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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겨울, 바람이 분다 7회

[금고 다이얼 돌아가는 소리]

 

[금고 다이얼 돌아가는 소리]

 

[손잡이 돌아가는 소리]

 

(아줌마) 왕비서님

 

?

 

어떻게, 식사 준비할까요?

 

생각 없어요

 

일단 영이 피곤하다니까 한숨 재우고 나중에요

 

 

[방문 열리는 소리]

 

병원에 안 가봐도 되겠니?

 

 

[부스럭거리는 소리]

 

혹시 오빠 왔어요?

 

아니

 

왜 그런 생각을 하는데?

 

방에 오빠 냄새가 나는 것 같은데

 

글쎄, 다녀갔나

 

지금은 없는데

 

[문자 쓰는 소리]

 

(왕비서) 내가 음악을 틀 거예요

 

소리가 날 때 이 방에서 나가세요

 

영이가 눈치 안 채게

 

[음악 트는 소리]

 

(오영) 신경 쓰여요

 

나가세요

 

그래

 

[도구 집어넣는 소리]

 

우린 얘기 좀 해야겠죠?

 

[긴장감 흐르는 음악]

 

[트렁크 부딪히는 소리]

 

, 내 인형!

 

, 너 미쳤어?

 

도망가는 주제에 인형을 왜 챙겨?

 

하는 짓마다

 

, 그럼 이걸 두고 가?

 

언니가 어려서 사준 내 분신 같은 건데

 

, 빨리 담어 [문자 수신음 소리]

 

형이다

 

뭐래? 금고 털었대?

 

(오수) 들켰다, 나한테 연락하지 마

 

(오영) 나빠! 거짓말쟁이!

 

병원 냄새도 안 났는데 병원 갔다고

 

나쁜 왕비서 아줌마!

 

엄마!

 

왕비서 아줌마가 일본 가서 병원도 안 데려가고

 

아빠한테

 

병원에서 못 고친다고 했다고 거짓말해

 

말씀하시죠

 

말씀은 그쪽이 먼저 해야 할 것 같은데

 

말해요, 영이 방에 들어간 이유는?

 

영이 일기장이 필요했습니다

 

점자로 된 일기장을 당신이...

 

읽을 수도 없을 건데

 

그게 필요한 이유는?

 

점자는 해독하면 되고

 

일기장이 필요했던 이유는

 

왕비서님 정체에 대한 궁금증이라고 해두죠

 

뭐요? 내 정체?

 

영이 눈, 정말 고칠 수 없었나요?

 

혹시 고칠 수 있는 걸

 

방치한 건 아니세요?

 

당신 지금 무슨 말을...

 

한국이 아니라면 미국 혹은 일본

 

있는 거라곤 돈밖에 없는 피엘 그룹인데

 

수단과 방법을 다하면 고칠 수 있지 않았을까요?

 

그쪽이 필요한 돈이 78억이라고 들었는데

 

미라가 가르쳐주더라고요

 

당신이 필요한 돈이 78억이라고

 

(왕비서) 영이랑 둘이 그것 때문에 다퉜다고

 

내가 만약 당신한테 지금 당장 그 돈을 준다면?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당신에게 그 돈을 주고

 

당장 영이 곁을 떠나라고 한다면

 

그럼 당신의 선택은?

 

[문 여는 소리]

 

[물건 떨어지는 소리]

 

부적

 

부적?

 

[넘어지는 소리]

 

[물건들 넘어지는 소리]

 

[서랍 여는 소리]

 

[물건 뒤적거리는 소리]

 

[달그락거리는 소리]

 

(오수) 친구 놈이 아주 어렵게 구한 약인데

 

죽고 싶을 때 먹으면

 

괴로움도 고통도 절망도

 

한순간에 사라지면서

 

마음이 아주 편해진대

 

어때요?

 

내가 돈을 줄 테니 그걸 들고 이 집을 떠나는 게

 

그 제안은 못 들은 거로 하죠

 

당신이 필요한 78억을 내가

 

지금 당장 당신한테 줘도

 

당신은 안 떠나겠다?

