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문으로 들었소 9
정호 동네 전경. 봄. 이른 아침.
-뒷산에 개나리 진달래 피기 시작. 목련꽃 봉오리.
-자명종 소리와 함께,
인상 방.
-봄과 인상, 침대 양쪽으로 후다닥 내려와 인상은 자명종 끄고, 봄은 화장실로.
-봄이 칫솔질 하면서 한손으로 책상 위 책장 급히 넘기고(독회에서 읽을 대목 찾는)
-인상이 젖은 머리 닦으며 욕실에서 나오고,
-옷 챙겨 입은 둘, 액자 앞에서 합창(‘An unjust law is no law at all')하고, 하이파이브,
-둘, 뛰어나간다. 각자 책과 공책을 들고.
(인상과 봄은 둘 만의 은밀한 목표를 세우고 꿈에 부풀어있다. 사법시험 합격후 유학 가서 고색 창연한 대학 도시에서 유모차를 끌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 토론회에 참석하고, 저널에 글을 싣고....상상만으로도 긍정적인 에너지가 솟구치고, 모든 일에 관대할 수 있다. 인상이 고교 시절 참가했던 하버드 견학 프로그램 추억담 등. 이 꿈은 당분간 둘의 활기와 명랑함의 원천이다. )
거실.
-뛰다시피 계단 내려오는 인상과 봄.
-식당 어귀, 정순이 야채즙 두 잔 쟁반에 받쳐들고 서 있다. 인상과 봄, 한잔씩 마신다.
-연희는 안채에서 나오고, 둘, 빈 컵 쟁반에 내려놓고 안채 향하며. 정순은 식당으로 들어가고,
봄, 인상 안녕히 주무셨어요.
연희 어, 잘 잤니? 새 가구 맘에 들어?
봄, 인상 네,
연희 소파는 일부러 중간 사이즈로 골랐다. 인상이 거기 재울까봐.
인상 그럴 일 없어요.
봄 안 그럴게요.
-연희는 식당으로, 인상과 봄은 서재로,
식당.
연희 (들어오며)서재에 차 들여 갔어요?
선숙 네,
연희 (주방을 향해)아침상에 국 뭐예요?...
정순 (주방에서 내다보는)지금 막 장국에 냉이 넣을 참인데,
연희 그냥 맑은 국 하세요. 옷에 냄새 배잖아. 다들 출근하구 학교 가구 하는데.
정순 네.
서재.
-봄이 군주론 영역본 마지막 대목을 읽고, 인상, 노트에 메모한 것 슬쩍 살핀다. 예상 질문 대비. ‘힘과 운명’ ‘법과 윤리’ 등이 적혀 있는.
봄 이제 영광스러운 전하의 가문이, 이 과업을 맡으셔야 합니다. 기백과 희망으로 모든 정당한 임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전하의 깃발 아래 페트라르카의 싯귀는 현실로 나타날 것입니다.
-복도. 연희가 소거실 향하며 힐끗.
봄 용맹은 광포한 공격에 대항하여 무기를 들 것이다. 전투는 짧을 것이다. 이탈리아인의 가슴에 용맹이 아직 살아있으므로’...(책을 덮으며 인상을 본다. 나 잘했어?)
인상 (소리없이 박수)
정호 잘 했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 뭐라고 생각하나. 인상이가 답해 봐.
인상 미덕,이라기보다는 그냥 제가 생각하는 핵심 같은 건데요, ‘대중에 대한 냉정한 시각’, 즉, 인간은 선한 존재도 아니고, 각 개인이 평등하지도 않으니까 헛된 환상을 버리고 힘과 전략으로 조종해야 한다,
정호 뭔말인지는 알지만 동의하진 않는다, 이거냐?
인상 네...요즘 이런 말 함부로 하구 다니면 돌 맞죠.
봄 철저히 16세기 군주의 입장이라,
정호 그렇다. 돌 맞구 말구. 그러니까 입 밖에 내지 말고 조용히 실천하라는 거다. 그게 진정한 힘이다.
봄 진정한 힘은 아닌 것 같아요.
인상 그런 게 있어서도 안되고,
정호 알아듣게 말해주지. 너희두 알다시피, 나는 최고 스펙을 지향한다. 너희두 그러기를 바라고, 또 그래야만 하고!
인상과 봄 (이유는요?)
정호 왜냐. 우매한 대중은 거기서 이미 마음이 약해지거든. 간단해요. 어느 대학 나온 의사한테 내 건강을 맡길 것이냐, 어떤 변호사한테 내 재산과 권리를 맡길 것이냐.
봄 우매한 대중이라는 거 자체가 틀린 전제 아니예요?
인상 그렇죠, 대중을 무시하거나 아니면 대중에 대해서 무지하거나 둘 중 하난데요,
봄 그게 모순인 게, 맘껏 돈벌게 하고 통제하지 말라는 건 개인의 욕망을 인정하라는 거잖아요.
인상 그런 개인이 모여서 대중인데,
정호 니들 아침 안 먹었지?!
봄 네?
인상 야채즙,
정호 뇌가 허해서 헛소리들 하는구나. 이 책 한권을 다 읽고도 그런 감상적인 사고에 빠져 있다니, 그래가지고 시험 준비를 어떻게 하나. 우선 1차만 봐도 그렇다. 40분 동안 70문제를 풀어야 한다.
봄 그건 그거대로 하고 있어요.
인상 저희도 목표가 있으니까,
정호 너희 목표는 오직 내년도 동차 합격이지! 한 명은 수석, 한명은 최연소! 내일부터는 이 자리에 앉기 전에 탄수화물을 먹어라.
인상, 봄 네!
소거실.
연희 쟤가 저 자리에 앉아 있을 줄 상상이나 했겠어?
선숙 인상씨가 아버님 면전에서 저렇게 긴 얘기를 하는 것도 상상 못했죠.
연희 (비아냥)짝꿍을 잘 만나서.
선숙 큰사모님께서는, 결코 며느님을 아드님이나 사모님의 경쟁상대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연희 지금 내가 그러구 있다는 거야?
선숙 증상이 보입니다. 조심하십시오.
연희 (기가 막혀)내가?!
거실. 아침.
-접견실 앞, 태우가 가방을 들고 기다리고,
-안채에서 등교 차림의 인상과 아기 안은 봄이 나온다. 그 뒤, 혜옥과 연희와 선숙.
-이층에선 이지 내려오고,
접견실.
-정호와 경태 마주 서서. 나직하고 위엄 있으나 뭔가 짜증을 감춘 듯한 정호 말투.
정호 저 시기엔 절대 방임해선 안돼요. 진실되고도 정교한 보수의 가치 체계와 논리를 심어 주셔야 합니다! (손끝으로 머리를 톡톡)사고를 통제 하셔야죠!
경태 시험 준비 자체가 그 기능을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정호 중간중간 예시를 들어서 강조 하세요.
경태 혹시 무슨 안좋은 징조라도 발견하셨는지,
정호 고전을 통해 배우려는 자세가 부족해요! 온고이지신, 법고창신, 다 원전에 최대한 충실할 때 가능한 겁니다.
경태 심려 끼쳐서 죄송합니다.
정호 재삼 재사 부탁드립니다. (돌아서자)
경태 (급히 번호를 눌러 문을 열고)
정호 이런 게 왜 필요하죠?
경태 아, 네, 이건 일상 통제,
정호 (그렇군. 나간다)
거실.
