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宮>
제4회
-렌트 하우스
율 이것저것 사들고 들어오는데 전화벨 울리고.
그때 자동 응답기가 돌아가고 화영의 목소리.
(소리) -어, 아직 안들어 왔구나..
율 -여보세요? 엄마 저에요.
네..먹을것 좀 사오느라고..네, 지낼만 해요.
네? 티비 중계?
화영 -어..여기서 위성중계로 가례행사 하는거 거의 다 보여주더라..
(웃으며) 친영례며 가례며 보고 있으려니까 기분 참 묘해지던데..
엄마 기분 이해 할 수 있겠니?
율 -(그 말에 액자 속의 아빠 엄마 사진 보고)
화영 -야, 티비에서 혹시 너 볼 수 있을까 하고 눈 빠지게 봤다는거 아니니.
율 -완전 윌리를 찾아라 했네.
화영 -(웃고) 아버지 사당 다녀왔니? 엉망 됬을텐데..엄마 여기 일 다 끝나서
내일 서울로 출발해.
율 -그래요? 잠깜만. 어, 몇시? 어..(적을 종이 찾아 받아 적고)
화영 -조금만 기다려 율아. 그동안 우리 빼놓고 잘지낸 사람들한테, 우리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거 보여주자고. 우리 그렇게 비참하게 만들고 자기들은 호사 누리면서
잘살았을텐데.. 이제 반대로 자기들 눈에서 피눈물 흘릴때가 되었다는 걸 보여주자.
율 -...
화영 -걱정하지마 율아. 엄마가 알아서 할게. I miss you.
율 -I miss you too.
-궁의 모습들
채경(na) -황태자의 생활 공간인 동궁전은 두 곳으로 나누어져 있다고 한다.
원래는 서연당이라는 전통 한옥 건물 한곳이 있었다가 그 옆에 서양식
석조 건물을 하나 더 지어서 두 곳이 된 것이다.
지금은 서연당이 황태자의 교육 전용 공간으로 쓰이고 신식 양관은 주로 황태자가
먹고 자고 생활하는 곳이 되었다. 동궁 양관은 큰 온실처럼 생긴 파빌리온을
사이에 두고 황태자 전용 공간과 황태자비 전용 공간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동뢰가 끝나자 나는 앞으로 내가 사용하게 될 태자비 전용 공간으로 안내 되었다.
들어오자마자 좋아라 하는 채경, 이리저리 분주하고.
-태국, 호텔 로비
테이블엔 효린의 트로피와 꽃이 올려져 있고.
효린의 교수와 로얄 발레 스쿨 백인 남녀 선생 2명과 함께 앉아 영어로 대화중.
모두가 상기된 분위기인데 효린은 의외로 지친 듯 담담하다.
교수 -민효린양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발레를 시작했어요.
또래 아이들보다 늦었지만 속도는 눈 부셨죠.
그 안에서 결국 최고가 되었구요.
남녀선생 -(감탄하고)
교수 -효린양 어머니가 발레를 끔믹이 반대하셔서..
그걸 설득하느라고 제가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몰라요.
남녀선생 -(웃고)
교수 -효린양은 한국의 꿈나무이고 저의 꿈나무 입니다.
남선생 -로얄발레스쿨의 꿈나무가 될 것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교수 -(너무 좋아하고)
효린 -(웃고)
여선생 -(서류 내밀며) 여기, 입학 서류 입니다.
남선생 -학교 역사상 전례가 없는 파격적인 대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효린 -(서류 받아 보고)
남선생 -민효린양, 저희들의 제안을 받아 들이는 거죠?
효린 -제 꿈에 날개를 달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좋아 박수 치고.
그때 티비로 뉴스가 나오고.
남선생 -(뒤돌으며) 뉴스 시간이군요. 콩쿨 소식이 보도될 거라고 하던데요.
효린 슬쩍 티비 바라보면 화면으로 보여지는 신과 채경의 친영례 장면.
티비 화면 속 신을 가만히 바라보는 효린. 이내 얼굴이 굳는 효린.
남선생 -세기의 결혼식이군요. 대단합니다. 아름답습니다.
교수 -Oh my got! 그러고 보니 효린양이 황태자와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어요.
한국 최고의 수재들이 다니는 명문 예술 고등학교이지요.
남선생 -Oh really?
여선생 -It's wonderful.
티비속 신의 모습을 보고는 가슴이 먹먹해지는 효린.
이내 자리에서 일어서고.
-태국, 호텔 효린의 방
혼자 방에서 티비를 켜놓고 침대에 앉아 있는 효린. 손에는 낡은 토슈즈 쥐어져 있고.
시선 화면에 머물면 채경과 신의 가례행진 모습.
그 모습 보며 파문이 있는 효린의 눈동자.
그때 전화벨 울리고.
-태국, 호텔 로비
교수 -효린아, 너..(조용히 속삭이며) 빨리 안내려오고 거기서 뭐하고 있는거야?
아 진짜 애가 정신이 있어 없어..너 지금 이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고 그러니? 어?
빨리 내려와!!
잠시후.
교수와 효린 테이블로 다가와 앉고.
기다리고 있던 로얄 발레 스쿨 남녀 선생 반가운 얼굴로 효린을 맞으며.
남선생 -효린양, 여기 서명해 주시죠.
효린 -(가만히 서류 바라만 보고)
여선생 -왜요?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교수 -(다그치듯) 네 꿈이였잖아. 너 전학년 수업료 면제야..어? 내가 다시 읽어줘?
효린 -(서류 내밀며) 죄송합니다. 모든것이 만족스러지만 저는 로얄 발레 스쿨에 가지 않겠습니다.
