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문으로 들었소 6부.
정호집 아기 방/ 문 앞, 복도. 낮.
-방문을 사이에 두고 선 혜옥과 봄(예쁜 원피스와 레깅스 차림)
-아기는 침대에.
혜옥 어떡하나. 큰사모님 말씀을 못들으셨나보네요.
봄 무슨 말씀이요?
혜옥 애기는 수유시간에만 보시는 걸로.
봄 ???왜요?
혜옥 저도 동의 했구요, 작은 사모님 뿐 아니라 어른들, 이지 아가씨, 다 시간을 정해놨어요. 규칙성이 무척 중요합니다. 교육은 갓태어나서부터 해야 하니까요.
봄 아아, (하다가, 말이 안되는 것 같아서)무슨 교육이요? 시간 엄수? (갸웃 하며 혼잣말)아닌데, (본다)엄마랑 애착관계가 젤 중요하지 않나요?
혜옥 물론 중요하죠, 하지만 그게 엄마하고만 집중되는 것도 사회성 발달에 좋지는 않답니다.
봄 (그런가??...안쪽 기웃)
-침대 위 아기,
봄 (혜옥을 본다. 안될까요?)
혜옥 (웃어보인다. 안돼요) 세 시에 젖먹이러 오세요, 작은 사모님.
-미안한 듯 부드럽게 닫히는 문.
-돌아서는 봄.
-모퉁이 돌아서다가 멈칫 뒤돌아보는 봄.
-연희가 아기 방으로. 선숙이 봉제인형을 양 팔에 안고 뒤따른다.
-봄, 야속...
-기대서서 문자하는 봄.
봄 소리 엄마, 어머님이 진영이가 정말 이쁘신가봐. 나보다 아기 방에 더 자주 가셔.
아기 방.
-선숙이 인형을 아기 침대에 놓아주고, 연희, 곁에 서서 혜옥과 얘기 나누는. 흡족하게 끄덕이기도 하면서.
진애 소리 다행이다...손자를 귀해 하시면 너한테두 곧 정을 주시겠지.
형식 집 및 가게 몽타주. 주방/거실/안방/누리방/가게.
-집 안 곳곳에 붙어 있는 봄이네 세 식구 사진들(각각 크기 다르게 출력하여 모양대로 오려낸). 방 문, 싱크대 벽, 냉장고, 안방 화장대 거울 귀퉁이, 거실 탁자, 누리방 침대 맡 등.
-진애는 설거지 하면서, 형식은 전기면도기 밀면서, 누리는 냉장고 열면서, 등등세 식구가 오며가며 사진 향해 ‘까꿍’ ‘어이구, 그랬어?’ ‘한진영’ 등등...표정이 썩 밝지만은 않다. (아기와 봄이 부부는 더없이 예쁘고 애틋하지만, 또 봄이가 청소년 미혼모 처지를 벗어나 결혼을 하게 된 것도 천만다행이지만, 인상 집안에 계속 주눅이 들어 있다는 게 뭔가 억울하고 속상하다)
형식 거실.
-통화 하는 진애. 걸레질 하던 중이었다.
진애 (통화)누구요?...(급당황)아, 네,
정호집 침실 파우더 룸.
-연희는 화장하고(외출 준비). 선숙이 곁에서 통화.
선숙 두 분 식사 자리를 마련하시겠답니다. 월요일 조찬 어떠신지요...네, 아침식사...네?
연희 (새침하니 귀걸이 달며 거울 속으로 힐끗)
형식 거실.
진애 (당황)아니 저기, 조찬이건 오찬이건 다 괜찮은데요, 진영이 할머니가 전화를 직접 하시지 않구 어떻게....이런 저런 앙금이랄까, 뭣보다 제가 각서 문제로 흥분한 것도 계속 걸리고...혼인신고 하는 날 서로가 다 풀었으면 좋았을 걸,
침실.
-연희, 파우더 룸에서 나오고, 선숙, 연희의 외투와 핸드백 들고 뒤따라
선숙 그렇게 뵙기는 했지만 아직 양가 부모님이 정식으로 인사를 나누지 않은 상태라, 중간에 사람을 넣어서 여쭙는 게 예의라고 하십니다...
형식 거실.
진애 (벙하니 듣는다)
선숙 소리 혹시 말씀드린 시간이 여의치 않으시면 다른 날로 잡겠습니다.
진애 (황황)아니요, 좋아요, (아니지)좋습,니다.
선숙 소리 그럼 그날 뵙겠습니다.
진애 네, 그럼,
-전화 끊어지는 소리. 진애, 뭐야 이거?
-형식과 철식이 올라온다.
-진애, 전화 끊고 걸레 잡는다.
-잠시 후.
형식 (주방에서 물을 따르다 말고 놀라)언제!
진애 (걸레질 마저 하면서 심란)월요일 아침이래.
누리 (나가려던 참이었다)나두 가?
형식 아닌 거 같은데? 격식 차려서 초대하는 거 아니야?
진애 그렇겠지. 그 집이 격식 그 자체니까.
철식 아닌 게 어딨어요, 같이 가면 되지.
누리 엄마,
진애 모르겠다.
철식 거 참, 이상하시네. 불러 주기 기다렸잖아요.
형식 그러게?...뭐 좀 깍쟁이처럼 말하거나, 그랬어?
진애 아, 몰라...뭐 입구 가냐고...
침실.
-파우더 룸, 외출복 차림 연희가 귀걸이를 달고, 선숙은 외투와 핸드백(연희 것)을 들고 서 있다.
연희 와서 보면 느끼는 바가 있겠지. 자기네들이 어떻게 처신을 해야 하는지. 한송 사돈이라는 말 자체를 아예 안하구 조용히 살아주면 젤 고맙겠어.
거실.
-접견실 문에 ‘정숙’ 팻말이 걸려 있다.
-봄, 계단 옆에 서서 인상이 나오기를 기다린다.
-이윽고, 인상과 경태 나온다.
봄 안녕하세요.
경태 안녕?!
-정순이 식당에서 젖병 따위 담긴 바구니 들고 나온다. 봄, 눈인사.
정순 (눈으로 답하고는)점심 차려 놨어요.(안채로)
경태 감사합니다.
인상 (경태에게)먼저 잡수세요. 전 애기 잠깐 보구,
경태 그러시던가(가고)
인상 (가자고 손 잡으려는데)
봄 지금 안 돼. 시간표를 정해 놓으셨대.
인상 그런 게 어딨어, 누가 그래.
-연희와 선숙이 나온다. 외출하려는.
-연희, 멀찍이 마주 서있는 인상과 봄을 보자 울컥 치민다.
연희 오, 점심 시간이구나.
-인상과 봄, 돌아본다. 꽤 먼 거리. 봄, 미소 띠며 목례하고,
인상 엄마...
-연희, 다가오며 자애로운 미소 지어보이고, 봄, 인상에게 작게 당부한다.
연희 공부 힘들지 않니?...
봄 (작게)좋은 말로 여쭤봐.
인상 그럴 거야.
-거실 어귀에 마주 선 인상과 연희, 봄.
-선숙은 현관 입구로 나가서 연희 구두 바로 놓고,
(인상은 연희한테 좀 미안한 마음이 있다. 연희한테 얻어맞는 거 봄이가 말려줬을 때 좋다고 웃은 것. 그래서 봄의 부탁이 아니더라도 연희를 언짢게 하지 않으려 한다)
연희 (봄에게)잘 맞춰 입었구나.
