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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의열대야 7

#1. 도로, 달리는 엠블런스

    가파른 싸이렌 소리 울리며 달려가는 정우 실은 구급차. 
    실신한 채 응급처치 받고있는 정우.
    기태, 안절부절 걱정스레 정우를 보고 있다.
    
#2. 병원복도 - 응급실 밖  (*운전학원 근처 병원)

    정우 실은 이동침대 다급하게 달려와 응급실 안으로 들어간다.
    
#3. 응급실 안

    침대로 옮겨지는 정우.
    의료진들 빠르게 응급 진료하며 기태 향해 질문한다.

의사        어떻게 된거예요?
기태        (당황) 네? 그,그게.. 아! 그러니까요 커,커피, 자판기에서 커피 뽑다가요, 
        갑자기 머리가 아프다구, 이 머리통을 잡구 막 힘들어하더니 갑자기 홱 쓰러졌어요.
의사        전에도 이런 적 있어요?
기태        아,아뇨. 첨인데요. 
의사        환자분 고혈압이나 당뇨 있어요?
기태        아뇨 전혀. 차,참! 근데요 요즘 부쩍 다리에 마비가 자주 왔어요. 
의사        마비가요?
기태        예에. 
의사        (정우 보며 뭔가 생각하면서 간호사 향해) 바이탈은?
        간호사        BP 130에 100, 펄스 90입니다.
의사        인튜베이션. (시행하며) 세트럴 라인. (쇄골부위 혈관 확보하여 주사한다)
기태        이 자식 대체 왜 이러는 겁니까 선생님?
의사        글쎄요 일단 검사 한번 해봅시다.
        정신을 잃고 누워있는 정우의 모습, 불길하다.

#4. 수미 치킨집

    포장상자 (혹은 티슈나 깍뚜기) 정리하고 있는 영심, 바쁘게 손 놀리다가 문득 이마의
    밴드와 목의 파스 차례로 만져보며 배시시 떠올리는..

    *플래시 백.. 6부 씬70, 영심의 이마와 목에 밴드와 파스 발라주던 정우!

영심        (헤죽 웃는다)
수미        (닭 양념하며) 얼씨구? 
영심        (부끄러워서 얼른 고개 숙이고 정리하다가 또 헤죽 웃는다)
수미    절씨구? 
영심        흠 흐음.. (마음을 다 잡으며 포장상자 정리한다) 
수미        그렇게 좋냐? 이마 깨지구 목 다쳐두 걔 보니까 좋아?
영심    (시선 피한 채) 조,좋긴 뭐,뭐가 좋아? 하,하나두 안좋아 난. 
수미        내숭은? 양심 있음 입에 침이나 좀 발라라. 
영심        (입에 침 바른다)
수미        (풀썩 마주앉고는 뚫어져라 본다) 
영심        왜,왜? 
수미    나아, 언니 환상 깨라구 거기루 끌구 간거야. 가까이에서 보구 걔에 대한 환상 
        깨부수라구. 걔 더럽게 코파는 것두 보구 방구 끼는 것두 보구 확 정 떨어지게 
        신경질 부리는 것두 보구 어? 장담하는데 남자놈들 다 똑같아. 걔두 언니남편이랑          
        다른 거 하나두 없어. 도토리 키재기 그나물에 그밥 엉?
영심        ... ...
수미        언니, 걔하구 연애할 거야?
영심        (펄쩍 뛰는) 마,말두 안돼! 미쳤어? 
수미        그러니까, 내가 언니 아니까 열나 잘 아니까, 언닐 걔한테 델구 간거야. 그리구 뭐         
        아무리 언니가 연애하구 싶다구 해두 걔가 받아줄 리 만무하구, 일단은 그점에선           
        안전하니까, 그래서 보구싶은 사람 실컷 보기나 하라구, 보면서 여태 못봤던 걔 
        나쁜 점 재수없는 점두 같이 보라구 엉? 
영심        음..
수미        운전면허증 딸 때까지만이다? 면허증 따는 그 순간 툴툴 다 날려버리는 거야. 
        걔두 언니 짝사랑두. 엉?
영심        음.. 
수미        그래. 그럼 되지 뭐. 문제 될 거 하나두 없어. 그럼! 다행이다. 걔 언니보다 
        나이두 어리구 총각이구 걔한텐 언니 여자 아닌 거, 둘이 좋아져 바람날 가능성 
        영프론 거, 진짜 천만다행이야. 인간들 추해지는 거 한순간이다 언니야?
영심        ... ...

#5. 응급실 안

        의식을 찾은 정우, 병원에 실려온 상황 뒤늦게 알고 놀라서 얼얼해하며 앉아있다.

기태        간 떨어지는 줄 알았잖아 임마? 살다 살다 두통땜에 기절하는 인간은 첨이다 
        자식아? 괜찮아?
정우        음. 가자. (내려선다)
기태        있어봐. 의사가 가라구 해야 가지 맘대루 가냐 임마? 선생님? 환자 깨어났는데요?
의사        (다가오고) 어때요? 머리 괜찮아요?
정우        네. 
의사        자주 그래요?
정우        아뇨. 
의사        다리에 마비가 자주 있었다면서요 요즘?
정우        예 뭐. 산악자전거를 타거든요. 그래서 아마..
의사        검사 좀 해보죠?
정우        네?
의사        혹시나 해서요. 만에 하나인 경우의 술 대비해보자는 거니까 걱정할 건 없구요. 
        잦은 다리 마비, 거 아무것두 아닌 것 같아두 그냥 놔두면 큰일나요. 
        기왕 병원에 왔으니까 온김에 원인이 뭔지 잡아내봅시다. 한두가지 검사만 하면 
        되니까 하구 가요. 네?
정우        ... ...

#6. 정우 몽따쥬

    - CT검사 하는 정우.
    - MRI검사 하는 정우.

#7. 민원장 저택 2층 화장실

    영심, 지원의 목욕시켜 주고 있다. 
    지원, 엄마한테 몸을 맡기고 거품 가득한 욕조에서 장난치며 ‘올챙이와 개구리송    
    귀엽게 부르고 있고, 영심도 따라 부르고 있다. 두 모녀 연신 까르르 까르르.

영심        (정성스레 몸을 닦이며) 민지원? 우리지원인 누구 똥강아지야아?
지원        누구긴 누구야? 우리엄마 예쁜 우리엄마 똥강아지지!
영심        우와 증말?
지원        음 증말!
영심        증말이면 엄마한테 뽀뽀? 자?
지원        (귀엽게 뽀뽀한다)
영심        음~ 행복해! 우리지원이 땜에 엄만 넘 넘 행복해! 아우 이뻐! 아우후우 우리딸
        넘 이뻐! 음~ (넘치는 애정으로 쪽쪽 볼에 뽀뽀한다)

#8. 동 2층 지환의 서재

    나란히 책을 읽으며 음악 듣고있는 지환과 건호.
    밖에선 영심과 지원의 까르르 까르르 웃음소리와 함께 노랫소리 들려온다.

건호        여자들이란 참! 
지환        (싱긋 웃고는 밖에 소리 귀 기울여 듣는데 듣기 좋다)
건호        엄마 운전 배운대요 아빠? 아세요?
지환        아니. 언제부터?
건호        오늘부터요. 엄마 얼굴에 난 상처 못 보셨어요?
지환        상처? 무슨 상처?
건호        박았대요. 차를.
지환        뭐?
건호        아빠가 그만두라구 말씀 좀 하세요. 엄마, 운전면허 못 따요 아빠? 
        괜히 면허두 못따구 다치기밖에 더하겠어요? 갑자기 운전은 왜 배운다구 
        저러는지 모르겠어요 증말? (속상한) 씨이 괜히 할머니한테 싫은 소리나 듣구!
지환        ... ... (문밖 응시한다)  

#9. 동 저택 거실

         영심, 운전면허 기출문제지 들고 안되는 암기 열심히 하면서 계단을 내려오는데..

