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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트업 12

 

 [차분한 음악]  (용산)  우리 형한테도 이랬습니까?

 

 이렇게 쉽게 안 된다 단정했어요?

 

 - (철산?  - (사하무슨 소리예요이게?

 

 (지평)  쉽게 단정한 거 아닙니다

 

 이거 전형적인 에크하이어입니다

 

 에크하이어?

 

 에크

 

 그게그게 뭔디요?

 

 당신네 회사 가치를 보고  인수하는 게 아니라

 

 엔지니어를 고용하려는 거라고요

 

 (지평)  계약이 끝나는 순간

 

 당신네 팀은 바로 공중분해 됩니다

 

 공중분해요?

 

 [자동차 리모컨 조작음]

 

 다 됐네요

 

 (법무 팀 직원)  나머지 주주분들은  서면 진행 하겠습니다

 

 (달미)  알겠습니다

 

 우리 투스토의 가족이 된 걸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도산)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거친 숨소리]

 

 "투스토"

 

 [엘리베이터 조작음]

 

 [엘리베이터 조작음]

 

 [엘리베이터 도착음]

 

 (달미)  할머니이걸 누르면  영상 통화가 되는 거야

 

 샌프란시스코가 여기보다  16시간 늦거든?

 

 그러니까

 

 아니다그냥 계산하기 복잡하니까  영실이한테 물어봐

 

 영실아샌프란시스코가 지금 몇 시지?

 

 [인공 지능 음성]  미국 샌프란시스코 현재 시간은  오전 6 8분이에요

 

 알았지?

 

 [잔잔한 음악]  (달미)  그럼 됐고이제 약

 

 이 약이

 

 [약통을 툭 내려놓는다]

 

 [한숨]

 

 할머니나 그냥 미국 가지 말까?

 

 걱정하지 말고 그냥 가

 

 (아현)  너 없는 동안 내가 잘 보살필게  눈도 잘 살피고

 

 어머니 때문에 할머니가 더 걱정이네요

 

 내가 왜

 

 [아현의 힘주는 신음]

 

 (아현)  어머니이거 어머니 약 맞죠?

 

 하나는 혈압 약이고  하나는 콜레스테롤 약

 

 - 아니바뀌었어  - (아현?

 

 아니글씨가 왜 이렇게  조그맣게 돼 있어

 

 (아현)  하나도 안 보이네  [달미의 한숨]

 

 (달미)  그게 왜 안 보여요

 

 뭐야왜 이렇게 글씨가 작아?

 

 (원덕)  작기만 해?

 

 다 똑같아서 맨날 헷갈려

 

 그러네헷갈리게 돼 있네

 

 (금정)  샌프란시스코는 겨울 날씨가 어때?

 

 - 겨울옷 챙겨야 되지?  - (도산

 

 딱 요렇게 챙겨 가면 될 거 같아요

 

 (금정)  샌프란시스코에  그 친구도 같이 가는 거야?

 

 서달미라고 했나?

 

 

 

 (도산)  

 

 (금정)  그 친구도 너랑 같은 마음인 거야?

 

 잘 모르겠어요물어볼 수도 없고

 

 근데 너무 알고 싶어요

 

 그 친구가 시그널을 줬는데  네가 못 알아먹었겠지

 

 (금정)  네가 눈치가 좀 없니?

 

 아닌데저 눈치 빠른데

 

 저 애들이 진짜 눈치 빠르다고

 

 나 네 엄마야어디서 수작이야

 

 죄송합니다

 

 [발랄한 음악]

 

 (도산)  그러면

 

 어떻게 알아봐요그 시그널?

 

 (금정)  

 

 - (금정내가 정량적으로 설명해 줄게  

 

 - 좀 있으면 네 생일이지?  - (도산

 

 네 생일을 그 친구가 기억하면  일단 30%

 

 30%

 

 그날 만나자고 하면 50%

 

 50…

 

 안 되는데

 

 저 매년 생일은  용산이철산이랑 보내기로 했거든요

 

 그날 걔들 만나면  나 너 호적에서 지운다

 

 죄송합니다

 

 그날 특별히 그 친구가  예쁘게 하고 왔다

 

 그럼 70%

 

 70%? ?

 

 맨날 이쁜데

 

 특별한 건 어떻게 알아봐요?

 

 - 맨날 이뻐?  - (도산진짜

 

 맨날 맨날 이뻐요

 

 1, 1초도 안 빼고

 

 (금정)  아유아유  이런 날이 오네이런 날이 와

 

 나머지는 네가 채울 수 있겠네

 

 [휴대전화 진동음]  아이진작 이렇게 알려 주시지

 

 이제 감이 좀 오네요

 

 (달미)  도산아?

 

 그 친구구나

 

 

 

 (도산)  안 자아직 자기엔 이른 시간이지

 

 보통 주중엔 10시 반에 자고  주말엔

 

 [금정이 도산을 툭 친다]

 

 지워

 

 - 지워요?  - (금정

 

 [익살스러운 음악]

 

 그 옷 벗어

 

 (도산)  

 

 [도산의 아파하는 탄성]

 

 (금정)  너 자는 시간이 궁금해서  문자 보냈겠니?

 

 콜백 하란 소리잖아!

 

 [도산의 신음]  당장 전화해

 

 

 

 (금정)  아유아유갈 길이 멀다멀어

 

 [금정의 한숨]

 

 [문이 탁 닫힌다]

 

 [신음]

 

 [휴대전화 진동음]

 

 - 안 잤어?  - (도산무슨 일이야?

 

 메일 확인 좀 해 볼래?

 

 메일?

 

 (달미)  아니우리 할머니 약 챙겨 주는데

 

 비슷하게 생겨서  나도 막 헷갈리는 거야

 

 (도산)  

 

 [잔잔한 음악]  [달미가 숨을 들이켠다]

 

 (달미)  그걸 우리 눈길이 구별해 주면 어떨까  생각이 드는데

 

 우리 눈길 서비스를  일반 사람들로 확장하잔 뜻이야?

 

 

 

 배리어프리를 거꾸로 하는 거지

 

 

 

 왜 이 생각을 못 했지?  이용자를 확장시킬 수 있는데

 

 (달미)  그렇지?

 

 그럼 수익 모델도 생겨

 

 어때만들 수 있겠어?

 

 해야지할 수 있어

 

 (도산)  약 영상이랑 약 이름이 태깅된  데이터베이스만 있으면 될 거 같은데?

