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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고있지만 3

 

  (나비) 담배 냄새

 

  양치하고 다시 할까?

 

  (나비) 뭐래, 애들 기다리겠다   얼른 들어가자

 

  (나비) 저질러 버렸다

 

  [한숨]

 

  [차분한 음악]

 

  (나비) 도대체 이 감정은 뭐지?

 

  (나비) 차라리 사랑이었으면 좋겠다

 

  (나비) 치졸한 질투 따위가 아니라

 

  [부스럭 소리가 들린다]

 

  (지완) 나비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요즘 박재언이랑 뭐 있는 거 같지?

 

  왜?

 

  (지완) 어제 막판에   둘이 잠깐 없어졌었거든?

 

  근데 둘이 분위기가 좀 이상했어

 

  특히 나비 표정이

 

  아, 새벽에도   현관에서 막 속닥거리고 있는 거야

 

  아, 뭐라고 하는지는 못 들었는데   [솔이 컵을 탁 내려놓는다]

 

  그거 너만 봤어?

 

  (지완) 응, 빛나한테는 말 안 했어   잘했지?

 

  [함께 웃는다]   잘했어

 

  아, 배고파

 

  (지완) 국수가… 나왔네?   [솔의 웃음]

 

  [감탄하며] 와, 맛있겠다

 

  - 맛있게 드세요   - (솔) 감사합니다

 

  (솔) 나비한테도 괜히 말하지 마

 

  (지완) 걱정 마셔

 

  이것도 내가 먹는다

 

  [지완의 놀라는 탄성]

 

  [후루룩거리는 소리가 난다]

 

  근데 괜찮을까?

 

  뭐가? 네 뱃살이?

 

  아니!

 

  나비 말이야

 

  (지완) 안 그래도 남친이랑 헤어지고   멘탈 별로인데

 

  아, 괜히 엮여 가지고   안 좋은 소문 나고 그럼 어떡해

 

  아, 박재언? 걔는 좀 아닌 거 같은데

 

  그래?

 

  난 차라리 전 남친보다는   박재언이 나은 것 같은데

 

  에? 진짜? 왜?

 

  [솔의 생각하는 신음]

 

  (솔) 글쎄? 그냥

 

  [피식 웃으며] 잘 어울리잖아, 둘이

 

  [새가 지저귄다]

 

  술김에 키스

 

  [한숨]

 

  '시옷', '피읖'?

 

  '시옷', '피읖'

 

  '섹파'

 

  [다가오는 발걸음]   섹파?

 

  (솔) 유나비   [나비의 놀라는 신음]

 

  [한숨 쉬며] 깜짝이야

 

  (솔) 뭘 그렇게 열심히 봐?

 

  자료 검색, 레퍼런스 찾느라고   [직 뜯는 소리가 난다]

 

  [나비의 헛기침]

 

  (나비) 야, 솔아

 

  어떤 사람이랑   그, 키스를 하고 싶다는 거는

 

  그 사람이랑 자고 싶기도 하단 뜻인가?

 

  내가 그러냐고?

 

  [피식 웃는다]

 

  - 아니면 네가?   - (나비) 어?

 

  나?

 

  (나비) 아니, 아니   나 말고 그냥 그, 저…

 

  보통, 보통 다들 어떤가 해서

 

  그, 과제 콘셉트 잡느라고

 

  (솔) 글쎄, 뭐…

 

  상대에 따라 다르겠지?

 

  상대…

 

  [부드러운 음악]

 

  [재언이 계속 그림을 쓱쓱 그린다]

 

  [휴대전화 진동음]

 

  [연필을 탁 놓는다]

 

  [휴대전화 조작음]

 

  (설아)

 

  [살짝 웃는다]

 

  [중얼거리며] 원나잇

 

  (솔) 글쎄

 

  상대에 따라 다르겠지?

 

  상대에 따라?

 

  누구랑은 키스도 섹스도   하고 싶을 수도 있고

 

  (솔) 또 누구랑은 키스까진 했는데   그 이상은 싫을 수도 있고

 

  결국 상대가 누구냐의 문제 아니겠어?

 

  (나비) 그렇다면 나는

 

  어떤 상대인 걸까?

 

  [한숨]

 

  [연필을 툭 놓는다]

 

  [휴대전화 조작음]

 

  [한숨]

 

  [휴대전화 조작음]

 

  (나비) 너무 안달 나 보이려나?

 

  [한숨]

 

  [휴대전화 조작음]   [한숨]

 

  (빛나) 요, 요!

 

  [학생들이 인사한다]   어, 와츠, 와츠, 와츠 업

 

  요, 요, 요, 요, 요   유 노 왓 아임 세잉

 

  (나비) 어

 

  (빛나) 아, 배터리가 또 나갔네   핸드폰을 바꿔야 되나?

 

  [헛기침하며] 그, 지완이는?

 

  (규현) 지완이 약속 있다는디   아, 뭐 해?

 

  (빛나) 배터리

 

  서지완 소개팅남이랑   영화 보러 간다는데

 

  서지완 은근 취미로 학교 다녀

 

  [한숨 쉬며] 들어가자

 

  (나비) 물어보고 싶다   [휴대전화 조작음]

 

  뭐라고 보내야 자연스럽게   박재언의 진심을 끌어낼 수 있을지

 

  - 니 진짜로 이 사람 좋냐?   - (빛나) 응

 

  지금 니 표정은 영 아니구먼

 

  (빛나) 그럼 넌 SNS '좋아요' 누를 때   좋다고 막 깨춤 추면서 누르니?

 

  (규현) 아, 그게 요것하고 같냐?

 

  [규현의 헛기침]

 

  근디 니는 사귀지도 않는 사이인디

 

  [발랄한 음악]   그, 둘이

 

  겹쳐 불었어

 

  아, 고게 의미가 있냐?

 

  (빛나) 아, 진짜!

 

  넌 왜 맨날 섹스랑 연애를 연관 지어?   너 그렇게까지 선비야?

 

  - 입 닫아, 입, 입 닫아!   - (규현) 그런 말은 좀 작게 말해야

 

  (규현) 워메, 누가 들을까 봐 겁나네

 

  (빛나) 아니, 못 할 말도 아니고   난 더 크게 말할 수도 있어!

 

  더 해 줘? 해 봐? 이 자식…

 

  (경준) 자, 수업 시작합시다

 

  (이 교수) 자, 수업 시작합시다

 

  [학생들이 분주하다]   - (나비) 안녕하십니까   - (빛나) 가, 빨리, 새끼야

 

  (남학생1) 교수님, 안녕하세요

 

  [학생들이 저마다 인사한다]   (빛나) 안녕하세요

 

  [달그락 소리가 난다]

 

  (종업원) 이거 좀 더 먹어 봐   [종업원의 웃음]

 

  맨날 같이 오던   귀여운 친구는 안 보이네?

 

  네, 걔 놀러 갔어요

 

  (종업원) [웃으며] 좋겠네   금방 해다 줄게

 

  (솔) 네, 감사합니다, 이모   많이 주세요

 

  (종업원) 응

 

  (주혁) 여기 단골이신가 봐요?

 

  네

 

  친구가 여길 너무 좋아해서

 

  (솔) 아, 그래도 나름 이 주변에서   유명한 맛집이에요

 

  제가 학교 다닐 땐   단풍골이 제일 인기 많았는데

 

  어? 여기 나오셨어요?

 

  (주혁) 네, 경제학과

 

  - 재작년에 졸업했어요   - (솔) 아…

 

  (솔) 그, 저번 일은 정말 죄송합니다

 

  금액은 어림잡아 넣었는데

 

  혹시 부족하시면 말씀해 주세요

 

  (주혁)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솔의 한숨]   [살짝 웃으며] 진짜 괜찮아요   넣어 두세요

 

  [한숨 쉬며] 이러려고   솔이 씨한테 보자고 한 거 아닌데

 

  네? 그러면 왜…

 

  - (종업원) 음식 나왔어   - (솔) 아…

 

  (종업원) 응, 뜨거워, 뜨거워, 조심   많이 먹어

 

  (솔) 감사합니다

 

  [주혁이 피식 웃는다]

 

  - 왜 그러세요?   - (주혁) 솔이 씨 힘 엄청 세네요?

 

  (주혁) 운동 뭐 하세요?

