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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트업 1

 

  [밝은 음악]

 

  [자동차들 경적]

 

  [사이렌이 울린다]

 

  "샌드박스"

 

  [사람들의 환호]

 

  [사람들의 환호]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사람들의 탄성]

 

  "샌드박스"

 

  [러닝 머신 조작음]

 

  영실아오늘 스케줄 얘기해 줘

 

  [인공 지능 스피커 작동음]

 

  [인공 지능 음성]   오후 2시   스타트업 릴레이 강연이 있습니다

 

  장소는 샌드박스입니다

 

  (지평)   영실아오늘 날씨 얘기해 줘

 

  [인공 지능 음성]   당신의 오늘 운세는 다음과 같습니다

 

  (지평)   [영어]   영실아오늘 날씨 어때?

 

  [인공 지능 음성]   [한국어]   오늘은 운명의 신이

 

  당신의 잔잔한 일상에   미풍을 불어 보내는 날입니다

 

  왜 저래?

 

  영실아운세 말고 날씨날씨!

 

  [인공 지능 음성]   과거에 스쳤던 인연을

 

  뜻밖의 장소에서   다시 만날 수 있습니다

 

  [밝은 음악]

 

  [입바람을 후 분다]

 

  [입바람을 후 분다]

 

  [인공 지능 음성]   조심하세요

 

  그 인연은 봄날의 미풍처럼 다가오지만   [카메라 셔터음]

 

  [카메라 셔터음]   훗날 한겨울의 높바람처럼   심술궂게 돌변해

 

  당신의 순조롭던 인생의 항로를

 

  이리저리 바꿔 버릴지도 모르니까요

 

  (상수)   인재야회사회사로 가?

 

  [자동차 리모컨 조작음]

 

  [자동차 시동음]   [타이어 마찰음]

 

  [통화 연결음]

 

  (동천)   선배

 

  (지평)   오늘 투자 심의 말이야

 

  인공 지능 스피커   장영실이도 리스트에 있지?

 

  (동천)   … 집현전 테크 거요?

 

  그거 빼걔 바보야   말귀를 전혀 못 알아들어

 

  그래요?

 

  다국어 지원에   자연어 처리도 수준급이라던데

 

  뭐래수준급?

 

  언저리급도 안 돼

 

  (지평)   날씨 얘기하라니까 말도 안 되는   운세 얘기하고 있고

 

  조상님 이름에 먹칠을 해도 유분수지

 

  어디 감히 장영실 이름을 달고   그따위 헛소리 하고 있어

 

  잔말 말고 빼   [통화 종료음]

 

  [밝은 음악]

 

  여보세요팀장님   [통화 종료음]

 

  한 팀장님한지평!

 

  영실이가 뭐라고 했길래   [헛웃음]

 

  기분을 잡치셨을까

 

  "샌드박스"

 

  "샌드박스"

 

  [청중들의 웃음]

 

  (용산)   원인재 대표님께 질문 있습니다

 

  성함이?

 

  (용산)   김용산입니다

 

  혹시 오늘 대표님   기사 댓글 보셨습니까?

 

  [지평이 휘파람을 분다]

 

  (철산)   [용산을 툭 치며]   뭔 소리야

 

  [옅은 한숨]

 

  봤죠당연히

 

  (인재)   저 무병장수할 거 같아요   욕 하도 먹어서

 

  [청중들의 웃음]

 

  (용산)   재벌 아버지 덕에 성공했다는   악플이 많던데

 

  샌드박스에서 시작했으면   인정한다는 댓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여기서 시작하라?

 

  (인재)   윤 대표님

 

  여기 이 샌드박스가   왜 샌드박스입니까?

 

  (선학)   

 

  애들 놀이터에 보면

 

  넘어져도 다치지 말라고 깔아 놓는   모래 있죠?

 

  그 모래에서 따왔죠

 

  창업하다 실패해도   다치지 말라는 의미로다가요

 

  [청중들의 탄성]   [선학의 웃음]

 

  (인재)   그러니까 실패하면 다칠 분들이 와야지

 

  나처럼 재벌 아버지 덕에   멀쩡할 사람이 여길 차지하면

 

  그야말로 도둑놈 심보 아닌가?

 

  [청중들의 웃음]

 

  그리고 말 나온 김에 저요

 

  그런 악플들 신경 안 씁니다

 

  누가 그러더라고요무관심은

 

  세상 하찮은 것들에게 하는 복수라고

 

  그래서 나 신경 끊었어요   복수하려고

 

  답변 됐습니까?

 

  (용산)   

 

  지금지금 나보고 하찮다는 거냐?

 

  알아들었으면서 뭘 또 물어

 

  [용산이 씩씩거린다]   (인재)   다음 질문

 

  [청중들이 저마다 외친다]

 

  (인재)   중간의 체크 남방남자분

 

  (남자1)   전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김선웅이라고 합니다

 

  [마이크가 삑 울린다]   안녕하세요?

 

  서달미라고 합니다

 

  [잔잔한 음악]

 

  [청중들이 웅성거린다]

 

  서달미?

 

  - (선학아는 사람이에요?   - (지평?

 

  아니요

 

  

 

  말씀하세요

 

  보니까 훌륭한 선택   참 많이도 하셨더라고요?

 

  (달미)   그런 거 말고 솔직하게

 

  이기적인 선택은 없었나요?   서인재 씨?

 

  [청중들이 웅성거린다]

 

  서인재원인재 아니데?

 

  왜 성을 바꿔?

 

  - 안티여뭐여   - (용산서로 아는 사이 아니야?

 

  있죠나도 사람인데

 

  (인재)   속물 같은 선택이지만

 

  절박한 선택이었죠

 

  근데 서달미 씨

 

  제 이름은

 

  원인재입니다

 

  [어린 달미가 흥얼거린다]

 

  (어린 인재)   서달미, DDR 좀 그만해

 

  양말 다 빵꾸 나겠다

 

  (어린 달미)   ?

 

  [어린 달미가 서랍을 탁 닫는다]

 

  언니언니도 같이 뛰자

 

  둘이 하면 엄청 신나던데?

 

   DDR보단 펌프

 

  그래그럼 나도 오늘부터 펌프

 

  (아현)   [종이를 탁 흔들며]   사직서가 무슨 일기니?

 

  매일매일 써대게?

 

  (청명)   아현아그러지 말고   내 얘기 좀 들어 봐

 

  나한테 정말 괜찮은   사업 아이템이 하나

 

  (아현)   우리 다 굶겨 죽일 아이템이겠지   [시디플레이어 조작음]

 

  (어린 달미)   언니말려야 하는 거 아니야?

 

  (청명)    20년을 남의 회사에서

 

  똥개처럼 죽어라고 일만 했다!

 

  이제 좀 내가 좀 하고 싶은 일 좀   하면서 좀

 

  (아현)   똥개가 줄 끊고 도망쳐 봤자   들개밖에 더 돼?

