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미힐미 5
S#1 강한 병원 야외 일각 (전회 연결)
안도감에 환해진 표정으로 달리고 있는 리진.
도현 (E) 지금 병원 정문 앞에 와있습니다. 잠깐 만나 뵙고 싶습니다.
달리고 있는 리진의 팔을 잡아채서 돌려세우는 누군가의 손!
순식간에 몸이 돌려지며 누군가의 앞에 세워지는 리진!
보면, 리진의 눈앞에 서있는 남자, 세기!
리진 (반가움에) 차도현씨!
세기 (서늘한 눈빛으로) 그 새 내 눈빛을 잊었군.
리진 !!! (그제야 눈빛 확인하고, 심장 쿵해서) 시....신세기?
세기 빙. 고.
서늘한 표정으로 리진을 바라보는 세기.
긴장된 표정으로 세기를 바라보는 리진.(4부 엔딩점)
세기 (표정 읽고는 서늘하게) 기대했던 만남이 아닌 거 같아 유감이군.
리진 (표정 굳으며) 그럼...문자로 장난친 것도 너야?
세기 확인할 필요가 있었거든. 확인 끝. 리셋 스타트. (하고는, 거칠게
리진의 팔목을 낚아채서는 어딘가로 끌고 가는)
리진 (놀라, 끌려가며) 잠깐! 잠깐만! 어딜 가는 거야, 지금!!!
S#2 강한 병원 / 주차장 (낮)
세기의 오픈카가 주차되어 있고, 리진을 거칠게 끌고 오는 세기.
리진 (안 끌려가려 뻗대며) 놔, 놔봐 쫌!! 이거 놓고 얘기하자고!!
세기 (순간, 반항하는 리진의 팔을 확 끌어당겨 노려보는)
리진 (바로 코앞에 와있는 살벌한 세기의 얼굴에 움찔 겁먹는)
세기 화나게 하지 마. 무슨 짓을 하게 될지 몰라.
리진 (겁먹었지만) 그, 근무 중에 무단이탈은 근신 처분이야. 알아?
세기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나한텐 시간이 별로 없어. (강조) 아직까지는.
리진 ! (어쩐지 불안해지며) 아직까지는...이라니 무슨 의미야?
세기 앞으로는 차도현의 시간이 온전히 내 시간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야.
리진 ! (심장이 쿵 내려앉는 위로, 떠오르는)
S#3 플래시백 (4부 44씬의)
석호필 교대인격이 어떤 계기로 강해졌다면, 주인격과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나타나 주인격의 행동을 지배할 수도 있지.
심한 경우엔 의식과 행동 모두를 지배할 수도 있고.
리진 (!!!) 교대인격이 주인격을 없앨 수도 있단 말인가요?
S#4 강한 병원 / 주차장 (낮)
리진 ! (불안해지는) 차....차도현씨 지금 어딨어?
세기 (비식 웃으며) 겁먹고 찌그러져서 잠들어 있어. 한동안은 못 일어날
거야. 내가 제대로 겁을 줬거든. (순식간에 표정 식으며) 살리고
싶으면 조용히 따라 와.
S#5 국도 (낮)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고 있는 세기의 오픈카. 그 위로,
고막을 찢을 듯이 울려 퍼지는 음악소리와 리진의 비명소리!
S#6 달리는 세기의 오픈카 안 (낮)
리진 (공포) 아아아아아악! 속도 좀 줄여! 속도 줄이라고오오오---!!
세기 (서늘하게 정면을 응시한 채 운전만)
리진 (화나서 버럭) 내 말 안 들려? 뛰어내리기 전에 당장 세우라고!!!
하는데, 리진의 가운 주머니에서 울리는 휴대폰.
꺼내서 보면 석호필이고. 리진 얼른 받으려는데,
거칠게 휴대폰을 뺏어 창문 밖으로 홱 던져버리는 세기!
기가 막히는 리진, 바닥에 떨어져 있는 도현의 휴대폰을 발견하고,
집는데, 그마저도 낚아채서는 창밖으로 던져버리는 세기!
리진 (터지며)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정말!!! 말도 안 하고 근무지를
이탈했는데, 병원에 전화는 해줘야 될 거 아냐!!!
세기 (무섭게 버럭) 말했잖아! 나한테 허락된 시간이 별로 없다고!
우릴 방해하는 물건은 없애는 게 좋아!!
소리치고는 살벌한 표정으로 풀악셀링하는 세기!
순식간에 RPM이 치솟으며 무서운 속도로 질주해가는 오픈카!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고 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는 리진에서!
S#7 강한 병원 / 주차장 (낮)
끼이이익---빠르게 달려와 멈춰서는 안실장의 차!
차문을 열고 내리자마자 다급히 달려가는 안실장.
S#8 강한 병원 / 석호필의 방 (낮)
불안한 표정으로 창가 앞을 서성이고 있는 석호필.
노크소리와 함께 벌컥 문이 열리며 안으로 들어서는 안실장.
안실장 부사장님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니, 무슨 말씀이십니까?
석호필 (OL) 아무래도 세기가 오선생을 납치한 거 같습니다.
안실장 !!! (입이 벌어진다) 납치라니요?
석호필 차군과 비슷한 인상착의를 한 남자가 오선생을 차에 태워 가는 걸
본 사람이 있습니다.
안실장 !!! (덜컹 불안해지며) 세기가 오리진씨를 왜.....!
석호필 모르겠습니다. 행동이 거칠었다고 하니 세기라고 짐작할 뿐,
어쨌든 오선생이 위험해지기 전에 경찰에 신고를,
안실장 (다급히, OL) 안 됩니다! (간곡함을 섞은 단호함) 아시지 않습니까?
경찰이 개입되면 부사장님이나 승진그룹 모두 곤란해집니다.
석호필 (기막힌) 그럼, 오선생의 안전은 어찌 돼도 상관없다는 말씀입니까?
안실장 지금 사람을 써서 알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니 시간을 좀,
석호필 (OL, 터지며) 저번 폭탄 사건을 포함해서 이번이 벌써 두 번쨉니다!
세기가 얼마나 위험한 놈인지 잊으셨습니까? 무엇보다 오선생은
여잡니다!!! (격앙되는데서)
S#9 호텔 앞 (낮)
끼이이익--호텔 앞에 멈춰서는 세기의 오픈카.
급브레이크에 몸이 앞으로 확 쏠렸다가 뒤로 확 젖혀지는 리진.
주변을 살펴보다가 호텔 앞임을 알고 경악한다.
리진 (세기를 홱 돌아보며) 뭐 하자는 짓이야 이게?
세기 (대답 없이, 조수석 문을 열고 리진을 끌어내리는)
리진 (끌어내려져서, 뿌리치며) 날 여기에 데려온 이유가 뭐냐고!
세기 너한테 선택할 기회를 주려는 거야.
리진 내가 뭘 선택해야 되는데!!
세기 차도현과 나.
리진 (기막힌) 뭐?
세기 둘 다는 안 돼. 둘 중 하나만 선택해.
리진 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지금!! 차도현씨와 너는 어차피
한 사람이야!!
세기 (무서운 표정으로 버럭) 닥쳐!! 나는 차도현이 아니야!!!
리진 (그 기세에 움찔 겁먹는, 천천히 뒷걸음치다가, 홱 돌아 도망가려면)
세기 (OL) 이대로 차도현을 죽일 셈이야?
리진 (순간 멈칫 정지되는, 천천히 돌아보면)
세기 니가 여길 떠나는 순간, 차도현은 죽어. 잊었어? (예의 그 ‘Mors
Sola’타투를 보여주며) 죽을 때까지 한 몸. 내가 (손바닥으로 목
긋는 시늉) 내 목을 따면 그 순간 차도현도 함께 죽는 거야.
리진 !!! (눈앞 아득해져서) 나, 나한테 이러는 이유가 뭐야.
세기 말했잖아. 선택할 기회를 주겠다고.
리진 (늪에 빠진 느낌이고)
세기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하겠어? 그럼 들어가보자고. 궁금하지 않아?
저 안에서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지....(즐기듯 미소를 짓는 위로)
석호필 (E) 세기는 지금껏 수많은 여자문제를 일으켜왔습니다!
S#10 강한 병원 / 석호필의 방 (낮)
석호필 문젠, 놈이 단 한 번도 진심인 적이 없었다는 겁니다.
놈에겐 자유와 방종만 있을 뿐, 책임감이나 절제력 따윈
없습니다. 이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모르시겠습니까?
안실장 (불안하지만, 진정시키는) 아직까지 어린 아이와 여자에게 위해를
가한 적은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저에게 시간을 좀....(하는데,
휴대폰 울리는, 번호(이름 없이 뜬) 확인하더니, 서둘러 받으며)
어떻게 됐습니까? (표정 험악해지더니, 격앙된 목소리로 버럭)
대체 일을 어떻게 하고 있는 겁니까!
S#11 심부름센터 (낮)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와 팩스 음, 통화소리 등으로 어수선한 심부름
센터 안. 네댓 명의 직원들이 각자의 컴퓨터 앞에 앉아 위치추적,
통화 내역, 신용 카드 사용 내역 등을 조회 중이고, 그 사이를
바삐 오가며 안실장과 통화 중인 센터장!
센터장 진정하세요. 금방 잡습니다. (직원1이 컴퓨터 화면을 센터장 쪽으로
돌려 보여주면, 화면에 뜬 도현과 리진의 휴대폰 사진, 끄덕이고는)
마지막으로 위치추적 된 곳이 **시인데, 그곳에 버려진 타겟
두 명의 휴대폰을 우리 직원이 발견했습니다. (직원2가 빠르게
다가와 건네는 A4용지를 보며) 방금 신용카드로 오픈카를 구입한
사실도 확인됐네요. (직원3이 건네는 오픈카 브로슈어를 받아서 보며)
오픈카 모델 사진도 확보했습니다. (하는데)
직원1 (현장 직원과 통화하다가 소리치는) 반장님! 지금 **시의
***호텔에서 타겟원의 차가 발견됐답니다!
S#12 강한 병원 / 석호필의 방 (낮)
안실장 (들었다) !!!!
석호필 (안실장 표정 살피며, 덜컹 불안해지는) 왜 그러십니까?
안실장 (이내 정신을 수습하고는, 침착하지만 매섭게) 일단, 타겟투의
안전 확보가 우선입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타겟원을
제압하되, 타겟원의 안전 역시 확보되어야 합니다. 듣고 있습니까?
대단히 위험한 상황이니 숙련된 직원들을 현장으로 보내세요!!!!
S#13 호텔 / 스위트 룸 (낮)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무언가를 바라보며 서있는 리진.
리진 (손가락으로 멍하니...뭔가를 가리키며) 저것이....무엇입니까?
하고 보면, 침대 위에 떡하니 앉아있는 커다란 곰인형!
게다가, 방 안 가득 떠다니고 있는 알록달록한 풍선들!
한쪽에 세워져 있는 레고로 만든 커다란 로봇들!
리진의 주위에 깔려있는 장난감 기차 레일(꽤 고가의)!
리진 (차라리 공포스러운) 저것은....곰입니까?
세기 (팔짱 낀 채, 벽에 삐딱하게 기대서서) 누가 봐도 곰이잖아.
리진 그러니까 곰이 왜 저기 떡하니 앉아있냐는 거지, 내 말은.
세기 좋아했잖아.
리진 (황당) 누가? 내가? 언제?
세기 (미간이 살벌하게 꿈틀) 아니야 이거?
리진 ! (움찔해서 얼른) 아, 아니, 따, 딱히 싫어하지는 않는데,
세기 (이내 리모컨을 찾아 손에 쥐고는) 그럼 이건 어때.
리모컨을 꾹 누르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리진 주변에 깔린
레일 위를 달리기 시작하는 기차!
리진 ! (당황스러운) 저, 저기, 혹시 그쪽이 보기에 내가 많이 모지라
보이나? 아님 정신연령이 많이 낮아 보여 내가?
세기 (표정 일그러지며) 이것도 아니야? 그럼 이건.
다른 리모컨을 꾹 누르면, 천장에서 툭! 떨어지는 걸개그림.
두둥! 월트 디즈니의 <미녀와 야수>그림이고.
리진 (당황!) 저기, 내가 의도를 몰라서 묻는 건데, 이거...웃기려는....거야?
세기 (표정 살벌해지며) 이게 웃겨?
리진 (섬뜩해서, 얼른) 우, 웃기려는 건 아니구나. 그, 그럴 거 같긴 했어.
세기 그럼 이건 어때? (하며, 선물상자 하나를 집어 든다)
리진 (반짝) 그래, 그건 뭔가 있어 보이네!
리진의 말에 용기를 얻은 세기, 여봐란 듯 리진을 향해 뚜껑을
확! 열어 보이면, 안에서 꺄울~! 튀어나오는 광대인형!
뭥미? 싶은 얼굴로 멀뚱멀뚱 세기를 바라보는 리진.
실망과 분노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지는 세기에서.
세기cut (룸서비스용 디쉬커버를 짠! 열어 보이면, 베어브릭이 놓여있는)
리진 ? (멀뚱멀뚱 보다가 뒤늦게) 엄마야! (놀라보지만, 틀렸고)
세기cut (디쉬커버를 열면, 짠! 심벌즈를 치는 원숭이 인형)
리진 (눈치를 살피며, 뒤늦게) 하하....하하하.....
세기cut (디쉬커버를 열면, 짠! 알사탕 반지)
리진 (눈치를 살피며, 용기 내어) 먹으...라는 거지?
세기 (드디어 폭발하며) 이런 젠장! 대체 니가 원하는 게 뭐야!
리진 (울고 싶은) 대체 나한테 이러는 이유가 뭐야?
세기 차도현 말고 날 선택해달라는 뜻이잖아!
리진 여기가 무슨 애정촌이야? 왜 짝짓기를 못해서 안달이야?
세기 말했잖아! 둘 다는 안 된다고! 선택해. 나야 차도현이야?
리진 아, 뭘 자꾸 선택하래? 어차피 너랑 차도현씨는 한 몸뚱아리,
(하다가, 순식간에 서늘해지는 세기를 보고 찔끔해서) ....를
사용하지만, 엄연히 다른 사람이지, 암, 다른 사람이고말고.
(달래듯) 둘 다 매력이 쩔어서 그러니까, 나한테 고민할 시간을 좀,
세기 (OL) 말했잖아! 나한텐 시간이 별로 없다고! (버럭질 하고는)
안되겠군. 따라와. (리진의 손을 잡아끌며 밖으로 향하고)
리진 아놔, 이러다 긴팔원숭이 되겠네. 어딜 가는 건데 또오오?
S#14 불꽃놀이 행사장 내 야시장 (밤)
불꽃놀이 문화 축제 행사장 내에 선 야시장.
LED조명 아래 각종 물건들을 내놓은 부스들이 즐비하고,
불꽃놀이를 기다리며 쇼핑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로 활기차다.
그 인파 속을 헤치며 리진의 손을 잡고 걸어오는 세기.
리진 (끌려오며) 나 정말 궁금해서 묻는 건데, 어디 가는지 먼저
알려주고 가면, 지구 평화가 위협받나? 남북통일에 방해 돼?
세기 그 의사 가운 짜증나. 춥기도 하고.
하다가, 티셔츠를 팔고 있는 부스를 발견하고는 그리로 가는 세기.
매대 위에 놓인 옷들을 홱홱 던져가며 옷을 고르기 시작하고.
리진 (세기가 날리는 옷들을 잡아채며) 뭐 하는 짓이야, 이게?
세기 (판매원에게) 이렇게 얇은 옷 밖에 없나? 촌빨은 옵션이고?
판매원 (짜증 섞인) 손님, 물건을 이렇게 헤집어 놓으면 어떻게, (하다가,
세기의 살벌한 눈빛에 움찔! 해서)....할까 했는데, 다시 잘 정리해
놓으면 되겠네요. (얼른 알아서 옷들을 착착! 정리하는데)
세기 그거 따뜻해 보이는군.
판매원 ??해서 보면, 남녀 판매원이 세트로 입고 있는 두툼한
야상 코트(*라쿤털 후드가 달린)!
S#15 불꽃놀이 행사장 일각 (밤)
판매원들이 입고 있던 야상을 차려입은 세기, 마치 커플룩처럼
똑같은 야상을 입은 리진의 손을 잡아끌며 오고 있다.
리진 (못마땅해서 잔소리) 이건 셔틀이야! 삥 뜯는 거랑 대체 뭐가 달라?
세기 원가보다 세 배 넘는 돈을 주고 삥 뜯는 또라이도 있나?
리진 그 돈도 니 돈 아니잖아. 차도현씨 돈이지.
세기 차도현 돈이 곧 내 돈이야.
리진 (순간 우뚝 멈춰 서는) 아니, 이런 뻔뻔한 인격 좀 보게?
너랑 차도현은 다르다면서. 그럼 니 돈은 니가 벌어 써야
이치가 맞는 거 아냐?
세기 차도현은 버는데 소질 있고, 나는 쓰는 데 소질 있고, 각자 개성과
소질을 발휘해가면서 살겠다는데, 무슨 문제 있나?
리진 있지! 당연히 있지! 너는 쓰고, 놀고, 사고치고, 사라져버리면
그만이지만, 차도현씨는 니가 무책임하게 벌여놓은 일들을
수습하느라 매일매일을 고군분투하고 있어. 미안하지도 않아?
세기 (기분 상하기 시작하는) 진정한 의미의 공존이지. 내가 밥맛없는
차도현을 견뎌내는 유일한 이유기도 하고.
리진 (기막힌) 그게 어떻게 진정한 의미의 공존이야? 강화도조약에
버금가는 불평등 조약,
세기 (기어이 터지며, OL) 닥쳐!
리진 !!! (움찔)
세기 내가 아니면 그 자식은 벌써 죽었어! 나약해 빠진 그 새끼를
위험에서 구해주고, 힘든 일을 대신 해 준 건 바로 나야!
리진 (세기의 서슬에 겁먹는) 알았어. 미안해. 내가 주제넘었어.
세기 (살벌해진 눈빛으로 리진을 향해 다가오며) 그 자식이 날
만들어냈을 땐, 날 감당할 책임도 함께 있는 거라고!
리진 (물러나며) 알았어. 미안해. 사과할게.
세기 (다가오며) 나랑 있을 때 다시는 그 새끼 이름 입에 올리지 마.
리진 (물러나며) 알았어. (마치 목을 조를 듯, 두 손을 들어 올리는
세기의 모습에 헉! 하얗게 질리며) 알았어! 알았다고!!!
소리치며 두 눈을 질끈 감아버리는 리진, 문득 어떤 느낌에 눈을
떠보면, 리진이 입고 있는 야상의 목 단추를 채워주고 있는 세기.
리진 !!!
세기 (리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후드를 씌워주고, 주머니에서
뜨거운 캔 커피를 꺼내 리진의 손에 쥐어주고는, 뒤돌아 가버리는)
리진 ......(손안에 캔 커피를 바라보다가) ......(세기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
S#16 불꽃놀이 행사장 / 광장 (밤)
불꽃놀이를 관람하기 위해 모여든 인파로 북적이고 있는 광장.
그 인파 속을 혼자 걸어오고 있는 세기.
리진 (E) 삐졌어?
소리에 보면, 언제 왔는지 세기 옆에서 나란히 걷고 있는 리진.
