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2
[원덕의 다급한 신음]
와…
(원덕) 어디 갈 데 없어서 온 건 아니야?
진짜 별일 없어?
아, 없다고 몇 번을 말해요
저 잘삽니다 좋아요, 더할 나위 없이
(지평) 체지방 9%, 신체 건강하고
집도 자가에 차도 있어요
작년만 해도 연봉 2억에 상여가 15억 개인 투자는 그 이상입니다
- 됐죠? - (원덕) 결혼은?
- 아직입니다 - (원덕) 별일 있네
- (지평) 그게 왜 별일이에요? - 반 70이 여자 없으면 별일이지
- (지평) 일이 바빠요 - 지랄
바쁘면 일해야지 왜 난 찾아와, 쯧
[지평의 탄성]
그 돈
이제라도 갚을까 해서
무슨 돈?
아, 그때 내가 들고 튄 돈
[잔잔한 음악] 그, 뭐, 저기
(지평) 이자까지 쳐 가지고 갚으면 뭐, 저렇게 하면
여기 이, 이런 거 말고
조그마한 가게 하나는 차릴 수 있을 거 같은데?
야, 네 돈을 나한테 왜 갚아 필요 없어
아, 지랄 똥 그만 싸고 가, 이제 [지평의 당황한 탄성]
- (원덕) 가, 가 - 아, 알았어, 갈게요
(지평) 저, 그러면
이거라도
이거 뭔데, 이게, 어?
(지평) 이렇게, 이렇게 들어야 돼, 예
- (원덕) 그래, 응 - 이게 내 명함이에요
(지평) 나중에라도 뭐 필요하면 여기 이 번호로 꼭 전화 주세요
내가 뭐든 해 드릴게
아, 필요 없다니까 [지평의 놀란 탄성]
[원덕의 힘주는 신음]
아, 노인네 고집 참
아, 잘 먹고 잘 살면 연락하지 마, 나 배알 꼬이기 싫으니까
- 대신 - (지평) 힘들면 올게요
됐죠?
[웃으며] 어
그러니까 항상 여기 계세요
딴 데 가지 마시고
알았어
(원덕) 가
- 나 이 핫도그 가져가야겠다 - (원덕) 어, 그래그래, 어, 야
[원덕의 웃음] (지평) 이거 두고 갈게요
- 가라, 응, 응 - (지평) 네, 연락하셔야 돼요, 예
아, 진짜 맛있다
- 맛있어? 어 - (지평) 네!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작동음]
(원덕) 아휴, 힘들다
아휴
아, 그게 다 뭐냐, 응?
도산이 찾으려고
찾아서 네트워크 파티 같이 가게
할머니, 도산이 말이야
편지 말투는 표준어인데 수도권 살겠지?
야, 아서
아, 그동안 못 찾은 걸 지금이라고 찾겠어?
(원덕) 아, 저…
그냥 도산이는
좋은 추억이다 생각하고 잊어, 응?
치, 좋은 추억인데 왜 잊어? 나쁜 추억이면 모를까
야, 커서 별로일 수 있잖아 그, 뭐냐
(원덕) 역변, 그래, 역변 했을 수도 있고
(달미) 치, 정변 했을 수도 있지
마음이 변했을 수도 있잖아
어?
그럼 뭐, 딱 하루만 부탁하지, 뭐
언니 만나는 동안만 에스코트해 달라고
1년 넘게 편지한 사이인데 그 정도는 해 주지 않겠어?
달미야
도산이 지금도 똑똑하고 잘났겠지?
언니가 무시 못 할 만큼?
인재한테 지는 게 그렇게 싫어? 어?
응, 싫어
아, 왜! 사람이 질 수도 있는 거지!
안 돼, 지면!
지면
아빠를 선택해서 진 게 돼
[잔잔한 음악]
내가 불쌍해지고 후회하는 게 돼 그럼 안 되잖아
나 아빠랑
아빠랑 있어서 좋았거든
행복했고
나 진짜 손톱만큼도 후회 안 하거든
그거 알아야 되는데, 언니가
이 꼴로는 설득이 안 돼
열받게
(원덕) 달미야
(달미) 언니 미국 다시 들어간대요
그러니까 딱 하루면 돼
딱 하루만 잘나가는 척
언니 따윈 부럽지 않은 척해 보고 싶어
뭐, 막말로 내가 재벌 되겠대? 로또를 바라?
아니잖아
딱 하루만
그냥 척만 하겠다고, 척만
안 돼? 겨우 하루인데?
어?
(동천) 팀장님, 지금 손님…
(지평) 박동천, 너 잘 왔다
- 너 이거 뭐냐? - (동천) 아, 이거
그거 회사 메일로 온 사업 계획서인데 검토해 봤어요?
느낌 괜찮던데 매출도 1위고 대표 이력도 좋고
(지평) 그런 회사가 왜 자꾸 콜드 메일을 보낼까?
이거 지금 이대로라면 VC들이 만나자고 줄을 서야 맞는데
재방문율 안 찾아봤지?
구매 전환율도 엄청 낮던데
오픈발로 반짝이는 사업들 이거 한두 번 봐?
아니… [한숨]
죄송합니다
아, 근데 그중에도 대박이 숨어 있을 수 있잖아요
그, 왜, 흙 속의 진주처럼
(지평) 흙 속의 진주는 엔젤들한테 맡겨
국대 감독이 조기 축구회 가서 선수 찾는 거 봤어?
예 [입소리를 쩝 낸다]
(동천) 조기 축구회도 잘하는 사람들 많은데
(지평) 그냥 가?
용건 있어서 온 거 아니었나?
(동천) 아, 맞는다 팀장님, 손님 오셨는데
손님?
나 오늘 미팅 스케줄 있었나?
(동천) 아니요
그, 약속 없이 오셨는데 워낙 막무가내라
동천아, 내가 누굴 약속 없이 만난 적 있던가?
음, 없었죠, 한 번도
아, 근데 이렇게 명함을 스스로 주신 적도 없죠, 한 번도
- 어디 계셔? - (동천) 밖에
- (지평) 입구에? 어? - (동천) 네
[긴장한 한숨]
- (원덕) 어 - 어, 할머니, 웬일이세요?
어? 어
이것 좀 싸 왔는데 친구들하고 나눠 먹어 봐
[원덕의 멋쩍은 웃음] (지평) 아유, 이것 때문에 오셨어요?
어? 뭐, 겸, 겸사겸사
부탁할 것도 있고 해서 좀 [헛기침]
뭔데요?
야, 부탁하면 너 다 들어준댔지?
뭐, 소원 없다며요
그렇지, 근데 어제 갑자기 생기더라고 없던 소원이
[헛웃음]
아, 뭔데요 나 갑자기 무서워지려 그러네?
무서워할 거 없어, 간단해
너 사람 좀 찾아줄 수 있겠냐?
있죠, 누구 찾아드리면 되는데
남도산이라고 기억하지?
남, 남도산?
아, 기억하죠, 그 편지
남도산이 좀 찾아봐
예?
아, 할머니, 걔는 우리가 만든…
(지평) [작은 목소리로] 걔는 우리가 만들어 낸 애잖아요
만든 애를 어떻게 찾아요
야, 그러니까!
만들어서라도 좀 찾아줘 봐, 좀
[발랄한 음악]
[원덕이 시원한 숨을 내뱉는다]
(지평) 아, 근데 나 진짜 어이가 없네?
