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취향6
개인의 취향 (6부) 1. 씬. 파티장.(밤) -5부 연결 상황에서. -개인, 진호와 나란히 서있고, 창렬, 인희, 그 앞에 마주 서있는 굳은 표정에서. 김비서, 창렬의 옆에 서서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멍해져 있는. 인희 (진호에게) 오셨어요? 진호 네. 인희 개인이를 파트너로 동반하셨나 봐요? 진호 파트너 동반 모임인데, 같이 올 사람이 없어서요. 개인 (그 말에 진호를 보면서 약간 빈정이 상하는 표정으로) 창렬 (너무나 달라진 개인을 보면서) 개인이 네가 어떻게, 전진호 파트너로 이런 데 와? 개인 (무시하듯) 올만하니까 왔겠지. -상준, 다가와서. 상준 진호야? 야 옷발 죽인다, 넌 뭘 입어도......(하다가 개인을 보고) 아니....(위 아래로 훑으면서) 박개인씨? 개인 (인사하며) 안녕하세요? 상준 와, 이건 진짜 변신의 차원이네요. 개인 (배시시 웃으면서) 제가 원래 조금만 꾸며도 확 티가 나거든요. 상준 (혀를 내두르는 표정으로) 야, 진호야, 최관장님한테 가서 인사해야지. 진호 응. 개인씨 가죠. -진호, 개인, 상준, 최관장 쪽으로 움직이는. 창렬 (믿기지 않는 눈으로 개인의 뒷모습을 보는데) 인희 (다른 쪽으로 가려고 하면) 창렬 (인희 팔 잡으며) 어떻게 된 거야? 인희 뭐가? 창렬 어떻게 개인이가 진호 자식하고 같이 나타난 거냐구? 인희 궁금하면 직접 알아봐. (냉정하게 가버리는) 창렬 (최관장 쪽으로 걸어간 진호와 개인을 눈으로 쫒으면서 답답한 표정) 김비서 걱정마십쇼, 실장님, 제가 어떻게 된 일인지 꼭 알아내고야 말겠습니다. -파티장 일각. 최관장, 진호, 개인, 상준 서있는. 최관장 (진호와 악수하고, 개인을 보면서 약간 고개 숙여 인사하고) 친구분을 파트너로 동반하셨군요. 개인 여기서 또 뵙네요. 진호 (의아하게 두 사람 번갈아 보면서) 어떻게 두 분이? 최관장 박철한 교수님께 심사를 좀 맡아 주십사하고 전화를 드렸다가 거절을 당했습니다. 그래서 최선을 다해보자는 심정으로 따님을 찾아뵜었죠. 진호 아. 네. -멀리서 남자1.2(중년) 진호를 향해, “전소장.”하고 손짓해서 부르는. 최관장 가 보세요, 박개인씨는 저하고 얘기 좀 하고 있을 테니까. 진호 그럼. (하다가 불안하게 개인 보는) 개인 (진호에게 귓속말) 걱정 말고 다녀와요. 교관님께 배운대로 완벽한 여자노릇 하고 있을 테니까. 진호 (개인에게 귓속말) 웬만해야 걱정을 안하죠. 꼭 시한폭탄 같아서... 개인 (흘겨보는) - 진호, 연신 미심쩍은 얼굴로 개인 보며 멀어지며 상준과 남자1,2향해 걸어가는. 상준 야, 이젠 정말 상고재 아가씨하고 돈독한 우정을 쌓았나보다. 파트너 동반 모임에 어머니 모시고 다니던 놈이잖아, 네가? 진호 그냥 심심해 하길래 데려왔어. (남자,1,2에게 다가가 악수하며 얘기를 나누는) 최관장 (개인에게 와인잔 건네고 있는) 개인 (받고) 최관장 (멀리서 남자들과 얘기하고 있는 진호를 보면서) 건축계의 거목이신 박철한 교수님의 따님과 친구 사이니, 전진호 소장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되겠네요. 개인 그런 거 없는데..... 최관장 (보면) 개인 진호씨, 제가 누구 딸인지 모르고 있었는 걸요. 친구 먹은 지도 얼마 안됐고. 최관장 아, 그래요? -멀리서 와인 벌컥 벌컥 마시며, 최관장과 얘기하고 있는 개인을 보고 있는 창렬, 그 옆에 김비서. 김비서 아니, 박개인씨, 최관장하곤 또 어떻게 아는 사이죠? 창렬 (답답해서 술만 마시는데) 김비서 (멀리서 얘기하고 있는 한회장이 턱으로 오라는 시늉하자) 회장님께서 부르시는데요. 창렬 (한회장 곁으로 다가가는) 한회장 (노년의 신사와 마주서있는) 가서 새애기 좀 데리고 오거라. 박회장님께 인사 드려야지. 창렬 네. (멀리서 손님들 접대하고 있는 인희를 보는) -인희, 손님들에게 불편한 건, 없냐고 물으면서 접대하고 있는데, 창렬 다가오는. 김비서 따라오고. 창렬 아버지가 찾으셔. 인희 (싸늘하게 보는) 날 왜 찾으셔? 창렬 동성 박회장님께 인사 시켜 드리려고 그러나봐. 인희 (입구로 들어서는 손님 보면서 다가가려고 하면) 창렬 (막아서며) 정말 이럴 거야? 인희 아버지가 무섭지? 창렬 ...... 인희 그래서 우리 끝났다고 말할 자신 없지? 나하고 끝낼 수 없는 진짜 이유 그거 아냐? 창렬 가서 그냥 인사만 해. 우리 얘긴 나중에 하고. 인희 세상에 무섭지 않은 게 뭐니? 한창렬? 창렬 (핏발이 서고) 인희 창렬씨 이러는 거 보면, 끝내길 정말 잘했구나 하는 생각 밖에 안 들어. 김비서 아니, 인희씨,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함부로 하십니까? 인희 외롭진 않겠다, 창렬씨. 김비서님 같은 분이 늘 같이 있으니. 두 분이 오래 오래 행복하시길 바래요.(가버리는) 김비서 지금 저거 비꼬는 거죠? 창렬 (화가 나지만 억지로 참는) 2. 씬. 파티장 로비.(밤) -태훈, 혜미, 정신없이 뛰어오고 있는.(혜미 정도 이상의 화려한 드레스. 치렁치렁하고, 거의 미스코리아 참가 수준의 의상이다) 혜미 운전 그 따위로 밖에 못하지? 벌써 파티 시작한지 1시간도 넘었잖아? 태훈 길이 막혀서 그런 거잖아. 머리하고 화장 하느라 시간을 잡아먹었어도 오늘 여기서 네가 젤 예쁠거야, 그치? 혜미 당연하지. 근데 우리 진호 오빠 파트너도 없이 혼자 썰렁하게 있을 텐데. (드레스에 밝혀 비틀하고) 태훈 (잡아주고) 걷는 거 불편하지. 내가 치마 잡아줄게.(혜미 치마 잡아주는) 혜미 빨리 가, 빨리. 3. 씬. 파티장.(밤) -입구에서 초대장 보여주는 태훈, 그 옆에 혜미. 태훈 (자랑스럽게) 여기 초대장 없으면 입장도 못해. 우리 아버지 빽 좀 썼 다는 거 아니니? 나 잘했지? 혜미 (태훈에겐 관심도 없이, 눈으론 진호를 찾는) -입구에서 손님과 얘기하던 인희, 두 사람을 보는. 태훈 (인희를 보고, 반색하며) 안녕하세요? 인희 네, 오셨어요? (혜미를 보고, 화려한 의상에 실소가 나오는) 드레스에 신경 많이 쓰셨네요. 혜미 전진호 소장님 파트너 자격으로 왔는데, 이 정도는 신경 써야하지 않겠어요? 인희 (피식하는 느낌) 혜미 (태훈을 쿡쿡 찌르며) 진호 오빠, 어디 있는지 좀 찾아봐. -최관장, 개인 여전히 마주서서 얘기하고 있는. 개인 (놀라서) 네? 지금 저한테? 일자리를 주시겠다는 건가요? 지금? (와인 벌컥 벌컥 마시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최관장 담 미술관 내에 어린이 휴게실을 만들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박개인씨가 만든 어린이용 의자를 보는 순간, 이 분이 맡아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개인 (옆에 지나가는 서빙 직원의 쟁반에서 와인 한잔 다시 들고 벌컥 벌컥 마시는) 최관장 (그런 개인이 재밌는 느낌으로 보는) 개인 그럼 제가, 그 휴게실 가구를 제작하는 건가요? 그런 거죠? -진호, 상준, 다가오는. 진호 제 파트너 때문에 너무 많이 시간을 뺏기시는 거 같습니다. 최관장 아닙니다. 중요한 얘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진호 이 친구와 무슨 중요한 얘기를..... 