세기 ......(보다가, 고개 돌리는)
리진 아아....인격도 삐지는구나.
세기 (찌릿 쳐다보는)
리진 (움찔해서, 얼른 말 돌리는) 근데 내가 불꽃놀이 좋아하는 거
어떻게 알았어?
세기 보고 싶어 했잖아. 오래 전부터.
리진 아, 또 시작이네. 도대체 내가 언제, (하다가 멈칫, 떠오르는)
(F.C-4부 16씬)
도현 혹시 예전에 저를, 아니 세기를 만난 적이 있습니까?
리진 (세기 앞으로 와서 서며) 혹시 겨울연가를 감명 깊게 봤나?
세기 (찡그리며) 무슨 소리야?
리진 죽은 첫사랑이랑 내가 닮았냐고.
세기 ......(리진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아니.
리진 안 닮았어?
세기 안 죽었어.
리진 (멈칫 보면)
세기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리진을 바라보며) 살아있어. 다행히.
리진 ......! (왜 일까? 심장이 쿵하고, 울리는데)
순간, 펑----! 불꽃이 터지는 소리. 리진, 반사적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면 또 다시 펑----!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는 불꽃!
와아아----! 감탄과 흥분의 환호성들. 연이어 터지는 불꽃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아이처럼 천진한 미소를 짓는 리진.
세기 (그런 리진을 보며) 이번 선물은 마음에 드나?
리진 (불꽃을 바라보는 채로 끄덕끄덕) 불꽃놀이 싫어하는 사람도 있나?
세기 영원히 계속됐으면 좋겠지 않아?
리진 (불꽃을 바라보는 채로 끄덕끄덕) 그렇지.
세기 마찬가지야 나도. 나도 너랑 영원히 함께 했으면 좋겠어.
리진 ! (순간 식겁해서 세기를 보며) 아니, 뭔가 오해를 한 모양인데,
내 말은 저 불꽃이 영원했으면 좋겠다는,
세기 (OL) 차도현을 잠재워줘.
리진 ! (순간, 멈칫 굳어버리는)
세기 영원히 깨어날 수 없게.
리진 ! (굳어있는 얼굴 위로 떠오르는)
(F.C-4부 10씬)
도현 혹시....세기를 만났을 때 뭔가를 부탁받지 않으셨습니까?
세기 그 자식과 시간을 나눠 쓰고 싶지 않아. 너랑 함께 있으면서
내가 또 언제 사라지게 될까 걱정하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해줘. 날 위해서. 너....의사잖아.
리진 (도현이가 말한 게 이거였구나!) 나는......못해.
세기 아니. 너는 하게 될 거야.
리진 (마음 다잡고, 단호하게) 못해 나는.
세기 아니, 하게 될 거야. 내가 그렇게 만들어줄게.
한손으로 리진의 머리를 감싸 안고 그대로 입을 맞추는 세기.
순간 그대로 얼어붙는 리진. 갑자기 주위의 모든 소음이 사라지고,
그 완벽한 적막 위로 누구의 것인지 모를 심장소리만 쿵쾅쿵쾅...
들려온다. 사람들의 시선은 온전히 밤하늘에 쏠려있고, 소음마저
모두 사라진 그들만의 세상. 아름다운 불꽃이 쏟아져 내리는
밤하늘 아래서 나누는 입맞춤...어느 순간 리진, 가만히 눈을 감는다.
어느 순간 세기, 미세하게 미간이 꿈틀한다. 점점 더 미간이
좁혀지다가....눈을 뜨는데, 도현이다!
리진과 입을 맞추고 있는 자신을 깨닫고 놀라는 도현.
양손으로 리진의 어깨를 잡아떼고는 리진의 두 눈을 바라본다.
도현의 눈빛을 알아본 리진, 놀란다. 순간 사라졌던 소음이 다시
되살아난다. 그 소음과 함께 현실로 돌아온 도현과 리진이
멍....하니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S#17 불꽃놀이 행사장 / 주차장 (밤)
안실장의 차가 달려와 멈춰 선다. 일각에서 기다리고 있던 심부름
센터 직원 세 명이 알아보고 달려온다. (*직원들은 모두 경호원처럼
보이는 다부진 체격)
안실장 (다급히 차에서 내리며) 찾았습니까?
직원4 불꽃놀이 행사 때문에 인파가 몰려 쉽지가 않습니다.
안실장 일단 갑시다. (다급히 행사장 쪽으로 달려가고)
직원들 (따라 뛰어간다)
S#18 불꽃놀이 행사장 / 광장 (밤)
여전히 충격과 혼란스러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서로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두 사람. 도현 떨리는 심정으로 어렵게 입을 뗀다.
도현 이게 대체.....어떻게 된 일입니까?
리진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
도현 오리진씨가 왜 여기 있는 겁니까?
리진 (눈빛 흔들리며 보다가, 몸을 홱 돌려 도망간다)
도현 (쫓아가, 잡아챈다) 세기와 있었던 겁니까? 대답을 좀 하세요!
리진 차, 차도현씨가 실종됐다는 소릴 듣고 걱정 돼서...음성을 남겼는데...
세기가 답문을 보냈어요. 차도현씨 이름으루.
도현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뜨며, 미치겠는) 대체 제 경고를 어디루
들은 겁니까? 전화는 하지도, 받지도 말아라, 세기는 위험한 놈이니
가까이 하지 말아라! 잊었습니까? 못 들은 거예요? 아니면,
미친놈이 한 소리, 그냥 쓰레기통에 처박고 말잡니까?!!!
소리치는 순간, 도현을 발견한 심부름센터 직원들이 달려와 도현을
제압한다. 한순간에 팔이 뒤로 꺾이며 바닥에 납작 눌려지는 도현!
놀라서 보는 리진!
안실장 (뒤이어 달려와) 낮에 전화 드렸던 안실장입니다. 괜찮으십니까?
리진 (놀란 채로) 전 괜찮아요. 근데, (저 사람 차도현이다, 하려는데)
도현 (제압된 채로) 안실장님, 접니다.
안실장 (도현을 보지만, 완전히 믿지 못하겠고)
도현 저라구요 안실장님!!!
안실장 (맞냐고 묻듯 리진을 보면)
리진 차도현씨 맞아요. 풀어주세요.
안실장 (직원들에게 끄덕 고갯짓을 하면)
직원들 (도현을 풀어준다)
리진 (도현이 풀려나자마자) 믿을만한 분이 오셨으니 저는 이만
가볼게요. 그럼. (도망치듯 인파 속으로 달려간다)
도현 (안실장에게) 병원까지 모셔다 드리세요. 많이 놀랐을 겁니다.
안실장 (리진의 뒤를 쫓아가고)
도현 (혼란과 절망으로 바라보다가, 문득 자신이 입고 있는 야상코트를
내려다보며) ......
석호필 (E) 결국 걱정하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군.
S#19 강한 병원 / 석호필의 방 (밤)
머리가 아픈 듯 이마를 감싸 쥐는 석호필.
리진 걱정 마세요. 양쪽 모두 다시는 만나지 않을 생각이니까.
석호필 너만 피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야. 니가 피하면 오히려 집착이 더
심해질 수도 있어. 어쨌든 이대로는 위험해. 당분간 집에 가 있어.
리진 (이미 혼자 생각에 빠져있는) ......
석호필 대외적으로는 근신처분 정도로 말해둘 테니까, (하다가, 멍 때리고
있는 리진을 살피며) 오선생. 듣고 있어?
리진 ......
석호필 오선생!
리진 (그제야 퍼뜩) 네? 뭐라고 하셨죠?
S#20 강한 병원 / 의국 (밤)
리진, 여전히 멍...한 표정으로 집에 갈 짐을 배낭에 챙기고 있다.
세기 (E) 해줘. 날 위해서.
리진 (순간, 배낭에 옷을 넣던 손이 멈칫)
세기 (E) 차도현을 잠재워줘.
리진 (혼잣말로) 나는....못해.
세기 (E) 아니, 하게 될 거야. 내가 그렇게 만들어줄게.
(F.C) 리진의 머리를 감싸 안고 키스를 하던 세기.
리진 (심장이 두근두근)
(F.C) 키스 후에 멍....하니 표정으로 리진을 바라보던 도현.
리진 (이것도 두근두근)
혼란스러워지는 리진. 아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양손으로 머리칼을 마구 쥐어뜯는.
리진 나 대체 누구랑 키스한 거니? (심장을 주먹으로 쿵! 치며)
얜 또 누구 땜에 뜀박질이냐고! (울고 싶은 심정이고)
S#21 도현의 집 / 욕실 (밤)
역시 혼란스러움을 떨쳐내려는 듯 열심히 세수를 하고 있는 도현.
(*거울은 깨져있어야 합니다. 4부 58씬에서 도현이 깨뜨렸어요)
(F.C) 키스 후에 서로를 멍...하니 바라보던 도현과 리진.
떠올리며, 기분이 묘하면서도 이상한.... F.O
S#22 실내 식물원(온실) (낮)
크고 작은 꽃과 나무들, 소형 분수 따위가 있는 실내 식물원 풍경.
한산한 온실 일각에 마치 비밀리에 접선이라도 하듯
벤치에 약간의 거리를 두고 나란히 앉아있는 도현과 석호필.
점심시간을 이용한 만남이라 바게트 샌드위치와 테이크아웃 커피.
석호필 (시선은 정면) 오선생은....잠시 집으로 보냈어.
도현 (역시 시선은 정면) ....죄송하게 됐습니다....
석호필 (샌드위치 하나 집어 포장 벗겨내며) 남자 둘이 비밀연애 하는 것도
아니고, 언제까지 남들 눈 피해 은밀하게 위대하게 비밀접선을 할
생각이야? (포장 벗긴 샌드위치를 손만 뻗어 도현에게 건네며)
이건 근본적인 해결책이 못 돼. 치료효과도 없고.
도현 ....(역시 손만 뻗어 받으며)....
남녀커플 한 쌍이 지나가며 그런 두 사람을 힐끔거리면,
석호필, !! 그런 거 아니라고, 양손을 저으며, 열심히 어필하는데,
도현 박사님.
석호필 엉? 왜.
도현 어쩌면 오리진씨가....세기의 첫사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석호필 (!!) 뭐?
도현 (생각에 빠진 채) 뭔가....이상해요. 오리진씨를 대하는 놈의
행동이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리진 (F.C-3부 27씬 편집) 기억해. 내가 너한테 반한 시간.
도현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고,
리진 (F.C-3부 27씬) 이 얼굴을 한 신세기는 나 하나 뿐이야.
도현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리진 (F.C-3부 27씬) 나는 유일해. 그러니까 너는, 내 눈빛을 기억해.
도현 이름과 눈빛을 기억해 달라고 어필했습니다. 게다가 생각해보면...
인격이 바뀌기 전후의 상황 속에 늘 오리진씨가 있었습니다.
(보며) 혹시...오리진씨가 인격 교대의 스위치가 아닐까요?
석호필 !!!
도현 어쩌면, 제가 모르는 과거의 언젠가...세기가 오리진씨를
만난 적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S#23 강한 병원 / 석호필의 방 앞 복도 (낮)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머리를 갸웃거리며 걸어오고 있는 석호필.
‘이게 대체 말이 되는 말이야, 안 되는 말이야?’ 머리를 북북
긁으며 방문을 열고.
S#24 강한 병원 / 석호필의 방 (낮)
석호필 들어오면, 책상을 정리하고 있다가 돌아보는 박선생.
박선생 점심 맛있게 드셨어요?
석호필 (코트 벗어 옷걸이에 걸며) 나 외래 두 시부터 맞지?
박선생 네.
석호필 (옷걸이의 가운으로 갈아입으며) 콜 온 데 없고?
박선생 (메모 찾아 건네며) 의학자문 요청이 왔길래 일단 번호만
받아놨습니다. 혹시 몰라 교수님 핸드폰 번호는 안 알려줬구요.
석호필 (가운에 팔 꿰며 메모 받아서 보는 위로)
기준 (E) ID 엔터 차기준이라고 합니다, 박사님.
S#25 기준의 사무실 (낮)
책상 의자에 앉아 통화 중인 기준.
기준 다름이 아니라, 저희가 이번에 메디컬 스릴러 영화를 제작하게
됐는데요, 박사님을 찾아뵙고 고견을 듣고 싶어 연락드렸습니다.
하하하. 바쁘신 거 압니다. 시간 많이 뺏지 않겠습니다.
네, 그럼 일간 제가 병원으로 찾아뵙겠습니다.
끊고는, 씩 웃더니 야구공을 공중에 붕 던졌다 받는 기준.
똑똑 노크소리와 함께 안으로 들어서는 최실장.
최실장 (준비한 보고서를 얌전히 내려놓으며) 지시하신 강한 병원
오리진 선생과 석호필 박사의 프로필입니다.
기준 (여전히 야구공을 던졌다 받았다하며) 최실장님. 사냥 해보셨습니까?
최실장 헌팅....말씀하시는 겁니까? (수줍게 웃으며) 젊을 땐 곧잘.....
기준 사냥의 묘미가 뭔지 아십니까?
최실장 (괜히 흐뭇해지며) 침 발라 놨던 사냥감을 포획했을 때?
기준 아니죠. (공중에 던졌던 야구공을 홱 낚아채며) 사냥감을 몰아갈 때...
코너에 몰린 사냥감을 마주 했을 때....그때가 제일 짜릿하죠.
S#26 승진그룹 로비 (낮)
회전문을 밀며 안으로 들어서는 도현. 그 위로.
석호필 (E) 말해. 솔직하게.
S#27 플래시백 (22씬에서 이어지는)
석호필 오선생이 스위치로 작용했든 안 했든, 놈이 강해진 것만은 확실해.
공재의식이 나타났다는 건 명백한 위험징후야. 새로운 인격이
출현한 것 또한 마찬가지고. 만일...놈이 여기서 더 강해진다면,
위험해지는 건 오선생뿐만이 아니야.
도현 ......
석호필 (보며) 주변 사람을 지키려면 솔직해져야 해. 솔직히 털어놓고 양해와
도움을 청한다....그것만큼 안전한 방법은 없어.
S#28 승진그룹 로비 (낮)
떠올리며 무거운 한숨을 내쉬는 도현인데,
채연 (E) 앓느니 죽어. 목마른 사람이 샘 파야지 어느 세월에 기다려.
도현 ......! (소리에 멈칫, 표정)
보면, 양손에 커다란 소품 상자 안고(상자 위에는 도면 네댓 개가
위태위태하게 올려진), 어깨와 귀 사이에 휴대폰 낀 채로 통화를
하며 걸어오고 있는 채연.
채연 내가 지금 가지구 가니까, (자꾸만 밑으로 쳐지는 상자를 무릎으로
쳐 올려가며) 애들 두 명 더 올려 보내 나머지 실구 와.
(전화 끊다가, 물건을 바닥에 와르르 쏟고 마는)
도현 (반사적으로 달려가려다가 멈칫, 서는)
채연 내가 미쳐. (앞머리 한 번 훅 불어 넘기고는 퍼질러 앉아
물건 담기 시작하는)
도현 ......(보다가, 애써 외면하며 가는, 그러다 우뚝 멈춰서는,
결국 두 눈 한 번 감았다 뜨고는 가서 도와주는)
채연 아, 감사합, (하다가 멈칫 도현을 보는)
도현 ......(시선 내린 채로, 물건만 줍는)
채연 ......(괘씸한 표정으로 보다가, 시선 내려 물건 줍는)
도현 ......(안보는 채로) 왜 안 도망가. 도망 가랬는데.
채연 ......(안 보며) 아무런 이유도 없이, 니가 도망가라고 하면 난 그냥
도망가? (결국 물건 탁 던지듯 놓고, 보며) 애견 훈련시켜 지금?
애견훈련도 이런 식이면, 동물보호 협회에 고소당해. 적어도 간식
줘가며, 머리도 쓰다듬어 줘가며, 납득이란 걸 시킨다구.
도현 ......(피식) 너무 멀리 간다 너.
채연 사람대접 이렇게 하면 안 되지. 이율 대고 상댈 납득시켜야지.
그게 예의지. 관곈 그렇게 정리하는 거야. 말해봐. 이유, 있잖아.
도현 (눈 맞추고 보며).....
채연 (안 피하고 보며)......
석호필 (E) 말해. 솔직하게. 그것만큼 안전한 방법은 없어.
도현 (말해야 할까? 눈빛 흔들리는) .....
채연 (기다리는데) ......
직원1 (E) 팀장님!
도현,채연 ! / ? (보면)
직원1 (달려와) 두세요. 제가 할게요. 어? 부사장님?
도현 (순간 얼른 일어나, 엘리베이터로 향하고)
채연 도현, (하다가) 부사장님! 부사장님! (버럭) 야 차도현!!!!
S#29 도현의 사무실 (낮)
문을 쾅 열고 들어와 의자에 털썩 앉는 도현. 잠깐 순간 채연에게
비밀을 말할 뻔 했다는 아찔함에 넥타이를 느슨하게 푸는데.
안실장 (E, 좀 화난) 사장님 지시가 확실해?
최실장 (E) 아, 그렇다니까요!
벌컥 문이 열리며 들어서는 최실장(A4용지 더미가 잔뜩 실린
손수레를 끌고 온)과 안실장, 도현을 발견하고 멈칫하는.
안실장 (어쩐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오....오셨습니까?
도현 (최실장 보며) 뭡니까 그게?
최실장 (난처한 표정으로 있다가) 사장님 지십니다. (손수레를 놓고는
꾸벅 인사하고 도망치듯 나가버리는)
도현 ? (봤다가, 묻듯이 안실장을 보면)
안실장 (선뜻 대답 못하고 난처한 표정 짓는 데서)
S#30 기준의 사무실 앞 복도 (낮)
화난 표정으로, 느슨하게 풀어놨던 넥타이를 다시 제대로 묶으며
기준의 사무실을 향해 가고 있는 도현.
S#31 기준의 사무실 (낮)
한쪽에 쌓여있는 결재서류들을 검토하며 사인을 하고 있는 기준인데,
벌컥 문이 열리고 화난 표정으로 들어서는 도현.
도현 뭐 하자는 거야 지금.
기준 (일하는 채로) 머리 떼구 꼬리 떼면 무슨 소린지 못 알아듣지 내가.
도현 재심에, 삼심에, 최종심까지 거쳐 파쇄기에 들어갈 일만 남은
시나리오 이천 편을, 대체 무슨 의도로 다시 검토하라는 거야!
기준 (결재 사인하며 피식) 사장님 지시에 항명하는 거냐?
도현 견제치곤 너무 일차원적인 거 아냐? 날 회사에서 소외시키고 싶으면,
좀 더 고차원적인 이율 대라고! 이런 유치한 장난 말고!
기준 (결재서류 탁 덮으며) 내가 널 뭘 믿구.
도현 뭐?
기준 (서늘하게 보며) 니가 어떤 놈인지 알고 중요 업무를 맡기냐고 내가.
도현 형!
기준 (정색하며, OL) 사장님! 회사에선 사장님이라고 불러.
(일어나 도현 쪽으로 오며) 아이디엔터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
내가 직접 뽑은 인력들이야! 그들이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어느 정도의 잠재력을 지녔는지, (부러
도현 앞에 와 딱 서며) 중요 업무를 수행할 만한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가지고 있는지!
