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피2
[새가 지저귄다]
[흥미로운 음악]
[병사들의 웃음]
[병사1이 말한다]
[병사1의 웃음]
(호열) 너굴아
- (병사1) 빨리 꺼, 빨리 꺼… - (호열) 너구리 어디 갔니?
(호열) 너구리 한 마리 몰고 가세요
[병사2의 아파하는 신음]
오랜만입니다
(병사2) 아, 깜짝아
간호 장교인 줄 알았네, 씨 [병사들의 안도하는 한숨]
(호열) 그런다고 냄새가 사라지나?
(병사1과 호열) - 어, 다시 와, 어 - 걸리면 다 자대 복귀인 거 아시죠?
(호열) 해병대 아저씨 나 샤워 타월 좀
(병사3) 아이, 뭐 자기는 안 피우는 것처럼
(호열) 생큐
그, 소문을 듣자 하니
오늘 군의관님께서 흡연 검사를 실시한다고 하시던데
제 샤워 바구니를 좀 봐 주시겠어요?
(병사3) 오, 씨
[병사들의 탄성]
(호열) 자, 우리 이렇게 합시다
한 번 뿌릴 때마다 PX 가서 냉동 2천 원어치
어떻게, 콜?
(병사1) 콜, 콜, 콜! [병사들이 동의한다]
뿌려 줘, 뿌려 줘, 나 [부드러운 음악]
(병사1) 역시 헌병은 달라
(병사3) 야, 나, 나
[병사1의 웃음] (병사4) 나도, 나도 뿌려 줘
(병사5) 나도 빨리 좀 뿌려 줘
(병사6) 야, 씨, 헌병 아저씨 없으면 어쩔 뻔했어, 진짜, 씨
(기간병) 한호열 아저씨
한호열 아저씨!
[부드러운 음악이 늘어진다] [물이 뚝 끊긴다]
저요?
(기간병) 짐 싸세요 군의관님이 나가시랍니다
저 벌써 나가요?
(기간병) 사지 멀쩡하다고 부대 복귀하시래요
[당황한 신음]
아, 내 마음의 상처는 왜 몰라주고
(호열) 자, 우리 다 같이 나갑시다
아저씨, 얘들 다 담배 피웠어요
[감성적인 음악]
[자동차 엔진음]
[차분한 음악]
(병사7) 야, 저 새끼 또 뭐냐?
[새가 지저귄다]
(효상) 정지, 정지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지섭) 응, 나 새로 온 보좌관 임지섭 대위야
문 열어
(효상) 충성, 알겠습니다
(지섭) 야
(효상) 네?
'네?'
너 헌병 아니야?
(지섭) 일로 와 봐
너 내가 보좌관인지 간첩인지 어떻게 알아?
확인도 안 해?
죄송합니다
근무 끝나고 분대장한테 보고해서 너는 다음 휴가 반납해
죄송합니다!
문 안 여냐?
[흥미로운 음악] (병사들) 하나, 둘, 셋, 넷
하나, 둘, 셋, 넷
(일석) 왜 그러십니까?
아, 그, 저기 아닙니까?
그, 중수단서 대장 보좌 새로 온다던데
[일석의 거친 숨소리] (장수) 중수단?
(일석) 육군 중앙 수사단 말입니다
그래서 그게 뭐냐고, 이 새끼야
[범구의 한숨]
(용덕) 어, 왔나?
(범구) 충성
(용덕) 응, 박 중사, 와 이리 늦었어?
여기는 새 보좌관 임지섭 대위
여기는 군탈 담당관 박범구 중사
- (용덕) 둘이 인사해 - (지섭) 네
(지섭) 잘 부탁드립니다
(범구) 예, 잘 부탁드립니다
(지섭) 예, 많이 도와주세요
[지섭의 헛기침] (용덕) 그래 박 중사가 우리 부대 실세니까
이것저것 잘 좀 챙겨 주고
그래
그, 우리 전 장병 특급 전사 만들기
그건 어떻게 돼 가고 있어?
(범구) 예 열심히 준비 중에 있습니다
훈련 중에 사병 하나가 쓰러져서
차근차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그래, 그, 뭐, 너무 무리하지 말고
씁, 저
산악 구보 정도만 추가해 보자고
(용덕) 어?
예, 알겠습니다
(용덕) 그래, 좋아, 좋아
[노크 소리가 들린다]
[문이 달칵 열린다]
- (병사8) 충성 - (용덕) 응
(병사8) 대장님 군단장님과 테니스 약속 시간이십니다
아이고, 시간이 벌써 그래 됐네
(용덕) 그래, 어
그, 내가 없는 게 실무자들끼리 얘기하기 편할 거야
알아서 정리하고 가
(함께) 충성
[문이 달칵 닫힌다]
(지섭) 아, 대장님도 테니스 좋아하시나?
