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필 무렵 20
(동백) 아, 엄마
아이, 씨
(찬걸) 응급으로 신장 이식은 할 수도 없고
투석만 돌려 보고 있는 거예요
이게 유전 질환이라 이식을 하려면
(찬걸) 공여자 유전자 검사도 해 봐야 되고
(용식) 저기, 그 [착잡한 신음]
어떻게 그, 서울에 있는 큰 병원에라도 가면 조금...
[찬걸이 혀를 쯧 찬다]
[용식의 한숨]
아, 지금 상태론 이동 못 해요
가는 도중에 일 날 수도 있고
[한숨]
(찬걸) 공여자랑 수혜자 검사도 하고 [휴대전화 진동음]
보존적 치료도 해 보긴 할 건데
사실상 기적이 아닌 이상 힘드시다고 봐야 돼요
(동백) 기적이 어디 있어요? [용식의 한숨]
제 거지 같은 인생에 그딴 거 없어요
[지현의 한숨] (찬숙) 죽이고 살리는 거야, 뭐
하늘이 정하는 건디 뭐, 어떡햐?
[딸깍거리는 소리가 연신 난다]
[게임 소리가 요란하다] (필구) 내가 지금 게임할 기분은 아니거든?
아, 위에, 위에, 위에
[퍽 치는 소리가 난다] [필구의 아파하는 신음]
니가 지금 오락이나 헐 때여?
[TV에서 음성이 흘러나온다] (덕순) 너도 넘한테 맞아 보기는 처음이겄지만
나도 넘의 새끼 때려 보기는 처음이라고
진짜로 넘의 새끼 같으면 때리지도 않았지
[덕순의 웃음]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종렬) 제 아내이자 한 아이의 엄마입니다
근거 없는 추측성 소문으로
한 가정을 괴롭히지 말아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기자1) 아내분은 왜 방송에서 초혼이라고 거짓말하신 거예요?
(기자2) 솔직히 아내의 결혼 전력은 모르고 계셨던 거죠?
아이, 전력은 또 무슨 전력이야?
저기요
그게 무슨 전과라도 돼요?
[기자들이 웅성거린다]
[기자3이 피식 웃는다]
둘이 같이 살기나 했겠지, 살기나
[의미심장한 음악]
아이, 제 아내가
그 사람이랑 뭐, 은행을 털었습니까?
사람을 팼습니까?
[코웃음]
쟤 진짜 웃긴다니까?
뭔 대통령 나갈 것도 아닌데
굳이 온 국민한테 보고를 해야 되고
양해를 구해야 되는 겁니까, 이게? 예?
(종렬) 아니, 남편인 내가 알았고
나만 안 속였으면 그걸로 끝
네티즌이나 기자님들이
포청천 짓거리나 할 일은 아니라고 보는데요, 전?
[종렬의 한숨]
저 간곡히 부탁 안 드리고요
그냥 경고 하나만 확실히 할게요
신났다고 떠들어 대다가 선처 없는 처벌에 설설 기지 마시고
우리 선들 좀 지킵시다, 선들
가족 건드리면
선처 없이 싹 다 고소합니다!
[흥미로운 음악]
강종렬이
어른 됐네
(기자3) 기사회생 제시카?
이제 화살은 강종렬에게
(화자) 상미야
이거 좀 봐 봐
아, 진짜 [훌쩍인다]
진짜 미쳤나 봐, 이 오빠
[제시카가 훌쩍인다] (화자) 화자 딸이 화자보다 낫네
남자 보는 눈은 낫네
[흐느낀다]
(용식) 필구는 준기네에서 자기로 했고요
가게는 일단 휴업 딱지를 좀...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진동음이 연신 울린다]
얼른 가 보세요, 바쁘신 거 같은데
(동백) 어?
아이, 씨
(용식) 왜 이렇게 전화질을 해 대? 쯧
이 정도로도 진짜 감사해요
여기까지만 의리로 받을게요
[한숨]
아, 이 와중에 선 그어요?
아, 이럴 땐 기냥 좀 못 이기는 척 좀 하셔요
못 이기는 척 또 기대고 싶을까 봐 그래요
용식 씨가 하도 날 우쭈쭈 해 줘서 그런가
내가 혼자서 털고 일어나는 법을 까먹었어요
(동백) 그러니까 얼른 가 보세요
그래야 내가 또 이를 악물고 살죠
(용식) 아이, 거, 전화를...
아, 왜, 왜, 왜요?
뭐, 나 아니면 뭐, 수사를 못 해요?
[의미심장한 음악] 뭐요?
아이, 고거를 왜요?
(형사1) 몰라요
자꾸 아들한테 안경을 가져오라고 하라네?
(형사1) 와서 얘기 좀 해 봐요, 응?
잘 나가다가 갑자기 또 입을 딱 닫았다고
자
어, 본인 발이...
(석용) 260 맞고
그거 내가 팔던 작업용 안전화라고
아니, 근데
피해자들 입에다가 톱밥은 왜 넣는 거예요?
떠들지 말라고
죽어서도 떠들지 말라고 밀봉을 한 거야, 밀봉을
그럼 목에다, 어?
그런 건 왜 넣은 거예요?
(형사2) 그 노란 거
피해자 목구멍에서 나온 거요
[석용의 한숨]
(형사1) 아유, 씨
아니
왜 또 입을 딱 닫으셨을까?
너희들 나 왜 면회 안 시켜 주냐?
응?
내 아들한테 내 안경 좀 가져오라고 혀
내 안경
[화면에서 음성이 흘러나온다] (형사1) 어휴, 계속 안경, 안경만, 쯧
뭐, 도무지 불질 않네요, 응?
[형사1이 코를 훌쩍인다] [형사1의 하품]
안경
기냥 주죠
흥식이보고 가져오라고 했지 누가 너보고 오랴?
(용식) 왜요?
흥식이 불러다 뭐 시킬 일이라도 있어요?
