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 17
KBS 수목드라마 ‘마왕’ 17회 - 용서란 말은 가해자가 하는게 아닙니다.
씬1 창고 안(밤, 전회)
담뱃불이 붙어있는 피우다 만 담배가 바닥으로 툭 떨어진다.
곧이어 바닥으로 쿵 떨어지는 순기의 얼굴, 너무도 큰 고통으로 핏발이
선 두 눈, 목이 타들어가는 고통으로 목을 움켜잡고 괴로움에 몸부림친다.
순기의 두 눈엔 죽음을 예감하는 극도의 공포와 두려움이 가득 차 있다.
그 모습을 냉정한 얼굴로 바라보는 희수. 석진의 이니셜(SJ)이 새겨진
피 묻은 손수건을 바닥에 툭 떨어뜨리고는 무심한 얼굴로 돌아서 나간다.
마지막 힘을 다해 고통에 몸부림치는 순기, 희수를 바라보는 입가에
회한에 찬 비틀린 미소가 지어지기 시작한다...
씬2 석진 오피스텔 건물 앞(밤, 전회)
오수, 급하게 차에서 내려 건물로 가려는데 핸드폰으로 메시지가
왔다는 신호음. 오수, 확인하면 순기의 핸드폰으로부터 포토메일이
들어와 있다. 포토메일을 확인하는 순간, 차갑게 굳어버리는 오수.
창고 안 싸늘하게 죽어있는 순기의 모습이다.
오수 (창백하게 굳어서)...!!
씬3 창고 안(밤, 전회)
순기의 사체부근에 버려져 있는 순기의 핸드폰이 계속 울리고 있다.
그 모습들을 뒤로 한 채 창고를 걸어 나가는 승하. 슬픈 눈빛.
씬4 석진 오피스텔 건물 앞(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사실 앞에 충격어린 눈빛으로 포토메일 속 순기의
모습을 다시 들여다보는 오수..
오수 ...아니야. 뭔가 잘못됐어. 아닐 거야. 아닐 거야.
-하면서도 미친 듯이 건물 안으로 뛰어가는 오수에서.
타이틀 뜬다. 마왕 17회.
씬5 석진 오피스텔 현관 한 곳(밤)
민재와 재민, 현관 앞에 서서 누군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영철의 모습을
훔쳐보고 있는데 오수가 제 정신이 아닌 사람처럼 두 사람 곁을 지나쳐
뛰어간다. 민재와 재민, 놀라서 무작정 오수를 뒤따라간다.
씬6 석진 오피스텔 현관 앞(밤)
영철 (현관 앞에 서 있다가)..아무도 없나부네. (하며 돌아서는데)
오수 (두 눈에 핏발이 선 채 영철의 멱살을 대뜸 잡아 쥐며) 무슨 짓을 한 거야?
(실성한 사람처럼 버럭) 무슨 짓을 한 거야!
영철 ..왜..왜 이러는 거야?
-민재와 재민, 너무 놀라서 말릴 틈도 없이 어리둥절하고.
오수 (영철을 확 밀쳐내고 초인종을 누르고 현관을 두드린다) 순기야! 순기야,
나와! 석진아! 석진아! (실성한 사람처럼 우왕좌왕) 비밀번호..비밀번호가
뭐였지? 비밀번호가..
영철 (입가에 살며시 미소가 지어지며 오수를 슬쩍 본다)
민재 (긴장과 초조) 무슨 일이야?
오수 (대답할 정신도 아니다 생각이 난 듯 번호를 누르는데 손이 파르르
떨리고 있다)
씬7 석진 오피스텔 거실(밤)
오수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며) 순기야! (방방마다 문을 열어보며) 순기야!
석진아!
-집엔 아무도 없다. 그 뒤로 따라들어 온 민재와 재민.
오수 (제정신이 아닌 채 미친 듯이 다시 밖으로 나간다)
민재 강선배! (쫓아나가고)
재민 (어리둥절 따라 나가고)
씬8 석진 오피스텔 엘리베이터 앞(밤)
오수, 뛰어와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 영철을 잡아채서 벽 쪽으로
밀어붙이며.
오수 (핏발 선 눈으로 미친 듯이 몰아붙이는) 순기 지금 어딨어? 어딨어 지금!
어서 말 해! 말해! 말하란 말야!
영철 (황당한 듯 보며)..내가 어떻게 알아? 나도 순기 만나러 온 거야.
오수 넌...미쳤어.
영철 (예의 그 어리숙한 표정으로) 니가 미친 놈 같애.
-민재와 재민, 뛰어와서 얼른 오수를 영철에서 떼어놓으려고 하며.
민재 (미치겠는) 이 손 놔.
재민 (같은 심정으로) 왜 이러세요?
-오수, 핏발 선 두 눈은 영철에게 고정된 채로 멱살을 풀어주면 영철은
엘리베이터에 탄다.
오수 (영철의 모습에 시선 고정된 채로 재민에게 핸드폰 넘겨주며 다급하게)
포토메일 보낸 핸드폰 위치추적 해.
재민 네?
오수 (O.L.) 시간 없어! 아직 살아있을 거야! 빨리 추적해! 빨리!
재민 (어리둥절한 채로 급히 오수의 핸드폰을 확인하는 사이)
-오수의 시선은 닫히는 엘리베이터 사이로 모습이 사라지고 영철의
시선과 똑바로 마주친다. 영철의 입가에 재밌다는 듯 아이 같은 미소가
슬쩍 지어진다.
오수 (짐승처럼 괴롭게 일그러진다)...
씬9 창고 앞(밤)
승하, 무표정한 얼굴로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 주머니에서 박하사탕
하나를 꺼내 입에 넣고 우물우물...
하지만 승하의 눈빛은 인간에 대한 회의와 공허함으로 울 것처럼 서글픈
눈빛이다..
씬10 달리는 차 안(밤)
경찰의 요란한 사이렌 소리를 내며 달려가는 오수와 민재, 재민이 탄
승용차. 오수, 무섭게 굳은 얼굴로 앞만 보며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다.
재민은 과학수사팀에게 전화를 하고 있고 민재도 석진 핸드폰에 전화를
하고 있지만 상대 전화가 꺼져있는 듯,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재민 (통화) 그 부근 삼백 미터 반경엔 창고들뿐이에요. 지금 위치정보
보내드릴 테니까 그리로 오세요. (끊고)
민재 (핸드폰 끊으며 오수에게) 나석진씨 핸드폰은 꺼져있어. 문자 넣었으니까
(하는데)
오수 (이 악 물고 속도를 올린다)
-민재와 재민이 차의 속도로 인해 몸이 앞으로 출렁한다.
민재와 재민, 놀라서 오수를 보면 오수의 눈빛은 이미 인간의 눈빛이
아닌 짐승의 눈빛처럼 변해있다.
씬11 한강둔치(한밤중)
멈춰진 차 안의 석진과 나희. 두 사람, 서로의 손을 꽉 잡은 채로
좌석에 기대어 밖을 내다보고 있다.
석진 ..그만 들어가.
나희 ..조금만 같이 있어요. 오늘이..우리 마지막이잖아요.
석진 (슬픈 눈으로 나희를 본다)
나희 (슬프게 밖을 바라보고만 있다)
석진 (자신 역시 나희와의 이별을 실감하듯 시선을 돌려 차창 밖을 본다)
씬12 창고 밖(한밤중)
오수 일행이 탄 승용차가 급정거하듯 멈춰 선다. 차에서 내리는
오수 일행. 오수, 내리자마자 미친 듯이 창고 안으로 뛰어 들어간다.
민재와 재민도 뒤따라 뛰어 들어간다.
그들이 들어간 뒤로 과학수사팀 차량의 사이렌 소리가 들리며 차량의
도착하는 모습이 보여 진다.
씬13 창고 안(한밤중)
안으로 뛰어 들어 온 오수, 쓰러져 있는 순기를 확인하곤 순간 멈칫
굳어 선다.
오수 ..순기야..(미친 듯이 달려간다) 순기야! (순기의 시신을 끌어안고) 정신
차려! 순기야!
-오수, 제정신이 아닌 채 떨리는 손으로 순기의 목 부분에 맥박을 짚는다.
맥박이 없자, 허둥대며 순기의 입에 귀를 갖다 대고 호흡을 확인하고
창백해진 얼굴로 다시 심장에 귀를 갖다 댄다. 하지만 이미 순기는
싸늘한 시신으로 남아있다.
-민재와 재민, 이미 순기의 죽음을 확인한 듯 말문이 막혀 서 있다.
그 뒤로 과학수사대 형사들 서너 명이 장비를 챙겨들고 들어온다.
오수 (실성한 사람처럼 순기의 심장에 두 손을 대고 심폐소생술을 하며) 괜찮아.