음
앉으세요
앉으세요, 앉으세요, 앉으세요
아이고
[지섭의 헛기침]
수사과 인원 이게 전부죠?
- (수사계장) 네, 그렇습니다 - 응, 병사들은요?
(수사관) 속보병은 속보실에 있고
D.P.조 하나는 내무실에 있습니다
[지섭이 호응한다]
(지섭) 하나는 내무실에 있다는 얘기는
하나는 내무실이 아니라는 얘기예요?
(수사관) 아
그게…
수사관
(수사관) 네
(지섭) 상급자가 질문을 했으면
자초지종을 일목요연하게 정리를 해서 대답을 해야죠
최근에 불미스러운 일 있었다고 하던데?
하나는 활동 중에 고참을 때려서 영창에 들어가 있습니다
'왜'가 빠졌네요
[다가오는 발걸음]
(이강) 네가 박성우 얼굴 아작 냈다며?
잘했다, 어?
형도 그 새끼 D.P.라고 깝죽대던 거 꼴 보기 싫었는데
근데 그래도 선임을, 이 개새끼야
[문이 철커덕 열린다]
어, 오타쿠
(석봉) 충성,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강) 아, 고생은 무슨 네가 고생이지, 씨
새끼, 은근 통뼈야
너 뭐, 운동 같은 거 했니?
(석봉) 중학교 때 유도 했었습니다
(이강) 어, 유, 유도?
(석봉) 예, 그렇습니다
(이강) 여자들 이렇게 가슴 아, 쪼물딱거리면서
- (석봉) 아닙니다, 아닙니다 - (이강) '아, 기모치'
씨발 거, 정색은, 씨
[이강이 혀를 쯧 찬다]
(이강) 살 빼, 알겠지?
(석봉) 예, 알겠습니다
[이강의 피곤한 신음] 충성
[문이 철커덕 닫힌다]
[한숨]
밥 계속 안 먹는다며?
받아, 빨리
(준호) 감사합니다
(지섭) D.P.가 잡으라는 탈영병은 안 잡고
가라오케에서 술을 마셨는데
그사이에 탈영한 애는 죽었고
그것도 모자라서 후임이 선임을 쥐어팼다?
(범구) [한숨 쉬며] 예, 그렇습니다
그럼 일단 걔 보직 해제부터 시키세요
예
영창에서 퇴창하는 대로 바로…
(지섭) 아니
후임 말고 선임이요, 선임
(범구) 아, 근데 그 선임 애는 군단에서…
(지섭) 뭐요?
군단에서 백으로 꽂은 애라서?
박성우네 아빠, 그
구청장 임기 다음 달로 끝나요
조용히 묻어갑시다
그리고 D.P.는 좀 실적만 신경 써 주세요
부대 평가 기간 아닙니까
네, 알겠습니다
(지섭)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이제부터는 저한테 다이렉트로 보고하시면 돼요
[한숨]
네
안준호는 어떻게 할까요?
누구요?
[문이 철커덕 열린다]
(범구) [웃으며] 지구라도 멸망했냐?
(준호) 죄송합니다
(범구) 뭐?
(준호) 죄송합니다
(범구) 뭐가 죄송한데?
데려오라 그러셨는데
못 데려와서요
(범구) 그래서?
네?
(범구) 그래서
뭐?
죄송해서 뭐, 어떡할 거냐고
[한숨]
너 계속 D.P. 해라
(준호) 근데 신우석
군대 안 왔으면
탈영할 일도 없지 않았을까요?
(범구) 그게 의미가 있냐?
[멀어지는 발걸음]
쟤 좀 꺼내 줘라
[문이 철커덕 열린다]
[장수의 힘주는 신음] [과자가 툭 떨어진다]
(장수) [과자를 아작 먹으며] 아주 말세다, 말세야, 응?
저 새끼 어떻게 나왔지? 응?
야, 준호야
너 형한테만 솔직히 말해 봐
너 범구 형 빨아 줬지?
[병사들의 웃음]
어?
아니면
한번 대 줬냐?
[병사들의 웃음]
저 표정 봐라
씨발 새끼가 진짜 군대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냐?
(호열) 어떻게 돌아가긴요?
잘만 돌아가지요
[흥미로운 음악]
뭐야?
나 투명 인간이야?
(효상) 한호열 상뱀 오셨습니까
야, 야, 경례 안 하냐?
원래 D.P.조장은 한호열 상뱀이시다
(병사들) 충성!
충성
(호열) 반갑습니다
저, 한호열 상뱀 아프신 건 다 괜찮아지신…
(호열) 나 죽어
죽는대, 이제
성우 잘렸다며?
