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취향 3
개인의 취향 3부 1. 상고재 마당/ (밤) 개인과 인희 몸싸움을 벌여 난장판이 된 마당 위로. 인희(E) : 게... 게이?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면 개인과 인희 서로 머리 쥐어뜯고 싸운 몰골로 씩씩. 개인 : (고소해서) 그래, 너 재주 좋으니까 저 남자도 한번 꼬셔보던지. 혹시 알아? 김인희 매력에 취향까지 바뀔지. 인희 : (분해서 씩씩) 거짓말이지? 개인 : 내가 넌 줄 아니? 사람 앞에 대놓고 거짓말 같은 거 못해. 아니 절대 안해! 인희 : (비웃으며)그래, 나같이 살지 않는 게 겨우 게이 남자나 끌어 들인거니? 박 개인, 넌 항상 이런 식이지? 창렬씨한테 왜 채였는지도 모르고 겨우 게이 남자나 끌어들여 친구삼자는 니가 한심하단 생각은 안드니? 개인 : 누가 게이 남자랑 친구 삼겠대? 방 세준 거 뿐이야! 너 같이 친구 애인이나 뺏는 기집애한테 뒤통수 맞느니 차라리 아무 피해 안 주는 저 남자가 더 편해! 진호, 마루에 팔짱끼고 서서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듣고 있는. 인희 : 넌 뭐든 편하면 다 좋지? 편한 거 좋아해서 남자 만날 때도 무릎 나온 추리 닝에 슬리퍼 질질 끌고 나가잖아. 세상에 어떤 남자가 그런 여자를 여자로 보겠니? 내가 니 애인 빼앗다고 생각하지 말고 니가 어떻게 뺏길 짓을 했는 지 생각해봐! 개인 : (캐리어 끌어다 인희 앞에 탁 놓으며) 가라, 너! 난 너 상대할 기운없으 니까 가. 인희 : (뻔뻔하게) 알잖아, 너도? 나 여기말고 갈 곳 없는 거. 개인 : 김인희! 뻔뻔한 게 뭔지 보여주려고 태어났니? 인희 : (기막힌) 너... 변했다? 개인 : 누구 때문인데? 인희 : (악을 쓰듯) 갈 데 없다니까! 나 여기말고 갈데 없다구! 개인 : (더는 참지 못하고 주변의 빗자루같은 거 집어들고)더 험한 꼴 당하기 싫음 빨리 가! 인희 : (포기하고 일어서면도 당당)서로 생각할 시간을 좀 갖는 게 좋겠다. 개인 : 너랑 생각할 시간 같은 거 갖고 싶지 않으니까 다시는 보지 말자, 우리. 인희 : (짜증스럽게) 오늘은 간다니까! 인희, 가려다 고개 들면. 개인 뒤에 팔짱 끼고 서있는 진호. 개인은 모르고 인희와 진호 마주보는 구도. 인희 : (저 남자가 게이?) ? 개인, 터덜터덜 상고재 나가는 인희 보며 복잡한 마음이다. 개인 : (힘 풀린 듯 빗자루 놓고)나쁜 년... 사람 속 또 뒤집어 놓구... 개인, 돌아서는데 앞을 가린 검은 그림자. 의아해서 고개 들면. 진호, 달빛 등지고 어두운 포스 내뿜으며 팔짱끼고 서있다. 개인, 허걱! 2. 상고재 마당 마루 연결/ (밤) 개인, 진호 시선 피해 도망치듯 마루로 올라가는데. 진호 : (화나지만 점잖게) 방금 뭐라고 했어요? 개인 : (뜨끔) 뭐, 뭐요? 진호 : 누가 게이라구요? 개인 : (난처해 궁시렁) 아이 참.. 들어간 줄 알았더니 왜 거기있대... 미, 미안해요. 진호 : (싸늘) 그런 망발이 제멋대로 튀어나오는 뇌구조는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 군요. 개인 : 알아요. 숨기고 싶은 비밀이란 거. 너무 흥분해서 그만... (변명) 하지만 그게 뭐 숨긴다고 숨겨지는 건가요. 이미 다 눈치챘는데. 진호 : (미간 찡그리며) 눈치? 개인 : 그래도 전 이해하니까 너무 걱정 말아요. 근데 성적취향은 어쩔 수 없는 거지만 솔직히 바람둥이는 좀... 그러네요. 진호 : (점점 과간이다)바람둥이? 개인 : 상준 씨랑 또 그때 모텔에서 본... (결연하게 보며)둘 중 한 명을 확실하게 했으면 좋겠어요! 사랑 때문에 받는 상처가 얼마나 큰 건데요. 안 당해 본 사람은 정말 몰라! 진호 : (뒷목잡기 직전 입 떡 벌어지고)허! 플래시백) -모텔에서 팬티 바람의 태훈과 실랑이하던 진호 -모텔 앞 “참 힘들겠다”던 개인의 말 -결혼식날 넥타이 -상고재 입성하던 날 영선의 말 “두 분 파트너 이신가 봐요” -인희에게 “저 남자 게이야” 플래시백과 교차로 점점 이해되는 진호. 그제야 감잡히자 기 막혀 말이 안 나오고. 개인: (성큼성큼 방으로 돌아가는 진호보며 으쓱) 많이 민망한가 보네. 3. 상고재/ 진호 방(밤) 진호, 분주하게 옷을 개는 손. 빠르고 신속하게 트렁크에 짐 싸다가 cut in. 2부 54씬. 자신 보며 개인과 영선 의미심장한 시선을 서로 나누던 모습. 소름 돋는 듯 진저리치고 짐 싸는 손 더 빨라진다. 4. 상고재/ 개인 작업실(밤) 개인, 열심히 톱질 중인데 핸드폰 들고 옆에 와 서는 진호. 진호 : 핸드폰 번호요. 개인 : 네? (톱질 멈추고) 진호 : 그쪽 번호 불러봐요. 개인 : (의아) 010-879-2099... 진호, 번호를 꾹꾹 누르면 잠시 후 개인의 핸드폰 울린다. 개인 : (핸드폰 보는데) ? 진호 : 제 계좝니다. 개인 : 예? 진호 : 방값 거기로 넣어주세요. 나머지 짐은 그 후에 가지러 오죠. 개인 : 예에~? 개인 황당해 보면, 진호 짐 들고 싸늘하게 돌아선다. 5. 상고재 앞 (밤) 개인, (진호 쫓아 뛰어나오며) 잠깐만요, 전진호 씨! 잠깐만요! 진호, 어느새 차문 열어 올라타고. 개인 : (창문 두드리며) 우리 잠깐 얘기 좀 해요! 남자가 속 좁게 이게 뭐예요! 이렇게 가는 법이... 매정하게 부웅 출발하는 차. 개인 : 이렇게 가는 법이... 있네. (차 뒷꽁무니에 대고) 내가 방값 주나봐라! 에이 배째라! 배째! 6. 상고재 /개인 작업실 (밤) 개인 다시 하던 작업 계속하며. 개인 : (궁시렁) 그러게 그렇게 숨기고 싶었음 티를 내지 말던가. 누가 시도 때도 없이 애정행각을 벌이래? (일손 멈추고 한숨)뭐, 애인이 둘씩이나 되니 갈 데야 없으려구. 그나저나 방세는... (입 때리며) 아유, 요 입! 하여간 요 입이 문제야! 7. 거리 / 진호 자동차 안(밤) 진호, 무표정하게 운전하는 위로. 개인(E) : 저 남자 게이야! 진호, 인상 점점 찡그려지고. 8. 거리 (밤) 빨간 신호등 바뀌고, 끼익 급정차 하는 진호 차. 사거리에서 아슬아슬하게 멈추면 앞을 가로질러가는 차들. 진호 : (주먹으로 자동차 클락숀 내려치며 소리지르듯) 게이?!(F.O) 9. 진호 사무실 방(아침) 분위기 있는 클래식 음악 흐르는 작지만 깔끔한 사무실. 커피메이커에서 보글보글 끓는 커피. 머그컵에 커피 따르는 손. 김 모락모락 나는 머그컵에서 점점 진호 훑어 올라가다 마지막엔 퀭한 얼굴 크로. 상준 : 좋은 아침... (들어오다 진호보고 허걱!) 무슨 일 있었냐? 진호 : (커피 마시며 무심하게) 있지... 상준 : (심각하게 보다) 상고재 아가씨 때문이야? 진호 : (대답없이 커피만 마시고)... 상준 : (혀 차며) 내 그럴 줄 알았다. 처음부터 정상이 아닌 것 같더니... 진호 : 그러게. 상준 : 그래도 첫날부터는 너무 심하네. 아무리 마음에 들었어도 그렇지. 진호 : (뭐라는 거야?) ...? 상준 : (다독이며) 그래도 어쩌겠냐? 그냥 눈 꼭 감고... 다 벗어줘라. 진호 : 형! 상준 : (진호의 살벌한 눈과 마주치자 뜨끔)! 