건다. 민철: 김기자님! 기사 고맙습니다. 제가 이번 주말에 찾아 뵙죠. 민철.. 전화를 끊고 인터넷에 접속해서 'ZERO에게 현상금이 걸렸다!'라는 배너 광고를 클릭한다. 화면 빅토리 홈페이지로 넘어가면 '얼굴 없는 가수 ZERO를 찾습니다.'라는 타이틀 아래 <빅토리 레코드에서 ZERO를 찾습니다. 얼굴 없는 가수 ZERO에 대해 알고 계신 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S#14. 빅토리 사무실 (낮) 봉달과 기찬, 규석.. 둘러앉아서 짜장면을 먹고 있다. 봉달: 제보만 해도 백만 원! ZERO가 직접 연락하면 천만 원? 차! 그놈이 뭐라고 현상금까지 걸고 난리야? 돈이 썩어난다! 썩어나! 규석: 이건 단순히 ZERO를 찾을라고 들이는 돈이 아니라요. ZERO 앨범이 나올 때를 대비한 홍보전략의 시작이라구요. 장부장님은 잘 아시지도 못하면서... 봉달: (규석의 머리를 치며) 그러는 넌 뭐 아냐? 그 때, 전화벨이 울린다. 기찬.. 전화를 받는다. 기찬: 빅토리 레코드 하기찬입니다............. (놀란) ZERO에 대해 아신다구요? 네! 말씀하세요! (메모를 하기 시작한다) 여기저기서 전화벨이 울리고, 직원들.. ZERO에 대한 제보 전화를 받느라 바쁘다. S#15. 빅토리 춤 연습실 (낮) 하기찬.... 세나와 신인들 앞에서 얘기하고 있다. 기찬: 요즘 춤 못 추는 사람 없다고 하지만, 나이트에서 추는 춤하고 무대에서 추는 춤은 수준이 달라요. 나이트에선 사람들 속에 묻혀서 대충 흔들면 되지만, 일단 무대 위에 올라가면 여러분들 동작 하나 하나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됩니다. 그건 조금도 어설프거나 어색해 보여선 안 된단 얘기죠. 세나: (긴장하는) 백댄서: 오늘부터 당분간은 계속 리듬 타는 법을 연습할 겁니다. 리듬을 탈 줄 알아야 다른 모든 춤을 출 수가 있으니까요. 백댄서.. 힙합 음악을 틀고 리듬 타기 시범을 보인다. 세나와 신인들.. 따라 하기 시작한다. 시간 경과. 몇 시간 동안 계속 똑같은 동작만 반복하고 있는 상태다. 모두들 지쳐 보인다. 백댄서: 잠깐만 쉬었다가 다시 하죠. (나간다) 백댄서가 나가자마자 신인들.. 그 자리에 널브러진다. 하지만, 세나는 멈추지 않고 거울 앞에서 같은 동작을 계속 반복한다. 금숙: (아니꼽다는 듯이 빈정거리는) 꼭 공부 못하는 것들이 쉬는 시간에 열낸단 말이야. 신인들: (킥킥거리면) 세나: (못 들은 척하고 계속하는데) 금숙: 근데, 술집에서 일한 애가 어쩜 저렇게 춤이 엉망일까? 하긴 그런 데서야 아저씨들 하고만 부둥켜안고 출테니 블루스가 전공이겠지! 신인들: (술집? 하면서 수군거리는데) 세나: (금숙에게 뚜벅뚜벅 걸어가더니 금숙을 위에서 내려다본다.) 금숙: (순간 움찔하는데) 세나: (침을 퉤 뱉는다) 금숙: 이게! (세나에게 달려들고) 세나: (금숙과 엎치락뒤치락 거리며 무섭게 싸운다) 신인들: (둘을 뜯어말리고) S#16. 거리 (밤) 세나... 달리고 있다. 눈물이 글썽하다가 입을 앙다물고 더 빠르게 달린다. S#17. 여관 방 (밤) 세나.. 찬물로 샤워를 하고 나와서 벌벌 떨며 옆에 굴러다니던 비닐 봉지를 뒤지는데, 다 먹은 컵라면 쓰레기뿐이다. 비닐 봉지를 던지고 이불 속으로 파고들다가 벌떡 일어나더니 창문에 하- 하고 입김을 불기 시작한다. 열심히 입김을 불다가 문득 입김이 서린 창문에 '이선재' 라고 쓴다. S#18. 음반 매장 앞 (낮) 연수와 나래... 퇴근하는 차림으로 매장에서 나온다. 연수: 왜 너까지 파트 타임으로 바꿨어? 나야 딴 일이 생겼으니까 할 수 없지만... 나래: 나도 이제 저녁 시간은 내 미래를 위해서 투자할라구! 연수: 뭘 할 건데? 나래: 운전 면허 딸 거야. 규석이한테 물어 보니까 매니저의 첫째 조건이 바로 운전 실력이란다! 스케쥴에 쫒기는 애들, 방송 펑크 안 나게 할라면, 비상등 팍팍 켜고 미친 개처럼 달리는 수밖에 없대! 연수: 조심해. 넌 성격이 급해서 운전대 잡는 거 걱정된다. 나래: 참! 오늘이 D-DAY다. 연수: (?) 나래: 운전 학원 등록 하구, 바로 니 동생한테 쳐들어가서 우리 집으로 끌고 갈 거야. 연수: (반가운) 나래야! 나래: 작전대로 성공하면 핸드폰 때릴께. 연수: 작전이 뭔데? 나래: (장갑 낀 손으로 주먹을 우두둑 쥐어 보이며) 나한테 딴 작전이 있겠냐? 연수: 세나 자존심 안 상하게.. 알지? 나래: 걱정 말구 가 봐! 오늘 가서 집봐야 된다며? 연수: 응. 꼭 연락해! 나래: 간다! (가고) 연수: (걱정스럽게 보는) S#19. 의대 동아리 방 (낮) 선재와 의대 친구들... 얘기를 하고 있다. 친구: 이번 진료 봉사는 어디로 갈까? 여름엔 바닷가로 갔으니까 이번엔 산쪽으로 가자! 산! 선재: (웃고) 그 때, 선재의 핸드폰이 울린다. 선재: 여보세요! 세나: (E) 나예요. 선재: 잠깐만요. (핸드폰을 들고 밖으로 나간다) S#20. 동아리방 앞 복도 (낮) 선재.. < 진료 봉사 동아리 '나눔' >이라는 팻말이 걸린 동아리방 문을 열고 나온다. 선재: 어떻게 지내요? 빅토리.... 재밌어요? S#21. 여관방 (낮) 세나.. 이불을 뒤집어쓰고 식은땀을 흘리며 끙끙 앓고 있다. 세나: (애써 쾌활한 척) 그럼요. 벌써 다들 나한테 대한 기대가 대단해요. 선재: (E) 잘 됐네요. 힘들진 않구요? 세나: 힘들게 뭐 있어요. 하루하루가 신나기만 한데... S#22. 동아리방 앞 복도 (낮) 선재: 근데, 목소리가 기운이 좀 없는 거 같애요. 세나: (E) 아.. 노래 연습을 너무 열심히 해서 목이 좀 쉬었어요. 선재: 무리하지 말아요. 초반에 너무 오버 페이스 하면 금방 지치니까... 세나: (E) 오빠.. 나 안 보고 싶었어요? 선재: .................... S#23. 여관방 (낮) 세나: 난 오빠 목소리 듣고 싶어서 전화했는데.... 