봄 고맙습니다, 예쁜 옷 많이 사주셔서.
연희 (웃어주고 인상에게)인제 애들 말은 쓰지 마. 어머니라구 해야지, 어른인데...좀 어색해두 써버릇해...
인상 (좀 웃어준다)그럴게요. 근데 저희가 진영이 자주 보면 안돼요?
연희 좋은 습관을 들여줘야지. 그건 평생의 재산이야. 자식을 기분 따라 저 하구 싶은대로 키우면 어떻게 되겠어.
인상 그래두 저희랑 먼저 의논 하셨어야죠. 저희가 친권자구 양육권자,(하다가 봄에게)맞지?
봄 (끄덕, 하고는 연희에게)저희 의견두 존중해 주시면 좋겠어요.
인상 바로 그거죠.
연희 너흰 아직 미성년자야.
인상 그럼 내년까지 저 시간표대로 해요?
봄 너무 길어요.
연희 제 앞가림을 해야지! (돌아선다)
봄, 인상 (머쓱)다녀오세요.
연희 (구두 신는다. 폭발할 것 같다).
인상 방.
-둘 다 시무룩. 인상은 책상에 기대 서 있고, 봄은 책상 앞 의자에.
-컴퓨터 모니터에는 육아 블로그 떠 있다. ‘신생아의 LTE급 성장 속도’ ‘크느라고 운다’ 등.
봄 내가 복에 겨웠나봐...다 키워주신다는 거잖아. 그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두 모르구 막 서운하기만 해. 내 또래 애엄마들, 애 키우기 힘들어서 통곡을 해...그런 거 생각하면 진짜 감사한데...뭔지 모르겠어. 너무 속상해.
인상 무시당하니까.
봄 그 정도는 아니지만,
인상 뭐가 아냐. 개무시 하는 거지.
봄 (본다. 뜻밖) 너 그러다 바닥에 침이라두 뱉겠다? 완전 불량해보여.
인상 차라리 그게 낫지. 나는 뭐냐고.
봄 뭐?
-노크 소리.
인상 네.
-경태가 들여다본다.
경태 뭐하냐. 점심 시간 끝났는데.
인상 아, 네,
봄 내려 가.
경태 (문 손잡이 잡은 채 시계를 본다)10분 초과.
인상 (힐끗)
봄 (웃음)야아, 눈 그렇게 뜨지 마.
인상 (봄의 어깨 힘주어 잡아주고 간다)
봄 (글썽이며 웃음)
경태 (참, 어린 것들이)
-인상이 거칠게 나가고, 경태 어쭈,
경태 또 보자. (문 닫는)
봄 네.
접견실.
-인상, 뒤따라 경태 들어와 문 닫으면,
인상 미성년 친권자가 양육권 소송 할 수 있어요?
경태 누가 뺏어간다고 소송을 해.
인상 그게 아니라요, 부모님이 저희를 전적으로 양육에서 배제하시니까,
경태 법전 읽은 지 얼마나 됐다고 문자 쓰냐. 그런 걸 바로 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라고 한다. 앉아라.
-인상, 앉아서 책 펴고, 인강 들을 준비.
경태 형광펜, 0.5미리펜, 포스트 잇, 요약 노트, 일렬로.
인상 (주섬주섬 정리)
경태 니 질문이 왜 옆구리 터지는 소린지 말해주께. 첫째, 미성년자는 일단 가사소송을 할 수가 없고, 둘째, 양육권 소송은 물심양면, 자녀 입장에서 양육 여건이 좋은 쪽이 이긴다. 주제 파악이 되냐?
인상 네.
인상 방.
-봄, 마우스로 검색하면서 한 손으로 가슴 문지르며 찡그린다. 아파.
-육아 사이트 게시판. 댓글 ‘시댁과는 선을 그으세요’ ‘육아의 주도권을 뺏겨서는 안돼요’ ‘빨리 분가하세요’ 등등.
-봄, 자판 친다. ‘선배님들, 조언 부탁 드려요...’
재원 스위트.
-연희, 쉴 곳이 없어서 왔다. 길게 기대 앉아, 차 마시며.
-재원, 레고 조립(히어로 팩토리 같은 것)하면서.
-입구에 축하 화분 따위 잔뜩. ‘축 취임 송원영 총리 각하’ ‘아버님 영전 축하 드립니다’ 등등의 리본 달린.
연희 (탄식)재앙이야...
재원 (코를 박을 듯이 들여다보며)호환, 마마, 천재지변, 불법 비디오보다 더 무서운, 미성년자 며느리.
연희 (훌쩍, 콧물 닦는다)
재원 그냥 같이 놀면 되지 않냐? 애가 똘똘하다매. 말귀두 밝구.
연희 됐다. (가방 챙겨든다)
재원 갈라고?
연희 좀 쉬었어. 얘기 들어줘서 고맙다, 폭발 직전이었는데.
재원 폭발 좀 하지 그랬어.
연희 내가 그런 건 또 안하지...(나가려다)이것(화분들) 좀 치워라. 너네 아버님 총리 취임 축하를 왜 너한테 하니? 연줄 밝히는 사람들 젤 이상해.
재원 그러게.
연희 갈게.
-영라가 들어온다.
영라 어머 얘!
연희 어어,
재원 왔냐?
영라 어, (하고는 다시 연희에게)와인 클래스에 안왔길래 전화 할려던 참이었어.
연희 어어, 좀 늦어서 그냥 올라왔어.
영라 그럼 좀 더 있다 가. 소정이 올 거야. 집에 가 봐야 심란하기만 할텐데(연희 어깨 감아 돌려세우며), 너네 바깥 사돈은 신불자라며,
연희 (홱 뿌리친다)왜 이러니, 간다는데?!
영라 어머?
재원 (벙)
연희 너 이러는 거 정말 싫어! 옛날부터 싫었어! 남 잘 되는 꼴을 못보구, 남의 불행을 즐기구, 천박하게!
재원 (엉거주춤 선다)폭발 안한다매.
영라 (걱정을 듬뿍 담아 안아주려)어떡하니, 진정해라,
연희 징그러.(나간다)
-들어서던 소정이 어리둥절.
소정 뭐야.
영라 (바깥을 향해 소리 높여)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해, 연희야! (혀를 낼름)
한송 정호 방 앞. 퇴근 무렵.
-정호와 홍보 담당(30대 후반)
홍보 담당 포털 검색어 관리 중이고, SNS는 플로우를 긍정적으로 유도하고 있습니다.
정호 미디어 대응은 무리가 없어야 해요. 너무 과민하지 않게, 응? (작게)곧 뭔가 하나 나와 줄 거예요. 대산그룹 카드를 쓸 거 같아.
홍보 담당 (그래요?!)
정호 (끄덕이며 어깨 가볍게 쳐준다)오바하지 않아도 돼.
홍보담당 알겠습니다. (돌아서고)
정호 (급 반색)어쩐 일이세요.
-주영이 백대헌을 안내하여 다가온다.
백대헌 집무실 둘러 보고 가는 길에 잠깐 들렀어.
정호 제가 직접 모시구 보여 드릴 참이었어요. 방이 마음에 드시는지,
백대헌 아주 좋아. 전망이 예술이더군. 인왕산이 한 눈에 들어오고 말이지.
정호 방.
-정호와 백대헌, 들어온다.
정호 총리실에 미치지 못해서 송구스럽습니다.
