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모 5
(지운) 직접 묶어 보신 적 없으시지 않습니까
잠시만 그대로 계십시오
[잔잔한 음악]
[헛기침]
[달려오는 발걸음]
(현) 웬 놈이냐
[지운의 당황한 신음]
(지운) 혀, 현아
정지운
네가 여긴 어쩐 일이야?
(휘) 어?
두 분이 아는 사이셨습니까?
[난처한 신음]
그게…
그, 버, 벗입니다
(지운) 아주 절친한
(휘) 버, 벗이라고요?
[익살스러운 음악] (현) 새로 온 서연관은 어떠셨습니까?
뺀질하고 능글맞은 것이
능력보다는 말로만 해결하려는 자로 보이더군요
(휘) 그런 자를 벗으로 둔 이라면 안 봐도 뻔하지요
[휘의 당황한 숨소리]
아니, 왜 진작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전 그것도 모르고…
(현) 송구합니다
저하께 부담이 될까 봐 그런 것이니
너무 노여워 마십시오
[지운의 의아한 숨소리]
(지운) 혹 두 분
제 흉이라도 보신 건 아니시지요?
뭐 찔리는 것이라도 있는 모양입니다?
(지운) 허, 찔리다니요?
저하께서야말로 뭔가 걸리시는 게 있으신 거 같은데
허, 뭐라고요?
(현) [지운을 툭툭 치며] 그만들 하시지요
[지운의 헛기침]
(지운) 한데 군대감께선 마음이 영 급하셨나 봅니다?
죽영도 안 달린 것이 영…
이런 건 어쩔 수 없이
아무것이나 다 잘 어울리는 제가 쓰도록 하지요
[휘의 코웃음]
[지운이 숨을 씁 들이켠다]
[지운의 한숨]
[흥미진진한 음악]
그 책은
(휘) 내가 보덕께 따로 부탁한 것 같은데
왜 정 사서가 들고 있는 겁니까?
아닙니다, 이건 제 책입니다
무슨 소리입니까 이리 줘 보십시오
(지운) 아, 제, 제가 왜 드립니까? 이건 제 것입니다
줘 보시라니까요
드릴 이유가 없습니다 이건 제 것입니다
(휘와 지운) - 아이, 확인해 본다지 않습니까 - 아니, 확, 확…
(지운) 확인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건 제 것입니다
[휘의 힘주는 신음] [지운의 다급한 신음]
(휘) 어? 지금 지금 뒤로 숨으시는 겁니까?
(지운) 숨는 게 아니고 정말 제 겁니다, 저하
(복동) 저하!
아, 저, 저, 저…
아유! 참
(지운) 하면 두 분, 일 보시지요
(휘) 어, 저, 저, 아니, 저, 저…
[복동의 힘겨운 신음]
제게 말도 없이 여기 계셨던 겁니까?
갑자기 사라지셔서 얼마나 걱정을 했는데요!
[헛기침] [복동의 가쁜 숨소리]
그러는 자네들이야말로
(현) 저하를 보필하지도 않고 어딜 다녀오는 겐가?
아, 아니, 그게 저…
송구합니다
[밝은 음악]
[피식 웃는다]
[입소리를 쩝 낸다]
[헛기침]
[밝은 효과음]
(휘) 오 보 뒤로 떨어지지? [풀벌레 울음]
(복동) 또 어디로 사라지실지 모르지 않습니까
[휘의 헛웃음]
(휘) 아, 여기 궐문 앞이다
가긴 어디로 간다고, 쯧쯧
쓰읍!
[휘의 헛기침]
[휘의 웃음]
[휘의 개운한 한숨]
(현) 오늘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아닙니다
형님 덕에 저도 오늘 모처럼 즐거웠습니다
(휘) 아…
저보다는 형님께 더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형님이야말로
나중에 연모하는 여인이 생기면 주시지요
[잔잔한 음악]
[살짝 웃으며] 그럼
(복동) [헛기침하며] 저하
아니, 저, 도대체 아까 어딜 가신 겝니까?
(휘) 알았대도, 아이
(복동) 진짜 얼마나 찾았는 줄 아십니까? 예?
제가 걱정이 돼서 아유, 다리가 아주 그냥, 아유
(휘) 시끄럽다
(김 상궁) 표정이 밝아 보이십니다
궐 밖에서 무슨 재미난 일이라도 있었는지요?