 

전 영이 유언장이 있습니다

 

영이보다 돈이었다면

 

방법은 많았습니다

 

돈을 주겠다는 말씀은

 

(오수) 실수하신 것 같네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전

 

왕비서님이 진짜 의심스러워졌거든요

 

제가 영이 방에 들어갔다는 사실 영이한테 말하셔도 좋습니다, 그리고

 

저는 제가 떠나기 전까지 왕비서님을 한번 제대로 의심해보겠습니다

 

[긴장감 흐르는 음악]

 

[노크 소리]

 

 

왕비서님, 좀 전에 은행에서 왕비서님 연락받았다면서

 

(아줌마) 금고 언제 옮기실 거냐고 연락왔는데

 

아가씨가 세상 모르고 주무셔서요

 

다시 연락한다고 해요

 

(아줌마)

 

[문 닫는 소리]

 

그럼 우리 흥정은 끝났네요

 

당신은 남아서 날 감시하면 되고

 

난 이제 오직 동생 영이만을 위해서 왔다는 당신 말을

 

믿거나 의심하거나 하면 되고

 

그렇죠?

 

영이가 알았으면 좋겠네요

 

주변에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줄 알면

 

조금은 덜 외로울 텐데

 

그렇죠?

 

전 약속이 있어서

 

(왕비서) 장 변호사님

 

지금 저 좀 만나요

 

상의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영이 오빠에 대해서

 

오시면 말씀드릴게요

 

그럼 그때 봬요

 

(진성) 미쳤어? 그 돈을 왜 안 받아? 받아야지

 

1, 2천도 아니고 78억을 준다는데 미쳤어?

 

왕비서 전화번호 대 왕비서 전화번호 대라고

 

형이 못하면 내가 달랠 거니까 전화번호 대

 

미끼야

 

- 미끼? 무슨 미끼? - 으이구

 

 

내가 이래서 너한테 매력을 못 느껴, 알아?

 

수가 그렇게 당당해?

 

얜 진짜가 아니라 가짜야

 

얘가 거기서 적반하장으로 안 가고 준단 돈 날름 받아먹음

 

바로 왕비서는 옳다구나 하고 오수의 정체를 의심에서 확신으로 바꾼 다음

 

돈은 커녕 경찰을 부를걸 돌대가리야

 

, 진짜 [짜증 내면서]

 

형 이제 어떡해? 이제 소라까지 떴따고

 

그냥 우리 여기 뜨자 이러다 형 죽어

 

이래도 저래도 난 죽어

 

계획을 바꿔

 

왕비서 협박으로 가자

 

? 협박?

 

(진성) 무슨 협박?

 

뭘로 협박?

 

비밀의 방에서 본 어린 영이의 증언

 

병원에 안 데려갔다

 

일개 집사밖에 안 되는 왕비서가

 

나에게 주겠다는 78억의 출처는?

 

영이 재산을 자기 재산처럼 물 쓰듯 쓴다는 자백?

 

여자가 있는 이명호를

 

영이의 약혼자로 지목한 이유는

 

짜고 고스톱?

 

나는 당신이 지난 21년간

 

피엘 그룹을 통째로 삼키려는 계획적인 의도를 알고 있다, 그러니

 

내게 돈을 달라, 78억 아니 100

 

아유, 이 잔머리, 이거 이거

 

너 그 못된 잔머리 이번이 끝인 거야

 

형 목숨 살리고 끝인 거야

 

착하게 살어,

 

그렇지 않아도 내일부터 착하게 살려고

 

착한 영이 말고 못된 왕비서 협박하면서

 

- - ?

 

근데 우리가 왕비서를 협박하기 전에 왕비서가 형 정체를 알면 어떡해?

 

알기 전에 내가 먼저 덜미를 잡아야지

 

일단 내가 강하게 나가서 쉽게 움직이진 못할 거야

 

확증이 없으니까

 

너랑 희선인 이명호 계속 따라붙어

 

형은?

 

(오수) 왕비서 잡을 증거 수집해야지

 

[의자 미는 소리]

 

가라

 

(진성) 조심해

 

희선아, 내 핸드폰

 

(오수) 핸드폰

 

진성아, 수 옷 줘라

 

뭐야, 형은 내 옷 가지고?

 

좀 들뜬 것 같다?

 

살게 됐으니까

 

, 영이야, 나 희선이

 

전화 한번 주라 저번 날 일 사과하려 그래

 

, 너 또 무슨 꿍꿍이야?

 

수가 진짜 살게 돼서 들뜬 건지 아니면...

 

영이 곁에 더 있게 된 게 좋아 들뜬 건지 확인하려고

 

?

 

보관 명세서는 다 작성했죠?

