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오해영 10
[애잔한 음악] [해영의 못마땅한 신음]
[해영의 비명]
놔, 놔 [도경의 힘주는 신음]
놔! 진짜! [심장 박동 효과음]
[해영과 도경의 가쁜 숨소리]
[심장 박동 효과음]
[도경이 훌쩍인다]
[심장 박동 효과음이 계속된다]
[운동장이 시끌벅적하다]
[아련한 음악]
[도경 부의 장난스러운 신음] (어린 도경) 아빠는 나한테 포위됐다
[도경 부의 웃음]
(도경 부) 아, 내린다 [도경 부의 힘주는 신음]
[도경 부의 장난스러운 신음]
우와
우와, 잘하는데?
(어린 도경) 아빠, 나 이제 이거 돼
- (어린 도경) 아빠도 이거 돼요? - (도경 부) 씁, 해 볼까?
(도경 부) [장난스러운 소리를 내며] 요거?
- (어린 도경) 우와 - (도경 부) 우와 [도경 부의 웃음]
(도경 부) 우와, 숨 막혀 [어린 도경의 장난스러운 신음]
(어린 도경) 제주도에선 무슨 무슨 소리 땄어요?
(도경 부) 음...
파도 소리, 바람 소리
사람들 소리, 다
- 아빠는 소리가 좋아요? - (도경 부) 응
- 왜요? - (도경 부) 음...
- (도경 부) 사라지잖아 - 아빠는 사라지는 게 좋아요?
사라지는 걸 인정하면
애먼 데 힘주고 살지 않아
[어린 도경의 의아한 신음]
[털썩 내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도경 부의 힘주는 신음]
(어린 도경)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누가 먼저 달리나
준비...
- (도경 부) 준비, 어? 반칙이야 - (어린 도경) 땅!
(도경 부) 반칙이야, 안 돼!
[장난스러운 신음]
[어린 도경의 웃음]
[도경 부의 장난스러운 탄성] [어린 도경의 신난 탄성]
[도경 부의 힘주는 탄성] [어린 도경의 장난스러운 비명]
[어린 도경의 탄성] (도경 부) 반대로, 붕
(해영) 너...
- (해영) 놔, 놔! - 아, 진짜...
(도경) 가만히 좀 있어! 진짜, 씨 [해영의 비명]
[도경과 해영의 거친 숨소리]
어떻게 그렇게 해 놓고 전화 한 통이 없어! 이씨
[씩씩거린다]
[익살스러운 음악]
(해영) 개자식, 거지 같은 자식
내가 먼저 전화하나 봐라
말라 죽는 한이 있어도 이번엔 절대 먼저 안 해
씨...
엄마! 빨래 이게 끝이야?
[TV에서 방송이 흘러나온다]
그냥 아무거나 줘
[한숨]
[해영의 놀란 신음]
(해영) 곱게 좀 놔 주고 가지, 아휴
오늘 중으로 전화 안 하면 끝이야 [도어 록 작동음]
[문소리가 철컥 난다] 진짜 끝이야
[도어 록 작동음] 씨...
[휴대 전화 벨 소리]
[해영의 다급한 숨소리]
[휴대 전화 조작음]
어
(태진) 날도 좋은데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하루하루가 아깝다
구치소에 있어 보니까 그래
나와
왜? 바빠?
아니, 나 할 일도 있고...
뭐?
어, 빨래도 해야 되고...
[애잔한 음악]
(해영) 아니야, 알았어
이따 봐
(태진) 응
[통화 종료음]
[휴대 전화 조작음]
[입소리를 쩝 낸다]
[옅은 한숨]
[해영의 힘겨운 신음]
[힘겨운 신음]
(덕이) 어떤 놈이야?
어떤 놈 때문에 빨래를 해 대?
태진이야, 옆집 놈이야? [해영의 옅은 신음]
태진이야, 옆집 놈이야?
[해영의 한숨]
나 나가 봐야 돼
엄마가 탈수해서 널어 줘
너 둘 다 안 되는 줄 알아
누구든 만나는 날엔 너 가만 안 둬!
[경수의 깊은 한숨]
[덕이의 못마땅한 숨소리]
(간호사) 저, 박도경 씨 전화도 안 받으시는데요?
박도경 씨 그, 주소 좀 줘 봐요
(간호사) 여기...
[순택의 한숨]
[애잔한 음악] [새들이 짹짹 지저귄다]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순택이 숨을 하 내뱉는다]
(순택) 아유, 그사이에 뭔 일 생겼는 줄 알았네
오늘 왜 안 왔어요?
치...
아유!
[순택이 숨을 후 내뱉는다]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순택) 나 오늘부터 의사 아니다
동네 형이야
나 이 동네 살아, 말 놔도 되지?
네, 편하게 놓으세요
[순택의 답답한 한숨]
밤새 고민했다, 내가 이걸 너한테 어떻게 설명해야 될지
(순택) 잘 들어
넌 지금 교통사고를 당해서 누워 있어
왜? 지금이라고 하니까 헷갈리냐?
그래, 헷갈릴 거야
시간이 과거, 현재, 미래 순으로 흐르는 거 같지?
아니야
30대인 사람한테 최면을 걸어서 100년 전으로 가 보자고 하면은
다른 목소리가 나와
다른 생으로 가 버린 거야
근데 이게 뒤로도 돼
100년 후로 가 보자고 하잖아?
또 다른 목소리가 나와
이게 뭘 의미하겠어?
(순택) 마음은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는다는 거야
육체만 시간에 구애를 받지
마음은 인생의 모든 스토리를 다 알고 있다고
마음한테 인생은 이미 마침표가 찍힌 시나리오 같은 거야
나 미친 거 같냐?
