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일, 지정생존자 13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무거운 음악]
[기자들이 웅성거린다]
대통령 선거에 입후보
하실 생각인가요?
[기자들이 저마다 말한다] (기자1) 확인해 주십시오!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생각입니다
[신영이 키보드를 탁 두드린다]
(단) 역시 손에 쥔 권력은 내려놓기가 힘든 건가?
(신영) 글쎄요
자기 안에 있던 권력욕, 승부사 기질을
이제야 막 깨달아 가는지도 모르죠
국장이 그랬죠?
대통령이 되려면
스토리, 카리스마, 천운이 필요하다고
그래서?
(신영) 박 대행요
국회 의사당 테러로 내각 최말단 환경부 장관에서
대한민국 최고 권력이 됐어요
이번 암살 시도엔 거뜬히 일어나 청와대로 복귀했고요
박 대행도 갖출 건 다 갖췄다?
여전히 오영석 장관이 더 유력하다고 생각하세요?
맞혀 봐
아, 우신영
(단) 맞히면 심야 뉴스 5월 개편 때
그 자리 너 준다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한숨]
[노크 소리가 들린다]
[문이 달칵 열린다] (주무관) 박무진 권한 대행, 오셨습니다
[문이 탁 닫힌다]
고생 많았습니다
내 대신 국정 업무를 돌보느라
마땅히 제 자리에서 제 할 일을 다한 것뿐입니다
[의미심장한 음악]
(영석) 궁금하네요
30일 뒤에 이 자리에
누가 앉게 될지
(수호) 박 대행이 출마 선언한 이상
판이 한 번은 요동치겠는데요?
(보좌관) 지지율 더 오르겠죠?
국민들이 선거 판으로 불러냈으니까
(찬경) 사람들은 권력 의지가 있는 지도자를 원하지만
권력욕이 있어 보이는 정치인을 신뢰하지는 않아요
임기가 끝나기도 전에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박 대행을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할까요?
(의원) 그럼 우리 당 공식 입장은 그렇게 정리할까요?
박 대행의 권력욕을 강하게 비난하면서
우리는 품위 있게 가죠
(찬경) 그런 저급한 비난은
나 말고 해 줄 사람 많잖아요
[긴장되는 음악] 누구, 나?
내가 왜 초조해? 박 대행을 상대로
(비서) 여당으로 입당하면 가장 유력한 당내 경선 주자잖아요
염색, 그래서 하신 거죠?
비주얼에서 밀릴까 봐
[상구의 한숨]
장 비서
이 지구상에서 가장 변덕스러운 존재가 누군지 아나?
(비서) 시장님
은 아니시라고 생각했습니다
대한민국 유권자
(상구) 박무진은 더 이상 대통령 권한 대행이 아니야
일개 정치 신인일 뿐이지
아마추어일 때는 신선하다며 박수 쳤던 사람들도
이젠 신인이라 미숙하다며 손가락질하게 될 거라고
잔인하죠, 사람들
만인의 을로 살던 유권자들이 4년 만에 갑
그것도 슈퍼 갑이 되는 시간이야 대통령 선거
그 정도 행세도 못 하면 서운하지
근데 박 대행이
정말 우리 여당 후보
입당하겠대?
[무진의 불편한 신음] (영진) 입당은 언제쯤 하시겠습니까?
당내 경선 절차 생각하면 좀 빠르면 빠를수록...
당적이 꼭 필요한 겁니까?
[영진의 생각하는 신음]
무소속 후보 중에
대통령에 당선된 사례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선거는 조직력이니까
여당의 조직력은 이미 무너졌어요 국회 의사당 테러로
그래도 아직 확실한 지지자는 남아 있죠, 표를 던져 줄
[무진의 한숨]
정당, 정치 조직이 아직은 좀
부담스러우신 겁니까?
난 이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정치인입니다, 차 실장
그럼 왜?
[무거운 음악]
차기 정권 출범 이후 한동안은
(무진) 테러범들과의 싸움이 계속될 겁니다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한 수사와 정치적 선택이
매 순간 필요하게 될 겁니다
이 과정이
진영 논리나 정파 싸움으로 얼룩지는 건
국민과 정부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 될 테니까요
미안합니다
차영진 실장은
여당 이름으로 정권을 재창출하고 싶었을 텐데
[영진의 한숨]
선거 과정에서
엄청난 핸디캡으로 작용할 겁니다
(영진) 하지만
해 보죠, 뭐
대행님 생각이 옳으니까
[웃음]
[한숨]
[영진의 한숨]
(주승) 난 자네 생각과 달라
(영진) 왜 반대하시는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실장님
(주승) 박 대행에게 어울리는 자리는
60일 임기를 다 마치고 학교로 돌아가는 거야
박 대행의 소명은 거기까지야
(영진) 차기 대통령으로 박무진 권한 대행이 부족한 겁니까?
누구보다도 대행님을 아끼고 신뢰하고 있다고 생각을 했는데요
제가 틀렸습니까?
아, 실장님!
[한숨]
내가 못 믿는 건
박 대행이 아니야
이 나라 국민들이지
(주승) 자네
벌써 잊었나?
한평생
대한민국을 위해 헌신해 온 양 대통령님의 선의를
사람들이 얼마나 비웃고
끝내는
[주승의 힘겨운 숨소리]
[주승의 한숨]
잊었어?
그래?
이 나라는
좋은 대통령을 가질 자격이 없어
[영진이 숨을 들이켠다]
- 실장님 - (주승) 우리 국민들은
그 자리에서 제멋대로 권력을 휘두르는 오영석 장관을 선택했어
자네도 봤잖아, 지지율
박 대행은 끝내
국민들의 선택을 받지 못해
(주승) 그리고 자넨
결국
실패하겠지
나처럼
(영진) 선택한다면요?
