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문으로 들었소 5부.
정호집 아기 방.
-봄, 아기와 나란히 누워 곤히 자고 있다. 정말 피곤했나보다. 입도 조금 벌어진.
-인상, 곁에 배깔고 엎드려 누워 한손으로 아기 눈썹, 코, 만져보고 귀도 자세히 들여다 보는 등.
(영웅심은 부모님이 등장할 때 깨졌다. 그 불길함을 이렇게 무심한 척 달래는 중)
-봄이 눈 뜬다. 인상, 봄의 잠든 얼굴 들여다보다가 멋쩍어서 고개 모로 팔베고 엎드린다.
-봄, 비현실감. 고개 돌려 아기 보다가 다시 인상을 본다.
봄 뭐 해?...
인상 니 얼굴에 솜털 몇 갠가 세구 있었지...
봄 너 실감 나?...부부, 애 아빠, 이런 거?
인상 이상한데, 좋아...안심 되구...너두야?
봄 어...(껌벅이는 눈에 물기)
인상 (봄의 턱을 만진다)인제는 이러다 들켜두 쫄 필요 없잖아.
봄 어...
복도.
-연희, 돌아서며 진저리. 급히 가면서 관자노리 짚는다. 울음 삐져 나오려.
아기 방.
봄 (껌벅. 눈물 굴러내린다. 엄마 아빠, 여러가지 생각에)
인상 (닦아준다)왜애...
봄 잘 모르겠어...너 진짜 멋있었구 무지 고마운데, 백 프로 좋지만은 않어. (인상의 뺨에 손)
인상 (실은 나두 그래)
봄 (눈물 자꾸 난다)
인상 (자꾸 닦아준다)
식당 일각.
-혜옥, 선숙, 박집사, 태우, 수군수군.
선숙 인상씨가 부모님 도장을 찍으려구 했다면서요. 그러면 무효 소송 내면 되지 않나요?
태우 그럴 경우 절차를 거쳐서 취소는 되지만, 두 사람이 혼인신고를 했다, 즉 강력하게 혼인의 의사가 있었다, 이 증거가 남죠.
박집사 그러엄. 둘 한테는 그게 승리 아니냐 말이지. 부모 입장에서는 앓느니 죽는다구, 그러느니 아예 동의를 해주자,
혜옥 다들 독심술을 쓰시나봐요.
-정순이 주방에서 차 쟁반 들고 나오자, 선숙이 일어서서 받아든다.
정순 어쨌거나 잘 됐죠 뭐.
-선숙, 나가고,
박집사 그건 그런데, 인상이는 김이 좀 샜을 거야. 주도권을 뺐겼잖아.
태우 그렇지.
정순 말씀들 하구는.
정호 집 침실.
-파우더 룸. 연희, 섧게 흐느끼고, 선숙이 위로 아닌 위로.
선숙 인제 그만 진정하세요.(화장지 뽑아 건넨다)
연희 사람들한테는 뭐라구 말해.
선숙 한편의 감동적인 러브 스토리,
연희 누가 감동하겠어.
선숙 (화장지 통 더 가까이 밀어주고)
연희 (두 손 얼굴 가리고 엉엉)
한송 정호 사무실. 같은 시각.
-정호도 주먹으로 눈물 씻는다. 흐흐흑. 양비서가 위로.
정호 내가 이런 일로 울게 될 줄은,
양비서 (화장지 대령)참 잘하셨습니다. 일대 반전이었어요. 누가 감히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국면 전환의 천재십니다.
정호 그런 말은 자주 듣지만, 흑,
형식 주방/거실. 같은 시각.
-거실의 형식, 쓴입맛. 진애, 라면 두 개 꺼내 뜯는다. 렌지 위에 남비. 철식, 식탁 앞에 앉아 형식 눈치 살핀다.
철식 이왕 둘이 그렇게 맺어 줬으면 밥이라도 같이 먹구 뭐 그래야지,
진애 밥은 무슨, 애 낳은지 며칠이나 됐다구 밖에 나와 돌아다닌대? 얼른 들어가 이불 덮구 누우라 그랬어요. 인상이두 그냥, 봄이 감기 들까봐 불안해서 어쩔 줄을 모르구,
형식 난 걔 부모가 자기 집으로 가시자, 그럴 줄 알았어. 나는 아직 애두 못봤잖아. 또, 지들이 우리한테 잘못한 걸 생각해봐.
철식 크게 잘못했죠. 그런 애들을 갈라놓겠다고 돈질부터 했던 건 진짜 큰 실수지.
형식 이런 날 우리한테 정식으로 사과하기 얼마나 좋아.
진애 그 사람들만 잘못했어요? 동그라미 숫자 세면서 계산기 두드린 건 잘못 아냐?
형식 뭘 두드려.
철식 형수가 그렇게 말하면 섭하죠. 어차피 결혼이 안된다는 전제로 제안을 받았던 건데.
진애 난 인제 그저 내 딸 미혼모 될 뻔하다 결혼한 거. 외손자 진영이, 엄마 아빠 손으로 출생 신고한 거, 그걸로 족해요.
-물이 끓는지, 진애, 라면 반으로 잘라 넣는다.
형식 지금 내 심정이 지금 어떤지 알아? 그 어린 걸 단신 적진에 넣어놓구, 응?
진애 설마하니 잡아먹을까. (울먹)그런다 쳐. 봄이가 잡아 먹히겠어?
형식 (울먹)스프 남기지 말구 다 넣어.
철식 울적할 때 라면까지 싱거우면 진짜 슬프죠.
진애 (훌쩍)알았어요. (스프 탈탈)
정호 집 소거실. 오후.
-연희와 지심여사.
연희 곧 다 알게 되겠지만, 홍선생 쪽으로는 암말 말아 주세요. 사실과 다르게 왜곡되는 일은 없어야죠.
지심 (끄덕)전화로 말씀 듣고 이모저모 신중하게 짚어봤습니다만 아직 다른 방법을 쓰기는 좀 이릅니다. 신생아가 있어서요.
연희 그렇겠죠?
지심 (가방에서 조그만 봉지 꺼내 연희 앞으로)새사람이 거처하는 방안에 보이지 않도록 끼워 두세요.
연희 (봉지 안의 부적 하나 꺼내보고 다시 넣으며)직접 지니지 않아도 될까요?
지심 동티가 날 수 있어요.
연희 알겠습니다.
지심 그리구, 손자분 이름 말씀하셨는데, (수첩 펼친다)
연희 네, 영 맘에 들지를 않아서요.
