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에나 8
H팀에 새로 영입한 게 정금자 변호사?
보통 센 여자가 아닙니다
그래요?
다들 기쁜 소식 들으셨죠?
(필중) 음
아, D&T 건이 상장까지 훌륭하게 마무리됐습니다
정 팀장, 윤 팀장, 잠깐 자리에서...
아, 그동안 고생했던
우리 팀 전원에게 격려의 박수 한번 부탁드립니다
아, 오늘은 기쁜 소식이 하나 더 있네요
저 말고 대표님이 한 분 더 계시죠 이 송&김에
[웅장한 음악]
김민주 대표님 오늘부로 복귀하십니다
[변호사들의 박수]
올 거면 미리 언질이라도 주지 그랬어, 김 대표
형부가 미리 준비하실까 봐요, 내 복귀
(지은) 김민주 대표, 고 김병훈 변호사님의 둘째 딸이시고요
뭐, 아시겠지만
송&김의 전신이 김병훈 법률 사무소였습니다
송필중 대표님이
고 김병훈 변호사님의 첫째 사위이신 거고요
송필중이랑 김민주 둘이 서로 땐땐해 보이던데
뭐, 머리가 둘이면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지은
많이 늘었다
[웃음]
금자 님 곁에만 5년입니다
(지은) 뭐, 풍월 정도는 읊습니다
[지은의 웃음]
그럼 뭐, 이제 하산할래?
그런 말씀을
- 다음 건 - (지은) 네
(지은) 오늘 비서들끼리 점심 먹었습니다
식사의 화두는 단연 김민주 대표님과 정금자 변호사님
뭐, 김 대표는 그렇다 치고 나는 왜?
왜 안 궁금하겠습니까?
(지은) 요 근래 송&김에서 가장 핫한 분이신데
뭐 하고 살아오셨는지 어떻게 살아오셨는지
어찌나 캐묻던지
그래서
뭐라 그랬는데?
같이 궁금해했습니다
(지은) 그럼 이만
[피식 웃는다]
[엘리베이터 도착음]
[놀라는 신음]
아, 진짜
[돈식의 한숨]
[카드 인식음]
[문이 드르륵 열린다]
희선, 아니
정금자 변호사님 사무실 방이 어디죠?
(돈식) 아, 저쪽 끝에서 두 번째 방입니다
아, '메르시 보쿠'
[흥미로운 음악]
(지은) 예, 알겠습니다
네
희선...
아니, 정금자 변호사 안에 있어요?
아, 진짜 희선이 입에 붙었어, 그냥 [입을 푸르르 턴다]
약속하셨습니까?
약속은 무슨 혼자서 한답니까?
전화도 안 받아 주는데 약속은 무슨 약속
[익살스러운 음악] (지은) 어머, 잠시만, 잠시만, 잠시만, 어이구
저희가 그, 룰이란 게 있어서요
(유미) 어허, 그럼 안에 있긴 있다는 소린데
[지은의 당황한 웃음]
소란 피우시면 경비 부르겠습니다
[코웃음] 비키라고, 나 송&김 고객이야
[지은의 힘주는 신음] 저희 변호사님 고객님은 아니시죠?
아씨, 아, 비켜
[지은의 힘주는 신음] [유미의 아파하는 신음]
(지은) 고객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된다고요 [유미의 짜증 섞인 신음]
(금자) 왜 그래?
[문을 똑똑 두드린다]
[흥미로운 음악]
[한숨]
들어와
[유미의 한숨]
앉아
[유미의 헛기침]
[유미의 헛기침]
(유미) 무슨 비서가 깡패야
[금자의 한숨]
(금자) 뭔데, 용건이?
[어이없는 신음] 선배 진짜 뻔뻔하다
(유미) 어쩜 이래?
[헛기침]
선배 김희선 아니라면서?
어? 우리 동문도 아니라면서?
어떻게 그걸 그리 속여?
윤희재랑 한번 자 보려고 거짓말한 거야
[익살스러운 음악]
- 왜? 응? - (유미) 어?
그래서 뭐?
내가 김희선이 아니라 정금자여서 그게 뭐?
아, 아, 아니...
뭐, 나 때문에 손해 본 거 있어?
돈 뜯겼니?
그, 아, 그럼 희재가 너무 안됐잖아
아니, 내가 윤희재한테 결혼을 하자고 했어, 뭘 했어?
혼인 빙자도 아니고
(금자) 같은 변호사라고 그러면 안 만나 줄 거 같아서
선배, 희재가 그렇게 좋았어?
껍데기만, 어?
[유미의 한숨] (금자) 껍데기는 괜찮잖아
데리고 다니기 폼도 나고
(유미) 아무튼 선배 연애는 선배 문제이긴 한데
내 문제는 내 거긴 하지만...
어쨌든 선배, 나 좀 도와줘라
희선...
아, 아니, 아니, 그, 그, 금자 선배
나 지금 진짜 심각하거든
선배가 나 도와줘야 해
아니면 선배
신고할 거야
신고?
(금자) 나를?
어디에다가?
아이, 노, 노, 높은 데
[금자의 코웃음] [흥미로운 음악]
(유미) 선배, 다쏴줄게 알지?