아, 그, 그 손녀딸 이름이 뭐라 그랬죠?
달미
- 서달미 - (지평) 달미
아, 그 친구는 뭘 믿고 그런 허풍을 떨었대?
엄밀히 말해서 허풍은 아니지
도산이가 진짜로 있다고 믿으니까
없잖아요
엄밀히 말해서 없는 건 아니지 그때 신문 보고 만들었으니까
신문?
얘 어때요?
(어린 지평) 똑똑하고 착하고 팔자 좋아 보이는데
도산, 남도산
(원덕) 아, 인물도 좋네
좋아, 얘 이름으로 하자
(지평) 걜 찾으라고요? 그 15년 전 그 꼬맹이?
그건 더 어렵죠
아, 어려우니까 찾아왔지
쉬웠으면 진즉에 내가 찾았다, 쯧
아…
그러니까 덜미인지 달미인지 나이가 몇 살인데
아, 연애는 해 봤을 거 아니야 그중에 괜찮은 놈 하나 골라서
없었어, 한 놈도
한 놈도? 아니, 왜?
아, 사귈라치면 그놈의 도산이가 훼방을 놔 가지고, 쯧
아, 세상에 없는 놈이 어떻게 훼방을 놔요?
아, 놓더라고, 세상에 없는 놈이 그래
아휴
[발랄한 음악]
(직원1) 저, 토요일 시간 어때요?
어렵게 표 구했는데
시간이 없어요 앞으로도 쭉 없을 거고요
(원덕) 아, 왜 싫어?
너 그 뮤지컬 보고 싶다며
무례해
물어보지도 않고 시간도 자기 멋대로 예매하고
도산이 봐
편지 하나 보내는데도 얼마나 고민하고 조심했어
야, 여기서 도산이가 왜 나와, 어?
아니, 안옥윤이랑 하와이 피스톨이랑 마지막에 거기서 얼마나 애틋해요
거기가 피크인데 거기서 뽀뽀뽀!
[달미의 한숨]
그게 키스야?
그게 키스야?
키스라는 건 말이죠
이렇게, 이렇게
(달미) 자연스럽게 스르르 들어와서
막 비벼
막 비벼, 막 비벼
막 설왕설래를 해 주면서
환상
이게 키스지, 안 그래요?
15세 관람가니까
적정선에서 끊어 주는 게 [익살스러운 효과음]
우리의 적정선도
이쯤에서 끊죠
(남자1) 네?
공감 능력 꽝이야
도산이 봐, 걘 무조건 내 편이었잖아
주님, 인내하라고 내린 시련이신 거죠?
(원덕) 예, 참고 인내하겠습니다
할머니
할머니, 할머니, 나 얘랑 끝낼래
[익살스러운 음악] (원덕) 사랑은 언제나 오래 참고
할머니, 이거 좀 봐 나를 발여자로 삶고 싶대
(달미) 발이 아니라 반이잖아, 반
발이 아니라 반려자잖아
그리고 뭐? 날 삶고 싶어? 내가 계란이야? 삶아 먹게?
도산이 봐
초등학교 때부터 맞춤법, 띄어쓰기 얼마나 철저했어, 어?
오래 참고
(원덕) 또 참고
[한숨]
아니, 왜 수습 못 할 거짓말을 10년이나 합니까?
(원덕) 10년이나 속을 줄 몰랐지
네 탓도 있어
네가 편지로 애 눈을 옥황상제 똥구멍까지 높여 놨잖아
웬만한 놈이 눈에 차겠어?
[한숨]
할머니, 할머니, 잊으셨나 본데
편지에는 할머니 지분도 있어요
(지평) 이 사기극 시작은 할머니죠 난 옆에서 거들기만 했구먼
아이고, 그래, 그래, 내 탓이다
(원덕) 애가 친구 하나 없이 혼자 크는 게 안됐어서
비빌 언덕이라도 만들어 주려 그랬던 게 잘못된 거였네
어, 천벌받아도 싸, 그래
[원덕의 못마땅한 신음]
(원덕) 뭐, 부탁 들어주겠네, 은혜 갚겠네 말을 말든가, 응?
수습 못 할 거짓말을 왜 해 가지곤 노인네 오락가락하게 만들고
(지평) 아, 알았어요, 알았어요, 알았어요
[지평의 다급한 신음]
[원덕의 못마땅한 신음]
찾아볼게요
언제까지 찾으면 되는데요
그게 좀 빡빡해 이번 주 금요일까지
딱 5일 남았다
뭐라고요?
미안해
[밝은 음악]
5일, 쯧
[알람이 울린다]
[알람이 뚝 멈춘다]
[달미의 찌뿌둥한 신음]
[인재가 숨을 깊게 내뱉는다]
[달미가 하품한다]
(달미) 악! 눈에 들어갔어!
[휴대전화 진동음]
(달미) 네, 여보세요?
아, 네, 지금 정곡 지점으로 지원 가고 있습니다
(달미) 네, 네, 아, 네
[신호등 알림음] [휴대전화 진동음]
네, 아버지
(인재) 제가 잘 설득해 볼게요, 걱정 마세요
네
[심호흡]
"루까 더 티"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린다]
(서현) 선배! 도망갑시다
- (달미) 왜, 왜, 왜, 왜 - (서현) 똥은 피하는 게 상책이야
(달미) 아니, 근데 왜 이렇게 손님들이 몰린 거야?
외국인들도 있네?
(서현) 아, JKN이 트위터에 게릴라 콘서트 한다고 올렸대요
그거 막 보겠다고 팬들이 몰려온 거래요
(서현) 씁, 일단 뭐, 근처에서 대충 시간 때우다가
콘서트 시작하면 그때 슬슬 지원 사격 갑시다
그때쯤이면 손님들도 대충 다 빠져, 가자
오케이, 물 들어왔어 [흥미진진한 음악]
(서현) 아아, 선배, 머리 묶지 마
아, 묶지 마!
가자
매출 신기록 세울 타이밍이다
(서현) 아, 뭐…
우사인 볼트입니까? 신기록 세워서 뭐 하게
사람 몸만 너덜너덜해지지
우리 그냥 눈 가리고 아웅 합시다, 응? 가자
[흥미진진한 음악] (달미) 넌 눈 가리고 아웅 해
대신 오늘 기록 내 거다
(달미) 다 죽었어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다가오는 발걸음]
- (종업원) 리필해 드릴까요? - (아현) 네
어떻게 생각해요?
(아현) 1년 만에 보는 엄마를 앞에 두고
매일 보는 핸드폰을 30분째 쳐다보고 있는 거
(종업원) 아…
(아현) 그 인간도 똑같아
사람 앞에 두고 핸드폰만 보거든
- 부전여전인가 보네요 - (아현) 아니, 아니
피 한 방울 안 섞였는데 하는 짓이 똑같아
아유, 징그러워
- 리필해 드릴까요? - (인재) 네
어떻게 생각해요?
우리 엄마처럼 코앞에 집 놔두고 호텔에 돈 쓰면서 묵는 거?
(종업원) 어, 요즘 호캉스라고 해서 많이들 그렇게…
우리 엄마처럼 1년 내내 호캉스 하는 사람도 있어요?
