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14
[달려오는 발걸음]
(지평) 서달미 씨, 아니…
서 대표님, 어떻게 됐어요?
랜섬웨어에 감염됐다면서요
해결했어요
암호 키 찾아서 파일 다 복구했어요
아, 어떻게
도산이가 왔다 갔거든요
[잔잔한 음악]
(달미) 철산 님, 사하 님, 용산 님까지
다 출동해 줬죠
아…
그럼 해결된 겁니까?
네
다행이네요
(지평) 괜찮아요?
그 소리 오늘 진짜 수백 번 듣네요
아, 그래서
괜찮아요?
네, 괜찮죠
너무 다행이죠
하, 근데
제가 너무 한심해서
(지평) 뭐가 한심해
펜타곤도 랜섬웨어 당하는 세상인데
그냥 운이 나빴어요
아니요
그런 변명 안 통해
한심해 죽겠어요
시연 앞두고
백업했나 체크도 안 하고
(달미) 일 터졌는데 해결도 못 하고 우왕좌왕
[한숨 쉬며] 아, 이보다 더 한심할 수 없죠
[달미의 한숨]
왜 하필 이럴 때…
하필 이럴 때 와서
[한숨]
한 상무님도 알잖아요
제가 아무리 한심해도 이 정돈 아니잖아요
한심한 적 없다니까
왜 하필 이럴 때 휴가를 오냐
고르고 골라서 제일 엉망일 때
아니, 예고라도 하고 오든가
사람 쪽팔리게
[달미가 흐느낀다]
아, 나 진짜 뭘 잘했다고 울어
[흐느낀다]
[달미가 코를 흥 푼다]
나 운 거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말아 주세요
(달미) 한 상무님도 잊어 줬으면 좋겠고요 [다가오는 발걸음]
진짜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
[달미의 당황한 신음]
[문이 달칵 열린다]
- 대표님 - (대명) 서 대표님
(이수) 어? 없네?
(대명) 밤새웠다더니 집에 갔나? [이수의 의아한 신음]
[문이 달칵 닫힌다]
[멀어지는 발걸음]
[한숨]
(지평) 자, 머리 조심
[차분한 음악] [지평의 힘주는 숨소리]
[지평이 가방을 툭 든다] 진정될 때까지
이러고 있어요
문 잠그고
[문이 달칵 열린다] 한 상무님
감사해요, 늘
[조작음]
[엘리베이터 도착음]
[어두운 음악]
[잔잔한 음악]
나랑 얘기 좀 합시다
전 한 상무님이랑 할 얘기 없습니다
서달미 씨한테 용무가 있어서 가는 거잖아
그렇다면 오늘은 안 됩니다 [엘리베이터 조작음]
달미 만나려면 상무님 허락 받아야 합니까? [엘리베이터 도착음]
네
[엘리베이터 조작음]
무슨 자격으로요
나 자격 있는 거 같은데
- 설마 뭐… - (지평) 네, 그 설마 맞습니다
3년은 꽤 긴 시간이잖아요 관계가 변할 만큼
충분히 길죠
[엘리베이터 조작음]
[한숨]
무슨 짓을 한 거냐, 대체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네
지금 엘리베이터에서 남도산 씨를 만났습니다
[잔잔한 음악]
(지평) 달미 씨한테 간다길래 막으려다 보니까
우리 사이를 오해할 만한 얘기를 했네요
미안합니다
뭐…
괜찮아요
지금 나가면 만날 수 있어요
아니에요, 어차피
미국으로 다시 돌아갈 사람인데요, 뭐
그리고
우린 3년 전에 끝난 사이기도 하고요
그렇게 얘기해 주니 고맙네
네, 알았어요
[휴대전화 조작음]
[한숨]
[휴대전화 달그락 내려놓는다] 그래
이게 맞아
[휴대전화 진동음]
[통화 연결음]
(도산) 3년을 잊고 살아도
3년을 지구 반대편에 가서 살아도
[휴대전화 전원음]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도산) 넌 겨우 3초
[안내 음성이 흘러나온다] 3초 만에
[휴대전화 조작음] 내 모든 시간과 거리를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전원이 꺼져 있어
삐 소리 후 소리샘 퀵보이스로 연결되며
통화료가 부과됩니다
[삐 소리가 들린다]
(도산) 없던 걸로 만들었다
[휴대전화 조작음]
"너의 꿈을 좇아라"
(도산) 아, 그리고 또 줄 거 있다
이거 그때 못 했던 직거래
아, 맞는다
(달미) '폴로 유어 드림'
좋은 말이네
(도산) 시간은 결코
약이 될 수 없다
[쓰레기통이 탁 닫힌다]
[용산의 한숨]
(용산) 와…
난 우리가 여기 다시 오게 될 줄 몰랐다, 진짜
(도산) 잠깐인데 뭐
법인 내고
뭐, 강남이나 여의도 쪽으로 사무실 알아보자
(철산) 어, 그러자
투자자들이 여길 진짜 사무실로 알면 우릴 졸로 봐
야, 환경으로 판단하는 사람은 우리가 걸러야지
어이구? 이 내실 있는 새끼 간만에 입바른 말 해 부네?
(도산) 그나저나 대표는 누가 해?
- 누구긴 - (철산) 너
3년 고생했으면 됐지 또 해? 싫어, 나, 어
(도산) 너희 둘 중에 대표 하고 싶은 사람이 대표 해
- (용산) 싫은데 - (철산) 응, 나도 싫어 [도산의 한숨]
(도산) 그럼 가위바위보 안 내면 CEO, 가위바위보!
[흥미진진한 음악]
[철산의 탄성]
이, 진 사람이 CEO지?
(도산과 철산) 아니, 이긴 사람
(용산) 삼세판이지?
- (도산) 아니, 단판 - (철산) 아니, 단판
아, 이런 게 어디 있어, 다시 해 안 내면 진 거 가위바위…
(철산) 아, 대표님, 우리 뭐부터 할까요?
[용산의 한숨]
뭐, 뭐부터 해야 되냐?
- 법인 내고 - (용산) 응
해커톤부터 다시 해야 되나?
