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모 16
(지운) 갑자기 여긴 왜 오라고 하셔서…
[헛기침]
[지운의 헛기침]
[긴장한 숨소리]
전하
[부드러운 음악]
전하…
어찌…
장난은 그, 그만두십시오
전하
장난?
아닌데
예?
(휘) 정 주서가 그랬지요?
모두 감당하겠다고
나도 해 보겠습니다
감당하겠습니다
이 마음
[잔잔한 음악]
[살짝 웃는다]
[밝은 효과음]
[지운의 살피는 숨소리]
[헛기침]
[힘주는 신음]
[못마땅한 한숨]
[지운의 한숨]
'승하하신 지 하루 반나절 만에'
(지운) '대행왕의 옥체가 부풀고'
'잇몸이 검게 변하였다'
하루 반나절이 지나서라고?
[의미심장한 음악]
'창천군이 부소화의 독을 이용해 시해하려 하였'…
부소화는
반응이 바로 나타나야 하는데
[일기를 탁 덮는다]
(문수) 어, 정 주서
그, 일기 정리하던 거 빨리 좀 끝내자
어디 가, 일 안 하고?
아, 저 잠깐 내의원 서고에 좀 다녀오겠습니다
(문수) 아니, 내, 내의 내의원 서고에는 왜?
저…
[한숨]
내가 할게, 어
오래 걸리겠네 [한숨]
[긴장되는 음악]
[형설의 거친 숨소리]
[형설의 당황한 신음] (무사) 웬 놈이냐!
[긴박한 음악]
문 쪽을 확인하거라
(무사들) 예!
(무사) 없어진 게 있는지 확인해 보거라
(무사들) 예
(형설) 상단에는 무기를 거래한 자료가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그곳에 남겨 두진 않은 모양입니다
제가 여연에 있는 사병 기지에 직접 가 봐야겠습니다
상단에 없다면 분명 그곳에 두었을 것입니다
[한숨]
너무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상단보단 경비가 더 삼엄할 것인데
걱정 마십시오, 전하
다녀와서 뵙겠습니다
(형설) 아 급한 소식이 있으시거든
강은서 그 아이를 통해 보내 주십시오
[한숨]
알겠습니다
(휘) 조심하십시오
[어두운 음악]
(지운) 부소화
부소…
"부소화"
'부소화를 섭취하면 배가 부풀고'
'잇몸이 검게 변하는 증세가'
'곧바로'
'나타난다'
[책을 탁탁 턴다]
[책장을 사락 넘긴다]
[풀벌레 울음]
(순시) 상선 어른 이 시간에 여긴 또 웬일이십니까?
(복동) 아, 그, 또 날이 좋아서 산보 중이었네
- (복동) 자, 따라오게 - (순시) 아, 이러시면 안 됩니다
(복동) 씁, 뭘 이러면 안 돼? 더 좋은 걸 보여 줌세
- (복동) 자, 따라오라고 - (순시) 아니, 바쁜데…
(복동) 아하, 이보게, 이 사람 참
[웃으며] 더 좋은 게 있다니까
[긴장되는 음악]
(기재) 하나의 과실을 범한 사람은
다른 과실도 범하는 법이지
하니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는 법 아니겠는가
[석조의 기합]
[칼로 쓱 벤다] (지운) 아버지
[석조의 놀란 숨소리]
[석조의 당황한 숨소리]
[석조의 떨리는 숨소리]
여기서 뭐 하느냐?
아버지께선
뭘 하고 계십니까?
[의미심장한 음악] [거친 숨소리]
[달려오는 발걸음]
[복동의 가쁜 숨소리]
(복동) 저, 전하 말씀은 잘 나누셨습니까?
- 돌아가자 - (복동) 예
(석조) 네 어미가 기다리겠다
얼른 들어가 보거라
[석조가 잔을 탁 내려놓는다]
호판은 잘 정리하였는가?
- 예 - (기재) 음
(기재) 대사헌의 여식과
자네 아들이 연도 있었고 하니
혼사를 추진해 보는 것은 어떻겠는가?