진호 : 그 여자가 나보고 뭐라는 줄이나 알아? 상준 : 왜... 사귀재? 아님 결혼이라도? 진호 : 게... 게... (생각만해도 낯 뜨거워) 됐어. 상고재 나올 거야. 그렇게 들어가는 거 처음부터 찜찜했는데 잘 됐지. 이번 담예술원은 그냥 우리 아이디어로 승부하자. (분주하게 도면 꺼내 펼치며) 생각해봤는데, 저번 드림아트센터 때 준비하다 만 거 있잖아. 여기 이 부분에 한옥의 중정을 응용해 넣는 거야. 나무보단 코르덴으로 새로움을 극대화 시키고. 여기엔... 상준 : (시큰둥)아이디어 좋네. 미래같은 대기업하고 붙어도 승산 있겠다. 걔네야 뭐 최 회장이 좋아하는 상고재 컨셉으로 밀고 나갈테고 빵빵하게 로비하는 능 력 밖에 없을 테니까. 진호 : 형... 내말 좀 들어봐. 상준 : (비관적)그래 이번 공모에서 떨어지면 뭐 또 어떠냐? 너는 회사 정리해버리고, 나도 가업을 이어받아 슈퍼 사장이나 하면 되지. 괜 찮아. 괜찮아... (파리잡는 시늉) 에휴, 요즘은 수퍼에도 파리만 날리던데... 진호 :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난감)... 10. 상고재/ 거실(아침) 발랄한 음악 들리는 지저분한 상고재 안. 커피 잔에 물 붓고 커피믹스 봉지로 휘휘 저어 영선에게 내미는 개인. 영선 : 인희 그년 미친 거 아니니? 지가 어디라고 여길 와? 내 손에 잡혔으면 이번엔 뺨 한대로 안 끝났텐데! 개인 : 진호 씨한테 세 줬다니까 오히려 나보고 난잡하다더라. 영선 : 미친년! 그걸 그냥 놔뒀어? 개인 : (의기양양)그래서 저 남자는 게이라고 해줬지. 너 재주 좋으니까 한번 꼬 셔보라고. 영선 : 근데 설마 진호 씨... 그 얘기 들은 건 아니겠지? 개인 : (뜨끔해서 보고) 영선 : 아유, 내가 미쳐! 커밍아웃한 것도 아닌데 그런 말을 함부로 하면 어떡해? 개인 : (풀죽어) 그러게. 실은... 그것 때문에 진호 씨가 어제 가출했어. 영선 : 방값 돌려달라고는 안 해? 개인 : (핸드폰 들어 보이며)계좌번호 주더라. 남자가 정말 속 좁지 않니? 영선 : 으구 웬수! 돈 한푼 없다면서 무슨 수로 돌려 줄 거야? 개인 : 그저 요 입이 웬수지... 영선 : (개인 손가락으로 핸드폰 눌러주며) 전화해서 달래봐. 빨리! 개인, 싫다는 듯 손빼려하지만 영선의 손힘이 더 세다. 억지로 핸드폰 누르는 개인. 11. 진호 사무실(아침) 진호, 설계도 보다가 개인인 거 확인하고 전화 끊어버리고 문자 보내는. 영선(E) : 일 났다... 일 났어. 12. 상고재 / 거실(아침) 영선 : (핸드폰 든 개인 보며) 안 받지? 개인 : (끄덕)... 문자 오는 소리 들리고 개인, 문자 확인하면 ‘방값 오늘 중으로 입급 하십시오.’ 난감한 표정으로 얼굴 구겨지는 개인. 영선 : (옆에서 문자 들여다보고 개인 등짝 때리며) 어쩔 거야? 기집애야. 겨우 복덩이를 끌어다 앉혀 줬더니 고새 내쫓아? 개인 : (잘못한 걸 알지만 어깃장 놓는) 됐어. 아무리 여자한테 관심 없는 남자래도 한 집에 사는 거 나도 별로였어. 영선 : (소리 빽)네가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릴 때야! 그리고 그 정도면... 임금님 수라상이지! 개인 : (일어나면서) 원호자식 찾으면 다 해결돼! 이 자식 찾아서 돈만 받으면 그깟 방값 돌려준다, 돌려줘. 13. 거리 몽타주(낮). - 성인 오락실을 돌아다니는 개인. 남자들 개인 흘끔거리고. - 찜질방에 들어가 원호사진 돌리고. - 이곳저곳 피씨방에 들어가 기웃거리는 개인. 원호와 비슷한 뒷모습 보고 가보면 아니다. 개인, 발목에 붕대를 한 채 절뚝대며 원호를 찾아다니고, 점점 실망하는 표정. 피씨방을 나오며 한숨 쉬는 개인. 하는 수 없이 핸드폰 걸면. 핸드폰 (E) :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가 없으니 메시지를 남겨주시면... 개인 : 이원호, 어딨니, 너? 이 자식아, 이렇게 도망만 다닌다고 해결 될 문제 아니잖아. 우리 일단 좀 만나자. 만나서 얘기하다보면 뭔가 방법이 생길지도 모르잖아. (소용없다는 걸 알지만) 연락 좀 줘... 응? 14. 병원 앞(낮). 발목 붕대 푸는 개인. 침대에서 내려 걸어보면 괜찮고. 개인, 접수대로 가서 지갑 여는데 다리 다친 듯 보이는 여자를 부축해 오는 남자 지나가고. cut in. 2부에서 진호가 다친 걸 부축해주던 장면 떠오른다. 진호(E) : 이럴 땐 그냥 ‘고맙습니다.’ 하는 거라니까요. 개인 : 참... 병원비도 못 갚았는데... 15. 진호 사무실(낮) 진호가 몰래 스케치 해온 상고재 그림들을 보는 진호, 상준. 상준 : (그림보며 고개 갸웃) 그냥 단순한 퓨전한옥인데 MS 최회장이 왜 여기에 꽂 혔을까? 진호 : 박철한 교수가 인터뷰에서 자신의 아내와 아이에게 바치는 집이라고 했는데 아직은 잘 모르겠어. 상준 : 그러니까 오늘밤 들어가서 더 잘 좀 살펴 봐. 진호 : 됐어, 방값 넣어주면 나머지 짐이나 찾으러 갈 거야. 상준 : (진호 손 다독이며 달래듯)야, 이 기회에 상고재 아가씨하고도 잘 좀 해봐라, 응? 이게 바로 도랑치고 가재잡고 아니냐? 진호 : 그 어리버리하고 뭘 해보라구? 상준 : 담예술원도 예술원이지만 막말로 박철한 교수 사위라도 돼 봐. 이 바닥에선 게임 오버다. 태훈(E) : 형! 태훈 들어오면 진호, 상준 후다닥 그림 감춘다. 바닥으로 떨어지는 그림 한 장. 상준 : 노크 좀 하고 들어오라니까! 자식이 예의가 없어. 태훈 : (가늘게 째리며) 나 모르게 둘이 또 무슨 작당 모의 했어요? 상준 : 흠흠, 작당모의라니! 태훈 : 기다려요! 곧 형들의 비밀을 밝혀내고 말테니까. 진호 : 근데 무슨 일이야? 태훈 : 참! 손님이요. 태훈, 비켜서면 뒤에 개인이 멋쩍게 웃고 있다. 진호, 얼굴 굳어지고. 상준, 잘해보라며 눈 찡긋하는데 옆에 떨어져 있는 상고재 스케치 한장. 진호 : (개인이 볼까 얼른 잡아끌며) 일단 나가서 얘기하죠. 태훈 : (나가는 진호 개인 보며) 누구예요? 상준 : (흐뭇하게) 귀인. 태훈 : 네? 상준 : (씨익 웃고) 그런 게 있어, 임마. 태훈 : (고개 갸웃하다 새끼손가락 보이며) 혹시 진호 형, 이거예요? 상준 : 그러면야 만사형통이지. 태훈 : 가만, 진호 형이 저 여자분을 사귀면 혜미는...? (얼굴 확 밝아진)와, 정말 귀인이네요! 그래서였구나. 어딘가 낯이 익더라니! 상준, 태훈 두 사람 사라진 문 흐뭇하게 보고. 16. 옥상(낮) 마주보고 서있는 진호와 개인. 개인, 진호의 냉담한 얼굴에 무슨 말부터 꺼낼지 망설여지고. 개인 : (머뭇)제가 평소엔 입이 정말 무겁거든요. 어제는 그만 제 정신이 아니라서.. 힐끔 진호 눈치 보자, 계속 하란 듯 보는 진호. 개인 : 제발 이해 좀 해줘요. 어젯밤에 흥분해서 제가 제 정신이 아니었나봐요. 제가 원래 뇌에서 입까지가 바로 뚫려있거든요. 생각하면 바로 튀어나와요. 고치려고 하는데 그게 마음대로 안되가지구요... 진호 : (한심한듯 보다가) 서론이 기네요. 그럼 바빠서. (돌아서는) 개인 : (얼른 진호 앞을 막아서며) 잠깐만요! 진호 : (보면) ... 개인 : (냉큼 두 손 모으고) 정말 다시 그런 말 안 할게요. 