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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모 8

 


 (복동) 아니 되옵니다  저하, 저하!


 [울먹이며] 저하, 저하


 [휘의 힘주는 신음]  [태감의 힘겨운 신음]


 아유, 저하


 (지운) 저하


 [힘주는 신음]  [태감의 힘겨운 신음]


 [거친 숨소리]


 [아파하는 신음]


 어찌 그런 것이냐?


 어찌하여 그런 일을  저질렀냐는 말이다


 널 믿은 날


 이리 실망시키는구나


 [애절한 음악]


 [떨리는 숨소리]


 잘하셨습니다


 (지운) 저하께선 분명


 잘하신 것입니다


 태감도 날려 버리는  배포를 가진 대장부께서


 (지운) 어찌 이리 엄살이신지


 이만 됐습니다


 (지운) 이것만 마저 하겠습니다


 지금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태평관에서 절 보신 거


 알고 있습니다


 가선 안 될 자리에 제가 있어  실망하셨다면 죄송합니다


 하나 그날


 결단코 부끄러운 일  한 적 없습니다


 그러니 혹시라도  그 일로 오해를 하셨다면…


 오해한 적 없습니다


 정 사서는


 그럴 사람이 아니란 걸  알고 있으니까요


 하면 왜


 연회 때 제게 그리  차갑게 대하신 겁니까?


 그건…


 (휘) 나 때문에 정 사서가  곤란해지는 게 싫었습니다


 하여…


 [잔잔한 음악]


 저도 같은 마음입니다


 그러니 제 마음을 아신다면


 제게 더는 차갑게  대하지 말아 주십시오


 (지운) 자, 이제 됐습니다


 [멋쩍은 숨소리]


 [밝은 효과음]


 [김 상궁의 떨리는 숨소리]


 [한숨]


 (김 상궁) 그…  [휘가 빗을 툭 내려놓는다]


 정말 괜찮대도 그러십니다


 손도 성치 않으시면서


 [김 상궁의 놀란 숨소리]  [휘의 한숨]


 (휘) 가만있어 보라니까


 [김 상궁의 한숨]


 [옅은 웃음]


 곱네


 짧은 머리도


 정말 고와


 태감 덕분에  저하께 제 머리도 맡겨 보고


 이리 호강을 다 합니다, 제가


 (복동) 저하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아휴


 태감의 수하가 찾아왔습니다


 예부시랑과 정 사서 모두 불러  함께 술 한잔하자시던데…


 태감이 말이냐?


 (복동) 예, 몰래 익위사라도  배치시키라 할까요?


 [한숨 쉬며] 되었다


 그런 얕은수를 쓰다가  더는 문제가 생기면 안 되니


 (휘) 내 먼저 가 있을 테니


 너는 정 사서를 데리고  태평관으로 따라오너라


 (복동) 예, 저하


 [풀벌레 울음]


 어찌 예부시랑께서는  보이시질 않습니다


 사내끼리 술 한잔 기울이며  풀릴 회포를 가지고


 (태감) 주변의 여러 사람  피곤하게 해서야 되겠습니까?


 앉으시지요


 [휘의 한숨]


 내 화해도 청할 겸


 세자 저하께 재미난 걸 좀  보여 드리고자 이리 모셨는데


 어떠십니까?


 나와 보거라


 [긴장되는 음악]


 내 듣기로 저하를 지키는 저자가  조선 제일 검이라던데


 둘이 붙으면  누가 이길 것 같습니까?


 [한숨 쉬며] 별로  알고 싶지 않군요


 (휘) 이것 때문에 부른 것이라면


 저는 흥미 없으니  그만 돌아가 보지요


 궐로 돌아가자


 [칼을 드르륵 끈다]


 [무사1의 기합]


 [가온의 힘겨운 신음]


 [무사1의 기합]


 [힘겨운 신음]


 멈추어라, 이 무슨 짓이냐!


 [가온의 힘겨운 신음]


 [가온의 힘겨운 신음]  [무사1의 기합]


 [무사1의 힘주는 신음]


 [가온의 거친 숨소리]


 [거친 숨소리]


 (태감) 명나라 제일 검이라는 놈이  [어두운 음악]


 제 주인이 피떡이 되었을 때  마침 또 자리를 비웠지 뭡니까


 하여 내 저놈에게


 녹봉 값은 하도록 기회를  줘야 될 것 같아서 말입니다


 당장 멈추십시오, 당장!


 (태감) 왜, 나를 때릴 때는  그리 신났더니


 제 사람이 맞는 건  보기가 싫으신가 봅니다?


 [태감의 코웃음]


 [가온의 거친 숨소리]


 [가온의 힘주는 신음]  [박진감 넘치는 음악]


 [무사1의 힘주는 신음]  [가온의 힘겨운 신음]


 [기합]


 [무사1의 힘주는 신음]


 [가온의 힘주는 신음]


 [가온의 힘겨운 신음]


 [무사1의 기합]


 [가온의 힘겨운 숨소리]


 (휘) 멈추라지 않았더냐!