 

  들개 되면 둘 중 하나야

 

  얼어 죽거나 굶어 죽거나!

 

  난 내 딸들 굶겨 죽이는 꼴 못 봐!

 

  그러니까

 

  그만두려면   이 집 가장부터 그만두고 관둬

 

  [한숨]

 

  아현아

 

  받아

 

  (아현)   받으라고!

 

  [차분한 음악]

 

  (어린 달미)   할머니할머니가 좀 말려 봐?

 

  아빠 할머니 말 잘 듣잖아

 

  할머니가 말리면

 

  말려서 들었으면   애초에 결혼부터 안 했지

 

  (원덕)   

 

  (어린 달미)   그럼 할머니우리랑 같이 살면 안 돼?

 

  (원덕)   아서라할머니가 가면 더 싸워

 

  아차

 

  인재 너 오면 주라고   이놈들이 맡겨 놓은 건데 어쩔까?

 

  (남학생1)   할머니지금 주면 어떡해요

 

  [남학생들의 탄성]   (원덕)   그럼 언제 줘내일 줘?

 

  줘도 지랄이야

 

  부럽다

 

  [어린 인재의 한숨]

 

  버려요

 

  지치지도 않나들

 

  (어린 인재)   그 끈기로 공부하면 노벨상 타겠네

 

  - (남학생2) 차였네?   - (남학생3) 괜찮아

 

  버리래너 차였어

 

  [남학생2의 웃음]

 

  (남학생3)   세상은 넓고 여자는 많아

 

  - (남학생3) 괜찮아   - (남학생2) 내가 소개시켜 줄게

 

  아이고참 나

 

  뭐 드릴까

 

  배고파서 본 거 아닙니다

 

  [신호등 알림음]

 

  [어린 인재가 상판을 탁탁 친다]

 

  - 할머니학교 다녀오겠습니다   - (원덕

 

  [잔잔한 음악]   - (어린 달미학교 다녀오겠습니다   - (원덕그래

 

  (어린 달미)   언니왜 그래

 

  [힘겨운 목소리로]   언니

 

  다음 거 타자?

 

  안 돼아빠 따라가야 돼

 

  아빠아빠를 왜 따라가?

 

  아빠 회사 관두면 엄마가 이혼한다잖아   말려야지

 

  우리 다 뿔뿔이 흩어져 살고 싶어?

 

  - 아니   - (어린 인재가자   [엘리베이터 도착음]

 

  [어린 인재의 거친 숨소리]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을 달칵 닫는다]

 

  (범일)   뭐야   [쿵쿵 소리가 들린다]

 

  내 돈으로

 

  연봉 수천씩 받아 가면서

 

  내 뒤통수를 쳐?

 

  너희들한테 돈을 주는 사람이 누구야

 

  나야점주야!

 

  (청명)   대표님이러지 마시고

 

  [청명의 신음]   [어두운 음악]

 

  [어린 달미의 놀란 숨소리]

 

  (범일)   낄 자리를 봐 가면서 끼세요

 

  너구나

 

  네가 점주들이랑 짜고 쳐서   가상 매출 만들었지?

 

  내 돈 받아 가며?   [청명의 신음]

 

  (어린 달미)   아빠

 

  (범일)   감히 내 뒤통수를 쳐?

 

  ?   [청명의 신음]

 

  [어린 달미가 울먹인다]

 

  고소하고 싶으면 고소해

 

  아니다내가 합의금 미리 줄게

 

  얼마 줄까?

 

  얼마 줄까얼마얼마   [청명의 신음]

 

  얼마얼마

 

  (아현)   아빠가 맞아?

 

  (어린 달미)   그러니까 아빠가   다음에 사업한다 그러면

 

  그냥 그러라고 하자

 

  (어린 인재)   그래아빠 불쌍하잖아?

 

  얼마 준다던?

 

  - (어린 달미?   - (아현합의금 미리 준다고 했다며

 

  (아현)   얼마 준대?

 

  한 천만 원 준다디?

 

  엄마지금 돈이 중요해?

 

  엄만 돈이 중요해

 

  더럽고 치사해도 돈이 먼저야

 

  (아현)   아빠 회사 그만두면 너희들 학비는

 

  인재 너   영어수학 학원 다 포기해야 돼

 

  친구들 학원 갈 때 집에서 독학할래?

 

  친구들 수학여행 갈 때   너희들만 못 가도 좋아?

 

  [문이 철컥 여닫힌다]

 

  너희들 앞날이 구만리인데

 

  맞아서라도 돈 벌어 와야지

 

  그게 가장이지

 

  [툭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아빠

 

  미안하다

 

  우리 이혼하자

 

  [어두운 음악]   - 아빠   - 아빠

 

  그래하자

 

  인재달미

 

  너희들 누구 따라갈래?

 

  엄마 따라갈래아빠 따라갈래?

 

  (달미)   그때 그 선택

 

  후회한 적 없어요?

 

  후회

 

  (인재)   했죠나도 사람인데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나랑 반대 선택을 한 사람은   잘 살고 있는지

 

  후회는 안 하는지

 

  왜 모든 선택엔 후회가 따른다잖아요

 

  예외도 있죠

 

  솔직한 답변 감사합니다서인

 

  아니

 

  원인재 씨

 

  [인공 지능 음성]   과거에 스쳤던 인연을

 

  뜻밖의 장소에서   다시 만날 수 있습니다

 

  (원덕)   뭐 드릴까

 

  배고파서 본 거 아닙니다

 

  

 

  (중개인1)   

 

  여기가 보일러실을 개조한 거라   겨울에 완전 찜질방이야?

 

  얼어 죽을 일이 없어요

 

  여름엔 쪄 죽겠네요

 

  보증금은요?

 

  200에 월세 15

 

  보육원에선 정착금으로 얼마 주디?

 

  - 200요   - (중개인1) 200?

 

  (중개인1)   보증금은 되는데 월세 낼 돈이 없겠네

 

  먹고살 돈도 없죠

 

  어휴나가자나가자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중개인1)   아아근데 그

 

  여기 적힌 한지평이가 누구야?

 

  - (중개인1) 너야?   - 

 

  (중개인1)   이야어린놈이 이런 재주도 있어?

 

  이게 얼마야

 

  1상금 1?

 

  인마이 돈이면 전세도 되지

 

  - (중개인1) 대출 끼면 집…   - 사이버 머니예요

 

  사이버

 

  장난하나진짜

 

  

 

  그럼 이런 모의 말고   진짜 투자를 한번 해 봐?

 

  이 정도 실력이면   사이버 머니가 아니라

 

  진짜 돈도 꽤 만진다

 

  계좌 못 틉니다 19세 이하라

 

  왜 못 터내 아들도 텄는데

 

  - 엄마아빠랑 같이…   - (어린 지평엄마아빠 없습니다

 

  맞는다미안

 

  - (어린 지평가 보겠습니다   - 그래

 

  (중개인1)   힘내라!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옛말이 있어!