그 새끼 잘려 가지고 나 활동 나가야 돼
까라면 까야지, 어떡하니?
(장수) 군 병원에서 꿀 빨다 이제 싸제 나가 꿀 빨려고?
(호열) 그러게 말입니다
저는 꿀벌이 아닌가 싶습니다
새우깡 좋아하는 꿀벌
황 뱀
이제 말년 아니십니까?
집에 갈 양반이 왜 아직도 실세 놀이 하고 계십니까?
[흥미로운 음악]
어이, 민간인 아저씨
고참이 아주 개좆으로 보이지?
[웃으며] 모르셨습니까?
말년은 민간인이라 고참 대접 없지 말입니다
[헛웃음]
(장수) D.P. 쌍년들이 아주 쌍으로 지랄이네
한마디만 더 하면 아가리 찢는다
한마디
개새끼가…
[알람이 울린다] (병장) 8시 반, 8시 반
[알람이 뚝 멈춘다]
[하품하며] '쇼미더머니' 하냐?
나 드라마 보려니까
셧 더 퍽 업 하고 자리에 앉아
(병사들) 예, 알겠습니다
(병장) 어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어?
네가 안준호구나
내 아들
[익살스러운 음악]
[탄성]
이 뜨거운 물에 라면 지방이 녹고
그 지방이 라면 봉투를 녹이면 환경 호르몬이 나오는 거야
몸에 엄청 안 좋지
근데 맛있다?
너무 맛있어서 안 먹을 수가 없어
어쩌면 환경 호르몬이라는 거는
맛있는 게 아닐까?
어떻게 생각해?
잘 모르겠습니다
(호열) 네가 성우 날렸다며?
[호열의 만족스러운 신음]
잘했어
아주 잘했어
형이 좀 아팠거든?
갑자기 막 호흡 곤란 오고 그래 가지고 의무대에 갔는데
얘네들이 원인을 알 수가 없대, 어?
군 병원에 가도 모른대
또 싸제 병원은 또 안 보내 줘
그사이 성우 새끼가 조장이 된 거야, 어?
근데 술 좋아하고
노는 거 좋아하는 새끼가 조장이 됐으니
D.P.가 돌아가겠니?
(준호) 예, 맞습니다
(호열) 그렇지? 아무튼 형은 스타일이 달라
뉴 타입이야, 응?
앞으로 형 말만 잘 들으면 돼, 응?
(준호) 예, 알겠습니다
(호열) 그리고 내무반 애들이랑 엮이지 마
남이야, 남
우린 우리 할 것만 잘하면 돼
탈영병 잡는 거
(준호) 예, 알겠습니다
(호열) 여기 얼마나 평화롭고 좋니? 괴롭히는 사람도 없고, 어?
(범구) D.P.야
(준호) 이병 안준호
(호열) 상병 한호열
(범구) 다 먹었으면 그만 짱박히고 일들 하셔야죠?
(준호) 예, 알겠습니다
(호열) 네, 알겠습니다
[긴장되는 음악]
(범구) 이름은 최준목
나간 지 두 달 됐어
부대에서 가혹 행위 있었던 거 같은데
뭔진 아직 모르고
마지막으로 발견된 건 인천역 플랫폼인데
거기서 자살 시도를 했다
[지하철 경적]
[지하철 경적]
(역무원) 저기요!
괜찮으세요?
아, 저, 저…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이해됐냐?
그, 두 달이면은
접속 기록도 안 잡히지 말입니다
(범구) 어머님이 접속 기록 안 잡히면 못 잡는다고 그러셨습니까?
고모님이 그러셨습니다
(범구) 기영아
(기영) 일병 허기영
[범구가 라이터를 탁 닫는다]
(범구) 얘 영장 좀 챙겨 줘
가서 받아 와
예, 알겠습니다
(기영) 두 번째 캐비닛 위에서 셋째 줄
(준호) 감사합니다
(기영) 응, 감사하면 빅맥
(준호) 잘 못 들었습니다?
감사하면 복귀할 때 빅맥 하나 사 오라고
베이컨 추가해서, 알았지?
[호열이 CM송을 흥얼거린다]
(호열) 우리 허기영 일병은
맨날 허기져서 이름이 허기영이야
갔다 올게
다녀오십시오
(호열) 활동 다녀오겠습니다
(범구) [한숨 쉬며] 안준호
(준호) 이병 안준호
(범구) 너희 나가는 거 당연한 거 아니야
놀러 나가는 거 아니라고
예, 알겠습니다
앞으론 죽이지 마라
[범구가 라이터를 달칵 연다] (범구) 너희들도 뒈지지 말고
[범구가 라이터를 칙 켠다]
[범구가 라이터를 탁 닫는다] [범구가 라이터를 툭 던진다]
충성
(호열) 충성
[새가 지저귄다]
[잔잔한 음악]
(호열) 뭐 해?
