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미힐미 20
S#1 강한 병원 외경 (낮)
석호필 (E, 충격의) 새로운 인격 X?
S#2 강한 병원 / 석호필의 방 (낮)
컴퓨터 작업을 하다 멈춘 채 멍...한 표정으로 리진을 보고
있는 석호필이고, 그 앞에 노트북 배낭을 맨 채 서있는 리진.
리진 네, 교수님. 무슨 의도인지, 차군의 방이 아닌 제 방에
X라는 흔적을 남겼어요.
석호필 흔적까지?
리진 네. 혹시 저에 대한 어떤 경고가 아닐까요?
더 이상 융합을 진행하면 가만두지 않겠다, 뭐 그런....
석호필 (심란한, 머리를 북북 긁더니, 소파 쪽으로 움직이며)
일루 와. 이쪽으로 와서 차분히 설명을 해 봐.
리진 (소파 쪽으로 움직임과 동시에 배낭을 어깨에서 내리며)
아, 참고하시라고 CC-TV에 잡힌 영상을 가져왔어요.
가방을 열어 노트북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는,
동영상을 재생시키는 리진. 안경을 반쯤 내리고 화면에
집중하는 석호필.
# 모니터 영상 인서트
드레스룸에서 누군가 나온다. 도현의 얼굴을 한 미스터 X다!
(*검은 정장에, 선글라스, 한 손엔 검은색의 007 가방,
표정은 전혀 없음. 영화 ‘맨인블랙’ 윌 스미스 컨셉)
제대로 각 잡힌 모습으로 2층 계단을 올라가더니
이내 모습이 사라진다.
석호필 (시선 정지된 영상에 둔 채, 곰곰) 전날 페리박이 사라졌다고 했지?
리진 네. 제대로 인사까지 하고 사라졌어요.
석호필 융합 과정에서 새로운 인격이 나타나는 경우가 종종 있긴 해.
리진 (불안해서) 나쁜 징존가요?
석호필 뭐 일단은 융합과정이 순탄치 않다는 걸 의미하긴 하겠지.
리진 ! (덜컹 불안해지는데)
석호필 다만 새 인격의 성격이 어떠냐가 관건인데...만일 새 인격이 ISH,
즉 내부 자아 조력자인 경우엔 오히려 호재야.
리진 내부 자아 조력자요?
석호필 (전문가적인 포스 작렬) 환자 본인이 융합치료에 강한 의지가
생겼을 때, 그걸 도와주는 초자아 같은 존재를 만들어내거든?
리진 ! (표정이 좀 밝아지는)
석호필 쓰....(고개 갸웃하며) 근데 ISH 같은 경우, 보통은 이렇게
(영상 속의 X 표식을 검지로 톡톡 치며) 타인에게 실체를
드러내지 않는데 말이야...
리진 ! (다시 표정 급 어두워지는데) 그럼 조력자가 아닌가요?
석호필 또 다른 경우의 수도 있어.
리진 (반짝해서) 그게 뭔데요?
석호필 (보며) 미스터 X가 새로운 인격이 아닌 경우!
리진 (!!!) 그럼, X도 신세기나 나나처럼, 기존에 잠복해있던 인격일 수도
있단 말인가요?
석호필 만일 그렇다면...융합에 도움을 주러 온 것인가...방해를 하러
온 것인가가 관건인데....
리진 (불안해지고)
S#3 도현의 사무실 (낮)
도현 서류를 넘겨보며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온다.
책상 쪽으로 향하며 시선을 들다가 멈칫 하는 도현.
보면, 소파에 미스터 X가 앉아있다!
도현 누....누구.
미스터 X ......(대답 없이, 옆에 놓아뒀던 007가방을 테이블 위에 올리더니,
마술사처럼 양손을 좀 벌리며) 가방을 열어보시겠습니까?
도현 정신을 차리려는 듯 머리를 도리도리 흔들고
다시 보면, 이미 사라지고 없는 미스터 X!
안실장 (역시 서류 보며 들어서며) 지시하신 차영표 사장 쪽의
계좌를 추적해봤는데요, (하며 시선 들다가, 멍..하니 서있는
도현을 보고는) 왜 그러십니까?
도현 (멍...한 채로) 방금....공재의식을 느꼈습니다.
안실장 네?
도현 미스터 X를 본 거 같아요. (하다가 두통을 느끼며 비틀한다)
안실장 ! (얼른 부축하며) 괜찮으시겠습니까? 안되겠습니다.
일단, 집으로 가시죠. (부축해서 밖을 향하는)
도현 (두통을 느끼며 걸어가는 모습 위로)
리진 (E, 불안한) 그럼 주치의로서 저는 뭘 해야 되는 거죠?
S#4 강한 병원 / 석호필의 방 (낮)
석호필 (전문인다운 의연함으로) 불안해하지 말고, 일단은 지켜보자고.
그래야 파악이 될 테니까. 지레 겁먹지 마.
리진 (정신줄 단단히 잡으며) 네.
석호필 (불안해하지 말래놓고는, 정지된 영상을 보며) 다만...X라는 이름이
좀 마음에 걸려. 미지수...혹은 생각지 못한 변수라...어쩜 이 인격이
차군의 인격 융합 과정에 끝판왕이 될 것도 같은데....
리진 (역시 정지된 영상을 보며) 저는 저 가방이 자꾸 마음에 걸려요.
혹시 페리박을 대체해서 탄생한 인격이라면...저 안에 폭탄이
들어있을 수도....
순간 불안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
석호필 (동시에) 아, 불안해하지 말라니까!
리진 (동시에) 불안해하지 말라면서요!
S#5 도현의 집 / 서재 (낮)
안실장 테이블 위에 물 잔을 놓아주고는 도현의 맞은편에 앉는다.
각종 보고서와 서류로 어지럽혀진 테이블 앞에 앉아,
문건 하나를 넘겨보고 있던 도현, 웃어 보인다.
도현 네. 많이 좋아졌습니다. (하고는, USB 메모리 하나를 내밀며) 그동안
그룹 내 계열사 별로 재무제표와 회계장부를 정리한 겁니다.
회사 내 임원들과 대주주 주식 보유율 체크한 것도 첨부돼 있으니까
정리해서 회의 자료로 만들어주세요.
안실장 (좀 놀라) 언제 이런 걸 다 준비하셨습니까.
도현 (피식) 말했잖습니까. 놀고먹지만은 않았다고.
안실장 (피식 웃다가, 뭔가 떠오른 듯 표정이 가라앉더니) 저....
도현 (문건에서 시선 들며) 네.
안실장 고 민서연 사장 운전기사였던 사람이 전화를 걸어왔는데요...
도현 (읽던 문건 내리고, 집중하며) 네. (말 하라고)
안실장 지난 일이라 말을 아꼈는데, 실은 그 사건에... 당시 전무로 계시던
차준표 전회장님께서 개입된 거 같다고....
도현 ! (충격) 근거는요?
안실장 사고 당일 아침 새로 온 운전기사가 그러더랍니다.
자기는 차준표 전무님의 소개를 받고 왔다고...
도현 !!! (눈앞이 아득해지는 충격, 순간 지잉—두통이 인다)
안실장 괜찮으십니까? 아무래도 오리진씨를 부르는 게,
도현 (한 손 들어 막으며) 괜찮습니다. (겨우 진정 시키고는)
안실장님은 지금 바로 그 기사 분을 만나 진술 확보해주세요.
안실장 괜찮으시겠습니까?
도현 모든 사건의 전모를 알아야만 합니다. 어서 움직이세요.
안실장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알겠습니다. (일어나 나가고)
도현 (말을 그렇게 했지만 눈앞이 아득해지는 위로)
어린 리진 (E) 우리 엄마야.
# 인서트 (14부 32씬의 편집)
옷 속 깊숙이 숨겨져 있던 펜던트 목걸이를 꺼내 보이는
어린 리진. 딸깍 펜던트를 열면, 펜던트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여자의 사진. 바로 민서연이다!
어린 리진 예쁘지? 세 밤만 자면 나 데리러 온다고 했어.
# 현재
떠올리는 순간, 또다시 지잉---시작되는 두통. 심해지고.
S#6 도현의 집 앞 (낮)
리진 생각에 잠겨 걸어오고 있다. 그 위로,
석호필 (E) 미스터 X라...융합에 도움을 주러 온 것인가...방해를 하러
온 것인가가 관건인데....
리진 후....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들다가, 멈칫한다.
보면, 현관문을 빼꼼이 열고 안에서 나오는 도현!
아니, 캐주얼한 차림에 리본 핀을 꽂을 걸로 보아 요나!
리진, 본능적으로 나무 뒤에 홱 숨어서 관찰한다.
요나, 주변을 휙휙 살피더니, 아무도 없음을 알고는 흡족한
미소로 나와 풍선껌을 신나게 씹으며 어딘가로 향해간다.
짐작이 가는 리진, 튀어나와 리진의 뒷덜미를 잡아챈다.
요나 (화들짝 놀라) 엄마, 시발! 깜짝이야!
리진 우리 안요나 공주님, 어디 가실까?
요나 어디 가는지 뻔히 알면서 왜 물으실까? (가려다 다시 잡히는)
리진 안 되는 줄 빤히 알면서 어디서 반항질일까? (끌고 가려면)
요나 (OL, 다급히) 미스터 X가 누군지 알려줄게!