(철산) 아야, 뭔 그런 끔찍한 소릴 하냐
아유, 소름이 돋았네
아야, 우리 이제 그럴 레베루가 아니여, 어?
우리에게는 샌드박스 1등 경력 플러스
투스토 근속 경력 3년이 있응게
[철산과 용산의 웃음]
(도산) 일단 투자받으려면
홍보를 해야 되지 않나?
우리가 투스토 그만두고 한국에서 창업한다
이걸 시장에 알려야지
(철산) 그렇지, 홍보 중요하지
근디 어떻게?
(용산) 야
우리 천호 형한테 연락해 볼까?
"스튜디오 작두"
[밝은 음악]
[카메라 셔터음] (사진작가) 자, 한 번만 웃을게요, 밝게
이번엔 서로 한번 쳐다보면서 다 같이
- 자, 웃으면서 한 번만 더 갈게 - (용산) 네
(사진작가) 아, 좋아, 바스트
- (사진작가) 아, 좋습니다 - 스마일, 스마일
[철산이 크게 웃는다]
(사진작가) 파이팅 한번 갈게요, 하나, 둘, 셋
- (철산) 파이팅! - (사진작가) 아, 좋습니다
- (사진작가) 만세! - (철산) 만세
(사진작가) 한 번 더, 만세!
(사진작가) 아, 좋아요
(천호) 얘, 얘, 얘가 내 사촌 동생, 사촌
[웃음] 잘생겼어
멋있어, 멋있어
(사진작가) 자, 세 분 조금만 더 자연스럽게
- (사진작가) 스마일 - (철산) 스마일
[철산이 크게 웃는다]
(사진작가) 이번에는 대화하듯이 자연스럽게 한번 가 볼까요?
- (도산) 네 - (용산) 네
아야, 이제 봉게 우리 또 RGB다, RGB
(도산) 어? 그러네? 레드, 그린, 블루
(용산) 야, RGB가 우리 콘셉트인가 보다
[손가락을 딱 튀기며] 야, 회사 이름 RGB 어때?
- (도산) 별로 - (철산) 별로
(사진작가) 자, 이번에는 개인 컷 먼저 갈게요 대표님부터 가실게요
[함께 대답한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함께 당황한다] (철산) 체인지
(도산) 체인지, 체인지
- (철산) 정신 차려, 아유 - (도산) 정신 차려, 아씨 [용산의 놀란 신음]
(철산) 예, 잘 부탁드릴게요, 예
(천호) 이야, 멋져, 멋져, 멋져, 멋져
아유, 야, 멋있어, 멋있어 멋져, 멋져, 멋져, 카…
이야, 이러고 보니까 너희 진짜 성공한 거 같다
태가 난다, 태가 나, 어?
[차분한 음악] (철산) 아, 뭘요, 예?
다 여기 우리 스타일리스트분들이 차려 주신 밥상에
뭐, 제 허우대가 쬐까 쬐까 숟가락을 올린 것뿐인디
[철산과 천호의 웃음]
안 그냐?
뭣 하냐?
어?
한 팀장, 아니, 저기
한 상무, 한 상무잖애
이 잡지가 여기 거였네
(철산) 긍게? 카…
형님 덕에 촌놈 출세했네요
- 한번 안아 주세요 - (천호) 응, 응
(철산) 언제 우리가 이런 잡지 인터뷰를 해 보겄어요
(천호) 아이…
3박자가 딱 맞았어
여기 에디터가 내 대학 후배지
마침 인터뷰할 개발자를 찾고 있었지 [철산이 호응한다]
잘나가는 개발자가 내 사촌 동생이지
[철산의 웃음] - 뭘 잘나가 - (천호) 아, 잘나가지
내가 투스토 출신 개발자 안다고 하니까
(천호) 원래 인터뷰 섭외한 개발자를 대뜸 취소하고
너희 잡아 달라더라?
[철산의 헛기침]
(철산) 아이, 뭐, 우리 위상이 또 그 정도대요?
(천호) 그러게, 그 정도더라
[헛기침]
창업 아이템은 정했어?
아, 뭐, 차차 정해야지
어, 씁…
창업하면 이번에도 알지?
- 지분 1%? - (천호) 응
[흥미진진한 음악] - 알지 - (천호) 아, 역시 내 동생, 카…
야,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지 말만 해
내가 다 들어줄게
- 알았어, 응 - (천호) 오케이
(사진작가) 자, 남도산 씨
(도산) 아, 예
- (천호) 갑니다! - (사진작가) 네
- (천호) 오, 멋있어 - (철산) 별로였어
- (용산) 그래? - (천호) 좋아, 스마일, 스마일 [철산이 거든다]
(철산) 긴장하지 말고 어떤 제스처를 취해 봐
[저마다 말한다]
(용산) 멋있다
(현) 아니
취소가 됐으면 취소가 됐다고 미리 연락을 했어야죠
(에디터) 분명히 어시가 연락 드린다고 했는데
전달 과정에서 뭔가 착오가 좀 있었던 모양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 그래, 온 김에 물읍시다 - (에디터) 네?
대체 왜 취소가 됐는데요
야, 이깟 게 뭐라고 따져
귀찮았는데 잘됐네
(현) 그러니까
회사 홍보 하라고 해서 억지로 왔는데 이게 무슨 경우냐고
(철산) 편하게 해, 편하게
[의미심장한 음악] - (천호) 스마일, 스마일 - (철산) 편하게, 웃어
남도산?
(에디터) 어? 아는 사이세요?
쟤들 때문에 우리 취소한 겁니까?
(에디터) 아, 그게…
저분들이 아무래도 투스토 근무 경험이 있다 보니까
(현) 아…
뭣도 아닌 놈이랑 더럽게 꼬이네
[어이없는 숨소리]
[현이 씩씩거린다]
(에디터) 아, 들어가세요
정말 죄송합니다
[카메라 셔터 효과음]
[책장을 사락 넘긴다]
[노크 소리가 들린다]
(동천) 대표님, 지금 고사 시작한대요
(인재) 됐네요, 고사 지낸다고 날 사고가 안 난답니까?