백 무슨, 여기 이 자네 방에 비하면야 내가 송구하지. 대표 방이 이렇게 소박한데,
정호 한송의 모든 변호사들이 다 똑같은 방에서 일합니다. 어소시에잇이나 파트너나.
백 훌륭해. 이런 게 바로 자네 미덕이지.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호 어유 요즘 세상에 귀족이 어딨습니까, 다같은 시민이죠. 어, 참, 오신 김에 저희 전용 라운지 한번 가보시죠.
백 오, 여기 맨 윗 층에 있다지?
정호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백 그러지. 긴히 할 얘기도 있고.
엘리베이터 앞.
-태우가 백대헌 안내하여 가고, 정호가 뒤따르며 주영에게 은밀히 지시.
정호 (주영에게)출근은 일곱시예요. 공직에 있을 때 워낙 아침 일찍 출근들 하셔서, 아홉시나 열시에 나오라구 하면 못견뎌요. 늘 정각에 맞춰서 준비하도록.
주영 알겠습니다.
정호 기밀 문건 저 방으루 가지 않게 각별히 조심하고.
주영 네.
-정호와 백대헌이 엘리베이터 타고, 태우가 닫힘 버튼 누른다. 주영 목례.
비서실.
-주영이 오면,
양비서 (엘리베이터 쪽 얼핏 가리키며)일일보고서 따로 올려야 되지?
주영 (앉는다)네.
양비서 민주영 몸뚱이 하나 더 만들어라. 인상씨 처가댁.
주영 (웃음)이상해요. 인상이 그 꼬마한테 처갓댁이라니.
양비서 인제 친인척이잖아.
주영 관리대상.
한송 클럽 밀실.
-정호와 백대헌.
정호 하실 말씀이라면,
백대헌 정국 타개책이 하나쯤 나와 줄 때 아닌가. 이번 총리 인사가 워낙 파행이라,
정호 그런 면이 있죠.
백대헌 이임자가 이런 말 물어나른다는 게 뭣하지만, 타개책이라는 게 뭐겠어.
정호 (시치미)무슨...
백대헌 대산 그룹 비자금 껀을 터뜨릴 거 같아.
정호 (놀란 척)그래요?!
백대헌 정보원 보호 원칙 지켜줘.
정호 아유 이거, 선배님 고문으로 모시자마자 큰 덕을 보네요. 그쪽은 생각두 못하구 있었는데.
백 나두 밥값을 해얄 거 아닌가.
정호 어유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민망합니다. 밥값이라뇨.
백 아무튼지, 대비하시게.
정호 (고개를 숙이기까지)감사합니다.
백 (술잔)자, 들자고.
정호 네, (고개 돌려 마시는)
한송 정호 방.
-태우가 정호의 가방을 챙기고, 정호와 양비서가 서서 얘기 중.
양비서 저쪽 분들 동태 파악은 민주영한테 지시했습니다.
정호 나 가책 같은 거 느끼지 않아도 되겠죠?
양비서 그럼요. 선의로 하시는 일인데.
정호 (태우에게)먼저 내려가요.
태우 네.
-태우가 나가면,
정호 대산 장회장한테 입원을 하랄 참인데,
양비서 특실 담당 간호사 주변에 사람을 하나 붙여놓겠습니다.
정호 보안 의식 철저한 분으로.
양비서 네.
한송 복도. 밤.
-정호와 양비서 나온다. 양비서 목례하고 정호는 엘리베이터 쪽으로, 양비서는 비서실로.
-정호, 가면서 머릿속으로 일의 순서를 생각하는 듯,
샌드위치 가게. 밤.
-열시 오분 전.
-직원 하나가 샌드위치 속을 퍼서 빵에 바르는 등 바삐 일하고,
-주문 받는 누리.
누리 주문 확인하겠습니다. 빵은 허니 오트에 터키 베이컨, 올리브 많이, 맞나요?
-주영이 들어온다.
-짐짓, 진열장과 메뉴판 살피는 주영.
-누리가 직원에게 주문표를 주고 작게 ‘수고해’ 안으로 들어간다.
-주영, 주문대에 다가서며 누리를 힐끗.
주영 에그마요 15센티, 포장해주세요.
동 앞. 밤.
-철식이 승합차 옆에 서서 기다리고, 누리가 뛰어나온다.
-철식, 누리, 차에 타고, 주영이 주문 봉다리 들고 나오며 통화(양비서와).
주영 (웃음)아니예요. 수고라구 할 수두 없어요...야식거리 사가는 건데요 뭐...
좀 미안하긴 하네요...별일 없이 사는 분들 같은데.
한송, 비서실 밤.
양비서 (가방 챙기며 통화)나 별일 저지를 겁니다, 써붙인 사람들 아무도 없어.
정호 침실. 밤.
-까운 차림 정호, 파우더룸에서 나온다. (샤워 후).
-연희는 탁자 앞에. 탁자 위, 정호 한약 그릇 뚜껑 연다. 울적하다.
정호 지영라 너무 좋아하지 말라고 해. 걘 우리 집안 일로 신나할 때가 아냐.
연희 신경 쓰고 싶지 않아요. 딴 때 같으면 위로 전화라두 해줬겠지만.
정호 저 애 부모, 식사 날짜 정했나?
연희 어, 다음 주 월요일 아침. 김비서한테 말해놨어요.
정호 선의를 선의로 받아 줘야 할텐데.(약 마신다)
연희 반발하지 않을까? 합의금두 내던진 사람들이야.
정호 좀 더 치밀하게 설득해야지.
연희 초대는 해놨지만 엄두가 안나. 어떻게 대해야 할지.
정호 그런 감정을 다 극복하자고. 관용과 이성으로.
연희 당신이 못봐서 그래...저 애 엄마가 얼마나 사나운지...각서를 던지면서 왜 자기네들 빤(쓰), 그걸 벗게 만드냐구 막 소리를 지르는데,
정호 빤?
-진애, 왜 사람 빤쓰 벗게 만들어?!
연희 (진저리)
정호 뭔데?
연희 아냐. 앉아요. (빗을 집어든다)
정호 (앉는다)말을 해 봐.
연희 진영이가 그쪽 유전자가 아니길 바랄 뿐이야.
정호 아닐 거야. 우리쪽을 더 많이 닮아가잖아.
연희 제발 그러기를.
정호 시작하지?
연희 (두드린다)
정호 (눈 감는다)조금 강하게.
-시간경과. 연희, 자고 있다. 심란해보인다.
-누운 채 연희를 돌아보는 정호.
-조심스레 침대 내려서는 정호.
안채 복도. 밤.
-오르골 소리.
-아기방에서 혜옥이 나온다. 모퉁이 돌아 사라지자,
-복도 끝에서 인상이 고개 내밀어 살피다가 흠칫.
-정호가 아기 방으로.
아기 방.
-정호, 흐뭇하게 아기를 들여다보다가, 안아봐야지, 조심스레 안아드는데 오르골 멈춘다. 당황. 아기가 소리 낸다.
-인상이 황황히 들어온다. 엉거주춤 아기 안은 채 바라만 보는 정호. 인상, 서둘러 오르골 레버 돌리고, 정호, 나직히 꾸짖는다.
정호 규칙을 정했으면 지켜야지! 니가 지금 이럴 때야?!
-다시 모빌이 돌아가며 음악소리.
인상 애기 그렇데 안으면 안되는데요.
정호 뭐, 뭐가, 임마,
-혜옥이 들어서다 놀라 선다.