미친 거 같으면 말해, 그만할게
[순택의 한숨] (도경) 재밌어요, 계속하세요
나 이 얘기 진짜 하고 싶었는데 사이비로 보일까 봐 못 했다
잘 들어
(순택) 영적으로 뛰어나다는 사람들이
이 마음의 정보를 예민하게 느끼는 사람들인데
넌 영적으로 뛰어나다기보다는 좀 특이한 케이스야
모든 미래를 보는 게 아니고 특정한 미래만 본다는 말이지
한 여자
[의미심장한 음악]
[자동차 경적]
(순택) 넌 지금 교통사고를 당해서
죽기 전에 그 여자를 아쉬워하는 거야
지금이라고 하니까 또 헷갈리지?
그래, 조만간이라고 하자
마음은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지만 우리는 몸이라고 생각하니까
편하게 조만간이라고 하자
조만간 넌 교통사고를 당해서
죽기 전에 밤하늘을 보면서
그 여자를 아쉬워하는 거야
[타이어 마찰음이 들린다]
[쾅 소리가 들린다] [털썩 나뒹구는 소리가 들린다]
[도경의 힘겨운 신음]
[도경의 힘겨운 신음]
[사이렌이 울린다]
(순택) 그 여자를 아쉬워하는 마음이 너무 강렬해서
그 여자를 실제로 만나기 전부터 그 여자가 눈앞에 보였던 거야
왜? 마음은 인생의 모든 정보를 다 알고 있으니까
튀어나오는 건 어렵지 않아
이해돼?
(도경) 결론은
난 조만간에 죽고
죽을 때 그 여자를 아쉬워한다?
형 사이비지?
[답답한 한숨]
[애잔한 음악]
[버튼 작동음]
[버스 문이 쉭 열린다]
미안해, 오늘 못 만날 거 같아
갑자기 매장에 급한 일이 생겨서
아니, 많이 늦을 거 같아
어
미안해
[휴대 전화 조작음]
들어가세요
(순택) 도경아, 형이랑 같이 뚫어 보자
다른 결론이 있을 수 있어
도경아!
에이...
(도경) 결론은
난 조만간에 죽고 죽을 때 그 여자를 아쉬워한다?
[옅은 한숨]
[풀벌레 울음]
[수경의 놀란 신음]
[수경이 프랑스어로 중얼거린다]
[수경이 프랑스어로 말한다]
[못마땅한 숨소리]
[수경이 계속 프랑스어로 말한다]
[한숨]
(도경) 안 올 거야?
[계속 프랑스어로 말한다]
집에 안 가?
언제까지 그렇게 마실 건데?
[애잔한 음악]
[수경의 옅은 신음] [도경의 한숨]
맨정신으로 살기엔
인생이 너무 쪽팔리다
[옅은 한숨]
[수경의 놀란 신음] [진상의 나른한 신음]
[힘겨운 숨소리]
[힘겨운 신음]
[진상의 지친 숨소리]
[숨을 하 내뱉는다]
[진상의 탄식]
(진상) ♪ Congratulations ♪
♪ And celebrations ♪
♪ 니나노, 우리 누나 축하합니다 ♪
♪ 축하합니다 ♪
(수경) 나 시집가냐?
(진상) 어? 어떻게 알았어?
나 아는 형이 누나한테 장가오고 싶대, 글쎄
[진상이 키득거린다] [기가 찬 웃음]
죽으려고 환장을 했구나
아, 들어 봐
그 형 이상형이 무조건 센 여자래요
(진상) 막 때리고 갈구고 하이 킥 날리고
이런 여자한테 엄청 환장한대
게다가 결정적으로
앉아서 싼대
대박이지? [진상의 웃음]
[진상의 힘겨운 한숨]
(진상) 52평짜리 아파트 자가 소유
연봉 2억 2천
부모님 두 분 다 작고하셨고
위로 시누 없고 아래로 시누 없고
외모는 자타 공인 존잘 형
누나는 그냥 물 흐르듯이 가면 돼, 이제
아, 그 형이 누나 숟가락만 들고 들어오래
내가 오늘 너무 누나 짝을 만나서 기분이 좋아 가지고
[수경의 놀란 신음] [익살스러운 음악]
한잔했어 [진상의 웃음]
- 야, 이 미친놈아! - (진상) 어?
[수경의 놀란 신음]
내가 남자로 보이냐?
- 싸면서 말하게? - (진상) 어?
(수경) 내가 아무리 여자로 안 보여도, 인마!
(진상) 아이, 뭐, 내가 뭐 했나?
그러는 거 아니다
(수경) 나도 여자다!
[수경이 프랑스어로 외친다]
[물이 후드득 떨어진다]
아, 뭐, 여자는 여자지
아이, 부끄러워하기는
물 흐르듯이 가라니까, 쯧
(진상) ♪ Congratulations ♪
♪ And celebrations ♪
♪ 우리 누나 시집을 드디어 가는구나 ♪
[진상의 웃음]
[애잔한 음악]
[옅은 한숨]
[힘겨운 숨소리]
[가게 안이 시끌벅적하다]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희란) [놀라며] 대박
아, 그 인간이 길거리에서 키스를? [해영의 힘겨운 숨소리]
그 인간 터졌네, 응? 너 엔간히 좋아하나 보다
그리고 전화 한 통 없어
(희란) 기다려, 전화 와
오해영한테 그렇게 당하고 또 오해영인 건데
야, 갑갑한 그 남자 성격에 그거 쉽게 못 받아들이지
하물며 둘이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그게 뭐 대수라고
너도 처음엔 오해영이랑 사귄 남자라서 싫다고 했었어
100% 좋아는 하는데
(희란) 사람들한테 오픈하고 대놓고 사귀기엔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단 말이지
그 인간이 오픈 안 하고 뭐, 대충 사귈 인간은 아니고
어떻게 참아지지?