(휘) [살짝 웃으며] 재미난 일은 무슨…
[부드러운 음악]
(김 상궁) 왜 그러십니까?
(휘) [당황하며] 뭐가? [김 상궁의 놀란 숨소리]
옥안이 달뜬 것이 미열 기운이 있어 보이십니다
(휘) 아, 아니다
그, 나갔다 왔더니
조금 더워 그렇구나
[휘의 멋쩍은 신음]
아, 그건
그…
내일 서연 때 돌려줘야 하니
따로 잘 정리해 두게
예?
예, 그리하겠습니다, 저하
[김 상궁의 놀란 숨소리]
[풀벌레 울음]
[고양이 울음]
[문이 달칵 닫힌다]
[고양이 울음]
[문이 달칵 닫힌다]
말 위에 앉아 무슨 다른 생각을 하셨기에
그런 바보 같은 실수를 다 하신 겁니까?
소, 송구합니다
(기재) 씁, 요사이 마마의 행동이 예전 같지 않사옵니다
[어두운 음악]
[긴장한 숨소리]
[한숨]
세손께선 소신의 귀하신 핏줄이십니다
하니 누구보다 완벽해야만 합니다
아시겠습니까?
예, 외조부님
[고양이 울음이 들린다]
[안도하는 한숨] [문이 달칵 닫힌다]
(담이) 송구합니다 [고양이 울음]
제가 아직 말 타는 일이 익숙지 않아…
(빈궁) 알고 있다
네 외조부 앞이라 더욱 긴장하셨겠지
좌익위께 일러 따로 가르침을 부탁하마
죽은 네 오라비의 실력까지는 어렵더라도
다른 이의 눈에까지
세손과 차이가 나 보여선 아니 될 것이다
예, 빈궁마마
또 그 소리
[애절한 음악]
(빈궁) 상처가 심하다
옷부터 갈아입는 것이 좋겠구나
"왕세자빈 한씨"
[담이가 흐느낀다]
[지운이 덮개를 툭 내려놓는다]
굳이 돌려주지 않으셔도 되는데…
다음부턴 시키지도 않은 짓은 하지 마시지요
(휘) 정 사서에겐 그런 행동들이
지켜야 할 예의와 호의일지 모르나
내겐 그저 불필요한 아부와 아첨 같아 보이니 말입니다
아니, 아부라니
저 그런 사람 아닙니다
제가 뭐가 아쉬워서…
(휘) 아, 그러니 하지 말란 말입니다
[흥미로운 음악]
[한숨]
[못마땅한 숨소리]
[흥미로운 효과음]
이게 원래 있었나?
혹시 저하께서 달아 주신 겁니까?
[흥미로운 음악]
아, 아, 내가 그걸 왜…
(휘) 아, 그건 원래 있던 겁니다!
아니면 아니지 왜 소리를 치십니까?
(휘) 씨, 내가 언제…
[멋쩍은 신음]
언제 소리를 쳤다고
그나저나
정 사서께서 자은군 형님과 벗이었다니
참으로 놀랐습니다
[피식 웃는다]
'방이유취'
'물이군분'
(지운) 비슷한 성질들끼리 모인다는 방증이 아니겠습니까?
[지운의 웃음]
아, 됐고
서연이나 하시지요
[휘가 책을 쓱쓱 문지른다] 아, 거, 농을 던져도…
[휘의 헛기침]
차가우시네, 쯧
춥다, 추워
[헛기침] [함을 탁 닫는다]
[책장을 바스락거린다]
[책을 탁탁 턴다]
[책장을 사락 넘긴다]
[부드러운 음악]
[당황한 숨소리]
[헛기침]
[지운의 헛기침]
(질금) 뭐?
[우물거리며] 세자 저하가 여자처럼 느껴진다니?
아, 이 형님 진짜 위험한 사람이네
(지운) 아, 그게 아니라
마, 말했잖아
그날 강무장에서 본 그 궁녀하고
조금 다, 다, 닮, 닮은 거 같다고
(질금) 그 말이 그 말이지
아니야, 그게 더 나쁘지
하늘 같은 세자 저하를 감히
아휴, 아주 그냥 죽으려고 환장을 했구먼, 아휴
네가 생각해도 그렇지?
[새가 지저귄다]
[소은의 당황한 숨소리]
"삼개방"
이게 다 무슨 일이야?
어찌 이리 무너졌지?