도현 (순간, 저도 모르게 멈칫, 경직되는)
기준 (속내를 뚫듯이 쳐다보며) 내 손금 들여다보듯 훤히 알고 있다고.
다시 말해 난, 파악 안 되는 사람하고는 같이 일 안 해.
넌 아직 파악 중이니까 기다려.
도현 ......(노려보고)
기준 ......(피하지 않고 보고)
도현 ......(분하지만, 인정할 건 인정하자 싶어, 홱 돌아 나가려는데)
기준 (OL) 앞으로 비서실 통해 들어와.
도현 ......(애써 누르며 나가고)
기준 (건방진 자식, 노려보는)
S#32 승진그룹 / 주차장 (낮)
덜컹, 도현 차의 트렁크가 열리더니, 엄청난 양의 시나리오 뭉치가
차례대로 실린다. (*트렁크에는 인격 변화 때를 대비하여, 양복
몇 벌과 구두가 상비되어있다). 이내 탕! 닫히는 트렁크 문.
안실장 (심란한) 정말....이걸 전부 다 검토하실 생각이십니까?
도현 (이미 악감정 없다, 웃으며) 까라면 까야죠.
하며, 뒷좌석 문을 여는데, 이미 커다란 상자 하나와 곰 한 마리가
(13씬에서 나왔던) 안전벨트까지 하고 떡하니 놓여있다.
도현 (황당해서) 이건 또 뭡니까?
안실장 아...세기와 오리진씨가 투숙했던 호텔방에서 나온 물건들인데,
심부름센터 직원들이 수거해왔습니다.
도현 ......(무거운 한숨으로 보는데서)
S#33 쌍리 홀 (저녁)
테이블 위에 차려진 저녁상 앞에 멍....하니 앉아있는 리진.
식욕 없는 얼굴로 국그릇만 하염없이 내려다보고 있는데.
그 국그릇 위로 둥실 떠오르는 도현의 얼굴!
리진 (헉! 놀라 몸을 뒤로 움찔 빼는데)
세기 (E) 밥 먹다 말고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리진 ! (소리에, 번뜩 고개를 들어 보면)
리진 앞에 팔짱을 끼고 삐딱하게 앉아있는 세기와
그 옆에 단정한 자세로 나란히(!) 앉아있는 도현!
세기 (삐딱) 혹시 내 생각하는 거야?
도현 (정중) 아니면 혹시...(한 손을 가슴에 올리며) 제 생각하시는 겁니까?
세기 (짜증) 얼른 선택해! 나야 차도현이야?
리진, 허걱!!!!!!해서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뜨고 다시 보면,
도현과 세기 대신, 참 추레한 모습으로 나란히 앉아 리진을
바라보고 있는 오대오와 리온!
오대오,리온 (입에 밥 한가득 문 채) 아, 밥 먹다 말고 무슨 생각을 하냐고오오--
리진 (아찔한 듯 고개 한 번 털고는, 혼잣말) 아우, 현실감이 확 드네,
그냥. (하고는) 생각은 무슨. 그냥 입맛이 없어서 그래요.
지순영 (요리 내오다가 듣고) 입맛이 왜 없어? (리진 밥그릇 보며)
세상에, 하나도 못 먹었네에에---
오대오 인마, 그러니까 엄마 말대로 입원한 김에 며칠 더 푹 쉬었으면
좋았잖아. 왜 엄마 말을 안 들어?
지순영 여보, 안 되겠어. 오리 한 마리 잡어.
리진 아우, 됐어 엄마.
오대오 (리진과 동시에) 그럴까? (일어나며) 리온이 너 나와 장작 좀 패.
리온 (수저 탁 놓으며) 아놔, 장작 패다가 변강쇠 되겠네!
쟤가 무슨 백년손님도 아니고, 올 때마다 무슨 오리를 그렇게
잡아요오! 그러니까 오리들이 쟤만 오면 도망가잖아요!
부부 썩, 일어나지 못해!!! (버럭 소리치는 데서)
S#34 도현의 집 / 서재 (저녁)
책상 앞에 앉아 산더미처럼 쌓인 시나리오를 읽고 있는 도현.
(*다 읽은 시나리오는 감상평을 적은 포스트잇을 붙여서 한쪽에
따로 쌓아놓았는데 꽤 많은 양) 피곤한 듯 목을 좌우로 움직여보다가,
한쪽에 놓인 곰인형과 상자에 시선이 가는. 그 위로,
안실장 (E) 소각시킬까 하다가, 혹시 위험한 물건이 섞여 있을까 싶어
일단 받아왔습니다. 이를테면 약물이나.....
도현, 긴장된 표정으로 연필꽂이에서 커터 칼을 뽑아들고는
곰인형을 향해 걸어간다. 곰인형의 등을 북-- 가르고는 손을
넣어 헤집어보는데 아무 것도 없다. 일단 안심하는 도현.
(*곰인형은 나중에 다시 쓰입니다. 등만 예쁘게 갈라주세요)
이번엔 상자 뚜껑을 확 열어본다. 맨 위에는 예의 그 야상코트가
놓여있고. 거둬내고 보면, 미녀와 야수 대형 걸개, 레일과 기차,
레고로 만들어진 로봇, 의문의 상자(?) 등등이 나온다.
몹시 당황스러운 도현. 혹시나 싶어 의문의 상자를 확 열어보면!
안에서 꺄울~튀어나오는 광대인형! 순간, 엄맛!!! 모냥 빠지게 상자를
던져버리며 엉덩방아를 찧는 도현. 잠시 정적...뻘쭘...
마치 세기에게 놀림당한 느낌이 들어 얼굴이 팍 구겨지는 도현.
꺼냈던 물건들을 도로 상자 안으로 팍팍 던져 넣다가,
야상코트에서 멈칫한다. 그 위로.
# 플래시백 (16씬)
리진(*똑같은 야상을 입은)과 입을 맞추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놀라는 도현. 리진의 어깨를 양손으로 잡아떼고 두 눈을 바라보던.
# 현재
가만히...떠올리는데....갑자기 (E) 쿵...쿵...쿵...뛰기 시작하는 심장.
도현 (당황스럽다, E) 뭐야...왜 이래....이거 나 아니야....
내 심장이 뛸 이유가 없잖아.
얼른 야상코트를 상자 안에 던져 넣고, 뚜껑을 닫고는 돌아서다가
멈칫, 다시 돌아보는 데서.
S#35 도현의 집 / 드레스룸 (저녁)
전신거울이 달린 옷장 문을 열고 서서, 옷걸이에 야상코트를
걸고 있는 도현.
도현 (언젠가의 리진처럼 변명 늘어지는) 이건 미련도 아니고, 기대도
아니야. 어차피 다시 만날 일도 없고, 그냥 버리기 아까우니까,
# 플래시백 (18씬)
리진 차도현씨가 실종됐다는 소릴 듣고 걱정 돼서...
# 현재
떠오르는데, 또 다시 (E) 쿵...쿵....쿵.....심장소리.
도현 (혼란스러운, E) 아니야. 이건...내 심장이 뛰는 게 아니라고....
떨쳐내듯, 옷걸이에 건 야상코트를 얼른 옷장 안에 걸고는
거울장 문을 탁! 닫는 순간! 전신거울에 비치는 도현의 모습,
이미 뱃사람 스타일로 완벽히 변신한 페리박이다!!!
페리박 (엄지와 검지에 침을 묻혀 신중하게 귀밑머리 매만지며) 염병허니,
심장이 누구 땜에 뛰면 어짜고 안 뛰면 어짠다고 지랄일까이.
배운 놈들 대그빡엔 머가 들었능가 한 번 뽀개보고 잡당께.
(완성된 헤어스타일 거울에 비춰보며) 어쨔쓰까...
징허게 잘나불고마이. (느끼하게 씩---웃는데서)
S#36 쌍리 / 뒤뜰 (밤)
퍽! 내려쳐지는 도끼와 함께 정확히 두 쪽으로 갈라지는 장작!
보면, 머리에 수건을 둘러쓰고 머슴처럼 장작을 패고 있는 리진이고, 한쪽에 기타를 들고 디링~ 튜닝하며 베짱이처럼 앉아있는 리온.
리온 그래, 그래, 잡념을 떨칠 땐 몸을 혹사시키는 게 최고지.
근신처분 받은 거 숨기고 보양식 얻어먹으려니까 괴롭지?
리진 (도끼를 나무 위에 살벌하게 퍽! 꽂아 놓는)
리온 !!! (머리카락 쭈뼛! 해서 얼른 기타 치며) 또 하, 또 하, 또 하루....
리진 (아무래도 머릿속이 복잡한) 집에 소주 있냐?
리온 소주는 왜.
리진 내가 황금비율로 말아줄 테니까 소맥 한 잔 하자.
리온 (기타 튕기며) 아이고 의미 없다. 브루마스터를 아버지로 둔 자식
입장에서 그건 아니지. 소맥은 신의 눈물에 악마의 오줌을 섞은
것이다, 평소 지엄하신 아버지의 말씀을 니가 진정 잊은 게야?
리진 그러니까 가게 가서 몰래 사오자 말이지.
리온 (기타 내려놓고, 보며) 말해봐, 뭐야 대체. 근신처분 받은 이유가
뭐냐고. 내용을 알아야 비밀을 지켜줄 거 아냐.
리진 아, 됐어. 몰라도 돼. 또 소설 소재로 쓰려는 거 내가 몰라?
(몰라도 된다면서) 협박한다고 따라 나간 내가 빙신이지.
리온 (!!) 뭐야, 환자가 널 인질로 잡고 탈출한 거야? (얼른 주머니에서
취재수첩과 연필을 꺼내들며) 그래서, 환잔? 무사히 돌아오긴 했어?
리진 아 몰라아아! 이제 펴어어어어엉생, 다시 볼 일 없을 테니까.
S#37 쌍리 앞 일각 (밤)
끼이익--! 트랜스포머처럼 전신주 등불 아래 멈춰서는 도현의 차.
이어, 차문이 벌컥 열리더니, 안에서 내리는 백구두! 페리박이다!
저만치 불을 밝히고 있는 쌍리의 간판을 보다가, 주머니에서 명함
한 장을 꺼내는데, 보면, 쌍리의 명함이다!
페리박 (간판과 명함을 번갈아 확인해보고는 씩 웃더니, 두 눈을 감고
코를 벌름벌름 거리며 향기를 맡는) 으미~ 곡주 익는 냄시.....
폴세부텀 가심이 퉁게퉁게(두근두근) 해쌌능만.
호탕하게 웃어젖히고는 기세 좋게 쌍리를 향해 걸음을 내딛다가,
윽! 갑작스런 두통에 머리를 움켜쥐는 페리박!
페리박 옴마...? 머시여...벌써 기어 나오려는 거시여? (쌍리를 향해,
몇 걸음 더 내디뎌보지만 두통 더 심해지고) 염병, 이라믄 야그가
안 되야부는디...으미, 으미, 대그빡이야. 으미, 나죽네이이이---!!!
극심해지는 두통에 아예 머리를 감싸 쥐고 주저앉는 페리박!
그대로 바위처럼 정지된다. 잠시 정적....어느 순간 천천히....
고개를 드는 페리박, 아니 도현!
도현 ......! (퍼뜩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려 보면 낯선 장소)
여기가 어디....(하다가, 얼른 자신의 행색을 내려다보고는, 이씨...)
페리박....진짜....!!!
얼른 주위를 경계하며 차 트렁크를 향해 달려가는 도현.
갈아입을 옷과 구두를 꺼내들고는 서둘러 뒷좌석에 오르고.
S#38 쌍리 길 (밤)
2리터짜리 소주 한 병씩을 가슴에 안고 걸어오고 있는 리온과 리진.
‘안 모자랄까?’ ’오늘은 그냥 입가심만 하자. 가글하는 느낌으로다가’
‘야, 아빠 못 보게 숨겨봐.’ ‘아, 이걸 어떻게 숨겨, 그러게 작은 걸로
여러 개 사자고 했잖아!’ 티격태격하며 오는데, 뭔가를 발견하고는
그 자리에 우뚝 멈춰서는 리온!
리진 ? 왜 그래?
리온 저게.....(멍....하니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키며) 뭐야.....?
리진 ? (리온의 손가락 끝을 따라가 보면)
두둥! 마치 무대 위의 핀조명처럼, 오로지 도현의 차만을 비춰주고
있는 전신주의 불빛! 그 불빛 속에, 좌우로 격하게 흔들리고 있는
도현의 차! 묘한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몹시도 야릇한 풍경!
리진 (헉!! 얼굴 붉어져서 고개를 홱 돌리고)
리온 (띵...) 오...마이...갓...(순식간에 표정 환해지며) 대에~박!!!!
신나서 차를 향해 달려가는 심히 청소년스러운 리온이고,
‘야, 너 미쳤어?’ 소리죽여 외치며 말리러 가는 리진!
S#39 도현의 차 안 (밤)
뒷좌석에서 허둥지둥 옷을 갈아입고 있는 도현!
셔츠는 이미 갈아입었지만 급히 입느라 앞섶은 풀어헤쳐져 있고,
이제 막 바지를 갈아입느라 몸부림을 치는 중인데, 마음만 급해서
단추를 못 꿰겠는. 그러다 엄맛!!! 기겁해서 놀라는 도현.
보면, 창문에 얼굴을 바싹 붙이고, 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리온과
리진의 얼굴!
도현 !!!! (얼른 운전석으로 넘어가 시동을 걸려는데)
똑똑 창문을 노크하는 소리. 보면,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창문 좀 열어보라고 열심히 손짓하고 있는 리온!
도현 (망설이다가,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창문을 내리면)
리진 !!! (도현을 알아보고는 입이 쩍 벌어지며 경악) 여...여기서 뭐하는....
도현 !!! (역시 리진을 알아보고는 경악하는데)
리온 (반가운, E) 페리박!!
도현,리진 !!! (순간 리온 쪽을 보는, 어떻게 알지?)
리온 맞죠? 페리박? (천진난만하게) 비행기! (나는 시늉) 비행기이--!!!
리진, 도현 !!! (서로를 봤다가) !!! (리온을 보는데서)
S#40 쌍리 외경 (밤)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는 쌍리 풍경 위로 하하하하하! 웃음소리.
S#41 쌍리 홀 (밤)
박장대소하는 가족들에게 둘러싸인 채 좌불안석인 도현(*옷은
이미 갈아입었고). 테이블 두어 개 손님들로 채워져 있고,
가족들은 후미진 테이블에. 간단한 술상 차려져 있고.
리진은 자신과 도현의 사이를 들킬까봐, 도현이 DID임을 들킬까봐,
불안 초조한 표정.
오대오 아, 왔으면 그냥 들어올 일이지, 옷은 뭐 하러 갈아입다 그런 봉변을
당해? 변태야?
지순영 (남편 툭, 치며) 이이가 손님한테.
리온 아참, (리진을 툭 치며) 얘는 알죠? 공항에서 내 머리털 잡아
뜯던 애.
도현 (어색) 아, 예....안녕...하세요?
리진 (어색) 아, 네....안녕하세요?
지순영 (어머? 수줍어하는 것 좀 봐? 두 아이를 관심 돋게 보고)
리진 그....근데 리온이 너는 페리씨랑 어떻게 친하게 된 거야?
리온 (호탕하게) 통했지 서로. 간파했지 내가. 극과 극을 치닫는
페리씨의 치명적인 매력을.
도현 (덜컹 불안해지며) 제...제가 비행기에서 뭘 어쨌길래....
리온 (안타까운) 저런, 모르시는구나아. 본인의 매력을. (본격적으로 수다
떨려고 자세 바로 하며) 일단 등장할 때부터 포스가 남달랐어요.
(허공을 향해 한 손을 아득히 내밀어 보이며, 아련한 눈빛 되는데서)
S#42 비행기 안 / 퍼스트 클래스 (플래시백)
(*도현, 리온 모두 1부 24씬과 같은 의상과 헤어)
이륙 전 탑승 풍경. 짐칸에 가방을 올리고 있는 승객들 사이를,
간단한 기내용 짐 하나 없이, 포스 넘치게 걸어오고 있는 세기!
책을 읽다가 어디선가 느껴지는 포스에 시선 들어 세기를 보는 리온.
좌석에 털썩 앉아 휴대폰을 꺼내 조작하기 시작하는 세기.
리온 (E) 앉자마자 휴대폰을 턱 꺼내시더라고. 이륙 전 애인에게 마지막
인사라도 하려는 것일까? 사업상 중요한 업무라도 있는 것일까?
(강하게) 아니었어! 그게 아니었어!
세기 (1부 25씬의 동영상 메시지 남기는) 11년 만에 고국 땅을 밟은
느낌이 어떤가, 친구? 이봐, 이봐, 그렇게 노려보지 말라구.
남자라면 야망을 가져야지. (하다, 느껴지는 시선에, 복도 건너편
리온의 좌석을 돌아보면)
리온 (서늘한 눈빛에 움찔!)
세기 (살벌한) 뭘 봐.
리온 (헉!! 해서 얼른 책에 고개를 처박는)
S#43 쌍리 홀 (밤)
리진, 도현을 제외한 일동, 캬~! 감탄사 내뱉는.
리온 (감탄의) 자기 자신에게 보내는 출사표! 그 아름다운 나르시시즘!
그때부터 나도, 마음이 약해질 때마다 나 자신에게 동영상 남기잖아.
(세기 흉내) 보고 있나, 오리온? 듣고 있나, 오리온?
도현 (몰래 괴로울 따름이고)
리진 (그런 도현을 안타깝게 보고)
오대오 (한 손을 어깨 높이까지 들며 질문) 근데, 그렇게 살벌한 사람이랑
어떻게 명함까지 주고받을 정도로 친해진 거냐?
리온 캬~우리 아버지 또 예리한 질문 주시네. 그러니까 그게,
S#44 비행기 안 / 퍼스트 클래스 (플래시백)
테이블 위에는 마시다 만 와인병(기내용 작은 사이즈)이 놓여있고,
목 베개를 하고 잠들어 있는 리온.
리온 (E) 그렇게 자애심 쩌는 영상을 남기시더니 바로 팔짱 끼고 눈 감고
주무시더라고. 그래서 나도 와인 한 잔을 마시고 잠을 청했는데,
테이블 위로 스윽---다가와 조용히 와인 병을 가져가는 손.
리온, 그 기척에 부스스 몸을 옆으로 돌리다가 눈을 떠 보면,
몰래 와인을 마시다가 리온과 눈이 딱 마주치는 페리박!
페리박 음마? (민망함에 씩-) 깨나부렸네이--
리온 (사투리에 움찔, E) 그 충격적인 반전!
페리박 근디, 요거슨(와인병) 워디서 샀어라? 꼬리칸까정 댕겨봐도 매점이
영판 안 보이딘디? 나가 시방 술이 쪼까 고파서 그란디, 워찌케
합석 쪼까 허면 안될까라.
리온 (재밌어서 헤헤--웃는, E) 그 봉준호식 유머러스함! 그때부터 우리
바로 친구 먹었잖아. (이하, 컷컷컷으로 이어지는)
-와인잔을 건배하며 호탕하게 원샷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스틸!
-위맥(위스키+맥주)을 제조하는 페리박의 현란한 손놀림에서 스틸!