순기야, 조금만 참아. 괜찮을 거야. (미친 듯이 심폐소생술을 한다)
재민 (안타까운 심정으로 오수를 말리며) 강선배님, 그만 하세요.
오수 (재민의 팔을 확 뿌리치며 미친 듯이 심폐소생술을 한다)
-과학수사대 형사들이 다가온다.
오수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듯 얼굴에 땀이 맺혀서
미친 듯이 심폐소생술만 하고 있다)
민재 (오수의 팔을 잡아서 말리며) 이러지 마.
오수 (다시 팔을 뿌리치며 심폐소생술을 하고)
-과학수사대 형사들 뜨악한 표정으로 오수를 보고 민재와 재민에게
말리라는 눈짓.
-민재와 재민, 오수의 팔을 잡아서 일으켜 세우려고 하면서.
민재 (안타깝고 아프고) 그만해, 강선배.
재민 (같은 심정으로 동시에) 일어나세요, 강선배님.
오수 (발버둥 치며) 이거 놔! 살려야 돼! 살려야 돼!
민재 (O.L. 버럭) 이미 사망했어! 죽었단 말이야!
재민 (오수를 힘으로 순기한테 겨우 떼어내며) 소용없어요, 강선배님.
-오수, 망연자실 서서 시선은 바닥에 누워있는 순기의 시신에 향해있다.
과학수사대 형사들이 순기의 시신으로 가서 확인하고 다른 과학수사대
형사는 주변의 증거품들(손수건, 담배꽁초, 순기핸드폰)을 수집하기
시작하느라 분주하다.
오수, 망연자실 초점 잃은 눈빛으로 순기를 바라본다. 오수의 눈에 보이는
순기의 모습이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순기 (딱하다는 듯) 잠은 좀 자냐? 얼굴이 완전 골았다.
순기 (뒤에다 대고) 야, 밥 좀 챙겨 먹어!
-오수의 눈빛이 걷잡을 수 없이 허물어진다.
민재 강선배?
오수, 망연자실한 얼굴로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젓더니
뒤를 돌아 터벅터벅 걸어 나간다.
물기어린 오수의 눈빛에 서서히 살기가 감돌기 시작하고..
점점 빨라지는 오수의 걸음...가빠지는 호흡...마치 짐승의 눈빛으로
변해가기 시작하는 것 같다.
그 모습을 안타깝고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민재와 재민..
민재, 급하게 뛰어나간다.
씬14 창고 밖(한밤중)
초점 잃은 눈에 무섭게 굳은 표정으로 걸어 나오는 오수.
민재 (따라 나와서..위로하고 싶은 마음에)...뭐든 증거를 찾을 수 있을 거야.
오수 (O.L. 충혈 된 두 눈, 무섭도록 차분하고 나직한) 증거 같은 건 필요 없어.
민재 (섬뜩해서 보면)
-오수, 무섭게 굳은 얼굴로 승용차를 향해 걸어간다.
민재 (망연자실 보다가 이내 따라붙으며) 강선배!
오수 (차 문을 여는데)
민재 (잡으며) 강선배!
오수 (확 뿌리치고 차에 타고, 승용차 문을 잠근다)
-차문을 열려는 민재, 하지만 오수가 안에서 잠근 상태.
민재 (다급하게 차창을 두드리며) 선배 왜 이래? 어디 가려는 거야?
-오수, 무섭게 굳어진 표정으로 차를 급하게 출발시킨다.
민재 (따라 뛰며) 강선배!
씬15 달리는 차 안(한밤중)
광기어린 눈빛의 오수, 굳은 표정으로 속력을 내어 어딘가를 향해
달려간다.
씬16 승하의 거실(한밤중)
무표정한 얼굴로 창밖을 바라보고 서 있는 승하. 요란하게 울리는 초인종
소리에 동요 없이 서 있는 승하. 곧바로 문을 쾅쾅쾅 사정없이 두드리는
소리에 돌아보는 승하, 서두르지 않는 걸음으로 현관으로 걸어가 문을
연다. 그 앞에 오수가 서 있다. 오수의 눈빛은 이미 사람의 눈빛이 아니다.
승하 (예의 그 무표정하고 차가운 얼굴로)..무슨 일이십니까?
-하는데 대뜸 승하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는 오수, 광기어린 눈빛으로
입가에 피가 맺혀서 자신을 돌아보는 승하의 멱살을 잡아 거실 쪽
벽으로 밀어 붙인다.
오수 (실성한 사람처럼) 어디까지 갈 거야? 어디까지 가야 만족할 거야!
승하 (차가운 눈빛으로 본다)
오수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죽어야 만족할 거야, 이 자식아!
승하 (냉정한 눈빛으로 본다)
오수 말해. 석진이 어딨어? 석진일 어떻게 한 거야? 어서 말해!
승하 (동요 없는 눈빛으로) 강형사님 친구분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겁니까?
오수 넌 순기 옆에 있었어. 나한테 순기 사진을 전송한 건 바로 너야!
승하 (여유 있는) 그게 무슨 말입니까?
오수 (O.L.) 말 해. 니가 순기를 죽였다구. 대식이도 권변호사도
성준표도 모두 니가 죽게 했다고 말해, 어서!
승하 내가 정태성이고 이 사건의 배후조종잡니다....이런 말이 듣고 싶은 겁니까?
오수 (일그러지며)...그래. 내 앞에서 말해 어서!
승하 살인자는 내가 아니라...바로 강형사님입니다.
오수 (이를 악물지만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승하 (똑바로 쳐다보며) 생각해 봤습니까?
오수 (흔들리는 눈빛)
승하 (싸늘한 눈빛으로 보며) 친구를 잃은 슬픔이 이렇게 큰데..가족을 무참하게
잃은 슬픔은 과연 얼마나 클까..한 번쯤 생각해봤습니까?
오수 (무참하게 흔들리기 시작하는 눈빛, 멱살을 잡은 손의 떨림)
승하 (냉정한 눈빛으로 똑바로 응시하며) 열일곱..자신의 꿈을 펼치지도 못한
가난한 소년 정태훈 그리고 그 소년가족의 인생까지도 강형사님은
한순간에 무참히 끝내버린 겁니다.
오수 (차츰 일그러지는 얼굴, 흔들리는 눈빛으로 바라본다)...
승하 (차갑게 보는)...
오수 (처참하게 일그러지며 무너지듯 스르르 멱살 잡은 손이 풀린다)...
승하 (가만히 동요 없는 표정으로) 누차 말했지만 날 찾아오려면 내가
정태성이며 당신이 찾는 배후조종자란 걸 증명할 수 있는 증거를
갖고 오십시오.
오수 (처참해져서 본다)
승하 너무 힘들어 보이시네요. 아무래도 집에 가서 좀 쉬셔야겠어요.
(돌아서는데)
오수 ...태훈일 죽게 한 건 나야. 내가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해 줄게..뭐든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할게. 이 자리에서 죽어야 한다면 그렇게 할게.
그러니까 제발..석진인 그냥 둬. 부탁이야.
승하 (돌아보며 싸늘한 눈빛으로) 걱정이군요. 너무 쉽게 약해지면 범인을
잡기가 힘들 텐데..
오수 (고통스러운 눈빛)...사고였어.
승하 (움찔하듯 본다)
오수 (울 것 같은 눈으로) 태훈일..죽이려던 게 아니야. 정말..그랬던 게
아니야. 난..나쁜 놈이지만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었어.
승하 (믿지 않는 듯 입가가 비틀리며) 강형사님 변명을 들어줘야 할 이유가
나한테 없습니다. 그리고 사고든 고의든 강형사님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한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오수 (슬픈 눈으로)...용서하기 힘들 거란 거 알아. 난 너무 비겁했으니까.
승하 (차가운 눈빛으로 보는)
오수 ...그래도 살아보고 싶었어. (눈물이 흐른다) 내가 나쁜 놈이라는
거 알면서도..다시...살아보고 싶었어. 눈을 뜨고..눈을 감을 때..
숨을 쉴 때마다 태훈이 생각이 났어. 살아있는 게 정말 지옥 같았어.
그런데도..그런데도..살아보고 싶었어. 살면서 내내 용서를 빌면..그렇게
살면 태훈이가 언젠간 날 용서해 줄지도 모른다고..그럴지도 모른다고..
믿고 싶었어.
승하 (싸늘한 눈빛으로) 용서란 말은 가해자가 하는 게 아닙니다.
오수 (지치고 슬픈 눈으로 보며)...용서해 달라는 게 아니야. 나한테 그럴 자격
없다는 거 아니까.
승하 (보는)
오수 하지만 더 이상...다른 사람을 희생시키는 일은 그만둬.
승하 (표정 변화 없이 보는)
오수 (고통스럽고 슬프게 바라보며)...부탁이다.
