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 바람이 분다 6회
그럼 이거, 나 줘
그럴까?
그냥 그거...
너 줄까?
어
아니
다른 건 몰라도 이건 안 돼
왜?
이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거고
이건 네 거가 아니라
내 거니까
이제 방에 가
자
나랑 같이 자
뒤로 돌아 3걸음
가면 문고리가 있어
그다음 길 알지?
나 잠을 잘 못 자
근데 어제 너랑 같이 잤는데 너무 편안히 잘 잤어
내 방에 가서 같이 자면 안 돼?
내가 말했지 [언성 높이면서]
남매라도 같이 자는 거 아니라고! [소리 지르면서]
오빠도 남자야 그리고 남자는 조심해야 하는 거고
대체 내가 널 어디서부터 어떻게 가르쳐야 되는 거야! [윽박지르면서]
다
다 가르쳐줘야지, 네가 오빠면
오빠도 남자인 거 너한테 듣고 처음 알았어
난 오빠면 그냥 난 오빤 줄 알아
너랑 헤어진 6살 이후로 난 정체야
오빠도 크면 남자가 된다는 사실이 아직도 난 이해가 안 돼
그래도 미안, 네 기분 별로랬는데
내가 원래 안 그랬는데
눈이 안 보이고 나서 성격이 자꾸 더 이기적이 돼
막 가는 심정 같은 거지
앞도 못 보는 주제에 남을 배려한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
갈게
[잔잔한 음악]
영수증 확보 잘하고 현금도 좀 빌려줘
네, 알겠습니다, 형님
(김사장) 야!
너 오수 언제 일 치를 거야?
내가 알아서 해
네가 뭘 알아서 해, 이 새끼야!
뭐? 새끼?
그래, 이 새끼야!
내가 너 먹여 살리고 클럽 주고
감방에 들어갈 거 이리저리 막아주고 하는데
내가 너한테 이 새끼, 저 새끼 말 못 할 게 뭐가 있어!
처치하라는 오수는 안 처치하고 맨날 빈둥빈둥 돈이나 펑펑 쓰면서
[퉤, 침 뱉는 소리]
- 이 자식이 - (깡패) 사장님, 참으십시오
(깡패) 사장님, 사장님
- (깡패) 사장님 - 놔, 이 자식!
너 뭐야, 이 자식아!
[종 울리는 소리]
[종 울리는 소리]
[종 울리는 소리]
[바람 타고 들리는 종소리]
[계속 울리는 종소리]
[창문 닫고 잠그는 소리]
같이 자지 않을 거면 창문 열어 놔
풍경 소리가 들려야 잠이 와
감기 들어, 바람이 차
난 감기보다 잠 못 자는 게 더 무서워
[창문 여는 소리]
가, 자게
[창문 닫는 소리]
같이 자
내가 이겼다
여기
팔베개는 못해줘
나 결혼할까 봐
난 내가 원래 불면증인 줄 알았는데 아닌가 봐
네 옆에서 잠이 오는 걸 보면
사람이 그리운가, 내가?
오빠
네가 보는 이명호 본부장은 어때?
네 아빠가...
아니, 아버지가 선택한 사람이면
- 괜찮겠지 - 아빠 생각 말고
(오영) 네 생각은?
글쎄, 별로...
재미는 없는 것 같더라
너처럼?
잘해줬다 소리 질렀다
따뜻했다 차가웠다
옛날에 장 변호사님이 그랬어
너같은 남자 절대 만나면 안 된다고
팔자가 사나워진다고
알면 조심해
내가 남자가 아니라 오빠란 걸 하늘에 감사하고
[나지막이 웃는다]
참, 아까 그 약
먹으면 진짜 어떻게 돼?
사체 부검에도 안 걸릴 만큼 약효가 뛰어나지
단순 심장마비사
빠르고 정확하게
말했잖아
편안해진다고
그 약 진짜로 나 주면 안 돼?
세상에 하나뿐이라 안 돼?
