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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의열대야 9

#1. 운전 면허학원 앞 철길

    영심, 설레임 가득한 표정으로 허밍음 읊조리며.. 아쉬움으로 뒤도 돌아보며 그렇게 걸      어 나오는데..
    한순간 발견하고 화들짝 놀란 채 두눈 휘동그래져서 멈춰서는 영심.
    영심의 바로 앞에 무서운 표정의 지환이다!

영심        여,여보? (하는데)
지환    (무서운 기세로 영심의 뺨을 홱 날린다)
영심        (휘청하고)... ... (가까스로 몸을 바로해 아픔보다는 너무 놀라서 남편을 바라보          며) 여,여보?
지환        (부들부들 무서운 기세로 노려보는)

#2. 병원 의사방

의사        박정우씨.. 미만성..뇌간교종이예요.
정우        네? 그게.. 뭔데요?
의사        뇌종..양의 일종이예요.
정우        (모든 것이 한순간 일시정지)... ...
의사        ... ...
정우        죄송..한 말씀..이지만 제 생각엔 오,오진.. 같은..데요? 뭔가..착오가..
        어어, 저,저거 다른 사람 필름이랑 바뀐 거 아니예요? 하,한번 화,확인해 보시죠?
의사        (가로젓는) 잘 들으세요 정우씨. 뇌간교종은 뇌종양 중에서두 워낙 악성인데, 정우          씨 경운 지금 위험한 위치에 종양이 넓게 퍼져 있어요.
정우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서 고개를 가로저으며) 아,아닐 거예요! 아니라니까요?
        난 진짜 아니라구요? 예? 아니예요? 아니예요? 저거 내꺼 아니예요 선생니임?

#3. 거리, 지환의 차안

    숨막히는 긴장과 정적 속에 말없이 나란히 앉아있는 지환과 영심.

지환    ... ... (간신히 안간힘으로 삭히느라 힘이 든다)
영심        ... ... (뭔가가 많이 두렵고, 이런 남편의 모습 처음이다!)

#4. 병원복도

    완전히 넋이 나간 채, 휘청휘청 시체처럼 걸어오는 정우.

의사        (E) 종양이 이미 뇌간을 거의 다 차지하구 있어서 이 상황에선 수술은 의미가 없어          요. 방사선 치료와 항암요법을 병행하면 10개월에서 1년 정도 살 수가 있는데 대신
        뇌의 신경손상 부위에 따른 장애로 언어마비, 반신마비, 의식장애가 올수 있어요.

    풀썩, 긴 복도 한가운데 무릎을 꿇고 주저앉고 마는 정우.
의사        (E) 하루빨리 치룔 받지 않으면 3개월두 넘기기 어려운 상황이예요.

    미동도 없이 눈물도 없이 사람들 바쁘게 지나다니는 긴 복도 한가운데 그저 멍하니 우      두커니 앉아있는 정우. 정우의 텅 비어버린 두 눈..

#5. 동 지환의 차안 

    지환과 영심, 한차례 감정의 폭풍우가 거세게 지나가고 다소 평정을 찾은 모습으로..

지환        (자신의 행동이 도저히 믿기지 않고 이 상황 몹시 당혹스럽다)
영심        오,오해야. 오,오해야 여보. 다,당신이 뭐,뭔갈 오,오해한 거 같은데.. 
        아,아냐. (그리고 스스로에게도) 어어 아냐. 그래 아,아냐 여보?  
지환        (무안하고 창피하고 스스로가 용납이 안돼 몹시 힘들다)... ...
영심        아냐 어? 지,진짜루 진짜루 아냐 여보? 마,말이 아,안돼잖아.
        나,난 그,그렇다 쳐두 그,그사람이 뭐,뭐가 부,부족해서 나,나 같은 걸, 
        마,말 안돼잖아. 그거 증말 말 안되는 거잖아.
        새,생각해봐? 나,나 아,아줌마야. 거,것두 애가 두,둘이나 딸린 아줌마. 
        내,내가 뭐,뭐 볼 거 있어서, 나,나 같이 볼품 없는 여잘.. 거,건 당신이 더 
        잘 알잖아. 그사람, 좋아하는 여자 이,있어. (한없이 쓸쓸한) 나랑은 비,비교두 
        안되게 예쁘구 똑똑하구 멋진 여자.. 있어. 아,아냐 난. 그래..아냐..난.
지환        (자신도 모르고 있었던 자신의 치부를 들켜버린 무참함으로)... ...
영심        그,그냥 조,좀.. 친한..사이야. 나,남자 여,여자 마,말구.. 나,남자 여자 그거, 
        마,말 안돼니까 편하게.. 아,아무.. 얘기나 막 할 수 있는 그런..사이.. 
        당신이.. 오해..한 거야 여보?
지환        (안간힘으로) 미,미안..하다. 아,아깐 잠깐..내정신..아녔어. 미안..해. 
        시,실수..했어 내가.
영심        (혼자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하는) 
지환        (처음으로 바라보며) 때,때린..거 잘못..했어. 증말..미안해.
영심        (글썽해져서 그저 아니라고 가로젓는)
지환        택시 타구 집에 가. 난 바람..좀 쐬구 그러구 들어갈게.
영심        (그저 끄덕이고, 내린다) 
지환        ... ... (차마 아내 얼굴 보고 인사할 엄두가 안나서 그냥 휑하니 출발한다)
영심        ... ... (그저 바라보고 있는)

    지환의 차, 영심을 남겨놓고 인사도 없이 도망치듯 빠르게 달려나간다.

영심        ... ... (일시에 긴장이 풀어지면서 휘청거리고, 서 있을 힘조차 없어 주저앉는다)

    바쁘게 달려가고 달려오는 무수한 차들.. 행인들.. 뒹구는 낙엽들 속에..
    영심, 그렇게 인도 한가운데 몸을 웅크리고 주저앉아 있다. 
    어떤 알수 없는 두려움이 한없이 밀려온다.

#6. 다른 거리 

    뒹구는 낙엽길을 정우, 넋이 나간 얼굴로 정처없이 걷고 또 걷고 있다.
    지나가는 행인과 툭, 하고 부딪쳐 휘청하는 정우. 행인 미안하다고 인사하고 떠나고..
    정우는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다. 머릿속이 텅 비어서 아무 생각도 아무런 느낌도       없다.

#7. 지하철 역사

    계단을 내려가고 있는 영심.. 계단 한가운데 멍하니 멈춰서는 영심, 남편에게 맞은 뺨      에 가만히 손을 대어본다.
    영심, 정우 향한 자신의 마음이 남편한텐 죄 짓는 일임을 비로소 실감한다.

#8. 다른 지하철 역사 (충무로 역같은 계단이 엄청 긴 환승역) 

    무수한 사람들 모두 상행 하행 에스컬레이터에 올라 긴 역사를 올라가고 내려가고 있는      데..
    상하행 에스컬레이터 사이에 낀 역사 한가운데의 긴 계단을 또박또박 혼자서 올라가고      있는 정우. 정우, 멍한 표정으로 그저 계단을 오르고 또 오르고..
    
#9. 지하철 역 입구 

    역 입구로 나온 정우, 여기가 어딘가? 어디로 갈까? 휘- 둘러본다.
    정처없이 온 터라 목적도 방향도 없다. 갑자기 막막해진 정우의 눈에 몹시 유쾌하게 보      이는, 극장에 매달려 있는 영화 포스터가 눈에 들어온다. 
    정우, 다음 목적지를 찾은 듯 안도하며 극장을 향해 걸어간다.

#10. 극장 안

    스크린에선 한창 코믹영화의 한장면이 상영되고 있다.
    사람들 웃음 소리 여기저기서 터지고..
    그 속에 정우, 팝콘을 먹으며 음료수를 마시며 극장 안 사람들과 똑같이 낄낄거리며 웃      고 있다. 정우, 아무 생각없이 그저 영화 관람온 사람들과 똑같은 모습으로 그렇게 영      화에 몰입해서 화면을 따라 웃고 찡그리고 주인공들을 쫓아다닌다.

#11. 민원장 저택 거실

    영심, 기운없이 들어오고..

영심        다녀왔습니다. (그저 2층으로 올라가려는데)
나여사        어떻게 됐니?
영심        네? 뭐가..요 어머니?
나여사        뭐긴 뭐야? 운전면허? 오늘 학과 보는 날이라면서? 붙었어? 떨어졌어?
수현        뻔한 걸 뭣하루 물어봐? 입 아프게. 표정 봐? 저게 어디 붙은 사람 표정이야?
        떨어져두 아주 심하게 떨어진 거 같은데? 
나여사        떨어졌어?
영심        네.
나여사        그럼 그렇지. 아우 니가 무슨? 내 그럴 줄 알았어. 아까운 돈만 홀랑 날리지 싶었          어 내가. 그래두 그렇지 얘, 무슨 행시 사시두 아니구 개나 소나 다 붙는 그딴 시          험을 떨어지구 그러니 넌? 일흔 넘은 노인들두 다 패스하는 걸? 아우 내가 다 창피          하다 얘? 
영심        ... ..
수현        학과 그거 60점만 넘으면 다 붙는 거 아냐? 어머, 그럼 언닌 도대체 몇점을 받았단          소리야? 세상에! 60점두 못 넘겼어? 아우 도대체 난 이해가 안되네? 엉? 난 눈 감          구 쳐두 기본상식으루라두 60점은 넘겠다? 맨날 교재 들구 다니면서 공부하는 거           같더니 어쩌다가 그랬어 언니? 왜에? 오엘말 카드 작성 잘못 했어?
영심        ... ...
나여사        아우 집안의 수치다 수치! 엉? 우리 민씨 가문에 운전면허 학과 떨어진 사람은 얘,          너 하나밖에 없을 거다. 너 어디 가서 운전학원 다닌다 소리 아예 하지두 말어? 알          았어? 그리구 웬만하면 여기서 관둬. 괜히 생돈 날리지 말구 안되는 머리루 끙끙           대지말구 그냥 관둬. 니가 면허 따서 뭐하게? 뭐 나 운전해 줄려구?
영심        ... ... 올라..갈게요.
나여사        그래. 얼른 옷갈아 입구 내려와서 솥뚜껑 운전이나 해? 저녁, 만두 빚어서 전골 해          먹자. 너 그건 잘 하잖아? 
영심        (그저 기운없이 올라가는데)
수현        (E) 주제에 무슨! 
나여사        (E) 무슨 얘가 쟤는 집안 일 빼군 뭐 하나 잘 하는 게 없어? 닭머리 새머리두 아니          구 젊은 애가 어떻게 그걸 떨어져 그래? 아우 천만다행이야 천만다행! 우리 건호랑          지원이 쟤 머리 닮았음 어쩔 뻔 했어? 평생 암흑 아냐? 간담이 다 서늘하다 얘.
수현        (E) 것두 뭐 두구봐야 알지. 건호야 머리두 좋구 오빠 그대루 판박이지만 지원인           영판 저이엄마 닮았잖아 왜? 