양아치 같은 대부업체
게네가 막 지금 나 협박하고 난리야
뭐, 시멘트로 공구리 쳐 버린다나 어쩐다나
선배가 게네 변호사라며?
뭐, 어떻게 할 수 있다던데, 안 그래?
[한숨]
가기혁 변호사가 그러던?
뭐...
뭐, 그런 거, 그런 거까지는 아니고...
근데 아닌 게 아닌 것도 아니고...
너랑 가기혁 변호사밖에 모르는 거지?
어?
나랑 윤희재
그, 그럼
[금자의 한숨]
(금자) 그 얘기 새어 나가면 나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한다
명심해
그럼 셧 더 마우스 하면 도와주긴 한다는 거지?
너 하는 거 봐서
선, 선배
언제가 됐건 내가 연락할 때까진 근처에 얼씬거리지도 말고, 어?
공구리 쳐 버리는 수가 있다
[한숨]
가 봐
(돈식) 고객님
정금자 변호사는 왜, 무슨 일로?
기다리래요 공구리 쳐 버리는 수가 있다고
[흥미로운 음악]
[헛웃음]
[돈식의 한숨]
(돈식) 일단 김 대표님이 등장해서 찬물을 끼얹긴 했습니다만
정금자가 윤희재랑 이대로 승승장구라도 하면...
(석구) 자기들도 모르는 사이에 H팀이 되는 거지
H팀요?
그게 뭡니까?
(석구) 쉿
있어도 없는 팀
네?
[긴장되는 음악] (변호사1) 정 총리가 사명 은행 정보를
마이클에게 넘겼고
이후 제삼자를 통해서 전달된 3억 원의 돈
(석구) 송&김의 역사고
대한민국 최정예
전설의 변호사 팀이지
(석구) 지금도 VIP 자료실엔
나라를 들썩거리게 할
사건의 진실들이 있다고 하면
믿어지겠나?
(돈식) 아, 그럼 정금자랑 윤희재가
송&김의 실세가 되는 건 시간문제 아닙니까?
[웃음]
돈식아
나무만 보지 말고 이, 숲을 보라고, 응?
송&김에서 H팀으로 살아남은 사람은 송필중 대표뿐이야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헛웃음]
정금자는 쓰고 버릴 카드로 조건이 완벽한데
그래도 이번에 날아다녔다고...
그래 봤자 출신이 다르잖아?
난 영...
걸려
영, 뭐가 말입니까?
송 대표가 윤희재한테 정금자를 붙였다는 게
[자동차 리모컨 작동음]
[의미심장한 음악]
어이
하던 퇴근 마저 하시지, 왜? 뭐?
여기 인간들이 마지못해 박수 쳐 주니까 좋았어?
(희재) 혹시 인정받았다고 착각할까 봐
아니, 난 통장에 찍힌 액수 보니까 인정받았다는 확신이 들던데
[웃음] 어때?
그 사이즈 자체가 다른 물에 발이라도 담가 본 감상이랄까?
[풉 웃는다]
당신이야말로 우아하고 안일하게 앉아서 서류만 넘기다가
정금자 방식으로 빡세게 움직여 보니까 어때?
엔도르핀 확 돌지?
음, 변호사로서 부끄러움이 확 돌더라
[풉 웃는다]
어차피 따라올 거
뻣뻣하게 굴지 말고 좀 쉽게 갑시다, 다음부턴
(희재) 정금자
난 좋았어, 당신이랑 일하는 거
[차 문을 달칵 연다]
내일 봅시다
[차 문이 쾅 닫힌다]
[자동차 시동음]
[타이어 마찰음]
[한숨]
[잔잔한 음악]
[피식 웃는다]
(필중) 아, 수고하셨습니다, 정 변
(금자) 네
(필중) 어떻게, 회식이라도 했습니까?
(금자) 못 했습니다, 아직
D&T, 생각보다 뒤처리할 게 많네요
상장까지 마무리, 아주 깔끔했습니다
(필중) 통제하기 힘들었던 손 대표도 제자리에 앉혀 놓고 말이죠, 대단해요
아, 정 변은 그게 좋아요
날이 빠짝 선 칼 같아서 언제든 쓰고 싶거든
아직 다 안 보여 드렸는데
빠짝 선 날
(금자) 필요하시면 언제든 말씀해 주세요
풀 충전 대기 중이니까
잔고만 두둑이 채워 주시고
[웃음]
어쨌든 이번 건으로
정변에 대한 내 기대, 꽤 커졌습니다
(필중) 음
이거, 회식이라도 좀 하세요
아, 그리고 이번엔 좀 다른 건인데...
[문이 달칵 열린다]
아, 다시 부를게요, 따로 얘기합시다
(금자) 네, 그러시죠
[금자가 봉투를 쓱 집는다]
[긴장되는 음악]
[문이 달칵 닫힌다] 아, 벌써 출근인가?
(필중) 음, 앉아
아, 오랜만에 한국 들어온 건데 며칠 좀 쉬지 그랬어?
(민주) 오퍼레이터가 둘이라 나도 그러고 싶은데
뭔가 소외되는 거 같아서요 형부한테, 나
(필중) 아, 그럴 리가 있나
내가 와서 불편하진 않으시죠?
아, 불편한 게 뭐 있어?