(소은) 아버지
(영수) 어, 소은아
하경이를 만나러 병판 댁에 갔다더니
벌써 돌아오는 것이냐?
[멋쩍게 웃으며] 예
아버지
혹 삼개방이라는 곳에 대해 아시는 게 있으신지요?
삼개방이라
얼마 전 헌부의 집의가 나서 철거하였다는 그곳 말이구나
(영수) 한데 그건 갑자기 왜 물어보는 것이냐?
아버지께선 늘 제게
무슨 일이든 약조한 것은 꼭 지켜야 한다고 말씀하셨죠?
(소은) 실은 그곳에서 일한 계집아이에게
사과를 전할 일이 있습니다
그 아이에게 꼭 사과를 하겠노라고 약조를 한 적이 있거든요
그곳 의원과 말입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
제가 약조를 지킬 수 있게 도와주셔요, 아버지
그 의원을 한 번만 만나게 해 주세요, 네?
[시끌시끌하다]
(범두) 아유, 밤새 책 보느라 피곤해 죽겠어, 아주 그냥
[새가 지저귄다]
[부드러운 음악]
[땅땅 울리는 효과음]
[지운의 넋 나간 신음]
[강조되는 효과음]
[흥미진진한 음악]
[지운과 범두의 다급한 신음]
(복동) 저하, 피하십시오!
[복동의 놀란 숨소리]
[효과음 음성] 헐
[소환들의 가쁜 숨소리]
(휘) 누가 찬 공이더냐?
(소환) 용서해 주십시오, 저하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달려오는 발걸음]
(지운) 그, 참으로…
참으로 멋있었습니다
몸이 아주 재빠른 것이
덕분에 저하도 이리 멀쩡하시고
아니 그렇습니까, 저하?
[익살스러운 음악]
[어이없는 숨소리]
아, 이거 참
오랜만에 공을 보니 또 [지운의 힘주는 신음]
옛날 생각이 다 나네
어떻습니까?
저하께서도 한번 차 보시겠습니까?
[한숨]
정 사서나 많이 하시지요
씁, 그럼 오랜만에
(지운) 몸 좀 풀어 볼까?
아이, 거기서 뭣들 하는가?
어서 오지 않고
(복동) [헛기침하며] 그래그래, 어?
(복동과 범두) - 가서 얼른 더 차거라, 응? - 얼른 가, 가
(복동) 가시게
[지운과 소환들의 함성] [아름다운 음악]
[지운이 공을 펑 찬다]
[지운과 소환들의 함성]
[시끌시끌하다]
[함께 환호한다]
[복동의 웃음]
(복동) 아이고
[시끌시끌하다]
(휘) '증자 왈'
'십목소시 십수소지 기엄호라'
[부드러운 음악]
(휘) '증자는 열 사람의 눈들이 바라보며' [심장 박동 효과음]
'열 사람의 손들이 가리키고 있으니'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
[심장 박동 효과음]
'라고 말했다'
[지운의 헛기침]
'부윤옥이요, 덕윤신이라'
'부는 집을 윤택하게 하고'
'덕은 몸을 윤택하게 하니' [심장 박동 효과음]
[헛기침]
'고군자 필성기의'
'군자는 반드시 그 뜻을 참되게 할 것이다'
[헛기침]
[잔잔한 음악]
무슨 짓입니까?
'심광체반'
(지운) 이 구절은 읽지 않으셨습니다만
[휘의 다급한 숨소리] [지운의 놀란 신음]
(휘) 땀을 흘렸지 않습니까
가까이 다가오지 마십시오
아, 예
[냄새를 킁킁 맡는다]
[휘의 헛기침]
(휘) '심광체반'
[지운이 냄새를 킁킁 맡는다]
[의아한 숨소리] '마음이 너그러우면'
'몸도 편안해'…
[지운의 의아한 숨소리]
그만 좀 하십시오
아니, 전 저하께 불편이라도 드릴까 봐…
(휘) 아, 그러게 누가 어린 소환들이랑
그, 공놀이나 하라 하였습니까?
서연관이라 하는 자가 참으로 한가하십니다
(지운) 아니, 한…
그게 다 심신을 단련하고 이 정신을 수양하는 일이온데
하, 거참
잘 알지도 못하시면서
[흥미로운 음악]
[한숨]
[휘가 연신 책을 쾅쾅 친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라'
'집안이 바르게 된 후에야 나라가 다스려지고'
'가화만사성이라'
'가정이 평안해야 모든 것이 평안하느니라'
그거 지금
나한테 한 말입니까?
