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하고 찬란하神 – 도깨비 7
NEW 7부-6고 (최종고)
S#1. 메밀밭 (밤)
6부 엔딩에 이어서..
은탁 (헉!) 잠깐만요. 나 알았어요! 이거 그건 거 같아요 저 알아요!!
도깨비 뭔데.
은탁 그 동화에서 저주 걸린 왕자 그거요!
도깨비 그니까 그거 뭐! (하는데)
은탁 (도깨비한테 달려들어 멱살 잡듯 셔츠 깃 잡아끌곤) 입맞춤요. (입술 확 부딪치는데!)
도깨비 ?!!!
신부가 검을 잡지 못한다는 반전에 안 그래도 멘탈 붕괴인 도깨빈데,
눈 꾹 감은 은탁의 입맞춤에 속수무책으로 당해 더욱 정신없고,
그런 두 사람의 입맞춤 위로 눈은 계속 날리고..
은탁, 그제야 계속 눈 감은 채 도깨비에게서 떨어진다.
도깨비, 꼭 눈감고 선 은탁 보는데,
도깨비 눈 떠.
은탁 (실눈 뜨고 도깨비 본다) 급해서 그랬으니까 이해해주세요.
도깨비 너 지금 뭐한, 미쳤어?
은탁 미쳤다뇨. 아저씨 예쁘게 만들어주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 하고 있는 고딩한테.
누군 뭐 좋아서 한줄 알아요! 내가 더 손해거든요! 아저씨는 많이 해봤겠지만 나는!!
도깨비 (빤히 보면)
은탁 (괜히 지가 신경질) 아 됐어요! 가만히 있기나 해봐요.
은탁, 다시 조심스럽게 손 뻗어 천천히 검 잡아 보는데..
여전히 쇽! 은탁 손에 잡히지 않는 검...
도깨비 나는 뭐!
은탁 나는 첫 뽀뽀라구요! 이걸 이렇게 쓸 게 아니었는데. 일루 와 봐요. 다시 해보게.
(이글거리며 다가오면)
도깨비 (뒷걸음) 거기서 얘기해 거기서.
은탁 저 지금 눈에 뵈는 거 없거든요? 이 상황까지 왔는데 만져지지도 않으면
아저씨가 다 토해내라고 할 거 아니에요. 이 위기에 제가 뭔들 못하겠어요.
도깨비 (계속 나온 문 쪽으로 뒷걸음질 치며) 뭐야 그 세속적인 태도는.
이번에도 안 되면 뭐하려고.
은탁 이번에도 안 되면, 그땐 하나밖에 없죠.
도깨비 뭔데.
은탁 진정한 사랑이요. (뒤끝) 필요하면 그것까지 해야죠. (선물 받은 가방 꼭 끌어안으며) 이 가방을 도로 뺏기느니 차라리 아저씨를 사랑하겠어요.
도깨비 (빡! 화난 얼굴로 딱 멈춰서면!)
은탁 (콩! 부딪혀) 아이고! (휙 떨어져 눈치 보면)
도깨비 (밉게 보면)
은탁 (쫄아서) 죄송합니다.. 눈까지 내리게 하고 애쓰셨는데..
도깨비 (앗! 쪽팔려서, 딱 손짓하면)
눈송이들, 공중에 그대로 멈춘다. 도깨비와 은탁만 움직인다.
은탁 우와! (눈 결정체들 아름답게 떠 있고, 은탁 그 중 하나 톡 건드리면 빙글 돌고!)
도깨비 우와?
은탁 (다시 급 쫄아) 저 이제 어떡해요?
도깨비 뭘 어떡해.
은탁 쫓아내실 거잖아요.
도깨비 (버럭) 안 쫓아 낼 거야!
은탁 진짜요?
도깨비 (휙- 돌아서 문 향해 저벅저벅)
은탁 (냉큼 쫓아가며) 싸인한 것도 잊으심 안 돼요. 남아일언중천금이랬어요.
(눈 결정체 또 톡! 치고 가며, E) 치사한 어른 안 돼요.
도깨비와 은탁, 문으로 들어간 듯, 끼긱- 문 닫히는 소리 들리고,
은탁이 톡 건드린 눈 결정체 빙글 빙글 예쁘고 돌고 있고...
덕화E 그러니까
S#2. 도깨비 집/ 거실 (밤)
덕화 우리 삼촌이.. 안 돌아온다구요? 그러니까 우리 삼촌이.. 이승을 떠났다구요?
저승 (품에 도깨비가 남긴 집문서 꼭 끌어안고)
불멸을 살다 드디어 필멸에 닿은 것일 뿐. 너무 오래 그리워하진 마라.
죽음이란 그저 문 뒤의 새로운 세상일뿐이니. 너도 언젠가 그 문을 열게 되면,
덕화, 소파에서 내려와 철푸덕 바닥에 애처럼 주저앉는다.
덕화 아이고 삼초오온. 가지 마 삼초온. (지갑 꺼내 팽개치며) 나 카드 필요 없어..
이깟 카드 필요 없다고.. 제발 다시 돌아와 삼초온...
하며 우는데, 삑삑삑- 소리 나더니 도깨비, 인상 쓰며 들어오고
그 뒤로 은탁, 눈치 보며 따라 들어온다.
저승 (?!) 뭐야. 저 자가 왜 저 문으로 들어와!
덕화 (!!) 삼초온..!!
도깨비 (저벅저벅 다가와 따뜻한 눈빛으로 그런 덕화 머리 쓰다듬으며) 덕화야.
덕화 삼촌 다시 온 거야?! 다시 돌아 온 거야?! 어흑 어흑. 사랑해 삼초오온! (우는데)
도깨비 (어깨 토닥) 그래서 말인데 카드 다시 돌려줄래?
덕화 어흑.. 어?!!
도깨비 (다정) 들었잖아. 왜 못들은 척 해.
덕화 삼촌.. (지갑 얼른 들어 꼭 안고) 그저 문 뒤의 새로운 세상일뿐이야..
이왕 나선 길 의연하게 쭉 가 삼촌..
저승 (집문서 꼭 안고) 덕화가 삼촌 생각을 많이 하네. 그래 우리 걱정은 말고,
도깨비 (빡!) 넌 집문서 돌려줄래?
저승 (빡! 은탁 보며) 넌 대체 일을 어떻게 처리 한 거야!
하는데, 은탁은 이미 가방 꼭 껴안은 채 슬금슬금 2층 올라가려다 딱 걸렸다.
도깨비 (나직이) 지은탁.
은탁 (헉!) 네?
도깨비 향수, 오백, 가방 돌려주고 올라갈래?
덕화 (빡!) 삼촌. 저 소녀한텐 그렇게 많이 줬어??
은탁 안돼요. 싫어요. 안 쫓아낸다면서요!
도깨비 향수 오백 가방 돌려달랬지 쫓아낸다고 안 했어.
은탁 (가방 꽈악 안고) 아저씨! 사랑해요! 사랑한다구요!
덕화/저승 (헉! 놀라 은탁과 도깨비 보면)
도깨비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은탁 보면)
저승 (집문서 꼭 끌어안고) 나도, 사랑, 아저씨!!
도깨비 (기겁) 닥쳐!!
S#3. 도깨비 집/ 도깨비 방 (밤)
일각에 덕화의 카드, 저승의 집문서, 은탁의 가방, 향수, 오백 가지런히 놓여 있는 너머로..
유회장과 마주 앉아 있는 도깨비.
도깨비 혹시 그 족자 태웠는가.
유회장 태웠지요. (씨익)
도깨비 이 사람 농이 지나치네 하하. (허풍 떨며 유회장 보면)
유회장 쫄리시지요? 그리 꼼꼼히 작별하신 벌입니다. (가슴 아프게 웃는다)
도깨비 (아프게 마주 웃으며) ..달게 받겠네.
유회장 족자는 밝는 날 덕화 편에 잘 단속해 보낼 터이니 걱정 마시지요.
도깨비 ..고맙고 미안하네..
유회장 허면요 나으리.. 나으리께는 송구하오나..
이제 죽고자 마시고.. 살고자 하시면 안 되시겠는지요. (눈가 촉촉하다)
도깨비 !!... (보면)
유회장 나으리로 인해... 이 세상 어딘가에, 옳게 산 이 누군가에게, 이상하고 아름다운
행운 한 번 쯤.. 기적 한 번 쯤.. 일어나는 것도.. 좋지 않겠는지요.
도깨비 .... (생각 깊은 얼굴로 그저 유회장 보는데...)
S#4. 도깨비 집/ 테라스 (밤) → 전체 수정
물끄러미 서서 멀리 도심 풍경 바라보는 도깨비..
>>인서트 플래시백 (이것저것)
29살의 미래의 은탁의 모습 위로,
/도깨비NA 스물아홉의 너는, 계속 환하구나. 하지만 니 옆에... 나는 없구나.
/은탁 이게 왜... 안 잡히지? 왜 보이는데 안 잡히죠?
/다시, 현재
도깨비 미래가 바뀐 것인가.. 신탁이 바뀐 것인가.. (의문 가득한 얼굴이고)
어찌 되었든, 돌아오니 좋구나. 속도 없이... (희미한 미소)
저승E 기타누락자.
S#5. 도깨비 집/ 식당 (밤-아침)
물 마시다 놀란 얼굴로 돌아보는 은탁. 보면 저승 딱 서있다.
저승 자세히 얘기해봐. 어떻게 된 건지. (식탁 의자 가리킨다)
은탁 아. (식탁에 앉으며) 시작은 꽤 괜찮았어요. 달밤에 메밀꽃밭이 촥- 이른 첫눈이 샥-
암튼 그래서 제가 검을 딱 잡았죠. 근데 이게 보이기만하고 잡히질 않는 거예요...
저승 용케 살아 돌아왔네. 둘 중 하나는 못 돌아올 줄 알았더니.
은탁 그니까요. 메밀밭에다 버리고 올 줄 알았더니 데리고는 오는 거 있죠.
저승 (그런 은탁 빤히 보며, 속마음, NA) 기타누락자는 지금 모르고 있다. 검을 뽑으면 어떻게 되는지. 말해.. 줄까. 그럼 도깨비 열 받아 죽을지도 모르는데.. 그럼 이 집은 내 건데.. 그렇게라도 죽여 볼까. 우정으로..
은탁 ..무슨.. 생각 하세요? 아저씨가 그렇게 보시면.. 저 좀 무서운데..
저승 검이 눈에는 보이는데 왜 안 잡힐까 뭐 그런 우정 어린 생각.
은탁 그죠. 저두요.. 대체 왤까요. (새삼 수심 가득하다) 도깨비씨 말대로 전 정말 도깨비
신부가 아닌 걸까요? 검을 잡을 수 있는 진짜 신부가 나타나는 걸까요?