비밀 보장 해드릴게요. (애절하게 보며) 돌아와주세요. 네에? 진호 : (생각하다가 냉정하게) 방값이나 빨리 입금 시켜주시죠. (돌아서면) 개인 : (진호 뒤통수 확 째리다가) 이봐요, 전진호 씨! 진호, 멈추면 성큼성큼 쫓아오는 개인. 개인 : (진호 손에 호탕하게 뭔가 쥐어주고) 받아요! 진호 : (상자 만져보며) 뭡니까? 이게? 진호, 꺼내보면 정교하게 만든 식탁과 의자 미니어쳐다. (의자는 1개 뿐.) 개인 : 작업하다 남은 재료들로 만든 거예요. 아끼는 거지만 줄게요. 진호 : (퉁명) 왜요? 개인 : (머뭇) 서... 선물이요. 진호 : (의심) 뇌물이 아니고요? 개인 : 선물 맞아요. 병원비까지 내주고 도와준 거 인사도 못했잖아요. 감사의 뜻으로 드리는 거니까 절대 부담 갖지 마세요. 헤어질 때 헤어지더라도 인사는 하는 게 도리 아니겠어요? 진호 : (의외라는 듯 보다) 뭐 그날 제가 엄청 고생한 건 사실이니 일단 받아두죠. 개인 : (눈치보며) 저기... 그럼 있다가... 들어... 오시죠? 진호 : 아뇨. (돌아서고) 개인 : (진호 뒤통수 노려보며 궁시렁) 아유, 저걸 그냥... 돈이 웬수다, 웬수! 17. 진호 사무실 /진호 방(낮) 수트 갖춰 입고 외출 준비하는 진호. 상준 : (들어오며) 준비 다 됐어? 진호 : 어. 상준 : (책상에 놓인 미니어쳐 보고) 못 보던 거네? 샀어? 진호 : 아니... 뇌물. 상준 : 뇌물? 누가...? 진호 : 그런 게 있어. 진호, 짐 챙겨 바쁘게 나가려는데 문 앞에서 딱 마주친 혜미. 혜미 : (도끼눈 뜨고 씩씩대다가) 오옵빠! 진호 : (점잖게 지나고) 미안, 나중에 얘기하자. 혜미 : (졸졸 쫓아가며 다다...) 어떻게 된 거야! 오빠 방 짐들은 다 어디로 갔는데? 달랑 메모 한 장 남겨놓고 이렇게 나가 는 법이 어딨어? 어머니가 얼마나 걱정하시는 줄 알아? 그 나이에 가출도 아니고 뭐... (진호 우뚝 걸음 멈추자 등에 부딪치고)! 진호 : 가출 맞아. 혜미 : (올려다보면) ! 진호 : (마주보며 부드럽게) 한집에 있으면 아무래도 네가 불편할 거 같아서. 혜미 : 안 불편해! (도리질 치며) 나 불편한 거 하나도 없어! 오빠랑 같이 있는데 내가 왜 불편해? 진호 : 그래도 그러면 안 되는 거야. 과년한 처녀가 다 큰 남자네 집에 같이 있는 거 남들 보기에 안 좋아. 집에서도 걱정하실 거고. 혜미 : (감동) 지금 나 걱정해주는 거야? 오빠... 진호 : (냉정하고 차분) 나중에 너 결혼할 때 흠 잡힐 수도 있는 문제니까. 혜미 : !! 진호 : (싸늘) 그리고 여기 일하는 사무실이야. 아무 때나 불쑥불쑥 찾아 오지마. 진호 쌩하니 나가면 벙쪄 있는 혜미, 금방이라도 울 것 같다. 난처해하는 상준, 태훈. 상준 : 아이고, 벌써 시간이 이렇게.... (쫓아가고) 태훈 : (진호 뒤통수에 대고) 형, 너무해요! (혜미 달래며) 혜미야, 진정해. 진정! 형이 원래 말만 살벌한 거 너도 알지? 겉은 저래도 속정이 얼마나 깊은데. 나 아직까지 붙어 있는 거 봐봐? 혜미 : 너, 나랑 데이트 하고 싶지? 태훈 : (멍하니 보면) 혜미 : (명령하듯) 그럼 진호 오빠 있는 곳 알아내! 태훈 : (눈 반짝하면서 순간 의지에 불타는) 18. 담 미술관 / 최관장 사무실(낮) 한회장 최관장과 차 마시며 대화 나누고. 한회장 : (둘러보며)듣던대로 최관장님 안목이 범상치 않으십니다. 최관장 : 과찬이십니다. 근데 무슨 일이시죠? 한회장 : (노란 종이에 포장된 그림 내밀며)아끼는 그림인데 저 같은 사람보다야 최 관장님께 더 어울릴 거 같아서... 최관장 : (무표정하게)... 한회장 : 부끄럽지만 저도 한때 화가지망생이었답니다. 그래서 담 예술원 신축 얘 기가 나왔을 때 어찌나 설레던지. (최관장 눈치보며)미래건설 회장으로서가 아니라 화가를 꿈꾸던 한 사람 으로서 이번 공사는 꼭 맡아야겠다! 그런 다짐으로... 최관장 : (말 끊고)잘 알겠습니다. 한회장 : 잘 생각하셨습니다! MS그룹 이미지도 있는데 어중이떠중이들에게 맡겨봐야 득 될게 없죠. 최관장 : (자리에서 일어서며)죄송합니다. 제가 선약이 있어서요. 한회장 : 그래도 어떤 그림인지 풀어나 보시지... 최관장 : (자르며) 그림은 마음만 받도록 하죠. 아버님과의 친분으로 저한테 이런 신경까지 써주시는 건 감사합니다. 제가 그런 사적인 감정으로 담미술 관 공모에 미래건설을 특별하게 배려한다면 오히려 한회장님 자존심에 상 처를 드리는 일일텐데... 안 그렇습니까? 한회장 : (얼굴 화끈거리지만 내색 않고 헛웃음) 아, 그야 물론이죠, 최관장님. 19. 담 미술관 일각(낮) 어딘가를 기웃거리는 창렬. 김비서 : (등 뒤에서 살며시) 뭐하십니까? 창렬 : (화들짝 놀라) 뭐하긴! 뭘? 김비서 : 제가 모를까봐요? 인희 씨 찾고 계시죠? 창렬 : 알면서 뭘 물어? 김비서 : 정신차리십시오. 지금 인희 씨가 중요합니까? 최관장한테 얼굴 도장이라도 한번 더 찍어야 되는 상황 아닙니까? 창렬 : 얼굴 도장이야 아버지가 확실히 찍고 있겠지. 그 그림이 얼마짜린데. 김비서 : (혀차며)이번 프로젝트 잘못 되면 중국으로 쫓겨나는 거 아시죠? 그땐 인희씨하고도 정말 끝나는 겁니다. 창렬 : (귀찮다는 듯 가며) 알아, 알아! 최관장에 대해선 조사 좀 해봤어? 김비서 : 그게... 아주 깨끗하던데요? 창렬 : (째려보며) 제대로 안 할래? 김비서 : 정말이라니까요. 술도 안 좋아하고, 여자관계는 그야말로 스님처럼 깨끗하던데요. 창렬 : 제대로 해! 안 그럼 중국에 같이 끌고 갈 테니까! 창렬과 맞은편에서 등장하는 진호, 상준. 창렬 : (피식) 너희 구멍가게 아직도 안 망했냐? 진호 : (무시하고 가면) 창렬 : 짜식, 바퀴벌레도 아니고 끈질기긴. 상준 : (진호 따라가다 째려보며) 아유, 저걸 그냥! 진호야 저 자식 몇 대만 팰까? 김비서 : (창렬 막아서며) 쳐... 쳐보시죠! 돈 많으면. 상준 : (주먹 쥐고) 아유! 운다 울어! 진호 : (나직이) 그만해 형, 상대하지마. 20. 담 미술관 회의실(낮) 회의실 앞에서 브리핑하는 최관장. 인희, 관계자들에게 프린트물 나눠주면 손들어 아는 체 하는 창렬. 인희 모른 척. 최관장 : 이번 저희 담 예술원은 11만 4천 평방미터의 대지 위에 총공사비 4천 억원을 들여 소장품 위주가 아닌, 대형 설치작품, 미디어 아트, 퍼포먼스 등 새로운 예술 형식을 담아낼 수 있는 창의적 공간을 지으려 합니다. 최관장 앞의 스크린에 예술원 부지등 자료 화면들 지나가고. 긴장한 관계자들과 진호, 상준 표정 스치듯 지나는 위로. 최관장(E) : 정통성과 현대기술이 만나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예술원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국내외 건축가 여러분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기대하겠습니다. 인희 : (최관장에게 마이크 넘겨받으며) 이번 공모전의 참가 신청마감일은 14일까지 일주일간입니다. 당선작에 대한 특전으론... (소리 점점 작아지고) 21. 담 미술관 / 회의실 앞(낮) 문 앞에서 인희를 기다리는 창렬. 인희, 프린트물등 들고 나오자 쪼르르 달려간다. 