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문으로 들었소 7부
정호 집 앞. 낮.
-박집사와 태우가 형식을 부축하다시피 데리고 나온다. 얼른 차 태워 보내야 한다. 그 뒤, 진애가 풀어진 머리 만지며(머리핀이 빠졌나보다). 형식, 삐져나온 셔츠단, 반쯤 풀어진 넥타이 등 수세미같은 몰골에 아파 죽겠는 표정.
-형식의 차에서 내리는 기사(방금 차고에서 꺼내왔다). 차 문 연 채 형식 부부가 타기를 기다린다.
형식 폐 끼쳐서 죄송합니다.
박집사 암말 안하셔도 됩니다.
진애 운전 제가 할게요.
태우 그게 좋겠네요.
-운전석 옆에서 차 문 열고 대기 중이던 연희 차 기사가 얼른 조수석 쪽으로 달려가 차 문을 연다.
-힘겹게 조수석 오르는 형식, 박집사와 태우가 밀듯이 거들고,
-진애, 운전석에 타려는데 정순이 뛰어나온다.
정순 외할머님...머리핀 찾았어요.
진애 아유, (다시 내린다)
-핀을 건네받는 진애.
정순 이렇게 가셔서 어떡해요.
진애 정말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어요. 다 저희가 부족한 탓이죠. 애들 앞에서 별꼴을 다 보이구,
-운전석 옆,
박집사 혹시 모르니까 병원에 가 보세요.
형식 (아파)감사합니다.
태우 좀 참으시지 그러셨어요. 가만히만 계셨어두 이렇게 빈손으로 가시지는 않았을텐데.
형식 뭐요?!
-정순에게 봄을 부탁하던 진애가 태우를 쏘아보고,
형식 지금 뭐라 그러셨어요?
태우 죄송합니다. 기회를 다 놓치신 게 너무 안타까워서 그만,
형식 우리가 거지냐?!
태우 그런 뜻은 아니고,
-박집사가 황황히 태우를 밀고 대문 향한다.
박집사 왜 그래, 프로답지 못하게. 얼른 보내구 봐야지.
태우 보기가 답답해서 그러죠.
형식 그 주인에 그 노비다, 이눔아!
태우 (돌아본다)뭐요?!
-기사가 형식 쪽 차 문을 닫는다.
기사 제가 문을 닫겠습니다.
-운전석 옆.
진애 정말 너무 하네요, 저희두 잘 한 게 없지만,
정순 일단 가세요.
형식 (진애에게)얼른 타! 일단 가서 대책을 의논하자고!
진애 저희 애 좀 잘 부탁 드릴게요.
정순 아무 걱정 마세요. 따님이 어려두 심지 있잖아요.
진애 (그렇긴 해요. 차에 오르는)
-정순이 씁쓸하게 지켜보고, 차 안의 진애, 눈물 참으며 출발.
형식 (입술 실룩)봄이를 단신 적진에 두구(흑),
진애 봄이가 왜 단신이야! 인상이가 있는데!
형식 (울먹)그렇지?
정호 침실.
연희 미친 거야! 내 사위라니, 감히라니, 내 앞에서, 내 아들한테, 감히!
-파우더 룸. 정호가 웅숭그린 자세로 셔츠 단추 잠그다가 으으, 가운데를 본격 움켜쥐지도 못하고, 아프기는 하고,
연희 세상에, 터,터진 거 아냐?!
정호 그, 그렇게 쉽게 터지지는 않지,
연희 엄박사 부를까?
정호 (빗을 집어든다)아니, 괜찮아. 인상이 저 놈부터 혼을 내야돼. (빗질)
연희 내야지!
정호 엉?! 여보여보여보,
연희 왜,(달려간다)
-정호, 빗에서 빼낸 머리칼 뭉치 보면서 울 것만 같은 표정.
정호 (머리칼 보인다. 이만큼이나)
연희 세상에,
정호 (부들부들)용서할 수 없어! 못해!
아기 방 앞.
선숙 나오시랍니다.
혜옥 어른들 말씀을 들어봐야죠.
인상 소리 네,잠깐만요.
인상 방.
-인상, 문을 막고 서 있다. 봄은 아기를 꼭 끌어 안고. 둘 다 겁에 질려 떨고 있으면서 한편 비장하다. 어린 마음.
(인상은 좀 전에 격전장을 빠져나오자, 봄은 인상과 함께 아기 방으로 내달렸다. 아기 두고 나가랄까봐. 둘은 내빼면서 봄의 부모를 향해 ‘아무 걱정 마세요. ’ 그랬다.)
인상 (바깥 향해)금방 나갈게요. (봄에게)또 무슨 벌을 주실지 몰라. 만약에 너,
봄 용기를 내자 (아기를 침대에 눕히며)각오를 단단히 하구, 일단 부딪치는 거야!
인상 어,
정호집 소거실.
-인상과 봄이 앉아 있고, 정순이 마실 것 놓아 주며 작게.
인상 제가 많이 잘못한 거예요?
정순 서운하시겠죠. 꾸중하셔도 달게 받아요. 마음을 달래드려야지. (봄에게)어른들은 잘 가셨어.
봄 감사합니다...
-정순 가고,
봄 마음을 어떻게 달래드려?
인상 걱정 하지 마.
거실.
-태우가 통화 중이고, 정순이 나와서 식당 쪽으로. 박집사는 청소용 카트를 밀고 서둘러 계단 쪽으로. 부서진 찻상 따위 얹혀 있다. 태우, 헌켠에서 통화 중.
태우 좀 늦으실 겁니다...
식당.
-정순, 후식용 찻상과 다기들 얹힌 왜건 밀고 주방으로. 선숙이 당겨준다.
선숙 민망해서 혼났어요. 어쩜 그렇게 딱 낄 수가 있지?
정순 말 조심하자구.
침실.
정호 (자켓에 팔 꿴다)감히, 내 머리에 손을 대?
연희 (자켓 받쳐주며)당신 그 심정 아는데, 애들한테는 그 얘긴 하지 마. 초점이 흐려져.
정호 나 그렇게 감정적인 사람 아냐!
소거실.
-정호와 연희가 나온다. 봄과 인상, 일어선다.
정호 사태의 심각성은 잘 알구 있겠지?
인상, 봄 네.
연희 앉아.
-넷, 앉는다.
인상 이거(마실 것) 드실래요?
연희 됐어.
정호 너희 부모님 뭐가 문제인지, 그것부터 말해주마. 고까워하지 말고, 잘 들어라. 냉정하게 현실과 직면해.
봄 네.
정호 너희 어른들은, 기회를 알아보지 못한다. 코 앞에 갖다 줘도 줘도 받을 줄을 몰라. 그러니 가난을 벗어날 수가 없지. 음으로 양으로, 어떻게든 마음 다치지 않게 도우려고 애를 썼지만, 인제 나로서도 어쩔 수가 없어! 너희 친정은, 그냥 그렇게 사시라고 해!
봄 (어떻게 저런 말을)
인상 할아버지두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셨다면서요. 개천에서 난 용이시라구.
정호 그 시절 가난과 지금 가난은 달라! 넌 그렇게 파악이 안돼? 니가 끼어들어 좋아진 게 뭐가 있어? 너는 영웅심에 도취된 바보야!
연희 니가 인상이를 부추긴 거다.
봄 (울지 말아야지)인상이 바보 아니예요. 자기 생각 있어요.
인상 맞아요,
정호 그래서, 니 생각이라는 게 뭐냐.