나 혼자 가?
아닙니다
(호열) 있어 혼자 그냥 있어, 놀아, 어?
(준호) 아닙니다
(호열) 나 혼자 할 수 있어, 어 새우깡 먹어
- (준호) 아닙니다 - (호열) 새우깡 먹어, 어
(준호) 아, 진짜, 진짜 아닙니다
(호열) 아이, 나 혼자 할 수 있다니까?
[흥미로운 음악] 들어가세요, 들어가세요, 어, 어
(준호) 전철역부터 가야 되는 거 아닙니까?
다시 자살 시도하면…
(호열) 너는 급똥 싸다 끊기면 바로 나오냐?
(준호) 잘 못 들었습니다?
(호열) 다시 마음의 준비를 하겠지
그사이에 우리는 추적의 기본부터, 어?
차근, 차근, 차근히
그렇지, 차근
사장님!
(호열) 그 감청 영장을 얻다 쓰는 걸까?
(준호) 잘 모르겠습니다
(호열) 보통은
[호열의 힘주는 신음]
게임 회사나 포털 사이트에 보내서
접속 기록을 열람하지
이 탈영병들은 열라 겜돌이거나, 어?
[마우스 클릭음] 여친들한테 메일을 보내야 되는 어떤 로맨티시스트거든?
근데 이거를 조회하려면 각 회사에 내방해야 되고
신청 서류 작성해야 되고 며칠을 기다려야 돼
조회 허가가 나도
지금 보는 요 사이트, 요, 어?
요기에 접속해서 심지어 건당 유료로 조회를 해야 돼
세상이 다 돈이다
너 내가 무슨 말 하는지 이해하고 있니?
예, 그렇습니다
이해 안 해도 돼
(준호) 잘 못 들었습니다?
(호열) 아, 아, 안준호 이병
어느 정신 나간 놈이 뭐, 탈영해 가지고
자기 ID로 접속을 하냐?
개인 정보 아무거나 구해 가지고 새로 ID 파지
그렇다면 우린 탈영병을 잡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3, 2, 1
- (준호) 그… - 땡, 탈락
사람부터 만나야죠
(호열) 가족, 애인, 친구, 동창 다 상관없어
다 만나
'연락이 안 된다', '안 친하다' 뭐, '쌩깐다'
다 상관없어, 만나서 다 물어봐
왜 그래야 할까?
탈영병이 뭘 했을까 예상하기 위해서?
땡, 틀렸어
(호열) 탈영병은 늘 하던 행동 예상 가능한 일을 안 해
직감적으로 그게 위험하다는 걸 알거든
준호 오뎅 안 좋아하는구나?
(준호) 그럼 반대로
뻔히 예측되는 걸 피하기 위해서?
또 틀렸어
[흥미로운 음악]
(호열) 똑똑한 줄 알았더니만
너 대학 어디 다녀?
(준호) 저 대학교 안 다닙니다
(호열) 뭐?
반갑다, 형도 안 다녀
[익살스러운 효과음]
(준호) 이거 놔 주시면 안 됩니까?
[흥미로운 음악] (호열) 아까의 정답은
우리가 탈영병이 되어 보는 거
걔가 뭘 먹고 싶은지
그, 누굴 만나고 싶은지
머릿속에 뭐가 있는지
그, 할리우드 배우들 하는 거 있잖아, 그
메소드 연기, 캐릭터에 푹 빠져 가지고
그냥 맨땅에 헤딩 아닙니까?
그렇지, 그거지
(호열) 그럼 헤딩을 잘하려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까?
끈기?
실망하지 않는 거
(호열) 그리고…
(호열) 왜 안 자니?
자는 게 제일 중요하다니까?
그냥 생각 좀 하고 있었습니다
(준호) 근데 저희 진짜 어디로 가는 겁니까?
(호열) 음…
글 속의 여인 만나러?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침을 꿀꺽 삼킨다]
(여자1) 저 지난번에 다른 분한테 다 말씀드렸는데요?
(호열) 으음
저희는 오늘 그런 거 때문에 온 게 아니에요
분명히 말씀드리는데요
저는 걔랑 헤어지고 말고 할 사이도 아니었어요
겨우 한 달 만났다고요
그, 준목이는
첫사랑이라고 생각하던데
네?
준호야, 수양록 좀 줘 봐 봐, 빨리
수양록 어, 없는데 말입니다
없어?
저희 조원이 깜빡하고 안 갖고 왔는데요
(호열) 군대에서는 이 수양록이라는 걸 써요
어, 일기장 같은 건데요
그런데요?