(필중) 혼자 들던 거 둘이 들면 나야 편하고 좋지
아예 푹 쉬시면 더 편하실 거예요
[웃음]
(민주) 정금자 변호사 형부가 데려왔다면서요?
운영위 반대도 무릅쓰고
걱정 마세요
내 허락 안 받았다고 클레임 거는 거 아니니까
정금자, 내가 좀 써도 되죠?
아, 들어오자마자 일하게?
(필중) 좀 쉬면서 천천히 해도, 뭐...
그럴 수야 있나요? 누구 좋으라고
[무거운 음악]
민주야
요즘도 일주일에 한 번씩 언니 보러 간다면서요?
(민주) 15년을 한결같이 참 지극정성이에요?
처음부터 그런 사고가 없었으면 그럴 필요도 없었겠지만
(필중) 들어왔으니 한번 인사라도 가야지?
언니도 많이 기다릴 텐데 뭐, 같이 가도 좋고
나 가요
(민주) 아참
4분기 실적 보고서 좀 부탁해요 직접, 괜찮겠죠?
[입소리를 쯧 낸다]
[한숨]
(유미) 정말 희선 선배 만나서 부탁한 거 맞아요?
- 아니... - (유미) 진짜로?
(기혁) 그, 희선 선배가 아니라 금자 선배
- 뭐든 됐고요 - (기혁) 아, 예
이제 더 이상은 못 참아
아니, 정 변호사가 나서기로 했다면서요
(기혁) 그럼 뭐라도 하겠죠
아니, 제가 보니까 그 사람이 이렇게 헛말하는 스타일은 아닌 거 같아요
[기혁의 웃음] 물론 좀 이렇게 거친 면이 좀 있기는 한데
(유미) 아, 왜 갑자기 희선 선배를 감싸고 난리래?
아니, 금자 선배
아니, 아니, 제가 감싸는 게 아니라...
[유미의 한숨]
(유미) 갑시다
(기혁) 가요? 어딜?
(유미) 이 정도 셧 더 마우스면 내 평균은 애초에 끝났어요
높은 사람, 가 변보다 훨씬 더 높은 사람을 만나야겠어요
만나서 내가 확 다 불어 버릴 거야 아주 그냥
[기혁의 당황한 신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아, 그래 봤자 아무 소용 없다니까요
아, 비밀은 비밀일 때가 가치가 있는 거지 [흥미로운 음악]
(기혁) 아니, 다 알아 봐요 그걸 어디에다 써먹어요?
[답답한 한숨] 내가 씨알도 안 먹히니까 이러는 거 아니에요
아, 도대체 정금자랑 윤희재랑 애인 사이였다는 걸
이용해 먹을 수 있긴 한 거야?
이봐요, 심유미 씨?
아니, 그런 예쁜 입으로
(기혁) 그렇게 무책임한 이야기 하는 거 아닙니다, 어?
[익살스러운 효과음]
사귀긴 누가 사귑니까? 예?
(기혁) 증거 있습니까?
[유미의 한숨] [익살스러운 음악]
아니요
- (기혁) 지금 가셔야죠? - (유미) 네?
가시죠
자, 그럼 저쪽으로
네, 그러시죠
(기혁) 아, 저기, 귀한 손님이 오셔서 제가 직접 모셔다드리겠습니다
예, 잠깐 기다려 주십시오, 네
네, 마 변호사님, 어디 계세요?
드릴 말씀이...
아, 가세요
우리 이제 큰일 난 거예요?
(유미) 들킨 거죠?
떠도는 소문을 얘기한 거뿐이에요
(기혁) 우, 우리는 그냥 잘 모르고
다 들키면 희선...
(유미) 아니, 금자 선배가 안 도와줄 거 아니에요
아, 그냥 소문일 뿐인 거예요
(기혁) 어, 일, 일단 들어가세요 제가 연락드릴게요
- 꼭 - (기혁) 꼭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걱정스러운 한숨]
[들뜬 신음]
(지은) [코를 킁킁거리며] 응? 돈 냄새가 납니다
[코를 킁킁거린다]
혹시 대표님께서 금일봉 주셨습니까?
응, 어디 보자
[금자의 놀라는 신음]
(금자) 송&김 사이즈가 다르긴 다르다
회식 장소 잡자
그럼 팀 전체 회식입니까?
그럼 뭐, 너랑 나랑 둘이 하리?
[웃으며] 그건 아니...
[지은의 놀라는 신음]
(지은) 아, 그럼 일단 좌우당간 소고기로 하겠습니다
(금자) 당신 좋을 대로
(지은) 아, 잠시만
금자 님
혹시 심유미 전화 안 받고 계시죠?
차단 걸어 놨어, 왜?
아, 그래서 저한테 하루에 백 통씩 온답니다
(지은) 제발 어떻게 좀 해 달라고요
[떨리는 숨소리]
저도 좀 어떻게 해 주십시오
[한숨]
(상미) 변호사님
오늘 회식 있다는데요?
- 회식요? - (상미) 네
아, 제가 스케줄이...
프리하십니다
퍼펙트하게
뭐, 알겠습니다
(상미) 저, 변호사님?