걔는.. 이쁠까요?
저승 뽑는 데 순서 없지.
은탁 후.. 그니까요. (사이) 설마 뭐 막 구박하고 그러진 않겠죠? 그간의 정이 있는데?
Cut to. (다음 날 아침)
저승은 샐러드, 은탁은 스테이크, 도깨비는 냉수 한잔 놓고 식사 중이다.
은탁, 도깨비 눈치 보며 포크 소리도 조심하며 고기 썬다. 일요일이라 평상복이다.
도깨비 식구 하나 늘었다고 생활비가 빠듯하네.
은탁 !! (한입 크게 먹으려다 멈추고 보면)
저승 ?? (보면)
도깨비 고기가 또 다 떨어졌으니 원.. 가계부라도 써야 하나.
은탁 (포크에 찍었던 고기 얼른 샐러드 사이로 숨기고, 눈치 보면)
도깨비 기분이 이래서 설거지는 어떻게 하나 싶고.
은탁 제, 제가 하겠습니다. 설거지 제가 꼭 하고 싶습니다!
도깨비 니가? 하긴 한참 설거지 하고 싶어 할 나이긴 하지.
은탁 하하...
Cut to.
은탁, 설거지 하고 있고 도깨비 그런 은탁 뒤로 커피 저으며 알짱댄다.
도깨비 빨래도 산더민데 큰일이네. 이 형편에 매번 세탁소에 맡기기도 그렇고.
옷을 다 갖다 버려야 하나.
은탁 (바로) 저요! 제가 설거지 마치는 대로 빨래도 어디 한번 해보는 건 어떨까요!
도깨비 그럴래? 그래 뭐 니 뜻이 정 그렇다면. 손빨래 부탁해. (커피 후룩)
은탁 하하...
S#6. 도깨비 집/ 테라스 (낮)
바구니에 다 된 빨래 담겨있고, 은탁 물기 축축한 빨래 탁탁 털어 널고 있다.
도깨비, 일각 어딘가 의자에 앉아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란 책 읽다가,
도깨비 (시름겹게 창 밖 바라보며) 휴.. 집안이 청결해야 공부도 잘 될 텐데.
은탁 (도깨비에게서 등 돌린 채) ????
도깨비 방청소는 또 언제 하나. 집에 수험생이 있으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네.
은탁 (아놔..! 일부러 도깨비 쪽으로 빨래 힘껏 탁! 털어 물기 다 튀게 하면!)
도깨비 (...) 방금 일부러 그런 것 같은데.
은탁 아닌데요. (빨래 널고)
도깨비 나 물 다 묻었는데? 보일 텐데?
은탁 (딴 소리) 다 저녁 때 마르겠나 이게. (하며 또 다른 빨래 힘껏 탁! 털면!)
(또 물방울들 도깨비에게로 탁 튀고)
도깨비 (...) 일부러 맞는 거 같은데? 왜 빨래하기 싫어? 불만 있음 얘기를 해.
은탁 아 불만. 말씀 잘하셨네. 아저씨는 지금 저 신부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모양인데,
거 그렇게 되게 섣부르게 결정하지 맙시다.
이렇게 구박하시다가 크게 후회 한다 진짜. 안타까워서 그래요.
도깨비 신부가 맞는데 “이게 왜 보이기만 하고 안 잡히죠?” 한 거야?
은탁 (할 말 없자) 나와 함께한 모든 시간이 눈부셨다면서요.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도깨비 어. 오늘도.
은탁 거봐(요.) 에?!
도깨비 지금도. 속도 없이, 눈부시다고.
은탁 ??!!
도깨비 (보는)
은탁 (여전히 의문) 근데 저 왜 구박.. 받아요?
도깨비 그건 그거니까.
은탁 그게 어떻게 그거예요. 막 눈부시고 그른데. 그러니까 우리 이러지 말고 다른 가치를
찾아봅시다. 정 신부가 그럼 아저씨가 제 남친이니까, 제가 그냥 여친 할게요.
도깨비 싫은데?
은탁 그럼 그냥 지인.
도깨비 싫은데?
은탁 그럼 그냥 입주민.
도깨비 그럼 오늘부터 방세 내. 달에 오십. 수도 전기 가스료 별도야.
은탁 아놔. (불량하게 후 머리 넘기는데!)
저승E 그 자가 돈을 요구했다고?
S#7. 도깨비 집/ 식당 (낮)
은탁, 기막힌 얼굴로 팔짱 딱 끼고 앉아 있다. 앞엔 저승 앉아 있다.
은탁 네! 오늘부터 웬수예요. 외나무다리에서 딱 만날 날 있다고 이제.
(울상) 아 검은 왜 안 잡혀가지고 이 난리야.
저승 저주보다 강력한 게 있어야 하는 거 아닐까. 예를 들면 진정한 사랑 같은 거?
은탁 그건 벌써 제가 다 해봤죠.
저승 (?) 뭘 다 해봤는데?
>>인서트 플래시 백
은탁 (도깨비한테 달려들어 멱살 잡듯 셔츠 깃 잡아끌곤) 입맞춤요.
입술 확 부딪히던 컷컷컷 위로, “우당탕!” 뭔가 떨어지는 소리.
/다시 현재.
보면, 냉장고 문 열려 있고 젖은 머리에 수건 걸친 채 냉장고 열어 수분음료 마시던 도깨비가 음료병 떨어뜨린 것이다. 얼굴 발그레..
은탁 깜짝이야.
도깨비 너 그런 얘기 막, 아무한테나 입맞춤 얘기 막 어? 너 그런 애였어?
은탁 저 얘기 안 했는데요. 방금 아저씨가 했는데요.
도깨비 (띵!) 하, 할려고 했던 거 아니야!
은탁 안 할려고 했는데요.
저승 (표정 어두워지며) 입맞춤을.. 했어..?
은탁 해도 제 얘기 하는 건데 아저씨가 왜 난리세요? 엄밀히 이건 제 입맞춤인데?
도깨비 야 입맞춤에 니 거 내 거가 어딨어! 있다 쳐도 반은 내 거지!
은탁 아 알았어요. 반 가져요 그럼.
도깨비 됐어. 안 가져. 필요 없어!
은탁 싫음 마요. 내가 다 가질 거야!
도깨비 그래라. 욕심은 많아가지고. (흥!)
도깨비는 아무 벽으로 휙- 은탁은 부엌 출입구로 휙- 서로 반대편으로 각자 방으로.
두 사람 사라진 식당, 점점 어두컴컴해진다. 보면, 일각에 검게 앉아 있는 저승이다.
저승 누구는 명함이 없어서 전화도 못 하고 있는데 지들은 아주..
E (쾅쾅쾅! 문 두드리는 소리)
S#8. 도깨비 집/ 도깨비 방 (낮)
도깨비, 방문 열면, 저승 확 거친 발걸음으로 들어온다.
도깨비 (??) 왜.
저승 (확 돌아서며) 그래. 니가 다시 살아 온 건 그렇다 쳐.
근데 기타누락자는 내보내야 하는 거 아냐? (어깃장 놓으면)
도깨비 (헉!) 어..?
저승 왜. 싫어? 그냥 내보내고 우리끼리 오순도순 살자는데? 지금껏 그랬듯이?
도깨비 지금껏 누구랑 산 거야 대체.
저승 도깨비 신부도 아닌 거 같으니 내보내야겠다고 나는!!
도깨비 우리 정체 다 아는 애야. 나가서 뭐라고 떠들 줄 알고 내보내.
저승 오백 해주면 절대 안 그럴 애로 보이던데.
도깨비 너 드라마 보고 뭐 배웠어. 한번 주기 시작하면 끝이야. 계속 협박 당하고 싶어?
저승 내보내기 싫어서 그러는 거 아니고?
도깨비 야 난 내보내고 싶지. 내보내고 싶어 죽겠다니까 지금?
저승 (빤히)
도깨비 뭐.
저승 기타누락자가 검 못 잡아서 너 좋지 지금. 솔직히. 안 죽고 더 볼 수 있어서.
도깨비 야 그게 왜 좋아. 뭐가 좋아. 900년을 기다렸는데. 말이 되냐?
저승 그래 그럼. 내가 데려갈게. 우정으로.
너도 걔 성가실 거 아니야. 막 지 맘대로 입맞춤도 하고.
도깨비 (버럭) 우리 사이에 무슨 우정이 있다고 우정타령이야!!
나 죽으라고 응원하는 거 그게 우정이야!
저승 이봐 너 좋아 지금. 안 죽어서.
도깨비 아니야! 단지, 지킬 약속이 있어. 싸인을 했는데 어떡해 그럼!
남아일언은 중천금인데. 난 그저 약속을 지킬 뿐이야. 남자답게.
저승 아. 나한테 집문서 줄 땐 남자 아니었나봐? (흥! 나가는)
도깨비 (쪽 팔려서 괜히) 도깨비가 화를 낼 땐, 이봐 사자!
S#9. 도깨비 집/ 테라스 (밤) → 전체 수정
혼자 서약서 보고 있는 도깨비. 은탁에게 가방을 뺏은 건 가방에 든 서약서 때문이었다.
서약서 보던 도깨비, 시선 길게 머문다. 보면, 마지막 조항이다.
[1. 을은 매년 첫눈 오는 날에 갑의 소환에 응한다. 갑이 기다릴 것이기 때문이다.]
지킬 수 있는 약속일까.. 쓸쓸한 미소 입가에...
그런 도깨비 뒤로 은탁이 해 널은 빨래들 하늘거리고..
S#10. 도깨비 집/ 2층 은탁 방 (밤) → omit
S#11. 육교 위 (다음 날 낮) → omit
S#12. 치킨 집 (낮) → omit
S#13. 도깨비 집/ 식당 (밤)
메밀군 껴안고 쿠션처럼 받친 채 언어영역 비문학 독해 풀고 있는 은탁.
도깨비 (들어와 그 모습 보고) 멀쩡한 니 방 놔두고 여기서 뭐해. 시위하는 거야?
은탁 (문제집만 보며) 그냥 간식이 가까운 곳에 있는 건데요. 저한테 잘 보일 일 없어지신
후에 바로 간식이 끊겨서요. 먹을 거 갖다 치사하게.
도깨비 요새 가세가 기울어서. 사실 우리 형편에 수험생 간식은 사치지.
은탁 (샤프 꽉 쥐며!) 진짜 건드리지 맙시다.
지금 세상 모든 게 거슬리는 수능 직전의 고삼이니까.
도깨비 너 지금 승질 낸 거야?