-창으로 날아가 철썩 달라붙는 폭탄주 냅킨에서 스틸!
-러브샷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스틸!
-서로의 입 속에 땅콩을 던져주며 우하하하! 웃는 두 사람에서.
S#45 쌍리 홀 (밤)
오대오 캬~!!!! 우리 꽈네. 우리 꽈야. (맘에 드는)
지순영 (도현 보며) 근데 지금은 사투리 안 쓰시네?
도현 (당황해서) 네? 아, 고, 고쳤습니다. 주사....거든요.
지순영 아아....
리온 암튼, 그때 내가 우리 가게 명함을 딱 줬잖아. 한국에 오면,
세계 최고의 브루마스터가 만든 맥주 한 번 마시러 오라고.
(하며, 오대오를 향해 한 손 들어 올리면)
오대오 (그 손에 하이파이브 하고는) 좋다! 내가 오늘 귀한 거 대접한다.
리진이 너, 지하창고 내려가서 신의 물거품 좀 가져와.
리진 (도현 살피며) 아, 뭘 또 그걸 내오래. 차 가지고 온 사람한테.
지순영 (어머? 쟤 좀 봐. 챙겨주네? 딸을 보는)
오대오 어허, 손님이 왔는데, 그냥 보내 그럼? 얼른 가서 가져와.
리진 (어쩔 수 없이 일어나며, 도현에게 슬쩍) 같이 가실래요?
창고 구경시켜드릴게요. (하며 얼른 따라 나오라고 눈짓 작렬)
도현 ! (알아듣고, 반가운) 아 네, 그럼....(일어나려는데)
오대오 (잡아 앉히며) 앉아. 앉아. 손님은 앉아있는 거야.
(턱짓으로 밖을 가리키며, 리진에게) 무브!
리진 ......(어쩔 수 없이 혼자 나가고)
리온 암튼 반갑습니다. 환영합니다. (건배하자고 잔을 들고)
도현 죄송합니다, 제가 술을 잘....(하는데, 리온의 휴대폰에서 문자 알림음)
리온 잠깐만요. (문자 확인하는)
(INS) 오작가님. 연재소설 원고 완성되셨나요?
리온 !!! (얼른, 휴대폰 내리며) 저기 잠깐....제가 볼일 좀 보고 금방
돌아오겠습니다. 잠깐이면 됩니다. 잠깐이면. (하고는 달려가고)
도현 (당황스러운) 저기, 저기.....
하다가, 느껴지는 시선에 돌아보면, 관심어린 눈빛 반짝이며
도현을 바라보고 있는 지순영과 오대오.
도현 (그 시선 몹시 부담스러워 애매하게 미소 짓는데)
오대오 (부담스러운 미소로) 이름이 페리라고 했나? 그럼 해외 교포?
도현 아니요. 어릴 때 유학 가서 죽 미국에서 생활했습니다.
지순영 혼자 타지 생활하느라 힘들었겠네....완전히 귀국한 거예요?
도현 예....일단은요...근데....(선한 미소로) 말씀 낮추세요.
지순영 (어머, 이뻐라~) 친해지면요. 앞으로 친해질 수 있죠 우리?
도현 아, 예....뭐....(애매하게 웃는데, 울리는 문자 알림음)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핸드폰 꺼내 확인해보면, 리진이 보낸 문자)
(INS/E) 화장실 핑계 대고 밖으로 나와요.
도현 !! (표정 반짝해서, 부부를 보며) 저기,
오대오 (씨익--) 화장실 핑계 대고 나오라고 그러지?
도현 (움찔) 네? (맥 빠지며) 네......
오대오 (씨익--) 나가봐. (한 손 내밀며) 그건 이리 주구.
도현 ? (휴대폰을 봤다가) ? (오대오를 보는데서)
S#46 쌍리 뜰 (밤)
도현 밖으로 나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리진을 찾는데,
컴컴한 구석 어딘가에서 튀어나와 도현의 팔목을 홱 낚아채서는
끌고 가는 리진! 놀라서 끌려가는 도현!
S#47 쌍리 / 지하창고 (밤)
도현을 지하실 안에 끌어다 놓고, 문 옆에 놓인 장작개비 하나를
문 사이에 괴어놓더니, 홱 돌아보는 리진.
리진 (되게 도도한) 오해하진 마세요. 조용히 얘기할 데가 여기밖에 없어서
데려온 거니까. 아무래도 오빠가 차도현씨의 인격들을 만난 모양인데,
다행히 DID인 건 눈치 못 챈 거 같으니까 안심하셔도 될 거 같아요.
도현 아. 네....
리진 근데, 정말 우리 오빠 만나러 온 거예요? 아니면, (여기까지 되게
도도했다가, 슬쩍) 혹시....저를....
도현 (융통성 없이 단칼에, OL) 아니요. 제가 온 게 아니라 페리박이 온
겁니다. 전 여기가 오리진씨 집인지도 몰랐습니다.
리진 (살짝 기분 상한) 무슨 독립운동해요? 뭘 그렇게까지 결백해요?
뭐. 됐어요. 저는 할 얘기 다 끝났어요. 혹시 뭐 할 얘기 있어요?
도현 (물어보고 싶은 말이 많지만)......
리진 없으면, (하는 순간)
도현 (돌아서더니, 문 앞에 괴어놓았던 장작개비 뺀다. 닫히는 문)
리진 !!! (하얗게 질리며) 지,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도현 아, 오해하지 마세요. 아무 짓도 안 합니다. 그날 세기랑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용히 물어보려고,
리진 (OL) 그게 아니라, 이 문 고장 나서 밖에서만 열린단 말이에요!
도현 !!! (헉! 놀라서 얼른 창고 문을 열어보지만, 안 열리고)
리진 (손 내밀며) 핸드폰, 핸드폰 좀 줘 봐요. 오빠한테 열어 달라게.
도현 (!!) 그...그게.....(사색이 되는 위로)
지순영 (E) 유치하게 핸드폰은 왜 뺏어?
S#48 쌍리 홀 (밤)
손님이 나간 테이블을 함께 치우고 있는 부부.
오대오 울 딸이 관심 있는 거 같길래, 술 좀 멕여보려고 그래.
쓸 만한 놈인지, 몹쓸 놈인지, 고쳐 써야 되는 놈인지.
지순영 (어머, 당신도) 눈치 챘어?
오대오 그 놈 말 할 때마다 힐끔힐끔, 계속 밖으로 나오라고 찡긋찡긋,
못 채면 해태 눈깔이지.
지순영 (웃고) 순수해 보이데? 요즘 애들 같지 않게 진중해 보이고, 예의도
바르고, 웃는 모습도 선하고....가정교육을 아주 잘 받은 모양이야.
(괜히 바깥쪽을 기웃거리며) 뉘집 자식인지 참....탐나네....
(미소 짓는 지순영의 얼굴 단독으로)(*복선입니다)
S#49 서태임의 저택 외경 (밤)
S#50 서태임의 저택 / 거실 (밤)
컴컴한 실내. 보안 장치 해제되는 소리에 이어 현관문 열리고,
센서등이 켜지면, 모습을 드러내는 신화란!
신화란 아니, 불이란 불은 죄다 꺼놓고 뭐하는 거야? (짜증 섞인) 아줌마∼
아줌마!! (부르다가, 어둠 속 희미한 형체를 발견하고는) 엄맛!
놀라 얼른 불을 켜보면, 소파에 화석처럼 꼿꼿이 앉아있는 서태임!
신화란 (놀란 가슴 쓸어내리며) 어머님! 왜 거기 그러구 계세요. 놀랐잖아요!
서태임 (안 보는 채로, 차분한) 지금까지 양평에 있다 오는 거니?
신화란 (당황했지만, 시치미 떼며) 야, 양평...이라니요?
서태임 귀신을 속여. 준표 있는 데 들락거리는 거, 몰라 가만 둔 줄 아니?
신화란 .....(보다가, 소파로 오며) 몰라 가만 두신 게 아니면, 왜 가만
두셨을까? (털썩 앉으며) 비단강보가 준비 안 되셨나, 치마폭이
모자라셨나, 숨겨도 벌써 열 두 번은 숨겼을 우리 어머님이.
서태임 (감정 없이 차분) 그래도 한때 내 아들의 여자였으니까...
내 아들 자식 낳아준 건 사실이니까... 해묵은 포한이나 풀라고
내버려둔 것뿐이다. (일어나며) 소꿉놀이 길어지면 재미없다.
어지간히 놀았으면 발 끊어라 이제. (서재로 향하려는데)
신화란 (OL) 서릿발 같은 우리 어머님이 왜 이렇게 갑자기
너그러워지셨을까?
서태임 (동요 없이 보며) ......
신화란 (여유 있는 미소로) 왜요? 이제 상황판단이 되시던가요?
제가 입을 열까봐 겁나세요? (생긋) 염려마세요. 어렵게 손에 쥔 패,
그렇게 허무하게 안 쓰죠 제가. 어머님이 우리 도현이한테 협조만
잘 해주시면,
서태임 (같잖아서 비식 웃음이 새며, OL) 너는 니 손에 틀어쥔 그 비밀이,
니 아들 등에 달아줄 날개로 보이겠지. 어리석게도 헛짚었다. 그건...
(서늘하게) 니 아들 목을 잘라낼 칼이야.
신화란 (움찔) 카....칼이라니요?
서태임 니 아들 지키고 싶으면 조용히 살아. 천지분간 못하고 나불대다
아들 등에 칼 꽂는 미련한 에미 되지 말고. (돌아서려는데)
신화란 도, 도현이 등에 칼이라뇨, 말씀을 하시려거든 알아듣게 하세요!
서태임 (서릿발 같은 호통) 말귀를 알아듣는 물건이라야 알아듣게 말하지!
신화란 (기세에 움찔)
서태임 (서늘한 눈빛) 겁이 나? 내가? 열어봐라 한 번. 혓바닥 한 번 맘껏
놀려봐! 그 세치 혀에 꺾이는 건 니 아들뿐일 테니. (서재로 향하고)
신화란 !! (따라가며) 어머님! 말씀하시다 말고 어디 가세요! 어머님!
신화란의 코앞에서 쾅! 닫히는 서재 문.
어쩐지 불안해지며 눈빛이 흔들리는 신화란. 그 위로.
윤자경 (E) 살다 살다 그렇게 무식하고 천박한 여잔 처음 봐요.
S#51 차영표의 집 / 부부의 침실 (밤)
화장대 앞에 앉아 기초화장 바르고 있는 윤자경이고,
침대에서 책장을 넘기고 있는 차영표.
윤자경 호적에도 못 오른 주제가 아들 하나 볼모루 잡구 기고만장하는데,
(하다 문득 떠오른 듯, 돌아앉으며) 근데, 큰집에 무슨 비밀 있어요?
차영표 (책에 시선 둔 채) 신화란 그 여인이야말로 그 집안의 공공연한 비밀
아닌가?
윤자경 글쎄 그 비밀이, 다른 비밀을 쥐고 큰어머님을 협박하더라구요.
차영표 ? (그제야 관심을 보이며 시선 드는 위로)
윤자경 (E) 나는 승진가의 추악한 비밀을 알고 있다, 내가 입 한 번 잘못
놀리면 승진가는 무너진다, 민서연 그 여인이 아마 피눈물을,
윤자경 삼키고 갔을 거다, 큰어머님 백짓장처럼 하얗게 질리는 거 보니까,
아주 없는 말은 아닌 거 같던데, 당신 뭐 아는 거 있어요?
차영표 ......(재미있다는 듯이 피식) 한때 아주....묘한 소문이 돌긴 했었지.
S#52 서태임의 저택 / 서재 (밤)
벽 중앙에 걸린 故차건호 회장의 초상화를 애증 어린 눈빛으로
올려다보고 있는 서태임!
차영표 (E) 한때 큰아버지와 준표 형이 부자의 연을 끊었던 거 기억나?
윤자경 (E) 기억나죠. 아주버님이 본가를 나가버리고, 그 덕에 민서연
그 여자까지 미국으로 가버렸잖아요.
문득 초상화 아래에 걸린 액자(*20대 앳된 차준표의 사진)를
떼어내는 서태임. 사진 속 아들의 얼굴을 가만히 만져보는데,
서릿발 같던 얼굴에 회한이 서리는. 그 위로,
윤자경 (E) 아주버님도 화날 만 했어요. 큰아버님이 워낙에 아들보다
며느리를 더 귀애하셨잖아요. 하나밖에 없는 아들 밀어내고
며느리한테 사장 자리를 내주는 게 상식적인 일은 아니지.
S#53 차영표의 집 / 부부의 침실 (밤)
티 테이블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는 부부.
차영표 처음부터 준표 형한테 넘치는 여자였어. 능력, 외모, 사업 수완이나
배포, 모든 면에서 월등히 뛰어났으니까.
윤자경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아들도 없는 집에 며느리만 다시 들여요?
것두 미국까지 직접 찾아가 읍소까지 해가면서? 아무리 사업이
중요해도 그렇지, 난 이해가 안가요, 정말. (찻잔 들고)
차영표 암튼 민서연이 귀국했을 때...묘한 소문이 돌았지.
윤자경 ? (마시다가, 보면)
차영표 민서연한테 아이가 하나 있었다는 소문.
윤자경 !! (찻잔 내리며) 아주버님한테 도현이 말고 다른 자식이 있었단
말이에요?
차영표 (비식) 글쎄....그 아이가 과연 준표 형의 핏줄이었을까?
윤자경 !!! (입 벌어지며) 무슨 의미에요? 그럼 혼외자식이란 말이에요?
차영표 뭐, 소문만 무성했지, 진위 여부는 알 수 없어. 뭣보다 실제로
그 아이를 봤다는 사람도 없고.
윤자경 (뭐야) 근거 없는 모함이네 그럼.
차영표 (흥미진진한 눈빛) 근데 말이야....이제 와 생각해보면 아주 근거가
없는 얘긴 아냐. 저택에 화재가 있고 나서, 본가 고용인들이 싹 다
바뀐 적이 있었거든. 어쩌면 그때 큰어머님이...뭔가를 감추려고
했던 건지도 모르지.
윤자경 감추다니 뭘....(하다가, 퍼뜩) 아이?
차영표 (피식) 그런 아이가 실제로 존재했는지, 하물며 사내앤지
계집앤지조차 알 수 없지만, 만에 하나, 정말로 아이 하나가 철저히
감춰져 있다가 어느 날 감쪽같이 사라진 거라면...궁금하지 않아?
윤자경 (충격으로 바라보는 위로)
차영표 (E) 그 아이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차영표 만일 살아있다면...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지....
S#54 쌍리 / 리온의 방 (밤)
책상 앞에 앉아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리온.
차영표 (E) 저들이 필사적으로 숨기려 했던 비밀이...대체 뭔지...
‘지하실의 아이 70회’ 파일을 메일에 첨부한 뒤 전송버튼을
누르는 리온. 메일 전송을 확인하고는 어딘가로 전화를 건다.
리온 (착신되면) 예, 편집장님. 방금 메일로 보냈습니다. 아, 그리고
말인데요, 저번에 중단했던 장편 소설 기획, 다시 시작합니다.
(일어나 걸으며 미소) 네, 미국 취재에서 별 성과가 없어 포기했는데,
(블라인드가 내려진 벽 앞에 와 서며) 행운의 여신이 제 편에
서기로 한 모양입니다. 네, 그럼 끊겠습니다.
끊고, 가만히....블라인드를 바라보다가, 블라인드의 줄을
잡아당기는 리온. 천천히...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벽.
S#55 쌍리 / 지하창고 (밤)
문틈에 꼬챙이 같은 걸 끼워 문을 열어보려고 애쓰고 있는 도현.
리진은 한쪽에 퍼질러 앉아 맥주 통에서 맥주를 따라 마시고 있다.
리진 (취했다) 괜히 용쓰지 말아요. 없어진 거 알면 찾으러 오겠지.
도현 (결국 포기하고, 리진 옆으로 와 털썩 벽에 등을 기대고 앉는)
리진 (잔 내밀며) 차군도 한 잔 할래요?
도현 차군?
리진 아, 세기가 다시는 자기 앞에서 그쪽 이름 입에 올리지 말라고
해서, 공평하게 차군, 신군으로 구분하기로 했어요. (손가락으로
도현을 가리키며) 친절한 차군, (도현 옆을 가리키며) 까칠한 신군,
(도현의 눈을 가리키며) 지금은 (손가락 뱅글뱅글하다) 신군! 맞죠?
도현 (그 손가락을 잡으며) 차군입니다.
리진 아, 맞다, 맞다, 차군이다. 취해서 헷갈렸다. (거수경례하며) 죄송함돠.
도현 (손가락 놔주고) 이제 그만 드시죠. (잔 한 쪽으로 치우려는데)
리진 안돼요! (잔 도로 뺏어오고) 실은 제가요, 무서워서 마시는 거거든요.
(*귀여운 술주정처럼 가볍게) 제가 폐쇄, 광장, 고소, 대인, 이딴
거에는 공포증이 없는데요, 불하고 지하실은 쬐금 무서워하거든요.
도현 ! (멈칫 보는)(*자신도 같은 트라우마가 있기에)
리진 그래서 울 아빠가 어릴 때부터 여기 지하실 심부름은 늘 저를
시키셨거든요. 극복해야 된다고. 여기서 기분 좋은 나무 향을 맡으면,
지하실이 무서운 공간이 아니란 건 알게 될 거라고.
도현 (보며)
리진 그래서 내가 심부름 갈 때마다 울 오빠를 꼬셨거든요. 같이 가자고.
근데 걔도 무서워해. 깔깔깔. 쌍둥이는 쌍둥인가 봐. (물개박수 치며
웃다가 옆으로 기울어지면서 기둥에 뒤통수를 쾅 박는)
도현 ! (놀라) 괜찮으십니까?
양손으로 리진의 어깨를 잡아 일으켜주다가 눈이 마주치는 두 사람.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에서.
S#56 쌍리 / 리온의 방 (밤)
의미를 알 수 없는 담담한 표정으로 벽면을 바라보고 서있는 리온.
카메라 팬-해서 벽면을 비추면, 드디어 전체 모습을 드러낸 벽.
바로 1부 프롤로그에서 보여졌던 승진家의 가계도! 그리고...
환하게 웃고 있는 도현의 사진이다!!
S#57 쌍리 / 지하창고 (밤)
여전히 서로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도현과 리진.
그 위로, 쿵쾅쿵쾅....또다시 누구의 것인지 모를 심장소리.
도현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리진을 보며, E) 이건 내가 아니야....
지금 이 소리가....내 거일 리가 없어.
리진 (역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도현을 보며, E) 뭐야, 또 뛰어?
이번엔 누구 때문인데? (퍼뜩) 설마...그새 또 변한 건 아니겠지?
리진 (조심스레) 호...혹시....신세기...?
도현 (순간, 굳은 표정으로 잡고 있던 리진의 어깨를 앞으로 확
잡아당기는)
리진 (헉...! 하는 느낌으로 보면)
도현 오리진씨. 아직도 저와 세기가 헷갈립니까? (리진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헷갈리지 않게 해드려요?
천천히 리진을 향해 다가오는 도현의 얼굴.
두 눈이 커지며 숨 막힐 듯 바라보는 리진.