국민들이 대행님을 선택을 한다면
[무거운 음악] [영진이 숨을 들이켠다]
그때는 제 뜻대로 해 주세요
무소속 정치 신인 박무진 옆에는
경륜 있는 실장님 같은 존재가 꼭 필요합니다
국민들이 지지하고 신뢰를 보낼 수 있는
[코를 훌쩍인다]
대행님 지지율이 오영석 장관 넘어서면
캠프에 합류해 주시겠습니까?
[문이 달칵 열린다]
[교도관이 수갑을 잘그랑 푼다]
[나경의 한숨]
[한모의 한숨]
[나경의 한숨]
[한숨]
고생...
많았죠, 선배?
[나경의 한숨]
[한모의 한숨]
청와대 경호처의 협조로 들어왔어요
편하게 말해도 돼요
[한숨]
명해준을 살해한 진범, 태익이
박 대행을 저격하고 도주하다
사살당했어요
[무거운 음악]
지금으로서는 선배가 유일한 사람이에요
태익, 테러범들과 접촉한
[한숨]
(나경) 재민이 때문이잖아요, 선배가
명해준 살해범이라고 자수한 이유
태익이나 테러범들에 대해
단서가 될 만한 건 뭐든 말해 주세요 내가 선배를 도울 수 있게
(한모) 자, 네 말대로
놈들이 우리 재민이를 이유로 날 협박했다고 치자
내가
입이라도 벙긋할 것 같아, 어? 우리 재민이...
[한모의 떨리는 숨소리]
죽을 수도 있어
(나경) 재민이는
내가 구해 와요
약속해요
그래야 선배도 명해준 살해범이라는 누명
벗을 수 있으니까
우리 재민이부터 내 눈앞에 데려와
내 얘기는
그다음 문제야
[나경이 훌쩍인다] [문이 탁 닫힌다]
[한숨]
[훌쩍인다]
[통화 연결음]
서지원, 재민이 소재 파악은?
아직이야?
[페트병을 바스락거린다]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멀어지는 발걸음]
먹어도 돼요?
[의미심장한 음악]
[남자가 냄비를 달그락거린다]
[남자가 가스 불을 달칵 켠다]
[남자의 한숨]
[입바람을 후 분다] [재민의 기침]
[재민의 기침]
[뚜껑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남자) 야, 너 뭐야, 왜 그래? 야!
야, 야, 너 왜 그래? 야!
[재민이 연신 콜록거린다]
[당황한 신음]
[탁자를 쾅 내려친다] 아이씨...
[기침] [남자의 가쁜 숨소리]
[한숨]
[차 문이 탁 닫힌다]
[무진의 힘겨운 숨소리]
[무진의 힘겨운 신음] (영진) 저, 오늘부터
대행님 경호는 보다 친근한 열린 경호로 진행될 겁니다
[무전기 신호음] (대한) 경호 위치 찾아가겠습니다
- (수교) 저, 대행님, 괜찮으십니까? - (무진) 응
(영진) 시민들과 스킨십 기회를 최대한 늘릴 수 있는 방향으로
그래서 출마 선언 이후의 첫 번째 공식 일정은
문화 행사로 택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좀 대행님 총상이 회복됐다는 것도 노출을 할 수가 있고
- (무진) 응 - (영진) 또 정치적인 행사는
(영진) 자칫 사전 선거 운동 논란이 있을 수가 있어서
악수를 하실 때는 상대방보다 조금 더 힘 있게
눈은
2초 동안 마주 보면서
팔을 흔들고 싶다 그러면 세 번 이상, 다섯 번 미만
어...
왼손으로 상대방 오른 손등을 덮는 응용 심화 편도 있지만
그건 차차 하기로 하시고 자, 간단합니다
악수를 하시는 횟수만큼 표를 적립한다고 생각을 하세요
[의미심장한 음악]
공식적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상
대행님은 이제 유권자의 한 표, 한 표가 소중한
대선 후보십니다
눈
2초 동안 마주 본다고 했습니까?
예
2초
[피식 웃는다]
[무진의 한숨]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무전기 신호음]
(수교) 노주영 감독님이시고 박무진 권한 대행님이십니다
수상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주영) 영화사에서 홍보를 묘하게 하네요
(관계자) 아, 네, 네
(주영) 뭐, 그럼 다 같이 흥행에 성공하도록 해 보죠
[경쾌한 음악]
[카메라 셔터음]
[카메라 셔터음]
(수교) 포스터 보이게
[카메라 셔터음]
어...
두 분 악수 부탁드립니다
- (무진) 네, 축하드립니다 - (주영) 고맙습니다
(기자2) 대행님, 출마 선언 이후로 첫 번째 공식 일정이신데
영화제 수상을 축하하러 오신 겁니까 정치적 메시지가 있는 겁니까?
(기자3) 저, 평소에 노주영 감독 영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셨습니까?
사진 다 찍었으면 그만하죠 여기 다 시간이 돈...
아니, 표인 사람들인데
[기자들의 웃음]
[기자들이 웅성거린다]
'모든 금기를 넘어선 자유'
노주영 감독님의 데뷔작부터
(무진) 일관된 주제 의식이
이번 영화에도 역시 인상적이었습니다
제가 잘 본 건가요, 감독님?
(기자3) 저, 노주영 감독님
노주영 감독님 생각은 어떠십니까 동의하시는 겁니까?
(주영) 글쎄요
제 영화가 그런가요?
(기자2) 아이, 그럼 데뷔 이후 20년 동안
일관되게 표현해 오신 모든 금기를 넘어선 자유는
노 감독님께 어떤 의미입니까?