 

 약 이름들이 온톨로지로 돼 있으면

 

 온톨로지?

 

 (도산)  온톨로지가 뭐냐면

 

 약들에 대한 설명 같은 거를

 

 컴퓨터가 처리할 수 있는 형태로  표현하는 건데

 

 투스토에서 이 아이디어를 좋아할까?

 

 (도산)  좋아하지

 

 안 된다고 하면 설득하자

 

 (달미)  사실 기획서 초안 대충 써 봤는데

 

 (도산)  벌써?

 

 진짜 빠르다빨라

 

 (달미)  투스토 고맙네

 

 돈 걱정 안 하고  사업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줘서

 

 너무 좋다

 

 그러게

 

 (달미)  미국은 차 없으면 못 다닌다잖아

 

 가자마자 차부터 사야 되나?

 

 (도산)  

 

 둘 다 사면 낭비지

 

 나만 살게나랑 카풀 하면 되지

 

 좀 부담스럽나?

 

 아니야

 

 나야 고맙지

 

 (달미)  주택 청약은 어떻게 되나?

 

 외국 가면 정지되나?

 

 나 한 6년 부었는데

 

 도산아?

 

 아니

 

 안 자멀쩡해

 

 너 내가 준 박찬호 사인 볼 기억나?

 

 (달미)  

 

 (도산)  그거 내가 왜 너한테 줬는지 알아?

 

 달미야

 

 ?

 

 [새근거린다]

 

 거기 쓰여 있는 꿈이

 

 되게 막연했거든

 

 [힘주는 숨소리]

 

 (아현)  어머니오늘부터 저랑 같이 가요

 

 (원덕)  가긴 뭘 가

 

 일 보태지 말고 너 그냥 여기

 

 

 

 [흥미진진한 음악]  너 그 꼴이 뭐냐?

 

 왜요풀착장 한번 해 봤는데

 

 [원덕의 한숨]

 

 - (달미다녀오겠습니다  - (원덕

 

 엄마

 

 엄마?

 

 (아현)  너 지금 엄마라고 했니?

 

 어머니가 아니고?

 

 어머니거꾸로 하셨어요

 

 뭐를?

 

 마스크

 

 어쩐지 코가 답답하더라

 

 (원덕)  일로 줘 봐일로 줘 봐  아유이렇게 해 봐

 

 [원덕의 못마땅한 신음]

 

 - 얘가 좀 어려워  - (원덕조용히 해

 

 - (달미다녀올게요  - (원덕그래

 

 (원덕)  아이고얘 거는 이거 되지도 않아  그런데이렇게

 

 [문이 철컥 닫힌다]

 

 (달미)  도산아

 

 (도산)  이런 우연이

 

 우연?

 

 여기 근처에 되게 괜찮은  영어 회화 학원이 있더라고

 

 거기서 상담받고 오는 길인데

 

 이런 우연이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달미)  이 근처에

 

 영어 학원이 있다고?

 

 있더라고

 

 [밝은 음악]

 

 (달미)  있구나몰랐네?

 

 거기 계속 다닐 생각이야?

 

 (도산)  그냥 좀 봐서

 

 (달미)  맞는다너  다음 주 월요일 생일이지?

 

 30%

 

 ?

 

 아니내 생일 맞아

 

 그날 뭐 해?

 

 별일 없는데?

 

 생일인데 별일 없으면 안 되지

 

 그날 만날까?

 

 그래

 

 50%

 

 (도산)  50%

 

 - (달미뭐 해?  - 

 

 난 아바라

 

 나도 아바라  커피는 아바라지

 

 (종업원)  아이스바닐라라테 두 잔 나왔습니다

 

 (사하)  감사합니다

 

 뭐예요?

 

 (달미)  왜 두 잔일까?

 

 (도산)  사하 님은 혼잔데

 

 (사하)  원 플러스 원이잖아요

 

 하나 공짜인데 아무나 주면 좋잖아

 

 그럼 제가 아무나 해도 되죠?

 

 [발랄한 음악]  (도산)  감사합니다

 

 (사하)  도산 님 아아 마시지 않나?

 

 아아보단 공짜를 더 좋아하죠

 

 - 달미 너 아아지?  - (달미

 

 (도산)  저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

 

 (종업원)  

 

 도산 님 눈치 없단 소리 많이 듣죠?

 

 소름

 

 나 얼마 전에 어머니한테  그 소리 딱 들었는데

 

 [도산의 놀란 신음]

 

 - 나 진짜 소름 돋았어  - (달미대박

 

 [도산의 놀란 신음]

 

 (달미)  이쪽도?

 

 [함께 놀란다]

 

 안 그러면 나 어디 아픈가?  [달미의 놀란 신음]

 

 한 쌍의 바퀴벌레들이다진짜

 

 (달미)  사하 님

 

 우리 지금부터  계속 영어로만 대화할까요?

 

 (도산)  ?

 

 (달미)  우리 실리콘 밸리 가면  계속 잉글리시만 써야 되잖아요

 

 (도산)  좋은 생각

 

 미리 연습할 겸 사하 님 발음

 

 프러넌시에이션 예술이던데

 

 여러분한테만 좋은 생각이죠

 

 난 별로네요

 

 달미 님혹시 투스토 쪽에서  연락받은 거 없어요?

 

 없는데왜요?

 

 아니에요아무것도

 

 잠깐만요먼저들 가세요  나 갈 데가 있어서

 

 - (도산?  - (사하가요

 

 (이수)  채용 공고 시안 메일로 보냈는데  검토하셨어요?

 

 (인재)  들어가서 바로 검토할게요

 

 (달미)  좋은 아침

 

 [인재의 한숨]

 

 너 보기 전까진 좋은 아침이었는데

 

 (이수)  축하해요

 

 투스토로  좋은 가격에 인수됐다고 들었어요

 

 감사해요

 

 언니는축하 안 해 줘?

 

 알잖아나 빈말 못 하는 거  [차분한 음악]

 

 내 기준 별로 축하할 일로 안 보여

 

 - 질투야?  - (인재충고야

 

 그래난 질투로 들리는데

 

 내 선택이 틀렸다고  우기고 싶은 거 아니야?

 

 넌 내가 15년 전 일에  연연해서 이러는 걸로 보여?

 

 

 

 언닌 15년 전의  남의 추억까지 훔치는 사람이잖아

 

 [한숨]

 

 그래미안하다

 

 그 잘난 추억 반납할게

 

 (인재)  근데 너 언제까지  고리짝 같은 옛날 일로 들러붙을래?