(소장) 김 씨, 박 씨! [남자들이 저마다 대답한다]
얼른 타요 [남자들이 저마다 말한다]
야, 흥식아
[차 문이 스르륵 닫힌다]
[멀어지는 자동차 엔진음]
네 사정 알겠는데
그 사정 때문에 다들 껄끄럽지
[어색한 웃음]
이해해요
살인자 아들을 누가 찾겠어유
굶어 죽어야쥬, 뭐
(재영) 응
응, 당연히 대금이야 줘야지
네가 안 와도 어련히 갖다주려고 혔어
(흥식) 예
(찬숙) 근데 흥식아
넌 참말로 몰랐냐?
한집서 둘이 살면서?
(귀련) 뭐, 진짜로 몰랐는지, 뭐 [아련한 음악]
쪼끔은 알았는지 누가 알어?
(찬숙) 술만 팔았는지
뭐, 딴것도 쪼끔 팔았는지 알 게 뭐여?
(재영) 흥식아
우리 도덕적으로 살자, 잉?
(찬숙) 동백아, 우리 도덕적으로 살자
응?
예
언니, 안녕하세요
- (찬숙) 아이고, 동백이 왔어? - (귀련) 동백아, 어머 [재영이 호응한다]
- (동백) 안녕하세요 - (재영) 응, 응
(동백) 저 흥식 씨 좀 모셔갈게요 [옅은 웃음]
저도 아직 타일 대금을 못 해서
(동백) 점심때니까
밥이나 먹고 가세요
쯧, 단골이시니까 제가 그냥 마지막 서비스로...
[당황한 숨소리]
아줌마들한테서
저 구해 주신 거예요?
[한숨]
흥식 씨나 저나 부모님들이 참 속을 썩이네요
[동백이 혀를 쯧 찬다]
(동백) 근데, 그
쯧, 남들 눈 같은 거
그냥 또 아무것도 아니다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 게 되더라고요
저한테 조언해 주시는 거죠?
쯧, 그냥 아까 흥식 씨가 꼭
저 보는 거 같더라고요
[어두운 음악]
[옅은 한숨] 사장님한텐
그동안 참 감사하고
죄송했어유
근데 마지막으로
저 궁금했던 거 하나만 여쭤봐도 돼유?
(용식) 향미 씨 화장했어요
차라리 화장을 하니까
평온해 보이데요
가
가!
(석용) 피곤해 죽겠는디
면회는 무슨, 씨
사람 몸이
사람 몸이 아니었대요
(용식) 물속에다 사람을
사람이... [용식의 한숨]
건져 올린 시신 목구멍에서 본드를 3일 동안 긁어냈대유
(형사2) 그 노란 거
피해자 목구멍에서 나온 건 뭔데요?
(용식) 그리고 아저씨
향미 씨 간에서요
플랑크톤이 나왔대요
그게 뭔 말이냐면요
아저씨가 향미 씨 물에 빠트릴 때
살아 있었다고
그래서 뭐?
왜?
왜 와서 뭘 지껄이고 있어?
[용식의 한숨]
산 사람을 수장시키고
톱밥도 모자라서 본드까지 쑤셔 넣고
[테이블을 탁 치며] 향미 씨가 뭐 그렇게 잘못했는데!
걔가 그렇게 시끄러워!
그렇게 시끄러우니까 본드로라도 목구녕을 처막아야지!
제 년이 애초에 배달을 왔으니까 뒤졌지!
왜!
왜 괜히 자기가!
자기가...
[긴장되는 음악]
[한숨]
[동백의 옅은 웃음]
(동백) 뭐가 궁금하셨을까? [옅은 웃음]
[동백이 레버를 딸깍거린다]
(흥식) 저한텐
왜 항상 서비스를 주셨어유?
(흥식) 저, 그게...
(동백) 아, 흥식 씨
저기, 밥 먹고 가요
(동백) 흥식 씨, 끝나면 식사하고 가세요
- (용식) 그려 - (동백) 네
(동백) 땅콩은 서비스예요, 단골이시니까
저... [병따개가 달그락 떨어진다]
[당황한 신음]
[놀라며] 아이고, 신발이...
(뉴스 속 기자4) 지난해 7월 9일 첫 범행 당시 [당황한 웃음]
현장에 소화기를 분사했던 범인은
(동백) 밀가루 쏟은 거 같네
(뉴스 속 기자4) 증거 인멸을 위해 이 같은 범행을 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는 가운데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웃으며] 내가 그랬나?
[긴장되는 음악] [레버를 연신 딸깍거린다]
(동백) 왜 이러지, 이거?
[휴대전화 진동음]
[동백의 옅은 웃음]
납품 차가 금방 온대요, 흥식 씨 [휴대전화를 달칵 내려놓는다]
그, 계란 오면
내가 계란찜도 서비스로 얼른 하나 해 드릴게요
천천히 드세요
[웃음]
난 또
내가 서비스 드린 걸 그렇게 기억하실 줄은, 쯧
내가 몰랐네
[흥식의 웃음]
(흥식) 제가
(동백) 네?
[코를 훌쩍인다]
'제가 몰랐네'유
'내가 몰랐네'가 아니고
아, 그, 음
[흥식이 코를 훌쩍인다]
(흥식) [웃으며] 근데 왜 또 나한테 계란찜을 해 줘요?
내가
[쿨럭거린다]
불쌍하니까?
[흥식이 코를 연신 훌쩍인다]
동네에서 제일 불쌍한 동백이보다도
[수저를 탁 내려놓는다]
내가 더 불쌍하니까?
[쿨럭거린다]
(용식) 안경집 열어 봐요
[용식의 의아한 신음]
이게 뭔...
[어두운 음악]
(용식) 흥식이가
아부지한테 할 말이 있는 거 같던디
향미 씨 목에서 나온 거
본드 아니에요
(용식) 그리고 향미 씨
익사 아니에요
그 전에 죽었어요
[용식의 떨리는 숨소리]
[한숨]
근디
왜 이렇게 동요를 해요?
