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내 인생 49
저, 해성 어패럴 사장 최도경입니다
해성 그룹 대표 이사에 자가 추천합니다
(기재) 자가 추천?
[긴장된 음악]
[카메라 셔터 소리]
(용국) 글쎄?
[놀라서] 두 분 다 해임되셨다고?
어떻게? 지분 확보 다 했다며?
모르겠어 용국이 형 문자 받은 거라
어떡해, 대표 이사도 정명수 사장이 되겠네
나 지수 걱정돼서 가봐야겠어
혼자 있겠다고 해서 난 사무실에 있었었거든
지수도 알아?
조금 전에 문자로 알려줬어
그럼 나도 같이 가자 혼자 걱정 많이 될 텐데
[메시지 수신음]
(용국) 빅뉴스, 도경이가 대표 이사에 자가 출마했다
지안아, 최도경 씨가 대표 이사에 출마했대
어떻게? 그게 가능해?
정관에 있으면 가능해
근데 대표 이사 출마라니 너무 뜻밖이다
그러게
[긴장된 음악]
(도경) 세간에 제가 유럽 지사 발령을 거부하고
집을 나갔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다는 거 압니다
(도경) 근데 저는
발령을 거부한 게 아니라
노양호 회장님과 합의 하에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었습니다
(도경) 평소에 저는
(도경) 우리 기업이
(도경) 소비재 중심 사회에서 벗어나서
(도경) 제조업을 하는 데 관심이 있었고
그걸 시도해 볼 기회를 주셨던 겁니다
(도경) 그때가 공교롭게
유럽 발령이 난 후라 장기 휴가로 처리하셨고
첫 공장을 오픈한 걸 보시고
사장 발령을 내신 겁니다
(도경) 할아버지 시험에 제가 통과한 거죠
이게 그 증거입니다
[참석자들이 웅성거린다]
근데 이걸 이상하게 엮어서
소문, 허위 기사를 낸 사람들이 있습니다
회장님과 노명희 대표
최재성 이사까지 해임시키고 싶었던 분들이겠죠
(도경) 그리고
대표 이사 자리까지 갖고 싶은 분
(도경) 그래서
차명 주식까지 거래했던 거겠죠
(도경) 오늘 주총을 위해서
[참석자들이 웅성거린다]
(도경) 최근 2, 3개월 간
(도경) 집중적으로 우리 회사 주식을 산 주주들 중에서
공통점이 있는 네 분입니다
이 네 분 모두 천사 재능 재단 진소미 이사장을 통해서
주총 위임장을 노진희 호텔 MJ 대표께 보냈습니다
(태수) 아, 예, 진소미 이사장님이시죠?
(태수) 노진희 대표께서 위임장을 몇 장 잊어버리셨다고
(태수) 그걸 다시 받아 달라고 하셔서요
(진 이사장) 누구 걸 분실했는데요?
(태수) 아, 예, 이고은, 신이슬
(태수) 박희숙, 손인주요
(진 이사장) 아니, 그걸 어쩌다 분실하셨대요?
(진 이사장) 아니, 지금 시간이 안 될 텐데
(진 이사장) 주총 2시잖아요
(태수) 아, 혹시 그럼 그 분들이
직접 주총장으로 가주실 수는 없나요?
(진 이사장) 주식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진 이사) 주총장에 가서 뭘 해요?
(진 이사) 가도 제대로 못 할 텐데
(태수) 아, 예, 알겠습니다, 예, 예
(진 이사장) 근데 아저씨 누구예요?
[심각한 음악]
[참석자들이 웅성거린다]
우호 지분 모은 거예요
[참석자들이 계속 웅성거린다]
저 네 분의 자택 모습입니다
(도경) 2, 3개월 동안
(도경) 수억 원의 주식을 투자할 상태로 보이진 않습니다만
판단은 주주 여러분께 맡기겠습니다
[참석자들이 웅성거린다]
[노크 소리]
지수야
지수 없는데
그래?
[전화 발신음]
어디 갔지?
[안내음] 고객이 전화를 받지 않아 삐 소리 이후...
속 시원하게 그냥 봐라
주총 끝날 때까지 이러고 있을 거야?
만약 우리 어머니 아버지 다 해임됐으면
우리 완전 해성에서 아웃이야
[울먹이며] 내가 그 꼴을 어떻게 봐?
[달래면서] 야, 너, 또 울어? 울지 마
[한숨 쉰다]
[부드러운 음악]
아직 모르는데 왜 울어
잘 될 거야
울지마
나 안 우는데
[분위기 반전되며 오르골 음악 소리]
(사회자) 최도경 후보의 대표 이사 선임에
(사회자) 찬성하시는 분은 기립해 주십시오
[긴장된 음악]
(정 여사) 아휴, 이제 어떡해요, 회장님?
노 대표 최 부회장까지 해임됐으니
정명수가 대표 이사 되는 건 기정사실인데
회장님
최도경 사장이 대표 이사에 자가 출마했답니다
뭐?
(임원) 표결 결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표결 결과
(임원) 참석 인원 과반수 이상의 찬성
(임원) 발행 주식 1/4 이상의 찬성으로
최도경 대표 이사 선임안이
가결됐음을 선포합니다
[의사봉 두드리는 소리] 땅땅땅
[박수 소리]
[박수 소리 계속]
(기자) 노진희 씨! 주식 차명 거래가 사실입니까?
아닙니다, 오해가 있었어요
(기자) 오해라니요? 오해요? 무슨 오해 말씀이세요?
[기자들 함께] 자세히 말씀 부탁드립니다 대표님, 대표님
(기자) 아드님께서 그룹 총수가 되셨는데 기분이 어떠세요?