지심 좋습니다.
연희 네?
지심 좋은 이름이예요.
연희 저는 새로 지어주시면 개명 신청 할까 하는데요...얼떨결에 출생신고까지 하구보니까 더 맘에 걸려서,
지심 바꾸실 필요 없어요. 참 진, 길 영, 기도 중에 멀리서 서광이 비쳤습니다.
연희 (그렇다고?)
지심 백일 전까지는 반드시 진영이라 부르시고, 이후로는 끝자만 쓰셔도 됩니다.
연희 네...(찝찝하지만)
정호 동네 전경. 밤.
침실. 밤.
-정호와 연희. 아직 더 울고 싶지만 기운 없고 무겁다.
연희 애기 이름은 좋대요.
정호 인상이 아랫대 돌림자가 길 영이야.
연희 그건 용케 맞았네.
정호 인제 이 일을 우리가 어떻게 알리느냐, 그게 중요해. 우리는 저 애들 순수한 사랑을 지지한다, 선언을 하자고. 다 불러서 애도 보여주고,
연희 저 갓난 걸 어떻게 보여줘? 파티를 할려면 애 백일은 돼야지.
정호 그때까지 어떻게 기다리나.
연희 차라리 지금 당장 하는 게 낫죠. 우리가 손자를 봤다, 축하해 주십사, 카드 적어서 선물이랑,
정호 그럽시다!
소거실/서재.
-연희와 선숙, 태우와 정호가 각각 서재와 소거실에서 명단 확인.
-소거실, 선숙이 태블릿으로 연희에게 명단 보여주며.
선숙 대략 400명 선에서, 세 그룹으로 나눴습니다.
연희 선물은 뭘 하지?
선숙 김총장 댁 손자 때는 뉴욕 현대 미술관 굿즈로 일괄,
연희 그런 건 두구두구 말거리 돼. (눈물 닦는다)
선숙 그럼 먹어 없애는 걸로 할까요?
-서재.
정호 사내 전체 1300명, 카드 문구는 통일 하되 직급 별로 선물엔 차등을 두고, 사외는 5백명 선에서, 선물은 양비서와 의논하고, (훌쩍)
-소거실.
연희 와인이나 초코렛이 좋겠어.
선숙 알겠습니다.
연희 (눈물 콧물 닦는다)
-이지가 들여다본다.
이지 엄마 울어? 너무 기뻐서?
연희 (오라고 손짓)
이지 왜?
-이지가 다가오면 연희, 끌어안는다.
이지 얼래?
연희 넌 엄마 속 썩이지 마, 응?
이지 나 잘 하구 있는데? 야식두 줄이구, 운동두 맨날 해.
연희 그런 뜻이 아니잖아.
선숙 (눈짓)
이지 알았어요.
거실.
-인상, 계단 내려와 서재 쪽 기웃.
-식당에서 쟁반(국과 밥. 봄의 밤참) 들고 나오는 정순.
정순 애기 엄마 안자죠?
인상 아, 네, (올라가 보시라고)
-인상은 식당으로, 정순은 이층으로.
-이지가 안채에서 나온다.
이지 너무하네. 신랑신부 축하해주는 사람이 아무두 없어.
-이지, 탁자 위 화병의 꽃을 몇 송이 뽑아든다.
식당.
-태우가 들어오면 인상이 얼른 다가선다.
인상 인제 그냥 주셔두 되잖아요.
태우 글쎄...(바깥 쪽 힐끗 보는)그래두 될래나?
서재.
-정호, 부모 사진을 보며 울먹.
정호 아버님 어머님, 죄송합니다.
-연희가 들어온다.
연희 (또 울 것 같다)여보.
정호 어.
연희 애기 봐야지...
정호 (당황. 혈압 상승)어, 좀, 좀 이따가, 평상심으로, 후, 후,
연희 (우리 너무 가엾어)
인상 방. 밤.
-이지가 탁자 위 향초 몇 개에 길다란 라이터로 불을 붙이고, 봄은 인상의 책상을 식탁 삼아 국밥 먹는다. 소파 탁자 위엔 꽃.
이지 그래도 신방인데...안 그래?
정순 동생 밖에 없네.
이지 정치하는 거야. 서로 돕자구.
봄 뭐가 필요한데?
이지 뻔하지 뭐. 오빠랑 언니 핑계 대구 과외를 빼먹는다거나, 폭식을 한다거나,
정순 막아 줄 일 많을 거야. 아가씨는 취미가, 주로 어른들 싫어하시는 거라.
-인상이 들어온다.
인상 뭐 하냐?
이지 분위기 좀 내주려구. 신혼 여행두 못가잖아.
인상 어차피 우리 아직 같이 못자거든?!
이지 그래서 슬퍼?
봄 (정순에게 웃음)죄송해요, 신랑이 철이 없어서.
정순 (웃으며 이지 손 잡고 나간다)나가 줍시다. (인상에게)색시 다 먹으면 빈 그릇 방 앞에 내놔요.
인상 네. (문을 열고 나가라는)
인상 방 앞.
이지 웃겨. 우리 오빠가 달라졌어요. 남자가 된 거 같애.
정순 (밀며, 얼른 가자고)
인상 방.
인상 (핸드폰 내민다)집에 전화해.
봄 다시 주셨어?!!
인상 내가 뺏었지. 너와 나의 권리잖아.
봄 (얼른 받아 번호 누르며)나 애기 방에 쉐타 두구 왔는데, 좀 갖다 줄래?
인상 어,
봄 (전화기 귀에 댄다)한참 있다 와.
인상 왜,
봄 (나가라 손짓 하면서 통화)으응, 엄마,
인상 (얼른 나간다)
인상 방 앞.
-인상, 나와서 방 안 한 번 보고 문 닫는다. 내몰다니, 좀 서운하다.
봄 소리 이거 인상이 꺼야.
인상 방.
봄 (통화. 반찬 그릇 뚜껑 덮으며)압수 당했던 거 도로 찾아왔어. 맘놓구 써두 돼. 인상이가, 막 챙겨. 이쁘지?
인상 방 앞.
-인상, 금방 뿌듯해져서 내려가고,
형식 거실/주방. 밤.
-진애, 통화하며 주방에서 거실로 나와 봄의 방으로.
-주방 싱크대에 씻어 건지다 만 국거리(시금치나 봄배추 따위) 보인다.