개인 (숨이 넘어갈 듯 흥분해서) 저기요, 진호씨, 최관장님께서 저한테.... (하는데, 뒤에서 ) 혜미 (톤 확 높인) 오빠, 진호 오빠? -모두, 돌아보면. 혜미, 드레스 주체하지 못하는 걸음걸이로 다가오는. 진호, 상준, 난감한 느낌으로 보고, 태훈, 혜미의 드레스 밟히지 않게 도와주면서 걸어오는. 혜미 (진호 앞에 서서) 오빠, 정말 왜 그래? 파트너도 없이, 이런 파티에 참석하면 얼마나 쪽팔리는데? 진호 (차라리 눈을 감고) 개인 (혜미와 진호를 번갈아보는) 최관장 (묘하게 미소 지으며) 오늘 파트너가 두 분이신가 보군요? 진호 그게.... 혜미 파트너가 두 분이라니? 나 말고 누가 또? (하다가 개인을 보는) 누구세요? 개인 박개인인데요. 상준 (혜미를 끌고 가려고 하면서) 혜미야? 혜미야? 오늘 이 오빠도 파트너 없이 왔거든. 오늘 이 오빠 파트너 좀 해주면 안 될까? 혜미 (뿌리치면서) 내가 왜 오빠 파트너를 해? 진호 오빠 놔두고. 오빠, 어떻게 된 거야? 최관장 박개인씨, 그럼 우리 얘긴 월요일에 만나서 다시 하기로 하죠. 담 미술관으로 와줄 수 있죠? 개인 그, 그러믄요. 최관장 그럼 즐거운 시간들 보내세요. (걸어가는) 상준 (울상이 되면서) 어떡하냐? 진호야? 최관장 너 양다린 줄 알 텐데. 진호 (혜미 보고) 너 어떻게 온 거야? 태훈 내가 데려왔는데요. 진호 진짜 너 도움 안 된다. 상준 진짜 넌 가만있는게 돕는거다. 태훈 난 형이 당근 파트너 없이 올 줄 알았죠. 혜미 저 여자 누구냐구? 누구냔 말이야? 진호 나가서 얘기하자. (혜미 끌고 나가려고 하면) 개인씨 여기 좀 있어요. 혜미 지금 저 여자한테 신경 쓰는 거야? 오빠가 어떻게 날 놔두고? 개인 (혜미 앞으로 와서) 저 신경 쓰는 거 아니에요. (딱하게 보면서) 아직 모르시는구나. 어떡해요? 마음 많이 아플 텐데. 혜미 뭐야? 네가 이겼다 그거야? 개인 (진호에게) 언제까지 숨길 수 있을 거 같아요? 진호씨? 진호 (난감하고) 가만 좀 있어요. 개인 이러는 거 아니에요. 빨리 정리를 해주지 않으면, 이 아가씨 혼자 계속 마음 아플 텐데. 혜미 (옆에 있는 물컵 들어서 개인의 얼굴에 확 뿌리는) 개인 (멍해지는) 진호 (혜미를 잡고 화가 나 언성 높이는) 너 뭐하는 거야? -멀리서 그 모습 보고 있는 창렬, 한회장 옆에 서서. 창렬 눈이 커지고. 인희도 다른 쪽에서 보고 있으면서, 묘하게 미소 짓는. 진호 (혜미를 끌고 나가는) -상준, 태훈, 따라가고. 4. 씬. 화장실. (밤) -개인, 거울 앞에서 휴지로 얼굴 닦고 있는. 개인 언제까지 감출 수 있을 거라구. 그 아가씨 사랑하는 남자가 게이라는 거 알면 죽고 싶을 텐데. (그러다 배를 만지며 이상한 느낌이 드는,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는) -화장실 안에서 들려오는 개인의 목소리. 개인E 어떡해, 어떡해? 5. 씬. 파티장 건물 앞 주차장.(밤) -태훈의 차 옆. 진호, 혜미, 태훈, 상준, 서있는. 혜미, 울어서 마스카라 가 범벅이 돼있는. 혜미 오빠가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어떻게 이럴 수 있냐구? 태훈 (휴지로 혜미 눈가 닦아주면서) 그만 좀 울어. 너 팬더 같아. 상준 김연아는 울어도 마스카라 안 번지던데. 워터 마스카란가 뭔가, 너도 그런 것 좀 쓰지. 혜미 (상준을 노려보는) 진호 그러니까 오늘 여긴 왜 와? 혜미 저 여자하고 무슨 사이야? 무슨 사이냐구? 왜 저 여자가 오빠 파트너로 이런 데 와? 진호 저 여자하곤 아무 사이 아니니까 그냥 좀 가줘. 제발 부탁이다. 오빠 봐준다고 생각하고, 혜미야? 가주라, 응? 혜미 정말 아무 사이 아니야? 진호 아니야. 태훈이, 너 어서 혜미 데려다줘. 어서. 태훈 알았어요. (우는 혜미를 억지로 차에 태우면서) 혜미 (마지막까지 발악하듯) 정말 아무 사이 아닌 거야? 그런 거야? 진호 가라 좀. -태훈, 혜미 태우고 출발하면. 상준 아니, 이게 무슨 난린지. 개인씨 난데없이 물벼락 맞고 괜찮을까? 진호 (마음이 쓰이고) 6. 씬. 파티장.(밤) -진호, 상준 들어와서 개인을 찾으면, 보이지 않는. 상준 넌 손님들하고 얘기하고 있어, 내가 밖에 있나 찾아볼 테니까. (입구로 나가고) -창렬, 다가와 진호 앞에 서는. 창렬 왜 개인이가 그런 봉변을 당한 거냐? 진호 네가 상관할 일 아니잖아? 창렬 그 여자애, 너 때문에 개인이한테 물까지 뿌린 거잖아? 진호 (가소롭다는 듯이 보는) 그게 안타깝냐? 이제 와서? 창렬 뭐라구? 이 자식이? 진호 그 여자 친구하고 결혼식장에 섰던 놈이 할 말은 아닌 거 같아서. (걸어가는) 창렬 (이를 악무는 느낌으로 보고 있는) -파티장 내, 진호, 두리번거리며 개인을 찾고 있는. 옆에 다가오는 인희. 인희 (미소 지으며) 여자관계가 좀 복잡하신 거 같던데? 진호 (보고) 인희 나처럼 진호씨를 남자로 느끼는 여자들이 꽤 있는 거겠죠. (최관장이 손짓하는 쪽으로 걸어가는) 진호 (답답하고, 개인을 찾는, 그러다 핸드폰 진동하는, 박개인. 황급하게 받는) 어디 있어요? 7. 씬. 파티장 화장실. (밤) -여자 화장실 앞으로 걸어오는 진호, 핸드폰 든 채. 진호 (통화중) 계속 이 안에 있었던 거예요? 물 다 닦았으면 나와요. 어쨌든 미안합니다, 나 때문에 그런 일 당하게 해서..... 개인E 저기요. 진호씨, 그건 다 괜찮은데..... 진호 뭐 문제 있어요? 왜 그래요? 목소리가? 개인E 저기....그게 있어야 하는데..... 날개 달린 그거..... 진호 뭐라구요? 날개가 뭐요? 개인E 하필이면 오늘이.....그날..... 진호 그날? 무슨 날이요? 알아듣게 좀 말을 해봐요. 8. 씬. 길. (밤) -진호, 뛰고 있는. 진호 윽, 박개인. 대체 인간을 어디까지 망가뜨리려고... 9. 씬. 편의점.(밤) -급하게 뛰어 들어오는 진호. 여고생들 세 명 라면 먹고 있고. 진호 (땀까지 흘리며 뛰어 들어와서, 생리대 진열한 곳으로 가려고 하지만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고) 여1 (친구들에게) 생긴 거 장난 아니다. 여2 짱 근사하다. -여고생들, 키득거리며, 쫑알쫑알, 진호에게서 눈길을 떼지 못하는. 진호 (빨리 생리대를 잡아야 하는데, 차마 그러지 못하고, 괜히 면도기 만져 보 고. ) 여1 어머, 저런 면도기로 면도 하나봐. 여3 전기면도기로 면도하는 것보단 저런 게 간지는 제대로지. 여2 면도하는 모습 상상만 해도 쩐다, 쩔어. 진호 (정말 미치겠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꾹 참고, 면도기 하나와 생리대를 잽싸게 들고 카운터 앞으로 걸어가는) -여고생들 벙찐 표정으로 보는. 직원 (계산하면서 진호 보고 씩 웃는) 진호 (딴청하면서 눈만 껌뻑이는) 직원 ***입니다. 진호 (얼른 돈 내고, 도망치듯 나가는) -여고생들 환호와 박수 치면서. 진호, 편의점 창 앞으로 뛰어가면. 여1 어떤 여잔지 정말 좋겠다. 여2 진짜, 애인이 저런 심부름까지 해주고. 10. 씬. 파티장 화장실.(밤) -진호, 여자 화장실에서 나오는 여자 눈치 보다가, 얼른 안으로 들어가는. 진호 (얼른 다가가서) 어디로 줘요? 위로? 아래로? 개인 아래루요. 빨리 좀 오지. 다리 저려 죽는 줄 알았어요. 진호 (봉투째 아래로 넣어주면서) 나만 하겠어요. 개인 어쨌든 고마워요. (봉투 열어보고) 면도기는 뭐예요? 진호 나중에 다리 면도하라구요. 개인 정말 세심하다, 진호씨. -들어오는 여자, 흠짓하고. 