어떻게 된 거야? 그거 어디서 난 거야?
그걸 어떻게 구했어? 그 남자 누구야?
지안이 아버님이 보내주신 거야
(용국) 뭐?
(기자) 아! 최도경이다
(기자) 축하드립니다, 최도경 대표님
(기자) 3세 그룹 총수가 되셨는데요 소감 부탁드립니다
(기자) 주총 참석 전에 자가 출마를 생각하고 나오신 겁니까?
마음이 복잡하고 아픈 날입니다
소감은 나중에 하지요
가시죠
(기자) 그러지 마시고 소감 한마디 해주시죠
(기자) 대표님, 대표님
최도경 씨가 대표 이사가 됐어요?
그게 무슨 말이야?
차명 거래 근거를 지안이 아버님이 주셨다니?
어, 형, 알았어요
[통화 종료음]
지안아 들었지?
너의 아버님이 차명 거래 자료를 최도경 씨한테 주셨대
아빠가?
그러려고 아까 도경이 오빠 번호 물어본 건가?
그보다 최도경 씨는 왜 대표 이사에 나간 거지?
총수가 된 거면 해성으로 아예 돌아간 거 아니야?
어떻게 된 거니?
네가 대표 이사로 나설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도 못 했어
이모부한테 넘길 수는 없잖아요
(재성) 그보다 아까 그 차명 거래 자료는 어디서 구한 거냐?
그거요, 어머니 해임되셨을 때
지안이 아버님 문자가 왔어요
[전화 진동음]
(태수) 노진희 씨가 차명으로 주식 거래한 자료들이요
(태수) 필요할지 아닐지 모르겠지만 혹 필요하면 써요
(태수) 천사 재능 재단 진소미 이사장이
(태수) 노진희 씨 중간 브로커요
(태수) 차명 거래 심증으로
(태수) 판을 흔들 만한 증거는 됩니다
그 목소리가 서태수 씨였던 거야?
서태수가 진소미를 어떻게 알고?
그건 잘 모르겠어요
진희가 재단 만들어 주고
진소미가 장애우 엄마들 써먹었네
(진 이사) 한 번만 살려주세요
[울먹이며] 10년 넘게 대표님 모신 정을 생각하셔서
이미 엎질러진 물인 거 알지만 제가 너무 경솔했습니다
공사비가 부족해서요
감히 노명희를 기만하고 무사할 줄 알았어?
죽을죄를 졌습니다, 대표님
앞으로 시키는 일 뭐든 할 테니까요
죽을 죄 졌으면 무덤에 들어가면 돼
이렇게 대갚음해?
[전화 종료음] 전화를 안 받으시네요
할아버지부터 뵙고 해 그게 먼저야
[한숨 쉬며] 당신의 엉뚱한 짓은 어디까지야?
처형 쪽 기사 터트려서
주주 설득 근거를 만드는 거로 충분하다고 했잖아
그때도 과하게 사고 치더니
차명 지분 작업까지 하고 있었던 거야?
혹시라도 모르니까
안전장치를 더 두려고 했던 거죠
길 대표, 양 사장만으로도 충분했어
[큰소리로] 그 둘 설득할 자신 있다고 했잖아
실제로 설득했고
충분해서 도경이가 나왔어요?
당신도 그건 예측 못 했잖아
[명수의 깊은 한숨]
아휴
[전화 진동음]
어, 그래 나다
아빠, 왜 전화를 그렇게 안 받았어요?
어, 왜?
어떻게 된 거예요?
도경 오빠한테 차명 거래 자료를 주셨다면서요
지난번에 말했잖아 수상쩍은 흐름이 있다고
그거 찾은 거야
그걸 어떻게 찾았는데?
아침에 그 수상한 다른 집을 찾아갔는데
(태수) 이고은 집 아이하고
(태수) 똑같은 재능 재단 셔틀에서 내리는 거야
(태수) 근데 네 명이 전부 송인구에 사는 거야
(태수) 네 사람 전부 노진희한테 위임장을 줬다고 그랬거든
(태수) 자식들은 모두 천사 재능 재단에 다니는 장애 아동들이고
(태수) 그래서 알아봤더니
(태수) 재단 설립이 석 달 전이야
예, 거기 천사 재능 재단이죠?
예, 예, 박희숙 씨 소개로 전화드립니다
거기 자녀분이 다닌다고 해서요
[긴장된 음악]
아, 진소미 이사장님이시죠?
노진희 대표께서 위임장을 몇 장 잊어버리셨다고
그걸 좀 다시 받아 달라고 하셔서요
그래서
진소미 이사장 찾아가서 유도 전화를 했어
오늘 그 네 집을 다 돌아다니고 진 이사장까지 만난 거예요?
어떻게? 썼대?
기사 확인 안 했어?
도경 오빠가 대표 이사 됐어요
아니, 정명수가 대표 이사...
자가 출마를 한 모양이구나
그랬대요, 아빠가 보내준 자료 덕이라는 말만 들었어요
그래, 잘 썼으면 됐어
(지안) 근데 아빠
도경 오빠네서 지분 확보 다 됐다고 했는데 왜 그런 거예요?
[한숨 쉬며] 사업할 때
늘 마음을 놓으면 일이 생기더라
이건 확실하다 할 때 꼭 사고가 생겼어
부도날 때도 그랬고
[울먹이며] 그렇다고 그 고생을 했어?
응, 이제 나 좀 쉬어야겠다
끊자
어, 쉬세요, 집에서 봐요
[구슬픈 음악]
도경이가 이 할아비 숨구멍을 트이게 해줬다
(노 회장) 수고했어
(노 회장) 그런데 어떻게 거기서
자가 출마를 한다는 생각을 했을까?