어차피 정치는 혼맥인 것을
[한숨]
대사헌께서 받아들이신다면 나쁠 건 없지요
[호응하는 신음]
(기재) 참, 간밤에 누군가
상단을 침입했다고 하네
무기 거래에 이용한 상단이
호판의 탄핵과 동시에 그런 일을 겪다니
아무래도 자네가 여연에 한번 다녀와야겠네
사병의 증거가 될 만한 장부들은
모조리 정리해 가져와야 할 것이야
(석조) 예, 대감
[한숨]
(문수) 호조에 이번 조운선 사건과 관련된 자들이 더 드러나
사헌부에서 조사를 하고 있다 합니다
조만간 호조에 들일 새로운 인재들을
대거 등용하셔야 할 듯하옵니다
(휘) [한숨 쉬며] 알겠소
(대신) 전하, 이번 호조의 일로 평안도와 함길도 연변
각 고을의 군량이 넉넉하지 못하옵니다
[어두운 음악] [석조의 놀란 숨소리]
[문수의 헛기침]
[문수의 헛기침]
(문수) 정 주서
정 주서, 정신 차리십시오
아, 송구합니다
[새가 지저귄다]
(휘) 하루 종일 무슨 생각을 그리하시는 겁니까?
(지운) 송구합니다
간밤에 잠이 좀 부족하여…
(복동) 중전마마 오십니다
[웃음소리가 들린다]
[아련한 음악]
[하경이 살짝 웃는다]
(휘) 대사헌께서 돌아오시며 함께 왔단 소식은 들었소
(소은) 예, 전하
한데 궐은 어찌…
(소은) 중전마마의 부름을 받았사옵니다
사가 시절 절친했던 벗이옵니다
(하경) 대왕대비마마께서 궐에 들도록 허락해 주시었습니다
(휘) 아, 예
지난날 전하께 깊은 은혜를 입었습니다
아니오
오랜만에 만나 할 이야기도 많을 터이니
어서 중궁전으로 가 보시지요
내 생과방에 일러 좋은 차와 음식을 올리라 이르겠소
(하경) [살짝 웃으며] 망극하옵니다, 전하
(휘) 가자
(지운) 하면 저는 승정원으로 가 보겠습니다, 전하
정원일기를 모두 담당한다던데
피곤하면 눈도 좀 붙이십시오
아닙니다
[지운의 한숨]
(하경) 정 주서
잠시만
(지운) 예, 마마
잠깐 시간이 되면 중궁전에 들어 줄 수 있겠나?
예?
(소은) 마마
내 궐 생활에 대해 긴히 물을 것이 있는데
(하경) 마침 이리 마주쳤으니 말일세
잠깐이면 되네, 잠깐
[잔잔한 음악]
(소은) 저는 세자빈이 될 자신이 없습니다
(휘) 혹 소저의 마음에 다른 사람이 있습니까?
(소은) [한숨 쉬며] 송구합니다
제가 잠시 중궁전에 다녀와 볼까요?
(복동) 상황도 살펴보고
상황을 살핀다니?
그날 등불 밝힐 때
두 분이 막 입술 대고
(복동) 서로 하시는 걸 봤습니다, 저는
[당황한 신음]
아,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구나, 참
(복동)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김 상궁마마님한테는 비밀로 할 터이니
하면 얼른 다녀오겠습니다
아니…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새가 지저귄다]
(하경) 두 사람이 전부터 인연이 있다고 들었네
한데 이리 또 우연히 마주하다니
참으로 인연이란 신통한 것이 아니겠나
마치 나와 전하의 만남처럼
[하경과 지운의 웃음]
(지운) 예, 그렇지요
인연이 참으로 기구…
아니
신통한 것이지요
[다가오는 발걸음]
(유공) 중전마마, 전하께서 다식을 내려 주셨사옵니다
[익살스러운 음악]
(복동) 나 좀 돕게나
전하께서 이리 신경을 다 써 주시고
참으로 망극하다 전해 주시게
예, 마마
[복동이 접시를 탁 집는다]
(하경) 한데 정 주서께서는 혼기가 아주 꽉 찬 나이에
어찌 아직 짝이 없으신 건가?