(종업원) 어…
있겠죠? [어색한 웃음]
[아현의 웃음]
내 편 들어 주네? 고마워요
[카메라 셔터음]
[소란스럽다]
(점주) 잠시만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알바생1) 점주님, 이거 주문서 바뀐 거 같은데 [점주가 대답한다]
- 뭐? 다시 해 - (알바생2) 여기 음료는
먼저 나갔어요?
- 어? - 크로크무슈는?
- (점주) 모르겠어 - 크로크무슈? 몰라
[점주의 당황한 신음]
아, 너마저 왜 이러니, 진짜!
어, 달미 씨!
(점주) 우리 좀 살려 줘, 정신없어 죽겠어
잠시만요
[댕댕 울린다] [매장 안이 조용해진다]
(달미) 서비스가 늦어지는 점 양해 부탁드릴게요
자, 뭐부터 도와드릴까요?
[소란스럽다]
(알바생2) 한 분씩
(점주) 한 분씩 말씀해 주세요, 안 들려요
(알바생1) 줄을 이렇게 바로 서 주시면, 네
[감성적인 음악이 흘러나온다]
[음악 소리가 점점 커진다]
[팬들의 환호성]
(팬들) ♪ 네 목소리, 그 눈빛이 아직도 선명한데 ♪
♪ 또다시 널 안아 줄 수는 없는 거래 ♪
♪ 하루 종일 울고 있는 ♪
[팬들이 계속 노래한다] [음악 소리가 점점 작아진다]
(달미) 저도 JKN 음악 늘 스밍하고 있어요
오늘은 덕밍아웃 하고 JKN 전곡 무한 반복 할게요
[팬들의 환호성]
자, 그럼
[중국어] 줄 한 줄로 서 주세요
[한국어] 줄 한 줄로 서 주실게요
뭐부터 도와드릴까요?
[중국어] 시럽 어디 있어요?
손님, 시럽은 뒤쪽 서비스 테이블에 있고요
[한국어] 이거 휘핑크림 올려 달랬는데 빠졌잖아요
죄송해요 휘핑크림 바로 올려 드릴게요
[중국어] 와이파이 비번 뭐예요?
(달미) 와이파이 비번은 coffee01입니다 감사합니다
[영어] 라씨 있나요?
라씨는 없지만 비슷한 맛의 요거트가 있습니다
- 화장실 어디예요? - (달미) 화장실은 2층 복도 끝입니다
[음 소거 효과음] [남자2가 소리친다]
[한국어] 텀블러 좀 씻어 달라고 했잖아!
손님, 우리 직원한테 욕한 사람은 손님 아니니까 나가 주세요!
[팬들의 환호성]
자, 뭐부터 도와드릴까요?
[흥미진진한 음악]
[진동 벨이 울린다]
주문표 순서 정리했어요
(점주) 어, 고마워요
(점주) 대박
[팬들의 환호성]
[직원들의 환호성]
(서현) 감사합니다
창사 이래 최고 매출이야, 대단해들
- (서현) 감사합니다 - (달미) 감사합니다
[직원들의 환호성]
앞으로 우리 기록 아무도 못 깨겠죠?
(서현) 선배님 [서현의 웃음]
- (달미) 어? - 아무도 못 깨겠죠? 우리 기록
[익살스러운 음악] 어, 어, 어
[서현의 웃음] [어색한 웃음]
(달미) 그럼, 못 깨지
우리 기록
(직원2) 자, 자, 일들 합시다
(직원들) 네
(정 대리) [물을 칙칙 뿌리며] 달미 씨
네?
(정 대리) 너무 잘하면 불안하잖아
좀 있으면 나 육아 휴직인데
난 자리가 티 나야 날 다시 찾을 거 아니야
아유, 대리님 따라가려면 멀었습니다요
진심?
반쯤?
(인사팀장) [큰 목소리로] 수고했습니다, 서달미 씨!
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달미의 쑥쓰러운 웃음]
어? 저분 누구시더라?
- 인사팀장님 - (서현) 아…
(정 대리) 달미 씨 이번에 정규직 전환은 따 놓은 당상이겠는데?
금요일 전에 되면 좋겠다
(정 대리) 금요일?
왜, 그날 무슨 일 있어?
으음
[한숨]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인재) 지겹지 않아?
호텔 좋은 것도 하루 이틀이지
나는 좋은데?
(아현) 매일 수영하고 스파 하고
그 인간 얼굴도 안 보고
(인재) 매일 수영하고 스파 하는 거 다 아버지 돈 덕분이거든요?
엄마가 지금 걸친 것 중에 아버지 돈 아닌 거 있어?
아버지?
(아현) 바람피운 인간한테 아버지 소리가 나와?
내 딸이지만 참 이해 안 돼
나도 이해가 안 돼
(인재) 누릴 거 다 누리면서 욕만 하는 거
[한숨]
(아현) 그래, 다 내 잘못이지
그런 인간 만나겠다고 네 아버지 버리고
[차분한 음악]
엄마
(인재) 이번 주 금요일에 시간 돼?
우리 회사 네트워킹 파티가 있는데
(아현) 나는 네 일에 관심 없는데
거기 달미가 와
궁금하지 않아?
달미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언제라고?
이번 주 금요일
"디데이 원인재 주최 네트워킹 파티"
(지평) 박동천, 안 가고 뭐 하냐?
(동천) 인간 거름망이 돼 보려고요
사업 계획서에 속지 않고 데이터로 검증하는
너 이 사람 좀 찾아봐라
(동천) '수학 올림피아드 최연소 수상'
15년 전? 누구예요?
그냥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좀 찾아봐
(동천) 아, 뭘 알아야 찾지
꼴랑 15년 전 수상 경력하고 남도산 이름 하나 던져 주면
내가 어떻게 찾나 내가 무슨 흥신소도 아니고
(지평) 들린다
네
남도산?
(동천) 남도산 어디서 들어 본 이름인데
(동천) 아!
[잔잔한 음악]
왜? 아는 이름이야?
(동천) 아, 네
콜드 메일로 사업 계획서 징하게 보내는 친구예요
완전 얼리 단계인데
주제 파악 못 하고 계속 보내요
(동천) 학벌도 후지고 아이디어도 후지고
아, 동명이인 아니야?
으음, 여기 수학 올림피아드 최연소 금상이라는데요?
- 연락처 있어? - (동천) 네, 여기 남도산 전화번호
(지평) 야, 문자로 좀 찍어 줘
(동천) 직접 가려고요? 이 시간에?
어, 다른 멤버들 연락처도 찍어 주고
(동천) 아니, 아니 얘들은 조기 축구 수준도 아닌데?
팀장님!
[이어폰에서 감성적인 음악이 들린다]
"코다 이미지 인식 대회"
[용산의 한숨]
코다 발표가 언제지?
꿈 깨라, 어?
전 세계에서 아주 이미지 인식 쪽으로 난다 긴다 하는 애들이
(철산) 전부 달려들었는디 뭐, 쯧
우리 같은 피라미가 입상하겄냐?
아, 절대 못 해
아, 야, 도산아 니 여권 번호 쪼까 대 보자
[키보드를 탁탁 치며] 응?
도산아
남 대표
도산아, 너 뭣 하냐?
여권 번호 대 봐
- (도산) 어? - 여권 번호 대 봐
[휴대전화 진동음]
여권 번호? 왜
(철산) 비행기표 미리 예약해 불게
지금이 딱 성수기자네
비행기표는 왜?
그, 코다 시상식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다며
코다?
