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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날들◈ 최종회 시나리오


S#1. 병원 입원실 복도 (밤)


입원실 앞에 <면회 금지>라는 푯말이 붙어 있다.
민철... 침통한 얼굴로 앉아 있고, 민지...
걱정스런 얼굴로 입원실 앞을 서성이고 있는데,
선재,나래,세나... 달려온다.

나래     연수 어떻게 됐어요? 많이 아파요?
세나     위험한 건 아니죠?
민철     ................아직 잘 몰라요.
         응급실에서 방금 옮겨졌어요.
나래     (민철을 위로하는) 결혼식이다 신혼여행이다 좀 무리해서 
         그럴 거예요. 더 나빠지진 않았을테니까 너무 걱정마세요.
민지     언니... 그냥 피곤해서 쓰러진 거 아녜요?
사람들   .................
민지     (?)
선재     내가 담당 선생님 좀 만나볼까?
민철     그래. 니가 나보다 잘 아니까 자세히 좀 물어봐 줘.
선재     (돌아서는데)
간호사   (입원실 앞으로 온다)
민철     (벌떡 일어나서 따라들어가려고 하는데)
간호사   (민철을 막으며) 아직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입원실 문을 열고 들어간다)
민철     (열려진 문틈으로 의식 없이 누워 있는 연수의 얼굴이 잠깐 
         보인다)
간호사   (들어가고 문이 닫힌다)
민철     (참담한 기분이다)



S#2. 병원 대기실 (밤)


민지... 의자에 앉아서 울고 있는데,
선재.... 다가와서 옆에 앉는다.

선재     연수씨나 형 앞에선 울지 마. 옆에서 용기를 줘야지,
         자꾸 울고 그러면 두 사람 마음 약해져.
민지     언니... 나을 수 있는 거야?
선재     그럼!
민지     저렇게 아픈 줄 알았으면 언니 일 안 시키는 건데...
         내가 괜히 아빠 생일상 차려 달라 그래서...
         나 때문에 쓰러진 거야.
선재     그런 거 아니야. 몸 상태가 나빠져서 그런 거야.
민지     (울먹이며) 오빠랑 언니가 너무 불쌍해.
         그렇게 서로 좋아하는데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어?
선재     그러니까, 니가 앞으로 잘해야지.
         두 사람 기운 잃지 않게 니가 옆에서 잘해야 돼.
         알았지?
민지     나 자신 없어. 언니 오빠 얼굴만 봐도 눈물 날 거 같단 말야.
선재     (민지를 안아주면)
민지     (선재 품에서 눈물을 흘린다)



S#3. 병원 입원실 (낮)


연수... 눈을 뜬다. 
민철.. 연수 옆에 앉아서 연수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다.

연수     (민철을 보고 웃으려고 애쓴다)
민철     (가슴이 아픈데)
연수     (힘들게 얘기하는) 통과예요?
민철     (눈물 글썽해서 끄덕이고)
연수     아버님 많이 놀라셨죠?
민철     조금요.
연수     몇 달만이라도 이쁨 받는 며느리 되고 싶었는데... 다 틀렸다.
민철     ............... 다들 밖에서 기다리는데, 얼굴 볼래요?
연수     연락하지 말지 그랬어요?
민철     나래씨한테 전화가 와서 말 안 할 수가 없었어요.
연수     다음부턴 어떻게든 실장님이 둘러대요. 
         자꾸 놀라게 하는 거 싫어요.
민철     ............ 알았어요. (일어나며) 그럼, 들어오라고 할께요.
연수     피곤해 보여요. 집에 가서 좀 쉬세요.
민철     (연수의 손을 잡아 주고 입원실을 나간다)
연수     (민철의 지친 뒷모습에 가슴이 아프다)



S#4. 입원실 밖 (낮)


입원실에서 나온 민철.. 복도를 걸어간다.
근심과 슬픔으로 힘겨운 발걸음이다.



S#5. 병원 대기실 (낮)


선재, 세나, 나래... 걱정스런 얼굴로 앉아 있다.

나래     저러다 합병증 생기면 정말 큰일나는 거죠?
선재     그러기 전에 골수 이식을 받을 수 있어야 되는데...
         건강할 때 이식을 받아야 성공 확률이 높거든요.
세나     골수 검사라는 거... 우리도 받아 보면 안 돼?
나래     그래요. 혹시 모르잖아요. 우리 중에 맞는 사람이 있을지...
선재     그런 경우는 아주 희박해요. 
         형하구 난 혹시나 해서 받아봤지만...
세나     우리도 검사 받아보게 해 줘. 이렇게 아무 것두 안 하구 
         무작정 기다리고 있는 것보단 낫잖아.
나래     맞아요. 우리도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죠.
선재     그래요. 그럼... 혈액 검사만 받으면 결과를 알 수 있으니까
         검사 받아볼 수 있게 할께요.
민철     (걸어온다)
나래     실장님!
민철     연수씨 깼어요! 들어가 보세요!
나래, 세나   (뛰어가고)
민철     (지친 얼굴로 의자에 앉는다)
선재     힘들지?
민철     ....................
선재     형도 몸조심해. 형이 건강해야 연수씨를 돌볼 수가 있지.
         이런 병은 보호자가 지쳐서 쓰러지는 일도 많아.
민철     ................. 연수씰 위해서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저렇게 아플 땐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어. 그게 너무 힘들다.
선재     형이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연수씨한텐 힘이 돼.
민철     ...............
선재     (민철이 안스럽다)



S#6. 민철 아파트 거실 (낮)


성춘과 민지.... 근심스런 얼굴로 앉아 있는데, 민철.. 들어온다.