창렬 : 김인희, 잠깐 얘기 좀 하자. 인희 : (차갑게) 할 얘기 없어. 창렬 : (졸졸 쫓아가며) 어제 어디서 잤어? 인희 : 남이야 어디서 자든 말든. 창렬 : 남이라니! 그렇게 말하면 또 섭하지. (쌩하니 가는 인희보며)야! 김인희! 김인희! (인희 들은 척도 않고) 김비서 : 매달리는 남자 매력 없는데... 그걸 모르시네. 22. 담 미술관 일각(낮) 인희, 걷던 걸음 멈칫하면 맞은편에 진호 서있다. 진호, 인희 난처한 표정으로 서로 보고. 인희 : 안녕하세요. 진호 : 예. 인희 : (머리 가다듬으며) 저... 어젯밤에는... 결례가 많았어요. 진호 : 아... 어젯밤 일은... (하는데) 창렬 : (질투심에 달려와)어젯밤에 둘이 뭐?! 김인희 어제 이 자식 만났어? 진호, 흥분하는 창렬을 보자 묘한 미소. 진호 : 어젯밤 일은 너무 인상적이었습니다. 인희 : (민망해서)그 일은 그냥 잊어주세요. 저 원래 그런 사람 아닌데... 진호 : (창렬 들으라는 듯)아닙니다. 인간적인 모습이 친근하게 느껴지던데요. 창렬 : (약이 바싹 올라 멱살잡고) 너 이자식! 우리 인희랑 뭔 일 있었던 거야? 상준, 김비서, 인희, 말리고. 인희 : 창렬씨! 그만 못해! 진호 : (위악적으로)궁금하지? 근데 어쩌냐? 너희 인희 씨가 어제 일은 비밀로 해주길 바라는 거 같은데. 창렬 : (진호를 향해 주먹질) 이자식이! 진호, 간단하게 창렬 주먹 막아내고 그대로 팔 비틀어 버린다. 창렬 : (씩씩대며)너! 이번 담 예술원 꼭 해라! 내가 완전 밟아버릴 거니까! 진호 : (가소롭다)너한테 밟힐 거 같았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어. 한회장, 지나가다 그 장면 보고 멈춰서고. 김비서, 한회장 보자 놀라서 창렬에게 달려간다. 김비서: 그만하세요! 회장님이 보고 계십니다. 창렬, 흘끗 보다 한회장과 눈 마주치면 뜨끔. 진호, 한회장과 날카로운 시선 주고받는다. 한회장: (창렬 호통치며)너, 지금 뭐하는 거냐!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주먹다짐이야! 창렬 : 아버지... 한회장: (진호 들으란듯)항상 말하지 않았냐! 가진 자는 너그러워야 되는 법이라고. 너보다 약한 상대한테는 동정심을 가지라고 얼마나 더 말을 해야 알아듣겠냐? (진호곁 지나며)가뜩이나 매번 우리한테 코피 터지는 상대의 멱살은 뭐하러 잡아? 진호 : 한 회장님! 한회장, 창렬과 가는데 진호 부르는 소리 들리자 멈칫. 진호 : (돌아서서 한회장 뒷통수 향해) 당당하게 싸우다 코피 터지는 건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주먹에 돌을 숨긴 상대한테 코피가 터지는 건 억울합니다. 그러니 이번만은 맨주먹으로 상대해 주십시오! (정중하게 인사하고 뚜벅뚜벅 걸어 한회장, 창렬 지나쳐 간다) 한쪽에서 오던 최관장 그 모습 흥미롭다는 듯 보고. 인희, ‘저렇게 멋진 남자가 정말 게이?’ 진호 모습에 설레는 표정. 창렬, 진호와 흔들리는 인희의 표정 불안한 듯 보고. 23. 거리 / 한회장 차 안(낮)한회장 : 진호 저 녀석 만만하게 보지 마라. 이번엔 특히 단단히 독을 품은 모양이니. 창렬 : 지가 백날 그래 봤자죠. 저 자식은 말로만 센척하는 거예요. 새끼, 밤낮 무협지만 봤나... (진호 말투 흉내내며) 이번만은 맨주먹으로 상대해주십시오... 한회장 : (한심하게 보면) 창렬 : (찔끔해서 목소리 착 깔며) 말씀하세요, 아버지. 한회장 : 듣자니 저번 드림아트센터 때 최관장이 진호네 응모작을 눈여겨 본 모양 이더라. 창렬 : 그래도 이 일이 뭐 실력만 갖고 되나요. 로비에 탁월한 아버지가 계신데 무슨 걱정이에요. 한회장 : (머리통 때리며) 그게 안통하니 그렇지! 창렬 : (얼굴 구겨지고) ! 한회장 : 새아기 하곤 얘기 해봤냐? 창렬 : 새아기? (반색) 인희... 다시 받아주시는 거예요? 한회장 : 아까보니 최관장한테 신임을 받는 것 같더라. 이번 건도 실무를 맡는 모양이니 네가 잘 좀 구슬러 보거라. 창렬 : 그럼, 이번 일 잘 되면 받아주시는 걸로 믿겠습니다? 한회장 : 그래, 봐서 너희들 문제는 다시 생각해보마. 창렬 : 대신 담예술원 일... 제게 전권을 주십시오. 한회장 : (의외라는 듯 보고) 창렬 : 어차피 로비도 안통하는 거 이번엔 저도 맨주먹으로 정정 당당하게 겨뤄보 고 싶습니다. 한회장 : 자신있냐? 창렬 : (진지하게 눈 빛내며) 실패하면 두 말 않고 중국으로 가겠습니다! 24. 미술관 /주차장 앞(낮) 상준 : (큰소리로 고소해 죽겠다는 듯 웃으며) 너 한회장한테 그 말하는데 아깐 내속이 다 후련하더라. (눈치보며) 근데 정말 우리한테 승산이 있을까? 진호 : 승산은 만드는 거야. E : 전화벨 진호 : (받고) 네. (순간 긴장하면서) 뭐! 25. 병원 응급실(낮) 소장, 인부1,2 응급처치 받고 있는. 뛰어들어오는 진호. 진호 : (소장발견하고 급하게 다가들며) 어떻게 된 겁니까? 소장 : 계속 밤을 샜더니 다들 정신이 멍해 있어서. 안전사고라는 게 원래 눈 깜박 하는 사이에 나는 거잖아. 인부1 : (볼멘소리로) 다 살자고 하는 짓인데 그렇게 사정없이 몰아붙이니 이런 사 고가... 소장 : (말 끊고)가만 있어! 전소장이 사고 나라고 몰아붙인거야? 전소장, 우린 많이 다치지 않았으니 너무 걱정마. 진호 : (정중히 고개 숙이며) 면목 없습니다. 소장 : 정말 이번 완공일자 말도 안 됐던 거 알지? 하긴 전소장이 무슨 죄겠어? 그놈의 건축주가 인정머리 없는 게 문제지. 상준 뛰어오다 인부들 보고 멈칫하고 진호를 향해 와보라는 듯 손짓해 부른다. 26. 병원 일각(낮) 상준 : (미치겠다는 듯 머리 긁적이며) 아주 죽어라, 죽어라 한다. 진호 : 크게 다친덴 없는 거 같으니 너무 걱정마. 상준 : 야, 건축주 부도내고 오늘 아침에 필리핀으로 튀었단다. 진호 : (표정 굳고)! 상준 : 어떡하냐 우리? 27. 은행앞(낮) 진호, 상준 은행 안에서 걸어 나오고. 상준 : 야, 너 미쳤어? 지금 우리 사무실이 문 닫게 생긴 상황이야. 근데 대출받아 밀린 임금이며 병원비까지 내주냐. 진호 : 그럼, 난 상관없는 일이니 필리핀 가서 건축주 잡아보십시오 해? 상준 : 우리 코가 석자다 진호야. 정말 어쩌려고 이러냐? 진호 : (결연하게) 나, 들어간다 형. 상준 : 뭐? 들어가긴 어딜 들어간다는 거야? 부도내고 감방에서 해결하겠다는 생각은 하는 게 아니지. 그건 막가자는 건데... 진호 : 나 상고재 들어간다구. 상준 : (보다가 진호 손 덥썩 잡으며) 그래, 진호야 우리가 살길은 그것밖에 없다. 이왕 이렇게 되면 아예 상고재에 들어가서 뼈를 묻는 거야. 진호 : (더욱 결연한 표정) 28. 시장, 떡볶이집 앞(낮) 초등학교 꼬맹이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개인. 개인 : 떡볶이 주세요. 오뎅 많이요. 주인 : (주며) 단골이라 계란은 써비스에요. 개인 : (쾌활하게) 와, 감사합니다! 개인, 허겁지겁 떡볶이 먹다가 무언가를 보고. 시선 따라가면 떡볶이 주인, 밑창이 다 떨어진 신발에 본드칠 하는데 눈이 어두워 잘 안 된다. 