 

 너처럼 뒤 보고 옆 보고 달리면 처져

 

 앞만 보고 달려도 될까 말까야

 

 이것도 질투로 들리니?

 

 

 

 충고로 듣기엔 언성이 너무 높네

 

 [한숨]

 

 그래이게 질투인지 충고인지  오늘 안에 밝혀지겠네

 

 (달미)  무슨 소리야?

 

 (알렉스)  안녕하세요서 대표님

 

 원 대표님도 같이 계셨네?

 

 (달미)  안녕하세요

 

 어쩐 일이세요?

 

 두 사람 요즘 한 쌍의 바퀴벌레처럼  잘 어울려 다니네?

 

 다시 사귀는 건가요?

 

 글쎄 50%

 

 (사하)  여유 있네?

 

 한 팀장님 쪽 신경 안 쓰여요?

 

 쓰이죠쓰이긴 하는데

 

 하긴둘이 미국 가면  한쪽은 자연스레 정리되겠네

 

 그래서 한 팀장이 말렸나?

 

 [어두운 음악]

 

 뭘 말려요?

 

 이 인수 계약  문제 있다고 한 팀장이 찾아왔었어요

 

 무슨 문제요?

 

 에크하이어라고  계약 홀드하라고 했는데

 

 용산 님이 말렸죠

 

 (사하)  한 팀장님 핸드폰 뺏고  초 치지 말라고 엄청 화냈는데

 

 몰랐어요?

 

 [엘리베이터 도착음]

 

 [직원들이 웅성거린다]

 

 [영어]  - (알렉스안녕하세요  - (도산안녕하세요

 

 (알렉스)  안녕

 

 [한국어]  무슨 일이야?

 

 도산아

 

 ?

 

 [문이 달칵 열린다]

 

 (동천)  팀장님팀장님  지금 삼산텍 난리 났어요

 

 - 왜  - (동천알렉스가

 

 서 대표랑 디자이너 해고시키고

 

 개발자 셋만 실리콘 밸리로 데려간다고  통보를 했어요

 

 이건 사기죠

 

 팀을 인수한다고 하셨잖아요

 

 계약서에 그렇게 썼던가요?

 

 (도산)  분명히 말씀하셨어요  팀 인수하신다고?

 

 말은 힘이 없죠

 

 [도산의 거친 숨소리]

 

 (알렉스)  안타깝게 생각해요

 

 본사를 열심히 설득했는데

 

 제 능력 밖이더라고요

 

 (철산)  서 대표님하고 사하 님은  우리 눈길 서비스의 핵심 인물인디요?

 

 눈길은 더 이상 업데이트  필요 없으니까 괜찮습니다

 

 (알렉스)  난 삼산텍의 기술에  아주 관심이 많은데

 

 사람 인식 정확도에 대해  좀 알 수 있을까요?

 

 경량화랑 사람 인식 기술이 이슈잖아요

 

 똑같은 사양으로 테스트를 해 보면

 

 어느 쪽 성능이 더 좋은지  답이 나오겠죠

 

 [헛웃음]

 

 그러고 보니

 

 데모데이 때 기술 질문만 하셨네요

 

 (달미)  서비스나 비전에 대해선  묻지 않으셨죠

 

 정말 눈길 서비스를  유지할 생각은 있으십니까?

 

 글쎄그것도 본사 설득 중입니다

 

 [어이없는 숨소리]

 

 진짜 한 팀장 말이 맞았네

 

 (철산)  그럼 진짜  개발자들 고용하려고 인수한 겁니까?

 

 [영어]  이봐요

 

 [한국어]  좋게 생각해요

 

 (알렉스)  좋은 가격에 인수돼서  다들 큰돈 만졌고

 

 실리콘 밸리에서 경험을 쌓을  그 기회도 생겼고

 

 냉정하게 생각해서  나쁜 점이 하나도 없어요

 

 (도산)  달미야

 

 나 이 계약 엎을래

 

 없던 걸로 해요

 

 (알렉스)  아니그렇게 감정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에요

 

 이미 한 사인이 없어지진 않죠

 

 (도산)  받은 돈 그대로 뱉어 내면 되잖아요

 

 엎을게요

 

 [헛웃음]

 

 (알렉스)  엎어도 상관없는데

 

 이 계약서상으로는  위약금이 발생합니다

 

 얼마였지?

 

 (법무 팀 직원)  인수 가격의 두 배입니다

 

 [어두운 음악]

 

 (용산)  두 배면…  [철산의 헛웃음]

 

 (철산)  60?

 

 [철산의 한숨]

 

 (대명)  분위기 살벌한데요?

 

 (이수)  인수하자마자 피바람이 부는구나

 

 ()  개발자들은요?

 

 (대명)  개발자들만 실리콘 밸리에  데리고 가겠대요

 

 나머지 다 버리고

 

 (이수)  남도산이 계약 엎자니까  위약금으로 두 배 물어내래요

 

 [정의 어이없는 숨소리]

 

 대표님 말이 맞았네요

 

 이번 인수 축하할 일 아니었어요

 

 그래서재밌어요?

 

 ?

 

 (이수)  아니

 

 (인재)  개발은 지금 외주 인력들을  내부로 들이는 쪽으로 하고

 

 영업 맡아 줄 사람을 알아보죠

 

 전략 기획 가능한 사람이면 좋고

 

 [영어]  왔군요

 

 (알렉스)  [한국어]  안 그래도 전화하려 그랬는데

 

 - (지평삼산텍을 해체한다고요?  - (알렉스

 

 - 눈길도요?  - (알렉스

 

 필요 없는 사업과 인력은

 

 [입소리를 딱 내며]  정비해야죠

 

 저쪽은 뭐라고 합니까?

 

 싸우자는 얘기가 아닌데  상황 파악을 못 하는 것 같습니다

 

 (알렉스)  계약을 엎겠다는 둥

 

 엄청 감정적으로 나오고 있어요

 

 사인했고

 

 지금 번복할 단계가 아니잖아요  그렇죠?

 

 알죠

 

 지금이야 호의로 덮고  넘어갈 수준이지만

 

 여기서 더 엇나가면

 

 그땐 저쪽이 많이 다쳐요아시죠?

 

 그러니까 잘 좀  상황을 이해시켜 주세요

 

 (알렉스)  멘토잖아

 

 나 가요

 

 [무거운 음악]

 

 (철산)  네가 아니라고 했잖애?