난 하루도 못 참겠는데
보고 싶은 게
어떻게 참아지지?
(희란) 기다려
괜히 중간에 치고 들어가서 튕겨 나가게 하지 말고
정리하고 결심할 시간을 줘야 될 거 아니야
너 언니 말 잘 들어
넘어왔어, 그 인간
[손가락을 딱 튕기며] 곧 와
[풀벌레 울음]
[설레는 음악]
[초조한 숨소리]
[숨을 하 내뱉는다]
[고민스러운 신음]
[고민스러운 신음]
[해영의 고민스러운 신음]
[힘겨운 숨소리]
[옅은 한숨]
왜 참니?
참아지니?
좋으면 좋은 거지, 뭘 그렇게 재니?
[답답한 신음]
[해영의 괴로운 신음]
[해영의 답답한 탄성]
어유, 씨
(순택) 넌 지금 교통사고를 당해서
죽기 전에 그 여자를 아쉬워하는 거야
[타이어 마찰음이 들린다]
[쾅 소리가 들린다] [털썩 나뒹구는 소리가 들린다]
[극적인 음악] [도경의 힘겨운 신음]
[도경의 힘겨운 숨소리]
(남자) 괜찮아요?
야, 야, 야, 만지지 마 [사이렌이 울린다]
[자동차 경적]
[도경의 힘겨운 숨소리가 계속된다]
[사이렌이 연신 울린다]
[무거운 효과음]
[의미심장한 효과음]
[쪼르르 새는 소리가 들린다]
[의미심장한 음악]
[뚜껑을 달칵 끼운다]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안나) 어디야?
[경쾌한 음악] 우와, 박훈!
[훈의 힘주는 탄성] [안나의 신난 탄성]
[훈과 안나의 장난스러운 탄성]
[안나의 애교스러운 웃음] (훈) 아, 잠깐만, 아...
(안나) 괜찮아, 괜찮아?
[훈의 애교스러운 신음] [안나의 안쓰러운 신음]
(안나) 보고 싶었어
(훈) 나도
우리 그냥 오늘부터 동거해 버릴까?
[익살스러운 효과음]
씨... [퍽 하는 효과음]
[훈의 힘겨운 신음] 겁먹기는...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안나의 벅찬 신음]
[안나의 탄성]
(안나) 오빠가 내 애인이라 진짜 좋아
죽고 싶게 좋아
딴 여자 만나면
죽여 버릴 거야 [흥미로운 음악]
[훈의 질색하는 신음]
- (훈) 그렇게 좋냐? - 응, 엔딩이 너무 멋져
(안나) 다 죽이고 병따개 찾아와서 피 칠갑을 하고
그 병따개로 똑!
맥주 따서 벌컥벌컥벌컥, 카...
당장 피디한테 보여 줘도 되겠지?
'라이트 나우', 지금 당장 보여 줘
무조건 대박이야, 이건 [훈의 옅은 웃음]
데뷔 못 한 감독들 입봉시켜 주는 유명한 피디가 있는데
오빠가 얼마 전에 그 피디 영화 사운드 제작 했잖냐
그 여자가 오케이 때리면 오빠 바로 유명 감독 된다 [훈의 설레는 웃음]
(안나) 여자야?
(훈) 세상의 반이 여자야
그중에 내 여자는 너 하나뿐이고
[훈의 웃음] [안나의 못마땅한 신음]
엄마가 영화 제작 한다 그러지 않았어?
- 왜 엄마랑 안 하고? - (훈) 엄마?
아, 엄마는 그, 좀 그래
(안나) 뭐가?
(훈) 아유, 그냥 그래
뭐가 좀 그래? [훈의 얼버무리는 신음]
- (오해영) 안녕하세요 - (장 회장) 응, 어서 와
내가 요즘 이 목 디스크가 심해서
이 좋은 날
골프도 못 치러 나가고 이러고 있다
(직원) 굿 샷 [장 회장의 장난스러운 신음]
[장 회장과 오해영의 웃음]
- (장 회장) 가자 - (오해영) 네 [장 회장의 헛기침]
(장 회장) 저, 아부꾼이야, 응
다음 달에 잘라 버리려 그랬는데 [오해영과 장 회장의 옅은 웃음]
[문이 달칵 닫힌다] 아, 이번 달에 잘라야겠어
[함께 웃는다]
아, 오늘 한판 어때?
(오해영) 아, 좋죠 [오해영과 장 회장의 웃음]
[바둑알이 달그락거린다]
[바둑알을 탁 둔다]
[장 회장의 헛기침]
[놀란 신음]
(장 회장) 나랑 알파고랑 오목을 두면 누가 이길까?
(오해영) 당연히 알파고가 이기죠
- 알까기를 하면? - (오해영) 알파고요
[분한 신음]
뭐로 붙어야 그놈을 이기나? [장 회장의 기가 찬 웃음]
뭘 이기세요? 그냥 하나 사서 밑에 두세요
(장 회장) 그래, 그래서 내가 널 좋아해
그, 좋아하는데
도경이랑 결혼할 뻔했었다며?
진짜야?
왜 깨졌어?
으음, 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응,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내가 도경이 엄마랑 결혼하면
내 딸이었던 너랑 내 아들이 될 도경이랑 그랬다는 건데
어, 피 한 방울 안 섞인 사이지마는
그 호사가들 알잖아? 괜히 살 붙여서 이상하게 말 돌리고
음, 도경이 엄마는 둘이 벌써 끝난 사이라고 펄쩍 뛰던데
음, 확실히 끝난 거야?