 

  아…

 

  (솔) 아, 제가 조소과라서

 

  맨날 흙이랑 점토   주무르고 하다 보니까 힘이 세졌어요

 

  아…

 

  [살짝 웃는다]

 

  저 오늘 밥 사 주세요   그거면 충분해요

 

  아, 그건 좀…

 

  그, 제 마음이 불편한데요

 

  음, 그럼

 

  - 커피까지 사 주세요   - (솔) 디저트까지 살게요

 

  [잔잔한 음악]

 

  좋아요

 

  - (빛나) 이, 이런 느낌… 네, 네   - (이 교수) 응, 응, 응, 응

 

  - (이 교수) 이렇게 해 가지고…   - (빛나) 감사합니다

 

  [이 교수가 손을 탁탁 턴다]

 

  [이 교수가 말한다]

 

  [이 교수가 펜으로 쓱쓱 쓴다]

 

  [이 교수가 펜을 툭 내려놓는다]

 

  (이 교수) 수업은 여기까지 하고

 

  - (여학생1) 고생하셨습니다!   - (남학생2) 수고하셨습니다!   [학생들이 인사한다]

 

  (이 교수) 야   오늘 날씨 진짜 너무 좋다

 

  - (이 교수) 다들 데이트 가야지   - (여학생2) 네

 

  (경준) 데이트 가야지, 어?   [사람들의 웃음]

 

  (이 교수) 얘들아, 왜 대답을 못 해?

 

  너희 애인 없어, 애인?

 

  얘들아, 너희 나이 때

 

  한 번쯤은 제대로 된 연애   이거 해 봐야 된다, 어?

 

  예술이 고독에서 나온다, 어쩐다   이거 다 개소리야

 

  연애야말로 예술적 영감의 노다지라고

 

  아, 영감님 또 시작이시네

 

  아, 끝낸다더니 왜 끝을 안 내?

 

  (이 교수) 꺼칠꺼칠했던 인간도

 

  해수욕장의 모래알처럼   부들부들하게 만드는 게

 

  이게, 이게 바로 사랑이야

 

  [이 교수의 한숨]

 

  큰일 났다, 어?

 

  예술 한다는 사람들이 이게, 이게

 

  (경준) 영감이 없어, 영감이

 

  (이 교수) 야, 얼마 전에 한 학생이   나한테 그러더라, 어?

 

  자기는 연애가 부담스럽대

 

  그냥 썸만 타고 싶다는 거야

 

  한마디로 '놀고는 싶은데 책임은 싫다'   이거 아니야? 어?

 

  그럼 차라리 원나잇을 하지, 어?

 

  세상 참 슬픈 일이야

 

  아휴   [멀어지는 발걸음]

 

  영감 찾아, 영감, 영감, 어?

 

  [학생들이 대답한다]   예술 하라고!

 

  (학생들) 네!

 

  - (남학생3) 수고하셨습니다   - (남학생4) 들어가십시오!

 

  [학생들이 저마다 인사한다]   (경준) 영감, 영…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드르륵 소리가 난다]

 

  (설아) 재언아   [부드러운 음악]

 

  (재언) 어서 와

 

  더 잘생겨졌네

 

  [지완이 살짝 웃는다]

 

  (남자) 지완 씨 표정 좋아 보이네요

 

  (지완) 공연 진짜 재밌었어요   완전 기대 이상

 

  친구랑 또 보러 가려고요

 

  (남자) 친구랑요?

 

  씁, 남자는 아니죠?

 

  (지완) 당연히 여자죠

 

  솔이라고 중학교 때부터 제 절친인데

 

  걔도 이 공연 보면   진짜 좋아할 것 같아요

 

  [남자가 호응한다]   같이 보려고요

 

  [지완이 살짝 웃는다]

 

  (남자) 저, 지완 씨, 그럼

 

  친구분이랑 보고 저랑 또 봐 줘요

 

  (지완) 네, 좋아요

 

  근데 저만큼   재밌게 보신 것 같지는 않던데?

 

  (남자) 아니에요, 저도 재밌었어요

 

  근데 조금 의외이긴 했어요

 

  (지완) 뭐가요?

 

  진한 멜로일 줄 알았는데   친구들 간의 우정 이야기라

 

  (지완) 아… 우정이요?

 

  저는 완전 사랑 이야기라고 느꼈는데

 

  뭐,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겠네요

 

  (남자) 그래도 재밌었어요   [지완의 어색한 웃음]

 

  혹시 배고프시면   지완 씨, 식사하러 가실래요?

 

  좋아요, 아, 진짜 배고팠어요

 

  [솔의 난처한 숨소리]

 

  (솔) 제가 사기로 했는데   계산하시면 어떡해요

 

  (주혁) 생각해 보니까

 

  이걸로 퉁치긴 좀 아깝더라고요

 

  그러실 줄 알았어요

 

  (주혁) 다음에 사 주실래요?

 

  괜찮으시면 또 보고 싶은데

 

  (솔) 왜…

 

  아, 솔이 씨가 해 주는 작업 이야기들   너무 재밌더라고요

 

  [주혁이 말한다]   - (지완) 제가 좀 많이 먹어요   - (남자) 음, 아…

 

  (지완) 어? 솔이다

 

  방금 말한 제 절친이 쟤예요

 

  (솔) 이상하네요

 

  제가 얘기를 그렇게   재밌게 하는 편은 아닌데

 

  (주혁) 아닌데, 엄청 재밌는데

 

  [솔의 멋쩍은 숨소리]

 

  (지완) 옆에 누구지?

 

  (주혁) 이제 어디로 가세요?

 

  (솔) 아, 저는   여기서 버스 타고 가려고요

 

  (주혁) 같이 가요

 

  (솔) 어, 아니요   저 혼자 갈 수 있어요

 

  (남자) 친구분한테 연락 한번 해 봐요

 

  (지완) [어색하게 웃으며] 괜찮아요

 

  (남자) 진짜 친한 친구인가 보네요

 

  (지완) [한숨 쉬며] 네

 

  가요

 

  [나비가 그림을 쓱쓱 그린다]

 

  [한숨]

 

  [노트를 탁 덮는다]

 

  [힘겨운 신음]

 

  배고파

 

  [휴대전화 조작음]

 

  (나비) 아직도 박재언은 연락이 없다

 

  [휴대전화를 툭 내려놓는다]

 

  내가 안중에도 없는 건지   놀리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느 쪽이든 간에

 

  구리다

 

  [지직거리는 소리가 난다]

 

  [탁탁 소리가 난다]

 

  [차분한 음악]

 

  (나비) 분하게도

 

  저 자식은 한번 시야에 들어와 버리면

 

  눈을 뗄 수가 없다

 

  [휴대전화 진동음]

 

  [재언이 보호구를 툭 내려놓는다]

 

  어, 설아야

 

  (재언) 너인 줄 알았지

 

  기다려, 금방 갈게

 

  [한숨]

 

  [한숨]

 

  (나비) 설아가 누군데?

 

  (재언) 설아야

 

  많이 기다렸어?

 

  (설아) 아니야, 괜찮아

 

  (나비) 누구길래…

 

  - (설아) 뭐 좀 마실까?   - (재언) 그래

 

  (나비) 박재언이   저런 표정을 짓는 거지?   [설아가 말한다]

 

  꼴사납다, 유나비

 

  스토커처럼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나비)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그 사람인 거다

 

  박재언 마음의 주인은

 

  (은한) 어서 오세요

 

  어? 나비 누나

 

  에? 저 어제 옆자리였는데

 

  누나가 제 물 마셨잖아요

 

  (은한) 어? 그거 제 물인데…

 

  (나비) 아, 그…   아! 그, 그, 1학년 강은한

 

  김은한이요, 김은한

 

  (은한) 누나 사람 기억 잘 못하시죠?

 

  미안, 어제 애들이 많았어서

 

  (나비) 여기서 알바하는 거야?

 

  (은한) 네, 야간에만, 얼마 안 됐어요

 

  [호응하는 신음]

 

  어제 2차 재밌었어요?

 

  하, 진짜 저도 가고 싶었는데

 

  이 알바 때문에

 

  근데 여태 저녁 안 드신 거예요?   [바코드 인식음]

 

  어, 야작 하다가 배고파서 나왔어

 

  (은한) 씁, 그렇다면   이건 진짜 제가 아끼는 건데

 

  서비스로 하나 드릴게요

 

  어, 아니야, 아니야, 괜찮아   이거 네 거 아니야?