-마주 보는 정호와 인상.
복도.
-인상과 매우 언짢은 정호, 말없이 복도 걷다가 정호는 침실로, 인상은 거실로.
침실.
-정호, 들어와 바깥 쪽 노려본다. 정신 빠진 놈.
거실.
-인상, 계단 올라가려다 침실 쪽 노려본다. 뭐가 잘나셨다고.
인상 방.
-정순이 유축기를 챙기고, 밤참 쟁반을 앞에둔 봄, 수저를 들며 조심스레 묻는다.
봄 날 때부터 규칙생활, 그게 원래 가풍이예요?
정순 철저하신 점은 있죠...저한테 묻지 마세요.
봄 (수저 든다)말씀 좀 그냥 편하게 해주시지.
-인상이 들어온다.
봄 공부 끝났어?
-인상, 대꾸없이 욕실로.
정순 (힐끗)친정 부모님 초대하신다는데,
봄 네?
정순 왜 놀래요? 사돈댁 모시는 게 뭐가 이상해서.
인상 우리한테 말두 없이? 너네 부모님인데?
봄 왜 그래, 까칠하게.
인상 우린 뭐냐고.
-시간 경과.
-봄, 인상, 침대에 기대 앉아 핸드폰으로 누리의 메일 본다.
누리 소리 나도 따라가면 실례겠지? 실례를 범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게 좀 그렇긴 하지만 너를 위해서 다 이해하려고.
-봄과 인상, 마주 본다.
인상 오라구 해. 이때 아니면 언제 와. (전화기 뺏어서 통화 버튼 눌러 다시 건넨다)육성으로 전해. 내가 꼭 오라 그랬다구.
봄 (받아들며)어른들한테 반항하는 거 아니지?
인상 아냐,그런 거.
봄 (통화)으응, 언니?...(웃음)인상이가 육성으루 전하래. 꼭 오라구.
형식 집 누리 방.
-누리, 침대에 엎드려 통화 하다가 벌떡.
누리 정말?!...괜찮을까?...(들뜬)그러니까!...언니가 시집간 동생 집에 가는 거고, 이모가 조카 보러 가는 건데. 그치?...민폐 전혀 아니지?...우린 너한테 부담을 안주기로 방침을 정했거든. 아빠두, 높은 사람들 친인척은 알아서 조심을 해줘야 한다, 그러시구...
형식 가게. 밤.
-형식, 철식, 소맥과 치킨을 뜯고 마시며.
-그간 마음의 요동을 반성하는 듯, 자못 착잡한.
형식 인제 뭐 마음 비우구, 나나 잘해야지...처신에 신경 쓰고...
철식 그 사람들 참 쉽게 산다 싶어요...어떻게 그 큰 돈을 고민도 없이 턱 내놓나...
형식 그런 생각 자체를 지워.
철식 지웠죠...내 조카가 잘 사는 게 우선이지. 나잇살 깨나 처먹어가지구,
형식 업종을 바꿔볼까?...
철식 사돈댁 체면 생각해서?
형식 너무 누추하니까 그 쪽 보기 좀 그렇잖아.
철식 이걸 뭘로 바꿔요.
형식 야 솔직히 이거 아버지 한창 때나 좀 됐지, 몇 년 동안 거의 개점휴업 상태 아니냐. 말년에는 그냥 평생 하시던 거니까 그냥 소일거리였잖아.
철식 하긴 뭐, 형이나 나나 직장 관둔지 몇 년이지만 설마 이걸 하게 될 거라군 상상두 안했죠.
형식 엘피 바 어떨까. 그거 엘피 레코드 틀어줄 필요 없대. 인테리어 업자한테 천만원만 주면 엘피 만장 딱 맞춰서 꽂아주는데, 그건 그냥 장식이지. 음악은 음원 사이트 받아서 틀어준다는 거야.
철식 할려면 제대로 해야지 무슨. 그러자면 수억 들어요. 적어도 3,4억은 그냥 쉽게,
형식 야야야, 관두자. 다 망상이야. 우리 인제 진짜 조용히 살아야 돼. 적어두 부끄러운 아빠는 되지 말아야지. 마시자.
-둘, 잔 부딪치고 마신다.
형식 집. 안방 밤.
-어둡다.
-형식과 진애, 각기 모로 누워,
형식 뭐라두 들구 가야 하지 않어?
진애 안그래두 이 궁리 저 궁리 하구 있는데...심란하네. 그런 집에 뭔들 없겠나 싶구.
형식 그렇게 생각하면 암것두 못해. 형편껏, 성의껏, 소박하게 가자고.
-진애, 일어나 쉐타 집어 걸친다.
진애 더덕술이 익었을래나.
형식 (본다)그런 걸 먹기나 하겠어?
진애 형편껏 하자매.
형식 웬만은 해야지. 한 삼십년 묵은 거라면 모를까.
진애 웬만한 거 뭐. 대안을 줘 봐, 대안을.
형식 (쩝)알아서 해.
진애 (쯧, 나간다)
거실/주방.
-진애가 나오고,
-누리가 팩 재료를 만들고 있다. 요거트와 밀가루 따위 섞어 개는.
진애 뭐하니?
누리 팩 하구 잘려구. 봄이네 식구들한테 좋은 인상을 줘야지.
진애 기어이 가시게?
누리 봄이가 오래.
진애 봄이야 당연히 오라겠지.안본지 한참인데.
누리 편하게 생각해요. 이모가 조카 보러 가는 게 뭐 이상해?
진애 괜찮으까? 비서가 ‘두 분’이라구 했는데...너 혹시 인상이 아버지한테 인사 하구 싶어서 그래?
누리 나쁠 거 없잖아. 생판 모르는 사이라 해도 찾아갈 판인데.
진애 얘 말하는 것 좀 봐...
누리 걱정 하지 마. 내가 설마 노골적으로 나 좀 봐주세요, 그러겠어?
진애 (식탁 앞에 앉는다)앉아라. 얘기 좀 하자.
누리 ...(눈물 뚝)자기소개서 정도만 전해 달라구 할 거야. 영상 포트폴리오랑 서류 심사만 통과하면 자신 있어요. 나보다 못하는 애들두 누구 빽, 누구 빽, 그러면서 다 되는데.
진애 서누리...
누리 그럼 엄마가 전해 줘.
진애 (억장 또 내려앉지만)그런 집에 이력서니 자소서니 들구서 찾아오는 사람이 오죽 많겠어...우리까지 그 중에 하나가 될 수는 없잖어. 봄이가 편하게 살도록 해줘야지.
누리 (코끝의 눈물 닦는다)
안방. 밤.
-형식, 우두커니 앉아 있다.
정호 집 식당. 이른 아침.
-정순과 봄.
봄 죄송한데요, 오늘 메뉴가 뭔지 여쭤봐두 돼요?
정순 (짠하다)말해요. 손님상은 세트 메뉴대로 하지만 그래두 특별히 좋아하시는 거 한 가지는 내야지.
봄 (멋쩍은)갈치조림.
정순 알았어요.
-정순, 주방으로, 봄, 측면 출입구로 나가려는데,
-연희와 선숙이 들어온다.
봄 안녕히 주무셨어요.
연희 오, 내려왔어?
봄 네, 오늘 저희 부모님이 뭘 드시게 될지 궁금해서요.
연희 어른들 뵐 생각에 설레나보다.
봄 네, 좀,
연희 이쁘게 입구 맞아드려.