아저씨
사람 죽일 사람 못 되잖어요
[긴장되는 음악]
[쿨럭거리는 소리가 난다]
(용식) 향미 씨가 죽기 전에 뭘 삼킨 건지
[쿨럭거리는 소리가 연신 난다]
흥식이가 아저씨한테 알려 주고 싶었나 봐요
[전화벨이 울린다]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쿨럭거린다]
(흥식) 근데 동백 씨
금방 와요?
납품 차가?
[흥식이 연신 쿨럭거린다]
[전화벨이 연신 울린다]
[흥식이 연신 쿨럭거린다]
[흥식의 거친 숨소리] [전화벨이 연신 울린다]
[흥식이 연식 쿨럭거린다]
[쿨럭거리는 소리가 난다]
(동백) 그 기침 소리
그 이상했던 기침 소리다
[뚜껑이 덜컹인다] [놀라는 신음]
[쿨럭거리는 소리가 연신 난다]
[거친 숨소리가 난다]
(동백) 배달요?
아, 그게...
(흥식) 직접 오냐고
[쿨럭거리며] 이번엔
[흥식이 연신 쿨럭거린다]
[긴박한 음악]
[한숨]
[흥식의 한숨]
(흥식) 왜 자꾸 남의 일지를 봐?
(흥식) 누가 아빠한테 도와 달랬냐고
왜 트럭까지 끌고 와?
[석용의 거친 숨소리]
[흥식의 옅은 웃음]
(석용) 이럴 때 쓰느라고
분실 신고 해 둔 거 아니여?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석용의 다급한 숨소리]
[첨벙 소리가 난다]
[석용의 긴장한 숨소리]
[다가오는 발걸음] [긴장되는 음악]
아빠
걔 손톱 뽑아야 된다니까? 쯧
아무렇지 않어?
(석용) 너 이 여자애는 좋아한 거 아니었어?
[흥식의 비웃음]
(흥식) 사람이 사람 좋아하는 게 쉽나?
(흥식) 아이, 그, 사람 좋아하는 게 그렇게 쉽나? 참...
그냥 고양이 같은 거였어
나도 그냥 집 없는 고양이다 생각해
(석용) 흥식아
아빠가 죽으면 그만할래?
너 꼭 사람 죽일 때마다 아빠 신발 신고 나가잖어
[흥식의 한숨] [흥식이 손을 쓱쓱 턴다]
내가 자꾸 아빠인 척하고 사람 죽여서
공사판에서 떨어진 거야?
(뉴스 속 앵커1) 오늘 오후 4시경 터미널 인근 쇼핑몰 공사 현장에서
실외기 설치를 하던 작업자 한 명이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흥식) 죽어 보려고?
아빠
[입소리를 쩝 낸다]
그렇다고 못 걷는 척하면 어떡해?
나도 5년을 속았잖아 [혀를 쯧 찬다]
니가 어려서
처음 고양이를 죽였을 때
그때로 돌아가면
달라질 수 있을까?
아빠도 잘 모르겠구나?
내가 이렇게 자란 건지
이렇게 태어난 건지
[흐느낀다]
내가
[훌쩍인다]
벌어먹고 산다고
애를 챙기질 못했어
(석용) 근데 애가 친구는 없고
맨날 뭔
고양이를 잡아 와 죽이더라고
그래서 내가 풀어 줬어
창밖으로 던졌다고 거짓말도 해 보고
그 어린놈 뺨따구도 쳐 보고 별짓을 다 해도
[한숨]
애가
귀는 너무 예민하고
[훌쩍이며] 마음은 돌 같더라고
[용식의 한숨]
[용식의 한숨]
용식아
근디 걔가 괴물이면
그거
내가 키운 거 아니겠니?
[문이 달칵 여닫힌다]
(용식) 그럼 그 주차장엔 왜 직접 가셨어요?
솔직히 거기부터 이상했어요
괜히 동백 씨한테 경고만 하는 거 같은 게
(석용) 걔가 떠나 줬으면 이 사달이 안 났지
[전화벨이 울린다] [흥식이 쿨럭거린다]
(석용) 걔가 자꾸 흥식이를 긁는다고 [흥식의 거친 숨소리]
[연신 쿨럭거린다]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왜 그런 표정을 지어유?
사람 기분
[쿨럭거리며] 이상해지게
[한숨]
저...
제가 물 좀 갖다드릴...
[긴박한 음악] [동백의 놀라는 신음]
[삐 소리가 울린다]
[용식의 떨리는 숨소리]
(변 소장) 야, 야
뭐랴?
(용식) [한숨 쉬며] 소장님
나 오늘 총 쏴도 되쥬?
(변 소장) 응?
아, 또 눈깔이 또 왜 저랴, 저?
- (오준) 아휴 - (변 소장) 어?
(용식) 애당초 찝찝했다
(용식) 아니, 아저씨가 뭔 재주로 동백 씨를 매일 봐?
[입소리를 쩝 낸다]
하, 진짜 찜찜하네
흥식이 진짜 이사 간대요?
(복준) 무의식적으로 중요한 거는
더 익숙한 쪽에다 넣기 마련이기 때문에
왼손도 쓸 줄 안다는 거지
[사이렌이 울린다] (변 소장) 아이, 그게 무슨 말이야?
아니, 아니
아, 그 골목은 특성상 차량 진입이... [자동차 경적]
(용식) 동백 씨는
내가 지킬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연신 사이렌이 울린다]
[라이터를 칙칙 굴린다]
(흥식) 짜증 나게, 이, 씨 [의미심장한 음악]
잔돈은 됐어요
[삐 소리가 울린다]
[한숨]
(선숙) 뭐요?
돈 드렸잖아
[삐 소리가 울린다] [흥식이 쿨럭거린다]
(정빈) 저 아저씨가 뭘 알겠냐?
[삐 소리가 울린다]
(금옥) 아, 난 왜 똥파리만 꼬이나 몰라
[동백의 놀라는 숨소리] 아니, 철물점 흥식이가 웬 말이냐고
[삐 소리가 울린다]
(찬숙) 쟤는 뭔 죄여?