 

 한 팀장 말 다 개뻥잉게 믿지 말라며  근데 이게 뭐여!

 

 다 맞는 말이잖애이 새끼야

 

 (달미)  이게 무슨 소리예요?

 

 너 대체 왜 그랬냐?

 

 한 팀장이 하는 말이니까

 

 - !  - (용산맨날 초 치는 소리만 하잖아!

 

 (용산)  안 된다문제다자격 없다  기운 빠지는 소리밖에 더 하냐고

 

 언제까지 그 인간한테  질질 끌려다닐래

 

 그 인간 말이 무슨 법이라도 돼?

 

 우리 멘토잖아요!

 

 당신한테나 멘토고 좋은 사람이지!

 

 (용산)  그 인간이 어떤 인간인지  알기나 합니까?

 

 그 인간은요

 

 우리 형형을 죽인 인간이에요

 

 [어두운 음악]

 

 우리한테 하듯이

 

 우리 형 사업을  사사건건 트집 잡으면서

 

 투자자들 다 쫓아냈어요

 

 자금줄 끊기니까 사업도 실패하고

 

 형은

 

 지금도 그래!

 

 결국 투자자 쫓아내는 소리 하잖아

 

 그러니까 듣지 마요  우리 형처럼 되고 싶지 않으면

 

 [문이 달칵 여닫힌다]

 

 (사하)  한 팀장님

 

 한 팀장님

 

 이게 다

 

 무슨 소리예요?

 

 투자자로서 의견을 얘기한 건데  트집으로 들렸다면

 

 유감이네요

 

 유감?

 

 - (용산사람이 죽었는데 유감?  - (철산김용산!

 

 그때 내가 당신 형의  사업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았으면

 

 죄 없는 LP들이  그 손해를 고스란히 떠안았어요

 

 쓴소리라도 솔직한 말을 해야 돼요

 

 그게 내 일이에요

 

 쓴소리?

 

 (용산)  그럼

 

 그럼 당신이 지금 이 상황을  좀 얘기해 봐요

 

 감정 싹 다 지우고

 

 그 잘난 쓴소리 한번 해 봐요  솔직하게

 

 

 

 계약은 끝났고

 

 내 탓 네 탓 따질 상황 아니에요

 

 (지평)  굳이 따지자면 계약서 확인 안 한  당신들이 가장 큰 책임이니까

 

 그냥 받아들이세요

 

 [철산의 헛웃음]

 

 [한숨]

 

 

 

 이런 일이 벌어진 거죠?

 

 투스토가 30억이나 주고 인수한 건

 

 눈길 서비스의 사업성이 아니라

 

 눈길 솔루션의 정확도 때문이에요

 

 - (도산그만해요  그래서 두 사람이 해고되는 거고

 

 그만하라고

 

 저들이 남는 겁니다

 

 [문이 달칵 열린다]

 

 [차분한 음악]

 

 그렇게밖에 말 못 해요?

 

 상처 주자고 작정했냐고

 

 그 정도 말이 상처면  사업하지 말았어야지

 

 [도산이 씩씩거린다]

 

 [거친 숨소리]

 

 [서로 연신 힘준다]

 

 (철산)  사하 님

 

 위약금 안 내고  계약을 엎을 방법은 없대요?

 

 소송을 하면 되는데

 

 승산이 별로 없어 보여요

 

 (철산)  미안미안합니다

 

 한 팀장님이 말릴 때 들었어야 됐는디

 

 진짜 미안합니다

 

 [떨리는 숨소리]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지평의 거친 숨소리]

 

 [도산의 신음]

 

 (지평)  이번 인수

 

 나쁠 거 없어요

 

 팀 해체되는 것만 빼면

 

 오히려 좋은 조건이야

 

 [지평의 신음]

 

 눈길은 포기해요

 

 [잔잔한 음악]  어차피 이번 건 아니어도

 

 오래 못 갈 서비스였어

 

 그 좋은 기술

 

 좀 더 돈 되는 데 써요

 

 [지평의 힘주는 신음]

 

 왜 캐비어로 알탕을 만드나

 

 눈길은 돈 많이 벌고  그다음에 그 돈으로

 

 도와주세요

 

 참 나

 

 사람을 이 지경으로 패 놓고  뭐도와 달라고?

 

 (지평)  지금 이게 무슨 경우지?

 

 [힘겨운 신음]

 

 할머니가

 

 절대 말하지 말라 그랬는데

 

 [거친 숨소리]

 

 뭘 얘기하려고 이렇게 서두가 길어

 

 눈길

 

 달미 할머니 때문에 시작한 서비스예요

 

 할머니 눈이 많이 안 좋아요

 

 머지않아 실명하실 거예요

 

 [쿵 하는 효과음]

 

 도와주세요제발

 

 실명

 

 [풀벌레 울음]

 

 [힘겨운 숨소리]

 

 매출 얼마 나왔니?

 

 이상하네?

 

  3 4백만 원이 나왔을까요?

 

 아까는 1,900원이라더니

 

 차라리 많은 게 낫네

 

 [원덕의 한숨]

 

 (원덕)  저 기름통 좀  요 앞 저 횡단보도에 갖다 놔

 

 - 계산은 내가 할게  - (아현어머니

 

 [한숨]

 

 [원덕의 힘주는 신음]

 

 없네영수증이 어디 갔어

 

 [차분한 음악]  [원덕의 한숨]

 

 [힘주는 신음]

 

 (원덕)  영실아이거 좀 읽어 봐 줄래?

 

 [인공 지능 음성]  알겠습니다

 

 (지평)  많이 쓸수록 마이너스인 솔루션에  누가 투자를 할까요?

 

 [인공 지능 음성]  '청명핫도그 천 원'

 

 '감자핫도그 1,500'

 

 (원덕)  응  [원덕이 계산기를 탁탁 두드린다]

 

 (달미)  왜요안 될 거 같나요?

 

 그런 미래는 결코 오지 않습니다

 

 [원덕이 계산기를 탁탁 두드린다]

 

 [인공 지능 음성]  '치즈핫도그 두 개 3천 원'

 

 '감자핫도그 한 개 1,500'

 

 (원덕)  알았어

 

 계산 끝

 

 고생했다영실아

 

 [원덕의 웃음]

 

 보자보자

 

 ?

 

 네가 이 시간에 웬일이냐?