마치 키스할 듯 차츰 가까워지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킬미 힐미> 5부 끝-
안도감에 환해진 표정으로 달리고 있는 리진.
도현 (E) 지금 병원 정문 앞에 와있습니다. 잠깐 만나 뵙고 싶습니다.
달리고 있는 리진의 팔을 잡아채서 돌려세우는 누군가의 손!
순식간에 몸이 돌려지며 누군가의 앞에 세워지는 리진!
보면, 리진의 눈앞에 서있는 남자, 세기!
리진 (반가움에) 차도현씨!
세기 (서늘한 눈빛으로) 그 새 내 눈빛을 잊었군.
리진 !!! (그제야 눈빛 확인하고, 심장 쿵해서) 시....신세기?
세기 빙. 고.
서늘한 표정으로 리진을 바라보는 세기.
긴장된 표정으로 세기를 바라보는 리진.(4부 엔딩점)
세기 (표정 읽고는 서늘하게) 기대했던 만남이 아닌 거 같아 유감이군.
리진 (표정 굳으며) 그럼...문자로 장난친 것도 너야?
세기 확인할 필요가 있었거든. 확인 끝. 리셋 스타트. (하고는, 거칠게
리진의 팔목을 낚아채서는 어딘가로 끌고 가는)
리진 (놀라, 끌려가며) 잠깐! 잠깐만! 어딜 가는 거야, 지금!!!
S#2 강한 병원 / 주차장 (낮)
세기의 오픈카가 주차되어 있고, 리진을 거칠게 끌고 오는 세기.
리진 (안 끌려가려 뻗대며) 놔, 놔봐 쫌!! 이거 놓고 얘기하자고!!
세기 (순간, 반항하는 리진의 팔을 확 끌어당겨 노려보는)
리진 (바로 코앞에 와있는 살벌한 세기의 얼굴에 움찔 겁먹는)
세기 화나게 하지 마. 무슨 짓을 하게 될지 몰라.
리진 (겁먹었지만) 그, 근무 중에 무단이탈은 근신 처분이야. 알아?
세기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나한텐 시간이 별로 없어. (강조) 아직까지는.
리진 ! (어쩐지 불안해지며) 아직까지는...이라니 무슨 의미야?
세기 앞으로는 차도현의 시간이 온전히 내 시간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야.
리진 ! (심장이 쿵 내려앉는 위로, 떠오르는)
S#3 플래시백 (4부 44씬의)
석호필 교대인격이 어떤 계기로 강해졌다면, 주인격과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나타나 주인격의 행동을 지배할 수도 있지.
심한 경우엔 의식과 행동 모두를 지배할 수도 있고.
리진 (!!!) 교대인격이 주인격을 없앨 수도 있단 말인가요?
S#4 강한 병원 / 주차장 (낮)
리진 ! (불안해지는) 차....차도현씨 지금 어딨어?
세기 (비식 웃으며) 겁먹고 찌그러져서 잠들어 있어. 한동안은 못 일어날
거야. 내가 제대로 겁을 줬거든. (순식간에 표정 식으며) 살리고
싶으면 조용히 따라 와.
S#5 국도 (낮)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고 있는 세기의 오픈카. 그 위로,
고막을 찢을 듯이 울려 퍼지는 음악소리와 리진의 비명소리!
S#6 달리는 세기의 오픈카 안 (낮)
리진 (공포) 아아아아아악! 속도 좀 줄여! 속도 줄이라고오오오---!!
세기 (서늘하게 정면을 응시한 채 운전만)
리진 (화나서 버럭) 내 말 안 들려? 뛰어내리기 전에 당장 세우라고!!!
하는데, 리진의 가운 주머니에서 울리는 휴대폰.
꺼내서 보면 석호필이고. 리진 얼른 받으려는데,
거칠게 휴대폰을 뺏어 창문 밖으로 홱 던져버리는 세기!
기가 막히는 리진, 바닥에 떨어져 있는 도현의 휴대폰을 발견하고,
집는데, 그마저도 낚아채서는 창밖으로 던져버리는 세기!
리진 (터지며)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정말!!! 말도 안 하고 근무지를
이탈했는데, 병원에 전화는 해줘야 될 거 아냐!!!
세기 (무섭게 버럭) 말했잖아! 나한테 허락된 시간이 별로 없다고!
우릴 방해하는 물건은 없애는 게 좋아!!
소리치고는 살벌한 표정으로 풀악셀링하는 세기!
순식간에 RPM이 치솟으며 무서운 속도로 질주해가는 오픈카!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고 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는 리진에서!
S#7 강한 병원 / 주차장 (낮)
끼이이익---빠르게 달려와 멈춰서는 안실장의 차!
차문을 열고 내리자마자 다급히 달려가는 안실장.
S#8 강한 병원 / 석호필의 방 (낮)
불안한 표정으로 창가 앞을 서성이고 있는 석호필.
노크소리와 함께 벌컥 문이 열리며 안으로 들어서는 안실장.
안실장 부사장님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니, 무슨 말씀이십니까?
석호필 (OL) 아무래도 세기가 오선생을 납치한 거 같습니다.
안실장 !!! (입이 벌어진다) 납치라니요?
석호필 차군과 비슷한 인상착의를 한 남자가 오선생을 차에 태워 가는 걸
본 사람이 있습니다.
안실장 !!! (덜컹 불안해지며) 세기가 오리진씨를 왜.....!
석호필 모르겠습니다. 행동이 거칠었다고 하니 세기라고 짐작할 뿐,
어쨌든 오선생이 위험해지기 전에 경찰에 신고를,
안실장 (다급히, OL) 안 됩니다! (간곡함을 섞은 단호함) 아시지 않습니까?
경찰이 개입되면 부사장님이나 승진그룹 모두 곤란해집니다.
석호필 (기막힌) 그럼, 오선생의 안전은 어찌 돼도 상관없다는 말씀입니까?
안실장 지금 사람을 써서 알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니 시간을 좀,
석호필 (OL, 터지며) 저번 폭탄 사건을 포함해서 이번이 벌써 두 번쨉니다!
세기가 얼마나 위험한 놈인지 잊으셨습니까? 무엇보다 오선생은
여잡니다!!! (격앙되는데서)
S#9 호텔 앞 (낮)
끼이이익--호텔 앞에 멈춰서는 세기의 오픈카.
급브레이크에 몸이 앞으로 확 쏠렸다가 뒤로 확 젖혀지는 리진.
주변을 살펴보다가 호텔 앞임을 알고 경악한다.
리진 (세기를 홱 돌아보며) 뭐 하자는 짓이야 이게?
세기 (대답 없이, 조수석 문을 열고 리진을 끌어내리는)
리진 (끌어내려져서, 뿌리치며) 날 여기에 데려온 이유가 뭐냐고!
세기 너한테 선택할 기회를 주려는 거야.
리진 내가 뭘 선택해야 되는데!!
세기 차도현과 나.
리진 (기막힌) 뭐?
세기 둘 다는 안 돼. 둘 중 하나만 선택해.
리진 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지금!! 차도현씨와 너는 어차피
한 사람이야!!
세기 (무서운 표정으로 버럭) 닥쳐!! 나는 차도현이 아니야!!!
리진 (그 기세에 움찔 겁먹는, 천천히 뒷걸음치다가, 홱 돌아 도망가려면)
세기 (OL) 이대로 차도현을 죽일 셈이야?
리진 (순간 멈칫 정지되는, 천천히 돌아보면)
세기 니가 여길 떠나는 순간, 차도현은 죽어. 잊었어? (예의 그 ‘Mors
Sola’타투를 보여주며) 죽을 때까지 한 몸. 내가 (손바닥으로 목
긋는 시늉) 내 목을 따면 그 순간 차도현도 함께 죽는 거야.
리진 !!! (눈앞 아득해져서) 나, 나한테 이러는 이유가 뭐야.
세기 말했잖아. 선택할 기회를 주겠다고.
리진 (늪에 빠진 느낌이고)
세기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하겠어? 그럼 들어가보자고. 궁금하지 않아?
저 안에서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지....(즐기듯 미소를 짓는 위로)
석호필 (E) 세기는 지금껏 수많은 여자문제를 일으켜왔습니다!
S#10 강한 병원 / 석호필의 방 (낮)
석호필 문젠, 놈이 단 한 번도 진심인 적이 없었다는 겁니다.
놈에겐 자유와 방종만 있을 뿐, 책임감이나 절제력 따윈
없습니다. 이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모르시겠습니까?
안실장 (불안하지만, 진정시키는) 아직까지 어린 아이와 여자에게 위해를
가한 적은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저에게 시간을 좀....(하는데,
휴대폰 울리는, 번호(이름 없이 뜬) 확인하더니, 서둘러 받으며)
어떻게 됐습니까? (표정 험악해지더니, 격앙된 목소리로 버럭)
대체 일을 어떻게 하고 있는 겁니까!
S#11 심부름센터 (낮)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와 팩스 음, 통화소리 등으로 어수선한 심부름
센터 안. 네댓 명의 직원들이 각자의 컴퓨터 앞에 앉아 위치추적,
통화 내역, 신용 카드 사용 내역 등을 조회 중이고, 그 사이를
바삐 오가며 안실장과 통화 중인 센터장!
센터장 진정하세요. 금방 잡습니다. (직원1이 컴퓨터 화면을 센터장 쪽으로
돌려 보여주면, 화면에 뜬 도현과 리진의 휴대폰 사진, 끄덕이고는)
마지막으로 위치추적 된 곳이 **시인데, 그곳에 버려진 타겟
두 명의 휴대폰을 우리 직원이 발견했습니다. (직원2가 빠르게
다가와 건네는 A4용지를 보며) 방금 신용카드로 오픈카를 구입한
사실도 확인됐네요. (직원3이 건네는 오픈카 브로슈어를 받아서 보며)
오픈카 모델 사진도 확보했습니다. (하는데)
직원1 (현장 직원과 통화하다가 소리치는) 반장님! 지금 **시의
***호텔에서 타겟원의 차가 발견됐답니다!
S#12 강한 병원 / 석호필의 방 (낮)
안실장 (들었다) !!!!
석호필 (안실장 표정 살피며, 덜컹 불안해지는) 왜 그러십니까?
안실장 (이내 정신을 수습하고는, 침착하지만 매섭게) 일단, 타겟투의
안전 확보가 우선입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타겟원을
제압하되, 타겟원의 안전 역시 확보되어야 합니다. 듣고 있습니까?
대단히 위험한 상황이니 숙련된 직원들을 현장으로 보내세요!!!!
S#13 호텔 / 스위트 룸 (낮)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무언가를 바라보며 서있는 리진.
리진 (손가락으로 멍하니...뭔가를 가리키며) 저것이....무엇입니까?
하고 보면, 침대 위에 떡하니 앉아있는 커다란 곰인형!
게다가, 방 안 가득 떠다니고 있는 알록달록한 풍선들!
한쪽에 세워져 있는 레고로 만든 커다란 로봇들!
리진의 주위에 깔려있는 장난감 기차 레일(꽤 고가의)!
리진 (차라리 공포스러운) 저것은....곰입니까?
세기 (팔짱 낀 채, 벽에 삐딱하게 기대서서) 누가 봐도 곰이잖아.
리진 그러니까 곰이 왜 저기 떡하니 앉아있냐는 거지, 내 말은.
세기 좋아했잖아.
리진 (황당) 누가? 내가? 언제?
세기 (미간이 살벌하게 꿈틀) 아니야 이거?
리진 ! (움찔해서 얼른) 아, 아니, 따, 딱히 싫어하지는 않는데,
세기 (이내 리모컨을 찾아 손에 쥐고는) 그럼 이건 어때.
리모컨을 꾹 누르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리진 주변에 깔린
레일 위를 달리기 시작하는 기차!
리진 ! (당황스러운) 저, 저기, 혹시 그쪽이 보기에 내가 많이 모지라
보이나? 아님 정신연령이 많이 낮아 보여 내가?
세기 (표정 일그러지며) 이것도 아니야? 그럼 이건.
다른 리모컨을 꾹 누르면, 천장에서 툭! 떨어지는 걸개그림.
두둥! 월트 디즈니의 <미녀와 야수>그림이고.
리진 (당황!) 저기, 내가 의도를 몰라서 묻는 건데, 이거...웃기려는....거야?
세기 (표정 살벌해지며) 이게 웃겨?
리진 (섬뜩해서, 얼른) 우, 웃기려는 건 아니구나. 그, 그럴 거 같긴 했어.
세기 그럼 이건 어때? (하며, 선물상자 하나를 집어 든다)
리진 (반짝) 그래, 그건 뭔가 있어 보이네!
리진의 말에 용기를 얻은 세기, 여봐란 듯 리진을 향해 뚜껑을
확! 열어 보이면, 안에서 꺄울~! 튀어나오는 광대인형!
뭥미? 싶은 얼굴로 멀뚱멀뚱 세기를 바라보는 리진.
실망과 분노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지는 세기에서.
세기cut (룸서비스용 디쉬커버를 짠! 열어 보이면, 베어브릭이 놓여있는)
리진 ? (멀뚱멀뚱 보다가 뒤늦게) 엄마야! (놀라보지만, 틀렸고)
세기cut (디쉬커버를 열면, 짠! 심벌즈를 치는 원숭이 인형)
리진 (눈치를 살피며, 뒤늦게) 하하....하하하.....
세기cut (디쉬커버를 열면, 짠! 알사탕 반지)
리진 (눈치를 살피며, 용기 내어) 먹으...라는 거지?
세기 (드디어 폭발하며) 이런 젠장! 대체 니가 원하는 게 뭐야!
리진 (울고 싶은) 대체 나한테 이러는 이유가 뭐야?
세기 차도현 말고 날 선택해달라는 뜻이잖아!
리진 여기가 무슨 애정촌이야? 왜 짝짓기를 못해서 안달이야?
세기 말했잖아! 둘 다는 안 된다고! 선택해. 나야 차도현이야?
리진 아, 뭘 자꾸 선택하래? 어차피 너랑 차도현씨는 한 몸뚱아리,
(하다가, 순식간에 서늘해지는 세기를 보고 찔끔해서) ....를
사용하지만, 엄연히 다른 사람이지, 암, 다른 사람이고말고.
(달래듯) 둘 다 매력이 쩔어서 그러니까, 나한테 고민할 시간을 좀,
세기 (OL) 말했잖아! 나한텐 시간이 별로 없다고! (버럭질 하고는)
안되겠군. 따라와. (리진의 손을 잡아끌며 밖으로 향하고)
리진 아놔, 이러다 긴팔원숭이 되겠네. 어딜 가는 건데 또오오?
S#14 불꽃놀이 행사장 내 야시장 (밤)
불꽃놀이 문화 축제 행사장 내에 선 야시장.
LED조명 아래 각종 물건들을 내놓은 부스들이 즐비하고,
불꽃놀이를 기다리며 쇼핑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로 활기차다.
그 인파 속을 헤치며 리진의 손을 잡고 걸어오는 세기.
리진 (끌려오며) 나 정말 궁금해서 묻는 건데, 어디 가는지 먼저
알려주고 가면, 지구 평화가 위협받나? 남북통일에 방해 돼?
세기 그 의사 가운 짜증나. 춥기도 하고.
하다가, 티셔츠를 팔고 있는 부스를 발견하고는 그리로 가는 세기.
매대 위에 놓인 옷들을 홱홱 던져가며 옷을 고르기 시작하고.
리진 (세기가 날리는 옷들을 잡아채며) 뭐 하는 짓이야, 이게?
세기 (판매원에게) 이렇게 얇은 옷 밖에 없나? 촌빨은 옵션이고?
판매원 (짜증 섞인) 손님, 물건을 이렇게 헤집어 놓으면 어떻게, (하다가,
세기의 살벌한 눈빛에 움찔! 해서)....할까 했는데, 다시 잘 정리해
놓으면 되겠네요. (얼른 알아서 옷들을 착착! 정리하는데)
세기 그거 따뜻해 보이는군.
판매원 ??해서 보면, 남녀 판매원이 세트로 입고 있는 두툼한
야상 코트(*라쿤털 후드가 달린)!
S#15 불꽃놀이 행사장 일각 (밤)
판매원들이 입고 있던 야상을 차려입은 세기, 마치 커플룩처럼
똑같은 야상을 입은 리진의 손을 잡아끌며 오고 있다.
리진 (못마땅해서 잔소리) 이건 셔틀이야! 삥 뜯는 거랑 대체 뭐가 달라?
세기 원가보다 세 배 넘는 돈을 주고 삥 뜯는 또라이도 있나?
리진 그 돈도 니 돈 아니잖아. 차도현씨 돈이지.
세기 차도현 돈이 곧 내 돈이야.
리진 (순간 우뚝 멈춰 서는) 아니, 이런 뻔뻔한 인격 좀 보게?
너랑 차도현은 다르다면서. 그럼 니 돈은 니가 벌어 써야
이치가 맞는 거 아냐?
세기 차도현은 버는데 소질 있고, 나는 쓰는 데 소질 있고, 각자 개성과
소질을 발휘해가면서 살겠다는데, 무슨 문제 있나?
리진 있지! 당연히 있지! 너는 쓰고, 놀고, 사고치고, 사라져버리면
그만이지만, 차도현씨는 니가 무책임하게 벌여놓은 일들을
수습하느라 매일매일을 고군분투하고 있어. 미안하지도 않아?
세기 (기분 상하기 시작하는) 진정한 의미의 공존이지. 내가 밥맛없는
차도현을 견뎌내는 유일한 이유기도 하고.
리진 (기막힌) 그게 어떻게 진정한 의미의 공존이야? 강화도조약에
버금가는 불평등 조약,
세기 (기어이 터지며, OL) 닥쳐!
리진 !!! (움찔)
세기 내가 아니면 그 자식은 벌써 죽었어! 나약해 빠진 그 새끼를
위험에서 구해주고, 힘든 일을 대신 해 준 건 바로 나야!
리진 (세기의 서슬에 겁먹는) 알았어. 미안해. 내가 주제넘었어.
세기 (살벌해진 눈빛으로 리진을 향해 다가오며) 그 자식이 날
만들어냈을 땐, 날 감당할 책임도 함께 있는 거라고!
리진 (물러나며) 알았어. 미안해. 사과할게.
세기 (다가오며) 나랑 있을 때 다시는 그 새끼 이름 입에 올리지 마.
리진 (물러나며) 알았어. (마치 목을 조를 듯, 두 손을 들어 올리는
세기의 모습에 헉! 하얗게 질리며) 알았어! 알았다고!!!
소리치며 두 눈을 질끈 감아버리는 리진, 문득 어떤 느낌에 눈을
떠보면, 리진이 입고 있는 야상의 목 단추를 채워주고 있는 세기.
리진 !!!
세기 (리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후드를 씌워주고, 주머니에서
뜨거운 캔 커피를 꺼내 리진의 손에 쥐어주고는, 뒤돌아 가버리는)
리진 ......(손안에 캔 커피를 바라보다가) ......(세기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
S#16 불꽃놀이 행사장 / 광장 (밤)
불꽃놀이를 관람하기 위해 모여든 인파로 북적이고 있는 광장.
그 인파 속을 혼자 걸어오고 있는 세기.
리진 (E) 삐졌어?
소리에 보면, 언제 왔는지 세기 옆에서 나란히 걷고 있는 리진.