[동천의 놀란 신음] 큰일 날 소리
(동천) 아, 그러다 사고 나면 다 대표님 입방정 때문입니다
그, 얼른 나무 잡고 퉤퉤퉤 하세요
아, 정말 별걸 다 한다니까
(동천) 얼른 오세요, 얼른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퉤퉤퉤
[밝은 음악]
"타잔"
(선학) 와, 샌드박스 최초의 자율 주행 차네요
기대가 큽니다
감사합니다
아, 근데 이름이 왜 타잔이에요?
(선학) 타잔은 자동차를 안 타는데
아, 그게
(달미) 어, '자율 주행 차를 타자'라는 의미의 '타자'에서
'N'을 붙였습니다
(동천) 너무 안일한 네이밍 아닌가요?
아니, 참신한데?
[동천의 당황한 신음]
(지평) 뭔 고사 음식까지 싸 왔어요
할머니가 싸 주셨죠
할머니 천주교시잖아요
유연하세요
(이수) 어? 원 대표님, 서 대표님
[웅성거린다]
[어두운 음악]
신현, 신정이 왜 저기 있어?
설마…
어?
- (상수) 잘 부탁드립니다 - (현) 예
(달미) 점심 먹고 오는 길이에요? 어디서 먹었어요?
어디서 먹었는지까지 보고해야 되나요?
아니, 아까 본 거 같아 가지고
샌드박스 카페테리아에서 먹었는데요
[어이없는 숨소리]
그때 원상수 대표랑 신현, 신정이랑 만난 게 맞았네요
하도 딱 잡아떼길래 잘못 본 줄 알았는데
그럼 이미 한참 전에 영입 얘기가 오갔다는 뜻이잖아요
랜섬웨어는 핑계고 저기 가려고 그만둔 거네
[어이없는 숨소리]
- (이수) 어? - (대명) 대표님
"모닝그룹 AI 센터"
지금 뭐 하는 짓이야?
[상수의 헛웃음]
(상수) 아, 오랜만에 만났는데 인사가 좀 거칠다?
(두정) 그러게, 아비한테 안부도 생략하고 너답지 않게 왜 이러냐?
안부 챙길 만큼 제가 여유가 없어서요
(인재) 회사도 모자라서 이제 사람까지 뺏는데 그런 사람 안부까지 챙겨야 됩니까?
[상수의 헛웃음]
(상수) 아, 진정해
아, 네가 그러니까 내가 뭐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거 같잖아
[헛웃음]
아유, 인재야, 걱정하지 마, 어?
[상수의 당황한 신음]
[헛웃음]
아, 내가 뭐라고 이렇게 신경을 써?
신경 쓸 만하지
(인재) 모닝그룹 장남이자 네이쳐모닝 대표이자
모닝 AI 실장님께서 우리 사람을 야금야금 빼 가는데
그래 봤자 덜떨어진 팔푼이일 뿐이잖아
(상수) 안 그래?
[차분한 음악] (인재) 그리고 저 미국 안 갑니다
미국 지사도 저 덜떨어진 팔푼이한테 맡겨 보시든가
이러는 게 그 팔푼이 소리 때문이야?
겨우 그 말 때문에…
(상수) 내가 그릇이 작아서 그런가?
난 그게 겨우가 아니더라고
(인재) 아버지, 기억나세요?
한 10년 됐나?
오빠가 5억 넘는 슈퍼 카 샀다가 사기당했던 사건
아, 뭐, 그런 일이 있었나?
왜, 그때 아버지
골프채 휘두르셔 갖고 오빠 임플란트 했잖아요
야, 여기서 그 얘기가 왜 나와, 씨
지금 딱 그때가 생각나서 그래
(인재) 한계가 보이는 개발자를 수억 주고 데리고 가서 뭘 할지
나중에 결과 보고 아버지 알면 뭐라고 하실지
기대가 된다기보다
걱정이 돼서
인재야
나 예전의 내가 아니다?
걱정 마
나라고 예전의 나겠어?
[성난 한숨]
[헛기침]
(달미) 잘했어요
아, 내가 다 속이 시원하네
(인재) 지르는 건 내가 잘 질러 놨으니까 수습은 서 대표가 해요
네
네?
언니, 아니
원 대표님, 수습이라뇨?
시연 전까지 개발자를 구해요
(인재) 7년 이상 경력자로 C 레벨 구한다 생각하고
그건 무리죠, C 레벨이면 엄청 공들여야 되는데
그리고 지금 후보군 추리는 것도 너무 힘들고
좋은 후보군이 있잖아요 남도산, 이철산, 김용산
안 되죠, 그분들은 지금 잠깐 휴가차 한국 들어온 거라서
휴가 아니던데
한국에서 아예 새로 시작하겠대요
한국에서?
[차분한 음악]
(인재) 투스토에서 자율 주행 경력도 있겠다 파트너를 구하고 있겠다
이보다 적절한 후보가 또 있나?
서 대표님 인맥이잖아
어떻게든 영입을 해 와요
(달미) 잠깐 나랑 얘기 좀 해요
[문이 달칵 닫힌다]
(달미) 언니, 내가 도산이랑 어떻게 헤어졌는지 기억 안 나?
알지
'투스토에 가라' '아니다, 너와 남겠다'
절절한 신파 찍고 헤어졌다며
그걸 아는 사람이 그래?
언닌 지금 나보고
도산이한테 제일 잔인한 사람이 되라고 하는 거야
잔인해? 뭐가?
내가 그때 얼마나 모진 말로 도산이를 보냈는데
도산이 발목 잡는 내가 너무 비참해서
마음에도 없는 말로 상처 주고 내치고
근데 이제 와서 도산이 발목을 또 잡으라고?
[차분한 음악]
절대 못 해
사람이 염치가 있어야지
남도산을 영입하는 게
그 친구 발목 잡는 짓이니?
딴 개발자 찾아볼게
C 레벨이랬지?
(달미) 그래, 힘들지만 해 볼게
아니, 남도산, 이철산, 김용산 데려와
못 하면 너 해고야
- 언니 - (인재) 왜, 내가 못 할 거 같아?
(인재) 청명컴퍼니 대주주는 인재컴퍼니야
인재컴퍼니 대주주는 바로 나고
(달미) 지금 협박하는 거야?