예?
아, 그것이 아직…
[쨍그랑]
[까마귀 울음 효과음]
[복동의 어색한 신음]
[흥미로운 음악] [콜록거린다]
괜찮으십니까?
[콜록거린다]
고, 고맙습니다
[콜록거린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마마, 어찌 그런 하문을 하시옵니까?
(하경) [한숨 쉬며] 내 정신 좀 봐
정말 미안하네
내 너무 사적인 질문을 하였지?
아, 아닙니다, 마마
[콜록거린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긴장한 숨소리]
어찌 그리 계시는가?
(복동) 예, 마마
하면 그만 물러가 보겠사옵니다
전하께 감사드린다 꼭 좀 전해 주시게나
예, 마마
[익살스러운 음악] [지운의 긴장한 숨소리]
[한숨]
[문이 달칵 열린다]
[복동의 가쁜 숨소리]
[문이 달칵 닫힌다]
(복동) 전하
(휘) 그래, 얘기들은 잘 나누고 있더냐?
(복동) 예, 너무 염려하실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멋쩍은 숨소리]
염려는 무슨…
[웃음]
[익살스러운 음악]
나가 보거라
예
[한숨]
[문이 달칵 열린다]
[헛기침]
(소은) 전하께옵서 마마께
참으로 다정하고 다감하신 것 같습니다
이리 신경을 다 써 주시고 말이지요
(하경) 그러게 [하경이 살짝 웃는다]
너도 어서 좋은 낭군님 만나야지
정 주서도 그렇고
예, 뭐
마마
(하경) 아, 내가 너 궐에 들면 꼭 전해 주려던 것이 있었는데
잠깐 기다려 봐
[웃음]
[난처한 숨소리]
궐에 계시는 줄은 몰랐는데
(소은) 온양에선 언제 돌아오셨습니까?
아, 그게…
좀 됐습니다, 예
(지운) 실은 꽤 많은 일들이 있었거든요, 그동안
중전마마께서 저희 둘의 인연을 오해하시고
(소은) 이리 자리를 만들어 주신 것 같습니다
바쁘신 것 같던데
마마껜 제가 잘 말씀 올릴 터이니 먼저 가 보시지요
(지운) 그럼 잘 좀 말씀드려 주시겠습니까?
실은 제가 궐 밖에서 만날 사람들이 좀 있어서요
아, 그, 아실 겁니다 질금이하고 영지
삼개방 아이들이요
(소은) 아, 다들 잘 지내지요?
(지운) 그럼요
그 아이들이야말로
세상이 망해도 살아남을 녀석들인걸요
[웃음]
그럼 만나 뵈어 반가웠습니다
(소은) 저…
마지막으로 도련님을 뵈었을 때
제가 너무 제 감정만 앞세워 불편하게 만든 것은 아닌지
[잔잔한 음악] 계속 마음이 쓰였습니다
아닙니다
그럴 것 없습니다
(지운) 처음 뵀을 때보다 많이 야위신 것 같습니다
안 좋은 일을 겪으셨다 들었는데
잘 돌아오셨습니다
힘든 일을 겪은 곳으로 돌아오는 것이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텐데
옛일은 잠시 접어 두시고 스스로 많이 다독여 주십시오
자책하지 마시고요
그럼
[한숨]
[숨을 고른다]
[달려오는 발걸음]
정 주서는?
송구합니다
제가 먼저 가 보시라 했습니다
정말?
(하경) 혹시 내가 둘을 불편하게 만들었나?
[살짝 웃는다]
아닙니다, 마마
[옅은 웃음]
[한숨]
[한숨] [문이 달칵 닫힌다]
왜 여기에 계신 겁니까?
(휘) 중궁전의 다과 자리가 아직 끝나지 않았을 터인데
아, 제가 밖에 볼일이 조금 있어서요
(휘) 아
그래, 씁, 다과 자리는 즐거우셨습니까?