세기 ......(보다가, 고개 돌리는)
리진 아아....인격도 삐지는구나.
세기 (찌릿 쳐다보는)
리진 (움찔해서, 얼른 말 돌리는) 근데 내가 불꽃놀이 좋아하는 거
어떻게 알았어?
세기 보고 싶어 했잖아. 오래 전부터.
리진 아, 또 시작이네. 도대체 내가 언제, (하다가 멈칫, 떠오르는)
(F.C-4부 16씬)
도현 혹시 예전에 저를, 아니 세기를 만난 적이 있습니까?
리진 (세기 앞으로 와서 서며) 혹시 겨울연가를 감명 깊게 봤나?
세기 (찡그리며) 무슨 소리야?
리진 죽은 첫사랑이랑 내가 닮았냐고.
세기 ......(리진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아니.
리진 안 닮았어?
세기 안 죽었어.
리진 (멈칫 보면)
세기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리진을 바라보며) 살아있어. 다행히.
리진 ......! (왜 일까? 심장이 쿵하고, 울리는데)
순간, 펑----! 불꽃이 터지는 소리. 리진, 반사적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면 또 다시 펑----!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는 불꽃!
와아아----! 감탄과 흥분의 환호성들. 연이어 터지는 불꽃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아이처럼 천진한 미소를 짓는 리진.
세기 (그런 리진을 보며) 이번 선물은 마음에 드나?
리진 (불꽃을 바라보는 채로 끄덕끄덕) 불꽃놀이 싫어하는 사람도 있나?
세기 영원히 계속됐으면 좋겠지 않아?
리진 (불꽃을 바라보는 채로 끄덕끄덕) 그렇지.
세기 마찬가지야 나도. 나도 너랑 영원히 함께 했으면 좋겠어.
리진 ! (순간 식겁해서 세기를 보며) 아니, 뭔가 오해를 한 모양인데,
내 말은 저 불꽃이 영원했으면 좋겠다는,
세기 (OL) 차도현을 잠재워줘.
리진 ! (순간, 멈칫 굳어버리는)
세기 영원히 깨어날 수 없게.
리진 ! (굳어있는 얼굴 위로 떠오르는)
(F.C-4부 10씬)
도현 혹시....세기를 만났을 때 뭔가를 부탁받지 않으셨습니까?
세기 그 자식과 시간을 나눠 쓰고 싶지 않아. 너랑 함께 있으면서
내가 또 언제 사라지게 될까 걱정하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해줘. 날 위해서. 너....의사잖아.
리진 (도현이가 말한 게 이거였구나!) 나는......못해.
세기 아니. 너는 하게 될 거야.
리진 (마음 다잡고, 단호하게) 못해 나는.
세기 아니, 하게 될 거야. 내가 그렇게 만들어줄게.
한손으로 리진의 머리를 감싸 안고 그대로 입을 맞추는 세기.
순간 그대로 얼어붙는 리진. 갑자기 주위의 모든 소음이 사라지고,
그 완벽한 적막 위로 누구의 것인지 모를 심장소리만 쿵쾅쿵쾅...
들려온다. 사람들의 시선은 온전히 밤하늘에 쏠려있고, 소음마저
모두 사라진 그들만의 세상. 아름다운 불꽃이 쏟아져 내리는
밤하늘 아래서 나누는 입맞춤...어느 순간 리진, 가만히 눈을 감는다.
어느 순간 세기, 미세하게 미간이 꿈틀한다. 점점 더 미간이
좁혀지다가....눈을 뜨는데, 도현이다!
리진과 입을 맞추고 있는 자신을 깨닫고 놀라는 도현.
양손으로 리진의 어깨를 잡아떼고는 리진의 두 눈을 바라본다.
도현의 눈빛을 알아본 리진, 놀란다. 순간 사라졌던 소음이 다시
되살아난다. 그 소음과 함께 현실로 돌아온 도현과 리진이
멍....하니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S#17 불꽃놀이 행사장 / 주차장 (밤)
안실장의 차가 달려와 멈춰 선다. 일각에서 기다리고 있던 심부름
센터 직원 세 명이 알아보고 달려온다. (*직원들은 모두 경호원처럼
보이는 다부진 체격)
안실장 (다급히 차에서 내리며) 찾았습니까?
직원4 불꽃놀이 행사 때문에 인파가 몰려 쉽지가 않습니다.
안실장 일단 갑시다. (다급히 행사장 쪽으로 달려가고)
직원들 (따라 뛰어간다)
S#18 불꽃놀이 행사장 / 광장 (밤)
여전히 충격과 혼란스러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서로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두 사람. 도현 떨리는 심정으로 어렵게 입을 뗀다.
도현 이게 대체.....어떻게 된 일입니까?
리진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
도현 오리진씨가 왜 여기 있는 겁니까?
리진 (눈빛 흔들리며 보다가, 몸을 홱 돌려 도망간다)
도현 (쫓아가, 잡아챈다) 세기와 있었던 겁니까? 대답을 좀 하세요!
리진 차, 차도현씨가 실종됐다는 소릴 듣고 걱정 돼서...음성을 남겼는데...
세기가 답문을 보냈어요. 차도현씨 이름으루.
도현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뜨며, 미치겠는) 대체 제 경고를 어디루
들은 겁니까? 전화는 하지도, 받지도 말아라, 세기는 위험한 놈이니
가까이 하지 말아라! 잊었습니까? 못 들은 거예요? 아니면,
미친놈이 한 소리, 그냥 쓰레기통에 처박고 말잡니까?!!!
소리치는 순간, 도현을 발견한 심부름센터 직원들이 달려와 도현을
제압한다. 한순간에 팔이 뒤로 꺾이며 바닥에 납작 눌려지는 도현!
놀라서 보는 리진!
안실장 (뒤이어 달려와) 낮에 전화 드렸던 안실장입니다. 괜찮으십니까?
리진 (놀란 채로) 전 괜찮아요. 근데, (저 사람 차도현이다, 하려는데)
도현 (제압된 채로) 안실장님, 접니다.
안실장 (도현을 보지만, 완전히 믿지 못하겠고)
도현 저라구요 안실장님!!!
안실장 (맞냐고 묻듯 리진을 보면)
리진 차도현씨 맞아요. 풀어주세요.
안실장 (직원들에게 끄덕 고갯짓을 하면)
직원들 (도현을 풀어준다)
리진 (도현이 풀려나자마자) 믿을만한 분이 오셨으니 저는 이만
가볼게요. 그럼. (도망치듯 인파 속으로 달려간다)
도현 (안실장에게) 병원까지 모셔다 드리세요. 많이 놀랐을 겁니다.
안실장 (리진의 뒤를 쫓아가고)
도현 (혼란과 절망으로 바라보다가, 문득 자신이 입고 있는 야상코트를
내려다보며) ......
석호필 (E) 결국 걱정하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군.
S#19 강한 병원 / 석호필의 방 (밤)
머리가 아픈 듯 이마를 감싸 쥐는 석호필.
리진 걱정 마세요. 양쪽 모두 다시는 만나지 않을 생각이니까.
석호필 너만 피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야. 니가 피하면 오히려 집착이 더
심해질 수도 있어. 어쨌든 이대로는 위험해. 당분간 집에 가 있어.
리진 (이미 혼자 생각에 빠져있는) ......
석호필 대외적으로는 근신처분 정도로 말해둘 테니까, (하다가, 멍 때리고
있는 리진을 살피며) 오선생. 듣고 있어?
리진 ......
석호필 오선생!
리진 (그제야 퍼뜩) 네? 뭐라고 하셨죠?
S#20 강한 병원 / 의국 (밤)
리진, 여전히 멍...한 표정으로 집에 갈 짐을 배낭에 챙기고 있다.
세기 (E) 해줘. 날 위해서.
리진 (순간, 배낭에 옷을 넣던 손이 멈칫)
세기 (E) 차도현을 잠재워줘.
리진 (혼잣말로) 나는....못해.
세기 (E) 아니, 하게 될 거야. 내가 그렇게 만들어줄게.
(F.C) 리진의 머리를 감싸 안고 키스를 하던 세기.
리진 (심장이 두근두근)
(F.C) 키스 후에 멍....하니 표정으로 리진을 바라보던 도현.
리진 (이것도 두근두근)
혼란스러워지는 리진. 아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양손으로 머리칼을 마구 쥐어뜯는.
리진 나 대체 누구랑 키스한 거니? (심장을 주먹으로 쿵! 치며)
얜 또 누구 땜에 뜀박질이냐고! (울고 싶은 심정이고)
S#21 도현의 집 / 욕실 (밤)
역시 혼란스러움을 떨쳐내려는 듯 열심히 세수를 하고 있는 도현.
(*거울은 깨져있어야 합니다. 4부 58씬에서 도현이 깨뜨렸어요)
(F.C) 키스 후에 서로를 멍...하니 바라보던 도현과 리진.
떠올리며, 기분이 묘하면서도 이상한.... F.O
S#22 실내 식물원(온실) (낮)
크고 작은 꽃과 나무들, 소형 분수 따위가 있는 실내 식물원 풍경.
한산한 온실 일각에 마치 비밀리에 접선이라도 하듯
벤치에 약간의 거리를 두고 나란히 앉아있는 도현과 석호필.
점심시간을 이용한 만남이라 바게트 샌드위치와 테이크아웃 커피.
석호필 (시선은 정면) 오선생은....잠시 집으로 보냈어.
도현 (역시 시선은 정면) ....죄송하게 됐습니다....
석호필 (샌드위치 하나 집어 포장 벗겨내며) 남자 둘이 비밀연애 하는 것도
아니고, 언제까지 남들 눈 피해 은밀하게 위대하게 비밀접선을 할
생각이야? (포장 벗긴 샌드위치를 손만 뻗어 도현에게 건네며)
이건 근본적인 해결책이 못 돼. 치료효과도 없고.
도현 ....(역시 손만 뻗어 받으며)....
남녀커플 한 쌍이 지나가며 그런 두 사람을 힐끔거리면,
석호필, !! 그런 거 아니라고, 양손을 저으며, 열심히 어필하는데,
도현 박사님.
석호필 엉? 왜.
도현 어쩌면 오리진씨가....세기의 첫사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석호필 (!!) 뭐?
도현 (생각에 빠진 채) 뭔가....이상해요. 오리진씨를 대하는 놈의
행동이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리진 (F.C-3부 27씬 편집) 기억해. 내가 너한테 반한 시간.
도현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고,
리진 (F.C-3부 27씬) 이 얼굴을 한 신세기는 나 하나 뿐이야.
도현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리진 (F.C-3부 27씬) 나는 유일해. 그러니까 너는, 내 눈빛을 기억해.
도현 이름과 눈빛을 기억해 달라고 어필했습니다. 게다가 생각해보면...
인격이 바뀌기 전후의 상황 속에 늘 오리진씨가 있었습니다.
(보며) 혹시...오리진씨가 인격 교대의 스위치가 아닐까요?
석호필 !!!
도현 어쩌면, 제가 모르는 과거의 언젠가...세기가 오리진씨를
만난 적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S#23 강한 병원 / 석호필의 방 앞 복도 (낮)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머리를 갸웃거리며 걸어오고 있는 석호필.
‘이게 대체 말이 되는 말이야, 안 되는 말이야?’ 머리를 북북
긁으며 방문을 열고.
S#24 강한 병원 / 석호필의 방 (낮)
석호필 들어오면, 책상을 정리하고 있다가 돌아보는 박선생.
박선생 점심 맛있게 드셨어요?
석호필 (코트 벗어 옷걸이에 걸며) 나 외래 두 시부터 맞지?
박선생 네.
석호필 (옷걸이의 가운으로 갈아입으며) 콜 온 데 없고?
박선생 (메모 찾아 건네며) 의학자문 요청이 왔길래 일단 번호만
받아놨습니다. 혹시 몰라 교수님 핸드폰 번호는 안 알려줬구요.
석호필 (가운에 팔 꿰며 메모 받아서 보는 위로)
기준 (E) ID 엔터 차기준이라고 합니다, 박사님.
S#25 기준의 사무실 (낮)
책상 의자에 앉아 통화 중인 기준.
기준 다름이 아니라, 저희가 이번에 메디컬 스릴러 영화를 제작하게
됐는데요, 박사님을 찾아뵙고 고견을 듣고 싶어 연락드렸습니다.
하하하. 바쁘신 거 압니다. 시간 많이 뺏지 않겠습니다.
네, 그럼 일간 제가 병원으로 찾아뵙겠습니다.
끊고는, 씩 웃더니 야구공을 공중에 붕 던졌다 받는 기준.
똑똑 노크소리와 함께 안으로 들어서는 최실장.
최실장 (준비한 보고서를 얌전히 내려놓으며) 지시하신 강한 병원
오리진 선생과 석호필 박사의 프로필입니다.
기준 (여전히 야구공을 던졌다 받았다하며) 최실장님. 사냥 해보셨습니까?
최실장 헌팅....말씀하시는 겁니까? (수줍게 웃으며) 젊을 땐 곧잘.....
기준 사냥의 묘미가 뭔지 아십니까?
최실장 (괜히 흐뭇해지며) 침 발라 놨던 사냥감을 포획했을 때?
기준 아니죠. (공중에 던졌던 야구공을 홱 낚아채며) 사냥감을 몰아갈 때...
코너에 몰린 사냥감을 마주 했을 때....그때가 제일 짜릿하죠.
S#26 승진그룹 로비 (낮)
회전문을 밀며 안으로 들어서는 도현. 그 위로.
석호필 (E) 말해. 솔직하게.
S#27 플래시백 (22씬에서 이어지는)
석호필 오선생이 스위치로 작용했든 안 했든, 놈이 강해진 것만은 확실해.
공재의식이 나타났다는 건 명백한 위험징후야. 새로운 인격이
출현한 것 또한 마찬가지고. 만일...놈이 여기서 더 강해진다면,
위험해지는 건 오선생뿐만이 아니야.
도현 ......
석호필 (보며) 주변 사람을 지키려면 솔직해져야 해. 솔직히 털어놓고 양해와
도움을 청한다....그것만큼 안전한 방법은 없어.
S#28 승진그룹 로비 (낮)
떠올리며 무거운 한숨을 내쉬는 도현인데,
채연 (E) 앓느니 죽어. 목마른 사람이 샘 파야지 어느 세월에 기다려.
도현 ......! (소리에 멈칫, 표정)
보면, 양손에 커다란 소품 상자 안고(상자 위에는 도면 네댓 개가
위태위태하게 올려진), 어깨와 귀 사이에 휴대폰 낀 채로 통화를
하며 걸어오고 있는 채연.
채연 내가 지금 가지구 가니까, (자꾸만 밑으로 쳐지는 상자를 무릎으로
쳐 올려가며) 애들 두 명 더 올려 보내 나머지 실구 와.
(전화 끊다가, 물건을 바닥에 와르르 쏟고 마는)
도현 (반사적으로 달려가려다가 멈칫, 서는)
채연 내가 미쳐. (앞머리 한 번 훅 불어 넘기고는 퍼질러 앉아
물건 담기 시작하는)
도현 ......(보다가, 애써 외면하며 가는, 그러다 우뚝 멈춰서는,
결국 두 눈 한 번 감았다 뜨고는 가서 도와주는)
채연 아, 감사합, (하다가 멈칫 도현을 보는)
도현 ......(시선 내린 채로, 물건만 줍는)
채연 ......(괘씸한 표정으로 보다가, 시선 내려 물건 줍는)
도현 ......(안보는 채로) 왜 안 도망가. 도망 가랬는데.
채연 ......(안 보며) 아무런 이유도 없이, 니가 도망가라고 하면 난 그냥
도망가? (결국 물건 탁 던지듯 놓고, 보며) 애견 훈련시켜 지금?
애견훈련도 이런 식이면, 동물보호 협회에 고소당해. 적어도 간식
줘가며, 머리도 쓰다듬어 줘가며, 납득이란 걸 시킨다구.
도현 ......(피식) 너무 멀리 간다 너.
채연 사람대접 이렇게 하면 안 되지. 이율 대고 상댈 납득시켜야지.
그게 예의지. 관곈 그렇게 정리하는 거야. 말해봐. 이유, 있잖아.
도현 (눈 맞추고 보며).....
채연 (안 피하고 보며)......
석호필 (E) 말해. 솔직하게. 그것만큼 안전한 방법은 없어.
도현 (말해야 할까? 눈빛 흔들리는) .....
채연 (기다리는데) ......
직원1 (E) 팀장님!
도현,채연 ! / ? (보면)
직원1 (달려와) 두세요. 제가 할게요. 어? 부사장님?
도현 (순간 얼른 일어나, 엘리베이터로 향하고)
채연 도현, (하다가) 부사장님! 부사장님! (버럭) 야 차도현!!!!
S#29 도현의 사무실 (낮)
문을 쾅 열고 들어와 의자에 털썩 앉는 도현. 잠깐 순간 채연에게
비밀을 말할 뻔 했다는 아찔함에 넥타이를 느슨하게 푸는데.
안실장 (E, 좀 화난) 사장님 지시가 확실해?
최실장 (E) 아, 그렇다니까요!
벌컥 문이 열리며 들어서는 최실장(A4용지 더미가 잔뜩 실린
손수레를 끌고 온)과 안실장, 도현을 발견하고 멈칫하는.
안실장 (어쩐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오....오셨습니까?
도현 (최실장 보며) 뭡니까 그게?
최실장 (난처한 표정으로 있다가) 사장님 지십니다. (손수레를 놓고는
꾸벅 인사하고 도망치듯 나가버리는)
도현 ? (봤다가, 묻듯이 안실장을 보면)
안실장 (선뜻 대답 못하고 난처한 표정 짓는 데서)
S#30 기준의 사무실 앞 복도 (낮)
화난 표정으로, 느슨하게 풀어놨던 넥타이를 다시 제대로 묶으며
기준의 사무실을 향해 가고 있는 도현.
S#31 기준의 사무실 (낮)
한쪽에 쌓여있는 결재서류들을 검토하며 사인을 하고 있는 기준인데,
벌컥 문이 열리고 화난 표정으로 들어서는 도현.
도현 뭐 하자는 거야 지금.
기준 (일하는 채로) 머리 떼구 꼬리 떼면 무슨 소린지 못 알아듣지 내가.
도현 재심에, 삼심에, 최종심까지 거쳐 파쇄기에 들어갈 일만 남은
시나리오 이천 편을, 대체 무슨 의도로 다시 검토하라는 거야!
기준 (결재 사인하며 피식) 사장님 지시에 항명하는 거냐?
도현 견제치곤 너무 일차원적인 거 아냐? 날 회사에서 소외시키고 싶으면,
좀 더 고차원적인 이율 대라고! 이런 유치한 장난 말고!
기준 (결재서류 탁 덮으며) 내가 널 뭘 믿구.
도현 뭐?
기준 (서늘하게 보며) 니가 어떤 놈인지 알고 중요 업무를 맡기냐고 내가.
도현 형!
기준 (정색하며, OL) 사장님! 회사에선 사장님이라고 불러.
(일어나 도현 쪽으로 오며) 아이디엔터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
내가 직접 뽑은 인력들이야! 그들이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어느 정도의 잠재력을 지녔는지, (부러
도현 앞에 와 딱 서며) 중요 업무를 수행할 만한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가지고 있는지!