그럼...
너랑 나 공동 소유는 어때?
대신...
너한테 이걸 줄게
유언장이야
그래, 유언장
어떤 이유로든 내가 죽으면 아무런 조사 없이, 이유 불문
내 유산 전부를 널 주겠다는 유언장을 쓰겠다고, 내가
단 조건은 네가 날 죽여주겠다는 약속
네가 먹어도 좋고 아니면 네 가짜 동생 영이를 줘도 좋고
(무철) 난...
네가 할 수 있는 2가지 선택 중 가짜 동생을 죽인다에 한 표 던진다
왜냐?
넌 구더기가 들끓는 쓰레기니까
이렇게 하는 거야
일단 네가 그 약을 가지고 있다가
내가 필요할 때 주는 거야
자
그 말은 긍정인 거지?
그럼 약속하자
이제 넌 나한테 두 가지를 약속한 거다
내가 있으라면 언제든 내 옆에 있겠다는 약속하고
약은 공동 소유
대답해, 공동 소유
그래
근데 너 그거 알아?
너한테 아주 좋은 냄새가 나는 거
(오영) 비누 향도 아니고 화장품 향도 아니고
뭔지 모르지만 아주 좋은 냄새가 나
- 자 - 응
[문 두드리면서] 영이야! 영이야!
영이야! 오수! [소리 지르면서]
[문 쾅쾅 두드리는 소리]
(아줌마) 대체 누구세요? 이 꼭두새벽부터
오수 오빠 동생 영이 친구라고 말했잖아요, 아까
(아줌마) 알아요, 아는데 그래도 그렇지
이 신새벽에
갑자기 영이가 너무 보고싶더라고요
- 누구예요, 아줌마? - 영이 친구예요
아무리 친구라도 그렇지 지금 아침 7시 조금 넘었는데
저번에 온실 꾸미러 온 친구 같더라고요
왜 이렇게 잠도 못 자게 시끄러워요
무슨 일 있어요?
[넘어질 뻔한 소리]
야, 너 뭐야? 네가 여기를 왜 와?
영이 방 어디야?
야, 너 왜 그래?
어, 수 형 어디 갔지?
영이 방, 어디냐?
[문 열리는 소리]
너랑 영이가 무슨 할 얘기가 있어? 희선아, 일단 나가서...
[벽에 부딪히는 소리]
저기요, 무슨 일인데 이 새벽에...
- 야, 일단 나와 봐 - 자는 그림이 참, 뭐 하다
그렇죠?
- 좀 나오라고, 너 - 야, 오수! 너 뭐야?
- (진성) 나와! - (희선) 야, 오수!
[커튼 치는 소리]
[창문 여는 소리]
[종 울리는 소리]
[계속 종 울리는 소리]
야! [분노에 차서]
너 지금 대체 뭐 하는 짓이야?
뭐가 열 받아, 열 받긴?
모든 게 우리 계획대로 착착 되가는데 네가 열 받을 게 뭐 있어, 뭐 있냐고?
언제 우리 계획에 영이랑 수가 자는 계획이 있었냐?
우리가 형을 죽게...
내버려둘 순 없다
그래서 너랑 나랑 공범이 돼서 형한테 영이랑 친해지라 그런 거잖아
그래서 형은 계획대로 차근차근 영이랑 바닷가도 가고 같이 자고
옷 입고 잤잖아, 벗고가 아니라 입고 남매처럼, 친남매처럼
나도 내 동생 진미랑 같이 자 알아?
- 한 침대에서 나란히 같이? - 우리 집은...
온돌이야
희선이 왔구나
오빠는?
- 영이한테 아무 말 말아라 - 네
영이야
(희선) 우리 모닝 커피 마시러 가자
(왕비서) 이 집에 온 네 저의가 대체 뭐야?
아무것도 모르는 영이한테 남자가 뭔지도 모르는 영이한테
한 방, 한 침대에서 같이 자면서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너!