아, 예
보내 주신 다식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전하
정 주서에게 보낸 것이 아닙니다
(휘) 중전에게 보낸 것이지
그러셨습니까?
한데 어찌 그러십니까?
뭐가 말입니까?
혹 제가 뭘 잘못하였는지…
[한숨]
[밝은 음악]
뭡니까, 그 표정은?
아, 그…
아니, 아닙니다
그, 아닙니다
[어이없는 숨소리]
아니, 자꾸 왜 그리 웃는 겁니까?
(지운) 아, 그, 다름이 아니라
전하께서 질투를 하고 계시는 거 같아
기분이 너무 좋아서요
예?
(휘) 아니, 아니, 질투는 누가…
[당황한 숨소리]
혼자 착각하지 마십시오
걱정하지 마십시오
(지운)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전하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김 상궁) 내금위장 입시이옵니다
[한숨 쉬며] 들라
[문이 달칵 닫힌다]
(석조) 제현 대군께서 계신 강화 처소의 방비를 살피러
며칠 다녀와야겠습니다
갑자기 왜…
겸이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이오?
계절 중으로 살피는 일입니다
알겠소, 다녀오시오
[의미심장한 음악]
[문이 달칵 열린다]
[새가 지저귄다] [달려오는 발걸음]
- (지운) 질금아 - (질금) 어
(질금) 아유, 형님 왜 이렇게 늦어?
요즘 우리 약방 손님들 많아져서
이렇게 오래 자리 비우면 안 된단 말이야
(지운) 아, 미안해
(질금) 그래, 무슨 일인데?
다른 게 아니라 내 부탁 좀 들어줘야겠다
부탁?
그, 약초 시장 다니면서
이 풀에 관해 좀 알아봐 줘
(지운) 아무래도 조선 땅에서 구하기 쉬운 건 아닌 듯한데
그, 명나라나 서역 쪽 풀에 관해 아는 약초꾼들 있으면
수소문 좀 해 주고
뭔데, 이게?
설마 도, 독초?
(지운) 쉿, 쉿, 쉿, 쉿
[질금을 탁 잡는다]
부탁할게
[질금을 툭툭 치며] 간다
[새가 지저귄다]
(원산군) 조심히 옮기거라
[단지가 쨍그랑 깨진다]
[서리의 당황한 신음]
[서리의 울먹이는 신음]
죽여 주십시오!
(서리) 태함을 넣으려다가 손가락이 미끄러져 갖고
깨져 버렸습니다요
이것이 누구의 함이냐?
[관원의 긴장한 숨소리]
그, 그것이…
주상 전하의 태함입니다
[못마땅한 숨소리]
[당황한 신음]
[서리의 망연자실한 신음]
[한숨]
[의미심장한 음악]
(원산군) 쌍생이라니?
(의원) 쌍생으로 태어난 아이들의 태 중
간혹 배 속에서부터 태가 꼬여
이런 형상이 되는 것이 있다 들었습니다
[원산군의 웃음]
[서랍이 쓱 열린다]
[엽전이 잘그랑거린다]
[의원의 놀란 신음]
(원산군) 오늘 본 건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거라
(의원) 예
[새가 지저귄다]
(복동) 자기네들이 제현 대군마마를
그 구석으로 유배 보내 놓고
이제 와 계절로 살핀다니 참 웃기지도 않네요
아무래도 여연의 일을 멈춰야겠다
은서 그 아이에게 연통을 보내거라
은서요?
아, 김가온 그 아이 말이다
이름이 영 적응이 안 돼서…
(복동) 알겠습니다, 전하
[한숨]
[잔잔한 음악]
(김 상궁) 자은군께서는 아무래도 종친의 신분인지라
전하의 비밀을 아신 후
대전에 발걸음을 삼가시는 것 같습니다
행여나 전하께서 불편해하실까 봐
배려하는 마음 때문이겠지요
(휘) 형님
전하
[강물이 넘실거린다] [새가 지저귄다]
[한숨]
요즘 많이 바쁘십니까?