 

(직원) 여기 있습니다, 왕비서님

 

(왕비서) 서류, 금괴

 

수량은 다 맞네요

 

- 그럼 저희는 가보겠습니다 - 수고하셨어요

 

(오영) 제 금고를 은행으로 옮긴다고요?

 

왜요?

 

안전하지 않으니까

 

아빠가 만드신 금고예요

 

- 지금까지 너무도 안전하게 - 집에...

 

사람이 너무 많아

 

왕비서님이 오빠를 의심하는군요

 

내가 수를 데려왔다

 

근데...

 

처음으로 오늘 수를 잘못 데려온 게 아닌가 싶어

 

어쩌면 수가 너한테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수를 너무 믿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오빠도 믿지 못한다면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난 그럼...

 

누굴 믿고 살아야 하는데요?

 

영이야

 

12시 방향에 너 좋아하는 우리 가게 초콜릿 녹여 왔어

 

이거 먹고 기분좋게 있어

 

세상에 하나뿐인

 

내가 추억하는 모든 걸 나눠 가진 오빠도 믿을 수 없고

 

왕비서도 믿을 수 없고

 

왕비서를 사랑하는 장 변호사님도 믿을 수 없고

 

여기 있는 내 친구 미라도

 

믿을 수 없는데

 

영이야

 

날 감시하는 대가로 왕비서님한테 돈을 받는 거 알아

 

내가 철 모를 때 어려서 널 왕따한 게 미웠겠지, 이해해

 

(오영) 넌 가난하니까 돈이 필요했을 거야

 

변명하지 마

 

충분히 알겠으니까

 

왕비서님이 오빠를 의심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거야

 

내가 너한테 다 말할 순 없지만 분명히 이유가...

 

그 분명한 이유를 알죠

 

내 옆에 그 누구도 두게 하지 않는 것

 

그래서 나를 길들이고

 

제 소유물로 삼는 것

 

지금처럼 내 감정을 몰아세워

 

하나밖에 없는 친구를 잃게 하고 오빠를 잃게 하고

 

그래서 결국엔 내 옆에 왕비서님만 남게 하는 것

 

나를 자기처럼 똑같이 감옥 같은 집에 가두고

 

누구에게나 차갑고 야몰차게 만들어

 

결국엔...

 

지독하게 외롭게 만드는 거

 

뭐 때문에 저러노?

 

어째 저 집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아이고

 

저기, 장 변호사님

 

제가 이런 말씀 드리기가 좀 그런데...

 

영이 오빠 오수가 좀 이상합니다

 

[조용히 흐느끼는 소리]

 

[호흡 가다듬는 소리]

 

이거 엄마가 읽어주던 건데

 

다시 읽어보니까 너무 웃기다

 

내가 이걸 왜 좋아했지?

 

이해가 안 가, 정말

 

난 분명히 들었어

 

엊그제 내가

 

미라랑 둘이 병원에 찾아가서 눈 검사받을 때

 

의사는 내 눈이 뇌종양 때문이 아니라 RP 때문이라고 말했어

 

왜 방치했냐고

 

초기에 관리만 잘했어도

 

지금처럼 집에 갇혀 지내는 신세가 되지 않았을 텐데

 

왜 그랬냐고

 

수술하자고, 희망이 있다 그랬지

 

근데...

 

오늘 그 의사는 내가 잘못 들었다고 말해

 

아니, 난 분명히 들었어

 

왕비서

 

당신이 꾸민 짓인 거 알아

 

오늘 미라가 병원에 같이 온다고 하고선

 

당신을 보냈을 때 알아챘어야 했는데

 

왕비서

 

미안하지만 오늘로 끝이 아니야

 

난 혼자가 아니니까 나한텐 오빠가...

 

[차 경적, 쿵 부딪히는 소리]

 

나한텐...

 

오빠가 있어 [울먹이며 떨리는 목소리로]

 

오빠가 오면

 

날 이렇게 만든 당신 가만두지 않을 거야

 

[흐느끼며 우는 소리]

 

(오영) 내가 널 믿어도 된다고 해줘

 

내가 오빠 널 믿어도 된다고

 

제발 오빠 너만은 내가 믿어도 된다고

 

[서럽게 흐느낀다]

 

[전화벨 울리는 소리]

 

, 영이야

 

(오영) 오빠, 너 어디야?

 

약속 있어서 나갔다던데 아직도 집 밖이야?

 

(오수) , 밖이야

 

집에 안 와?

 

, 지금 가는 중이야

 

근데 넌 어디야?

