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그이 1
엄다다, 그만해
이제 다 끝났어
[걸쇠를 달칵 푼다]
[쉭 소리가 난다]
[의미심장한 음악]
(다다) 뭐야, 뭐야? 아이, 잠깐만
[다다의 비명]
(다다) 만남과 헤어짐은 찰나의 선택
그리고 우연으로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의 만남은
우연일까?
아니면 운명일까?
[발랄한 효과음]
[쓱쓱 톱질한다]
[무거운 음악]
[휴대전화 진동음]
(다다) 여보세요
어, 난 준비 다 끝났지
다리는 잘랐고, 머리는?
[음산한 효과음]
가져갈까?
[피식 웃는다]
뭐?
그게 뭔 소리야 시체가 더 필요하다니?
[긴장되는 효과음]
[긴장되는 음악]
[쿵 하는 효과음]
[루비가 흐느낀다]
[어두운 음악] (루비) 미쳤어, 당신들 전부 미쳤다고!
[루비의 떨리는 숨소리]
올 거야, 닥터 고가 분명히 나 구하러 올 거라고!
(악당1) [변조된 목소리로] 이미 늦었다
[루비의 비명]
[전구가 펑 터진다]
[긴장되는 효과음] [악당들의 당황한 신음]
[사이렌이 울린다]
[긴장되는 음악]
알파고
(루비) 나 구하러 와 줬군요
(악당1) [변조된 목소리로] 겁도 없이 혼자 오다니, 없애 버려!
[악당2의 기합]
[악당2의 당황한 신음]
[악당2의 괴로운 신음]
(감독) 컷! [웅의 탄성]
[왕준과 악당2의 거친 숨소리]
[밝은 음악] - (왕준) 괜찮으세요? - (악당2) 네
(스태프1) 준비하고 빨리, 자, 블러드… [왕준의 가쁜 숨소리]
[스태프1이 재촉한다] (감독) 아이, 고생하셨습니다
[조감독이 감탄한다] 아유, 아이, 멋있었어, 수고했어
[웅의 웃음] (왕준) 아, 예, 뭐
(감독) 저, 근데
10분만 쉬었다 갈까요?
- (왕준) 10분요? - (감독) 예
(왕준) [한숨 쉬며] 예, 예, 뭐
(감독) 아, 예, 그래요, 아, 정말 멋있었어요
[웅과 감독의 웃음] [조감독의 탄성]
- (웅) 예, 이따 오겠습니다, 네, 네 - (감독) 예, 예
[웅의 웃음]
(웅) 아, 왕준아, 너 진짜 눈빛 너무 좋더라
[왕준의 힘주는 신음] 역시 클래스 그 위의 클래스, 와우
아, 됐고
벌써 리허설만 스무 번째 하고 있네, 내가?
(왕준) 누나, 이거 혹시 몰카면 미리 말해
쌍욕 나가기 전에, 나한테, 지금
문제가 조금 생겨 가지고
문제?
답답하네, 진짜 [감독의 짜증 섞인 한숨]
(루비) 감독님
[루비의 웃음] (감독) 어, 루비 왔어?
(루비) 감독님, 이거 드세요, 사탕
(감독) 아유, 사탕, 고마워
[루비의 웃음]
되는 거야, 안 되는 거야?
갑자기 이러시면 저희가 좀… [다가오는 자동차 엔진음]
(감독) 아, 진짜, 말귀를 못 알아들어
(규리) 그게…
[자동차 알림음]
[진의 한숨] (다다) 아, 대체 무슨 일이야?
갑자기 시체가 더 필요하다니?
(진) 루비 저게 또 갑자기 스케줄 바꿔 달라잖아요
(감독) 아니, 그럼 어떡해? 여배우 스케줄이 안 된다는데
그럼 주인공 빼고 갈까, 어?
(루비) [놀라며] 감독님
저 빼고 가시면 안 되죠
아이, 진짜
(규리) 저희가 무슨 자판기도 아니고요
이거는 현실적으로 좀…
(조감독) 감독님 [조감독의 가쁜 숨소리]
빨리 촬영 시작하셔야 될 것 같은데요
마왕준 더 딜레이됐다간 한바탕 난리 날 거 같은데
야, 너희 리얼 팀 이 정도밖에 안 되냐!
(다다) 알겠습니다, 제가 한번 해 보겠습니다
(감독) 그래, 진작에 이렇게 나왔어야지
진짜 답답하네, 정말
- (감독) 루비야, 가자 - (루비) 네
[감독과 루비의 웃음] (감독) 야, 이거 맛있겠다
(규리) 야, 엄따, 너 미쳤어?
아니면 뭐, 3일 밤새워 가지고 뇌가 굳은 거야?
(다다) 그럼 그냥 촬영 펑크 내?
유진아, 작업대 좀
(규리) 아니, 그렇다고 우리가 다 옴팡 뒤집어쓸 필요는 없잖아
더미 하나만 만드는 데만 최소 3일인데
무슨 수로 10분 안에 네 개를 만들어?
(다다) 자, 더미 하나 가지고 [경쾌한 음악]
시체 여러 개 만들면 돼
죽는 방법만 다르게 하면
우리가 가진 더미 가지고도 충분히 할 수 있어
- (다다) 유진아 - (진) 네
(다다) 감독님께 이 콘티 갖다드리면 내가 무슨 말 하는지 아실 거야
(진) 아이, 누가 근데 만약에 이러다 잘못되면…
(다다) 빨리 가, 시간 없다
(진) 네
(다다) 맞는다, 언니
블러드 만들다가 남은 재료 아직 차에 있지?
(규리) 자
야, 너 지금 뭐 하냐?
시체가 네 개인데 어떻게 피 하나로 퉁쳐
(다다) 사람마다 피 색깔도 점성도 다 다른데
아, 누가 그런 걸 신경 쓴다고
(규리) 어차피 사람들은
피가 빨간색이든 파란색이든 그런 거 신경 안 쓰거든?
주인공 얼굴이나 보는 거지
(감독) 기가 차다, 기가 차
[어이없는 웃음]
뭐야, 이게?
- (감독) 지금 장난쳐? - (진) 아니요
(감독) 어디 이딴 걸 콘티라고 들이밀어!
