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아홉 1회
[밝은 음악] [여자들의 시원한 탄성]
(찬영) 오, 오 마이 갓
[여자들의 시원한 탄성]
[미조의 심호흡] (미조) 우리는 서른아홉이다
[찬영의 감탄] 열여덟에 만나
남이 해 주는 스트레칭이 제일 시원한 나이가 돼 버렸다
(미조) 저 뼈 부러지는 거 아니에요, 선생님?
(미조) 열여덟에 떡볶이 먹으며 놀고먹을 때
내일모레 마흔이 되어서도
떡볶이 먹고 놀 줄 몰랐다 [찬영의 시원한 숨소리]
달라진 건 콜라 대신 소주일 뿐
여전히 떡볶이는 소울 푸드다
(찬영) 먹어
맛있어?
[새가 지저귄다]
[함께 비장한 숨을 내쉰다]
신중해야 돼
섣부르면 다쳐
나 어제 골프 치다 발목 삐끗했어
(주희) 그럼 무리지
(찬영) 백숙 먹을까?
- (미조와 주희) 그래 - (찬영) 그래
(주희) 이모 여기 막걸리 한 병이요!
(미조) 마흔을 코앞에 둔 우리 [찬영의 못마땅한 탄성]
달라진 건 별로 없다
화장품 단가가 좀 올라가야 화장이 먹어 주는 거
사우나를 좋아하게 된 거
술값의 출처가 부모님 지갑이 아니라
우리의 통장이라는 거
뭐, 그 정도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당황한 숨소리]
(찬영) 아!
아씨…
- (미조) 왜? - (찬영) 얼결에 하트 눌렀어
응? 뭘?
동창 웨딩 촬영 사진
(찬영) 아씨, 이러면 축의금 내야 되는 거잖아
(주희) 아이고, 왜 그랬어
(미조) SNS 좀 끊어, 좀
(미조) 결혼식과 돌잔치는 환수 희박함에 패스 [못마땅해한다]
장례식은 찾아가려 애쓰게 되는 서른아홉 [구시렁거린다]
우리는 그런 서른아홉이 되었다
- 음, 굿 샷 - (주희) 저기요, 털 날려요 [찬영이 콜록거린다]
(찬영) 아유, 씨
- (찬영) 야 - (주희) 딴거 해, 딴거, 이거 [찬영이 콜록거린다]
[주희의 못마땅한 탄성]
[차분한 음악] [종이 댕 울린다]
(미조) 다행히 우리는
각자의 인연을 만나
치열한 사랑을 배웠다
그리고 우리는
20여 년 동안 붙어 살던 우리는
첫 번째 이별을 만났다
우리 중에 누군가
30대의 끝자락에
장례식을 하게 될 줄은 미처 몰랐다
많이 웃고
또 많이 울었던
치열한 [한숨]
우리의 그때
그 이야기다
[흥미진진한 음악]
[휴대전화 진동음]
(미조와 주희) - 응 - 차미조 원장님, 좋은 아침입니다
(주희) 출근하십니까?
- 왜 이래 - (주희) 잘 보여야죠
공짜 진료 받을 건데
공짜라고 언제 그랬어? DC해 준다 그랬지
[주희의 웃음]
그럼 100개월 할부로 하시든가
오늘 찬영이랑 같이 가면 되지?
어젯밤에도 물어 놓고 또 묻니?
너 잘 까먹잖아
(미조) 하, 더 잘 까먹는 애한테나 연락하지 그래
어, 어, 버스 왔다, 끊어
[휴대전화 진동음]
뭐
(주희) 어, 오늘 미조 병원 가는 거 알지? 늦지 마
(찬영) 새벽부터 이럴 일이냐, 그게?
응, 늦지 마
너 때문에 밸런스 깨졌어
(찬영) 늦으면 네 탓이야
[통화 종료음]
아유, 씨
[엘리베이터 도착음]
- (직원1) 안녕하세요 - 안녕
(직원들) 안녕하세요
- (미현) 원장님, 안녕하세요 - 네, 안녕하세요
[미현의 웃음]
- (미현) 원장님 - 네?
- (직원2) 안녕하세요 - (미조) 응
제가 이상한 소문을 하나 들었는데
어, 뭐죠?
[미조의 한숨]
(미현) 우리 병원 원장이 바뀐다는 설이 있어요
응, 아주 바뀌는 건 아니고요 1년만
그 1년 동안 차미조 원장 본인은 뭐 하실 건데요?
저는 유학 가려고요
[웃음]
이제 와 새삼 유학이요?
네, 골프 유학이요
(미조) 한 1년 정도 안식년을 가져 볼까 해서요
(미현) 너님 맘대로요?
(미조) 5년 동안 빡세게 했잖아요
좀 쉬면서
음, 리프레시하고 다시 달리면 좋잖아요?
[한숨]
아빠한테 이를 거야, 너
아, 언니 [흥미로운 음악]
이제 겨우 병원 대출 다 갚았는데 갑자기 쉰다니
내 말이 그 말이야
은행 대출도 다 갚았는데 좀 쉬어도 된다고 봐
내 돈은? 언제 갚을 건데?
(미현) 너 잊고 있나 본데
여기 여덟 평쯤은 내 돈이었어 [마우스 조작음]
병원 가져, 그냥 나 월급만 잘 주고
[어이없는 숨소리]
(미현) 아유! 씨
(미조) 오후에 두 사람 진료비 받지 마세요, 실장님
찬영이랑 주희랑
안식년 기념
우정 행사
아휴, 혈압 올라
아유, 열 올라
(미조) 음, 갱년기라 그래
좀 맞자, 너
[함께 씩씩거린다]
나도 아빠한테 이를 거다
(미조) 언니가 드디어 손찌검한다고
입양한 동생한테 막 이래도 되냐?
[미현의 한숨]
[미현이 징징거린다]
엄마, 아빠는 왜 착한 애를 입양하시지
널 입양했을까?
내가 너 때문에 조기 노화 오는 거 알지?
음, 노처녀 노화를 왜 나한테 이러시는지?
네가 할 말은 아니거든?
[놀라며] 나 노처녀 아닌데요?
너 노처녀거든?
아니에요 나 노처녀로 아무도 안 봐요
너도 늙을 거라고
(미현) 흥, 흥!
[웃음]
"백화점"
뭐 찾으시는 제품 있으세요?
(여자1) 세럼 좀 보려고요
아, 세럼은 이쪽에서 안내해 드릴게요, 네 [여자1이 호응한다]
- 어떠세요? - (여자1) 좋네요
굉장히 부드럽죠?
"플로우 연기 스튜디오"
[배우의 하품]
(배우) 어? 보톡스 맞을 때 됐나?
(찬영) 세상이 좀 얄궂지 않니?