은탁 무슨 수호신이 수호는커녕 수능 직전에 진짜, (하다) 아!! (빤히)
도깨비 왜. 뭐.
은탁 아저씨 혹시 수능 답, 알아요?
도깨비 어. 근데 수능이 언젠데.
은탁 그건 모르는데 답은 알아요?
도깨비 어. 불러줘?
은탁 (혼자 막 좋아 입 막고 팔 다리 흔들며 무언의 비명 지르고) 네!
도깨비 일단 이거 다 풀어.
은탁 네! 참고로 수능은 담주 목욜입니다. (문제집에 코 박고 줄 그어가며 문제 푼다)
도깨비 (그런 은탁 보다가) 근데 그거 있잖아. 지난번에 그.. 첫,
은탁 (화들짝, 선수 치는) 아 맞다 그 얘기 먼저 내가 할라 그랬는데. 뭐 부담 갖지
마세요. 물론 제가 첫, 입맞춤이긴 했는데요.
도깨비 (화들짝) 야, 너, 그, 나 첫눈 얘기, 하려고 했던 거거든 첫눈?
은탁 아.. 첫눈 하지 마세요. ‘ㅊ’들어간 거 아무것도 얘기하지 마세요.
도깨비 넌 애가, (하다) 첫 번째 문제 틀렸다.
은탁 하지 마시라고요.
도깨비 안 출출해?
은탁 하지 마시라고요!!
S#14. 버스정류장 (다른 날 낮)
출근하는 사람들, 재수생들, 남녀 고등학생들 버스 기다리고 있다.
은탁도 빨간 목도리 한 채, 빡친 표정으로 서 있다. 앞엔 도깨비 서 있다.
도깨비 (도시락 내밀며) 든든하라고 고기 위주로 준비했어.
은탁 (도시락 틱 받으며) 제가 원하는 게 과연 도시락일까요?
도깨비 외울 수 있겠어? 순서대로 답만 부를 거니까 잘 들어. 먼저 언어영역,
은탁 아 미워. (확 노려보고)
들어가세요. 열 개라도 외워갈까 마음 흔들리니까. 차 와요.
도깨비 절대적인 힘에는 예의가 필요한 거야. 그래도 정 원한다면,
은탁 아 됐거든요! 어차피 다 아는 문젤 텐데.
도깨비 오. (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은탁의 머리 쓰담 하는데)
은탁 (헉! 놀라 얼었다! 심장 쿵쿵..)
도깨비 (앗! 자기도 놀라 얼었다! 역시 심장 쿵쿵..)
시간 멈춘 듯.. 그렇게 얼어붙은 두 사람 뒤로, 버스 붕- 지나가고...
두 사람 말곤 버스 정류장에 아무도 없고..
도깨비 어깨도 좀.. 토닥해야 자연스럽겠지? (머리의 손 어깨 토닥)
은탁 제가 자연스럽게 시계를 좀 볼게요. (하며 도깨비의 손목 잡아서 시계보는. ???)
혹시 지금 시간을 멈춘 거예요?
도깨비 아니?
은탁 으아! 어떡해 어떡해 저 망했어요! 삼십분이나.. 흘렀다구요!
도깨비 걱정 마. 남친이 도깨빈 거 잊었어?
은탁 싫다면서요. 남친.
도깨비 거짓말이었어. 따라 와.
하더니, 은탁의 손목 잡고 어딘가 향해 뛴다. 은탁과 도깨비 그렇게 거리 달려간다.
은탁, 거짓말이란 말에 설레 달리면서도 도깨비 보는데, 도깨비 은탁 손잡고 어느 문 열고
은탁과 함께 확 들어간다. 이내 다시 문 열리고 도깨비만 혼자 나온다. 문 나오던 도깨비,
도깨비 아차. (문 다시 열더니) 시험 잘 봐! (하고 다시 문 닫고)
문 보며 뒷걸음으로 도로 가운데로 걸음 옮기는데,
빠르게 달려오다 도깨비 발견한 자전거 청년, “아 씨발” 하며 핸들 확 꺾어 넘어질 듯 멈추고,
자전거남 (빡친 얼굴로 휙 돌아보며) 미친놈이 죽고 싶어? (?) 어디 갔어. (하는데)
부딪칠 뻔 했던 타이밍에 순간이동 해,
영 엉뚱한 곳에 서서 청년 보고 있는 도깨비의 건조한 눈과 딱 마주친다.
자전거남 (괜히 쫄았지만) 눈.. 똑바로 뜨고 다녀! (다시 자전거 빠르게 몰고 가고)
도깨비 (그런 청년 뒷모습 건조하게 보는데, 청년의 미래 보인다)
/-1. (플래시 포워드) 대로변 + 도로 (낮)
무언가(노점 리어카) 부딪힌 듯, 쿵! 하며 자전거와 함께 공중에 붕- 뜨는 청년의 몸.
이내, 8차선 도로로 떨어지는데, 달려오던 택시가 쾅! 청년 들이 받는다.
피투성이인 채 죽어가는 청년의 모습(미래의 모습이라 의상은 다른 옷 입고 있다)..
/-2. 다시 현재, 버스정류장 (낮)
청년의 미래 본 도깨비, 잠시 청년 달려간 쪽 보다가 이내 등 돌려 반대편으로 천천히 걸어간다.
인간의 생사엔 관여하지 않는 게 원칙이므로..
S#15. 수능시험장/ 교실 (낮)
긴장감 감도는 교실, 진지하게 문제 푸는 수험생들 사이 섞여 은탁도 수능 치르고 있다.
평온하게 술술 문제 풀어나가는 모습의 은탁.
S#16. 수능시험장 앞 (해질녘)
수능 끝나고 쏟아져 나오는 학생들.
은탁도 목도리 둘둘 만 채로 혼자 터덜터덜 걸어 나오고 있다.
학교 앞에는 아이들 기다리고 있는 부모님들 잔뜩 모여 서있다.
엄마 발견한 아이들 저마다 “엄마!” 하고 뛰어가 안기는 모습들이고.
어떤 엄마는 “고생했어 우리 딸” 하며 꽃다발도 건넨다.
은탁, 그런 아이들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며 빨간 목도리 매만지며 쓸쓸히 걸음 옮긴다.
/(1부) 부채 부치는 은탁 옆에서 평화롭게 미역 널던 예쁜 엄마..
/(1부) 떡에 소원 비니까 안 듣는 거 같다는 은탁 말에 빵 터져 웃던 예쁜 엄마..
/(1부) 영혼으로 와, 파티하자며 케이크에 촛불 붙이고 서로 마주보던 슬픈 엄마..
은탁, 천천히 걸음 멈추고 서더니, 고개 한껏 젖혀 눈 시린 듯 하늘 올려다본다.
마치, 하늘의 엄마와 눈 마주친 듯 씽긋 웃으며 잘잘하게 손 흔드는 은탁.
그 모습, 찡하고 예쁜데..
S#17. 도깨비 집/ 거실 (밤) → 전체 수정
은탁 다녀왔습니다.. 에고 힘들다. 저 오늘 머리 너-무 써서 완전 피곤,
하며 애기 때랑 똑같이 신발 벗고 목도리 풀며 현관 들어오는데,
거실에, 세 남자 케이크에 촛불 밝혀 들고 딱 서 있다. 케이크는 저승이 들고 있다.
덕화 시험 잘 봤어?
저승 아이디어는 내가 내고 (도깨비) 돈은 이 자가 내고, 사온 건 덕화야.
은탁 (웃으며 끄덕 끄덕 하며) 우와.. 케이크다.. (하는데 바로 눈물 터져,
애기 때랑 똑 같이 꺼이꺼이 서럽게 울고 만다...)
도깨비 (!) 왜 울어. 시험 망쳤어?
은탁 (울며, 고개 저으며) 그게 아니라.. 너무 행복해서.. 으앙. (더 울고)
세 남자 ....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 몰라, 당황한 얼굴로 은탁 보는데)
은탁 아 나 완전 행복하니까 소원 빌어야지? (하더니 손 모으고 눈 꼭 감고, NA)
오늘 저랑 함께면 어디든 프리패스니까, 이따가 도깨비 아저씨랑 꼭 영화 보게
해주세요. 팝콘도 먹고요. 꼭이요.
도깨비 !!.. (늘 그랬듯, 은탁의 기도 다 들었는데...)
은탁 (눈 뜨더니 도깨비에게 수험표 짠! 들어 보이며 방긋) 할인율 최대 오십. (하더니)
후- (하며 케이크의 촛불 후- 불면)
은탁의 앞에 있던 도깨비, 소환 당해 은탁의 등 뒤에 딱 가있는데!!
저승/덕화 (잉??? 하는 표정인데)
도깨비 (쩝.. 원래 자리로 걸어오며) 그런 게 있어. 알려고 하지 마.
(은탁 보며) 넌 왜 그러고 있어.
은탁 네?
도깨비 영화 보자며. 팝콘도 먹고. 가. 니 소원 이뤄졌어.
저승/덕화 (또 잉??? 하는 표정인데)
은탁 (!!) 진짜요..? 잠깐만요. (후다닥 방으로 가며) 방에 가방 갖다놓고, 10초만요.
도깨비 니들도 가. 각자 방으로 집으로. (자기 방으로)
덕화 아 왜. 나도 영화보고 팝콘 먹고,
도깨비E 안 돼.
덕화 와. 이럴 거면 왜 불렀는데. 수능이고 뭐고 다 핑계 아냐?
저승 둘이 영화 한번 보자고 수능을 만든 거면 인정해주자. 넌 나 좀 보고.
덕화 (!!!) 네? 저.. 왜요..? (잔뜩 겁먹어 보고)
S#18. 도깨비 집/ 식당 (밤) → omit
S#19. 도깨비 집/ 저승 방 (밤)
저승, 뒷모습으로 서 있고,
일각의 덕화, 바짝 쫄아 두 무릎에 이등병처럼 손 꼭 모으고 앉아 있는데,
저승 (천천히 돌아서 덕화 보더니, 낮게) 궁금한 것이 있다.
덕화 (침 꿀꺽) 저보단 아니실 걸요? (긴장하는데)
저승 넌 명함이 어디서 난 것이냐.
덕화 (띵) 에?
저승 명함 말이다. 직사각형에 대부분 희고 날카로운 네 모서리가 있으며,
덕화 저야 어엿한 재벌 3세니까 회사에서 나오죠. 근데 명함은 왜요?
저승 (간절한 혼잣말) ..갖고 싶어..
덕화 에?!
S#19-1. 거리 (밤) → 추가
골똘하게 걷고 있는 써니. 저승의 정체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써니 그 남자 대체 정체가 뭘까...
이하, 써니 스쳐가는 사람들 모두 각기각색의 저승이다.