 

  고생 저한테 사세요

 

  내 싸게 팔 테니까

 

  [잔잔한 음악]

 

  [천둥이 우르릉 울린다]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천둥이 콰르릉 친다]

 

  [천둥이 콰르릉 친다]

 

  [추워하는 숨소리]

 

  (원덕)   아서그거 사기야

 

  [천둥이 콰르릉 친다]

 

  [어린 지평의 놀란 신음]

 

  [천둥이 콰르릉 친다]

 

  보증금 없고 월세 싸면 빤하지

 

  (원덕)   관리비가 한 50 된다는 소리야

 

  (어린 지평)   

 

  잘 데가 없나 보지?

 

  아니요있습니다

 

  (원덕)   없으면 여기서 당분간 자

 

   8시에 장사 접고 아침 8시에 열거든

 

  잘 데 있다니까요

 

  바닥에 전기장판도 있어

 

  (원덕)   그거 켜면   밤에 그냥 찜질방 저리 가라야

 

  귓구멍 막혔어요잘 데 있다잖아!

 

  저기 벚꽃나무 잘 뒤져 보면   새집 하나가 있거든?

 

  (원덕)   거기다 열쇠 두고 간다

 

  [천둥이 콰르릉 친다]

 

  [의미심장한 음악]

 

  [천둥이 콰르릉 친다]

 

  [한숨]

 

  [천둥이 콰르릉 친다]

 

  [잔잔한 음악]

 

  [천둥이 우르릉 울린다]

 

  [어린 지평의 거친 숨소리]

 

  [어두운 음악]

 

  [천둥이 콰르릉 친다]

 

  [하품]

 

  [찌뿌둥한 신음]

 

  [힘겨운 신음]

 

  [원덕의 놀란 신음]

 

  맞는다내 돈

 

  안 왔겠지

 

  잘 데 있다고 했는데 딴 데 갔겠지

 

  딴 데 어디?

 

  딱 봐도 없어 보이던데

 

  왔으면 좋지에이

 

  돈이야 더 궁한 놈이   가져가면 더 좋은 거고

 

  나야 또 벌면

 

  되긴 뭐가 돼그게 어떻게 번 돈인데

 

  [다급한 신음]

 

  (원덕)   어머내 돈내 돈

 

  내 돈내 돈

 

  아휴아유주님죄송합니다

 

  아유제가 사람을 의심했습니다   아이고주님

 

  (어린 지평)   사과는 주님 말고 나한테 해야죠   [원덕의 놀란 신음]

 

  [발랄한 음악]   들고 튈까 하다 말았어요

 

  [어린 지평이 가방을 툭 든다]

 

  그런 데 말고 은행에다 넣어 놔요

 

  (원덕)   순딩이

 

  너 밥값 안 해?

 

  순딩이?

 

  누구요저요?

 

  (원덕)   아이고

 

  난 당최 복잡해서   뭔 말인지 한 개도 모르겠다

 

  네가 관리 좀 해라

 

  (어린 지평)   제가 왜요?

 

  저 갈 데 있어요

 

  (원덕)   아침저녁쯤은   내가 차려 줄 수 있으니까

 

  얼른 받아팔 아파

 

  [원덕의 못마땅한 신음]

 

  할머닌 나 무섭지 않아요?

 

  너 같은 순딩이가 뭐가 무서워

 

  저 순딩이 아니에요

 

  이제 통장 비밀번호도 알았겠다   가게 열쇠도 있겠다

 

  제가 나쁜 마음 먹고   사고라도 치면 어쩌려고 그래요?

 

  어쩌기는

 

  사람 잘못 본 내 팔자려니 해야지

 

  [부드러운 음악]

 

  (중개인1)   그럼 이런 모의 말고   진짜 투자를 한번 해 봐

 

  이 정도 실력이면   사이버 머니가 아니라

 

  진짜 돈도 꽤 만진다

 

  할머니나온 김에   계좌 하나 더 만들죠?

 

  (어린 지평)   할머니!

 

  할머니!

 

  [마우스 클릭음]

 

  [숨을 깊게 내뱉는다]

 

  나 지금 되게 심란하니까   그만 좀 따라오실래요?

 

  (어린 지평)   내가 언제

 

  저거 뭐야?

 

  - (어린 달미할머니!   - !

 

  [어린 달미가 울먹인다]   (원덕)   아유!

 

  [빗자루가 툭 떨어진다]   (어린 달미)   할머니

 

  아유달미야왜 그래   무슨 일 있어?

 

  할머니나 이제 혼자야

 

  나 어떡해?

 

  아유혼자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아유

 

  (원덕)   언니 어디 있어?

 

  엄마 따라갔어

 

  (어린 달미)   엄마가 언니 데리고 떠났어

 

  [잔잔한 음악]

 

  [어린 달미가 흐느낀다]

 

  할머니

 

  [원덕이 어린 달미를 토닥인다]

 

  괜찮아

 

  나 어떡해?

 

  할미 있잖아

 

  - 괜찮아   - (어린 달미할머니

 

  [어린 달미가 엉엉 운다]

 

  무슨 일 있어요?

 

  (원덕)   지평이 너 꽤 달필이구나

 

  아까 내 손녀 봤지?

 

  달미라고

 

  걔 이름이 달미예요?

 

  (어린 지평)   아유생긴 것처럼 이름도 촌스럽네

 

  걔한테 편지 좀 써 줘

 

  (원덕)   예전부터 친구가 되고 싶었다고

 

  그 또래가 쓴 것처럼   편지 좀 써 줘 봐 봐

 

  왜요?

 

  (원덕)   친구라고는 자기 언니 하나인데

 

  둘이 떨어졌다잖아

 

  꽁으로라도 하나 만들어 주려고   그러는 거지

 

  내가 쓰면 글씨 알아봐서 안 돼   네가 한번 써 봐라

 

  그러니까 왜요내가 왜

 

  너 순딩이잖아

 

  순딩이 소리 좀 그만해요

 

  (어린 지평)   사람 잘못 보셨다니까

 

  [어린 지평의 한숨]

 

  [어린 지평의 한숨]

 

  [흥미진진한 음악]   (원덕)   여자 친구로 할까?

 

  (어린 지평)   내 글씨는 누가 봐도 남자 글씨인데

 

  (원덕)   그래?

 

  남자 이름으로 할까?

 

  [원덕의 힘주는 숨소리]

 

  일단 시작은

 

  '달미보아라'

 

  [어린 지평의 한숨]

 

  '보아라'가 뭐예요, '보아라'

 

  (어린 지평)   할머니인 거 딱 티 나

 

  그냥 깔끔하게

 

  '달미야안녕'

 

  '내 이름은'

 

  이름 뭐로 해요?