야, 네가 방금 우리 같은 피라미는…
(철산) 글지, 꿈 깨라 그랬지, 알아
자, 근디 만에 하나
둘도 아니고 하나 그놈의 딱 하나만 생각을 해 보자잉
만에 하나 우리가 입상을 했어
근디 비행기표가 없어, 어?
근디 구글, 아마존 VC들이 거기 있어 부러
막 우리한테 투자하고 싶다는데 우리가 없어
오메, 끔찍해
이런 만에 하나의 참사는 막아야 안 쓰겄냐 이 말이여
여권 번호 대 봐
만에 하나가 될까 모르겠다
[용산이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쿵쿵 울리는 소리가 들린다]
[긴장되는 음악]
쉿
- (철산) 왜 - (용산) 왜
야, 불 꺼, 불 꺼, 불 꺼 [흥미진진한 음악]
(철산) 또 뜨셨냐?
[도산의 다급한 숨소리]
[철산의 아파하는 신음]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성환의 가쁜 숨소리]
[성환이 문고리를 철컥거린다]
[성환이 문을 쿵쿵 두드린다]
- 도산아! - (도산) 쉿! [흥미진진한 음악]
- 뜨셨어, 뜨셨어 - (철산) 뜨셨다 [성환이 연신 부른다]
- 야, 쉿 - (성환) 도산아!
(철산) 야, 쭉 들어가
(성환) 도산아! [성환이 문고리를 철컥거린다]
피한다고 능사가 아니다!
안에 있는 거 다 아니까 당장 문 열어, 당장!
이놈의 자식!
너 셋 센다
하나, 둘
[성환이 침을 퉤 뱉는다] 여보
안에 있는지 확인부터가 먼저입니다
자
[흥미진진한 음악]
(철산) 아이, 나 무릎이 너무 아픈디?
- (용산) 야, 조용히 해, 바보야 - (도산) 더 숨어
[긴장되는 효과음]
(도산) 야, 야, 야, 불, 불
(도산) 야, 야, 야, 피해, 피해, 불, 불, 불
(도산) 피해 [철산의 놀란 신음]
(금정) 없나 보네요, 집에 가서 기다립시다
아, 씨, 이놈의 자식들
(성환) 어어, 계, 계단 조심해, 계단 조심해
[거친 숨소리]
[안도의 한숨]
(철산) 아, 나 무릎이 진짜 부러질 뻔했다 [저마다 힘겨워한다]
[도산의 아파하는 신음]
[휴대전화 벨 소리] (철산) 아, 나 진짜 무릎이…
누구 거여, 이, 씨
(철산) 내 거여, 내 거여
[휴대전화 벨 소리] [흥미진진한 음악]
(철산) 껐어, 껐어, 껐어 [도산의 신음]
[휴대전화 벨 소리] (도산) 야, 이, 씨
(철산) 아, 누구여, 씨 [도산의 아파하는 신음]
[문이 쿵쿵거린다]
(금정) 어머나
(금정) 천천히, 아이고, 아이고, 아유
[드르릉 코 고는 소리가 들린다]
(철산) 아, 추워
[철산의 옅은 신음]
어, 안 받아
(지평) 남도산, 이철산, 김용산 셋 다 안 받아
잠깐
얘네들 설마 자기들 이름이 산 자 돌림이라
회사 이름이 삼산텍인 거야?
네이밍 참 안일하다, 안일해
[차 문을 탁 닫으며] 어
사무실 주소 좀 찍어 줘 봐 내가 직접 가 볼게
[자동차 시동음]
셋 다 똑같은 옷이네
(용산) 아유, 어머니, 똑같다니요 저희 다 이렇게 색이 다른데
(철산) 에? 봐 봐야 인제 보니께 우리 RGB다, RGB, 어?
[철산의 웃음]
RGB?
(도산) 아, 그러니까 RGB란 빛의 삼원색으로
R은 레드, 여기 G는 그린, B는…
몰라서 물었겠니?
[성환의 성난 신음]
(성환) 쯧, 그래
우리가 이 삼삼텍에 투자한…
삼산텍요, 여보
삼산텍에 투자한 지 오늘로 딱 1년이다
(성환) 분명 1년 안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겠다 약조했었고!
투자자로서
내 투자금이 적재적소에 쓰이고 있는지!
괄목할 만한 성과는 뭔지!
확인차 여기 들렀다
일단 투자비는
(도산) 월세, 서버비
그리고 집기 몇 개 마련했습니다
(용산) 예, 그, 허투루 쓰는 돈 없이
진짜 아끼고 아끼면서 감사히 쓰고 있습니다
예, 뭐, 가끔씩 굶어요
[철산의 웃음]
(금정) 없던 게 많이 생겼네
믹스커피로는 안 됐나 봐?
- 이런, 씨 - (철산) 예, 그, 아시겄지만
이, 복부 비만이 개발자들 직업병이어 갖고요
(철산) 예, 그, 칼로리 낮은 커피를 찾다 봉께
어쩔 수 없이 이제 커피 머신을, 예
[철산의 웃음] (도산) 그럼 저 시럽 산 게 설명이 안 돼
칼로리 생각했으면 시럽을 빼고 마셨어야지
- 긍께 - (도산) 응
지적해 줘서 겁나 고맙네
죄송합니다, 저희 요즘 좀 한심하시죠?
(금정) 요즘은 무슨, 한참 됐지
이젠 죄송하단 말보단
확신을 줘야 할 타이밍 아닌가?
(성환) 설명해 봐라
네 대답에 따라 내 앞으로 투자를 계속할지 회수를 할지
결정할 생각이다
[잔잔한 음악]
(지평) 아, 왜 이렇게 좁아
[휴대전화 벨 소리]
[버튼 조작음]
네, 할머니
어떻게, 남도산이는 찾고 있어?
(지평) 네, 지금 만나러 가고 있어요
아, 벌써?
아, 어떻게 찾았대?
내비 찍어서 찾았죠
(원덕) 우리 순딩이 재주 좋네
남도산이는 뭐 하는 친구래?
스타트업 하는 친구래요
스타트업?
그거 좋은 거 아니야? 뉴스에 자주 나오던데
뭐, 예 일단 타이틀은 멀끔해요
다행이네
(지평) 걱정 말고 기다리세요
제가 만나서 얘기 잘해 볼게요
[통화 종료음]
스타트업? [기대에 찬 탄성]
[내비게이션 음성] 목적지 주변입니다
(지평) 여기가 주변이야?
아, 주택가인데 이런 데 사무실이 있어?
[놀란 탄성]
(용산) 아버님, 어머님, 그…
도산이가 정해지면 얘기하자 해서 말씀 안 드린 게 있는데요
- (철산) 예 - (도산) 용산아
[용산이 재촉한다] - (도산) 아니야, 하지 마 - (철산) 말해도 돼
- (철산) 말해, 말해, 말해도 돼 - (용산) 놀라지 마십시오
저희가 이번에
코다에 지원을 했습니다
[철산의 웃음]
(철산) 코다
(철산) 이 코다가 아니…
긍께 그 코다가요
와, 겁나 유명한 글로벌 회사인디요
거기서 주최하는 AI 대회로, 예?
예, 그, AI의 올림픽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넌 입이 없냐?
(성환) 네가 설명해 봐, 차근차근
아버지, AI라고 들어 보셨죠?