[흥미로운 음악]
[상미의 헛기침]
저도 꼭 참석하고 싶습니다
소고기 회식
[피식 웃는다]
꼭 그렇게 하세요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불판에서 칙 소리가 난다]
[기혁의 웃음]
(창욱) 아이, 돼지 곱창 묵으러 가자니까
(기혁) 아이고, 단백질 좀 섭취하세요 돼지기름만 그만 드시고
(창욱) 이 양반이 뭘 모르는 소리 하고 있네
아니, 돼지 곱창에는 말이야
(기혁) 아이고, 먹어 봐요, 먹어 봐
아, 맛있다니까?
저도 한잔 주시죠
(희재) 루이스 까냐스 리오하 레제르바 셀렉시온 데 라 파밀리아 2007년산
뭐, 흔한 스페인 와인이지만 맛은 흔하지 않을 겁니다
소주만 줄곧 마셔 대던 어떤 여인도
참 즐겨 마시던 와인입니다
입에 맞으실 거예요
한잔하시겠어요?
(금자) 요즘 트렌드는
각자 알아서 아닌가?
[희재의 헛웃음]
잔 참 터프하게 넘기신다
그러다 목젖까지 들어가겠어
[희재의 웃음]
(창욱) 나 변은 술 좀 하는가?
(이준) 조금 합니다, 아주 조금
(기혁) 카, 술도 못해, 운전도 못 해
평생 공부만 했지? 그렇지? 연애도 안 해 봤지?
카, 보니까 그런 냄새가 나, 어
아닙니다, 많이 해 봤습니다
(기혁) [헛웃음 치며] 많이? 얼마나?
(이준) 초등학교 때부터 하면 한 열 명 정도?
- (창욱) 오 - (기혁) 어?
아, 개뻥
(상미) 가 변호사님은 모솔에 가까우시죠?
[이준이 풉 웃는다]
[기혁의 웃음]
[상미의 웃음]
(기혁) 아, 나 상미 씨 그렇게 안 봤는데
이거, 상미 씨 사람 보는 눈이 뭐 빙다리 핫바지 수준이네
동기분들이 그러시던데요?
(상미) 의외로 숙맥에 소심해서 여자 겁내는 스타일이시라고
[헛웃음 치며] 누가 그런 소리를 해?
아, 내, 내, 내, 내, 내가?
- (상미) 네 - (기혁) 내가?
[기혁의 웃음]
- (상미) 왜? - 하지 마
로펌 회식에 팩트 체크는 기본이야 알잖아?
(지은) [속삭이며] 아, 그런데 이렇게 화나셨잖아
저기, 근데
두 분은 언제부터 그렇게 친하셨어요?
(지은) 네?
(상미) 지은 씨가 송&김 오기 전부터 친했는데요
[경쾌한 음악]
안 친해요, 안 친해
(상미) 우리 친하잖아
(지은) [속삭이며] 가만히 있어
[상미와 지은이 소곤거린다]
[놀라는 신음]
내가 무슨 책, 무슨 음악을 좋아하는지 언제 빨래방을 가는지
(상미) 네?
뭐 하니, 고기 안 먹고?
(현아) 빨래방 이용하세요?
그랬죠
새벽 시간이 조용하고 집중이 잘되거든요
(희재) 생각 정리하기도 좋고
(현아) 그럼 언제 한번 같이 갈까요?
저도 요즘 회사에서 날 새우는 시간이 많아서
[한숨]
(희재) 이제는 안 갑니다
왜요?
빨래방에서 만난 어떤 양아치가
뒤통수를 아주 세게 후려쳤거든요
빨래방만 생각하면 치가 떨립니다, 제가
(상미) 왜, 잘못했어?
(지은) 쉿!
- 김상미 씨? - (상미) 네?
어디 가서 제발 내 사생활 얘기 좀 하지 마세요
알아들었어요?
(희재) 알아들었냐고요!
(상미) 네
[금자가 젓가락을 탁 놓는다]
(금자) 회식 자리 싸하게 하는 재주 있으시네요, 윤희재 변호사님
뭐요?
좋은 자리에서 쪼잔하게 뭘 그딴 걸로 비서를 다그치고 그러시냐고요
아이, 그딴 거?
그딴 거라고 했어요, 지금?
그딴 거 아니면
(금자) 아니, 같은 일 하는 사람끼리 이것저것, 밥 먹다가 술 먹다가
아니, 상사 흉도 보고 그러는 거 아닌가?
[휴대전화 진동음]
(금자) 어
뭐?
어, 알았어, 내가 그리로 갈게
[한숨]
저는 좀 일이 있어서
자, 그럼 남은 시간은 부디 즐겁게 보내시고
[한숨] (기혁) 아이참, 불편하다, 불편해, 어이구
(이준) 한잔하시죠?
(창욱) 아이, 분위기 봐라, 이거
껍데기 묵으러 가자니까
[옅은 신음]
[기혁의 웃음] (지은) 조심, 조심, 조심, 조심
(기혁) [술 취한 목소리로] 2차 가자, 2차
(희재) 아휴, 씨, 좀, 씨
[흥미진진한 음악]
(지은) 혹시 궁금해하실까 봐... [희재의 힘주는 신음]
[희재의 한숨]
전 두 분 응원하고 있습니다
[기혁의 힘겨운 신음]
- (이준) 하이에나들! - (창욱) 아이, 놀라라, 씨 [밝은 음악]
하이에나들!