승하 (동요 없이) 그런 부탁은 다른 사람한테 가서 하시죠. 운명은 각자의
선택이니까요. (냉정하게 돌아선다)
오수 (승하의 차가운 뒷모습을 고통스럽게 응시한다)
승하 (애써 흔들리는 마음을 누르며 창밖을 보고 서 있다)
오수 (도저히 부술 수 없는 철벽 앞에 선 참담한 심정으로 바라본다)
승하 ...
오수 (시체 같은 얼굴로 현관으로 걸어가 손잡이를 잡는다..잠시 그렇게 서
있다가)...미안합니다.
승하 (움찔하듯 서있다)
오수 (물기가 차오는)...마음속으로 천 번 만 번도 더 했던 이 말을..이제야
해서...미안합니다.
승하 (급격히 흔들리는 눈빛)
오수 (아프게) 하지만...당신은 내 손으로..잡을 겁니다. (문을 닫고 나간다)
-승하, 오수가 닫고 나가는 문소리가 심장을 쿵 울리는 기분이면서도
입 꽉 다물고 돌아보지 않는다.
씬17 승하 오피스텔 현관 밖/또는 입구(한밤중)
비틀비틀 밖으로 나온 오수, 초점 잃은 눈으로 현관에 기댄 채 멍하니
서 있다.
씬18 승하 거실(한밤중)
얼어붙은 듯 서 있는 승하, 마음속 깊이 꾸물거리며 올라오는 실체를
알 수 없는 공허한 괴로움에 승하의 눈빛이 혼란스럽게 흔들린다.
씬19 지하차도 터널(밤)
쓰러질 듯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걸어오는 오수, 웃는 듯 우는 듯
기이한 표정이다. 어느 순간 걸음을 멈추는 오수, 넋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서 있다가 무릎이 꺾이듯 바닥에 주저앉는다.
초점을 잃은 눈빛에 기이한 표정의 오수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더니
허하게 웃기 시작한다. 공허한 웃음이 사그라지며 오수의 고개가 꺾인다.
오수의 모습이 마치 터널에 갇힌 사람 같다.
씬20 해인의 방(한밤중)
잠들지 못한 채 터널 동화책을 읽고 있는 해인.
돌이 되어있는 오빠의 모습이 그려진 동화책의 끝부분이다.
해인의 핸드폰이 울린다.
해인 (놀라서 핸드폰을 받는다) 여보세요? (시간을 확인한다. 새벽2시)
민재 (F, 너무도 미안한) 이민재에요. 늦은 시간에 정말 죄송합니다.
해인 (긴장해서) 안자고 있었어요. 근데 무슨 일이세요?
씬21 강력5팀(한밤중)
반팀장, 극도로 신경이 곤두선 채로 서성이고 있다.
민재 (걱정 가득해서) 강선배한테 혹시 연락 없었어요?
해인 아뇨. 강형사님한테 무슨 일이 있는 건가요?
민재 강선배 친구가 살해당했어요.
해인 (놀라 굳어지고)...!!
민재 강선배가 충격이 너무 컸나 봐요. 연락이 되질 않고 전화도 받질 않아요.
해인 (오수가 받았을 충격이 이해가 된다)...그랬군요.
민재 혹시 강선배한테 연락 오면 저한테 전화 좀 주세요.
씬22 해인의 방(한밤중)
해인 ..알겠습니다. (끊으려다가) 잠깐만요. 그 친구분..어떻게 돌아가신 건가요?
민재 (F) 부검을 해 봐야 알겠지만 폭행치산 거 같애요.
해인 (두려움에 휩싸이며)..사건 장소가...창고 같은 곳이었나요?
민재 (F. 의아한) 네에. 어떻게 아셨어요?
해인 (놀라움에 잠시 말을 잊었다가 서둘러)...끊을 게요. (끊고는 놀라움에)..
--해인의 악몽 속 발길질에 채이고 있는 순기의 모습.
-자신의 꿈이 그저 악몽이 아니었다는 사실에 놀라 굳어있는 해인.
씬23 석진 오피스텔 지하주차장(새벽-3시경)
석진이 멈춰진 차에서 내려 피곤한 얼굴로 비상구를 향해 걸어간다.
곧이어 희수의 수하 남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남자, 주위를 둘러보고는 석진의 승용차로 가더니 몸을 숙여 차 밑에
부착해 둔 위치추적기를 떼어낸다. 남자,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핀다. 그 순간 남자의 모습이 망원렌즈로 찰칵 찍힌다.
씬24 석진 오피스텔 앞(새벽)
피곤한 얼굴로 걸어오던 석진, 현관 앞에서 불안하게 서성이고 있는
재민을 발견하고 뜨악한 표정으로 다가와 선다.
석진 ..무슨 일 입니까?
재민 (깜짝 놀라서 보면서도 반갑게) 나석진씨 되시죠?
석진 ..누구십니까?
재민 (빠르게 경찰증 보여주며) 신재민형삽니다. 간밤에 김순기씨가
사망했습니다.
석진 (순식간에 얼어붙는)...!!!
씬25 강력5팀(새벽)
민재 (오수에게 음성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강선배, 나석진씨는 무사해.
도대체 지금 어디 있는 거야? 제발 전화 좀 받아!
씬26 지하차도 터널(새벽)
터널의 흐릿한 불빛 속에 멍하니 혼자 서 있는 오수...자기도 모르게 벽에
이마를 쿵쿵 찍기 시작한다.
조금씩...조금씩 더 세게..그때마다..죽은 사람들의 순간이 하나씩
플래시 컷으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사고현장에서 칼에 찔린 채 자신을 보던 태훈의 눈빛..
권현태 변호사의 죽어있던 얼굴..(1회 씬48)
대식이 호흡곤란으로 괴로워하던 모습..(4회 씬80)
교통사고 현장에서의 성준표...(12회 씬82)
그리고 창고에서 죽어있던 순기의 얼굴...(16회 씬94)
승하 사고든 고의든 강형사님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한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악 짐승 같은 괴성을 소리를 지르며 쿵 머리를 박는 오수.
오수의 이마에서 피가 흐른다. 피가 흐르는지도 모르는 채 그대로 벽에
이마를 대고 서 있는 오수의 기분은 마치 지옥에 와 있는 것 같다.
씬27 석진 오피스텔 거실(새벽)
석진, 믿을 수 없는 얼굴로 넋이 나가 서 있다가..불안하고 초조한
눈빛으로 서성이기 시작한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지 고개를 가로젓는다.
미칠 것 같은 심정으로 머리를 싸잡고 주저앉는 석진.
씬28 김포공항 출국장(이른 아침)
아침 6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라 거의 사람이 없다.
제주행 첫 비행기(7시 출발)를 타기위해 출국장 앞으로 걸어오는 남자,
희수다. 골프라도 치러가는 듯 골프운동 복 차림에 모자까지 쓴 담담한
표정의 희수, 출국장 공항직원에게 비행기 표와 주민등록증을
내보인다. 이름도 주소도 나이도 전부 다른 사람으로 돼 있지만 희수의
사진이 박혀 있는 위조신분증이다. 담담한 표정으로 출국장 안으로
들어가다 무심히 돌아보는 희수의 얼굴이 망원렌즈에 찰칵 찍힌다.
씬29 도서관 자료실 한곳(아침)
해인, 걱정스런 표정으로 오수에게 핸드폰을 하고 있다. 음성메시지 안내.
여자 (E) 음성메시지는 1번.
해인 (번호 누르고) 강형사님, 친구분 소식..들었어요. 많이 힘드실 거란 거..
알아요.
씬30 진술 녹화실 안(아침)
이마에 작은 상처로 피가 조금 맺혀있는 오수, 까칠하고
초췌한 표정으로 해인의 메시지를 듣고 있다.
해인 (F) 메시지 받으시면 연락주세요. 기다릴게요.
-전화를 끊는 오수, 그리움이 담긴 서글픈 눈빛으로 마치 해인을 보듯
핸드폰을 바라본다. 문이 열리고 민재가 들여다보다가 오수를 발견하곤
반색하고 빠르게 다가와서.
민재 (황당해서) 밤새 여기 있었던(하다 오수의 이마 상처를 발견하고 놀라서)
이마는 왜 그런 거야?
오수 (초점을 잃은 눈빛으로 대답대신) 부검 언제야?
씬31 법정 복도(낮)
예의 그 무표정한 얼굴로 걸어가고 있는 승하위로.
승하 (E) 피고인은 피해자가 피고인의 딸 소라를 데려갔던 것으로 오인하여
피해자에게 딸을 돌려달라고 애원하던 중
씬32 법정 안(낮)
김정연의 결심공판장.
승하, 자리에서 일어나 결심 변론을 하고 있다. 피고인석엔 모든 것을
체념한 듯 차분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정연. 검사와 부장판사, 우좌배석
판사들이 각자 자리에 앉아있다.
방청객은 많지 않고 대식의 엄마와 누나, 그리고 대식의 사무실 동생들
용구와 한 명이 앉아있다.