 

[막대기 탁탁거리는 소리]

 

나도 집 밖

 

집 밖?

 

(오영) , 집 밖

 

근데 너 지금 집에 오는 중이라고 했지?

 

다 와가? 내가 마중 나갈까?

 

어디로 가면 돼?

 

중태 오빠 카페 쪽? 아니면 한성 슈퍼 사거리?

 

그냥 집에 들어가, 추워

 

나 안 추워, 어디로 오는데?

 

나 한성 슈퍼 사거리도 가깝고

 

카페도 가까운 데 있어어디야?

 

(아줌마) 아가씨, 왜 안 들어오...

 

어서 들어오세요, 그럼

 

한성 슈퍼 사거리

 

, 잘됐다, 나 거기 금방인데

 

이따 봐

 

[막대기 치는 소리]

 

...

 

(오수) , 기특하네, 내 동생

 

밤길도 혼자 잘 다니고

 

바보, 밤이나 낮이나 같거든

 

지문 감식하고 오늘 밤에 영이한테 말해

 

둘의 혈액으로 유전자 감식도 하죠

 

그 사람이 처음에 여기 와서 재산 상속을 원하지 않을 때부터

 

전 그 사람이 어쩌면 오빠가 아닐 수도 있겠다 의심이 갔어요

 

그룹의 재산을 전부 동생을 위해서 포기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거든요

 

지문 감식과 혈액으로 한 유전자 감식에서도

 

만약 수가 진짜 오빠라면요?

 

쫓아야죠

 

영이한테 위험한 오빠니까

 

오빠가 아니라면 사기죄와 절도 미수로 잡아넣거나

 

합법적이고 제대로 된 유전자 감식을 하려면

 

영이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영이는 허락하지 않을 겁니다

 

전 영이의 동의 없이는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고요

 

오세영 회장님께 들은 당부의 말씀이 있습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영이를 외롭게 하지 말아주고

 

그 아이에게 오빠를 찾아줘

 

수에게 유산을 남기지 않은 것도

 

영이에 대한 진정성을 시험하기 위한 회장님의 배려였습니다

 

진짜 오빠를 찾기 위한 방법 중 이것만큼 확실한 게 있나요?

 

- 저 역시 영이한테 - 그럼...

 

왕비서님이 영이한테 먼저 신임을 얻으세요

 

처음으로 영이가 사람을 믿기 시작했어요, 왕비서님

 

우리가 그렇게 바라던 게 이뤄졌다고요

 

사람한테 정을 주고 정을 받고

 

(장 변호사) 믿음을 주고 받고

 

만약에 수가 돈 때문에 영이한테 왔다고 해도

 

78억의 돈 쯤은 달라면 줄 수 있는 돈입니다

 

그냥 놔두세요

 

영이한테 수가 있다고 해도

 

그 옆에 왕비서님 자리는 있습니다

 

[차 문 여는 소리]

 

[차 문 닫는 소리]

 

(명호) 신상들 잘 보이게 신경 좀 더 써주세요

 

- 너무 늦지 않게 퇴근하시고요 -

 

그래서, 약은 어디 있어?

 

그 약 정말 부적 맞나 봐

 

오늘 낮잠잘 때 손에 꼭 쥐고 잤는데

 

거짓말처럼 맘이 편해지는 게 신기했어

 

내놔, 그 약

 

걱정 마, 쉽게 사용 안 해

 

세상에 하나뿐이잖아

 

사용할 땐 반드시 너한테 허락받을게

 

그 약은 우리 둘 공동 소유니까

 

약속할게

 

아니면 네가 내가 원할 때면 언제나 옆에서 자주든가

 

(오수) 좋아

 

근데 그 약 일단은 내가 갖고 있을게

 

나한테 줘

 

방에 가서 줄게

 

그리고 내가 필요할 땐 언제든 주는 거로

 

[전화벨 울리는 소리]

 

[전화 안내 음성] 이명호 본부장님입니다

 

 

오늘 낮에 계속 전화했었어

 

근데 네가 전화를 받지 않아서

 

낮잠 잤어요

 

영이야, 오늘 우리 부모님이 하신 말씀들 말이야

 

저 아무 말도 못 들었는데

 

오늘 미룬 상견례는 다음에 다시 해요

 

부모님께 제가 무례했다고 죄송하단 말 꼭 전해주시고요

 

끊어요

 

뭐래?