(기혁) 하이에나
(희재) 아휴, 좀
뭐 하나만 잡으면 그냥 물고 뜯고
(이준) 아주 인간미라고는 1도 없고
- (기혁) 1도 없어, 1도 없어 - (희재) 아휴, 좀
(창욱) 아이고, 그래, 응, 자, 자
어이구, 어이구
[기혁의 웃음] (창욱) 어, 들가, 들가이소
(희재) 타라고
(기혁) 아이, 왜 [희재의 힘주는 신음]
[기혁이 중얼거린다]
(희재) 아휴, 씨
[기혁의 힘겨운 신음]
(지은) 조심히 가세요
(상미) 들어가세요
(지은) 응원해요!
(창욱) 자, 우리 이제 2차 가야지?
(기혁) 윤 변, 희재야
너, 이 자식아
네가 정말로 좋아했던 여자가 [희재가 혀를 쯧 찬다]
정금자 변호사냐?
그 여자가 너 속였지?
[희재의 한숨] 그렇지?
그래서 너 아까 막 그런 거야?
너 아직도 그 여자 좋아하냐?
너 그럼 안 돼, 너희
둘 다 골로 가
골로 가
[기혁의 놀라는 신음]
[흥미로운 음악]
2차
(희재) 왜, 뭐, 왜?
- (기혁) 2차? - (희재) 어, 자
(기혁) 어
고마워
[기혁의 한숨]
[혀를 쯧 찬다] [잔잔한 음악]
[한숨]
(금자) 그게 무슨 말이야?
(금자) 어?
왔으면 앉아
무슨 얘기냐니까? 잘려?
(금자) 갑자기 왜? 뭐 때문에?
너 혹시
나 때문이니?
[무거운 음악] [한숨]
[금자가 혀를 쯧 찬다]
[금자의 깊은 한숨]
(주호) 어차피 잘됐어
이참에 돈이나 벌지, 뭐
먼저 나간 선배들 중에 여기저기 자리 잡은 사람들도 좀 있으니까
부탁하면 어떻게든...
넌 내가 책임져
미리 걱정하지 마
[한숨]
뭐야, 이거?
일단 가지고 있어
[한숨 쉬며] 어디든 자리 나면 바로 부를 테니까
[금자의 한숨]
그 인간
나왔대
[무거운 음악]
모범수로 감형돼서
[금자 모의 비명]
누나, 걱정하지 마
(주호) 내가 어떻게든
누나 근처에 얼씬도 못 하도록 내가...
내가 만들 테니까
[떨리는 숨소리]
[금자 부가 구시렁거린다] [금자 모의 비명]
[금자 부의 힘주는 신음] [금자 모의 신음]
[사이렌이 울린다] (어린 금자) 엄마를 죽였다고요
근데 어떻게 이렇게 빨리 나올 수가 있어요?
(변호사2) 어, 주취에 의한 상해 치사네
이 경우는 그럴 수 있어
고의가 아니니까
제가 죽어야 끝날 문제겠군요
[변호사2의 한숨]
[어두운 음악]
[어린 금자의 떨리는 숨소리]
(어린 주호) 누나!
고의 증명하면 어떻게 되는데요?
[어린 금자의 떨리는 숨소리]
(어린 금자) '고의가 인정되는 경우'
(금자 부) 야! [놀란 숨소리]
나와!
(금자 부) 야!
(어린 금자) 이거 놔!
(금자 부) 미쳤냐? 응?
[어린 금자의 신음] 미쳤어?
[금자 부가 소리친다]
[금자 부의 놀라는 신음]
이년 봐라?
너도 한번 죽어 봐, 이 새끼야!
죽어!
[무거운 음악]
[떨리는 숨소리]
[우당탕 소리가 난다]
(어린 주호) 거기 119죠? 사람이 죽어요!
아, 사람이 죽는다고요!
[금자 부의 떨리는 숨소리]
[사이렌이 울린다]
(형사) 당신을 특수 상해 현행범으로 체포합니다
[무거운 음악]
(검사) 피고인이 살해 도구인 칼을 직접 구매한 영수증입니다
(검사) 피고인은 살해 목적이 없는 이상
이 칼을 구매할 이유가 전혀 없었습니다
(재판장) 피고인이 직접 살해 도구를 구매하는 등
(재판장) 사전에 치밀하게 계산하여
이 사건, 살인을 계획하고 시도한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징역 30년에 처합니다
[금자 부의 고함]
(금자 부) 술에 취해서 기억이 안 난다고!
놔, 놔!
[금자의 떨리는 숨소리]
[힘겨운 신음]
[잔잔한 음악] [한숨]
(기혁) 너
아직도 그 여자 좋아하냐?
너 그럼 안 돼, 너희
난 좋았어, 당신이랑 일하는 거
[한숨]
[통화 연결음]
나야
어디야, 지금?
뭔데, 용건이?
[희재의 힘주는 신음]
(희재) 혼자가 아니었나 봐
내가 누구를 만나든
둘이든 혼자든
당신이 상관할 바는 아닌 거 같은데
쯧, 그렇지, 그건 맞는데
이상하게 자꾸 상관하고 싶어지네
취했어?
취했지
(희재) 취했는데
당신한테 온 걸 잊을 정도는 아니야
내가
보고 싶었구나? 응?