개인 : 도와 드릴까요? 주인 : (개인 보고) 개인 : (씨익 웃고) 줘보세요. 시간경과) 개인 : (능숙한 솜씨로 신발에 본드 칠 해주고) 또 붙일 거 있으면 가져와 보세요. 제가 이런 거 전문이든요! 29. 상고재 마당(낮) 진호, 마당에 들어서면 발에 채이는 우편물 봉투들 줍고. 거실로 들어가면 커피잔과 과자봉지, 개인이 허물벗 듯 벗은 옷 굴러다니고. 둘러볼수록 진호의 인상 점점 험악해진다. 진호 : (혀를 차며 고개 설레설레) 이건 뭐.. 돼지우리도 아니고... 문소리 들리고 쫄래쫄래 들어오는 개인. 개인 : (진호보고) 어! 진호 : 집안 꼴이 이게 뭡니까? 개인 : (반갑게) 다시 들어오기로 한 거예요? 진호 : (개인에게 코 들이대며 인상) 근데 이건 무슨 냄새죠? 개인 : (자기 옷 킁킁 냄새 맡고) 냄새요? 떡볶이 냄샌가? 본드냄샌가? 진호 : (한심) 이젠 본드까지 붑니까? 개인 : 뭐예요! 진호 : 아무리 살기 어려워도 그렇지 그런 식으로 현실을 도피해요? 개인 : 이봐요! 전진호 씨! 진호, 개인 손 덥썩 잡아끌고 나간다. 개인 : (끌려가며) 뭐예요, 갑자기 어딜 가는 거예요! 30. 마트(낮) 진호, 카트 밀고 가면서 뭔가 잔뜩 담는다. 개인, 쫓아가며 물건 들어보면 전부 청소도구들이다. 찌든 때 제거 세제, 마스크, 장갑, 대걸레... 그 위로 담겨지는 앞치마. 개인, 앞치마 대보다가 장난스레 진호에게도 대보고. 어울린다는 듯 고개 끄덕. 진호, 개인 손에 들린 앞치마 뺏어 다시 카트에 집어넣고. 개인, 진호 머리에 몰래 두건 씌우는데 진호 째려보면 배시시 웃고. 31. 마트 계산대 앞(낮) 직원 계산한 거 넘겨주면 포장하는 진호, 개인. 직원 : 계산은 어떻게 해 드릴까요? 진호 : (개인보면) 개인 : 마트 진호씨가 오자고 했잖아요. 난 청소도구 필요 없어요. 진호 : 참 얼굴도 두꺼우십니다. 진호, 핸드폰 내밀면 결제하는 직원 진호 : (계산대 화면 가리키며) 이 쿠폰이랑, 이 쿠폰 사용하겠습니다. 개인 : (계산대 보며) 와, 핸드폰에 쿠폰도 들어있어요? 진짜 신기하다! 진호 : 얼른 싸기나 하죠? 32. 상고재 / 거실(낮) 잔뜩 사다놓은 청소용품 가득한 가운데 마주보고 선 진호 개인. 진호 : (손가락으로 장식장 위 먼지 훑고) 일단 먼지부터 좀 털죠. 도대체 걸레질은 언제 한 거예요? 개인 : (시큰둥) 치, 나간다는 사람이 웬 청소? 진호 : 방값 아직 입금 안됐던데요? 개인 : (뜨끔) 진호 : 돈 받을 때까지만 있도록 하죠. 그리고 난 하루를 살아도 사람다운 곳에서 사람처럼 살고 싶습니다. 개인 : (투덜) 지금은 뭐... 사람 사는 곳이 아닌가. (바닥에 떨어진 속옷 발끝으로 끌어당기며) 살다보면 어지를 수도 있지. 진호 : 박개인 씨! 당신 눈엔 지금 이 상태가 상고재란 이름에 어울린다고 봐요? 개인 : (먼지털이개 집어들며) 알았어요, 알았어! 하면 되잖아요, 청소! 그럼 일단 나간다는 말은 취소죠? 진호 : (잠시생각)... 개인 : (눈치보며) 취소... 할 거죠? 진호 : 내가 게이니 뭐니 다신 그딴 소리 안한다고 약속하면요. 개인 : 당연하죠. 진호씨 게이란거.. (진호 살벌한 시선과 마주치자 뜨끔) 개인적인 취향에 대해선 절대 비밀로 해드릴게요. (입에 지퍼 채우는 시늉하며 윙크) 진호 : (어이없이 보는 표정) 33. 상고재/ 거실(낮) 개인에게 마스크 장갑 앞치마 던져주고 자기도 끼는 진호. 진호, 소파 밀어내면 가득한 먼지더미들. 진호 : (발가락으로 먼지뭉치 가리키며) 저 봐라. 공 굴러다닌다! 개인 : (냉큼 달려와 진공청소기로 흡입) 진호 : (대걸레질 하는 개인 옆에서 팔짱끼고 턱짓) 저기 얼룩 아직 남았네. 개인 : 요기요? 진호 : 아니 저기요. 저어기... 오른쪽. 개인, 열심히 대걸레질 하다가 고개 들면 소파에 앉아 지시하는 진호. 개인, 열 받아 대걸레로 그대로 진호 발 밀어버린다. 진호 : ! 개인 : (땀닦는 시늉) 어머, 열심히 하다보니.. 아이고, 팔, 다리야... (눈치보며) 잠깐 좀 쉬었다 해요. 진호 : 얼마나 했다고요? 개인 : 안하던 일 하는 게 얼마나 힘든 건지 알아요? 진호, 둘러보면 도자기와 서적들 어수선하다. 소파에서 일어나 한걸음 내딛다가 인상 쓰고. 발 들어보면 양말 흥건히 젖었다. 진호 : (손 내밀며) 줘봐요. (양말 벗고 바지 걷어 올린 후, 대걸레 꾹 밟으면 줄줄 흐르는 물) 개인 : 어, 꼭 짰는데... 진호, 대걸레로 능숙하게 바닥을 밀면 옆에서 과장되게 감탄하는 개인. 개인 : 와, 바닥이 반짝반짝 윤이나요! 시간경과) 진호, 열심히 청소하다 겨우 허리 들면 개인 보이지 않는다. 두리번거리면 방안 침대에 엎드려 발 흔들며 노는 개인. 진호, 빠직 열 받고. 34. 상고재, 개인의 방(낮) 개인 콧노래 흥얼거리며 작은 미니어처 가구들 갖고 놀고. 진호(E) : (똑똑 노크)들어가도 되겠습니까? 개인, 돌아보면 진호 문 앞에서 두 눈 부릅뜨고 있다. 그제야 청소중이란 게 생각나 뜨끔. 개인 : (미안해하며)들어와요. 청소... 다 했어요? 진호 : 예, 어쩌다보니 박개인 씨 몫까지요. 개인 : 미안해요. 이것만 정리하고 나간다는게... 진호 : (미니어쳐보며)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소꿉놀이에요? 개인 : 무시하지 말아요. 이래뵈도 이게 진호씨보다 더 오래됐으니까. 진호 : (보면) 개인 : 엄마가... 만든 거예요. 엄마도 가구 디자이너였거든요. cut in. 2부 28씬. 상준 : 상고재가 완성될 무렵에 박철한 교수가 아내와 사별한 후로 30년 가까이 한 번도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대. 진호 : 어머니는 그럼... 개인 : (못 들은 척 방긋) 실물보다 더 예쁘죠? (미니어쳐 가구들 침대 위에 배치하고 작은 인형 앉히며) 여긴 거실이에요. 이건 진호씨구요. 귀엽죠? 진호 : (방긋 웃는 개인의 얼굴 물끄러미 보고) ... (돌아서며) 그만 농땡이치고 나와요. 아직 할 일 많으니까. 35. 상고재 / 마당(낮) 진호, 쓰레기 담아 봉지에 쏟고. 개인, 쓰레기 더 가져와서 버리려는데 바닥으로 떨어지는 사진. 진호, 주우면 창렬과 개인의 사진이다. 진호 : (사진 내밀며) 이것도... 버릴 겁니까? 개인 : (받아서 쓰레기봉투에 넣으려면) 진호 : 그건 액자와 사진을 분리해서 재활용품 수거함에 넣어야죠. 개인 : (신기한 듯) 청소 많이 좋아하시나봐요? 36. 상고재 / 뒤뜰(저녁) 개인, 재활용 분리함에 들어있던 창렬의 사진 다시 꺼낸다. 사진 찢으려다 차마 그러지 못하고. 37. 찜질방 안(저녁) 인희, 아침처럼 거울 앞에 앉아 화장 지운다. 화장품 닦은 티슈 수북이 쌓여가고. 평상에 앉아 인희 지켜보는 찜질 여1,2 찜질 여1 : 세상에... 아침에 그렇게 쳐 바른거 다 지우네, 그래. 아까워라. 찜질 여2 : 도로 변신했네. 완전 변신 로봇이 따로 없네. 인희 : (홱 돌아보며) 아줌마! 왜 그렇게 남의 일에 관심들이 많아요! 찜질 여1 : 어머머, 남이사 관심을 두든 말든 뭔 상관이래? 인희 : 그렇게 할 일 없어요? 할 일 없으면 잠이나 자요! 