(재영) 쟤도 딱햐
(연구원) 딱 한 번 찔렀고 목정맥에 자창
불시에 일격을 당한 거야
[흥미진진한 음악] [찬숙의 놀라는 신음]
[흥식이 털썩 쓰러진다]
[가쁜 숨소리]
[전화벨이 울린다] [휴대전화 진동음]
[긴장되는 음악]
[전화벨이 연신 울린다] [휴대전화 진동음이 연신 울린다]
[휴대전화 진동음]
(지현) 동백이 가게랴
(귀련) 동백아, 밥 먹지 마 나 지금 보쌈 가져가
(재영) 나도 가게로 가니께 잠깐 있어 봐잉
(찬숙) 백설기 쪘어
가져갈게, 먹고 가잉
[한숨]
[한숨 쉬며] 사장님
저도 사장님한테 조언 좀 할게요
사람 쉽게 동정하지 마요
[헛웃음]
아무나 그러는 건 아니잖아유
[의미심장한 음악]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문이 스르륵 여닫힌다]
[흥미진진한 음악] [흥식이 씩씩거린다]
[가쁜 숨소리]
[찬숙과 재영의 놀란 신음]
(재영) 동백이가 지금...
(찬숙) 어
500 잔으로 사람 깐 겨
[힘겨운 신음]
네가 향미 죽였지?
(동백) 야
이거 향미 500 잔이야
너 진짜 까불면 죽는다
너, 이, 씨, 씨... [다가오는 자동차 엔진음]
뭐? 뭐?
[자동차 경적이 연신 울린다] [사이렌이 울린다]
(용식) 동백 씨는
내가 지킬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까불지 마'는 뭘 까불지 말라고, 이, 씨
야, 네가 까불이야? 어?
(동백) 씨, 사람 많으면 쪽도 못 쓰는 게
이게 무슨 어디서 깝치고 지랄이야, 이, 씨
(용식) 동백이는
(동백) 확 그냥, 이, 씨
(용식) 동백이가 지키는 거다
(동백) 까불이? 치
씨, 까고 자빠졌네, 진짜, 이, 씨
[흥미진진한 음악] (찬숙) 야, 이 새끼야!
[여자들이 저마다 소리친다]
(변 소장) 아니, 아니
그 골목은 특성상 차량 진입이 문제가 아니라
까불이를 보호허라고!
[호루라기 소리가 연신 난다]
(용식) 여기 경찰이 있어요, 경찰이!
법으로 하시자고, 법으로!
(변 소장) 산 채로 생포를 하셔야지, 생포를!
(용식) 여기 있어요! [변 소장의 다급한 신음]
[저마다 소리친다]
[쨍그랑 소리가 난다]
[소란스럽다]
(용식) 원래가
호랭이 같은 걸 때려잡으면서 위인의 신화가
시작되는 거다
(동백) 구더기는 장독을 깰 수 없다
진짜로 무서운 건
까불이 같은 게 아니라
(동백) 사람을 지킬 수 없는 거였다
이럴 거면 오지를 말든가
(동백) 미운 정엔 답도 없는데
어떡해, 응?
(애련) 면회 시간 종료됐습니다
보호자분들, 나가 주세요
(동백) 저기...
저, 엄마 손등에 이 멍이
좀 아, 아플 거 같은데 이거...
(애련) 하, 쯧
보호자분은
이제부터 면회 시간 안 지키셔도 돼요
가족분들 오시라고 연락하세요
아무 때나 면회 가능하니까
왜
(동백) 왜 우리 엄마만...
어머니께서 보고 싶어 하실 분들
오늘 오시라고 하세요
[전화벨이 울린다]
(간호사1) 수간호사님, 또 귀련 언니래요
아, 저, 그럼
[아련한 음악] [한숨]
근데 없는데 어떻게...
(동백) 우리 엄마 부를 사람이 없는데 어떡해요?
[울먹인다]
아유, 외로워서 어떻게 보내나?
[흐느끼며] 엄마
(동백) 저는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안 계시고
[흐느끼며] 그리고 친구 병문안 온 적도 없는데
아, 중환자실이 처음인데
엄마가 첫판부터 막 이렇게 있으니까...
[동백이 연신 흐느낀다]
뭐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회장님
원래 이렇게 그냥 손 놓고 보기만 해요?
[필구와 동백이 흐느낀다]
편히 보내 드려라, 편히
니 덕에
따숩게 가신다더라
(정숙) 회장님
제 딸 좀
그냥 봐주시면 안 돼요?
(정숙) 우리 동백이
인생이 아주 굽이굽이
고달팠던 애 맞아요, 근데
거기 자기 탓 한 개도 없고요
다 제 탓이거든요
나만 떨궈 내면
그냥 가볍게 훨훨 살아갈 애예요
아유, 더 말씀 마세요!
아주 죽겄는 사람한테 참, 쯧
(정숙) 제가 더 불편한 얘기 좀 드릴게요
사실 저
죽을 날 받아 놓고
딸 보고 싶어서 왔어요
와서 보니까 용식이도 좋지만
나는 회장님이 참 미덥더라고요
우리 동백이 좀
품어 주세요
한 번도 공짜가 없던 동백이 인생
공짜 엄마 한 번만 돼 주세요
동백이 아시잖아요
'딱하다, 예쁘다' 품어 주시면
절대 그 마음 잊을 애 아니에요
나중에 외롭지 않게 아마 해 드릴 거예요
내가 걔 안아 주러 왔다가
내가 참
따숩게 가거든요
[아련한 음악]
[동백이 뚜껑을 딱 연다]
(덕순) 너희들은 참 쉬워 좋겄다
금방 호로록 좋아 죽겄다더니
고새 헤어졌다고 죽을 쑤고 앉았고
[한숨]
왜?
필구 때미?
동백아
엄마 얼굴에 그늘이 드는디
그 품에 든 자식헌테 그늘 안 들 재간 있니?