[애잔한 음악] [옅은 한숨]
(도경) 나 이제 괜찮아
길거리에서 너 보면 웃으면서 알은척할 수 있어
(도경) 더 이상 하는 건 이상해 여기서 끝내는 게 맞아
안 끝났네, 그렇지?
끝났는데요
제가 아직 좋아해요
[입바람을 푸 분다]
[장 회장의 헛기침]
[문이 징 닫힌다]
[버튼 조작음] [문이 징 열린다]
[자동차 리모컨 작동음]
[문이 징 닫힌다]
[자동차 엔진 시동음]
(오해영) 상처만 회복되면 되는 줄 알았어요
상처만 회복되면 아무렇지 않게 헤어질 수 있을 줄 알았어요
(도경) 아, 토할 거 같아
한 달째 하이 톤의 쨍쨍거리는 여배우 목소리 듣고 또 듣고
목소리 거슬리는 배우 나오는 영화 걸리면
작업 끝날 때까지 고역이야
(오해영) 그러게
내 귀 좀 쉬게 해 줘라, 네 목소리로
(오해영) 아, 아, 아 [도경과 오해영의 옅은 웃음]
박도경이라는 남자가 있었어요
도경이는 세상 그 모든 소리 중에서
오해영 목소리를 가장 좋아했어요 [도경의 옅은 웃음]
해영이 목소리만 들으면
스르르 잠이 왔어요
[오해영이 입을 쪽 맞춘다]
너무너무 사랑했어요
열렬히
[울음 섞인 웃음]
[오해영이 흐느낀다]
[희란의 한숨]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희란) 찬찬히 읽어 볼게요
근데 제목은 좀 바꿔야겠다
너무 비급 영화 같잖아 [훈이 콜록거린다]
(훈) 아이, 예, 그렇죠?
근데 또 읽어 보시면은 또 이게 맞을 겁니다
병따개 하나로 번진 남자들의 자존심 싸움
알고 보면 쪼잔한 남자 누아르
쪼잔한 남자 누아르
재밌겠네요
(훈) 예, 아유, 아주 재밌을 겁니다
아, 저기
우리 형한테는 비, 비밀로 좀...
근데 대표님 요즘 뭐 하고 지내요?
맨날 똑같죠, 뭐
지랄 반 성질 반
[지야의 옅은 웃음]
(지야) 토요일에 장 회장 칠순 잔치 갈 거지?
- (도경) 내가 거길 왜 가? - 왜 가다니?
(지야) 필요할 땐 써먹고 노인네 칠순 잔치에 안 가?
네 부탁도 들어줬다며
[헛웃음 치며] 누구 망하게 하는 거 도와줬다며
엄마랑 상관없는 남자도 아니고 안 간다는 게 말이 돼?
봉투에 일이백 담을 생각 마
좋은 거 사 와, 귀한 거 흔한 명품 말고
엄마 쪽팔리지 않게, 응?
[도경의 한숨] [지야의 옅은 신음]
(훈) 실례합니다 [훈의 헛기침]
(도경) 야, 후시 어떻게 됐어?
- (훈) 거의 다 됐어 - (도경) 에이씨...
(훈) 아, 진짜 다 됐어
(지야) 이번 잔치 때 사람들한테 엄마 소개시킬 거 같아
결혼할 여자로
그만하면 안 돼?
(도경) 두 번 갖고는 성에 안 차?
(지야) [헛웃음 치며] 새삼스럽게 왜 이래?
나 혼자만 좋자고 그래?
어디서 그런 큰손을 아빠로 둔다고 [지야의 옅은 웃음]
(도경) 내가 애야? 이 나이에 아빠가 왜 필요해?
남들은 잡지 못해 안달인 백이야
감지덕지나 하지는 못할망정
그냥 집에 들어와서
평범하게 식구들이랑 살아도 되잖아, 이제 [지야의 한숨]
(도경) 그래도 되는 나이잖아
그 노인네 또 여자 문제 끊이지 않을 거고...
(지야) 나 늙어서 돈 없으면 네가 나 봉양할래?
월 얼마 줄 건데? 얼마 줄 수 있는데?
나쁜 자식
[무거운 음악]
[지야의 분한 숨소리]
여자 얘기 그거 다 소문이야
나 만나고 하나도 없었어
[옅은 한숨]
[새들이 짹짹 지저귄다]
[의미심장한 음악]
[타이어 마찰음]
[도경의 힘겨운 신음] (상석)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 (도경) 와, 씨... - (상석) 저, 대표님인 줄 모르고...
(도경) 나 아니면 쳐도 되냐? 쳐도 돼?
(상석) 아이, 그, 그게 아니고요
죄송합니다!
[도경의 못마땅한 신음] [상석의 난감한 신음]
(종업원) 어서 오세요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도경) 아이스아메리카노 더블 샷요
(종업원) 네
[포스기 조작음]
[영수증 인쇄음]
(희란) [헛웃음 치며] 미치겠다
(종업원) 나왔습니다
- (도경) 뭐 하세요? - (희란) 어머, 안녕하세요
(희란) 오랜만에 봬요
아, 저 해영이한테 가끔 얘기 듣는데
근데 요즘 좀 바쁘신가 봐요?
뭐 재밌는 거 읽으시나 봐요?
[희란의 당황한 신음]
(희란) 이거 대표님한테 비밀로 해 달라고 했는데
그냥 모른 체해 주시면 안 돼요?
그렇게 형편없어요?