 

넌 공무나 신경 써

 

잠깐

 

현수 법인 이수 건, 하지 마

 

누가 봐도 납득할 수 없는 거래야

 

- 왜 그렇게 무리하게... - 김 부장

 

한 비서한테 내가 왜 현수 법인 이수해야 되는지 설명을 좀 해주지

 

이명호 본부장을 좋아하냐고?

 

글쎄, 좋아하는 것도 같고

 

그 사람 만나면 어때?

 

설레?

 

설레면 좋아하는 거야?

 

대부분은

 

그럼 난 널 좋아하는 건데

 

이명호 본부장이랑 결혼 다시 생각해 봐

 

난 선택권이 없어

 

사람들이 그런 말 하지 '첫눈에 반했다'

 

난 첫눈에 반할 눈이 없어

 

나 좋다는 사람과 살면 돼

 

넌 회사에 관심 없잖아

 

난 그 사람 도움이 아니면 회사를 관리할 수가 없어

 

딴 얘기 해

 

오늘 친구 누구 만났어?

 

만나서 뭐 했어?

 

노래방 갔어? 카페 갔어?

 

(오영) 아니면 클럽?

 

눈 검사 다시 해보자

 

내가 떠나기 전에 네 눈을 고칠 수 있다면 그렇게 해주고 싶어

 

만약 왕비서가 그걸 방해한다면 너한텐 내가 있으니까

 

(오수) 겁먹지 말고

 

왕비서 무섭지 않아

 

어려선 무서웠지

 

근데 지금은 아니야

 

우린 서로를 이용할 뿐이야 밑지는 거래는 아니고

 

그럼 눈 검사를 못 할 이유가 없잖아

 

난 검사받고 수술하고

 

힘들게 투병하는 그 사이

 

넌 떠나고?

 

안 떠날 거 아니잖아 떠날 거잖아

 

떠나지 말란 얘기가 아니야

 

내가 너 같아도 떠나

 

넌 하고 싶은 일이 있고

 

가고 싶은 곳이 있는데

 

여기 이 감옥 같은 곳에서

 

앞 못 보는 동생 뒤치다꺼리 그건 너무...

 

재미없으니까

 

미안하지?

 

- 미안하면... - 놀러 갈까?

 

(오영) 그렇지, 그거지!

 

희선이도 부르자, 진성 씨도

 

엠티 가자

 

미라가 전에 엠티 가서 재밌었다고 할 때 정말 부러웠거든

 

다 불러서 같이 가자

 

그래, 그러자

 

[밝고 잔잔한 음악]

 

[신나게 노래 부르고 손뼉 치는 소리]

 

(오수) 왕비서님, 영이랑 저 친구들과 여행 갔다 올 겁니다

 

영이가 저한테 유언장을 써준 이상

 

영이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첫 번째 용의자는 무조건 저겠죠

 

조심할게요

 

제가 왕비서님의 용의선상에 있다는 걸 명심하면서

 

[신나는 음악]

 

(오수) 이겼다! [웃으면서]

 

, 이길 수 있었는데

 

이겼어, 정말?

 

, 내가 뭐래? 내가 분명히 이긴다 그랬지?

 

(오수) , , 웃어, 웃어

 

- (오수) 승리의 순간을 담게 -

 

, 환하게!

 

- 아자! - 아자!

 

아자!

 

[찰칵, 찰칵, 셔터 소리]

 

부럽냐? 너도 해줘?

 

[음식 자르는 소리]

 

(희선) , 나 밥 먹을 거야밥 하지?

 

(진성) 보면 몰라? 하고 있잖아, 지금

 

국도 끓여라, 멸치 넣고 김칫국

 

(희선) 간 잘 맞추고

 

짜면 네 입에다 털어넣을 줄 알아

 

쟬 사랑한 게 후회돼

 

딱 어울려

 

, 넌 형 핸드폰 가지고 뭐 하냐?

 

사진 봐

 

희선아, 사진 잘 나왔어?

 

 

오빠랑 나랑은?

 

우리 둘이 처음 찍은 사진인데 괜찮아?

 

왜 자꾸 물어싸?

 

그렇게 궁금하면 네가 직접 보든가

 

잘 나왔어, 넌 무지무지 대박 이쁘고

 

근데 너 칼질 소리가 어색하고 이상해

 

뭐가 이상해? 잘 썰고 있는데

 

그냥 보통 사람 칼질 소리 같은데?

 

이탈리아 쉐프 솜씨 같지 않은데?