저승, 써니 의식의 흐름대로 각자 캐릭터 수행하며 스쳐 지나간다.
(두 사람 절대 시선 안 마주칩니다.)
써니 맨날 옷이 시꺼먼 게 킬러 같기도 하고..
저승 (검은 가죽재킷 입고 품에 손 넣고 걸어오다 갑자기 총 꺼내 어딘가 향해 탕탕탕!
굿바이 마이 프랜. (계속 쏘며 써니 옆 스쳐지나가고!)
써니 재벌과도 아는 사인데, 자기 얘긴 다 비밀이다. (!) 조폭인가?
저승 (풀어헤친 알로하셔츠, 금목걸이, 선글라스) 죽기 딱 좋은 날씨네.
헤이 브라더~ 드르와 드르와 (스쳐가고)
써니 아니야. 눈이 슬픈 게.. 사연 많은 재벌 서자일 수도 있어.
저승 (말끔한 슈트) 한 번이라도 절 사랑해주실 수 없는 건가요? 재산 200억?
관심 없어요! 그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고 싶어요. 아버지!! (스쳐가고)
써니 아! 얼굴이 지나치게 하얗다는 건 역시..
E (쿨럭쿨럭 깊은 기침소리 선행되고)
써니 시한분가?
저승 (길 걸어오며 쿨럭쿨럭하더니 울컥! 흰 손수건에 각혈한다) 하아..
저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기 전까지만 살아있고 싶어.. (톡 떨어지는 잎새와 스쳐가고)
써니 아 그거네. 입술이 새빨간 게.. 뱀파이어? (그 순간)
바람에 써니 머리 날리면서, 흰 목덜미 드러나면서, 누군가 훅-
써니의 허리 감싸 안더니 아찔하게 써니의 목덜미 깨물려는, 섹시한 뱀파이어 저승이다.
써니 하.. 진짜 뭘까 그 남자... (다시 또각또각 걸어가고..)
S#20. 영화관/ 오락실 (밤)
뿅뿅뿅 요란한 게임 효과음 난무하고 어린 청춘들 게임과 뽑기 등 즐기고 있다.
은탁과 도깨비, 인형 뽑기 기계에 동전 넣고 있다.
은탁 (발권한 티켓 두 장 들고) 이런 거 할 줄 알아요?
도깨비 내가 못하는 게 있을 것 같아? 뭐 뽑아줘. 토끼? 노란 쥐? 말만 해.
은탁 라이터요. 아저씨 나 저 라이터요. 라이터!
/행인 (애가 웬 라이터? 쟤 뭐야? 하는 표정으로 지나가고)
도깨비 있어봐. (조이스틱을 쥔 얼굴, 제법 비장하다)
Cut to.
라이터 집지도 못하고 허망하게 올라오는 집게.
도깨비 못 들었어. 뭐라고?
은탁 (후..) 말 안 걸었는데요.
Cut to.
또 허망하게 올라오는 집게.
도깨비 이번엔 진짜 아까웠다 그치.
은탁 ...
Cut to.
또 허망하게 올라오는 집게. 해도 해도 너무 못한다.
반면, 옆 커플 여자는 아까와는 달리 인형 한가득 안고 있다.
은탁 그만 합시다. 금 나오게 하면 뭐해. 라이터 하나를 못 나오게 하는데.
도깨비 놔 봐!!
은탁 안 잡았고요! 영화 시간 거의 다 됐거든요!
S#21. 영화관/ 상영관 (밤)
스크린 보며, 나란히 옆자리 앉아있는 은탁과 도깨비
은탁, 신나서 얼굴 상기 돼 있다. 도깨비, 팝콘 먹으며,
도깨비 괜히 소리 지르고 해서 사람 곤란하게 하지 말고 무서우면 말해.
은탁 그래도 19년 호러 인생인데 이 정도는 뭐 대충 감당하지 않겠어요? 어 시작한다.
Cut to.
공포영화 보는 도깨비의 오두방정 퍼레이드 컷컷컷으로.
/“으악!” 펄쩍 놀라 비명 질러대고
/“으악!” 펄쩍 놀라 은탁 팔 뒤에 숨고
/“으악!” 펄쩍 놀라 들고 있던 팝콘 다 쏟고
/관객들 “아씨..” 폭발 직전이고
은탁 (입모양으로 주변에)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도깨비 째릿 하는데)
도깨비 이거 봐.. (쏟아진 팝콘 가리키며) 영화관에 내린 첫 눈..
은탁 (확!)
S#22. 샌드위치 가게 (밤) → 수정
은탁, 샌드위치 가게 문 신경질적으로 열고 들어오면서,
은탁 나 아저씨 때문에 진짜 한 씬도 못 봤어요. 한 씬도! 무슨 영환지도 모르겠어!
도깨비 ...좀비가 너무 무섭지 않았냐?
은탁 주문이나 하세요. 소리 지르고 울고불고 해서 배고프실 텐데.
전 팝콘 먹어서 배 안 고프니까 신경 쓰지 마시구요.
도깨비 그래 그럼. 신경 안 쓸게. (제일 비싼 메뉴 딱 짚으며) 이거 라지로. 한 개만.
은탁 (그렇다고 진짜 한 개만 시키냐.. 째릿)
Cut to.
진짜 혼자 맛있게 먹는 도깨비다.
은탁, 말은 중얼거리고 있는데 눈은 계속 도깨비 입에 들어가는 샌드위치에 꽂혀있다.
은탁 제가 수리 영역에서 7번 문제를 방정식을 대입해가지고 x축에 양상추를 올린
다음에.. (퍼뜩 정신 돌아와서) 가 아니라, 거기서 함정에 빠질 뻔 했는, 맛있어요?
도깨비 어.
은탁 (끙!) 여기 라지 사이즈 진짜 완전 라진데 과식하면 건강에 안 좋아요
도깨비 넌 그때 주스 라지로 안 먹었어? 그 전엔 소를 몇 인분을 먹었어. 건강 괜찮아?
은탁 으씨!
도깨비 되게 맛있는데. 너도 먹지.
은탁 (빡!) 이게 얼만데 두 갤 먹어요. 다 알면서. 대체 나 언제까지 구박하실 건데요?
줬다 도로 다 뺏고. 가방 이뻤는데. 오백 처음 봤는데. 첨부터 주지 말든가.
도깨비 담부턴 그럴게.
은탁 줘도 진짜 이상하게. 꼭 옆에 없을 사람처럼. 나중에 커서 하라고.
도깨비 !!...
은탁 덕화오빠한테도 카드, 저승아저씨한테는 집. 딱 원하는 거만. 꼭 이별선물처럼.
도깨비 !!!...
은탁 맞죠? 이별선물. 아저씨 그 검 뽑으면, 우리 떠나려고 했던 거죠?
도깨비 .... (사실을 말할 수 없어 그저 보면)
은탁 (..!) 맞구나.. 근데 왜요?
도깨비 한 번 말한 거 같은데. 신부가 나타나면, 더 멀리 떠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은탁 !! (보다가) 어디요? 유럽? 캐나다? 지금도요? 지금도 떠나고 싶어요?
도깨비 (보다가) 아니. 안 떠나고 싶어.
근데 신부가 진짜 나타난다면, 그 선택은 내 몫이 아니게 되겠지.
은탁 !! (시무룩해져서) 아.. 그쵸.. (사이) 같이.. 갈 거예요 그 진짜 신부랑?
도깨비 (보다가) 보내 줄래?
은탁 (강하게) 아니요. 저는 안 보낼 거니까 아저씨가 그냥 저 버리고 가세요.
도깨비 (아프게 보면)
은탁 진짜 신부 나타나면, 아니 그 전에 저 나갈 거니까
(눈물 꾹 참으며) 그냥 저 없을 때 가시라구요. 저 모르게.
도깨비 (사실을 알게 되면 이 아인 어떻게 할까.. 은탁 물끄러미 보는데..)
E (수업 끝나는 종소리)
S#23. 은탁 학교 앞 (다음 날 낮) → omit
S#24. 경찰서 (낮) → omit
S#25. 덕화 차 안 (낮)
덕화 운전 중이고 은탁 조수석에 앉아 있다.
덕화 어젠 삼촌이 맛있는 거 사줬어?
은탁 아니요.
덕화 왜. 너 아직도 그 집에서 콩쥐야?
은탁 네. 도깨비씨는 계모고요. 인생에 계모가 몇이야 진짜.
덕화 참 이상하지. 우리 삼촌이 걸그룹만 봐도 천년의 분노가 사라지는 냥반인데.
은탁 (!) 근데요?
덕화 너란 소녀를 만난 후로 삼촌은 계속 분노하고 있단 말이지.
니가 어지간히 본인 타입이 아닌 거지.
은탁 (빡!) 걸그룹요? 와. 원래 대학 가면 다 살 빠지구 이뻐지는 거랬어 어른들이.
이 놈의 양반 내가 대학만 붙어봐 진짜. (으드득! 목 돌리며 앞머리 후-)
덕화 (헉..! 쫄아서 핸들 꼬옥..)
S#26. 연희대학교 (다른 날 낮)
칠판에 ‘2017 언론홍보영상학부 수시 논술’ 적혀 있다.
띄엄띄엄 앉은 학생들 저마다 시험지에 한 바닥씩 써내려 간다.
그 사이의 은탁, 이글이글거리며 열심히 써내려가고.
S#27. 연희대학교 안 (낮)
야외 주차장에 도깨비의 차, 끽 멈춰 선다.
차에서 내리는 도깨비의 손에 꽃다발 들려있다.
서프라이즈 할 생각에 혼자 신나서 은탁 데리러 가는데..
S#28. 연희대학교 일각 (낮)
시험 보고 나온 은탁, 터덜터덜 교정 걸어 내려오는데, 깡! 야구공이 배트에 맞는 경쾌한 소리 울린다. 보면, 운동장에 야구부원들 각자 몸 풀고 준비하고 있다.
은탁 올~ 대딩 오빠들~
하는데 난데없이 날아드는 야구공! 은탁, 반사적으로 악! 움츠리는데, 은탁 막아서며 글러브로 날아오는 공 탁! 잡아채는 야구유니폼 입은 누군가의 등! 은탁, 실눈 뜨고 살짝 보는데,
태희 (돌아보며) 괜찮으세요?
돌아보는 태희의 얼굴 뒤로 샤랄라 햇빛 비쳐 들어온다.
은탁 태희.. 오빠?
태희 지은탁..? 와 이게 얼마만이야. 못 알아 볼 뻔했다.