저하껜 궐이 곧 집이고 가정이니
그 안의 사람들을 이해하고 함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 아니겠습니까?
[헛웃음]
그 말은
궐에서 나고 자란 내가
이곳에 대해 모르고 있다?
씁, 뭐
그럴 수도 있지요
[휘의 성난 신음] [휘가 상을 탁 친다]
좋습니다
하면 직접 보여 드리지요
예? 직, 직접…
(휘) 내가 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확인해 보면 될 것 아닙니까
아
말 나온 김에
시강원부터 살펴보면 되겠군요
(지운) 저하, 잠시만!
[헛웃음]
(휘) 감히
내 앞을
가로막으시는 겝니까?
그게, 그게 아니라…
[흥미진진한 음악]
[지운이 콜록거린다]
[지운이 연신 콜록거린다]
(지운) 아, 먼지가…
[콜록거리며] 보덕 어른, 먼지가…
[윤목이 또르르 구른다]
[만달의 탄식] (문수) 나와, 나와 내 차례, 내 차례, 내 차례
자, 내 차례, 자
아, 됐다
[만달의 한숨]
(지운) [콜록거리며] 만달…
[지운의 힘겨운 신음]
[문수의 신난 탄성] [만달의 탄식]
(지운) 저하! 저하
아유, 궐…
저하, 그, 궐…
[익살스러운 효과음] 저하, 저, 이러시는 건…
저하, 저하, 이러시면 안 돼…
[흥미로운 음악]
[문수의 당황한 신음]
[문수의 헛기침]
(문수) 너, 너, 넘, 넘어졌냐?
[만달을 툭툭 차며] 야, 일어나 봐, 일어나
[익살스러운 효과음]
[휘의 헛웃음]
[흥미로운 음악]
[땅 울리는 효과음]
[휘의 한숨]
[걸쇠를 달칵 채운다]
(만달) 저하, 뭐 부, 불편한 일이라도 있으셨는지요?
(휘) 불편은 내가 아니라
정 사서께서 겪으시는 것 같습니다
예?
(휘) 궐은 내게 집과 같은 곳이니
궐의 사정을 샅샅이 살펴야 한다고
가르침을 주셔서요
내 오늘 그 가르침에 따라
한번 제대로 살펴볼까 하는데
예, 그, 그러시지요, 예
(문수) 가시지요
(휘) 경서는 어찌 보관되고 있습니까?
주석이 달린 경서들을
따로 잘 보관해 달라 부탁드렸던 거 같은데
(문수) 아, 그, 경서들, 자, 여기
자, 자
아주 잘 정돈돼 있습니다, 자
(만달) [콜록거리며] 안 돼!
(문수) 저하 신경 쓰지 마시고, 자
아주 꼼꼼하게 정리 정돈을 아주 잘해 놨습니다
[걸쇠를 달칵 풀며] 자, 자, 보시…
[만달의 놀란 신음]
[흥미진진한 음악]
[문수의 다급한 신음]
역시
빈틈없이 보관되어 있군요
[간절한 신음]
저, 저하, 저하, 저하
[걸쇠를 달칵 푼다]
[신하들의 놀란 신음]
(신하들) 죽여 주시옵소서, 저하!
죽여 주시옵소서, 저하!
(지운) 주, 주 죽여 주십시오, 저하
[좌절하는 신음]
(신하들) 죽여 주시옵소서, 저하!
(휘) 왕실과 궁중의 건강을 책임져야 할 내의원에서
약재 하나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다니!
(신하들) 죽여 주시옵소서, 저하!
오냐
내 오늘 소원대로 너희 모두를
죽여 주마! [작두날을 획 올린다]
[궐 안이 소란스럽다]
어찌 이리 소란인가?
(상선) 저하께서 서연관과 함께
각사의 시찰을 하고 계시다 하옵니다
[의미심장한 음악]
(혜종) 뭐라? 시찰?
[긴장되는 음악]
[거친 숨소리]
[박진감 넘치는 음악]
[칼 뽑는 소리가 챙 울린다]
[궁녀1의 비명]
[궁녀1의 겁먹은 숨소리]
[거친 숨소리]
[칼을 쓱 집어넣는다]
(형설) 괜찮으냐?