-궁, 황태후전
황태후 -이후.. 황태자비 교육 내용은 사서삼경을 익히기전 효경으로 시작하되,
빈궁이 한문 교육에 익숙지 않을 것이니, 한글로 옮긴 언해본을 강론하는 것이 좋겠고..
최상궁 -예 마마. 분부 받잡겠사옵니다.
황태후 -황후, 태자 교육의 기본이 무엇이었습니까?
황후 -예 마마..바른 말, 바른 행동, 그리고 바른 감정과 같은 기본 품성을 기르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옵니다.
황태후 -그래요..그러한 것들이 문자 교육에 앞서는 것입니다.
황후 -그러하옵니다 마마.
황태후 -황후께서는 명문 가정에서 어렸을때부터 기본 품성을 두루 익히시어 궁 생활에
별 어려움이 없으셨죠?
황후 -예? (잠시 당황) 예 마마..(사실 어려웠지만)
황태후 -새 황태자비는 황후와 달라 서투른 점이 많을 것입니다.
특히 황후께서는 이 점을 이해하시고 감안 하셔서 교육하셔야 할 것입니다.
황후 -예 마마..(못마땅)
황태후 -효열 태자의 사고 후, 급작스럽게 황제께서 제위에 오르시게 되었을때..
그때 보여주신 황후의 적극적인 헌신 없이는 그토록 어지럽던 황실이 그리 쉽게
안정을 찾을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내 그간 내색은 하지 않고 있었느나 황후의 공을
높이 사고 있어요.
황후 -(감격) 송구하옵니다 마마.
-렌트 하우스
거실에선 가례에 대한 뉴스가 흘러 나오고, 다용도 실에서 율은 다림질을 하고 있다.
스팀 다리미로 채경의 체육복을 다리며 미소짓는 율.
-궁, 황태자비전
자고 있는 채경을 나인들이 들어와 깨운다.
(소리) 마마..일어 나셔요. 그만 일어 나시어요 마마..아침이옵니다.
부스스 일어나는 채경.
귀여운 파자마 차림.
천나인 -마마, 저희가 갖다 드린 잠옷은 왜 안입으시고..
한쪽에 가지런히 올려져 있는 이쁜 잠옷.
채경 -저렇게 이쁜걸 입고 어떻게 잠자요..이거 우리 엄마가 사준거에요..
천나인 -조안례 준비 할려면 서두르셔야 합니다.
채경 -헉 지금 몇시에요 언니? 몇시에요? 늦었다!
언니, 세수할려면 어디로 가야되죠?
방나인 -제가 알려드리겠습니다 이리 오세요.
그때 채경 침대 밑에 있는 여행용 가방 올려서 이리저리 무언가 찾고.
천나인 -뭘 찾으세요 마마?
채경 -(천진하게) 집안에선 체육복이 제일 편하거든요..어디갔지?
-궁, 파빌리온
잠옷 차림으로 큰 인형들고 두리번.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이곳 저곳 살피고.
아이처럼 신나서 예쁘게 꾸며진 방을 둘러보고.
화려한 욕실도 둘러보고.
채경 -(욕조 보고) 우아..(이내 다가가 진짜 금인지 이로 확인) 금이야? 가짜잖아..
(리모콘 발견, 티비 켜고) 졸라 좋다.
-궁, 황태후전
황태후 -이제 두 사람은 정식 부부가 되었어요.
여교에 이르길 부부의 도는 음과 양이 맺으며 신명에 통달하니,
진실로 하늘과 땅과의 큰 뜻이며, 인륜의 큰 마디라 하였습니다.
이렇기에 고례에 이르기를 남녀 사이를 귀히 여기라 하였으니..
태자 부부는 즐겁거나 슬프거나..살아서 언제 어디나 함께 하세요.
신 -(명심 하겠다는 듯, 머리 조아리지만)
채경 -(슬슬 졸립고)
황태후 -늙은이가 젊은이를 두고 너무 낡은 이야기를 했나..
신 -(미소)
황제 -오늘부터 태자의 익위사는 14인에서 3인으로 전면 감축 될 것이고,
학교안에서 상주 하는 것이 아니라 교문 밖에서 대기하게 될 거다.
신 -(머리 살짝 조아리고 미소)
황제 -그리고 태자비도 이제부터는 익위사의 호위를 받게 될 거야.
신 -(채경 쳐다보고)
황제 -때론 불편하고 거추장스럽기도 하겠지만 최소한의 호위는 반드시 필요 한거다.
앞으로는 보호 받는걸 즐겼으면 좋겠구나.
채경 -네 폐하. 보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황태후 -(웃음 삐져 나오고)
신 -약속은 지켜 주실거죠?
황태후 -?
황제 -약속이라니?
신 -동궁을 창덕궁으로 옮겨 주시겠다는 거요.
황후 -(당황) 아..그..그건..창덕궁은 아직 수리가 끝나지 않아서..한 1년 반쯤 기다려야 할겁니다.
신 -결혼하기 전에 분명히, 애랑 결혼만 하면 바로 옮겨 주시겠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황후 -태자! 빈궁 듣는데서 그게 무슨..
신 -어차피 애도 알아요..제가 다 말해줬거든요.
황후 -그 얘긴 나중에 합시다. 어른들 계신 자리에서 이게 무슨 버릇없는 행동이요.
황태후 -(심기 불편)
신 -지금하건 나중에 하건 어차피 저랑 한 약속같은건 지키실 생각이 없으신 거겠죠.
황후 -뭐요?
신 -(채경에게) 가자. (일어서고)
채경 -(난감)
신 -뭐해 가자니깐 (손목 잡아 일으키고)
채경 -야아~
신 -저희 그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궁, 파빌리온
채경 -말도 안돼. 그럼 그게 다 연기란 말이야?
신 -황태자가 정궁을 떠난다는게 쉽게 결정될 사항이 아니라는거 쯤은 알고 있었지.