은탁 아. 저 좀 많이 변했죠. 제가 그동안 디게디게 고생을... (하는데)
태희 더 예뻐져서. 키도 많이 크고. (싱긋 웃으며 은탁의 앞머리 장난스레 헝큰다)
은탁 (헐 심쿵! 몸 베베 꼬고) 오빠 이 학교 다녀요? 저 오늘 여기 논술 봤는데.
/-1. 도깨비 쪽 (낮) → 전체 수정
툭- 떨어지는 꽃다발. 도깨비, 처음부터 끝까지 그 모습 다 본 것이다.
빡쳐서 보고 있던 도깨비, 뭔가 떠올린다. 29살의 은탁이다.
/은탁 대표님 여기요. (누군가 향해 활짝 웃으면, 마주 앉는 듯 끝까지 시선 봐준다)
도깨비 저 자식인가.. 그 대표님이라는 자식...!
분노한 얼굴로 다정한 두 사람 노려보는 도깨비 위로 검은 먹구름 몰려오더니
도깨비 서 있는 뒷배경 하늘에 도깨비의 마음인 듯 번쩍! 섬광 인다.
/-2. 일각 (낮) → omit
/-3. 도깨비 쪽 (낮) → omit
S#29. 도깨비 집/ 도깨비 방 (밤)
그 꼴 본 도깨비, 와서 앓아누웠다.
덕화, 침대 가에서 끙끙대는 도깨비 걱정스럽게 보며,
덕화 일어나서 뭐라도 좀 먹어..
도깨비 ..머리를 헝클더라. 손목을 부러뜨릴 뻔.
덕화 누가?
도깨비 ..몸을 베베 꼬더라. 꽈배기인 줄.
덕화 그니까 누가.
도깨비 그냥 피아노 치게 뒀어야 했는데. 그랬어야 둘이 안 만나는 건데.
덕화 누가 누구를...
은탁E 다녀왔습니다~
도깨비 (그 소리에 벌떡 일어나 거실 쪽 째려보는)
S#30. 도깨비 집/ 2층 은탁 방 (밤)
은탁, 씻고 나온 듯 가내복에 벽거울 앞에서 수건으로 머리 막 말리다가 뭔가 생각난 듯 자기 젖은 앞머리 막 헝클어본다. 수줍어 막 웃고. 그러다 무언가 떠올리는데.
/-1. (과거회상) 바다마을/ 야구연습장 (낮)
어린 은탁, 손엔 꽃잎 꼭 쥔 채 몰래 태희 야구공 치는 거 훔쳐보고 있는데,
웬 커다란 아저씨 뒷모습 하나가 자꾸 태희 가려서 안 보인다. 바로 도깨비 뒷모습이다!
(야구연습장에 가로로 길게 걸린 현수막이 도깨비의 가슴부터 허리까지 가리고 있어서 은탁 시야에선 도깨비의 검 안 보인다) 야구공 하나도 못 받아치는 도깨비고. 태희, 그런 도깨비 한심하게 보고 있다. 급기야 도깨비의 야구배트 미끌 놓쳐서 날아가더니 은탁이 숨어 지켜보는 철망에 철썩!
어린 은탁, 힉 놀라서 피해 숨다가, 손에 든 꽃잎 휙- 바람에 놓쳐버린다.
어린은탁 어..! 안 돼! 아 내 봄. (우씨) 저 바보 아저씨 뭐야! 짱나!
/-2. 다시 현재, 도깨비 집/ 2층 은탁 방 (밤)
그렇게 도깨비와 은탁의 만남은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작됐지만.. 알지 못하는 은탁인데,
은탁 태희오빠.. 진짜 야구 선수가 됐구나.. 멋있어라.
그 회상을 하고도, 그저 태희오빠 잘 자란 데만 관심 있다.
S#31. 도깨비 집/ 식당 (밤) → 전체 수정
냉장고 열던 은탁, 확 반색한다. 보면, 지난번 케이크 아직 남아있다.
은탁, 신나서 케이크 꺼내 푸는데, 일각에 사은품 상자 놓여있다. “오! 사은품!” 하는데,
슥- 식탁 끝으로 끌려가는 케이크와 사은품. 보면, 도깨비다.
은탁 아이스크림 드시게요?
도깨비 싫은데? 혼자 먹을 건데? 이거 돈 내가 낸 건데?
은탁 저 아무 말 안 했는데요.
도깨비 비가 와서 아이스크림이 너무 먹고 싶어 비가 와서! (흥! 한 입 퍼먹고)
은탁 저 아무 말 안 했다니까요.
도깨비 그니까. 왜 아무 말도 안하고 그걸 들고 있어?
좋은 말로 할 때 그 빙글빙글한 거 얌전히 내려놔. (자기만 먹고)
보면, 어느새 은탁, 막대 아이스크림 하나 들고 있었고..
은탁 (칫. 하지만 굴하지 않고 이번엔 스피커 만지며) 이 블루투스 스피커요,
도깨비 내 사은품에서 손 떼.
은탁 (빡!) 이거 어떻게 쓰는지는 알아요? 이걸로 사진도 찍을 수 있는데.
도깨비 이걸로 이거 먹는 거 사진 찍어야 하니까 만지지 말라고. (자기 앞으로 당겨놓는)
은탁 (픽, 가소롭게 보면)
도깨비 왜 뭐. (맛있게 한 입 더 먹으면)
은탁 자꾸 먹을 거 갖다 치사하게. 비 왜 왔는데요. 기분 왜요. 왜 우울한데요.
도깨비 그걸 몰라서 물어?
은탁 뭐 검 안 잡히는 그거요? 그게 제 탓이에요?
저는 최선을 다 했다구요. 그 검 애초에 뽑히는 건 맞아요?
아니 뽀뽀를 해도 안 돼, 서로 ‘사랑해’ 다 했는데도 안 돼, 뭘 더 어떻게 해요.
도깨비 너 진심 아니었잖아. 아주 세속적인 사랑해요였잖아.
은탁 아저씬 뭐 진심이었어요? 아주 이해관계 확실한 사랑해였잖아요.
하여간 진짜 성격 별로야.
도깨비 넌 뭐 좋은 줄 알아!
은탁 난 어리잖아요.
도깨비 어린 거 그거 뭐! 난 안 늙지만 넌 늙을 거잖아 난 계속 젊고 아름다울 거라고!
은탁 아저씨가 젊진 않죠. 그리고 제가 첫사랑을 만나서 제 눈에 아저씨가 아름다울
틈이 없네요.
도깨비 뭐, 뭔 사랑?
은탁 아저씨 야구 잘해요? 우리 태희오빤 야구 대빵 잘해요!
도깨비 니가 봤어? 내가 야구하는 거? 보고 아주 깜짝 놀랄라구 이게.
은탁 아. 저는 이제 입주민도 아니고 이거예요? 아 예 이거는 이만 물러갑니다!
(스피커 가리키며) 이걸로 인생사진 잘 찍으시구요. (흥! 가는)
도깨비 찍어 달라고나 하지 마!
S#32. 연희대학교/ 야구부실 (다음 날 낮)
왁자지껄한 야구부실. 부원들, 글러브 손질하고, 수다도 떨고, 수분 보충하는 등 제각각 있는데.
부실 문 쾅 열린다. 도깨비다. 부원들 시선 쏠리는데.
도깨비 태희가 누구야. 나와.
부원1 (?) 야 최태희! (E) 누가 너 찾어!
그때, 야구부원들 사이로 제일 잘생긴 남자 걸어 나온다. 야구 모자 벗은 태희다.
모자 벗은 얼굴, 비오는 날 본 것보다 더 잘생겼다.
태희 제가 최태흰데, 누구세요?
도깨비 너.. 이렇게 생길 거였었어?
태희 네?
도깨비 여기서 제일 잘생겼잖아!
태희 그건 그렇죠. 근데요, (빤히 보다가) 아저씨 나 본 적 있죠.
도깨비 지금 보잖아 지금.
태희 아니요. 나 봐 봐요. 저 진짜 어디서 본 적 없어요? 나 요만할 때?
도깨비 (얘 진짜 기억하는 건가? 미간 좁히고 태희 보는데)
/-1. (과거회상) 바다마을/ 야구연습장 (낮)
어린 은탁이 훔쳐보던 그 야구연습장이다. 길게 걸린 현수막 너머 누군가 헛스윙한다. 도깨비다.
옆 타석엔 어린 태희다. 태희 계속 헛스윙 하는 도깨비 흘깃 흘깃 보다 못해.
어린태희 (도깨비 쪽으로 오며) 그걸 못 치냐. 허리를 좀 더 이렇게 해보세요.
도깨비 됐어. 너나 잘해.
어린태희 제가 더 잘하니까 알려드리는 거잖아요. 일단 방망이를 그렇게 잡으심 안되구요,
도깨비 이봐 155센티짜리 김서방. 너 내가 방망이로만 살아온 올곧은, 됐고,
너 내가 누군지 알면 깜짝 놀라니까 너나 잘하라고.
어린태희 그럼 저랑 내기 하실래요?
도깨비 (!!!) 와.. 나 어이가 없네. 너 지금 누구한테 내길, 너 진짜 후회하지 마.
어린태희 아저씨나 후회하지 마세요. 공 열개 치기. 이긴 사람 소원 들어주기.
(붕붕 방망이 휘두르는데)
Cut to.
/헛스윙 작렬하는 도깨비.
/깡! 깡! 끝까지 날아가는 태희의 야구공.
엄마E 도둑이야!!
/-2. (과거회상) 바다마을/ 어린 태희 집 (낮)
거실에 피아노 놓여 있던 자리 휑하다. 카펫 위 네 곳에 피아노 바퀴 자국만.
일각에선 태희 엄마 전화 통화 중이다. 목소리만 들린다.
어린태희 ...진짜 없애줬어..
엄마E 도둑놈이 언제 들어왔는지 피아노만 쏠랑 가져갔어! 그 큰 걸 빼 내가는데
어떻게 동네 사람 한명이 못 봐! 진짜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곡할 노릇이야.
/-3. (과거회상) 바다마을/ 야구연습장 (낮)
혼자 남은 도깨비, 날아오는 공 빵 치는데, 공 미친 속도로 네트 뻥 뚫고 날아간다!!
후훗- 방망이 휙 던지고 연습장 떠나는 도깨비. 태희에게 수호신이라 일부러 져준 거였는데..
태희E 그때 제가 내기에서 이겨서
S#33. 다시 현재, 연희대학교/ 야구부실 (낮)
잘 자란 현재의 태희고.. 도깨비와 마주서 있는데..
태희 내 피아노 좀 없애달라고 했었잖아요. 저 진짜 소질 없는데 울 엄마는 포기를
못한다고. 난 야구 선수가 될 거라고. 근데 진짜 피아노가 없어졌거든요.