리진 !! (순간 홱 돌아보며) 요나 너...미스터 X가 누군지 알아?
요나 알지, 그럼. 근데, (씹던 풍선껌 리진을 향해 홱 뱉으며/ 리진은
놀라운 순발력으로 잽싸게 피했고) 맨입으론 안 알랴줌.
리진 (목을 조르고 싶고)
요나 나 존나 쿨한 년이야. 기브 앤 테이크아웃. 오케이?
리진 기브 앤 테이크겠지! 이 무식한 기집애야! (소리치는 데서)
S#7 쌍리 / 리온의 방 (밤)
오늘따라 무지 멋있는 자태로 컴퓨터 앞에 앉아 작업 중인 리온.
베스트셀러작가 포스 제대로 풍기며, 옆에 놓아 둔 커피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는데, 벌컥 열리는 문소리에 아뜨! 아뜨!
방정을 떨다가 보면, 문 앞에 비장한 표정으로 서있는 리진!
리온 뭐야 너, 노크도 없이!!!
리진 (비장한) 미안하다 리온아. 내가 평생 속죄하면서 살게.
리온 뭔 소리야 또? (하는 순간)
에잇! 요나를 방안에 밀어 넣고, 쾅! 방문을 닫아버리는 리진.
요나 (눈에서 하트 발사하며) 옵빠!!!
리온 !!! (뭉크의 절규처럼 아아아아—절규하는데서)
S#8 쌍리 / 리온의 방 앞 (밤)
리온의 방문에 등을 대고 찰싹 달라붙어 서있는 리진.
탕탕탕! 방문 두드리는 소리! 플리즈, 시스털!!!
리온의 애원하는 소리! ‘오빠, 자꾸 어디가!’ 요나의 목소리,
몸싸움이라도 하는지 쿠당탕탕! 소리!
리진 (죄책감에 눈 질끈 감으며) 미안하다, 오리온. 용서해라, 오리온.
하는 순간, 정적.
덜컹 불안해지며 방 쪽을 홱 돌아보는 리진에서!
S#9 쌍리 / 리온의 방 (밤)
화면 시작되면, 멍....하니 충격 받은 얼굴로 서있는 요나.
요나 오, 오빠....방...방금 뭐라고 했어?
리온 (비장하게) 오빠 군대 간다고.
요나 (눈물 그렁) 기다릴,
리온 (OL, 입을 채 열기도 전에) 기다리지 마! 말뚝 박을 지도 몰라!
요나 (눈물 그렁한 채로) **부대 *사단. **병. ****년 제대.
리온 (움찔해서) 응?
요나 (뒷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 꺼내 보이며) 오빠, 예비군 훈련 통지서
나왔드라. 담주 수요일 오후 1시.
리온 !!! (당황해서) 어? 어...그, 그거는,
요나 (표정 험악해지며, 날라리 본색) 너 한 번만 더 그짓말 하면 내
손에 뒤진다! (엄포 놓고는 다시 리온에게 달려든다 /
한 손에는 휴대폰 들고)
리온 (또다시 뭉크의 절규가 되는데서)
S#10 쌍리 / 리온의 방 앞 (밤)
또다시 터져 나오는 절규. ‘잘못했어! 잘못했어! 다신 안 그럴게!’
리온의 비명소리와 우당탕탕 소리! 문에 귀를 대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리진,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문을 열려는 순간,
방문이 벌컥 열리며 안에서 비글처럼 튀어나오는 요나!
요나 (손에 쥔 휴대폰을 보며) 럭키! (리진의 방으로)
리진 !! (리온이 걱정돼서 방으로 들어가 보면)
S#11 쌍리 / 리온의 방 (밤)
봉두난발을 한 채 정줄을 놓은 듯 멍...한 표정으로
방바닥에 앉아 있는 리온. 볼에는 선명하게 찍힌 립 마크!
리진 (미안해서) 리...리온아....너 괜찮아?
리온 (멍....하니) 소문만...내지 말아줘. (하다가 크흑! 손등으로
눈가를 가리며 운다)
S#12 쌍리 / 리진의 방 (밤)
요나 화장대 앞에 휴대폰을 들고 앉아 방금 리온과 함께 찍은
셀카를 넘겨보고 있다. 완전 흐뭇흐뭇한 표정인데,
또다시 이불을 안고 발로 문을 벌컥 열고 들어서는 리진.
리진 (이불 탁 내려놓으며) 약속대로 미스터 X가 누군지 말해봐, 이제!
요나 (사진 보며 흥분) 어머, 쩔어, 이거 완전 쩔어. 울오빤 일상이 화보야.
리진 (터지려는 화를 누르며) 야, 안요나!
요나 (OL, 사진 보는 채로) 환하게 웃어줘. 아주아주 행복하다는 듯이.
리진 (뜬금없다) 뭐?
요나 니가 행복해야 미스터 X는 사라져.
리진 !!! (다가오며) 그게 무슨 소리야? 알아듣게 설명을 좀 해봐.
요나 (하품 문 채로) 정보는 여기까지. (휴대폰 내려놓고 리진의
침대로 파고들며) 아우 졸려...자고 일어나서 계속하자.
리진 안요나, 너 정말 이러기야?
요나 ......(쌕쌕 잠만)
리진 (노려보다가, 바닥에 이불을 대충 펴고는, 불을 탁, 끄고 와 눕는)
잠시 정적....
요나 (정적을 깨고, 나지막이) 야 이 기집애야....
리진 (역시 나지막이) 왜 이 기집애야.
요나 고맙다.
리진 뭐가.
요나 친구처럼 대해줘서 고맙고... 자매처럼 대해줘서 고맙고...
오늘 내 소원 들어줘서 고맙고...암튼 다 고마웠다.
리진 ......! (어떤 느낌에 일어나는)
요나 살면서...너처럼 쌈질할 맛 나는 년은 처음이었어. 잘 지내라....
리진 ......! (다가와 요나를 본다) 안요나....
요나 ......(쌕쌕 깊게 잠이 든다)
S#13 도현의 무의식
요섭이 쌍리 뜰에 누군가를 바라보며 서있다.
요섭 안요나. 얼른 와.
보면, 2층 쪽을 바라보며 서있는 요나.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요섭 도현이 형 옆에는 이제 리진이 누나가 있잖아.
우리가 없어져야 형이랑 누나가 편해져.
요나 (울먹인다)
요섭 (좀 화내는) 얼른 안 와!
요나 (울음 터지며, 홱 뒤돌아서 뛰어간다)
요섭 (한숨으로 보다가 뒤 요나의 뒤를 따른다. 따르다가...멈추더니,
2층 쪽을 올려다본다, 불어로) 르 벙 스 레브 일 포 떵떼 드
비브흐... 안녕, 누나...고마웠어.... (하고는, 뒤돌아 간다)
텅 빈 뜰....
S#14 쌍리 / 리진의 방 (새벽)
침대 위에 누워 잠들어 있던 도현, 가만히 눈을 뜬다.
요섭과 요나가 떠났음을 알겠다. 가만히 일어나 앉는 도현.
어쩐지 허전하고 울컥해지는 기분인데, 훌쩍이는 소리에
돌아보면, 화장대 앞에 앉아 클렌징으로 얼굴을 지우고 있는 리진.
도현 오리진씨....?
리진 (동작 멈추고, 뒷모습인 채로) 요나가...갔어요....
도현 압니다.
리진 (돌아앉으며, 울먹) 이래놓고.
보면, 리진의 얼굴 위에 요나가 아이펜슬로 써놓은 낙서!
클렌징으로 반쯤 지우다 만 ‘싸나운 기집애’.
도현 (설핏 웃는)
리진 (휴대폰을 들어 보이며) 이래놓고.
액정화면에 뜬 사진. 리진이 잠든 사이에 얼굴에 몰래 낙서를 해놓고,
요나가 몰래 리진과 함께 찍은 셀카다. 리진은 얼굴에 낙서한 채
잠들어 있고, 요나 혼자 V자 그리며 환한.
리진 (울먹울먹) 지켜보다가 깜빡 잠이 들었는데....그때 갔어. 못된 기집애.
도현 (다가와, 리진이 손에 쥐고 있는 화장 티슈 뺏어서, 낙서와 눈물을
닦아주며) 언니, 화장 번지겠다.
리진 (피식 웃다가, 다시 울먹이다, 웃다가)
도현 (자신의 인격을 친구 취급해준 리진이 고마워서 찡)
S#15 쌍리 뜰 (이른 아침)
아침 안개가 채 가시지 않은 이른 아침.
머리에 까치집을 인 리온이 한 손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커피 잔을 들고는 좀비처럼 멍...하니 걸어오고 있다.
리온 밤새 꿈자리가....꿈자리가....
하다가 흠칫 놀란다.
도현이 일각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다가 리온을 돌아본다.
리온, 요나인지 아닌지 확인하며 경계한다.
도현 차도현입니다.
리온 (그래도 경계) 저번에 발연기 작렬하면서 요나인척 나 속였잖아요.
도현 (웃으며) 안심하세요. 요나는...(잠시 사이) 이제 없습니다.
리온 그...그래요? (근처로 와 앉으며) 잘 된 일이네요.
차도현씨한테나 저한테나.