그러니까 약간 극단적인 방법이 필요했던거야.
(쑥스럽다는 웃음) 뭐 이를테면 유치하지만 사춘기 소년의 반항같은..
(알프레도 들어올려 앙 깨물려고) 알겠냐?
채경 -뜨악, (소리-독한놈)
-궁, 황태후전
황태후 -아니, 인륜지대사를 두고 그런 말들이 오고 갔다는 겝니까?
황후 -송구하옵니다 마마. 어렸을서부터 단정하여 어르신 말씀을 하늘처럼 여기던 태자였사오나,
언제부터인가 거친 모습을 보이는 것이..태자를 왕립 고등학교에 보냈어야 했습니다.
폐하께오서 저의 의견을 조금만이라도..
황제 -답답하군요. 문제의 본질은 그게 아닙니다.
그걸 모르시겠습니까? 태자는 지금껏 황후의 뜻대로 사육되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어렸을때는 말 잘듣던 아이가 왜 이제는 제 멋대로 입니까?
반항하는게 고작 세상의 전부인줄 아는 졸장부로 만들어 버렸어요.
황후 -(놀라 쳐다보고)
황태후 -(심난)
-궁, 파빌리온
공내관 -빈궁마마를 수행할 황태자비 익위사들 이옵니다.
검은 정장의 늘씬한 여자 익위사 3명 들장.
채경 -우아..
익위사들 -열심히 하겠습니다 마마.
공내관 -세사람 모두 무술 유단자들 이옵니다 마마.
채경 -(그 말에 표정 바뀌고 정중히 인사)
신 -에휴..(알프레도 보며 한숨)
채경 -근데요..그 동안 몇 번 뵜었는데..아저씬 누구세요?
공내관 -(뜨끔, 이내 고개 숙이며) 아 예 마마..늦은 문호 올리옵니다.
소인, 내관부의 총책임자로 전하를 그림자처럼 보필하는 공내관이라 하옵니다.
채경 -내관..내관? 내시? (얼굴 붉어지며 쑥스러운 웃음)
신 -야, 너 지금 무슨 상상 하는거야?
공내관 -환관과 내시를 혼동하시나 보온데. 마마께서 알고 계신 궁중에서 거세된 남자는
환간이라 하옵고..소인같은 내관은 전하와 폐하를 수발하며 궐내의 사무를 총 담당하는
현대적 의미의 전문직이옵니다.
신 -(알프레도 보며) 고려 시대 내시는 최고 엘리트 관리였어. 황실의 내관은 고려 시대 내시와
비슷한 개념이야.
채경 -아..그렇구나. 오해해서 죄송해요 아저씨.
공내관 -아..아저씨라뇨. 공내관이라고 부르십시오 빈궁마마.
채경 -(쑥스러워 하며) 아..빈궁..
신 -왜 무슨 문제 있어?
채경 -아니..마마라는 호칭이 아무래도 어색해서..
-궁, 황태자비전
방으로 들어와 여기저기 둘러보다 침대에 털쩍 앉아 드러누워 大 자로 뻗으며.
채경 -나는 빈궁마마다. 이리오너라 나의 시중을 들거라..으히..
최상궁 -예 빈궁마마.
채경 -(놀라 벌떡 일어남)
최상궁 -정식으로 문호 여쭈옵니다. 교육 담당 최상궁 이옵니다.
채경 -네? 언니가 또 내 교육을? (너무 싫은 표정)
최상궁 -내수사에서 올릴 서류를 보고하기 위해서 지금 내관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채경 -내수사요?
최상궁 -내수사는 황실의 사유 재산을 관리하는 관청을 말합니다 마마.
피곤하시면 오후 일정으로 연기하셔도 됩니다..그렇게 할까요 마마?
채경 -네? 그렇게까지 할 거 까지야..
-궁, 파빌리온
관리 -(장부 내보이며) 황실에서 빈궁마마 앞으로 소유 이전되는 재산들을 정리한 장부이옵니다.
예금과 주식 보험을 비롯, 토지와 부동산 등이 상세히 정리되어 있습니다.
채경 -(살짝 떨들어 보고)
관리 - 의문가시는 점이나 부족한 점이 있으시면 말씀을 하십시오.
살피실 것이 많으실 테니, 전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채경 -좌우당간 안녕히 가세요 꾸벅.
관리 나가는거 보고 무심한 척 하던 채경 눈 번뜩이며 장부를 감싸안고 한쪽으로 가서 넘겨보는데.
채경 -일 십 백 천 만 십만 백만 천만...억? 억? 난 부자다! 소녀 갑부 신채경 만세!!(손들고)
-학교가는 리무진 안
채경, 수첩에 무언가 적고 있다.
옷, 신발, 향수...디카! 핸펀!(800만 화소 원츄)
한편, 신은 창을 내리고 밖을 쳐다보고.
옆에서 채경은 좋아라 하고.
신 -어디 아퍼?
채경 -어? (수첩 숨기며) 뭐가?
신 -실성한 사람처럼 웃고 있잖아 지금.
채경 -아니야 나 안미쳤어. 내가 왜 미쳤어. 지금 재산이 얼만데.
-학교, 교문
리무진 도착하면 신과 채경이 내리는데.
주위에 학생들 몰려 핸드폰으로 사진찍기 바쁘고.
이에 브이자를 그리며 좋아하는 채경.
신, 앞서가다 뒤 돌아보면 채경 카메라 앞에서 브이.
-학교, 복도
채경 계단 올라와 교실 들어가려는데.
율 -저기..
채경 -(가다 뒤돌아 보면 율이 체육복 들고 있고) 어, 내 체육복이다.
근데 누구세요?
율 -기억 안나요?
채경 -(생각하다) 아, 전학..생? 맞다. 그때 그 전학생.