-정호가 나오고, 그 뒤 경태. 아기 어르던 인상과 이지가 가방을 집어들고,
봄 안녕히 다녀오세요, (아기를 조금 치켜안으며)할아버지 다녀 오세요,
정호 (아기를 얼핏 보고는 연희에게)에미가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신경 써요.
연희 네.
-정호, 현관 향한다. 태우가 뒤따르고, 박집사는 현관 대기 중.
선숙 다녀오십시오.
정순, 경태 (인사)
이지 오빠는 일상이 고딩이나 다름 없네.
인상 시끄러.(연희에게)다녀오겠습니다.
이지 갔다올게.
연희 그래.
-현관 나서며 봄을 향해 손 들어보이는 인상. 봄, 아기 손을 잡아 흔들어보이고,
연희 (혜옥에게)진영이 받으세요.
혜옥 네,
봄 (혜옥에게 아기 건넨다)수고하세요.
연희 (봄을 힐끗 보고 돌아선다)
-봄과 경태, 접견실로.
-선숙, 연희 뒤 따르며 나직.
선숙 미우시죠?...티가 납니다.
연희 (어쩌란 말야)외출 준비 해 줘요.
접견실.
-봄, 컴퓨터 켜고 책 펴는 등 수업 준비.
경태 니들, 너무 발랄하게 굴지 마라.
봄 네?...(웃음)아아...
경태 너희 아버님은 아직 쉰두 안되셨지만, 노친네들이나 다름이 없어. 생각, 태도, 이런 걸 다 성공한 윗대를 보고 배운 거라. 뭔 말인지 알아? 선진 문물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누구보다 재빠르지만 또 누구보다도 봉건적 유교적 위계질서에 의존한다 말이야. 언제나 존경의 마음을 담뿍 담아서, 정말 훌륭하십니다, 가르쳐 주십시오, 그런 눈으로 봐라봐야 돼.
봄 너무 그래두 언짢으실 거 같은데.
경태 그래야 안심을 한다고.
봄 시험에 붙는 걸로 안심 시켜 드릴게요.
경태 책 펴.
봄 네.
거실.
-접견실 안쪽, 봄과 경태가 수업 중,
-연희와 선숙, 나간다. 언짢아서 새침한 연희.
-현관, 연희, 구두 신으려다가 돌아선다.
연희 (다시 들어가며)선생 잠깐 보자고 해요.
선숙 네?
식당.
-정순, 식탁 위 정리 하면서 거실 쪽 내다본다.
-거실. 경태가 선숙 뒤따라 간다.
소거실.
-경태와 연희 마주 앉아 얘기 중. 선숙, 한켠에 서 있다.
연희 선생님 안목을 불신하는 건 아닙니다만, 혹시 너무 성급한 판단이 아닐까 싶어서요.
경태 (다소 비아냥)뭐, 의심이 되시겠죠. 며느님은 아무런 인증이 안돼 있으니까요. 내신 4등급, 수학 포기자에, 하다못해 토플 만점 그런 것도 없죠.
연희 선생님 말씀대로 그렇게 뛰어난 애를, 저 애 부모는 왜 그냥 놔둔 걸까요? 살기 바빠 그랬을 거다 이해할려구 해두,
경태 헛된 투자가 아닐까 불안하시면 언제든 말씀하세요. 즉시 중단하고 수능 준비 시키죠.
연희 딱히 그런 뜻은 아니예요. 저희두 절박하죠. 뭘로도 오점을 씻을 수가 없으니까.
경태 제가 점수 전문가지만, 애들을 볼 때 가끔은 전혀 다른 기준을 적용하기도 합니다. 수업 중이라 이만(선다)
연희 (선다)오해는 말아주세요.
-경태, 목례하고 나가면,
연희 저렇게 말하니까 또 기대하게 돼. 사람들한테 알려두 될까? 인상이 와이프 사시 준비한다구?
선숙 (연희의 핸드백 챙겨들며)글쎄요.
연희 (핸드백 받아들며 거실 쪽 불안하게 본다)
한송 신영 방.
-양비서가 문을 잡아주고, 유신영이 유모차 밀며 들어온다.
양비서 아이고 참, 이거. 유례가 없는 일입니다. 자녀분 동반 출근이라니.
유신영 그러게요. 보모님이 하필이면 신종 플루에 걸리셔서요...
-신영, 유모차를 안으로 들이고, 양비서 문 닫는다.
양비서 소개드릴 때 연세가 좀 많다 싶기는 했습니다만.
유신영 대표님이 무척 싫어하시겠죠? 품격의 한송, 클립 떨어지는 소리까지 다 들린다는 이 정숙한 공간에?
양비서 무얼, 그러실라구요.
유신영 어떻대두 할 수 없죠. 저 그냥 실례를 막 할려구요. 오늘 사전 미팅 참석자들께 미리 예고 좀 해주세요.
양비서 양해 구해 놓겠습니다. 그럼, (나가려다)공주님 미모가 장난이 아닙니다.
유신영 고마워요.
정호 방.
-정호, 양비서에게 울화통.
정호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요! 나한테 유감 있는 걸 꼭 저렇게 시위해야 하나?!
양비서 기밀 자료 취급자입니다.
정호 그러면 까불어두 되는 거야?! 나 아침부터 애들한테 구세대 소리까지 듣구서두 참았는데 이건 정말,
양비서 세대 문제가 아니죠.
정호 맞아요. 그냥 나고 자란 바탕이 저런 거야. 이러니 어떻게 배경과 인성을 안보겠어요.
양비서 좋게 넘어가십시오. 국면 전환 차원에서,
정호 (미간 찝는다)
복도.
-아기를 슬링에 담아 안은 신영이 정호와 마주 서서 얘기 중. 신영도 나름 선수라 여유 넘친다.
-직원이 서류철과 태블릿을 들고와 신영 방에 넣어놓고 나간다.
신영 죄송해서 어떡하죠? 원로 선배님들이 저 땜에 너무 놀라신 거 같은데.
정호 걱정 하지 말아요. 난 전혀 개의치 않아. 내가 설득할게. 유변 덕분에 우리 한송의 성 평등 지수가 급 상승할 거라고, 응?
신영 차별과 편견의 화신께서 무슨 그런 바람직한 말씀을요.
정호 내가? 정말?
신영 보모를 뺏긴 거야 제가 방심했던 탓이니까 어쩔 수 없구요, 사건 배당 그런 식으로 하시면 저 나갑니다.
정호 일련의 케이스들이 자네랑 맞지 않다구 판단해서지.
신영 대표님 장부나 고쳐 쓰자구 변호사 된 거 아니거든요.
정호 특기는 살립시다.
신영 요즘 들어 본색을 너무 자주 드러내십니다. 개인사가 무척 골치 아프신가봐요.(방으로)
정호 (문 열어주며)평상심을 유지하도록 해요. 여러 가지 힘들겠지만, 응?
-비서실. 양비서, 고개 젓고, 주영 힐끗.
한송. 회의실.
-각자 앞에 연수원 성적 우수자 및 지원자 인적 사항 등 서류들 놓여 있고, 멤버 중 두엇은 서류 보고, 두엇은 정호와 이야기.
정호 (웃음)선배님들께서 관점을 바꾸셔야죠. 선진국에선 익숙한 일 아닙니까? 변호사가 애 안고 법정에도 가고, 입법의원이 애 데리고 표결도 하고, 그러지 않나요?