도현 ......(커피 마시며 허전한)
리온 ......(커피 마시며 허전한)
도현 소설은...잘 진행되고 있습니까?
리온 틈틈이 써온 걸 수정만 하면 되니까, 조만간 출간되지 않을까 싶네요.
그런데....정말 괜찮겠습니까?
도현 나는 괜찮지만, 오리진씨가 상처받지 않는 이야기였으면 좋겠습니다.
리온 안 그래도 각색을 많이 해놔서 그냥 봐선 모를 겁니다.
도현 오리온씨.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리온 (혼잣말로 중얼) 아, 괜히 친구했어. 뭔 놈의 부탁이 이리 많은지...
도현 (웃고) 당분간 쌍리 부모님께는...제 이름과...제가 승진가의
사람이라는 사실을...비밀로 해주셨으면 합니다.
리온 (본다)
도현 비겁한 줄은 알지만...조금만 더 이 평화를 즐기고 싶네요.
S#16 차준표의 병실 (낮)
침상 위에 잠들어 있는 차준표.
간호사가 들어와 이것저것 체크를 하며 차트에 적어 넣는다.
손가락이 까딱...까딱....움직이더니...어느 순간 천천히....
눈을 뜨는 차준표......! 차트에서 시선을 들던 간호사,
눈뜬 차준표를 보고는, ‘선생님! 선생님!’ 부르며 병실을
뛰어 나간다. 초점 없는 멍...한 눈으로 주변을 훑어보는
차준표의 얼굴에서......!
S#17 병실복도 (낮)
소식을 들고 달려온 서태임과 신화란이 황망한 표정으로
병실을 향해 달리고 있다!
S#18 차준표의 병실 (낮)
서태임과 신화란, 문을 벌컥 열고 뛰어 들어온다.
침대 위에 멍...하니 앉아 있다가, 가만히 시선을 돌려 두 여자를
바라보는 차준표! 아직은 초점이 뚜렷하지 않은 눈.
서태임 준표야...! (왈칵 터지며, 달려와 아들을 붙들며) 준표야!
신화란 (눈물 확 터지며, 주먹으로 남편 어깨를 치며) 왜 이제야 와! 왜에!
차준표 (아직 어눌한 말투) 도현이...도현이는....살아있어?
신화란 살아있지 그럼.
차준표 준영이는... 준영이도 살아있어?
서,신 ! (순간 멈칫)
신화란 그...그럼 당신이 말하는 도현이가....우리 도현이 말고....그 아이....?
차준표 (속내를 알 수 없는, 초점 없는 눈동자에서)
S#19 쌍리 뜰 (낮)
도현, 굳은 표정으로 가게 문을 열고 뛰어나온다. 그 위로,
안실장 (F) 차준표 전 회장님께서 의식을 찾으셨습니다.
리진 (뒤이어 가게 문을 열고 뛰어 나오며) 잠깐만요, 잠깐만!
도현 (멈칫 선다)
리진 (도현 앞으로 와서 서며, 헉헉) 아니, 말도 없이 어딜 가냐고 대체.
도현 (눈빛 흔들리며 보는 위로)
안실장 (F) 아버님이 위원장님과 오리진씨를 같이 봤으면 하신답니다....
회장님 말씀으론, 지난 일을 사죄하려고 차마 떠나지
못하신 게 아닌가 싶다고...기회를 주셨으면 한다고....
도현 (리진을 바라보며 갈등으로 눈빛이 흔들린다)
리진 응? 비밀 주치의도 떼어놓고 어딜 가냐고.
도현 ...(도저히 못 데려가겠는) 있다가 집에서 봐요. (차에 올라 출발하는)
리진 (의아한 표정으로 멀어지는 도현의 차를 바라보는)
S#20 달리는 도현의 차 안 (낮)
도현, 두려운 심정으로 운전을 하고 있다. 그 위로,
도현 (E) 가해자가 깨어났다. 그 가해자는 나의 아버지다.
게다가..오리진씨의 친어머니를 죽인 사람이 내 아버지라면....
또다시 지잉—두통이 인다. 결국은 끼이익—차를 세운다.
심해지는 두통. 잠시 괴로워하다가 누군가로 변신한다.
S#21 도현의 집 / 거실 (낮)
리진,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다.
리진 (주변을 둘러보며) 뭐야. 아직 안 들어온 거야? (이층으로 간다)
S#22 도현의 집 / 리진의 방 (낮)
리진 방문을 열고 들어서다가 멈칫 선다.
침대 위에 누군가 누워있는 듯 이불이 불룩 솟아있다.
리진, 천천히...다가가 이불을 확 젖히면, 곰인형을 껴안고
웅크린 채로 두 눈을 꼭 감고 누워있는 도현!
리진 차도현씨....여기서 뭐해요? 차도현씨....?
순간 벌떡 일어나, 곰인형 뒤에 숨듯이 얼굴을 반쯤 가린 채,
리진을 올려다보는 도현. 아니, 나나!
리진 ! (도현이 아님을 알겠다) 누구...?
나나 (경계의 눈으로 보는)
리진 ......! 혹시....나나....?
나나 (곰인형의 손을 들어 보이며) 얘 이름이 나나. 내 이름은....
리진 알아. 차도현이지? (*어린 시절 자기 자신과의 대면이다)
하고 보면, 침대 위 도현의 모습이 어린 리진으로 바뀌어 있다.
어린 리진 (눈 동그래진다) 어떻게 알았어, 내 이름?
리진 너는...나니까.
어린 리진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지 말똥말똥)
리진 (침대에 걸터앉아, 보며) 언니는 있잖아, 니가 자라서 된 어른이거든.
너는 언니가 꼬마 때 모습이고. 여기까진 알겠어?
어린 리진 (고개를 끄덕인다)
리진 언니 예뻐?
어린 리진 (웃으며) 응. 예뻐.
리진 봤지? 넌 이렇게 이쁘게 잘 컸고, 아주 잘 지내고 있어.
부모님께 사랑도 많이 받고, 멋진 오빠도 있고, 친구도 아주 많고...
그러니까 넌 더 이상 지하실에 갇혀있는 아이가 아니야.
어린 리진 (좋아서 해맑게 웃는다) 진짜야? 내가 사랑 많이 받아?
리진 (끄덕이며) 응. 넘칠 만큼 아주 많이많이.
어린 리진 (또 좋아서 웃는다) 잘됐다.
리진 (울컥하지만, 웃으며) 내가 너를 만나면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었어.
어린 리진 뭔데?
리진 (눈가 붉어지지만, 밝게) 그때 그 아저씨가 너한테 화를 낸 건,
니 잘못이 아니야. 니가 나쁘거나 미운 아이여서도 아니야.
그건...그 아저씨가 잘못한 거야. 무슨 말인지 알아?
어린 리진 (끄덕이며) 응.
리진 그러니까...이제 슬퍼하지 마. 겁먹지도 말고, 응?
어린 리진 (끄덕이며) 응.
리진 그리고 있잖아, 이제부터 차군 옆에는 내가 있을게. 그러니까...
너는 이제 그만 가도 돼. 그래줄 수....있어?
어린 리진 응. 근데...(곤란한 표정) 혼자서는 못가. 길을 몰라서.
리진 그래? 그럼 언니가 어떻게 해줄까?
어린 리진 미스터 X를 불러줘.
리진 (!!!) 미스터 X? (긴장하며) 미스터 X가...누군데?
어린 리진 아빠.
리진 !!!
어린 리진 우리 아빠.
리진 !!! (멍해지는 위로, 떠오르는)
S#23 플래시백 (지하실 / 밤)
어린 도현과 어린 리진, 크레파스로 바닥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어린 리진, 문득 굳게 닫힌 지하실 문을 바라본다.
어린 리진 나가서 놀고 싶다....
어린 도현 (미안한 표정으로 보는)
어린 리진 우리 아빠가 와주면 여기서 나갈 수 있는데...
어린 도현 니네 아빠도 죽었다며.....
어린 리진 (갑자기 우왕—울음을 터뜨린다)
어린 도현 (당황한다) 미안해. 미안. 미안. 오실 거야. 너 데리러 꼭 오실 거야.
어린 리진 (울음 뚝 멈추며) 진짜?
어린 도현 응. 분명 하늘에서 널 지켜주고 계실 거야.
어린 리진 여긴 깜깜한데, 내가 보여?
어린 도현 그러엄. 니가 어디 있든 다 볼 수 있어.
어린 리진 (그제야 밝게 웃는다)
마주보고 웃는 두 아이.
S#24 도현의 집 / 리진의 방 (낮)
곰인형을 안은 채 침대 위에 잠들어 있는 도현의 얼굴 위로,
두 아이의 웃음소리가 겹쳐지고. 어느 순간 눈을 뜨는 도현.
품에 안은 곰인형을 옆으로 내려놓고, 일어나 앉다가,
침대에 걸터앉은 채로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리진을 발견하는.
도현 나나가....왔다갔습니까?
리진 (붉어진 눈으로 보고 있다가, 그대로 도현을 와락 안아버린다)
도현 (당황해서) 오..오리진씨.
리진 고마워요.
도현 (이번엔 황당) 예?