- (배우) 왜요 - 아, 이렇게
연기를 못하시는데 얼굴 하나로 주연 자리 꿰차시고
(배우) 이런 사람이 있으니까 쌤도 먹고사는 거야
아씨, 확, 씨…
(배우) 맨날 때리려고…
[찬영의 한숨]
너 또 발 연기 소리 나오면 그때
진짜 인대 딴다
(배우) 맨날 뭐, 그렇게 인대를 딴대
[찬영의 한숨]
그럼 쌤이 나 데리고 살 거야?
(찬영) 아, 시끄러워
대본 펴, 인마, 쯧
[펜을 달칵 누른다]
[편안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직원1) 원장님 곧 끝나시니까 잠시만 기다리시래요 [직원들이 인사한다]
(주희와 찬영) 네
[주희의 긴장한 숨소리]
(주희) 아, 좀 떨린다
(찬영) 뭐가?
나 처음이거든
(찬영) 왜?
너 버진인 거 누가 몰라?
(주희) 아, 뭐야, 미쳤나 봐, 진짜 [찬영의 웃음]
아, 필러 맞는 거 처음이라고
- 아, 필러 - (주희) 아, 진짜
(찬영) 아, 난 또 버진 때문에 그러는 줄 알았…
아, 조용히 해, 진짜, 미쳤나 봐 [찬영의 웃음]
[주희가 숨을 하 내쉰다]
(미현) 너희도 잘나가니?
(주희와 찬영) [웃으며] 언니 [미현의 웃음]
- (찬영) 오랜만이에요 - (주희) 병원도 잘나가죠?
뭐, 저희도 꾸준히
[미현과 주희의 웃음] (찬영) 아
서로 영업 체크하는 거야? 오랜만에 만나서?
- [찬영을 톡 치며] 인사야, 인사 - (주희) 에이그
(주희) 근데 언니
언니는 왜 이렇게 갈수록 점점 더 어려지세요?
- 그렇지? - (주희) 응
야, 우리 미조도 주희처럼 말 좀 이쁘게 하면 오죽 좋니?
(찬영) 왜요?
요즘도 입양아 드립 쳐요?
자기 아쉬울 때만 그러잖아
정말 치사하지 않니? [주희의 웃음]
[작은 소리로] 그냥 파양하세요
서른아홉에 파양하긴 좀 늦었지
[함께 웃는다]
나 일 있어서 먼저 간다 이뻐져서 가라
- (찬영) 네 - 가세요
페이스 오프 [찬영과 주희의 웃음]
(찬영) 아, 지금도 이쁜데
[엘리베이터 문이 드르륵 열린다]
미조네 가족은 참 다 좋아 그렇지?
(찬영) 응
그러니까 미조가 잘 컸지
(주희) 오…
가끔 진심이 툭툭 나온다, 너?
너 또 미조한테 말하지 마라
애 버릇 나빠진다 [주희의 웃음]
(주희) 오, 나 너무 떨려, 어떡해
- (미조) 자, 힘 빼 - (주희) 어, 살살
팍팍 넣어 줘라
- 미모 터지게 - (주희) 오…
(주희) 야, 이거 너무 이상하다
으, 오, 된 거야? [찬영의 몸서리치는 신음]
- 이걸로 대고만 있어 - (주희) 어
- (주희) 응, 알았어 - 누르면 안 된다
(찬영) 야
네 친구 중에 성형 쪽도 있지?
(미조) 너 견적 많이 나와 성형 꿈도 꾸지 마
[찬영의 헛웃음]
(찬영) 아, 자존심 상하네?
야, 나는 완벽하지
나 말고 주희
이렇게 앞 트임 살짝 어떠냐 이거지
(주희) 나 눈 작아?
충분해
정찬영 헛소리 흘려들어, 그냥
(찬영) 헛소리라니
- 조언이잖아, 조언 - (주희) 아유
(미조) 야
- (여자2) 원장 나와! - (직원2) 어, 무슨 일이신데요
(직원1과 여자3) - 무슨 일이세요, 예? - 야, 어디 있어, 원장, 어?
- (찬영) 야, 무슨 소리야 - (여자2) 너한테 할 말 없고
- (여자2) 원장 나오라 그래! - 너 뭐, 사채 썼어?
[바깥이 소란스럽다] 의료 사고 쳤어?
(여자2) 원장 나오라 그래, 원장!
(직원1과 여자3) - 잠시만요, 잠시만요, 어머니 - 어디 있냐고!
- (직원2) 말씀을 하시면… - (여자2) 원장 나오라 그래
(여자4) 저기, 저기, 저기
(미조) 무슨 일이야?
- (직원1) 원장님 - (여자2) 어, 너야?
(여자2) 네가 원장이야?
(미조) 누구세요?
(여자2) 누구?
네가 붙어먹은 정 사장 와이프다, 이년아! [흥미로운 음악]
(찬영) 야, 무슨 시추에이션이냐 차미조?
(미조) 아니, 정 사장이 누군데요? [여자2의 헛웃음]
(여자2) 너 이렇게 오리발 내밀 줄 알았어
(여자3) 야, 다 알아보고 왔으니까 싹싹 빌어, 이년아
(여자4) 빌어 [미조의 황당한 숨소리]
아니, 누구신데
지금 남의 병원에 와서 이게 무슨 행패세요?
(여자2) 행패?
네가 저지른 건 행패 아니야?
자식이 둘이나 있는 유부남을 후려 놓고, 뭐?
이 병원 누구 돈으로 하는 건데!
[미조의 기가 찬 웃음]
돌았나, 진짜
(여자2) 네가 말로 안 되지? [여자2가 가방을 툭 내려놓는다]
(직원1) 어, 어머니, 어머니!
[여자2의 힘주는 신음] [직원들이 놀란다]
[흥미진진한 음악] [미조의 비명]
[소란스럽다] (찬영) 미조야!
어머니, 어머니, 진정하세요
(직원1) 어머니! 진정하세요
아이씨
[연신 소란스럽다]
[사이렌이 울린다]
(형사) 왜 때린 거예요?
(여자4와 여자2) - 미스테이크, 실수 - 때리려고 때린 건 아니고…
- (여자3) 오해가 있었어요 - (주희) 부었어
이거 필러 때문에 이런 거 아니야?
(미조) 맞아서 부은 거야
(찬영) 야, 저 여자들한테 소송해
[미조의 한숨] (미조) 오해했다잖아
소송까지 뭐 하러
(주희) 맞아 [찬영의 한숨]
너도 오해하고 나 패려 그랬잖아
(미조) 뭔 소리야, 또
(주희) 어머, 잊었어?
어머, 너무하네, 진짜
(찬영) 아, 맞다
정보 미스는 너도 할 말 없지? 차미조
[주희가 호응한다]
언제 적 얘길 하고 그래
갑자기 그 얘긴 왜 하고…
[주희와 찬영의 아파하는 신음]
[지하철 경적]
[부스럭거린다]
[훌쩍인다]
(어린 찬영) 저기요
뭐 잃어버렸어요?