사랑
(주영) 사랑할 수 있는 자유입니다
[기자들이 웅성거린다]
제가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기자들의 놀란 신음]
[기자들이 웅성거린다]
모든 금기를 넘어
자유롭게
[무거운 음악]
(남욱) 이거 정말 아무런 예고도 없었어요?
이렇게 일생일대의 이벤트를 하는데, 응?
출마 선언 이후의 첫 번째 공식 일정이야
이거 뭐, 기자들이 믿겠어?
(수교) 아휴, 대행님 표정을 보세요
이 얼굴이 연기면 남우 주연상이죠
[남욱의 한숨]
(남욱) 감독이라 그런가
인생이 영화야, 영화 아니, 가만있어 봐
근데 왜 우리 대행님을, 어? 가지고
조연을 시키고 그래, 갑자기? 아, 열받네
(수교) 그래도 신스틸러인데요?
[무진이 서류를 사락 넘긴다]
차별 금지법요?
(수정) UN 사회권 위원회가 우리 정부에 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는
포괄적 차별 금지 법안이에요
(영진) 이번엔 정부가 입법을 검토했다는 기록만 남기고
UN에 보고서를 제출하는 선으로 마무리하시면 됩니다
'검토한 기록만 남긴다'
요식 행위로 끝내자는 뜻입니까?
(세영) UN에 말할 확실한 명분도 있고 잘됐네요
어...
대선을 앞두고 있어 차기 정권으로 이월한다
[세영이 숨을 들이켠다]
차별 금지법입니다, 대행님
지난 시기 모든 정부가 부담스러워했던 바로 그 법안입니다
(무진) 그래서 UN이 지난 10년 동안 계속해서 권고해 왔던 거군요
[무진이 숨을 들이켠다]
UN의 우리 정부에 대한
[무진이 숨을 들이켠다]
최종 평가 시한이 올 하반기네요?
정수정 비서관
네, 대행님
법제처에 연락하세요
차별 금지법에 대한 법령안 준비하라고요
[의미심장한 음악]
(세영) 아니, 설마...
차별 금지법을 제정하실 생각이십니까?
지금 이 시점에?
(영진) 그건 반대입니다, 대행님
그, 대선 정국을 앞두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는
안 수석님
차별 금지법
내용이 어떻게 됩니까?
[한숨]
인종, 학력, 연령이나 장애
(세영) 출신 지역이나 출신 국가 성 정체성 등으로
그 누구도 차별받거나 괴롭힘당해선 안 된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마땅히 누려야 할 가장 기본적인 평등권 아닌가요?
제가 뭘 더 고려해야 하는 겁니까?
(세영) [한숨 쉬며] 알다 가도 모를 양반이네
아니, 출마 선언했잖아
선거 운동을 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세영의 어이없는 웃음] 차별 금지법이라니
아니, 무슨 이런 무모한...
(희경) 모르는 거죠, 아직
차별 금지법이 한국 사회에서 어떤 의미인지
[긴장되는 음악] [세영의 한숨]
(기자4) 무슨 의미예요?
'박무진 권한 대행, 동성애 지지 선언'
이렇게 생각해도 되는 거죠?
출마 선언 이후 첫 번째 공식 행사로 택한
정치적 메시지다
내가 몇 번을 말씀드려요? 민 기자님
(남욱) 돌발적인 이벤트였다니까요
이거 대행님 표정 보세요 눈빛 보시라고요, 얼마나 당황했는지
이게 정치적 선언 하는 사람의 표정이에요, 이게?
(기자5) 음... 하긴
많이 놀라고 당황한 표정인데
그렇죠? 네, 그렇다니까요
(기자5) 그럼
동성애 반대론자?
동성혼 역시 싫어하고
(남욱) 우리 오 기자님 참 오늘따라 말씀을 그렇게...
동성애가 찬성이냐, 반대냐
그렇게 한 존재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는 문제인가요?
(기자5) 자기가 말했잖아
박무진 권한 대행 많이 놀라고 당황한 표정이라고
평소 동성애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드러난 거 아니야?
아니요, 우리 대행님 그런 분 아닌데
(남욱) 소수자의 인권과 행복 추구권에 대해서 이해도가 상당히 높으신 분이에요
그래서 차별 금지법도 추진하기로...
차별 금지법?
(기자5) 뭐야?
그럼 찬성이네
동성애
[기자4가 손가락을 탁 튕긴다]
맞잖아?
[무진의 힘겨운 신음]
(영진) 차별 금지법 입법 철회하셔야 합니다
다음 정권 몫으로 이월하시죠
어차피 대행님 임기 내에
법안 상정부터 의결까지 이거 진행 못 합니다
내가 시작하면 누군가는 입법하겠죠
(무진) 하지만 나부터 시작 안 하면 누구라도 입법 못 합니다
UN의 최종 평가 시한까지
- (영진) 대행님 - (무진) 여기
[무진의 아파하는 신음]
(무진) 미국의 민권법, 영국의 평등법
독일의 일반 평등 대우법
그리고 호주와 캐나다도
차별 금지법과 인권법이라는 이름의 차별 금지법을 갖고 있습니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도 이와 유사한 법을 제정했습니다
[영진의 한숨]
대한민국의 인권과 민주주의가
그 나라들보다 못한가요?
(주승) UN이 지난 10년 동안
[무진의 힘겨운 신음] 법률 제정을 권고해 왔다는 건
다른 말로는
10년이 걸려도 한국 사회에서는
허용되기 힘든 법이란 뜻이기도 합니다
이유가 있을 거란 생각 안 해 봤습니까? [노크 소리가 들린다]
[문이 달칵 열린다]
(남욱) 대행님
[무진의 힘겨운 신음]
제가 사고 친 것 같습니다
(영진) 무슨 일입니까?