인상 봄이네랑 우리집이 대등하게, 서로 사랑하고, 자유롭게, 평화롭게,
봄 (끄덕)
연희 방금 아빠 말씀 못들었어? 듣구두 그런 뜬구름 같은 소리가 나와?!
봄 저는, 인상이 하는 말이 너무 와닿아요.
정호 와, 닿는다고? 막 와닿아?
봄 서로 사랑하구 아껴주구 자유롭게 오가면서 평화롭게 살자는 게 왜 뜬구름인지,
연희 현실을 직면하라니까?
인상 저희두 현실 다 봐요. 다 알아요.
정호 뭘 알아?! 니가 내 맘을 알아?! 니가 내 머리칼이,
연희 여보 그 얘긴,
정호 (아 그렇지)그래, 내 이 머리로! 냉철하게! 이성적으로! 결론을 내려주겠다.
인상, 봄 (말씀하세요)
정호 너희가 말하는 사랑과 자유, 평화는 절대 공짜가 아니다. 아무나 누리는 게 아냐. 자격을 갖춰야지!
연희 너희 부모님은 그게 좀 부족하신 거구.
인상 제발 봄이한테 상처 주지 마세요.
봄 상처 안받을게.(연희와 정호에게)가르쳐 주세요. 어떡하면 누릴 자격이 생기는지,
인상, 정호, 연희 (응?)
봄 저두 그거 갖구 싶어요.
인상 (작게)야아,
연희 (얘 뭐지?)
봄 배워서 가질 수 있는 거라면, 공부할게요.
정호 (본다. 맹랑하군)
봄 (참았던 눈물 뚝)
인상 (작게)괜찮어?
봄 어,(눈물 닦는)
연희 누가 때렸니? 왜 울어?
봄 죄송합니다. (눈물 또 닦고는 미소)제가, 학교 다닐 때, 질문이 너무 많아서 수업 방해가 많았는데요, 누가 쪼끔만 친절하게 가르쳐 주면, 잘 배워요.
인상 (맞아. 그럴 거야. 봄의 손 잡아주고)
연희 (저런 애 정말 낯설어)
정호 질문이, 많다고?
봄 (또 눈물이 나서 고갯짓만 끄덕끄덕)
정순 방.
-경태, 태우, 박집사, 앉거나 서서 소동 관련 논평. 태우와 박집사는 각자 손목 같은 곳에 소독약 바르거나 일회용 반창고 붙이거나.
경태 하필이면 찻잔 조각을 짚으셨나봐요?
박집사 이럴 땐 상처 하나 쯤 나 줘야지.
태우 나는 살짝 열상이야. 손바닥이 마루에 쓸려가지구,
박집사 권력이 순식간에 이동하더만. 주니어가, 대신 사과드립니다 하는 순간, 삼광기업이 강자가 돼 버렸어.
경태 그런 맛이 좀 있어야죠. 거기 딱 힘 받아 가지구 맞짱 뜬 거 아냐. 내 사위 건들지 마...
태우 다 착각이지. 주니어가 얼떨결에 편 좀 들었다구 뭐 달라지냐? 한 대표가 잠깐 흥분한 거 뿐이야.
경태 그게 어디냐? 아까 그 자세 못봤어? 한송 대 삼광, 삼광 대 한송이 똑같은 자세로, 똑같이 고통을 맛보면서 말야,
박집사 그거 제법 오래 갈텐데.
-문 열리고 정순이 들여다본다.
정순 대표님 출근 하세요.
태우 아, 네, (먼저 나간다)
정순 (비켜주면서)선생님두 잠깐 보자시는데,
경태 저요?
박집사 너 아까 삼광 편 들었냐?
경태 아닌데,
-정순 따라나가는 박집사와 경태.
거실.
-경태가 정호에게 공손히 인사하고 그 곁에 연희. 인상과 봄은 좀 떨어져 서 있고,
-박집사와 태우는 현관 쪽에, 식당에선 선숙과 정순이 내다보고,
정호 부탁 합시다. (나직)저 애들, 혼돈의 시기예요. 명료한 세계관을 심어주세요.
경태 네?
연희 (끄덕)
-인상, 봄, 마주 본다.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신지.
형식 집. 거실/주방.
-계단. 진애와 철식이 형식을 부축하여 올라오고, 누리가 방에서 뛰어 나온다.
철식 몸싸움이 제법 격렬했나보네.
진애 그 집 마루 난간이 깡패였어요. 어떻게 높이가 타넘지두 내리지두 못하게 생겨가지구,
형식 중심이 딱 잡혀버렸어.
누리 집안에 마루 난간두 있어? 집이 어떻게 생겼길래, (방석을 탁자 앞에 바로 놓으며)아빠 일루,
형식 아냐 아냐 그렇게 못앉어.
진애 쿠션 좀 받쳐 드려.
-조금 후, 누리가 주방에서 물 한컵 가져와 형식 앞에 놓아 준다.
-길게 기대 앉은 형식. 비껴앉은 철식.
형식 어으, 치가 떨려서 증말.
누리 내가 갔어야만 했어.
철식 갔으믄,
누리 당연히 중재를 했겠죠.
-안방에서 나오는 진애. 갈아입은 옷에 조끼를 걸치면서.
진애 중재같은 소리 하지두 마. 인상이가 그래 볼래다가 일 터진 건데! (주방으로)
누리 그러기 전에 실리를 챙겼여야죠...(안타깝고 속상하다)
형식 잊어버려! 내 손으로 엎어버린 거야!
진애 (남비 얹고 멸치와 다시마 따위 투척하고 싱크대 아래서 국수를 꺼내는)
정말 내 평생에 그렇게 소름끼치는 순간은 엎었을 거다. 두 분께는 전원생활을 권합니다,
누리 그게 왜,
형식 뭐?!
철식 맘에 안들더라도 좀 참고, 일단은 고려해보겠다고 하실 것이지.
진애 (냉장고에서 파와 김치그릇 따위 꺼내다가)아우 진짜, 그 자리에 없었으면 말을 말라니까?!
철식 있는 집이랑 사돈 맺으면 다 덕보고 살아요. 그 사람들이라고 자존심 없겠어요?
진애 그 덕 보겠다고 봄이를 평생 을로 만들어요?
누리 봄이가 그럴 애야? 그런다구 굽신대며 살겠어?
형식 봄이는 그렇다 쳐. 너, 낙하산으로 들어간 애들 왕따 당하다가 정신과 치료 받는단 얘기두 못들어봤냐?
누리 낙하산 나름이죠. 난 들어가기만 하면 다 극복 할 수 있어.
진애 밥두 어디서 꼭 새모이만큼씩 담아줘놓구는 말야, 차리기만 근사하게, 무슨 궁중 요린지 뭔지, 니들이 지금 이런 황감천만한 대접을 받고 있다, 끝없이 강조하는 거처럼.
철식 양이 안차서 신경이 날카로워졌던 거 아뇨?
형식 누가 먹는 거 갖구 뭐라냐, 지금?
진애 난 아냐. 그것두 수첩에 적어 놨어. 먹으면서도 허기가 지더라고.
철식 삶는 김에 제 꺼두 한 그릇 해줘요.
누리 그럼 인제 아주 끝난 거야? 화해 같은 거 없어?
진애 그쪽이 와서 무릎 꿇구 사죄해두 받아 줄까 말까다.
철식 아, 봄이 입장은 생각 안해요? 부모가 돼가지구?
형식 넌 말을 어디루 듣냐? 그 생각하면서 참구 참았는데 인상이가 반기를 들었다고!