민지     (벌떡 일어나서) 오빠!
민철     (성춘에게) 걱정 많이 하셨죠? 죄송합니다.
성춘     .................
민지     언니는 어떡하구 왔어?
민철     연수씨 물건 좀 챙기러 왔어. 다시 가봐야 돼.
민지     기다려. 내가 챙겨 갖구 나올게. (신혼방으로 들어간다)
성춘     좀 앉아봐라.
민철     (착잡한 얼굴로 앉는다)
성춘     (가슴 아픈) 어떡할라구 그랬냐? 어떡할라구 결혼을 했어?
민철     (!)
성춘     김선생 그렇게 아픈 거 알았으면 이 결혼 절대 못하게 했을 거다.
민철     아버지!
성춘     니가 아직 몰라서 그런다. 
         같이 살 부비고 살던 사람을 먼저 보내고 혼자 남아야 
         된다는 게 어떤 건지 니가 몰라서 그래.
민철     ................
성춘     나야 죄가 많은 인간이라 그런 모진 일을 겪어도 할 말 
         없다지만, 니 녀석만큼은 그렇게 살게 하고 싶지가 않다.
         차라리 내가 김선생한테 못할 짓을 하구 죄를 받고 말지,
         넌 그렇게 살게 하고 싶지가 않아.
민철     저 혼자 남는 일 없을 겁니다.
성춘     근데, 니 얼굴이 왜 그러냐? 
         그렇게 생각하면 얼굴에 근심도 없어야지, 왜 그렇게 
         세상 다 산 얼굴이야?
민철     ..................
성춘     니 녀석을 알기 때문에 더 속이 쓰려. 
         쉽게 정을 주지도 못하는 녀석이 그렇게 정을 쏟아 부으면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할라 그래?
         그러다 김선생 놓치고 나면 그 정이 아쉬워서 어떡할라 
         그러냔 말이다.
민철     그럼 어떡할까요? 
         죽을 지도 모르는 사람이니까 그 여잘 버리기라도 할까요?
성춘     민철아...
민철     저요. 나중에 제가 어떻게 되건 그런 거 걱정할 여유 없습니다.
         지금 연수씨가 없으면 안 되는데, 어떻게 나중 생각을 해요?
         지금도 연수씨만 보면 이렇게 가슴이 아픈데,
         어떻게 모른 척을 해요? 저한텐 하나밖에 없는 사람인데,
         어떻게 모른 척을 할 수가 있겠냐구요! (눈물이 글썽하다)
성춘     (민철을 안으며 눈물을 흘린다) 불쌍한 녀석... 
         부모 복도 없는 녀석이 이런 일까지 겪구... 
         불쌍해서 니 녀석을 어떻게 보냐? 니 녀석을 어떻게 봐...
민철     (성춘의 품에서 눈물을 흘린다)
민지     (문가에 서서 그 모습을 보며 같이 눈물 글썽하다)



S#7. 병원 검사실 (낮)


나래, 세나, 민지.... 채혈을 하고 있다.



S#8. 민철 사무실 (낮)


나래, 규석, 기찬, 윤주..... 앉아 있다.

윤주     (훌쩍거리며) 우리 실장님.. 정말 멋있다. 
         난 연수씨가 부러워. 그런 사랑 한 번만 받아 볼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을 거 같애.
규석     지금 이 상황에 죽는단 소리가 왜 나와요?
윤주     말이 그렇단 얘기지 뭐...
나래     제가 이 얘기를 한 건 팀장님 감동하라고 한 얘기가 아니구요.
         부탁드릴 일이 있어서 그래요.
윤주     뭔데?
나래     건강 진단 삼아 혈액 검사 좀 받아보시라구요.
         물에 빠져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긴 하지만, 어디에나 
         기적은 있는 거잖아요. 
         지금으로선 한 사람이라도 더 검사를 받아보는 게 그나마 
         확률을 높일 수 있는 길이니까...
기찬     알겠습니다. 내일 검사 받으러 갈께요.
나래     고맙습니다.
규석     난 벌써 했어요. 우리 달링을 위해서...
윤주     달링?
규석     (씩 웃으며 나래의 어깨에 팔을 올리며) 우리 누나.. 
         진짜 의리파 아닙니까? 그 찐한 우정에 내 애정지수가 
         팍팍 올라갔다니까요.
나래     (규석의 팔을 뿌리치며) 지금 그런 얘기 할 때 아니야.
         팀장님도 검사 받으실 거죠?
윤주     (겁먹는) 혈액 검사면 피 뽑는 거잖아.
나래     네!
윤주     난 그런 거 무서운데...
기찬     실장님을 위한 일인데 그정도도 못하세요?
윤주     할 거예요. 누가 안 한 대요? (나래를 보며) 피 많이 뽑아?
나래     쫌 뽑아요.
윤주     (울상이고)



S#9. 민철 아파트 거실 (밤)


성춘... 앉아 있는데, 민철.. 연수를 부축하고 들어온다.
민지.. 짐을 들고 따라 들어오고...

연수     (성춘을 보고 죄스런 마음에 고개를 숙인다)
성춘     (착잡한 마음으로 연수를 보고)
민철     들어가 보겠습니다.
연수     (민철을 따라 들어가는데)
성춘     애 많이 썼다.
연수     (!)
성춘     너 없을 때도 밥 못해 먹고 살지 않았으니까,
         소소한 집안일 신경 쓰지 말구 푹 쉬어라.
         이제 니가 이 집 안주인이야. 
         안주인이 튼튼해야 식구들이 다 튼튼한 법이다.
         그거 명심하구 니 몸 니가 아껴라.
연수     ..............네.
민철     (성춘이 고맙다)
성춘     들어가 봐라.
연수     (민철과 함께 방으로 들어간다)
성춘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짠하다)



S#10. 신혼방 (밤)


민철... 이불을 깔아주는데, 연수.. 눈물이 글썽해서 앉아 있다.

민철     누워요.
연수     실장님!
민철     (보면)
연수     저... 다시 나래 집으로 옮길께요.
민철     그게 무슨 소리예요?
연수     저 때문에 마음 쓰는 건 실장님 한 분이면 족해요.
         민지하고 아버님까지 불편하게 만들 순 없어요.
민철     연수씨!
연수     제가 가족을 갖고 싶었던 건 행복을 함께 하고 싶어서였지,
         고통을 함께 하고 싶어서가 아니었어요.
         이렇게 부담만 주는 가족이 되고 싶진 않아요.
민철     아버지 말씀 못 들었어요? 연수씬 이미 이 집의 안주인이예요.
연수     (고개 젓고) 전 자격이 없어요.
민철     연수씬 나하고 결혼했어요. 이젠 여기가 연수씨 집이고,
         여기가 연수씨가 있어야 될 자리라구요.
         도망갈 생각 말아요.
연수     ...............
민철     난 아버지하고 평생을 같이 살았지만 아버지가 내 가족이라고 
         느낀 건 얼마 되지 않았어요. 
         가족이란 그런 거예요. 마음이 먼저라구요.
         그러니, 연수씨처럼 마음이 따뜻한 사람은 누구의 가족도 될 
         수 있어요. 연수씨만큼 자격 있는 사람 또 없다구요.
연수     (민철의 말이 고마워서 눈물이 글썽하면)
민철     (연수를 안아준다)
연수     (민철의 품에서 위안을 얻는다)



S#11. 병원 복도 (낮)


선재... 진료실에서 나온다. 기뻐서 어쩔 줄 모르는 얼굴이다.
급한 마음에 복도를 달리기 시작한다.



S#12. 나래의 방 (낮)


나래와 세나, 선재.. 둘러앉아 있다.
나래, 세나.... 놀라운 소식에 흥분한 얼굴이다.