#12. 영심 부부방

    기운없이 들어와 풀썩 침대로 가 앉는 영심.
    모든 것이 엉망이다. 왜 이런지 모르겠다. 나는 왜 이것밖에 안되는지 모르겠다.
    정우에게도 남편에게도 식구들에게도.. 나는 왜 이것밖에 안되는지 모르겠다.
    눈물이 흐르는 영심.

영심        넌 왜 이렇게 못났니? 오영심? 넌 왜 이렇게 한심한 거니? 넌 왜 이것밖에 왜 이정          도밖에 안되는 거니? 식구들한테두.. 그이한테두.. 정우씨한테두.. 넌 왜 이정도밖          에 안되는 거니? 

    영심, 하염없이 슬프게 운다.

#13. 대형서점 안

    건축서적 코너.. 목적없이 책을 고르는 정우. 이 책 저 책 집어서 들여다보는 정우.
    정우, 서적 한권 들고 들여다보는데 도저히 집중이 안돼 제자리에 놓고 자리를 뜬다.
    정우, 통로를 지나 입구로 향하는데.. 문득 멈춰서고 뒤돌아보면 여행서적 코너 진열대
    위에 놓여져 있는 프랑스와 빠리에 관한 책들!
    다가가는 정우. 정우, ‘빠리’ 책을 집어서 들고 응시한다.
    정우의 눈이 미세하게 출렁이고..
    정우, 책을 넘겨 들여다본다. 칼라사진으로 아름답게 담긴 빠리의 여러 모습들 뚫어지      게 보고 또 보는 정우.
    프랑스와 빠리 책 두권을 골라서 계산대에서 계산하는 정우.

#14. 시내 여행사 앞

    정우, 여행사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다.
    정우, 들어간다.

#15. 여행사 안

    정우, 직원 앞에 가서 앉는다.

직원        뭘 도와드릴까요? 어디 여행 가시게요?
정우        아뇨. 유학..이요.
직원        아 네에. 어디루요?
정우        빠리..요. 릴이란 도시에서 우선 1년간 어학을 할 계획인데 직항은 없을 테니 일단          빠리루 들어가야 되죠?
직원        네. 그럼요. 드골루 들어가야 되죠. 오늘 예매 하실 껀가요? 언제쯤 표루 알아봐드          려요?
정우        2월..에 떠나려구요. 2월 중순쯤 표루 알아봐주세요.
직원        (컴퓨터 조회하는데) 
정우        지금 바루 발권 되죠? 
직원        아직 날짜 여유 많은데 오늘 바루 표 사시게요? 계획이 변경될 수두 있잖아요? 
정우        아뇨. 계획 변경 같은 건 절대 없을 겁니다. 지금 바루 발권해주세요.
직원        네에.. 그러죠 뭐. (컴퓨터 조회하는)
정우        ... ...

#16. 정우 고시원 방

    정우, 씻고 수건으로 얼굴 닦으며 들어오고.. 벽거울 보며 스킨을 바른다. 
    정우, 자신의 얼굴 뚫어지게 응시하며 천천히 스킨을 바르고 로션을 빠진 데 없이 골고      루 잘 바른다.
    수건 널고 잠바와 바지도 잘 걸어놓고.. 책상에 가 앉는 정우.
    책상 위엔 항공권이 놓여져 있다.
    정우, 파리행 항공권 응시한다. 간다! 꼭 간다! 계획변경 같은 건 절대로 없을 것이다!
    정우, 항공권 서랍에 잘 넣어놓고, 불어사전을 꺼내고 교재를 꺼내고 테잎을 틀고,
    불어공부를 시작한다. 카세트에서 흘러나오는 회화를 그대로 따라 발음해보는 정우.
    교재를 들여다보고 쓰고 발음하고 암기하는 정우, 필사적이다! 
    정우의 그 모습, 눈물겹다.

#17. 인테리어 사무실

    다 퇴근해서 고요하고 어두컴컴한 사무실 안.
    지혜, 혼자 우두커니 앉아 정우의 전화번호가 떠 있는 핸드폰 응시하고 있다.

정우        (E) 나, 유학 가. 2월에 떠나.
지혜        (핸드폰을 누르려는데)
정우        (E) 앞으룬 나한테 전화하지마. 오늘처럼 찾아오지두 마. 나, 니전화 이젠 안받아.
        나, 앞으룬 너 안만나.
지혜        (핸드폰 덮으며 힘들어 하는)... (어떻게야 좋을 지 모르겠다!)

#18. 스쿼시장

    지환, 땀 뻘뻘 흘리며 맹렬하게 공을 치고 받아내고 있다.
    정신없이 쉼없이 공을 따라 뛰어다니던 지환, 한순간 멈춰서며 떠올린다.
    *플래시 백.. 운전학원 앞, 영심의 뺨을 저도 모르게 날리던 지환의 장면!
    지환, 도저히 스스로가 용납이 안되고.. 라켓을 거칠게 던져버리는 지환. 
    지환, 주먹으로 벽을 내리친다. 생각할수록 스스로에게 화가 난다.

#19. 가흔의 거실

    가흔, 음악 들으며 화집 들여다보고 있는데.. 초인종 울린다.
    가흔, 11시 넘어가고 있는 벽시계 힐끗 보며 의아해한다.

가흔        (인터폰 들고) 누구..세요?
지환        (F) 나.
가흔        (놀라는) 민지환?
지환        (F) 음.
가흔        (놀라움과 반가움으로 열고 설레어하며 빠르게 현관으로)

    술에 취해 조금 비틀거리는 모습으로 들어오는 지환.
    가흔, 어? 설레임 일시에 멎으며 의아해한다.

지환        자는 거 깨운 거 아니지?
가흔        어. (이 시간에 나타난 지환도 의아한데 게다가 술까지?)... 뭐..니 너?
        이 시간에? 게다가 술까지 먹구서?
지환        ... ... (그저 들어간다)
가흔        (갸웃하며 따라 들어간다)

    소파에 풀썩 쓰러지듯 앉는 지환.

가흔        물 한잔 갖다 줘?
지환        아니. 물은 됐구 술이나 한잔 더 마시자. 혼자 마시니까 영 재미가 없더라.
가흔        (뭐라고 하려다 말고 선선히 술을 가지러 간다, 뒤를 돌아보면) 
지환        (고개를 떨군 채 무겁게 앉아있다)
가흔        (?)

    *시간경과..
    술을 마시고 있는 지환과 가흔.

가흔        (놀라움으로) 니가? 민지환이가? 
지환        ... ...
가흔        (믿을 수가 없어서) 허.. 그걸 지금 나보구 믿으라구 하는 소리니? 난 못 믿겠어.          다른 사람두 아니구 어떻게 민지환이가..? 난 니가 느이마누라 쫓아서 운전학원까          지 갔다는 그거부터가, 것부터가 안 믿겨져. 증말..갔어? 니,니가? 왜에? 
지환        모르..겠어. 나두 내가 왜 거기까지 갔는지? 그,그냥 오랜만에 저녁이나 같이 먹자          그러려구.. 그러려구 갔는데.. 
가흔        갑자기 니마누라랑 오랜만에 저녁이 왜 먹구 싶어졌던 건데 그럼?
지환        ... ...
가흔        너 설마 니 마누라 의심..하구 있었니? 
지환        아냐. 그런 거. 
가흔        그럼 왜 간 건데?
지환        ... ... 모르..겠어 나두. 
가흔        (어?)... ... 
지환    지원엄마 볼 면목이 없어. 넘 창피하구 당황스럽구 암튼 무지 쪽팔렸어. 벌거벗고          대로 한복판에 서있는 기분.. 나두 모르구 있던 내 치불 한순간에 들켜버린 것             같은 무참한 기분.. 지원엄마두 놀랬겠지만 실은 내가 더 놀랐어. 나 스스로한테.
가흔        (어떤 예감으로 놀라고 쓸쓸해지는)... ...
지환        잠깐 동안 내가 내가 아니었던 거 같아. (깊은 한숨) 후우.. 수습이 안된다 증말!          어떡하냐 나? 애들엄마 얼굴 앞으루 어떻게 보냐? 
가흔        민지환.
지환        어.
가흔        너, 니마누라.. 사랑..하니?
지환        사람 한참 심각하게 고민하구 있는데 뜬금없이 무슨 질문이 그래? 
가흔        뜬금없는 질문 아냐. 대답해봐. 너, 니마누라 사랑..하니?
지환        너 증말 몰라서 묻는 거야? 아님 그냥 한번 떠 보는 거야?
가흔        증말 몰라서 묻는 거야. 아니, 오늘 갑자기 모르겠어서 묻는 거야.
지환        오늘 일 때문에 그래? 아냐. 아냐 이가흔. 건 니가 더 잘 알잖아. 
        오늘일은 그냥.. 나두 모르게 그냥.. 애들엄마가 너무 경계없이 아무하구나 
        어울리니까, 아무하구나 만나서 웃구 떠들구 어울려대니까, 걸 눈앞에서 보니까,
        내가 원래 결벽증이 좀 있잖아. 너무 깔끔 떤다구 너두 늘 투덜댔잖아 왜?
        그거야. 그것 뿐이야. 오버센스 하지마.
가흔        내 생각엔 민지환? 지금 너, 질투..하는 거 같아. 오늘일.. 질투..맞아 지환아?
지환        (!)... ...
가흔        좀 더 적나라하게 얘기해 줄까? 넌 화가 났던 거야. 너밖에 모르던 니 마누라가 
        낯선 남자와, 것두 젊은 남자와 함께 버스에서 내리는 걸 본 그 순간부터. 
        아무 사이가 아니란 걸 잘 알지만 그래두 용납할 수가 없었던 거야. 
        너만 바라보던 니 마누라가 다른 남잘 쳐다보구 웃구 얘기하구 즐거워하구.. 
        그래서 학원까지 간거야 오늘 너? 웬만한 일엔 좀체 흥분하는 일 없는 냉정하구 
        이성적인 민지환, 그래서 오늘 너, 느이 마누라한테 손찌검까지 한 거야? 
        결벽증 때문이 아니구 질투 때문에.
지환        (충격인 듯)... ...
가흔        (역시 충격으로 멍한 채) 질투야 이거. 질투야 지환아.
지환        ... ...
가흔        영심씨.. 사랑..하구 있었니 너?
지환        아,아냐! 단 한번두 그런 적 없어! 첨 만나서부터 지금까지 생각조차 상상조차 
        해본 적 없어 난! 난.. 나한텐 오직.. (말하려다 관둔다)
가흔        (칼에 벤 것 같은 쓰라림으로) 그럼 오늘부터 생각해봐. 니마누라에 대한 니마음이          어떤 건지. 어떤 거였는지. 오늘 첨으루 니가 모르구 있던 니모습 발견한 것처럼           모르는 일이잖아? 니 맘 구석구석까진 너두 모를 수 있는 거잖아? 
지환        ... ...