(체육복 받으며) 학주한테 압수 당한 줄 알고 포기 했었는데..그런데 우리반으로 전학?
율 -(끄덕이고)
채경 -우아..우주정복. (이티처럼 손가락 내밀고)
율 -(당황, 쑥스럽게 손 내밀려는데)
채경 -(획 가버리고)
그런 율 바라보며 히숭, 순영 하트 날리고.
그에 머쓱해진 율 가버리고.
-채경이네 교실
채경 -애들아 안녕~ 방가방가. (손 흔들면 다들 무시)
강현아~ (무시)
애들아 애들아! 나 보디가드 생겼다. (다들 무시)
이때 율이 들어와 자리에 앉고.
채경 -알았어 알았어. 조금만 기다려. 나 지금 변신한다.
자 1단계 변신. (토시 팔에 끼고) 짜잔~ 성공. 성공 성공! (그래도 무반응)
알았어 알았어. 준비 2단계. (체육복 입고) 들어간다 들어간다 바지 들어간다. 이야~
2단계 변신 성공 성공. 완추! (그래도 무시) 치, 니들 웬 테러셔. 사람 뻘쭘하게 시리.
(순영의 빵 뺏으며) 다 먹어버리겠다 아응. (히숭에게 먹으라고)
히숭 -(자기 빵 물며) 즐 쳐 드셈.
채경 -(뻘쭘해져 율에게 내밀고 그래도 무시, 강현에게 주려다 자기가 먹고)
-학교, 운동장
여학생들의 환호 속에 인, 경, 환, 영화과 남학생들과 농구하는 신.
평소보다 과력하게 몸싸움을 벌이는 신. 드리블을 하며 달려가는데.
상대편과 부딪혀 같이 바닥에 뒹굴고, 이에 놀라는 익위사들.
익위사들 달려가려다 주춤하고.
벤치에 앉아 상처난 손을 잡고 있는 신.
인 -괜찮냐?
신 -어. (바라보고)
인 -껌 떼서 시원하겠다. 결혼 할 한데. 첫날밤 어땠냐?
경 -뭐야? 무슨 일 있었던 거야?
신 -너희들이 생각하는 일 1%도 없었다. (그러다 문득 첫날 밤 채경이 손을 물었던 사건 생각나고)
생각해보니까 한 7% 정도는 있었을거 같은데..
다들 -오~~
경 -얘기 좀 하지..
신 -애들은 좀 가지.
-학교, 계단
인, 경, 환과 함께 계단을 내려가고 있는 신.
그러다 효린 발견한 경.
경 -어 효린아~
신과 효린 서로 쳐다보고.
인 -가자.
경 -응? 왜 어딜?
인 -(경 끌고 가고)
경 -어딜 가는데 그래?
환 -(그런 모습들 핸드폰 카메라로 담고)
어색한 분위기의 신과 효린.
-학교, 비상계단
율과 채경의 대화.
채경 -뭐 솔직히 나라도 티껍겠다. 완전 즐 삐리리지 뭐.
무지하게 평범한 애가 갑자기 황태자비라니. 당최 말이 안되잖아.
무슨, 신데렐라 스토리도 아니고. 좌우당간 엄청 재수없는 일이지.
율 -(웃고)
채경 -앞으로 잘해야지 뭐. 난 척도 안하고 평소대로.
좌우당간 고마워.
율 -고맙긴. 해 준거 아무것도 없는데.
채경 -아무것도 없긴. 내 수다를 다 들어줬는데 엄청나지.
율 -엄청나긴 하다..
채경 -헤헤..미안. 다행이다 너같이 좋은 친구가 생겨서 좌우당간.
율 -나도 그래 좌우당간.
채경 -오~
-학교, 일각
효린 -민효린 바보였다. 죽어라고 연습만 하는 발레 바보.
신 -(그저 아래만 쳐다봄)
효린 -콩쿨때 보니깐 다들 연습 바보더라. 감정이 하나두 없는 거 있지?
난...인생의 기쁨, 슬픔, 분노, 비밀..이런거 다 담기 춤 출거야.
그래서 나 이제 맘껏 놀거야. 너 후회 할거야.
나 못기다려 준거 두고두고 후회 할거라구..평생.
신 -(담담한척)
효린 -게임 오버다. 그래도 효린이랑 놀아 줄거지?
신 -...
효린 -걱정마..누가 너 흔든대? 넌 날 그렇게 몰라? 너 너무 안놀아서 바보야 완전 바보.
-학교, 복도
저 쪽에서 채경과 율이 같이 걸어오고 이를 보고 있던 여학생 둘이 급히 뛰어가고.
채경의 어꺠가 축 쳐져 있다.
율 -어깨 펴고.
잘 될 거야.
채경 -고마워 우리반으로 전학 와 줘서.
(각오 띤 얼굴로 손등 내밀며) 자, 하나 둘 셋, 화이링. (엄청 시끄럽던 앞부분과 달리
힘없이 마무리)
-학교, 채경이네 반
어깨 펴고 당당히 교시로 들어오는 채경을 슬슬 피하는 학생들.
점차로 어깨로 움츠러드는 채경. 찌그러지듯 자리에 앉는다.
순영 -(눈 못 마주치고) 애들이 너한테 할 말 있대.
채경 -뭐?
히숭 -교탁 앞으로 나가야 되거든?
채경 -(강현과 율 쳐다보면 피하고) 그래? 그래..
(앞으로 걸어나가서) 대략 고맙다 너희들..왕따 시키는거 치고 이정도면 준수지.
책상이랑 의잔 안치웠으니 어찌나 고마운지..
그때 갑자기 펑! 하는 소리. 놀란 채경.
축포와 스프레이 눈 뿌려지고, '경 축 결혼' 플랭카드.
히숭, 순영 케잌 가지고 나오고.