[훌쩍인다]
지갑…
[잔잔한 음악]
(어린 찬영) 자
개털이라며
갚을게요
(어린 미조) 근데 왜 반말해요?
이름표
(어린 찬영) 너 고 2잖아
선배세요?
으음, 고 2
아…
- 갚을게 - (어린 찬영) 됐어
그냥 불우 이웃 도왔다고 칠 거야
(어린 찬영) 잘 가라
아씨, 야!
미친년이야?
누가 불우 이웃이야?
불우 이웃인 셈 친다고 했지 너보고 불우 이웃이래?
그러니까 왜 날 보고 그런 셈 치냐고
(어린 미조) 내가 불쌍해 보여? 불우해 보여?
와, 씨, 또라이 같은…
야, 그냥 꺼져, 가, 그냥
[속상한 숨소리]
[어린 미조가 흐느낀다]
뭐지, 저거?
[달그락거리는 소리]
(어린 찬영) 야, 확실해?
저 아줌마 맞아?
조용히 해, 들려
[쓱쓱 닦는다]
[살짝 웃는다]
- 엄마 - (정자) 어, 딸, 왔어? [어린 주희의 웃음]
(정자) 학원으로 바로 가지 왜 또 와
(어린 주희) 엄마 설거지 도와주러 왔지
(정자) 아빠 금방 온다고 했어 넌 어서 학원 가 [잔잔한 음악]
(어린 주희) 아니야 나 아직 시간 남았어
이거만 하고 갈게
(정자) 아유, 괜찮아
[정자의 웃음] (어린 주희) 아, 엄마 힘들잖아
[컵을 탁 내려놓는다]
왜…
왜, 왜 이러는데…
요
(어린 미조) 저기 분식집 아줌마가 너희 엄마야?
(어린 주희) 응
네
너 몇 학년이야?
고 2요
(어린 찬영) 뭐야? 그럼 너희들 뭐, 쌍둥이야?
네?
(어린 찬영) 와, 씨
쌍둥이 낳아서 하나는 버리고 하나는 키운 거야?
입 찢어 버린다, 조용히 해
(어린 찬영) 아니, 너도 고 2 얘도 고 2, 엄마는 하나
내 말이 맞잖아
뭔데…
왜 이러는데…
요
나이 같다니까, 왜 존대야
(어린 미조) 실로암분식
고척동 실로암분식 여기밖에 없잖아
어
우리 집밖에 없는데
야, 진짜 너희 친엄마 맞아?
새엄마 아니고?
아닌데
나 태어났을 때 사진 다 있는데
(어린 주희) 우리 아빠랑 엄마랑…
(어린 찬영) 이건 뭐 아침 드라마도 아니고…
[어린 주희가 포크를 탁 놓는다]
(정자) 어디서 온 거야?
멀리서 왔어?
삼성동이요
(어린 찬영) 오, 있는 집으로 입양 갔는데?
고척동에서 실로암분식점 하는 사람이 엄마래?
(정자) 그럼 나 맞는데
죄송합니다
아, 얘가요
고아원 놀러 갔다가 서류를 봤대요 자기 서류
(어린 찬영) 거기에 고척동 실로암분식이라고 적혀 있어서
그렇게 생각했나 봐요
(어린 주희) 너 고아원 살아?
(어린 미조) 놀러 갔다고 설명했잖아, 얘가
(어린 주희) 아, 그…
너희 둘이 친구야?
- 아니 - (어린 찬영) 빚쟁이
빚쟁이?
돈 갚아, 너
아빠 오면 바로 줄게
[차 문이 탁 열린다]
[차 문이 탁 닫힌다]
미조야
(어린 미조) 엄마
미안
[정화의 속상한 숨소리] [잔잔한 음악]
(정화) 엄마한테 말을 하지
같이 찾아 보면 좋잖아
(유혁) 아휴
아, 감사합니다
하마터면
우리 딸아이 길에서 기다릴 뻔했어요
감사합니다, 정말
(정자) 아니, 아니에요
(미현) 누가 내 동생 쥐어팼니!
[흥미로운 음악] (찬영) 미현이 언니 어떻게 왔지?
(미조) 아씨…
(주희) 아니, 내가 걱정이 좀 돼 가지고 언니한테…
[찬영과 미조가 짜증 낸다] 아니…
혹시…
[다가오는 발걸음]
[씩씩거린다]
언니 복장 왜 저래?
(미현) 왼쪽, 반대, 턱
얼굴은 안 다쳤고
너 어디 맞았어?
언니 옷이 왜 이래?
[미현의 한숨] (미현) 어떤 미친 인간이야!
좋은 말 할 때 나와라!
(여자2) 아유
아유, 미안하게 됐어요
피부과 이름이 같아 가지고
아줌마시구나? 내 동생 후려 팬 게
(여자2) 언니시구나
정보 미스가 살짝 있어 가지고요
미안해서 큰일 났네
아줌마 말씀 잘하셨어
큰일 났어, 아줌마
[사람들이 놀란다] (찬영) 언니, 언니 언니, 언니, 언니!
에헤, 에헤, 에헤
아니, 선전 포고 없이 전쟁을 하실 거면
정보는 잘 챙기셨어야죠 [미현의 성난 숨소리]
(여자2) 아유, 그러니까요
아이고, 너무 열이 받아 가지고 정신을 놨나 봐요
아유, 미안해요들
(미현) '미안'? 뭐가… [함께 놀란다]
(여자3) 아, 잠깐, 잠깐, 잠깐… [주희가 말린다]
이것도 인연인데 우리가 손님 팍팍 데려올게요
계원들, 블로그 친구들 한창 보톡스 맞을 때거든
(주희) 아, 네, 감사합니다, 네
'감사'? 돌았냐, 너?
(여자2) 아, 수리비랑 다 깔끔하게 정리할게요 [여자3이 호응한다]
아유! 너무 미안하다, 진짜
당연한 거죠
(미조) 남편이 바람이 났다는데
눈에 아무것도 안 보이죠
(여자2) 아유, 마음도 넓으시고
간통죄
다시 만들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미조) 범죄거든요
(여자2) 아유, 더 미안해지네
그년 꼭 잡으세요
(찬영) 야
이렇게 처맞아 놓고 뭔 응원이야
(미현) 나머지는 저랑 얘기하세요
오세요
(여자2) 아유…
[여자들이 당황한다]
[주희의 지친 숨소리]
(미조) 남 일 아니다, 너
(주희) 나도 그 생각 잠깐 했었는데
아까 막 맞는데
네 생각이 좀 나더라고
(찬영) 야
누가 들으면
내가 뭐, 진짜 불륜녀 같잖아
둘 다 맛탱이 갔니?
(미조) 왔다, 네 불륜남
입 닫아, 너
(주희) 오빠, 오셨어요?
(찬영) 차 가지고 왔지?
(진석) 와…
너희들 내일모레 마흔 아니야? 어?