도깨비 근데.
태희 그때 그 아저씨, 아니시냐구요.
도깨비 아니야.
태희 아닌 게 맞는 거 같긴 한데, 진짜 그때 그 아저씨면, 아저씬 너무 안 늙었거든요.
도깨비 !!!
태희 (뚫어져라 도깨비 보는데..)
S#34. 도깨비 집/ 식당 (밤)
식탁에 앉아 콩나물 다듬고 있는 저승과 옆에서 대충 소극적으로 거드는 도깨비.
도깨비 그렇게 된 연유로, 그 아이가 날 알아봤어.
저승 어쩌라고.
도깨비 (콩나물 탁 던지며) 그따위로밖에 말 못해?
그딴 대답 듣자고 내가 이 상스러운 걸 같이 다듬어주고 있는 줄 알아?
니가 기억을 안 지우면 늙지 않는 남자에 대한 흉흉한 소문이 돌 테고
그럼 나는 이곳을 떠나야 한다고! 오순도순 살자며!
저승 그런 적 없다며.
도깨비 너 인생 그렇게 사는 거 아니다? 서로 다 돕고 살고 어?
저승 기억 하나 못 지우는 도깨비한테 도움은 무슨.
도깨비 어 그래. 두고 보자 어디. (확 일어나서 가다가 다시 돌아와서 능력 발휘해
콩나물에 확 불 싸질러 재로 만든다)
저승 야!
도깨비 왜. 어차피 익혀 먹을 거 아니었어? (흥! 다시 간다)
저승 (저게 확!)
S#35. 도깨비 집/ 도깨비 방 (밤) → 전체 수정
캄캄한 방 안. 일각의 도깨비가 뺏은 가방만 딱 비추는 핸드폰 플래시 불빛.
보면, 도둑고양이처럼 도깨비 방에 숨어든 은탁이다.
은탁 잘 지내지? 언니는 매일 니가 보고 싶어 눈물 나.
(가방 쓰다듬고, 가방 열면, 향수와 서약서, 오백 들어있다) 너 여깄었어?
(향수 꺼내며) 이리와 봐. 그리웠어. (칙칙- 향수 뿌리고 양 손목 비빈 뒤
양쪽 목덜미에 바르고 옷에도 슥슥 묻히더니 넣어놓고) 곧 만나자.
하고 가방에 든 서약서 꺼내더니 품에서 똑같이 만든 가짜 서약서 꺼내 진짜와 싸인 확인해 본다. 똑같다. ‘김신’ 싸인을 드디어 완성한 것이다.
은탁 완벽해. 완전 범죄야. (하며 자기가 만든 가짜 서약서 고이 가방에 넣으려는데,
불이 탁! 켜진다) 으아아!
가방이랑 서약서 후두둑 떨어뜨리고 보면, 문가에 도깨비 딱 서 있다.
도깨비 (팔짱 끼고) 이 방엔 무슨 용무로?
은탁 그, 청소하러, (은근슬쩍 서약서 쪽으로 엉덩이 옮겨 앉는)
도깨비 (한 걸음 다가오며) 청소기 밖에 있던데.
은탁 그, 빨랫감이,
도깨비 (또 한 걸음 다가오며) 세탁기 돌아가고 있던데. 깔고 앉은 거 내놓고.
은탁 (아씨.. 엉덩이 밑에 깔린 서약서 한 장 내밀면)
도깨비 한 장 더.
은탁 (우씨.. 한 장 더 내민다)
도깨비 (두 장의 서약서 싸인 비교해 보면 매우 흡사하다) 난 싸인을 한 번만 한 거 같은데.
은탁 진짜요? 근데 왜 두 장이죠?
도깨비 향수도 허락없이 뿌렸고.
은탁 아니에요. 이거 그-때 뿌린 게 아직. 이 향 되게 오래 가죠.
도깨비 너 이거 사문서 위조에 무단 침입에 절도에,
은탁 아, 치사해 진짜. 걸그룹한테는 천년의 분노도 싹 다 없어진다더만 나는 그 놈의
분노가 몇날 며칠을! 그런 타입이신 줄 몰라서 송구스럽고요, (하다 테이블에
자신의 책 발견하고, 살았다!) 이거 내 거니까 주세요. 나 이거 돌려받을 겸 온
건데 진짜 알지도 못하면서. (내빼며, E) 내가 읽고 있으랬지 언제 가지랬나?
도깨비 와 쟤 봐라? (계약서 싸인 보며) 이 봐라 이봐. 무엇이 원본이고 무엇이 사본인지
알 수가 없구나. 이 와중에 재능이 있다 칭찬을 할 수도 없고.
저거 진짜 커서 뭐 될라고!
S#36. 도깨비 집/ 2층 은탁 방 (밤)
시집 갖고 온 은탁,
은탁 책 또 험하게 본 거 아냐 남의 거라고? 아 열 받아. 뭐 하나 걸리기만 해봐.
씩씩대며 책 넘겨보는데, <사랑의 물리학> 페이지다. 필사되어 있다. 몇 장 더 넘겨보면, 은탁이 했던 필사들 보이고, 은탁의 필체와 확연히 다르다. 다시 첫 장으로 돌아와
은탁 이거 봐 이거 남의 책에 막 낙서 했어. (하며 마지막 문장, ‘첫사랑이었다’ 물끄러미
보다가..) 참나, 첫사랑.. 그치. 있었겠지.. 빗자루 주제에 아주 할 건 다 하고.
남은 첫 뽀뽄데. 치. (하며 오해 하고는 괜히) 글씨 되게 못 쓰네.
핸드폰 울린다. ‘태희오빠’ 떠 있다.
은탁 (!) 흠흠, (목 풀고, 받는) 오빠 안녕하세요. (애교 섞인 목소린데)
S#37. 도깨비 집/ 거실 (밤)
후다닥 계단 내려오던 은탁,
거실로 나오던 도깨비, 그런 은탁 보는데,
도깨비 (은탁이 외출복 차림이자 앞 막아서며) 어디 가.
은탁 (흥) 누구 좀 만나러요. 아는 사람. (현관으로)
도깨비 (쫄쫄 따라가며) 니가 만나는 거 중에 사람이 어딨다고!
은탁 (신발 한 쪽 한 쪽 꿰어 신으며) 케이크도 안 주고, 스피커도 못 만지게 하고,
줬던 것도 다 뺏고 신부도 아닌데 누굴 만나든 말든 왜 묻나 몰라. (홱 나간다)
도깨비 야!
S#38. 삼거리 아이스크림 가게 앞 (밤) → omit
S#39. 일각 고층 건물 옥상 (밤)
가내복 차림으로 서서 질투 이글이글 타는 눈으로 어딘가 보고 있는 도깨비.
보면, 저 아래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서 수줍수줍 아이스크림 먹고 있는 은탁과 태흰데...
S#40. 도깨비 집/ 거실 (밤)
힘없이 축 늘어져 돌아오는 도깨빈데, 요란스레 핸드폰 소리 울리고 있다. 보면, 저승, 핸드폰 든 채 안절부절 왔다 갔다 하다 도깨비 보곤 와다다 달려와 코앞에 불쑥 자기 핸드폰 내민다.
도깨비 어쩌라고.
저승 전화 왔어.
도깨비 그니까 어쩌라고. (액정 보면 ‘선희 아니고 써니’ 떠 있다)
저승 전화 좀 받아줘. 더 피하면 날 죽일지도 몰라. 근데 아직 명함이 없어서 못 받아.
받아서 할 말이 없어. 한 번만!
도깨비 할 말이 왜 없어. (흉내 내며) “내 목소리 몰라? 잊을 만한 목소리가 아닌데.” 해.
서로 돕지 말자며. 필요 없다며. 한치 앞을 못 보는 저승사자.
저승 됐어! 아씨.. 기타누락자 얘는 또 어디 갔어.
도깨비 걔도 너 못 도와. 요 밑에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서 하하 호호 히히 헤헤
깨 볶는 중이라.
저승 깨를 볶아? 집 놔두고 왜 밖에서.
도깨비 꺼져!! 설명하기도 싫어!!
S#41. 삼거리 아이스크림 가게 앞 (밤)
은탁 생각해보니까 너무 신기하더라구요. 어떻게 거기서 오빠를 딱! 만나지.
태희 나도.
은탁 오빤 어떻게 지내셨어요?
태희 글쎄. 가끔 니 생각 하면서?
은탁 하하. 오빠도 차암~ (발그레 하는데)
저승E 기타누락자.
은탁 으어어어!!! (너무 놀라 뒤로 넘어가는데)
그런 은탁 의자 탁 잡는 손. 보면, 시꺼먼 옷 차려입은 저승이다.
저승 (핸드폰 내밀며) 전화 좀 받아줘.
은탁 미쳤어요? 여기까지 따라오면 어떡해요!
태희 (??) 누구..셔? 아버님..이셔?
저승 자네 말이 심하군. 말이 심한 자, 이름이 뭔가.
은탁 오빠!!! 이름 말하지 마요!! 눈도 안돼요!! 눈 깔아요 빨리!!
태희 ??? (그런 둘 보는데)
저승 나는 지금 전화를 받을 수 없으니 나 대신 이 전화를 받아주지 않으면
저 자의 이름을 묻고 잘 적어두겠어. (울리는 핸드폰 내밀며, 낮게) 해결해.
은탁 (이 꽉) 알았어요. 오빠 잠깐만요.. (하고 핸드폰 낚아채 저만치 떨어진 데로)
태희 어..? (하며 저승 눈치 보는데)
저승 (은탁 앉았던 데 자연스럽게 앉더니) 그래. 피아노를 치다 야구를 한다고.
태희 (??) 어떻게 아세요?
/은탁 쪽
은탁 여자가 받으면 더 오해할 텐데, 아 몰라. (목소리 깔아 남자 목소리 내며) 여보세요.
써니F (?) 김우빈씨 핸드폰.. 아닌가요?
은탁 (헉..!! 결국..!!) 네 맞습니다. 김우빈.. 과장님 잠시 자리 비우셨습니다.
써니F 과장이에요 그 사람?
은탁 (헉!!) 아 부장님이십니다아.
써니F 무슨 회산지 1초 만에 승진을 하네요? 됐고, 옆에 있는 거 다 아니까
전에 봤던 카페. 내일 오후 한 시. 과장으로 오든 부장으로 오든 오라고.
늦으면 죽여버린다고 전해주세요. (뚝 끊고)
은탁 (뜨악.. 어떡하지.. 뒤돌아보는데) 으어!
저승 (딱 서 있다) 어떻게 됐어. 뭐래.
은탁 얼굴 보고 얘기.. 내일 오후 한 시. 전에 봤던 카페..
