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신 5
꼴찌, 서울대 가다
소강당 (낮)
교사들, 강을 에워싸고 항의하고 있다.
박귀남 전원 불합격? 아니, (강이 든 시험지 빼앗아 흉내내며) 겨우 이렇게 슥슥슥
훑어봐 놓고 불합격?
사도철 흥! 이제야 마각을 들어내시는구만? 애초에 이런 시험은 폼이었죠? 우리를
몽땅 짤르려는 폼!
교사들 (맞아!/이럴 수 있어요?/자세히 보고 말 해! 항의하는데)
강 이런 답안은 첫줄만 읽어봐도 압니다. 첫줄부터가 엉망인데, 어떻게 제대로
된 답안이 나오겠습니까! (박귀남이 들고 있는 시험지 도로 가져와 넘겨 보
며) 이상적인 학교란. 교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학교와 나... (고개 젓고)
모두 다, 구체성이라곤 전혀 없는 답안들입니다.
교감 우리 선생님들이 죄다 국문과 전공도 아니시고, 어떻게 글을 다 잘 씁니까.
강 글을 잘 쓰고 못 쓰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내용 자체가 교사로서 함량 미달
이라는 얘깁니다.
박귀남 함량 미달? 누가 누구더러 감히 함량 미달이래!
교사들 (아우성)
강 (동요 없이) 병문고는 새로운 교육 시스템으로 다시 태어날 겁니다.
교사들 (더욱 흥분해 소리치고)
강 새로운 시스템에 찬성하시는 분들에 한해 재고용 심사를 할 계획입니다.
박귀남 (ol) 흥! 말 잘 듣는 사람만 남아라? 누구 맘대로!
강 (지그시 노려보고)
박귀남 우리요, 더는 못 참아요. 지금 이 순간부터 집단 행동에 돌입할 겁니다.
마리 박귀남 샘!
사도철 맞아요, 여러분! 이대로 있을 순 없습니다! 단결투쟁 합시다! (주먹 높이 치
켜들며) 투쟁!
박귀남 안하무인 강석호는 물러가라!
사도철 물러가라!
교사들 (강을 에워싸며) 물러가라! 물러가라!
수정 (뒤에서 안타깝게 보는데)
교감 아니 저... 선생님들?
마리 (뒤로 주춤주춤 물러서며) 오마이 갓... (확 가버리고)
교감 이사장님? (슬그머니 따라가고)
교사들 (강을 에워싼 채) 강석호는 물러가라! 물러가라! (아우성 고조되는)
강 (차분히 노려보면서)
소강당 앞 복도 (낮)
강 (가는데)
수정 (따라오며) 강변호사님!
강 (돌아보는)
수정 너무하시는 거 아니예요?
강 (ol) 난 병문고 재건과 관련한 모든 업무를 위임 받았습니다. 재고용 시험도
그 업무 중 하나라는 거 말씀드렸구요.
수정 그럼 샘들한테 앞으로 계획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셔야죠. 이러고 그
냥 나오면, 샘들이 얼마나 혼란스러우시겠어요!
강 저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반발을 위한 반발만이 있을 뿐입
니다.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혼란이 좀 가라앉은 후에 설명할 겁니다.
수정 혼란, 가라앉지 않을 걸요?
강 ... 가라앉게 될 겁니다. (가려다) 아. 한수정 선생님 해고는 일단 보류입니
다.
수정 제가 특별반 부담임을 맡고 있어서요?
강 예.
수정 정~말 감사하네요. 안 짤라 주셔서.
강 열심히 해 주십쇼. (간다)
수정 (기막혀서 보는)
이사장실 (낮)
마리 (앉으며) 어쩜 좋아요? 교감샘?
교감 하... 저도 강변호사가 샘들을 진짜로 싹 다 짜를 줄은...
마리 (ol) 말도 안 되죠 이건! 샘들 저렇게 집단행동 하고 학교 시끄러워지면...
조사다 취재다 들어올 거고, 그러면... 아 끔찍해. 아아 끔찍해. (!!) 왕봉
그룹에선 소식 없어요? 우리 학교 인수한다는 거요.
교감 그게... 비밀리에 물밑 작업 중이라...
마리 거기 요직에 있단 후배분, 또 무슨 말 없었어요?
교감 아직은... 제가 다시 알아 보죠.
마리 아우. 아우 골이야...
취침방 (낮)
강과 차기봉, 창 밖 보며 나란히 서 있다.
차기봉 선생들을 너무 몰아붙이는 거 아닌가. 밀어붙이는 게 능사는 아냐.
강 어차피 겪어야할 진통입니다.
차기봉 어차피 겪어야 할 진통이란 없어. 피할 수 있으면 피해야지.
강 ...
차기봉 그런 걸 지혜라고 하지. (강을 보고) 아직 설익었어.
강 ...
차기봉 영어 과목은 어쩌기로 했어.
강 말씀 드렸던 대로...
차기봉 (ol) 안 된다고 했지!
강 허락해 주십쇼.
차기봉 글세 안 돼, 그 인간은! ... 데려오기만 해. 다시는 나 못 볼 줄 알아!!
강 ...
특별반 (낮)
강 (교실 뒤에 비디오카메라 설치하고 있다)
수정 (프린트물 잔뜩 안고 들어오다가) 뭐 하세요?
강 아이들 영어수업이 어떤지 관찰하려구요. 오늘 저녁에 영어 보충이시죠.
수정 (심드렁) 네. (교탁에 가서 프린트 셋팅하며) 쯪. 합숙 끝난 날인데, 애들
그냥 쉬라 그러고 내일부터 해도 될텐데...
강 저녁은 집에서 먹고 오라고 보내지 않았습니까.
수정 (비아냥) 네... 그러셨죠.
강 합숙 끝났다고, 시험 끝났다고...이유 대자면 끝도 없습니다. 단
하루도 리듬을 잃지 않는 게, 수험생에겐 중요합니다.
수정 (비쭉/궁시렁)
강 (슥 보고) 의외로 차분하군요.
수정 에?
강 오늘 같은 날이, 한수정 선생님이 가장 앞장서서 흥분할 만한 날 아닌가요.
(비디오 on 시켜 시험 삼아 교실 안을 찍어보는)
수정 화내봤자 저만 손핸 거 알거든요 이제. 그동안 강변호사님 겪으면서 터득한
지혜도 있구요.
강 지혜...?
수정 (빤히 보다가) 개야 짖어라, 기차는 간다.
강 (끙)
수정 저는요, 이제부터 강변호사님이 뭘 하시든, 그냥 내 일에만 충실하기
로 했어요.
강 잘 생각했습니다.
수정 (기막혀)
강 (비디오 끄며) 저녁에 외출 좀 하겠습니다.
수정 맘대로 하세요. (침 퉤퉤 묻혀가며 프린트 열심히 나누는)
강 수업 때, 녹화 부탁합니다.
수정 눼. (일하고)
강 (보는)
백현 거실 (밤)
불고기, 잡채 등 잔치상처럼 한 상 차려져 있는.
백현 할머니, 오늘 무슨 날이야?
할머니 우리 손주 합숙 끝난 날이잖어. (궁둥이 두드리며) 에이그... 고생 많았지?
백현 이걸 언제 다 준비했어. 하루종일 일하고 오셨을텐데.
할머니 (웃고) 이거 할려구 오후타임 땡땡이 쳤~지.
백현 그래도 돼? 반장인가 하는 아저씨 디게 깐깐하대매.
할머니 몰래. (흘기며) 다 니눔한테 배워 그려. 땡땡이 대장.
백현 내가 뭘. 나 인제 땡땡이 안 쳐.
할머니 그러엄. 인제 특별반인데. (토닥여주며) 쫌 있음 명~문대생 될 거구. 아휴
그냥, 그 생각만 하믄, 힘이 울끈불끈이여.
백현 아 참 할머닌... 절대 기대하지 마요. 에?
할머니 기대할거여. 기대합니다~ 일등 대학생~ (웃고)
백현 (피식)
봉구 고깃집 (밤)
알바생들 다른 테이블에 서빙하는.
불판에 맛있게 구워지는 고기. 봉구부모, 봉구, 둘러앉았다.
봉구부 야 팍팍 먹어. 응? (접시에 잔뜩 쌓인 생고기 보여주며) 오늘 이거 다 먹어
야 돼?
봉구 (먹으며) 나 학교 도루 가야돼.
봉구모 (쌈 싸며) 그니까 부지런히 먹어. 에흐. 얼굴 쑥 빠진 거 봐. 여보 얘를 누
가 고깃집 외아들로 보겠어.
봉구부 그러게 말야. 시키지도 않는 공부는 하느라고.
봉구 그래도 (작게) 알바생 세 명이나 쓴 건 너무했다. 인건비 장난 아닌데.
봉구모 그럼 어뜩해. 느이 담임이 그러래는 걸. 무서워 죽겠어 그 양반. 아. (쌈을
봉구 입에 틀어넣는)
봉구 (먹다가/일각 보고) 어! 불 그렇게 빼면 안 돼요! (알바생 일하는 테이블로
달려가 능숙히 하고)
봉구부 하... 저 놈은 저게 딱인데... 공부는 무슨.