[무진의 힘겨운 신음]
[긴장되는 음악] (남욱) 언론이 지금
노주영 감독의 시사회 커밍아웃 이벤트가 사실은
동성애를 지지하는 대행님의
정치적 선언이었었다고 보도하기 시작했습니다
SNS나 포털 댓글 여론도
대행님이 동성애와 동성혼을 적극 지지한다
그리고 또 대행님에 대한 찬반 논란이...
(수정) 언론 입장에서는 그림 된다 싶었을 거예요
출마 선언 후 첫 번째 공식 일정인 노주영 감독 시사회에서
감독은 커밍아웃을 하고
대행님께서는 수석 보좌관 회의에서 차별 금지법을 예고하셨으니까
차별 금지법에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으로
(주승) 누구도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법이
동성애를 찬성, 아니
권장하거나 조장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곳이
바로 한국 사회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UN이 권고해도
차별 금지법이 제정되지 못한 이유
이제 짐작이 됩니까?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영석) 박무진 권한 대행에게 요구합니다
차별 금지법 입법안을 철회해 주시기 바랍니다
국방부 장관으로서 저는
동성애에 찬성할 수 없습니다
[긴장되는 음악]
그러나
반대하지도 않습니다
[기자들이 웅성거린다]
누군가의 사랑은
국가나 이웃이 나서서
찬성하거나 반대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TV 속 영석) 하지만 대한민국엔
부모와 자식으로 이루어진 가족을 미풍양속으로
다음 세대의 재생산을 신의 섭리로 생각하는
더 많은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주승) 수가 높아, 오영석 장관
[주승이 숨을 들이켠다]
미풍양속을 들먹이면서 유림을 건드리고
신의 섭리를 말하면서 종교 단체를 자극하고 있어
손에 손잡고 박 대행을 공격하라고
[TV에서 음성이 흘러나온다]
가장 정의롭고 도덕적인 얼굴로
자네랑 박 대행이
상대할 수 있겠나?
[휴대전화 진동음] [한숨]
차영진 실장입니다
예
(영진) 알겠습니다
(뉴스 속 영석) 그들 역시 대한민국입니다
박 대행은 지금 자신의 개인적인 견해로
너무나 성급히
국민 대다수의 의견에 반하는 법안을 제정하려는 것입니다
[노크 소리가 들린다] 국민 통합을 저해하는
[영진의 한숨]
[뉴스에서 음성이 계속 흘러나온다] (영진) 차별 금지법에 반대하는
유림과 종교 단체들이 일제히 대행님의 조기 퇴진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내고 집단행동에 나서겠다고 합니다
(뉴스 속 영석) 국민 여러분들과 함께
끝까지 저항할 것입니다 [영진의 한숨]
(영진) 종교 단체
자금력과 결속력이 뛰어난 조직입니다 맞서서 이긴 정치인이 없어요
싸움이 길어지면 상처는 온전히 대행님의 몫입니다
당장 내일 대선 출마 선언하고
첫 번째 지지율 조사에서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가 있어요
하지만 차 실장
대행님
[무진의 불편한 숨소리] [영진의 한숨]
대행님은 이제 대선 후보입니다
지지율로 모든 걸 말하는
[긴장되는 음악]
[엘리베이터 도착음]
(신영) [한숨 쉬며] 요즘 애들은 더블 팩트 체크 같은 건
안중에도 없나 봐요
(단) 먼저 가 있어
(신영) 아니, 차별 금지 법안이랑
노주영 감독 커밍아웃을 바로 연결시켜서
박 대행을 동성애 지지자로 규정하는 건 좀
과하지 않나?
내가 허락했어
(신영) 국장
설...
아이, 설마 오영석 장관 때문이에요?
(단) 아니, 우리 보도국
아, 무슨 소리예요?
박 대행이든 오영석이든 강 시장이든
(단) 난 상관없어
적어도 이 판을 흔들 힘이 아직은
우리한테 있다는 거만 보여 주면 돼
국장님
(단) 그게 아니면 우린 뭘로 살아남지?
각종 개인 미디어가 넘쳐나는 이 시대에
광고비도 벌어다 줄 수 없는 우리 보도국이
과연 뭘 할 수 있을까?
[긴장되는 음악]
[한숨]
[남자의 다급한 숨소리]
[떨리는 숨소리]
(남자) 여, 여기, 애 좀
[간호사1의 놀란 숨소리]
(간호사1) 이쪽으로 오세요
(의사1) 왜? 아, 이쪽으로
[의사1의 놀란 숨소리]
애가 뭘 먹은 겁니까?
(남자) 그냥 크림빵하고 우유...
(의사1) 에피네프린 0.3mg
- 어서! - (간호사1) 네
[의사1의 다급한 숨소리]
무슨 병입니까?
[의사1의 놀란 신음] (남자) 살 수 있어? 말해 봐, 당신
(의사1) 아나필락시스, 쉽게 얘기해서 알레르기 쇼크입니다
몰랐습니까?
애가 알레르기가 있다는 걸?
(한모 처) 알레르기가 심한 아이예요
그냥 유제품이나 빵 잘못 먹으면
호흡 곤란 있을 수도 있어요
(의사1) 보호자분
아이 아빠 맞아요?
(지원) 예, 감사합니다
선배, 찾았어요, 재민이
어? 어떻게?