진애 얼마나 든든하던지.
철식 저야 편을 들 수밖에 없잖아요. 내 여자의 부모를 구출한다는 게 스스로 얼마나 대견했겠어.
누리 애가 철없이 끼어드는 걸 말리는 게 어른이죠.
진애 그렇게 말하지 마. 잠깐 걱정이 되긴 했지만 솔직히 자랑스럽더라. 아들 하나 얻은 거 같구, 아니 그거보다, 내 딸을 그만큼 아낀다는 게.
형식 그러엄. 따지구 보면 그 사람들이 젤 잘못한 게 바로 봄이한테야. 어디 새사람 보는데서 그 부모를 모욕하냐?
진애 정신 바짝 차릴테니 아무 걱정 말라고 지네가 먼저 안심을 시키더라니까?
누리 걔네 부모가 얼마나 배신감 느겼을까.
진애 배신감 이전에 반성을 해야지.
형식 그 눔이 알아 본 거야. 지 아빠가 얼마나 경우 없는 인간인지.
철식 물려 줄 게 너무 많은 지 아빠랑, 줄 게 한 톨도 없는 장인이랑 그러구 있는 게 어린 맘에도 민망했던 거겠지.
형식 그걸 느낀다는 게 어디냐. 인간들이 어떻게 허울만 근사했지 자식만두 못해.
진애 수틀리게 나오면 고소할 생각까지 하고 있어요. 인권 침해, 명예훼손, 또 그 뭐냐,
형식 회유에 의한 협박,
누리 그런 식으로 한다면 우리가 백배 불리하지.
진애 뭐가 불리해? 우리는 없이 살아두 떳떳해!
철식 정보력이나 뭐나 애초에 비교가 안되고, 우리 털릴 거 많아요. 진짜 찌질하구 챙피한 것들 많다고.
누리 일단 은행에서 맨날 독촉장 날아오는 거 하나만 생각해두 챙피한데.
진애 우리도 털면 될 거 아냐. 그쪽은 더 많아.
형식 뉴스 못봤어? 논란의 중심, 한송, 탈법의 온상!
누리, 철식 (못살아)
한송. 정호 방.
-정호와 양비서, 주영.
정호 더 이상 존중은 없어요! 존중, 이해, 관용, 아량, 설명 다 필요 없고, 단도직입! 무지한 자는 가장 쉬운 말로 가르쳐야 해요! 주영씨 특기를 발휘할 때야. 그 자한테 가장 촉박한 게 뭔지 알아봐요.
주영 알겠습니다만(양비서를 본다)
양 무리가 아닐까요? 어쨌거나 현 시점, 사돈간이신데.
정호 내 모(발), 아니 신체 일부가 훼손 됐어요! 복원이 안될지도 몰라요!
양, 주영 (그런 사연이)
비서실.
-양비서 전화 하고, 주영, 자판 두드리며 자료 파일 연다.
양비서 네, 저는 한송 비서실 양재화라고 합니다. 엄 박사님 소개로 전화 드렸어요...네...네, 저 뜻하지 않은 사고로....이식 수술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주영 (혼자 웃음)
한송 정호 방.
-정호, 정수리를 거울에 비춰보려 애쓰다가 핸드폰으로 셀카 찍어서 확인. 절망적인 심정으로 검색. ‘모발이식’
-‘이식 후 착근 기간 동안 통증’
-정호, ‘통증?!!!’ 아프다고?!
한송 복도.
-정호, 급히 회의실로. 양비서가 함께 가며 나직히,(남이 보면 대단히 중요한 얘기를 하는 줄 알겠다)
양비서 오늘 중에 특별히 시간을 내주겠다고 하는데요, 대표님 스케줄이 꽉 차 있어서 고문님 저녁 약속을 취소할까 합니다.
정호 아니요, 미안하지만 며칠 미뤄 주세요.
양비서 응급 상황 아닌가요?
정호 겁이 나서 못가겠어요. 수술하라고 할까봐.
양비서 그게 은근히 아프다고는 합니다만,
정호 나 통증에 약한 거 알잖아요.(지나치는 직원의 목례를 과장되게 받는다) 어, 수고 많죠? (회의실로 들어가며 양비서에게)하루만 생각해볼게요.
양비서 (이런, 웃지 못할)
정호 집 접견실.
-인상과 봄이 경태와 마주 앉아.
경태 인상이 진도 잠깐 보류하고, 너희 아버님 지침을 시행한다. 명료한 세계관. 무슨 뜻이냐, 한마디로, 쓸데없이 헷갈리지 말란 뜻이다. 현실을 매의 눈으로 보고,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너의 갈 바를 정하라, 알겠어?
봄 (노트에 적는다. ‘매의 눈’ ‘과학’)
인상 (힐끗)뭘 써.
봄 그냥.
경태 예시를 하나 주겠다. B는 A한테 수익배분을 전제로 창업자금을 빌려줬다, C는 B에게 체불 임금 지급을 요구하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C는 A와 B의 금전적 관계를 알게 되었고, B에게 지급능력이 있다고 판단하여 A에 대한 B의 채권에 압류 소송을 냈다. 이기겠냐 지겠냐.
봄 (메모하며 듣다가)이기지 않나요?
인상 너 알아들었어?!
봄 바보냐? (하고는 경태에게)소송 이전에, 노동부가 받아내 줘야죠. 정부가 하는 일이 그건데.
인상 정부가 만능이면 변호사가 할 일이 뭐가 있어.
봄 그런 거야?
경태 그래, 한인상은 변호사한테 맡기고, 서 봄은 노동부에 신고하면 되겠구나. 어느 쪽이 더 빨리 해결될까.
인상 변호사,
봄 노동부,
경태 둘 다 틀렸다.
인상, 봄 왜요?
경태 A랑 B가 한편이거든.
인상, 봄 네?
경태 정답을 말해주마. C가 돈을 받아낼려면 그냥 변호사가 아니라, A와 B보다 훨씬 쎈 변호사를 써야한다. 이를테면 한송, 너희 아버님, 한정호 같은 분으로. 즉, 이게 바로 명료한 세계관이다. 힘에 의한, 힘을 위한, 힘의 논리. 오케이?
인상 살벌하네.
봄 (경태에게)그게 진리다, 그런 뜻이예요?
경태 음...그건 아냐.
봄 그럼 뭐,
인상 됐어, 생각하지 마. 그냥 나랑 재밌게 살면 돼.(봄의 공책 덮는다)
봄 왜애, (다시 뺏으려)
인상 너는 이런 얘기 듣구 싶냐? 좋은 생각만 해두 인생 짧은데,
봄 우리 부모님처럼 살라구?
인상 뭐?
봄 인생 안짧어. 백살까지 사는데 저렇게 가난하면 그게 뭐가 좋아?
인상 왜 발끈해? 그런 뜻이 아니잖아.
봄 (외면)미안. 발끈한 거 맞어.
경태 (흥미롭게 지켜보고)
인상 (우리 이러다 싸우겠다)
봄 (그럴지도 몰라)
거실. 오후.
-현관, 연희와 선숙이 들어와 거실 들어서며 접견실 쪽 확인.
-접견실 안, 경태 뿐.
-정순이 식당에서 나온다.
정순 다녀 오셨어요...
-연희는 고개 까딱 하고 안채로, 선숙이 정순에게 다가가,
선숙 어딨어요?
정순 (위에)
인상 방.
-인상, 봄, 마주 서서,
인상 너 화낼까봐 겁먹었잖아!