[희재의 웃음]
[희재의 개운한 신음]
원래 소주 좋아하지?
(희재) 근데 나랑은 단 한 번도 소주를 마신 적이 없고
당신이 안 좋아하니까
어디에 살아?
[잔잔한 음악] (희재) 혼자 살아?
키우는 반려견은 있고?
지금 뭐 하자는 시추에이션이야?
부모님은?
살아는 계셔?
윤희재
알아 가는 거야
뭘 알아 가?
당신은 나에 대해서 모든 걸 알고 있잖아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싫어하는지
어디 사는지 부모 형제는 뭘 하고 있는지
(희재) 근데 나는 당신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게 하나도 없거든
알면?
알면 뭐 할 건데?
(희재) 하나씩 되짚어 보려고
어디쯤에 당신 진심이 있었는지
기대하지 마, 진심 없었으니까
(금자) 나는 당신이랑 달라
당신도 누누이 얘기했잖아
그만하고 가
취했어, 당신
[한숨]
앞으로 나올 건 실수밖에 없어
그리고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똑똑히 기억해
그냥 당신이 서 있는 그 자리에서
지금처럼 살아
[잔잔한 음악]
가족 소개든 지인 소개든 당신이랑 어울리는 사람 만나고 [피식 웃는다]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그냥 그렇게 살아
[헛웃음]
대대로 품위 유지하면서
기껏 술자리 한번 찾아왔다고 선을 확 긋네
이거 뭐, 누가 보면 프러포즈하다가 차이는 시추에이션인 줄 알겠어
그러니까 사람들 없는 데서 말하는 거 아니야
당신 체면 생각해서
[금자가 혀를 쯧 찬다]
겁나?
뭐가 그렇게 겁이 나?
내가 아는 정금자가 아닌데 이런 식이면
(희재) 용건이 뭐냐고 그랬지?
[한숨]
보고 싶어서 왔다, 밸도 없이
윤희재가 정금자 보고 싶어서
[잔잔한 음악]
[한숨]
봤으니까 간다
(금자) 윤희재 씨
[한숨]
나도 당신이랑 자꾸 엮이는 거 화나고 짜증 나
(희재) 근데
근데
눈앞에 안 보이면 그게 더 짜증 난단 말이지
짜증 나게 말이야
근데 여전히 소주는 별로다
[한숨]
[한숨]
아휴
쓰다, 써
(금자) 아휴
아휴, 머리야
아, 어지러워, 아휴, 어지러워
[괴로운 신음]
(금자) 속 쓰려
(지은) 누룽지입니다
(금자) 아휴, 아, 어지러워, 아, 어지러워
[금자의 힘주는 신음]
[금자가 입바람을 후 분다]
[개운한 신음]
당신은 괜찮니?
저는 뭐, 아침에 시원하게 게워 냈습니다
젊잖아요, 저는
좋겠다, 장 튼실해서
(유미) 정금자!
[흥미로운 음악]
선배님
정말 이러시기예요?
해결해 주시기로 하신 지가 언젠데
내 눈에 띄지 말라고 했지, 어?
공구리
[북소리 효과음]
[한숨]
따라와
[흥미진진한 음악]
(유미) 선배, 근데 진짜 무슨 수라도 있는 거예요?
아, 저 사람들 진짜 무섭단 말이에요
(금자) 좀 닥치고!
[한숨]
따라와, 그냥
같이 가
(조폭) 뭐야, 어이, 어이, 어이, 어이
누구십니까?
- 당신들 변호사 - (조폭) 뭐?
귓구멍에도 비계 껴서 잘 안 들려?
(금자) 너희 변호사라고, 비켜
(유미) 안녕하세요
- (상식) 아, 아 - (여자) 안 먹어
(상식) 아이, 맛있어 [여자의 애교 섞인 신음]
아, 그, 노크도 없이
[금자의 힘주는 신음]
나도 부탁해요, 설탕 셋, 프림 셋
너는?
난 블랙...
[헛기침]
나가 봐
[유미의 기침]
연락할 땐 안 받더니 여긴 웬일입니까?
(금자) 공문서 위조, 사기
공갈
협박
제가 맡고 있는 사건들이죠
다쏴줄게 강상식 대표님 관련
물론 큰형님께서는 아직 모르시고
(상식) 그래서?
손 털려고요
[흥미로운 음악] 이 시간부로 변호사 사임합니다
(상식) 뭐?
대신 검사 한 분 소개시켜 드릴게요
(금자) 형사 사건 전담으로다가 아주 그냥 피도 눈물도 없는 분이라
통하시는 게 많을 겁니다, 서로
갑자기 뭐 하는 거야?
협박
이게 진짜, 씨
(금자) 아니면 이런 방법이 있어요
심유미 씨 관련 서류입니다
얘기해, 그간 있었던 일들
총 2억 원 빌렸는데
원금, 이자 합쳐서 1년에 7억 2천 달라고
(금자) 그럼 하루에 이자만 200 꼴로 받으셨는데
법정 이자율 한참 넘기셨다
또
(유미) 상환 못 하면 회사 주식으로 대체한다고
심유미 씨 사무실 불법 점거 하고 계시죠?