거기에
지혜 씨 이름이 쓰여 있었습니다
네?
(여자1) 누구요?
그러면…
(준호) 아까 혜정 씨라고 말씀…
아, 맞다, 혜정 씨, 맞아, 혜정 씨
(호열) 거기 혜정 씨에 대한 얘기로 가득했습니다
그렇지?
뭐라고 쓰여 있었는데요?
저도 자세히 읽은 건 아니에요
근데 뭐, 혜정 씨 처음 만나고 반했던 순간들
(호열) 그 기억을 잊을 수 없다고, 응
개강 총회 때
준목이랑 짜장면 드셨죠?
그리고 또…
(준호) 어, 예, 그리고
그, 혜정 씨랑 그, 함께했던
모든 순간이 되게 특별했다고 쓰여 있었습니다
(호열) 그렇지, 맞아
저를요?
(호열) 예
(여자1) 진짜로요?
(호열) 예
걔는 뭐, 그렇게까지…
준목이 전화 오면 연락만 드리면 되는 거죠?
(호열) 네, 연락 주세요, 응
(여자1) 네, 안녕히 가세요
(호열) 안녕히 가세요
(준호) 한호열 상병님 진짜 거짓말 잘하십니다
(호열) 누가 거짓말이래?
[호열의 놀란 숨소리]
나한테 있었다
[흥미진진한 음악]
(호열) 아이, 사장님 그래도 준목이가…
(사장) 기억 안 난다니까!
알바 관두고 치킨 한 번 먹으러 온 게 전부야
아, 도토리묵이요?
(호열) 예, 최준목
(여자2) 네 못 본 지 몇 달 된 거 같은데?
믿음이 약해졌나?
아, 비켜요, 비켜!
(사장) 요새 누가 탈영을 한다고
걔 군대 갔어요?
(호열) 예
(호열) 돌아오셔야 할 텐데
(호열) 며칠 전에 보셨다고?
(준호) 어디서요?
(남자1) 네, 그, 어디야?
지하철 편의점에서 봤어요
[의미심장한 음악]
(남자1) 어? 최준목
[어색하게 웃으며] 어, 종민아
(남자1) 뭐야, 휴가 나왔어?
어?
어, 휴, 휴가
[어색한 웃음]
(준호) 표정이 어둡진 않았습니까?
(남자1) 씁, 글쎄요?
딱히 잘 모르겠던데
[준목 모가 흐느낀다]
우리 막둥이가 얼마나 여린 앤데
(준목 모)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예민해 가지고 잠자리가 바뀌면은 잠도 잘 못 자는 앤데
얘, 얘 너무 겁먹어 가지고
무슨 나쁜 생각이라도 하면 어떡해요?
아니요, 어머니 절대 그런 일은 안 일어나요, 응?
[울먹인다]
(준호) 저희가 그런 일 없게 꼭 데려올게요
[준목 모가 흐느낀다]
(준목 모) 아, 저기
잠깐만, 잠깐만
저기, 이거 얼마 안 되는데
[준호의 당황한 신음]
아이, 우리 준목이 같아서 그래
(준호) 아, 아이, 아닙니다, 아닙니다
저희 활동비 있어서 괜찮습니다
(호열) 네, 어머니
이 돈 잘 쓰겠습니다
준목이 꼭 찾을게요
(준목 모) 잘 좀 부탁해요
(준호) 최준목 진짜 무슨 일 없을까요?
(호열) 준호야
어디서 요구르트 냄새 안 나냐?
(준호) 옷에서 나는 냄새입니다
(호열) 발효가 잘됐나 보다잉?
(준호) 발효가 아니라 부패 같습니다
(호열) 우리 활동한 지 얼마나 됐을까나?
(준호) 저희 12일 경과됐습니다
(호열) 더 만날 사람은?
(준호) 최준목 고등학교 동창까진 다 만났는데
[준호의 한숨]
(호열) 걱정하지 마
준목이 안 죽었어
(준호)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전화를 안 했잖아
자살하는 탈영범 대부분 열의 아홉은 [흥미로운 음악]
집에 전화를 하거든요?
엄마한테
(준호) 아…
안녕, 난 최준목이야
(호열) 키는 177, 몸무게는 70kg 시력은 1.2인데
눈이 너무 난시가 있어서 가끔 안경을 써
학점 평균은 2.7
그리고 내신은 별로 안 좋은데 운이 좋아서 대학에 들어갔어
친구들과는 가끔 교회 가서 탁구를 치면서 놀고
대학에서 만난 첫사랑과는 이별 후에 입대를 했지
[준호의 피곤한 숨소리] 장래 희망은 공무원, 별명은 도토리묵
왜 도토리묵이지?