순영 -축하해 신데렐라.
히숭 -감축드리옵니다 황태자비 마마. 어떤게 꽃이게?
강현 -너무 좋아하지마 너 이제 유부녀야. 인생 끝났어! 알어?
담임 -뭐야, 벌써 다 끝난거야? 결혼 축하한다 덜렁아.
야 근데 이 선생보다 먼저 결혼해도 되는거냐?
다들 -(웃고)
채경 -(웃다) 그럼 쌤두 한패?
담임 -안그럼? 안그럼 애들한테 나 따 당해. 내가 이 나이에 우주전쟁 치르리?
야 뭐하냐 초 다 녹겠다. 빨리 불어라 어?
다같이 -하나 둘 셋! (초 불면 채경이 얼굴 케잌에 묻어 버리고)
채경 -(얼굴에 크림 범벅) 재밌으심? 나 놀려 먹으니까 재밌으심? 쌤두.. 니들두..다 죽었스!!
이내, 얼굴 크림을 손에 뭍혀서 담임과 아이들을 맹공격하는 채경.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고 순식간에 교실은 아수라장, 놀이터가 된다.
신나서 뛰어 다니는 아이들을 보며 자리에 앉아 웃고 있는 율.
-학교, 하교길
율, 채경 그리고 친구들 왁자지껄 밖으로 나오고.
그리고 리무진 앞에서 멈춰서 율과 채경 대화.
채경 -너까지 시치미뗄 줄 몰랐다.
내가 얼마나 벙쪘는지 아냐?
율 -어떻하냐 그럼..제발 동참해 달라..너의 그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달라..
애들이 그렇게 졸라대는데..
채경 -(웃고)
신 -(차 안에서) 뭐하는 거야? 늦었는데 빨리 안타고?
채경 -갈게.
(신에게) 언제 왔어? 빨리 왔네.
율 -(신에게) 지금 가냐?
채경 -(차 타기전 율에게 마구 손 흔들고)
율 -(떠나는 리무진 쓸쓸히 보다) 거긴 내 자리야..알겠어? 거긴 내 자리란 말야.
멀리 학교 건물 난간에서 떠나는 신을 바라보는 효린의 모습.
뒤돌아 건물로 들어가는데 그 옆에선 인, 경, 환 있고.
인 -(핸폰 내밀며) 자, 선물.
효린 -됐어.
경 -받어. 애네집에 굴러다니는게 핸드폰이잖아. (같은 핸폰 보이며) 우리도 받았어.
다음달 출시 될 신제품인데, 기능 장난 아니야.
인 -(핸폰 효린의 손에 쥐어주며) 어디로 갈까? 이제부터 놀거라며..
효린 -나 오늘 교수님 사은회 있어. 내일 보자.
-거리, 리무진 안
채경의 동네 거리를 지나가고.
채경 -(창가 보며) 아..미치겠다. 저 골목으로 올라가면 우리집인데..
자전거 타고 학교 다녔었는데..
신 -(무관심)
채경 -자전거 타구 학교 다녔었는데.
내 자전거는 잘 있나? 비 맞아서 녹슬지는 않았을까? 자전거 타고싶다.
신 -(계속 음악 듣고)
채경 -(신의 귀에서 이어폰 빼서) 신군!
신 -(채경 노려보며) 뭐하는 짓이야?
채경 -(순간 쫄아서) 아 아니..저기 우리집 근천데..잠깐 들렸다 가면 안될까?
신, 리모콘 작동하면 화상 모니터에 뜨는 공내관의 스케줄 프로그램.
공내관 -하교 후에 서연당에서 전하께서는 21세기의 입헌군주제 교육이..빈궁마마께서는
효경 교육이 있으십니다.
들었지? 하는 얼굴로 이내 모니터 아웃 시키고.
-채경이네 집, 안방
청소를 하다가 고무장갑 빼고나서 사진보고.
아빠 -우리 공주님..잡은 잘 먹었는지 배탈은 안났는지 사고는 안났는지..궁에서 예의 범절 지킬려면
보통이 아닐텐데..
엄마 -(앉은뱅이 책상에 앉아 수첩 정리하며) 아이 아이구, 걱정 잡아 붙들어 매.
걔가 순발력이 얼마나 좋은데. 처음엔 버벅대도 금방 적응할거야.
난 믿어 걱정 안해.
아빠 -하(한숨)..그러면 좋지만은..아, 전화나 한번 해볼까?
엄마 -아 증말 이사람이. 괜히 서로 전화통 붙들구 징징 짜지 말구. 적응하게 내버려 둬.
아빠 -야 이여사. 넌 걱정도 안돼냐? 하여튼 성격도 팔짜야.
엄마 -그래 성격이 팔짜야. 그러니까 강하게 좀 살자구.
그때 울리는 엄마의 핸드폰 벨소리.
아빠 -전화.
엄마 -어 어.
소중한 가족으로 모시겠습니다. 보험 설계사 이순례 입니다.
-거리, 리무진 안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이어폰으로 음악 들으며 창 밖을 보고 있는 신.
옆에서 삐진 아이처럼 궁시렁 궁시렁 거리고 있는 채경.
채경 -지는 맨날 엄마, 아빠..할머니까지 보면서. 불공평 해 씨..못됬어 왕자병.
신 -(음악만 듣고)
채경 -(순간 호기심 발동, 속삭이듯) 왕자병!
신 -(듣지 못하고)
채경 -(조금 키운 목소리로) 왕자병~! 왕자병, 왕자병!!
신 -(더더욱 듣지 못하고)
채경 -(신나서) 왕자병~
신 -(무슨 소린가 채경 쪽을 쳐다보고) 뭐?
채경 -(놀라) 아니야~ (한쪽으로 고개 돌리고 속삭이듯) 왕자병.