멤버1 서양 애들이 그러면 멋있죠. 한국에선 아직 좀 방자해보여. 저보다 십수년 씩 선배들 앞에서 말야. 여기가 무슨 투쟁 현장도 아니고.
멤버2 친정이 멀리 있다는 걸 십분 감안해도 비상시 대처 능력이 의심스럽두만. 급할 때 애 봐줄 사람 몇은 정해 둬야지.
정호 (정색)자, 그 아래, 3등, 4등, 제외하고, 대신 9등, 12등, 넣기로 했습니다.
다들 (서류 본다)
멤버1 10등까지는 다 받기로 하지 않았나요?
멤버2 그러게?
정호 (반론 막듯이 서류 두 장 각각 양쪽에 놓아주며)배경도 점수로 환산했습니다.
멤버들 (본다)
정호 둘 중 한명은 부친이 세무 관련 정보통이고, 또 한명은 조부가,
멤버1 (손끝으로 한 대목 짚으며)아, 이 점을 간과했네.
멤버2 그러게. 의약업계 쪽에서 큰 덩어리가 딸려나오겠어요.
정호 인재풀이 제대로 가동하려면 이런 식의 촘촘한 네트웍이 받쳐줘야죠. 다 우리 한송 재산 아니겠어요? 고문님들 영입도 같은 맥락이고, 송무 배당시 치밀하게 감안해야 합니다. 우리 다음 세대는 자력으로 이런 인맥을 만들 수가 없습니다. 수석 쯤 되면 오직 명예만으로도 가치가 있습니다만.
멤버3,4 (끄덕)
멤버1 이번 수석은 아주 평범하다죠?
정호 네, 제가 직접 만날 겁니다.
복도.
-정호, 백대헌과 마주친다.
정호 어이구 어쩐일로,
대헌 위에서 누구 좀 만나고 잠깐 들렀어.
정호 들어가 차 한잔 하시겠어요?
-저만치 민주영이 윤제훈에게, 대표님 지금 저기서 말씀중이니까 방에서 기다리시라, 그런 얘기 하고 정호 방으로 안내하는.
대헌 아니. (나직)수석 졸업자 말이야, 이름이 윤제훈 맞지?
정호 네, 설득 중이죠.
대헌 내가 연수원장 만나서 얘기해볼게.
정호 어유, 그러시면 감사하죠.
대헌 그때 보자고.
정호 네, 그럼,
-정호, 출입문까지 배웅. 깎듯이 절하고 돌아선다.
정호 방.
-정호가 들어서자 윤제훈이 일어서서 꾸벅. 숫기 없지만 해맑은 미소. 탁자 위 차 한잔.
정호 윤제훈씨!
윤제훈 처음 뵙겠습니다.
정호 영광이예요, 수석께서 친히 여기까지.
제훈 아닙니다. 분위기가 궁금해서 와보고 싶었어요. 단체 견학 때 불참했거든요.
정호 맞아, 그랬죠. 앉으세요.
제훈 네,
-잠시 후, 마주 앉아 얘기 중.
정호 신기술, 신소재 관련 저작권 전문가가 되면 좋겠어요.시장이 크죠. 여기두 이공계 출신들 적지 않지만, 윤제훈씨만한 기대주는 처음이라,
제훈 저, 사실은 저희 부모님께 보내신 선물이 너무 과분해서 돌려 드리러 왔습니다.
정호 (응?!)
제훈 (안주머니에서 상품권 봉투 꺼내 정호 앞으로 민다)
정호 (웃음)제안을 사양한다는 뜻인가?
제훈 아직 사양은 아니고, 생각 좀 더 해본 다음에 결정하겠습니다.
정호 그래요, 신중해야죠. 방은 이미 마련해놨어요. 들었는지 모르지만, 우리는 다 똑같은 방을 씁니다.
제훈 참 좋게 느껴집니다.
정호 기다릴게요.
제훈 (수줍게 웃음)
신영 방.
-신영, 키보드 두드리고 마우스 조작. 아기는 유모차에.
-모니터 가까이 본다. 응?
-‘오류’
-몇 번 더 시도하다가, 전화기 들고 내선 번호 누른다.
신영 어, 주영씨, Q-1-블루 파일, 패스워드 바꿨어요? 나 왕따야?
비서실.
주영 (전화)그럴리가요...시스템 장애 아닐까요?...제가 잠깐 봐드릴게요...네, (끊고 필통에서 usb 꺼낸다)
양비서 우리는 모르는 일이다.
주영 네.(간다)
-정호가 제훈과 함께 복도 지나가는 모습 보인다. 배웅.
신영 방.
-신영, 아기 우유 먹이고, 주영, 컴퓨터 앞에서 백업 깔고 뭐 한참 하는 척.
신영 아예 접근 금지 시킨 거 아냐?
주영 그건 모르겠구요, 제 실력으로는 안되네요. (usb 뽑고, 포스트 잇에 뭔가 쓴다)
복도.
-주영, 신영 방에서 나와 자리로.
주영 전산실에 연락하라 그랬어요.
양 잘했네. (일어)잡초가 난초 행세 하려들면 곤란해.
주영 (웃음)
신영 방.
-신영, 포스트 잇 보면서 헛웃음.
주영 소리 개인계정 다 바꾸세요. 따로 연락 드릴게요.
-신영, 표정없이 메모지를 파쇄기에 넣는다.
재원 스위트. 낮.
-연희, 소정, 영라, 재원.
영라 너 이거 좀 끊을 수 없니?
재원 (모델 조립)없어.
소정 놔둬라. 무슨 낙이 있겠어.
연희 최소한 사회악은 아니지.
영라 우리 집안 검은 돈 공장이라구 콕 찝어서 얘기 해.
연희 관심 없어.
재원 그만 좀 하지?
소정 수험생 뒷바라지 또 하게 생겼네? 며느리 대학 보내야지.
연희 대학이야 뭐...애가 생각보다 똑똑해서...선생이 인상이랑 같이 한번 가르쳐 보겠대.
소정 뭘?
영라 그럼, 사시?...고등학교 자퇴생이?
연희 일단 해보라구 했어. 한 대표두 좀 지켜보더니, 기본 이상은 되는 거 같다 그러구,
재원 한정호 꿈나무 프로젝트야?
연희 그런 셈이지.
소정 (딱해)얘,
영라 너희 부부 치료 받아라, 그쯤 되면 과대망상이야. 근데 그 심정이 이해는 된다. 명색이 며느리라, 어떻게든 스펙 좀 되게 만들어놓구 보자는 거,
연희 그런 차원은 또 아니지. 재주 있으면 남두 지원해주는데.
소정 현실성이 없어. 니 손자 키워줄 엄마라 공부는 시켜야겠지만.
연희 나두 뭐 반신반의 해.
영라 갑자기 재미없네. 가야겠어. (가방 챙겨들고 선다)저녁 때 약속 있어서 미용실두 가야 하구.
연희 그래, 얼른 가봐.
영라 간다니까 좋구나? 재원이 너네 와인 하나 좋은 거 골라 줘. 수고하신 변호사님께 선물하게.
연희 (응?!)
재원 내 얘기 하구, 빈티지 한 병 달라 그래.
영라 (팔 잡아 일으키려)같이 가.
소정 한 대표 만나?
연희 어어, 얘기 하더라.
영라 긴장하지 마. 영감 동반, 한송 클럽하우스야.
연희 안다니까?
영라 (알긴 뭘알아)넌 빨리 일어서구.
재원 나 아직 무릎 수술 환자야. 전화 해주께.