 

칼질 잘하는 건 중국집 주방장

 

이탈리아 쉐프들은 다 나처럼 칼질해

 

그리고 넌 여기 맛있는 것도 많은데

 

꼭 내가 만들어주는 감자 스프를 먹어야겠어?

 

 

오수, 동생 키우기 힘들다

 

고만 작작하라고

 

우리 오빠 매력이 뭐야?

 

언니가 좋아했던 사람인데

 

좋아하면 안 되는 줄 알면서 좋아했던 이유가 있을 거 아니야

 

그래서 묻는 거야

 

네가 아는 우리 오빠 매력이 뭔가

 

완전 나쁘지 않은 거

 

바람둥이에 거짓말도 꽤 잘하고

 

성질도 못돼 처먹었고

 

이기적인 게 사실이지만

 

왠지

 

그게 오수의 전부라고 절대 말할 수 없는 거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여자 애간장 끓이는 데는 타고났다는 얘기야

 

동생 좋아하네, 이씨

 

, 배고파, 밥 빨리 줘!

 

나도 줘

 

어제도 머리 아팠다며

 

(오영) 그럼 오수 얘기해줘

 

그 사람 ''자는 무슨 ''자야?

 

너처럼 지킬 수?

 

아니면 빼어날 수?

 

말해주는 게 좋을걸

 

아니면 밤새 잠 못 자게 들들 볶을 거니까

 

나무 수

 

어릴 때 엄마가 나무 밑에 버렸대

 

그래서 나무 수

 

그럼 그 사람은 엄마 얼굴을 한 번도 못봤겠네

 

봤대, 열몇 살 때인가...

 

학교 앞에 불쑥 나타나 58,000원을 주고 갔대지, 아마?

 

그게 전부

 

안됐다

 

그래서 그 사람은 마음의 상처 때문에 사기꾼이 됐나?

 

핑계 좋네

 

그놈은 원래 그냥 그런 놈이야

 

태생부터 쓰레기 같은 놈이지

 

사랑하는 사람은 있었나?

 

한때는

 

근데 여자가 자기 애를 가졌다고 하는 순간

 

야멸차게 뒤도 안 돌아보고 여자를 버렸대

 

그러다 그놈을 뒤따라오던 여자가

 

그만 사고로...

 

그게 그 사람 몇 살 때야?

 

열아홉

 

여자도 그놈도 열아홉

 

나도 한때 너처럼

 

부모한테 쓰레기처럼 버려진 그놈이 쓰레기처럼 살고 싶어하는 걸

 

이해하고 동정한 적도 있어

 

하지만 그런 놈을 사랑해서

 

집을 버리고 학교를 포기하고 자기 애까지 가진 여자를

 

책임지지 못한 건 용서할 수 없는 일이야

 

네가 뭔데 그 사람을 용서해?

 

사람이 사람한테 해줄 수 있는 건

 

용서가 아니라 위로야

 

내가 처음 뇌종양이 걸렸을 때

 

내가 바란 것도 위로였어

 

근데 사람들은 오빠 너처럼 위로하지 않았어

 

위로는 커녕

 

6살 아이한테 용기를 강요했어 잔인하게

 

'괜찮아, 영이야 수술은 안 무서울 거야'

 

'괜찮아, 넌 이길 수 있어'

 

'항암 치료? 그까짓 거 별거 아니야'

 

그럼 사람들이 그런 말밖에 무슨 말을 더할 수 있겠어?

 

(오영) '안 괜찮아도 돼'

 

'영이야, 안 괜찮아도 돼'

 

'무서워해도 돼'

 

'울어도 돼'

 

만약...

 

사람들이 그렇게 말했다면

 

난 하루 이틀 울다가 괜찮아졌을 거야

 

(오영) 근데 그때 못 울어서 그런가

 

지금도 난 6살 그때만 생각하면

 

자꾸 눈물이 나

 

그 사람도 나 같지 않았을까?

 

(오영) 기억도 못 할 나이에 나무 밑에 버려졌는데

 

어쩌다 나타난 엄마는 고작 58,000원을 주고 떠났는데

 

그것도 모자라

 

세상에서 유일하게 사랑한 여자를

 

(오영) 어린 열아홉 살에 영원히 잃어버렸는데

 

아무한테도 위로받지 못했잖아

 

그래도 아이를 책임지지 못한 건 잘못이야 [떨리는 목소리로]

 

잘못이지, 아주 큰 잘못

 

하지만...