도현 (순간, 저도 모르게 멈칫, 경직되는)
기준 (속내를 뚫듯이 쳐다보며) 내 손금 들여다보듯 훤히 알고 있다고.
다시 말해 난, 파악 안 되는 사람하고는 같이 일 안 해.
넌 아직 파악 중이니까 기다려.
도현 ......(노려보고)
기준 ......(피하지 않고 보고)
도현 ......(분하지만, 인정할 건 인정하자 싶어, 홱 돌아 나가려는데)
기준 (OL) 앞으로 비서실 통해 들어와.
도현 ......(애써 누르며 나가고)
기준 (건방진 자식, 노려보는)
S#32 승진그룹 / 주차장 (낮)
덜컹, 도현 차의 트렁크가 열리더니, 엄청난 양의 시나리오 뭉치가
차례대로 실린다. (*트렁크에는 인격 변화 때를 대비하여, 양복
몇 벌과 구두가 상비되어있다). 이내 탕! 닫히는 트렁크 문.
안실장 (심란한) 정말....이걸 전부 다 검토하실 생각이십니까?
도현 (이미 악감정 없다, 웃으며) 까라면 까야죠.
하며, 뒷좌석 문을 여는데, 이미 커다란 상자 하나와 곰 한 마리가
(13씬에서 나왔던) 안전벨트까지 하고 떡하니 놓여있다.
도현 (황당해서) 이건 또 뭡니까?
안실장 아...세기와 오리진씨가 투숙했던 호텔방에서 나온 물건들인데,
심부름센터 직원들이 수거해왔습니다.
도현 ......(무거운 한숨으로 보는데서)
S#33 쌍리 홀 (저녁)
테이블 위에 차려진 저녁상 앞에 멍....하니 앉아있는 리진.
식욕 없는 얼굴로 국그릇만 하염없이 내려다보고 있는데.
그 국그릇 위로 둥실 떠오르는 도현의 얼굴!
리진 (헉! 놀라 몸을 뒤로 움찔 빼는데)
세기 (E) 밥 먹다 말고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리진 ! (소리에, 번뜩 고개를 들어 보면)
리진 앞에 팔짱을 끼고 삐딱하게 앉아있는 세기와
그 옆에 단정한 자세로 나란히(!) 앉아있는 도현!
세기 (삐딱) 혹시 내 생각하는 거야?
도현 (정중) 아니면 혹시...(한 손을 가슴에 올리며) 제 생각하시는 겁니까?
세기 (짜증) 얼른 선택해! 나야 차도현이야?
리진, 허걱!!!!!!해서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뜨고 다시 보면,
도현과 세기 대신, 참 추레한 모습으로 나란히 앉아 리진을
바라보고 있는 오대오와 리온!
오대오,리온 (입에 밥 한가득 문 채) 아, 밥 먹다 말고 무슨 생각을 하냐고오오--
리진 (아찔한 듯 고개 한 번 털고는, 혼잣말) 아우, 현실감이 확 드네,
그냥. (하고는) 생각은 무슨. 그냥 입맛이 없어서 그래요.
지순영 (요리 내오다가 듣고) 입맛이 왜 없어? (리진 밥그릇 보며)
세상에, 하나도 못 먹었네에에---
오대오 인마, 그러니까 엄마 말대로 입원한 김에 며칠 더 푹 쉬었으면
좋았잖아. 왜 엄마 말을 안 들어?
지순영 여보, 안 되겠어. 오리 한 마리 잡어.
리진 아우, 됐어 엄마.
오대오 (리진과 동시에) 그럴까? (일어나며) 리온이 너 나와 장작 좀 패.
리온 (수저 탁 놓으며) 아놔, 장작 패다가 변강쇠 되겠네!
쟤가 무슨 백년손님도 아니고, 올 때마다 무슨 오리를 그렇게
잡아요오! 그러니까 오리들이 쟤만 오면 도망가잖아요!
부부 썩, 일어나지 못해!!! (버럭 소리치는 데서)
S#34 도현의 집 / 서재 (저녁)
책상 앞에 앉아 산더미처럼 쌓인 시나리오를 읽고 있는 도현.
(*다 읽은 시나리오는 감상평을 적은 포스트잇을 붙여서 한쪽에
따로 쌓아놓았는데 꽤 많은 양) 피곤한 듯 목을 좌우로 움직여보다가,
한쪽에 놓인 곰인형과 상자에 시선이 가는. 그 위로,
안실장 (E) 소각시킬까 하다가, 혹시 위험한 물건이 섞여 있을까 싶어
일단 받아왔습니다. 이를테면 약물이나.....
도현, 긴장된 표정으로 연필꽂이에서 커터 칼을 뽑아들고는
곰인형을 향해 걸어간다. 곰인형의 등을 북-- 가르고는 손을
넣어 헤집어보는데 아무 것도 없다. 일단 안심하는 도현.
(*곰인형은 나중에 다시 쓰입니다. 등만 예쁘게 갈라주세요)
이번엔 상자 뚜껑을 확 열어본다. 맨 위에는 예의 그 야상코트가
놓여있고. 거둬내고 보면, 미녀와 야수 대형 걸개, 레일과 기차,
레고로 만들어진 로봇, 의문의 상자(?) 등등이 나온다.
몹시 당황스러운 도현. 혹시나 싶어 의문의 상자를 확 열어보면!
안에서 꺄울~튀어나오는 광대인형! 순간, 엄맛!!! 모냥 빠지게 상자를
던져버리며 엉덩방아를 찧는 도현. 잠시 정적...뻘쭘...
마치 세기에게 놀림당한 느낌이 들어 얼굴이 팍 구겨지는 도현.
꺼냈던 물건들을 도로 상자 안으로 팍팍 던져 넣다가,
야상코트에서 멈칫한다. 그 위로.
# 플래시백 (16씬)
리진(*똑같은 야상을 입은)과 입을 맞추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놀라는 도현. 리진의 어깨를 양손으로 잡아떼고 두 눈을 바라보던.
# 현재
가만히...떠올리는데....갑자기 (E) 쿵...쿵...쿵...뛰기 시작하는 심장.
도현 (당황스럽다, E) 뭐야...왜 이래....이거 나 아니야....
내 심장이 뛸 이유가 없잖아.
얼른 야상코트를 상자 안에 던져 넣고, 뚜껑을 닫고는 돌아서다가
멈칫, 다시 돌아보는 데서.
S#35 도현의 집 / 드레스룸 (저녁)
전신거울이 달린 옷장 문을 열고 서서, 옷걸이에 야상코트를
걸고 있는 도현.
도현 (언젠가의 리진처럼 변명 늘어지는) 이건 미련도 아니고, 기대도
아니야. 어차피 다시 만날 일도 없고, 그냥 버리기 아까우니까,
# 플래시백 (18씬)
리진 차도현씨가 실종됐다는 소릴 듣고 걱정 돼서...
# 현재
떠오르는데, 또 다시 (E) 쿵...쿵....쿵.....심장소리.
도현 (혼란스러운, E) 아니야. 이건...내 심장이 뛰는 게 아니라고....
떨쳐내듯, 옷걸이에 건 야상코트를 얼른 옷장 안에 걸고는
거울장 문을 탁! 닫는 순간! 전신거울에 비치는 도현의 모습,
이미 뱃사람 스타일로 완벽히 변신한 페리박이다!!!
페리박 (엄지와 검지에 침을 묻혀 신중하게 귀밑머리 매만지며) 염병허니,
심장이 누구 땜에 뛰면 어짜고 안 뛰면 어짠다고 지랄일까이.
배운 놈들 대그빡엔 머가 들었능가 한 번 뽀개보고 잡당께.
(완성된 헤어스타일 거울에 비춰보며) 어쨔쓰까...
징허게 잘나불고마이. (느끼하게 씩---웃는데서)
S#36 쌍리 / 뒤뜰 (밤)
퍽! 내려쳐지는 도끼와 함께 정확히 두 쪽으로 갈라지는 장작!
보면, 머리에 수건을 둘러쓰고 머슴처럼 장작을 패고 있는 리진이고, 한쪽에 기타를 들고 디링~ 튜닝하며 베짱이처럼 앉아있는 리온.
리온 그래, 그래, 잡념을 떨칠 땐 몸을 혹사시키는 게 최고지.
근신처분 받은 거 숨기고 보양식 얻어먹으려니까 괴롭지?
리진 (도끼를 나무 위에 살벌하게 퍽! 꽂아 놓는)
리온 !!! (머리카락 쭈뼛! 해서 얼른 기타 치며) 또 하, 또 하, 또 하루....
리진 (아무래도 머릿속이 복잡한) 집에 소주 있냐?
리온 소주는 왜.
리진 내가 황금비율로 말아줄 테니까 소맥 한 잔 하자.
리온 (기타 튕기며) 아이고 의미 없다. 브루마스터를 아버지로 둔 자식
입장에서 그건 아니지. 소맥은 신의 눈물에 악마의 오줌을 섞은
것이다, 평소 지엄하신 아버지의 말씀을 니가 진정 잊은 게야?
리진 그러니까 가게 가서 몰래 사오자 말이지.
리온 (기타 내려놓고, 보며) 말해봐, 뭐야 대체. 근신처분 받은 이유가
뭐냐고. 내용을 알아야 비밀을 지켜줄 거 아냐.
리진 아, 됐어. 몰라도 돼. 또 소설 소재로 쓰려는 거 내가 몰라?
(몰라도 된다면서) 협박한다고 따라 나간 내가 빙신이지.
리온 (!!) 뭐야, 환자가 널 인질로 잡고 탈출한 거야? (얼른 주머니에서
취재수첩과 연필을 꺼내들며) 그래서, 환잔? 무사히 돌아오긴 했어?
리진 아 몰라아아! 이제 펴어어어어엉생, 다시 볼 일 없을 테니까.
S#37 쌍리 앞 일각 (밤)
끼이익--! 트랜스포머처럼 전신주 등불 아래 멈춰서는 도현의 차.
이어, 차문이 벌컥 열리더니, 안에서 내리는 백구두! 페리박이다!
저만치 불을 밝히고 있는 쌍리의 간판을 보다가, 주머니에서 명함
한 장을 꺼내는데, 보면, 쌍리의 명함이다!
페리박 (간판과 명함을 번갈아 확인해보고는 씩 웃더니, 두 눈을 감고
코를 벌름벌름 거리며 향기를 맡는) 으미~ 곡주 익는 냄시.....
폴세부텀 가심이 퉁게퉁게(두근두근) 해쌌능만.
호탕하게 웃어젖히고는 기세 좋게 쌍리를 향해 걸음을 내딛다가,
윽! 갑작스런 두통에 머리를 움켜쥐는 페리박!
페리박 옴마...? 머시여...벌써 기어 나오려는 거시여? (쌍리를 향해,
몇 걸음 더 내디뎌보지만 두통 더 심해지고) 염병, 이라믄 야그가
안 되야부는디...으미, 으미, 대그빡이야. 으미, 나죽네이이이---!!!
극심해지는 두통에 아예 머리를 감싸 쥐고 주저앉는 페리박!
그대로 바위처럼 정지된다. 잠시 정적....어느 순간 천천히....
고개를 드는 페리박, 아니 도현!
도현 ......! (퍼뜩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려 보면 낯선 장소)
여기가 어디....(하다가, 얼른 자신의 행색을 내려다보고는, 이씨...)
페리박....진짜....!!!
얼른 주위를 경계하며 차 트렁크를 향해 달려가는 도현.
갈아입을 옷과 구두를 꺼내들고는 서둘러 뒷좌석에 오르고.
S#38 쌍리 길 (밤)
2리터짜리 소주 한 병씩을 가슴에 안고 걸어오고 있는 리온과 리진.
‘안 모자랄까?’ ’오늘은 그냥 입가심만 하자. 가글하는 느낌으로다가’
‘야, 아빠 못 보게 숨겨봐.’ ‘아, 이걸 어떻게 숨겨, 그러게 작은 걸로
여러 개 사자고 했잖아!’ 티격태격하며 오는데, 뭔가를 발견하고는
그 자리에 우뚝 멈춰서는 리온!
리진 ? 왜 그래?
리온 저게.....(멍....하니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키며) 뭐야.....?
리진 ? (리온의 손가락 끝을 따라가 보면)
두둥! 마치 무대 위의 핀조명처럼, 오로지 도현의 차만을 비춰주고
있는 전신주의 불빛! 그 불빛 속에, 좌우로 격하게 흔들리고 있는
도현의 차! 묘한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몹시도 야릇한 풍경!
리진 (헉!! 얼굴 붉어져서 고개를 홱 돌리고)
리온 (띵...) 오...마이...갓...(순식간에 표정 환해지며) 대에~박!!!!
신나서 차를 향해 달려가는 심히 청소년스러운 리온이고,
‘야, 너 미쳤어?’ 소리죽여 외치며 말리러 가는 리진!
S#39 도현의 차 안 (밤)
뒷좌석에서 허둥지둥 옷을 갈아입고 있는 도현!
셔츠는 이미 갈아입었지만 급히 입느라 앞섶은 풀어헤쳐져 있고,
이제 막 바지를 갈아입느라 몸부림을 치는 중인데, 마음만 급해서
단추를 못 꿰겠는. 그러다 엄맛!!! 기겁해서 놀라는 도현.
보면, 창문에 얼굴을 바싹 붙이고, 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리온과
리진의 얼굴!
도현 !!!! (얼른 운전석으로 넘어가 시동을 걸려는데)
똑똑 창문을 노크하는 소리. 보면,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창문 좀 열어보라고 열심히 손짓하고 있는 리온!
도현 (망설이다가,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창문을 내리면)
리진 !!! (도현을 알아보고는 입이 쩍 벌어지며 경악) 여...여기서 뭐하는....
도현 !!! (역시 리진을 알아보고는 경악하는데)
리온 (반가운, E) 페리박!!
도현,리진 !!! (순간 리온 쪽을 보는, 어떻게 알지?)
리온 맞죠? 페리박? (천진난만하게) 비행기! (나는 시늉) 비행기이--!!!
리진, 도현 !!! (서로를 봤다가) !!! (리온을 보는데서)
S#40 쌍리 외경 (밤)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는 쌍리 풍경 위로 하하하하하! 웃음소리.
S#41 쌍리 홀 (밤)
박장대소하는 가족들에게 둘러싸인 채 좌불안석인 도현(*옷은
이미 갈아입었고). 테이블 두어 개 손님들로 채워져 있고,
가족들은 후미진 테이블에. 간단한 술상 차려져 있고.
리진은 자신과 도현의 사이를 들킬까봐, 도현이 DID임을 들킬까봐,
불안 초조한 표정.
오대오 아, 왔으면 그냥 들어올 일이지, 옷은 뭐 하러 갈아입다 그런 봉변을
당해? 변태야?
지순영 (남편 툭, 치며) 이이가 손님한테.
리온 아참, (리진을 툭 치며) 얘는 알죠? 공항에서 내 머리털 잡아
뜯던 애.
도현 (어색) 아, 예....안녕...하세요?
리진 (어색) 아, 네....안녕하세요?
지순영 (어머? 수줍어하는 것 좀 봐? 두 아이를 관심 돋게 보고)
리진 그....근데 리온이 너는 페리씨랑 어떻게 친하게 된 거야?
리온 (호탕하게) 통했지 서로. 간파했지 내가. 극과 극을 치닫는
페리씨의 치명적인 매력을.
도현 (덜컹 불안해지며) 제...제가 비행기에서 뭘 어쨌길래....
리온 (안타까운) 저런, 모르시는구나아. 본인의 매력을. (본격적으로 수다
떨려고 자세 바로 하며) 일단 등장할 때부터 포스가 남달랐어요.
(허공을 향해 한 손을 아득히 내밀어 보이며, 아련한 눈빛 되는데서)
S#42 비행기 안 / 퍼스트 클래스 (플래시백)
(*도현, 리온 모두 1부 24씬과 같은 의상과 헤어)
이륙 전 탑승 풍경. 짐칸에 가방을 올리고 있는 승객들 사이를,
간단한 기내용 짐 하나 없이, 포스 넘치게 걸어오고 있는 세기!
책을 읽다가 어디선가 느껴지는 포스에 시선 들어 세기를 보는 리온.
좌석에 털썩 앉아 휴대폰을 꺼내 조작하기 시작하는 세기.
리온 (E) 앉자마자 휴대폰을 턱 꺼내시더라고. 이륙 전 애인에게 마지막
인사라도 하려는 것일까? 사업상 중요한 업무라도 있는 것일까?
(강하게) 아니었어! 그게 아니었어!
세기 (1부 25씬의 동영상 메시지 남기는) 11년 만에 고국 땅을 밟은
느낌이 어떤가, 친구? 이봐, 이봐, 그렇게 노려보지 말라구.
남자라면 야망을 가져야지. (하다, 느껴지는 시선에, 복도 건너편
리온의 좌석을 돌아보면)
리온 (서늘한 눈빛에 움찔!)
세기 (살벌한) 뭘 봐.
리온 (헉!! 해서 얼른 책에 고개를 처박는)
S#43 쌍리 홀 (밤)
리진, 도현을 제외한 일동, 캬~! 감탄사 내뱉는.
리온 (감탄의) 자기 자신에게 보내는 출사표! 그 아름다운 나르시시즘!
그때부터 나도, 마음이 약해질 때마다 나 자신에게 동영상 남기잖아.
(세기 흉내) 보고 있나, 오리온? 듣고 있나, 오리온?
도현 (몰래 괴로울 따름이고)
리진 (그런 도현을 안타깝게 보고)
오대오 (한 손을 어깨 높이까지 들며 질문) 근데, 그렇게 살벌한 사람이랑
어떻게 명함까지 주고받을 정도로 친해진 거냐?
리온 캬~우리 아버지 또 예리한 질문 주시네. 그러니까 그게,
S#44 비행기 안 / 퍼스트 클래스 (플래시백)
테이블 위에는 마시다 만 와인병(기내용 작은 사이즈)이 놓여있고,
목 베개를 하고 잠들어 있는 리온.
리온 (E) 그렇게 자애심 쩌는 영상을 남기시더니 바로 팔짱 끼고 눈 감고
주무시더라고. 그래서 나도 와인 한 잔을 마시고 잠을 청했는데,
테이블 위로 스윽---다가와 조용히 와인 병을 가져가는 손.
리온, 그 기척에 부스스 몸을 옆으로 돌리다가 눈을 떠 보면,
몰래 와인을 마시다가 리온과 눈이 딱 마주치는 페리박!
페리박 음마? (민망함에 씩-) 깨나부렸네이--
리온 (사투리에 움찔, E) 그 충격적인 반전!
페리박 근디, 요거슨(와인병) 워디서 샀어라? 꼬리칸까정 댕겨봐도 매점이
영판 안 보이딘디? 나가 시방 술이 쪼까 고파서 그란디, 워찌케
합석 쪼까 허면 안될까라.
리온 (재밌어서 헤헤--웃는, E) 그 봉준호식 유머러스함! 그때부터 우리
바로 친구 먹었잖아. (이하, 컷컷컷으로 이어지는)
-와인잔을 건배하며 호탕하게 원샷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스틸!
-위맥(위스키+맥주)을 제조하는 페리박의 현란한 손놀림에서 스틸!