진애 다행이네. 그러잖아두 너한테 폰을 하나 사보내야 하나, 그러구 있었어. 아주머니두 그 집 사람인데, 번번이 바꿔달랄 수두 없구...근데 너 괜찮어? 좀 쉬었어?
봄의 방.
-진애, 불켜며 들어온다.
진애 너, 7부 털바지 없어두 돼?...(서랍장 열고 뒤적)복대는...택배로 보내주까?
인상 방.
봄 다 있어...다 있구, (눈물 슬쩍 닦아낸다)엄마 무슨 말 할 건지, 알어.
거실. 회상.
-연희를 향해 봉투 집어던지며 일갈하는 진애.
-휙 돌아보는 진애. 봄이 다가오고,
진애 들었어? 다 봤어?
형식 집 봄의 방.
-털바지 매만지며 억장 무너지는 진애. 참느라 안간힘.
진애 할 말 없어. 못난 짓으루 도배를 해놓구 뭔 말을 해.
인상 방.
봄 (눈물 닦는다)왜 그래...잘했다 그랬잖아.
형식 집 봄의 방.
진애 (울지 않으려)엄마가 미안해...부끄럽구, 너, 내 딸이라 진짜 고맙구...
-문간의 누리와 형식, 벙하니 본다. 누리는 퇴근길. 형식은 가게 문 닫고.
형식, 누리 봄이야?!
진애 깜짝이야! (하고는 황황히 일어서며 다시 통화)아빠랑 언니랑 통화해...
거실.
진애 (나오며)어...잠깐만...
-형식과 누리, 괜히 목메어,
형식 너 먼저 해.
누리 아빠 먼저,
진애 (전화기 막고)맘 속에 떳떳치 못했던 거 괜히 되씹지 말구 잊어버려. 그냥 잘 살아라, 진심 한 마디씩 해주면 되는 거지.
-형식이 전화기 건네 받고 진애는 주방으로. 누리가 급히 따라간다.
형식 (짐짓 의연한 척 농담하며 탁자로)어, 서 봄, 아빠 기분이 어째 묘하다?
-진애, 건지던 국거리 마저 건지고, 누리가 작게 볼멘 소리.
누리 결혼식 같은 거, 의논 안했어?
진애 그게 뭐가 급해. 몸이나 얼른 추슬러야지.
누리 그런 줄은 아는데, 그 집 부모 너무 쌔한 거 아니냐고.
-그러는 동안,
형식 어...어...그래야지...건강이 젤이야...뭐든 잘 먹구, 이거 하나만 명심해. 이런 일 없었으면 너두 스카이 너끈 가구두 남았어요. 절대 기죽기 말라고.
-누리, 곁에 앉고, 주방의 진애 부러 큰소리.
진애 내신 4등급으로 스카이는 무슨! 진영이 낳은 게 백배 잘 한 거지!
형식 (저잇, 하고는 전화기에 대고 웃음)들었냐?...그래...암튼 힘 내고, 언니 바꾼다...그래..(누리에게 건네며 진애에게)자기는 실컷 울어놓구, 쯧,
진애 (콧물 훌쩍)
누리 (통화. 짐짓 웃음)어이, 유부녀,
정호 집 인상 방.
봄 (콧물 닦으며 웃음)어...
안채 복도.
-오르골 소리.
-침실 쪽에서 나오던 정호와 연희, 멈칫, 숨는다. 괜히 무안하다.
-아기 방에서 나와 조심스레 문 닫는 인상. 한 손에 봄의 쉐타.
-정호와 연희, 딴전.
-복도 지나가는 인상.
정호 (나직히 핏대)저 놈 저거, 왜 저렇게 당당한 거야.
연희 지가 다 했다구 생각하나봐.
정호 뭘 다 해, 내가 없으면 저도 없는 거지!
연희 (쉿)
식당.
-쉐터를 한쪽 어깨에 걸친 인상, 장식장에서 샴페인 잔 두 개 꺼낸다.
-식탁 위, 샴페인 한 병.
아기 방 앞.
-연희가 조심스레 노크 하고, 정호, 딴 데 본다.
아기 방.
혜옥 (아기를 침대에 누이다가)네,
복도.
-문을 사이에 두고, 혜옥과 연희. 아기는 침대에.
혜옥 인제 막 재울려는 참인데...애기 아빠랑 한참 놀았거든요.
정호 아, 저희는 놀자는 게 아니라,
연희 (정호를 살짝 치고는 혜옥에게 미소)어쨌거나 인제 애들이 법적으로 부부가 됐잖아요. 손자랑 대면을 해야죠.
혜옥 아유 그러셔야죠. 들어오세요.
인상 방.
-봄, 끅끅 들먹이고, 인상, 샴페인 두 잔 따라놓고는,
인상 다 울 때까지 기다리까?
봄 너 혼자 마셔. 수유부가 술 마시믄 애기두 취해.
인상 한 모금두 안 돼?
봄 (엉, 터진다)
인상 에이, (안아준다)
봄 (인상 품에 얼굴 파묻고 엉엉)
아기 방. 밤.
-연희, 혜옥에게서 아기를 건네받는다. 어쩐지 떨린다. 곁에 앉아 들여다보는 정호, 내심 긴장.
혜옥 이쪽 손으로 머리 받치시구요...
연희 너무 오랜만이라,
-정호, 연희 팔에 안긴 아기를 본다. 뭔가 뜻밖의 감정이 울컥.
-혜옥은 육아 경험 없는 중전마마가 미덥지 않아 나가지 못하고 이것저것 정리하는 척.
혜옥 아빠 엄마를 아주 공평하게 닮았어요.
연희 그러게요...
정호 (아기를 보며 부지중에 흐흐흥 웃음)
연희 (중얼)신기해.(심지어 이쁘잖아...)
혜옥 당신 쪽 안닮았다구 서운해하는 분들도 많아요. 그런 거 생각하면 애기가 아주 기특하죠.
연희 진영이예요. 한진영.
혜옥 오오...(아기 향해)진영이 도련님.
연희 진영아...
정호 (머뭇, 팔을 내미는)나, 나도 좀,
연희 안돼, 고개 넘어가면 큰일 나.
정호 (안는 시늉)이렇게 하면,
혜옥 잘 받쳐서 안아보세요.
정호 거 봐, (내놓으라는)
인상 방. 밤.
-울음 그친 봄과 인상, 꽃과 촛불 바라보며 서로 기대 앉아 머리칼이나 어깨를 만지며. 샴페인 잔은 그대로.