(희란) 아이, 뭐, 처음 쓰는 감독들 다 그렇죠, 뭐
그냥 딱 훈이 씨 같아요
아까 읽으시는 거 보니까 경멸하는 표정이던데
경멸하지는 않았고요
(희란) 대충 아실 거 아니에요
시나리오 수준
[희란의 한숨]
아, 좀 그러네요
읽어 봐 달래서 읽어 봐 주는 건데
제가 뭐 되게 잘못한 거 같네요
[애잔한 음악]
[한숨]
[도경의 한숨]
[도경의 한숨]
[문이 달칵 열린다]
(훈) 아이고, 배고파 뒈지겠다 [문이 달칵 닫힌다]
쯧, 아유
아, 안나 알바 끝나면 같이 족발 먹기로 했는데
아, 그냥 간단하게 라면이나 때릴래
먹을래?
[도경의 한숨] 먹을 거야, 안 먹을 거야?
이따가 한 입만 달라고 하기만 해 봐, 쯧
(도경) 너 이거 어디 어디 돌렸어?
(훈) 뭐가?
이게 왜 형한테 있어? 이거 어디서 났어?
(도경) 어디 어디 돌렸어?
김희란 피디한테밖에 안 줬어
형, 나 그래도
한 번만 해 보고 싶다
당장 일 그만둔다는 것도 아니고
(훈) 차근차근 준비해서...
- (도경) 하지 마 - (훈) 형...
너 조연출 몇 년 썩다 나왔어?
(도경) 1년에 고작 오륙백 받으면서
감독들 비위 맞춰 가면서 밤샘에 막노동에
여기저기 빌붙어서 얻어먹고나 다니고
시나리오 돌릴 때마다 무슨 거지새끼 동냥받으러 다니는 거처럼
온갖 멸시 다 당하고
너 8년 동안 그 짓 하고 나왔어
근데 그 짓을 또 해?
- (훈) 그래도, 형... - 내 밑에서 기술 배우면
(도경) 밥 벌어먹고 살고 그런 개무시 안 당해도 된다고
그래도 한번 해 보고 싶다!
(도경) 네 글 쪽팔리다고, 새끼야!
[애잔한 음악]
이딴 거로 안 돼, 쪽팔려
그러니까 정신 좀 차리라고, 이 새끼야
(훈) 이씨...
동생한테 그따위로밖에 말 못 하냐, 어?
[훈의 떨리는 숨소리]
나보다 더 쪽팔린 시나리오도 뻔뻔하게 영화 다 잘 만들어
관객도 다 들어
뭐, '쪽팔려'?
원래 존재 자체가 쪽팔린 거야, 아니야?
숨 달고 사는 거조차가 쪽팔린 거야
밥 먹고 사는 거도 쪽팔린 거고
쪽팔린다는 소리 듣는 것도 쪽팔린 거야
쪽팔린 게 뭐 어때서?
그게 뭐, 죽을 짓이야?
형은 쪽팔리면 못 살지? 못 견디지?
난 쪽팔려도 안 죽어
그러니까 내가 위너야, 알아?
난 사람들 밑에 깔려서 내가 쓴 글 씹어 대는 거 들으면서
그냥 죽어라 쪽팔리게 살 거니까 놔두라고!
(도경) 너 어디 가서 개무시당하는 거 못 본다고, 이 새끼야!
그러니까 내 밑에서 빨리빨리 소리나 배우라고
이 답답한 새끼야, 씨...
(훈) 형
사람들이 형 존경하는 줄 알지?
다 욕해
그렇게 어금니 꽉 깨물고 살아서 뭐 하게?
한 번 사는 인생 꼴리는 대로 살게 그냥 놔두라고!
[현관문이 철컥 열린다] [도어 록 작동음]
[현관문이 쾅 닫힌다] [한숨]
[안나의 짜증 섞인 신음]
(안나) 아, 왜 그러는데?
무슨 일인데 그래?
말 안 해, 진짜?
(훈) [떨리는 목소리로] 형이
내 시나리오
쪽팔리대
[훈이 울먹인다]
죽이자, 박도경
(안나) 그 개자식 자기가 잘난 줄 알아
내가 죽일게
(훈) 야, 야, 야, 야, 야, 일로 와 [안나가 씩씩거린다]
(안나) 말리지 마! 죽일 거야 [훈의 다급한 숨소리]
[잔잔한 음악] 아, 놔! 씨
이씨, 박도경 짜증 나!
[안나가 훌쩍인다]
[안나가 흐느낀다]
박도경 짜증 나
[안나가 계속 흐느낀다]
[떨리는 한숨]
[애잔한 음악] [풀벌레 울음]
(훈) 형, 사람들이 형 존경하는 줄 알지?
다 욕해
그렇게 어금니 꽉 깨물고 살아서 뭐 하게?
아빠는 사라지는 게 좋아요?
사라지는 걸 인정하면
애먼 데 힘주고 살지 않아
[문이 달칵 닫힌다]
아빠!
(어린 도경) 아빠, 아빠!
[도경 부의 힘겨운 신음] 아빠
[도경 부의 웃음]
- 아빠 - (도경 부) 응
[도경 부의 장난스러운 신음]
(어린 도경) DMZ에선 무슨 소리 땄어요?
(도경 부) 음...
군인 아저씨들이 철책 흔들면서 점검하는 소리
음, 북한에서 방송하는 소리
새소리
(어린 도경) 아빠는 세상에서 어떤 소리가 제일 좋아요?
(도경 부) 음...
아빠는 세상에서
우리 도경이 목소리가 제일 좋아
[도경 부와 어린 도경의 웃음]
[도경 부의 장난스러운 웃음]
(어린 도경) 내일 어린이날인데
우리 어디 가요?