#20. 거리, 달리는 지환의 차 (밤)

    지환, 혼란으로 달려온다.
    차를 갓길에 세우고마는 지환.. 몹시 혼란스럽다.

#21. 아이들방

    영심, 지원에게 동화책 구연동화 하듯 재밌게 실감나게 읽어주고 있다.
    건호는 영어회화 테잎 헤드폰으로 들으며 공부하고 있다.
    지환, 막 귀가한 차림으로 문을 열고 방안을 들여다본다.
    지환의 시선에.. 딸에게 열심히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는 아내!
    지환, 복잡한 심정으로 그런 아내를 응시하고 서 있다.

건호        아빠? 잘 다녀오셨어요?
지환        (움찔) 어.
영심        (그 소리에 뒤늦게 쳐다본다)... ... 와,왔..어요?
지환        음... ...
건호        아빠, 엄마 운전면허 필기시험 떨어졌대요 오늘!
지환        (불편한) 어어.. 
영심        (시선 피한 채) 갈아..입을.. 옷이랑 속옷..이랑 침대에 올려..놨어요. 물.. 받아          ..놀테니 샤워부터.. 해요.
지환        (역시 시선 피하고서) 어. 
건호        (아빠와 엄마 차례로 보며 뭔가 이상해서 갸웃)
지환        (나간다)
영심        (무거운 표정으로 바라본다)
건호        아빠랑 싸웠어 엄마?
영심        어? 아,아냐. 싸우긴! 싸우긴 누가 싸워? 안 싸웠어! 증말이야? 아빠랑 엄마가 왜          싸워 왜? 싸울 일이 뭐가 있어서?
건호        (그래도 이상한 지 갸웃한다)
영심        (아이들 눈치보며 덜컹하는)
#22. 영심 부부방 

    캄캄하고.. 서로를 향해 등을 보이고 누워있는 영심과 지환. 

지환        자니?
영심        아뇨.
지환        낮의 일.. 다시 한번 사과할게. 미안했어.
영심        아녜요. 내가.. 미안해요. 나두.. 당신한테 미안..해요.
지환        (탐색하듯) 당신..이 왜..?
영심        어? 어어.. 그,그냥.. 다,당신 성격 자,잘 알면서 당신 싫어하는 행동 했으니까..          그,그래서..
지환        (뭔가 석연치 않은 기분)... ...
영심        당신 그렇게 싫음 관둘게 운전학원. 
지환        그럴 필요 없어. 면허 따구 싶음 다녀 계속. 면허 딸 때까지.
영심        증말..그래두..돼?
지환        나, 당신 오해 안해. 믿어. 오늘 일은 실수..였어. 잊어..줬음 좋겠어.
영심        음. (심경 한없이 복잡하다)
지환        (역시 마찬가지이고)

    두 부부 그렇게..

#23. 정우의 고시원방

    필사적으로 사투를 벌이듯 불어공부 하고 있는 정우. 어느 순간 들려오는..
   
의사        (E) 뇌간교종은 뇌종양 중에서두 워낙 악성인데 정우씨 경운 지금 위험한 위치에           종양이 넓게 퍼져 있어요.

    정우, 모든 동작 일시정지 된 채.. 그러나 볼펜을 잡은 손은 몹시 떨고 있다.

의사        (E) 방사선 치료와 항암요법을 병행하면 10개월에서 1년 정도 살 수가 있는데 대신          뇌의 신경손상 부위에 따른 장애로 언어마비, 반신마비, 의식장애가 올 수 있어요.
        
    정우, 두려움이 엄습한다. 갑자기 혼자라는 사실이 못견디게 두려워진다.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카세트 테잎을 끄고, 부들부들 일어나서, 겉옷을 챙겨 입으며      밖으로 뛰쳐나가는 정우.

#24. 기태 원룸

    자다가 깬 기태, 정우를 맞는다.

기태        뭐야 임마? 몇시야 몇시? 진짜 몇시야? (시계를 보고) 엥? 두시다 임마? 두시?
        무슨 일이야? 뭔일 터졌어 또?
정우        (소주봉지 들어보이며) 술 먹자. (들어온다)
기태        뭐 임마? 술? 새벽 두시에 자다말구 술?
정우        (주섬주섬 차리며) 안주할 꺼 뭐 없냐? 야 임마, 냉장고 안이 이게 뭐냐? 텅텅 비          었네 아주! 텅텅! 김치라두 없어? 어! 여깄네! 그래두 김친 있네? 집김치냐? 난 파          는 김친 물리는데.
기태        야 너 뭐야 진짜? 새벽 두시에 난데없이 쳐들어와서 자는 사람 붙잡구 김치타령이          나 하구? 
정우        참친 없냐?
기태        왜 찌개까지 끓여 드시게? 
정우        없음 됐다. 앉아라. 마시자.
기태        야? 
정우        (소주잔 들고) 뭐해? 따뤄?
기태        (풀썩 앉고) 나 진짜 졸려 임마? (하는데)
정우        (퍽하고 세게 머리통을 때린다) 깼지? 따뤄.
기태        야?
정우        (다모 버전) 아프냐? 나두 아프다. 따뤄 임마?
기태        너 나중에 이대루 어? 지금 고대루 내가 복수한다아? 두구봐? 어? (울며 겨자 먹기          로 따뤄주는)
정우        받아라 마.
기태        (하품하며 받으며) 자다말구 이게 뭔 짓꺼리야 진짜? 아우 피부미인이라는데? 
정우         (건배 하자며) 야.
기태        (불퉁해서 건배한다)
정우        (단숨에 비우고) 뭐하냐? 니 친구 잔 비었다.
기태        아주 작정을 하구 왔구만 작정을? (따라준다) 올밤엔 대리 안뗘?
정우        빠졌어 하루.
기태        웬일루? 돈독 오른 사람처럼 눈알 시뻘개서 밤낮으루 설칠 땐 언제구?
정우        김치 맛이 왜 이러냐? 이거 산거지?
기태        그럼 사지 임마? 마누라가 있어 애인이 있어 누가 담가줘 마? 
정우        내가 담궈줄까? 깃똥 차게 담글줄 아는데.
기태        엥? 너 김치 담글 줄두 알어? 
정우        음. 
기태        어떻게? 무슨 수로? 엄마두 없는 놈이? 니동생은 너보담두 더 요리 젬병이라며?
정우        누구한테 배웠어.
기태        누구? 도대체 누구한테 김치 담는 거, 씩이나 배워?
정우        있어. 김치 담는 거, 씩이나 가르쳐준 사람. 말 나온 김에 낼 담궈줄까?
기태        됐어 임마. 담에 담아줘. 어 김장! 그럼 김장 해줘 니가?
정우        김장? 언제?
기태        김장 보통 언제 하냐? 12월달에 하나? 암튼 남들 하면 그때 담아줘. 진짜지 너?
정우        그럼! 기대 만빵으루 해두 좋다 친구야! 
기태        그럼 겨울마다 우리집 김장은 니가 해주라 친구야. 내년에두 와서 하구 후년에두           와서 하구? 나 장가갈 때까지, 그럼 되겠네? 어? 굿이다 아주! 오케이? 
정우        (일순 먹먹해지는)... ... 
가태        야 오케이라잖냐? 오케이? 박정우 오케이?
정우    (그저 마신다)
기태        왜 임마 싫어? 
정우        어. 싫어.
기태        왜? 것두 기술이라구 뻐기는 거냐 지금? 재는 거야?
정우        뻐기면 좀 안되냐? 김치두 못담는 놈아? 야, 술 비었잖아 마? 
기태        천천히 좀 마셔? 웬술을 이렇게 급하게 마셔 자식아? 너 오늘만 살구 안살거냐 마?
정우        (쓴웃음)... (그저 마신다)

    *시간경과..
    만취한 정우와 기태.. 얼싸안고 목청높여 노래 부르고 있다. 
    (*요즘 노래 중에서 ‘고래사냥’ 같은 젊음의 노래로!)
    정우, 핏대를 세우고 악을 쓰며 그렇게 목청껏 죽어라고 불러댄다.
    대문밖에서 대문을 두드리며 시끄럽다고 항의하는 이웃의 목소리가 들리고..
    두 사람의 노래도 뚝, 끊어진다. 
    그리고 약속이나 한듯 마주보며 웃어젖히는 술취한 두 친구.

    *시간경과..
    캄캄하고.. 기태는 침대에, 정우는 소파에 누워있다.