봄 (자신의 옷차림 한번 보고는)이쁘게 입은 건데,
연희 진영이 젖 먹이구, 갈아 입어.
봄 네. (목례하고 돌아선다)
연희 (선숙에게)이비서가 입는 거 좀 봐 줘요.
선숙 네.
-봄, 나가며 맘에 들기 참 어렵다, 그런 생각.
형식 가게. 이른 아침.
-정장 차림 형식, 형식,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로 서체 검색. 한진영.
-모니터에 동그랗게 이름 새겨진 모양 뜬다.
-수정, 상아 따위 탯줄도장(중간에 공간을 만들어 탯줄을 넣게 되어 있는) 재료 고르는 형식.
-철식이 들어온다.
형식 왔냐?
철식 뭐 해요? 갈 때 안됐어? 여덟시라매.
형식 손자놈 탯줄도장이나 해줄까 하구.
철식 (짠하네...마음은 하늘만큼일텐데)
-외출복 차림 진애가 술병 담긴 종이가방 들고 나온다. 코끝이 붉다.
진애 일찍 나오셨네?
철식 네...현수막 배달할 게 있어서.
진애 (훌쩍)올라가 아침 먹어요.
철식 왜 그래요, 기분 좋게 가셔야지.
형식 누리가 따라가겠다는 걸 떼놔서 저러지.
진애 얼른 가요.
형식 (봉투에 도장과 두 번 접힌 쪽지 넣는다)어...
정호집 인상 방.
-인상, 옅은 색 버튼다운 셔츠의 단추를 잠그고, 봄은 길이가 긴 원피스 차림. 선숙이 작은 스카프를 매준다.
-이지가 참견.
봄 어때?
이지 아까 입었던 게 더 예쁜데? 색깔두 언니한테 더 잘 맞구.
선숙 며느리는 며느리답게, 따님은 따님 답게 입으셔야죠.
인상 (퉁명)너 학교 안가?
이지 정신 없네. 방학식이거든? (나간다)
선숙 아가씨는 손님들 오시면 인사만 하구 바로 수영장 가세요.
이지 알았어요.
선숙 (봄과 인상에게)현관 마중은 두 분이 하세요.
봄 네?
인상 아버님 어머님을 우리가 맞이한다는 뜻이야.
선숙 동선을 미리 알아두시면 좋아요. 거실에 잠시 앉아 계시면 제가 부모님과 아가씨 모시구 나갈 거예요. 공식적인 첫 인사죠.
봄 (어색한)뭔가 너무 거창하네요. (인상에게)엄마 아빠 놀라시겠어.
인상 그러게.
선숙 원래 어려운 손님은 그렇게 맞아 드립니다.
식당.
-왜건에 식전 다과 4인분, 물수건 담긴 접시 등이 실려 있고,
-정순, 왜건에 실린 한식 기본찬(뚜껑 덮인)을 4개의 1인용 전통 밥상에 골고루 차린다.
-박집사가 주방에서 내다본다.
박집사 갈치 손질해 놨어.
정순 안 써.
박집사 조림 한다며.
정순 하지 마라셔. 원 메뉴랑 안맞는다구
서재.
-정호, 커피 마시며 태우의 보고를 듣는다. 책상 위에 조간들 반듯하게 놓여 있고,
-정호는 셔츠에 넥타이, 카디건 차림. (식사 마치고 바로 출근하려고)
정호 양비서랑 통화 했나요?
태우 네, 방금, (핸드폰 꺼내 화면 연다)두 형제 분은 혼인신고 직후 최근까지 모두 일곱 차례, 동창 및 전 직장, 소속 단체 동료들과 모임을 가졌고, 한송과의 특별한 인연을 자축하는 뜻에서 본인들이 술값을 냈다고 합니다.
정호 왜 아니겠어.
태우 지인들 중에는 이미 소송관련 청탁을 넣은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정호 (잠시 생각. 뭔가 하나쯤 더 필요하다)큰 딸이 이번에 졸업반 되죠?
태우 네, 취업 준비 중입니다만, 여의치 않아 보입니다. 민주영이 파악한 바로는, 1년 전부터 아나운서 시험 준비 시작해서 얼마 전까지 모두 세 차례 지원 했는데 다 1차에서 낙방했다고 합니다.
정호 그걸 조건에 포함시켜요.
태우 알겠습니다.
침실.
-파우더 룸.
-연희가 화장을 매만지고,
선숙 식사 시간은 40분 정도 예상됩니다. 후식은 소거실과 접견실에 따로 마련될 거구요, 대표님이 접견실에서 바깥 분께 용건을 말씀하시는 동안, 사모님께서는 아기 외할머니께 집 구경을 시켜드리는 걸로.
연희 (손끝으로 눈썹 꼬리 치켜올리며 새침)나 저 애 엄마랑 단둘이 두지 말아요. 겁 나.
인상 방.
-봄과 인상, 문간에 서서 문자 본다. 웃음 표시, 물결 표시 과하게 사용된.
진애 소리 지금 큰 길에서 좌회전 신호 기다려. 언니는 안 왔다. 급한 일로 과사무실 가야 한대.
봄 아, 뭐야...
인상 무슨 급한 일이 밤사이에 생기냐?
봄 폐될까봐 신경 쓰였나? 초대받지 않아서?
인상 서 봄,
봄 (뭐)
인상 (안는다)
봄 ?
인상 (안은 채)미리 안아주는 거야. 혹시 속상한 일 생겨두 상처받지 말라구.
봄 (글썽) 고마워.
인상 (내가 더 고맙지...평생 처음 부모랑 마음으로나마 맞짱 뜬 거, 겁나지만 다 니 덕분)
정호 집 앞.
-형식 차 다가와 담장 아래 선다.
-차 안. 벨트 끄르는 형식과 진애. 둘 다 말없이 착잡.
-문 열지 않고 잠시 앉아 있다. 그간 무참하고 비루하고 분했던 일들.
-태우가 나온다.
-둘, 황황히 내린다. 진애, 쇼핑백 두 개 들고 있다.
-태우, 정중히 인사하고 안으로 드시라는.
거실.
-거실과 현관 사이. 인상과 봄, 이지(옷을 갈아 입은)가 내려온다. 이지는 안채로 뛰어가고 봄과 인상은 현관으로.
-태우(진애의 쇼핑백을 든)의 안내로 들어서는 형식과 진애. 실내화를 신는데 봄과 인상이 다가온다.
봄 엄마...
인상 (꾸벅)안녕하셨어요!
형식 (입 꾹 다문 채 눈만 웃으며 봄과 인상의 어깨 친다)
봄 (웃는다. 글썽)
인상 잘 오셨어요.
진애 (봄과 인상 끌어안는다)
봄, 인상 (울컥)
-식당에서 다과 쟁반 실린 왜건 밀고 나오며 목 빼고 보는 정순.
-거실. 일인분 씩의 다과 쟁반이 차려진 탁자. 봄이 형식 진애에게 정순을 소개하는. 형식과 진애, 진심 감사 표시.
-안채에서 나오는 정호, 연희, 이지. 선숙의 선도를 받으며.
-정순, 왜건 밀고 민첩하게 식당으로 가고,
-정호, 원기 넘치게 인사말. 연희는 화사하게.
정호 반갑습니다!
연희 어서 오세요...
이지 안녕하세요...
-주인을 위한 건지 손님을 위한 건지 모르겠는 모호한 의례.