봄 너한테 화내는 거 아냐! 내가 어떻게 너한테 그래! 돌지 않구서야!
인상 그럼 됐어.(확 끌어 안으려)
봄 (화들짝 물러서며 양 손 들어 막는다)잠깐잠깐, 하지 마.
인상 (다가서려)왜애,
봄 (스치기만 해도 아프다는)꼭지가 헐었어. 엄청 아퍼.
인상 (헉)진짜? 어디 봐,
봄 (피한다)장난 아냐. 말루 하니까 더 아픈 거 같애.(눈물)
인상 (미치겠다. 같이 울고 싶어)
봄 방법이 없어. 아물 때까지, 그냥 참구 먹여야 된대.
인상 (얼결에 안으려다 손 내린다. 어쩔 줄 모르겠다)
봄 미안해 하지 마. 그거 싫어.
인상 (답답)그럼 어떡해.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냐고.
봄 그러게.
침실.
-연희가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선숙, 은밀히.
선숙 지난 번 꺼랑 바꿔 넣으려면 30분 정도 필요합니다.
연희 쟤, 진영이 젖 먹일 동안 얼른 해 치우죠.
복도.
-봄, 아기 방으로 들어가고,
-선숙이 소거실에서 내다본다. 봄이 들어가는 것 확인.
계단.
-연희와 선숙이 조심스레 올라간다.
정호집 아기 방. 밤.
-봄, 아기 젖 먹이며 으으으, 너무 아파.
-정순이 아기 옷가지 담으며 걱정스레 돌아보고,
혜옥 어쩔 수 없어요. 소독이나 잘 해주는 거 말구는.
봄 네...
정순 아주 심하면 주사 맞던데. 젖 삭히는 거.
혜옥 그렇죠. (봄에게)너무 참지는 말아요. (정순에게)여기 두 자제분두 분유로 컸죠?
정순 네...
봄 그럼 너무 아깝잖아요. (하다가)아오...
정순 (같이 아픈 표정)
접견실.
인상 제가 어떡해야 돼요?
경태 니가 뭘 하냐?
인상 (아, 미쳐)
경태 인제 알겠어? 니들이 아무리 좋아해두 희희낙락 재밌게만 살 수는 도저히 없는 게 인생이야.
인상 애아빠들 다 어떡하는데요?
경태 찾아 봐. 남들 어떡하구 사는지 좀 알아보라고.
인상 글쎄 나두 그러구 싶은데, 부모님이 육아에 동참하는 걸 반대하시잖아요.
경태 니 여자의 고통에 동참하겠다는 그 마음으로, 인간 존재의 근원을 좀 캐보란 말이다. 나란 놈은 대체 뭐냐.
인상 됐구요, 제가 봄이 대신 아플 수는 없지만, 쪼끔이라두 위로가 되는 게 뭘까, 그거나 좀 같이 고민해주세요.
경태 내가 왜.
인상 혹시 제 이름으로 된 주식 같은 거 몰래 팔 수 있을까요? 할아버지가 생일마다 주신 거 있다구 들었는데.
경태 팔아서 뭐하게.
인상 봄이네 식구들, 아니 그, 분배 정의 실현, 뭐 그런 차원,
경태 나 그냥 또 웃을게.
정호 집 인상 방.
-선숙이 구석구석 끼워둔 부적들 꺼낸다. 이미 꺼내놓은 부적 서너 개 탁자 위에. 연희가 새 부적 주머니를 들고 조마조마 바라보며,
연희 서둘러요...
선숙 (매트리스 틈새에 손을 집어넣는다)그러구 있는데, (안잡힌다)
연희 거기 넣은 거 맞아?
선숙 네, 분명히...아, 있네요, (꺼내 드는데)
-봄이 들어온다. 기진한 모습.
-연희, 부적 주머니 뒤로 숨기며 탁자 앞을 가리고 선다. 선숙은 황황히 부적을 스커트 허리춤에 감추며 침대 커버 매만지고.
연희 얘, 너 왜 벌써.
봄 (깜짝)
연희 (웃음)노크 좀 하지.
봄 저희 방인데요?...
선숙 (내려온다)온도조절기 별 문제 없나 살펴보구 있었어요.
봄 아아,
선숙 박집사 불러서 고쳐야겠는데, 잠깐 아가씨 방에 좀 가 계실래요?
봄 ???
연희 그래그래, (봄의 어깨 잡아 돌려세우려)
봄 (흠칫 피한다)
연희 얘!
선숙 어른 손길을 그런 식으루 피하시는 건,
봄 죄송해요, 스치기만 해두 아파서 그만...젖몸살이 와서요, (하다가 탁자 위 부적 본다)
선숙 (급히 집어든다. 한 개는 떨구어 다시 집고)
봄 뭐예요?
연희 어어, 그러니까, 이게,
선숙 오랜 가풍이예요. 돌아가신 대사모님께서 자손들 잘 되기 바라는 뜻으로,
봄 부적 같은 거요?
연희 그래, 그런 거야.
봄 저희는 주술, 미신 그런 거 안믿는데,
연희 물론 나두 막 믿는 건 아냐. 진영이 증조할머님, 그 마음을 존중하고 높이 사는 거지.
봄 이런 거 없이도 잘되도록 노력할게요.
연희 (스타일 확실히 구겼구나)
봄 저, 좀 누웠으면 좋겠어요.
연희 그래, 누워. 누가 보면 너만 모유 먹이는 줄 알겠다. 나두 애들 다,
선숙 사모님,(허위 사실)
연희 쉬어라. (나간다)
선숙 (급히 따라간다)
봄 (보다가)다음엔 미리 알려주세요. 저희 방에 오실 때.
연희 그래, 가풍을 지키느라 실수했구나.
봄 좋은 가풍은 아닌 거 같아요.
-선숙이 얼른 문을 열어주고, 연희 나간다.
-봄, 둘러본다. 혹시 뭘 뒤지지는 않았나 싶어 책상 밑 만화책 상자 꺼내 뚜껑 열어보는.
정호 집 복도 서재 앞. 밤.
-태우가 정호에게 인사하고 거실로(퇴근길).
-정호, 잠깐 침실 쪽 살피다가 아기방 쪽으로.
아기 방 앞.
-인상이 아기 방에서 나오다가 선다. 정호, 험, 딴전.
인상 (뻣뻣)다녀 오셨어요.
정호 그래. 가봐라. (문 열려는데)
인상 손은 씻으셨어요? 아기들은 저항력이 약해서,
정호 지금 나한테 잔소리 하냐?
인상 제 아들을 지켜야죠.
-혜옥이 내다본다.
인상 식구들 위생에 신경 써주세요.
혜옥 갑자기 왜,
정호 씻으면 될 거 아냐, 마! (돌아서고)
인상 (정호를 잠시 보다가)수고하세요(간다)
혜옥 (부자간 신경전?)
인상 방.
-침대 위, 봄이 돌아앉아 가슴에 허브팩을 넣고, 인상이 곁에 앉아,
봄 염증에는 부적보다 소염 팩이야.
인상 맞아, 우리 집은 모순이 많아. 새로운 가풍이 필요해.
봄 우리가 힘을 키우자. 배울 건 배우더라두, 아닌 건 아닙니다, 그래야 하잖아.
인상 그렇지!
침실.
- 연희는 약그릇을 탁자 위에 놓고, 정호가 파우더 룸에서 나오며 손 냄새를 맡는다(샤워 후).
연희 누가 믿겠어. 당신이 인상이한테 손씻어라 어째라 잔소리 듣는다구 하면.