신 -(이내 다시 창 밖으로 시선)
채경 -좌우당간 애 진짜 원조 왕자병이야. 어우~
-플라워 샵
율이 고른 라벤더 화분에 화려한 리본을 달고 포장을 하고 있는 주인.
효린 들어와 옆에 있는 율을 바라보고 공항에서는 일이 생각 나고.
서로 알아보고 웃는다.
율 -핸드폰은 고치셨어요?
효린 -아니요 그날 사망하셨어요. (주머니에서 새 핸드폰 들어 흔들고)
율 -(웃다가) 아..저..실례가 안된다면 제가 리본을 선택해도 될까요?
효린 보는 가운데, 리본 중에서 가장 자연스런 분위기의 리본을 고르는 율.
포장된 라벤더 화분을 꺼내 리본을 묶으면 이내, 심플하고 세련되 보이는 화분.
율의 솜씨를 보고 놀라는 효린.
주인 -다 됐습니다.
효린 -센스 있다. 근데 이왕이면 꽃다발로 하지 그랬어요? 꽃이 더 예쁘잖아요.
율 -뿌리 없는 식물은 좋아하지 않아요.
주인 -손님. 꽃다발 필요하시면 새로 하나 만들어 드릴까요?
효린 -아뇨. 저도 뿌리 있는 애로 주세요.
율 -(미소)
효린 -여자 친구가 좋아하겠어요?
-인천 공항, 입국장
문이 열리면서 쏟아지는 입국자들. 화분을 들고 기다리고 있는 율.
인파 속. 한 눈에 들어오는 미모의 여인.
반가운 얼굴의 율. 이내, 'Welcome Mom' 이라 써 있는 종이를 들어 화영을 향해 살짝 흔든다.
화영 -잘 있었어 왕자님?
율 -(화분 내밀고) 음~
화영 -(좋아하며 향기 맡고)
그때 갑자기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 놀라는 화영.
카메라 기자를 앞세운 채, 서 있는 최국장.
최국장 -귀국을 축하드립니다. 황태자비마마.
화영 -(주위 살피며) 바쁘실텐데 직접 나오셨네요 최기자님.
최국장 -그럼요. 특종 단독 입순데요. (웃으며 명함 내밀면)
화영 -국장 직함 다셨어요?
최국장 -그 미모로 세월 얘기 하실려구요? 반칙이십니다. 하하하하.
화영 -(미소)
최국장 -(율을 보고) 아, 니가 율이구나.
화영 -네. 의성군 마마세요.
최국장 -(감탄하며) 이수..아니지, 젊었을때 효열 황태자 그대로구만.
화영 -인사드려. 신문사에 계시는 최국장님이셔.
아버지 단짝 친구분이셨어.
율 -(인사하고)
최국장 -반가워요. 근사하군. 황태자가 따로 없구만.
-호텔 레스토랑
다정한 연인같은 모습으로 식사를 하는 율과 화영.
와인을 마시고.
화영 -서울이 많이 달라진거 같애. 그치않니?
많이 정돈된거 같구 예술적으로 바뀐 것 같애.
율 -예. 생각보다 근사한거 같아요.
화영 -너무 오래 떨어져 있었나? 얘, 우리 둘이 촌스러워 보이면 어떻하니?
-호텔, 일각
학생들과 교수들.
그 속에 있던 발레 교수에게 다가가는 효린.
학생들과 얘기하다 효린 발견하고.
효린 -(화초 바구니 내밀며) 교수님, 감사합니다.
교수 -(심드렁한 얼굴)
효린 -죄송해요 교수님.
교수 -죄송한 줄은 알어?
효린 -한 호흡 고르고 다시 뛸게요. (차분하게) 준비할 시간 주실거죠?
교수 -좋아..믿어 줄게. 믿어 줄테니까 빨리 돌아와라.
효린 -네 금방 돌아 올 게요.
-호텔 입구
교수를 기다리는 효린. 저만큼 나오는 화영과 율을 발견한다.
효린 -(화영의 손에 든 화분 보고) 여자친구분이 참 예쁘세요.
율 -(놀라고, 이내 미소) 아..여기서 약속 있었나봐요?
아, 엄마 이 친구는..(이름 몰라 잠시 주춤)
효린 -안녕하세요. 민효린이라고 합니다. 같은 학교 친구에요.
화영 -만나서 반가워요. 서화영이에요.
그 모습 멀리서 보며 걸어오는 발레 교수.
교수 -어머 언니?!
율, 화영 -(긴장해서)
교수 -어머 언니 나야 주영이. 무용과 80학번 남주영. 기억안나?
언니 뭐야~ 영국 가서 죽은 줄 알았잖아.
화영 -그래..주영아 어 그래 반갑다.
교수 -어머 언니는 어쩜 14년전이나 똑같다. 아냐 더 젊어졌는데? 무섭다..언니 혹시 마녀 아니야?
화영 -(웃고)
교수 -(율보고) 어머 아 아드님?
화영 -어.
율 -(인사)
교수 -어우 세상에! 이렇게 큰거야? 어머나 어머나 어머나..정말 똑같다. 그런 얘기 많이 듣죠?
화영 -응.
교수 -어우 진짜 왕자님 같다. 어머 나좀봐..진짜 왕자님한테..죄송합니다 제가 원래 좀 그래요..
화영 -주영아 만나서 반갑다. 내가 나중에 연락 할게. 그리고 나 귀국한거 아직 비밀이다.
그리고 율과 함께 차에 올라 타고.
효린 -저게 다 무슨 소리에요 교수님?
교수 -응? 어..저 언니, 나 대학 무용과 선배거든. 진짜 황태자비였다? 90년대 초던가..
아 왜 그때 갑자기 그 교통사고로 죽은 효열 황태자비 알지?