니가 행복해야 애도 행복한 겨
지금이야 애니께 모르지
엄마 인생 고스란히 말아다가
자식 밑에 장작으로 쑤셔 넣은 거
필구한테도 멍울이라고
니 인생 살어라, 니 인생
필구니 덕순이니 다 제쳐 두고
(동백) 뭘 뒈지게 모질게도 못 해 보시고
백기를 드세요?
(덕순) 헤어지고 말고야 너희들 쪼대로 허고
그려도
기어코
나한테 온다문
내가 너를 아주 귀허게
귀허게만 받을게
[아련한 음악]
[훌쩍인다]
용식 씨가 회장님 닮아서 그렇게
따뜻했나 봐요
곽덕순이 아들이 곽덕순이를 닮었는디
니가 안 좋아할 재간이 있어?
[훌쩍인다]
[동백이 울먹인다]
[동백이 훌쩍인다]
[동백이 흐느낀다]
[용식의 한숨]
(필구) 병실은 안 가요?
안 가, 안 가, 안 가 안 가, 안 가, 안 가
난 기냥 울 엄마 따라온 겨
내가 거길 뭘 껴
(용식) 왜, 뭐?
나 여기 있어 갖고 필구 빈정 상했어?
(필구) 지금 내 빈정이 중요해요?
엄마가 울잖아요
그럼 게임 오버지
왜 멍때려요?
난 '엄마가 어디서 운다' 딱 들으면
오락실에서 왕 깨다가도 뛰어가요, 쯧
[한숨 쉬며] 그래야 가족이지
[딱 부러진다]
[한숨 쉬며] 남의 아저씨 같으면
이런 소리 하지도 않았어요, 쯧
(덕순) 아가
가자
가셔, 가셔, 응
(필구) 나는 밥충이예요?
할머니는 아파서 누워 있는데 밥이 중요해요?
(덕순) 여덟 살은 밥 잘 먹는 게 효도하는 겨
(필구) 저녁 뭔데요?
(덕순) 소갈비, 한우 소갈비
(필구) 나는 남의 새끼가 아니니까요?
(덕순) 필구야
옹산 서열 1위가 누구지?
(필구) 할머니요
[덕순의 웃음]
(덕순) 인자 너는 내 새끼니께
할머니가 너를 영원히 지켜 줄 거여
[덕순의 웃음] [덕순이 필구를 토닥인다]
[동백의 다급한 신음]
[휴대전화 진동음] 아휴, 누구 나올 때마다 일어나시게?
(애련) 차라리 안에 들어가 계셔
[휴대전화 진동이 연신 울린다] 하, 저
아무튼 들어가시려면 얘기해요, 응?
아, 왜 자꾸 전화해?
그, 뭐, 수치 얘기하면 언니가 알아?
엄마가 나를 보면
그냥 가 버릴까 봐 못 보겠어요
[한숨]
[아련한 음악]
[한숨]
[옅은 웃음]
[떨리는 목소리로] 저기
기냥
옆에만 좀
있어도 돼요?
[용식의 어색한 웃음]
내가...
보고만 있기가 힘이 드네
저 기냥
옆에 앉아만 있으면 좀 안 돼요?
[울먹인다]
[동백이 흐느낀다]
[훌쩍인다]
[용식과 동백이 흐느낀다]
[자선냄비가 덜컹거린다] (직원1) 아유, 요새 누가 구세군을 낸다고
벌써부터 일을 만들어, 아이참 [밝은 음악]
[흐느낀다]
나 이제 장사 안 할래요 다 때려치울 거야
(동백) 착한 척, 굳센 척 나 이제 안 할 거예요
맨날 진짜진짜 열심히 살아 봤자
나한테만 이렇게 야박해 [함께 흐느낀다]
고아원에서도 진짜 열심히
최고 말 잘 들어 봤자
산타 선물 맨날 연필만 주고
금수저, 흙수저 막 싸워 대는데
나는 그나마 있지도 않았다고
[한숨]
아이, 씨, 마리오도 동전을 모으면 뭘 받던데
왜 나는 개뿔을 안 줘요? 네?
아, 그놈의 '아자아자, 파이팅'도 진짜 지긋지긋해
그래 봤자 나만 맨날 피박인데, 뭐
내 거는 다 뺏어 가면서 기적? [헛웃음]
참
기적 같은 소리 하네, 씨
[동백이 연신 흐느낀다]
나 이제 그딴 거 구걸할 생각도 없어요
안 할 거야
하지 마요, 하지 마, 예?
하지 마, 하지 마, 씨
아이, 사람이 괜히 삐뚤어져요? 예?
개도 '앉아'를 하면 간식을 주는데, 그렇죠?
또 우리 동백 씨한테, 씨...
다들 연필만 주고, 씨
[안내 방송 알림음] 엄마 어떡해요?
(안내 방송 속 직원2) 중환자실 코드 그린, 코드 그린
[용식과 동백이 연신 흐느낀다]
[구세군 종이 딸랑거린다]
(찬걸) 지금 상황이 긴급하니까
밑에 바로 대기시키라고, 바로!
[우당탕 소리가 난다]
(용식) 누나, 누나, 누나
왜, 왜, 왜, 왜 그랴? 갑자기 왜? 왜, 왜?
(애련) 몰라, 정밀 검사 다 해 봤는데
그냥 다 아리까리해, 아리까리
[애련의 다급한 숨소리] (용식) 잉?
[자동차 경적이 연신 울린다] [사이렌이 울린다]
(규태) 빨리빨리 타! 빨리빨리
(애련) 원래는 어림없는 거였는데
까 보니까 아리까리하다는 건...
(용식) 동백 씨, 한번 해 보라는 거래요, 예?
한번 해 보재요
근데 이게 곰방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에요
이송 시간이 관건이에요 이송 시간, 예?
[동백의 당황한 신음] 타요, 타요, 타, 타요 동백 씨, 타요, 타요
지금 타! 탄다고!
아휴, 언니 이제 제발 좀 그만 전화혀!
(귀련) 아이, 알았어, 알았어
아, 니가 빨리빨리 전화 안 해 주니까 그렇잖어!