아니, 기회를 주는 거야
(인재) 3년 전 네이쳐모닝 시절
내 회사 대주주는 여지없이 날 잘랐어
근데 난 달라, 기회를 주잖아
그 세 명을 데리고 오든가
남의 발목이나 잡는 대표 자리 내놓든가
선택해
[문이 달칵 여닫힌다]
[한숨]
(달미) 이게 선택이야? 협박이지
아니, 뭐, 어느 정도여야 데리고 오지
그게 그렇게 쉬우면 언니 자기가 데리고 오든가
어떤 개발자들이길래
엄청 크고 유명한 회사에서 일했던 개발자들이긴 해
글로벌, 우리 같은 코딱지 회사 아니고
아니, 무슨 대주주라고 유세 떠는 거야, 뭐야?
딱히 유세 같진 않은데
어머, 할머니
(달미) 지금 이 상황에서 언니 편드는 거야?
엄마, 할머니 왜 이러셔?
나도 이번엔 네가 좀 별론데
[어이없는 숨소리]
아니, 왜 그래!
아무리 대주주라고 해도
(달미) 이렇게 막 인사까지 관여하는 거 이거 횡포야
소유와 경영의 분리, 몰라요?
와, 나 진짜 막 서운하려 그러네?
아니, 왜 갑자기 쌍으로 언니 편을 들어? 둘이? 어?
편드는 게 아니라 내가 인재라도
너 같은 대표는 단박에 갈아 치워
- 왜! - (원덕) 너희 회사가 코딱지냐?
어?
네가 대표로 있는 회사는
일하는 사람 발목 잡는 데야? 어? [잔잔한 음악]
(아현) 그러게요
나도 너희 회사가 그렇게 후진 줄 몰랐네
아…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라
너는 핫도그 팔면서 '이 맛없는 걸 왜 먹어요'
이 지랄 해 쌓는 거야
어머니, 비유가 찰떡이세요
(원덕) 대표가 저런 정신머리니
퍽이나 회사가 잘 굴러가겠다
아이고
인재가 많이 참았네
(아현) 걔가 인내심이 남달라요, 절 닮아서
인사는 만사야
그거 못 하면 너 대표도 아니야
(아현) [작은 소리로] 삐졌다
[한숨]
[밝은 음악]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마우스 클릭음]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프린터 작동음]
(달미) 자, 서류 준비됐고
완벽해
아, 나 근데 자꾸 왜 땀이 나지?
[조작음]
아, 더워
[자동차 안내 음성] 온도를 23도로 설정할게요
그래, 온도 때문이었어, 온도
[심호흡]
이제 진짜 완벽해
[달미의 거친 숨소리]
[투자자들이 저마다 대화한다]
(투자자1) 어어?
어디서 오셨어요?
아, 순서는 지켜야죠
- 순서요? - (투자자1) 예
다들 여기 투자하겠다고 번호표 뽑고 기다리는 거 안 보입니까?
이분들이 다 투자자라고요?
(투자자1) 네
(달미) 아…
네
[통화 연결음]
[휴대전화 진동음]
[잔잔한 음악]
- (투자자2) 여기 - (철산) 감사합니다
(투자자2) 남도산 씨 한국 들어오기 전부터 투자 생각이 있었습니다
파트너를 찾으시면 저희 회사를 소개하고 싶은데요
저희는 아직 사업 모델이 없는데도 투자를 하시겠단 뜻인가요?
(투자자2) 시드 단계로 저희가 들어가
사업 모델 잡는 일까지 함께 도와드리겠습니다
[철산의 웃음]
(철산) 기술이 좋으면 뭣 한대요?
돈을 어떻게 벌어야 할지 가닥이 안 잡혀 붕게
그러게, 매출을 낼 자신도 없고
처음부터 매출이 나는 회사는 원래 없죠 [휴대전화 진동음]
(투자자3) 매출이 날 때까지 저희가 지원하겠습니다
(달미) 시간 좀 내 줄 수 있어? 할 얘기가 있는데
(투자자4) 저희가 투자할 수 있는 룸 조금만 열어 주시면
법인 설립부터 전부 다 도와드리겠습니다
(용산) 아, 저희가 상의해 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 (투자자4) 꼭 좀 부탁드립니다 - (철산) 예, 들어가세요
- (투자자4) 네, 감사합니다 - 검토하고 연락드리겠습니다
(투자자4) 예, 감사합니다
- (도산) 들어가세요 - (투자자2) 감사합니다 [투자자3이 대답한다]
(철산) 아이고
그래도 우리 투스토 후광이 아주 대단하기는 해, 어?
우리가 팥으로 메주를 쑨대도 투자할 기세인디?
[철산의 웃음]
아야, 대표님아, 어떠냐 마음에 드는 데 있어?
골라 봐
(용산) 어, 글쎄, 어디로 가야 할까? 음…
아, 너희가 정해 봐 [휴대전화 진동음]
야, 네가 대표인데 네가 정해야지
[용산의 한숨]
(용산) 딱히 아직 당기는 데는 없네
누군디 자꾸 전화질이대? 걍 받아
(도산) 아니야, 아무도
[문이 철컥 열린다]
(인재) 남도산 못 데려오기만 해 진짜 확 자를 거야
자기 회사를 뭘로 보고
발목을 잡아?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그게 대표란 작자가 할 언행이야?
[인재의 한숨] 아니지
달미가 실언했어
(아현) 변명할 여지가 없어
웬일이래?
오늘은 달미 편 안 드네?
편이 왜 나와 언니, 동생 사이에
[인공 지능 음성] 음료가 도착했습니다
(아현) 이건 뭐니?
고마워
- 엄마, 라테지? - (아현) 어
어머, 쟤 참 쿨하다
주고 그냥 가네?
저거 사람이 조종하는 거지?
아니
저런 게 자율 주행이거든? 엄마 딸이 하는 사업
[호응한다]
여긴 어쩐 일이에요?
(아현) 어, 전하고 송편 좀 만들었어 너 좀 먹으라고
설에도 안 올 거니?