봉구모 (끄덕)
찬두 거실 (밤)
찬두 (가방 멘 차림/헤드폰 끼고 춤추며 2층에서 내려와 가는데)
찬두부 (퇴근해 들어오는 길/딱 마주치는)
찬두 (기겁해서 굳고) 다녀오셨어요 아부지.
찬두모 (안방에서 달려 나오며) 오셨어요? 찬두 저녁 먹고, 또 공부하러 간다구...
찬두부 끙... (못마땅하게 보다가/가는데)
찬두 (ol) 여기 있게 허락해 주신 거... 고맙습니다.
찬두부 모의고사 성적 1점이라도 떨어지면, 그 즉시 비행기 태울 테니 그리 알
아. (찬두의 차림새 못마땅하게 훑으며 냉소) 특별반? 흥... (가고)
찬두모 (따라가며 찬두에게 잘 가라는 눈짓) 찬두 이제 잘 할 거예요.
찬두 (씁쓸한)
피트니스센터 건물 외경 (밤)
(e) 신나는 에어로빅 음악.
피트니스센터 복도 (밤)
여비서, 강석호를 안내해 걸어간다.
수영장 (밤)
여비서 사장님? 손님 오셨습니다.
양춘삼 (긴 의자에 누워 정부장 보고 받는 중/협탁엔 요란한 파르페) 예약은?
여비서 하셨습니다.
양춘삼 오케이.
여비서 (다가가도 좋다는 눈짓하고 가고)
강 (다가가면)
양춘삼 (결재서류에 싸인하며) 기획사 분이시라구요... (보고/굳어) 또 당신입니
까.
강 죄송합니다. 안 만나주셔서요.
양춘삼 지난번에 분명히 말 한 걸로 아는 데요. 나, 아무데나 강의 나가는 사람 아
니예요. (일각에 대고) 여기 왜 아무나 들여보내고 그래!
강 제안하신 특강료... 드리겠습니다.
양춘삼 늦었어요. 이런 식으로 쳐들어오는 거 나 굉장히 싫어해요. 안 합니다. 여
기...
강 (ol) 차기봉 선생 부탁입니다.
양춘삼 (흠칫) ... 정말이예요?
강 (끄덕)
양춘삼 정말 그 영감이 부탁했나요?
강 그렇습니다.
여비서 (다가와) 부르셨습니까 사장님.
양춘삼 (강을 빤히 본다)
강 (강한 눈빛으로)
여비서 사장님?
양춘삼 아... 됐어요.
강 (표정)
병문고 외경 (밤)
수정(e) This is why I'm angry~.
특별반 (밤)
비디오카메라 돌아가고. 칠판엔 한가득 열정적인 판서 되어 있다.
수정 (영어수업한다/예의 유치원 교사 같은 다정한 톤으로 열심히/교재 읽으며)
아! why I'm angry! 명사절이 나왔네? 여기선 뭐로 쓰이는 명사절일까? (보
면)
아이들 (졸거나 멍한/봉구만 온통 형광펜 칠하며 열심인)
수정 후... 보어가 되는 명사절이죠? (아이들 보다가/ 맨 뒤 비디오 카메라 보며)
수정(e) 있는 그대로 보여야 돼.
수정 (방긋 웃으며) 다음 보자? (피곤해 하는 백현 보고) 백현아, 피곤하니?
백현 (바로 앉으며) 아뇨.
수정 3번 문제 지문 읽어볼래?
백현 ... (수정을 보는)
수정 ?? (방긋)
백현 죄송한데... 어디 하는지...
수정 (후우우 참으며/미소) 75페이지.
백현 아... 죄송합니다. (펴는데)
찬두 (졸다가 옆으로 우당탕 넘어지며 놀라) 누구야!
풀잎 (보고 킥 웃고)
수정 (후우... 하다가 현정 보면)
현정 (여전히 칠판 보는 채 멍~~)
수정 (현정과 칠판을 번갈아 보면)
백현 얘 원래 눈 뜨고 자요.
수정 (끙)
수영장 (밤)
강은 없고. 양춘삼과 정비서 밀담 분위기.
양춘삼 꼴통 녀석들을 천하대에 보낸다... (정비서 슥 보며) 장사꺼리 좀 될 거 같
지 않아?
정부장 괜찮아 보입니다.
양춘삼 괜찮은 정도가 아냐. 훗. 거기다 차기봉 영감도 있어? 이번에야말로 보기
좋게 복수를 할 수 있겠군. 흠... 못 이기는 척, 가는 걸로 해 보지. 후후.
영화루 (밤)
주인/백현 (탕수육 등 요리들 잔뜩 내놓는다)
아이들/찬두 우와!/오!오!오!오!
주인 특별히 많이 드렸어요.
수정 고맙습니다. 우리 백현이 잘 부탁드려요.
주인 예예. (웃고/가고)
현정 서방두 여기 앉어.
백현 (끼어 앉고)
풀잎 샘 무리하시는 거 아니예요?수정 아니거든요? 합숙 뒤풀이라고 생각하고 많이들 먹어.
아이들 네!/잘먹겠슴다~ (먹는)
수정 (먹는 거 보다가) 니들, 솔직히 말해봐. 영어 시간 재미 없지.
현정 (먹으며) 네 쫌...
백현 (ol/현정을 툭 치고) 공부가 재밌는 게 어딨어요. 다 그렇지.
봉구 난 영어시간 재밌는데?
찬두 크~ 역쉬.
수정 고마워 봉구야.
풀잎 선생님은 늘 열심히 하셔서... 보기 좋아요.
수정 치... 근데들 졸구 있어?
풀잎 어... (미안해서 현정 보면)
현정 힝~ 죄송해요~~
백현 죄송합니다.
수정 (웃고) 담부턴 졸지마?
아이들 네~~
수정 먹자. (애들 접시에 탕슉 놔주는 등 다정한)
거리 (밤)
수정과 아이들 걸어온다.
수정 다들 저쪽이지? 샘 갈게.
찬두 우리 샘, 밤길 괜찮으실라나? (얼굴 가리키며) 무기가 있으시지만.
수정 어이구. (쿡 찌르고) 저기서 버스타면 돼.
봉구 제가 타시는 거 볼게요.
아이들 오~~~~
수정 됐어. 빨리 가서 자. (초록불 켜지고) 갈게! (뛰어간다)
아이들 안녕히 가세요!
찬두 굳나잇 샘~!
수정 (손 흔들며 뛰어가다 삐끗해서 넘어질 뻔/헤헤 웃으며 달려가고)
찬두 (손 흔들어주며) 참... 인간 수면제만 아니믄. 그치?
풀잎 (손 흔들며) 착하시잖아.
현정 (손 흔들며) 그래도 넘 고통이얌.
백현 참어.
봉구 대따 귀여워.
찬두 컥.
수정 (건너가서 또 손 흔들자)
아이들 (히이 웃으며 열렬히 흔드는)
건너편 거리 (밤)
수정 (웃으며 손 흔들면서도/중얼) 짜식들. 재미없다고 솔직히 말하면 누가 잡아
먹냐. 쯪. 착한 것들. (쓸쓸한 미소로 손 흔드는)
고시원 외경 (밤)
고시원 룸 (밤)
친구 (기막혀 안을 둘러보고 있다)
강 (종이컵 커피 주며) 앉아라 아무데나.
친구 (적당한데 걸터앉으며) 기가 막혀서.
강 (노트북 펼치며) 메모리 줘봐.
친구 사무실 빼고, 오토바이 팔고. 이거 다 황백현인가 걔 도와주느라 그런
거지.
강 ... (친구 손에 들린 USB 메모리 빼앗아 노트북에 꼽고 보는)
친구 너 뭐 선거 나갈 거냐? 업적 쌓는 거야?
강 (노트북 엔터키 딱딱 치며) 이거면 되겠다.
친구 (기막혀 보는데)
강 (노트북 보는 채로/끄덕이는) ...
풀잎 욕실 (밤)
(e) 밖에서 풀잎모와 취객들 노래 시끄럽게 들려오고.
풀잎 (세탁기 열어 세탁물 넣으려다 멈칫/안에 있는 옷가지를 꺼내서 보면/남자
티셔츠, 속옷들이다/찡그리고 수납장 열어보면 남자 칫솔과 면도기 있다/기
막혀 입 벌어지는데)
풀잎모 (술 취해 비틀거리며 댄스곡 부르며 들어오다/풀잎 보고) 어? 풀잎이 왔네?
에으. 예쁜 우리 딸~. 흐흐. 가게 화장실이 만원이라... (옷 내리려다)
여기 있을 거야?
풀잎 (남자 옷 보이며) 이거 뭐야?
풀잎모 어머! (옷 확 뺏으며) 넌다는 걸...
풀잎 나 합숙 갔을 때, 그 아저씨 와 있었지.
풀잎모 어? ... (머리 살살 긁으며) 잠깐... (풀잎 밀어내며) 나가 기지배야. 싸겠
어.
풀잎 엄마 증말 왜 그래? 딸한테 창피하지도 않어?
풀잎모 창피하니까 너 없을 때 부르지! 그걸 꼭 말로 해야 알어? (밀며) 나가 나가.
풀잎 (밀려나가며 속상한)
풀잎방 (밤)
풀잎 (속상해 벽에 기대어 앉아있다)
(e) 풀잎모와 남자들, 까르르 웃음소리.