효린 -네..황실 다큐 전문 채널에서 본 거 같애요.
교수 -그래 맞어. 그래가지구 그 뒤에 언니랑 아들이랑 궁에서 나왔었잖아?
그리구 영국 갔었거든. 효열 황태자가 그렇게 갑자기 죽지만 않았더라두 저 언니 완전히
황후 자리 앉는 거였어. 그렇게 됬었다구. 그럼 당연히 아들은 뭐야? 황태자지.
아휴..안됐지 머..완전히 드라마야 스토리가.
-궁, 일각
박상궁과 걸어가며 대화하는 황후.
황후 -가례를 다 마치었는데 혜정궁은 아직 움직임이 없는가?
박상궁 -아직까지 구체적인 입국 날짜는 알리지 않았다 하는데 종친쪽 연락책에 의하면,
오늘쯤 비밀리에 입국 할 수도 있다 하옵니다..확실한 정황은 아직 포착되지 않았사옵니다.
앞으로 의성군 마마 주변부터 철저히 살피라 일러두었사옵니다.
-궁, 황제전
대야 속에 갖은 약재와 약물을 정성스레 넣어 황제의 족욕을 돕는 황후.
정성스레 황제의 발을 닦는다.
황제 -(미소) 몸이 이렇게 좋아졌는데 아직도 걱정 입니까?
황후 -아니옵니다. (대야를 치우고) 병환이 나날이 쾌차하시니, 큰 시름은 덜었사온데..
(망설이다) 그 아이 때문입니다.
황제 -그 아이라뇨?
황후 -의성군 말입니다. 생각을 할 때마다 늘 마음이 엉킵니다.
황제 -(생각에 잠기고)
황후 -14년 간 연락 한번 없다 하필, 폐하꼐서 이러하실 때 돌아온 것이며..
조만간..혜정궁도 들어온다 하니..이만 저만 걱정이 아닙니다.
황제 -(놀라 보고)
황후 -(그런 황제 보며) 이 모든게 저의 망상이고 노파심이겠지요?
세월이 아이들 키만큼 자랐으니..모든게 잊혀졌으면 좋겠습니다.
황제 -(고개 끄덕이며 근심스런 표정)
-안국동, 영모전(효열 황태자 사당)
마당이 있는 낡은 한옥집.
한켠에 마련된 작은 사당 - 영모궁.
종친들 제를 올리고.
화영 -늦게 와서 청승이라구 아버지가 흉보시겠다.
들어가보자. 종친 어르신들 기다리시겠다. 그 동안 외로운 아버지 사당 잘 돌봐 주셔서
감사합니다..인사드려야지.
당숙 어른 들어오고.
화영 -당숙 어르신. 오래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당숙 -아닙니다. 천천히 나오세요. (율에게) 서두르지 않아도 되니까 천천히 나오시게. 자 그럼.
율 -(손수건 꺼내 건내고)
화영 -그 동안 우리 고생 많았지? 이제부터 시작이야. 많이 욕심 내지 않을거야.
우리가 잃어버린 만큼을 더도 덜도 없이 우리가 잃어버린 만큼만..급하게 움직이지 않아.
조금씩 천천히..알지? (눈물 흘리고)
율 -(고개 끄덕이고)
-궁, 파빌리온
긴 식탁에 마주 보고 앉아 늦은 저녁을 먹고 있는 신과 채경.
천나인, 방나인 음식 올리는 가운데.
신과 채경 먹는 것을 낡은 수첩에 일일이 메모를 하는 공내관.
채경 -밥 먹을 때마다 맨날 이런 식으로 먹어야 돼?
신 -어마마마 명이셔. 음식 종류는 뭐였는지 식자재는 어떤 것을 사용하였는지 식사량은
어땠는지 일일이 보고하게 되어 있어.
채경 -아우..맙소사.
신 -(무표정) 하나 더 있어.
채경 -뭔데?
신 -아바마마와 함께 하는 영화 감상 시간~
채경 -영화 감상? 우아 그거 괜찮네.
신 -감상 스케줄 목록 보면 그렇지도 않을걸?
채경 -우아..졸라 심오한 영화들만 보는구나..난 그런 영화 딱 질색이던데.
공내관 -요즘 인기 있는 영화도 많이 있사옵니다. 심려 놓으소서 마마.
채경 -그래요? 다행이다. (신에게) 그럼 그건 언제부턴데?
신 -오늘부터.
채경 -잉? 망했다. 난 밥 먹고 좀 쉴라고 했는데.
신 -쉬다니..훈육 복습 먼저 하고 그리고 나서 영화 감상이야.
채경 -(고개 숙이며) 휴..
-궁, 서연당
전통 양식의 소박한 공부방. 천나인, 방나인 문 앞에 대기한 가운데.
피곤한 얼굴로 앉은뱅이 책상에 앉아 '효경 언해' 를 읽는 채경.
채경 -신체 발부는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니, 감히 훼상하지 않는 것이 효의 처음이고..
입신하여 도를 행해서 후세에 이름을 날려 부모를 드러내는 것이 효의 끝이다.
효는 어버이를 섬김이 시작이고, 임금을 섬김이 중간이고, 입신해서 도를 행하는 것이 끝이다.
(웃으며 머리에 펜 꽂고)
-궁, 펜싱 연습장
황태자 익위사 호위 아래 펜싱 연습을 하는 신.
연습을 끝내고 핸드폰으로 채경에게 전화거는.
-궁, 서연당
진동으로 울리는 채경의 핸드폰. 받을려고 하면.
최상궁 -마마! 교육 중애눈 손전화를 끄시라 그리 일렀사온데..
채경 -아니..신군..황태자마마 거든요?
최상궁 -(할 수 없다는 듯 고개 끄덕이면)
채경 -여보세요?