바빠
(아현) 아주 세상일은 자기 혼자 다 하지
그 인간
사인했더라, 이혼 서류
잘됐네
넌 어떡할 건데? [차분한 음악]
계속 원씨 달고 살래?
아니면 파양 신청해서 서씨로 돌아갈래?
엄마는?
집 살 정도 위자료는 받았잖아 이제 그 집에서 나와 살지
싫다
(아현) 그 돈 따로 쓸데 있어
(인재) 할머니한테 계속 빌붙어 살겠다?
고부간의 갈등 뭐, 그런 것도 없어?
(아현) 있지, 왜 없어
나 이번에도 전 한 20인분 부쳤다
(인재) 그래도 그 집에 붙어 있고 싶어?
달미가 그렇게 애틋해?
어머니가 애틋해
10년 넘게 버린 딸을
그렇게 곱고 귀하게 키워 주셨는데
빚은 갚아야지
갚긴 뭘 갚아 살림도 못하는 양반이
빚을 지고 있겠지
어머니 나 없으면 외출도 못 하셔
[헛웃음]
반대 아니야?
눈이 많이 어두우셔
(아현) 설에는 와
눈 더 나빠지기 전에 네 얼굴 보여 드려
[용산의 헛기침]
(철산) 서 대표님 오늘 뭔 날이대요?
랜섬웨어 때랑은 사뭇 스타일이
그때가 무슨 날이었죠 평소엔 늘 이래요
(철산) 아…
(용산) 아, 근데 여기는 어쩐 일로 오셨어요?
아, 그때 고맙단 인사를 제대로 못 해서
그리고 또…
(달미) 영입 제안을 할까 해서요
영입?
(철산) 저기, 서 대표님, 그…
서운하게 듣지 마시고요, 예
사실 저희가 3년 전이랑 지금이랑은 쪼까…
아니, 많이 달라요, 상황이, 예
(용산) 이게 막, 아, 자랑이 아니라
그, 팩트가 그래요, 예
(달미) 그럼요, 알죠
근데 저도 3년 전이랑은 달라요
우리 회사가
여러분들의 높아진 위상에 걸맞은 회사라고 자부해요
그러니까 기회를 줘요
- (달미) 우리 회사를 설명할… - 어떤 회사인지 알아
회사 소개 영상 봤어
- 봤어? - (철산) 봤냐?
철산아, 용산아 잠깐만 자리 좀 비켜 줄래?
(용산) 응, 알겠어
(철산) 예, 그럼 펴, 편하게 얘기하세요, 예
[문이 탁 닫힌다] [헛기침]
(용산) 도산이가 무슨 얘기 하려나?
모르지
그거 왜 들고나왔어?
(철산) 아니, 뭐
서 대표한테 과시하는 거 같아서 쪼까 거시기하잖애
[철산의 헛웃음] 그게 뭐 과시야, 팩트지
그렇지?
우리 뭐, 과시할 만큼 잘나긴 했어
[함께 웃는다]
[발랄한 음악]
아까 온 투자자들 중에 우리 겁나 무시했던 팀도 있던디
이 새끼들 이거
우리 올챙이 적 기억할랑가?
[숨을 깊게 내뱉는다]
하겠지? 어
야, 철산아, 그 명함 좀 다 줘 봐
이거? 왜
잠깐만
(철산) 어디 가!
[달미의 헛기침]
(달미) 와…
저게 아직도 있네
기억나?
우리 3년 전에
자율 주행 하겠다고
여기서 막 회의하고 그랬는데
달미야
(달미) 응?
네가 그랬지?
[잔잔한 음악]
허상을 붙잡고
땡깡 부리지 말자고
어
그땐 그 말이
진짜 야속했거든
근데 지나니까
알겠더라
네 말이 맞아
(도산) 네가 좋아한 사람은
내가 아니었고
내가 좋아한 사람도 네가 아니었어
그거 인정하는 데 3년 거의 다 썼어
이제 더 이상 헷갈리고 싶지 않아
그래서 나
더는 너 보고 싶지 않아
그 말
막상 들으니까
되게 아프다
그때 너도 이랬겠네
늦었지만
미안해
[문이 탁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지우개가 툭 떨어진다]
(용산) 안녕하세요, 한 팀장님
아, 이제 한 상무님이죠
아, 예, 오랜만입니다
여기 어쩐 일로
아, 사무실 남았나 좀 보러 왔어요
저희 다시 창업할 생각이라서
[잔잔한 음악] 창업?
휴가차 온 거 아니었어요?
(용산) 아, 근데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투스토 경력이라니까
투자자들이 사업 모델이 뭐든 돈 대겠다고 줄을 서네요
그래서 무슨 얘기가 하고 싶은 겁니까?
그냥 궁금해져서요
한 팀장님 의견은 어떻습니까?
잘됐네요
축하합니다, 건승을 빌어요
많이 변했네요
- 안 변했는데 - (용산) 변했어요
말도 되게 순해지시고
알잖아요, 나 원래 관심 없는 투자처엔 덕담만 합니다
(지평) 내가 탈 차 아닌데 타이어 갈았냐, 라이닝 갈았냐
굳이 체크하고 악담할 이유 없잖아요
그럼
[엘리베이터 조작음] [엘리베이터 문이 쓱 열린다]
[한숨]
휴가가 아니었다고?
[달미가 머리를 쿵 박는다]
[한숨]
[부드러운 음악]
[한숨]
[달미의 놀란 숨소리]
[달미의 놀란 숨소리]
[멋쩍은 헛기침]
[지평의 웃음]
(지평) 두 번만 고민했다간 머리 보고 까치가 내 집이다 하겠네요
(달미) 아…
무슨 고민 있어요?
아니에요
에이, 얘기해요
뭐, 나 이제 멘토 아니라 얘기 안 하나?
아니, 그게 아니라
저희 팀 개발자들을 모닝 AI가 빼 갔잖아요
그래서 C 레벨 개발자들을 다시 구해야 되는데
도산이네를 영입할까 해요
도산이한테 제안을 하고 왔는데
여지없이 거절하더라고요
남도산 씨 간만에 마음에 드네
상무님
조언을 해 줘야 되는데
개인적인 변수가 너무 많아요
그래서 하기 싫어
이래서 얘기 안 하려고 했던 건데
얘기하라고 그러셨으면서
미안합니다 내가 속이 좀 많이 좁네요
도산이 너 이게 쓰레기통에 있더라?