승하 (대사 이어서) 나약한 여인으로서 유일하게 피해자에게 유형력을
행사할 수 있는 수단으로 가스총을 사용한 것일 뿐 피고인에게 피해자를
상해하려고 하는 의사가 있었다거나(하다가 말을 멈춘다)
오수 난..나쁜 놈이지만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었어..
영철 오..오수가 태..태훈일 카..칼로 찌..찔렀어. 내가..부..분명히 봤어.
승하 (혼란스러운 눈빛)
정연 (의아한 눈빛으로 승하를 본다)
판사 변호인?
승하 (정신을 차리듯 보고 이내 변론을 이어가지만 승하의 눈빛이 미묘하게
흔들리고 있다) 나아가 살인의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고는 결코
인정할 수 없습니다.
씬33 국과수 부검실 안(낮)
부검이 끝난 순기의 시체위엔 하얀 시트가 머리까지 덮여있다.
오수와 민재는 부검의의 부검소견을 듣고 있다.
오수 (굳은 표정으로) 외상 때문에 사망한 게 아니란 얘깁니까?
부검의 그건 치명상은 아니구 아무래도 유독가스나 독극물이 사인인 것 같애.
오수 (놀라 굳어서 시트가 덮여있는 순기를 보는 위로)
부검의 (E) 피해자 폐와 심장이 통상과는 달리 선홍색을 띠고 있었거든.
민재 독살이라는 얘긴가요?
부검의 독극물에 대한 정밀분석을 의뢰했으니까 결과가 나와 봐야 알아. 현장에
유독가스가 배출될 만한 장치가 없었는지도 확인해봐.
민재 네. 그럼 시신을 가족한테 인도하려면 삼사일은 걸리겠네요?
부검의 그렇지.
오수 (참담한 시선으로 순기시신에 시선 박혀서) 사망 추정시간은 언젭니까?
부검의 저녁 열시 반에서 열두시.
오수 (순간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멍해져서 부검의를 본다)...
씬34 달리는 차 안(낮)
민재 (운전하면서) 선배가 포토메일을 받은 게 11시 40분이니까 피해자 사망
시간은 그 전이겠네. (하고 보면)
오수 (불안하고 초조한 눈빛으로 무언가 생각에 골몰해 있다. 그 위로)
석진 (E) 지금 막 집에 들어왔어.
오수 (E) 순기는 집에 있구?
석진 ...어. 저기 내가 좀 피곤해서 자야 할 것 같애.
-오수, 알 수 없는 불길함에 서둘러 핸드폰 열어서 발신번호를 확인한다.
석진에게 왔던 집 전화번호를 찾아서 시간을 확인한다. 11시.
오수 (창백하게 굳는다)...!!
씬35 강력5팀(낮)
재민 (SJ 이니셜이 새겨진 손수건이 든 비닐봉투 들고 들어오면서, 반팀장에게)
현장에 있던 담배꽁초에서 청산칼륨 성분이 검출됐대요.
반 (놀라서) 청산가리?
재민 네. 사체에 있는 독극물 성분과 일치하는지는 아직 확인이 안 된 상태지만
반 (O.L.) 독살이란 얘기군.
재민 그런 것 같애요. 그리고 이 손수건에 새겨진 SJ이요. 이거 혹시 나석진씨
이니셜(하는 순간)
(E) 노크.
반 (돌아보면)
석진 (애써 차분한 표정이지만 불안하고 초조한 눈빛으로 안으로 들어온다)
참고인 진술 때문에 왔습니다.
반 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석진 ...아닙니다.
씬36 희수 사무실(낮)
제주도에서 막 돌아온 희수와 굳어있는 표정의 동현.
동현 (불같이 화내며) 왜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해서 쓸데없이 분란을 만들어?!
희수 (예의 그 순한 태도로) 순기가 계속 오수일로 협박한단 얘길 듣고
나비서한테 조용히 해결하라고 했던 건데.
동현 (혀차듯 보는)
희수 하지만 순기가 죽은 건 저희완 상관없어요. 나비서도 순기와 얘길
잘 끝내고 집으로 돌아갔다고 했구요.
동현 어떤 놈 수작에 말려든 거야.
희수 (불편한 듯 본다)
동현 나비서가 실수한 게 없는지 확인해 보구, 신속하게 상황 파악해서
철저하게 대비해.
희수 네, 아버지. (하는데 노크소리)
동현/희수(보면)
비서 (들어와서) 오승하변호사님 오셨습니다.
희수 어, 들어오시라고 해.
-비서 나가고 곧이어 승하가 들어온다.
승하 (동현에게 무표정한 시선을 주곤) 안녕하셨습니까, 의원님.
동현 앉지.
승하 (앉으면)
동현 그래, 내 제안은 생각해 봤나?
승하 (본다)
동현 우리호텔 고문변호사로 와준다면 자네가 원하는 조건을 모두 수용할
생각이 있어. 난 자네가 맘에 들거든.
승하 (입가에 쓴 미소가 지어지며) 제가 원하는 건 두 가집니다.
동현 말해 보게.
승하 제 사무실 일과 호텔 일을 병행하겠습니다.
희수 그건 안 됩니다.
동현 (O.L.) 안 될 거 없어. 두 번째 조건은?
승하 저한테 맡기신 변론에 대해선 변호사인 저한테 숨기는 것이 있어선
안됩니다.
희수 (못마땅한 눈빛으로 승하를 본다)
승하 (희수에게 시선 주며) 의뢰인을 신뢰할 수 없다면 변론을 맡을 이유가
없습니다.
동현 (여유 있는) 그거야 당연한 일 아닌가? 자네 역시 변호사는 어디까지나
의뢰인을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하는 거구.
승하 (싸늘한 미소가 지어지며)...물론입니다.
씬37 진술 녹화실 안(낮)
참고인 조사를 받고 있는 석진과 반팀장, 민재.
오수는 유리창 밖에서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참고인 진술 녹음을 하고
있는 상태다.
반 (추궁하는 느낌이 아니라 질문하는) 피해자 김순기씨를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였습니까?
석진 ...어제..아침입니다.
씬38 진술녹화실 유리문 안(낮)
석진의 대답에 의문에 차서 일그러지는 오수.
반 (E) 그럼 집에 들어오셨을 땐 김순기씨가 없었다는 얘기군요.
석진 (당황함을 감추려고 애쓰며 E)...방에서 자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오수 (혼란스럽고 의문에 찬 눈빛)
순기 (석진을 흘낏 보며) 원래 뒤통수는 나 같은 놈이 아니라 믿는 놈이 치는
거야, 이 자식아.
--사진 뒤에 작은 글자를 오려서 붙인 글귀.
‘불신과 배신이 친구들을 지옥문으로 인도 한다’
오수 (극심한 불안함과 초조한 눈빛으로 중얼거린다)..불신과 배신이 친구들을
지옥문으로 인도한다. (굳어서 진술실 안의 석진을 본다. 그 위로)
반 (E) 실례지만 어젯밤에 드라이브를 하셨다고 했는데..목격자가 있습니까?
씬39 진술 녹화실 안(낮)
석진 (감추려고 하지만 불안하고 흔들리는 눈빛)...아뇨....혼자 있었습니다.
반 네에. 사건현장에 이 손수건이(이니셜이 새겨진 피 묻은 손수건을 건네며) 있었는데
석진 (순식간에 당황하는 눈빛)
씬40 진술 녹화실 유리문 안(낮)
당황하고 있는 석진의 모습을 놓치지 않고 보고 있는 오수.
반 (E) 혹시 나석진씨 손수건이 맞습니까?
석진 (E)..맞습니다.
씬41 진술 녹화실 안(낮)
석진 (애써 침착하게) 아마 순기가 가져갔을 겁니다. 제 물건을 자주
사용했거든요.
반 ..그렇군요. (대답은 하면서도 의구심에 찬 시선으로 석진을 본다)
-석진, 당황스럽고 초조한 눈빛으로 자신도 모르게 유리문을 본다.
유리문 밖의 오수도 극도로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석진을 보고 있다.
마치 서로를 마주보고 있는 듯 바라보는 시선...
씬42 강력5팀(낮)
반 (들어오면서 뒤따라 들어오는 민재에게) 뭔가 숨기고 있어.
민재 제 생각도 그래요.
반 나석진 통화내역 확인해 봐. 그리고 사건현장 인근도로 무인교통
단속카메라 화면 확보하고.
민재 알겠습니다.
씬43 경찰서 한 곳(낮)
오수와 석진.
오수 (의구심과 혼란스러움이 뒤엉킨) 넌 어젯밤에 분명히 순기가 집에
있다고 대답했어.
석진 그건 아까
오수 (말 자르며) 그리고 넌 사망추정시간에 알리바이를 증명할 수 없어.
석진 오수야?