누가 그랬을까, 마흔이 불혹이라고
- 맹자인가? - (미조) 공자야
(찬영) 가지가지 한다
일어나, 뭐 타고 왔어, 여기?
(주희) 경찰차요
자랑이다, 쯧
(미조) 그럼 우리 찬영이 불륜남 차 타고 귀가해 볼까?
(찬영) 오빠, 얘 한 대 쳐, 그냥 깽값 물자
(미조) 다른 단어가 생각이 안 나서 그래, 나 이과잖아
아야
일어나, 얼른
(진석) 뭘 잘했다고, 진짜, 쯧
와, 저거 뭐야
오, 와…
뭐지, 저거?
미현 누나 왜 저래
[미조의 한숨]
여러 가지로 놀라운 밤이야
(미조) 가자, 얼른
(찬영) 넌 언니 차 타고 가
동승자로 별로야, 너
바른말 해 주는 게 진정한 친구다
(미조) 잘 가, 내일 늦지 말자
(찬영) 나 안 가
(주희) 황금 같은 휴일에 우리까지 가야 되냐?
(진석) 어디 가는데?
[한숨]
(미현) 지금 현재 당사자가 합의를 원하고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고소 안 한다는 거 아닙니다
지금 제대로 얘길 안 해 주시면 저희 그냥 넘어가진 않을 거고요
일단 제가 병원에 가서 [한숨]
사교댄스 뭐, 그런 거야?
[미현의 헛웃음]
이렇게 뭘 몰라
스포츠 댄스
(미조) 무슨 스포츠 복장이 이래
피겨 스케이팅은 왜 그러냐, 그럼? 똑같지
아빠, 엄마 알아?
말하면 너 배신자다
취미 생활이 떳떳하지 못하면 구린 구석이 있다는 거잖아
이 복장 아빠 보면 어떻게 되겠어
언니 머리 깎이지, 마흔 중반에
(미현) 그러니까 조용히 해
아, 이 드레스 오늘 개시인데 플로어 서지도 못하고
경찰서 개시 했어!
아, 진짜 쪽팔려 죽겠다
(미조) 아씨…
[미현의 한숨]
(진석) 좀 가라앉은 거 같아
딴 덴 아픈 데 없어?
(찬영) 오빠
우리 차미조 불러다 머리 뽑자
하…
아, 우리보고 자꾸 불륜이라잖아
[진석의 한숨]
그건 네가 자꾸 발끈하니까 재밌어서 더 그러는 거고
(진석) 미조가 별말 안 해?
아니, 왜?
내가 너 괴롭히면 아주 그냥 혼내 준다 그랬는데
[함께 웃는다]
[차분한 음악] [진석이 약품을 정리한다]
(진석) 왜?
- 오빠 - (진석) 응
이혼하면 안 되나?
야, 너 늦었다
야, 빨리 가자 야, 내가 태워다 줄게, 빨리 가자
(찬영) 나 일 남았어
오빠 가
(진석) 그래 가지고 무슨 일을 하시나, 어?
집으로 가자, 내가 태워다 줄게
오빠 유학 갔을 때
나도 같이 갔으면 말이야
우리 부부로 살고 있을까?
주말에 영화 볼래?
(찬영) 이러니까 우리가 불륜 소리를 듣잖아
오빠 눈은 나 좋아 죽겠으면서
'밥이나 먹자', '영화나 보자'
[한숨]
나 이제 힘들어, 오빠
[한숨]
[한숨]
알았어, 알았어
(찬영) 아, 무슨 말을 못 해
알았어, 이제 그런 말 안 할게 미안해
어?
아, 주말에 보자고
(진석) 오, 신난다
[진석의 웃음]
[찬영의 한숨]
[밝은 음악] [새가 지저귄다]
[휴대전화 조작음]
뭐야, 그거?
소개팅 어플
흠, 성공한 적 있어?
지난주에 점심 먹은 남자는 있어
(미조) 오…
괜찮았어?
(주희) 뭐, 그냥
(찬영) 소개팅을 낮에 하는 게 에러야
(미조) 뭐야, 귀신이야? [주희가 의아해한다]
(찬영) 아, 밤에 만나서 가볍게 뭐 좀 먹고
거하게 한잔하고 바로 자야지
[미조의 웃음] (주희) 아, 진짜 입만 살아 가지고, 정말
(찬영) 아, 열아홉 사춘기도 아니고
이제 좀 솔직하자
- (찬영) 안 그래, 미조야? - (주희) 어, 찬영이 좀 뭐라 해
(주희) 애가 왜 이러니?
(미조) 아, 쟤가
입이 좀 거칠어서 그렇지 또 일리는 있어요, 애가
[주희의 한숨]
(주희) [달그락거리며] 내가 너희들하고 무슨 말을 하니
아유, 정말 음란 마귀들, 진짜, 아유
[미조의 웃음]
[미조와 찬영의 웃음]
(주희) 아, 진짜! 아, 마귀들 같아, 진짜
[부드러운 음악] [새가 지저귄다]
[아이들이 시끌벅적하다]
[미조의 웃음]
[미조의 탄성]
(주희) 미조는 저렇게 좋아한다?
(찬영) 미조한테는 고향 같은 거지, 뭐
[차창이 쓱 내려간다]
(선우) 저기, 할머니
할머니, 잠깐만, 저기, 할, 할머…
[차창이 쓱 올라간다] [숨을 후 내쉰다]
[발랄한 음악]
할머니 파이팅
(주희) 버섯 안 먹어?
[미조가 가위를 탁 내려놓는다]
- (주희) 버섯도 좀 먹어 - 고기 하나 더 줄까?
- (주희) 버섯은 안 먹어? - (미조) 맛있게 드세요
- (원장) 와, 맛있겠다 - (미조) 맛있게 먹어, 응 [아이들이 감사 인사를 한다]
(원장) 자, 자, 자…
(미조) 훈이는 왜 안 먹어?
(훈) 다 먹었어요
더 먹지, 응?
이모가 맛있게 구워 줄게 더 먹어, 어?
- (아이1) 소시지 - (주희) 소시지 줄까? [찬영이 말한다]
[자동차 엔진음이 들린다] (아이2) 감사합니다
(주희) 여기
- (아이1) 감사합니다 - (찬영) 어?
누가 또 오나?
[차 문이 탁 열린다]
[흥미로운 음악] [찬영의 탄성]
(찬영) 빛나는 낯선 그림인데?
씁, 누구지?
- (아이3) 와, 선생님이다! - 얘들아
(아이4) 선생님! [아이들의 신난 탄성]
(선우) 잘 있었어?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뭐 하고 있었어? 야, 가자, 가자, 가자, 가자
[찬영의 놀란 숨소리] (원장) 아차차
오늘 영어 수업 있는 걸 깜빡했네
(주희) [웃으며] 아…
아, 영어 선생님이시구나
(원장) 깜빡했어
- (원장) 아, 오늘부터지? - [웃으며] 예
뭐, 잠깐 수업할까? 어?