안고 잤습니다, 왜? [윽박 지르면서]
영이가 불면증인 거 아셨어요?
당신이 편히 잠자는 사이, 이 집안 사람들 모두가 편히 잠자는 사이
영이 혼자 잠 못 자고 밤새 뒤척이는 거
아셨어요?
영이가 아무것도 모른다고요? 왜 걔를 아무것도 모르게 만들었어요?
당신이 영이 엄마라며! [소리 지르면서]
그럼 당신이 가르쳤어야죠
다 커서 오빠랑 한 방에서 자는 게 아니라는 것쯤은 벌써 알게 했어야죠! [소리 지르면서]
근데 영이는 몰라요
아무것도 아는 게 없어요, 걔는
내 앞에서 영이는 여전히 나랑 헤어질 때처럼 6살이고
난 영이 앞에서 여전히 8살이에요
정지라고요, 걘
그리고 나도 의문입니다
왜 걔가 잠 못드는 밤 엄마 같은 당신이 아닌
오빠라고 해도 21년 만에 나타난 낯선 내가 필요했던 건지
왜 걔가 숱한 날을 불면증에 시달리면서도
엄마 같은 당신에게 왜 도움을 청하지 않은 건지
왜 그렇게 걘 당신을 못 믿는 건지 대체 그 이유가 뭔지? [언성 높이면서]
나도 의문이라고요
그럼 결혼을 시키면 되겠네요
옆에 사람이 있어야 영이가 잠이 온다면
근데 나는 싫고 당신은 떠날 사람이니까
영이 옆에 이명호 본부장이 있다면 문제는 해결되는 거니까
영이 결혼 서두르죠 당신이 떠나기 전에
[벽 치고 시계 울리는 소리]
(진성) 게임 오버야
희선이가 지금 영이한테 형에 대해서 다 불러 갔어
(미라) 영이야, 9시 방향에 네가 좋아하는 핫초코야
그리고 이거 우리 가게 수제 초콜릿인데 영이가 너 선물이래
정말 오수가 너랑 오토바이를 탔어?
어
나 오토바이 처음 탔는데 진짜 좋더라
바람은 너무 찬데
청량 음료 마신 것처럼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았어
너도 오토바이 타봤어?
수가 우리 언니 오토바이 타다 죽었다는 말은 하디?
[긴장된 음악]
우리 언니 죽고 나서 다시는 오토바이 안 탄다고
(희선) 내가 한 번만 태워달랄 때도 죽어라 안 태워주더니
나쁜 놈
그런 일이 있었구나 난 그것도 모르고...
미안해, 희선아 그리고 오빠는 잘못 없어
- (오영) 오토바이는 내가 타자고 - 너 그거 아냐?
네 오빠 사기꾼이야
지금 너한테 그렇게 잘해주는 것도 진심 아니라 열라 사기치는 거고
[긴장감 흐르는 음악]
(진성) 형, 형!
[다급하게 뛰는 발소리]
사기?
무슨 사기?
너 오수가 한 명이 아니고 둘인 건 아냐?
알아
우리 오빠 수랑 사기꾼 오수가 있단 말 오빠한테 들었어
그리고 나도 오빠랑 이름이 같은 그 사람
1년 전에 만나 적 있고
네 오빠가 지는 착하고 다른 오수는 사기꾼이래?
그랬어
[비웃는 소리]
와, 완전 대박이다
야, 오영, 잘 들어라, 거꾸로야
네 오빠가 말한 오수는 완전 착해 그 착한 오수를 네 오빠가 배신했어
그리고 지금 네 오빤
완전 사기꾼에 도박꾼에 완전 개날라리 바람둥이야
여자 다루는 법을 죽이게 잘 알지
너도 홀딱 빠졌지?
동생 좋아하네
돈 필요하니까 찾아와 앞 못 보는 널 이용하면서
[오수가 헉헉대며 들어오는 소리]
완전 인간쓰레기
네 오빠가 너한테 온 이유를 말해줄게
돈 때문이야
어떤 여자한테 당해진 그 78억이란 빚을 갚기 위해
[짝, 뺨 때리는 소리]
이게 오냐오냐하니까 확!