찜질 여1 : (울컥해 싸울기세) 그래, 나 그렇게 할 일 없다! 서방한테 쫓겨났다고 온갖 것들이 다 무시를 하네! 인희 : (기막혀 보고) 38. 창렬 아파트 문 앞(저녁) 창렬, 도어락 누르지만 열리지 않는 문. 고개 갸웃하며 계속 눌러보지만 소용없고. 39. 아파트 안(저녁). 부드러운 클래식 음악과 함께 인희 와인 마시면, 밖에서 쿵쿵대는 문소리와 고래고래 들려오는 창렬 목소리. 창렬(E) : 야! 김인희 너 거기 있지! 빨리 이 문 못 열어! 셋 셀 동안 열어라! 하나! 둘! 인희 : (핸드폰 걸고) 40. 아파트 밖 / 인희와 교차로(저녁). 창렬 : 하나! 둘! 세엣..! (문 향해 돌진하는데 울리는 핸드폰) 창렬 : (핸드폰 받고)야! 누구 맘대로 번호 바꾸래! 인희 : 그 도어락... 내가 산 거야. 그러니까 내 마음이지. 창렬 : 뭐! 인희 : 이 집은 니 건지 몰라도, 이 집에 있는 것들 전부... 내 물건들이야! 나, 너희 집에 흠 안 잡히려고 대출까지 받아서 예단이며 혼수 장만했어. 창렬 : 너한테 그러라고 시킨 사람없어. 다 니 그 허영 때문이지! 인희 : 결혼식 날 니가 뭐라 그랬니? 앞으로 김인희를 위해 살거라며? 니 몸, 마음, 다 내꺼라며. 그런데 고작 이 집 하나 양보 못하니? 창렬 : 그 결혼 파토 났어. 그러니까 그때 했던 말도 무효지. 인희 : 나쁜 놈! (전화 끊고) 창렬 : (문 발로 차며) 아이 씨! 그러니까 다시 결혼하면 될 거 아니야! 41. 상고재 / 욕실(밤) 샤워기에 떨어지는 물. 샤워하는 진호의 실루엣 보여주고. 42. 상고재 / 거실(밤) 영선 : 개인아... (들어오다 몰라보게 깔끔해진 집안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 개인 : 왔어. 영선 : (코 벌름)집안 공기가 왜이래? 평소와 다르게 쾌청하다? 개인 : 말도 마. 하루종일 청소 했더니 안 아픈 데가 없어. 영선 : 청소? 네가?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네. 개인 : 그럼 어떡해! (진호방 찌릿)저 인간이 하루를 살아도 인간다운 곳에서 살고 싶다는데. 영선 : (반색)진호 씨 왔어? 개인 : (씨익)뭐, 뇌물을 좀 썼지? 영선 : (개인 등 두드리며) 잘 했다! 어구 잘했어! 그래, 일단 진호씨 해달라는 대로 다 해줘. 그래야 나중에 우리도 부탁같은 거 하기가 쉽지. 개인 : (눈 가늘게 뜨고) 기집애, 너... 자꾸 진호씨 불러오란 이유가...? 영선 : 이게 바로 누이 좋고 매부 좋고지. 그런 모델 구하려면 돈이 얼만 줄 아니? (개인 어깨 주무르며) 어디가 쑤신다고? 여기? 아이고, 우리 개인이 어깨 뭉 친 거 봐봐. 개인 : 근데 무슨 일이야? 영선 : 참 내 정신! 43. 상고재 / 개인의 방(밤) 영선 : (메모 내밀며) 여기, 원호주소. 내가 경찰서에 아는 분이 계시잖니? 니 딱한 사정 얘기 했더니 도와주시더라. 개인 : (반색) 정말? 하여간 이영선 발 넓은 건 알아줘야 돼. 영선 : 기집애, 새삼스럽긴. 걔네 부모님이 시골에서 큰 농장이랑 과수원 한다고 했잖아. 개인 : 맞아, 걔네집 부자랬어. 영선 : 일단 찾아가서 얼마라도 받아내. 개인 : 부모님이... 줄까? 영선 : 안 주면 집 앞에서 뒹굴기라도 해야지. 혼자 쪽팔리면 같이 뒹굴어 줄까? 개인 : (눈 반짝) 그래줄래? 영선 : 호호, 얘 앞에선 농담을 못해... (다시 어깨 주무르며) 시원하지? 개인 : (눈 흘기며)주무르는 김에 등 좀 긁어봐. 어, 거기! 좀 더 세게... 영선 : (개인 등 때리며) 기집애 때 밀리는 거 봐. 너 목욕 언제했어? 개인 : 일주일도 안 됐는데? 영선 : 미치겠다! 빨리 가서 씻고 와! 44. 상고재/ 거실(밤). 영선에게 등 떠밀려 나오는 개인 귀찮다는 듯 앙탈. 영선 : 씻어봐야 부질없는 몸뚱이겠지만 제발 인간답게 좀 살자! 45. 상고재/ 욕실(밤). 진호, 샤워를 마치고 샤워부스에서 나온다. 타월 꺼내드는데 벌컥 열리는 문! 진호 : !! 개인 : !! 개인, 놀라서 얼른 문 닫고. 진호,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하는 멍한 표정. 다시 빼꼼이 열리는 문. 진호 : (당황해 얼른 타월 두르며 고함) 거... 좀!! 개인 : (얼굴 내밀며) 미안해요. 근데 렌즈를 안 껴서 앞이 잘 안보이거든요. (씨익 웃고) 너무 걱정 말아요. 다시 닫히는 문. 진호 : (어이없는) 46. 상고재 / 진호 방(밤). 진호, 피곤한 듯 침대 위에 쓰러지고. 진호 : 도대체 저건 어떻게 생겨먹은 동물이야... 박개인 저 인간 땜에 내가 제명대로 못 살지... 진호, 중얼대다 저도 모르게 스르르 잠들고. 시간경과) 창밖에서 저벅저벅 들리는 발소리. 진호, 피곤한 듯 힘겹게 눈 뜨는데 영선과 개인 말소리 들린다. 영선(E) : 어머, 어머, 그래서 봤어? 개인(E) : 아쉽게도 그땐 렌즈를 안 꼈지 뭐야. 호호, 그래도 볼 건 다 봤지. 진호 : (저 여자가! 얼굴 찡그리며 일어나 앉고) 영선(E) : 어땠어? 개인(E) : 그럭저럭 봐줄만 했어. 적당히 근육도 있고... 진호 : (기가 막혀) 하, 그럭저럭...? 영선(E) : 그런 거 말고. 개인(E) : 그럼 뭐? 영선(E) : 그거... 말야. 진호 : (설마하며) 그... 거? 개인(E) : 어머머, 아줌마가 그게 왜 궁금한데? 영선(E) : 말 좀 해봐. 어땠어? 개인(E) : 글세... 요만했나? 이만했나? 영선(E) : 진짜 고만해? 진호 : (얼굴 점점 일그러지고) 개인(E) : 아닌가? 좀 더 작았나? 영선(E) : 애걔... 진호 : (순간 화가 나 벌떡 일어서고) (E) 그때 울리는 진호 핸드폰. 진호, 두 여자 있는 창밖을 노려보며 핸드폰 받고. 진호 : 여보세요... (놀라며) 뭐?! 47. 상고재 / 마당(밤). 개인, 영선 배웅하고 있다. 개인 : 그래, 늦었는데 조심해 가. 그 뒤에서 저벅저벅 걸어오는 진호. 그 기세가 무서워 움찔 피하는 개인과 영선. 영선, 멋쩍게 인사하지만 그대로 집을 나가버리는 진호. 영선 : (소곤) 우리 얘기 들은 거 아니야? 개인 : (뜨끔하면서도) 에이, 설마... 영선 : 그치? 못 들었겠지? 48. 상고재 앞/ 진호 차(밤). 진호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 보여주며 혜미(E) : 어머니가 안 보이셔! 49. 카페(밤)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카페. 진호모 와인잔 들고 앉아 있는 그 위로. 진호 (E) : 혼자 오셨습니까? 진호모 : (고개들면) 진호 : 앉아도 되겠습니까? 진호모 : (미소짓는) 진호 : (앉으며) 장미씨, 그 미모로 이 시간에 여기 혼자 와 있는 거 위험하다고 했 잖아요. 진호모: 너 바쁘잖아. 이젠 늙어서 아무도 거들떠 보지도 않는데 위험하긴... 진호 : 누가 늙었는데? 그건 자학이다. 진호모 : 가끔 여기 오고 싶을때가 있어. 니 아빠 살아계셨을 때, 난 와인 한잔 마 시고, 아빤 원두커피, 넌 파인주스 마시면서 참 오랫동안 얘기하고 그랬었 는데. 