(궁녀1) 네, 나리
[어두운 음악]
[형설의 거친 숨소리]
(휘) 내금위장 아니십니까?
(형설) 저하
여기서 뭘 하고 계신 겁니까?
아…
각사를 시찰하고 계신단 얘기를 들었습니다
아
시찰은 아니고 서연의 일부라 해 두죠
[헛기침]
(형설) 전하께서 기다리시는지라 먼저 가 보겠습니다
[의미심장한 음악]
[어두운 음악]
(복동) 자네, 뭔 놈의 뒷간을 그리 오래 가 있나?
되도록이면 물을 많이 마시게
내가 겪어 봐서 잘 알지
그 고통을
[복동의 헛기침]
[긴장되는 음악]
[휘의 한숨]
위생 관리를 대체 어찌 하고 있는 것이냐
(숙수) 저하, 그, 그게 아니라…
(궁녀2) 송구합니다, 저하
그러니까 이것이 실은…
[휘의 한숨]
(지운) 이만하면
된 것 같습니다, 저하
왜, 설마 벌써 지치신 겁니까?
그게 아니라…
잠시만 저와 함께 좀 가 주시겠습니까?
가다니, 어딜 말입니까?
[새가 지저귄다] [풀벌레 울음]
[지운이 살짝 웃는다]
[바람이 쏴 분다]
[지운의 상쾌한 한숨]
(지운) 참으로 멋지지 않습니까?
[휘의 한숨]
(휘) 갑자기 여긴 왜 오자고 한 것입니까?
(지운) 이곳에 서면 궐의 구석구석 모두가 보이더군요
[잔잔한 음악] [궐 안이 분주하다]
[바람이 쏴 분다]
(지운) 혹 이것이 무엇인지 아시옵니까?
구절초가 아닙니까?
맞습니다
(지운) 구절초는 비교적 구하기 쉬워
민간에서는 종종 약재로 사용하곤 하지요
이 뿌리에 묻은 흙들은 물로도 잘 씻기지 않아
깨끗이 다듬기 위해선 직접 긁어내야 하는데
그러다 보니 손이 매일 까맣게 변하지 뭡니까
씻어도 씻어도 쉬이 빠지지 않더라고요
[한숨]
수라간에서의 일을 탓하고자 하십니까?
내가 잘 알지도 못하고 다그쳤다고요
(지운) 그럴 리가요
[한숨]
실은 그들도 사람인지라
늘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결과들로만 판단하여 나무라는 것보다는
저하를 향한, 또
백성을 향한 그들의 마음을
한번 믿어 보시는 것은 어떠시겠습니까?
[부드러운 음악]
그들 역시 늘 전하와 저하를 위해 최선을 다하려 애쓰고 있고
(지운) 또 누구보다 더
조선의 백성들을 위하고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약"
(지운) '궐이라는 집이 아닌 그 안의 사람들을 봐 달라'
그리 말씀드리고 싶었던 것을
어찌 그리 불같으신지
참으로 순진하시군요
(휘) 사람들의 마음을 믿어 보라 하셨습니까?
세상에서 가장 믿을 수 없는 것이 사람의 마음입니다
나를 위해 남을 속이고
내가 살기 위해 남을 죽일 수도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인간의 본성이니까요
[잔잔한 음악]
(빈궁) 너는 다른 사람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오로지 너만 생각하거라
[빈궁의 한숨] (빈궁) 저들은 널 어려워해야 한다
두려워하게 만들거라
하여 곁에 오지 못하게 하거라
(빈궁) 그래야 네가 산다
(지운) 그래도 한 번쯤은
믿어 볼 수 있는 거 아닙니까?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저하를 위해서 말입니다
[바람이 쏴 분다]
사람들과 너무 거리 두려 하지 마십시오
그럼 저하께서 더 외로워지십니다
[쿵 소리가 울린다]
[문밖이 소란스럽다]
(휘) 웬 소란이냐
[궁녀들의 놀란 신음]
[김 상궁의 당황한 신음]
(김 상궁) 나인 하나가 잠시 어지럼증을 일으킨 것 같사옵니다
괘념치 마시고 안으로 드시지요, 저하
[한숨]
[차분한 음악]
이 아이를 침소까지 데려다주고 의관을 불러 시료케 하거라
예, 저하
[궁녀2의 걱정스러운 숨소리]
너도 그 아이와 함께 따르거라
(궁녀3) 예?