진호 (얼굴 숙이고 걸어 나가는) 11. 씬. 파티장 화장실 앞.(밤) -진호, 지친 표정으로 서있으면, 나오는 개인, 손에 봉투 들고. 작은 클러치 백만 들고 있어서, 남은 생리대와 면도기 넣을 곳이 없다. 진호 됐습니까? 여자가 진짜 그런 거 하나 미리 미리 준비를 못하고. 개인 제가 워낙 바쁘게 살다보니, 날짜 가는 것도 몰랐거든요. 진호 정신줄을 놓고 사니까 그런 거겠죠. 개인 (흘겨보면서) 그런데 이거 어떡하죠? 하나씩 빼서 진호씨 주머니에 넣을래요? 난 주머니도 없는데. 진호 (정말 미치겠다, 이 여자) 그걸 주머니에 하나씩 쑤셔 넣고 있으라는 겁니까? 지금? 개인 왜 소리는 지르고 그래요? 진호 (봉투 뺏어들고 달려가는) 개인 어디 가요? 진호씨? 12. 씬. 주차장.(밤) -진호, 봉투 들고 달려와서, 차 문 열고 집어던지는. 진호 내가 저 여자 때문에 100미터 10초 안에 주파하고 말지. 13. 씬. 파티장 입구 로비.(밤) -개인, 진호가 오길 기다리고 있으면, 다가오는 창렬. 개인 (외면하는) 창렬 왜 진호자식하고 다녀? 개인 (기가 막혀서 보는) 창렬 나 때문인 거 같은데? 개인 뭐? 뭐가 창렬씨 때문이야? 창렬 가구 전시회 때 저 자식하고 내가 싸우는 거 봤잖아? 개인 그게 왜? 창렬 내가 저 자식하고 앙숙이니까, 나 보란 듯이 저 자식하고 같이 나타난 거면..... 개인 오버하지마, 창렬씨. 창렬 ..... 개인 창렬씨 이제 나한테 중요한 사람 아니야. 창렬 네가 뭐라고 그래도, 나 너 알아. -뒤에서 걸어오다 두 사람을 보는 진호. 창렬 넌 한번 준 마음 쉽게 접고 그러는 애 아니야. 개인 ..... 창렬 나한테 받은 상처 때문에 저런 자식하고 까지 어울리는 짓 하지 말란 말이야. 진호E 한창렬? -창렬, 개인 돌아보면, 진호 다가오는. 진호 (개인의 손을 잡고, 창렬 앞으로 다가서며) 경고하는데, 이 여자 귀찮게 하지 마라. 창렬 넌 빠져있어, 자식아, 개인이하고 내 문제니까. 진호 그런 거 없어. 이 여자하고 너 사이에 남아 있는 문제 같은 거 없다구. 안 그래요? 개인씨? 개인 (진호를 보고, 끄덕이는) 진호 (개인의 어깨를 감싸고 걸어가는) 창렬 (눈에 불똥 튀며 바라보는) 개인 (진호에게 어깨 감싸고 걸어가면서 조용히) 고마워요, 남자인척 해줘서. 진호 (그 말에 조금은 흔들리는 느낌으로 개인을 보는) 개인 (말간 느낌으로 미소 짓는) 이런 복수 한번 해보고 싶었거든요. 진호 (그 말에 더 흔들리지만, 애써 태연한척) 친구 좋다는 게 뭐겠어요. (걸어가는) 14. 씬. 파티장.(밤) -최관장, 단 위에 마이크 잡고. 최관장 여기 모이신 분들은 모두 집을 짓는 분들이십니다. 사람들에게 집은 무엇인가? 그 안에서 우리는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아이를 낳고, 아이들을 키웁니다. 그리고 꿈을 꾸죠. 예술이란 곧 꿈입니다. 그 꿈을 담을 공간을 저희 MS 그룹은 담 예술원이란 세계로 창조해내려고 합니다. 오늘 이 밤, 여러분들이 그 꿈에 동참해 주시기 바랍니다. -일제히 박수. 진호, 개인 나란히 서있는. 개인 우리 아버지가 하신 말씀하고 비슷하네요. 진호 (보면) 개인 저한테 하신 말씀은 아니지만. 아버지 논문에 저런 글이 있어요. 상고재는 내 아내와 내 아이가 꿈을 꾸게 만들 작은 세계다. 진호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멀리서 그런 진호와 개인을 바라보고 있는 창렬, 다른 쪽에 서있는 인희. 개인 (진호를 바라보며) 그래서 늘 죄송해요, 아버지한테. 진호 ..... 개인 아무 꿈도 없이 사는 인간처럼 보일 테니까.... 15. 씬. 상고재 욕실.(밤) -샤워하고 있는 진호. 그 위로. 개인E 상고재는 내 아내와 내 아이가 꿈을 꾸게 만들 작은 세계다. 진호 꿈을 꾸게 만들 작은 세계...... 16. 씬. 상고재 거실.(밤) -샤워하고 나오는 진호. 개인, 무릎걸음으로 기어 다니며 장식장 서랍 열어보고 있는. 진호 뭐해요? 안자고? 개인 진통제가 없어서.....(거의 죽을 것처럼 괴로운 표정이다) 진호 진통제는 왜요? 머리 아파요? 개인 그게 아니라.....생리통이..... 진호 (정말 한심하고) 그럼 오는 길에 약국에 들르자고 했어야죠? 개인 약국 문 닫을 시간이었잖아요? 그리고 집에 몇 알 남아있는 줄 알았어요. 진호 (다가와서 보며) 그렇게 심해요? 개인 (끄덕이는) 진호 병원에 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개인 생리통으로 어떻게 응급실에 가요? (식은땀까지 흘리면서 괴로워하는) 진호 (안타까워서) 그러니까 그런 건 좀 잔뜩 준비를 해놓지. 개인 참아봐야죠. (기어서 방으로 들어가는) 진호 (따라가면서) 뭐 내가 해줄 거 없어요? 개인 (침대에 쓰러지듯 쪼그리고) 그럼 뭐가 있겠어요? 17. 씬. 진호의 방.(밤) -진호 노트북으로 생리통에 효과 있는 방법, 검색하는. 18. 씬. 상고재 주방.(밤) -진호, 차를 타고 있는. 19. 씬. 개인의 방.(밤) -개인, 침대에서 쪼그리고 어쩔 줄 몰라 하며 괴로워하고 있는. 진호, 차를 가지고 들어오는. 진호 (침대에 걸터앉으며) 이것 좀 먹어봐요. 개인 뭐...예....요? 진호 말도 안 나올 정도로 아픈 거예요? 개인 내가 원래 첫날은 유난히 심한 편이거든요. 진호 생강차에요. 몸을 따뜻하게 해준다니까 마셔 봐요. 개인 (겨우 일어나 앉고) 진호 (부축해서 먹여주는) 개인 (마시면서) 아픈데도 정말 좋다, 생리통을 같이 나눌 수 있는 남자 친구. 진호 참~ 좋기도 하겠습니다. 마시고 자요. (나가는) 20. 씬. 진호의 방.(밤) -진호, 책상 앞에 앉아서 스케치 하지만, 계속 개인이 신경이 쓰이는. 21. 씬. 상고재 마루.(밤) -진호, 올라오는, 개인의 방문 앞에 서는. 진호 자요? 개인E 왜요? 안 자구? 진호 (문 열면. 개인 침대에서 쪼그리고 누워있는, 방으로 들어가서) 차 마셨는데도 효과 없어요? 개인 아침에 약국 문 열면 약 사먹으면 돼요. 어서 가서 자요. 나 때문에 잠 설쳐서 내일 지각하면 어떡해요? 진호 내일 일요일입니다. 개인 아 그렇구나.(아, 아 하면서 괴로워하는) 진호 (안타까워서 어쩔 줄 모르고) 22. 씬. 상고재 앞.(밤) -진호, 급하게 나와서 차에 올라타는. 진호 저 인간 때문에 정말 눈코뜰새 없이 바빠서 못살겠다. 23. 씬. 진호의 아파트.(밤) -혜미, 울고 있고, 진호모, 그 앞에서 휴지 빼주면서 달래고 있는. 진호모 그러다 쓰러지겠다, 그만 좀 울어. 혜미 아무리 생각해도 억울해서 못살겠어요. 어떻게 진호 오빠가 다른 여자를 파트너로 데리고.... 진호모 뭐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을 거야. 좋아하는 여자가 있었으면 우리 진호가 나한테도 안 보여줬겠니? -초인종 소리. 진호모 이 밤에 누구야? (일어서며 인터폰 화면 보면. 진호가 서있다) 어머, 진호 왔다. 혜미 (화들짝) 오빠 왔어요? (일어나는) 진호모 (얼른 문 열어주는) -진호, 들어서는. 진호모 어서와. (혜미 보며) 봐라, 진호가 너 달래주려고 온 거 봐? 혜미 (진호 앞으로 다가서며) 오빠? 진호 어. 그래. 진호모 내가 뭐랬니? 그럴만한 사정이 있을 거라고 했지? 대체 왜 그랬어? 다른 여자 파트너로 데리고 파티에 참석했다면서? 진호 일 때문에 같이 가야 하는 사이였어요. 진호모 그렇지? 그런 거지? 내가 뭐랬니? 혜미야. 혜미 그래도 난 싫어, 오빠. 