 

 - 장사 마감하셨어요?  - (원덕했지그럼

 

 근데 너 얼굴이 왜 그래?

 

 누구한테 맞았어?

 

 아니맞은 게 아니라

 

 - 싸웠어요  - (원덕싸워?

 

 누가 우리 순딩이한테  싸움을 걸었어어느 놈이!

 

 그냥 내가 잘못했어요

 

 너 같은 순딩이가  뭔 잘못을 했다 그래

 

 그 순딩이 소리 좀 하지 마요

 

 나 순딩이 아니에요

 

 네가 왜 순딩이가 아니야

 

 내가 아는 놈 중에 제일로 순한데

 

 아니라고요

 

 (지평)  나 순딩이 아니에요

 

 할머니

 

 저 한참 잘못 봤어요

 

 순딩아

 

 (지평)  저요

 

 남이 상처받든 말든 막말하는  개차반이에요

 

 세상 잘난 척 다 아는 척하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등신이라고요

 

 [흐느낀다]

 

 저 순딩이 아니에요

 

 지평아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지평)  할머니

 

 할머니

 

 얘가 왜 이래

 

 뭐야?

 

 무슨 일이야대체

 

 - (원덕?  - 할머니죄송해요

 

 할머니죄송해요

 

 할머니내가 미안해요할머니

 

 할머니할머니

 

 (지평)  [울며]  할머니미안해요

 

 - (지평할머니  - (원덕그래

 

 안 가고 뭐 합니까?

 

 [한숨]

 

 그냥 좀 이래저래 심란해서요

 

 지금 카페 문 닫았는디

 

 (철산)  이거라도 드실래요?  저 입도입도 안 댔어요

 

 아바라죠?

 

 같이 마셔요

 

 ?

 

 [부드러운 음악]

 

 (철산)  

 

 

 

 철산 님도 소송을 해서라도  계약을 엎었으면 좋겠어요?

 

 - 네  - (사하?

 

 철산 님한텐 좋은 기회잖아요

 

 실리콘 밸리 가고 싶어 했고

 

 다 같이 가는 게 아니면 싫어요

 

 사하 님은요?

 

 소송까지 갈 마음 있대요?

 

 아니요

 

 (사하)  나 변호사였잖아

 

 소송 그거 사람 진 빼요

 

 길고 지치고 이긴다는 보장도 없고

 

 그거 하기 싫어서 여기 왔는데  또 하라고?

 

 싫어

 

 사하 님은 열도 안 받는대요?

 

 난 열불 나 죽겄는디

 

 나도 천불 나죠

 

 당분간 잠도 안 올 거 같아

 

 (사하)  그래도 잠은 몇 달 지나면 낫지

 

 소송은 몇 년이네요

 

 [사하가 컵을 잘그락 든다]

 

 한 팀장님

 

 (지평)  

 

 할머니랑 할 얘기가 있어서

 

 잠깐 들렀어요

 

 근데 한 팀장님 얼굴이

 

 넘어졌어요

 

 넘어진 상처 같진 않은데

 

 [차분한 음악]

 

 

 

 아까는 미안했습니다

 

 내가 너무 생각 없이 말을 해서

 

 아니에요

 

 필요한 말을 해 주셨어요

 

 (달미)  팀장님

 

 ?

 

 출출하지 않으세요?

 

 (남자)  이모저희 얼마 나왔어요?

 

 - (사장) 2만 원  - (남자) 2만 원?

 

 - (여자이모잘 먹었습니다  - (남자이모수고하세요

 

 - (사장고마워요  - (남자

 

 [달미가 입바람을 후후 분다]

 

 우린 맨날 국수만 먹네요?

 

 

 

 이 시간에 문 연 데가 여기밖에 없어서

 

 (달미)  오도독뼈라도 시킬까요?

 

 (지평)  됐습니다  아니요아니요아니에요

 

 [지평의 헛기침]

 

 [입바람을 후 분다]

 

 (달미)  팀장님

 

 ?

 

 저희 어떻게 해야 돼요?

 

 어떤 답을 원해요?

 

 팩트를 얘기해 주세요

 

 (달미)  꿈과 희망으로 가득 찬

 

 오지 않을 미래 말고

 

 현실요

 

 솔직하고 냉정하게

 

 그게

 

 (달미)  힘든 부탁일까요?

 

 아니요내가 힘들 게 뭐 있어요

 

 듣는 쪽이 힘들까 봐 그러지

 

 미안하고

 

 팀장님

 

 [잔잔한 음악]  (달미)  아까부터 자꾸 미안하다고 하시는데

 

 저 팀장님 말 듣고  한 번도 힘든 적 없었어요

 

 상처받은 적도 없고단 한 번도

 

 - 한 번도?  - (달미한 번도

 

 두 번?

 

 세 번?

 

 [아파하는 신음]

 

 한 열 번 미만으로  상처는 받았어요

 

 근데 바로 인정했네요

 

 내가 봐도 한심했거든

 

 맷집 세네서달미 씨

 

 저 맷집 세요

 

 (달미)  그러니까 얘기해 주세요

 

 저희 어떡해요?

 

 투스토하고 이 계약으로 싸우자고 들면  이기지 못할 거예요

 

 체급이 다를뿐더러  계약에는 문제가 없으니까

 

 [달미의 한숨]

 

 그럼요?

 

 

 

 '이기지 못할 적이면 아군이 돼라'

 

 라는 말이 있죠

 

 [도산이 훌쩍인다]

 

 [훌쩍인다]

 

 [편안한 음악]

 

 - (감사합니다  - (찬호다음 오세요

 

 [함께 인사를 나눈다]

 

 - 이름이 뭐야?  - (어린 도산남도산요

 

 (찬호)  남도산

 

 몇 학년?

 

 (성환)  저기원랜 중학교 다녀야 되는데  대학 다녀요

 

 월반을 해서

 

 월반했어?

 

 수학 올림피아드 금상 출신이에요

 

 최연소최연소

 

 너 천재구나

 

 수학 천재야구 천재

 

 [함께 웃는다]

 

 (찬호)  하이 파이브 한번 해야겠다

 

 천재네

 

 꿈은 뭐야?

 

 제 꿈은 친구들하고

 

 [성환이 소곤거린다]

 

 필즈상이랑 노벨상을 타는 게  제 꿈입니다

 

 (어린 도산)  아버지근데 필즈상이 뭐예요?