 네놈이 이 조선 땅에서


 나의 몸에 생채기를 내고서도  무사할 것 같으냐!


 [거친 숨소리]


 괜찮으냐?


 [무사1의 기합]


 [무거운 음악]


 [기합]


 [무사1과 지운의 거친 숨소리]


 세자 저하의  손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지운) 너는 이제


 죽는다


 나한테


 정 사서


 괜찮으십니까, 저하?


 [달려오는 발걸음]


 (복동) 저하!


 저하, 저하!


 [휘의 힘겨운 신음]  어이구, 이, 이보게…


 (예부시랑) 이게 다 무슨 일이야!


 의원을 불러오너라!  [수하들이 대답한다]


 (복동) [울먹이며]  이, 이보게, 괜찮은가?


 아유


 [놀란 숨소리]


 치, 재미없게 됐구먼


 (태감) 어쩌자고 저하 앞에서  칼을 꺼낸 것이냐


 [성난 숨소리]


 (휘) 이게 대체 무슨 짓입니까


 (태감) 의도치 않게  싸움이 좀 격해진 모양입니다


 (휘) 불만이 있으면  내게 직접 말하십시오


 더는 죄 없는 이들은  건드리지 말고!


 제가 어찌 저하께 그리하겠습니까


 (태감) 뭐, 어차피  아랫것들 부리는 이유가


 다 이리 대신 매 맞고


 뭐, 구린 일  뒤처리시키기 위해서일 텐데요


 이러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원하는 것이 뭐란 말입니까


 (태감) 원하는 거?


 아, 하나 있군요  내가 조선에 바라는 거


 [어두운 음악]  [태감의 한숨]


 저하처럼 배부르게 자라


 백성들을 위하는 척  가증이나 떠는 인간들을


 모조리 밟아 버리는 것이  제가 바라는 것이지요


 그럼 술은 다음에  마시도록 하시지요, 저하


 [한숨]


 [복동의 다급한 신음]


 [지운의 거친 숨소리]


 (김 상궁) 이, 이, 이, 이리


 (복동) 눕히십시오


 [복동의 힘주는 신음]


 (복동) [울먹이며]  아유, 어떡합니까?


 깨어날 수 있을까요?


 다행히 출혈은 멈췄지만


 상처가 깊어  지켜봐야 할 거 같습니다


 (김 상궁) 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랍니까?


 [어두운 음악]


 [한숨]


 [풀벌레 울음]


 [새가 지저귄다]


 [다가오는 발걸음]


 (관원) 대감, 태평관에서  급히 전갈이 왔는데


 세자 저하의 호위 무사가


 태감의 무사에게 당해  크게 다쳤다 합니다


 [놀란 숨소리]


 저하께선 무사하시다더냐?


 예, 막 동궁전으로 돌아오셨답니다


 [안도하는 숨소리]


 태감은 지금  태평관에 있는 것이냐?


 (태감) 지금 뭐라 그랬느냐!


 [남자1의 놀란 숨소리]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그 아이 얘기를 꺼내는 것이야!


 (남자1) 아니, 그러니까


 그러니까 우리 서로  피 볼 일 만들지 말자는 말입니다


 불쌍한 그 애를 위해서라도


 내게 이러면 안 되는 것이지 않소!


 - (태감) 뭐라? 이!  - (남자1) 아이고, 아이고  [어두운 음악]


 [성난 숨소리]


 [떨리는 숨소리]


 내일 밤 내가 찾을 것이니


 가서 조용히 기다리거라


 [남자1의 다급한 숨소리]


 (남자1) 예, 알겠습니다


 아이고, 아이고


 [긴장되는 효과음]


 (태감) 자은군께서 이 시각에  나를 찾은 용건이 뭐요?


 (현) 저하의 호위 무사가


 태감의 무사에게 당해  크게 다쳤다더군요


 동궁전 상궁의 머리카락을  끊어 낸 일도 모자라


 이제는 무사까지 해치시다니


 그 저의가 궁금하여 말입니다


 [헛웃음]


 아랫것들끼리의 일로  어찌 이리도 호들갑들인지


 (현) 참


 제가 아주 흥미로운 얘기를  들은 게 있었는데


 황제의 신뢰를  무척이나 받고 있는 누군가가


 황실로 들어가는 물건들을  빼돌린다 하더군요


 아마 황제의 내탕금에도  손을 대는 거 같다던데


 태감께선 그게 누군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의미심장한 음악]


 [코웃음]


 (태감)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문을 가지고


 뭐, 지금 나를 협박하겠다는 거요?


 황제께서 태감께  거는 기대가 크시다지요?


 (현)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니


 일이 시끄러워지길  원하지 않으신다면


 태감께서도 그저 조용히 계시다가


 떠나시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태감) 우습군


 자은군께서 내게 이럴 이유가  없을 것 같은데


 태감께선 잘 모르시나 본데


 (현) 저는 이럴 이유가  아주 많은 사람입니다


 [가온의 힘겨운 숨소리]


 [북이 둥둥 울린다]


 (의금부도사) '대역죄인  강화길을 참수형에 처한다'


 [먹먹한 효과음]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떨리는 숨소리]


 [긴장되는 효과음]  [각설이의 기합]


 [사람들의 비명]


 (휘) 아, 움직이지 말거라  크게 다쳤다  [가온의 힘겨운 신음]


 송구합니다


 (가온) 저하를 지켜야 할 본분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아니다


 나 역시 널 지키지 못했다


 무엇이 그리 분하고 서글프더냐?