영라 못됐어 증말.(소정과 연희에게)먼저 간다?
소정 그래.
연희 애들같이 입구 다니지 마. 보는 사람 미안해져.
영라 내 흉 보구 놀아. (간다)
재원, 소정 어.
-영라, 나가면,
연희 (이마 짚는다)머리 아파.
소정 뭘 영라 남편두 같이 만난다잖아.
연희 그게 아니라, 그냥 쟤가 싫은 거야.
재원 남자들은 정복하지 못한 상대를 평생 맘에 담구 살아요.
연희 (정말?)
소정 자존감 높이기 강좌 하나 알려줄까?
연희 무슨,
소정 고대 인도의 수련법 중에 하난데, 개인 교습두 가능해.
재원 어어, 그 야하다는 거?
연희 응?
소정 좀 그렇긴 하지.
연희 말하지 마, 말하지 마, 나 그런 거 싫어.
재원 속칭 여우 교실,
연희 (귀 막으며)싫다니까?!
정호 방.
-정호, 스케줄표 본다. 3시 K&P 회의, 4시 20분 유성기업 사전 조사, 6시 30분 지영라.
-시계보는 정호, 2시 30분 경. 전화한다.
정호 한정호예요...다름이 아니라, 아침에 내가 한 가지 빠뜨린 게 있어서요. 지금 저애가, 뭐가 너무 없잖습니까. 혹시 간단히라두 인증이 될만한 게 없을까 싶어서요,
정호 집. 거실.
경태 (접견실에서 나와 거실 소파로 가면서)그런 거 신경 쓸 시간 없고, 본인도 관심이 없습니다. 집중하게 해주세요.
-소파의 선숙과 박집사,과일 맛있게 먹으면서 어서 오라 손짓.
-정순이 안채에서 빈 쟁반 들고 나온다.
선숙 거기서 드신대요?
정순 도련님이 잠투정을 해서,
경태 (앉는다)뭐든 완전히 이해 못하면 다음 문제로 넘어가지 못하는 타입이거든요?...그게 인상이랑 다른 점인데, 둘이 서로 보완하면서 잘하고 있습니다.
선숙 (경태 앞접시에 과일 놓아준다)
인상 학교 일각.
-현수, 민재와 인상, 앉아서 얘기 중.
민재 너랑 같이 사시 한다며. 수준이 돼?
인상 어.
민재 일반고 다녔다 그러지 않았어?
인상 그런 기준으로 보면 더 이해 안되지. 수포자에 4등급.
현수 근데 사시를 본다고? 검정고시도 쉽지 않겠다.
인상 우리하군 좀 다르지.
민재 무슨 외계인이냐? 천재야?
현수 말은 통해? 재밌어?
민재 (현수에게)솔직히 얘네 거의 원나잇 수준 아니냐?
현수 1학기 끝나기 전에 맘 변한다에 이거(손목 시계) 건다.
인상 죽을래? 너네 누구랑 인생 계획 같은 거 세워 봤냐?
민재 그런 걸 왜 해. 나 하나두 골치 아픈데.
인상 글쎄 안해 봤으면 말을 말라고.
현수 계획이 뭔데.
인상 (히죽)끝내주지...
회상. 인상의 방. 얼마 전.
-둘, 침대에 엎드려 태블릿으로 사진들 본다. 인상이 고교시절에 하버드 견학 가서 찍은 것들. 건물과 교정 풍경. 학생들, 연인들.
봄 우와...이런 데 다니면 진짜 공부할 맛 나겠다...근데 니 사진은 왜 없어?
인상 내가 찍었으니까 없지 바보야. 나 셀카 싫어하잖아.
봄 저거(액자) 새겨진 건물두 찍었어.
인상 찍었지. (찾는다)
-고색창연한 건물 사진.
-인상, 확대한다. 액자에 새겨진 문구가 나타난다.
봄 오오...멋진데...(액자 돌아보고는)여기 새겨진 게 훨씬 그럴 듯 해.
인상 가구 싶어?
봄 어...같이 유학 가게 되면 이런 데가 좋겠어.
인상 사시 붙으면 갈 수 있어. 그게 아버지 코스잖아.
봄 (앉는다)야, 한인상!
인상 (본다. 웃음)꼭 붙구 싶어지지?
봄 농담 아니구, 야, 진짜 꼭 붙어서, 여기 가자!
인상 끝내주겠지? 진영이 유모차 끌구 도서관 가구,
봄 영화 주인공들처럼 토론하구, 싸우구, 우리끼리, 아, 미쳐, 상상만 해두,..(좋아서 아드드, 하다가)너두 그래? 너두 좋아?
인상 나 그래서 잘 보이구 있잖아.
봄 (인상을 끌어 안는다)인상아..
인상 (흐뭇)
봄 더 상상하자! 엄마 아빠 초대두 막 하구. 그거 뭐더라, 법학지,
인상 로 리뷰던가, 까먹었어.
봄 암튼 거기 글두 싣구....공부 마치구 돌아올 때는 우리 둘 다 완전 능력자가 돼 있는 거야.
인상 넌 진짜 상상을 자세하게 한다?
봄 그래야 내께 될 거 같애...흐흐흐...
인상 학교.
-인상, 일어나 가방 멘다.
인상 너네는 그림 자체가 안그려질 거다. 갈게.
민재, 현수 야...
인상 (가면서 통화)어, 서 봄...수업 가...넌?...
-민재와 현수, 인상을 보다가 마주 보며 손가락 옆에 대고 뱅글뱅글.
한송 클럽 밀실. 저녁.
-영라가 정호 맞은 편에 앉는다. 와인을 탁자 위에 놓는다.
정호 부부가 같이 온다더니,
영라 급한 일 생겨서 홍콩. 혼자 와서 당황했어?
정호 (작게)사람 우습게 만들래?
영라 (와인)선물이야. 수임료 너무 많이 챙겨가서 아무것두 안주구 싶지만.
정호 이목이 많아. 조신하게 굴어.(벨 누른다)
영라 (한 손 들어 머리칼 뒤로 넘긴다)이렇게?
정호 슷,
클럽 일각.
-태우, 문자.
정호 집 소거실.
-연희, 소파에 그린 듯이 앉아 있다. 불안해서 더 단정하게. 선숙이 태우의 문자 보고는,
선숙 혼자 오셨답니다.
연희 그럴 줄 알았어.
선숙 거긴 대표님 일터입니다. 광화문 네거리나 마찬가지예요. 불미스러운 일은 있을 수가 없죠.
연희 걔 머리 뒤로 넘기는 거 못봤어요?
선숙 사모님 심정 이해합니다. 실은, 방금 드린 말씀은 그냥 위로였구요, 대표님은 그 댁 법률대리인이시라, 언제, 어디서든 공적 사유로 만나실 수가 있어요. 대표님의 고객 관리를 직접 하실 수는 없지 않나요? 즉, 정신력을 강화하셔야 합니다.
연희 누가 뭐래나요.
한송 클럽.
-요리 접시와 와인 등. 영라가 가져온 건 한켠에.
영라 너 진짜 웃긴다.
정호 너라니,
영라 왜? 연희가 너 첨 만났을 때 오빠라 그래서 이상했다며.
정호 호칭 빼구 얘기 해. 뭐가 웃기는데.
영라 연희두 마찬가지지만, 왜 나 땜에 긴장해? 나 너 매력 없거든?
정호 (얼결)왜 없어, 뭐가 없어!