선재: (E)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죠? 세나: 아녜요............ 그만 끊을께요. 다음에 봐요. (힘들게 전화를 끊고 다시 끙끙 앓기 시작한다.) S#24. 동아리방 앞 복도 (낮) 선재.. 전화를 끊고, 뭔가 마음에 걸리는 표정이다. S#25. 여관 앞 (낮) 나래... 두리번거리다가 세나가 묵고 있는 여관을 보고 들어간다. S#26. 여관방 (낮) 세나... 끙끙거리고 앓고 있는데,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세나.. 일어나지 못하는데, 나래.. 밖에서 더 쾅쾅 문을 두드리며 소리친다. 나래: (E) 너 안에 있는 거 알어! 빨리 문 열어! 세나... 겨우 몸을 일으켜 기다시피 문쪽으로 가서 문을 열어 준다. 나래.. 문을 열고 들어오는데, 세나.. 그 자리에 쓰러진다. 나래: (놀라서 세나를 부축하며) 야! 너 왜 이래? S#27. 여관 앞 (낮) 나래.. 세나를 업고 나오는데, 오토바이를 탄 선재.. 여관 앞에 도착한다. 선재: (세나를 보고 놀라서) 세나씨! 나래: (?해서 보는) S#28. 병원 입원실 (낮) 세나.. 링겔을 맞으며 자고 있고, 나래.. 옆에 앉아서 보고 있는데, 연수.. 뛰어들어온다. 연수: (세나를 보며) 어떻게 된 거야? 응? 나래: 놀랬지? 별 일 아니니까 걱정 마. 심한 감기 몸살에 영양실조가 겹쳤대. 연수: (눈물 글썽하다) 나래: 내가 더 빨리 집으로 데려갔어야 되는데, 미안하다. 연수: (땀에 젖은 세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주며 눈물을 흘린다) 그 때, 입원실로 들어온 선재.. 세나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눈물을 흘리고 있는 연수를 본다. 놀라서 그 자리에서 멈춰 서는 선재. 세나: (힘들게 눈을 뜬다) 연수: 세나야! 괜찮어? 정신이 들어? 세나: (연수를 보고 고개를 돌리다가 입구에 서 있는 선재를 본다) 오빠! 연수: (선재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선재를 보고 깜짝 놀라는) 나래: (세나에게 속삭이는) 저 사람 누구냐? 세나: 언니들은 이제 가 봐! 내 애인 왔으니까! 연수: (!) 선재: (역시 당황하고) S#29. 병원 (낮) 연수와 나래... 입원실에서 나온다. 나래: 저 남자, 혹시 그 남자 아니니? 세나랑 여관에 같이 들어가던 남자! 연수: ................. 나래: 아까 이 병원 의사랑 얘기하는 거 보니까 의대생인 거 같드라. 세난 저런 앨 또 어디서 사귄 거야? 단란주점에서 만났나? (하다가 아차! 하는 얼굴이고) 연수: ................. 연수.. 병원 밖에 세워져 있는 오토바이를 보면서 여관 앞에 세워져 있던 오토바이를 떠올린다. 표정 굳어진다. S#30. 병원 입원실 (낮) 세나.. 누워 있고, 선재.. 옆에 앉아 있다. 선재: 전화했을 때, 왜 아프다고 말 안 했어요? 세나: 아프다고 하면 맨날 아쉬울 때만 전화한다 그럴 거 아녜요. 선재: 아쉬워서 전화한 거 아녜요? 세나: 그냥.. 생각이 났어요. 아프니까 그냥 오빠 생각이 나서.... 선재: 담부턴 어디 아프면 얘기해요. 나도 반은 의사니까.... 세나: (끄덕끄덕) 선재: 근데... 아까 여기 있던 여자분... 누구예요? 세나씰 굉장히 걱정하는 거 같던데... 세나: .............. 배신자요! 선재: (?) 세나: 내가 얘기했던 바로 그 배신자! 선재: (!) 세나: 이젠 그만 보고 살고 싶은데, 저렇게 자꾸 나타나서 내 속을 뒤집어놔요. 선재: ..................... 세나: 나 언제 나갈 수 있대요? 선재: 영양제 다 맞으면 나갈 수 있어요. 하지만, 나가서도 영양 섭취 잘 하고, 푹 쉬어야 돼요. 세나: 내일은 꼭 회사에 나가야 되는데.. (하면서 눈을 스르르 감는다) 또 졸려요. 선재: (이불을 여며 주며) 더 자요! 세나: (선재 손을 잡으며) 어디 가지 말아요. 선재: (세나가 잡은 손을 바라본다) 세나: (잠에 빠져든다) S#31. 병원 (낮) 선재.. 입원실에서 나와 문을 살짝 닫고 돌아서면, 연수가 기다리고 있다. 연수: 잠깐 얘기 좀 하죠. 선재: (!) S#32. 까페 (낮) 선재와 연수... 마주 앉아 있다. 연수: 내 동생을 안 지 오래 됐나요? 선재: 아뇨. 연수: 그런데 어떻게 벌써 애인이 됐죠? 선재: 애인...... 아닙니다. 연수: 애인이 아니라구요? (선재를 노려본다) 선재: (연수의 눈빛에 당황하는) 연수: 내 동생은 그쪽을 애인이라고 생각하는데, 그쪽은 내 동생을 애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얘기군요. 선재: .................. 연수: 그렇게 서로의 생각이 다르다면 계속 만날 이유가 없겠네요. 선재: (!) 연수: 앞으로 우리 세나 만나지 말아 주세요. 선재: .................... 연수: 우리 세나.. 사람이 그립고 정이 고픈 애예요. 진심이 아닌 친절에도 쉽게 마음 주고 좋아할 수 있다구요. 그러니까, 진심이 아니라면 이쯤해서 그만둬 주세요. 난 세나가 상처받는 거.. 절대 못 봐요. 선재: 내가 왜 세나씨한테 상처를 준다고 생각하죠? 연수: 애인도 아니라면서 데리고 노는 게 상처를 주는 게 아니면 뭐예요? 선재: (얼굴 굳어지며) 데리고 놀다뇨? 연수: 세날 어디서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지만요. 세나한테 함부로 하지 말아요.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세나 가슴 아프게 하면, 내가 가만 안 있을 거예요. 