신 -어, 있다 아바마마하고 함께 할 영화 감상 말이야..어..나 운동 끝나고 여기서 바로 갈테니까
넌 니가 알아서 해. 괜히 나 기다리다 늦었다는 둥 쓸 때 없는 소리 하지말구..
채경 -아니, 지금 당장 말씀이옵니까? 예 소녀 준비 하겠사옵니다. 폐하를 기다리게 할 수는 없지요.
최상궁 -(놀라 채경 쳐다보면)
신(소리) -여보세요 여보세요?
머리의 펜을 뽑으며 은근 슬쩍 일어나 나가는데.
-궁, 황실 전용 극장
대형 스크린에 영화 스캔들.
황제, 영화에 몰두.
손가락을 물어 뜯는 신을 바라보는 채경, 신과 마주치고.
영화가 끝나고.
황제 -(마시던 찻잔 내려놓으며) 그래, 빈궁은 영화를 어떻게 봤을지 궁금하구나.
채경 -저요? (생각하다) 우리 한복이 참 아름다워요.
신 -(그 말에 채경 바라보고)
채경 -전에 한복하면 빨강 노랑 군청..이런 색만 있는 줄 알았는데요..궁에 들어와서 맨날 한복을
보니까 그게 아니더라구요. 흔히 우리 민족을 백의 민족이라 하잖아요..
저는 색의 민족 같아요.
황제 -색의 민족이라..재밌구나..그래서?
채경 -꽃 단풍 나무..하늘 반딧불..이렇게 영화속 자연 풍경처럼요..한복속에 우리 자연의 색이
그대로 들어 있는거 같아요.
신 -(제법인데)
황제 -자리 하나가 늘어나니 감상의 폭도 넓어지는구나.
채경 -(신에게 브이)
신 -('됐다' 하는 표정)
황제 -그래..앞으로도 이렇게 일주일에 한번 데이트 괜찮겠니?
채경 -네..분 분부..분부 받잡겠습..받잡겠습..
신 -(에휴)
황제 -(웃으며) 괜찮다 편하게 답하거라.
채경 -(신 보면)
신 -(귀찮다는 듯 시선 돌리고)
채경 -네 좋아요..전 아주 좋습니다.
-효린의 집
효린 -오늘은 민효린이 아니라 승마 클럽 총무로 전화하는 거야.
너나 나, 모임에 소홀해서 애들이 불만 많아.
황태자 없이 가는 거 의미 없다구 이럴거면 클럽 해체 하자는데?
-궁, 파빌리온
통화중인 신.
바라보는 채경.
신 -누가 그래? (채경 의식하고) 경이가 그래? 자식들..웃기는 소리 하지말라 그래.
그런 일 없을테니까.
-궁, 황태자비전
채경 방에 앉아 있으면 밖의 신 어디론가 나가고.
너만 전화하냐 나두 한다 이런식으로,
생각하다 옆에 있는 핸드폰 들어서 집으로 전화.
-채경이네 집, 거실
런닝셔츠를 입은 채준. 한 손에 덤벨 들고, 한 손으로 전화 받으며.
채준 -어, 그래 돼지 잘 있었냐? 어 흐흑 운동 중이였다.
뭐? 보고 싶다고? 우웩 닥쳐 토나와. 손 발이 오그라 드는 걸.
아빠 -(전화기 뺏으며) 야 이리 좀 줘 봐! 어, 채경아 어 그래 아빠.
채경아 그래, 잘 있었어?
엄마 -(수첩 정리하며) 이 시간에 무슨 전화야..일찍 일어나야지. 얼렁 자라 그래.
아빠 -어..뭐? 정말? 소녀 갑부? 니가 재벌이라구?
엄마 -(놀라서) 아, 무슨 소리야? 재벌이라니? 얘, 황실에서 뭐 받았대?
채준 -수꾸임! (전화대고) 야, 돼지야~ 오빠 디카 좀 사줘라!!
엄마 -(전화 뺏고) 야 신채경! 엄마 백만불 원탁회의 회원 됐거든? 뭐기는..연봉 일억원 이상
보험 설계사 모임이지.
그래, 엄마 연봉으루 빚 다 갚을 수 있으니까 너 앞으로 절대 집 걱정 하지마.
아빠 -(수화기 향해) 그래! 우리 공주님은 자기일만 잘하면 되..그러니까 어르신들 말씀 잘 듣고,
저 배탈나지 말고 잘 먹고..
채준 -(수화기 향해) 황태자랑 아니, 매형이랑 부부 싸움이나 하지 마라!! 뷁
엄마 -신채경! 너 그 돈 다 국민들 세금이다?! 괜히 맘 들뜨지마!
셋이서 수화기에다 대고 "어!! 그래!! 어~~"
-궁, 황태자비전
통화 끝낸 채경.
반쯤 넋이 빠진 얼굴로 멍하니 앉아 있다.
채경(소리) -왜이렇게 허전하지..엄마가 생활 설계사계에 신델렐라가 됐다는 말..
이제 빚쟁이한테 더이상 쫓기지 않게 됐다는 말을 들었는데도.. 하나도 기쁘지가 않아.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내가 말이야.
아..왜그러지..왜 이렇게 허전하고 쓸쓸하지..
-궁, 파빌리온
방에서 밖으로 나오는 채경.
알프레도를 들고 서 있는 신이를 발견하고.
채경(소리) -쟤는 또 왜저러고 있냐? 다 큰 남자애가 어린애처럼 곰 인형을 안고 있네.
무슨 가슴 아픈일이 있어서 저렇게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거냐?
좋아하는 여자애랑 결혼을 못해서? 그래서 그 상실감 때문에..뭐야..그럼 난 뭐냐구.
-정말 기분 그지같네.
제4회 - 끝
.궁 ↲
.영화 & 드라마 대본 ↲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