 (휘) 꿈에서조차 고통스러울 만큼


 [휘의 한숨]


 아직 몸이 성치 않으니


 움직이지 말고 쉬거라


 [문이 달칵 열린다]  [잔잔한 음악]


 [문이 달칵 닫힌다]


 [한숨]


 [풀벌레 울음]


 (휘) 형님


 (현) 호위 무사는 괜찮습니까?


 [한숨 쉬며] 예  위험한 고비는 넘겼습니다


 (휘) 동궁전 사람들이 저 때문에  자꾸 고초를 겪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질 않네요


 그게 어찌 저하 때문입니까


 태감 그자 탓이지요


 태감은 위험한 자입니다


 그러니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시면


 곧바로 제게 말씀해 주십시오


 [옅은 한숨]


 저하께서 아프시면 저도 아픕니다


 (현) 그러니 힘들어 마십시오


 저하껜 제가 있지 않습니까


 고맙습니다, 형님


 [풀벌레 울음]


 (지운) 태감의 처소에서  수상한 자를 봤다고?


 (현) 그래서 말인데  지운이 네가 좀 도와줘야겠다


 [새가 지저귄다]


 (휘) 공물을  두 배로 늘려 달라니요?


 이 역시 태감이 요구한 것입니까?


 [한숨]


 제가 태감을 만나 보겠습니다


 (혜종) 그럴 필요 없다


 이 일은 내가 해결할 것이다


 그러니 세자는 더 나서지 말고  그만 물러가거라


 그럴 순 없습니다


 (휘) 태감과의 문제는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한 번만 더 저를 믿어 주십시오


 제게


 기회를 주십시오, 아바마마


 (복동) 태감 그자는  왜 자꾸 그런답니까?


 같은 조선인끼리  돕지는 못할지언정


 하여튼 아는 놈이  더 무섭다고, 아휴


 [의미심장한 음악]  (태감) 원하는 거?


 저하처럼 배부르게 자라서


 백성들을 위하는 척  가증이나 떠는 인간들을


 모조리 밟아 버리는 것이  제가 바라는 것이지요


 [미심쩍은 숨소리]


 정 사서가 예부시랑과  친하다고 했지?


 예, 그렇게 듣긴 했습니다만…


 태감에 대해 좀 알아봐야겠다


 [복동의 당황한 신음]


 [긴장되는 음악]  [풀벌레 울음]


 (현) 오늘 밤 태감을 미행하면


 그자의 정체를 알 수 있을 거야


 [긴장한 숨소리]


 (복동) 아니, 그, 정 사서께선  시강원엔 안 계시고


 어? 태평관엔  무슨 볼일이 있다고, 참


 아이고, 저, 저하, 저하, 저기


 [의미심장한 음악]


 (휘) 넌 여기서 기다리거라


 (복동) 예? 저, 저, 저하


 아유, 또 무슨 일을  벌이시려고, 참


 [초조한 신음]


 [긴장되는 음악]


 [지운의 긴장한 숨소리]


 (태감) 여기서부턴 혼자 가마


 기다리고 있거라


 네


 [무사2의 기합]


 (수하) [중국어]  이 사람 죽여 버려!


 [무사들의 기합]  [박진감 넘치는 음악]


 [거칠게 싸운다]


 [무사3의 기합]


 [거칠게 싸운다]


 [지운이 칼로 쓱 벤다]


 [수하의 다급한 신음]


 [연신 거칠게 싸운다]


 [무사4와 지운의 기합]


 [긴박한 음악]


 [무사5의 기합]  [지운의 힘겨운 신음]


 [무사6의 기합]  [휘의 힘주는 신음]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휘가 칼로 쓱 벤다]


 [거칠게 싸운다]


 [긴장되는 음악]


 (지운) [한국어] 여길 어찌…


 (휘) 조심하십시오


 [무사들의 기합]


 [거칠게 싸운다]


 [남자1의 다급한 숨소리]


 [남자1의 놀란 숨소리]


 아이고, 세상에


 [남자1의 놀란 숨소리]


 (태감) 다시 한번  그 아이를 빌미로 날 협박한다면


 그땐 네놈의 목을  날려 버릴 것이야


 아무렴, 걱정 마시오


 다시는 찾지 않을 테니, 예


 [의미심장한 음악]


 [달려오는 발걸음]


 [수하의 놀란 신음]


 누군가 뒤를 밟았습니다


 어서 여기를  피하셔야 될 거 같습니다


 뭐라?