선재: (화가 나서) 내가 왜 이런 얘길 들어야 되는지 모르겠는데, 한 마디만 하겠습니다. 세나씨 가슴을 아프게 한 사람은 김연수씨 아닌가요? 연수: (충격 받은 !) 선재: (일어나서 나간다) 연수: (그 자리에 앉은 채) ................. S#33. 병원 입원실 (밤) 연수.. 잠든 세나 머리맡에 앉아서 안스러운 눈빛으로 세나를 바라보고 있다. 연수: 세나가 그 사람을 정말 좋아하나봐. 나래: 뭐? 연수: 단란주점 아저씬 세나하고 몇 년을 같이 지냈는데도 나하고의 일... 아무 것도 몰랐는데...... 나래: 참 웃기는 일이다! 어째 실장님 동생들하고 이렇게 계속 일이 꼬이냐? 연수: ................ 나래: 암만해두, 너 그 집에서 오래 못 버틸 거 같어. 집안에 적군이 또 하나 늘었는데 버텨내겠냐? 연수: (일어난다) 나래: 갈려구? 연수: 응! 세나 깨나서 나 보면, 너 안 따라갈라 그럴 거야. 나래: 그래. 이제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빨리 가. 너무 늦었어! 연수: (지갑에서 있는대로 돈을 꺼내 나래의 주머니에 넣어준다) 나래: 뭐야? 연수: 세나.. 의료 보험도 없는데, 치료비 이걸로 될지 모르겠다. 나래: 됐어! 그정도 돈은 나두 있어! 연수: 우리 세나 영양 보충도 시켜 줘야 되잖아! 나래: 알았다. 내 돈으론 소꼬리라도 사서 푹 삶아 먹이라 이거지? 연수: 미안해.. 부탁할께. (세나 손을 살짝 쥐었다가 놓고 나간다) S#34. 버스 안 (밤) 연수.. 창 밖을 보고 있는데, 세나 생각에 눈물이 맺힌다. S#35. 나래의 집 앞 (밤) 나래.. 택시에서 세나를 끌고 내린다. 세나: 여기가 어디예요? 나래: 잔말 말구 따라와! (세나를 끌고 집으로 간다) S#36. 나래의 방 (밤) 나래... 세나를 끌고 들어온다. 이불을 깔더니 세나를 억지로 눕히려고 한다. 나래: 빨리 누워! 감기 몸살엔 솜이불 뒤집어쓰고 땀 쫙쫙 흘리는 게 최고야. 세나: (벌떡 일어나며) 진짜 왜 이래요? 나 갈 거예요. 나래: 가긴 어딜 가? 벽으로 찬바람 숭숭 들어오는 그 골방으로 가? 세나: 거기가 여기보단 맘 편해요. 나래: 너! 가수로 성공하긴 영 글렀다! 싹이 노랗다못해 똥색이야! 세나: 뭐예요? 나래: 그렇잖아! 이게 지금 가수로 성공하겠다는 인간의 태도냐? 가수로 성공할라면 체력이 얼마나 중요한데, 지금 니꼴을 봐! 너 지금처럼 먹고 자다간 몇 달도 못 가서 나가 떨어져. 회사도 그렇지. 아파서 맨날 픽픽 쓰러지는 애, 뭘 믿고 키워 주겠냐? 세나: ................. 나래: 내가 너라면 말이야. 딴 거 아무 것도 생각 안 한다. 등 따시게 자고, 배부르게 먹을 수만 있다면, 그 기운으로 노래해서 성공만 할 수 있다면, 웬수가 아니라 웬수 할아버지 가랭이라도 붙잡고 늘어질 거다 이말이야! 세나: ....................... 나래: 나도 니가 이뻐서 이러는 거 아냐. 친구도 아니고 친구 동생까지 공짜로 먹여주고 재워 줄만큼 인간성 좋은 사람도 아니고! 세나: 근데, 왜 이래요? 나래: 너한테 도박 한 번 걸어 볼라 그런다! 세나: (?) 나래: 너 가수로 데뷔할 때까지 내가 먹여주고 재워줄테니까, 대신에 내가 빅토리에서 매니저로 일할 수 있게 니가 다리 좀 놔! 세나: 매니저요? 나래: 그래! 꿈은 너만 있는 줄 알았지? 니 꿈이 가수왕이면, 내 꿈은 매니저왕이다 이거야! 그니까, 기브 앤 테이크! 난 너한테 숙식을 기브하고, 연줄을 테이크하겠다 이말이다. 알아들었냐? 세나: .................... 나래: 알아들었으면 빨랑 이불 속으로 뛰어 들어! 얼른 기운 차리고 죽어라고 연습을 해야 회사에서 인정을 받아서 니 말빨이 먹힐 거 아니냐! 세나: ............... 나래: 뭐 해? 빨랑 뛰어 들라니까! (세나를 이불 속으로 밀어 넣는다) 세나: (못 이기는 척 들어가며) 돈 생기면 바로 나갈 거예요. 나래: 그냥은 못 나가! 내 자리 만들어 놓고 나가야지! (돌아서서 몰래 피식 웃는다) S#37. 민철 집 1층 거실 (밤) 집안에 음악 소리 요란하다. 민지와 금숙, 남자애들..... 소리를 지르며 춤을 추고 있다. 테이블 위엔 양주병이 뒹굴고 있고, 남자애.. 민지에게 술을 따라 주면, 민지.. 몸을 흔들면서 양주를 들이킨다. 슬픈 표정이다. 금숙: 민지야! 뭐 열받는 일 있어? 민지: .................... 금숙: 애들까지 왔는데, 신나게 놀자! 민지: (신경질 내는) 어떻게 더 신나게 놀아? 내일이 울 엄마 제삿날인데, 만세라도 부를까? 금숙: (찔끔) 그 때, 연수.. 문을 열고 들어온다. 연수... 난장판이 된 집안을 보고 어이가 없다. 금숙: (민지를 쿡 찌르며) 왔다! 민지: (연수를 보며) 일찍 오셨네! 연수: 지금 뭐하는 거니? 민지: 보면 몰라요? 놀잖아요! 연수: 어른들 들어오실 시간 다 됐어. 민지: 어른들이 볼까봐 무서워요? 하긴 날 감시해야 될 사람이 집이 이지경이 될 때까지 놀다 들어오셨으니 무섭기도 하겠지! 잘못하면 쫒겨날 판이잖아. 연수: 친구들 그만 가라 그래. 민지: 싫어요! 아직 파티 안 끝났어요! 연수: 니들... 그만 가! (문을 열어 놓는다) 금숙: 당신이 뭔데 우리한테 가라 마라야? 하여튼 주제 모르고 설치는 건 언니나 동생이나 똑같다니까! 연수: (!) 민지: (생맥주 잔을 내밀며) 술 줘! 남자애: 와.. 이민지 쎈데? (생맥주 잔에 양주를 콸콸 따른다) 민지: (마시려고 하는데) 연수: (뛰어와서 술잔을 뺏는다) 민지: (노려보다가) 나를 동생처럼 생각한다 그랬죠? 연수: .............. 민지: 그럼, 그 술 대신 마셔요. 연수: (!) 민지: 그거 다 마시면 애들 보낼께요. 연수: ............... 민지: 그 술만 마시면 애들 보내고 얌전하게 공부 하겠다구요. 동생을 위해서 그정도도 못해요? 금숙: 맞아! 