수현        아우 눈꼴셔서 증말! 아니 지가 면헌 따서 뭐하게? 주제에 자가용까지 굴리시겠다?          
        아니 그럼 우리보구 이젠 저 차까지 사내란 말야? 아후 뭐 그딴 게 다 있어 증말? 
나여사        아우 열 낼 거 없어. 그 물건한텐 열두 아까워 열두. 걱정하지마. 아니 지가 무슨 수루 면헐 따? 
        아후 걔 머리루 걔 아이큐루 뭘 어떻게 따? 아우 못따. 걱정하지마.          
         내가 그 물건 면허 따면 이 손에 내 손에 열손가락 마디마디 장을 지진다. 내가.
영심        (열받아서 뭐라 한마디 나서려는데)
        감시 잘 해요 엉? 저렇게 분수 모르구 날뛰는데, 우리 몰래 저이 친정에 우리집 돈 슬쩍슬쩍 빼다 줄수두 있잖어? 
        주변에 보니까 친정 찢어지게 가난한 여자들 남편 몰래 시집 몰래 그런다 그러더라구. 알아? 
        우리 모르는 새 벌써 저이 친정에 논 사주구 밭 사주구 아파트까지 사줬을지? 요즘 시골에두 아파트 많이 짓잖우 왜?
나여사        뭐,뭐야? 
영심        (참담하다)... ... (뒤돌아 계단을 올라가다가 무슨 생각에서인지 다시 내려간다)
        (다가가서) 아우 모녀 간에 무슨 정겨운 말씀들이세요? 넘 보기 좋다아? 
수현        어,언니? 언제..내려왔어? 기척두 없이?
영심        지금 내려왔어요. 왜요 아가씨? 뭐 저 흉이라두 보셨어요?
수현        아,아냐. 휴,흉은 뭐.
영심        아가씬 참 좋겠어요. 친정엄마랑 이렇게 한집에서 매일매일. 생활비두‘땡전’한푼 안들구 집안일두‘생전’안해두 되구. 
        그러구보면 출가외인이란 말두 다 옛말이예요. 안그래요 아가씨이? 
수현        (!) 뭐..
영심        시댁에선 암말두 안하세요? 세상이 아무리 변했다해두 처가살이 좋아할 시집은 
        없잖아요 왜에?
수현        처가살인 누가 처가살일 한다구 그래 언닌? 훈이 아빠 유학기간 동안만 들어와 사는 건데. 그게 무슨 처가살이야?
영심        건 아가씨 입장이구요 시댁어른들 입장에선 처가살이 맞죠. 며느리 손주 다 처가에 뺏겼는데. 
        아후 진짜루 속상하시겠다! 근데 아가씬, 시댁엔 토옹 찾아 가지두 않구 그래두 괜찮아요? 
수현        흠.. 흠.. 
영심        아무리 바깥일 하구 바쁜 며느리래두 시어른들한텐 며느린 그래두 며느린데. 
        안그래요 어머니?
나여사        흐음..
영심    차암 부러워요 아가씨가. 아가씨두 며느리 저두 며느리, 아가씨두 딸 저두 딸, 
        근데두 난 울엄마 얼굴 1년에 한번두 잘 못보잖아요? 엄마 어쩌다 서울 올라와두 
        맨날 허름한 여관잠 재우구, 뭐 내가 돈을 못버니까요? 나두 아가씨처럼 돈 잘 
        벌면 울 엄마 용돈두 주구 생활비두 주구 딸노릇 할텐데.. 
수현        ... ...
영심        동네에서 저 욕하잖아요 아가씨? 자식이라군 달랑 하나뿐인데 저 혼자 배 터지게 먹구 살면서 
늙은 엄만 아직두 시골서 뼈빠지게 농사짓게 한다구. 부자사위 말짱 다 꽝이라구요.
수현        ... ...
영심        저한테 경제권이라두 있음 그나마 어머니 몰래 푼돈이라두 좀 찔러줄텐데 아가씨           
아시다시피 우리집 경제권 어머니가 전부 쥐구 계시잖아요. 애비 월급두 어머니 통장으루 홀랑 다 들어가구. 
뭐 쥐꼬리라두 쥔게 있어야 용돈두 주구 할텐데.. 누가 믿겠어요? 
이런 큰집에 저처럼 가난한 사람이 산다구? 동서가 예단비루 준 돈, 그 돈이 시집와서 첨이네요 제돈은. 
나여사        커피 커피 좀 마시자 지원아?
영심        (사근사근 간드러지게) 네 어머니. 아가씬요? 
수현        어. 줘 나두. 설탕 좀 넣어줘. 입이 쓰네 좀.
영심        네 아가씨. 정겹게 하시던 대화 마저들 하시구 계세요. 제가요 얼른 가서 커피 
        맛있게 타 가지구 올게요. 기다리세요옹 어머니 아가씨이? (간다)
        수현과 나여사, 마주보고 삐죽!
        영심, 주방으로 가며 밉지않게 흘기며 군시렁군시렁! 

#10. 주방

    영심, 커피에 설탕 넣으려다 말고..

   영심        뭐어 입이 써? 설탕 좀 넣어줘? 지는 손이 없어 발이 없어? 가만 보면 물 한잔두 지 손으루 갖다먹는 법이 없어? 
   내가 지 몸종이야 뭐야? 씨이 뭐가 어쩌구 어째? 돈을 빼돌려? 사람을 어떻게 보구 진짜?  
    
    영심, 파르르 해서 설탕통 확 닫아버리고 소금통 가져와 한숟가락 두숟가락 세숟가락 수현 쏘아보며 아예 쏟아붓는다.
    
#11. 동 거실
   
    영심, 소금 잔뜩 넣은 커피잔 쏘아보며 보란 듯이 들고 나온다.
    한데 소파엔 수현 없다.

영심        (어?) 어머니 여기 커피..? 아가씬요?
        나여사 방에. 빨래감 있다구.
영심        네에. (수현 방 근처루 가서 쏘아보며) 아가씨 커피 드세요? 식어요오?
수현        (E) 나가요.
영심        (희희낙락 기다리는)
수현        (빨래감 잔뜩 안고 나온다) 훈이빨랜 아줌마 시키지 말구 언니가 직접 해. 우리 
        몰래 세탁기 돌릴지두 모르잖어. 어떻게 믿어? 자. (떠 안기고) 참 세탁소 가서 
        내 바바리 좀 찾아와. 낼 입게. 엉? 그리구 커텐이랑 침대시트 좀 바꿔주라. 
        기분이 넘 꿀꿀해서 걸루라두 좀 풀어야겠어 나.
영심        네 알았어요. 아가씨, 커피, 커피 식는데? 얼른 가 마셔요오 얼른이요?
수현        음. (가는데)
영심        (회심의 미소로 쓰윽 소파쪽 쳐다보는데, 헉!)

    수현의 커피 막 마시고 있는 민원장! 잔을 들고 향을 맡고 입가로 가져가는 모습 슬로우 모션으로!
    화들짝 놀란 영심, ‘안돼요오오~ 안돼요오~ 아버니임~!’ 왕꽃선녀님 몸에 들어간 
귀신 소리 같은 괴기스런 비명 내지르며 슬로우 모션으로 달려나간다. 
    식구들 놀란 시선으로 일제히 쳐다보고..
    달려온 영심, 민원장의 입가에 가 있는 커피잔을 양손으로 꽉 붙잡고는..

영심        (간절하게 안된다고 고개를 가로젓는)
민원장        (?, 따라서 가로저으며) 마시지 말라구?
영심        (간절하게 끄덕끄덕)
민원장        왜? 
영심        (그건 말 못한다고 입 앙다물고 고개 가로저으며 그저 마시지 말고 저한테 달라고)
민원장        (?) 이 안에 독 들었어? 뭐 못 먹을 거라두 넣었어?
나여사        뭐 독? 못 먹을 거?
수현        그거 내 커피라구 타온 거잖아. 나한텐 얼른 가 마시라구 하구선 아부진 왜 못 드시게 해?
영심        (끙, 두 눈을 질끈 감는다)
수현        불어 솔직히? 진짜루 커피에 뭐 못먹을 거 넌거야? 나 애 먹이려구? 골탕 주려구?
영심        (아후 죽었다!)
나여사        어머 얘 얘 진짠가부네. 엉?
수현        어디 좀 봐요 아부지. 그 커피 일루 줘보세요. (파르르 영심 쏘아보며) 조금이라두 이상하기만 해? 
        가만 안둬 내가? 어?
영심        (죽을 맛으로 힐끔힐끔 쳐다보며 조마조마 기다리는데)

     갑자기 그 커피를 벌컥벌컥 마셔버리는 민원장!

영심        (두 눈 휘동그래지고 입은 쩍 벌어지고)
수현        아버지?
나여사        여보?
민원장        (고통 꾹 참으며) 그냥 커피야. 보통 커피. 아무 이상 없어. 
수현        증말..이예요?
민원장        봐. 자 봐. 느이 애비 이상해? 아무렇지두 않잖어. 괜히 생사람 생트집 잡지마.
수현        (영심 향해) 그럼 아부지 왜 못 드시게 한 거야?
민원장        나 당뇨기 있어. 그래서 말린 거야.
나여사        당신 당뇨 있어?
민원장        있어. 마누라란 작자가 어떻게 며느리보다 몰라? 
나여사        말을 해야 알지. 말 안하면 어떻게 알아?
민원장        말 했어. 당뇨 있으니까 반찬에 소금양 줄이라구. 에미야 나 물 한잔 먹자. 
입안이  어째 가슬가슬 하다? (온화하게 야단치는) 에미, 넘 진했어 커피? 
영심        네,네 아,아버님. (몸둘 바를 모르면서 걸어나가다 뒤돌아 시아버지 보면)
민원장        (그저 묵묵히 신문 보고 있다)
영심        (감동 받는다)
#12. 동 저택 정원 (밤)

    골똘하게 앉아있는 지혜. 고통으로 떠올리는..

#13. 지혜의 회상 (6부 씬59)

지혜        (바들바들 떨고 눈물까지 글썽하며) 이,이렇게 비,빌게 내가! 나,나 겨,결혼했어정우야! 
        그,그러니까 제발 이,이제 제발 나,나 좀 나 좀 그만 괴롭혀!
재환        뭐야? 무슨 일이야?
지혜        (처음 발견한 것처럼) 재환씨? (눈물로 뛰어가 안긴다) 재환씨! (품에 안겨 엉엉 울며) 왜,왜 이제 와? 
        좀 더 빨리 오지. 나 무서워 죽는줄 알았단 말이야?
재환        (부들부들 정우 죽을 듯이 노려본다)
정우        (고개 떨군 채)... ...
재환        (지혜 한쪽에 밀쳐놓고 천천히 걸어나간다) 고개 들어!
정우        (천천히 고개 드는데)
재환        (들자마자 무섭게 주먹을 날린다)
정우        (고꾸라진다)

    고꾸라져있는 정우를 쉼없이 때리고 발로 짓밟는 재환.. 
    지혜 위해 말없이 고스란히 당하고 있는 정우..

재환        아우 미친 새끼! 야 너 변태야? 또라이야 너? 니 까짓놈이 누굴 넘봐 누굴?
        아우 이 더런 새끼 이걸 어떻게 죽여놓지 어어? 야? 내가 니놈한테 어떻게 했는데 이 새끼야? 어? 어? 
        입원실 편의 봐줘. 느이아버지 살려줘, 넌 양심두 없냐 이 거지같은 새끼야? 
        너 솔직히 말해. 우리형수님한테두 일부러 접근했지? 어? 어?
정우        ... ...