너희들이 뭘 안다고? 어!
(진) 죄송합니다
(감독) 하라는 일은 안 하고 이것들이 지금 시간도 없는데
아휴
[감독의 피곤한 신음] (조감독) 어? 이 콘티도 괜찮은데
- (감독) 뭐? - (조감독) 커트 느낌도 괜찮고
- 더미도 효율적으로 쓰고… - (감독) 야
너 지금 미쳤어?
[감독의 한숨] (조감독) 감독님
이거 촬영 못 하면 이번 주 방송 빵꾸 나요
[감독의 한숨]
[달그락 소리가 난다]
(감독) 뭐야, 왜 이렇게 늦어?
[버럭 하며] 지금 사람들 다 대기하는 거 안 보여?
(다다) 죄송합니다 급하게 모자란 블러드 좀 만드느라
[감독의 한숨]
(감독) 뭐 해? 얼른 가
(조감독) 네, 이 콘티대로 가겠습니다 [감독의 못마땅한 신음]
촬영 시작하겠습니다 [밝은 음악]
[조감독이 손뼉 친다]
[강조되는 효과음]
[스태프들이 분주하다] (스태프2) 자, 이제 슛 들어갑니다!
[전구가 펑 터진다]
[악당들의 당황한 신음]
(루비) 알파고, 나 구하러 와 줬군요
(악당1) [변조된 목소리로] 없애 버려!
[악당2의 기합]
[악당2의 괴로운 신음]
[가면이 툭 떨어진다] [악당2의 신음]
- (다다) 이거 블러드 캡슐이거든요 - (악당2) 네
(다다) 깨무시면 됩니다
(감독) 야, 야, 안 돼, 피 더 나와야지 피 안 나오잖아!
(다다) 네
(감독) 어, 됐어, 액션!
[칼 소리가 챙 난다]
[칼로 쓱쓱 베는 소리가 난다]
- (다다) 유진아, 피 좀 더 줘 - (진) 네
[소란스럽게 싸운다]
(다다) 됐어, 됐어
[악당3의 기합]
(다다) 팔 한번 끼울게요
[악당3의 비명]
(루비) 조심해요, 알파고!
[악당4의 비명]
역시 와 줄 줄 알았어요
약속했잖아
구하러 온다고
(감독) [손가락을 딱 튀기며] 컷, 오케이!
[박수 치며] 좋았어, 기가, 기가 막혔어
이야, 참 나
아, 왕준 씨, 아, 너무 좋았어요
- (왕준) 네, 수고하셨습니다 - (조감독) 수고하셨습니다
- (루비) 감독님! - (감독) 많이 힘들죠?
- (루비) 감독님 - (감독) 아, 루비야, 너 너무 좋았어
(감독) 야, 너 그 마지막 대사 그거 뭐였지?
(규리) 아, 스케줄
- (진) 안 물어봤죠? - (규리) 스케줄 물어볼게
(규리) 조감독님!
[다다의 힘주는 신음]
(감독) 엄 팀장
(다다) 아, 예, 감독님
(스태프들) 수고하셨습니다 [감독이 호응한다]
(다다) 수고하셨습니다
(감독) 자기가 그, 엄청락 쌤 딸이라며?
리얼 분장 팀 물려받았다는?
네, 맞습니다
난 좀 전에 애들한테 들어서 알았네
(감독) 그 양반 진짜 대단했었는데
가만있어 봐, 그럼 지금 자기는 일한 지 얼마나 된 거야?
현장 보조까지 포함하면 10년 정도 됐습니다
(감독) 그러면 이 바닥 충분히 알 만큼 알 텐데
근데 왜 이렇게 개념이 없냐?
네?
정신이 없어서 일단 찍긴 했는데
(감독) 이제 겨우 팀장 명함 단 주제에
감독한테 콘티를 들이밀어? 싸가지 없이?
네 아버지도 살아 계실 때 그렇게는 못 했어!
저, 기분 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아까는 너무 비상 상황이라
(감독) 아무리 비상이라도 넘지 말아야 할 주제가 있는 거잖아, 안 그래?
앞으로는 주제 파악 확실히 하자
괜히 아버지 이름에 먹칠하지 말고
[감독의 짜증 섞인 신음]
[어이없는 숨소리]
[애잔한 음악]
[한숨]
(보원) '그때 무엇인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심장이 조각나는 소리였습니다'
[의미심장한 음악]
(보원) '아니, 저게 뭐야?'
'동상이 왜 저렇게 흉해졌지?'
[보원이 책장을 사락 넘긴다]
'왕자의 동상은 펄펄 끓는 용광로로'
아유, 답답해
아니, 왜 다 퍼 줘, 퍼 주길 누가 알아준다고
안 그래, 제로나인?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뭐든 주고 싶은 게 당연한 거잖아
사랑은 퍼 주는 게 다가 아니야 주고받는 거지
하지만 나는
사랑을 주기 위해 태어났는걸
아니, 뭐, 그건 그렇지만
(보원) 그래, 사람인 나도 어려운데 넌 오죽하겠냐
그래도 걱정하지 마, 제로나인
네가 듬뿍 사랑받을 수 있게 형이 도와줄게
[흥미진진한 음악]
[작은 목소리로] 나한테 만능 프리 패스가 있거든
한번 슬쩍 봐 봐
사내라 함은 낮에는 다정하고 밤에는 야한 남자
그거면 끝일세
[보원의 웃음]
자
[야릇한 음악] (영상 속 남자) 같이 목욕할까?
(보원) [침을 꼴깍 삼키며] 어때?
너도 이게 더 좋지?
(영상 속 남자) 아니면 바로 침대로 갈래?
[영상 속 남자의 웃음] [자동문 작동음]
[보원의 놀란 신음]
(지석) 뭘 그렇게 놀라?
자네 설마 제로나인한테 또 이상한 동영상 보여 준 건 아니지?
(보원) 아유, 지부장님도 참, 절 뭘로 보시고
같이 목욕할래요?
[익살스러운 음악]
(제로나인) 아니면
침대로 갈래요?
[보원의 어색한 웃음]
(보원) 아이, 야, 넌 왜 갑자기 침대를 찾아?