술집 나가는 동생까지 두셨는데 이 정도 못 마시겠어? 연수: (술잔을 잡은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민지: 안 마실 거예요? 그럼 우리 노는데 걸리적거리지 말구 꺼져요. 연수: (술잔을 탁 내려놓으며) 그래! 나 안 마실 거야! 내 동생이 너하고 똑같은 소릴 했다 그래도 안 마셔! 아니, 세나라면 그런 바보 같은 소리 할 리도 없지! 민지: 뭐예요? 연수: 난 방금까지 내 동생이 세상에서 제일 불쌍 하다고 생각했어. 걘 너처럼 옆에서 걱정해 주는 부모님도 없구, 맘만 먹으면 뭐든지 다 해 줄 수 있는 능력 있는 오빠도 없어. 아파도 혼자 아파야 되구, 울어도 혼자 울어야 돼! 민지: 그래서요? 연수: 하지만, 지금 보니까 진짜 불쌍한 건 너야! 민지: (!) 연수: 내 동생은 꿈이 있어. 그래서, 오늘이 아무리 힘들어도 내일을 위해 참아낼 줄 알아. 근데, 넌 아무 것도 없잖아. 꿈도 없구, 내일도 없구, 투정 부리는 거 말곤 혼자 할 줄 아는 것도 없구! 민지: (O.L. 소리지르는) 그만해! (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애들한테 소리지른다) 나가! 다 나가! 남자애들: (눈치를 보더니 나간다) 금숙: 민지야... 민지: (금숙을 확 밀치고 2층으로 뛰어 올라간다) 금숙: (연수를 노려보더니 나간다) 연수: (거실을 청소하기 시작하는데) 그 때, 선재.. 들어온다. 금숙: (표정 싹 바뀌면 반색하는) 오빠! 연수: (보면) 선재: (어지러운 거실을 보고 놀라는) 어떻게 된 거니? 금숙: 네... 민지가 놀자고 불러서요. 전 술 같은 거 먹지 말자 그랬는데, 민지가 자꾸... 선재: (한숨을 쉬면) 금숙: 제가 청소 좀 해놓고 갈까요? 선재: 아냐. 늦었는데, 빨리 가 봐! 금숙: 안녕히 계세요. (아쉬운 듯 선재를 돌아보며 나간다) 선재: (웃옷을 벗고 청소를 하기 시작한다) 연수: (굳은 얼굴로) 올라가세요. 청소는 제가 해요. 선재: (연수를 쳐다보지 않고 주방으로 가면서) 그쪽 도울라고 청소하는 거 아녜요. 엄마 오시기 전에 빨리 치우려는 것뿐입니다. 연수: (!) 선재: (주방에서 쓰레기통을 들고와 쓰레기들을 버리기 시작한다) 연수: 세나.. 이제 여관에 없어요. 그러니까, 찾아가도 소용없을 거예요. 선재: (그말을 듣자 정색을 하고 연수를 쳐다보며) 솔직히 이해가 좀 안 되네요. 연수: (?) 선재: 그렇게 동생이 걱정된다면 왜 지금 우리 집에 있는 거죠? 세나씬 여관방에서 혼자 앓다가 쓰러지는 지경인데, 남의 동생 가르치고 있을 여유가 있습니까? 연수: (!) 선재: (돌아서서 계속 청소를 한다) 연수: (테이블 위에 있는 술병들을 챙겨서 품에 안고 주방으로 간다) S#38. 민철 집 주방 (밤) 연수.. 눈물이 글썽한 채 싱크대에 술병에 남은 술들을 버리고 있다. 그 때 갑자기 선재가 옆에서 물을 튼다. 연수: (놀라서 보면) 선재: (말없이 술잔들을 씻기 시작한다) 연수: (얼른 그 자리에서 물러난다) 선재: (계속 설거지를 하고) 연수: (주방에서 나오려다가 다시 싱크대로 돌아가서 선재가 씻어놓은 잔들을 마른 행주로 닦기 시작한다) 선재: (연수를 보면) 연수: ................ 선재: (씻은 잔을 연수 앞에 올려놓는데) 연수: (잔을 집어 닦으려다가 선재의 손과 부딪히고 멈칫한다) 선재: (순간 긴장한다) 그 때, 밖에서 현관 쪽에서 명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성춘: (E) 왜 문이 열려 있어? 그 기집애 또 나간 거 아냐? 선재, 연수: (놀라는) S#39. 민철 집 1층 거실 (밤) 상가집에 다녀온 차림의 성춘, 명자, 민철.. 들어오는데, 선재와 연수.. 당황한 얼굴로 손을 닦으면서 주방에서 나온다. 민철: (나란히 나오는 두 사람을 보고 !) 선재: 다녀오셨어요! 연수: (목례하고) 선재: 늦으셨네요. 명자: 응! 문상객이 많아서... 근데, 집이 왜 이래? 누구 왔다 갔어? 연수: (곤란한) 예........ 그게... 선재: (O.L) 네! 제가 친구들 불러서 좀 놀았어요. 연수: (놀라서 선재를 보는) 명자: 니가? 웬일루? 성춘: 웬일은.. 사내 자식이 친구들 불러서 놀 수도 있는 거지! 민철: 근데... 연수씨가 왜 주방에서 나와요? 선재: 어... 아줌마도 안 계시고 그래서 설거지 좀 도와주셨어. 민철: (표정 굳어지더니) 앞으론 이런 일 없게 해. 연수씨 민지 선생님이야! 선재: (정중하게 연수에게 말한다) 죄송합니다. 연수: ................... 명자: 그래요. 담부턴 이런 일 하지 말아요. 민철: 올라가죠. 연수: 네.... (올라가면서 선재에게 시선 준다) 선재: (역시 민철을 따라 올라가는 연수에게 시선 준다) S#40. 민지의 방 (밤) 민철과 연수.. 들어온다. 민지... 침대에 앉아서 울고 있다. 민철: 민지야! 민지: (민철에게 달려와 안기며) 오빠! 민철: 왜 그래? 민지: 나.. 오빠 때문에 참아볼라 그랬는데 도저히 못 참겠어! 민철: 무슨 소리야? 민지: 저 여자가 나한테 뭐랬는지 알아?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애가 나래! 내가 세상에서 제일 불쌍하대! 민철: (연수를 본다) 연수: ................. 민철: 불쌍하게 보일만한 짓을 했나부지! 민지: 오빠! 민철: 양치질하고 자! 술냄새가 진동한다! 민지: ................. 민철: (방을 나가며) 불쌍하다고 너무 봐주지 말아요! 민지: (연수를 노려보고 민철을 따라나가서 문을 쾅 닫는다) 연수: (한숨 쉬고) S#41. 2층 복도 (밤) 선재.... 커피잔을 들고 계단을 올라오다가 방에서 나오는 연수와 마주친다. 선재: (연수를 지나치려고 하는데) 연수: 아깐... 선재: (보면) 연수: (망설이다) 고마웠어요. 