통 얼굴도 안 보여 주시고요
왜, 무슨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옅은 웃음]
형님은 제가 이리 말하면
항상 '무슨 일이 있었느냐' 걱정부터 하십니다
[피식 웃는다]
(휘) 형님과 이리 앉아 있으니
오래전 함께하던 날이 떠오르네요
낯선 곳에서 제가 무서울까
밤이 깊도록 서책을 읽어 주셨지 않습니까
전하께서 책을 워낙 좋아하셨지요
(현) 예나 지금이나
그때 형님께서 제게
처음으로 사당을 맛보여 주셨습니다
(휘) 태어나 처음으로 맛본 달콤한 맛이었는데
사당이 녹는 동안 만큼은
궐에 온 두려움까지도 모두 잊을 만큼
좋았습니다
또 가져다드리겠습니다
필요하신 만큼 얼마든지요
형님은 어렸을 때부터 제게
가장 편했던 분이고
제가 가장 의지했던 분입니다
전하
(휘) 하니 앞으로도 계속
제게 편히 대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형님께서 이리 저를 어려워하시니
저 역시
형님을 어찌 대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형님으로
가장 가까운 벗으로
제 곁에 계셔 달라 하면
욕심이겠습니까?
[애잔한 음악]
욕심이라니요
당연히 그리할 것입니다
(현) 전하께선 저의 영원한 주군이 아니십니까
(휘) 이게 무엇입니까?
(현) 저하께 드리는 선물입니다
어찌 저에게 이런 것을…
(현) 나중에 정인이 생기시면 주십시오
은애하는 여인이 생기면 그때
오셨습니까, 숙부님
[긴장되는 효과음]
[어두운 음악]
[창운군의 분한 숨소리]
(원산군) 전하께서 곧 숙부님의 직첩을 빼앗고
경상도로 귀양을 보내겠다 하십니다
뭐라고?
무, 무, 무슨 이런 개같은 경우가 있어?
(창운군) 왜? 내가 뭘 잘못했다고
왜!
아예 날 죽이라고 하거라
아니, 내 직접 가서 모조리 죽이고
그 자리에서 죽어 버리고 말 것이야
[창운군의 거친 숨소리]
숙부님의 원통함을 제가 풀어 드리겠습니다
(원산군) 그 목숨 제게 거시지요
[나무꾼의 힘주는 신음]
[나무꾼의 비명]
(원산군) 제게 아주 좋은 패가 있거든요
(나무꾼) 이, 이봐, 이봐요
(원산군) 세자를 무너뜨릴 패가 말이지요
[풀벌레 울음]
(휘) 아무래도 정석조 그자의 행동이 수상하구나
부호군께 가 여연으로 가시는 걸 당분간 미루라고 전해 다오
(관군) 부호군께서는 북방 지역 경계를 살피시러
어젯밤에 급히 떠나신다 하셨습니다
어젯밤 말이오?
(관군) 예
[긴장되는 음악]
(사병1) 무슨 일이냐?
(사병2) 수상한 자가 나타났습니다
(사병1) 뭐라?
[칼을 탁 내려놓는다]
[장부를 사락 넘긴다]
[어두운 음악]
[석조와 형설의 거친 숨소리]
내가 예상보다 일찍 도착했나 보군
(석조) 내 말하지 않았나
다음번엔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라고
[칼 뽑는 소리가 챙챙 울린다]
[박진감 넘치는 음악] [서로 힘주며 싸운다]
[형설과 석조의 거친 숨소리]
[서로 힘주며 싸운다]
[형설과 석조의 거친 숨소리]
(형설) 그날 내게 했던 말 말이다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나?
걸을 수 있는 길이 그곳뿐이라고 말이야!