영라 내 맘, 내 기준이야. 넌 니 엄마 마음에나 드는 인간이지. 심명지 여사는 아들을 천상에 올려놓고 공주님을 모셔다가 짝지워 놓구서는 그림 보듯 즐거워 하셨지만, 그럼 뭐하나, 순 귀족 코스프레, 내 눈엔 한정호 진짜 허당인데,
정호 어떻게 알아! 니가 나랑 한번이라두,(와인 꿀꺽)
영라 해봐야 아니?
정호 소거실.
선숙 (태우 문자 중계)장회장 사모께서, 대표님은 매력이 없다고 일갈, 하였답니다.
연희 뭐?!
선숙 더 있습니다. 그에 대표님이 격분하셔서,
연희 그만.
선숙 (핸드폰 끈다)
연희 (진지하게 묻는)그런 말 들으면 남자들 가슴이 찢어지겠지?
선숙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는 것과 같으리라 생각합니다만.
연희 (이마를 짚는다)
선숙 아, 오시네요,
-정순이 지심선생을 안으로 들여주고 간다. 선숙이 지심을 자리로 모신다. 연희, 서서 맞아준다.
연희 죄송합니다. 갑자기 뵙자구 해서,
지심 천만에요. (둘러보고는)아무래도 안에서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연희 아, 네,
침실.
-찻잔 앞에 두고 지심과 마주 앉은 연희, 손바닥 위에 헝겊 주머니를 올려놓고 가볍게 냄새를 맡는다.
지심 양귀비 씨앗과 사향 처방이예요.
연희 불법 채취물 아니예요?
지심 다들 쓰십니다.
연희 효과가 있을까요?
지심 자신감을 가지세요.
연희 그렇죠...내가 그런 게 없을 이유가 없는데...
한송 복도. 밤.
-정호, 영라가 준 와인을 들고 방으로. 격앙된. 태우가 급히 앞서가 정호 방 문을 연다. 정호, 들어가며 와인을 버리듯이 태우에게 안긴다.
정호 방.
-정호, 들어와 두 주먹 움켜쥐고 분노를 참는. 으으으,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영라 집 거실. 밤.
-영라, 귀가. 소정과 통화 하며 들어온다. 뒤따라온 도우미에게 가보시라 눈짓.
영라 약 좀 올려줬어...배아프잖아. 수임료에 성공 보수에, 온갖 갑질에...아무리 그래두 아직은 내 남편인데 말야, 쥐 잡듯이 몰아세워 다 털어내구, 그럼 못쓰지...(탁자 위 현수 핸드폰 집어들어 열어본다)
-‘넌 걔가 어디가 좋아?’ ‘왜 씹어?’ ‘내일 점심 먹을래?’ ‘별 뜻 없어 그냥 친구로’ ‘벌써 잡혀 사니?’ 답없는 카톡 문자.
영라 (보면서 통화)소정아, 잠깐만, 다시 전화 할게...응. (끊고 현수 핸드폰 다시 본다. 기가 막히는데)
현수 소리 아줌마, 내 핸드폰,
영라 여기 있다...
-현수 들어서다 멈칫.
영라 (보인다)이거 뭐니?
현수 뭘,(뺏으려)
영라 (피한다)
현수 줘,
영라 너 인상이 좋아해?!
현수 내가 뭐땜에 유부남을,
영라 (핸드폰 던지듯이 놓으며 영어)네 아니오로 대답해.
-이하 모녀, 영어로 격하게 싸운다.
현수 남의 핸드폰 왜 봐? 엄마가 무슨 권리로? 그럴 자격 있어?!
영라 왜 하필이면 인상이야! 그애가 뭐가 좋아서! 그것두 너 혼자서 일방적으로! 온 지역사회를 다 놀라게 하면서 애까지 만든 그 대책없는 철부지를!
현수 (울며)난 인상이 와이프가 부러워! 인상인 노는 애가 아냐! 욕두 안해! 다 나 따돌릴 때 걔만 나를 친구로 대해줬어. 엄마는 아빠랑 가짜 부부로 사는 거 힘들다구 나 유학 보내더니, 또 신경 쓰인다며 들어오래구, 나를 물건 취급이나 했잖아!
영라 어린애니? 왜 부모 핑계를 대?!
-도우미가 벙하니 보다가 사라진다.
현수 그런 애랑 진짜로 사겨보고 싶었어! 엄만 인생에서 단 한번이라두 그런 적 있어?! 사랑이 뭔지 느껴본 적 있어? 엄만 남자를 이용가치로 판단한다며!
영라 (현수 뺨을 때리는가 싶더니 그냥 끌어안는다)
현수 (통곡이 터진다)
영라 (안은 채 등을 쓸어주면서, 냉정한 눈빛. 큰일 나겠네)
현수 엉엉엉, 인상아....엉엉엉, 인상아...
영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해)
정호 집 아기방. 밤.
-봄과 인상이 딸랑이를 가볍게 흔들어가며 아기와 노는데 혜옥이 들어온다.
혜옥 자, 면회 시간 다 됐습니다...
봄 네...(아쉽다)
인상 나가자.
봄 한진영 미안.
혜옥 미안해 하지 말아요. 그게 더 안 좋아요. 어떤 엄마는 기자라 새벽에 퇴근하는 날이 많아가지구 애 앞에서 자주 울었는데, 애기가 그걸 싫어하더라구요. 안가려구해.
인상 나라두 싫겠다.
봄 어. 미안해두 웃어야지. 그치?
혜옥 맘 푹 놓구 공부 열심히 해요.
봄, 인상 네.
침실.
-커튼 고리에 달려있는 향낭. 연희는 카디건 아래 좀 야한 느낌의 홈웨어.
연희 (손을 저어 코 쪽으로 바람을 내본다)향기가 좀 강하지 않나? 눈치 채지 않을까?
선숙 남자분들은 이런 쪽에 좀 둔하시죠.
연희 그렇긴 해,
선숙 그보다두 사모님, 마음을 편하게 가지시구, 자신감을,
연희 어, (옷매무새 만지는)
거실.
-봄과 인상, 안채에서 내려오고,
-정호 들어온다. 그 뒤 태우. 정호는 영라에게 당한 수모로 화를 참고 있다. -식당에서 나온 정순과 이지. 정순, 정호에게 목례. 현관문 잠그고 들어서는 박집사. 접견실 안에서 내다보는 경태.
이지 아빠 안녕.
봄, 인상 다녀오셨어요.
정호 (본다)왜 거기서 나오냐. 이 시간에?
인상 진영이 방에요,
정호 애 보러 들락날락하면서 공부는 언제 할래.
인상 학교 수업 땜에 낮에 못봐가지구요,
봄 네, 저두 방금 잠깐,
정호 집중을 해야지! 니들이 지금 얼마나 큰 특권을 누리는지 알기나 해?!
-안채에서 내려오는 연희와 선숙. 연희, 어머, 왜 저래?
정호 (연희에게)당신 얘들 신경 좀 쓰라구 했지!
연희 (얼결)어,
선숙 (입모양. 자신감)
연희 (끄덕)
정호 니들은 남들이 성인이 돼서 할 짓을 미리 다 해버렸어! 한창 머리 맑을 나이에 양질의 지식과 올바른 가치관을 터득하지 못하구 말이야, 엉?!
인상 잠깐 육아를 고민한 것 뿐인데.
연희 (부드럽게 달랜다)여보, 미안해요, 내가 잠깐 소홀했어. 타이를게. 들어가요.