어른들께 그렇게 얘기해줘서.... 그 때, 선재의 핸드폰이 울린다. 선재: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받는다) 여보세요. 세나: (E) 오빠! 선재: (연수를 보며 어색한 얼굴로) 어디예요? 몸은 괜찮아요? 연수: (!) 세나: (E) 왜 그냥 갔어요? 가지 말라 그랬잖아요. 선재: (방쪽으로 들어가며) 미안해요. 그렇게 됐어요. (방으로 들어간다) 연수: (다시 화가 난다.) S#42. 선재의 방 (밤) 선재.. 침대에 앉는다. 세나: (E) 미안하면, 나 맛있는 거 사줘요. 영양섭취 잘 해야 된다 그랬죠? 언제 사 줄 거예요? 선재: (착잡한 표정으로) ................... S#43. 민철의 방 (밤) 민철.. 침대 위에서 잠든 민지를 안스러운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있다. S#44. 민지의 방 (밤) 연수... 가방에서 세나와 함께 찍은 사진이 든 액자를 꺼낸다. (나래 방 책상 위에 올려져 있던 것) 사진을 들여다보며 한숨을 쉬는 연수. S#45. 민철 집 1층 거실 (새벽) 선재.. 웃옷을 입고 있고, 명자.. 주방에서 우유, 빵 등을 들고 나온다. 명자: 꼭 이렇게 빨리 나가야 돼? 아직 해도 안 떴는데... 선재: (빵, 우유 받아서 배낭에 넣으며) 컨퍼런스 때문에 일찍 모이기로 했어요. 연수: (계단을 내려오다가 선재를 보고 멈춰 선다) 선재: (연수를 못 본 채 배낭을 매고 현관 쪽으로 가는데) 명자: 참! 선재야! 오늘 일찍 들어와야 된다. 선재: 왜요? 명자: .......... 제사야. 선재: (표정 어두워진다) 연수: (선재의 표정을 보며 ?) S#46. 묘지 (낮) 민철모와 외조모가 나란히 묻혀 있는 묘지 앞이다. 젯상 차려져 있고, 민철...... 무덤 위를 꽃으로 덮고 있다. 민철: 엄마! 잘 지내셨죠? 혼자 와서 죄송해요. 민지.. 여기 데리고 오면 또 한참 마음 못잡을 거 같아서 저 혼자 왔어요. 이해하시죠? (술을 따라서 놓고 무덤 앞에 무릎을 꿇고 앉는다) 엄마도 이제 쉰 다섯 되셨네요. 우리 엄마, 올해는 뭘 해드릴까? 우선 건강 검진부터 시켜 드릴께요. 여자 나이 쉰다섯이면 아주 조심해야 되는 나이래요. 그리고, 제주도 바닷가에 별장을 사 드릴까 해요. 엄마.. 옛날에 제주도 갔을 때, 나이들면 거기서 살고 싶다고 했던 거 생각나시죠? (눈물 글썽해진다) 엄마.. 좀 오래 사시지 그랬어요? 아무리 속상하고 억울해도 민지 생각해서 좀 오래 사시죠. 이렇게 해 드리고 싶은 게 많은데... 이제 다 해드릴 수 있는데... (술 한 잔은 무덤에 뿌리고 한 잔 더 부어서 자기가 마신다) 무덤 앞에 앉아 있는 민철의 모습 멀어지고... S#47. 빅토리 사무실 (낮) 민철.. 들어오는데, 성춘과 봉달.. 사장실에서 나온다. 성춘: 지금 나오냐? 민철: 네! 봉달: 황태자가 좋긴 좋구만. 이시간에 출근해도 뭐라 그러는 사람 하나 없고! 민철: ................ 봉달: 참! 저녁에 파리(파티) 있는 거 알지? 민철: (?) 봉달: 이거 봐. 이거 봐! 내가 안 챙기면 빵꾸 뻥뻥 난다니까! 오늘이 제작자협회 창립 기념일인 거 몰라? 민철: (얼굴 굳어진 채 성춘을 보며) 오늘.. 파티를 한다는 말씀입니까? 성춘: 늦지 않도록 해. 대일 투신 김회장이 딸을 데리고 올 거다! (간다) 봉달: (성춘을 따라가며) 잘해 봐! 그 집 딸만 잡으면 든든한 돈줄이 널 칭칭 감아줄 거 아니냐! 민철: ................. S#48. 음반 매장 탈의실 (낮) 연수와 나래... 사복으로 갈아입으며 얘기를 한다. 연수: 세난 괜찮아? 나래: 응! 더 쉬라 그랬는데, 바득바득 같이 나오드라구. 누구 동생 아니랄까봐 걔도 엄청 악바리야! 연수: 너 대단해. 우리 세나.. 황소 고집인데, 어떻게 그렇게 쉽게 집으로 데리고 들어갔어? 나래: 내가 누구냐? 장차 우리나라 최고의 매니저가 되실 몸인데, 고만한 올챙이 하나를 요리 못 한대서야 말이 안 되지! 그 때, 민철이 준 핸드폰이 울린다. 연수: (망설이는데) 나래: (두리번거리다) 너한테서 나는 소리 아냐? 연수: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받는다. 조심스럽게) 여보세요! 민철: (E) 근무 끝났죠? 연수: ......... 네! 민철: (E) 10분 내로 버스 정류장 앞으로 와요. (할 말만 하고 전화 끊어버린다) 연수: 실장님! (난감한 얼굴이다) 나래: (놀란 얼굴로) 실장님? 지금 황태자가 너한테 전화한 거야? 그 핸드폰은 또 뭐야? 연수: ................ S#49 버스 정류장 (낮) 연수.. 걸어온다. 저쪽에 민철의 차가 서 있는 것을 보고 긴장하는 표정이다. 민철: (연수를 보고 내린다) 연수: 어디 가는 거예요? 민철: (말없이 조수석 문을 열어 준다) 연수: (민철의 심각한 얼굴을 보고 더 이상 묻지 못하고 탄다) 민철: (운전석에 타고 차를 출발시킨다) 연수: (불안한 표정인데) S#50 고급 의상실 (낮) 이브닝 드레스 등을 취급하는 고급 의상실이다. 민철... 들어오고, 연수.. 따라 들어온다. 점원: (민철을 보고) 안녕하세요! 실장님! 민철: 바로 입고 갈 수 있는 이브닝 드레스 하나 골라줘요. 점원: (연수를 보며) 이 분이 입으실 거예요? 민철: (고개 끄덕) 연수: (놀라서 보면) 민철: (소파에 앉아 잡지를 읽기 시작하며) 헤어랑 메이크업도 손 좀 봐줘요. 점원: 네! 이리 오세요! 연수: 실장님! 민철: (O.L) 몇시간이면 돼요! 몇 시간만 나 하자는대로 해요! 연수: 아뇨. 뭐든지 실장님 맘대로 하실 순 없어요. 제가 왜 여기 있어야 되는지 이유를 설명해 주세요. 민철: 내가 필요하니까! 연수: (!) S#51 호텔 연회장 (밤) 음반제작자협회 창립 기념일 파티가 열리고 있다. 