 

 있어그런 거

 

 (금정)  사진 한 장만 찍을게요

 

 (찬호)  그래그래일로 와

 

 [성환과 금정이 말한다]

 

 이거 봐 봐

 

 '폴로 유어 드림'

 

 '유어 드림', 알았지?

 

 그래

 

 (성환)  

 

 도산아여기

 

 공 들고

 

 - (금정자  - (성환하나셋  [카메라 셔터음]

 

 (찬호)  파이팅 하자파이팅  남도산 파이팅!

 

 남도산 파이팅!  [카메라 셔터음]

 

 (녹음 속 도산)  너 내가 준 박찬호 사인 볼 기억나?

 

 그거 내가 왜 너한테 줬는지 알아?

 

 달미야

 

 ?

 

 거기 쓰여 있는 꿈이

 

 되게 막연했거든

 

 그래서 많이 헤맸고

 

 근데

 

 너 처음 봤을 때

 

 그 막연했던 꿈이 되게 또렷해졌어

 

 다 네 덕분이야

 

 [문이 달칵 열린다]

 

 [부드러운 음악]

 

 [책을 가방에 툭 넣는다]

 

 [대문이 철컥 여닫힌다]

 

 달미야여기 웬일이야?

 

 도산아너 얼굴이 왜 그래?

 

 (도산)  

 

 이거 그넘어졌어

 

 너도?

 

 '너도?'

 

 아니다

 

 둘이 싸웠구나

 

 근데 갑자기 무슨 일이야?

 

 너 생일이잖아오늘

 

 잊었어?

 

 

 

 깜빡했어

 

 하긴

 

 우리가 요즘 일이 좀 많았다그렇지?

 

 달미야

 

 걱정하지 마

 

 내가 어제 밤새도록 공부를 좀 했거든?

 

 (도산)  , '스타트업을 위한  소송 매뉴얼'이란 책을 봤는데

 

 거기 우리랑 비슷한 케이스가 있더라고

 

 (도산)  여기 이 로나 테크 케이스가  우리랑 제일 비슷하거든

 

 인수하자마자

 

 날씨 죽인다

 

 그러네

 

 인수하자마자 기업 변호사가  이사로 등록해 가지고

 

 (도산)  임원들을 다 해임했대

 

 [버스 벨이 울린다]  이게 미국 케이스긴 한데

 

 [버스 안내 음성]  다음 정차할 역은 샌드박스입니다

 

 그냥 내리지 말자

 

 회사 가야지

 

 너 오늘 생일이야

 

 기억 안 나?  우리 만나기로 했잖아

 

 그거야 투스토 건이  터지기 전 이야기고 지금은 다르지

 

 다들 기다릴 텐데

 

 다들 오늘 각자 땡땡이치기로 했어  [도산의 한숨]

 

 - 웃어 봐  - (도산?

 

 [카메라 셔터음]

 

 [카메라 셔터음]

 

 [당당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형님

 

 왔어?

 

 (천호)  이야축하한다

 

 너희들 덕에 내가  처음으로 지분을 돈으로 바꿔 봤다

 

 근디 저는 뭐딱히  축하받고 싶지 않습니다

 

 (천호)  이야이런 대인배를 봤나

 

 30억 잭 팟이 터졌는데  초연한 거 보소

 

 저도 뭐그런 줄 알았는디요

 

 빚 청산에 세금 다 떼고

 

 저희 3년 인건비 제항께  뭐얼마 남지도 않대요

 

 (천호)  하긴

 

 너희가 그동안 돈 한 푼 못 벌고  땡빚으로 버티긴 했지

 

 아무튼 뭐든 말해  부탁할 게 뭐야?

 

 …  [헛기침]

 

 저 저것 좀 빌릴 수 있을까요?

 

 - 저거?  - (철산

 

 "스타 그랜드 호텔"

 

 여기는 왜?

 

 여기 안의  프렌치 레스토랑 되게 맛있대

 

 내가 예약했어

 

 가자

 

 [차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너랑은 이런 데 처음 와 봤다그렇지?

 

 (도산)  그러게좋네

 

 아까 말한 미국 케이스 말이야

 

 여론전을 같이 썼더라고

 

 우리도 이 방법 어때?

 

 우리 눈길 호의적으로  기사 써 준 기자 있잖아

 

 최 뭐더라

 

 도산아

 

 넌 언제부터 코딩 잘한다는 걸 알았어?

 

 ?

 

 나 열세 살쯤인가그때 알았

 

 최양원 기자최양원

 

 열세 살에 어떻게 알았는데?

 

 그게

 

 미로 게임을 하는데

 

 딴 애들은 길 찾는 동안  난 길 찾는 알고리즘을 만들었거든

 

 [놀란 신음]

 

 열세 살에 그게 어떻게 돼?

 

 나한텐 코딩이 편한 말이야

 

 그래서 알고리즘 짜는 게 더 편했어

 

 달미야그것보다 우리  인수 건 해결하는 게 더 중요하니까

 

 너 같은 천재가 나올 확률은  얼마쯤 될까?

 

 [차분한 음악]

 

  10만분의 1?

 

 달미야

 

 [칼을 댕그랑 내려놓는다]

 

 알렉스처럼 능력 있는 사람이  널 알아봐 줄 확률은

 

 한 천만분의 1?

 

 그거 엄청난 확률이야

 

 그 확률을 못 뚫고  묻히는 천재들도 많잖아

 

 얼마 전까지의 너처럼

 

 [책장을 사락 넘긴다]

 

 [한숨]

 

 따지고 보면 로또보다 더한 확률인데

 

 놓치기 아깝잖아

 

 확률?

 

 세상에서  두 사람이 만날 확률은 똑같아

 

 공평하게 대단해

 

 그리고 나 개발 빼곤 다 엉망이야

 

 (도산)  언어 영역은 낙제 수준이고  메타포도 몰라

 

 피아노그림  예체능 쪽은 꽝이고

 

 이게 디저트 포크인지  샐러드 포크인지도 구별 못 해

 

 나 천재 아니고

 

 바보 천치야

 

 됐지?

 

 도산아  [도산이 포크를 댕그랑 내려놓는다]

 

 나 여기 갑갑해서 더는 못 있겠다  먼저 나가 있을게

 

 (달미)  도산아

 

 내가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어?

 

 (도산)  알아아는데

 

 너라면 가?

 

 눈길도 팀도 버리고 가?