풀잎 떠날 거야. 꼭 떠날 거야... (책상 앞에 앉아 수학 책 펼쳐들고 공부하기 시
작하는/눈빛 빛나고)
시간경과. 벽시계 한 시 넘어섰고.
풀잎 (책상에 엎드려 잔다)
풀잎모 (술취해 비틀거리며 방문 열어보고/쓸쓸한 미소 피식)
병문고 앞 거리 (아침)
찬두 (헤드폰 끼고 춤추며 오다가 저만치 가는 풀잎과 현정 보고 달려가/풀잎
눈 홱 가리는)
풀잎 홍찬두우?
찬두 (손 풀며) 에헤헤헤.
현정 홍찬두. 내가 계속 봤는데, 너, 풀잎이한테 은근 스킨쉽 쓴다?
찬두 내가 뭐!
풀잎 유치원 동창이잖아. (찬두 어깨동무 확 하며) 아무 느낌 없네요.
찬두 (슬몃 서운한데)
이예지(off) 찬두 오빠!
찬두 예지야!
이예지 오빠! (달려와 포옹하고) 잘 있었어?
찬두 (당황/떼어내며) 어허. 얘가.
현정 (뭐니? 보는)
이예지 (풀잎 슥 보고) 풀잎언니 안녕하세요?
풀잎 어 안녕?
찬두 여행 잘 갔다 왔어?
이예지 여행은. 어학연수였지. 나 오빠 줄려구 선물 사왔는데.
찬두 뭐?
이예지 와 봐. (찬두 팔짱 껴서 데려가고)
찬두 어어어. (풀잎 돌아보고 손 흔들고 가며) 이따 봥!
현정 으 홍찬두. 여자면 다 좋지.
풀잎 (웃고/현정 팔짱 끼며) 가자. (하는 찰나)
현정 어! 서방~! (백현에게 달려가며) 웬일이야? 지각도 안 하구? (다정하게 말
하며 가고)
백현 (풀잎을 슥 보고 가고)
풀잎 후우... (혼자 씩씩하게 가는)
복도 (아침)
마리 (킬 힐에 미니스커트/수업자료 들고 씰룩쌜룩 가다가 삐끗해 기우
뚱) 어머머!
강 (뒤에서 슥 나타나며 붙든다)
수정 (다른 방향에서 오다가 보고)
마리 (발그레/아닌 척 새침하게) 고마워요.
강 (떨어진 CD 주워서 보는)
마리 2학년 애들 수업에 쓰려구요. 미국 드라만데 애들이 완전 홀릭이드라구요?
강 (피식) 좋군요. (CD 주고 간다)
마리 (띠용~ 해서 보는데)
수정 (와서 CD 보고) 이걸 애들 보여주시게요? 야한데?
마리 야하면 좋지. 정신도 번쩍 들고. (저만치 가는 강의 모습을 눈 가늘게 뜨고
보며) 음... 쫌... 괜찮단 말야?
강 (멋지게 걸어가는)
수정 (마리와 강을 번갈아 보다가/비쭉)
병문고 외경 (낮)
차기봉(e) 음~~~ 쯪쯪쯪쯪.
특별반 (낮)
차기봉 (아이들 문제 푼 프린트 보며/고개 절레절레) 또 시작이야. 또 템포가 느려
지고 있어.
아이들 아으으... (널부러지고)
차기봉 (회초리를 아이들 책상에 팟팟팟 후려치며) 정신들 차려! 정신!
아이들 (기겁) 아아아...
찬두 아 증말. 심장마비 걸리겠어요!
차기봉 (지그시 노려보다가) 그럼 이쯤에서... 차기봉 수학, 오늘의 비법 투척이
다!
아이들 엥? (주목하고)
차기봉 이름하여... (보따리 확 풀어서 프린트 두장 홱 꺼내들며) 차기봉식, 문제
해답 동시 프린트! (과앙~!!!)
-인서트/ 원색의 화면에 <문제 해답 동시 프린트>라고 궁서체 글씨 타이핑 되며.
아이들(e) 문제 해답 동시 프린트?!!
몽타주 화면
수능 치르는 수험생들 모습.
차기봉(e) 수리영역은 100분에 30문항을 풀어야 해.
수학 푸는 학생들 모습 위로 수능 수리영역
문제지 화면 OL되며.
차기봉(e) 즉! 3.3분에 한 문제씩을 해치워야 한다는 거!
수학 문제를 접했을 때의 백현, 풀잎, 찬두, 봉구, 현정, 각각 아이들의 모습.
차기봉(e) 따라서, 한 문제 당 풀이법을 생각해내는 시간이 1분이 넘어서는 안 돼!
백현 (문제를 보며 머뭇거리는)
차기봉(e) 문제의 공략은 스타~~트에서 결정된다.
풀잎 (옆에 둔 손목시계 보며 입술 깨무는)
차기봉(e) 주춤거리거나 다른 방향으로 흘러버렸단...
찬두 (멍때리다가 시계 보고 흐억 놀라는)
차기봉(e) 페이스를 잃고 쫄~딱 망해!
봉구/현정 (으아아... 초조해서 패닉 상태에 빠지는)
특별반 (낮)
차기봉 수능이 몇 달 안 남은 지금, 너희들은 짧은 시간에 되도록 많은 문제를 접
해 봐야 돼. (프린트 두장을 보이며) 이건 문제지고, 이건 여기에 대한 풀이
와 해답이다.
풀잎 (문제지는 앞으로, 답지는 뒤집어서 책상에 놓는 풀잎의 모습 위로)
차기봉(e) 문제지는 앞으로, 답지는 뒤집어서 책상에 놔.
백현 (문제를 보는)
차기봉(e) 문제를 보고, 풀이의 스타트를 어떻게 할지 결정하고...
찬두 (풀이를 들춰보고 방긋 웃으며 끄덕이는)
차기봉(e) 1분 후에 바로, 답을 봐. 풀이의 시작이 해답과 일치하면 통과!
봉구 (풀이 보고 으엥? 찡그리는)
차기봉(e) 일치하지 않으면 곧바로 문제를 호벼 파!
현정 (문제를 풀어보는데)
차기봉 (스톱워치를 확 들이대며 누르는)
차기봉(e) 이 때도 물론, 3분이라는 시간을 철저히 지켜야지.
아이들 아아... (끄덕이고)
차기봉 잘 들어라! 수능 고득점의 관건은 수학이야! 수학 잘 하는 놈, 못하는 놈은
정해져 있지 않아! 풀어! 죽어라 풀고 또 풀어! 그러면, 누구든지 수학의 달
인, 수학의 귀신이 될 수 있어! (아이들 하나하나 가리키며) 너두! 너두! 너
두!!!
병문고 주차장 (낮)
연예인용 벤 와서 서고. 정부장이 내려 문 열어준다.
양춘삼 (선글라스 낀/벤에서 가뿐하게 내려 학교를 바라본다/위 아래 루즈하면
서도 아티스트스러운 룩) 여기서 기다려? (방긋)
교무실 앞 + 복도 (낮)
수정 (교재 가슴에 안고/교무실 나와서 가는데)
양춘삼 (선글라스 낀 채 다가와/어머니톤으로) 실례합니다~
수정 (보고) 네 어머님, 몇 학년 어머님...
양춘삼 (헉!/선글라스 벗으면)
수정 어머... 아버님이시네요... 흐흐.
복도 + 특별반 앞 (낮)
수정, 양춘삼을 안내해서 간다.
수정 그렇잖아도 새 선생님 오실 거라 그래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양춘삼 (미소)
강 (오며) 오셨습니까. (안내하고)
양춘삼 (까딱하고/가는)
수정 특별반 생기고, 수학이랑 영어는 수업을 했는데요, 국어는 계속 자습으로
대체했었거든요.
강 ...
수정 다음 모의고사 진도 맞추시려면 보충을 좀 하셔야할 거예요.
양춘삼 수업을 계속 했다고 방금...
수정 아... 그건 수학하고 영어구요 국어는...
양춘삼 (ol) 그러니까요. 저는 영어 담당인데요?
수정 ... 영어요? (강을 보면)
강 (끄덕)
수정 그럼... 영어샘이 둘?
강 ... 특별반 영어는 양춘삼 선생님께서 맡아주실 겁니다.
양춘삼 오우 노노. 앤떠니, 앤떠니 양으로 불러주세요~
강 이분은 특별반 부담임이신 한수정 선생님입니다.
양춘삼 오우, 크뤼스딸 한? 반가워요.
수정 (기막혀/어쩔 줄 모르는데)
차기봉(e) (교실에서 나오며) 다음시간까지 계산 삼천문제 다 풀어와!
아이들(e) 아으으으...
양춘삼 (긴장해서 보고)
차기봉 (나오다가 흠칫/강을 홱 쏘아보고)
강 ...
양춘삼 오랜만이예요 차기봉 샘?
차기봉 (부르르 양춘삼과 강을 노려보다가/ 끙... 하고 가 버리는)
양춘삼 기봉샘이 부른 거... 아니었나요?
강 교실로 가시죠.
양춘삼 (분위기 파악하고 씨익 미소 짓고 가는데)
수정 (파르르하다가/홱 돌아서서 가는)
강 (수정 돌아보며) ...
특별반 (낮)
아이들 떠들고 있는데 강과 양춘삼 들어온다.