(선우) 아, 지금 그럴 분위기가 아닌 거 같은데요 [원장의 웃음]
(원장) 그렇긴 하지?
아, 서로 인사들 해
온누리를 아끼는 사람들 다 모였네
(주희) 아,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 (주희) 안녕하세요
- 식사 안 했지? - (선우) 네
- (원장) 고기 좀 먹어 - (선우) 예
(원장) 이런 날 잘 없으니까 많이 먹어, 어?
(선우) 제가 구울게요 잘 구워요, 저, 주세요
저도 잘해요 오늘은 게스트 하세요
(선우) 아…
우리 얘들아, 잘 있었어?
- (찬영) 같이 좀 굽지 - (선우) 아이고, 아이고
왜 철벽을 쌓고 지랄이세요
접시나 가져와
(주희) 선생님, 여기요
- 감사합니다 - (주희) 맛있게 드세요
(선우) 자
먹었어? 먹어 봐
- (선우) '아' - (아이5) 감사합니다
- (선우) 맛있어? 예 - (원장) 자 [선우의 웃음]
[물소리가 쏴 난다]
(선우) 이쪽으로 이쪽으로, 이쪽으로
[선우가 아이들과 논다] (주희) 결혼한 느낌은 아니지?
여친은 있지 않을까? 저 비주얼에
[선우가 공을 뻥 찬다]
(선우) 슛, 슛!
입양하러 왔나?
아, 영어 선생님이라잖아 똥멍충아
(찬영) 오, 잉글리시 티처
뜨거운 물이나 좀 가져옵시다 기름이 지질 않아
[찬영이 수전을 탁 누른다] (찬영) 씁…
[영어] 독신이세요?
[주희의 못마땅한 숨소리]
[한국어] 아닌가?
[영어] 아내가 있으신가요? [주희의 질색하는 신음]
[한국어] 아 심각하게 후지다, 정찬영
[미조의 한숨]
아, 끝나고 서울 가서 노맥 한잔하는 거지?
- 노가릿집 너무 오랜만이다, 아 - (주희) 그러니까
(미조) [신난 말투로] 노가리 노가리, 노가리, 노가리
(주희) 빨리 가자
(미조) 응?
[봉지가 바스락거린다]
[미조가 살짝 웃는다]
지현이 입양 갔어요
(미조) 응, 들었어
우리 훈이 속상하겠네?
너희 둘이 썸 탔잖아
SNS 만들었어요
지현이랑 나랑만 보는 계정
[미조가 호응한다]
1년 안에 깨진다
이모는 맨날 그래
[미조의 웃음]
너도 입양 가고 싶어?
음, 별로
나쁘지 않아
이모 봐
내가 딱 네 나이 때 입양 갔거든?
근데 모르는 사람이랑 엄마, 아빠 하는 거
생각보다 괜찮아
이모는 내가
입양 갔으면 좋겠어요?
[잔잔한 음악]
여기 있으면 이모가 자주 오잖아
생각보단 괜찮아요
[미조의 당황한 숨소리]
(미조) 훈아
이모 있잖아
한 1년 정도 못 와
어디 좀 갔다 와야 돼
오는 거죠?
- (미조) 어? - 갔다가 오는 거 맞죠?
그럼
당연히 오지
[훈의 안도하는 숨소리]
그럼 이모도 SNS 만들어요
으음, 쯧, 난 그런 거 안 하는데
만들면 되죠, 이제
그럴까?
그래, 만들자
[미조의 웃음]
(미조) 이모 가기 전에 또 올게, 응?
(훈) 영어 선생님 여친 없어요
[미조의 웃음]
[함께 웃는다]
좋은 정보 고맙다
(미조) 출국하기 전에 한 번 더 올게요
(원장) 바쁘면 그냥 전화나 한 통 하고 말아, 멀어
(미조) 네
얘들아, 안녕, 이모 또 올게
(아이들) 안녕히 가세요
(찬영) 가 보겠습니다
- (원장) 조심히 들어가 - (주희) 네
(원장) 운전 조심하고
(찬영) 모가지 빠지겠네
- (찬영) 가, 가, 가 - (주희) 알았어
[드릴 작동음]
[드릴이 뚝 멈춘다]
(원장) 남자애들 방에 형광등 하나가 안 들어오네
전구를 갈아 끼웠는데도 안 들어온다?
제가 한번 봐 볼게요
(원장) 뭐든 척척이네
[드릴 작동음]
[드릴이 뚝 멈춘다] 의원님은 아직도 연락 없으셔?
[드릴 작동음]
[드릴이 뚝 멈춘다] 아직도 의원님이라고 부르세요?
글쎄요, 뭐, 화 좀 풀리면 연락하시지 않을까요?
[선우가 달그락거린다]
소원이는 잘 지내지?
잘 지낸다는데 [선우의 힘주는 신음]
확인을 안 시켜 줘요, 궁금하게
(원장) 여동생들 오빠 귀찮지, 뭐
[원장의 웃음] 그런가?
(훈) 원장님
(원장) 어, 훈아, 왜?
(훈) 이거요
(원장) 아이고, 시계…
무슨 시계야?
(훈) 싱크대에 있었어요
두고 갔나 보다
[원장의 웃음]
[휴대전화 조작음]
(원장) 어, 시계 두고 갔어
누구 거지?
[웃으며] 네 건 줄 알았다
어, 택배로?
어, 잠깐만, 잠깐만
오늘 서울 갈 거지?
아, 예
(원장) 택배 기사 한번 해
기다려, 택배 보내 줄 테니까
어
[멀리서 개들이 왈왈 짖는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곧 오픈합니다"
(미조) 다른 거 들어오나 봐
(주희) 사장님 배신자
우리가 뜯은 노가리가 몇 년인데
(찬영) 아, 몰랐어? 동네 주민이?
(주희) 우리가 그동안 음주 활동이 너무 뜸했던 거지
[함께 한숨을 내쉰다]
[차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미조) 나 할 말 있어
나 1년 동안 팜 스프링스에 가
(주희) 거기가 어디야?
(미조) 미국
(찬영) 왜?
(미조) 안식년
한 1년 좀 쉬려고
(주희) 그럼 우리
1년 동안 너 못 봐?
(미조) 드디어 좀 떨어져 있겠다 설레지?
(찬영) 가든가
1년은 네 잔소리 안 듣고 살겠다
(미조) 가서도 매일 영상 통화 할 거야, 잘 받아
(찬영) 네 잔소리도 안식년 좀 가져
(미조) 내 잔소리 듣기 싫으면
진석이 오빠랑 정리 좀 해
몇 년이야, 도대체
(찬영) 네가 왜 간섭이지? 쯧
[미조가 포크를 탁 놓는다]
내가 제일 후회하는 게 어떤 건지 알아?