정우        (생각이 많다, 아니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다!)
기태        유학 준비는 잘 돼 가?
정우        음. 
기태        안가면 안되냐? 너 없으면 나 무지무지 심심할 거 같은데 정우야?
정우        (두 눈 출렁이는)... ...
기태        어학 할 곳은 정했어?
정우        음.
기태        어디? 빠리?
정우        (눈물 날 것 같아서 이 앙다물며) 아니. 릴에서 할 거야.
기태        (하품하며) 릴? 뭐 도시 이름이냐?
정우        음. 파리에서두 가깝구 프랑스 다른 도시들과 달리 국제도시야. 어학하면서 현대           건축 활동두 볼수 있구 또 거긴 영국과 인접해 있어서 유로스타 타구 가면 영국 건          축까지두 볼 수 있어. (애써보지만 차츰 눈시울이 붉어지며 눈가가 젖어가고) 
기태        (졸려서 건성으로) 어어. (스르르 눈이 감기는)
정우        (점차 목소리에 물기가) 릴에서 1년간 죽어라 어학하구 언어시험 한번에 통과해            서 파리루 갈 거야 나. 아직 대학은 못 정했어. 벨빌루 갈지 라빌레뜨루 갈지 아님          마른라발레루 갈지. (한줄기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
기태        (어느새 잠이 들어 쌕쌕거린다) 
정우    (울먹) 벨빌 건축학굔 공간에 대해서 심도있게 공부할 수 있대나봐. 그리구 라빌레          뜬 프로그램이 다양해서 (안간힘으로) 많은 분야가 세분화 돼 있는 장점이 있는 학          교구, 또 도시건축 쪽으룬 마른라발레가 나은 가 보구. (울먹이며) 일단 가서 더           알아보구 대학두 가보구 먼저 나가 있는 선배들두 만나보구 (거의 울음으로) 그러          구 나서 나한테 맞는 대학을 선택할 거야. (참았던 눈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진다)
기태        (코를 드르렁 드르렁 세차게 골며 완전히 골아 떨어져 잠들어 있다)
정우        (숨죽여 운다)... (서럽게 운다)... (고통스럽게 두려움에 떨며 그렇게 혼자 운다)

    정우가 토해내는 서러운 눈물과 울음이 길고 너무 아프다. (F.O)
#25. 민원장 저택 전경 (다음날 아침)

#26.  2층 거실

    지혜, 생각에 빠져 오두마니 앉아있다.
    영심, 앞치마 주머니에 양손을 푹 찌르고 우울한 표정으로 계단을 올라서고 있다. 
    무심코 고개를 돌리던 지혜, 영심을 먼저 발견하고 표정관리한 후 미소를 만들어 영심      에게 아는 척 하려는데, 여느 때 같지않은 우울한 영심의 기색에, 잠시 예민한 얼굴로      지켜본다. 

영심        (멈춰선 채 깊은 한숨을 포옥 내쉰다) 
지혜        (쏘듯 응시하고 있다)
영심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도리질한다)... (약하다 싶어 더 세게 도리질한다)...
        (생각 안하려고 더더더 세차게 마구 도리질한다)... (어느 순간 어지러워서 꽈당           넘어진다)
지혜        (!)... (?)... (??)
영심        (넘어진 채 지혜를 발견하고 화들짝 움찔) 도,동서?
지혜        괜찮..으세요? 무슨.. 괴로운..일이라두 있으세요 형님?
영심        어? 괴,괴로운 일? 아우 아냐 동서! 괴,괴로운 일은! 나한테 괴로운 일 생길게 뭐          있어서? 우,운동 한거야 지금? 목운동! (일어나고) 아후 잠을 잘못 자 그런가 목           이 너무우 뻐근하네? 아우 목이야아~. (눈치 보며 다시 절레절레 도리질과 헤드벵          잉하는)
지혜        (몰래 흘기는, 마음의 소리) 뭐 목운동? 허! 웃겨 증말? 귀신을 속여라 귀신을! 하          우 참나! 자기 주제에 감히 누굴? 하우 같잖아서 증말! (감정을 실어 쏘아보는데)
영심        (헤드벵잉 하며 지혜 눈치 살피느라 슬쩍 쳐다보다가)

    두동서, 공중에서 각자의 감정 실린 시선으로 찌르르 허걱, 만난다.

지혜        (움찔)
영심        (움찔)

    두동서, 재빠르게 어색한 웃음으로 얼버무리고..

지혜        오늘은 운전학원 안가세요 형님?
영심        어? 가,가야지. 지금 가려구.
지혜        네에. 재미..있으세요?
영심        어어. 뭐..그렇지 뭐.
지혜        참, 학원은 어디 운전학원 다니세요? 
영심        어,어? 어 그,그게.. 그게 동서?
지혜        (웃는 낯으로) 네 형님.
영심        (당혹스런)... ... 아후우 배야! 아후우 갑자기 배가 왜 이렇게 아프지? 아우 화,          화장실 화장실 가야겠네에~. 동서 잠깐마안? (후다닥 도망치며) 아후우 배야아~ 아          후 배야~
지혜        (파르르 쏘아보며 조소하는)... ... (정우 생각까지 겹쳐 다시 무거워지고)
#27.  영심 부부방

    외출하려는 듯 옷을 입고 있는 지환.. 흘낏 화장대 앞의 영심에게로 시선을 주면..
    영심, 학원 가려고 화장을 하고 있다. 평소 때처럼 하던 그대로..

지환        (어쩐지 좀 신경이 쓰인다)
영심        쉬는 날인데두 나가요?  (*영심은 오히려 무심하게)
지환        (움찔) 어. 학생들하구 스터디가 있어. 
영심        (안쳐다보고 화장하며) 으응. 뭐 좀 간식꺼리 좀 만들어줄까? 제자들이랑 스터디하          면서 먹게.
지환        아냐. 됐어. 
영심        됐음 뭐 말구. (화장하는데)
지환        (다시 또 쳐다보며 신경이 쓰이는)... 화장.. 좀.. 진하지.. 않어?
영심        어? 찐하게 됐어 화장?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며) 안찐한데? 평소 때랑          똑같은 데 여보? 찐하게 보여?
지환        어,어? 어어 좀.
영심        찐한가? (티슈로 닦아낸다)
지환        (쩝, 내가 왜 이러지?)
영심        (화장 마치고 일어나고 겉옷과 핸드백을 들고) 그럼 나 먼저 갈게 여보. 이따 봐.
지환        어.
영심        (나가는데)
지환        (저도 모르게 붙잡듯) 여보? 
영심        음?
지환        차.. 태워..줄까?
영심        어? 차? 웬일..이야 당신이..?
지환        아니 뭐, 웬일은 아니구 나두 나가는 길이니까. 타구..가. 학원 앞까지 태워..줄           게.
영심        (어?)... ... 

#28.  도로, 달리는 지환의 차안

    각자의 감정으로 몹시 불편하고 서먹한 영심과 지환.

영심        (지환의 눈치 살피며 불편해한다)
지환        (영심의 눈치 살피며 내가 지금 뭐하는 짓인가 자조하게 된다)
영심        (어색해서) 겨울..다 됐어 그치?
지환        음.
영심        어머 그러구보니까 당신 생일두 다 됐다! 생일날 뭐해 줄까 여보?
지환        생일은 뭐.
영심        아후우 당신두 벌써 낼모레면 사십이네! 후우.. 당신두 늙네. 난 당신은 안 늙을줄          알았는데.
지환        (!)... (뭔가 상당히 기분 나쁜 것 같은데)
영심        (쳐다보며 슬픈 듯) 참 많이 상했다 당신? 옛날엔 피부두 뽀송뽀송하구 얼굴에서           막 빛이 났는데. 지금은 이게 뭐야? 주름두 자글자글하구 피부두 거칠구 눈동자두          흐리멍텅해지구. 옛날엔 디게 샤프했었는데.
지환        (기분 상하고 상처 받는)... ...
영심        하긴 세월 이기는 장사 없대잖어. 어떻게 40대 피부랑 20대 피부가 같을 수 있겠           어? 그래두 좀 슬프다. 당신 늙는 게. (창으로 시선 돌리며 한숨처럼 혼잣말) 진짜          많이 삭았다! 배두 툭 텨 나오구. 하긴 나이 사십이면 이젠 뭐 젊음은 다 간거지!
지환        (끙)... ...
영심        (창밖 풍경을 보고 있고)
지환        (저도 모르게 룸미러로 제 얼굴을 쓰윽 한번 살펴본다, 그렇게 많이 상했나?)

#29.  운전학원 앞, 지환의 차

    차에서 내리는 영심, 정우의 운전학원과 차안의 지환 사이에서, 몹시 불편해진다.

영심        고,고마워 여보. 집에서.. 봐.
지환        (끄덕) 들어가.
영심        어. 그,그럼.. (어정쩡 손을 흔들고 돌아서 어쩔줄을 몰라하며 걸어가는데)
지환        (E) 영심아?
영심        (?, 천천히 돌아보면)

    차에서 내린 지환, 영심을 향해 우산을 들어보이고 있다.

영심        (어?)
지환        (다가오고 우산 건네며) 오후에 비 온대. 
영심        어어. (받고) 고마..워요.
지환        가.
영심        (그저 끄덕이고)... (그저 억지 미소로 인사하고 돌아서 걸어간다) 
지환        (아내와 정우의 운전학원 차례로 보며 어쩐 일인지 심기가 자꾸 불편해진다)

    지환, 애써 털어내며, 차로 가 올라타고, 휑하니 출발한다.
    영심, 차 소리 듣고 홱 돌아본다. 사라지는 남편의 차 바라보며 마음 복잡해진다.
    영심, 머리 아픈듯 고개를 저으며 반쯤 울상인 얼굴로 학원을 향해 간다.

#30.  운전학원 연습장

    영심, 차에 오르고 대기하고 있는데..
    기태와 어떤 강사가 정우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강사        박정우 이 자식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아직두 연락두절이야 얘? 
영심        (어? 입엣말로) 연락두절? (귀를 쫑긋 세우고 듣는다)
기태        예에. 도대체 뭔일인지 모르겠어요. 분명히 어제새벽에 같이 내방에서 잤거든요.
        근데 자식이 눈떠 보니까 없어요. 난 또 사우나 갔다가 바루 출근하겠거니 했죠?           근데 어딜 갔는지 종일 전화두 안받구 고시원에두 없구! 아우 수강생들은 난리부르          스지 위에서두 난리탱고지 아후우 저만 아주 죽어나요 죽어나!
영심        (어? 무슨 일이지? 걱정이 되고)
    기태, 영심의 차에 올라탄다.