-소파에 나란히 앉아 손 잡고 있던 진애와 봄, 인상과 물수건으로 손 닦던 형식이 얼른 수건 놓고 일어선다.
-형식과 진애, 엉거주춤 허리 굽히고,
-정호와 연희, 활짝 웃으며 다가가 각각 형식과 진애에게 손 내민다.
정호, 연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형식과 진애, 그간 소동의 시치미를 저토록 깔끔하게 뗀 표정들이라니, 어쩐지 더 주눅이 들지만.
형식 (정호 손 마주 잡는)아유 별말씀을,
진애 (연희 손)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연희 (두 손으로 다정히 진애 손 감싸 쥐고)그동안 따님이랑 외손자랑 무척 보구 싶으셨죠...
진애 (애써 웃음)그랬죠...
형식 집이 아주 좋은데요?
정호 감사합니다.
-봄과 인상, 어색하다.
-태우와 선숙이 한켠에 시립.
연희 여긴 저희 딸, 진영이 고모예요.
이지 한이지라고 합니다.
진애 아유 참 이쁘시네...갑자기 조카가 생겨서 놀랐겠어요.
이지 그래서 좋았어요.
정호 사장 어른께선 아직 진영이 못보셨죠?
형식 네, 아직,
정호 너희가 모시구 봬 드려라.
봄, 인상 네.
연희 (진애에게)외손주 보실 동안 진짓상을 준비하겠습니다.
진애 감사합니다.
정호 (형식과 진애에게 들어가시라 손짓)
-봄과 인상, 진애, 형식, 안채 향하고 이지가 따라가려하자, 연희가 잡는다. 어딜 따라가니.
-이지, 삐쭉 돌아서고.
-태우가 급히 정호에게 전화기 보여준다. ‘양비서’ ‘대표님 전화 부탁 드립니다’
-방금 현관 들어선 (출근한) 경태가 기웃.
-인상 뒤 따라가면서 좌우 둘러보는 형식. 자신이 너무 초라하다. 진애가 슬쩍 친다. 두리번거리지 마.
침실.
-정호가 들어서며 통화 버튼 누른다. 뒤따라 연희.
-연희, 벌써 지친다는 듯 소파에 앉고, 정호, 연희 어깨 토닥여주고(수고가 많으니까) 통화 시작.
정호 (통화. 나직)어, 양비서님...아니요, 꼭 그 직종이어야 하는 건 아니예요. 이미 수차례 낙방했기 때문에 웬만한 정규직이면 만족하지 않을까 싶어요...그렇죠. 그 정도면 괜찮을 거 같은데...네, 그럼 일단 거기 말을 넣어 두세요...아, 그리구, 과수원 전경 사진이 빠졌어요...구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줘야죠...
연희 저애 언니 직장두 해줄려구?
정호 어. 뭣보다 그걸 젤 좋아할 거야.
연희 슬슬 짜증이 날려구 해.
-아기 울음 소리.
-홱 돌아보는 연희와 정호. 애까지 울려?
아기방.
-형식 우는 아기 안고 어쩔 줄 몰라하며 진애에게 건넨다.
형식 야, 어째, 내가 안자마자 우냐?...
진애 (받아든다)외할배가 꼬집었니?...
-울음 소리 그친다.
-아기 침대에 걸터 앉은 봄과 인상, 푸근한 웃음.
형식 허허허, 자식. (그러잖아도 서글픈데)
진애 당신 정말 서운한가봐?
형식 웃는 게 좋잖아. 니들은 어떻게, 아무렇지두 않나부다?
인상 진영이는 울 기회가 거의 없어요.
진애 애보시는 분이 늘 끼구 있으니까.
형식 너무 그러는 것두 안좋지 않나?
봄 최고 전문가시래요.
형식 어, 참, 거실에 그거,
인상 아, 네(선다)
형식 (선다)화장실 가깝냐?
복도.
-인상 형식,
인상 제가 모셔다 드릴게요.
형식 어우...집이 이렇게 크냐...
거실.
-박집사가 서재 누마루에 방석을 깔아놓고,
-안채에서 나온 인상이 소파 옆, 진애가 들고온 쇼핑 백 내용물 확인하고 하나 집어든다.
박 뭐예요?
인상 술이요, 선물.
식당.
선숙 (쇼핑백에서 술병 꺼낸다)집에서 담근 건가봐요.
정순 반주로 내도 될까 모르겠네. 아침식사에.
혜옥 그래두 사돈댁 선물인데 한 잔씩은 올려야지.
선숙 (냄새 맡아 본다)
혜옥 향이 여기까지 나네.
박집사 (찻잔 집어 내민다)쪼끔 따라 봐요. 맛 좀 보게.
정순 왜 이래?
선숙 (찔끔 따른다)혀만 살짝 대보는 걸로.
아기 방.
진애 근데 밥은 안주니?
봄 여덟시 20분, 5분 남았네.
진애 시간을 그렇게 잘 지켜?
봄 가풍이래.
서재.
정호 사과라니, 뭘?
인상 각서요...
정호 (뭐?)
인상 저희 때문에 그러신 거라 엄청 죄송하지만, 이번 기회에 진심 사과하시구 사이좋게 지내시면 좋겠습니다.
정호 그건 억지로 안되는 거라고 하지 않았냐. 문화적인 차이, 응?
-형식의 상체 반쯤 나타났다 사라진다.
복도.
-형식, 안쪽으로 급히 가면서 살피다가 되돌아온다.
침실 앞.
-연희, 나오다가 소스라쳐 꺅아악!....
서재.
연희 소리 아아아악,
-정호와 인상 돌아보고,
거실.
-선숙과 박집사 뛰어간다.
-정순이 식당에서 내다본다.
-경태와 태우가 접견실에서 나오고,
복도.
-정호와 인상, 침실 쪽으로.
-그 뒤, 박집사, 선숙,
-아기방에서 내다보는 봄과 진애.
침실 앞.
-연희가 벽에 붙어서서 덜덜덜덜.
형식 죄송합니다. 제가 길을 잃구 그만.
플래시백.
-비디오폰 화면 속의 형식.‘여기 혹시 한인상이라구’
-연희 소리. 아니예요. 그런 사람 없어요.
침실 앞.
연희 (얼결)그,그, 그때 그거 저 아니예요.
형식 네?
-정호와 사람들, 인상, 뒤쪽의 봄까지, 다 의아.
정호 아니라니,
연희 아, 아니, 나, 괜찮다구요.
형식 다행입니다. (사람들 향해 변명하듯)너무 놀라셔서 얼마나 당황했는지, 복도를 잘못 봐가지구, 이 쪽으로 왔거든요.
연희 저, 정말 괜찮아요. (선숙에게)이, 인제 진짓상 내세요.
선숙 네,
-사람들 돌아서고, 인상과 봄, 진애, ‘뭐지?’ 하는 표정.
정호 (웃음)이거 참, 유쾌한 해프닝입니다. 당신한텐 미안하지만, 응? (형식에게)집이 넓다보니까 종종 이런 일이 생깁니다.
진애 그렇겠어요.(연희에게)많이 놀라셨나봐요.
형식 (새삼 미안)그러게요,
연희 (간신히 웃음)식사하셔야죠. 다들 시장하실텐데.
정호 (형식과 진애에게)먼저 가계세요, 전 이 사람 잠깐 진정 좀 시키고,
형식, 진애 네,
정호 (연희 어깨 안으며 인상에게)니가 안내 좀 해드려라.