테스트 준비나 해
[잔잔한 음악] [자동문 작동음]
(보원) 테스트, 제로나인, 테스트
아, 밖으로 나간다고, 어?
나가자, 나가자, 외출한다, 외출한다
[안내 음성] 로봇과 인간이 함께하는 일상 멀지 않았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당신 곁에 있어 줄 로봇 꿈이 아닙니다
"크로노스 헤븐"
[반짝이는 효과음]
- (학생1) 뭘 봐? - (학생2) 죽을래?
- (학생3) 야, 이씨 - (학생2) 눈 깔아, 씨!
(할머니) [웃으며] 아이고, 고맙수
괜찮습니다
어머, 어머, 어머…
[할머니가 폐지를 툭 놓는다]
[할머니의 다급한 숨소리]
영감, 미안혀요
[학생들의 설레는 신음]
아이고 [사람들의 웃음]
[시스템 작동음] (보원) 오케이
(보원) 할머니부터 여고생까지 완벽한 핑크 라이트
와, 진짜 대단하다
뭐, 하긴, 우리 제로나인의 비주얼과 분위기가 막강하니까
카, 저희가 만들었지만 진짜 기가 막힙니다
오, 말씀드리는 순간 두 명, 한 명, 또 반했죠
[웃음]
- 데이터부터 전송해 - (보원) 예
어?
(왕준) 오늘 예쁘더라
또 했나 봐?
얼굴
[한숨]
[왕준이 입소리를 쩝 낸다]
듣자 하니까 내일 클리닉 간다고
스케줄 바꿔 달라고 그 난리 친 거라며?
다 좋은데, 루비야
웬만하면 촬영 전에 얼굴에 주사 좀 맞지 마
얼굴 근육이 안 움직이니까 웃는 건지 우는 건지 모르겠잖아
[떨리는 숨소리]
예쁘려고 연기하지 말고
연기를 잘해서 예쁨을 받아
그게 배우야
[왕준의 한숨]
[루비의 어이없는 숨소리]
[문이 탁 닫힌다]
[씩씩거린다]
악! 씨
(규리) [애교스럽게] 자기야!
나 왔어
(규리) 자기야 [통화 종료음]
[다다가 양동이를 달그락 내려놓는다] 아나, 이 새끼 또 번호 바꿨네
아, 내가 그렇게 매력이 없냐?
[진이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 으음, 아니 - (규리) 아, 진짜
[노트북 알림음]
(진) 됐다! 유레카 [밝은 음악]
[흥얼거리며] 됐다, 됐다, 됐다, 됐다, 됐다, 됐다
- (다다) 뭔데? - (진) 이게요
요즘 제가 개발 중인 애니메트로닉스라는 건데요
(진) 봐 봐요, 이렇게 움직이면 이렇게… [기계 작동음]
- (규리) 오, 야, 야… - (진) 움직이면 이렇게… [다다의 놀란 신음]
[규리가 흥얼거린다] [진의 웃음]
[진과 규리가 흥얼거린다]
- (다다) 야, 나도 해 볼래 - (진) 아이, 싫어요
(규리) 아, 빨리 비트! 아, 드롭 더 비트
- (다다) 레츠 고! - (진) 아이, 누나, 안 돼
[진이 제지한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규리) 아, 나 진짜 흥 났는데, 진짜, 엄다다
아이씨
- (다다) 아이, 나는… - (진) 실화냐?
[익살스러운 음악]
(다다) 손만 댔을 뿐인데
(진) 또 고장 냈어, 또 고장 냈어, 또!
[진의 속상한 신음] (규리) 아니
손으로는 뭐든지 다 잘하는 금손이면서
어떻게 이렇게 기계만 만지면 죄다 고장을 내냐?
기가 흐르나?
(진) 똥손이지, 똥손이야
오죽하면 자기 핸드폰도 장갑 끼고 만지겠냐고, 이 날씨에!
- (진) 정신 차려 - (규리) 아휴
(규리) 백날 기다려 봐라, 답장이 오나
아직도 남친, 답장 없지?
바빠서 그래, 바빠서
내 남자 친구는 우리나라에서 제일로 바쁠걸?
그러시겠지
그러니까 7년을 만나면서 나한테 얼굴 한 번을 안 보여 주지
(조감독) 특분 팀!
[조감독의 웃음]
마왕준 씨가 분장 좀 지워 달래요
(규리와 진) 예?
(규리) 아니, 그건 그쪽 스태프들이 해도 될 텐데 굳이…
아니, 저는 그낭 말을 좀 전해 달라 그래서
(규리) 그렇죠
내가 갔다 올게
예? 아, 아니야, 아니야, 누나 참아요, 누나, 가지 마 [규리가 말린다]
(다다) 아니야, 오늘은 내가 한마디 해야겠어
[다다의 한숨]
마왕준 씨는 캐릭터 분석 잘 안 하시나 봐요?
(다다) 아까 루비랑 키스할 때 보니까 너무 불타오르던데
고알파 캐릭터라면 좀 더 차갑고 다크했어야지
뭐 하자는 겁니까, 지금?
뭐 하자는 거긴요
이 정도 피드백도 못 주나요?
특분 팀이면
자기 파트에나 신경 쓰세요
[다다의 어이없는 신음] 특분이 뭐, 문제 있었어요?
[못마땅한 숨소리]
[왕준이 대본을 툭 놓는다]
아니, 말이 나와서 말인데
오늘 고알파 분장 이거 마음에 안 들어요
(왕준) 고알파의 분노를 표현하려면
좀 더 과감한 콘셉트가 있어야 되는 거 아니에요?
아니, 이미 촬영 전에 다 정한 콘셉트인데
이제 와서 트집이세요?
- (왕준) 트집… - (다다) 마왕준 씨
아무리 작은 의견이라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겸손하세요
진짜, 어이가 없네
- 야, 지민아 - (지민) 네?
(왕준) 너 좀 나가 있어 봐
오빠…
괜찮으니까 나가 있어
(지민) 네
[지민의 걱정스러운 숨소리]
(왕준) 아, 엄다다 팀장님, 지금 왜 이래요?
미쳤어요, 예?
[발랄한 음악]
(다다) 우리 특분 팀한테 시비 건 게 어디 한두 번이에요?
우리한테 왜 그러세요!