나와, 나와!
영이는 수 형 동생이야, 이 자식아 네가 수 형이 아무리 좋아도 그렇지
(진성) 넌 왜 형이 여자랑 있는 꼴을 못 봐? 너 미저리야?
너 나와, 나와! [소리 지르면서]
희선이 말이 사실이야?
너 내가 동생이라 지금껏 잘해준 게 아니라
돈이 필요해서, 그래서 그래?
대답해
아니
유언장을 봤다면 이미 알겠지만
내가 죽으면 내 재산은 네 거야
네가 필요한 78억보다 훨씬 많지
돈이 필요하면
지금이라도 날 죽이면 돼
근데 전에도 말했겠지만
내가 죽기 전엔
나한테서 단 한 푼도 못 가져갈 거야
[극적인 음악]
수야, 뭐 해? 따라가줘
- 저 남자는 누구지? - 그러게
왠지 이 사람 건달 같지?
혹시 오수가 건달?
(미라) 왕비서님, 수 오빠랑 영이가 싸웠어요
희선이란 애가 수 오빠가 온 이유는 돈 때문이라고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만나서 말씀드릴게요
[막대기 탁탁거리는 소리]
[자전거랑 부딪혀서 넘어지는 소리]
오빠랑 왜 다퉜는지 말 안 해줄래?
누구 고자질이에요? 중태 오빠?
아니면 미라?
미라
좋은 친구였는데
왕비서님이 아니라면
오빠랑은 그냥 남매들 사이에 있는 흔한 말다툼이에요
참
왕비서님 동생은 요즘 연락이 없나 봐요?
요즘도 동생이 첩살이 아닌 첩살이 한다고
뻑하면 돈은 뜯어가면서 언니는 안 보고 그래요?
아니야, 봐, 집에 가면 가끔
아, 왕비서님이 집에 가끔 가요?
그럼, 매달 넷째 주에 가잖아
어머니, 아버지는 여전히 건강하시고요?
공무원 그만두시고 지금은 농사짓는다고 하셨나?
어, 하우스 딸기 농사
딸기 농사는 재작년에 그만뒀다면서요
태풍이 와서...
그때 가고 안 갔구나
거짓말은 참 늘 앞뒤 맞추기가 힘들어요
그렇죠?
이제 56일 후에 오빠가 떠나면
왕비서님하고 나랑은 또 이런 거짓말 놀이를 하며 서로 갈구겠죠
재미없고 피 튀기게
오빠가 떠나는 게 많이 서운한 모양이구나
괜찮아요
눈먼 사람은 남고
앞이 보이는 사람은 제 갈 길 찾아 떠나는 게 맞죠
명호랑 결혼할 마음은 있는 거니?
오늘 데이트 그래서 하는 거야?
오빠가 원한다면서요
가죠
(오수) 나와
[뺨 때리는 소리]
[뺨 때리는 소리]
내가 영이한테 너 가짜라고 얘기할 수 있었어 [울먹이면서]
근데 난 안 했어, 이유는 한 가지
널 좋아하니까
내가 봤어, 영이 보는 네 눈빛
영이랑 잘 때 너무 편한 네 모습
나도 여자야, 느낌 있다고
너 걔 좋아하지?
내가 뭘 잘못했어? 영이한테 돈 달란 게 내가 뭐가 잘못이야? [울면서]
왜? 돈 달라면 걔한테 쪽팔리냐?
대답해, 왜 대답 못 해?
어, 네가 그러고도 걜 이용만 했어? 하나도 안 좋아하고?