 

  네가 한번 지어 봐

 

  (원덕)   딱 봐도 똑똑하고 착하고   팔자 좋은 놈으로다가

 

  네 이름으로 할까?

 

  아유싫어요

 

  얘 어때요?

 

  (어린 지평)   똑똑하고 착하고 팔자 좋아 보이는데

 

  (원덕)   도산남도산?

 

  인물도 좋네

 

  좋아얘 이름으로 하자

 

  (어린 지평)   '내 이름은 남도산이야'

 

  '너와 친구가 되고 싶어서'

 

  '용기 내 펜을 들었다'

 

  연필이잖아

 

  - (어린 지평씁   - 웃자고 한 소리야

 

  '펜을 들었다'

 

  연필인데

 

  [어린 지평의 한숨]

 

  - 근데 이 방법이 먹힐까요?   - (원덕?

 

  아니할머니 손녀 말이에요

 

  (어린 지평)   부모님 이혼하셨다지

 

  죽고 못 사는 언니랑 헤어졌다지

 

  꼴랑 이런 편지로 위로가 되겠어요?

 

  [문이 철컥 열린다]   (어린 달미)   아빠아빠!

 

  아빠아빠아빠아빠!

 

  아빠아빠아빠

 

  (청명)   인마!

 

  이거 아빠가   몇 시간 동안 다 정리한 건데

 

  아빠나 연애편지 받았다?

 

  ?

 

  - 연애편지?   - (어린 달미

 

  - 글씨 대빵 잘 쓰지?   - (청명

 

  나랑 동갑이래남도산

 

  이름 되게 느낌 있지?

 

  에이느낌은 무슨

 

  이름이 꼭 뭐레슬링 선수 같구먼

 

  아니야수학 잘한대

 

  완전 천재과지

 

  그 편지 그거   영국에서 왔다 그러지?

 

  행운의 편지

 

  (어린 달미)   아니야할머니가 전해 준 거거든?

 

  들어 봐 봐

 

  [어린 달미의 헛기침]

 

  '느닷없는 편지에 당황하진 않았는지'

 

  [잔잔한 음악]   (어린 달미)

 

  (어린 지평)

 

  (어린 지평)   동생 같은 강아지였는데

 

  (원덕)   이거 좋다이거잘 썼다

 

  (어린 지평)   요즘 몽실이가 미치게 보고 싶어

 

  어젠

 

  (어린 지평)

 

  [원덕의 웃음]   (어린 지평)

 

  안 웃겨나도 요즘 그래

 

  (어린 지평)   늘 곁에 있을 줄 알았어

 

  (어린 지평)

 

  (어린 지평)

 

  (어린 지평)   요즘 난 1, 1초가 온통 후회뿐이야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

 

  (원덕)   아이

 

  (어린 지평)   지금 이 1, 1초도   선물 같은 시간인데

 

  (원덕)   이렇게 쓰면 안 돼

 

  (어린 지평)   이러다 또 후회하겠지

 

  겨울엔 푸르렀던 여름을   [원덕이 만족한다]

 

  여름엔 새하얗던 겨울을 그리워하며

 

  그래서 난 결심했어

 

  (어린 지평)

 

  (어린 지평)   이게 설익은 용기를 내   편지를 쓰게 된 이유야

 

  좋아한다서달미

 

  이 편지를 쓰는 나의 지금이

 

  어느 순간보다도 설레고   빛나고 있음에 너에게 감사하며

 

  친구가 되고 싶은 남도산으로부터

 

  너랑 진짜 동갑 맞아?

 

  비정상적으로 조숙한데?

 

  아빠 때랑은 달라

 

  요즘 애들 다 조숙해

 

  나 봐 봐

 

  할머니가 전해 줬다고?

 

  할머니 가게 앞의 벚꽃나무 알지?

 

  거기 새집에다가 답장 보내 달래

 

  낭만적이지?

 

  근데

 

  근데 왜 만나자고 안 해?

 

  좋으면 만나면 되지

 

  아빠 땐 그래도 됐겠지

 

  요즘 그러면 스토커 소리 들어

 

  도산이 얘 괜찮네젠틀해

 

  답장할 거야?

 

  글쎄

 

  얘가 워낙 나이스하잖아

 

  무엇보다 나 때문에   거의 죽고 못 사는 느낌이니까

 

  (어린 달미)   사람 하나 살린다 치고   답장 한번 써 주지

 

  [어린 달미의 신난 신음]

 

  (원덕)   금방 튀겼다

 

  - (여학생감사합니다   - (원덕

 

  [남학생들이 감사 인사를 한다]   (원덕)   그래맛있게 먹어라

 

  그만 일어나공부해!   [남학생4의 신음]

 

  뭐 한다고 맨날 거기서

 

  아이고네가 웬일이냐?

 

  (청명)   달미 답장 갖고 왔어요

 

  (원덕)   벌써 썼대?

 

  아이고참 나

 

  [원덕의 웃음]

 

  아차저 나무에다 넣어 놔

 

  남도산이가 거기다 넣어 달랬어

 

  어머니고마워요

 

  덕분에 달미 기운 차렸어요

 

  - 티 났냐?   - (청명

 

  저한테만

 

  [안도하는 숨소리]

 

  달미는 뭐래믿는 눈치야?

 

  아유다행이네

 

  [함께 웃는다]

 

  - 어머니   - (원덕?

 

  저 진짜 죽어라고 열심히 할게요

 

  (청명)   그래서 인재 엄마랑 인재   다시 다 데리고 오고

 

  내가 우리 어머니

 

  건물주 만들어 드릴게요

 

  맨날 지르기만 하고

 

  너 그러다 사기꾼 된다

 

  일단 지르고   기를 쓰고 수습하면 되죠

 

  1년만 기다려 주세요

 

  1년만

 

  [잔잔한 음악]

 

  (원덕)   알았어빨리 저기다 갖다 넣고 가

 

  [청명의 웃음]   

 

  (어린 달미)   잘 부탁드립니다

 

  (어린 달미)   언니!

 

  (어린 인재)   [신난 목소리로]   달미야!

 

  "배달"

 

  (청명)   !

 

  (어린 달미)   [놀라며]   대박

 

  - (어린 인재달미야   - 언니!

 

  [청명이 설명한다]

 

  원 클릭 한 번으로

 

  저희의 목표입니다

 

  (은행원1)   오래 기다리셨죠?

 

  (어린 인재)   도산이었나걘 만나 봤어?

 

  (어린 달미)   아니아직

 

  (어린 인재)   1년이 다 되도록 펜팔만 한 거야?

 

  펜팔만으로도 진도 다 나가더라고   플라토닉하게

 

  엄마랑 아빠도   펜팔로 시작했다잖아

 

  그때랑 같나

 

  아참언니

 

  이거 깜빡했더라

 

  (어린 인재)   그냥 버리지

 

  (어린 달미)   아빠가 준 선물을?