 [긴장되는 음악]  [거칠게 싸운다]


 [무사들의 기합]  [휘의 힘주는 신음]


 [무사들의 힘겨운 신음]


 [긴장되는 효과음]


 [지운과 휘의 힘겨운 신음]


 (지운) 괜찮으십니까?  [어두운 음악]


 [긴장되는 효과음]


 (관군1) 멈춰라!


 [거칠게 싸운다]  [긴장되는 음악]


 (휘) 이쪽으로


 (현) 이곳에서 소란을 피운 자는


 모조리 잡아들여야 할 것이다!


 (관군들) 예!


 (관군2) 서라, 거기 서라!


 [주변이 소란스럽다]


 [박진감 넘치는 음악]


 [지운의 거친 숨소리]  (휘) 어, 정 사서


 (지운) 비켜 주십시오  가 봐야 합니다


 (휘) 아, 이미 놓쳤습니다


 알아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휘) [지운을 탁 잡으며]  어찌 이리 무모합니까


 [지운의 힘겨운 신음]


 [지운의 힘겨운 신음]  [휘의 놀란 신음]


 [휘의 다급한 숨소리]


 상처가 깊습니다


 치료부터 해야겠습니다


 [지운의 힘겨운 숨소리]


 전 괜찮습니다


 저하께선 괜찮으십니까?


 (휘) 여기도 다친 겁니까?


 여기도요?


 [휘의 다급한 숨소리]  [잔잔한 음악]


 또?


 또 어딜 다치신 겁니까?


 저하


 대체 왜 이런 짓을 한 겁니까?


 (휘) 기대십시오


 (지운) 예?


 다리가 이래서  걸을 수나 있겠습니까?


 (휘) [힘주며] 그러니 내게  기대란 말입니다


 [지운의 힘겨운 신음]  [휘의 힘주는 신음]


 조심


 [풀벌레 울음]


 (현) 깊은 밤 태감께서  이런 곳엔 어찌 걸음 하셨습니까?


 [한숨]


 (태감) 오랜만에 고향에 왔으니


 둘러볼 곳들이 있어 간 것인데


 뭐가 잘못됐소?


 아


 한데 하필 그 근방에서


 수상한 움직임이  목격되었다지 뭡니까


 (현) 혹여 태감을  노린 자객은 아닐까


 영접의 책임자로서 걱정을  쉬이 내려놓을 수가 있어야지요


 [태감의 웃음]


 괜한 걱정이오, 관군들을 물리시오


 (현) 그럴 수야 없지요


 행여라도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서는 아니 될 것이니


 태감께서 조선을  떠나시는 그날까지


 이곳 태평관의 호위를  더욱 강화토록 하지요


 [어두운 음악]


 [한숨]


 [달려오는 발걸음]


 태감의 비밀 장부가  분명 처소 주변에 있을 것이다


 태감의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말고 살피거라


 (관군3) 예, 대감


 [풀벌레 울음]


 (지운) 태감이 수상한 자를  만나는 걸 봤다는 말에


 뒤를 쫓고 있었습니다


 (휘) 태감이요?


 에이, 그렇다고 이리 무모하게…


 (지운) 송구합니다


 도움이 되어 드리고 싶었는데…


 (휘) 아직 많이 불편하십니까?


 (지운) 아, 아닙니다


 한데


 저하께선 제가  그리 걱정되셨습니까?


 [잔잔한 음악]


 하긴


 제가 잘못되면


 이제 이 정도 쓸 만한 사서는  구하지 못하실 테니


 겁이 나실 만도 하지요


 (휘) 지금 웃음이 나오십니까?  [지운의 힘겨운 신음]


 (지운) 아, 아, 저하  저 지, 진짜 아픕니다


 어, 정 사서…  [지운의 힘겨운 신음]


 괜찮습니까?


 (휘) 미, 미안합니다


 어, 어서…


 [지운의 헛기침]


 [지운의 힘겨운 숨소리]


 [휘의 힘주는 신음]


 저하


 [멀리서 개가 짖는다]


 (현) 괜찮으십니까?


 저하께서 어떻게…


 (휘) 너무합니다, 형님


 저한테는 말도 안 하시고


 (현) 그것이…


 (지운) 아, 그게…


 (휘) 그래서  이제 어찌하실 겁니까?


 [휘의 한숨]


 함께하시지요


 저도 같이 말입니다


 [상인의 미심쩍은 숨소리]  [거리가 시끌벅적하다]


 (상인) 이 사람은 왜 찾소?


 (휘) 아, 내, 그, 귀한 것을  모으는 취미가 있네


 그자가 좋은 물건을  많이 가졌다는 소문이 자자해서


 소개비는 넉넉히 주겠네


 [지운의 웃음]


 (지운) 아주 넉넉히


 물건은 이미 내가 받아 뒀는데?


 (지운) 그럼 그것도 우리가 사겠네


 [손가락을 탁 튀기며] 곱절로


 (상인) 씁, 어, 그  한두 푼이 아닐 것인데  [상인의 웃음]


 어떻게?