기특하고만, 녀석
서태수 씨 덕이죠
딸자식 위해서겠지 혹시나 하고
내가 그랬잖아 자식들이라면 끔찍하더라고
어쨌든 고비 넘겼으니 한 3개월만 자리 맛보고 있거라
(노 회장) 나야 지금 당장이라도 가능하지만
이미 건강 악화로 소문이 나있기 때문에
석 달은 필요하지
(노 회장) 내일 당장 네 어미, 아비 재발령 내고
이사직은 내가 돌아갔을 때
이사회를 열어서 다시 선임하면 돼
저희들 모양새만 우습게 됐어요
실수가 있었으니 수치도 감수해야지
진희는 고발하지 말고 당분간 살림이나 하라고 해
정명수는 했던 일 그대로 유럽 리조트 일만 시켜
정명수 없이 너희들 새로 어떻게 할 거야?
외부적으로 우리가 포용력을 보여줘서 품는 거로 하라고
이번에 용서해 주면 죽어라 하고 더 일할 거야
네 아비는 호텔 MJ 사장으로 보내고
명희는 F&B 사장으로 복귀시켜
왜 대답이 없어?
너무 많은 말씀을 하시니까 정신이 없어서요
(태수) 지난번에 말했잖아 수상쩍은 흐름이 있다고
(태수) 그거 찾은 거야
(태수) 그래, 잘 썼으면 됐어
(태수) 지수 부모님이잖아
(태수) 네가 사랑하는 남자 일이고
그래, 그 사람이 여기서 편안해야
너도 마음 편히 떠날 거 아니야
나도 그 댁에 남은 빚이 있고
최도경이라는 녀석
썩 괜찮은 사람인 거 같아
해성 그룹 아들이라는 거 빼고 사람만 봐도
근데 지안아
네가 먼저야
알아요
(태수) 누구를 위해서, 사랑을 위해서
네가 하고 싶고 해야 할 일을 포기하는 건
너 자신한테 미안한 일이야
마주 섰을 때
눈높이가 같은 사람이
평생 나란히 갈 수 있는 사람이야
[서글픈 음악]
나
회장 됐다, 지안아
축하해요
축하해?
회장 되고 싶은 사람이 회장 됐으니 축하해야죠
아버님 얘기부터 듣자
어떻게 진소미를 잡은 거래?
도경이는 도대체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왜 거기서 나와?
욕조 물 받아 놓으라고 하셔서요
수고했네
(명희) 나 얼음물
네
[전화 수신음]
(도경) 그럼
아침부터 두 시까지 뛰어다니신 거야?
오빠네는 지분 확보 확실하다고 했지만
아빠 사업할 때 보면 그랬대요
안심할 때 항상 변수가 생겼다고
혹시나 몰라 그랬대요
아버님 예상이 맞으셨어
믿었던 대주주 두 분이
일부러 우리를 속였거든
그랬구나
아버님 덕분에
내가 회장이 된 거지
지수 대신 나 들여보낸 죗값은
치른 걸로 해도 되겠네
넌
왜 나 도와준 거니?
도움이 필요하니까요
도움?
할아버지가 평생을 바쳐 일군 회사를
이모, 이모부한테 뺏기고
어머님, 아버님까지 해임되는 게 말이 돼요
너하고
더 멀어지는 길일 수도 있는데
[피식 웃는다]
왜 이래요?
우리는 그날 마침 일주일 시한부 연애 딱 끝나는 날이었어요
나는...
[한숨 쉰다]
아버님 찾아뵙고 감사 인사부터 드리는 게 순서인데
전화를 안 받으셔서 통화를 못 했어
안 그래도 돼요
아빠도 빚 갚는 마음을 하신 거니까
회사일 수습하고
찾아뵙고 인사드릴게
오빠 입장에서는 그러고 싶을 거 같네
알아서 해요
너한테도
할 말이 있어
우선 처리할 일이나 잘하세요
나한테는 신경 안 써도 되니까
지금 당장 하고 싶은데
회사가 엉망이라
곧 연락할게
물을 너무 뜨겁게 받아 놨네
민 부장, 얼음물 안 들여놨어요?
좀 앉지
몸부터 좀 풀고요
종일 긴장해 있었더니 몸이 나무토막 같아요
서태수 씨한테 가는 게 먼저일 것 같은데
오늘 당신 집안 살려줬잖아 서태수 씨가
양미정 씨는 그날 죽을 뻔한 우리 은석이 살려줬고
고맙다고 인사는 해야지 이젠
우리 집안일 먼저 정리하고요
도경이가 좀 이상해서 그래요
아버지 말씀에 '네'를 안 했잖아요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중요하죠
오늘 자가 출마하는 것도 우리한테 미리 상의도 안 했어요
그게 그렇게 중요해?
그럼 도경이 오기 전에
나한테 중요한 일부터 처리해야겠군
[긴장된 음악]
당신 도장만 찍으면 돼
먼저 가세요
오늘도 야근이야?
아니요, 목공소 들렀다가
집에 갈 거예요, 아빠 봐야죠
대신 감사 인사 전해드려
그럴게요
[잔잔한 음악]
[노크 소리]
(민 부장) 대표님
나중에
(민 부장) 급한 일이라 들어가겠습니다
왜 무슨 일인데?
[울먹이며] 제 아버지가 돌아가셨답니다
[더듬으며] 그래
장례 치르러 지금 바로 출발해야겠는데요
[더듬으며] 어, 어, 그래야지
삼일장인가?