알았어, 어, 여보... [통화 종료음]
- (귀련) 에이... - (재영) 아, 야, 야, 귀, 귀련아
(재영) 탔댜?
(귀련) 탔댜 [재영과 애정의 안도하는 한숨]
- (귀련) 해 볼 만하댜 - (찬숙) 해 볼 만하댜? [여자들의 웃음]
(찬숙) 어, 되었어, 어 [여자들이 저마다 반응한다]
[찬숙이 입바람을 후 분다]
(찬숙) 죽이고 살리는 거야 하늘이 정하는 건디, 뭐
어떡햐?
[여자들의 한숨]
근데 말이여
그 직전까지는
사람이 좀 해 볼 수 있는 거 아닌가?
(재영) 야, 귀련아
- (귀련) 왜? - 니 동생 애련이가 옹산병원에 있지?
[지현의 놀라는 신음] [찬숙의 탄성]
(귀련) 응, 그려, 응
난 애련이를 쫄 테니께 [재영이 호응한다]
다들 주변 좀, 좀 털어 봐 봐
- (재영) 아, 아, 그려 - (귀련) 하는 데까지 해 보게
- (애정) 그려, 알겄어 - (지현) 그랴
- (귀련) 바쁜가 보네 - (지현) 친척 아줌마 둘째 동생네...
(변 소장) 원래 이 대한민국이 [저마다 말한다]
한 다리 건너 형, 누나, 동생이고
(귀련) 전화는 왜 꺼 놨어, 이, 씨
[밝은 음악]
야, 이짝은 오케이여
[자동차 경적이 연신 울린다]
(변 소장) 예
아, 신고 늫어요, 신고 늫어 [사이렌이 울린다]
(규태) 약간 오지랖으로 굴러가는 민족이라고!
(용식) 옹산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탁탁 치며] 당숙님! 밟아요, 밟으라고요!
[규태의 다급한 숨소리]
(규태) 책임은 내가 진다니까요?
(용식) 노 형은
[규태의 한숨] 국내 최대 의료 장비를 갖춘 사륜구동 구급차를 섭외해 왔고
지금 동백이 진입헌다! 오버!
(승엽) 오케이예유
(승엽) 그, 맥히는 건 군청 앞이니께 일단 거기를 제압하자고
(동백) 이 이상한 나라 옹산에선 신호가 한 번도 안 걸렸고
[자동차 경적]
사람들의 마음이 홍해를 갈랐다
(자영) 네, 저 홍자영이에요
(동백) 텔레비전에도 나오는 신장내과 명의께선
언니 덕에 두 번 다 무사히 이혼을 하셨다고 한다
(찬숙) 필구 너 이따가 알림장 꼭 갖고 와잉
(필구) 네
(뉴스 속 앵커2) 지난 2015년 마산역 사거리에서 승용차 아래에 깔린 여고생의 사건
[뉴스가 계속 흘러나온다] (필구) 너 원래 기도해?
너희 할머니 아프니까
(뉴스 속 앵커2) 상인과 주변 식당 직원 등
[한숨] 20여 명의 시민들이 차를 들어 올려
빠르게 여고생을 구해 내 화제가 됐었는데요
이런 기적 같은 일이 이번엔 전라북도 전주에서 일어났습니다
(용식) 기적은 없다
[TV에서 음성이 흘러나온다] 우리 속 영웅들의 합심
(용식) 소리 없이 차오르는 구세군 [구세군 종이 딸랑거린다]
(용식) 착한 사람들의 소소한 선의
(용식) 저...
- (간호사2) 아, 감사합니다, 예 - (용식) 드세요
[작은 목소리로] 저기, 잘 좀 부탁드려요
(찬숙) 필구 밥 먹여 출근시켰고
알림장 검사 완료
(재영) 여기 까멜리아 냉장고 정리
양파는 물러 터져 가지고 그냥 버렸어잉
(덕순) 니 몸 챙겨라
(귀련) 번영회에서 기금 쪼금 모았댜
계좌 번호 대야
(용식) 착실히 달려온 마리오의 동전 같은 게 모여
기적처럼 보일 뿐
[심전도계 비프음]
(정숙) 죽기 전엔 [매미 울음]
꿈을 꾼다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순간으로
돌아가는 꿈을 꾼다
그리고 그 마지막 꿈에서
다른 선택을 했다
(정숙) [울먹이며] 동백, 동백아
[정숙의 다급한 신음]
[정숙이 흐느낀다]
엄마가 미쳤어, 돌았어 [아련한 음악]
아유, 정신 나갔지 [흐느낀다]
어떻게 널 놓고 가
[정숙이 흐느낀다]
엄마가, 엄마가
자, 잘못했어
잘못했어, 동백아, 엄마가
엄마가 너무 미안해
엄마, 괜찮아
(정숙) 그렇게 한이나 풀고
(정숙) 엄마가 미안해
[비프음이 삐 울린다]
(정숙) 눈 뜨면 천국일 줄 알았는데 [정숙이 연신 흐느낀다]
(의사) 바이털은 스테이블하고 멘탈 얼러트합니다
[우당탕 소리가 난다]
(간호사3) 아이참
[부스럭 소리가 난다]
진짜 짜증 나 죽겠네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된다고 했죠?
했죠?
(정숙) 아수라장이었다
(간호사3) 환자용 침대는 1인용이고
2인이서 주무시는 거 아니라고요, 아니라고
(동백) [웃으며] 아니, 그게 용식 씨가
너무 등이 배긴다고 그래 가지고 제가...
뭔 용식 씨는 뭔 용식 씨예요?
(간호사3) 나 댁의 용식 씨 몰라요 [잔잔한 음악]
[힘겨운 목소리로] 얘, 너희들 뭐 하니?
(동백) [놀라며] 엄마!
(용식) 장모님!
(간호사3) 일어나셨네요
여기 홍 선생님 호출 좀 해 봐
(동백) 아유, 엄마가 왜 이렇게 잠만 자?