리진 (이미 붉어진 눈이지만, 울지 않으려고 도현을 더 꽉 끌어안으며)
나 때문에 마음 조각 하나를 더 만들어낸 건 미안하고, 또
미안한데, 고마워. 차군이 나를 얼마나 위해줬는지,
죄책감 때문에 얼마나 괴로워했는지 알 거 같아.
도현 (영문을 모르겠는) 대체 나나가 뭐라고 했길래....
리진 차군은 정말 나한테 구원이었고 희망이었어.
다시 만나서 다행이야. 고맙다는 말을 할 수 있어서....
도현 (마주 안아주려는데)
리진 (몸을 떼고, 도현의 손을 잡더니) 울었더니 배고프다. 밥 먹으러 가요.
도현 (허, 웃으며 끌려 나간다)
S#25 차이나타운 중국 요리집 (낮)
요리를 시켜놓고 마주 앉아 먹으며 대화중인 도현과 리진.
도현 (놀라서) 미스터 X가 나나의 보호자 인격이라구요?
리진 네. 확실해요. 나나한테 직접 들은 얘기니까.
생각해보니까, 차군한테 나나 인격이 나타나기 직전엔
언제나 나랑 함께 있었더라구요.
# 인서트
-4부 19씬, 차군 지금 어디 있어요? 묻던 리진
-4부 46씬, 와인 창고에서 곰인형을 안은 채 팟! 눈을 뜨던 도현.
-14부 31씬, 지하실에서 입맞춤을 하던 도현과 리진.
-14부 33씬, 와인 창고에서 곰인형을 안은 채 팟! 눈을 뜨던 도현.
# 현재
도현 ! (진짜 그렇다) 정말이네요.
리진 (먹으며) 그렇다니까.
도현 하긴...처음 나나 인격으로 깨어난 게 본가 지하실 와인창고였는데,
그때 궁금하긴 했어요. 일곱 살짜리가 직접 운전을 해서 왔을
리는 없고...과연 누가 운전을 해서 이동했을까....아, 그리고
곰인형은 갑자기 어디서 났을까도요.
# 인서트
깜깜한 밤. 밤인데도 검은색 선글라스를 끼고 운전을 하고 있는
미스터 X. 조수석에는 곰인형이 안전벨트를 매고 앉아있다.
# 현재
리진 이제야 요나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 거 같네.
도현 요나가 뭐라고 했는데요?
리진 내가 환하게 웃어야 미스터 엑스가 떠날 수 있다고 했거든요.
도현 ......!
리진 나 완전 자신 있잖아요. 난 지금 꽤 행복한 편이거든. (웃으며 먹고)
도현 (웃으며 바라보는 위로)
안실장 (F) 아버님이 위원장님과 오리진씨를 같이 봤으면 하신답니다....
도현 (웃음이 점차 가라앉으며)
S#26 월미도 산책로 (저녁)
노을이 지는 바다를 끼고 산책로를 걷고 있는 도현과 리진.
리진 근데 생각해보니까, 우린 맨날 과거 이야기만 했지,
미래 얘긴 거의 해본 적이 없네?
도현 지금부터 하죠 뭐. 오리진씨는 앞으로 뭘 하고 싶습니까?
리진 음... 일단, 차군이 인격 융합부터 성공하고, 덕분에 내 상처도
어느 정도 극복되면,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내가 이 일을 생각보다 아주 많이 좋아한다는 걸 알았거든.
도현 (피식) 계약금이 더 비싸지겠네.
리진 차도현씨는요? 회사를 맡을 생각인가?
도현 아니요.
리진 경영에 관심이 없어요? 아님...(조심스레) 승진이라서...?
도현 글쎄요...잘 모르겠어요. 늘 회사를 지켜야한다 강요만 당했지,
정작 내 생각은 어떤지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게다가...
(피식) 인격들 뒤치다꺼리 하느라 생각해볼 여유도 없었고.
리진 그나저나....차군이 융합에 성공하면 이제...비밀주치의는
필요 없어지겠네.
도현 ......
리진 그럼... 우리 미래는 어떻게 되려나.....?
# 이하 리진의 상상
도현 (우뚝 걸음을 멈추고, 리진을 보며) 그래서 준비해봤습니다.
리진 뭐를요?
도현 (주머니에서 반지케이스를 꺼낸다) 이거를.
리진 설마 그 안에 내가 상상하는 그것이 들어있는 건가요?
도현 혹시 상상했던 게 이겁니까?
하며 짠 케이스를 열면, 쨍--! 빛을 발산하는 커플링!
리진 유가릿! (자석에 끌리듯 손을 뻗어 반지를 꺼내려는데)
도현 (그 손을 턱 잡고, 자기가 반지를 꺼내 직접 끼워주더니,
자기 손가락에도 반지를 낀다)
리진 (손등을 쫙 펼쳐서, 반지 낀 손을 황홀하게 바라본다)
도현 빼기 있기 없기?
리진 (도현 쪽으로 홱 돌아서며) 없기이--! 차라리 손가락을 잘라가기---!!
(외치고 보면)
# 현실
끼룩끼룩~ 갈매기 소리가 들리는 하늘을 향해 열심히
새우깡을 날리고 있는 도현!
리진 (김 팍 새며) 언제 또 저기까지 갔대?
도현 (새우깡을 던지며) 하하하. 하하하하.
리진 저 인간은 정체가 뭐야 대체? 차도남이야? 아니면 걍 둔탱이야?
도현 (해맑게 보며) 오리진씨도 한 번 던져줘 봐요. 아주 잘 먹어요.
리진 (다가와 새우깡 봉지를 확 뺏더니, 바닥에 탈탈탈 털어버린다)
도현 (놀라) 오리진씨!
리진 이런 거 던져주면 안 되는 거 몰라요? 쟤들이 새우과자에
맛 들려서 먹이사냥을 안 한다잖아, 먹이사냥을!
도현 아니 그래도 낭만적,
리진 낭만은 개뿔, 인간들한텐 로맨스겠지만, 쟤들은 다 비만이
됐다고! 사람들이 말야 생각이 없어. 생각이. (홱 돌아서 가고)
도현 (피식 웃다가, 이내 표정 가라앉는) ......
S#27 도현의 집 / 욕실 (밤)
도현, 혼란스런 마음을 다잡으려는 듯 세수를 하고 있다. 그 위로,
도현 (E) 오리진씨의 친어머니를 죽인 사람이 내 아버지라면....
세면대를 짚고 괴로움을 삭이던 도현, 멈칫 시선 들어 거울을 보면,
도현의 뒤편으로, 팔짱을 낀 채 서 있는 미스터 X의 모습!
도현 !!! (확 뒤돌아보면)
미스터 X (말없이 손에 들고 있는 가방을 가리키며) 열어보시겠습니까?
도현 ......(흔들리는 눈빛)
미스터 X 열어 보시겠습니까?
도현 ......(갈등하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미스터 X가 가방을 연다. 도현 긴장한다.
마침내 가방이 열린다. 순간 도현 벙...찐 표정이 된다.
가방 안에는 베어브릭이 나란히 놓여있다!
미스터 X 어때요? 막상 열어보니, 별 거 없지 않습니까?
도현 (허탈한) 그러네요....
미스터 X 이 가방 안에 폭탄이 들었을지, 금괴가 들었을지 열어보기 전엔
모릅니다. 내가 상상한 만큼, 두려움의 크기도 결정됩니다.
공포란....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고, 상상력의 산물이니까.
(양손을 펼치며) 자....그럼, 이제 어떡하면 될까요?
도현 직접, 확인하면 되겠군요.
미스터 X 빙고. 그러니까, 이제 그만 과거와 직면하세요.
이미 결정 난 과거 때문에 상상력을 낭비하지 마세요.
상상력은 미래를 위해 남겨두세요. 앞으로 만들어나갈 미래를 위해.
도현 (보다가) 당신이 나나의 아버지죠?
미스터 X 당신이 그러라고 해서 그 역할을 했죠.
도현 그런데....왜 하필 그런 모습이었을까요? 왠지...아빠라기보단...
첩보원에 가까운데...
미스터 X 어린아이가 상상하기에 강한 아빠의 모습은 이런 거였나 보죠.
(어깨를 으쓱하며) 나로선 슈퍼맨이 아니라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도현 (뭔가 후련해진, 피식 웃고) 이제....리진이는 제가 지키겠습니다.
제가 더 강해지겠습니다. 그러니까...이제 안심하세요.
미스터 X (처음으로 빙긋이 미소 짓는) 그거...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요.
카메라 한 바퀴 빙 돌아오면, 홀로 미소 짓고 서 있는 도현.
S#28 차준표의 병실 (밤)
병실 문이 조용히 열리며 들어서는 도현. 좀 거리를 두고 선 채,
잠들어 있는 차준표를 애증이 교차하는 복잡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차준표, 인기척을 느낀 듯 눈을 뜬다. 이내 표정을 지우는 도현.
도현을 천천히 돌아보는 차준표. 누군지 가늠하듯 한참을 보다가,
차준표 (설마...하는 느낌에, 떨리는) 혹시....준영이냐...?
도현 .... (감정 없이, 미동 없이 그저 보기만)
차준표 (성인이 된 아들의 모습이 믿기지 않고. 감격에 눈물이 차오르며)
완전히 어른이 됐구나...얼굴 좀 제대로 보게, 좀 더 가까이,
도현 (OL) (차갑게) 착각하지 마십시오. 저는 당신을 보러 온 게 아닙니다.