기태        어우 미안해요 누님. 출발하시죠? 오늘은 T자 코스 완벽하게 마스터하구요 새로운          거 평행주차 가르쳐 드릴게요.
영심        박정우 강사 오늘.. 안나..왔어요?
기태        예. 
영심        이윤..모르구요?
기태        예에. 일어나보니까 바람과 함께 사라졌더라구요! 아! 어제 그 자식 우리집서 잤거          든요. 
영심        네에..
기태        술두 엄청 먹었는데 술두 안깨구 대체 아침부터 어딜 간건지 모르겠어요? 쓰으, 진          짜 뭔일 있나? 하이 새벽2시에 술 사들구 처들어 왔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하는 건          데!
영심        (걱정되는)
기태        (문득) 어? 이 자식 이거 혹시 어디서 또 쓰러진 거 아냐? 딱 그 필인데? 
영심        네에? 또..쓰러지다뇨? 정우씨, 쓰러졌었어요?
기태        예에. 접때. 여기 학원서 커피 마시다가요. 119차 타구 병원에까지 실려갔잖아요           그 자식?
영심        (놀라움으로)... (갑자기 불안해지는)

 
#31.  산 

    가파른 산길을 산악자전거 굴려 올라가고 있는 정우.
    험한 산길을 사력을 다해 올라가고 있는 정우의 자전거 바퀴, 정우의 심경 만큼이나
    힘들어 보인다.
    정우, 온힘을 다해 필사적으로 바퀴를 굴린다. 수많은 돌멩이와 바위와 잡목들과 결사      적으로 싸워서 이기며 산을 오르고 있는 정우. 온 얼굴과 온 몸이 땀 벅벅이다.
    
#32.  운전학원 연습장

    기태, 열심히 평행주차 설명하는데.. 영심은 정우 걱정으로 강습에 집중이 안된다.
    기태로부터 주의를 듣는 영심.

#33.  산

    열심히 정상을 향해 올라가던 정우의 자전거, 한순간 장애물에 걸려 위험하게 쓰러진       다. 자전거와 함께 널부러지는 정우. 낮은 비명을 토해내며 고통스러워하는 정우. 
    정우, 가쁜 숨을 몰아쉬며 너무 힘들어서 그대로 누워있다. 그러다 정우, 갑자기 넘어      진 스스로에게 화가 나서 누운 채 거칠게 자전거를 발로 확 차 버린다. 그래도 성에 차      지 않은지 주먹으로 땅을 사납게 내려치는 정우. 그 위로 들리는..

의사        (E) 하루 빨리 치룔 받지 않으면 3개월두 넘기기 어려운 상황이예요!
정우        (분노 가득한 눈이 거칠게 일렁이는)... ... 

    오기와 독기로 자리에서 일어나는 정우. 
    정우, 옷 털고 장갑도 털고 자전거 일으켜 세워 헬멧 다시 바로 잘 쓰고, 다시 자전거      에 오른다. 정상을 쏘아보는 정우. 
    정우, 정상 향해 다시 자전거를 굴려 올라가기 시작한다.

의사        (E) 하루 빨리 치룔 받지 않으면 3개월두 넘기기 어려운 상황이예요! 하루 빨리 치          룔 받지 않으면 3개월두 넘기기 어려운 상황이예요! 하루 빨리 치룔 받지 않으면..

    정우, 악착같이 전력질주 해서 가파른 산길을 달려 올라간다. 

#34.  운전면허 연습장

    기태와 영심, 잠시 휴식타임을 갖는다.
    영심, 정우에게 전화를 걸지만 정우 받지 않는다. 영심, 음성을 남긴다.

영심        정우씨? 무슨 일 있어요? 연락두 안되구 출근두 안하구 도대체 무슨 일이예요? 네? 
        걱정돼요. 저 많이 걱정돼요 정우씨. 연락 좀 전화 좀 주세요. 꼭이요?

#35.  산 정상 

    탈진하기 직전의 상태로 완전히 녹초가 되어 자전거 어깨에 매고 후들거리는 다리를 가      까스로 한발 한발 내딛으며 정우, 그렇게 독기로 정상을 향해 꾸역꾸역 올라온다.
    정우, 마침내 산 정상에 비틀거리며 안간힘으로 도달해 선다. 자전거 내려놓고, 헬멧을      벗고, 선글라스를 벗는 정우. 땀이 줄줄 쉴 새 없이 쏟아진다.
    정우, 그저 망연히 산 아래를 내려다본다. 오래동안 미동없이 내려보며 서 있다.
    독기가 걷힌 정우의 눈에서 어느 새 소리없이 눈물이 흐르고 있다. 

정우        (망연한) 이럴려구 고작 이런 식으루 뒷통수 쳐서 사람 죽여버리려구 그동안 그렇          게 날 악착같이 살게 한겁니까? 이럴 거면 이런 식으루 뭣두 아니게 개떡처럼 죽여          버릴 거였다면, 날 좀 편히 살도록, 개떡같이 죽을 거 개떡같이 살도록, 그냥 좀           내버려두지 그랬습니까? 나보구 어떡하라구요? 이제 와서 나더러 어떡하라구요? 말          안돼잖아요? 이건 말두 안돼잖아요? (소리 지르는) 듣구 있습니까? 내말 듣구 있습          니까? 나 이제 스물일곱밖에 안됐어요! 예? 나 이제 고작 스물일곱살이라구요오!           그런데 내가 왜요? 그런데 내가 왜요 왜에? 돌려나요! 어서 돌려나요! 내 인생 다          시 제자리루 돌려나 이 나쁜 새끼야아아! 어딨어? 나와! 나와 이 개새끼야아? 죽여          버릴 거야! 내가 너 죽여버릴 거야 이 새끼야? 어딨어? 나와! 나와 이 나쁜 새끼야          아! (풀썩 무릎을 꺾고 주저앉은 채 운다) 죽여버릴 거야! 죽여버릴 거야! 죽여버          릴.. (고개를 떨군 채 흐느껴 운다)

#36.  운전학원 건물 입구 (비)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다.
    영심, 내리는 비 바라보며 아직까지 연락두절 된 정우 걱정으로 선뜻 집으로 가지 못한      채 망설이고 있다. 손목시계를 보면 벌써 4시 30분이다. 영심,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      우산을 켜고 막 걸어나가려는데.. 저만치에 우산도 안쓰고 빗속을 걸어오는 정우!

영심        (반색하며 안도하다가 그러니 이내 어?)... ...

    골똘한 생각에 빠진 정우, 코앞의 영심을 못 보고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영심        (정우의 모습이 심상치가 않다!)

#37.  동 건물 복도 - 사무실 안

    영심, 걱정스럽게 유리문 너머로 사무실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38.  사무실 안

상사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왜 생전 안하던 짓을 해?
정우        일주일만 쉬겠습니다.
상사        왜?
정우        집에 일이 좀 있어서요. 죄송합니다. 그렇게 처리해주십시오. (목례하고 나간다)  
상사        야? 이봐 박정우?
정우        (그냥 나간다)

#39.  동 건물 복도

    사무실 안에서 나오는 정우, 기다리고 있는 영심을 발견하고 잠시 멈춰서나, 이내 모른      체 인사도 없이 걸어나간다.

영심        (?) 정우..씨?
정우        (그냥 걸어나간다) (*아무 반응 보이지 말고)
영심        (어?)... (그저 ?해서 멀어지는 모습 바라보고만)

#40.  건물 밖 - 학원 입구 (비)

    영심, 뒤늦게 쫓아나와서 보면.. 
    정우, 다시 내리는 비 고스란히 다 맞으며 빗속을 걸어나가고 있다.
    영심, 서둘러 우산을 켜고 정우를 쫓아 달려간다.
    영심, 키가 안맞아 손을 번쩍 높게 쳐들고 말없이 정우에게 우산을 씌워준다.
    정우, 말없이 우산을 벗어나 성큼성큼 걸어나간다.

영심        (어?)... (다시 다가가 불편한 자세로 우산을 씌워주는데)
정우        (사납게 홱 우산을 걷어 던져버리고 성큼성큼 걸어나간다)
영심        (놀란 채)... ... (그저 우산을 주워들고 서서 바라보는)

    정우, 흠뻑 젖은 채 빗속을 걸어가고 있다.
    우산을 받쳐 쓴 영심, 거리를 두고 정우를 따라간다.
정우        ... ...
영심        ... ...

#41.  학원 앞 철길 (비)

    지나가는 기차로 인해 정우, 멈춰선다.
    몇 미터 뒤에 영심도 멈춰서고 정우를 걱정스레 지켜보고 있다.
    멀어지는 꽃기차의 꽁무니 좇아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응시하고 있던 정우, 무슨 생      각에서인지 방향을 틀어 철길로 걸어 들어간다.

영심        (?)

    쭉 뻗어있는 기찻길을 따라 비오는 철길 위를 무작정 걷기 시작하는 정우. 
    영심, 웬일인지 정우가 너무 위태로워 보인다.
    영심, 정우 위험스레 걷고있는 철로 옆길을 정우 따라 함께 걸어간다.
    잠시 그렇게 각자, 또 함께, 걸어가는 두사람.
    어느 순간 정우 걷고있는 철길 위로 저 멀리서부터 기차가 달려온다.

영심        (화들짝 놀라는데)
정우        (마치 기다리고 있었던 사람처럼 멈춰선 채 기차를 쏘듯 응시하고 있다)
영심        (얼어붙고)

    정우 향해 점점 달려오는 기차.
    정우, 미동도 없이 그 기차를 뚫어지게 쏘아보고 있다.
  
영심        (너무 놀라서 얼어붙은 채) 저,정우씨? (손에서 미끄러져나간 우산 퍽, 떨어진다)
정우        (기차를 쏘아보기만)
영심        (더 큰소리로 다급하게) 정우씨?
정우        ... ...

    정우 향해 점점 가까이로 다가오는 기차.

정우        ... ...
영심        (공포에 질려 내지르는) 정우씨이?

    기차, 정우를 향해 돌진해 온다.
    정우, 그 기차 노려보고 있다.
    거의 충돌하기 직전의 위험한 상황..