나래     정말 세나가 가능성이 있대요?
선재     네! 2차 검사까지는 가능성이 있다고 나왔어요.
세나     (눈물이 글썽해서 나래를 껴안는다) 언니!
나래     (같이 눈물 글썽해서)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야! 너하구 연수... 진짜 보통 인연은 아닌가부다. 
         친형제도 안 맞는 경우가 많다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다 있냐?
세나     (선재에게) 확실한 결과는 언제 나온대?
선재     몇 주 더 기다려야 될 거야. 정밀 검사를 해야 되니까...
세나     빨리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
나래     골수 이식만 하면 연수 완전히 낫는 거죠?
선재     .............. 반드시 그렇진 않아요. 
         이식에 실패하는 경우도 있고, 이식에 성공해도 재발하는 
         확률이 꽤 높은 병이니까..
세나,나래 (얼굴 어두워지고)
선재     하지만, 이식을 할 수만 있어도 연수씨로선 대단한 행운이예요.
         그러니까, 지금으로선 세나씨 검사 결과가 잘 나오길 기도할 
         수밖에 없어요.
나래     (바로 눈을 감고 기도하는) 제발 부탁드리겠습니다.
         이 놀라운 기적을 끝까지 쫙 밀어 주십시오.
세나     (떨리는 마음으로 눈을 감으면)
선재     (세나의 손을 잡아준다)



S#13. 공원 (낮)


연수, 나래, 세나... 피크닉을 나와 있다. 
잔디밭에 모포가 깔려져 있고,
도시락이 든 바구니도 옆에 있다.

연수     (나래의 어깨에 기대서) 햇빛이 참 좋다.
나래     거 봐. 나오길 잘했지? 사람도 이불하고 똑같애.
         가끔 햇빛 아래 좌악 널어줘야 꿉꿉한 기분도 없어지고
         뽀송뽀송해지는 거야.
연수     (미소)
세나     언니 요즘 많이 힘든 거야? 우리도 잘 안 만날라 그러구,
         전화해도 얘기도 잘 안 하구...
나래     그래. 너 이상해. 실장님 말로는 몸은 많이 좋아졌다던데
         왜 그렇게 기운이 없는 거야?
연수     ..................
나래     말을 좀 해봐라.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말을 해야 알지.
연수     ................ 내 인생에서 요즘만큼 행복한 시간이 없었어.
         사랑하는 사람한테 사랑 받구, 걱정해주는 가족들도 생겼구,
         (세나를 보며) 내 이쁜 동생도 옛날처럼 다정하구.......
         근데.... 그래서 우울해.
세나,나래(?)
연수     행복하니까 자꾸 욕심이 나서... 
         이대로 하나도 놓치기 싫은데, 계속 이렇게만 살고 싶은데... 
         자꾸 쓰러지고 그러니까 화가 나. 
         이 행복을 내가 다 망쳐버릴 거 같애서...
세나,나래.................
연수     미안해. 날씨하고 너무 안 어울리는 얘기지?
나래     아우.. 몰라 몰라.. 그냥 말해버릴래.
세나     (말리는) 언니!
연수     (?)
나래     야! 절대 우울할 거 없어. 
         세나가 너 살려줄 거니까 걱정할 거 없다구!
연수     무슨 소리야?
세나     오빠가 확실해질 때까진 얘기하지 말랬잖아.
나래     저한테 얼마나 좋은 일이 생겼는지도 모르고
         풀죽어 있는 거 보니까 답답해서 그래.
연수     (?)
세나     내 골수하구 언니 골수가 비슷하대. 
         마지막 검사 결과 기다리고 있는 중이야.
연수     (믿을 수 없다는 듯) 정말이야?
세나     (고개 끄덕이고)
나래     어때? 이래도 우울해? 이래도 우울해?
연수     (멍한 얼굴로 세나를 보며) 니가 날 위해서 이식을 해준단 
         말이야?
세나     왜? 안 해줄 거 같애?
연수     많이 힘들텐데....
세나     (무심한 척) 아무리 힘들어도 해줘야지 어떡해?
         안 해줬다간 나래 언니랑 선재 오빠한테 그 원망을 어떻게 
         들을라구?
연수     (눈물 글썽해서 세나를 보는)
세나     그러니까, 이제부터 나 잘 모셔. 생명의 은인이 될 몸이니까.. 
         알았어?
연수     (고개 끄덕이고)
세나     (연수를 보고 웃어준다)



S#14. 신혼방 (밤)


민철과 연수.. 꼭 껴안고 누워 있다.

연수     (설레는) 막상 이식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급해지는 거 있죠?
         꼭 양말 걸어놓고 산타클로스를 기다리는 기분이예요.
민철     골수 이식을 하고 나면 후유증 때문에 많이 고생한다던데...
연수     그정도는 견딜 수 있어요. 
         나을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견딜 수 있어요.
         다들 나 때문에 그렇게 애쓰는데 그정도는 견뎌야죠.
민철     그래요. 연수씨 충분히 견딜 수 있어요.
연수     이식하고 완전히 나을 때까지 얼마나 걸릴까? 육개월? 일 년?
민철     케이스마다 다를 거예요.
연수     난 아주 빨리 나을 거 같애요. 책에서 봤는데요.
         나이가 젊을수록 이식 후유증을 훨씬 더 잘 견딜 수 있대요.
         근데, 난 이렇게 젊구, 그리고.. 실장님도 옆에 계시잖아요.
민철     ..............
연수     다 나으면 뭐부터 할까? 신혼 여행부터 다시 갈래요?
민철     그래요.
연수     내 공부도 열심히 하구, 민지 뒷바라지도 열심히 해서
         우리 둘 다 좋은 화가가 됐으면 좋겠어요.
         나중에 같이 전시회 같은 거 하면 멋있겠죠?
민철     (끄덕)
연수     세나하구 나래, 그리구 선재씨한테도 두고두고 은혜 갚는 
         마음으로 살 거예요.
         아니, 이 세상 모든 사람들한테 고마운 마음으로 살 거예요.
         새로 태어난 거나 마찬가지니까나... 
         훨씬 더 좋은 사람으로 살 수 있을 거 같애요.
민철     (기대에 부푼 연수를 보며 걱정스럽다)
연수     (민철의 얼굴을 보고) 실장님은 별로 신나지 않나부다.
민철     아직 확실한 결과가 나온 건 아니잖아요.
         연수씨가 실망할까봐 걱정 돼서 그래요.
연수     잘 될 거예요. 그런 예감이 들어요. 
         다른 사람도 아니구 세나잖아요.
         이건 하늘이 나한테 준 선물이 틀림없어요.
민철     맞아요. 연수씨 예감이 맞을 거예요.
연수     (행복한 얼굴로 눈을 감으면)
민철     (그 얼굴을 보며 불안한데)



S#15. 뮤즈 사무실 (낮)


선재... 치수와 얘기를 하고 있다.