인상 네,
침실.
-정호, 연희 데리고 들어와 세우고는.
정호 왜 그래, 어린애두 아니구,
연희 그럼 어떡해! 나두 인간이잖아! 안그래두 내 목소리 알아챌까봐 조마조마한데, 바로 그 얼굴이 눈 앞에 딱 나타나면!
정호 (자못 답답)우린 저쪽하구 정서적인 관계가 절대 아냐. 희노애락을 나누는 사이가 아니라고. 그럴 거 같으면 뭐하러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굳이 이런 이벤트를 하겠어? 크건 작건,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 가장 세련된 방식으로, 가장 효과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게 바로 의전의 본질 아니니.
연희 알았어, 알았어, 잘 할게. 정신 차릴게.
정호 중심을 잡아. 저 양반들이 우리와의 관계를 남용하거나 인상이 부부한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확실하게 경고해서! 우리 제안을 수락하게끔!
복도 어귀.
-진애, 형식, 인상, 봄, 서서, 소곤소곤.
진애 숨 한 번 쉴 때마다 내가 막 작아지는 거 같다, 얘, 규모나 뭐나 다 너무 대단해서.
인상 죄송합니다. 저희 부모님이 격식을 좀 많이 따지세요.
형식 자네가 죄송할 일은 아니지.
진애 맞어. 벌서는 거 같긴 하지만.
봄 (웃음)엄마 아빠 미안.
형식 뭘, (내가 미안하지)
진애 (목 빼고 서재 누마루 본다)자리가 네 개뿐이네? 너희는 따로 먹어?
인상 네, 어른들끼리 하실 말씀이 있다구,
형식 (인상이 말하는 동안 안주머니에서 도장 꺼내 봄에게 슬몃 건넨다)줄 게 이거 밖에 없다.
봄 응?
-정호, 연희, 활짝 미소 띠고 나온다.
정호 어이구 죄송합니다. 기다리시게 해서.
형식 괜찮습니다.
진애 진정이 좀 되셨어요?
연희 염려 덕분에요, (인상에게)서 계시게 하면 어떡해.
정호 그러게요, 제대로 가르쳐두겠습니다.
형식, 진애 (대단들 해)
정호 자, 이쪽으로,
인상 (형식과 진애에게)들어가세요.
봄 (그러세요)
-형식과 진애, 정호 부부 따라 서재로 들어가면서 아주 작게,
형식 누리, 부탁 좀 해볼까?
진애 안돼...
거실.
-식당에서 나오는 밥상 행렬. 박집사, 정순, 선숙, 태우가 상 하나씩 들고.
-서재 누마루에 앉아 있는 정호 형식 부부 네 사람.
-그 앞에 상이 하나씩 놓인다. 형식과 진애, 황송하다는 듯 엉덩이 조금 들었다가 다시 앉고, 정호와 연희, 우아한 미소.
-상 옆에 작은 술상 겸 찻상도 하나씩 놓인다. 표주박만한 술병과 작은 술잔, 차주전자와 찻잔.
-정순 등이 술과 차를 따라놓고 나간다.
연희 이 술, 진영이 외가에서 담그신 거래요.
정호 응?
형식 네, 저희 어머님이 30년 전에 담가두신 더덕줍니다.
진애 (찔리지만 그냥 웃는다)
정호 어이구 이거 영광이네요.
형식, 진애 (미소와 목례로 답)
정호 제가 간단히 한말씀 올려도 될까요.
연희 여보, 식전 스피치는 짧게, (유머라고 진애와 형식에게)그쵸?
정호 알고 있어요.
진애, 형식 (어설피 웃어준다)
정호 한인상과 서 봄, 서 봄과 한인상, 우리의 귀한 아들 딸이 인생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본인들 뿐 아니라, 저희로서도, 애들 덕분에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낯선 세계, 낯선 일들과 대면하는, 아주 귀한 경험, 삶의 새 경지라고나 할까요.
진애 (웃음)그렇죠, 저희같은 사람들을 언제 보셨겠어요,
형식 (그냥 들어)
연희 (눈 내리깐다)
정호 (아무렇지도 않게 계속한다)따라서 저희는 오늘 두 분과 함께,
식당.
-정호의 장광설이 들려오는 중에,
-정순과 선숙 일인용 플레이트에 후식 그릇과 포크 등 세팅 하면서,
-정호 소리, ‘우리가 어떻게 하면 좀더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그 점을 의논하려고 합니다...’
선숙 30년은 아닌데. 잘해야 3년?
정순 그냥 넘어가.
선숙 저쪽두 마냥 순박하진 않네요. 가진 사람은 못됐구, 없는 사람은 순박하다, 그런 미신은 누가 퍼뜨리나 모르겠어요.
정순 피곤한가보네. 쓸데 없는 소리 하는 거 보면.
선숙 여섯시에 일어나서 여태 앉을 시간이 없었잖아요. 옷이며 예절이며 지시대로 전하고 챙겨줘야 하는 게 많아지니까 마음 곱게 쓰기가 힘들어요. 특근 수당을 달랄 수두 없구.
정순 몸조리 마치면 다 알아서 하겠던걸 뭐. 영리하잖아.
선숙 보구 자란 게 너무 다르면 그렇지두 않아요.
인상 방.
-봄, 탁자 앞 바닥에 앉아 무심한 척 흰 종이에 도장을 찍는다. 줄 게 이것뿐인 아빠의 선물. 고구마말랭이 씹으면서 놀이 하듯이 스탬프 잉크 찍어서 꾹꾹꾹... ‘진영’이라고 쓸 참이다.
-봄의 어깨를 끌어안은 인상은 형식의 쪽지(작게 접혀 도장곽에 들어있던)를 읽는다.
-책상 곁에 덮개 덮인 아침상 쟁반.
형식 소리 서 봄, 진영이 탯줄 바짝 마르면 도장 안에 넣어라. 집 걱정 말고, 너희 어른들과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던 것도 다 잊고, 인상이랑 진영이 잘 키우고 행복하게 살기 바란다. 우리는 너한테 자유로운 영혼을 물려 준 걸로 위안을 삼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아무 것도 살 수가 없어. 부디 어른들 말씀 순종해라.
인상 헐...
봄 아빠는 그렇게 말 할 수 밖에 없지 뭐.
인상 (봄의 입가에 붙은 말랭이 조각을 떼주며)아버지가 너네 부모님께 먼저 사과를 하셔야 순종을 하던가 말던가 하지.
봄 그르니까.
서재 누마루.
-형식과 진애는 익숙치 않은 상차림이 불편하다. 품격의 압박. 너무 정갈한 요리들. 김치나 나물 따위, 익숙한 찬들은 조금씩만 담겨 있어서 습관대로 듬뿍 집기 뭣하고, 맘놓고 씹을 수도 없는. 하지만 즐거워해야지.
-정호와 연희가 주로 이야기.
-형식, 젓가락으로 집은 반찬을 무릎에 떨구기도하고,
-진애, 속도를 맞추기 위해 잠시 숟가락 걸쳐놓고 기다리는 등.
정호 아무 걱정 마시고 저희한테 다 맡기세요.
연희 인상이가, 행여라두 진영 에미 힘들어하면 아마 못참을 거예요. 공감지수가 워낙 높거든요.
정호 이큐가 받쳐주지 않으면 아이큐 높아두 문제예요.
연희 어렸을 때부터 그랬어요. 자랑은 아니지만.