 

  달미야나 너한테 할 말 있어

 

  엄마

 

  재혼했어

 

  [차분한 음악]

 

  ?

 

  (어린 인재)   그리고 우리 오늘 미국 가

 

  새아빠가 그쪽으로 발령이 나서

 

  새아빠?

 

  엄청 부자야

 

  (어린 달미)   말렸어야지

 

  (어린 인재)   어떻게 말려엄마가 좋다는데

 

  아빤 어쩌고

 

  엄마랑 언니 다시 데려오겠다고   기를 쓰고 일한단 말이야

 

  (어린 인재)   그게 싫어

 

  왜 사는 데 기를 써야 돼?   그냥 좀 살면 안 돼?

 

  언니

 

  새아빠 보니까 사는 게 되게 쉽더라?

 

  (어린 인재)   뷔페도 쉽고 여행도 쉬워

 

  옷 사는 것도 쉽고   남 일 같던 유학도 내 일처럼 쉬워

 

  근데 아빠 봐   월급날 겨우 치킨 사 오잖아

 

  그거 먹으면서 세상 맛있는 척   좋아하는 척하는 거

 

  그거 너 안 질리디난 물리던데

 

  기름 전 내 맡기도 싫어   진절머리가 나!

 

  그래서 안 말렸어?

 

  쉽게 살겠다고?   겨우 그런 이유 때문에?

 

  두고 봐그게 겨우인가

 

  (어린 인재)   너도 그때 나처럼 엄마 따라왔어야 돼

 

  너 선택 한참 잘못했어

 

  아니난 그렇게 생각 안 해

 

  시간이 말해 줄 거야   누구 선택이 맞았는지

 

  (어린 인재)   그리고

 

  나 서인재 아니고 원인재다

 

  네 언니도 아니고

 

  (어린 달미)   서인재!   [오르골에서 잔잔한 곡이 흘러나온다]

 

  (어린 인재)   뭐야!

 

  - (어린 인재이거 놔!   - 이거 놔!

 

  [어린 인재의 비명]

 

  (어린 인재)   이거 놔!

 

  뭐 하는 짓이야!

 

  (어린 달미)   너나 놔!

 

  (어린 인재)   뭐 하는 짓이야!

 

  (인재)   좋아 보이네걱정 많이 했는데

 

  (달미)   걱정을 왜 해   부족한 거 없이 잘 살고 있구먼

 

  할머닌건강하시고?

 

  몇 년 전부터   검은 머리 다시 나잖아

 

  (달미)   회춘하시나 봐

 

  아직도 할머니한테 빌붙어 사니?

 

  [흥미진진한 음악]   (원덕)   달미 너 때문에 수챗구멍 또 막혔잖아

 

  이럴 거면 월세 내고 살아   이 계집애야

 

  [한숨]

 

  세상 사람들이   다 언니 같은 줄 아나 봐?

 

  무슨 소리야?

 

  언니

 

  그 새아버지한테 빌붙어서 창업했잖아

 

  [컵을 탁 내려놓는다]   그러니까

 

  창업이란 게 혼자선 힘들더라고

 

  (인재)   그러는 넌

 

  강연에 기웃거리는 거 보니까   창업에 뜻이 있나 본데?

 

  있지당연히

 

  준비 중이야

 

  파트너는 있고?

 

  설마 할머니?

 

  (달미)   할머니나 회사 때려치우고   핫도그 2호점 내 볼까?

 

  너 핫도그로 한번 맞을래

 

  아니

 

  있어다른 사람

 

  (달미)   능력 있고똑똑하고유망한

 

  그러니까 누구이름이 뭔데

 

  있어언니 모르는 사람

 

  언니 미국 언제 들어간다고?

 

  이달 말쯤?

 

  (달미)   

 

  아직 답 안 했어

 

  (인재)   능력 있고똑똑하고   유망한 친구 이름이 뭔지

 

  이름?

 

  도산이야남도산

 

  남도산?

 

  이름이 익다?

 

  혹시 옛날에 그 펜팔?

 

  이름을 기억해?

 

  그럼

 

  네가 자랑을 그렇게 해댔는데   까먹는 게 이상하지

 

  (인재)   만나는 본 거야?

 

  설마 아직도 플라토닉   그런 거니?

 

  플라토닉은 무슨

 

  에로스적으로도 만나고

 

  (달미)   비즈니스적으로도 만나고

 

  어제도 만났는데?

 

  [카메라 셔터음]

 

  [카메라 셔터 효과음]

 

  

 

  그 친구가 그렇게 똑똑하고 유망해?

 

  그럼

 

  수학 올림피아드   최연소 금상 출신이잖아

 

  [컵을 탁 내려놓는다]   [달미의 헛기침]

 

  (인재)   데려다줄게

 

  (달미)   아니야

 

  나 이따가   도산이가 픽업 오기로 했어

 

  그래?

 

  너 혹시 다음 주 금요일에 시간 돼?

 

  금요일?

 

  우리 회사에서 네트워킹 파티가 있거든

 

  네가 창업에 뜻이 있으면   인맥 넓히기 좋은 자리일 거야

 

  봐서

 

  (인재)   도산 씨랑 같이 와라

 

  

 

  도산이는 왜?

 

  왜긴, 10년 넘게 널 아끼고   좋아해 준 남자 친구인데

 

  인사 좀 하고 싶어서 그러지언니로서

 

  

 

  됐어마음만 전할게

 

  (달미)   낯가리는 친구라 그런 자리 불편해해

 

  그래그럼

 

  들어가

 

  [밝은 음악]

 

  고마워

 

  뭐가?

 

  난 늘 의심했거든

 

  그때 내 선택을

 

  근데 이제 그럴 필요 없겠다

 

  무슨 소리야?

 

  (인재)   까진 구두에 매직 칠해서 신고

 

  없는 남자 친구까지 동원해 가면서   창업 운운하는 널 보니까

 

  지금 네 처지가 어떤지 빤히 보이네

 

  [어이없는 숨소리]

 

  - 내 처지?   - (인재할머니한테 빌붙어 살면서

 

  회사에서 공 없는 야근이나 하면서

 

  (인재)   최저 시급만 못한   월급 받으며 살겠지

 

  고마워다른 선택을 보여 줘서

 

  덕분에 내 선택

 

  의심할 일은 없겠다이제

 

  [자동차 시동음]

 

  출발하죠

 

  [타이어 마찰음]

 

  [자동차 경적]

 

  [거친 숨을 내뱉는다]

 

  무슨 짓이야?

 

  그 네트워킹 파티

 

  시간이랑 장소 줘 봐

 

  도산이랑 같이 갈게

 

  [헛웃음]

 

  [버스 카드 인식음]

 

  

 

  미쳤구나서달미

 

  허세도 정도껏 떨어야지

 

  왜 그랬니달미야

 

  [짜증 섞인 신음]

 

  [발랄한 음악]

 

  왜 저래?