#14. 동 정원

    지혜, 소리없이 울고 있다. 
    한손으론 입을 틀어막고 다른 한손으론 가슴이 너무 아파 손바닥으로 가슴을 꾹꾹 누르며 고통스럽게 
    차마 소리내 울지도 못한 채 그렇게 속으로 안으로 운다.
    세탁 소쿠리 들고 안에서 나오는 영심. 음~ 기분좋게 바람 음미하며 나오다 떨어져 달랑거리는 이마의 밴드 느끼고, 
    톡톡 두드려서 정성스레 다시 잘 붙인다. 저절로 미소지으며 기분이 좋은 영심. 
    지혜, 영심을 먼저 발견하고 빠르게 눈물 훔치고 표정관리 한 후 밤하늘 올려다보고 있는 척 한다.
    영심, 무심코 빨래줄로 가다가 지혜 발견하고 움찔 멈춰선다. 본능적으로 이마의 밴드와 목의 파스로 손이 가고, 
    지혜에게 미안해 죽겠다! 

영심        나,나와..있었어 도,동서?
지혜        어! 형님? 빨래 널러 나오셨어요? 
영심        으응. 나,날씨 차,찬데 왜 나와있어? 가,감기라두 걸리면 어쩌려구? 
지혜        재환씨 기다려요. 곧 도착한대요. 
영심        으응.
지혜        아우 형님이야 말루 이 밤에 날씨두 찬데 웬 빨래예요? 낼 아줌마 오면 시키지 않          구요? 
영심        후,훈이 빨래라 아줌마 시키기 뭐해서.
지혜        네에..
영심        ... ... (어색) 그,그럼 빠,빨래 널게 난.
지혜        같이.. 널어..요 형님.

    두 동서 나란히 빨래 넌다. 지혜가 털어서 주면 영심이 받아 널든지..
    
영심        (신경 쓰이고 맘에 걸리는)
지혜        (신경 쓰이고 맘에 걸리는)
두사람        (동시에) 저기 동서? / 저기요 형님?

       동시에 마주 쳐다보는 두사람. 어색한 웃음으로 얼버무리고..

영심        머,먼저 말해 동서?
지혜        아녜요. 형님 먼저 말씀하세요?
영심        음. 저기 나,나 말이야 도,동서..? 
지혜        네 형님.
영심        나,나 있잖아.. 오,오늘부터 나,나 있잖아? 
지혜        ... 
영심        우,운.. 우,운..
지혜        운 뭐요 형님? 
영심        어? 어. 우,운.. 그,그러니까 나,나 오늘부터 우,운.. 어어 운동, 저녁운동 하기루 했거든? 
        겨,경보. 알지 경보? 이렇게 이렇게 하는 거. 도,동서두 나,나랑 같이 이거 할래?
지혜        아뇨. 전 요가 하는데요 뭐.
영심        그,그렇지 참. 도,동선 요가 하지? 깜빡,했네 내가. 그,근데 동선 무슨..얘기 하려구..? 해,해.
지혜        저,정우..일..말인데요?
영심        (움찔) 어,어? 저,정우씨 일? 정우씨 일 뭐,뭐?
지혜        저랑.. 정우 사이, 끝까지 형님만 알구 계셨음 해서요. 특히 재환씨 앞에선 더 조심..해주셨음 하구..
영심        (안도) 어어 그거? 당연하지. 걱정마 동서. 죽을 때까지 비밀 지킬테니까.
지혜        고마워요 형님. 저 이집에 형님이 있어서 얼마나 의지가 되는 지 모르겠어요. 
        입에 발린 소리 아니구요 전 증말 형님이 친언니 같아요. 넘 좋구 넘 든든하구. 
        (손을 가져와 잡으며) 저, 앞으루 형님을 친언니루 생각해두 되죠?
영심        어? 어어 그,그럼 그럼 동서! 되,되지. 아,안될 게 뭐 있어. 
        (미안해서 죽을 지경인) 치,친언니루 새,생각해. 펴,편한대루 동서 편한대루 생각해. 어어.
지혜        감사..해요 형님! 진심..으루!
영심        (잡힌 손 내려보며 죽을 맛이다!)
재환        (E) 다녀왔습니다아!
영심        (피하듯 잽싸게 손을 빼며) 서,서방님 왔다 동서?
지혜        왔어요?
재환    야아 보기 좋다! 동서지간에 손 딱 맞잡구 달빛에 그림같이 서서 정담 나누구 엉?          
        두사람, 사이 너무 좋은 거 아냐? 어떻게 나하구보다 더 좋은 거 같애?
영심        그래서 질투나세요?
재환        넵! 난요 형수, 이 세상 그 누구하구두 우리 지혜 못 나눠가져요. 하느님 부처님이 그러자 그래두 안돼요!
영심        야아 동서 좋겠다아?
지혜        (팔짱을 끼며) 넵! 제 남자랍니다! (광고 흉내내는) 여자라서 행복, 해요~!
영심    어후 눈꼴셔! 어후 닭살! 어후우~ 기분 나뻐! (웃고) 
지혜        (웃고)
재환        (웃고)... ... (뭔가 걸려하며 웃는 두 여자를 차례로 보고는 아무래도 말해야겠다 싶어서) 저기 형수?
영심        네 서방님.
재환    나 형수한테 할말이 좀 있는데.
지혜        (홱 쳐다본다, 어떤 예감으로 조마조마)
영심        하세요. 무슨 얘긴데요?
지혜        추워 재환씨! 얘긴 담에 하구 얼른 들어가자. 자기 기다리느라 꽁꽁 얼었어 나.
재환        추우면 먼저 들어가 있어. 난 형수랑 얘기 좀 하구 들어갈게.
지혜        어? 아,아냐 같이 들어가. (조마조마)
재환        박정우 그 자식, 조심,하세요 형수!
영심        네? (본능적으로 지혜 쳐다보며) 조심,을 하라뇨? 그게 무슨 말이예요 서방님?
지혜        (안절부절)
재환        아무래두 형수한테 의도적으루 접근한 거 같아요 그자식!
영심        네?
재환        알구보니까 그 새끼 우리지혜 스토커더라구요. 나쁜 새끼가 대학 때부터 줄창 지혤 괴롭혔대요. 
        완전히 악질이예요. 얼마 전에 지혜, 그 새끼한테 큰일 당할 뻔 했어요 형수.
영심        (놀라서 묻듯 지혜를 쳐다본다)
지혜        (그 시선 외면한다)
재환        그 더런놈의 새낄 내가 아주 경찰서에 확 집어 처넣으려다가 그 새끼 인생이 불쌍해서 몇 대 줘패구만 말았는데 형수도 알구 있으라구요. 
        혹시 형수한테두 헤꼬지 할지 몰라요. 근데 어떻게 아는 고향 후배예요? 그동안 지혜 얘긴 전혀 없었어요?          
        그 새끼, 지혤 노리구 일부러 형수한테 접근한 거라면 분명히 지혜에 대해 묻구 어쩌구 했을텐데..?
영심        (지혜를 응시하고 있다)... (지혜에게 화가 난다!)... (이해해줘야 되는데 자꾸만 화가 난다!)
지혜        (외면한 채 힘들다)... (영심의 시선도 참기 힘들고 뭣보다도 스스로가 참기 힘들다!)

#15. 기태의 원룸

    자신의 침대 옆 바닥에 정우 잠자리를 마련해주는 기태.

기태        (이불 펴며) 아버진?
정우        (세수하고 나와 수건으로 닦으며) 동생네.
기태        그럼 넌 여태 어서 지냈는데?
정우        고시원. 입구잘 옷 좀 줘. 아까 땅바닥서 뒹굴어놔서 그대루 입구자긴 좀 그렇다.
기태        (찾아서 건네며) 그럼 니 방 전세금 홀랑 다 수술비루 들어간 거야?
정우        음. (묵묵히 갈아입는다)
기태        (한숨) 후우.. 재수 더럽게 없는 놈! 지지리 복두 없는 놈! 
        아우 무슨 놈의 팔자가 줄창 밑빠진 독에 물 붓기야? 너 임마 언제까지 그러구 살건데?
정우        두꺼비 나타나 도와줄 때까지. 두꺼비 맞냐? 개구린 아니지? 하긴 개구린 어쩐지 좀 부실해 뵌다. 
        이름만 들어두 두꺼비가 훨 낫다.
기태        속두 좋다 마! 농담이 나오냐? 마, 좁은 고시원서 고생하지 말구 여기 와 지내?
정우        싫다! 그 많은 니놈 걸들한테 무슨 원망을 들으려구. 왜 오늘은 한 걸두 안보이냐? 나땜에 개점휴업 했냐?
기태        폐업했어. 이 눈물을 머금구 마이 걸들을 전부 그냥 일시에 폐기처분 해버렸다 나!
정우        왜? 웬일루?
기태        새로운 걸이 생겼거든. 함 볼래? (카메라폰 꺼내며) 진짜 이쁘다 너? (찾아서 보여주며) 어떠냐? 죽이지? 어? 
        나 문어발식 사업 때려치구 앞으룬 얘한테만 올인한다!

       엄마와 딸로 보이는 모녀가 기태를 양쪽에서 잡고 찍은 사진! 엄마쪽이 기태에 대한 애정을 노골적으로 표시하고 있다.