[형설의 거친 숨소리]
(형설) 그 선택을 후회한 적 없었는가? [어두운 음악]
상헌군의 곁에 선 자네의 그 선택 말일세
난 그저 갈 수 있는 길이 이 길뿐이라
이곳으로 걸어온 것뿐이네
[형설의 거친 숨소리]
[석조의 힘주는 신음]
[긴박한 음악] [형설의 다급한 신음]
[석조의 힘주는 신음] [형설의 힘겨운 신음]
[석조의 기합]
[사람들의 거친 숨소리]
(가온) 괜찮으십니까?
(형설) 네가…
[긴장되는 음악] [형설의 힘겨운 신음]
(사병1) 웬 놈들이냐!
피하십시오
(형설) 자, 어서 따라오거라 어서!
(석조) 쫓아라, 어서!
(사병1) 잡아라! [사병들이 소리친다]
[형설과 가온의 거친 숨소리]
[사병들이 소리친다]
- (사병3) 잡아라! - (사병4) 잡아라!
[사병들의 거친 숨소리]
[사병5의 힘주는 신음]
[화살이 휭휭 날아온다] [사병들이 소리친다]
(형설) 어서
(사병3) 쫓아라!
[화살이 휭휭 날아온다]
[사병들이 소리친다] (사병4) 잡아라!
(사병3) 잡아라!
[형설의 놀란 신음]
[형설과 가온의 거친 숨소리]
(사병3) 잡아! [어두운 음악]
[사병들의 거친 숨소리]
[거친 숨소리]
[거친 숨소리]
장부를 내어놓거라
그럼 네 목숨은 살려 주마
벗으로서의
마지막 배려인가?
[거친 숨소리]
[거친 숨소리]
[형설의 다급한 숨소리] (형설) 부탁한다
[긴장되는 효과음]
[형설의 기합]
[극적인 음악]
안 돼!
[무거운 효과음]
[칼을 탁 꽂는다]
(형설) 어서 가!
살아서…
[형설의 기합]
[형설의 힘겨운 신음] (석조) 멈추거라!
멈추거라, 멈추거라!
[석조의 다급한 숨소리]
이보게
[힘겨운 신음]
[석조의 울먹이는 숨소리]
[석조의 당황한 신음]
[석조의 울먹이는 숨소리] [형설의 힘겨운 신음]
[바람이 쏴 분다]
[무거운 음악]
(형설) 석조야
하늘이 좋구나
[석조가 흐느낀다]
[가쁜 숨소리]
[서로 힘주며 싸운다]
[석조의 힘주는 신음] [형설의 탄성]
[서로 힘주며 싸운다]
[석조의 기합] [목검이 우지끈 부러진다]
[석조의 거친 숨소리]
[탄성]
[웃음] [형설의 거친 숨소리]
[목검이 툭 떨어진다]
[새가 지저귄다] [석조의 가쁜 숨소리]
(형설) 내 가만 보니까, 응?
어제 또 혼자 밤새워 연습했네, 응?
밤새워 연습했어, 또, 아유
자넨 연습을 좀 더 해야겠던데?
어, 정말, 씨
[웃음] (형설) 하, 진짜
[형설의 개운한 신음]
야, 석조야, 하늘 봐 봐
진짜 좋다, 이야
[웃음]
[개운한 숨소리]
[석조가 흐느낀다]
(석조) 형설아!
[당황한 숨소리]
안 돼
[울컥하는 신음]
[석조가 흐느낀다]
(석조) 장부를 가져가지는 못한 거 같습니다
부호군은
[한숨]
현장에서 즉사했습니다
(기재) 그 정도 값을 치렀으면
전하께서도 이제 깨닫는 것이 있으시겠지
[풀벌레 울음]
(질금) 형님, 여기, 여기, 여기
(지운) 어, 질금아
내가 부탁한 건 찾았어?
시신이 하루 반나절이 지나서야 부풀고 변색됐다고 했지?
아무래도 이거 같은데
[어두운 음악]
"소낭초"
[지운의 다급한 숨소리]
(지운) 전하, 전하
정 주서 아직 퇴궐하지 않으셨습니까?
잠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전하
예?