 (지운) 아  [지운의 웃음]


 아, 그, 보시다시피  우리가 요 얼굴과 이


 [지운이 숨을 씁 들이켠다]


 재력 빼면 시체입니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상인의 놀란 숨소리]


 [함께 웃는다]


 [흥미로운 음악]


 (상인) 아, 여기 있소


 아이, 그, 노름에  미쳐 있나 보던데


 명나라 후궁 부모라고  어찌나 거들먹거리던지, 응?


 내가, 이, 똑똑히 기억한다니까


 [흥미로운 음악]


 (상인) [놀라며] 어이구  이, 이, 이 귀한 걸


 아, 딸이 황제 폐하께  총애를 받는다더니


 그, 참말인가 보오?


 (남자1) 떽! 언젠 못 믿겠다더니


 [상인의 멋쩍은 신음]  값이나 제대로 쳐주게, 응?


 (지운) 태감에게 받은 물건값이  제법 두둑하다 했으니


 분명 여기 먼저 찾을 것입니다


 [흥미진진한 음악]  [사람들이 시끌시끌하다]


 (지운) 후궁의  아비라는 자를 잡으면


 그자가 태감을 협박하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휘) 그것이  태감의 약점이 되겠군요


 [도박장이 시끌시끌하다]


 "아홉, 아홉"


 [남자2의 못마땅한 신음]


 [남자1의 신난 탄성]


 (남자1) 아이고  이거 미안해서 어쩌냐?


 [의미심장한 효과음]


 "열, 열"


 (지운) 이번 판은  제가 먹었습니다, 형님


 (남자1) 에이그, 퉤!


 재수가 없으려니까, 퉤!


 (지운) 어어! 가시게?


 (남자1) 나 지금  다 잃은 거 안 보여? 지금?


 [버럭 하며] 어? 어?


 (질금) 에헤, 그  알 만한 양반이 왜 이러실까?


 한 사람 빠지면  오늘 판 자체가 깨져 버리는데


 안 그래? 맞지? 그렇지?


 (지운) 아, 그러니까


 아, 앉아 보시오, 내 빌려드릴게


 나 그리 정 없는 사람 아니야


 오! 이렇게 귀한 걸 어디서…


 어라? 이거…


 (지운) 왜, 아는 물건이야?


 [작은 목소리로] 엄청 귀한 건데


 이거 명나라에서 온 거거든


 [작은 목소리로] 잘 알지


 이거 내가 판 건데


 [흥미로운 음악]


 어유, 그랬어?


 (지운) 야, 이런 걸  인연이라 하나 보네


 내 얼마나 형님을  찾아 헤맸었는지!


 [지운과 질금의 웃음]


 [쾅 소리가 들린다]  (남자3) 어? 관군이다!


 [사람들의 놀란 신음]


 - (남자4) 관군이다!  - (지운) 형님, 형님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지운) 저쪽, 저, 저, 저…


 [질금의 다급한 신음]


 [질금의 비명]


 (질금) 나리!


 나리, 잘못했습니다  살려 주십시오


 저는 그저 동생 약값이라도  벌어 보려고 그런 건데…


 [다급한 숨소리]


 (남자1) 어이구


 [피식 웃는다]


 뭐야, 너 뭐 하는 놈이야, 인마?


 응, 그건 알 거 없고


 [지운이 숨을 씁 들이켠다]


 그, 같이 좀 가 주셔야겠어


 [겁먹은 숨소리]


 [위협하는 숨소리]


 (남자1) 가까이 오지 마  어? 가까이 오지 마!


 (지운) 하, 쯧


 그거 놔


 그래 봤자, 그, 형님만 다친다니까


 [위협하는 숨소리]


 [남자1의 힘주는 신음]  [흥미진진한 음악]


 [남자1의 아파하는 신음]  [뼈가 우두둑거린다]


 아! 아, 팔, 팔, 아유, 팔 아파


 (남자1과 지운)  - 아, 아, 팔 부러질 거 같아  - 아이, 거


 세게 잡지도 않았는데 엄살은, 참


 (지운) 어때, 됐어?


 [남자1의 못마땅한 숨소리]


 [지운의 당황한 신음]


 [못마땅한 숨소리]


 - (지운) 형님  - (남자1) 아, 오지 마


 (지운과 남자1)  - 아이, 말로 한다니까, 참  - 오지 마, 오지 마, 오지 마


 (지운) 아이, 형님  말로 한다니까, 씨


 [남자1의 놀란 신음]


 [지운이 가쁜 숨을 내뱉는다]


 (수하) [중국어] 야, 얼른 와  그 사람 데리고 와!


 가!


 (지운) [한국어]  네가 이놈 좀 데려가라


 여긴 내가 맡을 테니까


 괜찮겠어?


 치, 물론이지


 곧장 가, 절대 뺏기지 말고


 [지운이 숨을 후 고른다]  [남자1의 당황한 신음]


 (남자1) 잠시만, 아니  아니, 저, 저기, 아니, 저…


 [지운의 결연한 숨소리]


 [무사들의 거친 신음]


 [긴장되는 음악]


 [무사7과 지운의 기합]


 [거칠게 싸운다]


 [수하의 초조한 신음]


 [지운의 힘겨운 신음]


 [지운의 거친 숨소리]


 [거칠게 싸운다]


 [무사1의 기합]


 [지운의 힘겨운 신음]


 [긴박한 음악]  [긴장한 숨소리]


 [화살이 휭 날아온다]


 [무사8의 힘겨운 신음]


 [말 울음이 들린다]  [수하의 놀란 신음]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저하


 [무사9의 힘겨운 신음]


 [다급한 신음]


 [말 울음]  [거칠게 싸운다]


 (휘) 혼자서 가능하겠느냐?