오수 (O.L.) 그뿐 아니라 니 손수건은 사건현장에 있었구. 또 너하고 순기사이에
분명히 내가 모르는 비밀이 있었어.
석진 ..날..의심하는 거야?
오수 (고통스러운) 눈에 보이는 것만으론 니가 유력한 용의자야.
석진 (굳어서 기막힌) 뭐? 난 순기를 죽이지 않았어!
오수 그걸 증명해야 돼. 범인은 널 살인자로 만들려는 거야. 손수건을 현장에
남기고 니가 없는 시간에 맞춰 영철이가 너희 집에 간 것도 모두 계획
적이었어.
석진 (무서움과 두려움에 차서) 영철이라니?
오수 (대답대신) 니가 결백하단 사실을 증명하려면 증거가 있어야 돼.
석진 난 정말 결백해. 증명할 이유가 없어. 손수건이 내가 범인이라는 증거는
아니잖아?
오수 (안타깝고 슬프게) 다음 증거를 준비해뒀을 거야.
석진 (충격으로 본다)
오수 (간곡하게) 석진아, 나한테 숨기고 있는 게 뭔지 또 사망추정시간에
어디서 뭘 한 건지 사실대로 말해야 돼. 알리바이만 증명되면 넌
혐의에서 벗어날 수 있어.
석진 (진퇴양난에 빠진 듯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오수 (초조하고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대답을 기다린다)
석진 (망설이듯)...난...
오수 (긴장해서 보는)
석진 ...혼자..드라이브를 한 것뿐이야.
오수 (절망스럽게 보는)
씬44 경찰서 앞 한 곳(낮)
대필, 갈등하는 얼굴로 망설이면서 서성이고 있다. 그러다 결심이 선 듯
핸드폰 들어다가 이내 용기가 나지 않는 듯 다시 끊고는 휙 발길을 돌린다.
그 옆으로 택배상자를 든 택배직원이 걸어 들어간다.
씬45 강력5팀 안(낮)
반팀장과 민재, 재민이 긴장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오수, 제정신이 아닌 듯 미친 듯이 택배상자를 풀어헤친다. 안에서
붉은색 봉투를 꺼내는 오수, 충혈 된 눈에 입 꽉 다물고 봉투를 연다.
안에서 나오는 사진 두 장.
한 장은 경찰정복을 입고 지금의 오수의 집 앞에 서서 망설이듯
서 있는 오수의 사진. 날짜는 2001년 2월 19일.
다른 한 장은 지금의 서일경찰서 앞. 넥타이는 메지 않은 양복차림으로
뭔가 기대에 부푼 표정의 오수가 경찰서 푯말을 바라보고 있다.
날짜는 2004월 3월 2일.
각각의 사진은 카메라 렌즈의 기스가 난 흠집이 보이고 손가락이 조금씩
앞으로 보이며 2004년 3월 사진에선 손가락이 오수를 가리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오수 (굳어서 사진을 차례로 보고 있다)
재민 (당황스럽고 걱정스러운 두 번째 사진을 가리키며) 이건 우리서 앞인데요?
오수 (창백하게 굳어서) 서에 처음 발령받은 날이야.
반 (굳어서 보는)
-오수, 정신없이 책상 속을 뒤지더니 전에 받았던 소년오수 사진 두 장을
꺼내서 책상위에 날짜별로 차례로 늘어놓는다.
사진 속 손가락이 최근에 이르러서야 오수에게 향하고 있음이 선명히
드러난다.
민재 (놀라서) 손가락이잖아.
재민 (놀라고 긴장되고) 강선배님을 가리키고 있어요.
오수 (핏줄이 선 눈으로 입을 꽉 다물고 있다)
씬46 강력5팀 복도(낮)
초조하고 불안하게 서성이며 광두에게 전화를 하고 있는 오수.
오수 (급하게 서두르는) 성준표가 만났다는 슈퍼어르신이 계신 병원이 어딥니까?
씬47 승하 사무실(낮)
광두 (오수의 전화를 받고 있다) 가봐야 소용없어. 내가 오늘 다녀왔는데
여전히 의식이 흐릿하시구.
오수 (다급하게) 그래도 가보겠습니다. 말을 못하시면 듣기는 하실 거 아닙니까?
광두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상태야.
오수 (O.L.) 그럼 글이라도 그것도 아니면 눈빛으로라도 아무튼 뭔가 방법이
있을 겁니다.
광두 (조급한 오수를 이해하듯) 침착해, 강형사. 김순기사망 소식 들었는데
오수 (말 자르며) 어떻게든 증명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허둥대며) 범인을
눈앞에 두고도 아무것도 증명할 수가 없어요.
광두 (뜨악한)
오수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조차 모르는 듯 허둥대고 있다) 아니에요.
있을 겁니다. 분명히 증명할 방법이 있을 겁니다.
광두 범인이 눈앞에 있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오수 (미치겠는 O.L.) 정태성이 배후조종자란 걸 밝혀야 됩니다. (혼잣말하듯)
아니야. 다 소용없어.
광두 (걱정스러워서) 강형사?
씬48 강력5팀 복도(낮)
오수 (초점을 잃은 눈빛으로, 광두에게 하는 말이라기보다 답답한 심정을
혼자 토로하듯) 정태성이 누군지 밝혀봐야 다..소용없어요.
그 사람말대로 범인의 진술 말고는 증명할 게 하나도 없으니까.
(초점 잃은 눈에 허하게 비틀린 웃음으로) 정당한 방법으론..해결할 수
없어요. (하더니 핸드폰을 쥔 손을 스르르 내린다. 핸드폰에서 들리는
광두의 걱정스러운 목소리)
광두 (F) 강형사?
오수 (멍한 시선..그러다 어떤 생각이 났는지 눈빛이 반짝한다)
광두 (F) 강형사?
씬49 승하 사무실(낮)
광두 (다급하게) 강형사?
승하 (들어온다)
광두 강오수! (이미 끊어졌다. 걱정스럽고 불안한 심정으로 전화를 끊는데)
승하 (보며) 무슨..일입니까?
광두 (안타까운 심정으로)..강형사가 평상심을 잃고 있는 것 같애요.
승하 (눈빛이 움찔하듯 본다)
광두 (불안하고 걱정되고) 이 친구가 이러면 안 되는데..
승하 (복잡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씬50 희수 사무실(오후)
불안하고 초조한 눈빛의 석진과 담담한 표정의 희수.
희수 (싸늘한 눈빛, 담담한 말투) 나비서가 손수건을 흘리고 온 거 아냐?
석진 거길 떠날 때 전부 확인했습니다. 누군가 제가 창고를 떠난 뒤에
순기를 죽이고 저한테 누명을 씌우려는 것 같습니다.
희수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누가 그런 짓을 해? 나비서가 거기 있는지
어떻게 알구?
석진 오수말엔 타로카드를 보낸 자가 한 짓인 거 같다고..
희수 (얼핏 싸늘한 미소가 감도는 듯)..오수가 그래?
석진 ...네.
희수 알리바이가 있으니까 걱정할 거 없어.
석진 (당황스럽게 본다)
희수 사망추정 시간에 나비선 집에 있었다면서?
석진 ...실은...마음이 좀 답답해서 드라이브를 갔었습니다.
희수 (싸늘해지는 눈빛, 담담한 말투) 드라이브?
석진 ..네.
희수 ..난감하네.
석진 만약 경찰에서 계속 절 의심하면 어떡하죠?
희수 글쎄...나비서가 결백하다면 미리 겁먹을 거 없을 것 같은데?
석진 하지만 그 장소에 제가 있었던 게 알려지기라도 하면.
희수 (O.L.) 아버진 시끄러운 일 없이 해결되길 바라셔.
석진 (굳어서 본다)
희수 만에 하나 그날 밤 나비서가 순기 폭행을 지시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내가 적극적으로 대책을 강구할 거니까 걱정하지 마.
석진 (어쩐지 올가미에 걸린 것 같은 답답한 심정으로 보는)...
씬51 견사장 사무실(낮)
견 (석진과 통화를 하고 있다) 그 친구가 죽었다구요?
석진 (F, 허둥대는) 우리가 떠난 뒤에 누군가 순기를 살해했어요.
견 (굳어지고)...!
석진 (F) 만일을 대비해서 견사장님은 당분간 피해있는 게 좋겠어요.
견 그건 내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끊고는 뭔가 짚이는 데가 있는 얼굴로)
오승하...(입가가 비틀리듯 웃으며) 오승하..
씬52 희수 사무실(낮)
차가운 눈빛으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희수.
씬53 황대필의 연립주택 앞(오후)
대필의 핸드폰에 전화를 하면서 불안하게 서성이고 있는 오수.
대필이 전화를 받지 않는 듯 핸드폰 끊고 돌아서는데 대필, 오수를 보고
멈춰 서 있다.
오수 (다가가며) 황대필씨.
대필 (황급히 외면하며) 여긴 무슨 일입니까?