 

그 사람은 자기도 책임질 수 없는 열아홉이었어

 

(오영) 그 나이에...

 

자기 인생을 꼭 빼닮을 것 같은 아이는

 

많이 무서웠을 거야

 

실수한 거야,

 

난 네 덕분에 오늘

 

(오영) 그 사람이 더 궁금해졌거든

 

자자

 

[조용히 흐느끼는 소리]

 

[종 울리는 소리]

 

[막대기 휘두르는 소리 발걸음 소리]

 

(오영) 오빠?

 

일어났어?

 

[전화벨 울리는 소리]

 

, 이명호 본부장님

 

오늘 절 만나자고요?

 

그건 안 돼

 

그 사람을 왜 창립 파티에 데려가?

 

오늘 오후에 진소라랑 약속 잡았습니다

 

그럼 오빠 오수의 정체를 알게 될 겁니다

 

(명호) 근데 만약...

 

진소라를 만나도 오수가 친오빠라는 게 명확하면

 

후계자의 존재를 알리지 않았다고 의심을 하는 주주들에게

 

왕비서님과 제가 달리 신임을 얻을 방법이 없습니다

 

창립 파티 때 오수 씨를 대동해 일단 그 의심부터 불식시켜야...

 

위험해

 

주주들은 보수적이야

 

회장님의 아들이 있다는 것만으로

 

영이와 자네를 회장 자리에서 몰아낼지도 몰라

 

그럼 오수 씨가 금고에 손댄 걸 당장이라도 영이한테 말해서...

 

지문이 묻은 증거 액자를 장 변호사님이 가져갔어

 

나한텐 증거가 없어

 

일단 자네가 진소라를 만나 봐

 

고집부리지 말고 집 앞까지 가

 

여기서 집까지 5분 밖에 안 걸리잖아

 

(오영) 걸을래

 

차를 오래 타서 그런지 답답해

 

, 일 있다며

 

집 앞까지 가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뭔 거 같아?

 

, 과잉 보호?

 

집에서 봐

 

[차 문 여는 소리]

 

[막대기 두드리며 가는 소리]

 

[차 떠나는 소리]

 

[심각한 음악]

 

[막대기 두드리는 소리]

 

(오영) 졸리다

 

잘 자

 

영이야

 

만약에 네가 눈이 보인다면

 

(오수) 넌 뭘 제일 보고 싶어?

 

말해 봐

 

그냥 알고 싶어

 

(오수) 뭐가 제일 보고 싶은가

 

지금은 너

 

아무리 상상을 해봐도

 

아무리 더듬어 봐도

 

잘 모르겠는

 

오빠 너

 

오늘은 이명호 뒷덜미 제대로 잡아야 할 건데

 

이렇게?

 

- 아이 - ?

 

아이! [언성 높이면서]

 

누나

 

뭐야?

 

- (의사) 장혜빈 환자 CT 결과는 어때 - (오수) 물어볼 말이 있어요

 

- 내가 아는 애가 눈이... - 안과 가

 

내가 아는 애가 눈이 RP래요 근데 뇌종양에 걸렸던 적이 있어요

 

너 내가 한가하게 보여?

 

너 같은 인간쓰레기들하고 말 섞고 주고받을 만큼?

 

조폭들 수술 거부로 부원장 자리도 내준 나야

 

어디서 네까짓 게 말을 걸어? 나한테

 

, 감사합니다 지금 찾으러 갈게요

 

 

[''울리는 음악]

 

무슨 말이야, 그게?

 

그러게

 

그게 무슨 말이냐, 말도 안 되게

 

너의 오수가

 

너의 대광고주 피엘 그룹 외동아들이란다

 

[무철 웃는 소리]

 

암튼 웃긴 자식이야 나도 깜빡 속았잖냐

 

(무철) 어쩐지

 

그놈이 오수한테 잘하더라고

 

, 그러니까 내가 말하는 오수는

 

착한 원래 피엘 그룹 외아들 오수

 

(무철) 암튼

 

너의 오수는 지금 그놈 흉내 내면서 아주 호의호식 중이지

 

(무철) 착한 오수 여동생이랑

 

위태위태하고 달콤한 연애질까지 하면서

 

지금...

 

나한테 한 말이 모두 진짜야?

 

피엘 그룹 가서 외동아들 한번 만나게 해달라고 해

 

(무철) 그럼 네가 바로 알 거 아니야

 

왜 나한테 확인을 해 지 두 눈 놔두고?