정우        (보며) 근데 어느쪽 걸이 니 걸이야? 이쪽이냐?
기태        자식이! 당연히 얘지 임마? 그럼 이 쭈구렁탱이 아줌마겠냐? 이 아줌만 얘 엄마.    
        마이 퓨처 장모! 어? 이 아줌마 목동서 딥따 큰 고깃집 하는데, 어! 돼지고기 말구 한우, 소갈비집. 1인분에 2만 8천만원! 세지? 어?
정우        세면? 
기태    남편이 없대잖냐 남편이! 거기다 얜 글쎄 무남독녀 외동딸이랜다아 정우야! 어쩜 좋냐? 
        지성이면 감천이래더니 드뎌 이 엄기태 인생에두 쨍하구 햇님이 뜨시려나부다 엉?
정우        그래서?
기태        나, 얘네 집에 데릴사위 들어갈라구! 
정우        (이불 속으로 들어가며) 불이나 꺼 임마. 
기태        야 박정우, 너 임마 인간 엄기태 못 믿냐? 여자들 나땜에 몸살 하는 거 매일같이 보구두 그러냐 넌? 
정우    건 아줌마들 얘기구. 자자. 어? 잠이나 자자 기태야.
기태        자식이 진짜! 너 나 넘 무시한다? 그러니까 니말은 뭐야, 이 인간 엄기태가 아줌마 한텐 통하는데 아가씨한텐 택두 없다, 그소리 아냐 지금? 
정우        빙고. 잔다. 말 시키지마라.
기태        내기할래 너? 나 얘랑 일주일 안에 키스하구 이주, 아니 삼주 안에 얘 반드시 기필코 틀림없이 꼭 내여자루 만든다! 됐냐? 
        10만원빵? 10만원빵 어때?
정우        (잠든 듯 눈감은 채 대답이 없다)
기태        (침대로 가며) 내기했다 너? (누우며) 3주 뒤에 보자 마. 그때 가서 딴소리 하기만 해봐. 
        (벌떡 일어나서) 10만원! 10만원 꼭 줘야 돼 너? 
정우        ... ... 
기태        (눕고, 눈감고 잠을 청한다) 
정우        (눈을 뜬다, 친구의 방 휘- 둘러보며 마음이 무겁다)

     그때 핸드폰 진동 울린다.
     정우, 핸드폰 보면 지혜 전화다. 진동하는 핸드폰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는 정우.

기태        왜 안받아 마? 누군데?
정우        ... ...
기태        지혜..씨냐?
정우        (그냥 닫아버린다)
기태        두사람 아직..두냐? 끝난 거 아냐? 
정우        끝났어. 아니, 끝낼거다. 
기태        진짜루?
정우        음. 지리멸렬해. 나두.. 사랑이라는 것두. 지겹다 아주. 그래서 끝내려구. 
        나한테 사랑은 이걸루 끝, 다신 안할라구. 두번 다신 안할라구...

#16. 민원장 저택 대문 앞

    대문 열려있고.. 지혜, 오돌오돌 떨며 혹시나 안에서 누가 나올까도 살피며 핸드폰에다 음성녹음 하고 있다. 

지혜        제발 전화 좀 받아 정우야! 잘 있는 거지? 아무일 없는 거지 너? 전화 받기 싫음 잘 지내구있단 문자라두 보내줘. 엉? 
        나 걱정돼 죽겠단말이야! 문자 줘? 제발 문자라두 줘 정우야? 기다린다. 나 안자구 밤새 기다린다? (끊고)

        정우 걱정으로 애가 타는 지혜, 어떻게 하다 일이 이 지경으로 돼 버렸는지 모르겠다!

#17. 동 저택 2층 거실

    영심, 오두마니 앉아있다.

재환        (E) 알구보니까 그 새끼 우리지혜 스토커더라구요. 나쁜 새끼가 대학 때부터 줄창 지혤 괴롭혔대요. 완전히 악질이예요. 
        영심, 지혜 방을 쏘아본다.
    *플래시 백.. 6부 씬66, 정우의 상처투성이 얼굴 발견하고 정우를 잡아세우는 영심과 뿌리치는 정우의 장면 위로 흐르는..

재환        (E) 그 더런놈의 새낄 내가 아주 경찰서에 확 집어 처넣으려다가 그 새끼 인생이 불쌍해서 몇 대 줘패구만 말았는데 형수두 알구 있으라구요. 
        혹시 형수한테두 헤꼬지할지 몰라요.

    *플래시 백.. 6부 씬70, 컴팩트 거울 가져와 영심의 얼굴과 자신의 얼굴을 나란히 함께 거울속에 비춰주는 정우. 상처투성이인 채로 영심의 상처 향해 웃어주던 정우의 모습!
    
    영심, 정우가 너무 가여워서 글썽글썽 눈물이 난다. 

#18. 동 기태 원룸

    기태는 곤히 자고 있고.. 정우, 우두커니 앉아있다.
    또 진동하는 핸드폰.
    정우, 내키지않아 망설이다가 결국 음성메시지 확인한다.

지혜        (E) 미안해! 미안해 정우야! 너무 놀라서 갑자기 너무 놀라서 나두 모르게 그만.. 
정우        (삭제해 버린다)

      다음 메시지 청취 안내멘트 들리고.. 

정우        (묵묵히 듣는)
지혜        (E) 만나! 우리 만나서 얘기해 정우야?
정우        (삭제한다)... (핸드폰 귀에서 떼고 그저 손에 내려놓고 듣는다)
지혜        (다음 메시지, E) 제발 전화 좀 받아 정우야! 잘 있는 거지? 아무일 없는 거지 너? 전화 받기 싫음 잘 지내구있단 문자라두 보내줘. 엉? 
        나 걱정돼 죽겠단말이야! 문자 줘? 제발 문자라두 줘 정우야? 기다린다. 나 안자구 밤새 기다린다? 
정우        (삭제한다)... ... (다시 손에 들고 다음 메시지 삭제하기 위해서 듣는데)
영심        (E) 기운내요 정우씨! 
정우        (어? 핸드폰 귀에 가져다 대고 듣는다)
영심        (E) 상천 정우씨 얼굴에만 만들었음 좋겠어요. 마음에다간 만들지 말아요. 
        맘에단 피나두 밴들 붙일 수 없잖아요. 아무리 쑤시구 아파도 파슨 맘에다간 붙일 수 없잖아요. 그러니까 아무리 아파두 마음에단 상처내지 말아요 정우씨!
정우        (짠하다)
영심        (E) 그저 바라만 보고 있지~  그저 속만 태우고 있지~ 늘 속삭이면서도 사랑한다는 그 말을 못해~ 
정우        (싱긋이 웃으며 듣고 있다)... (정우 그 모습 위로 영심의 다음 모습이 겹쳐진다) 

#19. 민원장 저택 정원

    영심, 테이블에 무릎 괴고 앉아서 눈물 글썽이며 정우 위해 노래 불러주고 있다. 
    (*핸드폰 음성메시지 녹음중인..)

영심        그저 속만 태우고 있지~ 그저 눈치만 보구 있지~ 늘 가깝지도 않고 멀지도 않은 우리 두사람! 
        (눈물 뚝 떨어지며) 정우씨 기운 내세요! 정우씨 화이팅! 아자 아자 아자! (눈물 훔치며) 
        그리워지는 길목에서~ 하! 마음만 흠뻑 젖어가네~ 

#20. 동 기태 원룸

    정우, 영심이 불러주는 위로의 노래 싱긋이 웃으며 듣고있다. 

영심        (E) 앗싸! 어떡해 하나~ 우리 만남은 빙글빙글 돌고 여울져 가는 저 세월 속에 좋아하는 우리 사이 멀어질까 두려워~ 어떻게 하나~ 하! 
        우리만남은 빙글빙글 돌고 여울져 가는 저 세월속에 좋아하는 우리사이 멀어질까 두려워~
   
    정우, 영심의 추임새, 오버하는 노래에 피식피식 웃으며 그렇게 수화기 너머의 영심에게 따뜻하게 위로받고 있다. 
    영심으로 인해 고통의 순간에도 또 즐거워지는 정우. (F.O) 

#21. 민원장 저택 전경 (밤)

#22. 영심 부부방

    서로 등을 보이고 잠들어 있는 지환과 영심.
    어느 순간 지환의 핸드폰이 울린다.
    영심, 핸드폰 소리 괴로운 듯 잠결에도 인상을 쓴다.
    지환, 눈 감은 채 팔만 뻗어 핸드폰 가져다 받는다.

지환        네 여보세요? (사이, 번쩍 눈을 뜨며) 가흔아? 
영심        (가흔이란 소리에 확 깨어난다)
지환        (일어나앉고) 무슨 일이야? 목소리가 왜 그래 너? 아프니? 어디 아픈 거야 너?
영심        (시계를 보면 새벽 3시다! 예민하게 듣고있는)
지환        병원은? (사이) 니가 의사야? 아프면 병원엘 가야지 임마 미련하게 그러구 있음
        어떡해? 열은? 아냐. 내가 지금 갈테니까 꼼짝하지 말구 그냥 기다리구 있어. 
        새벽이니까 밟음 15분 안에 도착할 수 있을 거야. 끊어. 나 지금 바루 출발해. 
        (끊고, 걱정스레 일어나다가 영심의 시선 느끼고 쳐다보면)
영심        (쏘듯 응시하고 있다)
지환        (움찔)
영심        어디가 아프대?
지환        (옷장으로 가며) 감기몸살인가봐. 다녀올게. (옷을 꺼낸다)
영심        가지마. 
지환        (갈아입으며) 아프대잖아? 
영심        아프면? 당신이 왜? 새벽 3시에 자다 말구 당신이 왜?
지환        식구들 다 외국서 살구 혼자잖아 가흔이. 잘 알면서 왜 그래?
영심        가흔씬 친구가 당신 뿐이래? 여자친군 한명두 없대? 
        어떻게 당신 옆에 나 누워있는거 뻔히 알면서 이 시간에 전활 할 수가 있어? 
        그거 날 완전히 무시하는 거잖아?           
        내 존잴 완전히 없는 사람 취급하는 거잖아? 
지환        사람 아파눠 있대는데 고작 한다는 소리가 그거야? 
영심        고작 감기몸살이니까. 고작 감기몸살루 남의 남편 함부루 불러내니까.
지환        왜 이렇게 사사건건 피곤하게 굴어 당신? 내가 딴짓 하러 가니? 내가 나쁜 짓이라두 하러 가? 
        멀쩡한 사람을 왜 이상하게 만들어? 불쾌하게. 제발 유치하게 굴지 좀마. 어?
영심        뭐 불쾌하게? 유치하게? 지금 내 기분은 어떨 거 같아? 
        당신 이러구 가흔씨한테 가구나면 그럼 내 기분은 어떨 거 같아?
지환        말꼬리 잡구 늘어지지마. 피곤해. 질린다 아주.
영심        당신, 울엄마 서울 왔을 때 어떻게 했어? 
        피곤하다구 꼼짝하기 싫다구 번거롭다구 남해에서 올라온 울엄마, 
        사위 보구싶구 손주 생각 간절해서 골백번두 더 망설이다  저녁 8시가 다 돼서야 어렵게 전화한 울엄마, 
        모른 체 했어 당신? 귀찮아 했어 당신? 애들이랑 게임은 하면서 울엄만 모른 체 했어 당신? 
        당신한텐 친구가 장모보다 더 중요한 사람이야 어? 
        당신한텐 당신 장모보다 가흔씨가 더 귀하구 애틋해 어?
지환        (다소 찔리고)...(그저 겉옷 걸치며) 갔다와서 얘기해. 아픈 사람 주구장창 기다리 게 할 순 없잖아. 
        마저 자. (나가는데)
영심        (뛰어나가서 막아서는) 가지마! 가지마 여보! 나 정말 싫어! 당신한테 가흔씨 뒤루 밀려나는 것두 싫구, 
        가흔씨한테 나 없는 사람 취급 당하는 거, 증말 싫어!
지환        당신 증말 왜 이래? 별것두 아닌 일 같구 왜 이렇게 예민하게 굴어? 
        아프대. 웬종 일 혼자 아팠대. 병원갈 기운조차 없어서 참다참다 나한테 전화한 거래. 어? 비켜. 어서?
영심        그럼 같이 가. 나랑 같이 가 여보? 
지환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홱 뿌리치고 가파르게 나간다)
영심        (무참하다)