난 오빠 옆에 다른 여자가 있는 거 정말 싫단 말이야. 진호 장미씨? 진호모 응? 왜? 진호 저 머리가 좀 아픈데 집에 진통제 있죠? 진호모 머리 아파? (아하 하면서) 혜미야, 우리 진호가 이런 애다. 너 마음 아프게 하고, 오죽 속이 상했으면 머리까지 아프겠니? 혜미 (진호 팔짱 끼며) 나도 너무 울어서 머리 아파 죽겠어. 나 때문에 머리 많이 아파? 진호 (하는 수 없이) 어...어...그냥 좀.... 혜미 (진호 머리에 손 대면서) 우리 오빠 머리 아파서 어쩌냐? 진호모 지금은 일에 바빠서 너 잘 못 챙겨주지만 나중엔 너 밖에 없다고 위해주면서 살 거라니까. 진호 저 약 좀..... 진호모 그래, 그래. (상비약통 꺼내오는) 혜미 오빠 자고 갈 거지? 진호 어, 안 돼, 가서 해야 할 일이 많아서. 혜미 그냥 갈 거야? 진호모 오늘은 좀 자고 가지 그러니. 진호 미안, 장미씨, 정말 오늘하고 내일 다 마무리해야 할 작업이 있어서. 24. 씬. 상고재 마당.(밤) -진호, 급하게 뛰어 들어오는. 25. 씬. 개인의 방.(밤) -개인, 침대 밑에 쪼그리고 누워서 식은땀 흘리며 괴로워하고 있는. 진호, 들어오는. 물컵 들고. 진호 (개인 일으키며) 아니, 왜 밑에 내려와서 이러고 있어요? 개인 여기가 더 따뜻한 거 같아서.... 진호 일어나요, 약 먹어요. 개인 약? 이 시간에 어디서 약을 샀어요? 진호 집에 갔다 왔어요. 개인 집에요? 진호 어서 먹기나 해요. (얼른 물컵 대주고, 약 먹이는) 개인 (약을 삼키고) 집 놔두고 왜 우리 집에 세를 들어왔어요? 진호 그...그게....회사하고 너무 멀어서요. 개인 집이 그렇게 멀어요? 그런데 지금 갔다 온 거예요? 진호 약 몇 알 더 가져왔으니까 참기 힘들면 한 알 더.... 개인 (와락 껴안는) 진호 ..... 개인 사랑한다. 진호 (멍해지는) 개인 사랑한다, 친구야. 진호 (떼어내고 일어나는) 이젠 좀 나아질 테니까 침대에 올라가서 자요. (나가려고 하면) 개인 (진호의 바지가랭이 잡고) 친구야? 하나만 더 부탁하면 안 될까.... (진호의 표정 보고) 요? -시간 경과. 개인 침대에 누워있고, 그 옆에 앉아서 진호, 개인의 배 살살 문질러주고 있는. 진호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지. 개인 내가 생리통으로 고생할 때마다 인희가 이렇게 해줬어요. 진호 ..... 개인 엄마 손은 약손. 우리애기 배는 똥배 그러면서..... (울먹해지고) 진호 (보는) 개인 그런 시간들이 있어서.....(고개 돌리며) 많이 미워해야 하는데. 그래야 떨치고 다시 일어날 수 있을 텐데.....그래지질 않아요. 인희가 나한테 그래준 시간들이 있어서..... (눈물이 흘러내리고) 차라리 그냥 미워하고, 잊어버렸으면 좋겠는데.... 진호 (개인의 배 살살 문지르면서) 아빠 손은 약손, 우리 애기 배는 똥배.... 아빠 손은 약손, 우리 애기 배는 똥배.... 개인 (고개 돌리고 눈물 가득한 눈으로 보면서) 정말..... 많이....고마워요. 우리 아빠.....한 번도 그래주신 적 없거든요. (진호의 무릎에 얼굴 올려놓으면서) 진호씬.....나한테 하늘이 내려주신 친구고.....아빠고....그런가 봐요. 진호 (개인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다독이는) 26. 씬. 상고재 마당.(아침) -영선, 준혁 데리고 문 열고 들어오는. 영선 대문도 안 걸고 잤나. 듬직한 세입자 있다 그거지. 27. 씬. 상고재 마루.(아침) -영선, 준혁 데리고 마루로 올라오면서. 영선 개인아? 개인아? -개인 방문을 여는데, 개인, 진호의 팔을 베고 잠들어 있다. 영선 (허걱) 준혁 엄마, 개인 이모, 결혼 했어? 영선 (준혁, 눈 가리면서) 야, 박개인. 개인 (놀라서 눈 뜨는) 진호 (눈 뜨다가, 영선 보고 놀라서 벌떡 일어나는) 영선 아니....이건....무슨 시츄에이션..... 28. 씬. 상고재 욕실.(아침) -진호, 세수하고 있으면, 문 앞에 서있는 준혁. 준혁 아저씨? 진호 (보면) 준혁 언제 결혼 했어요? 개인 이모랑? 진호 그런 거 아니거든. 준혁 근데 왜 같이 자요? 진호 (난감하고 문 닫는) 29. 씬. 상고재 주방.(아침) -개인, 물마시고 있는, 영선. 그 옆에서. 영선 아무리 게이라도 그렇지, 이 인간아? 한 침대에서 그러고 있는 건 좀 그렇지 않냐? 개인 어젯밤에 생리통이 너무 심해서, 진호씨가 배 문질러주다가 그냥 잠이 들었나봐. 영선 헉, 배까지 문질러줘? 개인 진호씨 나한테는 너랑 인희랑 다를 거 없어. 진호씨도 그럴 거구. 영선 좋냐? 좋아? 듬직한 남자 품에 안겨서 자니까 좋냐구? 개인 편해. 너희랑 잘 때하곤 좀 다른 게 있지만, 진짜 마음은 편해. 꼭 아빠 품에서 자는 것처럼. 나 한 번도 그래본 적 없잖아? 영선 (조금은 짠하고) 부러운 년. 복 많은 년. 네가 분명 전생에 나라를 구한 걸게야. 그러지 않고서야 저런 허우대 좋은 게이 남친이 어떻게 지 발로 굴러들어왔 겠냐? 개인 근데 아침부터 웬일이야? 30. 씬. 상고재 마루.(아침) -진호, 졸졸 쫓아가는 영선, 뒤에서 준혁과 서있는 개인. 영선 개인이 친구면 저하고도 친구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진호 죄송합니다만, 제가 정말 그런 일을 해본 적이 없어서요. 영선 제가 알아서 한다니까요, 제가 다 알아서 한다구요. 진호 정말 죄송합니다. 영선 (푹 주저앉으며 오버해서) 모르시죠? 박봉인 형사 남편이 벌어오는 월급으로 시댁 생활비까지 대면서 사는 게 얼마나 죽을 맛인지? 우리 시댁이 시할머니까지 계신데다, 아직 결혼 안한 시동생하고 시누이가 다섯이예요. 대학생만 셋이고....(개인 보면서) 개인이 넌 내 사정 알지? 개인 (옆에 주저앉으며) 알지? 너 정말 장해. 내가 모르면 누가 알아주겠어? 영선 그나마 제가 인터넷 쇼핑으로 부업이라도 하고 있으니 그냥 저냥 사는 거 지...(우는 시늉하는) 준혁 엄마, 울지 마. 영선 미안해, 준혁아, 엄마가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그래. 저 아저씨가 조금만 도와주시면 될 텐데, 싫으시다고 하니까 너무 속이 상해서.... 준혁 (진호 노려보며) 아저씨, 미워. 진호 (참을 수 없어서) 대체 제가 어떻게 하면 되는 겁니까? -영선, 개인 화들짝 밝아지는. 31. 씬. 야외 장소. (낮) -영선, 카메라 들고, 진호, 개인, 준혁 가족 컨셉으로 사진 찍고 있는. 영선 우리는 행복한 가족이다. 봄나들이를 나왔다. 행복해서 미치겠다. 너무나 아름다운 가족이다. -진호, 개인, 준혁을 사이에 두고 어색한 표정으로 웃고 있는. 영선 아니, 왜들 뭐 씹은 표정으로 그래요? 행복한 가족, 그게 그렇게 어려운가? 진호 어색해서.... 개인 나도 반사판만 들어봤지, 이런 거 찍는 건 처음이잖아? 영선 누군 엄마 배 속에서 나올 때부터 모델일 했대니? 하면서 느는 거야. 진호 그럼 앞으로도 계속? 영선 아니요, 우선은 반응을 봐가서면 해야죠. 우리 준혁이 양쪽에서 팔 잡고, 그네 태우면서, 너무나 행복해서 미치겠다는 표정으로 활짝. -진호, 개인, 영선이 시키는 대로 하는. 영선 진호씨, 그게 지금 사랑스러운 아내를 보는 표정이에요? 개인이가 진호씨 와이프라구요. 10년 죽어라 연애해서 결혼했고. 아이까지 있는 너무나 완벽한 가족. 미치게 사랑스럽다는 눈길로 좀 봐봐요. 