아이들 엥?
강 새로 오신 영어 선생님을 소개하겠다.
양춘삼 반가워요. 앤떠니 양이예요. 앤떠니라 불러줘요.
봉구 한수정 샘은요?
강 특별반 영어는 양춘, 큼, 앤써니 양 선생님께서 맡기로 하셨다.
아이들 어.. (당황)
백현 한수정 샘이 허락하셨어요?
강 ... 말씀드렸다.
풀잎 수정샘 그런 말씀 없으셨는데?
강 (양춘삼에게) 수업 시작하시죠.
양춘삼 (끄덕)
강 (나간다)
백현/봉구 (심상치 않은 표정으로 마주 보는)
취침방 (낮)
차기봉 (화 나) 내 말을 귓등으로 들은 게야? 양춘삼이 데려오지 말랬잖아!
강 이해해 달라고 말씀 드렸잖습니까. 영어 실력이 바닥인 저 아이들에겐 지
금, 양춘삼 선생밖에 답이 없습니다!
차기봉 에이이잉. (고개 저으며) 하나도 변하지 않았어. 남에 말, 남에 심정은 개똥
으로나 여기는 저 독선!
강 ...
차기봉 한수정 선생 마음 상했을 텐데, 어쩔 거야!
강 ...
차기봉 이래서. 이래서 인정머리 없다 소릴 듣는단 말이지. 이래서!
강 ...
특별반 (낮)
양춘삼 영어 잘 해요?
아이들 (전부 도리도리)
양춘삼 (백현에게) 수영 잘 해요?
백현 ... 쪼끔.
양춘삼 오우? 대회에서 상도 타고?
백현 그 정돈 아니예요.
양춘삼 (끄덕이고) 보세요. 수영, 골프, 피아노... 이런 것들은 국가대표급 선수가
아니더라두, 좀 하냐고 물어보면 초큼? 이라고 대답해요.
아이들 (듣는 위로)
양춘삼(e) 하지만 영어 좀 하냐고 물으면?
양춘삼 (도리도리 쎄게 하며) 우부부부부.... 못 한다고 자신있게~ 대답해요. 왤
까요?
거리 배경화면 (낮)
거리 배경화면에 외국인과 사람들 등장하는 영어회화 방송 느낌.
외국인 (서툰 한국말로) 안뇽? 김취. 조아해.
사람들 으아! 한국말 잘 하네!
외국인 (우쭐하는 위로)
양춘삼 (슥 나서며) 외국인이 기초적인 한국말 몇 마디 하는 거엔 한국말 잘~ 한다
고 하면서?
일각, 외국인에게 영어로 묻는 봉구.
봉구 (더듬더듬) 웨얼 이즈 더 하스피털. 으아.. 영어 넘 딸려... (좌절)
양춘삼 (슥 나서며 카메라 보고) 기본적인 회화 정도는 할 줄 아는 자기는 영어를
너~무 못한다고 창피해 해요.
외국인, 행인들에게 길 물어보면. 쫙 흩어지며 도망친다.
양춘삼 왤까? 그건 바로... 캄플렉스! 영어에 주눅이 들어서예요.
몽타주 화면
유치원, 초딩, 중딩을 거치며 영어공부하는 아이들의 모습.
양춘삼(e) 유치원 때부터 열심히 파온 영어인데두?
수영장에서 서툴게 자유영하는 봉구.
양춘삼(e) 겨우 몇 달 배운 수영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거! 그건 바로...
토플 강좌에 미어터지게 들어찬 수강생들. 각종 영어를 배우는 모습들.
양춘삼(e) 온 국민이 영어는 무쟈게 잘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어서 그래요.
양춘삼 (슥 나서며) 그러니까 영어는 점점 더 공포로 다가오고? 으으으~~
특별반 (낮)
양춘삼 노노노! 그러지 마요. 영어한테 기죽을 필요 전~혀 없어요.
풀잎 그래두 독해할려 그러면 한숨부터 나와요.
현정 무서워요~~~
찬두 어지러워요~~
봉구 (끄덕끄덕)
양춘삼 (웃고) 여러분이 이 지경이 된 건? 영어가 공부라고 생각해서 예요. 음음~
(고개 젓고) 영어는 공부가 아니예요. 영어는 즐거운 놀이고? 음악이고? 땐
스예요!
백현 다들 놀이래.
양춘삼 맞아요. 모든 공부는 놀이예요. 세상만사 즐거운 놀이라고 생각
하면 찌푸릴 일이 없는 거예요. 음~~ 여러분에게 우선 필요한 건, 영어와 친
해지기예요. (현정에게 손가락 탁 튀기고) 친한 친구와 있으면 기분이 어떻
죠?
현정 와방 좋죠~ (백현 보며 방긋)
찬두 (풀잎을 슥 보며) 웃겨요.
양춘삼 그거예요! 기분이 좋고 웃기다? 여러분도 영어와 그런 사이가 돼야 해요.
자, 이제 우리, 영어랑 한바탕 놀아봐요! 에블바리 스탠덥!
아이들 엥?
양춘삼 책걸상은 뒤로 밀구요! 어서요!
아이들 (갸웃하며 책걸상 뒤로 옮긴다)
찬두 (책상 옮기며) 뭐냐 저 아줌?
풀잎 풉. 맞아. 아줌마 같애. (웃는)
봉구 또 탁구 칠래나?
양춘삼 (아이들, 두 줄 에어로빅 대형으로 세우며) 자, 이렇게 서고. (앞으로 나와
서며/콘서트장의 가수처럼) 준비됐나요?
아이들 네...
양춘삼 (두 손을 귀에 대고) 정말?
아이들 아후... 네!!!
양춘삼 (안주머니에서 CD 꺼내 오디오 시스템에 넣자/신나는 음악 나온다)
아이들 엥?
양춘삼 (몸 가볍게 리듬 타며) 이건, 국내 최고인 내 전속 작곡가가 만든 불멸의 뮤
직?
찬두/현정 (리듬 타며 기분 좋아지고)
백현 (뭐야.. 어리둥절 찡그리는데)
양춘삼 (미소 띤 채 리듬 타다가/ 갑자기 자켓 홱 벗으면/타이트한 에어로빅 셔츠
나온다)
아이들 끄어억!!!
양춘삼 (실크류의 통바지도 홱 내리는)
풀잎/현정 (눈 가리며) 어머!
양춘삼 (완벽한 에어로빅 차림새 된다)
아이들 (경악) 헐!!!
양춘삼 자! 나를 따라 해 봐요! (에어로빅 동작하며 영어문장을 랩처럼 부른다*영
어구문 100을 별도로 첨부합니다/편하신 것으로 선택해 주세요)
아이들 (어정쩡)
양춘삼 틀려도 돼요! 아무렇게나! (율동하며 영어문장 랩으로!)
아이들 (킥킥대며 따라하는데)
양춘삼 액티브하게! 그렇지!
백현 (안 하고 서 있다가/춘삼의 눈짓에 손만 대충 움직이는)
양춘삼 (섹시한 몸짓으로 에어로빅하며 영어노래 부른다)
특별반 앞 (낮)
마리 (와서 보고 휘둥그레) 이건 또 뭐야?
체육관(또는 넓은 창이 있는 실내) (낮)
수정 (속상한 얼굴로 동네 정경 바라보고 있다)
강 (옥상으로 나온다/소형 비디오카메라를 들었다/다가와서) 여기 계셨습니까.
수정 ...
강 기분 상했습니까.
수정 (홱 보고) 내가 왜 기분이 상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강 ... 까였으니까요.
수정 하... (누르며) 제가요... 지금까지 웬만하면 강변호사님한테 협조하려고
했어요. 그건 강변호사님 생각에 동의해서라기 보다요! ... 한 배를 탔으
니까. 뭣보다, 우리 애들, 열심히 하는 모습이 (젖어) 예뻤으니까.
강 ...
수정 근데요, 이건 도저히 용납이 안 되네요. 제가 영어 교사인 걸 알면서 어
떻게 버젓이 다른 샘을 부를 수가 있죠?
강 난, 한수정 선생님을 특별반 부담임으로 모신 겁니다. 영어 과목 선생님으
로 모신 게 아닙니다.
수정 (기막혀) 그럼, 영어 가르치던 사람이, 계속 영어를 가르치나부다~ 하지,
뭘 생각해요? 그리구요, 강변호사님 저한테 영어 가르치지 말란 말
안 했어요.
강 영어 가르쳐달란 말도 안 했습니다.
수정 (하...)
강 (소형 비디오 플레이시켜 보여주며) 어제 녹화한 겁니다.
수정 (보는)
수정이 영어 수업하는 화면에서 인서트로 화면 옮겨지며.
-인서트/수정, 칠판 가득 필기해가며 열강 하지만/봉구만 무턱대고 열심히 하고/백현과 찬두는 졸고/풀잎과 현정은 멍때리고.
강(e) 뭐가 느껴집니까.
수정 하... 애들 수업 관찰한 게 아니라, 나를 보려던 거였어요?
강 애들 수업도 볼 겸해서였습니다.
수정 (ol) 한 마디로 나를 속인 거네요?
강 ...