선재     이번 세나 음반은 프로듀서는 제가 하지만,
         제 곡은 두 세 곡 정도만 넣을 생각입니다.
         그래야 음반 칼라가 지난 번하고 달라질테니까요.
         (작곡가 명단을 주며) 이 분들한테 연락해서 최고 대우 약속하고
         곡 작업 부탁하세요.
치수     알겠습니다.
민철     (올라온다)
치수     안녕하세요!
민철     (목례하면)
치수     그럼 전 나가보겠습니다. (나가고)
선재     형이 어쩐 일이야?
민철     너한테 할 얘기가 있어서....
선재     (?)
민철     병원에 갔었다. 수술비 문제를 알아봐야 될 거 같아서...
선재     (!)
민철     누가 벌써 연수씨 앞으로 공탁금을 걸어서 수술비하구
         치료비를 다 해결해 놨드라.
선재     ............... 형한테 먼저 얘기하지 못해서 미안해.
         그치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뿐 이니까 그렇게 한 거야.
         연수씨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우리 둘 다 뭐든지 하기로 했잖아.
         내 도움을 받는다는 게 편한 일 아니라는 거 알지만
         연수씨를 위해서 그냥 받아줘. 부탁이야.
민철     ................ 부탁을 해야 되는 건 나야.
선재     (!)
민철     지금 내 상황으론 연수씨한테 최상의 치료 받게 해주기 힘들어.
         니가 먼저 도와주지 않았다면 내가 찾아왔을지도 몰라.
         먼저 신경써줘서 고맙다.
선재     ..................
민철     그리구..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이 빚 꼭 갚을께.
선재     (고개 저으며) 형이 갚을 수 있는 빚 아니야. 
         연수씨만 갚을 수 있어.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아주는 걸로 연수씨만 갚아줄 수 
         있는 빚이야.
민철     (선재의 마음이 고맙다)
선재     며칠 있으면 결과 나올 거야. 나오는대로 알려줄게.
민철     선재야!
선재     (?)
민철     만약 내가 너였다면, 너처럼 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연수씨에 대한 니 마음이 알면 알수록 너무 깊어서 
         연수씨한테 미안해져.
         해줄 수 있는 일도 없으면서 연수씨하고 결혼한 게 내 
         욕심이 아닌가 싶어서....
선재     형하고 결혼하지 않았어도 연수씬 나한테 오지 않았어.
         차라리 형하고 빨리 결혼해서 다행이야.
         연수씨가 다른 부담 없이 날 대할 수 있으니까 내 맘대로 
         연수씰 도울 수도 있잖아.
민철     (!)
선재     내가 연수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한 가지 뿐이지만,
         형은 연수씨 옆에서 수많은 일을 해줄 수가 있어. 
         난 그게 부러워. (민철을 보고 미소 짓는다)
민철     (미안함이 섞인 엷은 미소)



S#16. 나래의 방 (낮)


나래와 세나.. 초조한 얼굴로 전화기만 바라보고 있다.

나래     오늘쯤 결과 나온다고 그랬지?
세나     응!
나래     근데 왜 선재씨한테 전화가 안 오지?
세나     ..............
나래     (전화를 들며) 안 되겠다. 내가 전화해봐야지.
세나     (수화기를 뺏으며) 기다려 봐. 
         오빠가 전화해준다 그랬잖아.
나래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아우.. 진짜 미치겠다. 
         피가 마르네 피가 말라.
세나     (걱정스런 얼굴인데)



S#17. 신혼방 (낮)


연수.. 그림을 그리던 중이라 바닥에 스케치북과 
연필 등이 놓여져 있다.
연수.. 초조한 마음으로 핸드폰을 쥐고 앉아 있는데...

민지     (노크를 한다)
연수     (핸드폰을 놓고) 들어오세요.
민지     (들어온다) 아직 전화 안 왔어?
연수     (끄덕)
민지     너무 걱정하지 마. 검사 결과라는 게.. 
         좀 늦게 나올 수도 있잖아.
연수     (끄덕)
민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슬쩍 시계를 본다.
         5시가 넘어가고 있다. 걱정스런 얼굴인데)
연수     (그림을 다시 그리려고 하는데, 연필을 쥔 손끝이 떨린다)



S#18. 민철 사무실 (낮)


민철.. 초조한 얼굴로 사무실 안을 서성이고 있는데, 
(E) 핸드폰이 울린다.

민철     (급하게 받는) 이민철입니다.
선재     (F, 가라앉은) 형! 나야!
민철     (긴장하는)



S#19. 나래의 방 (낮)


나래와 세나... 눈물을 흘리고 있다.

나래     정말 안 된대? 가망 없는 거래?
세나     그러니까, 말하지 말랬잖아. 이렇게 실망만 시키구...
         이제 어떡할 거야?
나래     (속상하고)
세나     (테이블 위에 있는 연수의 사진을 보며 눈물을 흘린다)



S#20. 민철의 아파트 앞 (밤)


민철.. 아파트로 들어가려다가 연수의 얼굴을 볼 용기가 
안 나서 다시 돌아선다.



S#21. 아파트 놀이터 (밤)


민철... 벤치에 멍하니 앉아 있다. 눈물이 글썽하다.



S#22. 신혼방 (밤)


연수... 기다리다 지쳐 초죽음이 된 얼굴로 앉아 있는데, 
민철 들어온다.

연수     (힘없이 일어나며) 왔어요?
민철     (연수의 표정을 보고 가슴 아픈)
연수     저녁은요?
민철     ............ 먹었어요.
연수     ....................
민철     그림 그리고 있었어요?
연수     시간이 너무 안 가서요. 
         보통 땐 그림 그리다 보면 몇 시간씩 훌쩍 지나가고 
         그랬는데, 오늘은 실패했어요.
민철     ................
연수     검사 결과 안 물어봐요?
민철     (시선을 피하는)
연수     (민철의 표정을 보고 불안해지는) 선재씨한테 무슨 얘기 
         들었어요?
민철     .................
연수     (안 좋은 예감에 스르르 주저 앉는다)
민철     (연수 앞에 앉아서 연수 손을 잡는다)
연수     (눈물이 글썽하다)
민철     세나씨하곤 안 맞는다고 결과가 나왔지만,
         연수씨한테 골수를 기증할 수 있는 사람이 꼭 나타날 
         거니까 너무 실망하지 말아요.
연수     (끄덕끄덕)
민철     들어보니까 백혈병 환자들은 이런 일 여러 번 겪는대요.
         골수가 맞는 사람을 찾았는데, 끝내 그 사람이 기증을
         거절하는 경우도 있구.... 
         그러니까, 우리 이번 일은 예방 접종했다고 쳐요.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고 생각해요.
연수     (끄덕끄덕)
민철     (연수의 실망한 모습에 가슴이 아파서) 내가 줄 수 있으면 
         좋겠는데... 골수 아니라 내몸 전부라도 줄 수만 있으면 
         좋겠는데... (눈물이 글썽하다)
연수     (민철을 위로하는) 나 괜찮아요. 
         나보다 훨씬 위험한 상황에서도 이식 못 받고 애태우는 
         사람들 많잖아요.
         벌써 내 차례가 오길 바란 게 욕심이 과했던 거예요.
민철     ................
연수     그래도 결과 기다리는 동안은 마음이 참 설렜었는데...
         차라리 결과가 더 한참 있다 나왔으면 좋았을 뻔했다. 그쵸?
민철     .....................
연수     나... 뭐 좀 먹어야겠다.
         선재씨 전화 기다리느라고 저녁도 굶었거든요.
민철     (일어나며) 내가 차려올께요.
연수     아녜요. 내가 차려오는 게 빨라요. 잠깐만 기다려요. (나간다)
민철     (연수를 보며 가슴 아픈데)