 

, 너 지금 이명호 만나러 간다며

 

걔가 오수랑 처남 매부지간인 것 같던데

 

(무철) 한번 만나게 해달라 그래

 

오수 전화번호 줘

 

 

김사장이랑 나랑 관계가 있는데 그럼 안 되지

 

김사장 모르게 잘해라

 

오수한테 질투 나 나한테 청부까지 한 놈인데

 

조심해라

 

(직원) 원하시는 제품 나왔습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

 

 

촉감이 까칠한 느낌이 잘 살아있네요

 

맘에 들어요, 포장해주세요

 

(직원)

 

(직원) 여기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직원2) 어머, 손님

 

- (직원) 괜찮으세요? - (직원2) 괜찮으세요?

 

, 괜찮아요, 머리가 아파서

 

어디 불편하신 것 같은데 도와드릴까요?

 

절 백화점 입구로 데려다주시겠어요?

 

그리고 택시 좀 불러주시면 좋겠어요

 

저한테 팔 좀...

 

(직원) , 그러시죠

 

[차 문 여는 리모컨 소리]

 

김사장님

 

지금 진소라씨가 조무철네 집에서 나와 차를 타고...

 

피엘 그룹으로 가고 있습니다 김사장님

 

아마도 소라는 무철이한테 오수에 대해서 물어본 것 같습니다

 

(무철) 전화 끊겠습니다, 김사장님

 

[탁자 세게 치는 소리]

 

[핸드폰 떨어지는 소리]

 

내가 오수를 처치하고

 

(무철) 네가 날 처치하고

 

김사장 진짜

 

그러니까 뭐야?

 

네가 날 처치할 김사장 원탑이라 이거야?

 

날 네 밑에 안 둔 걸 후회하게 될 거야 [버벅대면서]

 

진짜, 진짜 후회하게 될 거라고

 

[달려가는 소리]

 

[전화벨 울리는 소리]

 

이게 누구야?

 

나 좀 만나, 할 얘기가 있어

 

(무철) 지금 네가 날 만날 처지가 아닐 텐데

 

진소라가 지금 이명호 만나러 갔다

 

내가 네가 피엘 그룹 외동아들 흉내 내는 거 알려줬거든

 

(무철)

 

근데 내가 둘이 만나는 장소를 모르네

 

내가 소라한테 너 간다는 거 전화하면서

 

장소 물어봐서 가르쳐줄게 끊어

 

[,탁 핸들 치는 소리]

 

[전화벨 울리는 소리]

 

, 영이야

 

(직원) 저기, 오영 씨 오빠 되시나요?

 

그런데 누구시죠?

 

(직원) 좀 괜찮으세요?

 

병원에 연락하지 마세요

 

병원에 연락하지 마세요 부탁이에요

 

, 이걸 어떡해? [난처하게]

 

지금 동생분이 많이 아프십니다

 

병원에 전화한다고 하니까 절대 하지 말라고 하셔서

 

동생분이 오빠한테 전화해달라고요

 

무슨 말이에요?

 

제 동생은 제가 낮에 집 앞까지 데려다줬는데

 

거기 어디예요?

 

곧 가겠습니다

 

[전화벨 울리는 소리]

 

[전화벨 울리는 소리]

 

[전화벨 울리는 소리]

 

영이야

 

영이야!

 

영이야, 나야 나, 오빠야

 

왔어?

 

구급차 좀 불러줘요

 

 

[달려가는 발소리]

 

(오수) 의사가 너 이렇게 아픈 거 이상하대

 

(오영) 나도 내가 아픈 게 무서워

 

만약 내가 뇌종양이면

 

또 아프겠지

 

(진성) , 난리 났어 지금 이명호랑 진소라가 만났어

 

- 이분이 맞나요? - 아뇨

 

나랑 만난 사람은 그 옆에 사람

 

(오영) 왕비서님이 허락하지 않아도

 

파티엔 오빠랑 갈 거예요

 

(왕비서) 그래, 네가 제발 즐겁길 바랄게

 

(오영) ♪ 생일 축하합니다 ♪

 

네 맘에 들길 바라 내 생일 선물이

 

(오수) 내가 사람을 가지고 놀 수 있다는 오만한 생각

 

처음으로 이 위험한 놀이에

 

내가 더 처절히 다치리란

 

확신이 들었다

 

진소라 창립 파티에 초대해

 

거기서 오수와 둘이 만나게 해주자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영화 & 드라마 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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