 물론입니다, 저하


 (휘) 늦었습니다


 (지운) 딱 맞춰 오셨습니다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힘들 뻔했거든요


 어서 타십시오


 (지운) 예


 [지운의 거친 숨소리]  [말의 투레질]


 부탁한다


 [거친 숨소리]  [말 울음]


 [지운과 휘의 기합]


 [긴장되는 음악]


 [무사10의 기합]


 [거칠게 싸운다]


 [무사10의 힘겨운 신음]  [가온의 거친 숨소리]


 [박진감 넘치는 음악]


 [무사1의 기합]


 [서로 힘주며 싸운다]


 [가온의 힘주는 신음]  [무사1의 힘겨운 신음]


 [가온의 힘주는 신음]  [거친 숨소리]


 [새가 지저귄다]


 [지운의 힘겨운 숨소리]


 (휘) 참으로 말도 안 듣습니다


 다치지 말라 그리 일렀건만


 송구합니다


 [지운의 힘겨운 숨소리]


 (휘) 별것도 아닌 걸로 엄살은


 [지운의 힘겨운 신음]


 아니, 엄살이라니


 (지운) 이 상처 보셨지 않습니까


 얼마나 아팠는데


 저니까 이만큼 참은 겁니다


 고맙습니다


 잘 참아 줘서


 (휘) 그리고


 함께해 줘서


 [잔잔한 음악]


 앞으로도 늘  함께해 드리고 싶습니다


 저하께서 허락하신다면 말이지요


 [힘겨운 신음]


 [지운의 힘겨운 숨소리]


 [놀라며] 아이고


 (남자1) 아이고, 아이고


 [남자1의 겁먹은 숨소리]


 사, 사, 살려 주십시오


 제발 이 목숨만은…


 (휘) 자, 이제 말해 보거라


 태감이 숨기고 있는 것이  대체 무엇인지


 [의미심장한 음악]


 [남자1의 머뭇거리는 신음]


 [풀벌레 울음]


 [의미심장한 효과음]


 이게 다 뭐요?


 어찌 그리 굳으셨습니까?


 (휘) 앉으시지요


 사내끼리 술 한잔에 풀릴 회포를


 제가 너무 재미없게  굴었던 거 같아서요


 화해도 청할 겸


 저도 태감께 재미난 걸 좀  보여 드릴까 하는데


 참으로 배포가 크시더군요


 황제의 것을 다 탐하다니


 [의미심장한 음악]


 [책을 탁 집는다]


 태감께서 황제의 내탕금을  관리하시던 기록입니다


 (태감) 그걸 어찌…


 요청하신 공물은 줄 수 없겠군요


 (휘) 이것이 밝혀지면  태감께서도 꽤 곤란을 겪을 테니


 아니 그렇습니까?


 나를 보자고 한 것이


 그 때문이었소?


 왜


 [의아한 숨소리]


 또 다른 것도 찔리는 것이  꽤 있나 봅니다?


 [침을 꿀꺽 삼킨다]


 [코웃음]


 [책을 쓱 집는다]


 (휘) 이건 내가 잘 간직하지요


 타국에서 어렵게 쌓은 명성을


 이리 허무하게 무너뜨려서는  아니 될 테니 말이지요


 [와장창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


 [거친 숨소리]


 (태감) 세자에게  어? 모든 걸 고했다니


 (남자1) 내 목숨이 위태로운데  어찌하나


 이제 어찌하면 좋겠나?


 자네와 정이 사이가 밝혀지면  우리 모두 끝장 아닌가, 어?


 [긴장되는 음악]


 [남자1의 간절한 숨소리]


 내 딸 좀 살려 주게


 불쌍한 우리 딸을 제발, 어?


 [태감의 거친 숨소리]


 그 아이 목숨으로  협박할 땐 언제고


 이제 와 걱정되긴 하나 보지? 어?


 [긴장한 숨을 내뱉는다]


 아이고


 [코웃음]


 (휘) 내 그자에게  조용히 떠나라 하였는데


 기어코 태감을 찾아갔나 보군요


 대체 무슨 꿍꿍이냐?


 더 큰 약점을 잡고도  모른 척 숨긴 이유가


 숨긴 적 없다


 (휘) 어차피 태감의  그 애타는 사랑 얘기 말고도


 내탕금을 빼돌린 장부까지  내 손에 있으니


 그런 얘기 따위엔  관심이 없었을 뿐이지


 아


 조금 놀랍긴 하더군


 후궁의 부모라는 자가


 자기 딸을  팔아넘긴 것으로도 모자라


 둘의 관계를 발설하겠다며  목숨값까지 요구하였는데도


 용케 참아 냈었다니


 그만큼 그녀를 사랑했던 건가?