걔가 널 오빠라고 알면 돈 못 달랄 게 뭐가 있어? 너 대신 내가 달랬는데
내가 뭐 잘못했냐고 [울고 소리 치면서]
돈을 달래야 네가 살 거 아니야
(희선) 네가 살 거 아니야 [울먹이면서]
[흐느끼며 우는 소리]
(명호) 네가 오빠랑 이름 같은 사람 찾고 싶어했다며
그 사람과 연락이 되는 사람 명함이야
아까 왕비서님 뵙고 드렸어야 하는데
잊었어, 전해줘
네
본부장님, 우리 오늘 영화 보러 가요 그리고 그다음엔 술 마셔요
한두 잔 마실 거면 나랑 술 안 하는 게 좋을 건데
내가 보기보다 완전 주당이거든
(진성 아빠) 아이고, 맛있게 드세요
아이구, 들어와있어 뭐 한다고 밖에서 서성여
추워, 진성이 배달 가서 언제 올지도 모르는데
됐어, 들어가
아, 왜?
안 추워? 인마, 이거 뭐 한다고 보고 있노?
내 소 팔아가지고 집 나간 놈을
(진성 아빠) 쟤는 마, 너 아니면 지독한 서울 생활 왜 하노?
서울 생활 얘 때문에 하냐? 구제역으로 그냥 소 죽어서 하지 [자신 없게]
들어가, 손님들 찾는구만 들어가!
(손님) 사장님!
밥은?
먹었어
이그, 이 자슥
(진성 엄마) 으이그, 진짜
괜히 저래, 알지?
아고, 잘생겼다, 내 아들
요즘 회사 잘 다니지? 나쁜 짓 안 하고?
어
빵에 들어가고 또 도박하면
니 애미 혀 깨물고 죽는 줄 알아
[오토바이 오는 소리]
(오영) 소주는 이 정도...
3할, 맞죠? 3할
맞아
야, 오늘 너 사람 여러 번 놀래킨다
어떻게 보지도 않고
술 온도로 느끼는 거예요
근데 또 뭘 놀랐는데요?
난 네가 영화를 좋아하는지 정말 몰랐거든, 그것도 액션 영화를
사실 액션 영화는 별로예요
차 소리, 주먹 소리, 뛰는 소리 악악하는 비명 소리만 들려서
그럼 다른 영화 보지 멜로 영화도 있었는데
멜로 영화는 더 별로 말이 별로 없잖아요
요즘 멜로 영화는 음악만 나오고
사실 멜로 영화에서 내가 진짜 보고 싶은 건
남자가 여자를 볼 때 어떤 눈빛인가
여자가 남자를 볼 때 또 어떤 눈빛인가
둘이 어디서 만나고 무슨 옷을 입고 뭘 먹나
그런 건데
보다시피 난...
눈이...
우리 다음엔 코미디 영화 봐요
근데 정말 웃기죠? 우리 시각장애인들
보지도 못하면서 본다 그러고
정확히 말하면 '코미디 본다'는 틀린 말이잖아요
'코미디 듣자'지
근데 다들 본다 그래요 시각장애인들은
진짜 웃겨
그렇죠, 본부장님?
(오영) 본부장님
지금 내 얘기 안 듣죠?
아니야
내가 왜 네 얘기를 안 들어? 듣고 있어
이건...
[맥주 따르는 소리]
(오영) 가득
- 근데 폭탄주는 누구한테 배운 거야? - 오빠한테요
아 [시원하다는 듯이]
영이야
나 잘 마시죠?
안 가고 뭐 해?
왜 내 전화 안 받았어?
배달 일이 장난인 줄 알아? 바빴어
희선이 때린 거 미안해
희선이 안은 건 안 미안하고 때린 것만 미안해?
형 목숨이 중요하지 걔 뺨 맞은 게 뭐가 큰일이야?