저승 ...
은탁 (갸웃) 근데 방금 전화 거신, 어디서 많이 들어 본, 혹시,
저승 내 질문 먼저.
은탁 아. (긴장) 질문.. 뭔데요?
S#42 카페 일각 (다음 날 낮)
천천히 카페 향해 가는 저승. 뭔가 달달달 외우고 있다. 그 위로,
은탁E 전화번호 이름 다음엔 나이, 혈액형, 미혼 기혼, 재산정도,
연애경험 유무, 이상형 등등, 뭘 물을지 몰라요. 다 준비하세요.
카페 창가 안에 앉은 써니, 저승 발견하고 건조하게 손 흔들고.
저승E 만 34세,
S#43. 카페 (낮)
저승과 써니 드디어 만났다. 저승, 예습한 거 읊고 있다.
테이블엔 커피 두 잔, 미이라 핫도그 각각 놓여 있다.
저승 생일 음력 11월 초닷새, 사수자리, AB형, 미혼, 집은 전세, 차는 필요하면 곧,
과거 깔끔, 명함은 아직, 보고 싶었어요.
써니 (기막혀 보다가, 마지막 말에 쿵!) 하 참나. 저두요!
저승 (베시시)
써니 웃기는 남자야 진짜. 좋아요? 전화를 그렇게 피했으면서?
저승 그건.. 명함 없는 사람.. 안 좋아하실 거 같아서..
써니 그럼 명함이 없다 전화 받아서 말 하면 되잖아요. 문자로 보내도 되고.
저승 앞으로는 꼭. (사이) 써니씨는 혹시 명함이..
써니 내 명함은 왜요?
저승 써니씨는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서요.
써니 저는 얼굴이 명함이에요. 얼굴에 딱 써 있죠? 예쁜 사람.
저승 아.. 네.. 그러네요. 정말. 받아가고 싶네요..
써니 하하. 거 봐요. 만나면 이렇게 재밌잖아요. 더 알아가고 더 친해지고.
(나이프로 핫도그 썰며) 우빈씨는 뭐 좋아하세요?
저승 써니씨요.
써니 미친다. 말구요. 취미 뭐 그런 거요. (핫도그 한 입 먹으면)
저승 써니씨요.
써니 나참. 알겠는데요, (하는데)
저승 어디로 튈지 모르는 써니씨의 행동에 드라마만큼 맹목적으로 끌립니다.
써니씨의 예측 불가한 행동들은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고, 제 서툰 행동들은 하나같이 오답이네요. 요즘 제게 새로 생긴 써니씨라는 이 취미가 신의 계획 같기도,
신의 실수 같기도, 그렇습니다.
써니 (살짝 경계) 뭐 이렇게 말을 잘 해? 혹시, 종교 있어요?
저승 아.. 뭐가 또 있어야 하는군요.. 그럼 준비되면 다시 연락, (일어나려하면)
써니 아니야! 없어도 돼! 딱 앉아요. 죽여 버리기 전에. (하는데 손엔 나이프가..!!)
저승 (냉큼 다시 앉는데, !!! 써니 접시의 미이라 핫도그 사지 다 절단 되어져있는 모습
눈에 들어온다!! 헉! 의자 당겨 테이블에 바짝 앉아서 두 손 공손히.. 써니 보면)
써니 아 이 남자 진짜 뭐지?
저승 (사이) 만 34세, 생일 음력 11월 초닷새,
써니 (악!) 아니야! 말 안 해도 돼. 그냥 앉아만 있으라구요 화보 보는 셈 칠 테니까!
씩씩거리며 저승 보는 써니. 저승은 또 가슴이 뛰고...
S#43-1. 거리 (낮) → 추가
음식점 즐비한 거리다. 어딘가 향해 걷고 있는 저승과 써니.
써니 (뭐 먹을까 간판들 훑으며) 뭐 좋아해요?
저승 채소요. 전 그럼.
써니 (?) 뭐가요?
저승 전 저쪽으로 가야해서.
써니 (기막혀) 그럼 나는요? 밥 먹으러 가는 길 아니었어요?
허! 아니 뭔 밥도 안 맥이고!
저승 핫도그 하나 다 드셨는데. 과식은 만병의 근원인데.
써니 나 제일 병들게 하는 분 제 앞에 계시네요. 됐고, 어디 가는데요.
저승 회식 갑니다. 빠지면 벌금 있어서요.
써니 아 뭐 이런 남자가! 정말 서툰 행동들이 하나 같이 오답이네요. 죄다 틀렸어요!
저승 ..문제가 너무 어렵네요. (써니 보는 얼굴에서)
동기E 먹고 죽자! 건배!
S#44. 고기 집/ 홀 (밤)
평범한 고기 집에, 시꺼멓게 차려입은 저승사자들, 한 테이블에 왕창 모여 있다.
회식이다. 먹고 마시며 왁자하다. 여후배, 동기 등 열댓 명 있다.
/-1. 고기 집 상가 복도 + 화장실 앞 (밤)
저승과 민재, 화장실 가는 중이다. 상가 복도 걷는 저승, 바지 주머니에 손 꽂은 채 걷는데, 어떤 모자 쓴 청년(자전거 남)과 퍽 부딪친다. 청년, 흘끗 노려보며
자전거남 아이씨. 보고 다녀요 좀 보고. 에? (가던 길 간다)
민재 저게 죽을라고! 쟤는 지금 지가 무슨 짓을 한 건지 알까요?
쟤 분명 한 달 안에 동티 날 텐데? 어떡합니까 선배님?
(*동티: 예부터 금기시되어온 행위를 하여 귀신을 노하게 하였을 때 받는 재앙의 하나)
저승 지 팔자지 뭐. 됐다. 나 화장실 급해. (화장실로)
민재 아 저도요.
/-2. 고기 집/ 홀 (밤)
저승과 민재 홀로 들어오면,
동기 어 총무 왔다. 슬슬 정리하자. (저승 보며) 계산해.
저승 어. (테이블의 계산서 들고 재킷 포켓에 손 넣더니, 응? 어디 갔지? 막 뒤지다) !!!
민재 왜 그러십니까? 뭐 없습니까?
저승 (!) 회비. 당한 것 같아. (퍼뜩) 방금 부딪쳤던 남자!
민재 어쩐지! 어떡합니까 선배님? 걔 여러모로 동티 나겠네요 진짜.
동기 야 안 되겠다. 모자 써. 차례로 나가.
민재 어색하지 않게 한명씩 천천히 움직이지 말입니다.
차사들 (끄덕하며 각자 자기 페도라 챙겨 쥔다)
여후배 이래도.. 되는 겁니까? 공무 외에 개인적으로 능력 쓰면 사유서 써야 된다고,
동기 안 쓰게 할 테니까 걱정 말고 23기들부터 나가 얼른. 다 되는 수가 있어.
저승 무슨 수? 방법 있어?
동기 곧 알게 돼. (모자 쓰고 가는데)
저승, 나가는 동기 보다가, 손 뻗는데 어? 더듬더듬 해보지만 페도라 없다.
마지막으로 빠져나가는 동기 보면, 가방에 저승 모자 들었다. 씨익 웃으며 나가는 동기고.
저승 야 너!!
주인 ?? (그런 저승 본다!)
저승 (주인과 눈 딱! 조용히 핸드폰 들고, 누군가의 번호 누른다) ..니 도움이 필요해.
S#45. 경찰서 (밤)
무전취식으로 경찰서 연행돼 온 저승 빼내주러 온 도깨비.
저승 (쪽팔리지만, 최대한 웃으며 도깨비 맞는데)
경찰 신원보증 하실 거예요? 신원보증인 있어야 나갑니다.
도깨비 오해가 있으신 모양인데 저는 전화를 받고 오긴 했지만 저 자를 모릅니다.
도움이란 걸 받아본 적이 없어서 글쎄요 어떻게 도와야 할지.
경찰 연락 받고 오신 거 아니에요?
저승 아는 걸로 하자. 나도 도울게. 태희오빠 기억 방면으로.
도깨비 (바로) 방금 잘 아는 잡니다. (명함 꺼내 내밀며) 무전취식이라.
참 듣도 보도 못한 상스러운 죄목이네요. 어디에 싸인하면 되죠?
저승 (!!!..) 너.. 명함이 있어?!
경찰 ???
S#46. 경찰서 앞 (밤)
저승 풀려났다. 경찰서 앞, 주차장 걷는 도깨비와 저승.
저승 어떻게 된 거야. 넌 왜 명함 있어!
덕화 (차 쪽에서 달려오며) 끝방삼초온~ (두부 내밀며) 두부 드세, (요)
저승 너 알았어? 이 자에게 명함이 있더구나!
덕화 명함이요? 당연히 있죠. 우리 회사 다 삼촌 거예요.
호텔, 무역, 선박, 정유, 건설, 가구 다요. 모르셨어요?
도깨비 (말리는 척) 됐어. 말 안 했어. 내가 이렇게 큰 사람이다.
덕화 삼촌 두부 두부 빨리요. (신나서) 아 나 이런 거 진짜 해보고 싶었는데.
저승 삼촌이나 조카나. 비켜!
저승, 도깨비랑 덕화 째려보고 삐쳐서 앞서 걷는데.
저승, 팔짱 꽉 낀 채로 사람들에게 안 부딪치려고 애쓰며 걷는다.
덕화 근데 저 삼촌은 왜 맨날 저렇게 걷, (하다 번뜩!) 나 눈치 깠어 눈치 깠어.
나 알았어 알았어! 그때 손닿으면 뭐 보인다고 한 거 그거!
도깨비 인간의 전생.
덕화 (놀라 손으로 입 가리며) 헐.. 손닿으면 전생이 보인다니.
그럼 삼촌은? 삼촌은 뭐 그런 특기 없어?
도깨비 난 살아있는 게 특기야. (차로 가면)
덕화 (쫄쫄 따라가며, E) 비오는 거 말곤 없구나? 그지?
S#47. 도깨비 집/ 2층 은탁 방 (밤)
은탁, 가지런히 개켜진 여름옷들 차곡차곡 옥장판 가방에 넣고 있다. 메밀꽃 끼워놓았던 동화책도, 도깨비에게 빌려주었던 필사책도 넣고 돌아보면, 침대에 메밀군 놓여 있다. 은탁, 메밀군 향해,
은탁 걱정 마. 너 두고 안 가. 넌 데리고 갈 거야. (약간 서글프게 메밀군 보는데..)
(시간경과)
불 꺼진 방, 옥장판 가방 일각에 가지런히 놓여 있고, 방은 텅 비었다. 그때 노크 소리 들린다.