 

  괜찮아요

 

  제 마음이에요, 사양 마세요

 

  [살짝 웃으며] 고마워

 

  (나비) 그래, 잘 먹을게   알바 열심히 하고

 

  (은한) 누나

 

  저 잠깐 핸드폰 좀…

 

  - 내 핸드폰?   - (은한) 네

 

  [휴대전화 조작음]

 

  (설아) 아는 사람이야?

 

  계속 쳐다보길래

 

  (재언) 우리 과 신입생   저기서 알바하나 보네

 

  말고

 

  저 여자도 신입생?

 

  (은한) 이거 제 번호요   [나비가 살짝 웃는다]

 

  [차분한 음악]   - (은한) 연락드릴게요   - 어

 

  아니

 

  (재언) 선배

 

  친구인가?

 

  - (나비) 고생해   - (은한) 네, 조심히 들어가세요

 

  - (나비) 먼저 갈게   - (은한) 들어가세요

 

  [재언이 라이터를 딸각거린다]

 

  (설아) 이거 아직도 쓰네?

 

  - 너는?   - (설아) 나?

 

  나는 예전에 잃어버렸지

 

  (재언) [담뱃갑을 툭 놓으며] 와   서운한데?

 

  나비는 잘 키우고 있어?

 

  (재언) 응

 

  [라이터를 딸각 연다]

 

  근데 조만간 풀어 주려고

 

  [재언이 라이터를 탁 닫는다]   (설아) 왜?

 

  나비들한테 못 할 짓 하는 것 같아서

 

  (재언) 자유로워야 될 애들인데

 

  가둔 거잖아, 나 때문에

 

  [재언이 라이터를 연신 딸각거린다]   철들었네

 

  방금 쟤

 

  이름이 나비다?

 

  [헛웃음]

 

  철든 게 아니라 다른 나비를 찾은 거네

 

  아니야, 그냥 친구라니까

 

  (설아) 치, 아니긴

 

  이름도 나비라니

 

  운명인가?

 

  [피식 웃으며] 무슨

 

  내 운명은 너지

 

  [감성적인 음악]   [설아가 살짝 웃는다]

 

  [나비의 웃음]

 

  (은한) 누나, 안녕하세요

 

  저 조금 전에 만났던 김은한이요   [피식 웃는다]

 

  진짜 바로 연락하네

 

  [휴대전화 조작음]

 

  (나비)

 

  (은한)

 

  (은한) 꼭 오셨으면 좋겠어요

 

  [휴대전화 조작음]   (나비) 그럴까?

 

  (은한)

 

  [옅은 웃음]

 

  (나비) 뭐, 솔직히 기분 나쁘진 않아

 

  (은한)

 

  (은한)

 

  (은한)

 

  [휴대전화 조작음]

 

  (나비) 슬프게도 주 5야

 

  [한숨]

 

  너도 잘 자

 

  [휴대전화를 툭 놓는다]

 

  [새가 지저귄다]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린다]

 

  [탁탁 소리가 들린다]   [기계음이 들린다]

 

  [분주하다]

 

  (세영) 재언 오빠

 

  [세영의 놀라는 신음]

 

  헐, 오빠 유리도 다룰 줄 알아?

 

  [놀라며] 이거 뭐 만드는 거야?

 

  (재언) 응?

 

  아, 선캐처 만들어 보게   [세영의 탄성]

 

  (여학생3) 와, 이쁘다, 또 나비네?

 

  하여튼 나비 진짜 좋아해

 

  [기침]

 

  (빛나) 뭐야, 감기?

 

  가까이 오지 마라

 

  아, 모르겠어, 머리도 아프고

 

  [빛나가 피식 웃는다]

 

  너 박재언 끊어서 병 걸린 거 아니야?

 

  (빛나) 금단 현상

 

  (나비) [한숨 쉬며] 뭔 소리야, 또

 

  (빛나) 아, 요즘   박재언이랑 안 다니잖아

 

  이대로 그냥 끝?

 

  아, 그냥 나랑 좀 안 맞는 것 같아

 

  [한숨 쉬며] 아, 유나비 실망이네

 

  (빛나) 원래 얌전한 애들이   사고를 크게 치는 법인데

 

  (나비) 그게 실망스러울 일이냐?

 

  (빛나) 당연하지! 완전 기대했는데

 

  완전 재미없잖아

 

  너는 네 재미 때문에 나를   악의 구렁텅이에 몰아넣는 거 같다?

 

  (빛나) 아이   뭐 또 그런 섭섭한 말씀을

 

  아, 우리 집 놀러 갔을 때도 그래

 

  네가 괜히 무슨 테스트니 뭐니   하자고 해 가지고

 

  해 가지고?

 

  (빛나) 왜?   그날 박재언이랑 무슨 일 있었어?

 

  [잔잔한 음악]

 

  너무 아무 일이 없으니까   허무하다 이거지

 

  너도 봤잖아

 

  (빛나) 나비야

 

  월척을 낚으려면   첫 번째로 뭐가 필요한 줄 아니?

 

  너 또 인내심 얘기하려 그러지?   [빛나가 혀를 똑 튕긴다]

 

  (빛나) [테이블을 탁 치며] 흠

 

  그리고 걔가 무슨 월척이야

 

  [피식 웃으며] 그러면 아니야?

 

  생각하기 나름이긴 한데

 

  근데 걔 진짜 연애 안 하는 거 맞아?

 

  (빛나) 응, 안 한다니까

 

  왜? 너보고 연애하재?

 

  아니, 뭐   누구 있는 것 같던데, 아닌가?

 

  (은한) 나비 누나! 안녕하세요

 

  (후배)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후배들이 인사한다]

 

  [부드러운 음악]   (나비) 은한이, 안녕

 

  밥 먹으러 가?

 

  (은한) 네

 

  (나비) [살짝 웃으며] 맛있게 먹어

 

  - (은한) 맛있게 드세요, 누나도   - (나비) 응

 

  [나비의 옅은 웃음]   [멀어지는 발걸음]

 

  (빛나) 방금 김은한과의 그 인사   뭐지?

 

  요즘 좀 친해졌어

 

  [옅은 탄성]   음

 

  왜, 김은한도 뭐 있어?

 

  아니, 내가 아는 한 전혀

 

  (빛나) 아, 역시 유나비

 

  세상 밖으로 나오니까   바로바로 반응이 온다

 

  아, 그래도   김은한 쟤는 좀 재미없는데

 

  아휴, 나 이제 제발   네 재미에서 좀 빼 줘라

 

  [나비가 컵을 탁 놓는다]

 

  너 쟤랑 잘해 볼 생각이 있구나?

 

  아, 그 정도 아니야

 

  아쉬운데

 

  [나비의 기침]

 

  [나비의 헛기침]

 

  (은한) 까꿍

 

  비타민 보충하시라고

 

  [나비의 탄성]

 

  (나비) 고마워

 

  구상 잘돼 가요?

 

  아니, 이번 학기는 망했다

 

  네? 에이, 누나 잘하잖아요

 

  뭐래, 네가 몰라서 그래

 

  (은한) 아니요, 저 잘 알아요

 

  사실은 작년에 입시 왔다가   누나 거 봤거든요

 

  작년?

 

  작년이면…

 

  [부드러운 음악]

 

  (은한) '사랑'?

 

  '유나비'

 

  - (나비) 주제 사랑이었던 거?   - (은한) 네

 

  그, 맨날 똑같은 거 한다고   교수님한테 혼났던 건데

 

  저는 완전 좋아서 사진도 찍었잖아요

 

  [휴대전화 조작음]   (나비) 봐 봐

 

  (은한) 사랑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작품들은 별로 없잖아요

 

  다들 막   있어 보여야 된다고 생각하니까   [휴대전화 조작음]

 

  음… 왜 없지?

 

  아, 맞는다, 나 폰 바꿨지

 

  누나, 그거 다시 볼 수 있을까요?

 

  제가 이번엔 백업 꼭 해 둘게요

 

  그게

 

  네

 

  폐기했어

 

  (나비) 전 남친 새끼 때문에   만든 거거든   [은한이 아쉬워한다]

 

  (은한) 진짜 없나?   [휴대전화 조작음]

 

  [살짝 웃는다]

 

  [연필을 탁 놓으며] 고맙다

 

  뭐가요?