유치권 행사야
(금자) 저 변호사입니다
법대로 하시죠
대부업법에 의거
연 24%의 이자, 이자 포함 2억 4천8백 받고 땡 치시는 걸로
[경쾌한 음악]
이런 미친...
(금자) 결정하세요, 지금 당장
검사한테 큰형님까지 소개시켜 드리기 전에
당신 목숨은 뭐, 두서너 개 되나 보지?
(상식) 왜 뜬금없이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걸어, 정금자 변호사님?
이유가 뭐야, 도대체?
당신한테 뭔데, 이 여자가?
제 목숨은 하나지만 제 손에 있지 강상식 씨한테 있지 않고요
(금자) 쟤랑 내 관계는 당신 소관이 아니고요
깔끔하게 끝냈으면 하고요
지금까지 우리의 인연
고민은 선택권이 있을 때만 하는 거라고 배웠습니다
큰형님한테 가면 뭐, 나도 죽겠지만
그쪽도 성치는 않으실 텐데요?
[상식의 떨리는 숨소리]
법대로 하면 어디까지 하겠다는 건데?
(금자) 사문서 위조, 공문서 위조 사기, 공갈, 협박
혐의 없음
으로는 못 해 드리고
밖에 있는 멍청이들 중에 재무 담당 하나 선임하시고
그 재무 담당이 대표님 모르게 처리한 걸로, 깔끔하죠?
길어야 1년 정도 살 겁니다
확실히 해
(상식) 나한테까지 오면 그때는 진짜로...
나 몰라요?
[긴장되는 음악]
(금자) 한번 뱉은 말은 지키는 여자입니다
자, 그럼 이번 생애의 우리의 만남은 여기까지
(유미) 안녕히 계세요
[문이 탁 닫힌다]
[분한 숨소리]
[짜증 섞인 신음]
(유미) 선배, 정말정말 이렇게 해결되는 거야?
끝났다, 더 이상 귀찮게 하지 마, 어?
그럼, 그럼
(금자) 하루에 수십 통씩 전화하지도 마
- 아니, 한 통도 하지 마, 어? - (유미) 어
유미
입단속 잘하고 있지?
어?
[유미의 헛기침] [익살스러운 음악]
어, 그럼, 그럼
심유미
선배랑 희재 관계 높은 사람이 알아
(유미) 아, 그게, 높은 사람이 갑자기 막 들어오는 바람에...
뭐?
아, 그게, 가 변이 막 떠벌리는 바람에
아, 그 얘기를 왜 지금 해?
(유미) 아, 미리 얘기하면 안 도와줄까 봐 그랬지
[금자의 한숨]
누구? 어? 높은 사람 누구?
몰라
아무튼 고마워 내 이 은혜는 평생 안 잊을게
잊어, 어?
아, 그냥 나란 존재 자체를 잊어
(금자) 잊는 게 도와주는 거야, 어?
다시는 내 눈앞에 띄지 말고, 어?
(유미) 응
잘 가
또 만나
응?
[휴대전화 조작음]
[휴대전화 진동음]
예
(유미) 가 변? 해결됐어요
[밝은 음악] 어, 금자 선배가 해결해 줬다니까!
아, 근데 금자 선배가 알아요
우리끼리 한 얘기!
높은 사람한테 들킨 거!
어? 아니, 어쩌다가요?
(유미) 데이트한다고 옷도 갈아입고 왔는데
인상 좀 풀어요
가 변 때문에 들켰단 얘기 안 했으니까
했구먼
예, 예, 에?
[한숨]
(유미) 그래서 내가 특별하게 가 변 모시고 좋은 데 가고 있잖아요
좋은 데 어디요?
[새들이 지저귄다] [밝은 음악]
[유미의 신난 신음]
- (유미) 너무 좋죠? - (기혁) 추운데
(유미) 춥기는
남자 자식이, 어깨 확 펴고
[기혁의 웃음]
(기혁) 근데 여기는 어떻게 알았어요?
가 변이랑 꼭 와 보고 싶었던 곳이에요
으음, 왜요?
나한테 아주 특별한 곳이니까
전남편이 결혼하기 전에 이 근처 살았거든요
그래서 주로 여기서 데이트를 했었는데
[기혁의 당황한 신음]
뭐요?
아니
전남편이랑 추억 돋는 곳을 이, 이렇게 좋은 날에 오고 싶었다?
그것도 저랑?
(기혁) 아니, 도대체 여자들은 머릿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 거예요?
아니, 그런 곳을 왜 저랑?
[헛웃음]
지금 질투하는 거예요?
[기혁의 헛웃음]
아, 무슨 소리세요?
저는 질투를 몰라요
(유미) 아이고, 귀여워
[유미의 웃음]
[잔잔한 음악] [기혁의 웃음]
(유미) 나는
쯧, 여기가 너무 좋았거든요
근데
여기를 올 수가 없는 거야
더 좋은 사람이랑 오고 싶었어요
추억은 계속 바뀌는 거니까
그러면 또 계속 다시 올 수 있는 거고
나 너무 이기적이지?
나 지금 고백하고 있는 거예요
왜 아무 말도 안 해요?
[기혁의 놀라는 신음]
[당황한 신음]
[말을 더듬으며] 아, 죄송해요, 제가 갑자기...