네
장지는 마련해 뒀지?
네
[문 닫는 소리]
(남구) 해성 그룹 3세 최도경 대표 이사 체제로 전환
[놀라면서] 와, 이거 완전 반전에 반전이네, 이거
누나, 나 커피 한 잔만 매형도 여기 계셨네요
응, 처남, 얼굴이 왜 이렇게 죽을 상이야?
지수가 연락이 안 돼서요
외출한 모양인데 전화를 안 받아요
외출하는 차림새는 아니었는데
아니, 아까 빵집 앞을 지나가는데 멍하더라고
옷도 이거 뭐야, 그 얇은 거 카디건 같은 거 하나 걸쳤던데
그래요?
(남구) 응
그럼 어디간 거지
너희들 싸웠어?
아니, 집안에 자꾸 일 생기는 거 부담스러워하더라고
주총 준비 기간 내내 거리 두길래 끝나고 얘기하려고 했거든
[속상해 하며] 어머, 그럼 그거 나 때문인가 봐
누나 때문이라니?
아, 사실은
지수 씨 때문에 또 불편한 일 생기면
혁이랑 헤어질 거냐고 했거든
누나!
[다그치듯] 아이, 그런 얘기를 했어?
[당황하며] 진짜 헤어지라는 게 아니라
저기, 내 불편한 심정 말하다가
[한숨 쉰다]
[애틋한 발라드 음악]
겨우 찾았네
안 추워?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
어, 그냥
생각이 복잡해서
무슨 생각이 그렇게 복잡한데?
그냥, 뭐 이것저것
말하기 싫구나, 나한테
어? 아니 그냥
이건 내 일이잖아
지수야
너 우리 누나한테 들은 말 때문에 그러는 거야?
그래서 주총 준비 내내 나한테 거리 뒀던 거야?
사실이니까
나 때문에 너한테 자꾸 불편한 일이 생기잖아
그럼 헤어져야겠네
난 불편하다고 생각한 적 없고
너 돕고 싶었고 네가 걱정됐을 뿐이야
집안일로 네가 제일 힘들 테니까
그래서 조용히 너 놔두고 돕기만 했어
알아, 그래서 더 미안했어
그래서 헤어질 거냐고?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또 집안일로 불편한 일 생기면
헤어져 달라고 누나가 그랬다며?
너 아마 그러겠다고 했을 거야
[지수가 한숨 쉰다]
또 이런 일이 생길지 몰랐단 말이야
기사 터지고 막 이렇게 될 줄 몰랐어
근데 생겼어
네 잘못이 아니야
그럼 그 얘기 나한테 해야지
왜 너 혼자 나 밀어내고 이 추운 데 나와서 고민하고 이래?
도대체 너한테 난 뭔데?
아,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야
네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란 말이야
그래
그럼 계속 그렇게 혼자 고민해
부모님은 해임되셨지만
대표 이사는 너희 오빠 최도경 씨가 됐다
오빠가 회장이 됐다고?
[전화 수신음]
(태수) 지수야!
지수야
[재성이 때리는 소리] 에잇
[한숨 쉰다]
(지수) 엄마!
(미정) 지수야, 어이구 [지수를 토닥인다]
[애교부리듯] 엄마
기사 봤어
(미정) 얼마나 마음 고생이 많았어
얼굴이 왜 그래? 울었어?
아니야
엄마 보니까 안심돼서 그래
부회장님, 여긴... 어쩐 일로?
(지수) 엄마한테 얘기 안 하셨어요?
아, 아버지가 엄마, 아빠한테
감사 인사드릴 게 있다고
(지수) 여기로 오라고 하셨거든
찾아뵙는다고 미리 예고까지 하고 오기가
면구스러워서요
아버님 진짜 대단하시다
어떻게 그렇게 추리를 해나가셨대요?
상사맨으로 10년 사업 10년 하셨으니까
까맣게 잊고 있었다 아버지가 얼마나 팔팔했었는지
[현관문 소리]
근데 아빠는 왜 정선으로 가신 거지?
난 당연히 집에 계신 줄 알고 온 건데
얘들아, 부회장님이 오셨어
부회장님
해임됐으니 부회장도 아니고
지수 아버지로 온 거야
예고 없이 들이닥쳐 미안합니다
오늘 서태수 씨 덕분에 회사가 큰 위기를 넘겨서
그 감사 인사를 하고 싶었는데
안 계시니 따로 뵙고 말씀을 드려야겠군요
근데 저는 왜 오라고 하신 거예요?
너도, 아니 네가 꼭 들어야 할 얘기라서
어머니하고 같이
본의는 아니셨지만
어머니 덕에 지수 네가 살았거든
네?
그때 당시 몰랐지만
그날 밤
은석이 만나신 날 말입니다
그날 비가 왔었죠?
아니요, 지수 볼 때 비 안 왔어요
정선 빠져 나갈 때쯤 비가 왔어요
지수가 배고프다고 울어서
가게 들르는데
우산이 없어서 그이가
흠뻑 젖었어요
네, 그날 밤새 엄청난 폭우가 와서
그 다리가 유실됐었어요
예?
두 분이 은석이를 발견하지 않았으면
그날
두 분이 먼저 세상 떠난 지안이 동생을
찾아가지 않으셨으면
은석인
지수는 물살에 휩쓸려 죽었을 겁니다
[따뜻한 분위기의 음악]
우리 지수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어, 아니에요, 왜 그러세요
제가 신고도 안 하고 데리고 와서
그것도 모자라서, 아휴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했어요
(재성) 경찰서에 실종 신고된 아이가 없다는 거
확인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누가 봐도 버려진 아이라고 생각할 것이었고요
그리고 바로 두바이로 떠나셨잖아요
그러니 그 짐 이제 내려놓으셔도 됩니다
그럼 엄마, 아빠가 나 살려준 거예요?