영심        (부들부들 얼어붙은 채 두려움에 질려 홱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참담한 비명을           지르는) 정우씨이~! 

    기차, 바람처럼 휘힉 지나가고 사라진다. 그리고 정적 속에 낮은 빗소리만..
    영심, 부들부들 떨며 차마 얼굴에서 손을 떼지 못한 채 그 자리에 얼어붙어 있다.
    두려움에 질려있는 영심의 귀에 어느 순간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영심, 다급하게 그리고 간절하게 쳐다본다.
    정우, 기찻길 옆 풀숲에 쓰러져있다. 

영심        (안도하고 눈물이 핑돈다)
정우        (천천히 일어난다)... (무심코 고개를 돌리면 흠뻑 젖은 영심이다!)... (어? 비로          소 영심의 존재 인지한다)... ...
영심        (눈물로 쏘아보며 다가간다)
정우        ... ...
영심        ... ... (홱 정우의 뺨을 날린다)
정우        ... ... (그저 무표정으로 영심의 곁을 지나 걸어나간다)
영심        (내지르는) 죽은 줄 알았잖아요? 죽어버린 줄 알았잖아요? 난 정우씨 정우씨 죽어          버린 줄 알았잖아요? 
정우        (멈춰선 채 뒤돌아보지는 않고)... ... 
영심        무슨 짓이예요 이게? 증말 죽으려구 한거예요? 증말 죽으려구 달려오는 기차 기다          리구 있었던 거예요? 왜요? 왜에? 함부루 죽어버리구 싶을 만큼 못견디게 힘든 일          이 도대체 뭔데요? 도대체 뭐가 그렇게 힘든데요? 네? 
정우        ... ...
영심        동서 때문이예요? 아버지 때문이예요? 동서두 정우씨 아버지두 정우씨 목숨만큼은          중요하지 않아요! 두사람 모둘 합쳐두 정우씨 인생만큼은 중요하진 않아요! 증말           몰라서 이러는 거예요?
정우        (싸늘하게 실소) 영심씨 할 일이 그렇게두 없어요? 오영심씨, 나랑 친해요? 얼마나          친한데요? 도대체 얼마나 날 잘 알아서 쥐뿔두 모르면서 주제넘게 헛소린데요 지           금? 
영심        (너무 놀라서) 저,정우씨..?
정우        내가 말했죠. 오영심씨 과잉친절 부담스럽다구. 부탁인데 나한테 제발 신경 좀 꺼          줄래요? 그렇게 눈치가 없어요? 귀찮대잖아요? 난 오영심씨 부담스럽구 귀찮다잖아          요? 예에? 질려버리겠어요 아주!
영심        ... ... 
정우        (싸늘하게 걸어나간다)
영심        ... ...

    영심, 내리는 빗속에서 그저 엄청난 충격으로 망연히.. 그리고 영심의 눈에선 빗물처럼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내린다.

#42.  민원장 저택 현관 - 거실

    흠뻑 젖은 채 울면서 들어오는 영심을 파출부가 놀란 얼굴로 맞는다.

파출부        세상에! 몰골이 왜 이래 지원엄마? 

    거실에서 신문을 보고 있던 민원장, 그소리에 돌아보면 머리에서 발끝까지 온통 젖은       채 울면서 들어오는 심상치 않은 모습의 며느리다!

민원장        (놀라고)

    2층으로 향하다 시아버지와 마주친 영심, 움찔 멈춰선다.

영심        (시선을 피하며) 죄송해요 아버님. 
민원장        ... ... 올라가봐.
영심        (목례하고 올라간다)
민원장        (? 걱정스레 응시한다)

#43.  영심 부부방

    울면서 들어오는 영심.
    옷을 갈아입고 있던 지환, 무심코 쳐다보곤 깜짝 놀란다.

영심        (당황해서 홱 돌아선다)
지환        (온통 비에 젖어 울고있는 아내!)... ...(뭔가 불안하고 불길한 기분!)
영심        ... ...
지환        (그저) 우산은.. 잃어..버렸니?
영심        (끄덕이는데 갑자기 눈물이 쏟아지고)... 
지환        (난감한)... 지원..아?
영심        (입을 틀어막고 외면한 채 흐느껴 운다)
지환        (당황해하다가 다가가고 그저 머뭇머뭇 안아준다)
영심        (마침내 서러운 울음이 터지고 엉엉 운다)
지환        (불길한 예감으로 당혹스러워하며 그저 아내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준다)... 
        (그러나 아내의 등을 토닥이고 있는 지환의 손 파르르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

#44. 정우 몽따쥬 (밤, 비는 그치고)

    - 실내야구장.. 야구방망이 휘두르며 날아오는 공을 정신없이 쳐내는 정우. 
    - 그 야구장 밖 펀치 기계 앞.. 펀치기계 향해 주먹을 날리고 또 날려대는 정우.
    - 타임오버가 돼 펀치기계 멎은 줄도 모르고 주먹을 내려치고 또 내려치고 애꿎은 기계        에다 분풀이를 하고 있는 정우. 지나가는 사람들 비난의 눈길 던지며 지나간다.
    - 거리..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폭발해버릴 것 같은 정우, 분을 어디에다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몰라하며 상처받은 위험한 짐승처럼 날이 서서 위태롭게 걸어온다.
    - 어느 순간 벼룩시장 철꽂이에 툭하고 받쳐 넘어질 뻔하는 정우. 
      정우, 폭발하고.. 넘어져있는 그 철꽂이를 사정없이 차고 발로 밟아댄다. 성에 차지        않은 정우, 빠르게 주위를 살펴보고.. 정우의 독오른 시선에 전화부스가 들어온다.
      정우, 철꽂이 들고 부스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고, 전화부스를 깨부수기 시작한다.
      부수고 또 부수고 사정없이 부셔대는 정우. 정우의 분노가 무섭고도 처절하다.
      정우, 쉴새없이 전화부스 유리창을 깨고 또 깬다. 지쳐서 탈진할 때까지 깬다.
      마침내 탈진해서 스스로 나가떨어지는 정우, 퍽하고 땅바닥에 주저앉아 헉헉거린다.
      산산이 부서져버린 전화부스.. 낭자한 유리파편들.. 그리고 그 속에 주저앉아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정우.

#45. 동 거리 전화부스 앞

    시간경과 되고..
    흉물스런 전화부스 앞에 흉물스런 모습으로 골똘하게 뭔가를 생각하며 앉아있는 정우. 
    뭔가를 결심한 듯 한순간 정우,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한다.

정우        그래 나야. (사이) 얘기 끝났어? 나, 니 차 좀 쓰자. 차 좀 빌려줘. 지금 당장.            (뭔가를 작정하고 있는 듯한 눈빛이 몹시 위험해 보인다)

#46. 민원장 저택 대문 앞, 기태의 차안 (밤)

    가파른 파열음을 내며 달려와 멈춰서는 승용차. 
    차안의 정우, 저택을 쏘듯 응시하다가 핸드폰을 꺼내 들고 빤히 응시한다.

#47. 동 저택 2층거실

    계단을 올라와 영심의 방으로 가는 지혜.

지혜        형님? 형님?
지환        (방안에서 나오고) 집사람 세탁소 갔는데 왜요 제수씨?
지혜        아 네에. 아무리 달래두 훈이가 계속 울어서. 형님을 찾는 거 같아서요.

    그때 방안에서 영심의 핸드폰 벨 울린다!

지혜        전화 왔네요 아주버님. 형님 핸드폰 같은데..?
지환        그럼.. (방안으로 들어간다)
지혜        (훈이 보는 일 너무 힘들어서) 아후 애 보는 거 딱 질색인데. 빨리 좀 오지. (아랫          층 기척 살핀 후 제 방으로 들어가며) 아우 나두 몰라. 알아서들 하겠지.

#48. 영심 부부방

    화장대 위에서 울고있는 영심의 핸드폰 빤히 응시하고 있는 지환.
    지환, 망설이다가 들고 열고는 누구지? 하는 표정.. 
    핸드폰 액정엔 ‘김수미’라고 떠있다.

#49. 지혜 부부방 - 대문앞 기태 차안의 정우

    지혜, 침대에 누워 쉬고 있는데.. 화장대 서랍속에서 울리는 핸드폰 벨!

지혜        (벌떡 일어난다, 정우다!)... (반색하며 후다닥 뛰어가 꺼내고 떨리는 마음으로 받          는다) 그래 나야 정우야!
정우        (저택 너머를 그리움으로 응시하며) 보구.. 싶어서. 
지혜        (기쁜) 응. 이제 너 나한테 화 다 풀린 거야? 어? 어?
정우        음. (눈시울 붉어지고) 지혜야..! 
지혜        음.
정우        (글썽이며) 지혜야!
지혜        음.
정우        (물기 젖은) 지혜야..!
지혜        왜 그래 너? 어? 무슨 일 있어? 정우야?
정우        지금 느이 집앞이야 나. 
지혜        (화들짝) 뭐? 너,너 미,미쳤어? 왜,왜 이래 너? 여길 어디라구 와? 
정우        너 데리러 왔어. 너 데리구 가려구 그럴려구 왔어.
지혜        미쳤어! 미쳤어! 얼른 돌아가! 얼른? 재환씨 올 때 다 됐단 말이야? 부딪치기라두          하면 어쩔려구? 돌아가! 어? 얼른 돌아가 정우야? 낼 봐. 낼 만나 우리. 어?
정우        나와. 나 오늘 너 꼭 데리구 갈 거야. 너 안나오면 내가 들어갈 지두 몰라.
지혜        뭐? 너,너? 너? (얼어붙고)

#50. 동 저택 대문 앞 (밤)

    영심, 세탁물 찾아서 올라오는데.. 대문에서 지혜가 나온다.
    영심, 동서를 부르려다가 어? 멈춰서고, 집앞에 대어져있는 승용차로 다급하게 걸어가      는 지혜와 승용차 유심히 살피며 서 있다.
    어떤 예감으로 지켜보고 있는 영심의 시선에.. 승용차에서 내리는 정우!

영심        (정우다!)... (예감했지만 상처받고)

    영심의 존재 전혀 모른 채 각자의 감정으로 마주서 있는 정우와 지혜.