(지원) 재민이가 밀가루, 유제품 알레르기가 있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병원 응급실마다
재민이 사진하고 알레르기 내용 프린트해서 보냈어요
(나경) 제법이다, 서지원
(지원) 선배, 나 그렇게 괜찮은 남자 된 지 좀 됐거든요
[문이 달칵 열린다]
[긴장되는 음악]
(남자) 그럼 애가 그냥 잘못되게 놔두라는 겁니까?
[한숨]
국정원 애들이 함부로 나대지 못하는 건
그 애가 우리 손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걱정하지 마시죠, 김 실장님
내가 하는 일엔 실수 안 합니다
엄마는?
나 아픈데
엄마 안 왔어요?
아파도?
[재민의 실망한 숨소리]
크림빵 그래서 먹은 건데...
(남자) 일부러 먹은 거야, 너?
[긴박한 음악]
여기 응급실이 어디죠?
[긴장되는 효과음]
(간호사2) 이쪽으로 오세요
여기인데...
(지원) 아이, 도주했나, 우리가 온 거 알고?
[나경의 한숨]
[긴장되는 음악] (나경) 멀리는 못 갔을 거야
[나경의 가쁜 숨소리]
(지원) 선배, 왜요?
태익이야
태익이 살아 있어
(지원) 사살당했잖아요
죽었다고요, 태익이
아니야, 태익이야, 틀림없어
[나경의 놀란 숨소리]
(나경) 재민아
[지원의 안도하는 숨소리]
재민이 맞지?
괜찮아?
도주하면서 재민이는 놓아주고 간 모양이네요, 다행히
[애잔한 음악]
(나경) 집에 가자, 이제
재민아
(재민) [흐느끼며] 엄마
[한모 처의 힘겨운 신음]
[한모 처가 흐느낀다]
괜찮아?
(한모 처) 어, 어떡해
[나경의 한숨]
(지원) 재민이 찾았으니까
이제 곧 정한모 선배도 나올 수 있겠네요
그렇게 돼야지
[흐느낀다]
[한모 처의 안도하는 신음]
근데 재민이는 왜 두고 갔을까요?
(지원) 갑자기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길래
아까
정말 태익 본 거 확실해요?
확인해 봐야지
사살당했다는 태익 시신부터
(의사2) 이 시신이 안면부 그리고 특히 얼굴 쪽으로는
훼손이 많이 돼서요
이게 확인이 가능하실지
[지원의 힘겨운 신음]
[의미심장한 음악]
(지원) 귀...
만두 귀가 아닌데요, 선배?
태익 시신이 아니에요, 선배
태익이 살아 있어
서지원
태익 신원 확인부터 다시 시작해야겠다
(나경) 이개 혈종
레슬링이나 유도 선수들 신체 특징이라고 했지?
동일한 연령대 선수 출신 중심으로
용의자 리스트부터 뽑아 보죠
[나경의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대한) 확인했습니다
작전 계획 5015-18 파일이 만들어졌을 당시
청와대 위기관리 센터장
[나경의 긴장한 숨소리]
누구죠?
[무거운 음악]
오래 기다리셨습니까?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대한) 2018년 6월 20일
작전 계획 5015-18 파일이 완성돼
양 대통령님 앞에서 시연된 날
총장님께서는 여기 NSC에서 근무 중이셨습니다
맞습니까?
[숨을 들이켠다]
성실한 근태도 문제가 되나?
총장님께서는 그때
1급 기밀 파일의 내용을 알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그 파일의 내용을 본 유일한 생존자이십니다
(대한) 그런데 왜 침묵하신 겁니까?
국회 의사당이 1급 기밀 파일과 똑같은 방식으로 무너져 내릴 때
왜 파일의 존재에 대해서 말씀하지 않으신 겁니까?
자네 지금 내가 내부 공모자라는 건가?
대통령 경호처는 비밀 누설 금지 의무 및
보안 규정 위반에 대해서만 조사합니다
강 부장 자네 같으면 입을 열 수 있겠나?
자네가 그 파일의 내용을 알고 있는 유일한 생존자라면
내가 미리 그 파일을 봤다 말할 수 있겠어?
그 상황에서 어떤 의혹을 사게 될지 너무나 잘 아는 내가?
파일이 시연되는 거만 봤을 뿐
난 외부로 유출하지는 않았네
(희정) 파일에 접근 권한이 나한테는 없었으니까
[의미심장한 음악]
[희정의 헛기침]
약식이긴 하나 신문 절차라
규정에 따라 주셔서 감사합니다
[희정의 한숨]
(무진) 그럼
은희정 육군 참모 총장이
내부 공모자란 말입니까?
(대한) 외부 유출에 대해선 강력히 부인하고 있고
파일에 대한 접근권이 없었던 건 사실이었습니다
(나경) 가장 중요한 건 오영석 장관과 내부 공모자
그리고 테러범의 관계에 대한 확실한 물증을 찾는 겁니다
[의미심장한 음악] 한나경 요원의 내사 결과를 토대로
지금이라도 검찰과 경찰에 의뢰해
공개수사를 진행하면
상대는 오영석 장관이에요
가장 유력한 대권 후보
(나경) [한숨 쉬며] 명백한 물증도 없이
테러범과의 의혹을 제기하고 수사 의뢰를 한다면
역풍이 불 수도 있어요
역풍이라면?
대행님이 자신의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기적의 생존자 오영석을 음해하고 공권력을 행사했다는
여론이 형성되지 않을까요?
내가
출마를 선언한
대선 후보가 됐기 때문입니까?
[한숨]
[무진의 아파하는 숨소리]
(강연) 이거 마셔
[무진이 살짝 웃는다]
(무진) 고마워
[무진의 힘겨운 신음]
(강연) 당신
나한테 아직 어떤 설명이나 해명도 안 했어
오늘 안엔 뭐라도 말이 있어야 되는 거 아니야?