수정 나 무안 줘서 찍소리 못하게 만들려구요? (기막혀) 강변호사님 정말 무서
운 분이네요. (파르르) 기가 막혀서 정말... 말이 안 나오네. (팽 돌아서서
간다)
강 (쫓아가며) 내가 한수정선생님에게 무안 줘서 남는 게 뭐가 있겠습니까.
난 특별반 담임으로서, 우리반에 적합한 영어 선생님을 초빙하기 위해 사
전 심사를 했던 것 뿐입니다.
수정 (출입문 탕 닫고 간다)
강 (홱 열고 쫓아가는)
복도 (낮)
수정 (휙휙 가는데)
강 (쫓아가며) 열심히 하는 것과 잘 하는 건 다릅니다. 한수정 선생님이 열심히
하시는 건 알지만, 특별반 아이들에게는 좀더 실전 스킬이 뛰어난 교사가 필
요합니다.
수정 (하아아... 기막히며 가는)
강 물론, 한수정선생님도 유능한 입시교사가 될 자질이 충분합니다. 하지만,
선생님이 알을 깨고 나오길 기다려 주기엔, 애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부족합
니다.
수정 (홱 돌아서서 버럭) 됐거든요? 그냥 실력 없어서 짤랐다고 하세요. 구구절
절 핑계대지 말구요!
강 (빤히 본다)
수정 (눈에 눈물 고였다/당황해 휙 가는)
강 (쫓아간다)
복도 + 화장실 (낮)
수정, 팍팍 오고 강, 쫓아온다.
수정 (화장실로 확 들어가고)
강 (쫓아가려다 멈칫) 이 태도는 뭡니까!
화장실 안 (낮)
수정 (어푸어푸 세수하는)
강(e) 나 안 시켜줬다고 뿔이나 내고 있으면 일이 해결 됩니까.
수정 (멈칫)
강(e) 도대체 어떤 선생이길래 불러 들였는지, 내가 뭐가 부족했기에 이런 일이 벌
어졌는지, 지켜 서서 봐야할 거 아닙니까.
수정 (!!)
복도 + 화장실 (낮)
강 한수정 선생님이 어린앱니까. 뿔이나 내고, 도망이나 치고...
수정 (세수한 얼굴로 쓱 나오며) 그래요. 나는요, 비겁하고 유치하고 실력도 없
는 선생이예요. 됐어요? (물 뚝뚝 떨어지는 채로 휙 가고)
강 후... (바라보는)
취침방
수정 (화 진정시키려 애 쓰며 서 있다/식식대던 거 조금씩 사그라들며/생각에 잠
기는)
복도 + 특별반 (낮)
수정, 조용히 걸어와 교실을 들여다본다.
특별반 (낮)
스크린에 영어 문장 커다랗게 떠 있고.
양춘삼과 아이들, 땀 흘리며 열심히 에어로빅 하며 영어 랩 한다.
양춘삼 (율동하며) 귿! 좀더 과감하게! 섹~시하게! (콧소리로 영어문장 하고)
아이들 (웃으면서 열심히 따라하는)
양춘삼 좋아요! (아줌마들 에어로빅하듯 양팔 벌려 흔들며 옆으로 움직이며 영어문
장 랩으로)
백현 (아까보단 조금 움직이지만/몸치라 자꾸만 틀린다)
아이들 (백현 보고 푸하하)
양춘삼 백현! 딱딱해요! 륄랙~스~ 리듬에 몸을 맡겨요!
백현 (어정쩡 움직이며 찡그리다가/창 밖에서 보고 있는 수정을 보고!!)
특별반 앞 (낮)
수정 (기막혀서) 하...
강 (슥 다가서며) 저게 양춘삼 선생의 노하웁니다.
수정 (보면서) 말도... (교실 의식하고 작게) 말도 안돼. 문화센터 교양영어도
아니고, 저런 식으로 해서, 낼 모레 수능인 애들 성적을 어떻게 끌어올리겠
단 거예요?
강 (작게) 끌어올립니다. 두고 보십쇼.
수정 (쏘아붙이려다 교실 의식하고/강을 일각으로 밀고 와서) 두고 보자면요, 저
도 얼마든지 끌어 올려요.
강 못 끌어올립니다.
수정 (악물고) 끌어 올리거든요?
강 (고개 젓는)
수정 (우씨...)
아이들(e) 와하하! (웃음소리)
강 애들도 좋아하지 않습니까. 한수정 선생님과 수업했을 땐 어땠습니까.
수정 (말문 막히는)
특별반 (낮)
아이들 (신이 나서 하는데)
백현 (수정도 신경 쓰이고/율동도 안 되고/점점 쌓이는)
특별반 앞 (낮)
수정 암튼요, 난 저런 방식 용납 못 해요. 저건 쇼맨십일 뿐이예요. 저런 사람한
테 우리 애들 맡길 수 없어요.
강 그럼 어떤 사람한테 맡겨야 합니까.
수정 올바른 지도법으로 가르치는 사람이요. 겉보기엔 고지식해 보일지 몰라두요
교육엔, 교사로서 가야 할 정도가 있다고 생각해요.
강 한수정 선생님은 그럼, 올바른 지도법으로 가르치고 있다고 생각합니까.
수정 물론이죠.
강 아닙니다. 아이들이 외면하는 수업은 올바른 지도법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백현(off) (ol) 그만해요!
수정 백현아...
백현 (나와 있다) 샘이 허락한 거 아니죠. (강에게) 왜 구라쳤어요?
안에서 음악소리 끊기고. 양춘삼과 아이들 문가로 나와서 본다.
수정 백현아, 그런 거 아냐. 들어가. 응? (백현 밀며) 수업해.
백현(ol) 이 사람 뭐 하러 감싸요! 이러니까 샘 무시하죠!
수정 (흠칫)
강 황백현. 수업 안 끝났다.
백현 말해요. 왜 뻥깠어요! 왜 선생님 갈았어요!
강 (ol) 너희들에게는 앤써니 양 선생님이 필요하니까.
백현 우리 의견도 안 물어보고 왜 멋대로 결정해요? 멀쩡히 잘 가르치는 샘을
왜 내쫓아?
강 멀쩡히 잘 가르쳐서, 영어시간이면 졸았니. 멀쩡히 잘 배워서, 성적이 그 모
양이니. 의견을 물어? 너희들 의견 듣고, 취향 묻고 오냐오냐 받들어 주려고
특별반 만든 줄 아니. 너희들이 의견을 말할 자격이 있니. 착각하지 마라.
백현 어쨌든 우리요, 한수정샘 쫓아내면서까지 공부하고 싶지 않아요. (양춘삼에
게) 죄송합니다. (가는데)
강 황백현.
백현 (서더니/애들 홱 보고) 니들 여기 있을 거야?!! (가고)
수정 백현아!
현정 (눈치 보다가 따라가며 작게) 서방... (따라가며 풀잎 보면)
풀잎 (갈등하는데)
찬두 (양춘삼 보고 히죽 웃고/풀잎 팔 잡아끌고 가며) 야 같이 가...
봉구 아이 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안타깝게 수정을 보고)
강 참 좋은 제자들을 두셨군요.
수정 ...
양춘삼 후우... (어깨 으쓱)
양춘삼 벤 안 (낮)
(e) 잔잔한 클래식 음악 흐르고.
양춘삼 (의자에 푹 기대어/눈감은 채 손으로 리듬 타는)
정부장 (작은 도자기 커피잔, 받침과 함께 건네며) 에스프레솝니다.
양춘삼 땡쓰. (새끼손가락 날렵하게 세우며 마시고)
정부장 회사로 돌아가시는 게 좋겠죠.
양춘삼 미쳤어?
정부장 예?
양춘삼 앤떠니 체면이 있지. 누구 좋으라고? 기왕 온 거, 여기에 알을 콱 박을 거
야. 암만 봐도 여기... 황금밭이거든. 후후후.
교무실 (낮)
텅 빈 교무실.
수정 (손 때 묻은 교무수첩 보고 있다. 아이들에 관한 메모, 아이들과 찍은 사진
들이 빽빽한 수첩/넘겨 보다가/수첩 뒤에 붙은 거울 들여다 보고) 한수정.
이제 어떡할래? 이대로 아웃? 찌질한 선생으루?
-플래시컷.
-강 열심히 하는 것과 잘 하는 건 다릅니다!
수정 하... 열심히 하는 게 죄야? 열심히 하다 보면 잘 하는 거지? 그래. 이대론
못 물러나. 억울하고 분해서... (주먹으로 책상 쾅 치며) 안 물러나! 절대
루! (불끈)
체육관 (낮)
아이들 각각 적당한 곳에 걸터앉았다.
찬두 (길게 누운 채) 아... 간만에 땡땡이치니까 짜릿~하구나.
백현 제일 신나서 하드만.
찬두 뭐? (확 일어나 앉으며) 그래서. 나 배신자라고? 수정샘 쫓겨났는데 좋다고
에헤라 디여 춤이나 춰서?
봉구 싸우겠다아.
찬두 야, (슥슥 로봇 춤 추며 다가오며) 음악만 나오면 자동으로 움직이는 육신을
낸들 어쩌냐. 응?
풀잎 재밌긴 하드라. 신나구.
현정 영어시간에 안 잔 거 첨이야.
백현 (홱 보자)
현정 크흠... (하다가) 어! 샘...