진호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영선 그건 술 덜 깬 눈빛이죠? 개인 영선아, 그건 좀 무리가 있지. 진호씨가 여자를 그런 눈으로 본다는 게. 진호 (참자) 영선 앞에 있는 사람이 개인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상준씨를 본다 생각하고? -진호, 개인, 준혁, 거의 영선에게 끌려 다니는 분위기로 사진을 찍는데. 의상은 계속 갈아입어 가면서. 영선 진호씬 뭘 입어도 그림이네. 진호 (씩 웃고, 당연하지 하는 느낌으로) 영선 자 이번엔 우리 개인이 가구를 배경으로, 이런 행복한 가족에겐 이런 가구가 있어야 합니다, 하는 필로. -개인의 가구를 배경으로 행복한 가족 연출하면서 사진을 찍는 진호, 개인, 준혁. 서서히, 진호, 개인, 정말 신혼부부의 느낌으로 변해가고 있다. 영선 자, 이젠 개인이 의자에 앉고, 아빠와 아들이 엄마의 볼에 뽀뽀한다. 진호 (영선을 보면) 영선 이왕 도와주는 거 화끈하게 해줘요. 진호씨. 진호 (구시렁) 정말 살 수가 없네. 개인 이 가구 다 팔리면 내가 한턱 쏠게요. -개인, 의자에 앉아있고. 진호, 준혁, 양쪽에서 볼에 뽀뽀를 하는. 진호 (순간, 뭔가 이상한 느낌으로 흔들리는) 개인 (해맑게 웃고 있는) 영선 자, 이젠 아빠가 의자에 앉아서 엄마를 무릎에 앉히고, 우리 준혁인 아저씨 목에 매달리고..... -영선이 지시한대로 하는 수 없이 맞춰주는 세 사람. 진호, 개인을 무릎에 앉히고 허리를 감싸 안는. 준혁, 진호의 목에 매달리 고. 영선 엄마, 너무 행복해서 아빠의 뺨에 뽀뽀 한다. 개인 (아무렇지도 않게, 진호의 뺨에 뽀뽀하는) 진호 (순간 굳어지고) 영선 자, 다시 한 번 각도 바꿔서.... 개인 (다시 진호의 뺨에 뽀뽀를 하는데, 처음엔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어느 순간, 뭔가 이상한 느낌으로 흔들리는. 그러다 진호와 눈이 마주치고. 서로 뭔가 이상한 느낌에 외면하는.) 32. 씬. 상고재 마당.(낮) -진호, 개인 파김치가 되어서 들어오는. 진호의 손에 반찬통 한가득 들려있고. 두 사람 마루에 주저앉는. 개인 오늘 알바로 우리 한 달 동안은 반찬 걱정 없이 살겠어요. (반찬통 열어보면. 산해진미 수준으로 꽤 괜찮은 반찬들) 어머, 이 기집애, 그동안 해다 준 거하곤 차원이 다르네. 어머, 어머, 이건 굴비 장아찌네. (얼른 먹어보고. ) 음식 솜씨 하난 알아줘야 한다니까. (진호 입에도 쏙 넣어주는) 진호 드럽게, 나갔다 와서 손도 안 씻고. 개인 대충 좀 넘어가게나, 친구. 진호 (일어나는) 먼저 씻을래요? 개인 난 며칠 동안 목욕 못하니까 진호씨나 해요. 진호 안 그럴 땐, 자주 씻었습니까? (마루로 올라가는) 개인 진호씨는 무슨 남자가 그렇게 매일 씻어대요? 역시 취향은.... 진호 (홱 노려보면) 개인 (벌떡 일어나며) 잠시만 기다리세요. 진호 왜요? 개인 오늘 고생했는데 따끈한 물에 몸 담그면 좋잖아요? 인희가 쓰다가 두고 간 입욕제도 있으니까 그거 풀어줄게요. 어제 오늘 고생한 보답이에요. 33. 씬. 신혼집 (낮) -창렬, 인희 팔 잡고 방에서 끌고 나오는. 인희 왜 이래? 싫다는데. 창렬 부탁 좀 하자, 인희야. 인희 내가 왜 그런 일을 해야 하는데? 창렬 엄마, 이번에 가면 안돌아 오실지도 모른대. 인희 그게 나하고 무슨 상관이야? 창렬 아들, 며느리한테 밥 한번 해서 먹이고 싶은 게 소원이시래? 인희 나 그 양반 며느리 아니거든? 창렬 나중에 끝낼 때 끝내더라도, 이번 한번만 부탁 좀 들어주라. 엄마. 나한테 정말 지극정성으로 하셨단 말이야. 인희 좀 모자란다는 생각 안 들어? 창렬 (보면) 인희 아버지하고 잠시 같이 살았던 여자들을 엄마, 엄마하면서 아직까지 챙기고 있는 게, 정상이라고 생각해? 한 둘도 아니고, 일곱이나 되는 여자들을. 창렬 여자들이라고 하지 마. 나한텐 한 분 한 분 다 소중한 엄마들이니까. 인희 그래서 창렬씨더러 우유부단하다고 하는 거야. 개인이 끊어내지 못한 것처럼, 그 여자들한테도 그런 거잖아? 창렬 그 여자들이라고 하지 말랬지. 인희 난 며느리 노릇하러 갈 생각 죽어도 없으니까, 이런 일로 사람 성가시게 하지 마. (방에 들어가서 문 탁 닫는) 창렬 인희야, (하는데 핸드폰 울리는, 망설이다가 받는) 어? 엄마? 어떡하지? 오늘은 안 되겠는데. 인희가 몸이 좀 안 좋은가 봐. 왜 그랬어? 간다고 하면 장을 보지. 힘들게 뭐 하러 그랬어? (인희 방 보면서) 아냐, 엄마. 가긴 갈 거야. 엄마, 떠나는데 밥은 같이 먹어야지. (답답하기만 하고) 34. 씬. 상고재 욕실.(낮) -진호, 느긋한 표정으로 욕조에 몸 담그고 있는. 진호 상고재.....상고. 생하러 재. 수 없게 들어온 집..... 박개인... 박.터지게.....개.념없는....인.간 같지 않은 여자가 살고 있는 집.....(웃으면서) 전, 적으로 진,짜 호,구 잡힌 전진호.... -문 빼꼼히 열리면서. 개인 (고개 쏙 내밀고) 진호씨? 진호 (놀라서) 뭡니까? 개인 등 밀어줄까요? 진호 (미치겠다는 표정) 개인 등은 손 안 닿잖아요? 진호 나 때미는 목욕 안합니다. 개인 그럼.....(찻잔 들고 들어오는) 진호 아니, 왜 들어와요? 개인 에이, 안 볼게요. 뭐 우리 사이에... 서비스. (욕조 옆에 찻잔 놓아주면서) 상큼한 레몬차. 목욕하면서 마시는 한 잔의 차, 죽이죠? 내 마음이에요. 진호 (몸 움츠리면서) 얼른 나가기나 해요. 개인 어머, 속살 장난 아닌 거 봐. 진호 (버럭) 안본다면서요? 개인 (짓궂게 미소 지으면서) 친구 사이에 뭘 부끄러워하고 그러나, 그러길. (씩 웃고 나가는) 진호 저 여잔 친구 사이면 못할 짓이 없지. (레몬차 마시는데, 기분이 나쁘지 않은) 35. 씬. 상고재 주방.(밤) -근사하게 차려진 식탁. 개인,국 그릇 올려놓으면서. 들어오는 진호. 개인 영선이가 냉이국까지 해서 보낸 거 있죠. 냄새 끝내주죠? 진호 (자리에 앉는) 개인 (앞에 앉고) 이런 걸 두고 진수성찬이라고 하는 거 아니겠어요. 어서 먹어요. (하면서 밥 한 그릇 국에 퍽 말고, 수저로 꾹꾹 누르면서 침 꼴깍꼴깍 삼키는) 진호 (개인의 국그릇 뺏는) 개인 (수저 들고 벙하니 보는) 왜 그래요? 진호 진짜 여자가 됐다고 생각합니까? 개인 파티에서 완벽한 모습 보여줬잖아요? 그럼 성공한 거 아니에요? 창렬씨도 내가 저 여자를 찼나 하는 눈빛으로 봤고. 진호 사람이 왜 그렇게 단순 난폭합니까? 창렬이가 그런 건 나에 대한 반감 때문에 그런 거구. 파티 장에서 댁이 한 게 뭐가 있는데요? 개인 우아하게 최관장님이랑 담소도 하고.... 진호 생리대 심부름이나 시키구요? 개인 그건 불가항력이었잖아요? 진호 댁은 인내심만 없는 게 아니라, 준비성도 없는 인간이라구요. 생리일도 계산 못하고 사는 무방비한 여자. 과연 남자들이 좋아할 거 같아요? 개인 저기.... 진호 저기 뭐요? 개인 우선 밥부터 먹고 진지한 대화는 나중에. 배가 너무 고파 돌아가시겠는 데... 진호 (자기 밥 반만 덜어서 개인의 앞에 놓아주는) 개인 아니, 겨우 요걸 누구 코에 붙이라고.... 진호 그런 말투도 좀 고쳐요. 우아하게 전 원래 소식을 해서 많이 못 먹거든요. 해봐요. 개인 (이 악물고) 전 원래 소식을 해서.....많이 못 처먹어요. 진호 물고문 당하고 싶죠? 개인 (깨갱한 느낌으로 혼잣말) 자기가 무슨 고문기술잔가? 36. 씬. 작업실.(밤) -개인, 작업하고 있는. 옷걸이 만들고 있는. 37. 씬. 상고재 마당.(밤) -개인, 옷걸이 낑낑거리며 끌고 나오는. 