[떨리는 숨소리]
저, 저는 저하의 침소를 지켜야 합니다
대체 누가 내 침소를 지킨단 말이냐?
(휘) 툭하면 마른풀처럼 픽픽 쓰러지는 너희들로 인해
서책 한번 마음 편히 읽기가 어렵다
내 더는 이런 일로 신경 쓰고 싶지가 않으니
오늘 밤은 모두 물러가 내 눈에 띄지 않게 하거라
저하, 어찌…
그것은 아니 될 말씀이옵니다
아니 될 것 없다
[휘의 한숨]
그리 염려된다면 오늘 밤은
너희 둘만 남아 내 침소를 지키거라
[한숨]
다들 물러가거라
(김 상궁) 어서
[의미심장한 음악]
[긴장되는 음악]
[한숨]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풀벌레 울음] [새가 지저귄다]
[하인1의 비명]
[어두운 음악]
(하인1) [울부짖으며] 대감마님!
(하인2) [놀라며] 아이고, 나리!
(하인1) 누가 좀 살려 주세요! [하인들이 통곡한다]
[소란스럽다]
[의미심장한 효과음]
(형설) 하나!
둘!
셋!
[긴장되는 음악]
(형설) 아니, 운암이 죽다니?
(석조) 이번 달에만 벌써 두 번째입니다
10년 전 익선의 추국 당시
결정적 증언을 했던 자들이 죽은 것이
[한숨]
스스로 목을 달았다곤 하나
제 눈엔 그리 보이지 않더군요
[한숨]
내금위장께선 뭔가를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제가 잘못 생각한 모양이군요
(형설) 10년 만이네
자네가 이리 나를 찾은 것이
동문수학하던 그런 벗과의 만남까진 아니더라도
안부 정도는 물어볼 수 있겠지?
내 안부가 궁금할 이유는 없을 거 같은데
정지운이라 하였나?
(형설) 자네 아들이 서연관이 되었다는 얘기는 들었네
[피식 웃는다]
젊은 시절 자네를 닮았다면
분명 훌륭한 스승이 되어 주겠지
저하께 말이네
[코웃음]
바쁜 시간 뺏었군요
실례가 많았습니다, 그럼
[어두운 음악]
[창운군의 몽롱한 신음]
[여인의 웃음]
[문소리가 들린다]
(창운군) 어
내가 알아보라고 했던 건?
사헌부 집의인 정석조의 아들이라고 합니다
필선을 대신해 시강원 사서로 입궐했다 들었습니다
(창운군) 집의 아들이면 상헌군의 사람이란 말이잖아?
에이씨
벗이라더니 그런 인연이었나 봅니다
벗이라?
[창운군의 헛웃음]
(창운군) 세자가 여자를 알아야 할 나이쯤부터
병적으로 사람들을 멀리했지
한데 밀회를 즐기는 벗이라?
뭔가 좀 이상하지 않아? 어?
뭐가 말씀이십니까?
(창운군) 설마 세자가
남색인가?
예?
(관군) 설마요
아! 아유, 내가 왜 왜 이 생각을 못 했을까?
그렇지
그 나이 약관에 한 번도 계집을 품지 않은 게
[웃으며] 그게, 그게 흔치는 않지
그것도 널린 게 계집인 궐 안에서, 응? [여인의 웃음]
(관군) 그래도 그건 좀…
[창운군의 흥분한 숨소리]
[의미심장한 음악]
(창운군) 어? [산새 울음]
뭐야?
(창운군) 남색이 아닌 사내라면
[떨리는 숨소리]
이 향에 취하고도
눈앞의 여인을 모른 척할 순 없을 것이야
[웃음]
[풀벌레 울음]
"자선당"
(궁녀4) 저하 탕욕 준비가 다 되었사옵니다
[한숨 쉬며] 알았다
[비밀스러운 음악]
(김 상궁) 저하, 아무래도 오늘은
탕욕을 피하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한숨]
쯧, 아니다
(휘) 앞으로도 매일 저리 곁을 지킬 것인데
언제까지 피할 수만도 없는 일이 아니냐
그렇긴 합니다
마는…
[한숨]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김 상궁) 자네도 여기서 기다리시게
[문이 달칵 닫힌다]
[휘의 한숨]
(휘) 이제 그만 나가 보시게
예, 저하
내가 여기에 있을 테니
너희들은 가서 저하의 침수를 봐 드리거라
(궁녀들) 예, 마마님
[무거운 음악]
[옅은 한숨]
오늘따라 왜 이리 뿌옇게 연기가…
[휘가 냄새를 씁 맡는다]
무슨 향이지?