 

  (달미)   괜찮아요제정신이에요

 

  [비명]

 

  뭐야뭐 하는 거야?

 

  얼씨구?

 

  [웃음]

 

  [달미의 웃음]

 

  [지평의 웃음]

 

  미쳤나?

 

  [한숨]

 

  [숨을 들이켠다]

 

  아픈가?

 

  ?

 

  [타이어 마찰음]

 

  (달미)   나 왔어요

 

  (원덕)   왜 또 왔어?

 

  [차분한 음악]   회사 쉬는 날은 그냥 쉬어   안 도와줘도 돼

 

  (달미)   도와주긴

 

  쥐꼬리만 한 월급에   쥐똥만 한 시급 보태려고 온 거구먼

 

  나 시급 꼭 챙겨 줘요

 

  에이그계집애 말본새하고는에이그

 

  (달미)   할머니

 

  도산이 말이야

 

  또 도산이 타령이야?

 

  (원덕)   지겹지도 않냐?

 

  벌써 15년이다, 15에이그

 

  할머니는 도산이 본 적 있댔지?

 

  봤지

 

  (원덕)   똑똑하고 잘생기고

 

  아주 팔자 좋게 생겼지

 

  너 이 할미 못 믿어?

 

  믿어

 

  믿는데

 

  오늘따라 도산이가 보고 싶네

 

  (달미)   딱 하루만이라도

 

  

 

  무슨 일 있었어?

 

  없었어

 

  좋네요여기로 할게요

 

  (중개인2)   [놀라며]   아유좋은 부모님을 뒀네?

 

  등록금에오피스텔도 전세로   떡하니 얻어 주시고?

 

  계약 어떻게 할까?

 

  부모님 오시면 하는 걸로?

 

  부모님 두 분 다 안 계세요

 

  그럼 계약은 누가

 

  (중개인2)   아니돈은 누누가

 

  계약은 제가 합니다   돈도 제가 내고요

 

  아휴

 

  아직 학생 같은데

 

  돈은 있고?

 

  있습니다

 

  (원덕)   이 돈 몽땅 찾아 주세요

 

  (은행원2)   아예 해약하시게요?

 

  (원덕)   현금으로 부탁합니다

 

  (은행원2)   일단 통장 정리부터 하고   도와드릴게요

 

  근데 왜 갑자기 해약을

 

  [기계 작동음]

 

  아들이 사업하다가   집을 담보 잡혔거든요

 

  이달에 이자 못 막으면   집에서 쫓겨난대서

 

  - 네   - (원덕

 

  고객님?

 

  이걸 다 현금으로 찾으신다고요?

 

  

 

  8천 정도 되는데 이걸 다요?

 

  8?

 

  8백 아니고요?

 

  8천만 원인데요?

 

  [놀란 숨소리]

 

  주님

 

  아이고감사하지만   이자 열 배는 과분합니다

 

  (은행원2)   이자 아닌데

 

  고객님혹시 주식 하세요?

 

  - 주식…   - (은행원2) 

 

  이거 주식 투자로 수익을 낸 것 같은데

 

  그럴 리가

 

  [잔잔한 음악]

 

  설마 그 순딩이가

 

  (은행원2)   어떻게 할까요고객님?

 

  이거 다 해약할까요?

 

  

 

  (은행원2)   잠시만요

 

  [안내 음성이 흘러나온다]

 

  왜 이래해약이라니

 

  (청명)   어머니이게 뭐예요?

 

  [거친 숨소리]

 

  어머니이 돈 이거 어어디서

 

  일단 그걸로 급한 불은 꺼 봐

 

  아니에요아니에요   저 혼자 버틸 수 있습니다

 

  (원덕)   그냥 주는 거 아니야

 

  투자야계약서 쓰고 나한테 지분도 줘

 

  일찍 투자할수록   지분 많이 주는 거라며

 

  어미라고 만만하게 보지 말고   제대로 챙겨 줘

 

  고맙습니다

 

  [휴대전화 진동음]   (청명)   엄마잠시만요

 

  여보세요?

 

  전데요

 

  누구요?

 

  아니요아니요

 

  지금 가능합니다예   어디로 가면 됩니까?

 

  어머니어머니저 먼저   좀 빨리 좀 가 볼게요   [원덕이 대답한다]

 

  예   주소 좀 찍어 주시겠어요?

 

  근처네요   금방 갈게요

 

  어머니고맙습니다갈게요

 

  [버스 카드 인식음]   [청명의 거친 숨소리]

 

  [타이어 마찰음]   [사람들의 놀란 신음]

 

  [차분한 음악]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좀 너무 급해 가지고

 

  (남자2)   병원 가셔야 되는 거 아니에요?

 

  머리에 피 나는데

 

  아니요저 정말로 괜찮습니다

 

  지금 시간이 너무 없어 가지고   죄송합니다

 

  저 진짜 멀쩡합니다아니

 

  저 심지어 그좋습니다

 

  죄송합니다

 

  (청명)   잠깐만요잠깐만요!

 

  죄송합니다

 

  긴장을 해서 그런지 엄청 떨리네요

 

  (선학)   

 

  꼭 오늘 아니어도 되는데요

 

  아닙니다괜찮습니다

 

  시작하겠습니다

 

  [리모컨 조작음]   (청명)   저희 배달 닷컴은

 

  전국의 배달 음식 전문점을   네트워크로 연결하여

 

  - 유저가 원 클릭으로   - (선학대표님

 

  사업 계획서 이미 다 검토했습니다

 

  

 

  (투자자1)   저흰 매력적인   사업 아이템이라고 생각합니다

 

  - ?   - (투자자2) 앞으로

 

  (투자자2)   모바일 기반까지 생각한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한 점

 

  마음에 들고요

 

  - (청명감사합니다   - (선학다만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요

 

  (선학)   그 점만 저희 생각과 같다면

 

  투자를 진행할까 합니다

 

  [리모컨을 툭 내려놓으며]   말씀하십시오

 

  (선학)   지금

 

  사용자는 늘어나고 있는데

 

  어느 부분에서 수익을 낼지   불분명하네요?

 

  유료화는 아직입니까?

 

  

 

  이미 대표님 돈은   거의 다 태우셨을 텐데

 

  언제까지 유저 확보만 하실 겁니까?

 

  

 

  전 아직 수익보다는   유저 확보가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투자자2)   그럼 대표님이나 투자자나   한참 더 고생해야 된단 뜻인데

 

  죄송합니다만 그 부분은   타협하고 싶지 않습니다

 

  당장 눈앞의 수익만 좇다가   유저를 놓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망망대해에서 표류 중이시네요

 

  (선학)   그런 대표님들은 둘 중 하나죠

 

  목말라 죽거나

 

  굶어 죽는다고요?