아니야
아이러니하지만 두 분 덕에 산 건 사실이다
[울먹이며] 엄마
고맙습니다
우리 은석이 살려주셔서
[기침 소리]
[신음하며] 어휴, 아
[구슬픈 음악]
[신음 소리]
[전화 수신음]
어, 어 지수야!
[울먹이며] 아빠! 나 엄마, 아빠가 나 살려준 거래
나 만난 날 있지
그날 비가 엄청나게 많이 와서 다리가 다 떠내려갔대
[울면서] 엄마가 나 데려가지 않았으면 나 죽었어 그날
아니 그게 무슨 말이야?
방금 해성 아버지가 집에 찾아와서 다 얘기해 줬어
엄마, 아빠한테 고맙다고
나 살려줘서 고맙다고
그날 그랬대?
[울면서] 음, 그랬대
아빠는 근데 왜 집에 안 오고 또 정선으로 갔어?
아니, 지수야 자세하게 한 번 얘기를 해봐
그걸 다 어떻게 알았대? 네 아버지는?
[안도의 한숨 쉰다]
민 부장 어디 갔나?
아버지 돌아가셔서 장례 치르러 갔어요
아버지가 돌아가셨어? 근데 당신 안 갔어?
아니, 왜 나한테 연락 안 했어?
그게 바로 당신한테 연락할 일이에요?
민 부장 부친 장례식장이 어디야?
안 물어봤어요
[놀라면서] 안 물어봤다고?
내가 그걸 물어볼 정신이에요?
당신이 뭘 던지고 나갔는지 잊었어요
[알림음] 전화기가 꺼져 있어 삐소리 후...
[한숨 쉰다]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하려던 일이었어
당신하고 이혼하고
서태수, 양미정 씨 한테
우리 은석이 살려줘서 고맙다고
그러니 죄의식 느끼지 말라고 인사하는 거
근데 처제네가 사고 터트려서
수습하느라고 미뤄 뒀을 뿐이야
왜 이혼을 하자는 거예요?
그만해야겠어서
당신하고 결혼해서 33년 동안
우리 아버지 제사 한 번 집에서 못 지냈어
내 딸, 아들하고 소소한 추억 하나 못 만들었어
너무 재미없어서 살기 싫어 더 이상
당신 정말
미련 없는 거예요?
해성 부회장?
아니, 해성 회장?
미련 없어
미련 있었던 적이 없었어 한 번도
그럼 나랑 왜 결혼했어요?
그때는 미련 있었나 보지
결국 도경이한테 밀리니까 이러는 거잖아
도장 안 찍을 거야?
아버지한테 또 물어봐야 하나?
애들 장난해요?
당신이 이런 식이면 내가 진심이라고 믿겠어요?
당신 잊었구나
난
가난한 집 장남 아니었으면
교수하고 싶었다고 말했었는데
당신이요?
핸드폰을 껐네
민 부장한테 짐 좀 싸 달라고 부탁하려고 했는데
내가 싸야겠군
다녀왔습니다
먼저 두 분께 여쭤볼게요
할아버지 지시대로 처리하길 원하세요?
당연하지
난 아니다, 전에 말했지만
이미 정리 끝내고 돌아오던 길이었어
알겠습니다 아버지 사표는 수리할게요
원하시는 대로 쉬세요
도경아
어머니가 다시 해성 F&B 대표로 돌아오시는 건 안 됩니다
뭐? 왜 안 돼?
주주들 뜻이잖아요, 어머니 해임
진희 공작 때문이었잖아 기사 풀어서
근데 사실이잖아요
(도경) 기사는 이모가 냈지만
내막은 사실 아닙니까?
그러니 어머니도 쉬세요
최도경
네가 이러면 할아버지 충격 받으셔
할아버지 생각 안 해?
주주들 마음 돌아서게 한 건 제가 아닙니다
아무리 그렇다고 나까지 물러나게 해?
네가 회장이 됐는데?
제가 대표 이사가 된 것도
할아버지 덕은 아닙니다
얘기 끝났으니 일어난다
[긴장된 음악]
[강의 내용] 핀란드에는 핀란드어와 스웨덴어
[강의 내용] 두 가지 공식 언어가 있습니다
[강의 내용] 스웨덴 언어가 쓰이는 곳은...
[잔잔한 음악]
(태수) 지호 장사 종목
(태수) 지호 모은 돈 삼천, 사천
(태수) 4. 지태, 수아 오천만 원
(태수) 5. 지수 용돈 천만 원
(태수) 아, 지호 천만 원
아휴, 지호만 천만 원 줘야 하나?
서운해 할 텐데, 이놈이
그래도 뭐 자기는 모은 돈이 있으니까
장례비
아이고 어떻게 빼먹냐, 장례비를
[지수가 울면서] 그날 비가 엄청나게 많이 와서
(지수) 다리가 다 떠내려갔대
(지수) 엄마가 나 데려가지 않았으면 나 죽었어 그날
양미정 숨구멍 생겼네
요양 병원!
[한숨 쉬며] 아이고, 이걸 어떻게 또 계산에 안 넣어, 이런
아니 연락도 안 드렸는데
과한 인사는 오늘만 받겠습니다
당황스럽네요 여기 주인 없는 사무실 아닙니다
새 대표 이사 출근 전이니까 주인 없는 사무실이지
그렇네요
어쩐 일이십니까?