[긴장되는 효과음]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이게 대체 무슨…
(김 상궁) 저하!
[비단발이 풀썩 떨어진다] [긴장되는 음악]
[여인의 놀란 비명] [향갑이 짤그랑 떨어진다]
[겁먹은 숨소리]
너는…
여기서 대체 무얼 하고 있는 것이냐?
(여인) 그, 그, 그것이
남자의 기운이 나게 하는 향을 준비해…
아니, 아니, 아니, 기력을…
저하의 건강을 북돋고자…
(김 상궁) 네 이년!
누가 네게 그런 것을 시킨단 말이더냐!
그러니까 그게…
[여인의 다급한 신음]
(여인) [흐느끼며] 죽여 주십시오!
실은 전부 창운군 대감께서 시키신 일입니다
이리 하면 저하께 승은을 입을지도 모른다고 하여…
[여인이 연신 흐느낀다]
[기가 찬 숨소리]
[한숨]
(창운군) 용서하십시오, 큰어머니
전 그저 저하께서 통 여인에게 관심이 없으신 것 같아
이 신하 된 도리로서 제가 비책을…
[창운군의 아파하는 신음]
[아파하는 신음]
(대비) 철이 없어도 어찌 그리 철이 없을 수가 있어
내가 네놈 때문에 주상을 뵐 면목이 없느니라
송구스럽습니다, 예
당장 세자를 찾아가 빌거라
그 두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또 빌어야 할 것이야
알아듣겠느냐?
아니, 뭐, 그런 걸로…
그래도 명색이 제가 숙부 아닙니까
- (대비) 어허! - (창운군) 지금 갑니다, 지금
[창운군의 아파하는 신음]
(창운군) 갑니다, 갑니다
[심란한 숨소리]
선물은 아주 감사했습니다
(창운군) 마음에 드셨으면 하룻밤 품어 주시지 그러셨습니까?
[코웃음]
숙부님께 안긴 여인을 어찌 제가 또 품을 수 있겠습니까
그런 패륜을 저지를 수야 없지요
[창운군의 웃음]
(창운군) 무슨 그런 말씀을
아, 본의와 다르게 저하께 무례를 범한 것 같아
송구스럽습니다
[창운군의 한숨]
송구스럽다?
[한숨]
[어두운 음악] 다시는 내 앞에서 까불지 말라
그리 일렀을 터인데
[한숨]
강무장에서의 일을 아직도 마음에 담아 두셨습니까?
(창운군) 예?
으이그, 다 지난 일인데, 예?
본 사람도 없을 거고
이제 와서 계속 그런 얘기 해 봤자
저하께 별 도움이 아니 될 터인데?
[문이 쾅 열린다]
어? 아니, 상헌군 대감
[창운군의 힘겨운 신음]
상헌군 대감
[긴장되는 음악] (기재) 선대왕의 묘에
네놈도 같이 묻어 버릴 것을
'네놈'?
대비전의 비호 아래 저하를 시해하려 하였다!
아니, 시, 시해라니요
(창운군) 천부당만부당한 소리입니다
저는 그저…
[못마땅한 숨소리]
용서하십시오, 상헌군 대감
제가, 제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긴장되는 음악]
저하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은
나에 대한 도전입니다
(기재) 아시겠습니까?
(창운군) 예, 예 압니다, 알고말고요
(기재) 대비께서 역성을 들어 주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일 것이니
또 한 번 대비전의 비호만 믿고 설쳐 대다간
그 목이 먼저 달아날 것입니다
[헛기침]
(창운군) 예 명심하겠습니다, 대감
당분간 안치형에 처해 달라 전하께 말씀 올리겠습니다
노여움을 푸시지요
(창운군) 아, 잠깐만 안치형이라니?
[멋쩍은 신음]
[한숨]
[어두운 음악]
(기재) 저하께서 이리도 무르시니
어찌 대업을 이루시겠습니까
이 사람은 저하께 누를 끼치는 자라면
누구의 피도 두렵지 않습니다
그 누구도 말이지요
[새가 지저귄다]
(창운군) 아이씨
[놀란 신음] [긴장되는 음악]
[창운군의 힘겨운 신음]
[창운군의 힘겨운 신음]
[창운군의 아파하는 신음] [칼 뽑는 소리가 챙 울린다]
[창운군의 거친 숨소리]
놀라셨습니까?