(휘) 예, 따라오시지요
"본초강목"
(휘) 뭡니까, 이게?
(지운) 승정원일기의 기록에 따르면
선대왕 전하를 죽음에 이르게 한 독초는
부소화라 적혀 있습니다
예, 그건 저도 들었습니다
정원일기 역시 확인하였고요
모두 거짓입니다
(지운) 부소화로 죽은 시신의 경우
독살로 인한 시신의 사후 반응이 즉각 나타나는 데 반해
선대왕 전하께서는
하루 반나절이 지난 후에야 그 반응이 나타나셨습니다
그게 무슨…
소낭초입니다 [의미심장한 음악]
(지운) 부소화보다 훨씬 독성이 강하면서도
사후 반응은 비슷한 독초지요
하나 구하기가 극히 어렵다고 들었습니다
하면…
이 독초가 유통되는 곳을 찾으면
선대왕 전하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서도
밝힐 수 있을 것입니다
(복동) 전하!
[문이 달칵 열린다] [복동의 다급한 숨소리]
[문이 달칵 닫힌다]
(휘) 무슨 일이냐?
[울먹이며] 여연에서 소식이 왔습니다
소식?
[놀란 숨소리]
부호군께서는
어디 계시느냐?
돌아가셨습니다 [무거운 효과음]
[슬픈 음악]
(가온) 부호군께서 전하께 꼭 전해 달라 하셨습니다
[흐느낀다]
[새가 지저귄다]
[복동이 흐느낀다]
[연신 흐느낀다]
[김 상궁과 복동이 흐느낀다]
(휘) 네가 저 두 사람을 궐까지 좀 데려다 다오
나는 잠시만 더 여기에 있고 싶구나
예, 전하
(휘) 고맙다
살아와 줘서
[잔잔한 음악]
(휘) 자꾸만 안갯속을 헤매는 것 같습니다
이곳이 목적지라 생각해서 달려오면
목적지는 어느새
저만큼 멀어져 있고
또다시 죽어라 달려오면
더 멀리 도망가 있고
끝도 없이 헤매고 헤매다
이제는
가야 할 길이 어디인지조차
잃어버린 기분입니다
제가 다시
길을 찾을 수 있을까요?
저 안개가
걷히긴 하는 걸까요?
(지운) 비가 그치면 볕이 들고
안개가 걷히면
먼 곳의 풍경이 또렷하게 드러나겠지요
향하고자 하는 곳이 있다면 언젠간 그곳에 닿을 겁니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하더라도요
[새가 지저귄다]
(현) 연통도 없이 갑자기 도성엔 어쩐 일이십니까?
(원산군) 부호군께서 돌아가셨단 소식을 들었다
전하께서 많이 따르셨는데
마음이 좋지 않으시겠구나
예
그것 때문에 오신 겁니까?
(현) 태실을 이전하는 일은 어떠십니까?
잘되어 가시는지
생각보다 재미있는 곳이더구나
(원산군) 나를 보내 주신 상헌군께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할지
(현) 다행이네요
지방에서의 생활이 힘드실까 걱정하였는데
걱정 말거라
계획보다 좀 더 일찍 도성에 돌아올 수 있을 거 같으니
[의미심장한 음악] [피식 웃는다]
[바람이 쏴 분다]
(휘) 소리가 좋네요
꼭 파도 소리같이
함께 바다에 가자고 했는데
미안합니다
(지운) 꼭 바다에 갈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그저
전하의 곁에 있고 싶었을 뿐이니까요
[아련한 음악]
[긴장되는 음악]
[긴장되는 효과음]
[창운군의 분한 숨소리] [쾅 부딪는 소리가 울린다]
(창운군) 개죽음을 당하느니 널 믿어 보라 하였느냐?
이것이 개죽음이 아니면 무엇이냐? 어?
제현 대군 세력을 몰아낸 후
왕좌에 앉아 날 데리러 오겠다더니
내가 보낸 연통만 해도 수백 수천 통이야!