(성환) 들어 봤지
조류 독감
[까마귀 울음 효과음]
(도산) 어? 아니…
그거는 다른 AI고요
저희 AI는 아티피셜 인텔리전스
즉, 인공 지능을 이용한 이미지 인식을 하고
(성환) 쉽게 해, 알아듣도록
[고함치며] 내 눈 보고!
더 쉽게요?
(도산) 이게 뭐로 보이십니까?
휴지
(도산) 그럼 이건?
(금정) 컵라면
그럼 이, 이건?
- 백수? - (철산) 아따, 어머님
(도산) 방금 어머니가 한 행위를 컴퓨터가 하게 하는 것
그게 이미지 인식입니다, 네
음, 그래서?
[흥미진진한 음악] - (철산) 보여 드려 - (용산) 야, 보여 드려
(도산) 어
보세요, 아버지
자, 아버지, 이 카메라로
이 휴지를 찍으면
여기 '토일렛 페이퍼' 이렇게 인식을 하죠?
[호응한다]
(금정) 이리 줘 봐
'인스턴트 누들'이면 라면
시계
오… [성환이 호응한다]
뭐
음, 제법이네
아, 이게 이미지 인식을 하는 덴 많지만
저희처럼 정확한 덴 또 없거든요
(도산) 이거를 얼마나 정확하고 빠르게 인지를 해 내느냐
- (철산) 빠르게! - (금정) '토일렛'?
변기라는 뜻이잖아
[익살스러운 음악] (성환) 이런, 씨
내가 왜 변기냐?
(도산) 이라고 뜨면 안 되는 거잖아, 이게
잠시… [철산의 당황한 신음]
(철산) '페이스', 어, 야, 이제 되네, 어? 다시 해 봐
페… '토일렛'?
요것은 오류예요, 아버님, 예
[익살스러운 음악] (도산) 이, 이게 왜…
[키보드를 탁탁 두드리며] 이게…
아!
아이, 이거
아, 프로토타입이네 [철산과 용산이 호응한다]
(도산) 아이, 아, 이거
이거 오류 잡았어요, 이게
이게, 이게 조명 때문이거든요?
- (철산) 그래, 어유 - (도산) 봐 봐요
(도산) 봐 봐요, 아버지 이마가 이 조명 때문에
하얗게 변기처럼 빛나잖아요
그래서 여기, 여기, 이렇게
토일렛이라고 뜨는 거예요
꺼
이게 정식 버전은 이 오류를…
(성환) [고함치며] 끄라니까!
[내비게이션 음성]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안내를 종료합니다
여긴 거 같은데?
(도산) 아버지! 아버지! 아…
- (도산) 오! 아버지, 진짜 - (성환) 너 이리 안 와?
뭐야, 뭐야, 왜 뛰어와 [익살스러운 음악]
[도산의 다급한 탄성]
- 뭐야 - (성환) 거기 안 서? 이놈의 새끼야
(성환) 어? 거기 서, 새끼야
(도산) 아버지, 아버지, 잠깐만요 아, 잠깐
- (도산) 잠깐만요, 잠깐만요 - 설마
그거 진짜 프로토예요 정식 버전 보시면 진짜…
(성환) 어디서 개구라를 까고 있어 [도산의 다급한 신음]
[성환이 구시렁댄다]
(성환) 아휴, 아, 힘들어
여보, 우리 인생에 환갑잔치는 없다고 칩시다
아니, 저 물건을 저걸 뭐라고 부를 거야, 저거를!
나이 서른 다 되도록 제대로 된 직업 하나 없어
아니야, 아닐 거야
(성환) 창업한대서 돈 대 줬더니 제 아비 얼굴을 변기라고 씨불이는
패륜 기계나 만들고! [저마다 성환을 말린다]
기계…
- 아니야, 안 돼 - (금정) 여보, 여보, 여보
(금정) 캄 다운, 차분히 말로
아, 동네 사람들 다 깨겠어요
(성환) 아, 깨라 그래! [멀리서 개가 짖는다]
- (금정) 아유! - (성환) 동네 사람들!
- (성환) 내가 고려장 당하기 전에! - (도산) 아버지, 아버지
(성환) 늙은 부모 괄시하는 저 아들놈의 새끼 [도산이 애원한다]
버르장머리를 고쳐 놓을 테니까, 어? [도산이 해명한다]
(성환) 야, 이놈의 새끼야, 너 어쩔 거야, 어?
장손인데 직장도 없어 사업도 개차반이야
누가 너 같은 놈한테 시집오겠냐!
우리 남씨 가문 씨가 마르게 생겼어 [흥미진진한 음악]
남씨?
남, 남씨?
(성환) 너 일로 와 [겁먹은 신음]
- (철산) 오메, 아버지, 아버지! - (지평) 남씨야?
(도산) 아, 아버지, 진짜 [소란스럽다]
- (지평) 남씨야? - (성환) 너 이놈의 새끼가
[철산의 놀란 비명] (성환) 나와, 나와, 내가 저놈의 버릇을…
저놈의 새끼 저거
- 넌 아주 걸리기만 해, 아주 그냥 - (금정) 야, 튀어
(성환) 야, 일로 안 와? 일로 안 와? 일로 안 와? 일로 와
이놈의 새끼 어디 갔어
어, 어디, 어디 갔어 이놈의 새끼, 어?
- 어디로, 어디, 이 자식이 - (금정) 아유
(도산) 아버지, 진짜 잠깐만, 제발
오! 오, 죄송해요 이거 제가 나중에 꼭 세차해 드릴게요
진짜 죄송해요, 꼭 해 드릴게요
(성환) 남도산! [도산의 신음]
- (성환) 남도산! - (지평) 남도산?
[성환이 계속 화낸다] 꿈이야, 이건, 꿈이야
(금정) 아유, 좀 놔요
- 멀끔하다며 - (지평) 끔찍해요
- (원덕) 인상은? - 최악 직전
스타트업 한다며
[한숨]
제가 그쪽 계통을 잘 아는데 제일 답 없는 케이스예요
(원덕) 아이고
팔자 좋은 줄 알았더구먼, 아유
20대잖아요
[잔잔한 음악] (지평) 좋던 팔자도 꼬일 때죠
(철산) 느그 아부지 말이여
진짜 투자금 회수하셔 분대?
어
[철산의 한숨]
(철산) 월세야 보증금에서 깐다 쳐 불고
당장 서버비랑 관리비는 어쩌냐?
[용산의 한숨]
(용산) 답이 없다, 답이
택배라도 뛰어야 하나?
저거 팔면 얼마나 할까?
(철산) 아, 야, 여기 옥탑방이여
저거 팔면 우리 여름에 다 쪄 디져 불지
- (용산) 그렇지 - 쪄 뒤지기 전에 투자받으면 되지
[카메라 셔터음]
(도산) 믹스커피 마시면 되고
멤브레인 키보드 쓰면 되고
투자받기 전까지 게임 안 하면 되지, 뭐
[카메라 셔터음]
[카메라 셔터음]
(지평) 불행 중 다행인 건
달미가 남도산을 찾을 확률이 거의 없다는 거죠
(원덕) 요즘은 뭐, 인스타니 페이스북이니
뭐, 그런 걸로 사람 다 찾는다던데
그럴 일 없어요
[잔잔한 음악]
(지평) 남도산으로 한참 검색해 봤는데 하나도 안 나오더라고
[버스 벨이 울린다]
아, 그나마 제가 관계자라
운이 좋고 능력이 있으니까 찾았지
뭐, 보통 사람들은 절대 못 찾을 겁니다
남도산?