- 어디 갈까? - (어린 도경) 어...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비웃음]
여편네는 꼴 보기 싫어도
자식새끼는 보고 싶은가 보지?
아주 뜨문뜨문 집구석에 들어오는 거 보면?
[애잔한 음악]
[젊은 지야의 비웃음]
(젊은 지야) 소리 따는 직업 아니었으면
무슨 핑계로 집에 안 들어왔을까 몰라
직업 잘 정했네, 그렇지?
[옅은 한숨]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쾅 닫힌다]
[도경 부의 장난스러운 신음] [어린 도경의 웃음]
[밝은 음악] [새들이 짹짹 지저귄다]
[도경 부의 힘겨운 신음]
[어린 도경의 기합] (도경 부) 도경아, 얼른 와
(어린 도경) 아빠!
[어린 도경의 기합]
- (어린 도경) 아빠! - 도경아, 위험해
- (도경 부) 이쪽에서 놀아 - (어린 도경) 네
[아름다운 음악] [나비가 파드닥거린다]
[기계 조작음]
아빠!
(어린 도경) 나비가 날갯짓할 때도 소리가 나요?
들어 봐
- 안 나는데요? - (도경 부) 잘 들어
[마이크가 삐그덕거린다] [무거운 효과음]
[도경 부의 놀란 신음] [의미심장한 음악]
[파드닥거린다]
아빠
(어린 도경) 아빠!
아빠
아빠, 아빠!
[기계 작동음]
[가쁜 숨소리]
아빠!
(어린 도경) 아빠, 아빠!
빨리 일어나!
아빠, 일어나!
[어린 도경의 다급한 숨소리]
[애잔한 음악]
[흐느낀다]
[어린 도경의 다급한 숨소리]
[어린 도경의 힘주는 신음]
[어린 도경의 힘주는 신음]
[힘주는 신음]
[숨을 헐떡인다]
[어린 도경의 용쓰는 신음]
[떨리는 숨소리]
[땅을 팍 찬다]
[힘주는 신음]
[어린 도경의 가쁜 숨소리]
[어린 도경의 용쓰는 신음]
[힘주는 신음]
[어린 도경의 힘겨운 신음]
[용쓰는 신음]
[어린 도경의 힘겨운 신음]
[지친 숨소리]
아빠, 더 이상 못 가겠어
그만 일어나
[다가오는 자동차 엔진음]
[애잔한 음악]
사라지는 걸 인정하면
애먼 데 힘주고 살지 않아
[소리치며] 왜 마음대로 사라져! 왜!
[가쁜 숨소리]
(어린 도경) 난 절대 사라지지 않을 거야!
[어린 도경의 분노 섞인 외침]
[어린 도경의 분노 섞인 외침]
[땅을 팍 찬다]
[어린 도경이 서럽게 운다]
[심장 박동 효과음]
[해영의 울먹이는 숨소리] [심장 박동 효과음이 계속된다]
[해영이 훌쩍인다]
[심호흡]
[휴대 전화 진동음]
[한숨 쉬며] 다섯 번 울리고 받으려 그랬는데
세 번 만에 받았어
나는 너무 쉬워, 그렇지?
전화를 했으면 말을 해야 될 거 아니야!
왜 아무 말도 안 해?
아직도 재니?
[해영의 떨리는 숨소리]
와 줘
내가 뭐,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쉬운 여자인 줄 알아?
보고 싶어
[잔잔한 음악]
[도경의 떨리는 숨소리]
보고 싶어
[대문이 철컥 닫힌다]
[옅은 웃음]
[해영의 새어 나오는 웃음]
[옅은 웃음]
[해영의 옅은 웃음]
난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쉬운 여자야
자
이제 뭐 해 줄까?
좀만
안아 줘라
[설레는 음악]
[해영의 신난 웃음] [도경의 옅은 웃음]
왜 어디 가는지 안 물어봐?
상관없어, 어디든
나는 쉬운 여자니까
고맙다, 쉬운 여자라서
(해영) 여자가 마음먹고 쉬워지기가 얼마나 힘든 줄 알아요?
이제 왔다 갔다 하면 죽여 버릴 거야
왜 대답 안 해? 또 왔다 갔다 하려나 보지?
왔다 갔다 안 해
(해영) 예! [해영의 웃음]
넘어왔어, 박도경!
우와! [해영의 웃음]
[해영과 도경의 웃음]
[해영의 탄성]
[해영의 놀란 탄성] (해영) 아, 차가워!
(해영) 언제부터 내가 좋았나?
내가 맞혀 볼까?
처음 봤을 때부터
- (도경) 아니 - 그럼?
네가 반장 선거 때 너 찍었다고 했을 때부터
헐, 그게 왜? 완전 쪽팔린 건데
(도경) 쪽팔린 걸 쪽팔리다고 말할 줄 아는 용기
좋아 보였어 [해영과 도경의 웃음]
별게 다
나 쪽팔린 거 엄청 많은데
더 얘기해 줄까?
(해영) 어...
초등학교 들어가서 처음 받아쓰기 20점 받았고
그리고 또
어, 대학 신입생 때 오티 가다가
오줌 마려워서 관광버스 세워 봤다
[질색하며] 그때 진짜 쪽팔렸는데
(해영) 어, 나 버스에서 떨어진 적도 있었는데
그, 버스 맨 뒷좌석이 좀 높잖아요
맨 뒷좌석 창가에 앉아서 졸다가 창밖으로 떨어졌는데
놀라운 거, 하나도 안 다쳤다는 거
막 쪽팔려서 달려서 도망갔다는 거
[해영과 도경의 웃음]
[지글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해영) 팅
오, 마시게?