이름이랑, 그리고
아무런 개성이 없어서입니다
맞아, 난 아무런 개성이 없지 날 찾아 줘
[개 울음 벨 소리]
전화 왔습니다
[휴대전화 조작음]
통신 보안, 상병 한호열입니다
(범구) 하, 뭐 좀 나온 거 있냐?
찾고 있는 중이지 말입니다
쯧, 찾는 거야 당연한 거고, 이 새끼야
뭐 나온 거 있냐고
(호열) 뭐, 이것저것 많이 나오고 있는 중이지 말입니다
이 새끼가 지금 나랑 장난 까나
어떻게 진행되고 있냐고!
(호열) 아, 시끄러워, 진짜
뭐, 이 새끼야?
너 방금 뭐라 했어?
(호열) 아…
아닙니다, 꼭 찾겠습니다
(범구) 최준목 부대에서 가혹 행위 디테일 나왔다
준목이가 잘 때 코를 크게 고는데
[준목이 코를 드르렁 곤다]
[긴장되는 음악] (범구) 방독면 씌우고 잠을 안 재웠대
[준목의 힘겨운 숨소리]
(호열) 미친놈들 아니야?
뭐, 다른 정보 없습니까?
어, 최준목이
이틀 전에 나라 사랑 카드로 짜장면 사 먹었네?
(범구) 일산 일품향, 밤 11시 30분
뭘 적어?
(범구) 답 없으면 그냥 복귀해
예, 알겠습니다, 충성
아이…
그냥 이대로 복귀하라는 겁니까?
(호열) 그냥 복귀하면 죽여 버린다는 얘기야, 응? 쯧
우리 활동비 얼마나 남았을까?
처음에 20만 원 받아서 식비랑 교통비 쓰고
지금…
[준호가 부스럭거린다]
(준호) 7,800원 남았습니다
[헛웃음]
(호열) 필살기 써야겠다
(호열) 사장님
저희가 도보로 전국 일주 중인데요
왜인지 모르겠으나 ATM 기기가 고장이 나서 출금이 안 돼요 [익살스러운 음악]
선처해 주신다면은
내일 아침 날 밝는 대로 돈을 뽑아 드리겠습니다
어디서 왔는데요?
(호열) 네?
(찜질방 사장) 아이 어제 어디서 왔냐고
도보 여행 중이라며?
아, 저희가 영월 살다가 도시 온 지 얼마 안 돼서
씁, 지명을 잘 몰라요
[헛웃음]
영월 어디?
(찜질방 사장) 나 영월 사람인데?
아, 그, 덕포리라고
나 덕포 사람이야, 덕포 어디?
그, 동강 끼고
(찜질방 사장) 어?
군부대 쭉 따라 올라가다 보면은
(찜질방 사장) 어…
아, 그, 래프팅 하고 위에는 감자밭 크게 있는?
(호열) 그 집 막내아들입니다
(찜질방 사장) 아, 그래? [호열의 웃음]
(호열) 근데, 하 지금 뭐, 다 극복해서 하는 말인데
감자 그때 태풍 와 가지고 다 으깨져 가지고
감자를 못 팔아 가지고요
저희 아버지도 많이 힘드셨는데 [준호의 한숨]
그, 태풍 매미 때문에
(찜질방 사장) 어?
재작년 태풍은 볼라벤 아니야?
그, 볼라벤 때
제 동생이 머리를 좀 다치는 바람에…
[익살스러운 음악]
(호열) 사장님
저희가 도보로 전국 일주 중인데요
왜인지 모르겠으나 ATM 기기가 고장이 나서
선처해 주신다면 내일 날 밝는 대로…
[준호가 코를 드르렁 곤다]
(호열) 이따 자라잉
지금 자면 새벽에 잠 못 잔다잉
(준호)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호열) 알아서 해라
[한숨]
아까 연기 진짜 잘하더라
나중에 배우 하면 되겠어, 응?
안 배우
미리 사인 좀 몇 장 해 줘
(준호) 아이씨, 그만하시지 말입…
(호열) 빠세! [준호의 놀란 신음]
[웃으며] 그만 안 하면 어쩔 건데? [콜록거린다]
어쩔 건데? [준호가 씩씩거린다]
싫어
(준호) 아이씨 [호열의 비명]
[감성적인 음악] [호열의 웃음]
(호열) 빠세!
빠세!
(준호) 아이씨 [호열의 비명]
이상하지 않습니까?
(호열) 뭐가?
(준호) 최준목은 왜 굳이 인천역까지 가서 자살을 시도했을까?