니 아빠 술 좋아하셨는데도, 우리 데리고 여기 온 날은 꼭 원두커피만 드 셨어. 니 머리 쓰다듬으면서 혜미녀석 얼른 컸으면 좋겠다고, 그럼 진호랑 넷이 데이트 할 텐데. 그땐 나도 당신이랑 와인 마시고, 진호자식 운전시 켜야지 그랬는데... (울컥 목이 메이고) 진호 : (가슴 아프게 보면) 진호모 : (일어서며) 가자, 나 너무 센치하지? 촌스럽지, 엄마. 진호 : (따라 일어서며) 제발, 장미씨 촌스러워질 때까지만 사세요. 진호모 : (창밖 보면서) 진호야 저기... 옛날에 우리 살던 집, 잘 보면 보인다? 진호 : (진호모 어깨 감싸며) 내가 그 집 꼭 찾아줄게 장미씨. 진호모 : 창렬이네 쭉 잘 나가는 거 같던데 어떻게 찾아줘. 진호 : (장난스럽게) 장미씨, 나 못 믿나? 그럼 정말 섭섭한데. 진호모 : (진호 어깨에 기대며) 믿어. 우리 아들. 우리 아들 못 믿으면 내가 누굴 믿어. 50. 원호네 집 앞(낮) 허름한 산동네 헉헉 거리며 올라오는 개인 모습 보이고. 개인, 행인에게 주소 물으면 손짓으로 가리켜주고. 걸어가다 멈칫하면 앞에 다 쓰러져가는 집 한채 버티고 섰다. 주소 확인하면 그제야 원호가 거짓말 한 걸 알고 황당한 표정. 51. 원호네 집 안(낮) 개인 : 계세요? 주뼛거리며 마당 안으로 들어서다 살짝 열린 방문 본다. 개인 : (삐그덕 문 열고)...계세요? 퀴퀴한 냄새나는 방, 정면 벽에 걸린 원호 대학 졸업사진. 할머니 : (누워있다 힘들게 일어나 앉고) ...왔어? 개인 : (의아) 네..? 할머니 : 오늘 오는 날이었나? 자원봉사 하러 오는 그 아가씨가 아니네? 개인 : 아... 전 봉사하러 온 게 아니고요... 할머니 : (불쑥 편지 내밀며) 거기 서있지 말고 이거 좀 읽어봐. 손주 녀석이 편지에 뭐라고 썼는지 궁금해서 잠도 안 오지 뭐야. 개인 : (받아들며) 아... 네. 개인, 편지 보면 겉봉에 ‘**캐피탈’ 써있다. 할머니 : 보낸 사람이 이원호 맞지? 개인 : (망설이다)네... 손주분이신가봐요? 할머니 : 그럼, 하나뿐인 손주지. 어여, 뜯어 읽어봐. 개인, 머뭇거리며 뜯어보면 채무독촉 내용이다. 할머니 : 뭐해, 안 읽고? 개인 : (망설이다 흠흠 목청 가다듬고 어색하게) 할머니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요즘 일이 많아... 자주 찾아뵙지 못해 죄송해요. 할머니 : (기특한) 죄송한 것도 알고, 사람 다 됐네... 개인 : 손주분이 자상한가봐요. 할머니 : (눈가가 축축) 그 놈이 어려서부터 참 착했어. 법 없어도 살 놈이야. 어여, 더 읽어봐.... 52. 원호네 집 앞(낮). 개인 : (꾸벅 인사) 그럼 다음에 또 올게요. 개인, 핸드폰 하며 터덜터덜 걸어 내려온다. 원호에게 전화 걸지만 받지 않고. 개인 : (착잡해서 메시지 남기는) 후... 이원호, 너 왜 이러고 사니... 돈은 내가 어떻게든 해볼 테니까 할머니한테 연락 좀 드려... 53. 사무실 야외 뜰(저녁) 둘러앉아 회식하는 직원들. 상준 : (진호 쿡 찌르며 작게 소근) 야, 돈도 없는데 회식은 무슨.... 진호 : 사기는 북돋아줘야 될 거 아니야. (일어서서 직원들 둘러보며) 모두 아시겠지만 이번 담 예술원은 저희 회 사 사운이 걸린 일입니다. 최선을 다해 주실거라 믿습니다. 54. 상고재 /거실(밤) 진호, 집안에 들어서는데 들려오는 비명소리. 개인(E) : 아아악! 진호, 소리가 들린 곳으로 가고. 55. 상고재 /욕실(밤) 진호(E) : 무슨 일이에요? 벌컥 문 열리며 진호 들어서면, 개인 샤워후 타월만 두른 모습. 개인 : !! 진호 : !! 개인 : (놀라서 수건 집어던지며) 빨리 문 닫아욧! 진호 : (머리 숙여 가볍게 피하며) 비명을 질러 사람을 부른 게 그쪽이거든요. (문 닫으며) 별로 버라이어티한 몸매도 아니면서... 개인 : 뭐예요..! (씩씩대다 생각난 듯) 아... 맞아... 원래 그런 사람이지? 56. 상고재 /욕실앞(밤) 개인 : (빼꼼이 고개 내밀며) 저기 진호씨... 진호 : (방으로 들어가려다) 뭐요? 개인 : 깜빡 했어요. 진호씨가 여자한테 관심 없는 사람이란거. 진호 : 미안하지만 저 그쪽 빼고 여자한테 관심 많습니다. 개인 : (타월 두른채 나오며) 에이, 서로 다 아는 처지에 왜 그래요. 진호 : (그제야 게이란 게 생각난 듯 인상) ..! 개인 : 저기... 저 좀 도와주면 안될까요? 진호 : 뭘요? 개인 : 렌즈를 빼다 떨어뜨렸어요. 잘 안보여서 그러는데 같이 찾아줄래요? 진호 : (개인의 차림새 보며) 일단 옷부터 좀 입죠? 개인 : (천연덕스레)진호씨는 상관없잖아요. 진호 : (이 갈며)그래요. 전혀 상관없습니다. 57. 상고재 /욕실(밤) 열심히 렌즈 찾는 두 사람. 진호, 허리 구부려 바닥에서 찾는데 개인의 다리 눈에 들어온다. 진호, 개인의 종아리 훑어 올라가는 시선. 마음 다스리듯 눈감으며 고개 설레설레. 그러나 계속 눈앞에서 왔다갔다하는 개인의 다리. 개인, 진호 돌아보면 열심히 렌즈 찾고 있다. 왠지 신경 쓰여 타월한번 더 여미고. 순간 눈 마주치는 두 사람. 개인 : (당황해 돌아서며) 렌즈가 어디... (미끄덩 미끄러지는 발) 까아악! (꾹 감았던 눈 떠보면 진호 얼굴 보이고) 진호 : (개인을 받쳐안고) 괜찮아요? 개인 : (어색해서)네... 진호 : (개인 의미심장하게 바라보다 천천히 얼굴로 다가오는 손) 개인 : (눈이 휘둥그레지고) ...! 진호 : 여기 있네요. (개인의 뺨에서 집어든 렌즈) 개인 : 아... (일어나려는데 배에서 꼬르륵 소리 들린다) (민망해서) 하루종일 밥을 못 먹었거든요. 진호 : 그럼 식사 맛있게 하십시오. 진호, 욕실 나가는데 옷자락 무언가에 걸린 듯하다. 돌아보면 개인이 옷자락 붙잡고 방그레 웃고 있다. 58. 상고재 /거실(밤) 진호 뒤를 졸졸 쫓아가는 개인, 옷 갈아입은 차림. 개인 : 같이 갈비 먹으러가요. 네? 진호 : 먹고 왔습니다. 개인 : 어쩐지 아까부터 갈비 냄새가 나더라. 진호 : (자기 옷 냄새 맡아보며 인상 쓰고) 개인 : 제가 쏠게요. 진호 : 다른 사람한테나 쏘시죠. 개인 : 그러고보니 룸메이튼데 우리 회식한번 안했잖아요. 진호 : 그냥 쿨한 관계로 남고 싶습니다. 진호 매정하게 문 닫고 들어가 버린다. 개인, 진호 방문 흘겨보고. 59. 상고재 /진호방(밤) 진호, 수트 상의와 바지 벗어 옷걸이에 반듯이 건 후 페브리즈를 뿌린다. 가방에서 서류 빼내 책상 위 파일에 가지런히 끼워넣고. 그동안 들려오는 개인의 투덜거림. 개인(E) : 아이고 배고파라. 같이 못 먹어 줄 거면 냄새나 풍기지 말던가. 사람 약 올리는 것도 아니고, 냄새만 잔뜩 묻혀오고... 무슨 룸메이트가 저렇게 매 정하냐. 진호, 서류 들여다보다 점점 인상쓰고. 60. 상고재 /진호방 앞(밤) 개인 : (문 앞에 쭈그려 앉아 손가락으로 그림 그리며)배고파 죽겠네. 집에 밥도 없구... 혼자 갈비 먹으러 가면 너무 청승맞을텐데... (진호 방 힐끔 보며)이럴 때 다정한 룸메이트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아? 도대체 왜 갈비는 1인분은 안파는 거야!! 벌컥 열리는 진호방 문. 진호 : (살벌하게 개인 노려보고) 개인 : (뜨끔해서 겁먹고) 진호 : 갑시다! 