S#23. 아파트 거실 (밤)


연수.. 방에서 나와서 문을 닫는다. 
절망감에 멍한 얼굴로 부엌 쪽으로 걸어간다.
싱크대 앞에 서서 눈물을 흘리는 연수.
울음 소리가 날 것 같아 싱크대에 물을 틀고 눈물을 흘린다.




S#24. 포장마차 (밤)


선재... 허탈한 마음으로 술을 마시고 있는데, 세나... 들어온다.

세나     (선재 앞에 앉자마자 선재 앞에 있던 술을 마셔버린다)
선재     (빈 잔에 술을 따르면)
세나     (또 마신다)
선재     천천히 마셔.
세나     오빠! 속상하지? 속상해 죽겠지?
선재     ..............
세나     나도 속상해. 태어나서 처음으로 언니한테 잘난 척할 수 
         있는 기회가 왔는데, 그것도 못하게 됐잖아.
         난 착한 일 같은 건 하지 말라고 정해져서 태어났나봐.
선재     그런 소리하지 마. 너 착해!
세나     내가 착해?
선재     그럼! 세상 사람들은 다 착하니까!
         다만 착한 사람에도 두 가지 종류가 있을 뿐이야.
         누구한테나 착한 사람, 좋아하는 사람한테만 착한 사람.
         대부분은 너처럼 좋아하는 사람한테만 착한 거구....
세나     연수 언니 같은 사람만 누구한테나 착한 사람이구?
선재     (미소)
세나     오빠! 왜 그런 말 있잖아. 정말 이쁘고 착한 사람은
         하느님도 이뻐해서 빨리 데려간다는 말..
선재     (!)
세나     정말 그 말이 맞으면 어떡하지? 그 말이 맞으면 내가 아는 
         누구는 제일 먼저 뽑혀갈 거 같은데.... (눈물 글썽하다)
선재     (가슴 아프다) 그렇지 않을 거야. 
         착하고 이쁜 사람 다 데려가면 이 세상이 너무 초라해지잖아. 
         하느님이 만든 세상인데, 그렇게 놔두시진 않을 거야.
세나     언니하구 통화했어?
선재     (고개 젓고) 차마 내 입으로 전할 수가 없드라구.
         연수씨 목소리 들으면 그냥 거짓말이라도 해버릴
         거 같애서 전화 못 했어.
세나     ................
선재     결국 제일 힘든 짐은 형이 다 떠맡고 있는 거 같애.
         우린 이렇게 멀리서 걱정하구, 힘든 얘기는 피할 수도 있지만,
         형은 그럴 수가 없잖아. 
         아무리 힘든 얘기도 자기 입으로 전해야 되구, 연수씨가 
         아파하는 거, 바로 곁에서 지켜봐야 되구, 어떤 상황에서도 
         위로를 해줘야 되구... 참 어려울 거야.
세나     이젠 오빠가 실장님을 많이 이해하는 거 같애.
선재     그럴 수밖에 없잖아. 예전에 형하구 난 한 번도 같은 곳을
         바라본 적이 없었어. 그런데, 지금은 똑같은 마음으로
         연수씨를 바라보고 있으니까... 똑같이 아픈 마음이니까..
세나     ...................... 언니...  지금 어떻게 하고 있을까?
선재     글세.... 아마 실망 안 한 척, 아무렇지 않은 척 하고 있겠지.
         그게 연수씨니까....
세나     그럴 거야. 그게 언니니까....
선재     (술을 따라서 마시는데 눈물이 글썽하다)
세나     (그 모습을 바라보는 마음 슬프다)




S#25. 군부대 앞 (낮)


민철.. 군부대 안으로 뛰어들어간다.

민철     (E) 장병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해주십시오.
         골수 기증자를 찾을 수만 한다면 은혜는 꼭 갚겠습니다.



S#26. 병원 앞 (낮)


선재... 병원으로 뛰어들어가고 있다.

선재     (E) 국내에서 찾을 수 없다면, 일본도 좋고, 대만도 좋습니다.
         골수가 맞는 사람을 찾아만 주세요.
         비용은 두 배가 들건 세 배가 들건 어떻게든 마련하겠습니다.



S#27. 거리 (낮)


민철... 착잡한 얼굴로 걸어가는데, 전화가 온다.

민철     (전화 받고) 이민철입니다...............................
         (놀란) 네?



S#28. 신혼방 (낮)


연수... 느린 손놀림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E) 핸드폰이 울린다.

연수     여보세요!
민철     (E, 기쁜) 나예요. 병원에서 골수를 찾았대요요.
연수     (놀란) 정말이예요?
민철     (E) 지금 병원으로 가겠다고 했으니까 준비하고 기다려요.
연수     (전화를 끊고 설레는 얼굴이다)




S#29. 병원 진료실 (낮)


민철과 연수.. 의사 앞에 나란히 앉아 있다.

의사     일본 골수 은행에서 이식 가능한 골수를 찾았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민철     (연수를 바라보며 미소 짓는)
연수     (기대에 찬 얼굴인데)
의사     그런데... (잠깐 머뭇거리다가) 조직이 100퍼센트 정확하게
         일치하지는 않아요.  그만큼 이식 후의 위험 부담이 크다는 
         얘깁니다.
민철,연수(표정이 어두워진다. 그 얼굴 위로)
의사     (E) 만성 백혈병 환자에게는 병이 급성으로 발전하기 전에
         골수 이식을 하는 것이 최선입니다만 이런 상황에선 무조건 
         이식을 권유하기는 어렵습니다.
         환자분하고 보호자분이 잘 의논해서 결정을 하셔야 될 거 같애요.
연수     (표정 흔들린다)
민철     (연수의 손을 잡아준다)



S#30. 거리 (낮)


민철과 연수.. 손을 잡고 말없이 걷고 있다.
걱정에 싸인 모습이다.