-창으로 날아가 철썩 달라붙는 폭탄주 냅킨에서 스틸!
-러브샷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스틸!
-서로의 입 속에 땅콩을 던져주며 우하하하! 웃는 두 사람에서.
S#45 쌍리 홀 (밤)
오대오 캬~!!!! 우리 꽈네. 우리 꽈야. (맘에 드는)
지순영 (도현 보며) 근데 지금은 사투리 안 쓰시네?
도현 (당황해서) 네? 아, 고, 고쳤습니다. 주사....거든요.
지순영 아아....
리온 암튼, 그때 내가 우리 가게 명함을 딱 줬잖아. 한국에 오면,
세계 최고의 브루마스터가 만든 맥주 한 번 마시러 오라고.
(하며, 오대오를 향해 한 손 들어 올리면)
오대오 (그 손에 하이파이브 하고는) 좋다! 내가 오늘 귀한 거 대접한다.
리진이 너, 지하창고 내려가서 신의 물거품 좀 가져와.
리진 (도현 살피며) 아, 뭘 또 그걸 내오래. 차 가지고 온 사람한테.
지순영 (어머? 쟤 좀 봐. 챙겨주네? 딸을 보는)
오대오 어허, 손님이 왔는데, 그냥 보내 그럼? 얼른 가서 가져와.
리진 (어쩔 수 없이 일어나며, 도현에게 슬쩍) 같이 가실래요?
창고 구경시켜드릴게요. (하며 얼른 따라 나오라고 눈짓 작렬)
도현 ! (알아듣고, 반가운) 아 네, 그럼....(일어나려는데)
오대오 (잡아 앉히며) 앉아. 앉아. 손님은 앉아있는 거야.
(턱짓으로 밖을 가리키며, 리진에게) 무브!
리진 ......(어쩔 수 없이 혼자 나가고)
리온 암튼 반갑습니다. 환영합니다. (건배하자고 잔을 들고)
도현 죄송합니다, 제가 술을 잘....(하는데, 리온의 휴대폰에서 문자 알림음)
리온 잠깐만요. (문자 확인하는)
(INS) 오작가님. 연재소설 원고 완성되셨나요?
리온 !!! (얼른, 휴대폰 내리며) 저기 잠깐....제가 볼일 좀 보고 금방
돌아오겠습니다. 잠깐이면 됩니다. 잠깐이면. (하고는 달려가고)
도현 (당황스러운) 저기, 저기.....
하다가, 느껴지는 시선에 돌아보면, 관심어린 눈빛 반짝이며
도현을 바라보고 있는 지순영과 오대오.
도현 (그 시선 몹시 부담스러워 애매하게 미소 짓는데)
오대오 (부담스러운 미소로) 이름이 페리라고 했나? 그럼 해외 교포?
도현 아니요. 어릴 때 유학 가서 죽 미국에서 생활했습니다.
지순영 혼자 타지 생활하느라 힘들었겠네....완전히 귀국한 거예요?
도현 예....일단은요...근데....(선한 미소로) 말씀 낮추세요.
지순영 (어머, 이뻐라~) 친해지면요. 앞으로 친해질 수 있죠 우리?
도현 아, 예....뭐....(애매하게 웃는데, 울리는 문자 알림음)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핸드폰 꺼내 확인해보면, 리진이 보낸 문자)
(INS/E) 화장실 핑계 대고 밖으로 나와요.
도현 !! (표정 반짝해서, 부부를 보며) 저기,
오대오 (씨익--) 화장실 핑계 대고 나오라고 그러지?
도현 (움찔) 네? (맥 빠지며) 네......
오대오 (씨익--) 나가봐. (한 손 내밀며) 그건 이리 주구.
도현 ? (휴대폰을 봤다가) ? (오대오를 보는데서)
S#46 쌍리 뜰 (밤)
도현 밖으로 나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리진을 찾는데,
컴컴한 구석 어딘가에서 튀어나와 도현의 팔목을 홱 낚아채서는
끌고 가는 리진! 놀라서 끌려가는 도현!
S#47 쌍리 / 지하창고 (밤)
도현을 지하실 안에 끌어다 놓고, 문 옆에 놓인 장작개비 하나를
문 사이에 괴어놓더니, 홱 돌아보는 리진.
리진 (되게 도도한) 오해하진 마세요. 조용히 얘기할 데가 여기밖에 없어서
데려온 거니까. 아무래도 오빠가 차도현씨의 인격들을 만난 모양인데,
다행히 DID인 건 눈치 못 챈 거 같으니까 안심하셔도 될 거 같아요.
도현 아. 네....
리진 근데, 정말 우리 오빠 만나러 온 거예요? 아니면, (여기까지 되게
도도했다가, 슬쩍) 혹시....저를....
도현 (융통성 없이 단칼에, OL) 아니요. 제가 온 게 아니라 페리박이 온
겁니다. 전 여기가 오리진씨 집인지도 몰랐습니다.
리진 (살짝 기분 상한) 무슨 독립운동해요? 뭘 그렇게까지 결백해요?
뭐. 됐어요. 저는 할 얘기 다 끝났어요. 혹시 뭐 할 얘기 있어요?
도현 (물어보고 싶은 말이 많지만)......
리진 없으면, (하는 순간)
도현 (돌아서더니, 문 앞에 괴어놓았던 장작개비 뺀다. 닫히는 문)
리진 !!! (하얗게 질리며) 지,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도현 아, 오해하지 마세요. 아무 짓도 안 합니다. 그날 세기랑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용히 물어보려고,
리진 (OL) 그게 아니라, 이 문 고장 나서 밖에서만 열린단 말이에요!
도현 !!! (헉! 놀라서 얼른 창고 문을 열어보지만, 안 열리고)
리진 (손 내밀며) 핸드폰, 핸드폰 좀 줘 봐요. 오빠한테 열어 달라게.
도현 (!!) 그...그게.....(사색이 되는 위로)
지순영 (E) 유치하게 핸드폰은 왜 뺏어?
S#48 쌍리 홀 (밤)
손님이 나간 테이블을 함께 치우고 있는 부부.
오대오 울 딸이 관심 있는 거 같길래, 술 좀 멕여보려고 그래.
쓸 만한 놈인지, 몹쓸 놈인지, 고쳐 써야 되는 놈인지.
지순영 (어머, 당신도) 눈치 챘어?
오대오 그 놈 말 할 때마다 힐끔힐끔, 계속 밖으로 나오라고 찡긋찡긋,
못 채면 해태 눈깔이지.
지순영 (웃고) 순수해 보이데? 요즘 애들 같지 않게 진중해 보이고, 예의도
바르고, 웃는 모습도 선하고....가정교육을 아주 잘 받은 모양이야.
(괜히 바깥쪽을 기웃거리며) 뉘집 자식인지 참....탐나네....
(미소 짓는 지순영의 얼굴 단독으로)(*복선입니다)
S#49 서태임의 저택 외경 (밤)
S#50 서태임의 저택 / 거실 (밤)
컴컴한 실내. 보안 장치 해제되는 소리에 이어 현관문 열리고,
센서등이 켜지면, 모습을 드러내는 신화란!
신화란 아니, 불이란 불은 죄다 꺼놓고 뭐하는 거야? (짜증 섞인) 아줌마∼
아줌마!! (부르다가, 어둠 속 희미한 형체를 발견하고는) 엄맛!
놀라 얼른 불을 켜보면, 소파에 화석처럼 꼿꼿이 앉아있는 서태임!
신화란 (놀란 가슴 쓸어내리며) 어머님! 왜 거기 그러구 계세요. 놀랐잖아요!
서태임 (안 보는 채로, 차분한) 지금까지 양평에 있다 오는 거니?
신화란 (당황했지만, 시치미 떼며) 야, 양평...이라니요?
서태임 귀신을 속여. 준표 있는 데 들락거리는 거, 몰라 가만 둔 줄 아니?
신화란 .....(보다가, 소파로 오며) 몰라 가만 두신 게 아니면, 왜 가만
두셨을까? (털썩 앉으며) 비단강보가 준비 안 되셨나, 치마폭이
모자라셨나, 숨겨도 벌써 열 두 번은 숨겼을 우리 어머님이.
서태임 (감정 없이 차분) 그래도 한때 내 아들의 여자였으니까...
내 아들 자식 낳아준 건 사실이니까... 해묵은 포한이나 풀라고
내버려둔 것뿐이다. (일어나며) 소꿉놀이 길어지면 재미없다.
어지간히 놀았으면 발 끊어라 이제. (서재로 향하려는데)
신화란 (OL) 서릿발 같은 우리 어머님이 왜 이렇게 갑자기
너그러워지셨을까?
서태임 (동요 없이 보며) ......
신화란 (여유 있는 미소로) 왜요? 이제 상황판단이 되시던가요?
제가 입을 열까봐 겁나세요? (생긋) 염려마세요. 어렵게 손에 쥔 패,
그렇게 허무하게 안 쓰죠 제가. 어머님이 우리 도현이한테 협조만
잘 해주시면,
서태임 (같잖아서 비식 웃음이 새며, OL) 너는 니 손에 틀어쥔 그 비밀이,
니 아들 등에 달아줄 날개로 보이겠지. 어리석게도 헛짚었다. 그건...
(서늘하게) 니 아들 목을 잘라낼 칼이야.
신화란 (움찔) 카....칼이라니요?
서태임 니 아들 지키고 싶으면 조용히 살아. 천지분간 못하고 나불대다
아들 등에 칼 꽂는 미련한 에미 되지 말고. (돌아서려는데)
신화란 도, 도현이 등에 칼이라뇨, 말씀을 하시려거든 알아듣게 하세요!
서태임 (서릿발 같은 호통) 말귀를 알아듣는 물건이라야 알아듣게 말하지!
신화란 (기세에 움찔)
서태임 (서늘한 눈빛) 겁이 나? 내가? 열어봐라 한 번. 혓바닥 한 번 맘껏
놀려봐! 그 세치 혀에 꺾이는 건 니 아들뿐일 테니. (서재로 향하고)
신화란 !! (따라가며) 어머님! 말씀하시다 말고 어디 가세요! 어머님!
신화란의 코앞에서 쾅! 닫히는 서재 문.
어쩐지 불안해지며 눈빛이 흔들리는 신화란. 그 위로.
윤자경 (E) 살다 살다 그렇게 무식하고 천박한 여잔 처음 봐요.
S#51 차영표의 집 / 부부의 침실 (밤)
화장대 앞에 앉아 기초화장 바르고 있는 윤자경이고,
침대에서 책장을 넘기고 있는 차영표.
윤자경 호적에도 못 오른 주제가 아들 하나 볼모루 잡구 기고만장하는데,
(하다 문득 떠오른 듯, 돌아앉으며) 근데, 큰집에 무슨 비밀 있어요?
차영표 (책에 시선 둔 채) 신화란 그 여인이야말로 그 집안의 공공연한 비밀
아닌가?
윤자경 글쎄 그 비밀이, 다른 비밀을 쥐고 큰어머님을 협박하더라구요.
차영표 ? (그제야 관심을 보이며 시선 드는 위로)
윤자경 (E) 나는 승진가의 추악한 비밀을 알고 있다, 내가 입 한 번 잘못
놀리면 승진가는 무너진다, 민서연 그 여인이 아마 피눈물을,
윤자경 삼키고 갔을 거다, 큰어머님 백짓장처럼 하얗게 질리는 거 보니까,
아주 없는 말은 아닌 거 같던데, 당신 뭐 아는 거 있어요?
차영표 ......(재미있다는 듯이 피식) 한때 아주....묘한 소문이 돌긴 했었지.
S#52 서태임의 저택 / 서재 (밤)
벽 중앙에 걸린 故차건호 회장의 초상화를 애증 어린 눈빛으로
올려다보고 있는 서태임!
차영표 (E) 한때 큰아버지와 준표 형이 부자의 연을 끊었던 거 기억나?
윤자경 (E) 기억나죠. 아주버님이 본가를 나가버리고, 그 덕에 민서연
그 여자까지 미국으로 가버렸잖아요.
문득 초상화 아래에 걸린 액자(*20대 앳된 차준표의 사진)를
떼어내는 서태임. 사진 속 아들의 얼굴을 가만히 만져보는데,
서릿발 같던 얼굴에 회한이 서리는. 그 위로,
윤자경 (E) 아주버님도 화날 만 했어요. 큰아버님이 워낙에 아들보다
며느리를 더 귀애하셨잖아요. 하나밖에 없는 아들 밀어내고
며느리한테 사장 자리를 내주는 게 상식적인 일은 아니지.
S#53 차영표의 집 / 부부의 침실 (밤)
티 테이블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는 부부.
차영표 처음부터 준표 형한테 넘치는 여자였어. 능력, 외모, 사업 수완이나
배포, 모든 면에서 월등히 뛰어났으니까.
윤자경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아들도 없는 집에 며느리만 다시 들여요?
것두 미국까지 직접 찾아가 읍소까지 해가면서? 아무리 사업이
중요해도 그렇지, 난 이해가 안가요, 정말. (찻잔 들고)
차영표 암튼 민서연이 귀국했을 때...묘한 소문이 돌았지.
윤자경 ? (마시다가, 보면)
차영표 민서연한테 아이가 하나 있었다는 소문.
윤자경 !! (찻잔 내리며) 아주버님한테 도현이 말고 다른 자식이 있었단
말이에요?
차영표 (비식) 글쎄....그 아이가 과연 준표 형의 핏줄이었을까?
윤자경 !!! (입 벌어지며) 무슨 의미에요? 그럼 혼외자식이란 말이에요?
차영표 뭐, 소문만 무성했지, 진위 여부는 알 수 없어. 뭣보다 실제로
그 아이를 봤다는 사람도 없고.
윤자경 (뭐야) 근거 없는 모함이네 그럼.
차영표 (흥미진진한 눈빛) 근데 말이야....이제 와 생각해보면 아주 근거가
없는 얘긴 아냐. 저택에 화재가 있고 나서, 본가 고용인들이 싹 다
바뀐 적이 있었거든. 어쩌면 그때 큰어머님이...뭔가를 감추려고
했던 건지도 모르지.
윤자경 감추다니 뭘....(하다가, 퍼뜩) 아이?
차영표 (피식) 그런 아이가 실제로 존재했는지, 하물며 사내앤지
계집앤지조차 알 수 없지만, 만에 하나, 정말로 아이 하나가 철저히
감춰져 있다가 어느 날 감쪽같이 사라진 거라면...궁금하지 않아?
윤자경 (충격으로 바라보는 위로)
차영표 (E) 그 아이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차영표 만일 살아있다면...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지....
S#54 쌍리 / 리온의 방 (밤)
책상 앞에 앉아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리온.
차영표 (E) 저들이 필사적으로 숨기려 했던 비밀이...대체 뭔지...
‘지하실의 아이 70회’ 파일을 메일에 첨부한 뒤 전송버튼을
누르는 리온. 메일 전송을 확인하고는 어딘가로 전화를 건다.
리온 (착신되면) 예, 편집장님. 방금 메일로 보냈습니다. 아, 그리고
말인데요, 저번에 중단했던 장편 소설 기획, 다시 시작합니다.
(일어나 걸으며 미소) 네, 미국 취재에서 별 성과가 없어 포기했는데,
(블라인드가 내려진 벽 앞에 와 서며) 행운의 여신이 제 편에
서기로 한 모양입니다. 네, 그럼 끊겠습니다.
끊고, 가만히....블라인드를 바라보다가, 블라인드의 줄을
잡아당기는 리온. 천천히...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벽.
S#55 쌍리 / 지하창고 (밤)
문틈에 꼬챙이 같은 걸 끼워 문을 열어보려고 애쓰고 있는 도현.
리진은 한쪽에 퍼질러 앉아 맥주 통에서 맥주를 따라 마시고 있다.
리진 (취했다) 괜히 용쓰지 말아요. 없어진 거 알면 찾으러 오겠지.
도현 (결국 포기하고, 리진 옆으로 와 털썩 벽에 등을 기대고 앉는)
리진 (잔 내밀며) 차군도 한 잔 할래요?
도현 차군?
리진 아, 세기가 다시는 자기 앞에서 그쪽 이름 입에 올리지 말라고
해서, 공평하게 차군, 신군으로 구분하기로 했어요. (손가락으로
도현을 가리키며) 친절한 차군, (도현 옆을 가리키며) 까칠한 신군,
(도현의 눈을 가리키며) 지금은 (손가락 뱅글뱅글하다) 신군! 맞죠?
도현 (그 손가락을 잡으며) 차군입니다.
리진 아, 맞다, 맞다, 차군이다. 취해서 헷갈렸다. (거수경례하며) 죄송함돠.
도현 (손가락 놔주고) 이제 그만 드시죠. (잔 한 쪽으로 치우려는데)
리진 안돼요! (잔 도로 뺏어오고) 실은 제가요, 무서워서 마시는 거거든요.
(*귀여운 술주정처럼 가볍게) 제가 폐쇄, 광장, 고소, 대인, 이딴
거에는 공포증이 없는데요, 불하고 지하실은 쬐금 무서워하거든요.
도현 ! (멈칫 보는)(*자신도 같은 트라우마가 있기에)
리진 그래서 울 아빠가 어릴 때부터 여기 지하실 심부름은 늘 저를
시키셨거든요. 극복해야 된다고. 여기서 기분 좋은 나무 향을 맡으면,
지하실이 무서운 공간이 아니란 건 알게 될 거라고.
도현 (보며)
리진 그래서 내가 심부름 갈 때마다 울 오빠를 꼬셨거든요. 같이 가자고.
근데 걔도 무서워해. 깔깔깔. 쌍둥이는 쌍둥인가 봐. (물개박수 치며
웃다가 옆으로 기울어지면서 기둥에 뒤통수를 쾅 박는)
도현 ! (놀라) 괜찮으십니까?
양손으로 리진의 어깨를 잡아 일으켜주다가 눈이 마주치는 두 사람.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에서.
S#56 쌍리 / 리온의 방 (밤)
의미를 알 수 없는 담담한 표정으로 벽면을 바라보고 서있는 리온.
카메라 팬-해서 벽면을 비추면, 드디어 전체 모습을 드러낸 벽.
바로 1부 프롤로그에서 보여졌던 승진家의 가계도! 그리고...
환하게 웃고 있는 도현의 사진이다!!
S#57 쌍리 / 지하창고 (밤)
여전히 서로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도현과 리진.
그 위로, 쿵쾅쿵쾅....또다시 누구의 것인지 모를 심장소리.
도현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리진을 보며, E) 이건 내가 아니야....
지금 이 소리가....내 거일 리가 없어.
리진 (역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도현을 보며, E) 뭐야, 또 뛰어?
이번엔 누구 때문인데? (퍼뜩) 설마...그새 또 변한 건 아니겠지?
리진 (조심스레) 호...혹시....신세기...?
도현 (순간, 굳은 표정으로 잡고 있던 리진의 어깨를 앞으로 확
잡아당기는)
리진 (헉...! 하는 느낌으로 보면)
도현 오리진씨. 아직도 저와 세기가 헷갈립니까? (리진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헷갈리지 않게 해드려요?
천천히 리진을 향해 다가오는 도현의 얼굴.
두 눈이 커지며 숨 막힐 듯 바라보는 리진.
마치 키스할 듯 차츰 가까워지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킬미 힐미> 5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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