그러게 죄를 짓고 살면 안 되는 것인데
[어이없는 신음]
이 새끼가 돌았나?
칼 안 치워?
(창운군) [버럭 하며] 칼 안 치워?
[흥미로운 음악]
이런 미친…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다시 한번 세자 저하를 농락한다면
다음번엔 제 칼날이 여기서 멈추진 않을 것입니다
아시겠습니까?
[창운군의 웃음]
[창운군의 어이없는 탄성]
네가 왕실의 숙부인 내게 이런 짓을 하고도 [어두운 음악]
무사할 성싶으냐?
상헌군께선 무사할 성싶던데
저만 문제가 됩니까?
(현) 누구 하나 본 이도 없는 일을 가지고
저하께선 숙부님의 저급한 수준을 맞춰 드리기 어려울 터이니
[창운군의 놀란 신음]
[칼을 쓱 집어넣는다]
원하신다면 제가 이리 종종 놀아 드리지요
(창운군) 뭐? 놀아 줘?
아, 이 새끼가, 진짜
[분한 신음]
[창운군의 고함]
[한숨]
[어두운 음악] (기재) 저하께 누를 끼치는 자라면
누구의 피도 두렵지 않습니다
그 누구도 말이지요
[한숨]
(복동) 많이 놀라셨을 터인데
주강에 들기 전까지만이라도 좀 쉬시지요
어젯밤에도 창운군 대감께서 꾸민 못된 일 때문에
한숨도 주무시지 못하셨지 않습니까요
"춘추좌씨전"
(휘) 아니다
머리가 복잡하니 방에 있으면 잡생각만 드는구나
(복동) 그러니깐요
오수라도 취하시는 것이…
또 그 악몽을 꾸실까 봐 그러시는 거지요?
[한숨]
계속 그리 서 있을 것이냐?
[한숨]
알았다
하면 주강은 다음으로 미루자 전하고 오거라
난 여기서 잠시 눈을 붙이고 있으마
예, 저하,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복동의 서두르는 숨소리]
[한숨]
(지운) 어, 어딜 가나?
(만달) 어, 사서 나리
아, 주강 시각이 다 되었는데
저하께서 아직 비현각에 계신다 해서요
지금 뫼시러 가는 길입니다
(지운) 고생하게
[만달이 헛구역질한다]
[지운의 당황한 신음]
어휴, 괜, 괜찮은가?
예? 아, 괜찮습니다
(만달) 어제 술을 한잔…
[만달이 헛구역질한다]
[숨을 후 내쉰다]
그, 내가 뫼셔 오지
자넨 들어가 좀 쉬게
아, 안 그러셔도 됩니다, 저…
[헛구역질한다]
(지운) 어휴
[헛기침]
[지운의 헛기침]
[숨을 씁 들이켠다]
(지운) 저하
서연에 드실 시간
이옵니다
[힘겨운 숨소리]
[힘겨운 숨소리]
고뿔이라도 걸리셨나?
[잔잔한 음악]
[놀란 숨소리]
[긴장되는 효과음] [지운의 힘겨운 신음]
[휘의 거친 숨소리]
(지운) 저하, 저하, 접니다
저하, 접니다, 저
저, 저, 저, 정 사서
[휘의 당황한 신음]
정 사서…
[휘의 당황한 신음]
[지운이 콜록거린다]
[혼란스러운 숨소리]
[휘의 힘겨운 신음]
[부드러운 음악]
[심장 박동 효과음]
괜찮으십니까?
저하
(혜종) 사서 정지운이 삼개방이란 곳의 진짜 의원이다?
- (휘) 안 돼 - (문수) 저하!
(지운) 이 책이 왜 여기 있는 것입니까?
(휘) 그 아이가 많이 특별했나 봅니다?
(지운) 첫사랑이었습니다
(만달) 큰일 났습니다, 큰일
이판 대감께서 나리를 파직시키라는 상소를 올렸답니다
(혜종) 임금인 나와 세자를 속여 [영지와 질금의 겁먹은 신음]
그 죄가 결코 가볍지 않다
도와주십시오
(지운) 저를 도와주실 수 있는 분은
이제 저하뿐이십니다
(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그러니 그만 마음을 접으시지요 [지운의 힘겨운 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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