(명수) 과정이
(명수) 방법이 나빴던 건 인정해
하지만
회사를 위해서 잘못된 수단인 걸 알고 시작한 일이니 후회는 없어
그러세요?
이모만 고발하지 말아주게
그러시다면 이 사직서는 넣으시죠
호텔 MJ 대표 맡으셔야 하니까
뭐라고?
대신 유럽 리조트까지 책임져 주십시오
그걸로 푸시죠, 저하고 이모부는
호텔 MJ 대표를 맡으라고?
왜? 나하고 네 이모가 뭘 했는지 잊었을 리는 없고
의도가 뭐냐?
방법은 아주 잘못됐지만
이모부가 회사를 생각하는 마음이 진심인 걸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그게 진심이시면 제 제안 받으셔야죠
두 분이 흙탕물로 만든 해성에
이모부 능력이 필요할 때니까요
[놀라서] 도경아
임원진 회의 소집할 테니 거기서 뵙죠
[밝은 음악]
회의에서 반말하시면 곤란합니다
(도경) 대표 이사 취임식은 하지 않겠습니다
집안 싸움으로 해성 이미지가 추락할 대로 추락한 시점입니다
비정상적으로 젊은 대표 이사
까닥 잘못하면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어서
조용히, 회사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전임 노양호 회장님은 건강상의 문제로
더 이상 경영에 참여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도경) 그리고 현재 공석인
해성 어패럴과 F&B 사장은
전문 경영인을 영입하고 싶은데
여러분 의견들 어떠십니까?
(여행사 직원) 어디로 봐 드릴까요?
예, 핀란드 헬싱키요
편도 한 장 일주일 후에 출발하는 걸로 부탁합니다
(지안) 아빠!
나를 만나러 오면서 왜 밥을 먹고 와?
난 점심 안 먹어?
(태수) 이거 받고 나가서 먹어
이게 뭐예요?
(태수) 헬싱키 티켓이야
일주일 후에 출발하는 거야
일주일 후?
핀란드 학원이든 방이든 일단 가서 찾아
[더듬으며] 아, 아빠 일주일은 너무한다
왜 이렇게 서둘러 가라고 해?
넌 왜 이리 게을러? 가기 싫은 사람처럼
[소리 높이며]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아빠, 모처럼 우리 가족이 아빠 덕에
(지안) 그리고 지수 아버님 덕에
(지안) 엄청 짓눌렸던 짐들 겨우 벗게 됐잖아
(지안) 아빠도 사업도 다시 하게 됐고
이게 얼마 만에 느끼는 행복인데
근데 내가 이렇게 빨리 가야 돼?
이 풍성한 행복을 한 한 달
그 정도는 누려봐야지
인생에는
뭐든 타이밍이라는 게 있어
[웃으면서] 아빠, 학기는 가을에 시작이야
그전에 어학연수만 하면 되는데 무슨 타이밍?
(지안) 나 혼자서도 핀란드어 문법은 공부할 수 있어요
행복이
꼭 같이 지내야 하는 건 아니야, 인마
(태수) 각자가 자기 갈 길 잘 가는 거
(태수) 지켜보는 거
그것도 행복이야, 아니
어쩌면 그게 더 행복할 수도 있어
아이, 그래도 일주일은
(태수) 아빠 소원이야
사업 실패해서 너 예전에 한 번 주저앉았잖아
또 그럴까 봐 아빠 겁나서 그래
(지안) 갈게요, 들어가세요
갈게요, 들어가세요, 얼른
[전화 수신음]
응, 명신아
[구슬픈 음악]
서지태 씨
지난달 실적 너무 떨어졌어
(과장) 맨날 딴 데 정신 팔려 있더니만
죄송합니다 이젠 그럴 일 없습니다
알았어, 일들 봐요
빨리와, 형, 형!
응, 이 총각이야!
(아들) 이 총각이야?
- 아버지 통장 지켜주신 분이? - (노인) 응
형!
이 총각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
길 건너 영신 병원 장수복 원장입니다
아, 예, 근데 어쩐 일이신지?
아버지 치매 증상이 점점 심해지셔서
제가 자식인 줄도 모릅니다
예? 아니, 그럼
이번에 의대를 수석 졸업했다는 아들분이
예, 접니다
동대문 시장에서 노점상 하시면서 저를 키우셨거든요
(아들) 제 병원 개업해 주시겠다고
(아들) 처음 종잣돈으로
(아들) 목표 삼으셨던 돈이 사천만 원이었어요
그럼 그 돈을 아직도 가지고 계셨던 거예요?
아니요, 치매 시작되고 나서부터 그 통장만 찾으셔서
제가 3,750만원 넣어드렸어요
(아들) 250만 원 채워서 사천만 원 만드신다고
(아들) 하루에도 열두 번씩 통장 확인하는 게 낙이신데
보이스 피싱으로 잃어버리셨으면 견디지 못하셨을 거예요
정말 고맙습니다
아, 아닙니다 저는 당연히 할 일을 한 건데요
돈이야 또 넣어드리면 되지만
예전 통장이라 디자인이 바뀌었잖아요
근데 저는 왜 보자고 했는지?
서지태 씨한테 감사의 뜻으로
제, 병원 주거래 은행을 여기로 바꾸려고요
(과장) 영신 병원 주 거래를요?
[밝은 음악]
웬일이야? 뇌물까지 들고 오고
너 눈치로 사장됐지?
나 대신 일할 직원은 어떻게 됐어?
아까 3명 면접 봤는데 괜찮은 사람 있었어
다행이다
사실은 내가 일을 좀 빨리 그만둬야 될 거 같거든
아빠가 오늘 항공권 끊어오셨어 일주일 뒤 출발
일주일? 그렇게 빨리?