지혜        무슨 짓이야 이게? 왜 이래 너? 미쳤어? 정신 나갔어 너? 
정우        (슬픈 눈으로 가만히 응시하고 있다)
지혜        돌아가. 얼른 돌아가 얼른? 재환씨 곧 도착한대. 5분 후에 도착이래. 정우야 어?
정우        (조수석 문을 열어주며) 타. 
지혜        박정우?
정우        어서.
지혜        너 이정도밖에 안되는 얘였니? 왜 이래? 왜 이래 너? 나 피말려 죽이려구 작정했           어? 그런 거야?
정우        (그저 손목을 홱 낚아채서 강제로 끌고 태운다)
지혜        놔! 이거 놔! 안놔? 나 안가! 난 안가! 안간다구?
정우        (그러나 강제로 힘으로 태운다) 
지혜        야 박정우-! (정우의 이런 모습 처음이다!)
정우        (운전석에 오르고)
지혜        (너무 놀란 채) 너 증말 왜 이래 정우야?
정우        (묵묵히 안전벨트 채워준다)
지혜        정우야?
정우        (아무말 없이 그저 차를 출발시킨다)

    지혜를 태운 정우의 차, 대문을 떠나서 내려가고..
    어느 순간.. 우두커니 서 있는 영심과 만난다.
    영심을 발견한 정우의 차, 멈춰서고..

정우        (어? 영심이다!)... ...
지혜        (화들짝 놀라는, 형님이다!)... ...
영심        (두사람 그저 망연히 응시하고 있다!)... ...
정우        (영심을 홱 외면하고, 핸들을 돌려 영심을 비켜지나서 휑하니 달려나간다)
지혜        (영심의 출현으로 안절부절한다!) 차 세워! 차 세워 박정우! 차 세우라잖아 차?
정우        (그러나 속력을 내며 달려나간다)
영심        (풀썩 꺾이는)... ... (그저 우두커니 망연하게 서 있다)

#51. 고속도로(혹은 국도), 달리는 기태 차안 (밤)

    전 속력으로 달려가고 있는 정우와 지혜의 승용차.

지혜        지금 우리 어디루 가는 거야? 어? 지금 나 어디루 가구 있는 거야?
정우        ... ...

    *시간경과..
    연신 울어대는 지혜의 핸드폰 벨.
    지혜, 재환의 전화 차마 받지 못한 채 안절부절 어쩔줄 몰라하며 응시하고만 있다.
    정우, 지혜의 핸드폰 낚아채서 배터리를 뽑아서 뒷자석으로 던져버린다.

지혜        (홱 노려본다)
정우        (묵묵히 정면 응시한 채 운전한다)

#52. 민원장 저택 2층 거실

    재환, 핸드폰 들고 왔다갔다 안절부절 못하고 있고..
    영심, 그저 소파에 멍하니 앉아있다.

재환        도대체 말두 없이 어딜 간거야? 아후우 전환 왜 또 안받아? 사람 걱정돼 죽겠구만!
        나가는 거 못봤어요 형수?
영심        네. 곧.. 들어..오겠죠.
재환        곧이 지금 몇시간째예요? 아후 죽겠네 진짜?
영심        ... ...

#53. 바닷가 해변도로 (밤)

    가파르게 와서 멎는 정우와 지혜의 차.

정우        ... ... 
지혜        ... ... 
정우        (밤바다 응시한다)
지혜        (정우를 응시한다) 이제 어떡할 건데? 지금부턴 어쩔 셈인데? 고작 보이지두 않는          캄캄한 밤바다 보여주려구 여기까지 왔니? 바다 봤어. 잘 봤어. 그만 돌아가. 
정우        (아무말 없이 내린다)
지혜        (돌아버리겠다!)... (따라서 내린다)
정우        뭐 좀 먹자. (앞서 걸어나간다)
지혜        (달려가 막아선다) 왜 이래? 갑자기 왜 이러는 건데? 응?
정우        (그저 먹먹하게 바라보는)... (추워보여서 말없이 옷을 벗어 걸쳐주는)
지혜        돌아가자. 어? 나 유부녀야. 지금 우리시댁 난리 났을 지두 몰라. 형님이 봤잖아?          너하구 나 형님이 봤잖아 정우야?
정우        다시 시작하자! 그래 다시 시작해!
지혜    뭐? 뭐? 그게 지금 말이 된다구 생각해? 나 결혼했,
정우        (O.L) 도망가자 우리! 같이 빠리루 가! 그래 그럼 되겠다! 같이 빠리루 가서 같이          공부두 하구 같이 살아보기두 하구 여태 못해본 거 다 해보자 우리! 뭐든 다 해줄          거야 내가! 여태 못해준 거 여태 참았던 거 여태 내맘 속에만 아껴둔 거 다 해줄           거야 내가! 같이 떠나! 음?
지혜        너 제정신 아니야! 돌았어 너! 미쳤어 너! 이거 사랑 아냐. 이건 집착이구 이기심          이구 너하구 나 둘 달 망치는 길이야! 집에 갈래. 혼자서라두 갈래. 차 없음 걸어          서라두 갈 거야 난! 나중에 와. (옷을 홱 던지고 걸어나가는데)
정우        (낚아채서 잡아 돌려세우고 절실하게) 사,삼개월이면 돼! 삼개월만 내옆에 있어줘!          삼개월 후엔 보내줄게! 깨끗하게 보내줄게! 깨끗하게 떠나줄게..그러니까 삼개월만          지혜야?
지혜        싫어! 3일두 싫어! 3시간두 싫어! 이런 식으루라면 3분두 싫어 난! 나 결혼한 여자          야! 나 남편 있는 여자야! 룰 지켜 박정우! 정신차려 박정우! 너 이런 식이면 나           앞으루 너 못만나! 안만나! 다신 안만날 거야!
정우        그럼 같이 죽을래 우리?
지혜        뭐?
정우        그래 같이 죽자! 같이 죽어버리자 우리! 나 실은 무섭거든.. 너무 무섭거든.. 혼자          선 너무 무섭거든 지혜야.. 너만 옆에서 있음 지금 당장이라두 끝낼 수 있을 거 같          아. 너랑 함께라면 별루 억울하지두 않구 아니 오히려 고맙게 생각하면서 끝낼 수          두 있을 거 같거든. 그래 같이 죽자! 같이 살수 없다면 우리 같이 죽어버리자!
지혜        (정우의 서슬에 너무 놀란 채) 저,정우야?
정우        (지혜 손목 잡은 채 밤바다 노려보고 있다)
지혜        저,정우야 너 설마? (하는데)
정우        (지혜를 잡아 끌고 바다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간다)
지혜        (비명지르며 반항하는)

    정우, 아랑곳하지 않고 핏발 선 눈으로 지혜를 이끌고 바다로 바다로 걸어들어간다.
    두려움으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며 비명을 지르는 지혜.
    밤바다로 점점 깊이 들어가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 몹시 위태롭게 보인다.

#54. 동 2층거실

재환        안되겠어요? 경찰에 신고하구 올게요. 혹시 무슨 연락오면 바루 제 핸드폰으루 연          락주세요. 네? (다급하게 나가는데)
영심        (붙잡듯) 자,잠시만요 서방님?
재환        (돌아본다) 왜요 형수?
영심        조,조금만 더 기다려보는 게 어,어떨까요? 어른들 아시면 걱정하실테구 또..또..           도,동서한테 무슨..사정이 있을..수두 있는..거잖아요?
재환        어른들 모르시게 살짝 다녀올게요. 더는 못기다리겠어요 전. 세상이 원체 험해야           죠. 흉악한 부녀자 납치사건들 좀 많아요? 뭐 아님 천만다행인 거구 일단은 재빠르          게 대처해 놓는 게 좋아요. 다녀올게요. (내려간다)
영심        (어쩔 줄을 모르겠고)... (안되겠다싶어 핸드폰 집어드는데, 망설여진다)

#55. 동 바다 (밤)

    허리까지 잠긴 정우와 지혜. 
    지혜,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르며 사력을 다해 발버둥치고 있다.

지혜        놔! 이거 놔! 내손 노란 말야 내손! 죽구싶으면 혼자 죽어! 너 혼자 죽으란 말야           너 혼자아! 왜 물귀신처럼 나까지 끌구 들어가? 왜 거머리처럼 나까지 죽이려구 들          어 이 나쁜 자식아? 놔! 이거 놔! 놔아! 싫어! 난 죽기 싫어! 나,난 안 죽을 거야!          그러니까 너 혼자 죽어! 그러니까 너 혼자 죽으라구우 너 혼자아!
정우        (멈춰선다)... ...
지혜        (어?) 이,이러지마. 어? 이러지마 정우야? 사,살려줘! 나,난 주,죽기싫어! 살려줘          정우야! 나,나 살구싶어! 나 증말 살구싶어 정우야?
정우        (스스르 지혜의 손을 놓는다)
지혜        (어?)... (온몸에서 한꺼번에 힘이 쑥 빠져나가고 그저 지쳐서 서있는)
정우        ... ...
지혜        ... ...

    *짧은 시간경과..
    바다에서 나온 정우와 지혜, 젖은 채 탈진한 채 축 늘어져 서 있다.

지혜        (부들부들 정우를 노려본다)
정우        (그저 망연한 눈으로 바라본다)
지혜        끝내! 이걸루 오늘루 끝내자 우리! 유학간다구? 잘 됐네! 잘가!
정우        ... ...
지혜    앞으룬 두번 다시 이렇게 니 얼굴 마주보는 일 없었으면 좋겠다! 성공할 거라구?           그래 꼭 성공해! 내남편보다 더! 너 원하는 대루 후회해줄 테니까! 많이 좋아했었          어! 아니, 많이 사랑했었어! 너하구 이런 식으루 끝내게 될 줄은 증말 몰,
정우        (덥썩 껴안는다)... (힘주어 온몸으로 간절하게 껴안는다) 
지혜        왜 이래? 싫어! 이러지마!
정우        (달려들어 절박하게 키스를 하는데)
지혜        (짜증스레 확 밀쳐내는) 이제보니까 너 아주 형편 없구나? 왜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굴어? 내말 못알아들었니? 끝내자구? 우리 끝났나구 박정우?
정우        난 안끝났어! 난 이대루 끝낼 수 없어! 이렇게는 끝낼 수가 없어 난! 니가 필요해!          그래 지금 난.. 난.. 니가 필요해 지혜야?
지혜        뭐? (부들부들) 뭐? 그럼 앞으루두 이딴식으루 계속 날 피말리겠다는 거야? 그래?
정우        ... ...
지혜    아,알았어! 그럼 내가 끝내줄게! 지금 당장! 확실하게!