난 형 너나 희선이나 둘 다한테 호구니까
형은 살 궁리나 열심히 해
난 호구잖아, 신경 쓰지 말라고
[오토바이 출발하는 소리]
[전화벨 울리는 소리]
(오영) 나 술 취했어
날 죽일 거면 지금이 딱 좋은 타이밍이야
여긴 씨플러스 영화관 옆 술집
죽이러 와
[긴장감 흐르는 음악]
[명호 발걸음 소리]
[탁, 의자 놓는 소리]
[전화벨 울리는 소리]
여보세요
(무철) 진성아, 너 내 밑으로 와라
내가 수한테 손쉽게 죽을 수 있는 약을 하나 줬는데
아마도 걔가 그걸 가짜 동생한테 줄 것 같다
그럼 넌 옆에 있단 이유만으로 살인 방조가 되는 거야
(무철) 어릴 때 한 동네 사는 의리로 말해주는 거야
진성아, 착한 부모님 상처 주지 말고
이제 수랑 헤어져서 형한테 와라
기다릴게
아 [갑자기 생각난 듯이]
소라가 오수를 찾더라
(무철) 미저리 소라가 오수를 찾음
걔가 오수를 완전 박살 낼 텐데
[오토바이 시동 거는 소리]
싫어
나 그만 마실래
지금도 난 너무 많이 마셨어
원샷, 원샷, 원샷
우리 지금 대화하려고 만난 거야 영이야
술만 이렇게 퍼마시려고 만난 게 아니라
너 오늘 종일 오빠랑 여행 갔던 얘기 말고는 한 게 없잖아
그리고 아까 내가 한 말엔 왜 대답 안 해?
날 좋아하냐고 내가 물었잖아
원샷, 원샷, 원샷, 원샷, 원샷 [테이블 두드리면서]
[긴장감 흐르는 음악]
사랑해
사실 난 오래전에 이렇게 하고 싶었어
네가 날 그냥 아버지가 정해준 약혼자가 아니라
진짜 남자로 봤으면
영이가 자길 데리러 오라고 해서
오늘 즐거웠어요
키스도 좋았고
[의자 끌리는 소리]
제가 차까지만
(한비서) 나야, 자기야, 어디야?
누구신지요? 이명호 본부장님...
[극적인 음악]
이렇게 가다
쾅
우리 둘이 차 사고?
좋은 생각이네 근데 운전 잘해야겠다
동생까지 속여가며 돈이 필요한 걸 보면
넌 살아야 할 이유가 아주 분명한 것 같은데
자칫하다 너까지 같이 가면 안 되잖아
술 마셨으면 조용히 잠이나 자 쓸데없는 말 말고
혹시라도 해서 말인데
죄책감 같은 거 갖지 마
난 너도 알다시피 줄곧 죽고 싶어했잖아
내 소원 들어준다고 생각하면 편할 거야
[애잔한 음악]
너랑 좋았던, 즐거웠던
행복하다고 생각했던 기억 전부가
네가 나한테 돈을 뜯어내기 위한 가증스러운 쇼였단 건
나도 인간이라 어쩔 수 없이 배신감이 들지만
조용히 하랬다 [낮은 어조로]
내가 안전벨트를 풀어 놓을까?
그래야 차가 조금만 부딪혀도 내가 멀리 멀리 튕겨져 나갈 테니까
착한 오빠가 술 취한 동생을 집으로 데리고 가다 사고가 났다
동생은 술에 취해 안전벨트를 제 손으로 푸르고
그 바람에 놀란 오빠가 차를 끼익
[차를 끼익 세우는 소리]
그다음은 앞차에 쾅인데
다시 해
지금이야
오해야
희선이 말 다 거짓이고... 오해야
[차 문 여는 소리]
이거 놔!
난 지금이라도 널 죽일 수 있어
내가 널 죽일 마음이 있었다면 도움이 필요해 너한테 왔다면
기회는 여러 번 있었어
지하철 역에서 지하철이 달려오던 그 순간
(오수) 엊그제 강가, 바닷가 그리고 지금 여기
앞 못 보는 널, 죽여달라는 널 맘만 먹으면 언제든
내가 해치울기엔... [떨리는 목소리로]
넌... 너무 쉬워
내가 널 믿어도 된다고 해줘
[털썩 주저앉는 소리]
[흐느끼는 소리]
(오영) 내가 오빠 널 믿어도 된다고
난 내 옆에 그 누구도 믿을 수가 없어
제발 오빠 너만은 내가 믿어도 된다고 [흐느끼면서]
[서럽게 우는 소리]
난...