정호 정신 차려! (간다)
태우 (얼른 뒤따르고)
-정순, 이지 밀어 보내고, 박집사에게도 들어가자고 눈짓. 선숙만 연희 곁에 남아, 경태에게 얼핏 끄덕여보이는.
이지 (계단으로 가며)평화가 또 깨지네?
연희 (봄에게)다 할려구 들면 아무 것두 못해. 우리가 너 그러라구 공부 시키는 거 아니잖아?
봄 조심하겠습니다.
연희 이 기회를 감사히 여기구, 니가 집안에 씌운 오명을 벗겨야지!
선숙 대표님 침실로 드십니다.
연희 제대로 해, 알겠어?
인상, 봄 네.
-연희, 안채 향하면, 인상과 봄, 급히 접견실로,
침실.
-파우더 룸, 정호, 거칠게 넥타이 끄르다가,
영라 소리 매력 없어.
-확 풀어서 팽개치고, 연희가 들여다 본다.
연희 목욕할래요? 물 받아 줄까?
정호 됐어.
연희 어, 그럼 대충하구 나와요.
-침실. 연희, 탁자 위 와인 잔 두 개 채우고,
-정호가 나오는 기척에, 연희, 카디건 벗으려는데,
-정호, 그냥 나간다. 있는대로 찌푸린.
연희 여보,
서재.
-정호, 책상 앞 의자 확 밀고 앉는다.
-연희, 복도에서 빼꼼 내다보다가,
침실.
-연희, 들어와 커튼에 매달린 향낭 확 잡아 뜯는다.
연희 치사해!!!
거실.
-퇴근길 선숙이 외투와 가방을 탁자에 놓고 급히 안채로.
서재.
-깊은 고뇌에 빠진 정호.
-선숙이 복도 지나가는 것 보인다.
침실 앞 복도.
-선숙, 얼결에 연희가 건네는 향낭을 받아든다.
연희 갖다 버려요.
선숙 네?! 이 비싼 걸, 아깝게.
연희 이비서가 쓰던가. 난 필요 없으니까.(홱 들어간다)
선숙 안녕히 주무십시오, 아무쪼록....(돌아서며 킁킁 냄새)
거실.
-현관. 퇴근길 경태 신발 신는다. 인상과 봄이 경태를 배웅. 분위기상 조심조심. 말소리 낮추어.
경태 너무 걱정하지 마라. 꼭 너희 때문만은 아닐 수도 있어.
인상, 봄 네.
경태 인상이 학교 수업, 법학 관련 과목들은 신경 좀 써서 듣고, (봄에게)너는 너무 열심히 하지 말고. 코피 날라.
인상, 봄 네.
-선숙이 가방과 외투 들고 나온다.
봄 퇴근하세요?
선숙 네.
경태 어, 같이 나갑시다.
선숙 그러죠. (인상과 봄에게)내일 뵙겠습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인상, 봄 안녕히 계세요.
-인상과 봄, 인사하고 계단으로 가면,
선숙 (더 소리 낮추어)애인 있어요?
경태 네?!
선숙 혹시 이런 거 필요해요? (향낭 내민다)
경태 뭐, 뭔데요?
선숙 사랑의 묘약.
경태 (응?!...안채 쪽 본다)
침실.
-연희, 침대 가장자리에 오그려 누워 있고, 정호, 소리없이 들어온다.
-정호, 반대편 가장자리에 일직선으로 눕는 정호.
-각자 괴롭고 서글픈 둘의 귓가에 지심과 영라의 말이 쟁쟁쟁.
지심 소리 마음을 편하게 가지시고...
영라 소리 매력 없어. 순 허당...
-둘, 드넓은 침대 양 사이드에 등 보이고 누워, 소리없이 탄식.
형식 거실/주방. 이른 아침.
-누리가 머리에 클립 말며 나와서 식탁에 차려진 빵과 우유 먹고, 싱크대 아랫장을 뒤적이던 진애, 비닐 봉다리 꺼내 양푼에 차르륵 쏟는다.
누리 뭐야?
진애 수수.
누리 아, (달력 본다)내일이네?
진애 팥떡이라두 한접시 해보내야지.
-달력에 동그라미 표시. 3월 15일.
누리 백일상 차린대?
진애 그건 아니구, 그댁 하는 방식이 있대.
누리 그럼 뭐하러 해 보내?
진애 가만있기 서운해서.
누리 오란 말두 없는데 떡은 뭐하러 해보내? 먹기나 할까?
진애 봄이랑 인상이는 먹겠지.
누리 얄미워.(입에 빵을 구겨넣는다)
진애 툴툴거리지 마. 복 나간다.
누리 알았어.
-조금 후, 현관, 출근 차림 누리가 급히 내려온다.
누리 갔다 오께.
진애 어.
-형식, 철식 들어서려다가 문을 연 채 비켜선다.
철식 어, 나가냐?
누리 새벽부터 일하신 거야?
형식 어,간판 수리해달라 그래서,
-주방. 형식, 철식 아침 식사. 국 말아서 훌훌. 진애는 쟁반에 팥을 펼쳐놓고 잡티를 골라낸다.
형식 난 인제 그쪽에 대구 하루 두 번씩 절이라두 할 판이야. 얼마나 고마운지.
철식 그래두 우리 나이 갓 스물이면 애예요. 부담이 크지.
진애 내 말이. 우리 딸 키워주겠다는 건 고맙지만, 딱 고 때 책두 많이 읽구, 세상 일 관심두 좀 갖구, 그러면 좋겠다 싶어. 혹시 자기네들 기대만큼 안되면 막 구박하구 그러지 않을까, 그것두 걱정되구.
형식 그게 바로 차이점이야. 그 사람들은 목표 의식이 분명하구, 결정이 빨라. 그러니까 앞서 가는 거라고.
진애 뭐든 다 대단하니까 할말은 없는데, (쯧)
정호 집 소거실. 아침.
-인상(등교 직전)과 봄이 연희와 마주 앉아. 연희 차분하고 위엄있는 모습.
연희 진영이 백일은, 가풍에 따라 가족끼리 조촐하지만 뜻깊게 치를 거야. 타임 캡슐에 탯줄과 조부모님 선물인 신탁 증서 넣어서 밀봉하는데, 포토그래퍼가 올 거다. 사진으로 남겨야 하니까.
봄 밀봉해서 파묻어요?
인상 그건 아니구, 은행 대여금고에,
봄 아아...
연희 뭣보다 중요한 건, 진영이 이름으로 공익재단, 예술재단에 기부증서를 전달하는 일이야.
봄 (우와...)
연희 전달식 간소하게 마치구, 음악당에 가야 해. 우리 가족 이름 새겨진 발코니 좌석, 거기에 진영이 이름 추가해 달라구 했어.
봄 대단하네요...(인상에게)니꺼도 있어?
인상 (멋쩍)어.
연희 너희 부모님은 모시지 않기로 했어.
인상 네?
봄 (아아...조금 웃어보인다)그날의 악몽 땜에,
연희 알면 됐어.
영라 집 현수 방. 낮.
-현수, 부스스한 머리에 좀비처럼 게임을 하고, 문간에서 바라보는 영라.
영라 거실.
-영라가 들어오고 뒤따라 도우미.
도우미 게임만 해요. 먹지두 자지두 않구.
영라 쇼핑하러 가겠냐구 물어보세요.
도우미 그런 게 아닐텐데.
영라 글쎄 물어보세요.