(직원) 어서 오세요
(남자) 네, 실례합니다
정금자 변호사 사무실요
[전화벨이 울린다]
네, 정금자 변호사 사무실입니다
- (남자) 아, 저기요 - (희재) 네?
(남자) 여기 정금자 변호사 사무실이 어디입니까?
어떻게 오셨죠?
[웃음]
[희재의 한숨]
(금자)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똑똑히 기억해 [잔잔한 음악]
그냥 당신이 서 있는 그 자리에서
지금처럼 살아
가족 소개든 지인 소개든 당신이랑 어울리는 사람 만나고 [희재가 피식 웃는다]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그냥 그렇게 살아
[한숨]
(금자) 대대로 품위 유지하면서
한 자, 한 자 똑똑히 기억이 난다
기억이 나, 에이씨, 쯧
(희재) 씨
(현아) 네?
어, 어,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
[헛웃음]
[한숨]
(현아) 어? 이거 정금자 변호사님 건데?
(희재) 제가 가져다줄게요
[피식 웃는다]
[옅은 한숨]
[지은의 한숨]
(금자) 왜 이러고 있어? 먼저 퇴근하라니까?
하, 금자 님 전화도 안 받으시고
(금자) 아, 배터리
뭔데?
그, 손님이 오실 때까지 기다리신다고
손님 누구?
아버님께서 오셨습니다
아버님? 누구 아버님?
변호사님요
무슨 소리야, 그게?
[의미심장한 음악]
[웃음]
[금자 부의 힘주는 신음]
[숨을 들이켠다]
여기가 어디라고
몰랐니?
가석방된 지 좀 됐는데
은영아
[무거운 음악]
(금자 부) 아, 이름 바꿨지, 참
정금자였나?
궁금하니?
내가 널 어떻게 찾았는지?
나가
당장
그동안 쭉 알아봤다
네가 어떻게 사는지
(금자 부) 출소하는 빵 친구들한테 부탁했지
너 좀 알아봐 달라고
그치들
그런 데 재주들 좋잖니
나가라고
안 들려?
[금자 부의 웃음]
[날카로운 효과음]
[금자 부의 헛기침]
[긴장되는 효과음]
저, 이거, 정금자 변호사 파일인데
(금자 부) 기도 많이 드렸다, 그동안
주님을 만나서 나도 새사람 됐지
[어두운 음악]
조금 있으면 목사 안수도 받는다
아주 은혜롭고
감사한 일이지
뭐?
(금자 부) 그래서 너도
나한테 용서를 빌었으면 한다
주님이 바라시는 대로
내 눈앞에서 사라지라고, 당장!
[금자의 떨리는 숨소리]
[웃음]
혈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한결같구나
(금자 부) 한번 들러라
기다리고 있으마
(금자 부) 아
[어색한 웃음]
[무거운 음악]
[떨리는 숨소리]
[거친 숨소리]
[희재의 한숨]
퇴근 안 했다길래
(희재) 내가 번지수는 잘 찾아온 거 같네
복도에서 만났어, 당신 아버지
나한테 아버지라는 사람은 없어
[한숨]
이게 다는 아니지?
몇 병 더 있어
뭐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으면... [금자가 술을 조르륵 따른다]
왜 뒤로 물러났을까?
[무거운 음악]
나도 모르게
그냥
물러나게 되더라고
23년 전 일이었거든
그 인간한테 죽도록 두들겨 맞은 게
[금자의 한숨]
(금자) 시간이 이렇게나 흘렀는데
웃기지?
그렇게 양아치들하고 깡패들 뒤치다꺼리하면서 험한 꼴 많이 봤는데
무서울 것도 없고 [희재의 한숨]
두렵지도 않았거든
죽으면 죽는 거지
그런 생각이었으니까
근데
그 인간 보니까
그 인간이 다가오니까
다 늙은 노인이 돼서 왔는데
내가 뒤로 물러나더라니까?
기억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이렇게 지독한 거구나
싶어
[한숨]
내가
뭘 하면 될까?
지금 당신 위해서
그냥 있어
(금자) 쓸데없는 기대는 하지 마
당신이랑 다시 시작할 생각 없으니까
[쓸쓸한 음악]
지금은
그쪽 것만 책임져
내 이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필요하면
나 이용하고
왜, 당신
잘하잖아
나 이용하는 거
오늘만 봐준다
한 병 더 할 거지?
(금자) 그럴게
이용할게, 그럼
오늘은 우리 둘 기억에서 없는 거다
[잔잔한 음악]
(민주) 사안이 중대한 만큼 이 건에 우선 집중해 주세요
(케빈) AP이언 한국 지사장 케빈 정이라고 합니다
(기혁) 야, 에스코트면 하루 종일 붙어 다니는 거 아니야?
(희재) 전화도 안 받아, 연락도 안 돼 그것도 팀장이!
(민주) 그날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형부랑 같이 집에 있었잖아
(인엽) 상속세 법안 수정
드디어 움직이시는 겁니까?
(우진) 아, 모르면 빠져요
(한희선) 그 학교 다니는 애들 힘 상상 초월이에요
(이준)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 된다더니 어마어마하네요
(케빈) 우리 뭔가 한 고개 넘은 거 같은데 맞나요, 제 느낌?
(희재) 계속 얘기해 봐요, 나도 좀 듣게
그다음은요?
[엔딩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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