연수     (어렵게 말 꺼내는) 어떻게 하면 좋겠어요?
민철     ..................
연수     이번에 이식을 안 하면 시기를 놓칠지도 모르구,
         또 나하구 맞는 골수를 가진 사람이 다시 나타난다는
         보장도 없는데....
민철     하지만..... 위험 부담이 크다고 하잖아요.
연수     .................. 차라리 병원에서 '이렇게 하세요!'라고
         정해주면 맘이 편할텐데...
민철     우리 좀 더 시간을 갖고 생각해봐요.
연수     (끄덕)
민철     (연수를 애처로워 하는 눈으로 바라본다)
연수     (생각에 잠겨 걸어간다)



S#31. 신혼방 (밤)


민철.. 모로 누워 있고, 연수... 그 옆에서 무릎을 모은 채 앉아 있다.

연수     (깊은 한숨을 쉬고)
민철     (역시 뜬눈으로 밤을 보내고 있다)




S#32. 나래의 방 (낮)


선재, 세나, 나래... 걱정스런 얼굴로 둘러 앉아 있다.

세나     하늘도 너무 잔인한 거 아니야?
         사람 목숨을 갖고 도박을 하라는 것도 아니고....
나래     연수.. 마음 약해서 이런 큰 결정 혼자 못 내릴 거야.
         결국 실장님이 결정을 하셔야 될텐데...
         얼마나 떨리고 막막할까?
세나     오빠가 실장님이라면 어떡하겠어?
선재     (답답한) 모르겠어.......... 나도 모르겠어.




S#33. 민철 사무실 (낮)


민철.. 노트북으로 백혈병 환자들의 사이트
(ex: 새빛누리회 (sbnuri.allmedicus.co.kr)에서 환
자들의 수기를 읽어보고 있다. 마음이 답답해서 노트북을 덮는다.



S#34. 아파트 놀이터 (낮)


연수... 아이들이 노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S#35. 신혼방 (밤)


민철과 연수... 마주 앉아 있다.

민철     연수씨..... 생각해봤는데요.
연수     (민철의 입을 막는다)
민철     (?)
연수     실장님은 아무 얘기도 하지 마세요.
         이번 결정은 저 혼자 내릴께요.
민철     (!)
연수     어느 쪽이든 실장님이 권하시면 전 그대로 따를 거예요.
         하지만, 만에 하나, 그 결과가 안 좋으면 실장님은
         두고두고 그 결정을 후회하고 가슴 아파하실 거 아녜요.
         그래서, 제가 혼자 결정하겠다는 거예요.
         어떤 결과가 나오건 후회도 책임도 제가 지고 싶어요.
민철     (가슴 아픈) 연수씨...
연수     (결심한 듯) 저요. 이식 받을래요.
민철     (!)
연수     제 운명을 믿어볼래요.
         부모님 없이도 이만큼 살 수 있었던 저니까, 실장님을 만나고
         사랑 받을 수 있었던 저니까, 제 운명.. 좋은 쪽이라고 믿어요.
민철     (눈물이 글썽하다)
연수     (미소 지으며) 제 결정 믿으시죠?
민철     (끄덕이면서 연수를 꼭 안아준다)
연수     (눈물이 글썽하다)



S#36. 아파트 외경 (낮)



S#37. 신혼방 (낮)

연수... 상자에 자기 물건들을 정리하고 있다.
민철의 초상화를 비롯한 자신이 그린 그림들을 상자 안에 넣고,
각 연도가 적힌 일기장을 하나씩 상자 안에 넣는다.
마지막으로 세나와 찍은 사진, 민철과 찍은 사진들을
감회 서린 얼굴로 바라보는 연수.
결심한 듯 사진들까지 상자에 넣은 후 상자를 닫고 테이프로 봉한다.
포스트 잇에 <나래한테 보내주세요>라는 적어서 상자 위에 붙이고는
방 안 잘 보이지 않는 구석에 집어넣는다.



S#38. 커피 전문점 (낮)


연수... 앉아 있는데, 선재... 들어온다.

선재     (연수의 병약한 모습에 가슴이 아프다)
연수     선재씨!
선재     (밝게) 이거 해가 서쪽에서 뜨겠네요.
         연수씨가 나를 다 만나러 오구....
연수     (미소)
선재     이식 날짜는 잡혔어요?
연수     내일 병원으로 들어가요.
선재     이식 받기로 한 거..... 연수씨 결정이라면서요.
         용감한 사람이 승리한다는 거 알죠?  잘한 거예요.
연수     선재씨가 그렇게 말해주니까 힘이 돼요.
선재     .................
연수     선재씬 잘 지내죠?
선재     그럼요.
연수     세나하구 새로 음반 작업하는 것도 잘 되구요?
선재     네. 세나가 워낙 열심히 하니까요.
연수     세나가 무대에서 다시 노래하는 거 꼭 보고 싶은데...
선재     걱정 말아요! 연수씨 회복될 때쯤이면 세나가 무대에서
         뛰어 다니는 모습 볼 수 있을 테니까....
연수     ............... 선재씬 아마 전생에 나한테 큰 죄를
         졌었나봐요. 그러니까 이렇게, 늘 어려운 부탁만 하구,
         미안한 짓만 하는 나를 끝없이 봐주기만 하죠.
선재     (농담조) 그럼, 다음 생을 기대해 봐야겠는데요?
         다시 태어났을 땐 연수씨가 나 때문에 마음 고생 좀 해야 
         될 거예요.
연수     (진심으로) 그래요. 다시 태어나면 그 땐 선재씨가 나한테 
         아무리 못된 짓을 해도 내가 다 참을께요.
선재     (!)
연수     선재씨!
선재     얘기해요.
연수     어차피 이번 생에선 선재씨가 봐주기로 한 거니까
         나.. 한 가지만 더 부탁할께요.
선재     (?)
연수     선재씨도 꼭 행복해져야 돼요. 내 행복을 빌어준 만큼,
         꼭 그만큼은 행복해져야 돼요.
         그래야 내가 계속 선재씨의 친구로 남아 있을 수 있죠.
         미안함 없이 편한 마음으로 선재씨를 지켜볼 수가 있죠.
선재     ...............
연수     약속해줘요. 행복하겠다고... 행복해지려고 노력하겠다고....
선재     내가 행복하길 바라면 연수씨부터 건강해져요.
         연수씨만 건강해지면 그때부턴 정말 내 행복만 
         생각할 거니까...
연수     나한테 너무 부담주지 말아요. 
         선재씨 행복까지 내가 책임져야 된다고 생각하면 나.. 
         어깨가 무겁잖아요.
선재     알았어요. 무조건 행복할께요. 연수씨 상관없이 행복할께요.
연수     (미소 짓고)
선재     (연수의 마음을 알 것 같아 연수를 안스럽게 보는데)
연수     (시선을 창밖으로 돌리다가 지나가는 한 무리의 아가씨들을
         본다.  생기발랄하게 떠드는 그 모습을 바라보는 눈길에 
         부러움이 서려 있다) 참...... 이쁘다..
선재     (연수의 시선을 따라가면)
연수     (서글프게 미소 지으며) 이상하죠? 나한테도 저런 시간들이 
         있었을텐데... 그리 오래전 일도 아닌데 아주 멀게 느껴져요.
         나만 다른 세상에 있는 것처럼....
선재     (가슴이 아프다)



S#39. 민철의 아파트 앞 (낮)


선재의 차.. 도착한다.
선재.. 얼른 운전석에서 내려서 조수석 문을 열어주면, 
연수.. 내린다.