(달미) '14년 전 박찬호'
(도산) 박찬호 선수에게 직접 받은 사인 볼입니다
상태 좋고요
사인 볼에 써진 남도산은 제 이름입니다
쿨거래 시 시원한 절충 가능
인증 원할 시 메일 주소 남겨 주시면
인증 사진 보내 드립니다
(달미)
[컴퓨터 알림음]
어?
(도산) 어?
벌써?
[휴대전화 알림음]
제발
(달미)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밝은 음악]
[놀란 신음]
[환호성]
(지평) 남도산이 상태 보니까
차라리 둘이 안 만나는 게 나아요
그동안 품었던 환상도 깨지고
언니 앞에서 개망신당할 게 뻔해
그런가?
[휴대전화 벨 소리]
(지평) 아휴,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원덕) 아, 조용히 해 봐! 쯧
어, 왜
아, 그랬어? 그랬구나
- 아휴, 힘들 거야 - (원덕) 어
어
점심에 어디서?
밥 잘 챙겨 먹어야지, 아유
아…
잘됐네
(원덕) 그래
[통화 종료음] 힘들지, 뭐
우리 달미가
너만치 운도 좋고 능력도 좋네
으음, 예?
남도산 찾았대
- 예? - (원덕) 이따 만나기로 했대
[울먹인다]
(지평) 아, 어, 어, 언제? 아니, 어, 어디서요?
[원덕의 초조한 탄성]
어, 어, 어떻게 찾았지?
(원덕) [버럭 하며] 내가 아냐!
아이고
깜짝이야 [원덕의 한숨]
(철산) 한 놈, 두시기, 석삼, 너구리, 오징어 육개장, 칠뜨기
팔당댐
구, 십, 응
뭐, 요 정도 속도로 팔아 불면
오늘내일 중으로 서버비랑 관리비 정도는 대충 뽑겄는디? 응
야, 우리 다음 아이템도 직거래인가?
응, 박찬호 사인 볼
(용산) 서달미?
뭐야, 본명 깐 거야?
(도산) 응
초면인데 막 반말해
아니, 잠깐만 '나 서달미야, 정말 그리웠어'
(용산) '당장 만나자'?
뭐야, 초면 맞아?
초면이지
아, 그리웠다잖아 뭐가 이렇게 애틋해
(철산) 아따, 쟤 말고 박찬호 선수 겁나 팬인갑지, 아유
아닌 거 같은데, 서달미?
서달미 어디서 들어 봤는데, 서달미
어? 샌드박스다
[밝은 음악]
"샌드박스"
(철산) 아따, 그냥 겁나 죽여 분다, 어?
아, 야, 저, 저 사람 다니는 회사는
강아지랑 같이 출근해도 된갑서야, 어? [철산의 웃음]
(용산) 진짜 좋겠다, 야, 여기 입주하면
월세니 서버비니 걱정 없이 마음껏 사업할 거 아니야, 어?
[카메라 셔터음]
[잔잔한 음악] (달미) 난 도착, 파란색 옷 입고 있어
오는 중이야?
[휴대전화 알림음]
(도산) 30초 후 도착합니다
씁, 왜 자꾸 존댓말?
오랜만이라 어색한가?
[헛기침]
파란색 옷 입고 있다는데?
- 그래? - (도산) 응
- (용산) 도산아 - (도산) 응?
(용산) 우리 여기서 흩어지자
(도산) 왜, 같이 가
아, 따로 가 뭉쳐 다니는 거 효율이 너무 떨어져
(철산) 어, 그래, 찢어져 갖고 효율을 확 높여 불자, 가자
(용산) 아이, 철산 이 눈치 없는 놈아 넌 나 따라와야지
거래 잘해, 파이팅!
(철산) 나가 왜 눈치가 없어, 이, 씨!
나 눈치 빼면 시체여! 이, 씨
(용산) 빨리 오라고
[설레는 숨소리]
[부드러운 음악]
[도산의 신음]
(도산) 아! 아, 뭐예요
오, 오, 잠깐만
아, 아, 진짜
아, 진짜 왜 이러세요, 누구세요 아, 정말
동반자?
잠깐, 어?
동반, 와! 와, 동반… [지평의 한숨]
동반자네? 어?
남도산 씨죠?
(지평) 안녕하십니까, 한지평입니다
아, 알죠, SH 벤처캐피탈
(도산) 아, 제가 미친 척하고 메일 보낸 건데 그거 보고 찾아오신 거예요?
뭐, 비슷합니다 그,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아, 있죠 잠깐 말고 한참도 할 수 있습니다
그, 아, 진짜
(도산) 아, 진짜 이런 날이 오네요
(지평) 예, 일단 어디 좀 들어가죠 뭐, 카페나 아니면 사무실도 좋고
사, 사, 사, 사, 사…
사, 사, 사무실, 사, 사무실로 가요
(도산) 사무실 가시면 저희 데모도 볼 수 있으니까
아, 진짜 이래서 엔젤 투자라고 하나 봐요
처, 천사 같으세요
(지평) 아, 그게 아니라 저…
남도산 씨, 난 투자하러 온 게 아니고 지금 얘기…
(도산) 저, 가기 전에 잠깐 딱 5분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제가 만날 사람이 있어 가지고 딱 5분이면 되거든요
잠깐만요, 네
(지평) 지금 서달미 씨 만나러 가는 거죠?
네
아, 그거 어떻게 아세요?
가면서 설명할게요 일단 차로, 차로 가요
아, 저, 잠깐 아, 저 이거 직거래만 하면
- (도산) 잠깐만, 이것만 - (지평) 예, 예, 알아요
(도산) 아, 사인 볼 직거래만 하면…
(지평) 괜찮아요
30초 지났는데
[도산이 콜록거린다]
저, 진짜 딱 5분이면 되는데
이 사인 볼만 주고 오면 되거든요
글러브 박스 안에 편지들이 있을 거예요
그거 좀 꺼내 볼래요?
- (도산) 글러브 박스… - 예, 글러브 박스요, 아니, 아니
요, 요기
(도산) 아
아, 이상한 거 아니에요
(도산) '남도산'?
나랑 이름이 똑같네
'서달미'…
이게 다 뭐예요?
얘기가 좀 긴데
그 남도산은 당신 이름이 맞고 거기 서달미는
그, 방금 만날 뻔한 그 사람 이름 맞아요
아, 전 이런 편지 받아 본 적이 없는데
서달미 씨는 그냥 오늘 직거래로 처음 알게 된 사람이고
예, 압니다
일단 그 편지들 좀 읽어 볼래요?
(도산) 미안합니다,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 약속을 지키지 못합니다
[한숨]
(서현) 선배, 인사팀장님이 보자시네요?
갑자기 왜?
(정 대리) 오, 때가 됐네 [발랄한 음악]
정규직 발령 날 때 [서현의 놀란 신음]
에이, 으응, 정규직은 무슨 기대 안 해요
- 에이, 기대하면서 - (정 대리) 빨리 가 봐
사표를 내라고요?