사람 쫄게
[동백의 당황한 숨소리]
[정숙의 놀라는 신음] [정숙의 한숨]
아휴, 누가
(정숙) 너 누가 이러래? 누가? [동백의 아파하는 신음]
나보고 어떻게 살라고 이래 놔? 이래 놓기를
아이고, 나 못 살아...
[정숙의 힘겨운 숨소리]
(동백) 엄마
엄마 딸이 그렇게 재수가 없지 않다니까? [정숙의 한숨]
(정숙) 아이고
(동백) 엄마
그게 확률상 50% 유전이래
내가 뭐, 그, 그깟 50%를 못 이기겠어? 어?
[정숙이 구시렁댄다]
(동백) 아니, 내가 서울의 그 유명 박사님한테
그리고 최고 병원에서 내가 유전자 검사 싹 했는데
나는, 엄마, '대츠 오케이'래
그, 좀 떼 줘도 된다더라
아이고, 내가 정말 이럴 줄 알았으면 적금을 들었지!
(정숙) 어? 해약한다고 진짜로 원금만 줘?
나쁜 것들이야, 그냥, 쯧, 씨
엄마 지금 그거 때문에 씩씩거리는 거야?
걔 불러
그 노땅콩이
아이, 요즘 노땅콩 바빠
[힘주는 신음]
오른발, 왼발
[술 취한 숨소리] (규태) 오른발, 왼발, 잘한다, 자영이
[자영의 아파하는 신음] 아유, 진짜, 아유
[자영의 술 취한 신음] 누나, 누나, 아, 영차
오케이, 오케이, 오케이
- (자영) 알았어 - (규태) 어, 어, 그래
[규태의 힘겨운 신음]
(규태) 아유, 이렇게 무거웠었나, 원래가?
[규태의 힘겨운 신음] [도어 록 작동음]
[규태의 가쁜 숨소리] [도어 록 조작음]
- (규태) 다 왔어, 누나 - (자영) 어 [규태의 힘겨운 숨소리]
(자영) 야 [규태의 당황한 신음]
꺼져
아, 알았어, 알았어
어, 술 처먹고 혼자 자다가 사람 죽어, 어?
(규태) 죽어, 어?
음주 후 토사광란에는 장정도 산송장이 된다고!
그러니까 '곽란, 곽란' 알았어, 일로 와, 들어와
들어가 [자영의 술 취한 숨소리]
[규태의 힘겨운 신음]
[문이 달칵 열린다] [한숨]
깡 있으면 들어와
어?
[코를 훌쩍인다]
[우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툭툭 소리가 난다]
(규태) 전 솔직히
아, 엄마가 변호사랑 선보라길래
저랑 선을 왜 보시나 했어요
아, 물론 제가 이, 멀리 보면
예, 큰일을 할 놈이긴 하지만 말이에요, 예
쯧, 지금은 우리가 이게, 그
[코를 훌쩍이며] 다소간에 걷는 노선이 다르다 보니까 참...
(자영) 너 나 몰라?
네?
난 너 고등학교 때부터 알았는데?
아, 너 옹산공고 나왔어요?
내가 누나야
[익살스러운 효과음] 아, 누나?
우리 같은 입시 학원 다녔는데
[익살스러운 효과음] 아
[익살스러운 효과음] (규태) 아아, 아
[익살스러운 효과음] 아, 입시 학원?
넌 나 모르겠지
난 공부만 했고
너는 공부 빼고 다 했잖아
[규태의 웃음]
[규태의 탄성]
(규태) 내 주변에 법조인이 다 생겼네!
학원 동기면 뭐, 학연이지, 학연
원래 인생이라는 게 좀 그, 네트워크로 가는 거잖아요, 예?
씁, 누나도 나 같은 동생, 그 인맥으로 좀 알아 두시면 [자동차 리모컨 조작음]
옹산서 개업하시기는 좀, 뭐 [규태의 웃음]
(자영) 넌 인맥 만들려고 맞선 보니?
- (규태) 예? - 난 너라길래 나온 거야
[격정적인 음악]
예?
네 차 탈 거야?
(자영) 내 차 타
(자영) 야, 타!
타!
어?
개부도에 칼국수나 먹으러 가자
아...
그럼 나 지금 축구해 갖고 금방, 어, 씻고...
(자영) 그냥 타
나 네 얼굴 보고 만나는 거 아니니까
[새 울음 효과음]
어?
소주도 한 병 주세요
(종업원) 네
- (종업원) 맛있게 드세요 - (자영) 네
갈 때 내가 운전해?
(자영) 너 칫솔 사
(규태) 어?
(자영) 자고 가게
싫어?
규태야
(규태) 어?
3월에 하자
(규태) 어?
우리 결혼
[아름다운 음악]
누나
싫어?
좋아
(자영) 손
[자영의 옅은 웃음]
(규태) 근데 누나
누나 동기 새끼들은 다
막 판검사인데 왜 굳이 나랑 결혼을 해?
(자영) 난 너랑 있으면
편해
넌 사람이 행간이 없잖아
(규태) 행간?
- (자영) 행간 - (규태) 행간
(자영) 편하고 좋아
언제부턴가 네 곱슬머리가 [규태의 옅은 신음]
산발한 올랜도 블룸처럼 보여
미쳤나 봐
(규태) 그럼
오늘부터 너라고 부를게
해 봐
깡 있으면
네가 먼저 했다
[아련한 음악]
(자영) 미쳤어?
[술 취한 신음]
이 깡도 없는 노규태야
(자영) [소파를 툭 치며] 노규태
[규태가 심호흡한다]
[규태의 다급한 숨소리]
누나!
뭐?
(규태) 홍자영
(자영) 죽을래?
홍자영이!
[규태가 숨을 들이켠다]
[결연한 숨소리]
[심장 박동 효과음]
(자영) 아, 규태야!
뭐야, 규태야, 아유, 규태...
아이고
(오준) 호텔은 뭔 호텔이여?