#23. 가흔의 아파트 침실

    감기몸살로 누워있는 가흔.. 병간호 하는 지환..
    가흔, 몸은 아프고 기운 없는데 마음은 한없이 행복하다. 
    덤덤한 얼굴로 묵묵히, 그러나 지극정성으로 가흔을 간호하는 지환.

#25. 영심 부부방

    영심, 우두커니 앉아서 시계만 뚫어져라 보고있다.
    시간 4시를 지나고 5시를 지나고 6시를 지난다.
    어느 순간 영심, 벌떡 일어나 잠옷을 갈아입는다.

#23. 저택 주방

    식구들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서 적요한 주방..
    영심, 죽을 쑤고, 죽을 담고, 생강차를 끓이고, 생강차를 담고, 계피대추차를 끓이고 또 담고..

#26. 도로변 (이른 아침, 7시 정도의 시간)

    보온병(2개) 보자기며 죽그릇 담긴 쇼핑백 든 영심, 오돌오돌 떨면서 택시 잡고 있다.
    택시 오랫동안 오지않고, 바들바들 몸에 한기가 차는 영심. 콜록콜록 기침을 해댄다.

#27. 동 가흔 침실

    지환, 누워있는 가흔 옆에 팔짱을 끼고 앉은 자세로 깜빡 잠들어 있다.
    깊은 시선으로 그런 지환을 올려다 바라보고 있는 가흔, 애틋하다.
    가흔, 기운없는 몸으로 일어나 조심조심 지환을 침대에 눕히려는데.. 
    잠든 지환의 머리가 가흔의 품으로 흘러내린다. 움찔하는 가흔. 지환을 품에 안은 채 일시정지.. 
가흔        ... ... (멈칫멈칫 떨리는 손으로 지환을 감싸 꼭 껴안는데)
지환        (어느 순간 느끼고 잠에서 깨어나 눈을 뜬다)... (애틋하지만 난감한 채)... ...
        (짐짓 아무렇지 않게 막 깨어난 듯) 아우 깜빡 잠이 든 모양이네.
가흔        (후다닥 놀라서 몸을 뗀다) 
지환        (아직 잠결인 것처럼 연기하며) 어? 깨 있었어? 괜찮아 좀?
가흔        어,어. 괜찮아. 덕분에.
지환        (끄덕이고는) 이가흔, 혼자 안되겠다 너? 이놈 저놈 고르지 말구 무조건 너만 
        사랑해주는 착한 놈으루 빨리 골라 결혼해라. 내가 불안해서 안되겠어 임마? 
가흔        ... ...
지환        (침대에서 내려가며) 뭐 좀 먹자. 먹어야 약두 먹지. (나간다)
가흔        ... ...

#28. 가흔의 아파트 문앞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가흔의 문앞으로 가는 영심.
    영심, 몸이 으슬으슬 춥고 콜록콜록 기침 난다. 몸 따라 마음도 자꾸 약해지려고 한다.
    영심, 짐을 내려놓고, 이를 앙다물고, 스트레칭도 하고, 폴짝폴짝 뛰어보기도 하며,  
    추위를 날려보내고 콧물을 날려보내고 기침도 날려보내고, 약해지는 마음도 날려보낸다.  
    마침내 문을 쏘아보며 벨을 꾸욱 누르는 영심.
      

영심        (잔뜩 긴장해서 기다리는데) 

    ‘누구세요? 누구시죠?’ 문 저쪽에서 남편의 목소리가 다가온다.

영심        (!)... ...

    그리고.. 문을 열고 나오는 앞치마 차림의 지환!

지환        (놀라서)... ...
영심        (앞치마를 두른 남편의 모습에 놀라서)... ...
지환        (인상이 확 구겨지고) 뭐야? 뭐하는 짓이야 너?
영심        죽 좀 쒀왔어. 진료야 당신이 알아서 잘 했겠지만 먹는 건 어렵겠다 싶어서. 
        근데 내가 잘못..생각했네. 나,난 상상두 못했어. 당신이 이렇게 앞치마 두르구
        누굴 먹이기 위해 뭔갈 만들 수두 있다는 걸.
지환        ... ...
가흔        (나오며) 누구니 지환아? (발견하고 놀라는) 허! 영..심씨?
영심        (진짜 아픈지 안 아픈지 확인부터 하게 되는)... 안녕하세요 가흔씨? 
        이이가 가흔씨 먹게 죽 좀 쒀가지구 오라구 해서요. 몸은 좀 어떠세요?
가흔        좋아..졌어요 많이. 드,들어..가요 영심씨?
영심        (지환을 쳐다본다)
지환        들어와. (먼저 들어가고)
영심        (안간힘으로 들어간다)

#29. 동 아파트 거실
     탐색하듯 집안을 휘- 둘러보는 영심.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오히려 착 가라앉은 지환.
    
가흔        앉아..요 영심씨. 
영심        (끄덕이고 앉는다, 한기가 나서 팔을 쓰다듬으며 기침을 콜록콜록 한다)
가흔        앉아 너두. 
지환        (앉는다)
가흔        (기침을 콜록콜록, 힘들어한다)
지환        (걱정스레 쳐다보는)
영심        (속상한 표정으로 보는데 기침이 콜록콜록 나고)... (일부러 더 크게 콜록콜록 기침을 해댄다)
가흔        (실소)... (더 심하게 기침을 한다)
영심        (어~어?)... (더 더 심하게 기침을 한다)
가흔        (더 더 더 심하게 기침을 하며 힘들어한다)
영심        (폐병환자처럼 더 큰 진동으로 기침하며 힘들어한다)
지환        (?!)... (영심 향해 한심하다는 듯) 돌림병 났어? 돌림병 하니? 왜 그래 당신? 
        아픈 게 장난이야? 따라할 걸 좀 따라해. 듣기 싫어. 기침 그만해.
영심        (무안) 따,따라한 게 아니구 여보 나두 감긴가봐. 으슬으슬 춥구 목두 따끔따끔 
        하구 그래. 트,특히 이 기,기침이 심하게 나네 여보?
지환        (홱 흘겨본다)
영심        (끙)
가흔        뭐 좀 마실래요 영심씨? 커피? 차?
영심        차루 할게요. 녹차 있음 걸루 주세요.
가흔        있어요. (일어나며) 잠시만요. (나가는데)
지환        (벌떡 일어나며) 앉아있어. 힘들잖아. 내가 타 올게. 
가흔        (영심 의식하며) 그럴래 그럼? 난 물 한잔 줘. 레몬 띄워서. 
영심        (기가 막히고)

    물 끓이고 녹차 준비하는 지환, 생각할수록 영심의 행동이 용납 안돼 치밀어오른다.
    앞치마 차림으로 가흔의 주방에서 차를 끓이고 있는 지환, 바라보며 속에서 천불이 나는 영심. 

가흔        (영심 들으라고) 야 민지환, 너 스픈 어떻게 됐어? 다 됐음 지금 좀 먹자. 
        어제 웬 종일 아무것두 못 먹었더니 무지 배고프다 나. 다 됐니 스프?
지환        음. 차려줄 테니가 와서 먹어.
가흔        오케이. 영심씨, 차 드시구 계세요. 난 스프 좀 먹구 올게요. 
        어젠 그렇게 안 먹히더니 갑자기 식욕이 막 생기네요. 다 나았나봐요 감기. (식탁으로 간다)
영심        (파르르 부글부글) 

    영심의 시선에.. 식탁에 앉아 지환 바라보며 스프 오길 기다리고 있는 가흔.. 스프를 데우고 있는 지환.
    영심, 눈 돌아간다. 벌떡 일어나 짐보따리 양손에 들고 가파르게 주방으로 가는 영심.
    영심, 짐보따리 가흔 앉은 식탁에 쿵, 놓고는.. 렌지 앞에 서 있는 지환에게로 가서 불을 확 꺼버린다.
지환        (쳐다본다)
영심        앞치마 줘요. 내가 할게.
지환        됐어. 다 했어. 앉아있어. 녹차 갖다줄게.
영심        벗어요. 벗어. 벗으라잖아? 내가 한다구? 내가 하겠다구 내가?
지환        (!)... ...
가흔        (!)... ...
영심        죽 쒀왔어요. 인스턴트 스프보다 환자한텐 죽이 나. 속에두 편하구 영양두 있구. 
        당신은 절루 가 앉아있어요. 가흔씨 내가 알아서 먹일게. 얼른요?
지환        (묵묵히 앞치마 벗어서 준다)
영심        (앞치마 입으며 가흔 향해) 방에 들어가 있어요 가흔씨. 감기 완전히 떨어질 때까지 열 더 푹내야 돼요. 
        죽 갖구 들어갈테니까 먼저 들어가 눠계세요. 어서요?
가흔        (그 서슬에 그저 끄덕이며 지환 일견하고 방으로 들어간다)
지환        ... ...
영심        (묵묵히 보따리를 푼다)
 
#30. 가흔의 침실

    영심, 죽 쟁반과 보온병 들고 들어온다.
    누워있던 가흔, 일어나고 불편한 마음으로 영심을 맞는다.
    영심, 티 테이블에 죽 쟁반과 보온병 올려놓는다.