중앙에 '음반제작협회장 이성춘 증'이라고 새겨진 얼음 조각이 빛나고 있다. 성춘: (딸과 함께 서 있는 김회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아이구.. 김회장님! 바쁜데 참석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김회장: 별 말씀을요. (딸에게) 인사드려라. 빅토리의 이사장님이시다. 딸: 안녕하세요! 성춘: 소문대로 따님이 아주 미인이네요. 김회장: 이실장은? 성춘: 곧 올겁니다. (김회장 딸을 보며 미소짓는) 봉달: (먹고 마시느라 정신없다. 다른 사람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 그 앞에 놓인 술까지 몰래 홀짝홀짝 마시다가 입구쪽을 보고 입을 딱 벌 린다) 민철.. 이브닝 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연수를 에스코트하고 들어온다. 사람들.. 민철과 연수에게 시선 집중된다. 봉달: (성춘에게 달려와서) 사장님! 사장님! 성춘: 무슨 일이야? 봉달: (민철쪽을 가리킨다) 성춘: (민철과 연수를 보고 얼굴 굳어진다) 민철: (연수를 데리고 김회장에게 와서 정중하게 인사한다) 안녕하십니까! 김회장: 어.. 이실장! (성춘을 보면) 민철: 늦어서 죄송합니다. 김회장: (연수를 가리키며) 이실장하고 같이 오신 분인가? 민철: 네! 김회장과 딸: (불쾌한 표정이고) 성춘: (민철을 노려보고) 연수: (성춘의 표정을 보고 주눅이 든다) 성춘: (민철에게) 잠깐 얘기 좀 하자! (입구 쪽으로 간다) 민철: (연수에게 다정한 어조로) 먼저 식사하고 있어요. 금방 올께요. (성춘을 따라간다) 봉달: (연수를 위아래로 훑어보고) 연수: (불편하다) S#52 호텔 연회장 입구 (밤) 노기 띤 얼굴의 성춘.. 연회장을 나오고, 민철.. 뒤에 나온다. 성춘: 저 애는 왜 데리고 온 거야? 민철: 파트너 동반이 처음은 아닌데요. 성춘: 오늘은 김회장 딸하고 선보는 자리라고 했잖아! 민철: 전 결혼 생각 없습니다. 성춘: 생각이 없어? 이유가 뭐야? 민철: 아버지 아들이잖습니까! 성춘: (!) 민철: 한 여자 인생을 책임진다는 거, 저한텐 적성에 안 맞습니다. 성춘: (민철을 노려보다 휙 돌아서서 안으로 들어간다) 민철: (돌아서서 멍하니 창밖을 바라본다) 연수: (연회장에서 나와 민철을 보고 다가가다가 그냥 돌아선다) S#53. 민철 집 안방 (밤) 명자.. 민철모의 사진을 정성스럽게 닦고 있다. 선재.. 들어와서 그 모습을 애잔하게 바라본다. 명자: (일어서다가 선재를 보고) 왔니? 선재: (와서 앉으며 밝게) 네! 제사 준빈 다 하셨어요? 명자: 응.. 거의 다 했어. 참! 이따 니가 밤 좀 쳐줄래? 선재: 그럴께요. 명자: (민철모의 사진을 바라보며) 민지가 갈수록 지 엄말 닮아간다. 그지? 선재: .................. 명자: 지금 봐도 참 곱다. 선재: 엄마! 명자: 응? 선재: 언제까지 그 분 제사 모실 거예요? 명자: 민철이 결혼할 때까지! 민철이가 결혼하면 자기 엄마 제사 모셔 가겠지. 선재: 만약에 형이 결혼 안 하면요. 명자: 민철이가 왜 결혼을 안 해? 선재: 만약에요. 명자: 그럼, 내가 죽을 때까지 모셔야지. 선재: 아무도 고마워하지 않는데두요? 어쩜 그 분도 엄마가 자기 제사상 차려 주는 거 싫어 할지도 몰라요. 명자: 그렇지 않아. 딴 사람은 몰라도 민철이 엄만 좋아할 거야. 왜냐면 나한테 자기 자식을 맡겼으니까.. 자식을 맡겨 놨으니 궁금한 것두 많을 거구, 분명히 날 만나고 싶을 거다. 나라면 그럴 거야. 선재: ..................... S#54. 호텔 로비 (밤) 민철.. 연수를 찾아 내려오는데, 연수.. 로비 한쪽에 벽에 붙어 있는 화가 장욱진 작품 전시회 포스터를 바라보고 있다. 민철: (연수 옆으로 와서 포스터를 보며) 왜 여깄어요? 식사하고 있으라니까! 연수: 지금 먹으면 체할 거 같아서요. 민철: (보면) 연수: (계속 포스터를 보며) 제가 제일 좋아하는 화가예요. 작품들이 참 따뜻하거든요. 민철: 나갑시다! 연수: 네? 민철: (연수 손을 잡고 나간다) 연수: (끌려가는) S#55. 갤러리 앞 (밤) 민철.. 갤러리 앞에 차를 세운다. 연수: (창밖을 보면 '장욱진 전시회' 열리고 있는 갤러리 앞이다. 놀라서 민철을 보면) 민철: 연수씨가 좋아하는 그림, 나도 보고 싶어요. 연수: 하지만, 문이 닫혔을텐데.. 민철: (내린다) 연수: (?) S#56. 갤러리 (밤) 전시 시간이 끝난 상태. 민철.. 연수와 함께 들어가면, 정리를 하고 있던 큐레이터.. 반색을 하며 민철을 맞는다. 큐레이터: 오셨어요? (정중하게 인사를 한다) 민철: 늦게 와서 미안해요. 잠깐 둘러보고 갈께요. 큐레이터: 괜찮습니다. 천천히 둘러보세요. 민철, 연수: (그림 쪽으로 걸어간다) 연수: 이런 데 자주 오시나봐요. 민철: 있다는 사람들은 그림 선물 받는 걸 좋아해요. 말하자면 나한테 이곳은 선물 가게죠. 연수: (그림을 보다가 작품 '가족'을 보고 얼굴 환해지며)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이예요! (* <가족>이라는 제목을 가진 그림이 여러 점입니다. 어떤 그림인지 확인 요망!) 민철: (그림 앞에 서면) 연수: (흥분한) 화집에서만 봤지 진품을 보는 건 처음이예요. 민철: (연수의 기뻐하는 얼굴을 바라보는데) 연수: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제가 그림 속의 아이가 된 거 같은 기분이 들어요. 엄마, 아빠 곁에 꼭 붙어 서서 아무 걱정도 슬픔도 없이 세상을 바라보는 아이.... 저까지 행복해지는 느낌이거든요. 민철: (그림 속의 아이를 바라본다) 연수: 실장님은 돌아가신 어머님한테 감사드려야 돼요. 민철: (?) 연수: 동생들을 남겨주셨잖아요. 민철: (!) 