(성환) 이 귀한 걸 잘 간수해야지
(도산) 아, 네
(성환) [웃으며] 나 아니었으면 어쩔 뻔했어
아버지
(성환) 어?
버리는 것도 안 되고
[잔잔한 음악]
잊는 것도 안 되고
그럴 땐 어떻게 해야 돼요?
[한숨]
(성환) 이 큰길에서 빠져나오면 여기가
진상미로야
이 길을 한 6km 타고 가다가
- 금율로를 타, 금율로 - (도산) 금율로
(금정) 어, 임오산로를 지나서
(성환) 따라가다 보면 시장길이 나오거든?
요렇게도 타도 되고
(도산) 아버지는 젊은 시절 마음이 힘들 때
돌아가신 숙조부님 댁까지 자전거를 탔다고 하셨다
(성환) 꽃들도 많고
아유, 안전하게 시장길로 가, 시장길
(도산) 몸이 죽을 만큼 힘들면
고민은 사사로워지더라고
그래서 난
[도산의 힘주는 신음]
- (금정) 이거 쓰고 가 - (도산) 음, 네
(금정) 쉬엄쉬엄 다녀
- 밥 꼭 챙겨 먹고 - (도산) 네
(성환) 자
(도산) 그러면 다녀오겠습니다
연락드릴게요
(성환) 조심해서 가, 안전이 먼저야
- (도산) 예, 갈게요 - (성환) 그래
- (금정) 응, 잘 다녀와 - (도산) 네
(도산) 아버지 말씀대로 자전거를 탔다
부디 고단함이 모든 고민을 덮어 버리길
불면의 밤을 채우는 너를
지워 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래야 다시 시작할 수 있기에
그러나
(달미) 그 말
막상 들으니까
되게 아프다
그때 너도 이랬겠네
[도산의 신음]
[아파하는 신음]
아…
[힘겨운 신음]
[거친 숨소리]
[힘겨운 숨소리]
[도산의 한숨]
(달미) 늦었지만
미안해
(도산) 아버지 말은 틀렸다
몸이 힘들수록
생각은 또렷해졌다
- 어머니, 잠시만 계세요 - (원덕) 어
(아현) 저 화장실 후딱 다녀올게요
야, 후딱 갔다 오지 말고 천천히 갔다 와
네 나이에 넘어지면 뼈도 안 붙어
(아현) 아유, 어머니
아이고
(원덕)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아유…
[차분한 음악] 아유, 아이고, 세상에
아유, 아이고, 고마워라, 아유
아유, 고마워라
아이고
아이, 세상에
아유, 고마워라
아이, 고마워요
[원덕의 힘겨운 신음]
[힘겨운 숨소리]
좋다
[숨을 들이켠다]
[숨을 깊게 내뱉는다]
[통화 연결음] [훌쩍인다]
네, 손 변호사님 저 원인재입니다
파양 신청 진행해 주세요
[밤새 울음]
사람이야?
[달미의 거친 숨소리]
배가 고파서 그런지 헛게 다 보이네
[도산이 물통을 탁 내려놓는다]
(달미) 도산아
[달미의 거친 숨소리] [차분한 음악]
달…
네가 어떻게 여기에…
(달미) 너희 부모님이 알려 주셨어
너 여기 있을 거라고
우리 부모님이?
왜?
[한숨]
(달미) 내가 알려 달라고 졸랐어
너 우리 사무실에 재킷 두고 갔잖아
그것도 줄 겸
겸사겸사 할 얘기도 있고
그때 얘기 다 끝냈잖아
왜 여기까지 찾아와서…
(달미) 너만 끝났지
내 얘긴 아직 안 끝났어
(도산) 뭐가 이렇게 어려워
얘기 좀 해
(도산) 군대에서 몇 년 만난 놈들도
연락 끊고 잘 지내는데
(달미) 도산아
어딜 가, 이 밤중에, 미쳤어?
(도산) 30년 인생에 겨우 몇 달 만난 주제에
넌 뭐가 이렇게 어려워
너 내가 여기까지 어떻게 온 줄 알아?
(도산) 너를 잊겠다고
(도산) 서울에서 여기까지 다섯 시간 꼬박 저 자전거 타고 왔어
(도산) 3년을 도망쳤는데도
(도산) 비포장도로에서 넘어지고 구르고 개고생하면서 왔는데
(도산) 너는 왜 조금도 흐려지지조차 않는지
넌 어떻게 이렇게 쉽게 와
(도산) 넌 날 쉽게 지우는데
왜 나만
나한텐 죽을 만큼 힘든 게
너한텐 어떻게 이렇게 쉬워
나도 쉽지 않았어
꽤 힘들게
왔어
그러니까 얘기 좀 해
(달미) 혹시나 해서 가져와 봤는데
잘 가져왔네
[잔잔한 음악]
3분 있다 먹어
[한숨]
들어가서 자
아니야, 나 여기서 그냥 밤새울래
(달미) 그리고 나 예민해서
남의 집에서 잠 잘 못 자
왜 타잔이야?
어?
(도산) 너희 회사 자율 주행 차 이름
타잔이던데
(도산) 그러면 머신 러닝은 알아?
그러니까
이 컴퓨터를 타잔이라고 쳐
그래서 타잔이 제인한테 돌멩이를 주니까 싫어해
근데 꽃을 주니까 좋아해
(달미) 그때 네가 해 준 타잔 얘기
무지 설렜거든
근사하고
뭐가 근사해
유치하지, 멍청하고
근사했어
(달미) 학습시키면 어디까지 뻗어 나갈까 무궁무진하니까
그래서 지었어, 타잔이라고
그러는 넌?
넌 왜 투스토에서 자율 주행을 했어?