영심        오세요 가흔씨. 
가흔        네. (가서 앉고) 이렇게까지 하실 필요 없는데.. 암튼 고마워요 영심씨. 
        잘 먹을게요.
영심        (끄덕) 드세요.
가흔        (불편하게 억지로 먹고)   
영심        생강차예요. 감기에 좋아요. 옆에 두구 물 마시듯이 드세요. 
        밖에 대추차두 만들어 왔으니까 지겨우시면 바꿔가면서 드세요. 기침 멎는데 좋대요. 
        계피두 넣어서 드시          기 괜찮을 거예요.
가흔        (!)... (고맙다는 말 하려다 관두고 묵묵히 먹는다)
영심        (탐색하듯 방안을 휘-둘러보는데)

    곳곳에서 발견되는 지환과 가흔의 사진액자. 마치 가흔과 지환의 부부방에 영심이 와 있는 것 같다.
    골프장에서 포즈를 잡은 지환과 가흔의 사진. 갤러리에서 찍은 사진. 
    나란히 차안에서 찍은 사진. 극장에서 찍은 사진.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찍은 사진.
    영심, 그 사진액자 하나하나 보면서 가슴이 휑하게 뚫리는 기분이다. 
    난 한번도 남편하고 골프장에 가본 적이 없는데.. 난 한번도 남편이랑 같이 영화를 본 적이 없는데.. 
    남편은 한번도 나한테 저렇게 환하게 웃어준 적이 없는데..
    영심, 저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돈다.

#31. 도로, 달리는 지환의 차

    지환의 차, 달려온다.
    차안의 지환과 영심, 아무 말이 없다.
    
지환        ... ...
영심        ... ...
지환    ... ...
영심        (시선 정면 향한 채) 뭐라구 했었지? 당신하구 가흔씨 사이? 
지환        (?)
영심        (시선 정면) 솔 뭐라구 했잖아 왜? 두사람 솔 뭐라구 하는 순수한 사이니까 
        그렇게 봐달라구?
지환        솔 메이트.
영심        (시선 정면) 아 솔메이트! 솔메이트였구나! 여보?
지환        음.
영심        (시선 정면) 나두 솔메이트 만들어두 돼? 
지환        (홱 쳐다본다)... ...
영심        음?
지환        ... ...
영심        (시선 고정) 나두 당신처럼 솔메이트 그거 만들어서 당신이랑은 한번두 못 해본 영화두 보구, 
        같이 운동두 하구, 술두 마시구, 고민두 털어놓구, 순수하게 증말루 순수하게 그렇게만 하면.. 
        나두..그래두 돼? 나두 당신처럼 솔메이트 만들어두 돼 
        여보?
지환        (미처 신호를 못봐서 급정거한다)

    끽- 하고 가파른 비명 지르며 급정거하는 지환과 영심의 차.

영심        ... ...
지환        ... ... (아내가 여느 때 같지 않다! 영심을 응시하는)

#32. 정우 옥탑방 전경

#33. 옥탕방 옥상

    지혜, 무거운 발걸음으로 올라온다.
    참담한 심정으로 정우의 방을 잠시 바라보고 서 있는 지혜.
    지혜, 단단히 마음 먹고 문을 열고 막 들어가려는데..
    안에서 웬 낯선 남자가 츄리닝차림으로 나온다.

지혜        (?)
남자        누구세요?
지혜        정우.. 만나러 왔는데 누구신지..? 첨 뵀는 분 같은데..?
남자        정우요? 정우가 누구예요? 여기 정우란 이름 가진 사람 없는데?
지혜        네? (잘못 왔나 집을 둘러보고) 맞는데요. 제 친구집.
남자        아아! 전에 살던 사람 찾아왔나부네! 
지혜        전에.. 살던.. 사람이요?
남자         이사갔어요. 딴데루. 
지혜        네? (충격으로 얼얼하다!)

#34. 이교수 방

정우        면목 없습니다.
이교수        대체 무슨 일루 그러는 거야들? 어젠 지혜가 찾아와서 이윤 묻지말구 자넬 다른 사람으루 바꿔달라구 
        그러구 오늘은 자네가 또 찾아와서 이윤 묻지말구 관두게 해달 라구 그러구. 음?
정우        죄송..해요. 
이교수        아깝지두 않아? 아 얼마나 좋은 기회야? 돈 받아가며 경험두 쌓구 자네만 잘하면 
그쪽 회사에서 자넬 눈여겨 볼거구 그럼 졸업하구 나서 자기네 회사루 자넬 부를           수두 있구, 자네 실력 정도면 충분히 가능한 얘기잖은가, 그래서 나두 자넬,
정우        (O.L) 지혜랑 저, 오래.. 사겼어요 교수님!
이교수        어?
정우        좋아..했어요 꽤 오랫동안. 불편..해서요. 여러 가지루. 
이교수        그랬..었나들? 
정우        첨부터 말씀 못드려서 죄송해요. 사심 버리구 일만 하려구 했는데 그게 잘 안되더 라구요. 죄송합니다.
이교수        (안타까운)... ... 알았네. 가봐.
정우        (목례하고 나가는데)
이교수        정우야!
정우        네 교수님?
이교수        아버지 수술 잘 됐다구 했지?
정우        네.
이교수        그럼 유학 가. 졸업까지 기다릴 거 없어. 어차피 가면 학부 또 해야하니까 바루 가서 어학부터 마스터 해.
정우        네?
이교수        미국은 돈이 많이 드니까 힘들구 프랑스루 가. 거긴 일단 학비가 면제니까 방값하구 생활비만 있음 돼. 
        생활비까진 어렵구 먹는 거 자는 거 정돈 내가 해결해줄 수 있어. 동생이 파리에서 환쟁이짓 해먹구 살아. 
         그놈한테 들러붙여 줄테니까 파리루          유학 떠나.
정우        교수님?
이교수        내가 볼 때 너 여기선 힘들어. 뭐 조금 하려구 하면 식구들 걸리구 또 뭐 좀 해보려구 하면 
        이거 터지구 저거 터지구 휴학 벌써 몇 번째야? 유학, 꼭 돈 있는 놈들 만 가는 거 아냐. 
        내 동생놈도 거의 맨몸으루 갔어. 몇 달치 생활비만 만들어서 일단 떠나봐.
정우        (두 눈 흔들리는)
이교수        항구에 정박중인 배야 아무 위험두 없구 편안하지. 근데 배는 그러자구 있는 게 아냐. 
위험해두 바다에 나가야지 멸치라두 잡아올리는 거야. 
정우        (두 눈 어떤 의지로 강하게 빛난다)

#35. 운전 면허학원 강의실

    이론 강의중인 강의실..
    영심, 몸에 으슬으슬 한기가 들어 추워하며 기침을 한다.
    영심, 강사가 하는 말 무슨 소린지 도통 모르겠다. 몸도 쑤씨고 엉덩이두 쑤시고 몸이 배배 꼬이며 지겨워 죽겠다. 
    딴짓하는 영심. (*낙서를 하든가 핸드폰으로 고스톱을 치든가 아무튼)

#36. 강의실 복도

    강사복 차림의 정우, 사무실에서 나오고 교수의 제안 곰곰이 생각하며 걸어간다.
    영심이 수업중인 강의실을 지나가는 정우. 
    정우, 문득 어떤 생각으로 멈춰서고 몇 발자국 뒤걸음질로 걸어서 강의실 안을 들여다본다. 영심을 찾는 정우.
    정우의 시선에.. 꾸벅꾸벅 심하게 졸고있는 영심!
    정우, 피식 웃음 난다.
    정우, 웃음으로 졸고 있는 영심 일견하고 돌아나간다.

#37. 운전 면허학원 일각

    정우, 어딘가에 걸터 앉아서 교수의 제안 떠올리고 있다.

교수        (E) 내가 볼 때 너 여기선 힘들어. 뭐 조금 하려구 하면 식구들 걸리구 또 뭐 좀 해보려구 하면 
        이거 터지구 저거 터지구 휴학 벌써 몇 번째야? 유학, 꼭 돈 있는 놈들만 가는 거 아냐. 내동생놈도 거의 맨몸으루 갔어. 
        몇 달치 생활비만 만들어서 일단 떠나봐.    

    정우, 갈등한다.
    기태, 다가온다.

기태        (기지개 늘어져라) 한 타임만 더 끊으면 퇴근이다아! 퇴근하구 뭐하냐? 간만에 술 이나 한 잔 할래?
정우    술은 됐구 일전의 그 대리운전 회사 다시 다리나 놔주라.  
기태        왜? 다시 대리 뛰게?
정우        (어떤 결심으로 끄덕이는)
기태        야 니몸이 무슨 강철이냐? 대충 좀 하구 살아 임마? 그렇게 악착같이 억척 떨며 
        사는 너나 대충대충 헐렁하게 사는 나나 별반 다를 것두 없잖아 임마? 
정우        악착이라두 떠니까 그나마 너랑 비슷하게라두 사는 거야 임마? 연락이나 해놔. 
        밤에 찾아가게.
기태        알았, 야! 온다! 온다 정우야! 쟤 지금 일루 일루 오구있는 거 맞지? 어?
정우        (보면 기태가 점찍은 카메라폰 속의 여자다) 
기태        (돌아서서 구강청정제 뿌리고 옷매무새도 바로하며) 앗싸 박정우 10만원 10만원빵? 어? 3주후에 딴소리 하기 없기다 너? 
        (근사한 포즈와 시선으로 기다리는) 아 떨려!