거긴 뭐, 스크린 도어가 없으니까
스크린 도어는 그 전, 그 전 역에도 없습니다
이거 한번 보십시오 [의미심장한 음악]
최준목 친구가 최준목을 만난 편의점은 상일동역
(준호) 그리고 짜장면을 먹은 일품향은
[지하철 엔진 효과음]
[안내 음성] 이번 역은 우리 열차의 종착역인…
(준호) 대화역 바로 앞에 있습니다
끝에서 끝
다 종점이지 말입니다
미식가네
맛집 찾아다녀
그럼 한호열 상병님 같으면은
자살하다 말고 맛집 찾아가겠습니까?
왜 재수 없는 소리 하고 그래?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이상한 거는
최준목이 발견된 시간대가 전부 늦은 밤이라는 겁니다
(준호) 인천역 11시 50분
상일동역 12시 15분
대화역은 11시 30분
밤에만 활동한다?
뱀파이어다
(준호) 아이
아이, 그럼 한호열 상병님은 뭐라도 좀…
쯧, 일로 와 봐
[호열이 마우스를 쓱쓱 움직인다]
[마우스 클릭음] [키보드 조작음]
(호열) 입대 전후
최준목 신상으로 가입된 사이트를 다 조사해 봤지요
[흥미로운 음악] 이거 유료 서비스라 하지 않았습니까?
응, 준목이 어머님이 돈 주셨잖아
아무튼 조회해 보니 최준목 ID는 대부분 요거였더라
(호열) black에서 c를 뺀 blak
최준목 생일이 9월 14일입니다
(호열) 응, 근데 이 ID는 싹 다 로그인 기록이 없고
그래서 blakmagic으로만 검색해 보니
자, 470개가 나왔어
얘들 가입 정보를 하나, 하나하나 다 [마우스 휠 조작음]
열람, 열람, 열람, 열람, 열람해 보니
자
[호열의 한숨]
어디서 많이 본 숫자 아니냐?
"전화번호"
(준호) '4859'
'4859'…
(여자1) 준목이 전화 오면 연락만 드리면 되는 거죠?
혜정 씨?
빙고
그럼 번호 넣을 때 대충 앞자리를 111 쳐서 넣고 [키보드 조작음]
(준호) 뒷자리는 무심결에
그 수양록 여주인공 번호를 넣었다?
씁, 그 확률까지는 모르겠지만서도
(준호) 아, 자살하려다 말고 짜장면 먹을 확률보다 높지 않습니까?
(호열) 그런가?
[코를 드르렁 곤다]
[휴대전화 진동음]
야, 이 씨댕아, 지금 시…
(호열) 통신 보안, 상병 한호열입니다!
너 이 새끼야, 돌았어?
안 돌았습니다
(범구) 하, 뭔데?
(호열) 아
감청 영장 하나 더 필요하지 말입니다
(범구) 안준호가 받아 갔잖아
(호열) 그거 말고
딴 사람 명의로 하나 더 필요하지 말입니다
(범구) 그러니까
최준목이 전 여친 전화번호로 만든 신상으로 ID를 팠다?
아니, 팠을 수도 있다?
[호열이 쿨럭거린다]
네, 그렇습니다
(범구) 증거는?
강한 확신입니다
안준호의
(범구) 개소리를 정성스럽게 하네
이거 잘못되면 나 옷 벗고 너희는 다 뒈지는 거야
[힘겨운 신음]
저희도 옷 벗고 전역하겠습니다 함께 가시죠!
야, 이 개새끼야!
(기영) 일병 허기영
[범구의 한숨]
[군가가 흘러나온다]
- (범구) 충성 - (지섭) 아, 예
(범구) 저기…
통신 감청 영장이 필요합니다
민간인이요
(지섭) 음, 그러시죠
아, 예, 그렇게 하시라고요
- 아… - (지섭) 예
(범구) 아, 예, 감사합니다
(지섭) 음
어, 아, 뭐, 너무 바로 오케이 했어요?
아, 아닙니다
(지섭) 아이, 뭐, 군탈 담당관님이
확신이 있으니까 하자고 하셨겠지 [버튼 조작음]
야, 그, 저기야
우리 그, 담당관님 영장 좀 바로 내 드려라
[헛웃음]
어, 그래
뭐, 더 필요하세요?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충성
충성
[마우스 클릭음]
[문이 달칵 닫힌다]
[웃음]
아, 씨발 새끼가
[기가 찬 숨소리]
[한숨]
(범구) 어
D.P.한테 위치 쏴 주고
아까 한 얘기 구라 아니라고 꼭 전해
[흥미진진한 음악]
못 잡으면 다 뒈진다, 진짜
(호열) 아들
별일 없을 거야, 어? 긴장하지 마
(준호) 네, 알겠습니다
(호열) 미란다 원칙 외웠어? 어?
긴장해서 틀리지 말고
(준호) 예, 알겠습니다
(호열) 그래
[호열의 한숨]
긴장 많이 되십니까?