너 진석이 오빠 눈에 들인 거
(미조) 그날이 제일 거지 같아
(주희) 아, 왜 또 그래, 너희들
마셔
(미조) 응
어, 거기
어
[통화 종료음]
(찬영) 누가 와?
(미조) 응
아는 오빠 잠깐 들를 거야 나 받을 거 있어 갖고
(주희) '오빠'? 싱글이야?
[찬영이 픽 웃는다]
클럽 죽돌이니까 관심 꺼
(미조) 나 가끔 나가는 동문회 있잖아, 거기 오빠야
(주희) 아, 청담동 재수탱이들?
[미조의 웃음]
(미조와 찬영) - 그렇지 - 그럼 너도 재수탱이지, 뭘
혼자 까마귀 속의 백조처럼 그래?
(미조) 그래서 이제 거기 안 나가
엄마랑 안 간다고 쇼부 봤어
(주희와 찬영) 오…
- (미조) 어, 오빠, 여기 - (진석) 어
(진석) 너는 그냥 하나 사면 되지 기어코 받겠다고 부르냐?
(미조) 내 애정이 묻은 거야 흠집 낸 거 아니지?
(진석) 안 들었어 꺼내지도 않았어 [미조의 웃음]
(미조) 고마워, 가 [찬영이 살짝 웃는다]
바로 가야 된다며
[부드러운 음악]
(진석) 여기 돼지갈비 맛있지?
요?
네?
아, 네 [웃음]
(찬영) 만날 인연이면 네가 안 나서도 만나
[미조가 피식 웃는다]
인연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다른 여자랑 잘 먹고 잘 사는데 아직도 인연 타령이야?
(찬영) 너 미국 언제 가?
내일 가, 그냥
내가 마음이 엄청 홀가분한데
너랑 진석이 때문에 찜찜해
계속 이러고 살 거야, 너?
불륜이야, 그거
(미조) 사랑 아니라고
[작은 소리로] 미조야
(찬영) 아, 네 사랑 아니니까 신경 끄고
팜 스프링인지 어디인지 가라고, 그냥
너 그렇게 50 되고 60 돼서 할머니 돼도
김진석이 만나 줄 거 같아?
(미조)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네 인생을 좀 살라는 거잖아
씨발, 네 인생이냐고!
화났다
진짜 화난 거야, 쟤
[찬영의 한숨] [찬영이 부스럭거린다]
[다가오는 발걸음]
[미조의 한숨]
화났냐?
그럼 웃냐, 이년아?
미안해
[미조의 한숨]
네가 아까워서 그러잖아
뭐가 아까워
한 번이라도 빛난 적이 없는데
(미조) 너 배우 한다고 오디션 보러 다닐 때 빛났어
[찬영이 피식 웃는다]
그럼 뭐 하니?
[미조의 한숨] 나 있잖아
네가 배우 못 하고 연기 선생 하고 있는 거
열받아, 김진석한테
그 인간 아니었으면 너 잘나갈 수 있었어
(찬영) 핑계야
[미조의 한숨]
미조야
내가 먼저야
[잔잔한 음악]
그 여자보다 내가 먼저였어
그러니까
나 불륜 아니야
[어이없는 숨소리]
그게 말이…
야, 정찬영
(찬영) 안 잤어
오빠 결혼하고 한 번도 안 잤다고
그 불륜 소리 좀 그만해
[미조의 기가 찬 숨소리] 아, 쪽팔려, 진짜
내가 이런 얘기까지 해야 돼?
(미조) 야
와…
미치겠네, 진짜, 야
야, 그러면서 왜 아직 마음을 못 정리해!
김진석이 뭐라고 아까운 네 30대를 이렇게 말아먹고 있냐고!
(찬영) 나도 열받아
나도 내가 왜 이 모양인지 졸라 짜증 나 [미조가 답답해한다]
그러니까 너라도 그만해
김진석 죽일 거야, 나쁜 새끼, 씨
걘 무슨 죄니
임신했다고 온 여자를 버려, 그럼?
그러게 왜 헤어졌어 그냥 유학 따라가지!
자꾸 팔래?
어?
후벼 파면 답이 나와?
(미조) 아, 몰라, 이년아
[미조의 한숨]
네 마음 알아
좀 기다려 줘
끊을 거야
담배도, 진석이 오빠도
그러니까 미국 가면 영상 통화 걸지 마, 이년아
네 집에 카메라 설치하고 갈 거야
(찬영) 아, 졸라 집착해, 너
내가 그렇게 좋아?
나랑 같이 갈래?
진석이 끊고 나랑 가서 골프 치자, 어?
너는 골프를 끊어
어유, 징글징글하다, 정말
(미조) 야, 내가 돈 다 대 줄게, 어?
(찬영) 아유! [미조가 설득한다]
[휴대전화 진동음] 됐어, 됐어
(미조) 누구지?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아, 왜
[술 취한 말투로] 아, 그럼 어떡하냐
거기서 여기까지 내 시계를 갖고 온다는데
우리 집에 가 있을래?
내가 와인 사다 놨거든?
(찬영) 혀 꼬이는 거 봐라
시계 받고 가서 처주무세요, 원장님
(미조) 야
우리 딱 한 잔만 더 하자
- (찬영) 아, 주희도 맛탱이 갔어 - 어?
(찬영) 야, 나도 졸려
잘 들어가
알았어, 오냐
[통화 종료음]
[술 취한 숨소리]
[잔잔한 음악]
[버튼 조작음]
(미조) 진짜 고마워요
아니, 나는 얘를
택배로 만나는 줄 알았는데
인편에 이렇게 만났네?
진짜 너무너무 고마워요
[미조의 웃음]
[미조의 웃음] [선우의 어색한 웃음]
(선우) 여기요
(미조) 그쪽 선물이에요
- 저요? - (미조) 예
시계 가져다줘서 고마워서
아, 그냥 뭐, 이렇게 오는 길에 전해 드리는 건데요, 뭐
꽃 별로예요?
(선우) 아니요, 어, 어…
졸업식 이후로 처음 받아 봐서…
[살짝 웃으며] 고맙습니다
[흥미로운 음악]
밥 먹을래요?
밥이요?
이 시간에?
[미조의 시원한 숨소리]
(미조) 근데
그쪽이 고기를 못 먹은 게 왜 내 탓이지?
아, 그…
제가 고기 굽는 거 좋아하는데
(선우) 그쪽이 못 하게 하는 바람에, 그…
좀 삐졌거든요
(미조) 음, 그거?
넘 싸했죠?
[웃음]
국수는 안 드세요?
[진저리 치는 신음]
이 시간에 탄수화물 먹으면 직방이거든요
(선우) 씁, 소주도 칼로리 있을 텐데
(미조) 선택한 거죠
둘 다는 유죄니까 소주만
(선우) 아…
[미조의 한숨]
[미조의 한숨]
[잔잔한 음악]
[선우가 후루룩 먹는다]
(미조) 근데
영어 수업을 되게 멀리까지 가네요?