    캔음료 들고 다가오는 소갈비집 아가씨.
   
아가씨        이거(캔음료 2개) 드세요.
기태        (받고) 아우 고마워요 정은씨! 뭘 두 개씩이나 이렇게!
아가씨        하난 이쪽분 껀데..
기태        예? 아 예. 뭘 제 동료꺼까지 다 챙겨주시구. (정우에게 건네는) 야. 여긴 우리 정은씨. 송정은.
정우        (받으며 목례한다)
아가씨        (수줍게 좋아라 인사한다) 오늘 저녁에 뭐 하세요?
기태        (이것 보라며? 정우 향해 잘난 척) 아무 것두 안하는데요. 왜요 정은씨?
아가씨        별일 없으면 저희집에 고기 드시러 오세요. 
기태        우와 증말요? 예에 갈게요. 당연히 가야죠. 누구 초댄데요?
아가씨        (정우 수줍게 바라보며) 같이..오세요.
정우        (?)
기태        예? 가,같이..요? 
아가씨        (정우 향해) 꼭 오세요. 기다..릴게요. 그럼.. (수줍게 떠난다)
기태        뭐,뭐야? 쟤 지,지금 너,너한테 너한테 꼬리 친거 맞지? 어? 
정우        (캔 따서 마시며) 인간 엄기태, 10만원 잊지마라아?
기태        (실망) 뭐야? 그럼 그동안 박정우땜에 나한테 잘 해준 거였단 말야? 마,말두 안돼! 
        말 안돼! 증말 말두 안돼! 음모야! 이건 음모야 음모! 으아-!
정우        (피식 웃는데 핸드폰 울린다)

    정우, 꺼내서 보면 지혜다. 종료버튼 누르는 정우.
    잠시후 핸드폰 문자메시지 도착음 울린다.
    정우, 보면.. “만나. 꼭. 퇴근시간 맞춰 학원으로 갈게.”
    굳어지는 정우.

#38. 동 면허학원 연습장    

    기능강습 받으러 연습장으로 향하는 영심, 감기기운에 기침나고 몸은 결려도 마음은 설렌다.
    영심의 시선에.. 저쪽 연습장에 기태와 함께 얘기 나누고 있는 정우가 들어온다.
    영심, 반색하며 그쪽으로 가려다 멈춰서고 몸을 숨겨서 컴팩트 꺼내 분을 치고 입바르고 머리를 매만지며 꽃단장(?) 한다.
    영심, 가슴 떨려하며 정우 있는 쪽으로 가는데..
    수강생이 정우를 붙잡고 얘기를 늘어놓고 있다. 
    
영심        (속상하고)... (정우에게 시선 향한 채 기태 향해 큰소리로) 저 왔어요 강사님? 안녕하세요? 
기태        아 예. 오셨어요? 어떻게 어제 다친 덴 괜찮으세요?
영심        (큰소리로) 예! 밴드랑 파슬 바루 붙였더니 괜찮아요! 
정우        (힐끗 쳐다보는)
영심        (반색하고 눈으로 아는 체하는데)
정우        (이내 시선 돌려 수강생이랑 하던 얘기 계속한다)  
영심        (어?)... (실망)
기태        그럼 강습 시작할까요? 차에 타세요.
영심        (안타까운 눈길로 정우 쳐다보며) 네. (풀죽어서 차에 탄다)
    영심, 차에 올라 안전벨트 하면서도 계속 정우 쳐다보는데.. 한번도 영심을 쳐다봐주지 않는 야속한 정우.

영심    (속이 상하고 무안하기도 하고)
기태        자 어제랑 똑같이 시동 켜시고... 네에. 이번엔 기어 D에 놓으시고...
영심        (잔뜩 부어서 그대로 한다)
기태        이젠 브레이크에서 발 떼시고 엑셀을 천천히 부드럽게 밟으세요. 천천히 부드럽게.
영심        (시키는 대로 한다)

    영심의 차 천천히 달려나가고 나면.. 
    (*아님 성질나서 확 밟고 쌩-하니 속력을 내며 달려나가든지요!)
    그제야 영심 바라보며 싱긋 미소짓는 정우. 그러나 한순간 미소가 끊어지며 떠올리는..

지혜        (E) 우리형님, 너 좋아해. 

    정우, 영심 바라보며 좀 심각한 표정되고.. 생각을 털며 수강생과 함께 차에 오른다.

#39. 영심과 정우의 몽따쥬

    - 기태로부터 굴절코스 강습받는 영심. 강습받는 순간순간 정우쪽 힐끔거려서 기태한테  주의를 받는다.
    - 수강생에게 S자코스 강습하는 정우. 안보는 척 하면서 틈틈이 영심 잘하고 있나 확인한다. 
      한순간 눈이 마주쳐 영심이 아는 체 손을 흔들면 그냥 모른체 한다.
      자존심 상하고 열받는 영심!
    - S자코스 강습받는 영심. 안봐! 씨이 나도 안봐! 
       그러다 홱 쳐다보면 정우, 영심은 안 중에도 없는 듯 수강생에게 다정한 포즈로 강습하고 있다.
      염치없게도 질투까지 나는 영심!
    - T자코스 강습중인 정우. 힐끗 영심 쳐다보면, 영심 S자코스 성공적으로 마스터하고 몹시 즐거워하고 있다.
      그 모습 보며 정우도 즐거워진다. 말 안되게도 뿌듯해지기까지 한다.

#40. 동 학원 앞

    지혜, 무거운 표정으로 오고 학원을 바라보고 서 있다.

#41. 동 학원 강사 휴게실

    옷을 갈아입는 정우. 

지혜    (E) 만나. 꼭. 퇴근시간 맞춰 학원으로 갈게.

#42. 동 학원건물 복도

    영심, 적당한 데 몸을 숨기고 서서 빼꼼히 고개만 디밀고 정우 나오나 안 나오나 보고 있다. 
    퇴근하는 강사들 우르르 몰려나오고 기태도 나오자.. 영심, 기대하고 눈이 빠져라 쳐다 보고 있는데 정우는 나오지 않는다.

영심        (?)... (실망) 후우.. 벌써 갔나? 오영심! 너 지금 이게 무슨 말두 안돼는 짓이야? 
        정신차려 오영심! 품위 지켜 오영심! 없음 만들어서라두 지켜 오영심! 

    영심, 아쉬움을 뒤로한 채 풀죽어 걸어나간다.

#43. 동 학원건물 앞

    지혜, 마음 단단히 먹고 막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지혜의 시선에.. 건물 안에서 걸어나오고 있는 영심이 들어온다!

지혜        (깜짝 놀라고 재빠르게 몸을 숨긴다)

    영심, 지혜의 존재 전혀 모른 채 땅바닥에 시선 박고 풀죽어 걸어나간다.
    영심 바라보고 있는 지혜, 놀라움이 점점 분노로 바뀌어 가는데..
    건물 안에서 정우, 퇴근차림으로 나온다. 혹시 와 있을 지도 모를 지혜 의식하며..
    정우, 핸드폰의 지혜 문자메시지 잠시 응시하며 갈등하다가 삭제해버리고 걸어나간다.
    정우의 시선에 저 앞에 걸어가고 있는 영심의 뒷모습이 보인다.
    정우, 영심 향해 뛰어간다.
    영심 쏘아보고 있는 지혜의 표독한 시선에.. 한순간 달려와 영심 옆으로 나란히 서며 함께 걸어가는 정우가 들어온다! 
    (*정우와 영심, 말은 하지 말고 그저 눈빛으로만 수줍게 인사나누고 나란히 걸어가는 모습으로)
    부들부들 얼어붙는 지혜!

    (*정우는 항상 가방을 등에 매고 다녔으면 합니다)

#44. 동 학원 앞 기찻길

    영심과 정우, 나란히 걸어온다.
    
영심        (힐끗힐끗 보며 설렌다)
정우        (힐끗힐끗 보며 피식 웃는다)

    그런 두사람을 몇미터 뒤에서 쏘아보며 따라 걸어오고 있는 지혜! 
    기차가 지나갈 시간이라 잠시 철길 앞에 멈춰서는 영심과 정우.

정우        고마..웠어요, 어젠.
영심        네?
정우        빙글빙글.
영심        (수줍은) 아 네에.. 

    멀리서 꽃기차 달려오고 두사람 곁을 지나간다.

영심        어머! 기차 좀 봐. 무슨 기차가 저렇게 예뻐요? 넘 귀엽다아? 서울에 저런 기차두 있었어요?
정우        꽃기차 첨 봐요?
영심        어머! 기차 이름이 꽃기차예요? 이름두 이쁘다아? 꽃기차! 야아 넘 낭만적이다아!
정우    서울 근교에 사는 사람들 통근기차예요. 낭만하군 거리가 먼데.
영심        네에. 그래두 기차는 원래가 낭만적이잖아요. 영화나 드라마서 보면 주인공들이 기차에서 우연히 만나서 사랑에 빠지구, 
삶은    달걀이랑 귤 나눠 까먹으면서 수줍어하구 뭐 그러면서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구, 왜 그러잖아요들?
정우           그거야 영화나 드라마니까 그렇죠. 실제룬 피곤해서 다 잘걸요. 달걀 냄새 난다구 막 짜증내면서?
영심        그런가? 그래두 기차 한번 타보구 싶다! 삶은 달걀두 달리는 기차에 앉아서 까서먹구싶구, 
        왠지 훨씬 더 맛있을 꺼 같아요. 기차서 먹으면.
정우        기차, 한번두 안 타봤어요?
영심        (끄덕끄덕) 남핸 기차가 없잖아요? 서울선 탈일 없구. 
정우        여행두 그럼 안 다녔어요?
영심    알잖아요? 나 20살에 결혼한 거. 기차 타구 여행가구 그럴 시간 없었어요. 
        우리남편.. 워낙.. 바쁘..거든요. 그래두 비행기 타구 제주도엔 2번 갔다 왔어요. 
정우        ... ...
영심        결혼해서 살면 다들 그래요. (하는데)
정우        (갑자기 영심의 팔목을 잡고) 가요. 기차 타러! (끌고간다)
영심        정우씨? 아우 안돼요! 집에 가서 저녁 지어야 돼요 나? 큰일나요?
정우        하루쯤 굶으라 그래요? 영심씨 없음 그집 사람들은 밥 못먹어요? 가요! 
        나이가 몇 인데 여태 기차두 한번 못 타보구 도대체 뭐하면서 살았어요? (끌고가고)
영심        (끌려가는)

    그런 두사람 부들부들 독기오른 시선으로 응시하고 있는 지혜!