[도경이 피식 웃는다] [해영의 웃음]
[탁 튀는 소리가 난다] 아, 뜨거워!
(도경) 에이, 줘, 내가 할게
(해영) 아, 됐어요, 뜨겁다 말아요
내가 여기서
[애교 섞인 목소리로] '해영이 요기 아파, 호 해 줘'
그럼 어떡할 거예요?
- 죽는다 - (해영) 응, 그럴 거 같았어 [발랄한 음악]
(해영) 내가 여기서 먹여 달라고 '아' 하면?
안 해, 안 해, 안 해
안 할 테니까 걱정 말고 들어요
(해영) 자르지 말고 한 마리 다 입에 넣어요
어유, 즙이 쭉쭉 그냥, 먹어 봐요
으음, 그냥 먹어요, 찍지 말고
그래야 조개 맛이지
맛있죠?
[도경의 옅은 웃음] [해영의 웃음]
그때 너희 부모님이랑 삼겹살 먹던 거
(해영) 응
- 좋았어 - (해영) 뭐야?
사람 완전 대차게 차 놓고
우리 엄마 아빠 쇼하는 게 재밌었나?
[피식 웃는다]
너희 엄마가 [애잔한 음악]
지난번에 방범 창도 고마웠고
(덕이) 진작에 밥 한 끼 대접했어야 됐는데 [경수의 옅은 웃음]
인사가 늦었어요, 들어요 [경수의 헛기침]
내 밥에 고기 얹어 주던 거
뭐 그딴 거로 감동을 해?
없어 보이게
말만 해요, 내가 매 끼니때마다
그쪽 밥에 고기며 김치며 다 올려 줄 테니까
먹어요
(해영) 내가 밤새 그쪽 그릇에 다 얹어 준다
[옅은 웃음]
[설레는 음악]
아, 이건 너무 큰 거 같다 [옅은 웃음]
[수경이 프랑스어로 중얼거린다]
[자동차 경적]
(진상) [프랑스어] 오, 아가씨, 오늘은 일찍 들어오시네?
[신난 웃음]
[진상이 숨을 하 내뱉는다]
[진상의 헛기침] [익살스러운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한국어] 와, 밤일 나가니?
오늘의 드레스 코드
(진상) [흥얼거리며] 루프톱 파티, 어, 루프톱 파티, 호!
루프톱 파티, 어, 루프톱 파티, 어 [수경의 한숨]
루프톱 파티, 후!
루프톱 파티, 루프톱 파티
루프톱 파티, 오, 루프톱 파티
루프톱 파티, 루프톱 파티, 후! [야릇한 효과음]
루프톱 파티, 오, 루프톱 파티
루프톱 파티 알지?
우리말로 옥상 파티 [수경의 호응하는 신음]
(진상) 요즘 잘나가는 애들은 다 거기로 모인다는 거
이따 봐
[흥얼거리며] 루프톱 파티, 오, 루프톱 파티
루프톱 파티, 루프톱 파티 [진상의 설레는 탄성]
[한숨] [차 문이 달칵 열린다]
호! 루프톱 파티 [차 문이 탁 닫힌다]
[자동차 엔진 시동음] 오, 루프톱 파티
[수경과 진상이 프랑스어로 인사한다]
[프랑스어로 말한다]
(지킴이1) 진짜 한참 들어가네, 아유
- (지킴이1) 아, 무섭겠다 - (지킴이2) 빨리 가자
[옅은 신음]
가시죠
어, 저희 교대 시간이라...
아, 진짜예요
[탄성]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음산한 효과음] [지킴이1의 놀란 신음]
얼굴 없는 아가씨
(수경) 가시죠! [익살스러운 효과음]
[흥미로운 음악]
(지킴이1) 가, 가시죠
[지킴이1의 한숨]
(수경) 천천히 가세요
- (수경) 저녁 드셨어요? - (지킴이1) 네?
(수경) 저는요
여러분이 자랑스럽습니다
[지킴이들의 당황한 신음] [수경의 웃음]
[수경이 숨을 후 내뱉는다] [수경이 프랑스어로 말한다]
[쪼르르 따르는 소리가 들린다]
주스!
(수경) 앉으세요
(지킴이1) 아니, 저희 진짜 괜찮은데...
(수경) 안전하게 집까지 데려다주셨는데
그냥 보낼 수야 있나요
[수경의 재촉하는 신음] [지킴이1의 한숨]
저희 진짜 괜찮아요
앉으세요!
[익살스러운 음악]
[옅은 한숨]
(수경) 천천히 드세요
한 가지 여쭤봐도 될까요?
몇 명의 남자랑
자 보셨습니까?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지킴이1의 당황한 숨소리]
[어색한 웃음]
우, 우리 때야 뭐...
제 나이
[작은 소리로] 마흔넷
(수경) 같이 자 본 남자 수가
[반짝이는 효과음]
[미심쩍은 신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두 명 반
[지킴이2가 콜록거린다]
저보다 많으신가 봅니다?
(수경) 전
자면
좋아집니다
좋아서 자는 게 아니라
자면
그 사람이 좋아집니다
근데 하필
그 병, 개띨빵 새끼랑!
[익살스러운 음악]
[거친 숨소리]
[수경의 한숨]
다들 나보고 쿨하다니 시크하다니 하는데
전 쿨, 시크
그런 거 잘 모릅니다
자면 끝까지 가야 되는 거 아닌가요?
이 우주의 이렇게 많은 몸들 가운데
한 몸과 한 몸이 합칠 확률이
그건 끝까지 가야 되는 운명 '데스티니' 아닌가요?
근데 하필
아무하고나 허구한 날 합쳐 대는
누구랑 잤는지도 모르는
그! 병 [익살스러운 효과음]
개띨빵 새끼랑! [익살스러운 효과음]
띨빵 새끼랑!