진애 자랑이 아니긴요. 저희 애들은 자랑할 게 그거 뿐인데,
형식 그런 거 같네요.
정호 잘 키우신 거죠. 진영에미두 그렇구, 큰따님두 뭐 잘 되겠죠.
-진애, 형식, 울적.
누리 소리 자기소개서 정도만 전해 달라구 할 거야. 영상 포트폴리오랑 서류 심사만 통과하면 자신 있어요.
형식 집 주방. 같은 시각.
-누리, 말없이 밥 푸고, 철식, 눈치보며 수저 꺼내 놓는다. 식탁 위 찬통 몇 개.
철식 엄마아빠가 잔칫집에 안 데려가서 골내는 초딩 같네.
누리 국 드실 거야?
철식 내가 푸께.
누리 (훌쩍)
정순 방.
-경태, 박집사, 태우, 식사 중.
경태 한 대표가 바쁠텐데, 사돈대접까지 하네?
태우 친인척 관리차원. 뭐 하나 떼줄 모양이야.
경태 얼마나.
태우 그건 모르겠어. 뭐 쪼끄만 건물이나, 프랜차이즈 제과점, 그 정도 아닐까?
경태 딸이 로또네. 효녀야.
박집사 얼마가 문제가 아니라, 주는 방식이 중요해.
태우 기분 나쁘지 않게 알아서 잘 하시겠죠. 의전의 달인 아닙니까.
박집사 의전 너무 챙겨두 기분 나쁘지.
경태 그럼요.
식당.
-정호들 얘기 소리 들려오고, (주로 정호와 연희)
-인상과 봄, 식탁에 앉아 차를 마시며 낮은 소리로.
인상 저럴려구 초대를 하신 건 설마 아니겠지.
봄 저럴려구가 뭔데...난 잘 안들려.
인상 안들려두 딱 보면 알지, 바보야. 거의 엄마랑 아버지만 말하잖아. 대화가 아니라.
-정순과 선숙이 빈 그릇 담긴 왜건을 밀며 들어온다.
-봄, 목례하고, 선숙은 봄을 힐끗.
정순 아침 다 드셨어요?
인상 네,
봄 참, 빈 그릇,
정순 놔둬요. 내가 갖구 내려와요.
봄 죄송합니다.
정순 갈치조림 못해드려서 미안하네요.
봄 드신 셈 치시라구 할게요.
인상 지금 무슨 얘기 하세요?
선숙 작은 사모님 친정에 좋은 일인 거 같아요.
봄 네?
-선숙, 정순이 왜건 밀고 주방으로.
-봄과 인상, 마주본다. 뭐지?
서재 누마루/거실.
-후식 들면서,
정호 사돈댁 걱정거리 뻔히 알면서 어떻게 편히 먹고 편히 자겠습니까. 뭐든 나눠야죠.
연희 섣부른 말씀 같지만, 저희가 진심으로, 깊이, 생각 해봤어요. 어떻게 돕는 게 좋을까, 하구.
진애 무슨 말씀이세요????
형식 그러게요.
연희 진영에미야 뭐 돕는다는 말이 어폐가 있죠. 저희 식구, 저희 자식이기두 하니까요. 본인이 원하고 또 실력만 갖추면 끝까지 지원해 줄 생각이예요.
진애,형식 (얼결에 동시 대답)감사합니다.(해놓고 보니 민망)
형식 면목이 없습니다.
진애 그러게요.
연희 무슨 말씀을요,
정호 이게 참 구조적인 문제라, 안타깝습니다.
형식 저희, 말씀이세요?
진애 네, 문제 있죠...
정호 그게 누구의 잘못두 아니라 말이죠. 선대 부친께서 건실한 기능인으로 자수성가 하셨고, 당대 형제분 또한 누구 못지않게 유능한 직장인이셨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형식 어떻게 아세요?!
진애 (그러게?)
연희 관심 덕분이죠.
-식당 앞, 인상과 봄이 석연찮게 바라본다
-계단 옆, 경태와 태우가 얼핏 내다보고,
-누마루,
정호 전지구적 불경기라, 이전같은 호황은 다시 없을 거예요. 취업은 점점 더 어려워지겠죠.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큰따님, 안정된 직장 생활 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습니다.
형식, 진애 (마주 본다.이게 무슨 일이야)
형식 이거 참, 그 말씀을 차마 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진애 네...제 맘이 이렇게 간사할 줄 몰랐어요.
연희 그러니까 사람이죠.
정호 아울러, 두 분께는, 전원생활을 권하고 싶습니다.
형식, 진애 네?!!
연희 (미소)
정호 대도시는 한번 추락하면 재기가 더 어려워요. (형식에게)형제분이 처해있는 여러 가지 복잡한 상황, 저희가 알고 있는 건 다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형식 뭘 아시길래,
진애 생활터전을 떠나라, 그 말씀이세요?
연희 저희두 언젠가는 귀농을 꿈꾸고 있답니다.
형식 저희는 아직 그럴 계획이 전혀 없는데요,
진애 아니 이거,
-식당 앞, 봄, 부모가 가엾고 무참해서 눈물이 날 것 같다. 인상, 아버지에 대한 실망, 봄의 가족에 대한 미안함 등으로 맥이 빠지고,
-형식과 진애, 그런 둘을 본다.
식당.
-거실 쪽을 기웃거리며, 정순, 박집사, 태우, 경태, 선숙. 한마디씩.
정순 아주 겁을 확실히 주시네.
박집사 한송 사돈 팔지 말고 멀리 떠나라, 그거지, 뭐.
경태 인권침해 수준이야.
태우 그 정도는 아니지.
선숙 저만하면 좋은 일 아니예요?
누마루/거실.
정호 따님 직장, 노후가 보장되는 과수원, 이건 전에 그 각서에 쓰인 액수보다 결코 적지가 않습니다.
연희 그럼요,
진애 (간신히)말씀을 정말 잘하시네요.
형식 단 몇 분 동안, 사람을 아주, 들었다가 메치십니다.
정호 그렇게만 보실 건 또 아니죠.
-인상이 누마루 난간 앞에 성큼 다가선다.
-멀찍이서 바라보는 봄. 슬프게 기대 서서.
정호 어른들 말씀 중이다.
연희 나서는 거 아냐.
인상 (형식과 진애에게)죄송합니다. 제가 대신 사과할게요.
연희 뭐?
인상 너무 슬프구 부끄러워서,
정호 (에잇)
-인상을 향해 날아가는 찻상. 형식과 진애가 일어서며 동시에 소리친다. 날아가는 찻상을 막아보겠다고 팔을 허우적.
형식 내 사위한테!
진애 감히!
-식당에서 내다보는 얼굴들, 다 얼음.
-아기 울음소리와 함께,
-봄이 두 주먹 불끈, 피해!
-인상, 날아오는 찻상을 피해 바닥에 몸을 굴리고,
-바닥에 떨어지는 찻상. 부딪쳐 튀어오르거나 깨지는 다기들.
-분노의 화신이 되어 난간 넘어 뛰어내린 정호가 인상을 잡아 일으키려는데, 형식이 뛰어내려 그 위를 덮치고, 태우와 박집사, 경태가 달려간다.
-누가 누구를 구하려는 건지 분간할 수 없이 뒤엉키는 남자들. 그 틈을 낮은 포복으로 빠져나오는 인상.
-연희, 머리를 감싸 쥐고 비명.
-봄이 눈물 닦으며 울 듯이 웃음.
6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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