수정 (오며) 니들 뭐야?
봉구 선생님...
수정 누가 멋대로 수업 거부하래? 앤써니 샘은 아무것도 모르고 오신 분 같은데,
얼마나 무안하셨겠어? 니들한테 실망이야. 이렇게 예의 없는 애들인 줄 몰
랐어.
아이들 (고개 푹)
백현 죄송해요.
수정 죄송하면 교실로 가.
백현 우린 샘 아니면 영어 안 배워요.
수정 그럼 그렇게 되도록 해야지!
백현 (흠칫)
수정 이러고 반항이나 하고 앉아있음, 일이 해결 돼?
아이들 ...
수정 일어나.
아이들 (머뭇)
수정 어서!!!
아이들 (당황해서 벌떡)
수정 (비장한 눈빛으로 보는)
특별반 (낮)
강과 수정, 양춘삼, 마주 서 있고. 아이들, 뒤로 밀어진 책상에 걸터앉아있다.
강 대결이요?
수정 네. 앤써니 선생님과 제가 아이들을 나눠서 지도하고 영어시험을 치르는 거
예요. 제가 이기면 제가 그대로 특별반을 맡고, 앤써니 선생님이 이기시
면... 제가 특별반에서... 물러날게요.
강 ... 뜻밖인데요. 한수정 선생님께서 이런 제안을 하시다니.
수정 그래요. 시험성적으로 잣대 삼는 거 저 무지 싫어해요. 하지만 어쩌겠어
요? 강변호사님이 제일 선호하는 방식이 점수 따고 줄 세우기인 걸?
강 ... (양춘삼에게) 어떠십니까.
양춘삼 (긍정의 제스쳐) 뭐... 좋은데요?
강 그럼 팀은, 특별반과, 다른 반 학생 팀으로 나누겠습니다. 한수정 선생님
은...
수정 (ol) 제가 특별반을 맡을게요.
양춘삼 아... 특별반은, 제가 맡고 싶은데요?
수정 (굳는)
양춘삼 특별반이 이기면 제가 계속 특별반을 가르치고, 한수정 선생님이 이기시면?
제가 떠나구요.
수정 왜 굳이 특별반을...
양춘삼 저도 특별반을 가르쳐 본 적 없고, 한수정샘 또한 가르쳐 본 적 없는
아이들을 지도해야 서로 동등한 조건이 되니까요? 어떠세요?
수정 (당황/망설이는데)
백현 말도 안 돼!
강/수/양 (돌아보는)
백현 우리가 이기면, 수정샘이 우릴 못 가르치는데 그게 게임이 돼요? 우리가 수
정샘 배신할 거 같애요?
아이들 (동의의 표정)
강 의리 지키겠다고 시험을 일부러 망칠 셈이니.
백현 말이 안 되는 조건을 들고 나오니까 그렇죠!
찬두 맞아요.
양춘삼 제가 특별반을 맡는 게 아니라면 저는 이 대결, 하지 않겠어요. (미소)
강 (수정에게) 선택하시죠.
수정 (갈등한다)
아이들 (긴장해 지켜보는데)
수정 ... 좋습니다. 그렇게 하죠.
아이들 (버럭) 샘~~~!!! / 선생님!!!
취침방 (낮)
수정과 아이들 모여 앉아 있다.
수정 고마워. 니들이 나 이렇게 까지 생각해 주는 지 몰랐어.
아이들 ...
수정 근데, 기분 쫌 그렇다?
백현 (보는)
수정 얘들이 날 얼마나 못 믿으면 나랑 안 싸울려고 들까. (백현 보며) 내가 얼마
나 션찮아 보였음, 나 떨려 날까봐 전전긍긍할까.
아이들 (마주보며) ...
수정 샘 해낼 수 있어. 좋은 샘 될려구 지금까지 노력해 온 거, 절대 헛수고 아
니었다고 생각해. 난, 나를 믿거든. 그니까 니들도 나 믿어주라. 응?
풀잎 선생님...
수정 (애들 손 잡으며) 우리,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싸워 보자. 나 꼭, 니
들 다시 가르칠 거야. 자신 있어!
아이들 (짠해서 보고)
수정 나한테 기회를 줘. 응? (간절히 보는)
특별반 (낮)
아이들 (각자 자리에 앉아 생각 많은)
찬두 아~ 모 이런 상황이 있냐고요!
현정 으... 수정샘두. 그냥 못 이기는 척 앤써니샘한테 우리 넘기지.
백현 나현정.
현정 (비쭉)
백현 (아이들에게) 수정샘은 그렇게 말씀하셨지만, 쯪... 눈치껏 잘 하자. 무슨
말인지 알지?
봉구 흐흐. 우리가 설마 이기겠냐.
백현 (동의 구하듯/풀잎 보면)
풀잎 (시선 피하는)
백현 (??)
강과 수정, 양춘삼 들어온다.
강 시험 형태에 대해 두 분 선생님께서 합의하신 결과를 알려주겠다. 시험 준비
기간은 사흘! 영작문제 하나로 시험을 본다.
아이들 으억!/사흘?/영작?
풀잎 수능영어식으로 봐야하는 거 아니예요? 독해나 리스닝 같은 거요.
수정 단기간에 영어 실력을 측정하는 데는 영작 문제가 적당해.
양춘삼 독해나 리스닝은 요행히 잘 찍어서 점수가 나올 때도 있으니까요. (방긋)
수정 (끄덕이는)
강 채점은 감점법으로 하겠다. 100점 만점에서 하나 틀릴 때마다 1점씩 감점한
다.
아이들 (침 꿀꺽)
강 대결 인원은 각 팀 두 명으로 한다.
현정 에에?
봉구 누구?
강 두 명은 공정한 방식에 의해 내일 선발할 예정이다. (수정에게) 내일까지 시
험 볼 학생들을 선정해서 통보해 주십쇼.
수정 네. (각오에 찬)
교무실 (낮)
수정 (특별반 아이들 수첩 검사 중이다/봉구 꺼 보는)
봉구(e) 영어를 잘 하고 싶은데 잘 안 된다. 수정샘~~ 죄송해요...
수정 (미소 짓는데)
배영숙 (다가오며) 한선생, 괜찮아?
수정 네?
배영숙 까였다며.
수정 ...
배영숙 기운내. 우리 강추위에서 계속 투쟁해 나갈 거니까.
수정 강추위요?
배영숙 강석호 추방 추진 위원회라고, 우리 샘들끼리 만들었어. (서명부 주며) 그
리구 이거...
수정 (보고) 강석호 추방 동의 서명...?
배영숙 샘들 전부 서명하셨거든? 한샘도 여기다 싸인해.
강 (들어오는)
배영숙 (화들짝 놀라 자리로 가고)
강 잠시 여길 봐 주십쇼. 내일 오후 소강당에서 교사 재임용 관련 설명회를 열
예정입니다. 병문고 재건 사업에 관한 안내도 할 예정이니, 모두 참석
해 주시기 바랍니다.
교사들 (모두들 딴청)
강 (수정을 보면)
수정 (시선 피하며/서명부를 참고서로 슥 가리는)
대형 쇼핑타운 실내 (밤)
보행로 기능을 겸한 복합 쇼핑타운. 백현과 현정 걸어온다.
현정 응? 딱~ 30분만 노래하고 가자. 응? 응?
백현 아 참. 혼자 가서 불러.
현정 혼자 무슨 재미루.
백현 금 집에 가서 불르든가.
현정 싫어어. 서방한테 불러 줄라구 열라 연습했단 말야. (팔짱 껴서 끌며) 가자.
응? 소원이야 서방아. 가자아~~
백현 (흠칫 놀라며) 어! 할머니!
현정 (기겁해 팔짱 푸는 찰나)
백현 (방긋) 잘 가! (휘리릭 달려가 버린다)
현정 어? 서방! 황백현! (쫓아가고)
쇼핑타운 팬시점 앞 + 팬시점 (밤)
백현 (달려와 기둥 뒤 쯤에 숨는다/내다보면)
현정 (저만치서 두리번대다/백현 비슷한 애 발견하고 반대방향으로 가는)
백현 휘유... (안도하고 가려다 보면)
풀잎 (팬시점 안에서 머리띠 보고 있다)
백현 (현정이 갔나 살핀 후/슥 다가와) 길풀잎.
풀잎 어...
백현 집에 안 가고 뭐 하냐?
풀잎 (피식) 현정인?
백현 갔어.
풀잎 웬일이래? 껌딱지들이? (비즈 달린 머리띠 하나 맘에 들어서 만지작대는)
백현 나 껌딱지 아니다?
풀잎 치. 뭐가 아니냐? 잘만 붙어 다니면서. (머리띠 하고 거울 보고) 얼마예요?
상인 오천원.
풀잎 (비쭉) 비싸네.. (내려놓고 가는)
백현 (가려다/머리띠 한 번 슥 보는)
쇼핑타운 다른 쪽 (밤)
풀잎 (천천히 걷는다)
백현 (옆에 오고)
풀잎 왜 자꾸 쫓아와.
백현 내가 뭘. 내 갈길 가는데.
풀잎 ...
백현 너 집에 가기 싫지.
풀잎 ...
백현 (일각 분식집 발견하고) 아... 배고파. 라면 먹을래?
풀잎 살쪄.