진호, 상고재 스케치 하고 있는. 진호 (개인을 보자, 얼른 스케치북 덮고) 그건 또 뭡니까? 이 밤에 또 그거 배달하러 가자는 건 아니겠죠? 개인 (옷걸이 탁 세우고) 선물이에요. 진호 (보면) 개인 어제 나 때문에 오밤중에 집에까지 갔다 왔잖아요? 제가 인간성이 이정도인 사람이에요. 밥 반 그릇 먹고 이거 만드느라 허리 휘어서 죽는 줄 알았어요. 하지만 고마운 건 고마운 거니까. 마음에 들어요? 진호 (옷걸이 보고) 그런대로.... 개인 저 봐, 인간성. 와, 어쩜 이렇게 근사하게 만들었어요, 그래주면 어디가 덧나나. 아이고, 배고파서 말할 기운도 없네. 진호 국수 먹을래요? 38. 씬. 만남의 광장 휴게소.(밤) -개인, 진호, 앉아서 국수 먹고 있는. 개인 이건 다 먹어도 되요? 진호 (미소 지으며) 돼요. 개인 아싸, 가오리. 진호 (노려보면) 개인 진호씨 앞에서만 그러는 거예요. 제가 다른 남자 앞에서도 이러겠어요? 그런데 어쩐 일이래요? 먹는 걸로 인내심 테스트 하는 게 특기인 교관님께서? 진호 허기진 배 부여잡고 옷걸이 만들어준 보답입니다. 개인 (웃고, 얼른 국수 게걸스럽게 먹는) 39. 씬. 만남의 광장.(밤) -개인, 진호 걸어 나오는. 개인 (꺽하고 트림하는) 진호 (흘겨보고) 개인 (경례하면서) 다른 남자 앞에선 절대 그러지 않겠습니다! (진호의 팔짱 끼고 애교 부리며) 믿어주세요. 진호 들러붙지 좀 마요. (팔 빼내고) 개인 (입 삐쭉이면서) 근데, 여기 자주 와요? 진호 늦게까지 일하다가 출출하면 가끔 들려서 국수를 먹고 갑니다. 개인 국수 파는 데 많잖아요? 왜 하필 여기예요? 진호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니까. 개인 (보는) 진호 어딘가로 떠나는 사람들이 잠시 들렸다 가는 곳이잖아요? 개인 여행 많이 다녔어요? 진호 아니요. 어렸을 때, 아버지하고 같이 간 이후론 가본 적 없습니다. 개인 왜요? 대학 때, MT 같은 것도 안 갔어요? 진호 도서관에 있었습니다. 개인 왕따였구나? 그런데 빠지고 공부만 하는 애들 정말 밥맛인데. 진호 내 자신한테 혹독하고 싶었거든요. 내가 잃었던 걸 찾을 때까진, 내 자신한테 잔인하자 그랬습니다. 개인 잃었던 걸 찾을 때까지? 뭘 잃었는데요? 진호 가죠. 개인 나중에요. 잃었던 거 찾고 나서 여행 가게 되면 꼭 나도 데리고 가줘요. 진호 (돌아보면) 개인 꼭이요? 네?(다시 진호에게 들러붙는) - 차로 가는 그 둘의 뒷모습. 진호 데리고 다니면서 생고생 할 일 있습니까? 개인 나 잘 할게요, 말도 잘 듣고 짐도 다 내가 들고, 그럴게요. 데려가줘요, 네? 네? 진호 생각 좀 해봅시다. 40. 씬. 고속도로.(밤) -운전하는 진호, 그 옆에 앉은 개인. 개인N (슬쩍 슬쩍 운전하는 진호를 보면서) 박개인, 내일의 일기 예보. 봄바람에 실려 온 남자도 아닌, 여자도 아닌 친구 때문에 가슴이 푸근해지는 밤이다. 하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세한 기류가 머릿속 어딘가를 어지럽히는 이상한 증상이 시작 됐다. 내일도 이 친구를 그냥 친구로만 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지는 건 왜일까? -달리는 진호의 차. 41. 씬. 담 미술관 전경.(낮) 인희E 네가 여길 어떻게? 42. 씬. 인희 사무실.(낮) -개인, 인희 마주 서있는. 들어오는 최관장. 최관장 어, 박개인씨? 시간 정확하게 맞춰 왔네요. 개인 (인사하는) 인희 (두 사람을 번갈아보는데) 최관장 (인희에게) 내가 어린이 휴게실 작업을 맡길 분이예요. 서로 인사해요. 이쪽은.... 개인 알고 있습니다. 최관장 네? (하다가 퍼뜩 스치는) -플레시백. 결혼식장에서 인희의 면사포를 벗기던 모습, 끌려 나가던 개인의 모습. 최관장 (아, 하는 표정, 두 사람 난감한 느낌으로 보는) 43. 씬. 담 미술관 내 공간.(낮) -최관장, 개인 둘러보고 있는. 최관장 어른들이 관람을 하는 동안 어린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개인 네. 가구는 어느 정도나 배치하실 생각이신지? 리모델링 하실 디자이너 분과 상의를 해야겠죠? 최관장 아니요. 그 전적인 책임을 박개인씨에게 맡기고 싶습니다. 개인 (놀라서 보는) 최관장 박철한 교수님의 따님이시니까, 어려서부터 아버님 곁에서 많은 걸 보고 배우지 않았겠어요? 개인 아니에요. 전 이렇게 큰일은. 아버지 때문에 저한테 일을 맡기시려는 거면 전 할 수 없어요. 아버지 이름에 먹칠만 할 테니까. 최관장 난 아주 작은 것 하나에 꽂히면, 그걸로 환상의 나래를 펴는 버릇이 있습니다. 박개인씨가 만든 작은 의자를 보는 순간, 어쩌면 이 사람과 같이 내가 꿈꾸는 공간을 만들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개인 저, 가구라면 몰라도, 휴게실 자체를 만드는 큰일은 자신이 없어요. 최관장 얼마만큼 해낼 수 있는지, 자신을 시험해보고 싶지 않아요? 개인 ..... 44. 씬. 담 미술관 야외 공간.(낮) -최관장, 개인 걸어가는. 개인 잘 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보겠어요. 최관장 (미소 짓고) 그런데 불편해서 어떡하죠? 개인 (보면) 최관장 이제 자주 여기 와야 할 텐데, 그럼 김인희씨와 자주 부딪히게 될 거구요? 개인 ..... 최관장 김인희씨 결혼식에서 박개인씨 봤습니다. 그래서 대충 두 사람 사이에 일은 짐작하게 됐구요. 개인 불편하겠지만.....견뎌야죠. 최관장 (보고) 개인 친구는 잃었지만, 저 자신을 시험할 기회까지 잃고 싶지는 않아요. 최관장 친구라서 그런가, 전진호씨와 박개인씨 다른 거 같으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닮은 구석이 있는 거 같네요. 개인 ..... 45. 씬. 최관장실.(낮) -최관장, 책상 앞에 앉아있으면, 인희, 차를 들고 들어와서 앞에 놓아주는. 최관장 박개인씨는 인희씨와 부딪히는 거 불편하지만, 견디겠다고 하던데. 인희씨는 어때요? 인희 제가 악역이니, 더 많이 불편하고, 더 많이 견뎌야하겠죠. 최관장 (묘하게 미소 짓고) 일에는 빈틈이 없는 사람이라, 사생활은 궁금해 하지도 않았는데, 결혼 생활은 어떤 겁니까? 인희 없었던 일로 하기로 했습니다. 최관장 알았어요, 나가봐요. 인희 (나가는) 46. 씬. 진호의 사무실./진호방.(낮) -직원들 일하고 있고, 상준, 컴퓨터 앞에 있고. 태훈, 다가오는. 태훈 해외 미술관 자료들이요. 상준 그래.(받으면서, 마우스 움직이는) -진호, 자신의 방에서 나오는. 진호 태훈아? 박철한 교수님 89년도 논문 좀 찾아봐라. 태훈 네. 상준 어....어.....이게 뭐야? -모두, 상준을 보는. 상준 말....말도 안돼. -모두 다가오면서. 진호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상준 담 예술원 공모에 참가 자격을 두겠대. MS 그룹 홈페이지에 지금 방금 떴 어. 진호 참가 자격이라니? 태훈 (옆에서 들여다보면서) 건축사 자격증 취득 10년 이상. 해외 공모전에서 3차례 이상 수상 경력. 500억 이상의 건물 설계 10건 이상..... 진호 (굳어지고) 태훈 이런 기준이면 도대체 몇 개 회사나 참가할 수 있는 거예요? 상준 우리 같은 구멍가게는 아예 명함도 내밀지 말라는 거지. 어떡하냐? 진호야? 진호 ..... 