이렇게 간단한 메이크업은 이쪽 팀에서 지워야 되는 거 아니에요?
아니, 당신이 한 메이크업을 당신한테 지워 달라고 한 게
그렇게, 예? 잘못된 겁니까, 예?
(다다) 놔, 놔, 놔, 놔
오늘 또 기사 났더라?
뭔 기사?
'결혼하고 싶은 남자 연예인 1위'
[왕준을 툭 치며] '마왕준'
아주 대한민국 여자들은 전부 다 속고 있다니까?
뭐, 뭐, 속고 있어? 야, 좋아야 되는 거 아니야?
(왕준) 나랑 7년 동안 만나는 네가 할 말은
절대로 아닌 것 같은데요, 예? [다다의 헛웃음]
- 쳤냐? - 쳤다, 왜?
(다다) 쳤어? 쳤어, 쳤어, 쳤어, 쳤어? [왕준의 아파하는 신음]
쳤어, 쳤어, 쳤어, 쳤어?
(왕준) 아파!
그래서 내가 불렀잖아 분장 지워 달라고, 지금!
내가 스타일리스트 안 내보냈으면
너 말 한마디도 안 했을 거잖아 [왕준의 아파하는 신음]
- (왕준) 야, 나도 발 있어, 나도 발… - (다다) 머리도 있어, 머리
[다다가 구시렁거린다]
[다다의 힘겨운 신음]
[다다가 살짝 웃는다]
[함께 웃는다]
(다다) 우리 이렇게 단둘이 있는 거 오랜만인데
나한테 뭐 할 말 없어?
그래서 말인데
우리 이제 슬슬
그만할까?
뭐?
[쓸쓸한 음악]
헤어지자고
나 이제 지겨워졌거든 너랑 이렇게 몰래 만나는 거
[왕준이 피식 웃는다]
[왕준이 살짝 웃는다]
(왕준) 야
나 이번에 새로 받은 대본인데, 어때?
할까 말까 고민 중이야 괜찮은 것 같아?
뭐야, 진짜인 줄 알았잖아
그런 농담을 하냐?
[문이 철커덕 열린다]
[왕준의 놀란 신음]
[다다의 아파하는 신음]
[문이 탁 닫힌다] [놀란 숨소리]
너희들 지금 여기서 뭐 하냐?
[발랄한 음악] (왕준) 놀랐잖아
왜 놀라? 둘이 뭐 했길래?
[왕준의 헛기침]
(왕준) 분장사랑 배우랑, 어?
분장밖에 더 하지, 뭘 해? 쯧
(웅) 이러려고 지민이 내보냈냐?
둘이 싸운다길래 뭔 소리인가 했네
아니, 아니, 언니, 그게 아니라요
(다다) 다 했어요
[다다가 달그락거린다]
가 보겠습니다
[헛기침] [문이 달칵 열린다]
[달그락 소리가 난다] [문이 탁 닫힌다]
- (웅) 야 - (왕준) 응?
(웅) 너 루비 분장실 왜 쳐들어갔어?
내가 루비 달래느라 얼마나 개고생한지 알아?
(왕준) 아, 그리고 루비가 뭐, 클리닉 간다고 스케줄 바꾸는 바람에
다다네 팀만 엄청 고생한 거 아니야, 지금
됐고 빨리 나오기나 해
시상식 늦겠다, 아유, 아유, 아유
알았어
[한숨]
[무거운 음악]
(왕준) 헤어지자고, 나 지겨워졌거든
너랑 이렇게 몰래 만나는 거
[한숨]
[하늘이 우르릉 울린다]
[비가 솨 내린다] [차분한 음악]
[다다의 놀란 신음]
괜찮아요? 많이 놀랐죠?
저기요
네
손 좀 주세요
(보원) 오, 오, 오, 오, 이거 완전 이거 완전 영화 같은데요
오, 이 여자만 통과하면 호감도 테스트 만점이에요
[보원의 기대에 찬 신음]
발 좀 치워 주세요
아…
여기 있습니다
[부드러운 음악]
앗싸, 버스
[익살스러운 음악]
(보원) 어, 블랙 라이…
블랙 라이트, 왜? 뭐, 뭐 때문에?
아이, 뭐가 부족한데?
역시 자만은 금물이야
(보원) 아, 진짜…
아, 호감도 테스트 만점 할 수 있었는데
우리 제로나인이 어떤 여자한테 갈진 몰라도
절대 저런 여자만 아니길 빈다, 절대!
[잔잔한 음악]
(보원) 제로나인
테스트 끝, 수고했어, 집에 가자
"리얼"
[다다가 분장 박스를 툭 내려놓는다] [다다의 힘겨운 숨소리]
[휴대전화 조작음]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왕준) 누구야?
어, 저, 엄 팀장님
어, 다다야 [웅의 웃음]
내가 전화하려고 했는데 아까 분장실에서 미안
에이, 언니, 신경 쓰지 마
나 이래 봬도 마왕준 여친 7년 차거든?
(웅) 맘 같아선
너희 둘 다 전부 까고 맘 편하게 연애하면 좋겠다
이게 무슨 고생이냐, 너나 나나
아, 아까 그 펑크 날 뻔한 거 네가 수습했다며?
(웅) 덕분에 맘 편하게 시상식 간다
그래? 다행이다
- 왕준이는? - (웅) 응, 지금 메이크업 중이지
뭐, 급하면 바꿔 줄까?
아니야, 됐어, 바쁠 텐데
(다다) 그냥 방송으로 보지, 뭐
(웅) 그럴래?
다다야, 오늘 저녁에 기대해도 좋을 것 같아
남우 주연상
왕준이가 받을 것 같아
진짜? 잘됐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수고하셨습니다
[저마다 인사한다] (웅) 아유, 저, 다다야
지금 메이크업 다 끝나서 우리 바로 출발해야 되거든
- (다다) 어, 어, 수고해, 언니 - (웅) 어
(웅) 어, 예, 다음에 전화드릴게요, 네
[놀란 탄성]
왕준이가 드디어 첫 남우 주연상을 받는 거야?
[웃음]
[다가오는 발걸음]
(다다) 보자
자
[다다의 웃음]
틈틈이 만들어 놓길 잘했구먼
[발랄한 음악] 자
오늘의 남우 주연상
마왕준!