정호 그렇지?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는 거 맞지?
연희 둘 다 기고만장이예요. 저 애 부모가 그렇게 만든 거야. 같잖아서 증말.
정호 (새삼 적의)제압하자고!
형식 거실. 다음 날 낮.
-진애, 빨래바구니 들고 다용도실 가려다가 선다.
-앉아서 선숙에게 문자.
-‘비서님 핸드폰이죠? 저 진영이 외할머니예요’
정호 집 소거실.
-선숙, 연희에게 진애 문자 보인다. 외출 차림의 연희, 보면서 점점 언짢아.
진애 소리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지만 저희도 할 도리는 하겠습니다. 초대 감사했고요, 답례로 저희도 두 분 저희 집에 한 번 모시고 싶네요. 진영이 할머니가 일반 사람들과 달라서 직접 통화는 감히 못하고, 이렇게 초대의 뜻을 전합니다.
연희 이렇게 분별이 안되시나.,.(건네며 일어선다)분별이 되게끔 정중하게 답하세요.
선숙 알겠습니다.
형식 가게.
-형식, 잔뜩 찌푸린 채 생각에 잠겨 있는데 진애가 나온다.
진애 (핸드폰 보면서)이 사람들 봐...
형식 (돌아본다)
진애 허,
-형식, 진애 핸드폰 들여다보고, 진애, 입술 잘근.
선숙 소리 정중히 사양하신답니다. 건강한 서민으로서의 자존과 위엄을 지키시기 바라며, 이만.
형식 아오, 그냥, 입만 살아가지구.
선숙 열받으면 지는 거래. 봄이랑 인상이가 이겨줄 거야.
형식 (이가 갈리는)애들한테만 그 짐을 다 지게 할 수는 없어. 나두 할 일을 해야지.
거실.
-봄이 식당에서 나오고 연희와 선숙 안채에서.
봄 외출하세요?
연희 왜 거기서 나오니?
봄 밥 먹었어요. 몸이 웬만해졌는데, 2층까지 갖다 주시니까 죄송해서요.
연희 오, 다행이네. 근데, 괜찮을까? 가족 전체 식사는 캐주얼 아니야. 단정히 입구 참석해.
봄 집인데두요?
연희 뭐든 다 배우겠다며.(선숙에게)식탁 예절 자세히 알려주세요.
선숙 알겠습니다.
-연희, 현관으로, 선숙이 함께.
-봄, 보다가 몇걸음 뒤따라.
봄 다녀오세요...
-현관, 선숙이 구두를 놓아주고 연희, 신는다.
연희 다 맘에 안들어. 나가기두 싫구.
선숙 취소할까요?
연희 취소가 능사는 아니잖아. 이럴 땐 용기를 좀 줘봐요.
선숙 (무표정)사모님, 파이팅!
재원 스위트. 낮.
-스탠드 몇 개에 그림들이 얹혀 있고, 화상이 그 중 한 점을 소파 정면으로 민다.
-연희, 들어서며 화사한 음성.
연희 미안, 좀 늦었다.
친구들 어서 와...
-영라는 서서 통화 하며 손을 들어보이고, 재원은 미니바 안쪽에서 칵테일 저으며, 소정은 재원 옆에서 뭔가(올리브나 과일 따위)를 먹으며,
-연희, 화상의 목례에 답해주고 가방과 쇼올(혹은 외투)을 적당히 내려놓는다.
연희 (영라를 힐끗 보고는)나 기다린 거야?
소정 아냐, 우리두 방금 왔어.
재원 뭐 할래.
연희 탄산수. 민트 한 잎 띄워서.(매무새 만지며 미니바로)
-영라가 짐짓 쾌활하게 통화 계속 하는 동안, 연희는 소정, 재원에게 속삭.
영라 (통화)오히려 잘 됐지 뭐, 송년 모임 다 피할 수 있잖아...나두 좋은 핑계 생겼구...그러엄...
연희 쟤 연막 치니?
소정 그러려니 해.
연희 긴장될 텐데.
재원 (물잔 연희 앞으로)민트 워러 나왔습니다.
연희 땡큐,
재원 한 대표는 뭐래?
연희 저럴 때가 아니라는 거지.
소정 실형 받을지두 모른다며.
-영라, ‘어...알았어요...좀 이따 봐’ 끊고는, 그림 보면서 과장되게 탄성.
영라 (그림 보면서)어머, 이거 좋다, 맘에 들어.
재원 이번 꺼 다 괜찮아. (연희와 소정에게)니들두 같이 봐.
연희 어, 그래.
-소정과 연희, 소파로. 재원은 미니바에서 칵테일 마시며.
영라 (선 채) 이 컨셉이 한 점 더 있는 거 같던데,
화상 아, 네, (다른 것)
연희 (앉으며)너두 앉지 그래?
영라 이거, 이거, 두 점 할래.
소정 왜 그렇게 급해.
연희 너희 회장님, 병원에 계셔서 불안한가보구나?
영라 건강 검진 차원이야. 누가 들으면 중병이라두 걸린 줄 알겠다. (재원에게)나 이거 좀 싸게 줄 꺼지?
재원 어떻게 그림값을 깎냐. 작품인데.
연희 솔직하구 좋지 뭐. 너희 집 내력이잖아.
영라 어, 너처럼 꽁꽁 싸매구 속 끓이는 거 절대 못해.
연희 현수 아빠 이번엔 좀 오래 계실 거 같던데, 신경 좀 써드려.
영라 너부터. (가방 챙겨들며 화상에게)집으로 갖다 주세요. 청구서는 재단으로.
화상 네.
소정 갈려구?
연희 좀 있지 그래?
영라 영감이랑 병실 데이트. (재원에게)갈게.
재원 어.
연희 얘, 지난 번에 안좋게 헤어졌으면 풀구 가야지. 애들처럼 이게 뭐야...
영라 니 속 긁을까봐 조심하는 거야. 너두 니 남편 신경 좀 써.
연희 (당황)뭘, 또.
영라 (가면서)한대표 탈모 전문 병원 예약 했더라?
재원,소정 진짜?!!!
연희 (자기도 모르게 붉어진 뺨을 감싸는)쟤 뭐라는 거니?!
정호집 식당. 낮.
-봄이 앉아 있고, 선숙이 봄의 앞에 빈 접시며 찻잔, 포크 나이프 등을 놓아주며 설명.
-한켠에 스테이크 한덩이, 빵 바구니, 샐러드 등 실습용 음식들..
선숙 평일 아침은 한식 양식 절충이지만, 주말 브런치는 편안하면서도 격식 있는 양식이예요. 분식집 돈까스로 생각해선 안되겠죠?
봄 네...
선숙 자, 포크와 나이프를 양손에 쥐어보세요.
봄 (쥔다)
선숙 너무 꽉 쥐면 편해보이지 않아요. 손목에 힘 빼고 움직여 보세요. 손바닥에 붙어 있는 것처럼, 가볍게.
봄 (손목 살랑살랑)
-고기를 썰다 나이프 미끌어진다.
-손으로 빵을 뜯어내자 선숙이 너무 크다며 좀 작게 뜯어 보이고,
-야채 샐러드를 입가에 드레싱 묻히지 않고 먹으려면 포크로 잘 여며줘야 한다며 시연해 보이는 선숙. 봄, 진지하게 따라한다.
인상 방.