백현 하긴. 너 살 좀 빼야겠드라?
풀잎 머?
백현 저번에. 큼. 담치기 할 때. 아.. (목 좌우로 해 보며) 아직도 후유증이...
풀잎 (!!) 너어, 애들한테 말하면 알지?
백현 뭘? 아아. 너 담치기 하라고 내가 무등 태웠는데, 열라 무거워서 내 어깨
나간 거?
풀잎 야아! (푹 때리며) 무슨.
백현 (피하며 웃고)
쇼핑타운 또 다른 쪽 (밤)
현정 (두리번대며 오다가 저만치 본다)
백현이 뭐라고 말하자, 또 콩, 때리는 풀잎. 피하며 웃는 백현. 그러면서 약 올리자 말싸움하는 둘. 그러면서도 즐겁게 웃는 둘.
현정 (갸웃하고 보며) 백현이... 웃네...?
백현과 풀잎, 인파 속에 가려 안 보인다.
현정 (핸폰에 ‘서방님’ 누르고 기다리지만/신호만 가고 안 받는다/길 건너가
살피지만 백현은 보이지 않고.../두리번대며 안타까운)
취침방 (밤)
차기봉, 가부좌하고 앉아 수도 중이다. 천천히 다가오는 구둣발.
차기봉 (갑자기 옆에 있던 회초리를 집어 뒤로 휙 날린다)
회초리, 슝슝슝 날아가고.
강 (빛의 속도로 아슬아슬하게 회초리를 피한다)
벽으로 날아가 균열된 틈새 정도에 화살처럼 꽂히는 회초리.
차기봉 (가부좌한 채) ...
강 양춘삼 선생 때문에 이러십니까.
차기봉 (ol) 당장 못 치워! 돈이나 밝히는 속물!
강 ... 참아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차기봉 (일어나 강을 보고 서며) 못 참아 못참아! 그 속물과 한 공간 안에 있다는
자체도 역겨워!
강 ... 사흘만 참아 주십쇼.
차기봉 (노려보는)
강 양춘삼 선생, 영어 잘 가르치는 건 인정하시잖습니까. 아이들이 노하우를
터득할 시간이라도 주십쇼.
차기봉 (노려보다가) 사흘 후엔. 보낼 텐가.
강 ...
차기봉 사흘 후에도 안 보내면, 그 땐 내가 떠날 줄 알아! 끙... (휘리릭 가 버린
다)
강 후우.... (답답한)
복도 (아침)
풀잎 (등교하는 길/모퉁이 돌아서는데)
찬두 (확 나타나며) 짠! 어!! (풀잎 머리에서 예쁜 핀 집어내서 보이며)
이게 모지?
풀잎 (벌렌 줄 알고) 으... (찬두 손에든 핀 보고) 이쁘다.
찬두 (씨익) 맘에 들어?
풀잎 나 주는 거야?
찬두 고맙다구. 나 미국 안 가게 도와줘서.
풀잎 내가 뭘.
이예지 (일각에서 오다/찬두 부르려다 흠칫)
찬두 이륵해봐. (풀잎 머리에 핀 꽂아 주는) 오옹? 의왼데? 잘 어울려.
풀잎 머? 치... (웃고 얘기하며 가고)
이예지 (뒤에서 아니꼽게 바라보는)
여자화장실 (아침)
풀잎 (머리엔 핀/손 씻다 거울 보면)
이예지 (째려보고 있다)
풀잎 (웃고) 예지 안녕?
이예지 언니 찬두오빠랑 사겨요?
풀잎 ... 아니?
이예지 근데 왜 그러고 다녀요? 사귀는 것처럼?
풀잎 ... ?
이예지 나랑 찬두오빠, 사겼었어요. 오빠가 고3이라 1년만 만나지 말자고 했던 거
구.
풀잎 그래서?
이예지 찬두오빠한테 찝적대지 말라구요.
풀잎 (어이없음) 이예지, 그게 선배한테 할 소리니?
이예지 선배도 선배 나름 아닌가? (간다)
풀잎 (기막힌)
특별반 (아침)
아이들 (수학 풀고 있는)
현정 (망설이다가) 서방... 어제 나 버리고 도망가서 뭐 했어?
백현 (수학 풀며) 집에 갔지 뭐 해.
풀잎 (들어와 앉는다/찬두 한 번 슥 본다/이예지 땜에 언짢은 상태)
현정 (풀잎을 못마땅하게 보는데)
백현 (풀잎 흘깃 보고) ...
봉구 어! 풀잎이 삔 이쁘다.
찬두 이쁘지. 내가 해 준 거다?
봉구 으아... 둘이 점점 가까워지는 거?
풀잎 뭐가. (웃고)
백현 (수학 푸는데/못마땅한 표정)
현정 (그런가? 약간 안심하며/서랍에서 책 꺼내다 단어장 딸려나오고) 아. 나
서방 줄라구 단어장 정리했다? 가방에 넣어놀게. (백현의 가방을 여는 찰
나)
백현 (!!해 보면)
현정 (가방에서 머리띠 꺼내 보며) 어!
풀잎 (보고 !!)
-플래시컷/어제 팬시점에서 풀잎이 만지작거렸던 그 머리띠.
봉구 으아... 여기두 선물?
현정 이거... 나 줄려구 갖고 온 거야?
백현 ... (풀잎 한 번 슥 보고) ... 어...
풀잎 (실망)
현정 (감동) 서방... (확 끌어안으며/울먹) 고마워~ 어제 이거 사느라고 없어졌
던 거구나? 웅...
백현 (밀어내며) 야아...
봉구 우리 반, 두 커플 탄생? (박수치며) 멋지다.
풀잎 오봉구우... 우리 커플 아냐아...
찬두 (슬쩍 서운)
현정 (머리띠 하고/애들한테) 어때?
찬두 오~~ 잘 어울림!
풀잎 이쁘다. (억지로 미소/서운해서 백현을 슬쩍 보면)
백현 (찡그리고/책 확확 넘기는)
복도 일각 (낮)
딱 봐도 전교 1,2,3 등인 인상착의의 애들과 수정, 마주 서 있다.
수정 왜. 너희 영어 잘 하잖아.
1등 시간이 없어서요. (꾸벅하고 애들과 가고)
수정 얘들아!
마리 (옆으로 슥 오며) 쯪쯪. 바쁜 고3애들 잡을래니 돼?
수정 네?
마리 얘기 들었어. 배를(battle)한다며? 큼. (손가락으로 오라는 시늉)
수정 ??
이사장실 (낮)
마리 이건 어디까지나, 한수정샘이 우리 학교를 대표할 샘이구, 또 나와 같은 여
성이라는 관점에서 돕는 거니까, 오버센스는 말구?
수정 (엥?)
마리 (펼쳐 놓았던 노트북 땅, 치며) 봐. 나의 초이스를.
수정 (모니터 보고 !!)
몽타주
화면에 2학년 김상훈의 사진과 프로필 뜨고 자막, 김상훈. 2학년 전교 1등.
화면 분할되면서 김상훈의 모습 몽타주.
마리(e) 김상훈은 외고에 다니다 전학왔어.
맨 앞자리에 앉아 국어 시간에 수학 푸는 뻔돌이 김상훈의 모습.
마리(e) 내신 따려구 우리 학교 온 거 다들 아니까.
배영숙 (국어 가르치다 김상훈이 얄미워 한 대 쥐어박으려다/눈 마주치자 흐흐 웃
으며 머리 쓰다듬어주는)
마리(e) 샘들도 쩔쩔 매지.
화면에 이예지 사진과 프로필 뜬다. 자막, 이예지. 2학년 영어 1등.
마리(e) 이예지는 연예인이 꿈이야. 그래서 천하대가 목표구.
이사장실 (낮)
수정 거기 연영과 없잖아요.
마리 요즘에 이쁜 애들 좀 많아? 일류대 스펙은 돼야 연예인이 돼두 시선을 끌지?
수정 아아...
마리 어때요? 얘들 정도면 확실히 이기겠죠?
수정 (pc 화면 보며 끄덕이다) 근데... 얘들 2학년인데...
마리 어으. 융통성 없긴. 꼭 3학년이어야 된단 조건 있었어?
수정 (고개 젓는)
마리 밀어붙여!
수정 ...
특별반 앞 복도 (낮)
강과 수정 마주 서 있다.
강 2학년이요?
수정 네. 학년 제한 있다곤 안 하셨잖아요.
강 그랬죠.
수정 영어는 특히, 학년 구분이 있는 것도 아니구요.
강 (픽 웃는)
수정 왜요?
강 너무 필사적인 거 아닙니까.
수정 ... 내 자존심이 달린 문제니까요.
강 나를 꺾고 싶은 건 아니구요.
수정 (흠칫) 맞아요. 강변호사님한테, 내가 틀렸다, 내가 잘못했다는 소리 듣고
싶어요. 이번이 아니어도 꼭.
강 어쩌죠. 그럴 일은 없을 텐데.
수정 (피식) 글세요. 두고 봐야겠죠. (교실로 쌩 들어가고)
강 (...)
특별반 (낮)
아이들 (경악) 에에?!!
강과 양춘삼이 앞에 서 있다.
찬두 김상훈, 이예지하고 붙으라구요?
강 그렇다.