차준표 준영아....
도현 21년간 병실에 누워 있었다고 해서, 가해자가 피해자가 될 순
없습니다. 그러니까....약자인 척, 피해자인 척하지 마십시오.
차준표 (아들의 적개심이 생각보다 깊다. 마음이 아프고)
도현 제가 여기 온 이유는 단 하나, 묻고 싶은 것이 있어섭니다.
당신은 제 질문에 한 치의 거짓도 없이 대답해야만 합니다.
차준표 (회한이 어리며, 가만히 끄덕인다)
도현 당신이.....민서연 사장과 차건호 회장의 죽음을 사주했습니까?
차준표 ! (본다)
도현 (두려움을 누르며, 대답을 기다린다)
각자의 감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F.O
S#29 승진그룹 외경 (아침)
S#30 승진그룹 / 회의실 앞 복도 (아침)
당당하게 로비를 걸어오고 있는 도현! (*안실장은 없고)
속내를 읽을 수 없는 포커페이스! 회의실 앞에 와 멈추면,
철통방어하려는 듯 회의실 앞에 도열하고 있던 비서진들,
도현을 향해 일제히 목례를 하고, 열어주는 문 안으로
들어가는 도현의 단단한 표정!
S#31 승진그룹 / 회의실 (아침)
긴장된 분위기 속에 대면하고 있는 서태임, 차영표, 도현, 기준!
(상석에 서태임, 기역자로 도현, 맞은편에 차영표, 그 옆에 기준)
차영표 (여유로운) 달가워하시지 않을 걸 알면서도, 예정에 없는 비공식
회담을 청했습니다. 주총이라는 자린 워낙 보는 눈들이 많지
않습니까. 은밀함을 요하는 화제라서요.
서태임 (냉담한) 그럴 이유가 있겠지요. 시작하시죠.
차영표 (기준에게 눈짓을 보내면)
기준 차도현 위원장의 자격에 관한 의견을 나누고자 합니다.
(도현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회장님께서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차위원장에겐 그런 중책을 맡기에 크나큰 결점이,
도현 (OL) 제게 다중인격 장애가 있다는 말씀을 하시려는 겁니까?
기준,차영 ! (허를 찔려 본다)
서태임 (들켰구나, 눈앞이 아득해져서 눈을 질끈 감는데)
기준 본인 입으로 실토를 해주니, (앞에 둔 파일을 한쪽으로 치우며,
미소로) 제가 준비한 증거들이 모두 무용지물이 됐네요. 맞습니다.
그런 장애를 감춘 채 승진의 요직을 맡았다는 건, 우리 회사에
몸담고 있는 임직원, 그리고 승진을 믿고 아낌없는 투자를 해주신
수많은 분들을 기만하는 행동입니다. 용납할 수 없습니다.
도현 (담담한) 제가 가진 장애를 밝히지 않은 건 맞지만,
일부러 숨긴 적도 없습니다.
기준 (비식) 비밀을 감추기 위해 정신과 여의사를 비서로 위장 입사시켰고,
친구의 입막음용으로 거액의 도박 빚을 갚아준 걸로 아는데요.
틀립니까?
도현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그에 대한 마땅한 책임 또한 지겠습니다.
서태임 (놀라서 도현을 보고) !!!
기준,차영 (여유가 생기는데)
도현 그 전에 짚고 넘어갈 문제가 있습니다. (차영표에게 시선) 21년 전,
차건호 회장과 민서연 사장을 죽음으로 내몬 교통사고에 대한
진실입니다. 뭔가 하실 말씀이 없으십니까? 차영표 사장님!
차영표 (피식) 그걸 왜 나한테 묻는지 도통 영문을,
그때 문이 열리면, 도현을 제외한 일동의 시선이 문에 쏠린다.
들어오는 안실장 손에 서류 봉투 하나를 들고 있다.
서류봉투를 도현 앞에 두더니 단단한 눈짓을 주고 나가는 안실장.
기준 (의문으로) 뭡니까, 그건?
도현 당시 교통사고의 전모를 증명해줄 자룝니다.
차영표 (움찔,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증명이라니... 무슨 말도 안 되는,
그건... 그냥... 단순 사고였어요, 단순사고!
도현 맞습니다. 하지만 비하인드 스토리는 꽤 흥미진진하더군요.
서태임 자세히 설명해봐. 지체하지 말고.
도현 (단단한 눈빛으로) 1994년, 당시 승진 자동차는 에바종 컴퍼니와
전략적 기술제휴 협의를 진행 중이었고, 그때 에바종 컴퍼니 측에
악성 루머를 퍼뜨려 협의를 결렬 위기에 빠뜨린 장본인이 당시
상무였던 차영표 사장입니다.
기준 (놀라 차영표를 보면) !!
차영표 (짐짓 서늘하게) 증거가 있나? 아님 말고는 정치판에서나 쓰는 거야!
도현 (안실장이 두고 간 서류 봉투를 서태임에게 넘기면)
서태임 (봉투를 열어보고 놀란다, 서늘한 눈빛으로 차영표를 노려보는)
차영표 (눈빛이 흔들리는 위로)
차준표 (E) 니 당숙부의 짓이다.
S#32 플래시백 (28씬 이후의 상황)
도현 !!! (놀라서 보는) 그게 사실입니까?
차준표 내가 조사한 바로는, 운전기사를 매수한 건 분명 니 당숙부였어.
도현 그럼....당숙부님이 교통사고를 사주했다는 말입니까?
차준표 아니. 실제로 단순사고였어. 계약을 무산시킬 목적으로 두 사람의
출국을 지연시키려다가, 하필 운 나쁘게도 사고가 난 것뿐이야.
하지만, 그 사고로 그룹의 핵심인물 두 사람이 사망했으니,
회사는 엄청난 타격을 입었지. 책임을 면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어.
도현 그 사실을 증명할 자료들은 있습니까?
차준표 있어. 내가 바로 살아 있는 증거니까.
도현 ?! (보면)
차준표 회장 자리에 눈이 멀어, 니 당숙부와 손잡고 그 일을 덮은 게
바로 나니까.
도현 !!!!
S#33 승진그룹 / 회의실 (아침)
도현 당시 아버지께선 차영표 사장과 오간 대화를 비밀리에 녹취했고,
그 녹취록을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회장님께서 지금 들고 계신 자료가 바로 그겁니다.
서태임 (홱 차영표를 노려보면)
차영표 그렇다한들 니놈이 가진 장애를 덮을 순 없지.
도현 그럼 이건 어떻습니까. (테이블 위로 문건 파일을 던지듯 놓으며)
그동안 거쳐간 계열사에서 차영표 사장이 빼돌린 횡령 내역과
차명 계좝니다. 부인 윤자경씨가 운영하는 갤러리를 통해
자금 세탁을 한 정황도 파악됐습니다.
기준 (배신감과 분노) 아버지!
차영표 그럼... 이렇게 하도록 합시다. 내가 차위원장의 허물을 덮는 대가로
차위원장은 내 허물을 덮는 걸로. 나쁘지 않은 딜이 될 거 같은데요.도현 (단호하게) 아뇨, 전 그럴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제가 다중인격
장애자라 한들 감옥에 가진 않습니다. 하지만 차영표 사장은
이 사실이 알려질 경우, 3년 이상의 실형을 살게 될거라더군요.
기준 (터지고) 차도현!
도현 형은 이 사실을 몰랐던 거 알아. 만약 알았다면.... 괴로웠겠지.
하지만 그만두게 말렸을까, 아니면 더 철저히 숨겼을까.
기준 (버럭) 대체 무슨 소릴 하고 싶은 거야, 지금!
서태임 (책상을 탕! 치고는) 이 일은, 그룹에 최대한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데미지를 줄이는 방법으로 해결방법을 모색해 보도록 하죠.
(자리에서 일어나며, 차영표에게) 자승자박이로군요. 아무튼 좋은
자리 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당당하게 나가면)
도현 (일어나 나가고)
차영표 (난감함에 얼굴을 쓸어 만지고)
기준 (아버지를 실망과 분노로 바라보는 데서)
S#34 승진그룹 / 회장실 (아침)
창밖을 바라보며 서있는 서태임. 한걸음 뒤에 서있는 도현.
서태임 꽤나 준비가 철저하더구나. 이런 자리가 있을 걸 미리 알았던 것처럼.
도현 예상을 했던 건 아닙니다. 다만 제 처지가 처지인 만큼, 미리 준비를
해둔 것뿐입니다. 장애를 가진 뒤에 생긴 오랜 습관이기두 하구요.
서태임 때론 자신의 약점이 무기가 되기도 하지. 약점을 감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하니까. 그 역시 사업하는 사람에게는 필수
요건 중에 하나다.
도현 ......! (어떤 느낌에 보면)
서태임 (돌아서며) 승진을 너에게 승계하마.
도현 ......!
서태임 니 아버진...니 에미와 함께 요양을 내보낼 생각이다.
도현 ......(보다가, 비식) 또다시 빈집이 되었으니 지키라는 말씀입니까?
서태임 니가 치 떨리게 싫어하는 승진을, 니 손으로 직접 고쳐보란 말이다.