[놀이공원이 소란스럽다]
[사람들의 비명]
- (다다) 엄청 재밌다 - 재밌어
너 이제 막 주목받기 시작했는데
사람들이 알아볼까 봐 걱정했어
내 여자 친구가 특수 분장사인데
(왕준) 다다야, 너 그냥 나한테 시집올래?
(다다) 응?
나 앞으로 진짜 열심히 해서
남우 주연상 받잖아?
(왕준) 그러면 무대 위에서 네 이름 말할 거야
'엄다다, 저 여자가 내 여자입니다'
이렇게
[왕준의 헛기침]
[당황한 숨을 내뱉으며] 작네, 이게
아니
딱 맞는데?
[웃음]
(왕준) 봐 봐
빼지 마
(다다) 왜 빼니?
(보원) ♪ 첫돌 축하합니다 ♪
♪ 첫돌 축하합니다 ♪
(보원) ♪ 사랑하는 제로나인 ♪
♪ 첫돌 축하합니다 ♪
[익살스러운 음악]
너 지금 뭐 해?
불 끄라면서?
(보원) 아니, 아…
아이, 누가 이렇게 끄래
입으로 후 불어서 꺼야지
안 되겠다 생일 축하 모드 다시 손봐야겠네
이게 뭐야, 이게 [보원의 한숨]
에이
뭐, 어쨌든
축하한다, 제로나인
1년간 교육도 다 마치고 이제 다음 주면
[잔잔한 음악] 진짜 널 사랑해 줄 사람한테 가는 일만 남았네
이젠 넌 날 못 알아보겠지만
그래도 형이 알려 준 것들은 절대 잊어 먹지 말고
가서 잘 살아야 돼
사랑 많이 주고 또 많이 받으면서
내가 왜 형을 못 알아봐?
그게 원칙이니까
[터치스크린 작동음]
영상 교육 시간이야
(보원) 아이,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어?
아, 오늘은 뭘 틀어 줄까나
(스피커 속 지석) 남 팀장, 잠깐 나오지
[자동문 작동음] [문이 스르륵 열린다]
(보원) 예, 부르셨습니까, 지부장님?
최종 점검은?
전부 끝났습니다 이제 운명의 여자가 나타나서
우리 제로나인한테 딱 키스만 해 주면
모든 게 완벽합니다
마지막까지 철저히 확인하고 실수 없이 준비해
예, 알겠습니다
[컴퓨터 작동음] (보원) 근데
방금 그거 뭡니… [키보드 조작음]
혹시
우리 제로나인 가게 될 고객 데이터예요?
누구예요? 저도 좀 보여 주시면 안 됩니까?
자네는 데이터 트레이너일 뿐이야
신경 끄고 볼일이나 봐
[흥미진진한 음악] [컴퓨터 작동음]
"암호가 일치하지 않습니다"
초2 때부터 컴퓨터 대회 대상을 놓치지 않았던 나다
한번 해 보자
[시스템 작동음] [긴장되는 음악]
"연결되었습니다"
[피식 웃는다]
[의미심장한 음악]
[한숨]
[풀벌레 울음] [부드러운 음악]
씁, 오늘 좀 잘된 것 같은데?
[할머니 목소리를 흉내 내며] 제가 바로 특분 엄다다입니다
호, 호, 호
[경쾌한 음악]
예스
(경비원) 거기, 잠깐 스톱!
아휴, 언제 깨셨대, 진짜
[경비원의 웃음]
누님, 오래간만이구먼유
[할머니 목소리를 흉내 내며] 안녕하셨어요?
한 달 만이네유
[함께 웃는다]
(경비원) 헌디 어째 오늘은 쪼매
이상하구먼유
뭐, 뭐가요?
[경비원의 웃음]
점점 더 고와지시는 것 같아유
[함께 웃는다]
그럼 저는 이만
잠깐!
[경비원의 헛기침]
[부드러운 음악] (경비원) 쉬엄쉬엄혀유
다치지 말고
누님이 다치면 내 맴이 아픈께
[경비원의 웃음]
[한숨]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작동음]
(다다) 아이고
[문이 탁 닫힌다] 왕준아 너희 집 한번 오기 진짜 힘들다
[다다의 힘겨운 숨소리]
[옅은 신음]
[다다의 아파하는 신음]
[힘겨운 신음]
아, 시원해
아, 시원해
[한숨]
[폭죽이 펑펑 터진다] [웅장한 음악]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다다) 다 했다
어때, 뽀삐야?
이 정도면 형도 깜짝 놀라겠지?
[뽀삐가 낑낑거린다]
쩝, 맞는다
보자
뽀삐야, 어때? 어떤 게 더 이뻐? [TV 속 MC1이 진행한다]
빨리 골라 봐
누나 오늘 진짜 중요한 날이란 말이야, 응?
(TV 속 MC2) 그럼 이제 오늘의 하이라이트부터 하나씩 공개해 보겠습니다
(다다) 야!
(TV 속 MC2) 먼저 남우 주연상부터 확인해 보겠습니다
(TV 속 MC1) 네, 시상자는 작년도 수상자시죠
배우 윤시윤 씨가 함께해 주시겠습니다
[다다의 기대에 찬 신음]
[리모컨 조작음]
(TV 속 시윤) 예, 올해 남우 주연상 후보는
정말 역대급이네요
천만 배우가 세 분이나 계시는데
[다다의 긴장한 숨소리] 그 영광을 누가 차지하게 될까요?
남우 주연상 발표하겠습니다
'2018 백호 영화상 남우 주연상' [긴장되는 효과음이 흘러나온다]
(다다) 마왕준 [TV 속 시윤의 탄성]
축하드립니다 '좀비 열차' 마왕준 씨!