(인사팀장) 아…
[헛기침하며] 그, 오해 말고
달미 씨 같은 인재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그래요
뭐, 재계약을 하고 싶은데 근로 단절이 있어야 하니까
정규직 전환 해 주시면 근로 단절은 필요 없잖아요
(인사팀장) 아, 그거야 어렵죠
아, 자리엔 자격이라는 게 있는데
달미 씨가 뭐, 대졸도 아니고
2년 전에 분명 그러셨어요
잘하면 정규직 전환 당연히 해 준다고
에이, 그거야 통상적으로 하는 말이고
[차분한 음악] (인사팀장) 아, 요즘 같은 시절엔
재계약도 쉽지 않아요
그, 선배들 옆에서 좀 더 배우면
옆에서 좀 더 배우면요?
뭐, 경력도 늘고 성장하겠죠
경력도 늘고 성장하면요?
좋은 일이죠
(인사팀장) 자, 그럼 다음 주 중으로 사표 내고
깔끔하게 한 달 뒤에 재입사, 오케이!
아, 그래, 아, 참, 참, 이게 어디 갔냐
그, 그리고 이건
일 매출 천만 원 달성 포상 선물
서현 씨랑 같이 가요
감사합니다
(인사팀장) 아, 그…
괜찮은 거지?
네, 그럼요
아이, 그래, 어, 좋아
(인사팀장) 2년 뒤엔
내가 진짜 이 정규직 전환 책임지고 해 줄게, 응
나 믿죠?
네
(달미) 한 번 속지 내가 두 번 속냐!
[달미가 소리를 지른다]
야! 야!
[연신 소리를 지른다]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인재)
[어이없는 숨소리]
왜 이제야…
[용산의 한숨]
(철산) 긍께 15년 전부터 서달미란 사람이
(철산) 도산이를 일방적으로 좋아했다 뭐, 그런 것이지?
엄밀히 말해 쌍방으로 알고 있었다는 거지
저 사람이 우리 도산이 이름 사칭해 가지고 편지 보냈다잖아
이거 명의 도용이야
- 그래서 어쩌자고 - (용산) 도산이한테
(용산) 여기서 서달미 만나 달라 그랬대
멋있게 변신해 가지고
멋있게?
그것이 되겄냐?
(용산) 안 되지
[철산의 한숨]
(도산) 그러니까
투자 때문에 절 찾은 게 아니네요?
미안합니다
진짜 황당하겠지만
인생에 큰 빚을 진 분 부탁이라
(지평) 딱 한 시간입니다, 한 시간만 편지 속의 남도산인 척해 줘요
[용산의 헛기침] (철산) 아유
(용산) 어, 저, 음…
주는 게 있어야 받는 법이고
그, 기브 다음이 테이크지 않습니까? 예?
그러니까 부탁하기 전에 뭘 줄 건지 먼저 얘기하는 게 수, 순서죠
길게 말할 필요가 없어
- 맨입으로요? - (지평) 물론 사례할 겁니다
어느 정도면 될까요?
(도산) 저희…
사업 계획서는 읽어 보셨어요?
예, 뭐
투자 의견이 어떻게 됩니까?
여러분 회사는 우리가 투자하기에는 너무 얼리 단계라
(철산) 얼리가 뭐여? 얼척없단 소리여?
[익살스러운 음악] 얼리 스테이지, 초기 단계 투자하기 이르다고
(철산) 아따, 비슷한 말이구먼
저짝이랑 우리랑 체급 차이가 난다 뭐, 그 소리잖애, 쯧
얼리라서입니까? 아니면
가능성이 안 보여서입니까?
저기요
나 여기 투자자로 온 거 아닙니다
(지평) 부탁하러 왔고 사례도 할 예정이에요
얼마면 됩니까?
(용산) 저, 말이 한 시간이지
그, 뭐, 준비다 뭐다 하면 하루를 꼬박 버리는데
[철산의 한숨] 아유, 우리 도산이 몸값이 장난이 아니거든요?
그, 최소 일당
- (용산) 20… - 200 정도면 되겠습니까?
[흥미진진한 음악]
[용산의 헛웃음] (철산) 200?
뭐, 커뮤는 되네, 커뮤는 돼
우리 상의 쪼까 하고 올게요
너 나와
편하게 계세요, 편하게
[한숨]
(철산) 어, 어, 모여 봐
[흥미진진한 음악]
(철산) 이것이 나만의 느낌이여? 우리가 갑인 거 같은디?
- 밥? - (철산) 아니, 갑
우리가 갑, 저짝이 을, 정신 차려
- (도산) 갑 - (철산) 와…
(철산) 돈이 얼마나 많으면 200 소리가 쉽게 나온대?
그것도 시급으로다가?
야, 잠깐만, 이거 봐 봐
(도산) 이거 보면, 여기 보면 VC 업계 최고래
(철산) 성과급이 15억?
아, 야, 겁나 능력자네
(용산) 야, 야, 야, 우리 이참에 우리 스케일 한번 확 키워 볼까?
그러자, 아쉬운 거는 저짝이잖애
- (철산) 배팅 한번 씨게 해 봐 - 내가?
- 네가 - 네가
(함께) 오케이!
오케이!
(용산) 도산이가 할 수 있겠지?
(철산) '할 수 있겄지'가 아니여, 해야만 혀
우리 회사의 존속이 달린 문제니께
(원덕) 남도산이 뭐래?
부탁 들어주겠대?
들어준대도 문제예요
이 친구가 달미한테 도움이 될지
(지평) 아휴, 보니까 답도 없고 생각도 없고
그 정도야?
어쩌냐, 쯧
(지평) 걱정 마요 내 옷 입히고 내 차 빌려주면 되니까
눈 가리고 아웅 정도는 할 수 있어
보니까 순해요
뭐, 말은 잘 들을 거 같아
너 닮았네, 순딩이
아, 좀 [문이 탁 열린다]
나중에 다시 전화드릴게요, 예 [통화 종료음]
- 결정했습니까? - (도산) 네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안도의 한숨]
고맙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철산) 예, 근디요
그, 조건을 쪼까 상향 조정 해야 쓰겄는디요?
(지평) 뭐, 돈을 더 올려 달라는 소리입니까?
- 글죠 - (용산) 네
아니요
(철산과 용산) 아니라니?
돈은 안 받겠습니다, 대신
저희 삼산텍을 샌드박스에 들어가게 해 주십시오
[잔잔한 음악]
(도산) 그 조건이면 부탁 들어드리겠습니다
[헛웃음]
샌드박스는 부탁으로 들어갈 수 있는 데가 아닙니다
(지평) 샌드박스 기준이 얼마나 엄한데 그걸 바꾸나
아니요 기준을 바꾸라는 소리가 아니고요
(도산) 저희를 바꿔 주세요 여기 인터뷰에서 그랬잖아요
'셰르파 아시죠?'
'히말라야를 등반하는 등산객들의 길잡이'
그만해요, 거…
'그 셰르파 같은 투자자가 되고 싶어요'
'창업하는 분들에게'
그거 내가 한 말 아닙니다 그냥 기자가
(도산) '분들에게 길을 안내하고 도와주는 동반자'
동반자 아니라고!
(지평) 기자가 막 좋은 말 갖다 붙여서 쓴 거라니까?
셰르파인지 셀로판인지 나 그거 뭔지도 몰라요!
[지평의 한숨]
(지평) 그냥 깔끔하게 돈으로 합시다
자
당신들 돈 필요하잖아
샌드박스에 들어가고 싶습니다
돈은 필요 없어요
어쩔 수 없죠
샌드박스는 내 능력 밖이네요
- (철산) 아, 그, 그냥 가시게요? - (지평) 예, 미안합니다
아까 내 투자 의견 물었죠?