믿어도 돼
난 믿어도 돼, 영이야
[서럽게 우는 소리]
(왕비서) 무슨 일이에요?
이본부장한테 물어보세요
나가세요
영이가 자면 제 방으로 갈 테니 제발 좀 나가시라고요
[막대기 던지는 소리]
[문 닫히는 소리]
[잔잔한 음악]
오빠
나 오늘 첫키스했다
좋았어?
기대보단 별로
근데 네 첫키스는 나거든
넌 너무 짖궂어
어려서도, 지금도
손
아까 한 말
내가 널 믿어도 된다는 그 말
진짜지?
어
졸리다
영이야
(오수) 대체 나는 왜 이렇게 살고 싶어하는 걸까?
왜 살아야 하는지 분명한 이유도 없으면서
앞 못 보는 이 아이에게 이렇게 끝없는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나는 대체 왜 이렇게 살려고 하는 걸까?
[즐거워하는 웃음 소리]
- 진짜 맞았어? - 어
행복했어, 오빠 네가 와서
(오수) 인생 참 별거 아니라고
그냥 살아지면 사는 게 인생이라고 한
내가 한 모든 말들은 어쩌면 모두 거짓말이었나?
살면서 지금 같은 순간을 나도 모르게 한 번 쯤은
미치게 기대하고 있었나?
젠장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거야?
미친놈
무철이가 준 약보단 그게 훨씬 낫지, 안 그래?
형 감방까지 처넣은,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미저리 소라도 널 쫓는 마당에
금고 털어, 희선이 그 정도는 식은 죽 먹기일걸
금고가 집 지을 때 같이 만든 거라 완전 구닥다리야
- 희선이 더는 끼어들게 하지 마 - 희선인 벌써 껴들었어
형 위조 여권, 민증, 면허증 유전자 감식
그 뒤치다꺼리 누가 다 했어?
(진성) 비밀의 방 열게 하고 그래서 이 집 드나들게 하고
그래서 영이랑 형 자는 거 보게 해서 상처받게 하고 [언성 높이면서]
그거 누가 다 했어?
나 네가...
우리 아빠 소 판 돈 갖고 나가서 게임할 때도 나 형, 네 편이었다
너 중딩, 고딩 때 보육원 나와서 우리 집에 얹혀살면서
뻑하면 애들하고 주먹질해서
우리 엄마 너 때문에 파출소 들락거리고
경찰들한테 매일 손이 발이 되게 빌고 그 바람에 심장병까지 얻었어도
나 형, 너 원망한 적 없었다
아냐?
내가 아무리 형, 네 편이라도
나 네가 사람 죽이는 꼴은 못 봐
같이 바다 가서 놀고 어제처럼 안고 자고 있는 대로 친해진 그다음에
죽으라고? 야, 그게 말이 돼! [소리 지르면서]
형 너도 안 죽고 불쌍한 영이도 안 죽고
금고 털자
도구 준비해
입
생초콜릿이야
남자는 표정이 어때?
글쎄, 뭐라 그래야 돼?
저걸 멋쩍어하는 것 같은데
넌 저런 여자 닮지 마
왜?
저 여자는 지금 남자를 놀리거든
남자한테 저런 상태에서 나중이라고 말하는 건
- 하, 반칙이야 - 저 상태가 어떤 상태인데?
엄청 치고 들어온다, 너
[TV 끄는 소리]
내일 상견례 갈 준비는 다 했어?
왜 꺼?
저거 봤었다며, 벌써 여러 번
너한테 설명 들으면서 보니까 달라
켜, 그리고 얘기해
상견례하면 식은 바로 올려야겠지?