47. 씬. 최회장 사무실.(낮) -최회장, 최관장 마주 앉아있는. 최관장 저하고 의논도 안하시고 어떻게 이러실 수 있습니까? 최회장 너하고 의논을 했으면, 찬성 했겠냐? 최관장 아버지? 최회장 넌 일에 있어서도 너무 순진해. 한마디로 이상주의자 아니냐? 넌? 최관장 이건 공정한 경쟁 자체를 사전에 봉쇄하겠다는 뜻인 거 모르세요? 최회장 경쟁이 안 되는 애들까지 끼어들어서 담 예술원의 위상을 떨구게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최관장 담 예술원 프로젝트는 전적으로 저한테 일임하시겠다고 하셨잖아요? 최회장 그룹 경영에는 관심도 없으니,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해보라고 한 것뿐이다. 최관장 그럼 제가 좋아하는 일을 맘 놓고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셨어야죠? 최회장 담 예술원은 내 인생에 가장 큰 치적이 될 사업이다. 이 정도 훈수는 둘 수 있는 거 아니냐? 최관장 철회 해주세요. 담 예술원은 새로운 세계예요. 거대 업체들만의 경쟁으론 새로운 세계가 탄생할 수 없습니다. 최회장 거대 업체가 됐을 땐, 그만한 자격이 됐기 때문이다. 최관장 (일어서는) 이런 식으로 하시면, 전 다시 떠날 수밖에 없습니다. 최회장 (매섭게 보는) 48. 씬. 한회장실.(낮) -한회장, 창렬 앉아있고, 옆에서 중역으로 보이는 남자 앉아있고. 중역 이 자격 조건이면, 우리나라에선 다섯 개 기업 정도가 참가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한회장 가장 상대하기 힘든 놈이 어딘지 추려내 봐. 중역 알겠습니다. (일어나서 인사하고 나가는) 창렬 저 못 믿으시죠? 아버지? 한회장 (보는) 창렬 제가 이길 자신이 있다고 했는데도, 진호 자식 발도 못 붙이게 하신 거 보면 그런 거잖아요? 한회장 옛날에 역적을 왜 삼대까지 몰살을 시켰는 줄 아냐? 창렬 ..... 한회장 화근이 될 만한 싹은 애초에 잘라야 하는 거거든. 창렬 이건 맨주먹으로 싸우는 게 아니잖아요? 또 손에 짱돌을 숨기고..... 한회장 (버럭) 싸움엔 룰이 없는 거야. 멍청한 놈. 싸움은 이기는 놈이 장땡인 거야. 뭘로 싸우든 어떻게 싸우든 이기기만 하면 된단 말이다. 창렬 (주눅이 들고) 한회장 에비가 판세를 정리해놨으면 고맙습니다 하고 네 일이나 열심히 해. -노크 소리. 한회장 들어와. -비서, 들어오는. 비서 김인희씨 오셨습니다. 창렬 (놀라서 보고) 한회장 들여 보네. -비서, 나가고, 인희 들어오는. 인희 (인사하는) 한회장 차까지 보내서 모셔 와야 겨우 얼굴을 보여주는구나. 앉거라. 인희 (창렬 맞은편에 앉고) 한회장 결혼식이 원만하게 끝나지 못해서, 너나 나나 다 껄끄럽지만 그래도 어쩌겠냐? 한번 내 집 사람으로 받아들였으면, 어찌 됐건 내가 거둬야지. 결혼식 때문에 수군거리는 입들이 많을 테니, 그것도 잠재울 겸 자리를 한번 만들고 싶은데. 인희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 창렬 (긴장해서 보는) 한회장 (보고) 인희 창렬씨와 저는 이미 정리를 했습니다. 한회장 (심사가 상하면서) 정리를 했다니? 인희 저희....이미 헤어졌습니다. 한회장 (눈 날카로워지면서, 창렬을 보는) 창렬 (일어나며, 인희에게) 나가서 얘기하자. 인희 우리 나가서 더 할 얘기 없잖아? 창렬 나가서.... 한회장 (버럭) 앉지 못해! 창렬 (하는 수 없이 앉고) 한회장 헤어졌다니? 인희 맺고 끊는 게 확실치 못한 아드님의 짝으로 살아갈 자신이 없습니다. 한회장 고얀 것. 감히 누구 앞에서 자신 운운이야? 내세울 것 하나 없는 널 내가 쉽게 며느리로 맞아들였을 거 같냐? 인희 ..... 한회장 한다하는 집안 여식들 다 물리치고, 단지 저 놈이 꼭 너라야 한대서 울며 겨자 먹기로 허락한 결혼이라는 거 너도 모르지 않을 텐데? 인희 압니다. 한회장 아는 애가, 감히 내 앞에서 헤어졌다는 말을 쉽게 내뱉어? 인희 창렬씨처럼 조건 좋은 남자가 절 사랑한다는 사실이 고마웠고, 저 역시 저 사람을 사랑한다고 착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좋은 조건으로도 상쇄 시킬 수 없는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았습니 다. 창렬 (분노에 찬 표정으로 보는) 인희 그래서 제 인생을 저 남자에게 맡길 수 없습니다. 한회장 사내가 여자 문제로 조금 시끄러운 일을 만들 수도 있는 거지. 겨우 그런 걸 이유로 네 복을 차겠다 그거냐? 지금? 인희 결혼식장에서야, 제가 어떤 사람을 원하는지 확실하게 깨달았습니다. 전 믿고, 의지할 수 있고,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합니다. 그래서 저 사람은 아닙니다. 창렬 (분노가 극에 달하고) 인희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일어서서 인사하고 나가는) 창렬 (일어서서 따라 나가려고 하면) 한회장 어딜 따라 가? 머저리 같은 놈. 창렬 제가 다시 설득..... 한회장 (일어나서 창렬의 뺨을 갈기는) 어디서 계집애 하날 제대로 못 골라오고? 입만 산 계집애를 데려다 뭐에 쓰게? 창렬 ..... 한회장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해. 저런 건, 내 며느리로나, 네 아내로나 자격 미달이니까. (돌아서버리는) 49. 씬. 회사 복도. (낮) -인희, 걸어가면. 창렬E 김인희? -인희, 걸음 멈추지만, 돌아보지 않고. 창렬 (인희 앞에 와서 서는) 인희 (지지 않고 바라보는) 창렬 대단하다, 김인희. 인희 ..... 창렬 미래 건설 안주인 자리를 한순간에 걷어 찰만큼 내가 그렇게 한심한 놈인 거냐? 인희 다시 한 번 설명해야 돼? 회장님 앞에서 다 말 한 거 같은데. 창렬 (인희의 팔을 잡고 끌고 가는) 인희 왜 이래? 창렬 (무서운 기세로 끌고 가는) 50. 씬. 야외 장소.한강변 정도의 장소.(낮) -창렬의 차에서 내리는 창렬. 창렬, 인희 쪽으로 가서 차문 여는. 창렬 내려. -인희, 내리고. 창렬 너.....그날 왜 나한테 그랬냐? 인희 ..... 창렬 개인이한테 술 먹고 찾아가서 자고 가겠다고 버티던 날, 끝내 개인이한테 쫓겨난 나랑 집 앞에서 마주쳤을 때? 오늘도 성공 못했어요, 하면서 네가 술 한 잔 더 사겠다고 했어. 인희 ...... 창렬 술에 취해 개인인 왜 날 피가 끓는 멀쩡한 사내놈으로 안 보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 했지. 그때, 네가 그랬어. 난 그렇게 봐요. 인희 맞아, 그랬어. 창렬 난 늘 뒤에서 그렇게 보고 있었는데, 창렬씬 몰랐죠? 그랬어. 그날부터 흔들렸어. 차츰 개인이가 안보이고, 네가 보이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너만 보였어. 그래서 죽일 놈 되는 거 알면서도 너하고 결혼하기로 했던 거야. 그날 너 왜 그랬니? 내 조건 때문에 내가 탐났던 거니? 그래서 작정하고 그랬던 거야? 인희 그런 것도 없지 않았어. 창렬 그럼 이렇게 깽판은 치지 말아야지. 내 조건은 변한 거 없잖아? 인희 처음엔 조건 때문에 시작한 게 아니니까. 창렬 (보면) 인희 개인이가.....너무 많이 사랑하는 남자라.....