 

  (나비) 사실은

 

  원래 하려던 작품 중간에 포기해서   뭘 해야 될지 멘붕이었거든

 

  덕분에 힘이 좀 나네

 

  [함께 웃는다]   (나비) 볼수록 좀   귀여운 것 같기도 하고

 

  (나비) 야, 근데 네가 너무   존댓말 깍듯하게 하니까 민망하다

 

  그냥 말 놓으면 안 돼?

 

  저, 저 원래 형, 누나들한테   말 잘 못 놔요

 

  아, 그래?

 

  (나비) 그래, 그럼 뭐   편하게 해, 편하게

 

  아니요, 지금부터 놓을게요

 

  아니, 놓을게

 

  어   [웃음]

 

  (은한) 누나, 그

 

  [휴대전화 조작음]   이거 다들 재밌다고 하던데   혹시 이 영화 보셨어?

 

  [웃으며] 아니

 

  아직 안 봤어   영화관 안 간 지 오래됐거든

 

  그럼 저랑 같이 보러 갈래요?

 

  - (나비) 멜로야?   - (은한) 네

 

  [다가오는 발걸음]

 

  안녕

 

  안녕하세요

 

  어, 안녕

 

  무슨 얘기 해?

 

  (은한) 같이 영화 보려고요

 

  누나, 그럼 우리 이거 말고   다른 거 볼까?

 

  - 어…   - (재언) 아

 

  나비한테는 말 놨네?

 

  (재언) 둘이 원래 친했던가?

 

  (나비) 어, 친해, 적어도 너랑 나보단

 

  은한아, 이거 보자   나도 달달한 거 좋아해

 

  네

 

  아니, 응

 

  (재언) 야

 

  이건 달달한 게 아니라   야한 거 아니야?

 

  그래, 그럼 더 잘됐네

 

  (나비) 이거 보자   [살짝 웃는다]

 

  (재언) 그래, 보고 잘 참고하면 되겠네

 

  뭐를요?

 

  남주

 

  키스 장인이잖아

 

  나비가 키스에 까다롭거든

 

  (재언) 마음에 안 들면 밀치니까   주의하고

 

  너 나와

 

  (나비) 너 뭐 하는 거야?

 

  뭐가?

 

  거기서 갑자기   키스 얘기가 왜 나와, 야

 

  너 나 그만 갖고 놀아

 

  갖고 놀다니

 

  먼저 내 손 뿌리친 건 너잖아

 

  그러니까 누가 남의 어깨에 손 올리래?

 

  너랑 내가 도대체 뭐라고 이래?

 

  - 왜 이렇게 화를 내?   - (나비) 화를 내는 게 아니라!

 

  [한숨]

 

  (나비) 화를 내는 게 아니라

 

  너 그날 이후로   나한테 연락 한번 없었어, 알아?

 

  그건 너도 마찬가지였지

 

  (재언) 그리고 그게 왜?

 

  [입소리를 쩝 낸다]

 

  재언아, 미안한데 나 그런 사람 아니야

 

  [재언의 헛웃음]

 

  그런 사람이 뭔데?

 

  난 너도 좋은 줄 알았지

 

  (재언) 걱정 마

 

  어떻게 안 할 테니까

 

  김은한이랑 잘해 봐

 

  그래

 

  (은한) 저, 그게, 폰을 두고 가서…

 

  (나비) 어, 고마워

 

  (은한) 누나

 

  지금 영화 보러 갈래요?

 

  그래

 

  [멀어지는 발걸음]

 

  [재언의 한숨]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은한) [달그락거리며] 누나

 

  저는 잠자리보다 나비가 훨씬 좋아요

 

  밥 안 드셨죠?

 

  이 소갈비찜이 진짜 맛있거든요   드셔 보세요

 

  누나, 그리고   기분이 안 좋아 보이시는데

 

  밥을 많이 드세요

 

  한국인이 밥심이거든요   [나비와 은한의 웃음]

 

  (나비) [웃으며] 너는 뭐 먹게

 

  [힘주는 신음]

 

  누나, 물 드세요

 

  생큐

 

  (은한) 누나, 그거 제 물이에요

 

  너 진짜 자꾸 장난칠래?   [은한의 웃음]

 

  - 아, 누나 물 좋아하시는 거 같길래   - (나비) 어?

 

  (나비) 이거다

 

  대낮의 데이트   [나비와 은한이 두런거린다]

 

  풋풋한 호감

 

  [감성적인 음악]

 

  [은한이 중얼거린다]

 

  (은한) [놀라며] 아, 누나   건들지 마세요   [나비의 비명]

 

  [툭 소리가 난다]   아, 뭐야

 

  어떡해

 

  [나비가 중얼거린다]

 

  (나비) '미라클'?

 

  (은한) '지난'?

 

  [은한이 감탄한다]   [문이 달칵 열린다]

 

  - (은한) 열렸다   - 오, 열렸다! 열렸다

 

  [은한과 나비의 탄성]

 

  [나비와 은한의 탄성]   [나비의 박수]

 

  (나비) 사장님   저희 사진 한 번만 찍어 주세요

 

  (은한) 감사합니다   [나비의 웃음]

 

  (사장) 자, 하나, 둘

 

  [카메라 셔터 효과음]

 

  저, 콤보 하나 주세요

 

  (직원) 팝콘은 무슨 맛으로 드릴까요?

 

  [은한의 고민하는 신음]

 

  (은한) 어…

 

  (나비) 평범하게 같이 밥도 먹고   영화도 보는

 

  나에게 딱 어울리는 자리

 

  [휴대전화 조작음]

 

  [잔잔한 음악]

 

  (나비) 한 번, 한 번만

 

  [현우가 피식 웃는다]

 

  하나, 둘, 셋   [현우의 헛기침]

 

  [카메라 셔터음]

 

  [웃으며] 됐다

 

  어, 잘 나왔어

 

  오빠도 한 장만 찍어 줄게요

 

  (나비) 하나, 둘, 셋

 

  [카메라 셔터음]

 

  [휴대전화를 툭 놓으며] 먹자, 먹자

 

  여기

 

  [달그락 소리가 난다]   [살짝 웃는다]

 

  [칼질을 쓱쓱 하며] 잘 먹겠습니다

 

  음, 맛있어

 

  - (현우) 맛있어? 많이 먹어   - 응

 

  (나비) 그런데

 

  (나비) 여태 이런 것 하나   못 지우고 있다니

 

  [다가오는 발걸음]

 

  (은한) 누나

 

  누나가 뭐 좋아하는지 몰라서   제가 다 사 왔습니다

 

  (나비) 어… 어

 

  [나비의 웃음]   부족하면 더 사 올까요?

 

  (나비) 아니, 아니야, 고마워, 어

 

  (은한) 근데 이거 진짜 맛있어요

 

  (나비) 계속 이렇게   대책 없이 쌓여만 가는 걸까?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스크린 속 배우1) 맨날   도망만 다니는 이 찌질한 놈이

 

  [스크린 속 배우1의 한숨]

 

  너한테서만큼은 도망칠 수가 없으니까

 

  [은한이 훌쩍인다]

 

  네 모든 게 좋고

 

  네 모든 게 생각나

 

  나, 나는

 

  [스크린 속 배우2가 울먹인다]

 

  나는 널 사랑해

 

  [스크린 속 배우2가 흐느낀다]

 

  (은한) 누나, 무슨 생각 해요?

 

  (나비) 나 아무 생각 안 하는데

 

  왜?

 

  (은한) 그냥 아까 영화관에서부터   기분 안 좋아 보이길래

 

  영화가 재미없었나 싶었죠

 

  (나비) 아…

 

  [코를 훌쩍이며]   몸이 안 좋아서 그런가?

 

  근데 영화가 좀   오글거리긴 했어, 그렇지?

 

  (은한) 진짜요?

 

  어? 저는 되게 좋았는데

 

  뭔가   '나도 그런 사랑을 해 보고 싶다'?

 

  막 그런 기분이 지금 빡 들었는데

 

  [잔잔한 음악]

 

  저 사실 아까   누나랑 형 얘기하는 거 다 들었어요

 

  아, 그랬구나

 

  근데 걔는 사실…

 

  (은한) 알아요, 이젠 다 정리한 거죠?

 

  정리?