 황제의 여자를 말이야


 [태감의 분한 숨소리]


 감히 그 가증스러운 입에  그 아이를 올리지 말거라


 혹시라도 그 아이를 건드린다면


 내 절대 가만있지 않을 것이야!


 (태감) 내 모든 걸 이용해서


 너와 조선에게 복수할 것이니라!


 [거친 숨소리]


 복수?


 [어두운 음악]


 (휘) 네 부모가  널 팔아넘기고 받은 몸값이


 고작 쌀 한 섬이었다 들었다


 맨살이 다 터지도록  걷고 걸어 국경을 넘었지만


 이방인이라는 이유로  또 모진 매질을 당했겠지


 그렇게 매일 밤  널 팔아 버린 네 부모와


 죄 없는 백성을 넘긴 이 나라를


 원망하며 살았을 것이다


 복수하고 싶었겠지


 이제 와 네게 설설 기는  인간들을 보자니


 얼마나 구역질이 났겠느냐


 하나


 그래서는 안 되었다


 너 역시 그런 인간들과  똑같아지려고


 그 고생을 했던 것은  아니었을 테니


 잘난 척하지 말거라


 너 역시 내겐


 그들과 다름없는  똑같은 인간일 뿐이야


 [헛웃음]


 [무거운 음악]  그래, 맞다


 나 역시 그들과 다를 바 없지


 (휘) 아니


 너를 버린 이 나라의 세자이니


 이런 내가


 더욱 원망스럽겠지


 [헛웃음]


 닥치거라


 네놈에게 더 이상  동정 따윈 듣고 싶지 않다


 (휘) 동정이 아니다


 그저


 이 나라의 세자로서


 네게 사과를 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때


 춥고 배고프게  이 나라를 떠나게 한 것에 대해


 용서를 구하마


 그녀와의 비밀 역시


 끝까지 묻어 줄 것이다


 너희들이 그것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아팠을지


 나 역시


 조금은 알 것도 같으니 말이다


 [잔잔한 음악]


 [태감의 힘겨운 신음]


 (환관1) [중국어] 억울해?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마


 네가 훔친 거 맞지?


 (환관1) 말해, 안 그러면  끌고 가서 죽여 버리겠어


 꺼져, 고국으로 가라


 (환관2) 개새끼  [태감의 아파하는 신음]


 [거친 숨소리]


 [태감의 힘겨운 신음]


 [울먹이는 신음]


 [풀벌레 울음]  (여인) [한국어] 괜찮아요?


 [태감의 아파하는 신음]


 많이 아프죠?


 [새가 지저귄다]


 [한숨 쉬며] 피 좀 봐


 [피식 웃는다]


 (예부시랑) [중국어] 다음에


 언제 또 오실지 모릅니다  더 보고 가십시오


 그래도 여기는 태감의 고국입니다


 [한국어] 고국은 무슨


 [잔잔한 음악]


 [피식 웃는다]


 (휘) 두 분께 은혜를 입었습니다


 [풀벌레 울음]


 너도 고생하였으니


 오늘은 이리 와 술 한잔 마시거라


 (지운) 씁, 편히 앉으시게


 [지운의 웃음]


 자, 자, 다들 잔들 채우셨으면


 다 같이 짠 한번  하시겠습니까, 저하?


 [피식 웃는다]  [지운의 웃음]


 짠


 [밝은 음악]


 [지운의 힘겨운 숨소리]


 [피식 웃는다]


 (현) 언제부터 저하께  그리 충신이 되셨나?


 우리 정 사서께서


 (지운) 아이, 그야


 제가 의리 빼면 시체라는 거  아시지 않습니까, 저하


 그렇지요?


 아…


 예, 뭐, 그런가 보지요


 [휘가 피식 웃는다]


 [지운의 황당한 웃음]


 아니, 저하


 제게 이러실 겁니까?


 (지운) 아이, 저 진짜  정말 서운합니다


 알겠네, 일단 진정하고  내 저하께 드릴 말씀이 있는…


 [지운의 놀란 신음]


 [휘와 현의 웃음]  아니, 내 저하께  드릴 말씀이 있다니까!


 [휘의 힘겨운 신음]


 [웃음]


 [지운의 못마땅한 신음]


 저하, 어찌 웃으십니까?


 저하, 저 그냥은  못 넘어가겠습니다


 제게, 제게 그리 말씀하시면  저 서운합니다!


 [지운의 힘겨운 신음]  [현의 웃음]


 (휘) 앉으시지요, 어서


 (지운) 아, 군대감  좀 도와주십시오


 아, 저하  제게 진짜 그러실 겁니까? 아…


 (휘) 자, 자


 [휘의 힘주는 신음]


 [술 취한 목소리로] 저하


 (지운) 하, 이…


 [술병을 탁 치며]  딱 한 잔만 더 하시지요


 딱 한 잔만 더…


 [익살스러운 음악]


 아, 좀 나와 보시게


 내 저하께 지금 한 잔만  더 하자고 얘기하고 있는데


 [웃으며] 저하  한 잔만 더 하시지요


 아이, 참…


 (현) 자넨 정 사서를  좀 데려다주게


 저하는 내가 모실 테니


 군대감, 나 안 취했소


 아, 군대감!