인상 가끔 생각 나...그날 밤에 우리.
봄 (본다)가볼래?
인상 나가두 돼?
봄 따뜻하게 입구 가보지 뭐...서양 여자들은 애낳구 바로 샤워두 한다는데.
인상 진짜?
아기 방.
-정호가 아기를 안고, 곁에서 연희가 자못 감회 어린.
정호 어유, 생각보다 묵직하네...
혜옥 금방 커요. 어느 새 200그램 늘었어요. 순식간이죠.
연희 어쩐지,
정호 이거 다 기록을 해놔야 하는데,
혜옥 일지, 쓰고 있습니다.
정호 포토그래퍼 섭외해서 사진도 좀 찍어놓고.
연희 그럴려구.
정호 부속 유치원, 거기 대기자가 많다던데,
연희 유치원 초등학교 다 이름 올려 놔야죠.
정호 가만, 우리두 거기 출신인데, 3대 째면 우선 순위 안 주나?
연희 그렇긴 한데, 요즘 하두 말들이 많아서 어떨는지 모르겠어.
정호 이사장이랑 식사 한번 하자고.
연희 그래요.
정호 (아기를 세우듯이 쳐든다)어이, 한진영, 잘 왔다. 나는, 니, 할, 할아버지다.
연희 나는, 할머니야. 부디 잘 커라, 응? 한진영,
정호 어이구, 녀석,(하다가 멈칫)
연희 어머, (코 끝에 부채질 하며 혜옥을 본다)
혜옥 (웃으며 다가 앉는다)이리 주세요,
정호 (건네 준다)어후...(지독하네)
-정호와 연희, 황황히 일어서고,
혜옥 (아기에게)시원하시겠네요, (눕히고 강보를 헤친다)
연희 괘, 괜찮은 거죠?
혜옥 그럼요. 건강한 냄새예요.
정호 저, 저희가 진영이 보는 시간을 정해 놓으시죠, 하루 두 번 아침 저녁, 저런 거 안할 때로.
연희 (정호를 밀고 나가며)그럼 수고하세요.
복도.
-정호와 연희 나와서 급히 침실로.
연희 애가 당신 시간을 어떻게 맞춰. 지 맘이지.
정호 그런 거야?
인상 계단.
-잠바 차림 봄과 인상, 조심조심 내려온다.
침실.
-연희, 침대 커버 걷고 베개들 취침 대열로 놓는다. 정호는 정수리 두드리며 서성.
정호 그래...인간이 원래 다 지 맘이지...(선다)바로 그래서 훈육과 계몽이 필요한 거야.
연희 (걸터앉아)맞아...(이층 쪽을 힐끗 보고는)저 애, 야성 그대로나 마찬가지예요. 아마두 인상이가 거기 넘어갔겠지.
정호 당신, 철저히 가르쳐. 우리 부모님 세대 식으루 말하면 히피나, 뭐 그런 반사회적 부류야. 위아래도 없고, 권위와 제도를 비웃고, 살다 싫으면 이혼하고 말이지.
연희 생각만 해두 끔찍해.
정호 인간이 그렇게 근사한 존재가 아냐. 빠리 68 혁명이 결국 뭘 남겼나. (나 말 너무 잘해) 당시의 숱한 청춘들이 오만과 방종의 댓가를 감당 못해서 폐인으로 늙어간다고. 우린 그런 거 절대 용납 못해.
연희 못하죠.
정호 인상이는 준비된 프로그램대로 가고, 저 애는, 명실상부 교양인, 문명인으로 응?
연희 (끄덕. 결의)
국제학사 복도.
-복도.
-인상과 봄, 손잡고 온다.
봄 조용하다.
인상 방학이라 비어 있을지도 몰라.
봄 번호 키 바뀌었을까?
인상 혹시 몰라.
-인상이 번호 두어 개 누르는데 문이 왈칵 열리면서, 외국인 청년이 고개 내민다.
유학생 뭔데?...누구 찾아?(영어)
둘 (멋쩍게 웃으며 마주 보는. 사연을 말하고 싶지만)
-둘은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인상, 우린 9개월 전 여기 묵은 적이 있고, 그날 처음 같이 잤어.
봄,그리고 난 최근에 애기를 낳았어. 놀랍지?
기숙사 방.
-인상, 봄, 손 잡고 서서 소곤.
봄 저 사람 맘 좋다...자리 비켜 줄줄 몰랐어...
인상 감동을 받은 거지. 우리가 자기 방을 역사의 현장으로 만들어 줬는데.
봄 (웃고 둘러본다)이 학교 붙어서 기숙사생 되는 게 꿈이었는데.
인상 (얼핏 본다. 미안한)
봄 미안해 하지 마. 진영이 젖 떼면 다시 도전할 거야.
인상 어...(봄의 손 쳐들어 준다)
봄 (웃어준다)
-봄은 벽에 기대 서서 가만히 바라보고, 인상, 옷장 문 조심스레 열어본다.
인상 니가 나를 여기다 쳐넣었어.
봄 어...
인상 옷이 좀 많네. (옆으로 밀고 옷장 안으로)
봄 야아...
-인상, 옷장 안에서 봄을 향해 히 웃어보이고 옷장 문을 닫는다.
-봄, 웃음. 그날의 현장을 지켜 보듯이.
회상. 그날.
-그날의 서 봄이 침대에 급히 눕고,
-문 열리며, 여학생들, ‘서 봄’ ‘봄이 언니’
-침대 위 자는 척 하는 봄.
-여학생들 사라지고,
기숙사방, 현재.
-봄, 옷장 문 연다.
-인상이 나온다.
-웃음을 머금은 봄, 인상을 보며 눈물 반짝.
-인상이 봄을 안는다.
회상.
-인상에게 안긴 봄, ‘나 너무 겁나’
현재.
인상 (봄을 안은 채)지금두 겁나?.
봄 (마주 안는다)아니.
인상 고마워, 서 봄...미안하구, 아니 다 필요없어. 그냥, 사랑해.
봄 (눈물 솟는다)
한송 여기저기.
-카드 꺼내 펼치는 손들.
-화사하게 포장된 와인 상자.
-초콜렛 상자.
-카드 읽으며 놀라는 사람들.
-유신영의 방. 유신영이 허리에 손을 얹고 서서 카드 본다. 운전기사가 상자에 책과 소소한 집기들 담는 중.