 

  (은한) 알잖아요   형은 상처 주는 사람인 거

 

  누나한테 진지하지도

 

  진심도 아니었던 사람 때문에   상처받지 마세요, 그거

 

  진짜 제가 잘 아는데요   다 부질없어요

 

  무엇보다   아, 누나랑 형은 너무 안 어울려요

 

  그래

 

  [작은 목소리로] 그래

 

  [나비의 웃음]

 

  (나비) 어, 은한아, 미안   [웃음]

 

  [웃으며] 아니, 나, 그…

 

  재채기 나오려고 해 가지고

 

  됐어요

 

  아, 진짜야, 은한아!

 

  [콜록거린다]

 

  [피곤한 신음]

 

  [헤어 에센스를 탁탁 누른다]

 

  [헤어 에센스를 탁 놓는다]   [손을 쓱쓱 비빈다]

 

  [새어 나오는 웃음]

 

  귀엽긴 한데

 

  [잔잔한 음악]

 

  일행 있어요?

 

  귀여워서

 

  (나비) 느낌이 없어, 박재언에 비하면

 

  아휴

 

  [한숨]

 

  [휴대전화 조작음]

 

  [휴대전화 조작음]

 

  [차분한 음악]

 

  [나비의 기침]

 

  [부스럭거린다]

 

  [약상자를 툭 놓는다]

 

  [새가 지저귄다]

 

  (민영)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중개인) 다 알아들었잖아, 응?

 

  집주인이 이제 102호랑   계약 연장 없다고 했다니까

 

  아니, 그러니까 갑자기 왜요

 

  연장 안 할 거면 한 달이 아니라

 

  적어도 세 달 전에는   말씀해 주셨어야죠

 

  (중개인) [한숨 쉬며] 몰라, 몰라   난 분명히 말했어

 

  아줌마   [통화 종료음]

 

  아, 뭐야?   [휴대전화 조작음]

 

  (민영) 아이씨, 진짜, 씨

 

  아, 깜짝이야!

 

  [나비가 콜록거린다]

 

  - (나비) 추운데…   - (지완) 어, 나비야!

 

  (빛나) 이리 오너라!

 

  (나비) [웃으며] 어   뭐야? 왜 이렇게 잘 어울리냐

 

  (빛나) 감사하옵니다

 

  아니 놀러 오시나요, 소녀?

 

  [나비의 웃음]

 

  (나비) 난 됐어, 준비 잘돼 가?

 

  (지완) 잘되겠지, 박재언이 있잖아

 

  아, 친구들 놀러 오기로 했는데   자리 없으면 어떡하지?

 

  (빛나) [웃으며] 너 친구들 있어?

 

  (지완) 그래, 있다!   [옅은 웃음]

 

  [민영의 한숨]   (경준) 그럼 너 이제 어떡하게?

 

  한 달 안에 집 구할 수 있어?

 

  (민영) 당장 못 구하면   고시원 같은 데라도 들어가야지

 

  셰어 하우스나

 

  (경준) 아, 10년 치 짐은 다 어쩌고?

 

  (민영) 아, 뭐   잠깐 컨테이너 같은 데라도 맡기든가

 

  악!

 

  아, 나 진짜 멘붕이다!

 

  아, 이 주변 다 이제 너무 올라서   이렇게 월세 싼 집 절대 못 구할 텐데

 

  [경준의 한숨]   아, 망했어!

 

  [민영의 괴로운 신음]

 

  (경준) 아이, 그, 워, 워, 워, 워

 

  그, 월, 월세가 얼마였는데, 어?   [노크 소리가 들린다]

 

  [민영의 한숨]   [문이 달칵 열린다]

 

  - (빛나) 안녕하세요!   - (지완) 안녕하세요!

 

  - (나비) 안녕하십니까   - (빛나) 저희 부탄가스 좀 더 주세요

 

  (빛나) 그리고 대체   접이식 의자 여분은 어디 있는 거예요?

 

  (경준) 의자는 과방에 있을 거야

 

  [경준의 웃음]   (빛나) 과방

 

  (민영) 아, 솔이보고   부스 오지 말라 해

 

  이 교수님 마주쳤다간 또 들들 볶인다

 

  [휴대전화 조작음]   (지완) 응? 영감님이 솔이를 왜요?

 

  (민영) 왜긴 왜야

 

  교환 학생 때문에 그렇지

 

  나도 요즘 그거 때문에 피곤해 죽겠다

 

  (빛나) 아, 걔는 가면 무조건   올 지원해 주는데 뭘 망설인대?   [잔잔한 음악]

 

  누군 가고 싶어도 못 가는데   [달그락 소리가 난다]

 

  (경준) 쉽게 결정할 건 아니지, 그래도

 

  [웃으며] 자   [지완의 당황한 신음]

 

  교환 학생이요?

 

  (빛나) 뭐야, 너 몰랐냐?

 

  (지완) 어

 

  (빛나) 뭔 일이래?

 

  (경준) 지금 교수님들 다 가셨단다

 

  (경준과 빛나)   - 같이 들고 가자, 어? 어, 가자   - [애교스럽게] 네

 

  (빛나) 안녕히 계세요   [경준이 중얼거린다]

 

  (경준) 갑시다   [빛나의 놀라는 숨소리]

 

  [나비의 어색한 웃음]   (빛나) 아니, 이거 뭐야?   없는 게 없어, 여기 다 있네

 

  [빛나가 중얼거린다]

 

  [한숨]

 

  (나비) [애교스럽게] 여기서 뭐 해

 

  (지완) 그냥

 

  플리 마켓 안 가?

 

  [피식 웃는다]

 

  - 김은한 보러 가게?   - (나비) 어?

 

  [지완이 살짝 웃는다]

 

  너 요즘 은한이라는 애랑 뭐 있다면서   다 들었어

 

  오빛나지?   [지완의 웃음]

 

  (지완) 잘했어

 

  잘 알진 못하지만   박재언보단 걔가 훨씬 낫겠다

 

  [살짝 웃는다]

 

  그때 교수님이 너랑 솔 불렀던 게

 

  교환 학생 때문이었던 거지?

 

  (나비) 음…

 

  맞아

 

  그렇구나

 

  (나비) 근데 빛나도   솔이한테 들은 건 아니야

 

  솔이도 너한테   제일 먼저 말하려고 했을 거고

 

  뭐, 나야 같이 갔다가 들은 거고

 

  글쎄

 

  걔 나 쭈그리 될까 봐 말 못 한 걸걸

 

  (지완) 내가 말한 적 있나?

 

  나 미술 솔이 때문에 시작한 거다?

 

  아, 진짜?

 

  (나비) 난 몰랐지

 

  솔이는 중학생 때부터   미대 갈 거라 그랬었어

 

  (지완) 나도 죽어라 해서 따라왔지

 

  계속하면 얼추 솔이 흉내는   낼 수 있을 줄 알았거든?

 

  근데 안 되는 건 안 되는 건가 봐

 

  난 과제도 겨우 하는데

 

  졸업이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한숨]

 

  윤솔 너무 부러워

 

  타고난 거잖아, 그런 존재감은

 

  (나비) 그렇지

 

  그런 사람이 있지

 

  [한숨]

 

  (지완) 플리 마켓 가자

 

  - 그래, 가자   - (지완) 가자   [함께 웃는다]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부드러운 음악]

 

  "개점"

 

  (은한) 형, 안 힘드세요?

 

  (후배) 어서 오세요   형님 두 분, 들어가세요

 

  (선배) 내가 마, 마른 애들   별로 안 좋아하니까

 

  그런 애들 안 만나는 거야

 

  (진수) 저 화석 여기 왜 온 거야?

 

  (세영) 아, 그러니까   바빠 죽겠는데 도와주는 것도 아니고

 

  - (성윤) 아이, 돈을 내는 것도 아니고   - (세영) 얼쑤

 

  (여학생3) 그냥 감시하러 온 거지, 뭐

 

  - (친구1) 야, 맛있겠다, 이거   - (선배) 아니

 

  (재언) 맛있게 드세요

 

  (여학생4) 저, 오빠, 번호 좀…

 

  (재언) 죄송합니다

 

  (빛나) [웃으며] 뭐야?   '나마스테'야, 이거?

 

  (규현) 나도 써먹어야 겄는디야?

 

  (빛나) 네가 얻다 써먹어, 이걸?