도현 ......! (진심인가, 속내를 읽듯이 보는)
서태임 너는 괴물이 아닌 차도현일 뿐이라고 했었나? 니 말이 맞았다.
괴물들은...(자조적으로 웃으며) 따로 있었지. (웃음기 지우고,
보며) 그 불행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사람은, 너밖에 없다.
탐욕에 찌든 괴물들이 아닌, 니 손으로 직접, 바로 세워봐.
도현 아시다시피 저는 다중인격 장애를 가진 환자입니다.
서태임 기다리마. 완쾌될 때까지. 외국에 나가 조용히 치료받고 들어와.
그때까지 승진은 내가 지켜주마.
도현 ......!
S#35 도현의 사무실 앞 복도 (아침)
도현 생각에 잠겨 걸어오다가 멈칫 선다.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채연도 도현을 발견하고는 멈칫 선다.
잠시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
도현 ......(이내 시선을 거두고, 사무실로 향하려는데)
채연 (스쳐지나가는 도현에게, E) 많이 힘들었겠다, 혼자.
도현 (멈칫 정지되는)
채연 내 마음 흔든 게, 니 진심이 아니었다면... 죄책감 같은 거 갖지 마.
그럴 필요 없어....이 말은 꼭 해줘야 될 거 같아서.
도현 (채연을 본다)
채연 (좀 웃으며) 나에 대해 좋은 감정일 때 그만뒀으면 좋았을 걸,
내가 생각해도 너무 갔더라, 뭐에 잠깐 홀렸었나봐.
도현 ......
채연 니 비밀은 끝까지 지킬게.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우린... 오래된 친구니까. (가려는데)
도현 채연아.
채연 (멈추고 돌아본다)
도현 고마워. 친구라고 불러줘서.
채연 ......(짧게 웃어주고는, 짐짓 등 꼿꼿이 펴고 걸어가는 데서)
S#36 기준의 사무실 (아침)
채연 들어오다 말고 엉망진창이 된 사무실을 보고 놀라 멈춰선다.
연료가 떨어진 자동차처럼 고개를 가슴에 푹 파묻고 앉아있는 기준.
채연 ......(보다가, 바닥에 떨어진 펜이나, 다이어리 등을 주워들고,
기준에게 다가가는)
기준 (천천히 고개를 들어보고, 피식) 패배자를 보러 온 거야?
채연 (책상에 주운 물건 올려놓으며) 패배자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기준 (비식) 다 듣고 온 거 아냐, 차도현한테?
채연 대체, 무슨 말을 들어야 하는 건데, 내가?
기준 ......(진짜 모르는구나) 됐어. 나가주라.
채연 용건 있어서 왔어. 간단히 하고 갈게. 진행하던 일은 이번 주 안에
마무리돼. 그 일 끝나는 대로 연차 낼게. 휴가 주기 싫으면
오빠 맘대로 해고 조치하든 알아서 해. (돌아서 가려는데)
기준 휴가 주면, 원래 니 자리로 돌아오긴 오는 거야?
채연 (멈추고, 돌아보며) 무슨 뜻이야....그게?
기준 그동안 아무렇지 않은 척, 버티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나 버리고 다른 남자 갖겠다는 여자한테 술주정 한번 못했어, 내가.
안달복달 일하면 무능력해 보일까봐 안 보이는 데서 두 배 세 배
노력했어. 그런데 내 그런 노력들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돼버렸어.
(부질없다) 대체 왜 내가 너한테 이런 소릴 하는지 나도 모르겠다.
그래, 가라. 휴가는 얼마든지 써.
채연 이렇게 터질 줄도 아는 사람이었네, 차기준.
내가 떠난다고 했을 때 이래줬음... 좋았을 텐데...
기준 채연아.
채연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털고 일어나. 이런 꼴 보이지 말고
차라리 잘난 척을 해. 그래도 한때 좋아했던 남잔데...
그게 덜 꼴 보기 싫겠다. (나가고)
기준 (모든 것이 허무해진다, 한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는)......
S#37 윤자경의 갤러리 (낮)
윤자경 직원에게 액자와 조명 위치를 조용히 지시하고 있다.
신화란 (E) 그림 하나 선물하고 싶은데.
윤자경 ! (돌아보면 신화란. 가시 박힌) 여긴 어쩐 일이세요?
신화란 귀먹었어? 말했잖아, 선물할 그림 보러 왔다고.
윤자경 (귀찮은) 직원 하나 붙여줄게, 원하는 걸 말하세요, 그럼. (가려면)
신화란 아니, 난 동서가 직접 골라줬음 싶은데. 그림 선물로 받을 사람
동서가 아주 잘 아는 사람이거든.
윤자경 (짜증) 그분이 대체 누군데요?
신화란 우리 그이!
윤자경 (놀라) !!!
신화란 깨어났거든. 그림은 두 번째 인생을 축하하는 선물.
윤자경 (애써 당황한 티내지 않으려고) 사실이라면....기쁜 일이네요.
신화란 암, 기쁜 일이지. 나한텐 분명 그런데... 글쎄 동서한텐 어떨지....?
윤자경 (무슨 소릴 하려고, 쏘아보면) .....!
신화란 나 조만간 승진가 호적에 올라가. 그럼 동서한텐 내가 빼도 박도
못하는 형님인데, 기쁘기만 하겠어, 어디. (웃지만 앙칼지게) 앞으로
호칭에 각별히 신경 쓰라고 경고하러 왔어. 어물쩡 대충 넘어갔단 봐.
가만 안 둬. (통쾌하단 얼굴로 쌩하니 가면)
윤자경 (불쾌하고 어이가 없어서 부르르) !!!
S#38 카페 (낮)
신화란, 좀 불안한 표정으로 음료를 마시며 누군가 기다리고 있다.
마침내 카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는 사람, 리진이다!
신화란 (죄책감과 불안함 숨기고는, 짐짓 밝게) 여기야, 여기!
리진 ......(보다가, 가볍게 목례하고는, 맞은편에 와 앉는다)
신화란 얘기 들었어. 기억...찾았다며?
리진 (담담히) 무슨 일로 부르신 건지...
신화란 (차마 입이 안 떨어지다가) 이런 말 꺼내는 거 너한테 못할 짓이란
것두 알구, 인두껍 쓰고 할 말 아니란 것두 아는데...
(잠시 망설이다가, 결심하고) 도현이 아버지, 깨난 건 알지?
리진 !!! (몰랐던 사실이다)
신화란 그 사람이....널 만나고 싶어 해.
리진 !!! (더더욱 놀라고)
신화란 눈뜨자마자 찾은 사람이 너야.
리진 !!
신화란 그래 알아. 밉겠지. 원망스럽겠지. 죽이고 싶겠지. 그치만...
널 구하러 불구덩이에 들어갔다 그 꼴 된 사람이야.
리진 !!
신화란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는데, 그 사람한테도 속죄할 기회는
줘야 되는 거잖아. 응? 우리 도현일 생각해서라도....
한번만 만나주면 안될까?
리진 (혼란스러움에 눈빛이 흔들리는데서)
S#39 차준표의 병실 (낮)
신화란 병실 문을 열고 들어온다. 입구에 서서 밖을 보면,
그 눈빛에 리진이 떨리는 심정으로 안으로 들어선다.
신화란, 리진의 어깨를 가만 밀어주고는 나간다.
리진 차마 침상 쪽을 쳐다보지 못하며 서 있다가,
천천히...돌아보면, 침대에 앉아 리진을 바라보고 있는 차준표.
차준표 ......(보며, 회한의) 니 엄마를....많이 닮았구나.
리진 (두려움과 혼란스러움에 눈빛이 흔들리는데서)
S#40 도현의 사무실 (낮)
책상 앞에 앉아 서류를 넘겨보고 있는 도현. 그 위로,
서태임 (E) 탐욕에 찌든 괴물들이 아닌, 니 손으로 직접, 바로 세워봐.
도현 ......(고뇌에 빠지는데)
안실장 (노크소리와 함께 들어오는) 위원장님.
도현 (고개 들며) 네. 무슨 일이시죠?
안실장 (잠시 주저하다가) 오리진씨가 지금...아버님 병실에 있는 모양입니다.
도현 !!! (순간 표정 굳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거길 어떻게 알고,
안실장 어머님이 부탁을 하신 모양인데,
도현 !!! (OL, 표정 서늘해지며,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안실장 (걱정 되서 잡으며) 위원장님! 위원장님!
도현 (순간 지잉--느껴지는 두통에 멈칫 선다)
안실장 (살피며) 부사장님.....? 부사장님....! (외치는데서)
S#41 차준표의 병실 (낮)
두려움과 혼란스러움에 눈빛이 흔들리며 서있는 리진이고,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차준표!!
리진 왜...이러세요?
차준표 미안하다....너한테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는 거 안다.
리진 이러지 마세요.
차준표 용서해달라곤 하지 않으마. 하지만....이것만은 말하고 싶었다.
살아있어 줘서 고맙다....내가 이제라도 눈을 뜬 건....
너의 생사를 확인하고, 속죄를 하고 싶어서였을 거야.
리진 (어떻게 반응해야할 지를 모르겠는데)
이때 쾅 소리와 함께 병실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세기!
리진을 자신의 뒤로 보내 보호하듯 막아서고는, 서늘하게,
세기 용서를 받고 싶어? 방법을 알려줘?