 아, 저하, 아이고, 저하, 잠시만


 아, 저하, 딱 한 잔만  더 하시면 안 됩니까?


 딱 한 잔만


 아이고, 팔


 아, 잠깐만 좀…


 아, 잠깐만, 잠깐만 놔 보시게


 [지운이 연신 술주정한다]


 (지운) 아니, 글쎄, 이보시오


 이보시오, 나는 안 취했소


 [지운이 구시렁거린다]


 아, 마, 말을 좀 해 보시게


 어? 말을 좀…


 [지운의 힘겨운 신음]


 [지운의 다급한 숨소리]


 [지운의 힘주는 신음]


 [피식 웃으며] 한 잔만


 응?


 우리끼리 딱 한 잔만 더 할까?


 내 자네가 예전부터  아우처럼 그리 정이 가더라고


 [지운의 웃음]


 자네도 그렇지? 응?


 전 별로…


 [지운의 힘겨운 신음]


 [헛웃음]


 에이, 씨  매정한 사람 같으니라고, 쯧


 [지운의 힘겨운 신음]


 [한숨]


 [부드러운 음악]


 (지운) 긴히 드릴 말씀이 있네  [지운의 힘겨운 신음]


 [웃음]


 [피식 웃는다]


 [휘의 웃음이 맴돈다]


 어유


 아이


 [휘의 웃음이 맴돈다]


 [피식 웃는다]


 [웃음]


 [웃음]


 아, 왜 자꾸 웃음이…


 자꾸?


 (지운) [놀라며] 자꾸?  [익살스러운 효과음]


 왜, 왜, 왜 자꾸…


 [당황한 숨소리]


 [풀벌레 울음]


 [잔잔한 음악]


 [문이 덜컹 열린다]


 [밝은 효과음]


 (지운) 저하


 [딸꾹질]


 정 사서


 [당황한 숨소리]


 (휘) 아니, 혼자 여기서  뭘 하고 계신 겁니까?


 아, 그게…


 [풀벌레 울음]


 [지운의 헛기침]


 (지운) 놀랐습니다


 이곳을 아는 사람은


 저와 그 아이 둘뿐이라서요


 아


 그때 말한 그 궁녀 말입니까?


 반딧불이가 밝아서 따라오다가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휘) 문이, 문이 있더라고요


 [잔잔한 음악]


 정 사서가 전부 꾸민 겁니까?


 아, 예


 [살짝 웃는다]


 그래서 그 주막에  꽃들을 가져왔었군요


 [피식 웃는다]


 (휘) 아, 한데


 대체 이 술들은 다 뭡니까?


 (지운) 아, 그…


 잠도 안 오고


 다들 어찌 그리 매정한지


 저는 이제 막  시작이었는데 말이지요


 해서


 궐을 이리 정 사서의  개인 주막으로 쓰시는 겁니까?


 아니, 뭐, 가끔…


 예


 아니라곤 못 하지요


 참 정 사서답군요


 [웃음]


 그리 웃지 마십시오


 - 예?  - (지운) 예?


 아니…


 아, 아, 그  아, 아, 그, 그러니까…


 (지운) 아참, 그  여쭤보고 싶었던 게 있었는데


 진짜 그 여인에게 태감이  삶의 의미 같은 존재라 생각해


 그냥 보내신 겁니까?


 [옅은 한숨]


 제 의지와 다른 삶을  살아간 사람들이 아닙니까


 (휘) 그래서 숨길 수밖에 없었던  그 마음들이


 너무 안타까워서요


 [옅은 한숨]


 신기합니다, 가끔


 기루에서 처음 뵈었을 때


 그 서슬 퍼런 분은 어디 가고


 이리 여리신 분이셨나 싶어서요


 [살짝 웃는다]


 [부드러운 음악]


 (휘) 천천히 좀 드시지요


 아까도 그렇게나 많이 마셨으면서


 아, 그…


 목이 조금 타서  [어색한 웃음]


 [피식 웃는다]


 [지운이 떨리는 숨을 고른다]


 (지운)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이


 술에 취해 옆에 있는 사람  볼에다가 입을 맞췄는데


 (영지) 그 사람 좋아한대요?


 [밝은 효과음]  (범두) 가끔 환각도 보이고  환청도 들리는 게


 상사병이야!


 (지운)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죽여 주십시오, 저하


 (휘) 반가의 여인 같은데  왜 홀로 궐을 돌아다니는 거요?


 (혜종) 간택이라니요?


 (대비) 하루바삐 국혼을 진행시켜  후사를 이어야지요


 저하께서 혼인을 하신단 말입니까?


 (현) 저하께선  마음에 담으신 분은 없으셨습니까?


 (지운) 부탁이 있습니다, 저하


 한 번만 안아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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