[놀란 탄성]
[밝은 음악] [다다의 환호성]
[다다의 웃음]
[다다의 신난 신음]
(TV 속 왕준) 이런 큰 상을 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이 상을 받으려고 그 더운 여름날에 [훌쩍인다]
그 많은 좀비분들과 함께
열심히 달렸나 봅니다
이런 상을 받게 되면 어떤 말씀을 드려야 되나
상상을 하면서 가끔씩 연습을 하곤 했는데 [웃음]
막상 이날이 되니까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떨리고 긴장이 되네요
나도 [TV 속 왕준의 생각하는 신음]
(TV 속 왕준) 감사드릴 분들이 너무나 많은데
먼저 저와 함께 영화에서 호흡을 맞춰 주셨던
저의 배우분들 너무 감사드리고요
현장에서 너무 고생 많으셨던 감독님 모든 스태프분들
정말 너무 고생 많으셨고 감사드립니다
[호응하는 신음]
어, 7년 동안 저의 수족이 되어 준
정말 너무나 든든한 저의 매니저
여웅 누나, 누나 너무 고맙고
마지막으로
이 영광을
저와 함께 달려 주셨던
모든 좀비분들께 돌리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는 배우 마왕준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TV 속 사람들의 박수] (TV 속 MC2) 네, 마왕준 씨, 수상 축하드립니다
[휘파람 소리가 흘러나온다] 뭐야
(TV 속 왕준) 아,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긴장을 많이 해서
정작 제일 중요한 걸 빼먹었네요
[차분한 음악] 늘 한결같이
날 응원해 주는 너 어두운 밤하늘의 태양같이
아름답고 환하게
그렇게 언제나 내 곁에 있어 준
나의 가장 소중한 존재
우리 집 강아지, 뽀삐
뽀삐한테 너무 고맙다는 말 하고 싶습니다
[힘겨운 신음]
뽀삐야, 사랑해 [뽀삐가 낑낑거린다]
[TV 사람들의 박수] [다다의 허탈한 신음]
(TV 속 시윤) 네, 축하드립니다
[당황한 신음] [쓸쓸한 음악]
[당황한 숨소리]
[콜록거린다]
(왕준) 헤어지자고
나 이제 지겨워졌거든
너랑 이렇게 몰래 만나는 거
[졸졸 소리가 난다]
(다다) 어? 아, 안 돼, 안 돼, 안 돼 안 돼, 안 돼, 안 돼!
[다다의 속상한 신음]
(웅) 멋있었어
(은동) 야, 마왕준
너 수상 소감에서
대표 이름은 왜 얘기 안 했어, 어?
나 완전 삐질 뻔했어, 너
에이, 무슨, 나 대표님이랑 일하는 거 다 아는데요, 뭐
(은동) 그럼 얘 이름은 왜 했어?
아, 누나는 현장에서 고생했잖아요
[은동의 못마땅한 신음] [웅이 살짝 웃는다]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기자들이 소란스럽다]
(웅) 아이고, 참, 빨리들 오시네
[기자들이 저마다 말한다]
(왕준) 감사합니다, 네, 아…
[기자들이 소란스럽다]
[휴대전화 진동음]
[헛기침하며] 어, 왜?
어, 아니, 나 시상식 봤어 축하한다고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기자들이 소란스럽다]
(왕준) 야, 야, 나 잠깐 가 봐야겠다
어, 다시 연락할게, 응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린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왕준아
왕준아 [통화 종료음]
[어이없는 신음]
[쓸쓸한 음악]
[한숨]
그래
이렇게 좋은 날에
내가 이러면 안 되지
[휴대전화 조작음]
[휴대전화 메신저 알림음]
[한숨]
너 오늘 왜 이렇게 기분이 안 좋아 보여?
상까지 받아 놓고
무슨 일 있어?
아니
누나, 근데 우리 뒤풀이 어디로 가?
[쓸쓸한 음악]
- (은동) 자, 올라오시죠, 예 - (웅) 아유, 예
[익살스러운 음악] - (은동) 들어오세요, 이쪽이에요 - (웅) 이쪽이에요, 이쪽
[밖이 소란스럽다] (다다) 뭐야?
[사람들이 화기애애하다]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작동음] [문이 달칵 열린다]
[사람들이 시끌시끌하다]
- (웅) 들어오세요 - (은동) 아유, 들어오십시오 [사람들의 탄성]
[소란스럽다]
- (기자1) 그럼 실례 좀 할게요 - (웅) 예, 아이…
[사람들이 시끌시끌하다] 뭐야?
[다다의 당황한 숨소리]
[한숨]
- (기자2) 앉아도 돼요? - (웅) 그럼요
(은동) 아유, 좋죠, 좋죠, 좋죠, 아유 [기자1의 웃음]
자, 오늘은 제가 여러분들 거하게 모시겠습니다
[웅의 환호성]
[긴장되는 음악] [사람들의 박수]
(웅) 여기 앉으십시오, 예 [은동이 말한다]
편하게들 계시면 제가 얼른 세팅해 드리겠습니다
[작은 목소리로] 어, 언니
(웅) 예? 편하게들
[사람들의 웃음] 내 집이다 생각하시고 편하게들
(웅) 상도 받았는데 어떤 쌈빡한 기사 써 줄지
고민도 좀 해 주시고, 예?
(다다) 아이씨
- 언니, 언니, 언니, 가, 가지 마 - (웅) 조금만 기다리세요, 예
- (다다) 가지 마 - (웅) 예, 예
[울먹이며] 갔어
[익살스러운 음악] 갔어, 갔어
[훌쩍인다]
왕준이
[한숨]
[통화 연결음]
[휴대전화 진동음]
왕준이
[휴대전화 조작음]
뭐야, 왜 안 돼?
[휴대전화 진동음]
[울먹이며] 안 돼
[안내 음성] 전원이 꺼져 있어 [왕준의 의아한 신음]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되며…
혹시 화장실 좀 쓸 수 있을까요?
[긴장되는 음악] - (은동) 화장실 저쪽 뒤에, 예 - (기자3) 예
[작은 목소리로] 안 돼
[문이 덜컹거린다]
[사람들의 웃음] - (기자3) 저, 대표님 - (은동) 예?
(기자3) 화장실 문이 안 열리는데
[은동의 의아한 신음]
(은동) 왜 안 열리지?
이게 문이 왜 안 열리냐
[은동의 힘주는 신음]
(기자1) 황 기자님 싸겠네, 싸겠어
[은동의 한숨]
- (기자1) 이게 왜, 이게 왜 안 돼? - (은동) 아니, 이게…
(은동) 뭐가 걸렸나 보다
[기자1의 힘주는 신음]
[기자1의 애쓰는 신음] [힘주는 신음]
왜 그래요?