정호 소리 뜻밖의 경사에 벅차고 설레는 마음 금할 수 없어 우선 이렇게 전해 드립니다. 다름이 아니오라 지난 12월 7일, 저희가 첫손자를 얻었습니다.
정호 집 아기 방. 낮.
-봄이 아기 안고 젖을 먹인다. 아픈데도 웃는다. 한 손 혜옥에게 내주고, 혜옥이 봄의 손목에 신축 밴디지 감는다. 손등에서 손목까지 길게 붙이기도 하는 등. (인상의 ‘츄리닝’ 바지를 걷어입은 봄)
-인상이 곁에 앉아 진지하게 왜 아픈 거냐고 묻고 혜옥 대답하는 듯. 산후관절통. 애 낳을 때 힘주느라. 인상, 아아, 끄덕이고 존경심 가득 봄을 바라보는.
정호 소리 제 아들 한인상과 그 연인 서 봄, 두 사람의 첫사랑의 결실입니다. 사랑과 순수의 가치가 왜곡되고 부정당하는 이 삭막한 시대에, 저희 부부는 두 사람의 결단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뜻에서, 법적으로 부부가 되는 데에 주저없이 동의했습니다.
영라 거실.
-영라, 카드 보면서 벌어진 입 다물지 못하고, 현수가 탁자 위 상자(방금 리본 풀고 뚜껑을 연)에서 초콜렛 하나 꺼내 입에 넣으며 어깨 넘어 들여다보다가 세상에, 입을 막는다.
-영라, 읽으면서 점점 허파가 간질간질.
연희 소리 미루어 짐작하시겠지만, 아직 저희 새사람이 산후 조리 중이라 결혼식은 몇 달 뒤에 올리기로 했습니다. 부디 편견이나 오해 없이, 저희 집안의 이 크나큰 경사를 함께 축하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카드 하단에 ‘2013년 12월, 한정호 최연희 올림’
-영라, 결국 고개 젖혀 하하하.
인서트.
-문자 도착 알림음 끝없이 이어지고,
-정호와 연희의 핸드폰에 밀려드는 축하 메시지. ‘축하합니다’ ‘경축 득손’ ‘기쁘시겠어요’ ‘훌륭한 부모님이십니다’ 등등,
한송 정호 방.
-태우가 정호에게 핸드폰 건넨다.
태우 축하 메시지가 답지하고 있습니다.
-정호, 온갖 축하의 말들 건성 넘겨가며 보다가 미간 좁힌다.
영라 소리 인제 정말 담소나 나눠야겠네. 손자까지 본 할아버지랑 그 이상 뭘 하겠어?
-정호, 그냥 넘긴다.
재원 스위트.
-문자 찍는 재원.
정호 집 소거실.
-연희, 메시지 본다.
재원 소리 위로가 필요하면 언제든 말해. 아무리 할머니가 됐대도 넌 영원히 최연희.
연희 (일어서며 선숙에게 핸드폰 준다)단체 문자로 답하세요. 선물 보낸 분들 빠뜨리지 마시구요,(침실로)
선숙 친구분들두요?
연희 대꾸할 거 없어.
정호 집 거실.
-거실 어귀에 산처럼 쌓여 있는 선물 상자(카드, 명함 등이 붙어 있는)들. 박집사가 계속 갖다 놓는다.
-안채에서 나온 봄과 인상. 봄, 인상의 부축 받아 2층으로 가면서 선물 더미 돌아본다. 눈이 둥그래져서.
봄 저거 다 크리스마스 장식이야?
인상 축하 선물. 우리한테 오는 거. 아니구나. 부모님께 오는 거지.
봄 (세상에)
-정순이 계단 내려온다.
정순 (작게)두 사람 앞으로 직접 온 건 방에 갖다 놨어.
인상, 봄 ?
정순 언니.
인상 방.
-탁자 위 쇼핑 백에서 내용물 꺼내는 인상. 궁금한 봄.
-인상, 포장지 뜯자,
-조끼 두 벌과 지퍼락에 담긴 고구마 말랭이. 카드.
봄 커플룩이다!
인상 (집어든다)오오,
봄 (카드 집어 봉투 열며) 이건 내가 젤 좋아하는 거(고구마 말랭이),
-인상과 봄, 카드 읽는다.
누리 소리 사랑하는 동생 서 봄, 이 언니를 추월한 건 무척 괘씸하지만, 한인상같은 순정남이랑 부부가 된 걸로 다 용서한다. 남자 보는 눈이 있다는 게 기특해서.
인상 (히죽)누나가 뭘 좀 아네.
봄 (카드 보는 채로 훌쩍이며)좋댄다,
인상 좋지 그럼, (다시 카드)
누리 소리 그리구 한인상, 조카두 못보고, 내가 참 할말이 많지만 이거 한 가지만 명심해. 우리 봄이 눈에 눈물 나게 하지 마.
인상 (봄의 눈 가 닦아낸다)가만 둬두 우는데,
봄 (팔꿈치로 인상 툭)끝까지 보자 좀,
누리 소리 무슨 일이 있어도 봄이 편이 돼줘야 해. 봄이를 지키는 게 너를 지키는 거야.
인상 지금두 그런데?
봄 아, 진짜, 분위기 좀 깨지 마.
인상 미안, 근데 이거 멋지다.
봄 (눈물 닦으며)어...
인상 (본다)명심하께.
봄 아우 눈물 나 미치겠네,
한송 비서실.
-정호가 복도 지나가며 축하 인사에 답하는 모습 보인다.
신영 그 보모, 대표님 댁으로 간 거지?
주영 글쎄요.
복도.
-정호,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유신영.
신영 축하 드립니다.
정호 (고마워요, 손들어보이며)내일부터 산전 휴가죠?
신영 네. 보모 없이 애기 낳으러 갑니다.
정호 눈높이를 좀 낮춰서 구해 봐요. 굿 럭.
신영 (쌩 돌아선다)
비서실.
-주영과 양비서, 복도 쪽 힐끗 보고는 일본어와 한국어로 소곤소곤.(굵은 글씨 일본어)
양 불손해.
주영 특A급 기밀 문서 접근이 허락된 사람이라, 대표님한테 무슨 말이든 다 해도 된다 생각하나봐요.
양 자기가 그런다고 대표님과 동급이 되나?
주영 자식만은 대표님 손자와 동급으로 키우고 싶다, 그런 거 아닐까요?
정호 집 서재, 밤.
-정호, 엄숙하게 앉아 있다.
거실.