    지혜, 부들부들 가파르게 승용차 있는 곳으로 가고 뒷좌석 문을 열고 핸드폰을 찾아 배      터리 끼워서, 정우를 부들부들 노려보며 재환에게 전화를 한다.

지혜        여보세요? 재환씨?

#56. 동 2층거실

    재환, 지혜의 전화 받고있고.. 영심, 가슴 졸여하며 듣고있다.

재환        뭐야? 그럼 그자식이 또..? 아후 이 새끼 오늘 내가 가만 안둬! 죽여버릴 거야 이          새끼! 어디야? 어디야 지금? 
영심        (힘들어서 두 눈을 질끈 감아버린다)

#57. 동 바닷가 (밤)

    지혜, 차안에 앉아서 바닷가에 앉아있는 정우를 복잡한 심정으로 쏘아보고 있다.
    정우, 바닷가에 앉아서 암흑같은 밤바다 두려움으로 응시하고 있다.

의사        (E) 하루 빨리 치룔 받지 않으면 3개월두 넘기기 어려운 상황이예요.
정우        (시간이 갈수록 더 두려워진다)

    그때 환한 헤드라이트 불빛으로 재환의 자가용 해변으로 들어서고.. 기태의 차 뒤에 멈      춰선다.

지혜        (순간 반색하다가 이내 걱정되고 후회된다) 

    재환, 다급하게 내려서 살피며 기태의 승용차로 온다.

재환        (걱정스레 살피다가 발견하고 안도하는) 지혜야?
지혜        (표정관리하고) 재환씨!
재환        괜찮아? 다친 데 없, 옷이 왜 이래 너? 다 젖었잖아? 
지혜        어어 그,그냥 좀..
재환        뭐야? 그자식이 이런 거야? 어딨어? 어딨어 그 새끼? (둘러보다가 발견하고 두눈           뒤집어진다)

    재환, 바닷가에 미동없이 앉아있는 정우 노려보며 달려간다.

지혜        (후회하는)... (그러나 이내) 그래 이걸루 끝내자 우리! 이렇게라두 안하면 결국           너두 망하구 나두 망하구, 그러니까 우리.. 이렇게라두 해서 끝내버리자!

    재환, 정우의 멱살잡고 일으켜 세운다.

재환        일어나 이 나쁜 새끼야!
정우        (잡힌 채 끌려서 일어난다)
재환        너 이 새끼 아직두 정신 못차렸어? 뭐야? 너? 어? 너 또라이야? 너 변태야 이 새끼          야?
정우        (담담한 표정으로 멱살 잡은 손 차분히 뿌리친다)
재환        어~어? 이 새끼 봐라? (주먹을 날리려는데)
지혜        때리지마! 때리지마 재환씨!
재환        (?해서 홱 쳐다본다)
지혜        (움찔) 겨,경찰에 신고해 그냥. (정우 응시하며) 그럼 두번 다신 이런 일 없겠지.
정우        (지혜를 쏘아본다)
재환        하우 이 또라이 새낄 확 그냥! 아우 죽여버릴 수두 없구 진짜! (하는데)
정우        (사정없이 주먹을 확 날린다)
재환        (휘청하고 고꾸라진다) 
지혜        (화들짝 놀라고)

    열받은 재환, 일어나 정우에게 다시 덤벼드는데.. 정우, 덤벼오는 재환을 먼저 강타한      다. 재환, 또 나뒹굴고.. 정우, 독기 가득한 눈으로 재환을 일으켜 때리고 또 때린다.
    두 남자 그렇게 각자의 감정으로 엉켜서 뒹굴며 싸우고.. 지혜, 얼어붙은 채 어쩔줄 몰      라하고 있다. 지혜, 정우의 저런 모습 처음이다! 정우를 말리는 지혜.
    그러나 정우, 아랑곳하지 않고 마치 아무 소리도 아무 생각도 판단도 못하는 사람처럼      그저 재환 향해 주먹을 날리고 또 날려댄다. 정우의 깊은 절망과 울분이, 참을 수 없는      분노와 고통이, 그렇게 재환을 상대로 무섭게 폭발한다.
    울부짖으며 비명을 지르는 지혜!

#58. 경찰서 안

    얼마나 난동을 부렸는지 정우, 움직이지 못하도록 한쪽 손에 수갑 채워진 채 경찰서 긴      의자에 참담하게 앉혀져 있다. 정우, 온몸이 다 엉망이다. 

경찰    야 임마 고만 좀 날뛰구 제발 얌전히 좀 있어. 어? 안그럼 너 계속 수갑 채워놀거          야? 
정우        ... ...

    정우보다 더 엉망진창인 얼굴의 재환과 그저 멍한 지혜, 형사의 책상 앞에서 경위를 진      술하며 조서를 꾸미고 있다.

재환        합의구 뭐구 필요없으니까 저 자식 저거 그냥 처넣어요! 진단서 필요해요? 알았어          요! 내가 지금 바루 가서 끊어올게요!
형사        일단 흥분을 좀 가라앉히시죠. (지혜 향해) 스토킹 당한 거 맞아요?
지혜        ... ...
재환        보시구두 그러세요? 바다에 빠뜨리려구 했다니까요? 미친 자식이 같이 죽자면서.           뭐해? 대답 안하구?
지혜        네 맞아요.
형사        얼마 동안이나요?
지혜        ... ... 대학교 1학년 때부터..
형사        (작성하는)
지혜    (그저 얼얼한 눈으로 뒤돌아 정우를 바라본다)

    지혜를 쏘듯 응시하고 있는 정우.
    두사람의 시선, 공중에서 엉키고.. 
    또르르 눈물을 흘리는 지혜.
    끝까지 지혜를 응시하고 있는 정우. 

#59. 경찰서 밖 (밤)

    경찰들에게 인사하고 경찰서를 나가는 재환과 지혜.
    
재환        가자. 고생했어. (감싸안고 걸어나가는데)
지혜        (처연한 시선으로 뒤를 돌아본다)

#60. 경찰서 유치장

    잡범들 속에 우두커니 앉아있는 정우. 정우, 골똘하다.
    *시간경과 되고..
    각종 수감범들 한자리씩 차지하고 다 잠들어 있는데..
    정우, 아까와 똑같은 자세로 미동도 없이 골똘하게 앉아있다. 
    무섭게 날이 선 정우의 두 눈.. 그리고 싸늘하게 변해버린 정우의 눈빛! (F.O)

#61. 경찰서 전경 (다른 날)

#62. 경찰서 앞

    영심, 차마 들어갈 엄두가 안나 망설이며 왔다갔다만 하고 있다.
    영심, 몇발자국 걸어 들어갔다 다시 걸어나왔다.. 벌써 몇십분 째 수십 번을 그럭하고      만 있다.
    영심, 슬픈 표정으로 사온 봉지속의 두부를 한숨으로 응시한다.

#63. 경찰서 사무실 안

    유치장에서 나오는 정우. (*이때부터 정우도 정우의 눈빛도 얼음처럼 차갑게 돌처럼 
    딱딱하게 변해있어야 됩니다!)
    다음부터 그러지 말라는 형사의 당부와 배웅을 받으며 경찰서를 나온다.
    
#64. 경찰서 건물 로비

   정우, 무표정으로 걸어나온다.

#65. 경찰서 건물 밖 계단
    영심, 양손에 두부를 들고 계단을 올라갔다 내려갔다.. 망설이고 있다.
    어느 순간 영심, 결심하고 홱 뒤돌아 계단을 올라가려는데.. 헉! 
    안에서 나오는 정우. 
    정우, 계단을 내려오다 영심을 발견하고 멈춰선다.
    두 사람, 그렇게 계단에서 만나고..

영심        (정우다!)
정우        (작게 움찔, 영심이다!) 
영심        (어디 다친 데 없나 괜찮나 살펴본다)
정우        (차갑게 외면하고 내려가는데)
영심        정우씨!
정우        (영심과 같은 계단에서 멈춰서고, 그냥 아무말 없이 무표정 무감동으로 바라본다)
영심        이거..
정우        (보면 두부다!)... (실소하는)... (묵묵히 받아든다)
영심        (안도하고 반색하는데)
정우        (그 두부 사정없이 내팽개쳐 버린다)
영심        (어? 놀란 채)... ...(무참해서 눈물이 핑 돈다)
정우        (전혀 모르는 사람인 듯 싸늘하게 내려간다)
영심        ... ...

    정우, 무표정으로 경찰서 마당을 걸어나가는데.. 
    정우의 시선에.. 경찰서 입구로 들어오고 있는 지혜!
    
정우        (멈춰서고 잠시 지혜를 날이 선 눈빛으로 쏘아본다)

    지혜도 정우를 발견하고 멈춰서는데..

지혜        (정우다!)... ...(그저 복잡하게 바라보고 섰는데)

    정우, 갑자기 뒤돌아 성큼성큼 영심에게로 향한다.

지혜        (어?)... (영심이다!)... (지켜보고 서 있는데)

    성큼성큼 계단을 올라간 정우, 갑자기 영심에게 달려들어 키스를 한다.

영심        (너무 놀라서)... ... (벗어나려고 반항을 하는데)
정우        (움직이지 못하게 꽉 붙잡고 키스를 퍼붓는다)
영심        (얼어붙은 채)... ...
지혜        (엄청난 충격으로 얼어붙는다)
영심        (안간힘으로 홱 몸을 떼낸다) 무,무슨 지,짓이예요 이,이게? (하는데)
정우        (영심의 눈 깊게 응시하며 영심의 눈물을 가만히 닦아준다) (*선수처럼 해주세요!)
영심        (!)... ... 

    영심의 그 두려움과 떨림에서 엔딩.  -제9부 끝.-
 


.12월의열대야

.영화 & 드라마 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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