(은동) 야, 화장실이 안 열려 이거 뭐 걸렸나 봐
우리 집 화장실 문 안에서 안 잠기는데?
왔어, 왔어, 왔어 [익살스러운 음악]
(왕준) 잠시만요
[문을 덜컹거리며] 응? 뭐야?
왕준아, 제발
(은동) 뭐 안에 걸렸나 보다, 야
[다다의 다급한 숨소리] [왕준의 힘주는 신음]
왕준아, 조금만
[힘주는 신음]
[힘주는 신음] [다다의 놀란 신음]
[익살스러운 음악] - (기자4) 아이고 - (은동) 뭐야?
(기자3) 아, 놀라라, 뭐야?
- (기자1) 아, 청소하시는 분인가 보다 - (기자3) 아니…
(기자3) 자, 잠깐만, 잠깐만
이거 뭐야? 이거, 이거 팬티 아니에요, 팬티?
(은동) 어? 어, 이게…
(기자1) 아하, 아, 놀라라 [종이 뎅 울리는 효과음]
[기자들이 소란스럽다] (기자3) 찍어, 찍어, 빨리 찍어, 빨리
- (웅) 아유, 아유, 저기, 저기… - (은동) 저, 저, 저, 기자…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기자3) 마왕준 씨
이 여자 아는 분이에요?
[무거운 음악]
스, 스토커
스, 스토커요? [어두운 음악]
(기자3) 이 여자분 진짜 스토커 맞아요?
스토커예요, 이 여자
(은동) 아, 아! 그 스, 스토커 지, 지난번에 네가 말했던 그 스토커?
[의미심장한 음악] (영상 속 왕준) 할 말이 뭔데?
(영상 속 여자) 시우 씨, 나한테 왜 그러는 거야?
그 사람들 앞에서 어떻게 그래
(영상 속 왕준) 그런 거 기대하지 말라고 했지, 내가?
(영상 속 여자) 시우 씨
넌 이래도 내가 좋냐, 어?
(영상 속 왕준) 넌 자존심도 없어?
하, 지겹다, 진짜
[자동문 작동음]
[보원의 놀란 신음]
(보원) 제로나인, 이거 네가 그랬어?
모기 잡았어
아주 큰 놈이야 [익살스러운 음악]
(보원) 야, 인마… [보원의 한숨]
아이, 슈퍼 울트라 HD 디스플레이를
고작 모기 때문에…
[보원의 한숨]
너 안 되겠다, 좀 위험해
팔 힘 출력 조절 좀 다시 해야겠다
기다려
(경찰) 그러니까 이거 훔치러
그 집에 들어갔다?
그, 할머니 분장까지 하고?
이봐요, 아가씨!
그게 맞냐니까!
아이, 뭐 30분째 그, 말을 안 해?
아, 그 집에 왜 들어갔냐니까!
(다다) 사랑하니까요!
사랑해서요, 너무 사랑해서요
난 그냥 맛집 가서 맛있는 거 같이 먹고 싶고 [애잔한 음악]
영화관 가서 영화도 끝까지 같이 보고 싶고
[울먹이며] 손 꼭 잡고 사람들 많은 거리도 걸어 보고 싶고
친구들한테 자랑도 하고 싶은데
그렇게 하고 싶은데 그렇게 못 하니까요!
[흐느낀다]
(경찰) 이봐요, 아가씨
[훌쩍인다]
그냥 이거라도 갖고 싶었어요
난 오빠 팬티가 좋아요
입던 건 더 좋아요
[애잔한 음악]
[흐느낀다]
(경찰) 마왕준 씨 측에서 훈방 조치를 원하셨습니다
아가씨 진짜 운 좋은 줄 알아요 좋은 분들 만나서
[차 문이 탁 닫힌다]
일단 차에 타자, 데려다줄게
우리 그, 그만하자
(다다) 헤어지자고
나 더 이상은 이렇게 못 하겠어
너랑 이렇게 몰래 만나는 거
[차분한 음악]
미안하다
(다다) 따지고 싶었다
왜 너를 만날 땐 진짜 나일 수 없는지
소리치고 싶었다
너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내가 왜 죄인이 돼야 하냐고
나 갈게
(다다) 그럼에도 그동안 내가 버틸 수 있었던 딱 한 가지 이유는
그래도 너와 내가
같은 마음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오늘
그 믿음은 부서졌다
산산이
[다다가 콜록거린다]
(다다) 오래되고 낡은 것들은
언젠간 반드시 부서지고 고장 난다
마치 우리 사랑처럼
[반지가 쟁그랑 떨어진다]
그리고 오늘
그렇게 낡고
[흐느낀다] 오래된 내 사랑이
[훌쩍인다]
끝났다
[힘겨운 숨소리]
[콜록거린다]
[훌쩍인다]
[컵을 탁 내려놓는다]
[한숨]
[흐느낀다]
(보원) 제로나인, 왜 그랬어
앞으로는 모기 잡을 때 팔 힘의 100분의 1만 쓰는 거야
[버튼 조작음] [시스템 작동음]
[제로나인이 살짝 웃는다]
(제로나인) 고마워, 형
혹시 내가 아까 부순 모니터
많이 비싼 거야?
(보원) 그래
그거 다 형 월급에서 까는 거다
아, 미안해, 형
미안하긴 네가 뭐가 미안하냐
형이 미안하지
형이 왜 미안해?
그런 게 있어
지금부터 형이 하는 말 잘 들어, 제로나인
[잔잔한 음악]
'밤바다'
(보원) '파도', '달빛'
'구름'
'나비', 제로나인 코드 입력 [로봇 전원음]
약속 못 지켜서
미안하다, 제로나인
[풀벌레 울음]
[상자가 달칵 열린다] [쉭 소리가 난다]
[로봇 전원음]
(보원) 제로세븐
야
어떻게 된 거야, 어?