그 병, 개띨빵 새끼랑! [익살스러운 효과음]
[옅은 한숨]
나가
나가
나가! 나가, 나가, 나가
거기 아니야, 저기야!
나가, 나가, 나가, 나가, 나가, 나가!
나가!
(훈) [한숨 쉬며] 내가
그 자식 여섯 살 때 처음 대면했을 때부터 알아봤어
개싸가지
[한숨 쉬며] 내가 일주일 내내
'형, 형' 이러면서 쫓아다녔는데
그 자식이 일주일 만에 나한테 한 말이 뭔 줄 알아?
'너, 너희 집에 가'
[안나와 훈의 웃음]
[한숨 쉬며] 근데 내가 여태 그 집에서 산다
같은 박씨인데 친형제 아니었어? [훈이 소주를 쪼르르 따른다]
야, 너는, 씨, 그러면 유씨끼리 다 친형제냐, 어? 쯧
(훈) 자식새끼들 아빠 다른 거 티 안 나게 하려고
엄마가 결혼할 때 나름 박씨 중에 골랐나 보지
[입소리를 쩝 낸다]
동거하자, 우리!
동거한다고 하면 형이 난리 날 텐데
'와, 이거 뭐라고 그래야 되나' 그랬는데
뭐, 그딴 자식 상관없고 이제 뭐, 형도 아니고, 어?
나도 이 배알이 있지 나 이제 그 집에서 안 산다
아깐 아저씨 죽이고 싶었는데
이젠 안아 주고 싶다
누구를 안아 주고 싶어?
(안나) 아저씨
(훈) 그 자식을 왜?
(안나) 친형제인 줄 알았을 땐 죽여 버리고 싶었는데
[한숨 쉬며] 피 한 방울 안 섞인 형제라니까
아저씨가 오빠 무지 사랑하는 것 같아서
아저씨 안아 주고 싶어
고맙다고 [애잔한 음악]
[훈의 못마땅한 신음] [쿵 소리가 난다]
(훈) 야, 너 여태까지 뭐 들었어? 개싸가지라니까!
[속상한 신음]
(안나) 어이구
오빠가 내 애인이라 다행이다 [안나의 옅은 웃음]
내 품에 와서 다행이야
딴 년 손에 갔으면 안쓰러워서 어떡할 뻔했을까?
[안나의 옅은 웃음] [훈의 성가신 신음]
(훈) 아, 몰라, 절로 가, 나 귀찮아, 삐졌어
[안나의 애교스러운 탄성] 아, 가, 절로 가, 아, 싫어
아, 아, 잠깐... [훈의 당황한 신음]
야, 잠깐만, 야, 야, 야, 야, 야, 야
(해영) 많이 취한 거 같은데
어디
들어갈까요?
[간판이 달칵 꺼진다]
[간판이 지직 켜진다]
(도경) 대리 불렀어
[흥미진진한 음악] (해영) 예?
잠깐만, 우와...
우와, 오, 나 술이 확 깨네
여기서 대리가 왜 나와요, 대리가?
상식적으로 말이 돼요? 여기서 대리를 부르는 게?
(도경) 왜?
(해영) 아니, 생각을, 응?
생각을 해 봐요, 여기서...
음, 뭐, 서울까지 못해도 20만 원 나오겠구먼
- (도경) 30만 원 - 응? 30?
3만 원이 아니고 30만 원?
[어이없는 한숨]
아니, 이게 지금 뭐, 땅 파면 그냥 막 나오는 돈...
[황당한 신음]
어, 나 황당해서 말도 꼬여
아, 뭐, 좀 깎아 달라고 해 보든가
(해영) 아니, 지금... [황당한 웃음]
지금 그런 게 아니잖아요
지금, 어... 이런 분위기에
우리가 같이 바다까지 와서 술도 한잔하고
키스에 포옹까지 다 했는데
여기서 대리를 부르는 게 말이 되냐고요!
[놀라며] 그럼 나보고 운전하라고?
[옅은 웃음]
(해영) 여기가 홍대야? 여기가 강남이야?
이 생시골에 대리가 어디 있다고 대리를 불러?
(기사) 안녕하세요, 대리 기사입니다
- (기사) 서울 가는 거 맞으시죠? - (도경) 네! [댕 하는 효과음]
- (기사) 차 키 좀 - (도경) 네
(해영) 잠깐만... [해영의 어색한 웃음]
저기, 30만 원은 좀 아니지 않아요?
그 돈이면, 응?
[익살스러운 효과음]
[반짝이는 효과음] 어디...
제가 20만 원에 모실게요
[익살스러운 음악] (기사) 저도 어차피 서울 들어가는 길이라...
[휙 하는 효과음] [으르렁거리는 효과음]
[깨갱거리는 효과음]
18만 원? [휙 하는 효과음]
콜, 15만 원
아, 15만 원에 가시죠
아이, 저도 남는 게 있어야죠
[으르렁거리는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도경의 옅은 웃음]
[해영이 혀를 쯧 찬다]
여자는 모텔 같은 데서 자는 거 아니다
치, 여자는 모텔 같은 데서 자는 거 아니면
이 쌔고 쌘 모텔에 다 남자들만 들어가나 보지?
(도경) 그만하자 [해영의 코웃음]
하여간 더럽게 재
(해영) 여자가 작정하고 쉽게 나가겠다는데
나중에
좋은 데서 자자, 우리
[설레는 음악]
(해영) [애교 섞인 목소리로] 언제요?
[애잔한 음악]
(도경) 가 보자
끝까지 가 보자
.또! 오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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