-선숙이 좀 비껴 앞장서고 연희. 정순, 박집사가 뒤따른다. 정순과 박집사는 새 옷과 침대 시트, 이불 커버 세트 등을 한 아름 안고 있다.
-연희 표정 결연하다.
인상 방 앞.
-연희들 온다. 선숙이 노크 한다.
-연희, 옷매무새 바로 잡고, 정순과 박집사, 서로 힐끗.
인상 소리 네.
인상 방. 밤.
-문이 열리고 연희가 들어선다. 그 뒤 선숙들.
연희 (상냥)방해하는 거 아니지?
-인상, 봄, 이지가 화들짝 돌아본다. 인상은 소파에 기대 앉아, 봄은 인상 무릎 베고 누워 고구마 말랭이 먹으며, 이지는 탁자 앞 바닥에 엎드려 만화책 보는 중에 당황.
-인상, 무릎을 벤 봄이가 재빨리 일어나질 못해서 안아 일으키고 이지는 만화책 깔고 앉는다. 심지어 인상과 봄은 커플 조끼를 입고 있다. 탁자 위엔 고구마 말랭이.
-선숙 곁의 정순과 박집사, 들고온 것 적당히 내려놓고 대기 자세.
봄 (매우 어색한 자세)오셨어요?
연희 괜찮아. 편하게 있어.
이지 엄마 왜 글케 상냥해?
연희 (웃음)이지는 꿩 같다 얘. 엄마 다 보이는데.
이지 (히 웃어보인다)간만에 고전 명작 좀 보구 있었어. 언니두 이런 거 좋아한대구.
봄 (엉거주춤 서서 미소)네...
연희 분위기는 좋다. 우애 있어 보이구.
인상 (웃음)신혼 여행을 못간 대신 이렇게,
연희 (아주 잠깐 외면하여 찡그리고는 다시 미소)못 보던 옷이네?
인상 장모님이 손수 뜨신 거래요.
연희 (더 듣기 싫다)서재에 가 봐. 하실 말씀 있으시대.
인상 아, 네,
이지 나는?
연희 엄마한테 잠깐 양보 해주구.
인상 (내심 긴장, 봄을 얼핏 보고)
봄 (괜찮아)
-인상과 이지, 나가면서 봄을 얼핏 돌아보고,
연희 앉을까?
봄 네, (정순들에게)여기, (앉으시라 손짓)
정순 (얼른 앉으라고 손짓)
연희 우리 새애기가 정이 많구나?
봄 (앉는다. 어색)
연희 인제 우리랑 한식구가 됐는데, 뭐부터 가르쳐야 할지.
봄 저 배우는 거 좋아해요...
연희 이비서, 우선 호칭부터 정리 해주세요.
선숙 네, (봄에게)저는 방금 들으신대로 이비서라고 부르시면 되구요, (정순 부부 가리키며)아주머니, 박집사, 이렇게 불러주세요. 저희들한테는 ‘님’자를 붙이실 필요 없습니다.
봄 (정순을 본다. 아주머니, 이거 뭐예요?)
정순 (눈앞만)
연희 무슨 말인지 알겠어?
봄 (얼결)아니요,
선숙 그리구 저희는, 새식구가 되신 분을 ‘작은 사모님’으로 불러 드릴 겁니다.
봄 (헉, 연희를 본다)
연희 (끄덕)익숙해 져야지...
봄 (민망한 웃음)너무 이상해요. 아후,(손등으로 이마 쓱. 진땀난다는)
서재.
-마주 앉은 인상과 정호.
정호 우린 어차피 ‘자기결정권 존중’으로 컨셉을 정했다. 원하는 걸 하나씩 말해 봐. 오,엑스로 답해줄게.
인상 (후, 배에 힘을 좀 주고)봄이네 식구들이랑 친하게 지내주셨으면 합니다.
정호 엑스. 당장은 어렵지. 문화가 달라. 차차 하자.
인상 ...
정호 두 번째,
인상 봄이, 대학 보내 주실 거죠?
정호 오.
인상 (꾸벅)고맙습니다. 세번째는, 제가, 사시 말구 다른 걸, 아니 저기 그냥 일단 평범한 대학생으로,
정호 엑스.
인상 왜요?
정호 넌 왜냐.
인상 육아 및 가사에 동참하려구요.
정호 (헐)
인상 방.
연희 옷을 종류별로 넉넉히 준비했어. 잘 맞춰 입어라. (손뜨개 조끼 겨냥)미적 감각두 중요하잖아?
봄 알겠습니다.
연희 (선숙에게)옷장에 넣어주시고, 침대 시트, 이불 커버, 갈아주세요.
-선숙이 세련된 산모복들 옷장에 걸고, 정순과 박집사가 이불 커버 새로 씌우는 동안,
연희 몸조리 하는 동안에는 이렇게 가풍을 익히고, 애 백일 지나면 대입 준비 해. 목표는 그때 가서 정하겠지만, 우린 하한선이 있어.
봄 해볼게요. 인상이랑 애기랑 함께라면, 뭐든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연희 너무 강조하지 마. 어른 앞에서, 우리 이만큼 사랑해요, 하는 거 보기 안좋아.
봄 네.
연희 갈 길이 멀지만, 언젠간 명실공히 우리집 사람이다, 할 날이 오겠지. 감정 앞세우지 말고, 하나씩 배워 나가. 알았지?
봄 네...
서재.
-소거실로 들어가는 연희 보인다.
-정호, 인상을 노려보고, 인상은 시선 떨군 채 답을 기다리는.
정호 엑스.
인상 (예상했다)그럼, 선생님은 그대로 해주세요.
정호 오.
인상 (후, 안도)
인상 방. 밤.
-인상이 들어온다.
-봄. 옷장에 걸린 새 옷들 하나씩 살펴 보면서
봄 무슨 말씀 하셨어?
인상 오엑스 기출 문제 같은 얘기. 넌?
봄 적응 안되는 얘기. 내가 작은 사모님이래.
인상 당연하지. 할머니 돌아가시기 전까진 엄마가 작은 사모님이었어.
봄 (옷을 하나 꺼내 몸에 대본다)코스프레 같애. 평상복 따로, 수유복 따로, 손님 올 때 입는 옷 따로,
인상 너무 걱정 하지 마. 우리 편이 올 거야. 작전만 잘 짜면 편해질 수 있어.
봄 우리 편 누구?
인상 공부방 선생. 우리한테는 은인이나 마찬가지거든. 그 선생이 팁 주지 않았으면 혼인신고 그런 거 생각두 못했어.