재능 기부?
(선우) 그렇게 뭐 [선우의 헛기침]
거창한 건 아니고요
온누리에 인연이 있어서요
(미조) 오…
나도 있는데
나는
거기서 살았어요
[시원한 숨소리]
이거 이름 알아요?
(선우) 아, 아니요
작약
이거 내일 되면 활짝 필 거예요 그럼 향이 죽여요
그쪽 향수 냄새도
죽여요
소주 냄새 나는데?
[콜록거린다]
[웃음]
(선우) 저기요
태워 드릴게요, 제가
택시 많은데, 뭐
(미조) 잘 가요
[옅은 한숨]
[흥미로운 음악]
근데
저기…
이거 한 송이는 나 주면 안 돼요?
[미조의 어색한 웃음]
아, 줬다 뺏는 건 아닌데 [부드러운 음악]
작약 이게 오랜만이라서
두 송이 그쪽 갖고 나 한 송이만 줘요
그래요
나 주려고 산 건 맞죠?
아니요
[미조의 웃음]
내가 거짓말을 꼭 들켜서
[미조의 웃음]
한 송이 더 줄까요?
아유! 그럼 내가 너무 양아치잖아
오늘 고마웠어요
(미조) 안녕히 가세요
(선우) 제가 택시 잡아 드릴게요
[숨을 후 내쉰다]
[발랄한 음악]
뭐야?
[달그락거리는 소리]
옷 가게 하나?
[쿵]
[놀란 신음]
(주희) 뭐야, 어머, 왜 와?
[한숨]
[휴대전화 조작음]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괴로운 신음]
(미조) 아, 머리 아파
[힘겨운 신음]
[거친 신음]
아, 내 머리
아, 어제 얼마나 마신…
응? [뚜껑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내가 어제 분명히 세 송이를 선물로 줬는데
(미조) 이거 한 송이는
나 주면 안 돼요?
그래요
[부드러운 음악]
아씨…
[휴대전화 진동음] [꽃을 툭 내려놓는다]
[한숨] [휴대전화 조작음]
(선우) 작약 향이 아주 좋습니다 고마워요
[한숨]
[헛기침] [휴대전화 조작음]
(미조) 실례가 많았습니다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선우) 그런 실례는 얼마든지요
좋은 하루 되세요
[옅은 헛기침]
[헛웃음]
아씨…
(미조) 쯧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피식 웃는다]
[괴로운 신음]
[노크 소리가 들린다] 네
오빠
왔어? [문이 달칵 닫힌다]
(찬영) 근처 약속 있어서
(진석) 아, 그래? 무슨 약속 있었는데?
뭘 알려 그래
아, 궁금하잖아, 누구랑
아, 알려고 하지 마 [노크 소리가 들린다]
(직원3) 대표님, 사모님 오셨어요
당신 사무실에 있을 거 같더라 [문이 달칵 닫힌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미팅 중이신가 봐요
별일 아니에요 저도 근처 왔다가…
오빠, 나 갈게
(진석) 그래
[문이 탁 닫힌다]
차는?
택시 타고 나왔어 당신이랑 같이 갈까 해서
그래, 그럼
나 금방 정리할게
다음엔 연락을 좀 하고 오는 게 어때?
가자, 여보
[비가 쏴 내린다]
[문소리가 탁 난다]
[차분한 음악]
[차 문이 탁 여닫힌다]
[새가 지저귄다]
"차이나타운"
(주희) 중국집?
난데없다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 소리]
[피식 웃는다]
[밝은 음악] (선우) 야, 불경기라는데 자신 있어?
너 호텔 수석 셰프 앞두고 용감하다
(현준) 조용히 내 장사 하고 싶어 [힘주는 신음]
형은 진짜 미국 안 들어갈 건가 보다?
(선우) 아휴 소원이가 여기 있잖냐
(현준) 소원 씨는 오빠가 이렇게 자상해서 부담되겠어
(선우) [피식 웃으며] 그런가?
아니, 친구랑 같이 산다는데 집에 가 보질 못하게 해
(현준) 치
(선우) 아, 맞다 미안한데 가 봐야겠다, 이제
(현준) 형, 밥 먹고 가
(선우)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나 공연 예매해 뒀어
(현준) 아, 그냥 가면 내가 미안하지
(선우) 개업하면 밥 먹으러 올게
야, 수고해라, 나 간다
고마워, 형, 연락할게
"클래식"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선우) 어
오빠 티켓 부스 앞인데 어디야?
아, 그래?
할 수 없지, 뭐
그래, 그래, 그래, 어
응
[통화 종료음]
[무거운 피아노 연주]
[무거운 음악이 연주된다]
[저마다 대화한다]
[휴대전화 조작음]
[카메라 셔터음]
[카메라 셔터음]
(선우) 어?
[미조가 당황한다]
아, 또 보네요
어떻게 여기서 보죠?
아, 그러니까요
[웃음]
혼자 오셨어요?
네
저도 혼자 왔는데
[미조와 선우의 웃음]
(선우) 아, 차 가지고 왔어요?
(미조) 아니요 공연 올 때는 잘…
(선우) 아, 저도 택시 타고 왔는데
이 시간에 탄수화물 안 되죠?
[웃음]
맥주 한잔할까요?
예 [웃음]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선우의 시원한 숨소리]
(선우) 라흐마니노프 좋아해요?
(미조) 네
라흐마니노프는 영화 음악 같아서 편해요
(선우) 아, 듣고 보니 그렇네요
근데 온누리랑은 어떤 인연이에요?
나처럼 거기서 자란 거 같진 않고
제 여동생이 거기서 살았어요
아…
뜻밖이다
입양 가정 오빠가 동생 보육원에서 영어 가르쳐 주고
그냥 뭐, 궁금해서요
동생이 어떻게 살았을까 갑자기 궁금해서
동생이랑 사이좋나 봐요
[선우의 웃음]
(선우) 그쪽은요?
난 언니가 엄청 잘해 줘요 엄마, 아빠도 좋고
씁, 통하는 게 좀 있어요, 우리
그러게요?
(미조) 온누리 보육원, 입양 라흐마니노프
적절하게 통하고
적당하게 낯설고
묘하네요
묘한 거면 좋은 거죠?
[미조와 선우가 살짝 웃는다]
(선우) 저도 이제 작약 좋아졌어요
그럼 작약까지, 어…
네 개나 겹치네요
[미조의 한숨]
술 깨니까 너무 웃겨요 한 송이 가져온 거
[선우의 웃음]
(미조) 아씨…
보러 갈래요?
두 송이
[부드러운 음악]
그쪽 집에 가자고요?
예
작약을 보러 가자고요?
두 번째 만나서
집에를 같이 가자고요?
세 번이죠
온누리에서부터 봤으니까
[떨리는 숨소리]
나랑
자고 싶다는 얘기죠, 지금?