 

  [사람들이 연신 소란스럽다]

 

  - 아, 야, 가자   - (친구1) 어?

 

  (친구1) 왜? 기다리자며

 

  (선배) 여기 쓸데없이 시끄럽고   복잡하잖아

 

  - (선배) 이쁜 애들도 없잖아, 가자   - (친구1) 많은 거 같은데?

 

  (선배) 가자고, 가자고, 가자고!

 

  (세영) [신난 목소리로] 야   야, 간다, 간다, 간다, 간다

 

  - (여학생3) 열라 다행   - (진수) 갑자기 왜 간대?

 

  - (후배) 벌써 가시는 거예요?   - (선배) 간다고! 간다고   [성윤이 구시렁거린다]

 

  (세훈) 야, 야, 야

 

  빨리빨리, 갔어, 빨리빨리 서빙해

 

  (빛나) 아, 무슨 축제인데   술을 안 팔아요, 교수님?

 

  이거 진짜 논란거리야

 

  [여학생들이 소란스럽다]   (규현) 아따, 재언이 겁나게 인기 많네

 

  - (여학생5) 얼굴 맛집   - (재언) 아, 진짜요? 감사합니다   [여학생들이 저마다 말한다]

 

  - (여학생6) 힘드시죠?   - (여학생7) 선배, 번호 한 번만…

 

  죄송합니다

 

  (빛나) 웃는 것 봐, 사람들

 

  [빛나의 웃음]   너희 둘은 CC야?

 

  (빛나) 네? 아니요!

 

  뭐 이렇게 정색을 해?

 

  (이 교수) 그러다 보면 꼭 사귀더라

 

  (빛나) 아, 교수님   저희는 그럴 일이 절대 없습니다

 

  너 조심해, 그러다 사귀어, 바로

 

  (빛나) 아, 아이…   야, 야, 진수야, 일로 와 봐   [규현의 헛기침]

 

  - (빛나) 와, 교수님, 이거…   - (진수) 왜요?

 

  (이 교수) 야, 근데

 

  저기 저 학생, 박재언 맞지?

 

  - (빛나) 네   - (규현) 네, 맞아요

 

  실력이 출중한 학생이라   내가 확실히 기억하고 있지

 

  [여학생들이 소란스럽다]

 

  - (이 교수) 나 일어나 봐야겠다   - (빛나) 어?

 

  - (이 교수) 너희 즐거운 시간 보내고   - (빛나) 네

 

  - (이 교수) 사고 없이 마무리 잘하고   - (빛나) 네!   [교수들이 웅성거린다]

 

  (빛나) 진수가 데려다드릴 거예요

 

  - (진수) 제가 에스코트해 드릴게요   - (이 교수) 그래   [진수의 웃음]

 

  (이 교수) 저 원고 마감할 게 있어서   먼저 일어나려고요   [교수들이 호응한다]

 

  [교수들이 저마다 인사한다]

 

  (빛나) 조심히 들어가세요!

 

  - (이 교수) 사고 없이   - (빛나) 네   [규현이 인사한다]

 

  (남학생5) 안녕히 가세요, 교수님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빛나) 아, 정신 나가는 줄 알았네

 

  한 세 시간 전에는 가실 줄 알았는데

 

  그의 출중한 실력 때문에   그를 기억하신다고요, 교수님?

 

  사실은 그의 수려한 외모 때문에   그를 기억하신 건 아니실까요?

 

  (규현) 요거, 요거, 요거 또   어디서 훔쳐 왔냐?   [빛나의 다급한 신음]

 

  우리 인자 술 못 판다니까?

 

  편의점에서 내가 직접 사 온 거야

 

  이것도 안 되니?

 

  뒤풀이 가 갖고 또 겁나게 마실 거면서   고새를 못 참냐?

 

  나 진짜 진지하게 말하는데

 

  너 우리 엄마보다 잔소리 심해

 

  (규현) 오늘 취하기만 해라잉, 어?

 

  진짜로 길바닥에 버리고 갈라니까

 

  아휴

 

  [빛나가 숨을 카 내뱉는다]

 

  (지완) 어? 맛있겠다

 

  - (친구2) 어? 지완이다, 지완아   - (지완) 어? 야

 

  (지완) 야, 좋은 자리 잡았는데? 야   [친구들의 웃음]

 

  우리랑 같이 놀자   친구들 소개시켜 줄게

 

  아니야, 난 됐어, 재밌게 놀아

 

  그럼 이따 심심하면 꼭 연락해

 

  알았어

 

  - (나비) 재밌게 노세요   - (지완) 잘 가   [친구들이 인사한다]

 

  [친구들이 반가워한다]   (지완) 야, 언제 왔어?

 

  뭐야, 언제 왔어, 언제 왔어? 연락하지

 

  [소란스럽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은한) 요만큼만 드리거든요

 

  근데 많이 드실 거 같아서   이만큼 드렸습니다

 

  (나비) 은한아

 

  누나, 누나, 왔어요?

 

  (나비) 어, 야, 사람 되게 많다

 

  우리 과가 사람 제일 많은 거 같은데?

 

  (은한) 많죠, 그…

 

  씁, 혹시요, 일행 있으세요?

 

  - (나비) 응?   - (은한) 사람이 되게 많은데

 

  (은한) 진짜 이렇게   사람이 많이 올 줄 몰랐거든요

 

  그, 배고프시면 다른 데서 먹는 게   나을 것 같기도 한데요

 

  (나비) 아니야, 나 과제 하다가   잠깐 너 보려고 온 거야

 

  약속했잖아

 

  [나비가 살짝 웃는다]

 

  그랬죠

 

  (여자) 은한아!

 

  [웃으며] 언제 끝나?

 

  다들 술 마시러 가자고 난리야

 

  응?   [은한의 당황한 신음]

 

  아, 누구?

 

  치, 친구?

 

  (은한) [작은 목소리로]   우리 과 선배, 친한 누나야

 

  (여자) 아, 안녕하세요

 

  (나비) [작은 목소리로] 네   안녕하세요

 

  (은한) 저, 그, 어, 그

 

  애들이랑 먼저 가 있어   나 금방 정리해서 갈게

 

  (여자) 알겠어, 끝나면 바로 연락해

 

  - (은한) 응   - (여자) 응

 

  고생, 고생해

 

  (은한) 그게 아니라요

 

  진짜 제가 고등학교 때부터   좋아했던 누나인데

 

  얼마 전에 차였거든요, 근데

 

  어제 갑자기 연락이 와서…

 

  진짜 죄송해요

 

  (나비) 그래

 

  [은한의 한숨]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빛나) 게임을 진행하겠습니다   자, 세훈 씨!

 

  - (세훈) 네, 돌려, 돌려, 돌림판!   - (빛나) 돌림판!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친구3) 야, 재밌겠다   야, 우리도 이따 하자

 

  [친구들의 웃음]

 

  (친구2와 친구3)   - 야, 저거 커플만 할 수 있는 거야?   - 아닐걸?

 

  (친구3) 야, 근데   저 남자애가 솔이 좋아하지?

 

  (빛나) 오, 맞습니다!

 

  (세훈) '시시비비', 나이스!

 

  [빛나의 환호]   [어색하게 웃으며] 내가 어떻게 알아

 

  (친구3) 확실해

 

  아까 우리가 윤솔 친구랬더니   서비스를 엄청 주더라고

 

  [친구3의 웃음]

 

  솔이 쟤랑 별로 안 친해

 

  (친구2) 하긴   너희 둘이 하도 붙어 다니니까

 

  너희는 지겹지도 않냐?

 

  (지완) [입소리를 쩝 내며]   옛날에나 그랬지

 

  지금은 그렇게 별로 안 붙어 다녀

 

  (친구4) 그렇지   네가 연애를 계속하긴 했으니까

 

  - (세훈) 돌려, 돌려, 돌림판!   - (빛나) 돌림판!   [한숨]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친구3) 근데 쟤 좀 불쌍하다

 

  솔이 미국 가면   막 제임스랑 앤드루랑 놀 텐데

 

  [친구3의 웃음]   (친구2) 영국 아니었어?

 

  뭔가 유럽 느낌이었는데   [친구들의 웃음]

 

  (친구4) 아이, 근데 진짜 갈 거래?   언제?

 

  아, 너희가 그걸 어떻게 알아?