봄 진짜?
인상 사람이, 첨엔 좀 이상해 보일 수도 있는데, 화끈해. 내 얘기두 잘 들어주구.
거실. 다음 날 낮.
-인부들이 접견실에 접이식 문을 달고, 태우가 감독 하듯 들여다본다.
-연희와 경태가 마주 인사한다. 곁에 인상.
-안채 복도 입구, 새 수유복을 입은 봄이가 살짝 내다본다.
경태 첨 뵙겠습니다.
연희 반갑습니다, 선생님.
경태 저간의 사정은 대강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연희 이해하시겠죠?
경태 물론입니다. (새삼 고개 숙이는)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연희 잘 부탁드립니다.
경태 (인상에게)잘 해보자?
인상 네,
연희 (새삼 미소)그래야지.
접견실.
-경태,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해보고, 인상, 바싹 붙어서서 소리낮춰 주절주절.
인상 저희 결혼의 일등공신이세요. 우리 색시두 선생님 엄청 고마워해요. 소개해 드리구 싶은데 아시다시피 지금 수유 중이라.
경태 됐거든?
인상 고민 있으면 선생님한테 털어놓자구 했어요.
경태 너무 좋아하지 마. 넌 완전 감옥 생활이야. 아침 여덟시부터 밤 열시까지, 하루 열 네 시간, 화장실은 두 번. 식사 시간 회당 40분. 운동 각 20분.
-태우가 들여다본다.
경태 어, 여기, 번호 키를 안쪽에다 달아줘.
태우 응?
인상 왜요?
경태 내가 안에서 출입을 통제할 거다.
태우 아아, 그거 좋네.
경태 김비서는 공과 사, 구분 좀 해주시고,
태우 (이런)알겠습니다.
경태 (인상에게)동의하지?
인상 좀 심한데요,
경태 뭐가?
태우 (인상에게)동의해요. 시간 끌지 말구.
경태 다시 신림동으로 갈래, 니 처자식이 있는 여기 있을래,
인상 동의!
형식 가게. 낮.
-형식이 컴퓨터로 뉴스 검색. 신임 총리 임명동의안 통과,
(뉴스 내용 보완)
앵커 송원영 총리 후보자 신임 총리 결정. 오늘 오후 세시 국회 본회의장에서 실시된 결과, 찬성 143표 반대 24표 기권 9표로,
-철식, 기념패 두어 개를 마른 수건으로 닦다가 컴퓨터 옆으로.
앵커 김기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외출 차림 누리와 접시를 든 진애가 안쪽에서 나온다. 누리는 빵을 한쪽 먹으면서.
진애 막걸리 넣구 빵 좀 쪘어...
기자 국유지 매입 및 세무 관련 의혹과 더불어 송 예정자가 고문직으로 재직하던 법률사무소 한송은 다시 한번 회전문 인사의 중신 축이라는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입니다.
-형식, 철식, 빵을 먹고 진애와 누리, 뉴스 본다.
철식 시끄럽겠네.
형식 그럴 수 밖에 없지 뭐. 요직에 앉힐 만한 사람들이 다 거기 모여 있잖아.
철식 사돈이라고 두둔하시나.
진애 (혼잣말)심란하네.
형식 우리라도 이해를 해줘야지.
누리 사돈 대접두 안해주는데?
철식 우리가 뭐 이권 같은 거 바랄까봐 그러나?
형식 친인척은 무조건 불가근불가원이야. 우리 쪽에서 멀리 해줘야 한다고.
누리 아빠 갑자기 이해심 충만이시다.(한쪽 집어들고 나간다)다녀올게요.
진애 그래...
철식
한송 정호방.
-정호와 양비서.
정호 (통화)늘 듣는 얘긴데요 뭐...해명 요구라는 게 공식적인 것도 아니고, 일일이 대응할 시간에 저희는 일을 합니다...그렇죠....선배님은 다음 주부터 출근하시면 됩니다...네...네...그럼,(끊고)유변 베이비 시터 구해줬나요?
양비서 네, 다행히 전에 부암동 증손주 봐주시던 분이 아직 건강이 웬만하다고 해서,
정호 잘됐네.
양비서 한 가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여기저기 통화 하면서 알게 됐는데요, 어려운 사돈댁을 전혀 돕지 않는다, 그런 말이 도는 것 같습니다.
정호 이왕 이렇게 된 거, 아주 방관할 수는 없지만 성분이 썩 좋지 않아요. 사소하게 자꾸 망하는 사람들 특성이죠. 동태를 좀 살펴본 다음에 뭘 어떻게 해줘야 할지를 정할게요.
양비서 알겠습니다.
정호 집 거실.
-봄(새옷 차림)이가 접견실 앞을 지나며 힐끗.
-선숙이 복도 입구에서 어서 오라고 손짓.
봄 네.
정호집 접견실.
-경태와 인상, 헤드폰 쓰고 인강 수업 중.
-소리가 들리지 않아서 화면 속 열강하는 강사 모습이 판토마임 배우 같다.
안채 복도 입구.
-선숙과 봄. 계단 올라간다. 선숙, 나직히 연희의 지침 전한다.
선숙 미소는 밝고 상냥하게, 치아가 송곳니까지만 보일 정도로.
봄 (웃어보인다)이렇게요?
선숙 사랑 많이 받고 잘 자란, 그런 느낌을 주도록 하라시네요.
봄 네. (웃기고 재밌네)
선숙 인사하실 때 이름 말 할 필요 없구요.
봄 왜요?
선숙 자기 소개 하는 자리가 아니니까요.
소거실. 오후.
-봄이 들어서면,
-영라, 소정이 활짝 반색.
-아기용품 바구니(영라가 보냈다가 돌려받은 것. 리본에 축 탄생)와 소정이 가져온 화분이 한켠에 놓여 있다.
영라 아유 반가워요...
소정 귀염상이네...
연희 인사 드려. 아주 오랜 친구분들이시다.
봄 처음 뵙겠습니다.
연희 이쪽은 자제분들. 인상이랑 친구야.
현수,민재 (엉거주춤 미소)
영라 앉아요.
연희 앉기는, 간단히 하구 들어가 누워야지.
-현수, 핼끔핼끔 살피며 민재에게 귓속말. 너 쟤 이쁘다고 생각해? 그런 내용인 듯.
영라 기본적인 테스트는 하자 얘.(봄에게)농담이야.