연수: 가끔씩 형제가 같이 고아원에 들어오는 경우가 있어요. 세나하고 전 그런 애들을 볼 때마다 참 부러워했죠. 그애들은 그래도 가족이 있는 거니까요. 민철: ............. 어떤 잘난 철학자가 이런 말을 했죠. 연수: (보면) 민철: 땅에서 볼 때 별들은 아주 다정하게 반짝이고 있지만... 정작 별들 입장에서 보면, 별과 별 사이는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다. 연수: ................... 민철: 오늘이 돌아가신 엄마 기일이예요. 연수: (!) 민철: 돌아가신 지 15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기일이 되면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죠. 15년을 거슬러 올라가서 엄마가 세상을 떠난 그 날의 내가 돼요. 억울하고, 화나고, 두렵고... 연수: ................. 민철: 민지도 그래요. 엄마 기일이 가까워지면 더 말썽을 피우죠. 연수: (!) 죄송해요. 전 그것도 모르고 심한 말을.... 민철: 아뇨. 그녀석한테 심한 말을 해 줄 사람이 필요해요. 난 그녀석을 보면 맘이 약해져서 해 줄 말을 제대로 해주지 못했으니까! 어쩌면 선재 말처럼 민지가 그렇게 제멋대로 큰 건 내 잘못도 커요. 연수: 그 사람, 아니... 선재씨가 그런 말을 했어요? 민철: ................... 연수: 그건 절대 아녜요. 전 사랑이 넘쳐서 사람을 망치는 경우는 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사랑을 못 받고 커서 그렇게 생각하는진 모르지만..., 민철: (연수를 본다) 연수: (어색해서 다시 그림을 본다) 나란히 서서 그림을 바라보는 민철과 연수의 모습. S#57. 민철 집 1층 거실 (밤) 제사상 차려져 있고, 민철모 영정사진.. 상 위에 올려져 있다. 선재.. 앉아서 밤을 치고 있는데, 민지.. 들어온다. 민지: (제사상을 보더니) 뭐야? 또 차렸어? 내가 우리 엄마 제사상 다신 차리지 말랬잖아! 명자: 올라가서 옷 갈아입고 내려와. 민지: (선재가 밤을 치고 있는 걸 보더니 밤그릇을 확 뺏는다) 선재: (보면) 민지: 진짜 웃기네! 선재: 내 놔! 민지: 허! 오빠가 우리 엄마랑 무슨 상관이라고 이런 짓을 하고 있어? 선재: .................... 민지: 둘 다 웃기지 좀 마! 우리 엄마 사진 앞에 놓고 쇼 좀 그만 하란 말야! (밤그릇을 확 던지더니 민철모 사진을 들고 2층으로 올라간다) 명자: (눈물 글썽이며 흩어진 밤조각들을 줍는다) 선재: 엄마! 나가요! 명자: 선재야! 선재: (명자 손을 잡아 끌며) 제발 나가요! 명자: (!) S#58. 포장마차 (밤) 밖에서 안이 들여다보이는 포장마차다. 선재와 명자.. 소주를 앞에 놓고 마주 앉아 있다. 선재: (자기 잔에 술을 따르더니 벌컥벌컥 마신다) 명자: 천천히 마셔! 술도 약하면서... 선재: (취한) 엄마가 잘못한 거야! 명자: (보면) 선재: 왜 부인이 있는 남잘 좋아했어? 명자: (!) 선재: 왜 부인이 있는 남잘 좋아해서 날 낳았어? 명자: .................. 선재: 그것 뿐이 아니지. 부인이 죽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날 데리고 들어왔잖아. 명자: ................. 선재: 엄마가 잘못했어! 엄마가 다 잘못했다구. 그러니까, 엄만 할 말 없어. 형이랑 민지한테 아무리 무시 당하고 모욕 당해도 엄만 할 말 없다구. 알어? 명자: ................ 알어. 선재: 그냥 우리 둘이 살았으면 좋았잖아. 나.. 아버지 없다고 생각하고 살 때가 차라리 좋았단 말야! 명자: 선재야... 선재: 그 땐 그래도 엄마 당당했잖아. 크게 웃기도 하고, 노래도 불렀잖아. 난 그때의 엄마가 그리워. 형하구 민지만 엄말 잃은 게 아니야. 나두 엄마를 잃었어. 나두 옛날 우리 엄말 잃어 버렸다구.. 명자: (눈물을 흘린다) S#59. 민철 집 동네 거리 (밤) 선재와 명자.. 손을 잡고 걸어가는데, 민철의 차가 지나간다. 몇 미터 앞에서 민철의 차 선다. 민철: (차에서 내린다) 연수: (당황한 얼굴로 같이 내린다) 명자: (민철을 보고 놀란다) 어! 민철아! 민철: 왜 나와 계세요? 명자: 어... 선재하고 술 한 잔 했어. 민철: (못마땅한) ................ 명자: (드레스를 입은 연수를 보고) 둘이 어디 갔다 오는 길이야? 민철: 네! 연수: (어색하고) 명자: 들어가자. 제사 준비 다 해놨어. 연수: (조수석 문을 열어주며) 타세요! 명자: 아냐! 됐어! 먼저 가! 연수: 아녜요! 타세요! 민철: 타십시오. 명자: (선재를 보면) 선재: 먼저 들어가세요. 명자: 그래. 그럼.... 금방 들어와! (차에 탄다) 민철: (연수에게) 먼저 갈께요! 연수: 네! 들어가세요. 민철, 차에 타고 떠나면, 연수와 선재만 남는다. 선재.. 비틀거리며 걸어가고, 연수.. 불안한 표정으로 따라간다. 선재: (돌뿌리에 걸려 넘어질 뻔한다) 연수: (얼른 부축을 하는데) 선재: (연수의 팔을 밀어내며) 가요! 연수: 괜찮겠어요? 선재: 네! 연수: (할 수 없이 선재를 두고 걸어가다가 뒤를 돌아본다) 선재: (그자리에 쭈그리고 앉아 머리를 파묻고 있다) 연수: (선재에게 다시 다가가서) 괜찮아요? 선재: (고개를 파묻고 어깨를 들썩이며 울고 있다) 연수: (!) S#60. 민철의 집 앞 (밤) 명자.. 집 앞에서 걱정스런 얼굴로 선재를 기다리고 있는데, 옷을 갈아입은 민철... 문을 열고 나온다. 민철: (명자를 보고) 선재 기다리세요? 명자: 얘가 제사도 참석 안 하구.. 아무래도 술이 취해서 김선생한테 폐 끼치고 있는 거 같애... 민철: 들어가세요. 제가 찾아보겠습니다. 