웬만한 충격으로 이 정도까지는 안 되는데
(지석) 아마 충성심을 시험한다는 이유로
계속 학대를 한 모양이야
다이애나 아가씨는
좋은 사람이에요
[울먹인다]
[보원의 놀란 숨소리]
(지석) 이미 상태가 너무 심각해
이 정도면 폐기하고 다시 만드는 게 이득이야
[지지직거린다] 회사 지침대로 필요한 부품만 떼어 내고 소각시킨다
이게, 씨…
(제로세븐) 다이애나 아가씨는
좋은 사람이에요
뭐가 좋은 사람이야, 이 멍청아!
[로봇 전원음]
(보원) 근데 또다시 그 여자한테 제로나인을 보내겠다고요?
그건 본사에서 정한 일이야
우리가 관여할 바가 아니야!
(보원) 처음 이 회사에 들어왔을 때
지부장님이 저한테 해 주셨던 말 기억하세요?
'우리는 로봇에게 가족을 만들어 주고 친구를 만들어 주고'
'연인을 만들어 주는 회사다'
분명 그렇게 말씀하셨잖아요
크로노스 헤븐은 고객이 제품을 의뢰하면 만들어 보낸다
그게 끝이야
(지석) 그 후에 고객이 물건을 어떻게 쓸지는
관여할 수 없어
그러니까 더 이상 제품에 감정 이입 하지 마
[한숨]
[걸쇠를 달칵 채운다]
[휴대전화 진동음]
죄송합니다, 지부장님, 그렇지만
절대 그런 여자한테 제로나인을 보낼 수가 없습니다 [무거운 음악]
절대
(지석) 남 팀장 [휴대전화 조작음]
제로나인 들고 어디 간 거야, 응? [통화 연결음]
전화받아
[지석의 거친 숨소리]
전화받아
전화받아, 이 멍청한 자식아!
[거친 숨소리]
[거친 숨소리]
[컴퓨터 작동음]
"휴대전화 위치 추적 실패"
[거친 숨소리]
[컴퓨터 작동음]
"목표 대상"
[자동차 비상등 조작음]
[블랙박스 작동음]
"연결, 회사"
[핸들을 쾅 치며] 아휴, 씨!
[타이어 마찰음]
[긴장되는 음악]
[가쁜 숨소리]
[지석의 거친 신음]
남보원!
지부장님
저 이번엔 반드시 지킬 겁니다
지난번 같은 실수
다시는 반복하지 않을 거예요
[GPS 작동음]
[흥미진진한 음악]
"목표 대상"
제발 무사해라, 제로나인
형이 금방 찾으러 갈 테니까
[보원의 한숨]
[부드러운 음악]
- (택배원) 임다다 씨, 맞으시죠? - (다다) 아, 네
(택배원) [펜을 달칵 누르며] 네, 택배 왔습니다
여기 사인해 주시면 되고요
[다다가 펜을 달칵 누른다]
(다다) 감사합니다
[한숨]
난 이별에 슬퍼할 겨를도 없네
[입소리를 쩝 낸다]
미국에서 온 더미 좀 볼까?
왜 이렇게 커?
(진) 누나, 어이!
(진) 잠시만요
감사합니다
[다다가 인사한다]
(진) 누나도 힘 좀 써요 나만 힘들어, 지금, 아휴
[다다의 힘겨운 신음] (규리) 얘들아, 안녕
[규리의 놀란 신음]
이게 그 제작한 특수 더미라는 거지?
[놀라며] 비싼 몸 드디어 오셨네
어머, 케이스 고급진 것 봐, 야
[규리의 탄성]
(다다) 난 더미에 의상 입혀서 갈 테니까
둘은 먼저 세트장 가 가지고 미리 세팅하고 있어
- (진) 오케이 - (규리) 아니
(규리) 곧 촬영 시작하는데 마왕준한테 가
특분부터 시작해야지
아…
저기, 그게…
(규리) 왜, 엄따? 너 무슨 일 있어?
[입소리를 쩝 낸다]
아니야
[흥미로운 음악] (다다) 나 갔다 올게
[규리의 의아한 숨소리]
(규리) 쟤 뭔가 수상한데?
(다다) 미치겠다, 진짜
[울먹인다]
[한숨]
(은동) 여기서 뭐 해?
아, 대표님
분장사 바뀌었는데 얘기 못 들었어?
예?
(은동) 아침에 왕준이가 바꿔 달라 그랬는데 [무거운 음악]
전달 안 됐나 보네
하긴 어제 그 난리를 쳤는데도 안 바꾸는 게
그게 더 이상하지, 안 그래?
[떨리는 숨소리]
[다다가 흐느낀다]
[훌쩍인다]
그만해, 엄다다
이제 다 끝난 일이야
[다다가 훌쩍인다]
[쉭 소리가 난다]
[의미심장한 음악]
뭐야?
(다다) 무슨 더미가 이렇게 리얼해?
특수 제작이라 그런가
(다다) 뭐야, 뭐야? 어, 잠깐만
[다다의 비명]
[강조되는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다다가 울먹인다]
[울먹인다]
(다다) 어떡해, 미쳤나 봐
나 지금 방금 더미랑 뽀뽀한 거야?
[어이없는 신음] [로봇 전원음]
[긴장되는 음악]
[다다가 울먹인다]
[다다의 한숨]
뭐야?
[놀란 신음]
뭐야?
안녕
내 여자 친구
[밝은 음악]
(다다) 이상했어, 진짜 같고 촉촉하고
여기 있었는데?
(규리) 대체 더미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다다) 마왕준이랑 헤어진 걸 누구한테 얘기를 하냐고
(제로나인) 여자 친구! [다다의 놀란 신음]
(다다) 더미 박스에 왜 들어 있냐고, 대체
[자동차 엔진 가속음] [다다의 비명]
(제로나인) 여자 친구, 조심해! [타이어 마찰음]
(다다) 괜찮아요, 그 남자?
(제로나인) 저한테 여자는 이 여자 하나입니다
(다다) 내가 왜 그쪽 여자 친구예요, 네?
(제로나인) 나한테 키스했잖아
책임은 내가 질게
진짜 사랑을 주고 싶어
그쪽이 사랑이 뭔지는 알기는 알아요?
[다다의 놀란 신음] [웃음]
(제로나인) 만져 봐도 돼
[반짝이는 효과음] [다다의 질색하는 신음]
(제로나인) 여자 친구, 나 연인용 로봇이야
.절대 그이↲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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