오수 어젯밤에 저한테 전화로 하려던 말씀이 뭐였습니까?
대필 ..번호를 잘못 누른 거뿐입니다. (하고 가려는데)
오수 황대필씨는 진실을 밝히시려고 전화주신 겁니다. 그렇죠?
대필 ..더 이상 밝힐 게 없습니다, 난.
오수 (간절하게) 힘드시다는 거 압니다. 두려우시다는 것도 압니다.
...저도 그랬어요. 진실을 밝히는 것이 너무 두려웠습니다.
대필 (본다)
오수 그리고 매일매일 후회하면서..자꾸만 뒤를 돌아보면서 그렇게 살았습니다.
그때...그때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그렇게 안 했더라면..그러면
정말 좋았을 텐데...후회하고 자책했습니다.
대필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오수를 본다)
오수 그건...지옥이었어요. 지옥 같았어요. 그러다 괜찮다고..사고였으니까
일부러 그런 거 아니니까..괜찮을 거라고...비겁하게 도망쳤습니다.
대필 ....
오수 (슬픈 눈빛으로 자신에게 말하듯) 하지만 진실은...내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따라왔어요. 숨을 쉴 곳을 찾아서 아무리 멀리 도망가도..결국엔
날 따라왔습니다, 그림자처럼. (허한 눈빛으로) 이젠 압니다. 난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다는 걸..그리고 내가 할 일이 뭔지..하지만...희망만은
버리고 싶지 않아요. 희망을 버리고 싶지 않습니다. 내가...다시 살아갈
수 있다는..희망을..(목이매이며)...그 희망을...버리고 싶지 않습니다.
대필 (죄책감에 흔들리는 눈빛으로 보는)
오수 ...그 사람을 막아야 합니다. 또 다른 희생자가 생기는 걸 막아야 합니다.
부탁드립니다.
대필 (흔들리는 눈빛으로 보다가) 할..말 없습니다, 난. (도망치듯 집으로
가 버린다)
오수 (절망스럽게 바라본다)...
씬54 도서관 자료실한곳(오후)
책을 정리하다가 손을 멈추고 핸드폰을 확인한다. 오수에겐 전화가
오지 않고 있다. 해인..전화를 하려다가 멈추고..걱정스러운..
씬55 승하 사무실(밤)
창밖을 바라보고 서 있는 승하, 슬프고 혼란스러운 눈빛이다.
오수 (E)...눈을 뜨고..눈을 감을 때..
오수 숨을 쉴 때마다 태훈이 생각이 났어. 살아있는 게 정말 지옥 같았어.
그런데도..그런데도..살아보고 싶었어.
-승하, 마음속에서 꿈틀대는 혼란스러운 감정에 괴로운 눈빛.
영철 (E) 오수가 카..칼로 태훈일 찌..찔렀어.
--병원에 죽은 채 누워있던 태훈의 얼굴. (11회 씬19)
--잡채를 함께 먹으며 즐거워하던 가족의 모습. (13회 씬76)
-승하, 흔들리는 마음을 잡으려는 듯 입을 꽉 다물고 주먹을 움켜쥔다.
노크 소리가 들린다. 승하, 돌아보면 광두가 들어선다.
광두 퇴근 안하십니까?
승하 (대답대신)...저하고 술 한 잔 하시겠어요?
광두 (본다)
씬56 강력5팀(밤)
반 (놀라서) 그게 무슨 소리야?
민재 나석진씨 핸드폰 통화내역을 조사했는데
오수 (지친 얼굴로 들어서는 위로)
민재 (E) 사건 당일 견종철과 세 번 통화를 했습니다.
오수 (확 굳어진다)
민재 그리고 마지막 통화한 기지국 위치가 김순기가 사망한 창고와
인접한 장솝니다. 견종철 통화내역도 마찬가지구요.
오수 (O.L. 충격으로) 확실한 거야?
민재 ..어.
재민 그럼 사건이 있던 시간에 나석진과 견종철이 창고 부근에 있었다는
얘기잖아요? 현장에 증거품도 있었구요.
오수 (망연자실해서)...
반 두 사람 가택수색영장 신청해!
민재 (오수의 심정 살피며) 알겠습니다. (급히 나가고)
반 (안타까운 눈빛으로 오수를 본다)
오수 (제 정신이 아닌 채 허둥지둥 나가는)
반 강형사!
-오수, 나가면서 과장이 들어온다. 오수, 정신없이 과장한테 인사하고
밖으로 나간다.
과장 (못마땅한 얼굴로 반팀장에게) 강형사 정직중인 거 잊었나?
반 정직이라고 해서 서에 나오는 것까지 금지하는 건 아니잖습니까?
과장 강형사가 수사를 계속 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리니까 하는 소리야?
반 (시침 뚝) 헛소문입니다.
씬57 경찰서 로비(밤)
오수, 제 정신이 아닌 채 급한 걸음으로 걸어 나오며 실성한 사람처럼
중얼중얼.
오수 석진인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그럴 리가 없어.
씬58 경찰서 현관 앞(밤)
해인, 걱정스러운 얼굴로 경찰서 현관으로 걸어가는데
충혈 된 눈빛으로 미친 듯이 뛰어나오는 오수를 본다.
해인 (안도하는 미소로) 강형사님!
오수 (멈칫 멈춰서 본다)
해인 제 메시지 못 들으셨어요?
오수 (제정신이 아니다)...들었어요.
해인 (애써 미소로 조심스레) 친구분..소식 듣고 걱정이 돼서 왔어요.
오수 (두렵고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보는)
해인 (그 눈빛에 가슴이 철렁하는 기분이다)..강형사님?
오수 (대답도 못하고 보는)
해인 (안타깝게)...좀 쉬셔야 할 것 같아요. 너무 힘들어 보이세요. (하며
다가가려는데)
오수 (한 발 뒤로 물러나며 멍한 시선)
해인 (가슴이 막히듯 보는)..
오수 (두려움이 가득 찬 혼란스러운 눈빛으로)...난..괜찮아요. 나중에..연락할게요.
미안해요. (하더니 급하게 간다)
-해인, 오수의 모습을 걱정스럽게 보다가 급하게 뒤따라간다.
해인 (오수의 팔을 잡는다)
오수 (움찔 놀라서 돌아본다)
해인 (간곡한 눈빛으로)...흔들리지 마세요. 강형사님 잘못이 아니에요.
(안타까운 미소로) 그리고 식사도 잘 하시구 잠도 좀 주무세요. 그래야
좋은 형사도 될 수 있어요.
오수 (서글픈 미소를 지어보이며)...난..좋은 형사 아니에요.
해인 (철렁하듯 보면)
오수 갈게요. (하곤 정신없이 주차장으로 뛰어간다)
해인 (굳어 선 채로 아프게 보는)...
씬59 석진 거실(밤)
석진, 극도의 불안으로 서성이다가 멈춰 선다. 그 위로.
순기 (괴로운 비명과 섞인 소리)..석진아..제발 나 좀 살려줘.
--다시 날아오는 견사장 수하들의 발길질에 비명을 지르며 나뒹구는 순기.
--순기 (일어서지도 못하고 무릎으로 겨우 기어오며 빈다) 석진아..내가 잘못했어.
내가 잘못했어, 석진아.
--석진 (울 것 같은 눈으로 본다)
--순기 나 좀 살려줘. ..나 좀 살려줘 석진아.
-괴로운 심정으로 머리를 싸잡는 석진. 그때 문이 벌컥 열리고 오수가
들어선다.
석진 (놀라서 돌아본다)
오수 (무섭게 굳은 얼굴, 눈에 핏발이 서 있다. 다짜고짜) 너 뭐야?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석진 (당황해서) 오수야.
오수 (O.L.) 넌 날 속였어. 호텔에 있었다는 시간에 넌 순기가 있던 창고
근처에 있었어. 견종철과 통화한 내역이 있어.
석진 (창백하게 얼어붙어서)
오수 견종철한테 뭘 부탁한 거야?! 순기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석진 (당황하고 얼어붙은 채)..난 절대 순기를 죽이지 않았어.
오수야, 내 말을 믿어. 믿어야 돼.
오수 (O.L. 버럭) 증명해 봐, 그럼! 내가 널 믿을 수 있게 증명을 하란 말야!
석진 (굳어서 본다)
오수 (미치겠는 심정으로) 왜 말을 못해? 말해봐.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날 납득시켜 봐!
석진 (갈등하며)....난...순기를 설득하려고 한 거야.
오수 (어이가 없다) 뭐?
석진 순기가 자꾸 니 일을 불겠다고 협박을 하니까
오수 (기막힌 심정으로) 그래서...날 위해서 순기를 죽였다구?
석진 (O.L.) 아니야, 오수야. 순기를 죽인 건 내가 아니야. 니 말대로 이건
누군가의 모함이야. 난 순기를 만나서 설득하려고 한 것뿐이야.