봄 (미소,괜찮아요)
연희 (조마조마)
소정 인상이랑은 토론 대회에서 만났다죠?
봄 네.
영라 (영어)대회 성적이 좋았다며? 영어권에 산 적이 있나? 어떻게 잘 해?
봄 (영어)아니요. 어렸을 때 어머니가 부업으로 영어 학습지 교사를 하셨는데, 그때 재미있는 책을 많이 갖다 주셨어요.
영라, 소정 오오,
현수, 민재 (또 귓속말. 제법이야)
연희 (억지 웃음)아주 건강한 분들이셔. 존경스럽지.
영라 (영어)시어머니 자랑 좀 해 봐요.
연희 아유 됐어.
봄 (연희를 한번 보고는. 영어)우선, 압도적으로 아름다우시구요,
접견실.
-인상이 일어서며 헤드폰 벗고,
-경태, 번호키 눌러 문 연다.
경태 20분 내로 화장실, 간식, 마당 세 바퀴 경보,
거실.
-인상과 경태 나오면,
박집사 손님들 와 있어요. 작은 사모님두 저기 같이,
인상 아, 네, (급히 가면서)좀 이따 봬요.
경태 시간 지켜라.
인상 네.
소거실.
-봄, 스툴에 앉아 구경 당하며 구경하며,
영라 얼마나 좋으니. 우리 현수는 연애 한번 못해보고 시집가게 생겼어.
연희 왜,
영라 현진케미칼 장남 집인데, 부모들끼리 아예 정하자구 난리야.
소정 괜찮다 얘.
연희 그댁 인품 좋지.
봄 (그렇구나)
현수 누구 맘대루.
-인상 온다.
인상 (쑥스)안녕하세요..(현수와 민재에게도 손을 얼핏 들어보이는)
다들 우와, 꼬마 신랑, 애기 아빠, 축하한다, 등등.
소정 너 집에서 공부하기 힘들겠다. 각시가 이뻐서.
인상 네, 좀,
-연희 포함 다들 웃음.
현수 (작게 중얼)끝내준다.
인상 저, 그런데, 이만 실례할게요. 어제부터 봄이가 쪼끔씩 운동을 시작해서요, 제가 같이 해줘야 하거든요. 애 낳느라 꼬리뼈가 튀어나와가지구, 골반도 벌어지고, 내버려두면 평생 고생이래요.
연희 (당황)
민재 쟤 뭐래냐.
현수 말도 안돼.
영라 세상에 인상이가 셋 중에 젤 먼저 어른이 됐구나.
소정 그러게, 너에 비하면 우리 애들은 그냥 애기야.
연희 (억지로 웃느라 악관절통)
영라 (연희 기색 슬쩍 살핀다)
인상 방.
-인상, 봄, 현수, 민재, 어중간하게 서서.
인상 (현수와 민재 돌려세운다)방 구경 했으면 나가 줘.
현수 어어?
민재 (봄에게)이런 애 뭐가 좋은 거예요?
봄 (웃음)말 그냥 편하게 해요.
인상 아, 나가라고...
인상 방 앞.
-인상, 현수와 민재 밀어낸다.
인상 지금 가던가, 엄마들 가실 때 같이 가던가.
현수 무슨 대접이 이러냐?
인상 바랄 걸 바래라. 유부남한테.
민재 완전 빠졌나봐.
현수 치사해.(울 뻔)
인상 방.
-인상이 급히 문을 닫고 봄에게.
봄 칭찬 좀 해주께. 맘에 들었어.
인상 (봄의 손 잡아 침대로)힘들어서 죽을 거 같애. 너랑 누워 있음 나을 거야.
봄 (손 놓고 인상 등을 안는다)
인상 ? 왜...기분 나쁘게 했어?
봄 20초만 서 있자...(나두 힘들었어)
인상 (알아. 봄의 손등 토닥)
정순 방.
-경태가 앉은뱅이 밥상에 차려진 유부초밥과 장국 따위 간식을 먹으며 박집사와 잡담.
경태 인상이 아버님, 신임 총리 껀으로 말 좀 듣겠네요.
박집사 그까짓 말 쯤이야...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흔들리지.
경태 비유가 좀 아닌 거 같은데요?
박집사 암튼 끄떡 없다고.
경태 왜 반말이십니까?
박집사 예민하게 굴지 마셔. 나한테 반말 듣는다고 선생 위상이 낮아질 것도 아니고.
-정순이 들어온다.
정순 어떻게 여기서 드세요, 식당 놔두시구?
경태 여기가 편하네요.
정순 간이 어떤지 몰라서 좀 싱겁게 했는데.
경태 간은 맞는데, 엠에스지 냄새가 살짝 나네요?
정순 그런 거 안쓰는데,
박집사 당신두 편하게 대해. 절권도 신림동파 후배거든.
경태 (앗 그걸 잊고 있었다)
정순 그래두 선생님을 어떻게,
-플래시백. 인상 아파트에서 경험한 박집사의 기예.
경태 (정순에게)우리끼리 알아보는 게 또 있죠. 갑을관계의 미묘한 전복이랄까, 헤헤.
박집사 그러엄.
선숙 소리 아주머니,
정순 어,
-선숙 들여다본다.
선숙 손님들 가시는데 와인 한 상자씩 내드리라고,
박집사 아, 네,(선다)
경태 수고하십쇼.
인상 방.
-인상과 봄, 침대에 모로 포개 누워 곤히 잔다.
-물끄러미 내려다보는 연희. 기가 막힌다.
연희 (담담)인상아?
-눈 뜬 다음, 황황히 일어나는 둘. 봄, 손등으로 침 닦는다.
인상 손님들 가셨어요?
연희 선생님 기다리시더라?
봄 (인상의 등을 밀며 어설피 웃음)죄송합니다.
연희 나오렴(돌아선다)
인상 네,,
계단.
-인상, 연희 따라 내려가며
인상 죄송해요.
연희 (싸늘)뭐가?
인상 저만 너무 행복해서,
-연희, 갑자기 돌아서서 인상을 마구 꼬집고 때린다. 분노가 격렬해서 욕도 안나온다. 말없이 때리고 밀고 꼬집고...인상, 말리며 피하며 당한다.
봄 어머님,
연희, 인상 (엉?)
-난간에서 내려다 보며 목례하는 봄.
봄 (멋쩍은)쪼끔만 살살 하시라구...죄송합니다.
연희 (맥 빠진다)
인상 (잘 했어!)
5부 끝.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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