도우미 네,
-도우미는 나가고, 미니바의 냉장고문 거칠게 여는 영라.
정호 집 소거실. 그날 낮.
-선숙과 정순이 옷이 가득 걸린 행어를 밀고 들어온다. 그 뒤, 연희와 디자이너, 봄이 들어오면서.
연희 인제 몸이 회복됐으니까 옷을 제대로 입어야지. 내일 행사두 그렇구. 사진으로 남잖니.
봄 네.
디자이너 며느님 체형이 좋으셔서 잘 맞을 거 같네요. 운동 뭐 하세요?
봄 요가...
디자이너 우선 순서대로 입어보세요. 이비서님이 피팅 도와 주시고,
선숙 네.
<몽타주>
-봄이 옷을 갈아 입고 설 때마다, 연희 고갯짓으로 오 엑스.
-디자이너, 봄의 몸에 맞게 피팅.
-시간 경과. 이지와 봄, 의자 나란히 놓고 앉아 발 맛사지, 손톱 손질 따위. 연희가 들어온다.
연희 나두 같이 하자. 출장 오신 김에.
마사지사 그러세요.
연희 (앉는다)
이지 샵에 가서 하면 좋을텐데.
연희 아직 네 언니가 그런 데 출입하긴 좀 이르지.
이지 뭐가 일러?
연희 공공장소에선 작은 실수두 다 말거리가 돼.
이지 어렵다, 그치?
봄 (멋쩍)어.
연희 내일은 화장 쪼끔 해. 메이컵 해주러 올 거야.
봄 네...
정호 집 거실. 그날 오후.
-봄이가 간식 접시를 들고 접견실 들어가려다 현관 쪽 본다. 선숙이 소정을 맞아들이고 있다.
봄 안녕하세요.
소정 오, 잘 있었어? 홈 스쿨링 한다구 들었는데, 잘 돼요?
봄 열심히 하구 있습니다.
-연희, 안채 복도에서,
연희 안으루 모셔줘요.
선숙 네,(안으로)
봄 저, 그럼,
소정 그래요, 좋은 소식 기대할게.
봄 고맙습니다.
-소정과 선숙, 안쪽으로, 봄은 접견실로.
소거실.
-연희, 소정 마주 앉아 차를 들면서.
연희 현수가?!
소정 자식들 마음 속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부모가 이렇게 모른다. 진작 알았다면 사고 나기 전에 인상이랑 사귀게 해줬음 좋았잖아.
연희 영라가 그러든?
소정 딱히 그런 건 아니지만.
연희 분명히 해두자. 이런 일 없었대두 걔네랑은 안돼. 맞지가 않아. 아무리 현수가 인상이한테 목을 맨대두.
소정 지나가는 얘기야. 현수가 지 마음 다 정리했대.
연희 글쎄 저 혼자 그런 걸 가지구 인상이 이름 입에 올리는 거 자체가 기분 나쁘다니까?!
소정 내가 큰 실수 했다. 잊어버려라.
연희 정말 걔랑 나는 도대체, 이게 무슨 악연이니?
소정 니가 마음이 너그러운 탓이지 뭐. 거리를 둬.
연희 (가슴에 손을 얹고 진정)
영라 거실.
영라 (통화)연희가 펄펄 뛰는 게 너무 웃기지 않니? 꼭 그렇게 급이 다르다는 거 강조해야 직성이 플리는 애가, 알지도 못하는 애 며느리로 들이는 지경에 이르더니 정신이 완전히 탈출을 했나봐. 지가 얼마나 처참한 상황인지 인정을 못하는 거,
도우미 소리 사모님! 빨리 좀 와보세요!
영라 (응?!)
현수 방.
-도우미가 소파에 걸쳐진 현수 뺨을 마구 찰싹이고,
-영라, 들어서며 절규,
영라 현수야!!!
접견실.
-봄, 인강 들으며 책에 포스트잇 메모 적어 붙이다 말고 화면 멈춤. 경태를 말끄러미 보다가 헤드폰 벗는다.
봄 선생님.
경태 (봄의 필기노트 보다가)왜,
봄 고맙습니다. 저를 구해주셔서.
경태 뭘. 내가 너를 뭘 구해줘.
봄 인상이네 집안 기준으로 보면 저는 정말 아무 것두 아닌데, 선생님 말씀 한마디에 갑자기 신분이 생겼어요. 최연소 합격, 그 가능성 하나루요.
경태 최짜 항렬 좋아하시는 분들 아니냐. 최고, 최상, 최초, 최대, 등등.
봄 저같은 사례가 없는 건 아니지만. 제가 선생님 거짓말쟁이로 만들 수도 있잖아요.
경태 안 만들면 되지, 임마. (노트 들어보이며)요점 정리 잘하면 일단 1차는 돼. 텍스트 빨리 읽는 것두 엄청난 장점이야. 썩히기 아깝잖아.
봄 재밌어서 빨리 읽히는 거 뿐인데...리걸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면서요.
경태 이 집안의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알구 싶다매.
봄 네.
경태 그게 바로 한국형 리걸 마인드야.
봄 놀리지 마시구요.
경태 글쎄 해 보라고,하는 데까지. 나두 궁금하니까.
봄 네.(다시 헤드폰 쓰고 화면 플레이)
경태 심플하구만.
형식 집. 새벽.
-진애, 물끓는 남비에서 수수경단 건져내, 팥고물 펼쳐진 쟁반에 굴린다.
-나름 예쁜 상자에 한지를 깔고 담는다.
정호 집 정순 방. 이른 아침.
-정순, 앞치마 두르는데 문자.
진애 소리 진영이 외할머니예요. 대문 앞에 뭐 좀 두고 갑니다. 진영이 백일, 그냥 보내기 서운해서요.
대문 앞.
-정순이 보자기에 싸인 상자를 들고 살핀다.
-저 아래 내려가는 승합차.
-정순, 급히 들어간다.
인상 방.
-봄과 인상이 입을 옷이 걸려 있고, 봄, 통화 중.
봄 (전화.글썽)그런 게 어딨어. 잠깐이라두 보구 가야지...
동네. 승합차 안
진애 (통화, 웃음)우리가 민폐 사돈 아니니...불미스런 일두 많았구...인제는 뭐 그럴 일 없겠지만...서로가 안맞는데 너무 친할려구 애쓰는 것두 이상하지...또 뭐 바라구 저러나, 오해 사기 딱 좋지...너희 어른들은 우리랑 대면 하는 거 자체가 공포 영화 수준일텐데...아침부터 사람 놀래켜서 좋을 게 뭐 있어.
인상 방.
봄 (통화)자꾸 그렇게 말하지 마. 속상해. 엄마 원래 용감했잖아. (눈물 닦는)
-인상이 들어온다.
봄 내가 엄마 생각을 얼마나 많이 하는데.
인상 (우는 흉내.또 울어?)
봄 (쿠션 던지고)좀 놀래키면 어때서...
승합차 안.
진애 알았어. 니 맘 아니까, 얘, 이런 얘기 하지말자. 재미없다....떡은, 어른들께 먼저 보여드리구 먹어. 혹시 안드시더라두 서운해 말구,응?
정호 집 식당. 아침.
-정순이 보자기 끄르고 뚜껑 연다. 연희, 뭐예요? 봄은 쑥스럽게 웃으며 서 있고,
정순 문 앞에 살짝 두구 가셨어요.
봄 수수팥떡이래요. 진영이 백일이라구.
연희 (싫고 당혹스럽지만)오오..