(호열) 긴장했지, 뭐
백 명 잡아도 똑같을걸?
(알바생) 어서 오세요, 회원이세요?
[작은 목소리로] 저희는 회원이 아니라 헌병입니다
(준호) 여기 뒷문은 없죠?
예, 없는데…
[흥미로운 음악]
[빨리 감기 효과음]
(호열) 어, 죄송합니다
[빨리 감기 효과음]
뭐야?
(준호) 죄송합니다
(여자3) 괜찮아요
(호열) 맛있게 드셨습니까? 치워 드릴게요
[빨리 감기 효과음]
[빨리 감기 효과음]
(알바생) 아저씨들!
장난 그만 치고 나가세요 영업 방해로 신고해요
[손님들이 웅성거린다]
아이, 진짜
[흥미진진한 음악]
아유, 씨
아이씨, 뭐야?
(남자2) 누구세요?
[호열의 당황한 신음]
(준호) 죄송합니다
(호열) 죄송합니다 제가 제 친구 준목이랑 너무 닮아서
준목이인 줄 알고
(남자2) 아이씨
(호열) 죄송합니다 아유, 제가 실례했습니다 [남자2가 구시렁댄다]
- (호열) 좀 당겨 드릴게요 - (남자2) 예
(호열) 네, 네, 주무시기 편하게 [지하철 경적]
실망하지 말자
실망할 필요가 없어
뱀파이어
(호열) 맨땅에 헤딩
할 수 있지
[호열이 중얼거린다] 최준목 어디 있는지 알 거 같습니다
(호열) 어?
[차분한 음악]
[코 고는 소리가 들린다]
[코를 드르렁 곤다]
(병사9) 야, 저기 고문관 새끼 깨워, 저거, 이씨
[놀란 신음]
(준호) 뱀파이어 맞습니다
[피곤한 숨소리]
그러니까 최준목이 종점에서 발견된 시간대가 전부
지하철이 끊기는 밤 시간
(호열) 씁, 그럼 전부 종점 가서 뭘 하려던 게 아니라
자다 보니 종점이었다?
그럼 자살 시도는?
[지하철 경적]
(역무원) 저기요!
[무거운 효과음]
(호열) 잘 잤어요?
(준목) 여기가 어디예요?
(준호) 종점이요
2호선 종점
아…
더 갈 데가 없네요
[준호가 수갑을 달그락거린다]
죄송합니다
[준호가 수갑을 달칵 채운다]
(호열) 아저씨, 무슨 생각 해요?
(준목) 그냥
여기가 너무 편하다는 생각
[풀벌레 울음]
[범구의 하품]
[하품]
[병사들의 가쁜 숨소리]
(범구) 너희들 뭐 하냐?
(일석) 나무 심고 있습니다
니미 [효상의 한숨]
식목일도 아닌데?
(효상) 하, 헌병대장님이 심으라 했지 말입니다
막사 옆이 좀 썰렁해 보인다고
그건 또 어디서 났는데?
(일석) 저…
저쪽에서 뽑아 왔습니다
[기가 찬 숨소리]
(용덕) 어이, 그 삽 가져와 봐
(병사10) 예, 알겠습니다
(용덕) 특급 병사라는 게 이게 안 되나, 이게, 응?
삽질하라니까 왜 땅바닥에다 소꿉놀이를 하고 있나, 어? [병사들이 분주하다]
이게 왜 안 돼?
지랄들을 한다, 지랄들을 해
[휴대전화 진동음]
어, 어떻게 됐어?
(호열) 최준목 체포했습니다
진짜?
(범구) 어디서?
길 가다 주웠지 말입니다
이 새끼가…
아무튼 고생했다, 빨리 복귀해
(호열) 예, 알겠습니다, 충성
맥도날드
이거 허기영 일병 겁니다
알아
구운 계란?
(준호) 먹을래요?
(호열) 계란 안 좋아하는구나
[휴대전화 진동음]
상했다, 아
(준호) 아, 안녕하세요
네
네, 잠시만요
애인이요
(준목) 애인이요?
(준목) 혜, 혜정아
[울먹이며] 엄마
[잔잔한 음악]
어, 엄마, 미안해
[흐느낀다]
미안해
[준목이 연신 흐느낀다]
[문이 철커덕 닫힌다]
[라이터가 달칵거린다]
[무거운 음악]
[라이터가 달칵거린다]
[빗소리 효과음]
(우석) 저, 죄송한데 불 좀…
[우석이 숨을 후 내뱉는다]
(우석) 할 만해요?
(준호) 글쎄요
모르겠어요
(우석) 아니
사람 죽이고 사는 거
할 만하냐고요
[풀벌레 울음]
[몽환적인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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