풀잎 (이예지라니.../불편한)
현정 아... 쪽팔리게.
봉구 어후... (머리 북북)
백현 (찡그리는)
강 그럼, 너희 중에서도 두 명을 선발하겠다.
아이들 (긴장하고)
강 선발 방법은... (안주머니에 제비를 휙 꺼내고) 제비뽑기다.
아이들 뜨아~~!!
찬두 띠리리~.
양춘삼 (미소)
시간경과. / 아이들, 덜덜 떨며 제비뽑기 한다.
현정 (뽑으려다/봉구 홱 밀며) 먼저 해.
봉구 으아아... (컵에서 긴 종이 뽑아 펼쳐 보고/환해지며) 으아! 아니다.
현정 (떨며 뽑고/한쪽 눈만 살짝 뜨고 보고는) 아니다!! (백현 밀며) 서방
해 봐!
백현 (휙 뽑아 펼쳐 보고/!!)
현정 (보고) 어! (찡그리며) 뽑혔네?
찬두 으으으... (두 손에 기를 모아) 흡! 햡! 흡! (휙 뽑아서 보고 굳는) 어...
풀잎 됐어?
찬두 (방긋) 아니. 헤헤헤. (!!) 그럼...
아이들 (풀잎 일제히 보며) 풀잎이?
풀잎 (뽑아 펼쳐보고/담담히 끄덕)
백현 (생각에 잠겨 있다가/제비 내려놓으며) 안 할래요.
강 황백현.
백현 저 못해요. (나가려다/동의 구하듯 풀잎 보면)
풀잎 (그냥 서 있는)
백현 (당황하는데)
양춘삼 백현군? 풀잎양? 나 좀 볼까요? (미소)
취침방 (낮)
CD 플레이어 켜지며 퀸의 love of my life 나온다.
양춘삼 (프레디 머큐리가 피아노 치는 모션하며 심취한)
백현/풀잎 (일각에 걸터앉아 싸이코 보듯)
양춘삼 음~~~ 참 좋죠?
백현 하실 말씀 없음 갈게요.
양춘삼 (ol) 나 진짜 감동했어요.
백현 (??)
양춘삼 (음악 소리 줄이고) 백현군과... 특별반 학생들의 한수정 샘을 향한 러~
브... 오... 너무 아름다워요. 부러워요. 이렇게 착한 마음씨를 지닌 청소
년들... 나, 정말 오랜만에 만나봐요. 그래서 나... 욕심이 생겼어요.
백현/풀잎 (어리둥절)
양춘삼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들과 단 며칠이라도 더 함께 하고 싶다?
풀잎 (엥?/해괴하게 보는)
양춘삼 그래서 내가 특별반을 맡겠다고 제안한 거예요.
백현 그러니까요. 우리가 어떻게 수정샘이랑 맞서 싸워요.
양익호 (ol) 쉿~ 쉿쉿쉿... 진정해요. 지금부터 내가, 깜짝 놀랄 비밀 하나를 알려
줄게요? (방긋)
백현/풀잎 ?
소강당 가는 복도 (낮)
강 (<병문고 재건 프로젝트> 팸플릿 한 묶음 안고 간다)
수정 (옆에 걸어오며) 이런 것도 만들었어요?
강 잠시 후에 설명회 있는 거 아시죠.
수정 병문고 재건 설명회요? 선생님들, 아무도 참석 안 하실 걸요?
박귀남 (지나가며) 한샘, 소강당 가는 길이지?
수정 에?
배영숙 (들으란 듯) 강변호사님이 모이라고 하셨잖아.
사도철 오세요 샘~ (방긋/가고)
수정 (엥? 보면)
교사들 (삼삼오오 소강당 향해 가는)
강 (여유로운 미소 짓고 가고)
수정 (갸웃하며 가는)
취침방 (낮)
풀잎 정말이세요?
양춘삼 (미소로 까딱)
백현 정말... 우리가 이겨도 떠날 거예요?
양춘삼 Of course! 말했듯이, 난 그저 여러분과 함께 하고 싶을 뿐이니까요. 그리
구, 단 며칠간이나마 나의 잉글리쉬 노하우를 여러분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거구? 어때요. 하겠어요?
풀잎/백현 (마주보며 갈등)
양춘삼 내가 아니드라도, 강변호사는 다른 선생을 데려올 거예요. 그럼 또 싸움을
해야 할테구? (모션하며 한가로이 허밍으로 음악 따라하는)
풀잎 ... 선생님께... 수업 받을게요.
양춘삼 (방긋 웃고/백현 보면)
백현 ...
풀잎 (백현에게) 그렇게 하자. 며칠 특강 받는다 치면 되잖아. 응?
백현 ... 약속, 지킬 거예요?
양춘삼 오우... 우리 백현군, 의심이 너~무 많은 거 같애요.
백현 (갈등하다) 할게요.
양춘삼 (미소로 박수치며) 귿귿귿~ 아... 또 하나? 이 얘기는 우리들만의 비
밀인 거... 알죠?
백현 ??
양춘삼 한수정샘이 아시면 초큼 자존심 상하실 수도 있지 않을까? 봐 준다구...
풀잎 아아. 네.
양춘삼 (방긋)
백현 ...
복도 (낮)
풀잎과 백현, 나란히 걸어간다.
풀잎 뭘 복잡하게 생각해. 잘 됐는데.
백현 ... 저 사람, 좀 찝찝해.
풀잎 난 괜찮아 보이든데? 재밌구.
백현 ... (풀잎 머리의 핀 슥 보고/약간 찡그리고 가는)
풀잎 (??/가는)
취침방 (낮)
양춘삼 (문가에 서서/풀잎과 백현을 바라보고 있다/씨익 교활한 미소 짓는)
소강당 앞 (낮)
입구에 <병문고 재건 프로젝트 설명회> 안내문 붙어있다.
소강당 (낮)
교사들 (웅성이며 앉아있는데)
강 (들어와 단상에 서서) 바쁘신데 자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탁자 아래에서
팸플릿 꺼내며) 일단 병문고 재건에 관한 안내 책자를 나눠드리겠습니다.
박귀남 (손 들며) 잠깐!
강 (멈칫)
박귀남 (교사들에게 눈짓하자)
교사들 (모두 주머니에서 <강추위> 인쇄된 머리띠를 꺼내 머리에 묵는다)
수정 (맨 뒷자리에서/휘둥그레)
사도철 (일어서서) 우리는 강석호 추방 추진 위원회, (머리띠 글자 가리키며) 강,
추,위를 결성했습니다.
박귀남 (일어서서) 우리 선생님들은 강석호 변호사가 이 학교에서 나가줄 것을 정
중히 요청하는 바입니다.
강 (차분히 보는)
소강당 앞 복도 (낮)
교감과 마리, 함께 걸어온다.
교감 (통화하며) 어 그래. 고마워. (끊고 설레는)
마리 뭐래요?
교감 왕봉 그룹에서 우리 학교를 유력한 후보로 선정하고 심사에 착수했다는데
요?
마리 그래요?!!
교감 곧, 이사장님과도 컨택할 거라고...
마리 (환해지다가 !!해) 그럼, 우리 샘들 저렇게 흥분할 필요 없는데?
교감 그쵸? 괜히 시끄러워지기만 하고...
마리/교감 (!!해 서둘러 간다)
소강당 (밤)
배영숙 (앞으로 나와 서명부를 강 앞에 놓는다) 강변호사님이 우리 학교에
서 떠나주길 바라는 선생님들의 서명이예요.
강 (보면)
한수정만 서명란 비어 있는.
배영숙 큼. 바쁘셨는지, 한수정샘만 못 하고 전원 서명 하셨어요.
강 (수정을 보면)
수정 (시선 피하며 시치미)
강 내가 여러분들의 요구를 받아들일 거라고 봅니까.
박귀남 물론 그렇게 안 보죠. 그래서 우리도, 이걸 준비했습니다. (노트북 홱 펼쳐
들며) 이건 그간 우리 학교에서의 강변호사의 행동을 적은 글입니
다. 감히 공교육에 도전장을 내민, 강변호사의 천인공노할 행동들을
풍진교육청과 언론사, 나아가 청와대에까지 탄원할 생각입니다.
사도철 지금 이 자리에서 우리의 청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을 시! (노트북 받아들
며) 여기 적은 이 글을 교육청과 언론사에 지금 바로 전송하겠습니다.
배영숙 이걸 시작으로, 우리는 강변호사를 우리 학교에서 몰아내기 위해 범 대외적
으로 투쟁해 나갈 거예요!
수정 (어떡해... 보는데)
교사들 (강을 노려보고)
강과 교사들 팽팽히 대립하는.
강 (지지 않고 좌중을 쫙 노려보다가) 마음대로 하십쇼.
사도철 (컥) 뭐요?
강 마음대로 하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사도철 (부르르/박귀남 보면)
박귀남 (사도철에게 끄덕)
사도철 후회 안 하죠?
강 안 합니다.
사도철 (검지 손가락 확 세우더니/엔터키를 향해 가는)
교사들/수정 (숨죽이고 보고)
검지손가락/강의 눈빛/교사들의 시선/수정의 눈빛들이 빠르게 컷백되다가.
사도철 (검지 손가락 엔터키에 닿고)
강 (눈빛 번쩍 빛나면서)
( 엔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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