이왕이면 너 떠나기 전에 하게
이명호 좋아?
입
아버지가 정해준 사람이야 그게 전부
(오영) TV 켜
왜 안 켜?
자자
내일 상견례 가려면 피부가 고와야지
- 이것만 보고 자라 - 응
상견례 자리에 수가 함께 가니까 마음이 참 든든하네요
왕비서님도 그렇죠?
영이가 좋으면 전 다 좋아요
[전화벨 울리는 소리]
[전화 안내음] 오빠입니다
어, 왜?
- 영이야 - (오영) 응
내가 갑자기 일이 생겨서 상견례 같이 못 갈 것 같다
(오영) 일? 무슨 일?
어, 급한 일, 내가 나중에 이탈리아 가는 게 문제가 생겨서
상견례 잘해
나 상견례 안 갈래
너 오늘 일 보고 나중에 너 있을 때 해
- 안 돼 - 나도 싫어, 혼자 그런 자리 가는 거
넌 어차피 혼자야
익숙해져
혼자인 거에, 난 곧 떠나
이럴 거면 처음부터 오지 말지 그랬어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오빠 안 온대요 우리끼리 가래요
진성아, 나야, 지금 출발해
- 도구 넣었어 - 우린 집에 가서 짐싸고 있을게
- 조심해, 형 - 일 끝나면 전화할게
[거칠게 출발하는 소리]
늦네요, 어르신들이
본부장님이 회의가 있어서 부모님들끼리 오시느라
길이 낯설어서 그러신가 봐요
왜요?
영이가 화장실에서 너무 늦는 것 같아서
앉아 계세요, 영이 여기 맨날 오는 데인데
직원들이 잘 챙길 거예요
그렇겠죠
그럼요
뭐라고요? 여기까지 와서 안 들어가신다고요?
- 이놈아, 너 이러다 천벌 받아 - 아버지!
아무리 재산이 많아도 눈먼 애를...
(명호 엄마) 그리고 가족 같은 소연이를 버리고
나도 싫다
명호야, 지금이라도 물러 이 결혼...
(명호) 엄마, 우리 다음에 얘기해요 오늘 상견례 다 하고
영이야
답답해서 바람 좀 쐬려고
왕비서님한테 저 감기 기운이 있어서 집에 가야겠다고 좀 전해주세요
[막대기 소리]
[긴장감 흐르는 음악]
이런 법이 어디 있어? 어른들이 오셨는데 갑자기 일어나면
(장 변호사) 그만하시죠
요즘 감기 독해서 조심하는 게 좋아요
[살짝 문 여는 소리]
[살금살금 발소리]
[웅장한 음악]
[금고 다이얼 돌아가는 소리]
[달칵거리는 소리]
- 벌써 다녀오셨어요? - 네
전 그럼 가보겠습니다
- 조심해서 가세요, 장 변호사님 - 네
- 영이야, 갈게 - 네
[금고 다이얼 돌아가는 소리]
[손잡이 돌아가는 소리]
[금고문 열리는 소리]
(아줌마) 왕비서님
네?
어떻게, 식사 준비할까요?
생각 없어요, 일단 영이 피곤하다니까 한숨 재우고 나중에요
네
[문 열리는 소리]
- 병원에 안 가봐도 되겠니? - 네
[긴장된 음악]
(왕비서) 그쪽이 필요한 돈이 78억라고 들었는데 지금 당장 그돈을 준다면?
(오영) 왕비서, 당신이 꾸민 짓인 걸 알아
난 혼자가 아니니까 나한텐 오빠가...
(오수) 눈 검사, 다시 해보죠
(오영) 넌 떠나고?
미안하면...
놀러 갈까?
(무철) 진소라가 지금 이명호 만나러 갔다
네가 피엘 그룹 외동 아들 흉내 내는 거 알려줬거든
(의사) 저기 오영 씨 오빠 되시나요? 지금 동생분이 많이 아프십니다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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