#45. 수색역 (혹은 가좌역)

    정우, 티켓을 끊어 영심에게 건네면.. 영심, 티켓 들고 설레고 흥분된다.
    정우와 영심, 개찰하고 안으로 들어간다.
    그 모습 지켜보고 있는 지혜!  

#46. 수색역 플랫포옴, 꽃기차

    자리를 잡고 마주보고 앉는 영심과 정우.
    영심, 어색하고 자꾸 창피해서 정우 시선 피해 다른 데 쳐다본다.
    싱긋 웃는 정우.
    드디어 기차 서서히 출발하고..

영심        (흥분) 어머! 어머! 움직인다! 간다! 간다! 간다아-!
정우    출발-!
#47. 달리는 꽃기차 (수색 - 임진각)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경쾌하게 달려가는 정우와 영심을 실은 꽃기차.
    
영심        (창밖 바라보며 연신 감탄하고 풍경 바뀔 때마다 정우 향해 수다를 풀어놓는다)
정우        (영심 따라 즐거워지고 수다스러워진다)

    *짧은 시간경과..

영심        이건 어디까지 가는 기차예요?
정우        이 땅 끝이요.
영심        이 땅.. 끝이요? 그럼 우리나라 끝?
정우        (끄덕)... (삶은 달걀 건네는)
영심        (좋아라 하며 받고 까려다가) 이건 (정우 머리에 달걀을 홱 내리치며) 이렇게 까야 제 맛이거든요오!
정우        (아파하며 홱 흘겨본다)
영심        아니 난 영화에서 전부들 그러길래 기차서 안그럼 큰일나는줄 알았죠 또. (하는데)
정우        (그대로 복수한다)
영심        아야!

    즐거워하는 두사람.
    
#48. 영심과 정우의 기차여행 몽따쥬

    - 묵찌빠 게임하는 신이 난 두사람.
    - 서로의 손목을 사정없이 내리치는 두사람.
    - 끝말잇기 하는 고민하는 두사람.
    
#49. 민원장 저택 2층 아이들 방

    건호 공부 가르쳐주고 있는 지환.
    
지원        (그림일기 그리다가) 하후 엄마 없으니까 디게 심심하다! 엄마 언제 와 아빠?
지환        으응. 곧 와. 올 때 다 됐어. 일긴 다 썼어? 아빠가 한번 볼까? (시계를 보며 예민 해진다)
지원        (와서 보여주는)
지환        (표정관리, 보면서 그림에 대해 묻고 이야기 나누고 맞춤법 틀린 거 교정해준다)

#50. 동 저택 지혜 부부방

    지혜, 폭발하기 직전의 모습으로 방안을 왔다갔다 분을 삭히지 못하는 모습이다.
    어느 순간 화장대 위의 화장품을 홱 다 쓸어내리는 지혜! 지혜의 분노가 무섭다.

#51. 임진각 (해질무렵)
    임진각 곳곳을 둘러보는 정우와 영심.
    ‘달리고 싶은 철마’ 신기해하며 둘러보고 만져보는 영심.
    정우, 가방에서 카메라 꺼내 ‘달리고 싶은 철마’ 카메라에 담는다. 
    철마의 모습 여러 각도로 담던 정우의 카메라 뷰파인더 안에 어느 순간 영심의 모습이 잡힌다. 
    정우, 한컷 두컷 세컷.. 
    영심의 모습을 자신의 카메라에 몰래 담는다.

#52. 임진각 일각 혹은 자유로 도로변

    사람들 전혀 없는 한적한 한강변.. 석양빛에 물들고 있는 아름다운 한강..
    정우와 영심, 강을 따라 천천히 걸어오고 있다.

영심        그럼 저기 보이는 곳이 북한이예요?
정우        네.
영심        우와 그렇구나. 생각보다 넘 가까이에 있네요! 
        (멈춰서서 떤 감상으로 북녘땅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손나팔 만들어) 
        북한 동포여러부운! 안녕들 하시죠오~?
정우        (?)
영심        언제가 됐든 우리 꼬옥 만나요오! 그때까지 힘들어두 우리 열심히 살아요오!
정우        (웃는다)
영심        정우씨두 한마디 해요? 
정우        (손나팔 만들고) 동포여러부운! 날씨가 점점 추워져요! 감기조심 하시구 다시 만날때까지 건강하세요오!

    마주보고 웃는 두사람.

영심        (다시 손나팔하고) 정우씨이! 오늘 꽃기차 태워줘서 증말 고마워요오! 평생 오늘일 안 잊을게요오!
정우        (다시 손나팔하고) 영심씨이! 나 유학가요오! 어렵겠지만 가서 한번 부딪혀보려구요오! 
        영심씨가 나 좀 응원해줘요오!
영심        (얼어붙은 채 멍하니 바라보는)
정우        (어?)... ...
영심        유학..가요 정우씨?
정우        갈까..하구요.
영심        언제..요?
정우        돈 모으는 대로 가능한 빨리요. 
영심        ... ...
정우        놀랬..어요?
영심        ... ...
정우        화..났어요?
영심        아뇨. 제가 왜요? 그만 돌아가요. 늦었어요. (앞서 걸어나간다)
정우        ... ...
영심        (앞만 보고 걸어나가는데 자꾸 헛발질 하게된다)

#53. 임진강 역, 정차중인 꽃기차

    서먹하게 마주 앉아있는 정우와 영심.

정우        (영심 걱정된다)... ...
영심        (창밖만 바라보고 있다)... ...
   
    기침을 심하게 하는 영심. 몸에 오한이 들어 바들바들 떤다.
    정우, 걱정스레 보다가 겉옷을 벗어 덮어준다.

영심        (거부하며) 괜찮아요. 
정우        괜찮긴 뭐가 괜찮아요? 이렇게 바들바들 떨면서. (덮어주고) 어? 식은땀두 흘리고?   
        봐요? 어디 좀 봐요? (이마에 손을 올려본다) 열두 나네!
영심        괜찮아요. 감기예요. 새벽에 추운 데서 오래 떨었더니 그런가봐요. 
정우        있어봐요. (후다닥 뛰쳐나간다)
영심        정우씨? 괜찮아요 정우씨? 정우씨?

    정우, 쏜살같이 달려나가고..
    영심이 앉은 유리창 밖으로 정신없이 달려나가고 있는 정우의 모습이 보인다.

영심        ... ...

#54. 역사 밖 - 시골마을

    약국을 찾아 헤매다니는 정우.
    동네주민 발견하고 묻고 가르쳐주는 대로 다시 달려나간다.
    시골마을 조그만 약국으로 부리나케 들어가고 부리나케 달려나오는 정우.

#55. 임진강 역, 꽃기차

    기차 출발하려고 준비중이다.
    영심, 창밖 바라보며 오지 않는 정우 기다리며 애가 탄다.
    마침내 열차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영심, 벌떡 일어나 창밖 바라보며 안절부절 하는데..
    어둠 저쪽에서 정신없이 정우가 달려오는 게 보인다.

영심        정우씨! 스톱! 스톱! 사람이 아직 안탔어요! 아저씨 스톱! 스톱!

    그러나 열차 달려나가고...

영심        (어? 어? 어?)

#56. 임진강 역 플랫포옴, 달리는 꽃기차

    정우, 달려나가고 있는 기차 따라잡으려고 전력질주 한다.
    안간힘으로 결사적으로 달려오는 정우, 어느 순간 달리는 기차에 올라탄다.
    가쁜 숨을 내쉬며 한숨 돌리는 정우.
    정우, 영심 있는 칸으로 헉헉거리며 간다.
    정우가 못탔을 거라고 생각한 영심, 기운 빠진 채 멍하니 앉아있다.
    그런 영심 코앞에 불쑥 뜨거운 쌍화탕과 감기약이 나타난다.

영심        (어? 올려다보면 땀으로 젖은 채 헉헉거리고 있는 정우다!)
정우        (헉헉거리며) 먹어요. 일단 지금은 급한 대루 이거 먹구 낼 꼭 병원 가서 제대루 된 처방 받아요. 자요.
영심        (그저 받고 묵묵히 먹는데 눈물이 핑돈다)... 
정우        (풀썩 앉고 쳐다보는데)
영심        (눈에서 눈물 한방울이 뚝, 떨어진다)
정우        (?) 영심..씨? 
영심        (정우 목소리에 왈칵 울음이 터져버린다)
정우        ... ...
영심        (하염없이 운다)... (서럽게 운다)... (슬프게도 운다)
정우        (난감한 채)... ...

    그렇게 두사람 실은 꽃기차 달려나간다.
   
    *시간경과..
    영심, 정우 겉옷 푹 덮고 잠들어 있다. 기차 흔들릴 때마다 영심의 머리도 이리 흔들 저리 흔들 창가로 가서 쿡 박히기도 한다. 
    그 모습 바라보고 있던 정우, 영심의 곁으로 가서 영심의 고개를 제 어깨에 기대게 한다. 영심 편하게 어깨를 낮춰주는 정우. 정우는 아주 불편한 자세로.
    정우의 어깨에 기대어 곤하게 자고있는 영심.
    그런 영심을 걱정스레 쳐다보는 정우.
    영심과 정우, 그렇게 알수 없는 운명 속으로 달려간다.  -제 7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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