-봄, 한손으로 가슴과 겨드랑이 사이를 문지르며
봄 어머님 있지, 자꾸 보니까 귀여우셔...막 소녀 같으시구, 음, 뭐랄까, 좀 안됐기두 해. 그렇게 입구서는 떡볶이 집 같은 데 못가실 거잖아...
형식 주방.
진애 (흐뭇)그럼 됐다. 니가 더 고수야. 초딩 때부터 객관적인 글쓰기를 가르친 보람이 있구나....근데, 귀엽다구 봐드리면 안돼! 누가 들으면 못사는 친정 엄마가 열등감 땜에 이간질 한다 그러겠지만, 그거 절대 아니거든? 알지?...어물쩡 넘어가지 말구, 먹히든 안먹히든 할 말 해! 이쁘게, 지혜롭게.
인상 방.
봄 이쁘게는 모르겠구, 암튼 잘 하께...그니까 엄마, 너무 창피해하지두 말구, 걱정두 하지 마. 그냥 나 풍습이 다른 나라에 시집보냈다 생각해. 내가 여기 신기한 거, 훌륭한 거, 이상한 거, 하나하나 잘 봐뒀다가 나중에 다 말해주께.
형식 거실.
진애 (속 깊은 딸이 목 메지만 농담)그래...여기 아열대 지방 물소 데리구 벼농사 짓는 친정에 와서 ‘지금 만나러 갑니다’ 그런 거 한번 찍자.
인상 방.
봄 (소리 내어 웃음)진짜 웃기겠다...(눈물)
형식 거실.
-진애도 웃으며 눈물.
대학병원 특실. 낮.
-장회장(50대 후반). 정호. 금실장.
정호 검찰이야 당연히 5년 이상 구형하겠죠.
장회장 단 5일두 싫죠. 전재산을 다 뺏기는 한이 있어도 감옥살이는 못해요.
정호 충분히 이해합니다만, 지금 가장 큰 문제가 지원캐피탈과의 공모 여부예요.
장회장 그건 처가 쪽에서 단속을 잘 해온 걸로 알아요. 막내처남이 검찰 쪽에 장학금도 많이 냈고.
정호 당연히 그러시겠죠. 라인이 다르다는 게 문제지.
장회장 (쩝)내 그 얘기 나올 줄 알았어.
정호 이번 기회에 창구를 일원화 하셔야 합니다.
-영라가 들어온다. 금실장 인사하고, 정호도 간결하게 목례. 영라도 조신하게 답. 친구들과 있을 때와는 전혀 다른 말투와 처신.(친정은 장회장 쪽과 공생관계이면서 재산 규모는 좀 쳐진다)
영라 수고들 많으십니다...
장회장 한 대표, 안면 있던가?
영라 네, 몇 번 뵀죠...와이프랑 워낙 자주 만나니까...(정호에게)잘 부탁합니다.
정호 (영라에게)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영라 (장회장에게)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최고의 대리인인데.
장회장 마누라 친구 덕 좀 봅시다. 실형만 안받게 해 줘요.
정호 저를 믿구 다 털어놓으세요. 그래야 도울 수 있습니다. 우선 문건을 다 넘겨 주셔야만 합니다.
장회장 (금실장을 본다. 어떡하지?)
영라 (정호를 힐끗)
정호 그럼, 심사숙고 하시고 연락 주십시오. 빠를수록 좋습니다.
장회장 (반쯤 체념)그럽시다.
정호 (선다)가보겠습니다.
-문간. 영라와 금실장이 정호 배웅.
금실장 내일 중으로 연락 드리겠습니다.
정호 그러시죠. (영라에게)그럼 고생하십시오.
영라 혹시 제가 소개해두 될까요? 탈모 전문의 잘 아는 분 있는데.
정호 (얼결에 손 정수리)
영라 연희가 걱정하더라구요. 요즘 좀 심하시다구.
정호 아아, (어금니 물고 웃음)감사합니다, 신경써 주셔서.
영라 (더욱 예의바른 미소)대표님만 믿겠습니다.
정호 이만,
-정호와 금실장 나가고,
-영라, 장회장에게.
영라 뭘 다 넘기라는 거예요?
장회장 처가 쪽.
영라 응?!
영라 거실. 밤.
-영라, 손톱 뜯으며 서성이고, 방금 귀가한 현수, 문간에서,
현수 아빠 입원 하신 거, 별게 아닌 게 아닌 거 같던데?
영라 올라 가.
현수 아, 진짜, 뭐냐고...애들이 다 물어보는데...
영라 자라구 했다?!
현수 뉴스에서 먼저 보게 되면 나 비행기 타버릴 거야.
영라 뭐?!
현수 그런 줄 알어. (간다)
영라 그럴 일 아냐!...(보다가 미간 짚는)
한송, 회의실. 다음 날 밤.밤.
-책상 위 서류 상자.
-특별팀 세 명이 서 있고, 태우가 문간에.
정호 감사합니다.
금실장 (깎듯이 인사)잘 부탁 드립니다.
정호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금실장 네, 그럼.
-정호가 배웅하고 태우가 금실장 안내하여 나가면,
정호 (문을 닫고 자켓을 벗으며)자, 최대한 미분 합시다.
-특별팀 세 명 자리에 앉아 서류 상자 연다. 자켓을 행어에 건 정호도 앉는다.
-시간 경과. 특별팀 붙어 앉아 파쇄하면서 새로이 꾸민다. 프린터로 출력되는 서류들. 정호, 새로운 서류가 나올 때마다 꼼꼼히 살피는.
-태우가 들어와 정호에게 ‘손님 오셨습니다’
한송 클럽 밀실.
-정호가 들어서면, 영라가 손을 들어 보인다. 앞에 마실 것 한잔.
영라 안녕.
정호 뭘 또 오기까지 하니.(앉는다)
영라 걱정 돼서. 우리 친정까지 털 거라며.
정호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됐어. 장회장 비자금 은닉 및 세탁.
영라 막아 줘.
정호 세무조사 받고 추징금 내면 너희 남편 실형은 면하는데?
영라 글쎄 그런 거 없이 집행유예 해 달란 말야.
정호 허허허 참...떼쓰는 거 여전하구나.
영라 나야 언제나 그대로지...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정호 집사람한테 쓸 데 없는 소리나 하지 마.
영라 안하께...봐 줘, 응? 한번만.
정호 (정색)공사 구분 정확히 하자. 장회장 집행 유예냐, 너희 친정 아버님 추징금이냐, 둘 중에 하나 정해.
영라 (본다. 씁쓸)이전의 한정호가 아니네...
정호 너두 철 좀 들어야지.
영라 (호, 한숨)
서재, 밤. 소거실 밤. 밤.
-연희, 다 먹은 약쟁반 들고 나가려다가,
연희 어머 그랬구나. 좀 자상하게 대해주지 그랬어.
정호 지영라는 인제 좀 그만 까불어야 돼. 맨날 애들처럼 말야.
연희 걔가 어머님한테 받은 상처가 깊잖아요.
정호 (벌컥)뭐땜에 상처 받아! 지가 먼저 오르지 못할 나무를 쳐다본 게 잘못이지!
연희 어머, 걘 쳐다본 게 아니라 당신하구 마주 봤다 생각해....
정호 (책상 친다)마주 보다니, 내가 저랑 뭔 짓이라두 했나?!
연희 (놀라는 척)세상에, 그랬구나. 영라는 내가 얼마나 미울까. 오르지 못할 나무에 내가 올라버려서.
정호 만나지두 마! 기집애 아주 못됐어! 존경을 표할 줄을 몰라. 내가 맨날 20대야? 인제 지 남편 생사여탈이 내 손에 달려 있는데!