연수     고마워요. 태워다줘서...
선재     들어가요. 오늘 나 만나러 와줘서 너무 기뻤어요.
연수     (미소 짓고 돌아선다)
선재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는 연수를 애잔한 눈길로 바라본다)




S#40. 정훈 스튜디오 (낮)


선재.. 연수가 준 그림을 다시 펴본다.
어린 시절 연수의 해맑은 미소가 떠오른다.
슬픈 얼굴로 그림을 바라본다.




S#41. 신혼방 (밤)


이불이 깔려진 상태.
연수.. 슬픈 얼굴로 민철의 옷가지, 양말, 속옷 등을 
차곡차곡 챙기고 있는데, 민철.. 들어온다.

민철     뭐하고 있어요?
연수     (미소) 주부의 할 일을 하고 있죠.
민철     내일 병원 들어가야 되는데 피곤하면 안 되잖아요.
         그만하구 쉬어요.
연수     저요. 결혼하고 나서 주부 노릇, 아내 노릇 제대로 한 날이
         하루도 없는 거 같애요.
         결혼만 하면 잘 할 자신 있었는데 너무 아쉬워요.
민철     퇴원하고 나서 잘 하면 되잖아요.
연수     이식 날짜를 좀 미룰 걸 그랬나봐요.
         우리.. 결혼은 했어두 부부로서 못 해 본 게 너무 많은데....
민철     뭘 못 해봤는데요?
연수     .............. 부부싸움!
민철     (웃고) 그건 아무리 날짜를 미뤄도 못해 봤을 거예요.
         우리 같은 잉꼬 부부가 싸울 일이 어딨겠어요?
연수     원래 연애할 때 뜨겁던 사람들이 부부싸움은 더 치열하게 
         한대요.
민철     그래요?
연수     못 해 본 거 또 있어요. 부부 동반 모임 같은 것도 한 번도 
         못 나가 봤잖아요. 
         그런데 나가서 다른 남편들하고 비교도 해보고 그래야 
         된다는데...
민철     (농담조) 나 그런 데 나가면 큰일나요.
         다른 남편들 집에 돌아가서 다 바가지 긁힐테니까....
연수     (웃고)
민철     나도 못 해 본 거 있는데...
연수     뭔데요?
민철     (장난스런) 같이............. 목욕하는 거...
연수     실장님!
민철     (쑥스럽게 웃으며) 결혼하면 다들 그렇게 한대요. 진짜예요.
연수     설마...
민철     (웃는 얼굴로 이불 위에 눕더니 연수에게 팔베개를 하고
         누우라는 뜻으로 자기 어깨를 툭툭 친다)
연수     (민철 팔을 베고 누우면)
민철     (얼굴에서 점점 웃음이 사라진다)
연수     (역시 점점 슬퍼지는 얼굴이다)
민철     ...................무슨 생각해요?
연수     세월이 지나면 실장님은 오늘을 어떻게 기억하실까..
         그 생각 했어요.
민철     (!)
연수     실장님한테 특별한 날로 기억되면 안 되는데...
         그냥.. 그런 날이 있었지.. 많이 불안해 했었지..
         이정도로만 기억하셔야 될텐데.....
         자꾸 가슴 아프게 떠올리게 되는 그런 날이 될까봐 걱정 돼요.
민철     (연수의 말뜻을 알면서도) 왜 오늘을 가슴 아프게 떠올려요?
         오늘이 얼마나 기쁜 날인데...
         이제 연수씨하구 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되잖아요.
연수     그렇죠? 오늘은 기쁜 날이죠?
민철     그럼요.
연수     .............. 저요. 지금 제 마음을 그대로 그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실장님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실장님이 저한테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그대로 그려놓고 가고 싶어요.
민철     .............. 내 마음속에 벌써 다 그려져있어요.
연수     아녜요. 아직 멀었어요. 다 그릴려면 아직 멀었어요. 
         (눈물이 글썽하다)
민철     그럼 돌아와서 또 그리면 되잖아요.
         내 마음은 다 연수씨 꺼니까 아무 때나 돌아와서 또 
         그리면 되잖아요.
연수     (끄덕끄덕)
민철     (눈물이 글썽해서 연수를 안아준다)




S#42. 병원 입원실 (낮)


연수.. 환자복 차림으로 침대에 앉아 있다.
편안한 얼굴이다. 세나와 나래... 들어온다.

연수     (미소를 짓는데)
세나,나래(눈물이 글썽해서 바라보기만 한다)
연수     (침대를 두드리며) 이리 와.
나래,세나(연수의 양쪽에 앉는다)
연수     (나래와 세나의 손을 잡는다)
나래     기분은 어때?
연수     좋아. 소풍 가는 기분이야.
나래     소풍 가면 보물 하나 찾아와야 되는 거 알지?
         이번엔 튼튼한 몸을 찾아와야 돼.
연수     알았어.............  나래야!
나래     응?
연수     너한테 이런 얘기해서 미안한데........
         혹시 내가 잘못 되면 말이야.
나래     (O.L) 연수야!
연수     그냥 들어줘.
나래     ...............
연수     혹시 내가 잘못 되면, 그 뒤에 정리해야 되는 여러 가지 일들..
         니가 좀 맡아줄래?
나래     (눈물 글썽하다)
연수     실장님한테 그런 일까지 하게 하고 싶지가 않아서 그래.
         너도 힘들겠지만, 넌 나한테 부모 같으니까 니가 나서서 해 줘. 
         응?
나래     ................ 알았어.
연수     고마워.
세나     (속상해서) 실장님 걱정 그만하구 언니 걱정이나 해.
         산 사람은 어째도 산다는 말 몰라?
연수     세나야!
세나     왜? 또 무슨 소리 할려구?
연수     너한테 주고 싶은 게 있는데...
세나     (?)
연수     (주머니에서 목걸이를 꺼내서 세나 손에 쥐어준다)
세나     (!)
연수     전에는 니가 외로울까봐 이 목걸이를 줬지만 이젠
         내가 외로울까봐 주는 거야.
         나...혼자 먼 길을 가야 될지도 모르니까....
세나     .................
연수     그때처럼 너하고 뭔가를 나눠 갖고 있다고 생각하면,
         나 덜 외로울 거야. 그러니까, 이젠 나를 위해서 가지고 있어 줘.
         그리구.... 우리가 처음 이 반지를 나눠 가질 때의 마음....
         잊지 말구.... 그래 줄 거지?
세나     (눈물 글썽해서 고개를 끄덕인다)
연수     옛날처럼 언니가 걸어줄께. (목걸이를 세나의 목에 걸어준다)
연수, 세나 (오래전 그날처럼 함께 눈물을 흘린다)
나래     (그 모습에 마음이 짠하고)




S#43. 병원 대기실 (낮)


성춘....... 걱정스런 얼굴로 앉아 있는데,
선재.. 걸어와서 성춘의 옆에 앉는다.