(지평) 지금까지 내가 투자를 검토한 곳이 천 개 정도 됩니다
투자한 곳은 한 서른 개가 좀 넘고
투자한 곳 중에 후속 투자 못 받은 스타트업이 네 개입니다
타율이 그저 그런디
그러게, 그 정도면 업계 퇴출 수준이네
투자 안 한 곳 중에 성공한 스타트업은
제로
없습니다
난 이 두 번째 기록을 깨고 싶지가 않아요
[무거운 음악]
그래서 당신들한텐 절대 투자 안 합니다
얼리라서가 아니에요
저런 느자구없는 새끼
영 아니란 소릴 겁나 설득력 있이 해 부러야, 씨
그러게, 너무 설득되네
(용산) 그냥 저 사람 의견일 뿐이야
팩트가 아니야
[한숨]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지평) 영실아, 불 좀 켜 줘
[인공 지능 스피커 작동음]
[인공 지능 음성] 네, 무슨 음악을 틀어 드릴까요?
[한숨]
(지평) 내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구나
[인공 지능 음성] 무슨 음악을 틀어 드릴까요?
내가
할머니랑 한 약속을 못 지킬 거 같다
그래서 지금 아주 기분이 더럽거든 찝찝하고
그러니까 기분 좋아지는…
[인공 지능 음성] 답이 없어 제가 골라 봤어요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네요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인공지능 스피커 속 가수) ♪ 망해라 ♪
♪ 망해라 ♪
선곡 죽이네
[힘겨운 헛웃음]
진짜 죽을 맛이다
[인공 지능 음성] 잠깐 힘든 시기가 오신 걸 거예요
자살 예방 센터를 검색해 드릴까요? [지평의 웃음]
[콜록거리며] 내가 너 때문에 웃는다, 어?
야!
이러다 정들겠다
[잔잔한 음악]
[한숨]
노래 좋네
[한숨]
(남자3) 아, 전세야, 전세
(남자4) 그래도 아파트잖아요
(남자3) 자리 났다, 앉아
[남자들이 대화한다]
[남자들이 계속 대화한다]
[지하철 경적]
[아파하는 신음]
[한숨]
[한숨]
[원덕의 옅은 신음]
[새가 지저귄다]
(원덕) 아이고
옷 입어 봤어?
귀티가 좔좔 흐르길래 사 봤는데
얼마야? 비싸 보이던데
아, 얼마 안 해
(원덕) 할머니 돈 많아
입고 싶은 거 있으면 말만 해 할머니가 다 사 줄 테니까
얼른 드셔, 국 식겠다
오늘
인재 만나기로 한 거야?
- (달미) 응 - 도산이 못 찾았잖아
대신 귀티 좔좔 흐르는 옷 입고 갈 거야, 있어 보이게
(원덕) 달미야
(달미) 응?
넌 코스모스야
[잔잔한 음악]
아직 봄이잖아
찬찬히 기다리면
가을에 가장 예쁘게 필 거야
그러니까 너무 초조해하지 마
응
(달미)
(달미)
(달미)
(달미)
(달미)
(달미)
(달미)
(달미)
(달미) 못 열었어
무슨 헛소리 하나 싶지?
무슨 뜻이냐면
(달미)
(달미)
(달미) 네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어
혹시 모르고 있다면 알길 바라
(도산) 너희 혹시
정장 있냐?
[밝은 음악]
(달미) 분명 넌 아주 기분 좋은 멜로디를 품었을 거야
내가 장담해
(달미) 긴 시간 위로가 돼 줬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자동차 경적]
[차 문이 탁 닫힌다]
"네트워킹 파티"
"원인재 주최"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퉤 뱉는다]
죄송합니다
[달미의 신음]
[한숨]
[인재가 영어로 대화한다]
- (인재) 니콜 - (여자) 인재
(인재) [불어] 미국으로 가기 전에 또 볼 수 있을까?
(여자) 그래, 샌프란시스코에는 언제 가?
(인재) 다음 주 화요일에 가
(여자) 곧이구나
[인재와 여자가 불어로 대화한다]
(지평) [한국어] 아, 예, 안녕하세요
아, 예, 안녕하세요
- (남자5) 오, 팀장님 - 아, 예, 대표님
(남자5) 얼굴이 더 좋아지셨습니다 [웃음]
[남자5의 탄성]
[어이없는 숨소리]
죄지었어? 왜 숨어 있어?
[부드러운 음악]
"그때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오즈의 마법사"
많이 기다렸지?
[잔잔한 음악] 응
엄청
보고 싶었어
[헛웃음]
[편안한 음악]
[밝은 음악]
"코다"
[흥미진진한 음악]
[영어] 대충 맵이 41대에서 우승이 결정되는 분위기죠?
이게 말이 돼?
(심사 위원1) 43대 있는데요?
43.2예요, 43.2
(심사 위원2) 속도가 별로인 거 아니야?
속도는 정확도랑 트레이드오프 관계니까…
(심사 위원1) 아니요, 심지어 fps도 제일 빨라요
(심사 위원3) 진짜네요 [심사 위원2의 탄성]
(철산) [한국어] 자, 근디 만에 하나
둘도 아니고 하나 그놈의 딱 하나만 생각을 해 보자잉
(심사 위원4) [영어] 어느 나라 팀입니까?
미국? 중국? 아니면 인도?
[한국어] 만에 하나 우리가 입상을 했어
(심사 위원1) [영어] 한국의 쓰리 마운틴 테크놀로지라는데
삼산…
삼산텍
한국? 의외네?
메인 개발자 이름이 뭡니까?
(심사 위원1) 도산남이라고 합니다
도산남이 아니라 남도산입니다
(알렉스) 한국은 성이 앞이거든요
(심사 위원2) 그래요? 시상식에서 호명할 때 조심해야겠는데요?
한국은 먼데 시상식에 올 수 있겠죠? 남도산?
(철산) [한국어] 근디 비행기표가 없어
[영어] 이 팀 오면 저 꼭 좀 만나게 해 주세요
[한국어] 근디 구글, 아마존 VC들이 거기 있어 부러
[영어] 그러죠, 근데 만나고 싶단 사람들이 아주 많겠는데요?
(철산) [한국어] 막 우리한테 투자하고 싶다는디
우리가 없어, 오메, 끔찍해
이런 만에 하나의 참사는 막아야 안 쓰겄냐 이 말이여
(심사 위원3) [영어] 그들이 가장 높은 점수예요
(심사 위원1) 꽤 잘했네요, 속도가… [심사 위원들이 호응한다]
[한국어] 남도산 [심사 위원들이 계속 말한다]
궁금하네, 어떤 친구인지
쉿
[흥미진진한 음악] (달미) 궁금하네?
너에 대한 모든 것?
감사합니다 여자한테 문자 처음 받아 봐요
[지평의 짜증 섞인 탄성]
(도산) 어? 아니, 이게 왜 열리냐
잘들 논다
(달미) 명함에 있는 주소로 지금 가는 중
네 행보를 따라 해 보려고
나 오늘 회사 그만뒀다
(인재) 쉽게 시작하면 쉽게 뺏긴다는 거
(지평) 무조건 가능성이야, 가능성
(선학) 40명만이 대표가 될 수 있습니다
(인재) 저 사람이 왜…
(도산) 달미야, 내가 속여서 미안해
.스타트업↲
.영화 & 드라마 대본 ↲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