차준표 준영아....
세기 (OL, 살벌하게 노려보며) 하루라도 빨리 죽어. 하루라도 빨리
세상에서 없어지라고. 그 방법밖엔 없어. 알아?
차준표 !!!
충격으로 멍해진 차준표의 시선에, 세기의 살벌한 눈빛과 겹쳐지는,
(F.C.-18부 4씬) 불길 앞에서 서늘하게 웃던 어린 세기!
차준표 !!! (어떤 충격으로 멍해지는데)
리진 (세기의 손을 확 잡아채며) 나가자. (문으로 향해가다가 멈추더니)
우리한테 용서와 이해를 강요하지 마세요.
차준표 (본다)
리진 만일 내가 당신을 이해하고, 용서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면,
그건 당신 때문이 아니라, 이 사람 때문일 거예요. 왜냐면,
이 사람이 당신 대신...평생을 내게 미안해했고, 용서를 빌었고,
보호해줬으니까. 그러니까 당신은 그냥...기다리세요.
(하고는, 세기의 손을 잡고 나가버린다)
차준표 ......
S#42 병실 복도 (낮)
리진 세기의 손을 잡고 복도를 걸어온다.
세기 어디 가는 거야?
리진 어디든. 도망치자. (웃으며) 무서웠던 기억으로부터.
세기 (끌려가며 보다가 웃는데서)
S#43 도로 + 긴 터널 (낮에서 밤으로)
놀라운 속도로 차들 사이를 질주하는 세기의 오토바이.
뒷좌석의 리진, 세기의 허리를 꼭 잡은 채 등에 머리를 기대고 있다.
둘이 탄 오토바이가 터널 안으로 쑥 빨려 들어가듯 들어간다.
어두운 터널 속을 달리는 오토바이.
리진 (E) 있잖아, 신군. 뭐 갖고 싶은 거 없어?
세기 (E) ......
리진 (E) 다른 인격들 선물은 모두 골랐는데, 이상하게 신군 선물은
뭘 골라야 할지 모르겠더라.
세기 (E) ......
리진 (E) 말해봐. 갖고 싶은 거 없어?
세기 (E) 줄 수 없을 거야 너는.
리진 (E) 그게 뭔데?
세기 (E) 너.
리진 (E) ......
세기 (E) 거봐. 넌 줄 수 없을 거라고 했잖아.
긴 터널을 지나 터널 밖으로 나오는 오토바이.
밖은 어느새 까만 밤이 되어 있다.
S#44 한강 둔치 다리 밑 (밤)
세기와 리진이 쪼그린 자세로 마주 앉아 뭔가를 하고 있다.
리진 손에 든 스파클러(기다란 폭죽)에 불을 붙이려고 애쓰지만,
바람이 불어 잘 붙지 않는다. 그러다 바람이 잠잠해지고 라이터
불을 붙이는 성공하는 리진. 보면, 세기가 라이더 재킷을 열어서
벌려 바람을 막고 서있다.
세기 (무심한 듯) 뭐해? 얼른 붙여.
리진, 다시 라이터 불을 켜서 스파클러에 불을 붙인 다음
세기한테 하나를 쥐어주고, 다른 하나에 불을 붙여 자신이 든다.
하늘 높이 한껏 치켜든 리진과 달리 허무하게 공중으로
떨어지는 불꽃을 멍—하니 바라보는 세기.
리진 신군, 나 좀 봐봐.
세기 (그제야 리진을 보면)
리진 이 불꽃이 예뻐? (짐짓 환하게 웃으며) 내가 더 예뻐?
세기 (어이없다는 듯 보며) 불꽃.
리진 (짐짓 밝게) 에헷, 그럴 리가...
세기 쓸 데 없는 근자감은 없애.
리진 (세기를 보며) 근데 아까부터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세기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 너랑 영원히 함께 할 방법이
뭐 없나... 그런 생각. (리진을 정시하며) 역시.... 바라는 거지?
리진 .....!!
세기 내가 사라지길.... 바라는 거지?
리진 ......(마음이 아프다)
세기 됐어. 대답하지 마. 알았으니까. (고개를 강 쪽으로 돌리면)
리진 그러지 말고....나 좀 봐봐.
세기 싫어.
리진 내가 보고 싶어서 그래.
세기 (천천히 고개를 돌리면) ......
리진 이 세상에서 내 말이 법이라고 말해준 사람.... 니가 처음이었어.
세기 (쓰게 피식) 사람? 이제야 인격에서 인간 취급을 받는군.
인간에서 남자 취급을 받으려면 시간이...더 필요하겠지?
리진 (마음이 아픈) ......
세기 이럴 거면 날 부르지 말았어야지.
리진 불러내서...미안. 널 만들어내게 해서....미안.
세기 그래서, 선물은?
세기 ......(보다가, 세기의 입술에 입을 맞춰주었다가 떼며) 난 신군한테
받은 게 너무너무 많은데 그걸 갚을 수 있는 선물이 생각이 안 나.
이거 밖에는.
세기 (웃으며) 훌륭한 선택이야. 이별 선물로는 더할 나위 없네.
(리진의 머리를 감싸고 뜨거운 키스를 되돌려 주는 위로)
도현 (E) 떠나기...싫어?
S#45 도현의 무의식
(*4부 16씬에서 처음으로 공재의식이 나타났던 장소)
도현 무릎 위에 손을 모아 쥔 채 앉아있고,
세기 양팔을 뒤로 뻗어 바닥을 짚은 채 앉아있다.
나란히 앉아 정면만 바라보고 있는 두 사람.
세기 바보냐? 당연한 거잖아, 그건.
도현 근데 왜 떠나기로 결심했어?
세기 기억의 봉인이 풀렸으니 이제 나도 필요 없어졌잖아.
도현 너도 같이 살아가는 거야. 내 안에서. 몸과 시간만 내 것일 뿐이지.
필요하면 부를게. 도와줘.
세기 싫어. 너 혼자 해결해. 시간하고 몸을 준다면 모를까.
도현 쎈 척은 혼자 다 하면서 치졸하기는.
세기 어이, 차군.
도현 왜.
세기 명심해. 니가 또다시 세상에 겁을 먹거나, 나약하게 굴면
내가 다시 돌아올 거야. 그러니까 잘 사는 게 좋을 걸?
도현 (말없이 세기를 향해 주먹을 내밀며) 잘 가.
세기 (절대 안 해줄 것처럼 외면하더니, 마지못해 해준다는 듯
주먹만 내밀어 맞부딪쳐준다) 잘 살아.
도현 어이, 신군.
세기 뭐야 또.
도현 너는 나야.
세기 나는 너지. 그러니까 폼 나게 좀 살아.
S#46 한강 둔치 다리 밑 (밤)
리진을 더욱 품에 꼭 껴안으며 입을 맞추는 세기.
리진 이제...마지막임을 직감한다. 그 위로,
리진 (E) 잊지 마. 너희들은 죽는 게 아니라 여전히 살아있는 거야.
대신, 더 이상 흩어진 조각이 아니라, 제 자리에 꼭 맞춰진 퍼즐처럼
더 멋진 그림으로. 차도현이라는 이름의 더 멋진 사람으로.
세기의 목에서 천천히...사라지는 문신.
세기가 떠나갔음을 느끼는 리진과 도현....
허전함과 짠함 울컥함에 눈물이 흐른다.
그렇게 키스를 나누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F.O
S#47 강한 병원 일각 (낮)
(자막) 1년 후.
가운차림의 리진! 밝고 씩씩한 모습으로 걸어오고 있다.
환자들을 만나면 상태를 묻고, 스태프들과는 인사를 해가며.
S#48 강한 병원 / 의국 (낮)
리진 안으로 들어선다. 신선생과 인턴1, 짜장면을 먹고 있다가 본다.
인턴1 오선생님 오늘 오프시죠?
리진 (가운 벗으며) 어.
신선생 요즘 오프 때마다 칼같이 나가네. 살림 차렸냐?
리진 (약간 으스대는) 뭐...상상에 맡기겠어.
신선생 (다 먹은 자장면 그릇 한쪽으로 치우고, 신문지로 대충 덮으며,
부러운) 춘삼월이로구나. 좋을 때다. (양치도구 세트 들고 나가고)
리진 야, 이거 제대로 안 치워? 냄새 난단 말이,
하다가, 그릇을 덮고 있는 신문에 시선이 가는 리진!
‘이번에도 메가톤급 히트! 얼굴 없는 작가 오메가의
추리 로맨스 소설 <킬미 힐미>! 출간과 동시에 20만부 돌파!
리진 !!! (신문을 덥썩 움켜쥐고, 광고 문안을 읽는) 다중인격 장애를
가진 재벌과 여의사의 로맨스....!!! (험악해지는 표정 위로)
# 인서트 (12부 9씬)
리온 (발끈해서) 이게 날 뭘루 보구 진짜. 내가 남의 치부를 소재로
장사할 인간으로 보여?
리진 (살벌한 표정으로 신문을 와락 움켜쥐며) 어 그렇게 보여!
(가운을 확확 벗으며) 딱 그렇게 보여!! 너는 주거써!!!
S#49 대형서점 (낮)
서점 암행 중인 리온. 베스트셀러 서가에 꽂힌 자신의 신간
<킬미 힐미>를 매우 흡족한 미소로 보다가, 매대 위에 죽
깔려있는 자신의 신간 한권을 집는데, 동시에 집는 손!