 

  (친구4) 알긴 뭘 어떻게 알아

 

  - (친구4) 아, 나 음료수 좀 줘라   - (친구3) 아, 그래

 

  [친구3의 웃음]   (친구4) 생큐

 

  (친구2) 어? 솔이 온다

 

  옆에 누구랑 같이 오는데?

 

  - (친구4) 어?   - (친구2) 솔아!

 

  (친구4) 야, 저 남자 그때 우리   카페에서 봤던 그 남자 아니야?

 

  [친구2의 놀라는 신음]   (친구3) 어, 어, 어, 맞는 것 같은데?

 

  [친구들의 웃음]

 

  (주혁) 안녕하세요   정주혁이라고 합니다

 

  (친구들) 안녕하세요

 

  (친구2) 뭐야, 윤솔, 남자 친구?

 

  (솔) 어, 아니야

 

  (친구3) 그러면 그때부터 쭉…

 

  [친구들의 신난 탄성]

 

  (주혁) 아, 일 때문에 왔다가

 

  오랜만에   학교 구경시켜 달라고 졸랐어요

 

  (친구3과 친구2)   - 아, 그렇구나   - 아, 커플 게임! 커플 게임 하러 가요

 

  (친구4와 친구2)   - 커플 게임 하러 가, 커플 게임   - 커플, 커플, 커플, 커플

 

  (빛나) 저희가 다시   환영을 해 줘야겠죠? 자…

 

  - (세훈) 어? 솔아, 솔아   - (빛나) 윤솔!

 

  (빛나) 네, 어, 너 할래? 커플…

 

  아, 두 분 커플?

 

  (친구2와 빛나)   - 커플 게임   - 아, 커플 게임 하러 오셨군요

 

  (친구3) 야, 짱이지 않냐?   [빛나의 웃음]

 

  - (지완) 비켜 봐 봐   - (친구3) 어?

 

  (빛나) 다트를 던져서   나오는 게임을 진행하시면 돼요

 

  네, 그러시면 되고요

 

  (주혁) 솔이 씨가 하세요   [친구2의 놀란 숨소리]

 

  - (솔) 제가?   - (주혁) 네

 

  (빛나) 포기해라   딱 봐도 게임이 안 된다

 

  네, 그러면 다시 해 볼게요   자, 세훈 씨, 활기차게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빛나의 웃음]

 

  돌, 돌리겠습니다

 

  (빛나) [흥얼거리며] 네   돌리고, 돌리고

 

  돌리고, 돌리고, 돌리고

 

  [솔이 다트 핀을 탁 던진다]   아! '풍선 터트리기'

 

  제일 재밌는 게 걸렸어요

 

  - (빛나) 두 분 가운데로 와 주시고요   - (솔) 뭔데?

 

  (친구3) 윤솔이 남자랑 있는   투 숏을 다 본다, 야

 

  [웃으며] 남자 너무 잘생겼지?

 

  (빛나) 두 분 사이에   제가 이 풍선을 놔 드릴 건데

 

  (빛나와 솔)   - 두 분이 가까이 붙으셔 가지고   - 네?

 

  (빛나) 몸으로 터트리시는 게임이에요

 

  5초 안에 터트리시면 성공입니다

 

  네, 그러면은 시작할게요

 

  자, 시작!

 

  5, 4   [사람들의 놀라는 신음]

 

  성공! 축하드립니다, 축하, 축하

 

  [웃으며] 상품 받아 가셔야죠

 

  - (솔) 어, 상품 있어요?   - (빛나) 선물을 골라 가시면 됩니다

 

  (친구3) 솔이가 너한테 별말 없었어?

 

  (지완) 없었어

 

  아이, 그런 사이 아니라잖아

 

  (친구3) 치, 아니긴

 

  남자 얼굴에 딱 쓰여 있구먼   [사람들의 웃음]

 

  아니면 여기를 왜 왔겠냐?   뭐가 재밌다고

 

  구경 왔다잖아

 

  [친구3의 부러운 숨소리]

 

  윤솔 남자복 터졌다

 

  (친구3) 하긴   없을 때는 더럽게 없다가

 

  꼬일 땐 또 한꺼번에 몰려들잖아

 

  그, 동시성의 법칙인가 뭔가 하는 거

 

  (지완) 아이, 그런 사이 아니랬잖아

 

  [친구3의 웃음]

 

  이걸 왜 날 줘?

 

  (솔) 가져, 너 얘 좋아하잖아

 

  (지완) [한숨 쉬며] 됐어   이제 안 좋아해

 

  (솔) 무슨 일 있어?

 

  친구들이랑 놀기로 한 건데   왜 남자를 데리고 와?

 

  [당황한 신음]

 

  (솔) 아…

 

  [솔의 당황한 신음]   (친구4) [작은 목소리로] 지완아

 

  (솔) 미안, 그, 불편해할 줄 몰랐어

 

  아이, 그럴 줄 알았으면   나도 데리고 왔지

 

  아, 너만 커플 게임 하니까 기분 좋냐?

 

  (지완) [한숨 쉬며] 나 담배 좀

 

  - (친구3) 야, 야, 지완…   - (친구2) 아, 왜 그래?

 

  [부드러운 음악]   (나비) 라임?

 

  (재언) 네가 좋아할 거 같아서

 

  - (나비) 내가?   - (재언) 전에 클럽에서 그랬잖아

 

  [나비가 살짝 웃는다]

 

  별걸 다 기억하네

 

  [캔을 툭 내려놓는다]

 

  (빛나) 아, 다들 많이 피곤하지?   다들 고생했고   [사람들의 지친 신음]

 

  하지만 뒤풀이는 이제 시작이니까   우리는 이제 다시 시작이야!

 

  [함께 환호한다]

 

  야, 오늘 걸어가는 사람 없어   다 기어갈 거야!   [사람들의 환호]

 

  [시끌시끌하다]

 

  - (재언) 이거 먹고 해   - (은한) 어? 저요, 저요!

 

  - (남학생6) 나와, 나와   - (은한) 저요…   [저마다 은한을 타박한다]

 

  [소란스럽다]

 

  (남학생7) 넘겨, 넘겨, 뒤로 넘겨   [소란스럽다]

 

  아, 머리 아파

 

  [기침]

 

  [나비의 아파하는 신음]

 

  (나비) 약 사러 가야 되는데…

 

  [스탠드 조작음]

 

  [한숨]

 

  (은한) 진짜 제가   고등학교 때부터 좋아했던 누나인데

 

  얼마 전에 차였거든요, 근데

 

  (은한) 어제 갑자기 연락이 와서

 

  진짜 죄송해요

 

  (나비) 내가 대타였다 이거지?   [한숨]

 

  뭐, 상관없어

 

  그런데

 

  (은한) 어제 갑자기 연락이 와서   진짜 죄송해요

 

  [나비의 한숨]

 

  (나비) 쪽팔려

 

  [나비가 혀를 쯧 찬다]

 

  [나비의 짜증 섞인 신음]   [침대를 탁 친다]

 

  [휴대전화 진동음]

 

  누구지?

 

  [휴대전화 조작음]

 

  여보세요?

 

  (재언) 뭐 해?

 

  박재언?

 

  뭐야

 

  내 번호 지운 거야?

 

  (나비) 어…

 

  [콜록거린다]

 

  [기침]

 

  왜?

 

  목소리가 왜 그래?

 

  어디 아파?

 

  (나비) 아니, 몸이 좀 안 좋아서

 

  (재언) 나 지금 너희 집 근처야

 

  근데?

 

  네가 여길 왜 오는데?

 

  친구네가 이 근처라

 

  (나비) 그래, 잘 놀아

 

  유나비

 

  (나비) 응

 

  지금 만날래?

 

  지금…   [휴대전화 종료음]

 

  [한숨]

 

  "편의점"

 

  (나비) 아, 추워, 응?

 

  아, 약은 또 왜 없어

 

  [나비의 기침]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사람들이 연신 웅성거린다]   (주민1) 사고 났나 봐

 

  (주민2) 크게 다친 거 아니야?

 

  - (주민1) 그러니까, 경찰차는 뭐야?   - (주민3) 도대체 뭔 일이 난 거야

 

  (주민1) 사고 났나?

 

  (주민3) 아니, 여기 학생 방에…

 

  (나비) 저, 잠시만요, 잠시만요

 

  (주민1) 3층 학생…   [저마다 말한다]

 

  (구조대원1) [문을 쿵쿵 두드리며]   학생, 학생, 들려요?