 

  아니요

 

  살아남거나

 

  [희망찬 음악]

 

  아무리 갈증이 나도   바닷물을 마시면 안 되죠

 

  (선학)   비가 올 때까지 버텨야 살아남죠

 

  창업 초기 단계에서   눈앞의 수익을 좇는 건

 

  바닷물을 마시겠다는 소리죠

 

  사업 계속 진행하시죠

 

  다음 주 중으로 바로 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예   [헛기침]

 

  (청명)   감사합니다

 

  

 

  저한테도 이런 날이 오기는 오네요

 

  코피

 

  [청명의 웃음]

 

  제가 너무 기뻐서 이

 

  코피가 다 납니다

 

  축하해요

 

  (청명)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원덕)   아이고

 

  순딩이 왔냐?   마침 잘 왔다이것 좀 같이 들자

 

  순딩아!   이것 좀 같이 들자니까

 

  [힘겨운 숨소리]

 

  아이고

 

  아이고아이고

 

  어디 가?

 

  서울 갑니다

 

  서울은 갑자기 왜?

 

  대학 붙었거든요

 

  그동안 거둬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갑자기 가는 법이 어디 있냐?

 

  그러는 할머니는!

 

  갑자기 이러는 법이 어디 있어요

 

  - (원덕뭐가?   - 그거 할머니 돈 아니고 내 돈이에요

 

  (어린 지평)   통장 명의만 할머니 거지   돈은 내 거라고!

 

  내가 투자해서 불렸으니까

 

  대단하네

 

  1년 동안 열 배는 불렸던데

 

  내가 불린 거 알면서 꿀꺽했어요?

 

  그래서 은행에 같이 따라와 줬냐?

 

  내 명의 빌리려고?

 

  그건

 

  [차분한 음악]

 

  그래서 따라갔습니다

 

  내 나이가 부모 없으면   얼마나 애매한 나이인 줄 알아요?

 

  이제 어른이니까   꼴랑 200 쥐여 주고 보육원에서 나가래

 

  그 돈으로 먹고자고입고   다 해결하래!

 

  근데 은행 가면 애라고   계좌도 안 터 줘

 

  어른도 아니고 애도 아니고

 

  이런 거지 같은 나이가 어디 있어

 

  (어린 지평)   근데

 

  호구 할머니가 떡하니 나타났네?

 

  그래서 따라갔습니다

 

  할머니가   고마워서 간 줄 알았어요?

 

  그런 착한 짓은요

 

  여유 있는 놈들이나 하는 짓이에요

 

  괜히 착하네순하네

 

  그런 헛소리에 놀아나 갖고   되지도 않는 편지나 써대고

 

  아유내가 등신이지

 

  내 돈 내놔요얼른!

 

  어딜 가요아저씨한테 가서   내 돈 뱉으라고 해요당장!

 

  [어린 지평의 성난 신음]

 

  (원덕)   [힘주며]   내가 네 돈을 왜 가져

 

  그럼

 

  (어린 지평)   아저씨한테 준 돈은

 

  내 돈 줬어

 

  [잔잔한 음악]

 

  안녕히 계세요

 

  [휴대전화 진동음]

 

  아빠

 

  어떻게 됐어?

 

  (청명)   달미야

 

  아빠 투자받기로 했다

 

  정말대박이네

 

  아빠축하해

 

  (청명)   이제부터 시작이야

 

  아빠가 꼭 성공해서

 

  언니랑 엄마 다시 다 데리고 올게

 

  ?

 

  너 아빠 말 못 믿겠어?

 

  솔직하게 말해도 돼?

 

  잠깐만잠깐만달미야

 

  

 

  그 전에 아빠 얘기를 좀 들어 볼래?

 

  (청명)   너 아빠 말 들으면 아마   마음이 바뀔 거야

 

  아빠는 말이야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   막 상상이 된다?

 

  봐 봐

 

  요즘에 핸드폰 쓰는 사람들 엄청 많지?

 

  - (어린 달미어   - (청명

 

  그 핸드폰이 점점 좋아지면   어떻게 될까?

 

  그걸로 사진도 찍고

 

  음악도 듣고   인터넷도 하고 그러면?

 

  참 좋겠지?

 

  인마

 

  참 정도가 아니야

 

  세상이 무지막지하게 달라진다고

 

  (청명)   아빠는 말이야

 

  맞아서 회사 그만둔 거 아니야

 

  그런 세상을 준비하려고 그만둔 거야

 

  어때

 

  아빠 대박 나겠지?

 

  솔직히 말해도 돼?

 

  너 아직도 아빠 말 못 믿겠어?

 

  아빠는 말이야

 

  믿어

 

  대박 날 것 같아

 

  인마

 

  근데 왜 자꾸 그렇게 울어   아빠 속상하게

 

  안 울어

 

  그냥

 

  치킨

 

  치킨이 먹고 싶어서

 

  걱정하지 마?

 

  콜라도 사 갈게?

 

  치킨 까짓것 그거 얼마 안 해

 

  아빠가 그 정도 사 줄 돈은 있어?

 

  그러니까 언제든지 말만 해

 

  언제까지?

 

  

 

  평생

 

  그러니까 먹고 싶을 때   바로바로 말해?

 

  걱정하지 마

 

  (어린 지평)   함께 있는 시간이 당연해서   귀한 줄 몰랐어

 

  (어린 지평)

 

  (어린 지평)

 

  (어린 지평)   더 이상 후회로   나의 지금을 채우지 않기로

 

  (청명)   좀만 기다려

 

  아빠가 치킨 사 갈게

 

  아빠

 

  ?

 

  사랑해

 

  (청명)   

 

  치킨 사 준다니까 아빠 사랑해?

 

  아니안 사 줘도 사랑해

 

  알지?

 

  내가 아빠 진짜 사랑하는 거

 

  알지

 

  우리 딸

 

  아빠도 사랑해

 

  [통화 종료음]

 

  [어린 달미의 한숨]

 

  그 엘리베이터 운행 안 합니다

 

  - 이쪽 거 타시죠   - (청명

 

  [엘리베이터 조작음]

 

  (선학)   

 

  세부 투자 조건은   다음 주 중으로 조율해 봅시다

 

  네   [엘리베이터 도착음]

 

  [엘리베이터 조작음]

 

  [엘리베이터 음성]   내려갑니다

 

  

 

  (선학)   어어또 코코피 나요

 

  (청명)   

 

  (선학)   이거라도 써요

 

  (청명)   

 

  아유감사합니다

 

  이거 나중에 빨아서 드릴게요

 

  사업하기 참 힘들죠?

 

  (청명)   조금

 

  아니솔직히 좀 많이 힘듭니다

 

  성공하면 대표님 소리 듣고

 

  실패하면 사기꾼 소리 듣고

 

  이 바닥이 참 무섭죠

 

  [코를 훌쩍이며]   그러니까요

 

  아휴맨날 넘어지고 깨지고

 

  아휴이 바닥이   콘크리트 바닥이 아니라

 

  모랫바닥이었으면 참 좋겠어요

 

  그럼 마음껏 사업할 텐데

 

  모랫바닥요?