명자: 피곤할텐데 미안하다. (돌아서는데) 민철: 어머니! 명자: (보면) 민철: 오늘 애 많이 쓰셨어요. 명자: (!) 민철: 하지만, 이제 그만 하세요. 내년부턴 산소 다녀오는 걸로 대신하겠습니다. 명자: .............. 민철: 들어가세요. 명자: 그래... (기운이 빠진 모습으로 들어간다) 민철: (골목을 걸어 내려간다) S#61. 민철집 동네 거리 (밤) 선재... 눈물 젖은 얼굴로 멍하니 앉아 있고, 연수.. 옆에 앉아서 선재를 지켜보고 있다. 선재: 남자 우는 거 첨 봐요? 연수: 선재씨도 민지랑 똑같네요. 선재: (?) 연수: 기일은 돌아가신 분을 추억하라고 있는 날이지, 술 마시고 슬퍼하라고 있는 날이 아니잖아요. (선재를 일으키려고 하며) 일어나요! 술은 돌아가신 어머님한테 올려야죠. 선재: (!) 연수: 실장님한테 들었어요. 어머님 얘기.... 선재: 형이 그런 얘기를 했어요? 연수: ............... 선재: 나하곤 엄마가 다르단 얘기도 하던가요? 연수: (놀라는) 선재: 우리 엄만 살아있어요! 연수: .................. 선재: 더 알아듣기 쉽게 얘기해줘요? 형하고 민질 낳으신 어머닌 돌아가셨지만, 우리 엄만 살아서 그 분 제사상을 차리고 있다구요. 살아 있어서 미안하고, 살아 있어서 미움받는 사람이 바로 우리 엄마라구요. 연수: (!) 선재: (다시 얼굴을 파묻는다) 연수: (복잡한 얼굴로 선재를 바라본다) S#62. 민철 집 동네 거리 (밤) 민철.. 걸어오는데, 저쪽에서 연수가 선재의 등을 두드려주고 있다. 멈춰 서서 두 사람을 바라보는 민철. 선재: (연수를 밀어내며) 먼저 들어가요. 연수: 안 돼요. 너무 취했어요. 선재: 들어가라니까요. 연수: 안 돼요! 일어나요. (부축하려고 애쓰고 있는데) 민철: (다가와서 화난 목소리로) 일어나! 연수: 실장님! 민철: (소리 지른다) 일어나! 선재: (비틀거리며 일어나며) 제사 끝났어? 민철: 어머니 걱정하셔. 그만 들어가! 선재: 형! 우리 술 한 잔 할까? 민철: (무시하고 연수에게) 안 들어오고 여기서 뭐해요? 가요! (돌아서는데) 선재: 형! 민철: ................ 선재: 나 물어볼 거 있어. 민철: 집에 가서 얘기해. 선재: 만약에... 만약에 내가 형보다 먼저 죽으면.... 형이... 우리 엄마 제사도 지내줄 거야? 민철: (!) 연수: (민철을 보는) 선재: 안 지내줄 거지? 우리 엄마한텐 술 한 잔, 꽃 한 송이도 안 올려줄 거지? 그렇지? 민철: (싸늘한) 그게 걱정되면 나보다 오래 살어! 선재: (!) 민철: (걸어간다) 연수: (중간에서 어쩔 줄 모르고 서 있는데) 민철: (멈춰서서 연수를 기다린다) 연수: (선재를 돌아보며 민철을 따라간다) S#63. 민지의 방 (밤) 민지, 자고 있고, 옷을 갈아입은 연수.. 민철과 선재에 대한 생각을 한다. S#64. 갤러리 (밤) - 연수의 회상 (5부 S#56) 민철: 돌아가신 지 15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기일이 되면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죠. 15년을 거슬러 올라가서 엄마가 세상을 떠난 그 날의 내가 돼요. 억울하고, 화나고, 두렵고... S#65. 민철 집 동네 거리 (밤) - 연수의 회상 (5부 S#61) 선재: 더 알아듣기 쉽게 얘기해줘요? 형하고 민질 낳으신 어머닌 돌아가셨지만, 우리 엄만 살아서 그 분 제사상을 차리고 있다구요. 살아 있어서 미안하고, 살아 있어서 미움받는 사람이 바로 우리 엄마라구요. S#66. 민지 방 (밤) 연수.. 생각에 잠겨 있는데, 밖에서 선재가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린다. 연수.. 긴장해서 귀를 기울인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소리 들린다. 연수..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고 나가본다. S#67. 2층 복도 (밤) 조금 열려 있는 선재의 방문에서 불빛이 흘러나온다. 연수.. 망설이다가 선재의 방으로 다가간다. 문틈으로 안을 들여다보면, 취한 선재... 슬픈 얼굴로 건반 악기 (겉은 손상이 좀 된 상태)를 치고 있다. 하지만, 소리는 나지 않는다. 연수.. 슬픈 선재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자기도 모르게 방안으로 들어간다. S#68. 선재의 방 (밤) 선재.. 연수가 들어온 것도 모르고 연주에 몰두해 있는데, 갑자기 문이 쿵하고 닫힌다. 선재.. 문가에 서 있는 연수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선재: (무의식중에 건반 악기를 포대기로 확 덮으며 소리지르는) 뭐하는 거예요? 연수: (선재의 표정에 겁에 질려 소리를 낮추고) 미안해요. 난 그냥... 선재씨가 걱정이 돼서....(허둥지둥 돌아선다) 선재: 잠깐만요! 연수: (돌아보면) 선재: 미안해요. 소리 질러서.... 연수: ................ 선재: (자기 쪽으로 오라는 손짓을 한다) 연수: (?) 선재: (다시 손짓을 한다) 연수: (선재에게 가면) 선재: (자기 옆을 가리키며) 여기 앉아요. 연수: (앉으면) 선재: (건반 악기에 연결된 헤드폰을 연수의 귀에 씌워준다) 연수: (놀라면) 선재: (작곡한 곡을 연주하기 시작한다 - 주요 멜로디 부분만) 멜로디 흘러나오면서, 건반을 두드리는 선재의 손을 바라보는 연수와 그런 연수의 얼굴을 바라보는 선재의 얼굴에서 ENDING!.아름다운 날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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