오수 (기막혀서 보며)...설득? 친구를 폭행하는 게 니가 말하는 설득이야?
석진 (잡아떼며) 폭행한 적 없어. 그리고 순기가 그 근처에서 만나자고 해서
만나고 온 것뿐이야.
오수 (믿지 않는 눈으로 허하게 보며) 나보고 그 말을 믿으라구?
석진 (외면한 채로 맘 다지며) 사실이야.
오수 (공허한 눈빛으로 친구를 본다)
E 오수 핸드폰.
오수 (핸드폰을 본다. 민재다...망설이다가 받으며)..어.
씬60 달리는 차 안(밤)
재민이 운전하고 민재가 옆자리에 앉아있다.
민재 (통화) 나석진하고 같이 있지?..그럼 내 말만 들어. 지금 가택수색
영장 갖고 그리로 가는 길이야. 과학수사팀에서 나석진 승용차 타이어에
묻은 흙도 채취할 거야.
씬61 석진 오피스텔 거실(밤)
오수 (참담한 심정으로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린다)
석진 (불안한 얼굴로 오수를 보고 있다)
씬62 달리는 차 안
민재 그리고 강선배가 거기 있었단 사실이 알려지면 문제가 생겨. 지금 곧
그 집에서 나오라는 팀장님 명령이야.
씬63 석진의 거실(밤)
핸드폰을 끊는 오수, 질곡에 빠진 기분으로 석진을 본다.
오수의 눈에서 불길함을 읽은 듯 긴장된 표정으로 오수를 보는 석진.
씬64 어느 술 집(밤)
승하와 광두가 술잔을 앞에 놓고 있다.
승하 (무표정한 얼굴로 소주잔을 비운다)
광두 (의외인 듯 보며) 술을 마시는 건 처음 보네요.
승하 (보면)
광두 술 한 잔 하자고 해 놓고 항상 술은 안 마셨잖아요?
승하 ...그랬나요?
광두 (술잔을 채워주며) 네. 그래서 술을 원래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봅니다.
승하 취하는 게 싫어서요.
광두 왜요?
승하 ..다른 사람이 될까 봐요.
광두 (훗 웃곤) 변호사님은 너무 틈이 없어요. 가끔은 사람이
흐트러지기도 해야 인간다운데.
승하 (자조적인 눈빛으로) 난...인간다워 보이지 않나요?
광두 (사람 좋은 미소로) 변호사님은 자기 관리가 너무 철저하니까 해 본
소립니다. (술잔을 비우고)
승하 (쓰게 웃곤 술잔을 비운다)
광두 어쨌든 오늘 마음이 착잡했었는데..술이 들어가니까 조금은 나아지네.
승하 (보는)
광두 (착잡한 심정으로) 강오수 그 친구...대가를 너무 크게 치루고 있어요.
승하 (눈빛이 싸늘해지는)....
광두 만약 정태성이 살아있고 그가 정말 배후조종자라면..억울하게 가족을 잃은 정태성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는 가지만
승하 (O.L.) 그건...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하기 힘든 일일 것 같습니다.
광두 (본다)
승하 내가 만약 정태성이라면...나 역시 강형사를 용서할 수 없을 것 같거든요.
광두 쉽진 않겠죠. 고의였든 우발적인 사고든 형을 죽인 사람이 정당방위로
풀려났으니까. 게다가 어머니까지 사망했구요.
승하 ...우발적인 사고가 아니었다면 더 그랬겠죠.
광두 (이해하듯 끄덕이며) 물론 그렇죠. 하지만 그때 강형사
나이는 열일곱이었어요. 용기를 내기엔 너무 어렸습니다.
승하 (쓰게 웃으며) 너그러우시네요.
광두 (후 웃으며).. 정태성 때문에 든 생각입니다.
승하 그게..무슨 말씀이세요?
광두 정태성도 고통을 겪어내기엔 너무 어린 나이었어요.
승하 (보면)
광두 그 아인 열여섯에 너무 끔찍한 고통을 겪었고 너무 일찍 세상의
어두운 면을 전부 다 봐 버렸어요. 그래서 더 상처가 컸고...용서가
안됐을 겁니다. 그 나이에 겪은 상처는 평생을 지배하니까요.
승하 (굳어서 본다)
광두 만약 그 아이가 열여섯이 아니라 성인이었을 때 그런 고통을 겪었다면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진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승하 (흔들리듯 보는)..
광두 강형사도 12년 동안 그 상처를 짊어지고 살았을 겁니다. 결국
두 사람 다...아직 열일곱 열여섯에 갇혀있는 셈이죠. (술잔을 비워낸다)
승하 (술잔을 잡은 손이 떨리고 있다)
씬65 해인의 집 현관(밤)
오수를 만나고 온 일로 마음이 아프고 착잡한 해인, 현관 앞에
서서 바람을 맞고 있다. 그렇게 바람을 맞다가 무심히 시선을 돌리는데
승하가 걸어오는 모습이 보인다. 해인, 처음엔 뜻밖이라 놀랐다가 차츰
입가에 반가운 미소가 감돌며 현관을 내려서려는데
승하가 검음을 멈추고 서는 모습이 보인다. 해인, 의아해서 멈춘다.
씬66 해인의 집 앞(밤)
멈춰선 승하, 슬픈 눈으로 잠시 그렇게 서 있다가 어느 순간 씁쓸한 미소가
지어지더니 이내 무표정한 얼굴로 발길을 돌려서 간다.
씬67 해인의 현관 앞(밤)
돌아서서 가는 승하를 바라보고 서 있는 해인, 나가야 할지를 망설이듯
보다가 그대로 승하를 지켜본다. 해인의 시선에 보이는 승하의 뒷모습이
어쩐지 너무 힘겨워 보인다.
씬68 동현의 거실(밤)
퇴근하고 들어오는 희수를 맞이하는 나희.
나희 (밝은 표정으로 희수의 가방 받아 들며) 늦었네요.
희수 일이 좀 있었어.
나희 저녁은요?
희수 (담담하게) 어제 제주도에서 이른 저녁을 먹었는데 그게 잘못됐는지
속이 좀 불편해.
나희 (걱정스레) 병원에 안 가 봐도 돼요?
희수 어제 밤새도록 호텔방에서 앓고 났더니 조금은 나아지긴 했어.
나희 그래도 내일 병원에 가 봐요.
희수 (담담하게) 괜찮겠지. 그리고 내일 장례식장에 가야하니까 옷 좀
준비해줘.
나희 누가 돌아가셨어요?
희수 (안됐다는 듯) 김순기라고 당신도 호텔에서 봤을 거야.
나희 (놀라서 본다)..그 사람이 죽었다구요?
희수 (서늘한 눈빛으로)...살해당했어.
나희 (철렁..얼어붙는)
희수 (아내의 모습을 서늘한 눈빛으로 보곤 이층으로 올라간다)
나희 (떨리는 심정, 불길한 예감으로)...
씬69 석진 오피스텔 거실(밤)
참담한 심정으로 두 손에 고개를 묻고 어둠속에 앉아있는 석진,
옴짝달싹 할 수 없는 구덩이 속에 파묻혀 있는 모습이다.
씬70 해인의 방(한밤중)
해인, 잠들지 못하고 앉아서 승하의 오르골에서 들리는 음악을
듣고 있다. 경찰서 앞에서 만났던 오수의 모습과 돌아서서 가던 승하의
모습등으로..마음이 착잡한 해인, 눈을 감고 오르골 음악을 듣는다.
그러다 어느 순간.
--슈퍼노인이 준표에게 ‘내 이름은 승하예요’라고 말하던 입모양이
떠오른다. 두 번째 반복해서 보이는 노인의 입모양...세 번째 반복되는
입모양에서 들리는 노인의 목소리.
노인 내 이름은 승하예요. 그러더라구.
-너무 놀라 눈을 뜨는 해인, 창백한 얼굴로 동상처럼 굳어있다.
씬71 강력5팀(이른 아침)
오수는 자리에 없고 민재와 반팀장.
민재 가택수색에선 별다른 게 없어요. 차바퀴에 흙은 국과수에 의뢰했구요.
반 (심난한 표정으로) 견종철 행방은 아직이구?
민재 벌써 도주한 것 같아요.
재민 (문을 벌컥 열고 들어서며) 팀장님!
씬72 진술 녹화실 안(이른 아침)
책상에 이마를 대고 엎드려서 눈을 감고 있는 오수.
벌컥 문이 열리더니 긴장된 표정으로 민재가 황급히 들어온다.
민재 강선배!
오수 (까칠한 얼굴로 고개를 들어 본다)
민재 나석진씨한테 긴급체포영장이 발부됐어.
오수 (확 굳어져서) 무슨 소리야? 아직 그럴만한 증거는 없잖아?!