도대체 저 남자의 어디가 그렇게 좋을까 호기심이 생겼어. 창렬 ..... 인희 집에 가면, 우리 창렬씨 우리 창렬씨 잠들기 전까지 창렬씨 얘기만 떠들어대는 개인이가 신기했어. 개인이 말만 들으면 창렬씨는 세상에 다시는 없을 완벽한 남자였거든. 착하고 순수하고, 남자답고. 그러다보니 어느새 나도 창렬씨를 사랑하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어. 창렬 그럼 뭐야? 개인이가 사랑하는 남자를 사랑했는데, 난 그 남자가 아니었다 그거야? 인희 응. 바로 그거야. 내가 사랑한 남자는 개인이의 환상 속에 있는 남자였어. 현실 속에 창렬씨가 아니라. 창렬 ...... 인희 인생은 현실이잖아? 환상을 붙잡고 살아갈 순 없는 거 아냐? 창렬 ...... 인희 (걸어가는) 창렬 (허탈한 심정으로 멍하니 서있는데. 눈물이 맺히는) 51. 씬. 진호의 사무실/. 진호방.(낮) -진호, 맥이 풀린 느낌으로, 책상 앞에 앉아있고, 상준, 책상에 걸터 서서. 상준 우리 수준에 맞는 일 찾자. 산 입에 거미줄 칠 수는 없잖냐구? 참가 자격까지 원천봉쇄 당했는데, 어쩔 수 없는 거지 뭐. -태훈, 뛰어 들어오는. 태훈 일이 왜 이렇게 됐는지 알았어요. -상준, 진호, 태훈을 보는. 태훈 지금 우리 아버지한테서 듣고 오는 길이예요. 어젯밤에 MS 최회장님하고 술 드셨는데, 미래 건설 한회장이 참가 자격을 엄격하게 해야 한다고 그랬다는 거예요. 진호 (주먹에 힘이 들어가고) 상준 이런 더티한. 야, 야. 우리가 무섭긴 무서웠나보다. 이거 다 우리 쫓아내자고 한회장하고 창렬이 그 자식이 꾸민 일이라구. 진호 (일어나서 나가는) 상준 야, 야, 어디 가? 다른 일이라도 찾아봐야지. 52. 씬. 인희 사무실.(낮) -인희, 앉아있는. 그 위로. 창렬E 그래서 죽일 놈 되는 거 알면서도 너하고 결혼하기로 했던 거야. 그날 너 왜 그랬니? 인희 (괴로운데) -들어오는 진호. 인희 (일어서는)오셨어요? 진호 최관장님 계십니까? 인희 본사에 들어가셨는데요. 진호 들어오실까요? 인희 잠깐만이요. (수화기 들고 버튼 누르는, 수화기 내려놓고) 이상하네. 진호 (보면) 인희 휴대폰이 꺼져 있네요. 그런 일 없으신데. 53. 씬. 담 미술관 로비 정도의 장소.(밤) -진호, 서있는. 인희 걸어오는. 인희 오늘은 들어오지 않으실 거 같은데. 진호 ..... 인희 담 예술원 참가 자격 때문에 그러시죠? 진호 ..... 인희 저도 조금 전에 그룹 홈페이지 보고 알았어요. 저 외출한 동안 관장님 그것 때문에 본사에 들어가신 거 같고. 진호 ..... 인희 실망이 크시죠? 관장님, 회장님께 따지러 가신 거겠지만, 소용없을 거예요. 회장님 한번 결정하시면 절대 번복하시는 분이 아니시니까. 진호 (돌아서는) 인희 제가 술 살까요? 진호 (보고) 오늘은 사양하겠습니다. 인희 (안타까운 심정으로 보는) 저 퇴근해야 하는데 차 좀 태워주시겠어요? 진호 죄송합니다. 오늘은 그것도 안 되겠네요. (걸어가는) 인희 ..... 54. 씬. 포장마차.(밤) -진호, 폭음을 하고 있는. 55. 씬. 신혼집.(밤) -인희, 들어오는. 창 앞에 서있는 창렬. 인희 (보고, 방으로 들어가려고 하면) 창렬 인희야? 인희 ..... 창렬 (돌아서는) 인희 (보고) 창렬 나....나갈게. 인희 ..... 창렬 이 집 너 가져. 인희 (굳어지고) 창렬 너 실망 시킨 거 미안하다. 인희 ...... 창렬 (다가오는, 손을 내밀면) 인희 (보다가, 악수하고) 창렬 (씁쓸하게 미소 지으며) 다시는 환상하고 현실하고 착각하지 마. 인희 (울먹한 느낌으로) 그럴게. 창렬 잘 살아. (나가려고 하면) 인희 미안해. 창렬 (멈춰서면) 인희 개인이하고 창렬씨 사이에 끼어들어서. 창렬 (눈을 감았다 뜨고, 쓰게 미소 지으며) 다음엔 네가 사랑하고 싶은 사람을 사랑해. 다른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지 말고. 인희 응. 그럴게. 창렬 나 그래도......너 사랑했었어. 난 네가 나만 보는 줄 알았거든. 네 인생 전부를 나한테 거는 줄 알고, 이 여잔 내가 지켜주자, 그랬어. 인희 ...... 창렬 갈게. (나가는) 인희 (주저앉으며, 울음을 터트리는) 56. 씬. 아파트 복도.(밤) -창렬, 애써 울음을 참으면서 걸어가는. 57. 씬. 상고재 작업실.(밤) -개인, 열심히 스케치 하고 있는. 그러다 시계를 보면. 12시가 넘어있다. 개인 아니, 왜 아직 안 들어와? 집에 갔나. 58. 씬. 상고재 마루.(밤) -개인. 마루에 앉아서 핸드폰 거는. 59. 씬. 포장마차.(밤) -진호, 술에 취해 있는. 60. 씬. 상고재 앞.(밤) -개인, 상고재 앞길을 바라보며 서성이는. 개인 집에 가면 간다고 말이나 해주지. 휴대폰은 왜 안 받는데. (들어가려다가, 그래도 아쉬워서 길 쪽을 바라보는) -시간 경과. 개인,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개인 정말 안 오나보네. (일어서는데)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걸어오는 진호. 개인 (반색하며 달려가는) 왜 이렇게 늦었어요? 휴대폰은 왜 또 안 받아요? 진호 (비틀거리는) 아, 내 친구. 박개인. 웬수같은 내 친구 박개인. 개인 아휴, 냄새야, 도대체 술을 얼마나 마신 거예요? 진호 세상에 근심 걱정 없는 내 친구 박개인. 사는 게 너무 산뜻한 내 친구 박개인. 개인 (비틀거리는 진호 부축하는) 잘 좀 걷게나, 친구, 넘어지겠네. -덩치 큰 진호를 어렵게 부축해서 걷는 개인. 61. 씬. 상고재 마루.(밤) -마루에 걸터 앉아 몸을 가누지 못하는 진호. 개인, 물을 가지고 나와서 옆에 앉는. 개인 꿀물이에요. (진호 입에 대주는) 진호 (마시고) 개인 뭐 안 좋은 일 있었어요? 이렇게 진탕 마실 스타일은 아닐 거 같은데. 진호 그런 날이 있어요, 진탕 퍼마시고 싶은 날이..... 개인 그런 날이 어떤 날인데요? 혹시 상준씨하고 싸웠어요? 진호 (무거운 감정에 젖어들면서) 죽어라고 달려왔는데....옆 한번 안돌아보고, 일에 미친 독종이란 소리 들 으면서도 그냥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근데....늘 난 그 꼬마인 거예요. 개인 ..... 진호 아버지가 돌아가시는데도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꼬마. 억울해서 미치겠는데도, 아무 것도 할 수 없어서 벽에다가 주먹질만 하 는...손에서 피가 흐르는데도 멈출 수가 없어서 계속 그 짓만 하던.... (눈물이 흐르고) 개인 (놀라서) 진호씨? 진호 아무리 달려 봐도.....늘 그 자리인 거예요. 개인 (두 손으로 진호의 얼굴을 감싸 쥐며) 진호씨? 울어요? 진호 (슬픈 눈으로 개인을 보는) 개인 (먹먹한 심정으로 그런 진호를 바라보는) 진호 ...... 개인 (자신도 모르게 그런 진호가 안타까워서 천천히 얼굴이 다가가는) 울지말아요... 진호씨... 진호 (천천히 개인에게 얼굴 다가오는) 개인 .... 진호 (개인에게 입 맞추는) 개인 (굳어지는)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서 엔딩.
.개인의 취향 ↲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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