봄 제가 방금 통화 했는데, 안부 전하라구 하셨어요.
연희 그래, 감사하다구 전해.
정순 맛 보시겠어요?
연희 어, 아뇨,
봄 맛있는데,
연희 (웃어보이는)떡 종류는 꼭 탈이 나서...미안하다.
봄 (서운하지만)괜찮습니다.
-진영을 안은 혜옥이 들어온다.
혜옥 수수팥단지가 왔다면서요.
정순 네.
봄 (다가간다)진영이 깼어? (받아안고 연희 향해)할머니 안녕히 주무셨어요...
연희 그래. (손잡아준다)
정순 저희 친정서는 이거 쪼끔 떼서 입술에 묻혀주는데.
연희 그런 게 있어요?
혜옥 풍습이죠 뭐. 흉내만 내두 돼요.
연희 그런 거 다 미신, (하다가 웃음)나눠들 드세요. 너두 준비하구.(나간다)
봄 (귀여우셔)
정순 안보실 때 살짝 하자! (고물을 손 끝에 묻혀 애기 입술에)
혜옥 무병장수 하세요.
봄 대답해 봐, ‘고맙습니다, 잘 자랄게요’.(콧날이 시큰해져)
-이지, 선숙(출근길), 인상 들어오며 거의 동시에,
이지 나두 떡 줘.
인상 지금 먹어두 돼?
선숙 웬 떡?
봄 (웃음)
-이지가 볼이 미어지게 떡을 먹으며 아기 안은 봄과 떡 먹는 인상 모습 사진찍고, 선숙과 혜옥, 박집사, 정순 등 다 하나씩 집어먹는다.
진영이 백일 행사 몽타주.
-거실. 포토그래퍼와 비디오 촬영팀이 민첩하게 움직이고, 정장 차림의 정호가 소파에 근엄하게 앉아 나무 함에 ‘한진영’이름 쓰인 큼직한 봉투를 넣고, 봄이가 정호 곁의 연희에게 탯줄 도장을 건넨다. 연희가 받아서 넣고, 인상은 아기 안고 봄의 곁에 서 있다. 일하는 사람들 좀 떨어져서 지켜본다.
-기부 증서 전달식. 재단 사무실. 정호가 이사장에게 증서 전달하면서 악수하는. 곁에 서서 미소 짓는 연희. 머쓱한 인상과 봄.
-연주홀 발코니석. 난간 안쪽에 부착되는 명패. 맨 위에 한자로, 한기훈, 심명지, 한정호, 최연희, 한인상, 한이지, 한진영. (봄의 이름은 없다).
재원 스위트.
-미니바에 마주 선 영라와 재원. 마실 것 한잔씩.
재원 그만하기 다행이지 야, 그러면서 어른되는 거구.
영라 내 평생에 연희 아들이 이렇게 아쉬울 줄 누가 알았겠니.
재원 연애를 해야 치료가 되는데.
영라 아무나는 안되구, 이왕이면 연희네가 경배할 수준으로.
재원 너는 딸이 짝사랑의 고통으로 생사의 기로를 넘나드는데 겨우 스펙 경쟁이냐?
영라 연수원 이번 수석이 너네 아빠 기사 아들이라며.
재원 어느 새 그거까지 알았어?
영라 한번 보자? 자연스럽게?
정호 침실.
-정호, 연희, 각각 파우더룸에서 까운 차림으로 나온다. 소파에 앉거나 서거나.
정호 뭐라구 설명을 할 수가 없어, 설명을...어느 학교 다니냐. 누구 집 딸이냐, 한마디면 딱 되는 그 무엇이 없다는 게 이렇게 불편해!
정호 집 계단 중간.
-이지와 정순 소곤소곤.
이지 둘이 법적 부부 아냐? 언니 이름 안새겼다며?
정순 나중에 넣어주신대요.
이지 시험 붙으면 넣어줘? 아님 이혼시키구?
정순 슷, 만화를 너무 많이 봤어.
인상 방. 밤.
-봄, 행사 차림 그대로 통화 중. 인상은 정장 벗고 집에 옷으로 갈아 입는다.
봄 이거저거 다 했어, 가풍대루...사진두 많이 찍구...서운하지?...그래서 우리가 갈려구...뭘 어떻게 가. 차 타구 가지...인상이가 말씀 드렸어...
인상 (손가락 브이)
봄 허락을 구하는 척 하면서, 통보 수준으로 강력하게.
형식 거실. 밤.
진애 (통화. 좋아서)어이구 제법이네...남편 노릇 사위 노릇 아주 이쁘게 한다...
-형식이 욕실에서 머리 닦으며 나온다.
진애 애들 온대.
형식 어?!
진애 (끄덕이고 다시 통화)그럼, 아침먹구 바루 와?...
형식 내내내가 데릴러 간다 그래.
진애 아유 참, 할머니 차로 온대.(다시 통화)인상이두?
정호 집 인상 방.
-옷 갈아입은 인상, 내려간다고,
봄 (인상 향해 끄덕하고는)어...인상이는 학교 끝나구 그리 올거구 갈때는 나랑 애기랑 보모 아주머니, 그렇게.
거실.
-계단 내려온 인상, 접견실로 가려다가,
식당.
-연희가 정호 앞에 차를 놓아준다.
정호 애가 영특하구 생각이 깊다는 건 인정하겠는데, 찬찬히 짚어보면 또 시험에 최적화된 인간은 아니라 말이지.
연희 불안하죠.
정호 본인한테 분명히 말을 해 줘야 돼. 오늘 진영이 이름을 새겨서 새로 부착한 명판에 지 이름이 왜 없는지.
연희 알아들을까?
거실. 계단 옆.
-인상, 숨죽이고 들으며 갈등. 봄이가 내려올 것만 같다.
정호 소리 서류 상으로야 분명히 부부지만,
식당.
정호 우리가 인정할 만한 뭔가를 갖추기 전에는, 가족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걸,
인상 (작게)저기요,
정호, 연희 (엉?)
인상 (연신 계단 쪽 보면서 잔뜩 조심)봄이가 들으면 어쩌시려구요,
연희 (저도 모르게 낮은 소리)걔 안자?!
정호 험,(무안해서 얼른 찻잔 드는)
인상 아실만한 분들이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함부로 하세요. 저는 봄이가 이 현장을 절대 봐서는 안된다고 생각,
연희 뭐?!
정호 (한모금 삼키다가 캑)
연희 어머, 사래,
정호 캑,캑,캑,
연희 여보,
인상 (우왕좌왕)
정호 (독한 사래기침 연발, 가슴을 부여잡고 바닥에 내려앉는다)
연희 (정호 팔 잡으며)너 뭐해!
인상 (얼른 달려가 웅크린 정호 부축)
-순간, 정호, 등을 세우며 인상의 뒤통수 팍! 인상, 아!
-연희도 등짝 팍! 인상, 아!
-이어지는 부모님의 연타.
-측면 출입구의 이지, 급히 돌아서고,
-주방에서 정순 나오려하자 박집사가 뒤에서 정순을 잡아당긴다.
계단.
이지 (뛰어올라가며)언니, 오빠 매맞어!
주방 일각.
박집사 (정순에게)맞게 둬!
인상 방.
-샤워 소리. 옷걸이에 걸쳐진 봄의 옷.
식당.
-인상을 깔고 앉은 정호가 양손 스매싱.
-연희, 주먹을 불끈 쥐며 맞아야 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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