인사가 제법 격하십니다
(원산군) 고정하시지요, 숙부님
[창운군의 힘겨운 신음]
[창운군의 분한 신음]
[헛웃음]
그래, 날 부른 속셈이 무엇이냐? 어?
(창운군) 이제 와 이 꼴이 되니 내가 필요해진 모양이지?
왜?
[버럭 하며] 저승길 동무라도 돼 줘?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군요
숙부님을 그곳에서 빼내 드리려 부른 것이니
[어이없는 숨소리]
[창운군의 한숨]
[비밀스러운 음악]
태가 두 개라면
쌍생이라는 말이냐?
[어이없는 숨소리]
(창운군) 너 한 번만 더 허튼수작 부리면…
에이씨
아, 그래, 그래서
뭐, 쌍생이란 게 뭐 어쨌다는 건데?
전하께서 태어나던 해에
산실청이 피바다가 된 적이 있었다는 걸 아실 것입니다
[거칠게 싸운다]
(창운군) 용케도 주워들었구나 [신하들의 비명]
비밀이라 쉬쉬하는 얘기를
(원산군) 그것이 어떠한 비밀을 감추기 위해서라면
어떨 거 같습니까?
예를 들어 전하께서 어느 순간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다든가
바, 바뀌어?
(원산군) 전하께서 세손이었던 시절
현이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지요
세손께서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다고
숙부님도 저도 느끼지 않았습니까
아무리 종친과 거리를 두신다 하나
사내끼리 모이는 일에는 단 한 번도 끼지를 않으시는
그 유난한 결벽을
[화살이 휭 날아온다]
[피식거린다]
(창운군) 그래, 맞지? 어?
아씨, 그래, 그렇다니까! 어?
내 머릿속에서 나온 그게 맞다니까, 씨!
맞잖아, 맞네 [웃음]
저 역시 아무래도
(원산군) 숙부님의 말씀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원산군) 이제는
계집인지 아닌지만 확인하면 된다 이거지?
(지운) 눈이 많이 부으셔서 어떡합니까?
어찌할 수 없지요
궐을 오래 비워 둘 순 없으니
[바스락 소리가 난다] [의미심장한 음악]
[바스락 소리가 연신 난다]
[긴장되는 음악]
[칼 뽑는 소리가 챙챙 울린다] [거칠게 싸운다]
[거칠게 싸운다]
(휘) 웬 놈들이냐!
(지운) 피하셔야겠습니다
[자객들의 기합]
[긴박한 음악] [거칠게 싸운다]
[휘의 기합]
[거칠게 싸운다]
[거칠게 싸운다]
[칼로 쓱 벤다]
[거칠게 싸운다]
[긴장되는 음악]
[휘와 창운군의 힘주는 신음]
숙부님께서 어찌…
[힘주는 신음]
[휘의 힘겨운 신음]
[휘의 당황한 숨소리]
[긴장되는 효과음]
[창운군이 칼을 쓱 들이민다] [긴박한 음악]
[칼로 푹 찌른다] [자객의 힘겨운 신음]
전하
[칼이 쓱 뽑힌다] [지운의 힘주는 신음]
[지운의 힘주는 신음]
[창운군의 기합]
[챙]
[창운군의 힘겨운 신음]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창운군의 기합]
[성난 숨소리]
[창운군의 힘겨운 신음]
아버지
[창운군의 힘겨운 신음]
[잔잔한 음악]
(원산군) 확인은 하였습니까? 계집인지
(창운군) 계집이야, 확실해
(기녀) 계집? 아, 미쳤나 봐 [창운군의 웃음]
(하경) 정 주서와 사사로이 만나신다니?
(유공) 혹 전하께선 여인보다 사내를…
(궁녀) 그래서 중전마마랑 합방도 자꾸 피하시는 거 아니야?
(김 상궁) 당분간 정 주서와의 만남을
삼가셔야 합니다, 전하
(하경) 진실이 무엇인지는 묻지 않을 것입니다
후사만 잇게 해 주십시오
(지운) 전하를 잃고 싶지 않습니다
혼례를 올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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