(도산) 회사에서 시켜서 했어
별 이유 없어
[부드러운 음악]
(달미) 보안, 의료 진단 스마트 팩토리, 자율 주행
이 모든 것들을 가능하게 만들 삼산텍의 여정에
제가 함께 있다는 것이 너무나 벅찼거든요
(달미) 데모데이 때 싱글보드 PC로도 우리 알고리즘이 잘 돌았잖아요
씁, 이미지 인식을 이 정도 경량화시킬 수 있다면
자율 주행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달미야
(도산) 나도 그때
설렜어
[놀란 신음]
[발랄한 음악]
여기 맞네 [철산의 웃음]
(철산) 예, 여보세요, 예, 말씀하세요
그러니까요, 아…
[철산의 웃음]
아, 진짜요? 가세요, 가세요 예, 쭉 가세요
[사하가 통화한다]
네, 네
(철산) 어?
- (사하) 어? - 와…
아니, 사하 님 여기서 일하세요?
네
철산 님은 여기 어쩐 일로?
아, 저는 법인 설립 때문에 법무사 상담 받으러 왔어요
[철산의 탄성]
아니, 뭔 이런 우연이 다 있대요?
[철산의 웃음]
법인?
- 또 창업해요? - (철산) 네
(사하) 회사 이름 정했어요?
이제 삼산텍 이름 못 쓰잖아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아, 그래서
이 삼산텍 말고
(철산) 산삼텍으로 할까 하는데 어떠세요?
좀 건강한 느낌으로
왜요? 아예 인삼텍이나 홍삼텍으로 가지
[철산의 웃음]
아, 그렇죠? 좀 이상하죠? 예
(철산) 이거는 아웃
이건 2안이고 1안은 TMT예요
글로벌 시대니까 영문으로다가 TMT
TMT?
[영어] 그게 무슨 약자지?
삼산텍을 영문으로 바꾼 거죠
사람들은 Too Much Talker 약자인 줄 알걸요?
[한국어] 아, 그렇지
아씨, 그러면 안 되는데 뭘로 해야 된대?
영어 잘하네요?
나한테 배울 필요 없겠는데?
[흥미진진한 음악]
왜 못한다고 했어요?
그, 그게요, 그… [헛기침]
(사하) 말해 봐요
여기 온 거 진짜 우연 맞아요?
사하 님은요?
접때 그 고깃집에서 만난 거 그거
진짜 우연 맞대요?
내가 먼저 물었는데
- 난 우연 아니에요 - (사하) 나도 우연 아니네요
철산 님 브이로그 보고 찾아가 봤어요
[철산의 웃음]
사하 님, 그러면 혹시…
스톱, 확대 해석 하지 마요
그냥
옛 직장 동료 근황이 궁금해서 찾아가 본 거니까
아, 쏘리
사하 님
그러면 혹시
다시 동료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대요?
사하 님 지금 하시는 일
재미없으시잖아요, 그렇죠?
(동천) 누구 찾으세요?
어? 박 대리님
아, 박 과장님입니다
(용산) 아, 박 과장님
아, 그, 혹시 윤선학 대표님 좀 만나 뵐 수 있을까요?
- (동천) 대표님요? - 예, 좀 상의드릴 일이 있어서
[밝은 음악]
이분들이 다
투자를 하겠다고 찾아온 분들이라는 거죠?
(용산) 네, 근데 저희가 투자사 정보는 조언을 구할 데가 없어서
이 중에 어디가 건실한 투자사인지를 잘 모르겠어요
(선학) 레퍼런스 체크를 해 달란 소리네요?
용산 님네 회사가 최근에 사업 설명회를 한 적 있어요?
아니요, 아직 법인 설립도 안 했는데
그냥 잡지 보고 찾아와선 무조건 투자하겠답니다
(용산) 아마 투스토 경력 때문인 거 같아요, 네
사업 내용을 아직 모른다?
(선학) 그럼 이 사람들은
물건이 뭔지도 모르는데 무조건 사겠다고
돈 싸 들고 왔단 소리네요?
뭐, 그렇죠
(선학) 그렇다면 이 중에는 제대로 된 투자자는 없다고 봐야죠
여기 이 사람들은
대표님이 실수로 불구덩이에 들어간다고 해도
박수 쳐 줄 사람들이에요
이거 다 버려도 무방합니다
오는 투자자들 말고
투자자를 직접 찾아가 보는 건 어때요?
거절도 받아 보고
또 그 이유가 뭔지도 찾아보고 그러다 보면
진짜 투자자가 눈에 보일 겁니다
감사합니다, 네
[문을 달칵 닫는다]
저, 한 상무님
잠깐 시간 좀 내 주실래요?
(지평) 내가 할 말은 덕담밖에 없다고 얘기하지 않았나요?
악담이 궁금해져서요
해 줄 수 있습니까?
난 당신네 회사에 관심 없는데
압니다
그렇지만 부탁드릴게요
왜 갑자기 이러지?
그때 당신 말대로라면 난 당신 형의 원수 아닌가?
돌이켜보니까, 음…
그때 난 누구든 탓할 사람이 필요했나 봐요
미안합니다
[차분한 음악]
나도 미안합니다
솔직히 얘기한다는 게
돌이킬 수 없는 악담이 됐어요
미안해요
우린 지금 입발린 덕담보다
그 솔직한 악담이 필요합니다
(지평) 세 사람이 스타트업을 시작한 이유가 뭡니까?
사업이에요, 프로그래밍이에요?
글쎄, 음…
그건 잘…
(지평) 답이 뭐든 결론은 간단해요
프로그래밍한 게 구현될 때 가슴이 뛴다면
좋은 조건으로 개발자가 되면 되는 거고
기업을 만들고 이끄는 데 희열이 느껴진다면
경영을 하면 돼요
그쪽도 잘 알겠지만
스타트업은 좋을 때보다 힘들 때가 더 많아요
그때 버틸 수 있게 하는 유일한 힘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거죠
그 시작이 뭔지 잘 생각해 보면
내 악담은 안 들어도 될 거 같은데
[잔잔한 음악]
(용산) 엘리베이터 스피치란 말이 있다
설득할 누군가를 엘리베이터에서 만났을 때
딱 1분 만에 그 사람의 마음을 돌리는 짧고 강력한 말을 뜻한다
난 합류하고 싶은 생각 없는데
(철산) 씁, 왜요?