[강연의 한숨]
[입소리를 쩝 낸다]
대선에 나갈까 봐 내가 그렇게 걱정했는데
그걸 알면서 어떻게...
[강연의 한숨]
한마디 말 정도는 미리 했어야지
TV 뉴스로 그 사실을 알아야겠어?
(무진) 당신
반대했을 거 아니야
그럼 내가 좀 흔들릴까 봐
[쓸쓸한 음악]
[강연의 한숨]
(강연) 몸은?
괜찮아?
커피 맛있다
[무진이 살짝 웃는다]
(지원) 태익과 같은 연령대
국내 선수 출신들을 조회해 봤는데
태익의 얼굴은 찾지 못했어요
[한숨]
표정 풀어요
국내에 없다고 했지
이 지구상에 없다고는 안 했으니까
[의미심장한 음악]
(지원) 호시노 케이 일본 종합 격투기 선수예요
호시노 케이면 일본인?
외국 사람이면 설명이 돼
(나경) 왜 지금까지 국정원과 경찰의 신원 조회에
단 한 번도 걸리지 않았는지
2017년에 일본으로 귀화했어요
(지원) 귀화 전까지 국적은 대한민국이었고요
이름 이경표, 82년생
국가 대표 유도 금메달리스트였어요
(나경) 동일 인물 확실해?
얼굴이 달라서요?
(지원) 일본에서 부상 입은 얼굴 재건술받았대요
(나경) 국가 대표 메달리스트야
일본으로 귀화했다는 사실이 좀 이상하잖아
태익 이력 사항 중에 특기할 만한 건 또 없어?
[마우스 클릭음]
(지원) 기억하죠? 2016년 우리월드 화재 사건
화재 사건으로 사망한 아이들 중에 태익
아니, 이경표의 쌍둥이 아들들도 포함돼 있었어요
[나경의 한숨]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
(나경) 그래서 일본으로 귀화했다?
한국이 싫어서
[한숨]
이제 납득이 되네
그런 개인사 때문에 가차 없던 태익이
재민이만큼은 풀어 준 거야
태익이 아니라
(지원) 이경표죠
이름 찾았잖아요
[나경의 한숨]
그럼 도대체 태익은 누굴까?
명해준이 남긴 다잉 메시지
(지원) 뭐, 둘 중 하나겠죠
다잉 메시지를 태익으로 잘못 읽었거나
태익이
처음부터 사람 이름이 아니었거나
[한숨]
필적 감정부터 다시 확인해 봐 명해준이 쓴 진술서랑 비교해서
(지원) 선배 하는 거 봐서요
이경표란 이름도 찾았고
재민이도 이제 가족 품으로 안전히 돌아왔잖아요
오늘 밤 정도는 푹 자 둬야
내일부터 나한테 업무 지시를 하든 명령을 하든 하죠
[잔잔한 음악]
잘 자요
[피식 웃는다]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새가 짹짹 지저귄다]
[한숨]
(영진) 아, 이강호 비서관님 안 계시네요?
여론 조사 결과 나왔는지 궁금해서 와 봤더니
음...
[영진의 한숨]
대행님 대선 출마 후의 첫 번째 여론 조사라
앉아서 기다릴 수가 없겠더라고요
(수정) 아...
어, 첫 번째 여론 조사 지지율이 제일 중요한 거죠?
그렇죠
초반 세몰이가 부동층에도 큰 영향을 끼치니까
(수정) 음...
[영진의 멋쩍은 신음]
그럼
(영진) 예
정수정 비서관
내가
[영진이 숨을 들이켠다]
[영진의 머뭇거리는 신음]
생각을 좀 해 봤어요
우리 얘기입니다
(남욱) 나왔어요? 여론 조사 결과? 어제 차별 금지법 여파
반영됐는지 궁금하다고... 아, 뭐, 둘이 할 얘기 있어요?
진지하게? 아, 해요, 그럼, 비켜 줄 테니까
- (수정) 아니... - (수교) 아, 저
여론 조사 결과 나왔어요? 대행님이 궁금해하시는데
- (남욱) 나가라고, 나가라고 - (수교) 어? 왜...
[문이 탁 닫힌다] [영진의 헛웃음]
(강호) 여론 조사 결과 나왔습니다
(수교) 아유, 보나 마나죠, 뭐
[수교의 웃음]
씁, 아이, 출마 선언 후 첫 번째 지지율 조사가 중요하다면서요
(수교) 씁, 아이, 하긴
고1 때 3월 모의고사 보면 딱 알잖아요
대학 어디 갈지 [휴대전화 진동음]
[웃음]
자...
모의고사 백번 잘 보면 뭐 합니까? 수능을 잘 봐야죠
아, 첫 번째고 열 번째고 지지율 조사가 뭐, 중요한가요?
아, 선거 당일에 1등을 해야죠
[수교의 어색한 웃음]
[수교의 한숨]
[긴장되는 음악]
[한숨]
(찬경) 그래서 여론 조사 결과가 나오자마자 달려오신 거예요?
선거 연대를 하자고?
(상구) 이제 대통령 선거 프레임도 확 바뀌어야 합니다
여야가 언제까지 상호 비방 흑색선전으로
국민들에게 정치 혐오만을 안겨 줄 겁니까?
기자들도 없는데 우리 시장님 또 교장 선생님 훈화 말씀 하시네요
선거 판 한번 제대로 흔들어 봅시다
장기판의 대마 하나 치워 버립시다
박 대행
대선 출마 막아야겠어요
(찬경) 차별 금지법 때문에 왔어요, 박 대행
대표님께서도 반대하실 겁니까?