민재 사건현장 부근 교통무인단속카메라에 나석진씨 차량이 속도위반으로
찍힌 게 확인됐어.
오수 (창백해지는)...!!
씬73 희수 사무실 비서실(아침)
아직 아무도 출근하지 않고 석진 혼자 있다.
석진 (하룻밤 사이에 까칠해진 얼굴로 핸드폰을 받고 있다)..그 일은 나하고
상관없어.
나희 (F) 알아요. 그 얘기 듣고...당신이 걱정돼서 한 거예요.
석진 걱정할 거 없어. 잘 해결될 거야. (하는데 민재와 재민이 들어온다.
놀라서)..나중에 전화 할게. (끊고, 긴장해서) 무슨...일이십니까?
민재 (체포영장 보여주며) 체포영장입니다.
석진 (얼음처럼 굳어서)..뭐라구요?
민재 (앞 대사 이어서) 당신을 김순기 살해혐의로 체포합니다.
석진 살해라니? 무슨 근거로 날 체포한다는 겁니까?
재민 자세한 얘긴 서에 가서하시죠.
석진 뭔가 오해가 있는 겁니다. 난 결백합니다. 순기를 죽이지 않았다구요!
민재 서에 가서 진술하세요. (맘이 편치 않은 채로 석진의 손목에 수갑을
채운다)
석진 (황당하고 어이없는 눈빛으로 자기 손에 채워진 수갑을 바라본다. 그 위로)
민재 (E)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변호사를
-출근하는 희수, 문을 열고 들어오다가 우뚝 멈춰서는 위로.
민재 (E) 선임할 권리가 있으며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수 습니다.
-석진, 현실감을 잃은 망연자실한 눈빛으로 희수를 본다.
희수, 입 꽉 다물고 굳은 표정으로 석진을 바라본다.
씬74 강력5팀 안(아침)
오수 (반팀장에게 강력하게) 석진인 순기를 살해한 범인이 아닙니다.
반 현장에 손수건이 있었고 그 날 사건현장에 있었다는 통화내역도 있어
그리고 무인카메라 사진도 있고.
오수 현장에 있었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살해범은 아닙니다. 석진이한테
살해누명을 씌우려는 겁니다. 팀장님도 아시잖아요. 이건 배후조종자가
벌인 일입니다.
반 (자신도 짐작은 가지만 어쩔 수 없는 심정으로 보며)..모든 증거는
나석진한테 불리해. 우린 증거를 통해서만 사건을 수사할 수밖에 없구.
오수 (미치겠는 심정으로 보는)
반 (안타까운 심정으로) 나석진이 시인하지 않으면 구속영장은 받을 수
없어. 그때까지 니 말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찾아야 돼.
아니면 나석진 스스로 알리바이를 입증해야 돼.
오수 (굳은 얼굴로 보는)
씬75 경찰서 현관 앞(아침)
무섭게 굳은 표정으로 서 있는 오수, 시선이 한 곳에 멈춘다.
민재와 재민이 수갑이 채워진 석진을 연행해오고 있다.
오수 (참담한 심정으로 바라본다)
석진 (넋이 나간 표정으로 오수를 보며 고개를 가로젓는다)...난 아니야.
오수야, 너도 알잖아? 내가 한 짓이 아니야.
오수 (가슴이 막혀서 석진을 본다)
석진 믿어줘, 오수야.
오수 (가슴이 막혀서 아무 말 못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석진 (울고 싶은 눈으로 입가에 얼핏 고마운 미소가 스친다)
-민재와 재민...복잡한 기분으로 보다가 석진을 안으로 데리고 들어간다.
무너지는 심정으로 석진의 모습을 바라보는 오수, 주먹 쥔 손이 부르르
떨린다.
씬76 도서관 앞(아침)
출근 길 해인, 불안하고 불길한 예감으로 생각에 빠져서 천천히 걸어온다.
그러다 걸음을 멈추고 선다.
오수 그 소년이 정태성일지도 모릅니다.
승하 ...아뇨. 난 그 동네에 산 적이 없습니다.
-혼란스러운 해인, 갑자기 발길을 돌려 왔던 길을 돌아서 간다.
긴장되고 굳은 표정의 해인의 걸음이 점차 빨라지기 시작하다가 이내
뛰어간다.
씬77 진술 녹화실 안(낮)
초췌한 얼굴로 취조를 받고 있는 석진. 그 앞에 반팀장과 민재.
그리고 진술 녹화실 유리문 안에 이를 지켜보고 있는 오수.
반 이렇게 입 꽉 닫고 진술을 거부하면 본인한테 불리합니다.
석진 난...순기를 죽이지 않았습니다.
씬78 진술녹화실 유리문 안(낮)
참담한 심정으로 석진을 지켜보고 있는 오수.
반 (E, 답답해서) 당신이 사건이 일어난 시간에 현장에 있었다는 증거를
확보한 상탭니다.
석진 (E) 근처에 갔던 건 사실이지만 현장에 있진 않았습니다.
오수 (미치겠는 듯 눈을 감는다)..
씬79 진술 녹화실 안(낮)
반 나석진씨 차바퀴에 흙과 신발 등에서 채취한 흙을 국과수에서 대조하고
있어요.
석진 (철렁하듯 본다)
반 사실대로 진술하십시오.
석진 (갈등하듯 보다가 외면하며) 변호사가 오기 전엔 아무 말도 할 수
없습니다.
-하는데 노크 소리가 들리고 재민이 들어온다.
재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팀장님, 잠시만요.
씬80 강력 5팀(낮)
굳은 표정의 오수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서면 기다리고 있던 승하가
담담한 표정으로 오수를 본다. 그 뒤로 반팀장과 민재, 재민.
오수 (차갑게 굳어서 승하를 본다)
승하 (싸늘한 눈빛으로) 안녕하세요.
오수 (승하에게 눈빛이 고정돼 있다)
반 (뜨악해서) 나석진씨 변호를 오변호사님이 맡으신 겁니까?
승하 (담담하게) 그렇습니다.
오수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눈빛으로)..도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다들 뜨악해서 오수를 본다.
승하 (여유 있게) 제가 나석진씨 변호인이란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오수 ...말도 안 돼.
민재 강선배?
승하 (반팀장 보며) 1차조서 작성을 의뢰인과 면담후로 연기해주시길
부탁(하는데)
오수 (버럭) 누구 맘대로 당신이 변론을 맡아!
승하 (오수를 본다)
반 (당황해서) 너 왜 이래?
오수 (핏줄이 선 눈으로 주먹을 꽉 쥔 채 승하를 노려보며) 내가 용납 안 해.
절대로 용납 못해!
승하 (동요 없는 표정으로) 난 강희수씨의 의뢰를 받고 온 겁니다, 강오수형사님.
오수 (놀라 굳어서 본다)..!!
씬81 수곤의 집 앞(낮)
해인 (계단을 올라가 문 앞에 서서) 아무도 안 계세요? (아무도 없는지
안에선 대답이 없다) 소라야? 하늘아?
-대답이 없자 해인, 핸드폰 들어선 수곤의 전화번호를 찾고 있는데.
수곤 (E) 해인씨?
-해인, 그 소리에 돌아보면 수곤이 자전거를 끌고 들어오고 있다.
자전거 뒤엔 서류봉투 하나가 놓여있다.
수곤 (뜻밖이지만 반가운 표정으로) 연락도 없이 어쩐 일이에요?
해인 (다가가 서서)...그냥..
수곤 (사람 좋은 웃음으로) 소라 보고 싶어서 왔어요?
해인 (보면)
수곤 어떡하지? 집사람이 애들 데리고 시내 친구집엘 갔는데..
해인 (망설이듯 본다)
수곤 일단 안으로 들어가요. 전화해서 빨리 오라고 할게요.
해인 저기..변호사님하고 처음 만나신 게 언제쯤이에요?
수곤 (의아해서 보며)...그건 왜요?
해인 변호사님에 대해서...알고 싶어서요.
수곤 (좀 어이없지만 웃는 얼굴로) 승하가 열여섯이었으니까..한 12년쯤 됐나?
해인 (심장이 뛰는 느낌이다)...그렇군요. 혹시..변호사님 그 당시 사진은
갖고 계신 가요?
수곤 (웃으며) 해인씨 귀신이네.
해인 (보면)
수곤 마침 딱 한 장, 남은 사진이 있어서 맞는 액자 찾아서 오는 길이거든요.
(하며 자전거 뒤에 있던 서류봉투를 집어 그 안에 액자를 건네며) 여기요.
-해인, 떨리는 손으로 액자를 받아서 사진을 본다.
소년수곤과 함께 찍은 소년승하의 사진속의 모습을 확인한다.
소년승하 나도..고마워.
-너무도 큰 충격에 휘청하는 기분으로 사진을 보는 해인에서. (엔딩)
.마왕 ↲
.영화 & 드라마 대본 ↲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