연희 어머, 당신 걔한테 존경 받구 싶었어?
정호 그런 뜻이 아니라!
연희 그럼 남자 대접?(돌아서며 확 곤두서고)
정호 (이거 아닌데)
복도.
-연희, 곤두선채 나오다가 흠칫. 아기 방에서 나오던 봄이 서 있다.
봄 죄송해요.
연희 (본다. 들었나?)
봄 그거(쟁반) 주세요,
연희 어, 그래,
봄 (쟁반 받아들며)말씀 소리 들려서, 가지두 오지두 못하구 서 있었어요.
연희 (나직히 짜증)기척을 내야지. 저 지나가요, 그러든가, 기침소릴 내 주든가.
봄 아아...다음부턴 그렇게 하겠습니다.
연희 조심해. (침실로)
-봄은 거실로 가고
-서재의 정호, 신경질적으로 정수리 마구 두들긴다.
식당.
-정순, 봄에게서 쟁반 받아든다.
정순 어른들 대화 소리는 무조건 피해야 돼요.
봄 네...
침실.
-연희, 입술 잘근잘근. 영라는 괘씸하고 정호는 밉다.
-정호가 들어온다. 연희, 얼른 책 보는 척.
정호 진영이 보러 안갈래?
연희 아니...
정호 (험)그래, 그럼,
연희 서재에서 자요.
정호 (머쓱)거긴 침대가 없는데,
서재.
정호 (소리 낮춰 통화)야, 와이프한테 빌어. 무조건!
영라 거실. 밤.
-소정과 영라,
소정 그렇게야 되겠니. 실형 면하게 해주는 게 한 대표 장기 아냐.
영라 그걸로 나 약올리는 거야.
소정 무슨...너희는 큰 고객인데.
영라 그러니까 손아귀에 넣겠다는 거지...아우, 영감탱이 증말, 괜히 친정까지 끌어들여가지구,
소정 다들 그렇게 하는 데 뭐...
-현수, 들여다본다.
현수 다녀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소정 어, 민재 집으루 바로 갔니?
현수 네. (영라에게)나 아무 것도 안물어볼테니까 아이컨택 좀 해주지?
영라 (이마 짚으며 한손 현수 향해 올라가라 손짓)
소정 걱정 하지 마, 현수야,
현수 (쳇, 가고)
소정 (가는지 확인 후에)영라야, 니가 연희를 따로 한 번 만나.
영라 뭐?!
소정 집으로 가던가,
영라 (가슴을 친다. 퍽, 퍽, 퍽)
영라 집 현수 방.
-현수 길게 앉아 통화.
현수 나 유부남한테 전화 안할려 그랬는데, 이건 좀 물어봐야겠다...솔직히 말해 주라. 우리 아빠 어떻게 돼?
인상 방. 밤.
-봄, 인터넷 기사 보고 있다. 대산그룹 관련. 인상은 통화 중.
인상 모르겠는데...난 아버지랑 그런 얘기 안해...넌 니 아빠랑 얘기 하냐?...됐어, 끊어.(끊는다)
봄 누군데 그렇게 불친절해?
인상 여자한테 친절하면 니가 싫어할까봐.
봄 이집 딸?
인상 (노트북 화면)이런 거 왜 봐?
봄 아버님이 이 사람 대리인이셔?
인상 (노트북 민다)그만 보구 누워. 자기 전에 찜질한다며.
봄 궁금한데?
인상 뭐가.
봄 이런 사람 변호해두 되는 거야?
인상 (벌컥)뭘 그렇게 다 알려 그래...
봄 (응?!)
인상 (얼른 봄의 어깨 잡는다)미안, 소리질러서.
봄 (걷어낸다)너는 내가 바보로 살면 좋겠나봐. 자기집이 왜 가난한지두 모르구, 부자들이 어떻게 부자인지두 모르는 채로 그냥 너랑 꽁냥질이나 했으면 좋겠나봐. (일어나 침대로)
인상 그게 나뻐?!
봄 나는 뇌가 바빠서 그렇게는 못해. 별별게 다 궁금하거든.
인상 저런 거 말구두 알아야 할 거, 공부할 거, 재밌는 거 많기만 해.
봄 넌 거기(소파)서 자.
인상 뭐?!....
-봄, 침대에 눕고, 인상, 벙하니 본다.
인상 정말이야?...
봄 너는 베개나 소파랑 살아두 아무 상관 없는 애야. (이불 덮는다)
인상 (아, 미쳐)
까페. 다음 날 낮.
-민재가 아이스 라떼 두 잔 들고 와 현수 앞에 놓아주고 마주 앉는다. 현수, 문자 찍고 있다. 집에서 입던 그대로 나온 듯.
민재 누구한테?
현수 엄마...통화가 안돼서.
민재 인상이 집에 가신다는 거 같던데.
현수 어떻게 알어.
민재 우리 엄마한테 같이 가자 그러셨나봐.
현수 (빨대 물다가)그래서, 같이 가셨어?
민재 엄만 나땜에 못갔지. 치과 스케줄 있어서.
현수 혼자 갔을래나?
정호 집. 접견실. 낮.
-영라, 연희, 차를 앞에 두고 마주 앉아,
연희 사과라니, 니가 뭘 잘못했길래...
영라 (짐짓 한숨)셀 수두 없지 뭐...일단 가장 최근 꺼부터 사과할게. 어제는 한 대표 탈모증 놀려먹었구,
연희 그걸 잘못이라구 하는 거부터가 언짢아.
영라 그래, 이왕 온 거 그냥 솔직하게 하자.
식당.
정순 자기 땜에 싸운 거 알구 왔나?
선숙 한 대표가 빌으라구 옆구리 찔렀답니다. 엄박사 동생이 거들구요.
접견실.
-봄과 인상, 뚱하니 경태 앞에 나란히 앉아서.
경태 명료한 세계관 제 2탄. 힘과 윤리. 힘이 있는 곳에 윤리가 있다, 는 것이 너희 아버님 한정호 변호사님의 지론이다. 따라서,
인상 (봄을 힐끗 보고는)엄마 친구분한테 인사 좀 하구 와두 돼요?
경태 왜애?
인상 그냥, 아니 좀 공기가 답답해서,
경태 둘이 싸웠냐?
봄 아니요, 아버님은 어떻게 해서 힘 있는 변호사가 되셨어요?
인상 (힐끗)
경태 니들이 알아봐.
봄 거 봐.
소거실.
영라 (눈물 찍어낸다)정말야. 우리 부모님이 청년 한정호를 사위로 욕심 냈던 거, 그게 다야. 너희 남편, 내가 앞에서 무슨 짓을 해두 눈 하나 까딱 안해요.
연희 그만 해, 나 지난 얘기 전혀 관심 없어.
영라 연희야, (바닥에 내려 앉아 연희 손을 잡는다)
연희 (손 빼낸다)이러지 마,
영라 (잡는다)한대표한테 말 좀 잘해 줘. 나 너 정말 존경해. 나같은 애 한번두 내친 적 없이 친구루 대해 준 거, 그거 하나만으루두,
연희 (외면)
영라 연희야,..(연희 무릎에 얼굴 묻는다.제발 속아 주렴)
정호 집 전경. 밤.
침실.
-연희, 어제와 같은 자세로 독서 중.
정호 (눈치 보다가)알았어, 나갈게...(나가는)
연희 (책 탁 덮는다)
인상 방.
-봄과 인상, 침대와 소파에서,버럭버럭 말싸움.