 

  (재언과 경찰)   - 무슨 일 있는 것 같아요, 좀 빨리…   - 학생, 좀 진정하고

 

  (경찰) 학생, 진정하고 물러나 있어요   [구조대원1이 문을 덜컹거린다]

 

  (구조대원1) 안 되겠다, 그냥 넣어 봐   [구조대원2가 대답한다]

 

  (재언과 나비)   - 빨리요, 빨리, 빨리 열어 주세요   - 어어, 잠시만요!

 

  (나비) 잠시만요, 잠시만요   잠시만요, 아저씨, 잠시만요!

 

  뭐예요?

 

  이거 다 누가 부른 거야

 

  [잔잔한 음악]

 

  [한숨]

 

  [한숨]

 

  - (나비) 죄송합니다   - (재언) 죄송합니다

 

  (구조대원1) 네, 그럼 갈게요

 

  [자동차 시동음]

 

  (나비) 아, 너 진짜   119는 오버인 거 알지?

 

  아, 걱정돼서 그랬지

 

  (재언) 아프다더니 연락도 안 되고

 

  혼자 사는 거 다 아는데

 

  (나비) 알았어

 

  나 이제 살아 있는 거   확인했으니까 됐지?

 

  나 간다

 

  너 괜찮은 거야?

 

  아, 괜찮아

 

  [나비의 헛기침]   (재언) 열 있다, 병원 가자

 

  (나비) 아, 됐어, 뭔 병원이야

 

  그냥 푹 자면 괜찮아

 

  잘 가

 

  [빛나의 힘겨운 신음]

 

  [담배꽁초가 툭 떨어진다]

 

  (규현) 야, 가게

 

  어?

 

  아, 애들 다 갔다고야

 

  [한숨]

 

  나 이제 진짜로 간다잉

 

  정신 좀 차려 봐야   [빛나의 한숨]

 

  지금 시간이 몇 시인디 이라고 있어

 

  뭐 하냐?

 

  - 아, 뭣 혀? 인제 가자니까…   - (빛나) 쉿

 

  [술 취한 말투로] 좀 닥쳐 봐

 

  [빛나가 숨을 들이켠다]

 

  (빛나) 너 이렇게 보니까

 

  좀

 

  잘생겼다

 

  [잔잔한 음악]

 

  [한숨]

 

  (나비) 좀 너무했나?

 

  아니야

 

  잘한 거야

 

  쯧, 잠이나 자자   [힘주는 신음]

 

  [초인종이 울린다]

 

  (나비) 누구세요?

 

  [잔잔한 음악]

 

  들어가도 돼?

 

  (나비) 어? 어

 

  (재언) 근처에 문 연 데가 없어서   아쉬운 대로 편의점

 

  죽 먹고 약 먹어

 

  어, 고마워

 

  (재언) 푹 자, 갈게

 

  (나비) 진짜 이거 때문에   다시 온 거라고?

 

  (나비) 야, 박재언

 

  나 이거 안 좋아해

 

  가져가

 

  나 배고파

 

  여태까지 밥도 안 먹고 뭐 했대

 

  (재언) 하루 종일 음식 냄새 맡았더니   배가 안 고프더라고

 

  근데 이제 고프네

 

  [나비가 봉투를 부스럭거린다]

 

  (나비) 그럼 이거   컵라면이라도 먹고 가든지

 

  (재언) 음, 장조림도 진짜 맛있다

 

  이런 집 반찬 오랜만이야

 

  이거 다 우리 이모가 해 준 거야

 

  유나비 이름 지어 주신 이모?

 

  (나비) 응

 

  - 졸리구나   - (나비) 응

 

  (나비) 약 기운 때문인가   갑자기 잠이 확 오네

 

  - 가서 누워   - (나비) 아니야

 

  너 가면 눕지, 뭐

 

  (재언) 얻어먹었으니까

 

  보답해야지

 

  (나비) 왜? 어?

 

  아, 뭐 해   [따뜻한 음악]

 

  [웃으며] 아, 뭐 하냐고   [재언의 힘주는 신음]

 

  [나비와 재언의 웃음]   야, 놔 봐, 잠깐만

 

  잠깐만

 

  [재언이 살짝 웃는다]

 

  [재언의 힘주는 신음]

 

  (재언) 응

 

  '작은 동네 달 가게에는   소년이 있었습니다'

 

  '소년은 매일매일   소녀를 기다렸습니다'

 

  [웃음]

 

  (나비) [웃으며] 너 뭐 하냐

 

  집에 얼른 가

 

  너 잠들면 갈게, 걱정 마

 

  아, 자다 일어났는데 없는 게 더 싫어

 

  그럼 가지 말까?

 

  그 말이 아니고

 

  (나비) 그래, 솔직히 안 갔으면 좋겠어

 

  너 진짜 이상해

 

  (나비) 말하는 것도 그렇고   하는 짓도 그렇고

 

  119에 신고나 하고

 

  (재언) 네 말은   나쁜 놈으로만 생각하고 싶은데

 

  또 그러기엔 괜찮아 보인다는 거지?

 

  재수 없어

 

  [피식 웃는다]

 

  솔직히 나

 

  (재언) 네가 김은한이랑 있는 거 보고   충격받았어

 

  (나비) 왜?

 

  (재언) 글쎄

 

  [피식 웃는다]

 

  질투하나?

 

  내 번호는 지웠으면서

 

  너무 즐거워 보이니까

 

  그럼 오늘 아주아주 통쾌했겠다

 

  시원하게 까이는 거 봤으니까

 

  내 번호 다시 저장해 줘

 

  (재언) 솔직히 나   그렇게 나쁜 놈은 아니잖아

 

  [잔잔한 음악]

 

  (나비) 열 때문인지 박재언 때문인지

 

  어지러워 죽겠다

 

  너 나한테 왜 이래?

 

  내 이름이 나비라서?

 

  그냥 끌려, 네가, 처음부터

 

  아, 그렇구나

 

  [재언의 웃음]

 

  [나비의 웃음]   (재언) 아니, 너 진짜 웃긴 거 알지?

 

  뭐가 그렇게 웃긴데?

 

  내 말 하나도 안 믿으면서   왜 자꾸 물어봐?

 

  네가 믿을 만하게 굴어야지 믿지

 

  그럼 믿을 만하게 굴면

 

  믿어 줄 거야?

 

  [새가 지저귄다]

 

  (나비) 어쩌면 진짜 나를…

 

  열 내렸네

 

  진심 이런 고전적인 방법을 해 줬다고?

 

  클래식이 최고지

 

  [웃음]

 

  그건 그래

 

  (재언) 나 학교 갈 준비 한다

 

  [멀어지는 발걸음]

 

  [재언이 스위치를 탁 누른다]

 

  [문이 탁 닫힌다]

 

  [새가 지저귄다]   [드라이기 작동음]

 

  [드라이기가 멈춘다]

 

  (나비) 앞머리 다 내리면 안 돼?

 

  답답해

 

  그래도

 

  나 보는 용으로 한 번만

 

  [잔잔한 음악]

 

  (재언) 그럼 너도

 

  머리 묶은 거 보여 줘

 

  예쁘네

 

  [잔잔한 음악]

 

  [숨소리가 울린다]

 

  [감성적인 음악]

 

  (나비) 이 손, 이 향기, 벌써 익숙하다

 

  (재언) 난 계속 너 만나고 싶은데   넌 어때?

 

  (나비) 박재언은 정말 자연스럽다

 

  (규현) 우리 연애하자

 

  (빛나) 오버 아닐까? 너 나 좋아해?

 

  [비가 쏴 내린다]   (도혁) 유나비?

 

  (나비) 국숫집 손자라고 하니까   딱 네 생각이 나더라고

 

  (도혁) 내 생각을 했었어?

 

  (재언) 잡았다

 

  선물 있어

 

  (나비) 우린 생각보다 잘 맞고

 

  함께하는 밤은 제법 즐겁다

 

  (나비) 너 나 말고   이렇게 만나는 사람 또 있어?

 

  (재언) 사귀는 것도 아닌데   뭘 이렇게까지

 

  우리 그만하자

 

  (재언) 놔주기 싫은데, 아직은

 

  (나비) 난 지금도 박재언에게 끌린다

 

  미친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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