빨리 가는 게 소원이래
도경 오빠 때문에 좀 불안하신가 봐
난 이번 지수네 집안일에 너무 애쓰시길래
혹시 너하고 최도경 씨 위해서 그러신 건가 했는데
그건 아니야, 어쨌든 선우혁 나 일주일 후에 슉 날아간다
[펠릿 쏟아지는 소리]
(도경) 유비, 나 왔다
(관우) 어?
(관우) 사장님
아니, 아니 회장님 축하드립니다 [웃는다]
거북하다 회장님, 하지 마
잘 돌아가고 있네 [껄껄 웃는다]
패키지 반응이 너무 좋아서
이제 물량이 딸려요 큰일 났어요
[관우가 웃는다]
수고했다
[한숨 쉰다]
민 부장이 없네?
어딜 엉덩이를 붙여 무릎을 꿇어도 시원찮은 판에
무릎은 얻는 게 있을 때 꿇는 거지
체면 때문에 내 차명 거래 고발은 못 할 거고
해성 얻는 거 실패했는데
뭐 하러 무릎을 꿇겠수
인두겁만 썼구나
아버지 경영권 뺏자고
너 언니 가죽까지 벗기려다 실패했어, 너
은석이 바뀐 것까지
몇 달을 쥐새끼처럼 내 주변 캐고 뒤밟고
똥물 튀겨 놓고
[큰소리로] 아직도 독사 대가리 쳐들 듯 고개 빳빳이 들어?
아직 남은 독이 있나 보지?
[피식 웃는다]
진희야, 내 아들이 대표 이사야
곧 너희들 부부 이사직 박탈이야 해성에서 영구 퇴출
언니 모르는구나?
뭘?
새 대표 이사
언니 외아들께서
왜 정명수 사표 안 받고 호텔 MJ 대표로 발령냈는지
무슨 속셈이 있는 건지 따지러 왔는데
언니 모르고 있네
정명수를 호텔 MJ 대표로 발령냈다고?
[어이없어하며] 참, 신기하네 도경이
너무 의외인데 언니 아들 같지가 않아
[긴장감 고조되는 음악]
(진희) 변한 건가?
아니 원래 그런 애였나?
너 제대로 알고 하는 말이야?
해성 F&B에 전문 경영인 들인다던대?
기분 나쁘지 않네
내 자리에 내 남편 들어가고
언니도 나처럼 집에 들어앉게 되고
어린 놈이 회사 망칠 작정이야? 왜 너 멋대로 해?
(노 회장) 호텔 MJ 사장을 오래한 네 아비는 사표 받고
유럽 리조트 맡기라고 한 정명수를 그리 보내고
그러면서 네 어미는 왜 복직을 안 시켰어?
그건 주주들 뜻을 바로 무시하는 거잖아요
최소한의 근신 기간은 있어야죠
무리해서 젊은 제가 대표 이사가 됐는데
새 바람도 필요하고요 아버지도 싫다고 하시는데
어떻게 억지로 제가 끌어옵니까? 쉬고 싶다고 하시는데
내 플랜은 다 이유가 있었던 거였어
할아버지, 쾌차하시면
고문으로 모실 테니까 조언 많이 해주세요
너, 나한테 자리 안 돌려주고
이참에 아예 네가 먹겠다는 거야?
할아버지
제가 할아버지 대표 이사 해임하게 한 거 아니에요
더구나 이모부 대신 제가 대표 이사가 된 게 어디에요
그것도
제 능력으로 선출됐잖아요
지안이 아버님 덕이 크긴 했지만
근데 퇴원은 언제 하실 거예요?
병원에 더 안 계셔도 된다고 벌써 말씀드렸다는데
[한숨 쉰다]
네가 할아비 이렇게 심장 뛰게 하는데
내가 퇴원할 수 있겠냐?
야, 나는 최도경 씨가 회장 됐다는 기사 보고
어쩌면 너희들 이제 잘될 수 있겠다 했는데
넌 핀란드를 가?
왜 그런 황당한 생각을 했어?
응?
나 장려상 받는 거 알고 있었잖아 너
아, 그건 그런데
하긴 더 힘들 수도 있겠다
(명신) 아들이 총수 됐는데 며느리 고르는 조건이
그렇지?
그렇겠지
근데 그 사람
해성 그룹 총수로 살려고 간 건 아니야
너한테 그렇게 말했어?
아니 그냥
그냥 느껴져, 그 정도는 느껴져
그럼 뭐 하러 회사로 돌아간 건데?
정확히는 모르지 물어보지 않았으니까
그냥 도경 오빠만의 계획이 있겠구나 싶은 거야
저 왔어요
봄옷은 왜 챙겨요?
당신 이제 나 먹여 살린다며
당신 믿고 나 몇 달 동안 좀 푹 쉬려고
계속 정선에 있을려고요?
[현관문 소리]
여보
사실 당신
(지호) 엄마, 아빠, 나 왔어요 막내 아들 지호
(태수) 지호, 너는 모아 놓은 돈 한 삼, 사천 있다고 했지?
응, 근데 왜요?
그러면 너 모아 놓은 돈에다가
나중에 아버지가 보태 줄 테니까
둘이 같이 반찬 가게 해보면 어때?
- 반찬 가게요? - (미정) 반찬 가게요?
(태수) 당신 음식 솜씨 좋잖아
우리 집에서 먹듯이 반찬 만들면 되고
지호가 배달하고
요 앞에 상가에
수선집 빠진 데 가 보니까
보증금 이천에 월세 백이던데
아, 아빠
갑자기 왜 그런 창의력 돋는 생각을 하셨는지 모르겠지만
반찬 가게는 내 종목 아니에요
너 장사하고 싶다고 그랬잖아
너 따로 엄마 따로 할 필요 뭐 있어?