 

  

 

  예전에 우리 딸내미가   그네를 타다가 무릎이 다 깨졌거든요

 

  애 엄마가 다시는 그네 타지 말라고   난리를 막 치는데

 

  우리 딸이 그러더라고요

 

  그네 밑에 모래 좀 깔아 달라고

 

  [따뜻한 음악]

 

  [청명의 힘주는 신음]

 

  [청명의 웃음]

 

  (청명)   달미야

 

  (선학)   그네가 재밌었나 보네요

 

  (청명)   그러게요

 

  그래서 모래를 잔뜩 깔아 줬더니

 

  아주 신나서 잘 타더라고요

 

  이 바닥도 모랫바닥처럼 푹신하면

 

  저도 신나서 마음껏 사업할 텐데

 

  생각보다 딱딱하고 무섭고 그러네요

 

  알죠

 

  [엘리베이터 음성]   문이 열립니다

 

  들어가 보겠습니다

 

  다음 주에 봅시다

 

  

 

  (청명)   대표님

 

  이 근처에 맛있는 치킨집 있습니까?

 

  그놈의 꼬질꼬질한 운동화   내내 걸렸는데 이제 사 주네

 

  신어 봐라

 

  찔리라고 주는 건가?

 

  뭔 소리야?

 

  신발 선물하면 도망간다는 말 몰라요?

 

  (어린 지평)   나 이 신발 신고 도망가고   이 돈으로 부자 될 거예요

 

  할머니보다 훨씬 더

 

  그럼 할머니 억울하지 않겠어요?

 

  (원덕)   

 

  억울하겄지

 

  화병 나서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고

 

  배알이 배배 꼬이겠지?

 

  그럼 어떡해요?

 

  지금이라도 돈 도로 드릴까?

 

  아이고순딩이   끝까지 반항 참 알차게 한다

 

  [원덕의 힘주는 신음]

 

  약속해

 

  지평이 너 나중에 성공하면

 

  (어린 지평)   됐네요계산할 거면 지금 해요

 

  나중에 얼마나 불려서 받으려고

 

  성공하면 연락하지 마

 

  부자 되고 결혼해도 연락하지 마

 

  잘 먹고 잘 살면 연락하지 마   나 배알 꼬이기 싫으니까

 

  대신

 

  힘들면 연락해

 

  [잔잔한 음악]

 

  (원덕)   저번처럼

 

  비 오는데 갈 데 하나 없으면 와

 

  미련곰탱이처럼 맞지 말고 그냥 와

 

  열쇠 어디 있는지 알지?

 

  [어린 지평의 헛기침]

 

  (직원)   서울행 버스 출발합니다

 

  (원덕)   버스 왔다

 

  (어린 지평)   할머니

 

  소원 없어요?

 

  (원덕)   뭐래안 들려

 

  소원 얘기해 봐요소원

 

  (어린 지평)   나 빚지고는 도저히 못 살아

 

  알잖아요내 성격 깔끔한 거

 

  그러니까 소원 하나만 말해 봐요

 

  필요 없다니까

 

  얼른 타

 

  [어린 지평이 흐느낀다]

 

  건강하셔야 돼요

 

  [버스 카드 인식음]

 

  [사람들의 놀란 신음]   [남자3의 당황한 신음]

 

  (남자3)   괜찮아요아유

 

  (청명)   [말을 더듬으며]   

 

  [어눌한 말투로]   치킨

 

  (남자3)   여기요

 

  (청명)   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

 

  내 손이

 

  내 손이 왜

 

  왜 이러지?

 

  (남자3)   아이고술 많이 자셨네

 

  나 술 안 먹었는데

 

  (남자3)   아유만취네만취

 

  [웃으며]   아이참

 

  [청명의 당황한 신음]

 

  이게

 

  이게

 

  [잔잔한 음악]

 

  (달미)

 

  (달미)

 

  (달미)

 

  [어린 지평이 흐느낀다]

 

  (달미)

 

  (달미)   쓸쓸한 계절이었을 거야

 

  [버스 문이 쉭 열린다]

 

  (남자3)   이러다 종점까지 가시겠네

 

  (달미)

 

  (달미)

 

  (달미)

 

  [잔잔한 음악]   (달미)

 

  (달미)   네가 있어서 다행이야

 

  (달미)

 

  [원덕의 힘겨운 탄성]

 

  아휴으악

 

  (원덕)   아유힘들어

 

  아이고아이고아이고   아이고고마워라

 

  아이고고마워라

 

  저예요할머니   [원덕의 거친 신음]

 

  누구?

 

  순딩이냐?

 

  [놀란 숨소리]

 

  (원덕)   왜 왔어?

 

  어디 아파?

 

  또 갈 데가 없어?

 

  [밝은 음악]   [원덕의 반가운 숨소리]

 

  (달미)   그때는 있다고 믿었고

 

  지금은

 

  있다고 믿고 싶은 도산아

 

  보고 싶다

 

  "로딩"

 

  됐다

 

  됐다!

 

  [도산의 탄성]   (용산)   됐어?

 

  됐어?

 

  됐다!   [철산의 놀란 탄성]

 

  (철산)   겁나 빨라!

 

  - (용산됐어!   - (철산!

 

  [용산과 철산의 신난 탄성]

 

  - (용산너 해냈어   - (철산너는 진짜 천재여너는!

 

  (철산)   !

 

  - 남도산남도산!   - 남도산남도산!

 

  - (용산남도산남도산!   - (철산남도산남도산!

 

  (달미)   그래서 나는 이제

 

  남도산

 

  너를 찾아야겠다

 

  [밝은 음악]

 

  (청명)   아빠는 말이야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   막 상상이 된다?

 

  봐 봐

 

  요즘에 핸드폰 쓰는 사람들 엄청 많지?

 

  

 

  그 핸드폰이 점점 좋아지면   어떻게 될까?

 

  (청명)   그걸로 사진도 찍고 음악도 듣고   [카메라 셔터음]

 

  인터넷도 하고 그러면?

 

  참 좋겠지

 

  인마

 

  참 정도가 아니야

 

  (청명)   세상이 무지막지하게 달라진다고

 

  [카메라 셔터음]

 

  (달미)   도산이 찾으려고

 

  (지평)   걔는 우리가 만들어 낸 애잖아요   만든 애를 어떻게 찾아요

 

  [도산의 당황한 탄성]   [소란스럽다]

 

  차라리 둘이 안 만나는 게 나아요

 

  (원덕)   남도산 찾았대

 

  (지평)   한 시간만   편지 속의 남도산인 척해 줘요

 

  (철산)   배팅 한번 세게 해 봐

 

  저희 삼산텍을   샌드박스에 들어가게 해 주십시오

 

  (달미)   도산이 넌 긴 시간 위로가 돼 줬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도산)   많이 기다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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