가요! 61. 상고재 / 거실(밤) 진호 기다리면, 커다란 캐릭터 점퍼 쭐래쭐래 걸치고 방에서 나오는 개인. 진호 : (못마땅) 그러고 갈 겁니까? 개인 : 이상해요? 진호 : 그럼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개인 : 역시 취향이 그래선지 참 섬세하시네요. 진호 : 박개인 씨가 안 섬세한거죠. 개인 : 그럼 갈아입고 나올까요? 진호 : (고개 설레설레) 됐어요. 62. 갈비집(밤) 개인, 소주잔 원샷하고 얼굴 발그레하다. 개인 : (취해서) 창렬이 그 자식이 나보고 뭐란 줄 알아요? 비맞고 돌아다니는 불쌍한 강아지 같대요. 강아지! 나쁜 놈! 강아지하고 뽀뽀한 저는 뭐... 똥갠가? 남자들은 다 똑같아요. 인희같이 예쁘고 섹시한 여자들만 여잔 줄 안다니까. 진호 씨는 그런 남자가 아니라서 참... 좋아요. 진호 : (지루한 듯) 알았어요. 이제 그만 일어나죠. 개인 : (진호 잔에 술 따르며) 에이, 아직 술 남았잖아요. 진호 : 그럼 이거만 마시고 가요. (술 마시는데) 최관장, 일행들과 갈비집 안으로 들어오다 눈 마주친다. 진호, 목례하면 최관장 고개 끄덕여 인사받고. 진호, 헤롱거리는 개인이 왠지 불안하다. 진호 : (개인 입에 쌈싸서 쳐넣고) 자, 빨리 먹고 갑시다! 개인 : 진호씨... 가만 보면 참 다정해요. 진호 : 빨리 먹기나 해요! 개인 : (벌떡 일어나더니 헤벌죽) 화장실 좀...! 진호, 술 취해서 비틀거리며 가는 개인 불안하게 보는데. 식당주인, 사이다 갖다준다. 진호 : 안 시켰는데요. 주인, 손가락으로 한 테이블 가리키면 보석을 주렁주렁 단 유한마담, 소주잔 들어 보이며 느끼하게 윙크. 진호, 어이없어 보고. 순간 갈비집 문 부서져라 열리고, 험상궂은 남자 뛰어들어온다. 갈비집 안을 둘러보다 손 키스 날리는 유한마담과 진호 발견하고. 남자 : (다짜고짜 진호 멱살잡고)이 제비같은 놈! 너냐?! 내 마누라 꼬시는 놈이? 진호 : (황당) 네? 개인 : (달려오며 용감하게) 아저씨! 지금 뭐하는 거예요! 남자 : 이 아가씨야 정신차려! 이놈 이거 제비야! 여자 등쳐먹고 사는 놈! 개인 : (취해서 눈 부릅뜨고) 절대 그럴 사람 아니거든요! 남자 : 지금 우리 마누라한테 수작 거는 거 내 눈으로 똑똑히 봤다니까! 진호 : (짜증스런)똑똑히 본 게 그거면 그 눈 아예 감고 다니시죠. 남자 : 뭐야! 이 자식이! (주먹 날리면) 사람들 비명소리. 개인 : (눈 질끈감고 두 사람 사이 뛰어들며) 이 사람... 게이라구요! 경악한 진호, 남자, 최관장 얼굴 차례로 잡아주고. 톡, 정적 속에서 진호 셔츠의 단추 바닥으로 떨어져 구른다. 63. 갈비집 카운터(밤) 진호, 쌩하니 나가고. 개인 : (쫓아오며) 진호씨! 진호 : (홱 돌아서며) 뭐요! 개인 : (취해서 발그레) 돈 좀... 지갑이 빈 걸 깜빡했어요. 진호, 인상쓰며 지갑에서 돈 꺼내 계산하고. 나가려다 생각난 듯 최관장 쪽 흘끔 돌아보면 눈 마주친다. 민망해 미칠 것 같지만 침착하게 인사하고. 64. 갈비집 앞 거리(밤) 진호, 화나서 성큼성큼 앞서 걷고. 개인 : 진호씨... 진호씨... 같이가요... 진호, 멈춰서며 무서운 얼굴로 돌아보자 흠칫하는 개인. 진호 : (싸늘) 내가 그놈의 게이 소리 하지 말라고 몇 번을 당부했어요? 개인 : (울먹울먹) 미안해요... 진호 : 아무리 취해도 그렇지, 할말 못 할말 그렇게 못 가려요?! 개인 : (눈물 뚝뚝 떨어지고) 진호 : (개인의 눈물에 당황) 이봐요, 박개인 씨... 개인 : 진호씨 미안해요. 히잉... 내가 또 약속을 어겼네요. 난... 진호씨 얻어터질까봐 걱정되서... (벤치에 주저앉아 흐느끼고) 어떡해요... 미안해서... (머리 때리며) 내가 죽일 년이에요... 죽일 년... 진호 : (난감해하며) 됐어요. 그만 울어요. 어차피 엎질러진 물인데. (개인 반응 없고)...? 박개인씨...? (살며시 개인 어깨 흔들면) 개인, 벤치에 풀썩 쓰러져 자는. 진호, 개인이 밉상맞아 노려보다가 매정하게 돌아서고. 65. 상고재 앞(밤) 진호, 성큼성큼 걷다가 멈칫. 아무래도 개인을 두고 온 것이 마음에 걸린다. 진호 : (이 갈며 다시 돌아서고) 66. 거리(밤) 진호 : (손끝으로 개인의 옷을 흔들며) 이봐요, 박개인씨... 박개인씨! 개인 : (겨우 정신 차리며 부스스하게 일어나 앉고)으응... 진호 : (화 누르며) 일어나요, 가게. (거칠게 잡아 끄는데) 개인 : (발목 접질려서 주저 앉으며) 아악! 진호 : (보면) 개인 : 어, 다친 다린데...(울쌍으로 아파하는 개인의 얼굴) 시간경과) 개인 : (환하게 웃는 개인의 얼굴) 좋다아~ 봄이라서 밤공기가 정말 좋다. 카메라 아웃되면 개인을 업고 힘들어서 씩씩대며 걷고 있는 진호. 진호 : 좀 찰싹 달라붙어요! (업고 가며 궁시렁) 뼈밖에 없는 여자가 왜 이렇게 무거워. 개인 : 힘들면 내가 선물 하나 줄까요? 진호 : (불안하다) 웬만하면 안 받고 싶네요. 개인 : (흠흠 목청 가다듬고 고성방가) 진호씨 힘내세요~ 개인이가 있잖아요! 진호씨 힘내세요~ 개인이가 있어요! 진호 : (이 인간을 그냥... 몸을 틀어 개인을 떨어뜨리려하고) 개인 : (진호 목 꼭 끌어안고 안 떨어진다) 힘~내세요~ 진호, 개인 업고 가며 계속 실랑이하고. 두 사람 주위에 피어있는 봄꽃들. 시간경과) 진호, 개인을 업은 채 걸어가고. 개인 : (진호 등을 바라보다 조심스레 손 올리며) 등이... 참 따뜻해요. 우리 아빠... 등도 이랬을까요? 진호 : 아빠한테 업혀 본적 없습니까? 개인 : (쓸쓸하게 웃고) 나... 누구 등에 업혀본 거 처음이에요. 진호 : (좀 의아하다는 느낌으로) 회상. 어린 개인(5살 즈음), 등을 돌린 아빠의 모습을 슬프게 바라보고. 개인 : (졸린듯 중얼대며) 사람 등은... 항상 차가운 건 줄만 알았는데. 진호 씨가 룸메이트라서 정말 좋다... (스르륵 눈 감기고) 개인(N) : 박개인 내일의 일기예보. 아직 쌀쌀한 기운은 남아 있지만 옆방 룸메이트에게서 불어온 훈훈한 바람에 올 봄은 좀 더 따뜻할 것 같다. 진호, 개인의 넋두리 묵묵하게 들으며 걷고. 67. 상고재 / 거실(밤) 진호, 개인을 소파에 내던지듯 던져 놓고 주방에 가서 물 한 잔 마신다. 진호, 저 웬수같은 여자... 노려보지만 세상모르게 뻗어 자는 개인. 68. 상고재 / 거실(밤) 진호, 주방에서 물 컵 가지고 나오면 아직 세상모르게 자는 개인.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불안하게 소파 끝에 걸쳐져 있다. 진호, 방문 열고 들어가려다 신경 쓰이는 듯 다시 소파로 다가온다. 발끝으로 툭툭 쳐서 개인을 소파 안쪽으로 밀어 넣는데, 뒤척이다 개인의 다리 하나 소파 아래로 툭 떨어진다. 진호, 무심히 다리를 올려주는데... 개인(E) : 지금 뭐하는 거예요? 진호, 화들짝 놀라 고개 들면 잠이 깬 듯 말간 눈으로 보고 있는 개인. 두 사람 시선 부딪치며 엔딩.
.개인의 취향 ↲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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