 

 

 

 난 무조건 가

 

 너처럼 능력만 있으면 난 가

 

 난 싫어

 

 그냥 여기가 좋아여기면 다 돼

 

 샌드박스든 쪄 죽을 옥탑이든  그냥 여기가 좋다고

 

 (달미)  !

 

 [한숨]

 

 사람 비참하게 만들지 말고

 

 그냥 가라!

 

 나 쪽팔려

 

 구질구질해

 

 그 대단한 사람이  널 선택하고 난 버렸잖아

 

 네가 맞고 난 아니라잖아

 

 이걸 꼭 내 입으로 얘길 해야 돼?

 

 그게 싫어서

 

 근사한 데서 쿨한 척 멋있는 척  결론 내겠다는데

 

 좀 맞춰 주면 안 돼?

 

 달미야제발?

 

 도산아

 

 넌 편지 속 그 도산이가 아니야

 

 [어두운 음악]

 

 [달미가 가방을 뒤적인다]

 

 나도 네 꿈이 아니고

 

 헤어지자는 뜻이야?

 

 허상을 붙잡고  땡깡 부리지 말잔 뜻이야

 

 현실을 받아들여야지

 

 우리가 나이가 몇인데

 

 언제까지 꿈만 먹고 살아안 그래?

 

 갈게

 

 (도산)  나 오늘 생일이야

 

 (달미)  알아

 

 이 얘기 하려고 만나러 온 거였어?

 

 (달미)  

 

 처음부터

 

 처음부터 이 얘기 하려고?

 

 [잔잔한 음악]

 

 (달미)  

 

 [허탈한 숨소리]

 

 [천둥이 우르릉 울린다]

 

 [비가 쏴 내린다]

 

 [흐느낀다]

 

 [달미가 엉엉 운다]

 

 [차분한 음악]

 

 (도산)  !  [용산의 당황한 신음]

 

 [용산의 당황한 신음]  [도산의 거친 숨소리]

 

 용산아용산아너 괜찮아?

 

 괜찮아

 

 이 미친놈아

 

 이게 뭐라고 죽어!

 

 (도산)  이러고 가면 나 어쩌라고?

 

 너까지 나한테 왜 이러는데

 

 너까지 왜!

 

 (용산)  뭔 소리야  내가 왜 죽어안 죽어?

 

 안 죽어

 

 

 

 아니커피 마시다가 떨어트려 가지고  밑에 보고 있었던 거야

 

 [흐느낀다]

 

 [당황한 숨소리]

 

 너 무슨 일 있어?

 

 (용산)  그래서 결국 헤어진 거야?

 

 [차분한 음악]  [한숨]

 

 미안하다나 꼴 보기 싫겠다

 

 오버하지 마

 

 이게 네 탓이야?

 

 용산아

 

 너 회사 관두고

 

 여기 합류할 때 그랬지?

 

 회사 부품이 된 거 같았다고

 

 (도산)  그래서 때려치웠다고

 

 우리 이대로면 다시 부품 되는 거야

 

 알아

 

 그렇게 돈이랑 경력이 좋아?

 

 그 결심 다 돌릴 만큼?

 

 넌 내가 돈이랑 경력 때문에

 

 투스토 가고 싶은 걸로 보이냐?

 

 아니면 뭔데

 

 (용산)  도산아

 

 난 우리가 그 인간한테  실패로 기록되는 게 싫다

 

 (도산)  그 인간한 팀장 얘기야?

 

 (용산)  너 기억 안 나?

 

 한 팀장이 딱 이 자리에서 그랬잖아

 

 (지평)  투자 안 한 곳 중에 성공한 스타트업은

 

 제로

 

 없습니다

 

 난 이 두 번째 기록을  깨고 싶지가 않아요

 

 (용산)  그 인간이 말한 기록에

 

 우리 형이 있어

 

 그때 그냥

 

 딱 결심했어

 

 그래한 팀장이 있는  샌드박스 가야겠다가서

 

 그 인간이 말한 그 대단한 기록

 

 깨부숴 줘야겠다

 

 그리고 그 순간이

 

 바로 지금이야

 

 돈 때문이 아니야그냥

 

 형 때문이지

 

 그러니까 제발 도산아

 

 우리 실패로 기록되지 말자

 

 ?

 

 [잔잔한 음악]

 

 (상수)  다들 원인재 대표 사임에  동의하십니까?

 

 (함께)  동의합니다

 

 그럼 전원 이의 없이  사임에 동의하였음을 확인하였습니다

 

 [노크 소리가 들린다]  

 

 (선학)  원 대표님웬일입니까?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문이 드르륵 여닫힌다]

 

 (원덕)  아이고

 

 아이고아유일찍 일어났네?

 

 밤새웠어?

 

 할머니

 

 [잔잔한 음악]

 

 내가 코스모스라고 했지?

 

 그렇지

 

 좀 있으면 가을인데

 

 피기도 전에 져 버리나 봐

 

 달미야

 

 내년엔 필까?

 

 [달미가 훌쩍인다]

 

 - 여기를 개발자들이 쓰면 되겠네  - (

 

 너희들 뭐냐?

 

 얘기 못 들었냐?

 

 우리 사람 더 뽑기로 했다

 

 (용산)  그래서 이 사무실 쓰냐?

 

 - 어  - (철산아야

 

 (철산)  좀 빠지거든 설쳐라  우리 아직 안 빠졌다

 

 나가아유

 

 나가알짱대지 말고

 

 [철산의 한숨]

 

 난 여기서 인사할게요

 

 [차분한 음악]

 

 (철산)  저기사하 님

 

 거기 가서

 

 가끔 연락해도 된대요?

 

 글쎄

 

 할 이유가 있나?

 

 그렇죠?

 

 잘 가요

 

 건강하고

 

 

 

 아야여기 단체 사진  니들이 챙겼냐?

 

 (용산)  아니

 

 서 대표는

 

 짐 언제 찾으러 온대?

 

 안녕하세요

 

 (선학)  이 그네 소녀가

 

 서 대표님이라면서요?

 

 그걸 어떻게

 

 원 대표가 말해 줬어요

 

 (선학)  이 소녀 자기가 아니고  서 대표님이라고

 

 언니가요?

 

 (선학)  아버지한테  모래를 깔아 달라고 했다면서요

 

 그네 타겠다고

 

 그것도 언니가 얘기해 줬어요?

 

 (선학)  아니요그 얘긴

 

 서 대표 아버님한테 직접 들었어요

 

 [잔잔한 음악]  저희 아버지요?