잠시 후 문 벌컥 열어보는 누군가, 도깨비다. 텅 비었다. 하 이것 봐라? 빡친 도깨빈데.
S#48. 도깨비 집/ 거실 (밤)
핸드폰 걸며 쿵쾅쿵쾅 계단 내려오는 도깨비.
저승 (슥 지나가며) 기타누락자는 아직 안 들어 왔나 보네. 그 친구 만나나..
도깨비 (빡! 하는데 그 순간 핸드폰 연결 됐다)
은탁F 여보세요?
도깨비 너 지금 어디야.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안 들어와 이 험한 세상에!
은탁F 지금 오후 일곱 시고요. 제가 지금 바빠서요. (뚝)
도깨비 (빡쳐서 다시 거는데, “전원이 꺼져 있어..” 음성 안내뿐이고.. 아놔..!)
S#49. 거리 (밤) → 전체 수정
은탁이 귀신들 모아놓고 엄마 얘기 들었던 골목이다. 도깨비 무서운 얼굴로 서 있고,
도깨비 무서워서 담벼락에 바짝 붙어서 있는 귀신들.
담벼락 일각엔 단란주점 광고전단지 덕지덕지 붙어 있고. (삭제)
도깨비 (무서운 눈길로 쭉 훑다가) 도깨비 신부 본 귀신. 손.
처녀귀신 (번쩍 손들면!)
도깨비 어디서.
덕화E 삼초오온~
S#50. 도깨비 집/ 거실 (밤)
현관문 열고 덕화 족자 들고 강아지처럼 뛰어 들어온다.
저승 (빨래 개키며) 니네 삼촌 없어. 나갔어.
덕화 아 그래요? 그럼 이것 좀 삼촌한테 전해주세요. 차에 두고 계속 깜빡한 거 있죠.
저승 (족자 받으며) 넌 카드 뺏기고 뭐 예쁘다고 순순히 배달이야.
덕화 (해맑은) 할아버지가 갖다 주면 용돈 준댔어요.
저승 인간들이란..
덕화 자본주의가 이렇게 무섭고 편리한 겁니다 끝방삼촌.
저승 (눈길로 족자 가리키며) 근데 이거 말이야. 너한텐 카드 주고 나한텐 집 줬으니까
너네 조부에게 준 건 더 비싼 거겠네.
덕화 그런가? 저도 뭔진 몰라요. (족자 당겨들며) 모르니까 한번 볼까요? 삼촌도 없는데?
덕화, 족자 펼치는데, 족자 속에 고이 감춰져있던 김선의 처연하고 아름다운 모습 드러난다..
저승 !!!!!
덕화 오 예뻐. 예뻐.
저승, 덕화가 펼친 그림 속 어린 왕비 모습 보는데 기분 울렁이며 이상해진다.
저승의 기억엔 없지만 왕여였던 자신이 그린 그림인 것이다.
저승, 처음 보는 것이 분명한 얼굴인데.. 오래 그리워한 기분이고..
덕화E 누구지? 삼촌 옛날 여친인가? 걍 골동품 같기도 하고? 그죠?
하고 저승 보는데, 그 순간 저승의 눈에서 거짓말처럼 눈물 후두둑 떨어진다!
덕화 (????) 끝방삼촌 왜 그래요..?
눈물 점점 굵어지고, 이내 심장이 찢기는 고통 느끼며 울음 우는 저승인데...
의아하게 그런 저승 보는 덕화고..
/(의아하게 보던 덕화, 순간적으로 미묘한 표정 되는 한 컷 필요. 16부에 사용 컷)
저승의 깊어지는 울음 그 위로 은탁의 노랫소리 얹힌다.
은탁E (♪) 그렇게 대단한 운명까진 바란 적 없다 생각했는데
그대 하나 떠나간 내 하룬 이제 운명이 아님 채울 수 없소~
S#50-1. 치킨 집 (밤) → 추가
써니, 반지 낀 손으로 턱 괸 채 쓸쓸히 창 밖 바라보고 있다.
S#50-2. (과거회상) 개경/ 김선의 사가/ 마당 (낮) → 추가
김선, 담장 너머에서 홀린 듯 김선 보고 있는 여와 눈 마주치고!
그 찰나, 중심 잃은 김선 어깨의 사발, 쨍그랑!
두 사람의 미래처럼 떨어져 산산조각 나고 만다!
삼신E 참으로 비통한 사랑의 시작이 아닐 수 없었지.
S#50-3. 카페 (밤) → 추가
삼신 슬프잖아. 운명이란 게. 사랑은 죄가 아니니. 그들은 죄를 지은 게 아닐지도.
심취해 떠드는 S라인 삼신인데, 보면 민재와 마주 앉아 있다.
민재 후.. 저는 무슨 죄를 졌길래 이렇게 갑자기 월세를 올리시는 건가요.
이렇게 갑자기 월세를 10만원이나 올리시면 진짜 곤란합니다.
삼신 총각 이사 온 후로 자꾸 꿈에 저승사자가 보인다니까.
민재 하하 네.. 아! 그리고 욕실에 자꾸 물도 새는데 대체 언제쯤,
삼신 그래? 그럼 씻지 마. 안 씻어도 예뻐. (커피 홀짝)
민재 (헉! 왠지 무서워...!)
S#51. 예식장 (밤)
은탁 (♪) 별처럼 수많은 사람들 그 중에 그대를 만나~
(객석 보던 은탁의 눈빛, 커진다! 보면) 꿈을 꾸듯 서롤 알아보고~
저만치 출입문으로 식장 안으로 들어오는 도깨비와 눈이 마주친 것이다.
도깨비, 맨 뒤에 가만히 서서 노래하는 은탁 바라보는데...
은탁, 깔끔한 정장 차려입고 축가 알바하고 있다.
은탁 (♪) 주는 것만으로 벅찼던 내가 또 사랑을 받고 그 모든 건 기적이었음을..
S#52. 거리 (밤) → omit
S#53. 야외 주차장 (밤) → 수정
은탁E (♪) 억겁의 시간이 지나도 어쩌면 또다시 만나 우리 사랑 운명이었다면
내가 너의 기적이었다면..
나란히 터덜터덜 걷는 은탁과 도깨비. 주차장 조명만 밝혀져 살풍경하다.
도깨비 노래 잘하더라.
은탁 (웃으며) 쫌. (하고)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요?
도깨비 니가 뛰어봤자 내 손바닥 안이지. 닭 집은. 알바 짤렸어?
은탁 알바를 늘렸죠. 축가 알바 좋거든요. 근데 결혼식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좀 이상해요.
도깨비 뭐가 이상한데.
은탁 그냥.. 아 나는 저렇게 촛불 밝혀줄 엄마도 없겠구나.. 아 나는 내 손 잡아줄
아빠도 없겠구나.. 같이 사진 찍어줄 친구도 없고.. 친구가 없으니까
축의금도 없겠고.. 히.. 뭐 그런 생각? 웃기죠.
도깨비 !!
은탁 그래서 아저씨 신부에 집착했던 거 같아요. 가족이 생기는 거 같아서.
나한테 없는 그 가족이란 게 운명처럼... 나한테 온 줄 알았던 거죠..
(하는데 갑자기 눈물 가득 차오른다)
도깨비 (!!!) 왜.. 울어. 나 미안하라고?
은탁 아뇨. 따지고 보면 미안한 거 난데요 뭐. 있잖아요.. 아저씨. 정말 미안해요.
내가 검 못 빼줘서.. 계속 말하고 싶었는데 우리 요새 보기만 하면 싸워가지고 히히.
(눈물 맺혀 웃는데)
도깨비 !!! (보면)
은탁 (눈물 씩씩하게 닦아내지만 계속 툭툭) 타이밍이 좀 그렇긴 한데, 이왕 말 나온
김에 해야겠다. 제가 지금 알바도 늘리고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저 나갈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주심 안돼요? 구박 하지 말고.
도깨비 !!!...
은탁 제가 준비돼서 나갈 때까지 수험생 할인으로 구박 50프로만 할인해 주세요. 네?
(눈은 울면서, 환하게 웃으며 애교부리는 모습이 더 슬프다..)
도깨비, 은탁의 고된 삶이 마음 아파 자기도 모르게 은탁에게 다가가 품에 꼭 안는다.
은탁, 놀라 굳었다. 흐린 가로등 아래. 그렇게 안고 있는 두 사람인데..
도깨비 (은탁 계속 안은 채) 할인은 안 되겠는데. 50프론 절대 안 돼.
은탁 (전에 도깨비처럼 놀라 굳은 상태 그대로 도깨비 품 빠져나와) 치. 45. (협상하는데)
도깨비, 그런 은탁 보고 환하게 웃는다. 그러다 하얗게 굳는 도깨비의 얼굴.
그 순간, 검이 웅- 울면서, 극심한 고통 느껴진 것이다!
도깨비 !!! (아.. 윽.. 가슴 부여잡고 고통스러워하는데)
은탁 왜요? 아파요? 혹시 검 때문에요? (하며 검 만지는데, !!!) 어.. 왜지?
아저씨.. (밝게) 검이.. 잡혀요..!
도깨비 !!!!
은탁 잠깐만요. 잠깐만 참아요. 내가 빼줄게요.
하며, 은탁 말릴 틈도 없이 검 잡아 당기는데.. 검, 정말로 스윽, 움직인다!!
은탁, “어! 움직여요!” 하는데, “안 돼!” 하며 도깨비, 반사적으로 은탁 확 밀쳐내자,
스스로도 제어하지 못한 어마어마한 힘에 은탁 속수무책으로 붕- 날아가는데!!
놀란 도깨비 휙- 푸른 불덩이로 날아가 은탁 백허그 해 감싸지만!
제어되지 않는 파워에 은탁 안은 채로 그대로 함께 계속 밀리며,
콰당 콰당 쿵! 날아가고 구겨지는 주차된 수어대의 차들!
도깨비NA 신탁이 맞았구나... 내가 본 미래가 맞았구나...
이 아이로 인해 이제 난... 이 불멸의 저주를 끝내고 무無로 돌아갈 수 있겠구나..
겨우 멈춰 서, 그대로 안고 있는 도깨비와 은탁의 위로..
도깨비NA 인간의 수명 고작 백년.. 돌아서 한 번 더 보려는 것이 불멸의 나의 삶인가,
너의 얼굴인가. 아.. 너의 얼굴인 것 같다..
은탁, 간신히 떨리는 젖은 눈꺼풀 들어 올리는데.. 안도감에 그제야 눈물 훅 터진다.
울음소리 듣는 도깨비, 검의 통증과는 비교할 수 없이, 아프다.. 그런 둘의 슬픈 백허그에서,
7부 엔딩!!!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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