성춘     (일어나려고 하는데)
선재     그냥 앉아 계셔도 돼요.
성춘     (!)
선재     연수씨 걱정 돼서 오셨어요?
성춘     ................ 그래.
선재     연수씨... 우리 엄마처럼 참 좋은 사람이예요.
         진심으로 다정하게 대해주세요.
성춘     .................. 지난 번엔 미안했다.
         정신 나간 늙은이가 헛소리한 거라고 생각해라.
선재     ................ 저... 이젠 아무도 미워하지 않기로 했어요.
         미움을 버려야 저도 행복해질 수 있으니까요.
성춘     선재야!
선재     제 아버지한테 잘못하신 거, 엄마한테 잘못하신 거...
         그것까지 제가 용서해드릴 순 없어요.
         그건 제가 할 수 있는 몫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저한테 하신 잘못은 잊어드릴께요.
         저 자신을 위해서 이제 그만 잊어드릴께요.
성춘     (눈물이 글썽하다)
선재     연수씨 퇴원하면 집에 한 번 가고 싶은데, 그래도 되겠어요?
성춘     그럼... 언제든지.....
선재     이젠 자식의 친구쯤으로 절 대해주세요.
         형하구 연수씨 행복하게 사는 거...
         옆에서 지켜보고 싶어서 그래요.
성춘     (고개 끄덕이면)
선재     (손에 들고 있던 커피를 음료수를 따서 성춘에게 준다) 
         드세요.
성춘     (눈물을 참으며 음료수를 마신다)
선재     (착잡한 마음으로 먼 곳을 바라본다)




S#44. 병원 복도 (낮)


연수.. 트레일러 위에 누워 있고, 민철을 비롯한 사람들...
주위에 둘러 서 있다. 성춘... 멀리서 지켜보고 있고....

나래     보물 찾아와야 된다!
세나     아무리 힘들어도 기운 잃지 마.
민지     언니!
선재     아무 걱정 말아요. 다 잘 될 거예요.

트레일러 움직이면, 사람들 따라가려고 하는데...

선재     (사람들을 막으며 연수에게) 여기서부턴 형하구 가요.
연수     (고개 끄덕이고)
민철     (연수의 손을 잡고 따라간다)
사람들   (눈물 글썽한 채 멀어지는 연수를 바라본다)




S#45. 무균실 입구 (낮)


민철.. 연수의 손을 꼭 잡고 트레일러를 따라온다.
입구에서 트레일러 선다.

연수     (눈물 가득한 눈으로 민철을 본다)
민철     (손을 꼭 쥐어주며) 나 여기서 기다릴께요.
연수     ........... 네.
민철     아무 데도 안 갈 거예요.
연수     .............네.
민철     내가 여기 있다는 거 잊지 말아요.
연수     .............네.
민철     (눈물 글썽해서) 사랑해요.
연수     ............. 저두 사랑해요.

트레일러 움직이면, 민철의 손.. 연수의 손을 놓치고 만다.
트레일러.. 문 안으로 들어가고, 천천히 문이 닫히면,
그동안의 중요 장면들이 회상으로 펼쳐진다.




S#46. 콘서트장 (낮)


세나의 콘서트가 열리고 있는 콘서트장이다.
관객들의 환호 속에 세나... 열창을 하고 있다.
선재와 민철.. 나란히 서서 세나의 무대를 지켜보고 있다.




S#47. 콘서트장 대기실 (낮)


관객들의 앵콜 소리를 뒤로 한 채 세나.. 들어오면,
나래와 규석... 달려가서 맞는다.

나래     (흥분한) 죽였다! 완전히 죽여줘버렸어!
세나     (흐뭇하고)
기자들   (세나 곁으로 모여든다)
기자1    이번에 세나씨가 빅토리로 이적한 것과 이선재씨가
         뮤즈 경영에서 손을 뗀 일이 관련이 있는 겁니까?
나래     이적이란 표현을 틀리죠. 저희는 패밀리의 품으로 돌아간 거예요.
기자1    패밀리요?
나래     (규석의 팔짱을 끼며) 저희는 부부, 빅토리 사장님하구 세나는
         형부 처제 사이라구요.
         한 식구끼리 같이 일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

(E) 앙콜 소리 커지면..

나래     (세나를 다시 무대 쪽으로 밀며) 빨리 나가봐. 애들 기절하겠다.
세나     (다시 무대로 나가고)




S#48. 콘서트장 (낮)


앵콜 소리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세나.. 다시 등장한다. 
환호하는 관객들.

세나     (마이크를 잡고) 감사합니다.
         오늘 콘서트는 저한테는 아주 뜻깊은 무대입니다.
         저에게 돌아온 여러분의 사랑을 눈으로,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날이니까요. 
         그래서, 오늘은 여러분께 너무나 특별한 한 분을 소개
         시켜드리려고 해요.
         지금의 저를 있게 한 분, 제로의 첫 무대입니다.
선재     (무대로 올라가면)
세나     (선재를 포옹하고 마이크를 준다)

선재... 관객들 앞에서 <약속>을 부르기 시작한다.

민철     (그런 선재의 모습을 감회 서린 눈으로 바라보다가
         돌아서서 걸어가기 시작한다)




S#49. 콘서트장 밖 (낮)


* 카메라의 시선이 연수의 시선이다.

콘서트장에서 나오는 민철을 바라본다.
민철... 누구를 찾는지 주변을 왔다갔다하다가 카메라
쪽을 보고 환하게 웃으며 다가온다.




S#50. 거리 (낮)


민철... 즐거운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며 걸어가고 있다.
카메라.. 걸어가는 연수의 시선으로 그런 민철의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는데, 문득 민철의 시선이 다른 곳을 향하더니 멈춰선다.
카메라... 역시 멈춰서서 민철의 시선을 따라가면 쇼윈도에 비친,
손을 잡고 나란히 서 있는 연수와 민철의 모습이 보인다.

민철     (쇼윈도 안에서 연수를 바라보고 씩 웃으면)
연수     (민철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는다)

서로를 바라보며 행복하게 웃는 두 사람의 얼굴에서 E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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