 

 (선학)  난 그 얘기가 그렇게 참 좋더라고요

 

 오죽 좋았으면 여길 다 만들었을까

 

 (청명)  달미야

 

 (선학)  딸한테 그네 타는 거  가르쳐 주고는 싶은데

 

 다치게 하고 싶진 않고

 

 그 마음이 나한테도 와닿았어요

 

 근데

 

 그걸 전하는 게 참 쉽지 않네요

 

 서 대표 치킨 좋아하죠?

 

 많이 좋아하죠

 

 어떻게 아세요?

 

 그날

 

 아버님 인사였어요

 

 대표님

 

 (청명)  이 근처에 맛있는 치킨집 있습니까?

 

 계약 따내고

 

 딸한테 맛있는 치킨을  사 주고 싶었나 봐요

 

 인마

 

 근데 왜 자꾸 그렇게 울어  아빠 속상하게

 

 안 울어

 

 그냥

 

 치킨

 

 치킨이 먹고 싶어서

 

 걱정하지 마?

 

 콜라도 사 갈게?

 

 치킨 까짓것 그거 얼마 안 해

 

 아빠가 그 정도 사 줄 돈은 있어?

 

 그러니까 언제든지 말만 해

 

 감사합니다

 

 얘기해 주셔서 감사해요

 

 [잔잔한 음악]

 

 [휴대전화 진동음]

 

 (철산)  사하 님요즘도 잠이 잘 안 온대요?

 

 혹시 도움이 될지 몰라  영상 하나 만들어서 보냅니다

 

 잠 안 올 때 한번 보세요

 

 (영상 속 철산)  안녕하세요사하 님

 

 저는 이 숫자를 외우면  잠이 잘 오고는 합니다

 

 부디

 

 도움이 되기를 빌어요

 

 [헛기침]

 

 [작은 소리로]  원주율 파이는

 

 3.14

 

 15926

 

 5358

 

 뭐야

 

 (영상 속 철산)  97932384

 

 [심호흡]

 

 [숨을 깊게 내뱉는다]

 

 [키보드를 탁 두드린다]

 

 [부드러운 음악]  [마우스 클릭음]

 

 (달미)  저 맷집 세요

 

 그러니까 얘기해 주세요

 

 저희 어떡해요?

 

 '이기지 못할 적이면 아군이 돼라'

 

 라는 말이 있죠

 

 [엘리베이터 도착음]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

 

 그럼 우리 이제 한 팀 된 거 맞죠?

 

 (도산)  

 

 

 

 사실 제가 부탁드릴 게 있어서  왔는데요

 

 오늘따라 뭐  부탁할 게 있다는 사람이 참 많네

 

 (알렉스)  갑시다가시죠

 

 (알렉스)  앉아요

 

 내 생각에 두 사람 다  같은 걸 부탁하러 온 거 같은데

 

 눈길 맞죠?

 

 

 

 [밝은 음악]

 

 [인재가 말한다]

 

 그럼 이전 회사에서는  어떤 프로그램이었어요?

 

 (인재)  또 질문하고 싶은 거 있으세요?

 

 ()  그럼 주로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영상 속 철산)  [작은 소리로]  238462

 

 643383

 

 [영상 속 철산이 숫자를 계속 읊는다]

 

 (승무원)  음료 어떤 걸로 하시겠습니까?

 

 (철산)  

 

 아이스바닐라라테 된대요?

 

 그건 없는데

 

 그렇죠

 

 아유말이 안 되지모지리네

 

 (철산)  주스주스 하나 주세요

 

 [철산의 헛웃음]

 

 ()  수고하셨어요  [저마다 인사를 나눈다]

 

 (이수)  어떠세요?

 

 (인재)  개발자 쪽은 대충 추려지는데

 

 전략 기획 쪽이 아쉽네요

 

 그럼 다시 수정해서  공고 올려 볼까요?

 

 (인재)  그래요

 

 [노크 소리가 들린다]

 

 [밝은 음악]  안녕하세요서달미라고 합니다

 

 (인재)  여긴 어쩐 일이야?

 

 채용 공고 보고 왔습니다

 

 뭐 하는 짓이야?

 

 인재컴퍼니 전략 기획 팀에  지원하고 싶습니다

 

 원인재 대표님

 

 (이수)  대표님

 

 (대명)  왜 이러

 

 (인재)  어디 한번 얘기해 봐요

 

 우리 회사에 왜 지원하고 싶은지

 

 

 

 (달미)  갈게

 

 (도산)  나 오늘 생일이야

 

 (달미)  알아

 

 이 얘기 하려고 만나러 온 거였어?

 

 (달미)  

 

 [숨을 후 내뱉는다]

 

 처음부터

 

 처음부터 이 얘기 하려고?

 

 (달미)  

 

 [잔잔한 음악]

 

 [허탈한 숨소리]

 

 [천둥이 우르릉 울린다]

 

 (달미)  도산아

 

 너 혹시 일부러 헤매 본 적 있니?

 

 난 오늘 일부러 헤매 봤어

 

 우산이 있는데도 비 맞아 본 적 있어?

 

 오늘 난 맞아 봤어

 

 무지 덥고 꿉꿉했는데

 

 맞으니까 엄청 시원하더라

 

 그렇게 한 30분 걸었나?

 

 비가 그치고

 

 내 눈앞에

 

 말도 안 되게 멋진 풍경이 나타났어

 

 어마어마하게 큰 무지개

 

 무슨 소원이든 다 들어줄 것 같은  그런 무지개였어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더라?

 

 아주 가끔 헤매 보는 것도 괜찮겠다

 

 아주 가끔

 

 지도 없는 항해를  떠나 보는 것도 근사하겠다

 

 [흐느낀다]

 

 (달미)  저도 3년 전이랑 달라요

 

 할 수 있어

 

 [달미의 비명]  [타이어 마찰음]

 

 (천호)  철산이 브이로그 보셨어요?

 

 거기 도산이도 간간이 나오는데

 

 (지평)  3년은 꽤 긴 시간이잖아요  관계가 변할 만큼

 

 (도산)  오랜만에 휴가 길게 받았는데  한번 들어가 봐야지

 

 달미 만나려면  상무님 허락 받아야 합니까?

 

 (지평)  나 자격 있는 거 같은데

 

 (달미)  저희 솔루션이  랜섬웨어에 감염이 됐어요

 

 (도산)  나야도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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