리온, 보면, 예쁘게 생긴 여대생(특별출연?)이 장화 신은
고양이 같은 눈빛으로 리온을 보고 있다.
여대생 저기 죄송하지만 이거 제가 가져가면 안 될까요? (안쪽으로 접히는
띠지를 펴 보이며) 여기 띠지에 이스터 에그가 있거든요.
리온 (예쁜데 뭔들 못 줘) 넵. 가져가세요. 넵.
여대생 (환해지며)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리온 (흐뭇해서) 오메가 작가 팬인가봐요.
여대생 (득템한 책에 정신 팔린 채) 네. 실물 한 번 보는 게 소원이에요.
완전 원빈 급이라던데...
리온 (몹시 흐뭇하고, 윗주머니에서 만년필 하나 꺼내 건네며) 이거 예전에
제가 오메가 작가한테 받은 만년필인데, 드릴게요.
여대생 (감격) 어머나, 감사해요. 근데 오메가 작가를 뵌 적이 있어요?
리온 어, 뭐....먼 친척뻘이라서요.
여대생 (눈빛 반짝) 제가 커피 한 잔 사고 싶은데, 시간 괜찮으세요?
리온 아우, 넘치죠. (하다가) 아, 제 이름은 오휘라고 합니다. 성함이...
여대생 아, 저는 요나예요. 안요나.
리온 !!! (얼굴의 모든 구멍이 다 커지는데서)
S#50 쌍리 / 뜰 (낮)
퍽! 하고 장작이 쪼개진다. 힙합가수처럼 머리에 수건을 두른
도현이다! 본인은 흡족한 표정인데 누군가 뒤통수를 팍 친다.
아! 아파서 뒤통수를 잡으며 뒤를 돌아보면,
오대오 얀마, 아직도 장작을 패고 있으면 어떡해! 그리고, 젓가락 만드냐?
장작을 이렇게 얇게 패서 뭘 굽겠다고 진짜...어우, 어우!
(킹콩처럼 가슴을 두드리며 가게 안으로 향하고)
도현 (쩝....)
S#51 쌍리 홀 (낮)
지순영 분무기를 뿌려가며 손님 테이블 위를 행주로 닦고 있다.
오대오 (들어오며) 아우, 아우, 암만 봐도 머슴과는 아니야. 일을 너무 못해.
지순영 (뜰 쪽을 기웃거리며) 잘 생겼잖아. 덕분에 여자 손님이 얼마나
늘었는지 몰라.
오대오 쌍둥이들이 청탁하는 바람에 들이긴 했는데, 팍 짜를 수도 없고.
지순영 알바생이 저 정도면 됐지. 게다가 페리 자르면, 리진이랑 웬수지간
될 걸 당신? 말 나온 김에, 우리가 나서서 둘이 짝지어줄까?
오대오 아, 일 년 째 직장이 없잖아 직장이! (딸 바보) 그런 놈 뭘 보구
내 딸을 줘! (에서)
S#52 쌍리 / 뜰 (낮)
빨랫줄에 흰 이불홑청을 탁탁 털어 널다가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는
도현. 햇빛이 좋다. 눈이 부신 듯 찡그리며 미소 짓는 도현.
태양은 따뜻하고, 바람에 이불이 날리고, 마음이 편한...
이때 울리는 휴대폰. 꺼내서 보면, 안실장이다.
S#53 쌍리 / 리온의 방 + 승진 그룹 / 전무실 (낮)
휴대폰을 귀에 붙이고 안실장과 통화하며 들어오는 도현.
책상 앞에 앉아 모니터의 전원 버튼을 누르면
주가의 흐름 한눈에 볼 수 있는 그래프가 뜬다.
도현 (당당한 말투) 지난주 미미제약 합병 인수 건은 잘 처리하셨더군요.
덕분에 제가 가진 주식의 가치가 연일 상종가를 달리는 중입니다.
안실장 별말씀을... 제가 한 일도 아닌데요. 모두 차도현 고문께서 계획하신
일이 아닙니까. 전 지시받은 대로 따랐을 뿐이고.
도현 안실장, 아니 이젠 안전무님이라고 해야 하나요? 모두가 안전무님이
회사에 계셔주셔서 가능한 일입니다.
안실장 그쯤하시죠. 더 하시면 생색내는 걸로 알겠습니다.
도현 (웃고)
안실장 근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 미미제약에서 저희 쪽 손을
들어줄 거라는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 우리 쪽에서 제시한
인수 비용이 제일 낮은 수준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도현 (전문가의 포스 작렬) 3대에 걸쳐 이어 내려온 회사가 아닙니까.
기존 직원들의 고용승계를 조건으로 제시한다면 분명 승산이 있을
거라고 판단했을 뿐입니다.
안실장 하나만 더 묻겠습니다.
도현 말씀하세요.
안실장 승진엔 언제쯤 돌아오실 생각이십니까?
내색하진 않으시지만... 회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도현 (자리에서 일어나며) 글쎄요. 당분간 이대로 지내고 싶은데요?
어차피 치료차 해외로 나가기로 되어있던 거 아닙니까.
지금 제겐 이곳에서 생활하는 하루하루가 새롭고...행복합니다.
안실장 (아쉽지만) 더 이상 강요할 수 없게 만드시는군요. 알아들었습니다.
조만간 놀러가겠습니다. 이번에 가면 고문님이 만드신 맥주는
절대 마시지 않을 생각입니다
도현 (전문가의 포스 온 데 간 데 없고, 당황) 그, 그건 제가 처음 만든
거라서 그런 거라고 몇 번을 말씀드렸습니까.. (전화통화하며 나가는
데서)
S#54 쌍리 앞 (낮)
끼이이익---터프하게 와서 멈춰서는 리진의 차.
험악한 표정으로 내려 차문을 쾅 닫고는 가는데,
리나 밥그릇 들고 나오다가, 딸을 발견하고는,
표정 환해지는 오대오!
오대오 리진아!
리진 아빠, 리온이 어딨어?
오대오 리온이 지금 서점 암행 나가고 없는데? (딸바보) 리진아,
아빠랑 요 앞으로 낚시 갈(까?)
리진 (이미 뜰 쪽을 기웃거리며) 근데, 페리씨는 어디 갔어.....?
오대오 (삐져서 밥그릇을 바닥에 내동댕이치며) 이래서 딸 키워봐야
아무 소용없다는 거야. 관둬! 다 관둬! (들어가고)
리진 ! (그제야 뜨끔해서, 얼른 뒤 따르며) 아빠! 아빠! 잘못했어.
가지마. 나랑 놀자. 노오오오오올자~~~~!!
S#55 야외 일각 (낮)
(*쌍리 근처라 치고 풍경 좋은 야외)
햇빛이 반짝이는 하늘 아래, 자유로움을 만끽하며 바닥에
발랑 누워있는 도현. 그 위로,
세기 (E) 명심해. 니가 또다시 세상에 겁을 먹거나, 나약하게 굴면
내가 다시 돌아올 거야. 그러니까 잘 사는 게 좋을 걸?
떠올리고는 피식 웃는데, 얼굴 위로 갑자기 그림자가 진다.
보면, 도현을 내려다보며 서있는 리진의 얼굴!
리진 여기서 뭐해 혼자?
도현 (웃으며, 반말) 신선놀음.
리진 (벌렁 그 옆에 누우며) 여친이 오프 나왔는데 버선발로 나와
맞이하진 못할망정, 혼자 신선놀음이야? 그러다 도끼 자루 썩는다?
도현 저번에 한국병원 의사들이랑 단체 미팅했던 게 누구였더라?
리진 그 얘긴 하지 마. 차라리 우리 병원 애들이 인물은 낫더라.
도현 신선조 선생이라고 했던가?
리진 신선생이 왜?
도현 너한테 관심 많은 거 같든데?
리진 ! (몸 반쯤 일으켜서 도현의 얼굴을 위에서 내려다보며) 오올~
질투하는 거야 지금? 방금 질투했지? 그치? 맞지?
도현 (대답 대신, 그런 리진의 눈앞에 커플링을 꺼내 보이는)
리진 !!! (보며)
도현 껴. 내 눈앞에서.
리진 (완전 좋지만, 튕기는, 도로 누우며) 일 할 때 방해되는데.....
도현 (리진의 손을 끌어다가 직접 끼워주고는, 자신의 것을 내민다)
리진 (받아서 도현의 손에 끼워준다)
도현 빼기만 해?
리진 커플링은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수갑이라고 하던데.
(웃으며) 나 수갑 찼다!
누운 채로 커플링 낀 손을 하늘 위로 뻗어보는 리진.
그 옆에 커플링 낀 손을 나란히 갖다 대는 도현.
태양 아래 커플링을 낀 두 사람의 손이 반짝인다.
도현 (N) 누구나 마음속에 어두운 지하실이 있다. 외면하고 방관하면,
그 어둠이 짙어진다. 용기 내어 내려가 불을 켜야 한다.
혼자가 무섭다면 누군가의 손을 잡으면 된다.
당신과 함께라면 무섭지 않다.
도현과 리진 마주보며 웃는다.
-<킬미 힐미(Kill me Heal me)>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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