난 찬성이에요
(찬경) 박 대행이 정부 입법으로 발의해서 국회로 보내면
국회에서 의결은
내가 책임지고 통과시키죠
왜? 날 믿을 수 없어서요?
제가 검토해 본 결과 정부 입법은
법령안 입안부터 입법 예고
(무진) 법제처 심사, 국무 회의 심의까지
각 단계별로 20일에서 60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던데요
제 임기 내엔 도저히
(찬경) 팁 하나 주죠
차별 금지 법안 박 대행이 처음이 아니에요
2007년엔 정부 입법 2012년엔 국회 입법을 시도했어요
모두 무산되긴 했지만
양진만 정부에서도 물론 시도했죠
법제처 심사까지 끝낸 법령안
양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을 거듭하자
국무 회의 심의엔 올리지 못한 걸로 알아요
사실입니까?
난 금방 탄로 날 거짓말은 안 해요
박 대행은 국무 회의 심의를 거쳐 바로 국회로 보내기만 하면 돼요
충분히 박 대행 임기 내에 할 수 있는 일이죠
선거를 앞두고
대표님께도 정치적 부담이 되실 텐데요
그러니까 폭탄을 나눠 갖자는 거예요
우리 둘이, 공평하게
[의미심장한 음악]
이번에도 기회를 놓치면 대한민국은 영영
차별 금지법을 제정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 싶어서요
어째서?
박 대행처럼 정치적 계산이 없는 사람이
다시 그 자리에 앉긴 힘들 테니까요
(수호) 대표님
차별 금지법에 찬성하신다는 말씀
당내에서는 한 번도 하신 적이 없으셨잖습니까?
근데 왜...
대표님?
(남욱) 윤 대표, 그 어느 때보다 투명하고 합리적입니다
선진공화당이나 윤 대표 본인이 직접 나서서
차별 금지법을 발의하기는 힘들겠죠
(남욱) 그동안의 정치색과는 결이 다른 법이니까요
그래서 대행님께 손을 내민 겁니다
'정부 입법해라'
'그럼 못 이기는 척 국회에서 의결은 책임지겠다'
역시 정치 9단 윤 대표 맞네요
[답답한 신음]
(영진) 윤 대표가 정치 9단인 이유는
정적을 제거할 때 여태까지 단 한 번도
자기 손에 피를 묻힌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윤 대표의 목적은 입법 과정에서 대행님이 지금처럼
대중들에게 물어뜯겨 만신창이가 되는 겁니다
아, 뭐, 머리는 모자만 쓰라고 있는 겁니까?
생각을 좀 해 보세요, 지금
당 대표 의지로 국회 의결이 가능한 일인가
순진한 겁니까 계산이 안 되는 겁니까?
(남욱) 그렇게 머릿속으로 계산만 하면
국민들에게 감동 줄 수 있는 정치는 언제쯤 가능한 겁니까?
정권 재창출하면 뭐 합니까?
5년 내내 법안 하나 발의 못 하고 지지율 개선만 할 거면서
차 실장님
그렇게 비난하는 윤 대표보다 나을 거 하나 없는 사람인 거 아시죠?
우리 지금 누구 때문에 여기서 이러고 있습니까?
(무진) 그만
[무진의 힘주는 신음]
그만 못 합니까?
두 사람 덕분에
알게 됐습니다
차별 금지법이 국민적 합의를 이루기 얼마나 어려운 법인지
그만하면 충분히 이해됐습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두 사람은
찬성이니 반대니 한마디도 하지 마십시오
내가 결정합니다
(영진과 남욱) 대행님 [무진의 못마땅한 신음]
[무진의 한숨]
(무진) 그만 나가 보세요
[영진의 한숨]
[아파하는 신음]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남욱) 야, 차
[영진의 헛웃음]
좀 보자
'야, 차'?
말로는 안 되겠다, 오늘은
그렇지?
붙자, 한판
[긴장되는 음악]
[새가 짹짹 지저귄다]
[경쾌한 음악]
(남욱) 야
[영진의 다급한 신음]
[남욱의 힘주는 신음]
오늘 왜 이렇게 좋아?
[남욱의 한숨]
[숨을 하 내뱉는다]
[한숨]
(남욱) 승부 근성 강한 우리 차 실장님
오늘 밤에 잠은 다 잤네, 다 잤어
[캔을 달칵 딴다]
'그 누구도 소외되거나 배제되지도'
'또 차별받지 않고 널리 인간을 복되게 한다'
차별 금지법 얘기가 아닙니다 [영진의 한숨]
단군 할아버지 말씀이에요, 홍익인간
그 양반 참 선견지명 한번 끝내주죠
(영진) 쩝, 우승 소감은 짧게 합시다
- (남욱) 아, 네, 알겠습니다 - (영진) 예
(남욱) 저는요
새벽 네 시에 기상해서 새벽 별 보면서 출근합니다
하루 종일 기자들한테 시달리고요
아, 저녁에는
친구들 만나서 술 한잔 못 마십니다 그다음 날 지각할까 봐
남들 안 하는 거 하는 것도 아니고
(남욱) 그러니까요
[무거운 음악]
[영진의 한숨]
난 우리가
차별 금지법 정도는 발의할 수 있는 [영진의 한숨]
청와대를 위해서 싸운다고 생각했어요 지난 2년 동안
차 실장님은 아닙니까?
[한숨]
[캔을 탁 내려놓는다]
[한숨]
육군 참모 총장이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하는 장소로는
참 어울리지 않는 곳이네요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하는 게 아니니까요
[한숨]
오영석 장관, 당신
VIP가 설계한 기적의 생존자
(희정) 맞지? [의미심장한 음악]
청와대에서 봤을 때 짐작했어
내 앞에서 너무 기고만장했거든
[희정이 숨을 들이켠다]
뒤에 누가 있다는 얘기지
범접할 수 없는
아주 큰 힘
VIP가
그거 아나?