인상 현수네 아버지 같은 사람도 변호 받을 권리가 있어.
봄 사회 정의를 무시하면서?
인상 (벌떡 일어난다)선생님 아직 안가셨어. 물어보자.
봄 우리끼리 알아보라구 하셨잖아.
인상 니가 계속 우기니까 그러지.
봄 아버님이 힘이 없다면 니 친구처럼 큰 부자가 찾지두 않을 거 아냐. 나는 그 힘이 궁금하다는 거구.
인상 아 그럼 아버지한테 직접 물어 보던가!
정순 방. 밤.
-경태, 태우, 정순, 선숙 장회장 사건 논평. 술과 안주 마시고 씹으며.
박집사 우리 한 대표는 뜻대로 안되는 게 없네.
정순 와이프 화풀이두 해줬어. 멋있게. 장회장댁이 무릎 꿇구 빌었잖아.
태우 그럴만두 하죠. 친정이 추징금 왕창 때려 맞으면 타격이 커요. 상속분두 줄구.
선숙 요즘 인상씨 일로 그렇게 이죽거리더니, 한치 앞을 모르구.
박집사 우리 다 모르구 사는 건데, 맘을 좀 곱게 쓰면 안되냐고.
정순 곱게 쓰기가 싫은 거지. 과거사가 있잖아. 큰사모님이 사채업자 딸이라고 단칼에 짜르구 지금 어부인 점찍었을 때 얼마나 약이 올랐겠어.
선숙 솔직히 바탕이 다르죠. 기품이나 뭐나.
경태 (먹으며 듣기만 하다가)그럼 한 대표가 검찰 쪽 케이케이 라인을 제압한 거냐?
태우 어. 그쪽에선 친정 쪽 비리를 별건으로 써먹을 참이었대요.
경태 장회장 집행유예, 처가 쪽은 이번에 추징금 내는 걸로 일사부재리 적용받게 해주면서 달래주고, 게다가 와이프 속도 풀어주시고. 에헤라, 일타삼피로구나. 성공보수는 또 얼마나 많을 것인가. 니 연봉의 백배 쯤 되겠지?
태우 아무리 많다해두 배아파 할 수가 없는 게, 사안을 보는 관점 자체가 달라. 비범하지.
선숙 배는 아프죠. 우리같은 인종은 흉내두 못낸다, 인정해야 속이 편한데.
박집사 비범해봤자 인생 쓴맛은 다 보게 돼 있어.
정순 아들 부부, 사돈댁, 다 만만치 않을 걸?
경태 애기엄마가 보통 아냐.
정순 그쵸!
선숙 글쎄, 얼마나 버틸래나.
-노크 소리.
-사람들, 은근히 긴장해서 정리정돈 분위기. 안주접시도 바로놓고, 빈술병도 내려놓는 등.
-정순도 거들다가 급히 일어선다.
정순 네...
-정순이 문을 열면,
-봄과 인상. 멋쩍은.
정순 아유, 어쩐 일이야,
인상 밤늦게 죄송해요.
봄 죄송합니다.
-태우와 선숙, 박집사, 엉거주춤 일어서며 거의 동시에.
태우 아직 안주무셨네?
선숙 뭐 필요한 거라두,
박집사 방에 뭐 문제 있어요?
경태 (앉은 채)왜 안자냐?
인상 쌤한테 질문이요.
봄 네,
경태 말해봐, 간단히.
정순 들어와요.
-봄과 인상 들어온다.
봄 앉으셔두 되는데,
박집사 그러게,
-다들 앉으며, 어색한 웃음.
박집사 갑자기 서열이 확 생기는 바람에,
선숙 그냥 앉아 있는 사람이 젤 높아요, 작은 사모님,
태우 (경태에게)그러게.
정순 앉아서 얘기 해요. 내가 마실 거라두 좀 가져올게.
경태 놔두세요. (인상과 봄에게)간단히 해라. 이거 시간외 근무거든?
인상 얘가 계속 우기는 게, 변호사 윤리장전 19조 1항보다 전문 1항이 우선이라고,
봄 우선이라는 게 아니라요, 변호사 개인의 윤리적인 판단이랄까(쑥스러워 웃음),
인상 현수네 아버지 같은 사람은 변호 받을 권리가 없다는 거예요.
봄 내가 언제, 나는 지금 변호사를 판단의 주체로 두구 얘기 하는 건데.
경태 그러니까 아버님께서 장회장같은 사람을 변호해선 안된다, 당연히 해야 한다, 그 문제야?
인상, 봄 네,
-갑자기 다들 앞다투어 한마디씩.
-인상, 봄, 벙하니 보기만.
태우 그런 고민은 사시 붙구 해두 늦지 않아요.
박집사 그렇지는 않지. 공부한답시고 영혼 외출 시켜놨다가 영영 못찾는 판검사들 얼마나 많아.
정순 애기엄마가 그쪽으루두 관심이 있나부다.
선숙 대입 검정고시 먼저 봐야 하지 않나요?
봄 (얼결에 끄덕)네.
박집사 암튼 개념을 미리 탑재해야 돼.
경태 진짜 논점이 뭐냐?
인상 얘가 저더러 가까이 오지 말라고, 침대에 금 긋구, 밀어내구, 결국 소파에서 자라는 거예요.
남자들 (동시에 터짐)뭐?! 어디서 감히 사랑싸움 자랑이야? 역시 그게 무기지,
정순 애아빠가 졌네,
인상 그런 거예요?!
봄 거 봐.(혀끝을 살짝 빼물며 웃음)
인상 (가슴을 친다)
선숙 (말 거들지 않고 본다. 조것 참 발칙하네)
서재.이른 아침.
-정호, 소파에 기대 앉아 탁자에 발 올리고 담요 덮고, 아, 불편해.
-태우가 신문 들고 들어오다가 돌아선다. 오늘도.
-연희가 급히 거실로 나가는 것 보인다. 그 뒤 선숙.
인상 방.
-연희가 들어온다.
연희 뭐하는 짓이야?!
-소파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는 봄과 인상.
연희 어디 감히 내 아들을 소파에서 자게 하니? 너희 부모님은 그러구 사셔?!
너 당장 니 집에 가!!
-잠이 덜깨 어리둥절한 둘.
-문간, 정순과 박집사, 잠 덜깬 이지, 태우가 기웃, 그 뒤 정호,매우 멋쩍어.
형식 가게. 아침.
-형식과 철식.
형식 (출력기 버튼 누른다)대산 그룹 기사 봤냐?
철식 (스마트 폰 보면서)어, 보고 있어.
형식 암튼 한정호가 거대 악이야.
철식 댓글 칼같이 삭제되네.
형식 뻔하지 뭐.
철식 (돌아본다)
-형식, 출력된 종이를 빼내 판지에 붙이려.
-‘한정호는 반성하라. 사돈 갑질 왠말이냐’
철식 형, 잠깐만,
형식 뭐,
철식 두 가지만 지적하께. 첫째, 왠말이 아니라 웬말이고요,
형식 그렇구나. 이거 괜히 헷갈려. (구기려)
철식 둘째, 문구가 그게 뭐예요. 사돈 갑질이라니. 사적인 관계를 광고 하는 것도 아니고.
형식 한정호랑 나랑 어떤 관곈지 적시해야지! 그게 포인트라고!
철식 참아 줘요. 제발, 응?
형식 싫어. (컴퓨터로 수정. 문구 중, ‘왠’을 ‘웬’으로 고치는)
철식 (불안하다)
7부 끝.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