엄마 음식 솜씨가 밑천이고
꼭 그날 먹을 거만 만들고
네가 배달하고 그러면 금세 자리 잡을 건데
[밝은 음악]
참 구체적으로 생각하셨는데
안돼요, 우리 지태네 따라서 지방 내려가야 해요
그게 무슨 소리야?
수아가 나한테 아기 키워 달라고 하는 거 있죠
그리고 걔들 지방 내려가서 살고 싶대요, 마음 편하게
당신 손주 키우고 싶어?
그거 힘들다고 그러던데
힘들기는? 내가 애들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잖아요
그래, 당신 애들 참 좋아하지
잘됐네
지호가 문제네
아이, 진짜
아빠, 큰누나한테 들었는데
아빠 이제 아신다면서?
아빠, 아신데?
(지호) 응
그래, 알아, 이제 알아
그 얘기는 하지 마, 그냥 넘어가
알면서 왜 계속 우리 뒷걱정을 해요?
그냥 내가 내 시간 갖고 좀 쉬고 싶어서 그러지
믿는 구석이 있어야 할 거 아니야
음, 그러네
아휴, 나도 뭔가 결정을 하긴 해야 하는데
노점상을 계속할 수도 없고
맛있는 것으로 치면 작은누나네 빵이 진짜 맛있는데
작은누나네 빵을 배달해 볼까?
홈페이지로 주문 받아 가지고
거리별로 배달비도 받고
뭐, 수익은 7 대 3?
배달은 예약제로 해서
제시간에 딱딱 갔다 주고
그것도 괜찮다 그런 빵집 못 본 거 같아
와, 역시, 우리 아버지, 음?
일단 화장실 좀 갔다 와서 사업 얘기 계속해요
(지호) 아이고 배야, 아이고 배야
지호랑 반찬 가게 해도 재밌기는 하겠다
[긴장된 음악]
아이고, 뭐가 걸렸나 보네
물 한 잔만 빨리 좀 갖다 줄래?
(미정) 어머, 알았어요
[신음한다]
[구토한다]
[신음한다]
여보 물 달라더니 거기서...
여보
[놀라며] 여보
이게 뭐야? 당신 왜 이래?
아무것도 아니야, 얼른 들어가 얼른 들어가
[놀라며] 담즙을 토해, 당신이, 어머
어머 어떡해, 어떡해!
[미정이 흐느끼며] 어머, 여보, 여보, 여보!
[미정이 울면서] 여보, 어떡해요, 어떡해요!
여보
[전화 수신음]
아빠, 전화 자꾸 오는데
아빠!
(지호) 기타 학원?
네, 서태수 씨 핸드폰입니다
(기타 학원) 서태수 씨 벌써 떠나신 건가요?
네? 떠나다니요?
(기타 학원) 갑자기 어디 멀리 가시게 됐다고
(기타 학원) 4월 동호회 정기 연주회도 오늘 취소하셨어요
(기타 학원) 그래서 급히 송별회라도 하려고 문자드렸는데
(기타 학원) 답이 없어서 전화드렸습니다
아빠가 갑자기 멀리 떠나신다고 했다고요?
아니야,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
[미정이 서럽게 운다] (태수) 괜찮아, 괜찮아
아빠, 이게 무슨 말이야? 멀리 어디를 떠난다는 거야
엄마! 엄마 왜 울어?
아니야, 얼른 들어가, 들어가 얼른
지호 너도 얼른 들어가 빨리
[울면서] 지호야
[오열하며] 아버지가 할머니때랑 똑같다, 어떡하니?
그게 무슨 말이야?
[큰소리로] 대체 무슨 상황인데?
(미정) 어떻게 불쌍해서
- 아버지! - (미정) 어떡해
[큰소리로] 아버지!
[지태가 계단을 뛰어 내려온다]
아버지
[태수가 신음한다]
(지태) 심성대 병원?
이거 마약성 진통제 아니에요?
(지태) 할머니가 드시던
[슬픈 음악]
아빠 상태가 왜 이래?
아빠 심성대 병원에 왜 갔던 거야?
아버지?
[고통스러워하며] 지안이한테는 말하지 마
지안이 유학 보내야 돼
나 아픈 거 알면 안 갈려고 그럴 거야
[울면서] 아이고
미, 미안하다
그럼 이게 마지막인 거야?
통화 자주 하자 월급 모아서 한 번 놀러 와
근데 너 진짜 최도경 씨한테 얘기 안 하고 갈 거야?
서로 복잡해지기 싫어
[전화 수신음]
잠깐만
잠깐만
어, 지호야
[지호 울먹이면서] 누나
지호야, 너 울어?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울먹이며] 누나
우리 아빠
아빠 큰일 났어
그게 무슨 소리야, 아빠가 왜?
[훌쩍인다]
아빠가
[울면서] 위암 말기래
뭐?
아빠가
위암 말기라고?
[슬픈 음악]
(태수) 나 억울한 거 하나도 없어
(태수) 너희들 덕분에 너희들이 다 풀어줬잖아
(혁) 지안이 3일 뒤에 핀란드로 떠납니다
(도경) 지안아!
[지안이 울면서] 아주 잠깐만 이대로 있어줘요
(지수)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내가 뭘?
너 지금 여기 여자 만나러 온 거잖아
네가 헤어지자며?
(노 회장) 도경이 풀려면 걔가 필요해
내가 사과하려고 불렀는데
사과요?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