당신이 테러 계획의 일부였다는 국정원 요원의 자료
말소됐다고 생각하지?
아니
VIP가 갖고 있어
이대로라면
당신이 대통령이 된 뒤에도 달라질 게 없어
당신은
평생 VIP의 플레이어
꼭두각시로 살아가게 될 테니까
(도청 속 희정) VIP의 꼭두각시로 평생
괜찮겠어요?
[나경이 펜을 달칵 누른다]
(도청 속 영석) 하고 싶은 말을 하세요
[긴장되는 효과음]
설계
우리가 다시 합시다
(희정) 당신과 나
우리한테는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큰 힘이 있잖아
전 지금
지지율 1위 대선 주자입니다
이변이 없으면 한 달 뒤에
전 대한민국 대통령이 될 겁니다
(도청 속 영석) 지금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도청 속 희정) 장담하지
머지않아 내 힘이 필요해 질 겁니다
오영석 장관
[차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차 문 닫히는 소리가 들린다] (지원) 선배 예상대로네요
은희정 육군 참모 총장이 테러범들을 만나기 시작했어요
자신의 신원이 우리 쪽에 노출됐다고 생각하니까
공범들 중에 누가 자신을 보호해 줄 수 있을지
부지런히 찾아 나설 거야, 앞으로도
그 VIP는 누구예요?
우리가 그렇게 찾던 오영석 장관에 대한 물증
그 VIP란 작자가 갖고 있다고 했죠?
[나경의 한숨]
VIP를 찾아야 돼
[의미심장한 음악]
(영석) VIP를 만나야겠어요, 김 실장
(김 실장) 말씀드렸을 텐데요
선을 넘는 행동을
VIP께서는 가장 불편해하신다고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말씀하세요
전달해 드리죠
똑똑히 전해요
우리 계획대로 대통령 선거 준비는 잘되고 있다고
(영석) 하지만 VIP가 계속해서 만남을 거부한다면 그땐
내 계획대로
대통령 선거 불출마 선언을 할 겁니다
나는 선을 넘는 걸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VIP께
빠짐없이 잘 전달해 드리죠
[휴대전화 조작음]
(주승) 차별 금지법에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으로
누구도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법이
동성애를 찬성, 아니
권장하거나 조장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곳이
바로 한국 사회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UN이 권고해도
차별 금지법이 제정되지 못한 이유
이제 짐작이 됩니까?
[의미심장한 음악]
(찬경) 이번에도 기회를 놓치면 대한민국은 영영
차별 금지법을 제정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 싶어서요
어째서?
박 대행처럼 정치적 계산이 없는 사람이
다시 그 자리에 앉긴 힘들 테니까요
(영진) 윤 대표 목적은 입법 과정에서 대행님이 지금처럼
대중들에게 물어뜯겨 만신창이가 되는 겁니다
(영진) 당장 내일 대선 출마 선언하고
첫 번째 지지율 조사에서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가 있어요
하지만 차 실장
대행님은 이제 대선 후보입니다
지지율로 모든 걸 말하는
[노크 소리가 들린다]
저, 대행님, 손님이 오셨습니다
(주영) 대선 캠프에 합류하고 싶어서 왔어요
차별 금지법 입법을 예고한 뒤로
형편이 많이 어려워졌다던데
나 있는 집 자식이라
형편이 어려운 사람을 그냥 못 지나쳐서
[함께 웃는다]
날 대통령 선거에 마음껏 이용해 달라고 찾아왔어요
그날 그렇게 커밍아웃을 하고
사고 쳤다 싶었어요
그런데 차별 금지법 기사가 용기가 됐어요
영 구제 불능인 줄 알았는데
이 나라, 그래도 점점 쓸 만해져 가고 있구나 싶어서
[살짝 웃는다]
[잔잔한 음악]
그런데 지금은
제가 선거에 큰 도움이 안 되겠죠?
(주영) 오히려 민폐가 될 수도 있겠네요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은 했어요
그래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아니
[멋쩍은 웃음]
너무 과한 선물이라
전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대한민국에 필요한 법을 발의하려고 했을 뿐입니다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제 업무죠
(무진) 감독님께 그런 호의를 받을 이유가...
내가
진짜 인생을 살게 됐잖아요
덕분에
(주영) 정치인들은
표나 구걸하며 영혼을 파는 가벼운 족속들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도 생겼네요
내가 좋아하는 정치인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번엔 투표소에 가 보려고요
고맙습니다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한숨]
[통화 연결음]
차영진 실장, 지금 어디 있습니까?
대행님
(무진) 압니다
이제 난
지지율이 전부인 대선 후보가 되겠죠
(영진) 그런데 왜 그러십니까?
(무진) 하지만 아직은
대한민국 대통령 권한 대행입니다
내 의무와 책임을 다할 생각입니다
[차분한 음악]
[결의에 찬 숨소리]
국무 회의 소집하세요
안건은
차별 금지법입니다
(주승) 지금 시점에서 지지율이 대선 구도에 얼마나 중요한지 모를 만큼
무모한 겁니까 아니면 오만한 겁니까?
(나경) 오영석, 출마 선언이 내일이야
대통령 후보가 되기 전에 테러에 연루됐다는 사실을 밝혀야 돼
(한모) 쿠데타의 움직임이 포착돼 보고드립니다
(무진) 처음으로
대통령 선거에서 이기고 싶어졌습니다
(영석) 대행님은 결코 저를 이길 수가 없겠네요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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