저희 3년 전하고는 많이 달라요
뭐, 투자자들도 돈 대겠다고 줄을 섰고요
확실하게, 확실하게 대우해 드릴 수 있어요
나 돈 많아요
3년 전에도 대우가 아쉬워서 삼산텍에 들어간 건 아니었고
그럼 왜…
필사적으로 매달려서
누가요? 아, 서 대표요?
(사하) 얼마나 절박했으면 사람 영입하겠다고 무릎까지 꿇겠어요
그 정도까지 하는 사람이라면
같이 일해도 지루하지 않겠다 싶더라고요
그렇죠
우리 겁나 다이내믹했응게
그 회사엔 서 대표만큼 간절한 사람이 있나요?
(용산) 이 말은 바꿔 말하면
누군가의 마음을 바꾸는 데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저 1분이면 충분하다
(철산) 창업…
좀 더 생각해 봐야겄네요, 허
어떻게 하면 우리랑 일할래?
(달미) 조건이라도 말해 봐
됐어
스톡옵션 10% 어때?
달미야, 됐다고
아니면 당장 지분 분배를 원해?
그럼 언니 내가 설득해 보고
그럼 우리 회사 자료만이라도 읽어 봐
어디 갔지? 분명 가져왔는데
아, 나 저 집에 놔두고 왔나 보다
잠깐만 기다려, 나 금방 가져올게
(도산) 달미야
안 가도 돼
나한테 있어
[잔잔한 음악] (용산)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은
화려한 언변보다는
그래?
검토해 봤어?
(용산) 그 누군가의 눈에 담긴 절박함일 수도 있고
(현) 오늘은 코너 케이스에 대한 데이터를 집중적으로 수집해 보자
- (정) 응 - 나 두 사람한테 궁금한 게 있는데
난 두 사람 영입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릴 줄 알았거든?
근데 생각보다 쉬워서 말이야
여기 오기로 결심한 계기가 궁금해지네?
(정) 심플해요
실장님이랑 우리랑 비슷한 처지인 거 같아서
비슷한 처지?
우리도 뭣도 아닌 게 우리 앞에서 설쳐대는 꼴을
아주 오래 봤거든요
(용산) 상대방과의 공감일 수도 있다
한 상무님 말씀대로면
우린 창업을 하는 거보단
같이 일할 파트너를 찾는 게 낫겠네요
그게 내린 답이라면, 그렇죠
- (용산) 그럼 한 가지만 더… - 아, 뭐, 아직 더 남았습니까?
같이 일할 파트너라면 현재로서 가장 끌리는 곳이
(용산) 서달미 대표가 있는 청명컴퍼니입니다
CTO 자리를 제안하고 있거든요
거기에 저희가 합류하는 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다시 삼산텍 시절로 돌아가서 다 같이 일하는 거죠
싫습니다
남자로서
말리고 싶어요
그렇지만 투자자로서 의견을 말한다면 [의미심장한 음악]
(용산) 그러나 그 무엇보다 강력하게 마음이 움직이는 때는
서로에게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밝은 음악]
생각합니다
(용산) 상대가 모든 변수에도 불구하고
진실만을 말할 때다
점검 확실히 했죠?
네
저기 아버지랑 상수 오빠 와 있거든? 봤지?
[한숨] 어, 봤어
- (철산) 파이팅! - (용산) 파이팅!
(함께) 파이팅!
[사람들의 박수] [철산과 태원의 환호]
(감독관1) 세이프티 드라이버는 누가…
- 접니다 - (감독관2) 그럼 시작할까요?
네
(달미) 준비됐어?
어, 출발하자
[밝은 음악] [차 문이 탁 닫힌다]
(용산) 시작한다
[철산이 숨을 후 내뱉는다]
[성환이 입바람을 하 분다]
[성환의 웃음]
(성환) 아유, 이거 좋은 날 먹으려고 아끼는 건데
좋은 날이 언제나 오는 거야
[초인종이 울린다]
누가 왔나 봐요
네, 누구십니까?
(달미) 아버님, 안녕하십니까
서달미입니다
[흥미진진한 음악] 기억하시죠?
누구예요?
(성환) 아, 그, 왜, 있잖아요
도산이 전 여자 친구, 서달미라고
(금정) 그 친구가 왜요?
도산이 지금 그 친구 잊겠다고 여행 갔잖아요
(성환) 안 끝났나?
아닌데
일단 여기까지 찾아왔다는 건
저 친구가 도산이한테 30%쯤 마음이 있는 거예요
그렇죠?
- 근데요? - (금정) 일단 들어오라고 합시다
(성환) 에?
도산이가 없다고 했는데도 찾아가겠다고 버티면
그건 50%
그리고요?
(금정) 숙조부님 댁이 좀 멀고 험해요?
거기까지 기어이 찾아가면
70%쯤 마음이 있다는 거죠
아, 그럼 나머지 30%는요?
그거야 도산이한테 달렸죠
[부드러운 음악]
(금정) 거기까지 찾아갔는데
무시하고 도산이 혼자 돌아오면
둘은 돌이킬 수 없는 거고
(금정) 둘이 같이 돌아오면
100% 아닐까요?
(도산) 삼산텍이 투스토에 인수됐을 때 받은 돈
아직 그대로야
그 돈으로 청명컴퍼니 지분을 확보하고 싶어
무슨 소리야, 그건 네 돈인데 왜
그냥 오기만 해 지분은 내가 언니한테 얘기해서
그게 내 조건이야
(달미) 다신 잃고 싶지 않아
무엇보다 그게 먼저야
(인재) 난 입찰도 승산 있다고 봐요
(지평) 전에도 말했지 않습니까
지도 없이 배 타면 죽는다고
(도산) 난 그 항해가 꽤 근사했어요
실패했지만 후회는 안 해
(두정) 서달미인가 그 친구가 당돌하게 우릴 협박한 적 있지?
그 방법이 괜찮던데
(도산) 손이 커서 좋대요, 겨우 손 하나
(지평) 나에 대한 열등감 지우고
서달미 씨를 다시 봐요
(도산) 내가 왜 좋아?
.스타트업↲
.영화 & 드라마 대본 ↲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