네
[미조의 헛기침]
(미조) 작약 꽃말이
뭔지 알아요?
아니요, 잘 모르겠는데
수줍음
[살짝 웃는다]
(미조) 오늘이랑
되게 안 어울리는 꽃말이다
[선우의 웃음]
[컵을 탁 내려놓는다] 잘 마셨어요
(선우) 아, 저기
또 봐요
다음엔
영화 같이 볼래요?
나 별로인가?
나
한국에 없을 예정이라
어디 가요?
네
미국
아니, 그럼 여기
안 와요, 다시?
음, 오겠죠?
음, 한 1, 2년 쉬려고요
(미조) 그럼
(선우) 미국 언제 가는데요?
한두 달 후에
[한숨]
그럼 가기 전에
종종 봐요
(미조) 음…
좋은 생각은 아닌 거 같아요
그래도
한 번은 더 보고 가요
[살짝 웃는다]
그래요
(미조) 갈게요
(선우) 택시 잡아 줄게요
(미조) 아니요, 아니요 나오지 마세요
- 아니, 앞에까지만 제가… - (미조) 아니요, 불편해서 그…
아, 그, 불편하다기보다는 혼자 가는 게 편해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한숨]
[한숨]
[잔잔한 음악]
[한숨]
[냄새를 맡는다]
[기분 좋은 숨소리]
(미조) 향이
치명적이긴 하다
[휴대전화 진동음] [기분 좋은 숨소리]
[피식 웃는다]
왜?
나?
(미조) 집이지
뭐?
[무전기 소리가 흘러나온다]
[거친 숨소리]
찬영아
(경찰) 다 끝나셨으니까요 들어가 보셔도 됩니다
(남자) 예
이 정도 합의해 준 거 고마운 줄 알아, 이 여자야
가서 와이프한테나 잘하세요
- (남자) 아, 이게 정말! - (여자5) 빨리 가자, 좀 가자
(남자) 아, 별 거지 같은 게, 진짜
[문이 탁 닫힌다]
(경찰) 정찬영 씨
정찬영 씨도 이제 귀가하셔도 됩니다
(찬영) 가자
[문이 탁 열린다]
(미조) 우리 파출소, 경찰서
너무 자주 간다
친근해, 이제
내 집 같아
왜 그랬어
저것들 불륜이야
근데 네가 왜
몰라
화가 났어
그러니까 네가 왜
아니, 남이사 불륜이건 말건 네가 왜 따귀를 때려?
네 눈에도 나랑 진석이
저렇게 보이냐?
[잔잔한 음악]
더러워 보여?
[미조의 한숨]
내로남불
졸라 뼈 때리는 말이야, 그렇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그러니까 찬영아
제발
(찬영) 근데 미조야
난 로맨스다?
난 시종일관 멜로라고
그걸 누가 알아줘?
김진석이 유부남인 게 팩트야
오, 씨…
[찬영의 한숨]
[찬영의 한숨] (찬영) 이럴 거면
그냥 진석이 오빠랑 제대로 불륜 할 걸 그랬어
아, 그냥 파출소에 두고 왔었어야 돼, 너
[찬영의 웃음]
술 냄새 난다, 너?
한잔했지
누구랑?
남자랑
야, 별일도 없을 거면서
간 나빠지게 술은 뭐 하러 처마셔?
[미조의 한숨]
간만에 로맨틱했는데
라스트가 파출소야
넌 친구도 아니야
[찬영의 헛웃음]
로맨틱했다고?
오!
(찬영) 했어?
집에나 가자
(찬영) 야, 주희한테 전화하자
(미조) 아, 전화를 왜 해
(찬영) [웃으며] 야, 차미조, 너 가만있어 봐
야, 몇 년 만이야, 이게?
(미조) 뭘 새고 그래, 미친
- 잠깐 있어 봐, 야, 있어 봐 - (미조) 야, 하지 마
- 에헤, 잠깐만, 야, 어디 갔어 - (미조) 주희 잘 거 아니야
- 주희… - (미조) 아유, 진짜 [통화 연결음]
(찬영) 야, 주희야 너 자냐, 지금?
(미조) 어, 주희야 찬영이 잠깐 미쳤어 [찬영의 웃음]
- (미조) 어, 자 - (주희) 아, 뭐야!
(주희) 아, 나 빼고 한잔했지 너희들!
- 아니야, 자, 아니야, 자 - (찬영) 너 지금 잘 때가 아니야
[찬영이 말한다] - (주희) 아씨, 아, 뭔데, 뭔데! - (미조) 미안해, 잘 자
(미조) 에이그, 진짜 자는 애를 깨워서 [찬영의 웃음]
(미조) 아, 맞다
나 오늘 여기 맡아 줄 선생님 만나
어떻게 아는 사이인데?
진석이 오빠가 소개시켜 줬어
진석이 오빠랑 그동안 시간이 안 맞아 가지고
(미조) 오늘이나 보네?
언제 이렇게 작전 다! 어?
(미현) 도주 작전을 아주 주도면밀하게 짜셨어
우리 실장도 뽑을까?
(미조) 차미현 씨, 같이 갈래요?
병원 말아먹을 일 있어?
엄마, 아빠한테 빨리 상의드려, 너
[한숨]
몰라
빨리 말씀드려야겠지?
같이 갈래?
왜?
혼자는 쫄리니?
살짝
[편안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진석) 미조야, 진짜 미안한데 너 혼자 만나야겠다
찬영이가 갑자기 보재
분위기 살벌하다, 정말 미안
(진석) 찬영아
무슨 일이야?
급한 일 있어?
쉰 살엔 이혼할 수 있어?
- 찬영아 - (찬영) 60살에도 괜찮아
하기만 한다면 난 괜찮아
[진석의 한숨]
할 거야, 말 거야, 오빠?
오빠 이혼하면 좋겠어?
(찬영) 응
못 할 거 같아
[무거운 음악]
늙어 죽을 때까지 못 할 거 같아, 오빠
- (진석) 찬영아 - (찬영) 나 담배 끊었어
오빠도 끊을 거야
[부드러운 음악]
차미조 원장님?
김선우 선생님?
[당황한 웃음]
(미조) 누군가는 시작하고
누군가는 끝내던
그때
서른아홉
[감성적인 음악]
[찬영의 옅은 탄성]
(찬영) 이런 시작도 괜찮다
[찬영의 웃음]
(미조) 오늘 헤어진 애 맞아?
(찬영) 야 [미조의 신음]
(미조) 늘 삶의 저 아래
불안함이 있어요
입양아라는 거
(찬영) 김선우
- (주희) 까, 까 - (미조) 야, 야!
(미조) 아, 내가 그…
문자 버튼을 누른다는 게
(미조) 그럴 일 없어
우리한테 그럴 일 없어
(미조) [흐느끼며] 너!
너 내가 죽일 거야!
.서른, 아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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