대세는 스몰 웨딩이지
(용식) 아, 참, 쯧, 하
아니, 그, 동백 씨는 근속 한, 그 한 30년을 소소했는디
뭔 결혼식까지 스몰해야 돼야?
(오준) 아이고
(용식) 나, 거, 어?
거기 그, 옹산관광호텔 그, 특실 잡아 놓은 놈이고요
(변 소장) 그람 부케는?
(용식) 나는, 쯧, 아주 그냥, 그
옹산, 그 최대 스케일로 갈 거라고, 나는
[오준의 웃음] 부케 누구 줄 거냐고
(용식) 부케요?
부케는, 뭐
뭐, 뭐, 저기 그, 뭐, 헬레나나 주죠
아, 헬레나를 왜 줘?
영심이 줘
(용식) 예?
아, 거기를 왜...
부케 영심이 줘
아, 주라면 줘!
[나른한 음악] [용식의 웃음]
(용식) [웃으며] 참 나
[용식의 웃음]
아니, 참
아, 그, 예? 영심이네 누렁이 저거 하랬지
그, 박영심 씨랑 저거 하랬어요? [오준의 웃음]
[용식의 다급한 신음] [변 소장이 구시렁댄다]
아, 너만 순정이여?
난 거진 총각이여! 이, 쯧
(용식) 어어? 어어? 아, 어디 가요? [오준의 웃음]
- 아, 부끄러워유? - (변 소장) 아유, 씨
[용식과 오준의 웃음] (변 소장) 신발은 왜 또 지랄이여, 아유, 씨
(용식) 아, 반전의 연속이구먼
- 어? - (용식) 반전의 연속이여
해물탕 살인마 잡혔다는데요?
[오준과 용식의 의아한 신음] (성민) 여기...
[성민의 한숨]
- (오준) 아이고 - (용식) 아휴
(오준) 누구는 까불어서, 누구는 무시해서
아주 가지가지 하는구나
- (오준) 옘병 - (성민) 그러니까 말이에요
(형사1) 황 순경님
바빠요? [성민의 놀란 신음]
예
아니, 아...
그, 자꾸 좀 보자는데? 쯧
아휴
또요?
(용식) [한숨 쉬며] 왜, 왜?
뭘 오라 가라 햐?
뭐, 터진 주뎅이라고 할 말은 있어?
(흥식) 내가 죽인 사람유
여섯 아니에유
뭐?
그 짜장면 배달부
걘 내가 안 죽였는데
꼭 내가 죽인 것처럼 누가 흉내를 내 놨더라고유
(흥식) 그래서 아빠도 내가 한 줄 알았나
(용식) 야
헛소리하지 말어
사람 다섯을 죽인 놈이 여섯이라고...
(흥식) 못 죽였겠어유?
죽이고도 남았겠죠
[숨을 들이켠다]
마찬가지로
사람 하나를 죽일 수 있는 놈은
열도 죽일 수 있는 거고유
[의미심장한 음악]
[용식의 한숨]
너 나한테 요딴 얘기 왜 하는 건디?
형이
[숨을 하 내뱉는다]
세상을 너무 천진난만하게 보는 게
어릴 때부터 비위 상했어유
(흥식) 그래서 형한테는 말을 해 줘야 될 것 같아서유
까불이는
어디에나 있고
누구나 될 수 있고
또 계속 나올 거라고
[웃음]
진작에 실검에서 까불이는 밀려났다며유?
해물탕 농약으로 누가 한 방에 열을 죽였다던데?
[웃으며] 그게 그렇다니까요?
[용식의 한숨]
쯧, 흥식아
[용식이 숨을 들이켠다]
니가 막판에
쪼금, 씁
쪼금 좀 찝찌브리한 여운 같은 거를 주고 싶은 거 같은데, 있잖냐
(용식) 음...
형이 답을 줄게
[흥미진진한 음악]
너희들이 많을 거 같냐? 우리가 많을 거 같냐?
(용식) 나쁜 놈은 백 중의 하나 나오는 쭉정이지만
착한 놈들은 끝이 없이 백업이 돼야
영화만 봐도
막판에라도
경찰들은 꼭 항상
떼거지로 들이닥친다고
우리는 떼 샷이여
너희들이 암만 까불어 봐야
쪽수는 못 이겨
(용식) 그게 바로 쪽수의 법칙이고
너희들은 영원한 쭉정이
주류는 우리라고
우리가 동백이 뒤에 버티고 있는데
자기가 벨수 있어?
쪽도 못 쓰지
(재영) [웃으며] 잉
원래가 쪽수에는 장사 없는 겨
[여자들의 웃음]
(찬숙) 우리가 본디
떼로 덤벼서 사또도 쳐 죽이던 그런 민중이란 말이지, 우리가, 어?
[찬숙이 흥얼거린다]
(진배) 내가 어떻게 저 임꺽정이랑 사는지 몰러, 그냥
[부드러운 음악]
(귀련) 식사 왔슈, 밥들 먹고 해요!
(남자1) 아, 예, 알았슈
[문이 스르륵 열린다]
(동백) 아휴, 엄마
이거 이제 진짜...
이거 우리 거 맞아? 어? [정숙의 웃음]
(동백) 사장님! 저 진짜 이제 월세 안 내도 돼요?
(규태) 그럼, 그럼 [규태의 힘주는 신음]
(정숙) 내가 너 위해서
뭐든 하나는 해 준다고 했지? [동백의 벅찬 신음]
(동백) 어쨌든 엄마는 엄마의 꿈을 이뤘고
(용식) 동백 씨는
근데 아저씨, 이 상자 혹시 버리실 거예요?
(남자2) 어? 예
(용식) 동백 씨의 꿈을 이뤘다
[만족스러운 신음] (동백) 하, 뭐, 남의 꿈이 그렇게 궁금해?
(용식) 분실물 센터요?
왜 굳이 저기...
저기선 다들 그 말을 하잖아요
뭐만 찾아 주면들 그러잖아요, 그...
(용식) 예? 뭐, 뭐, 뭔 말요?
고맙다고
고맙다고들 하니까
(동백)
(용식) 동백 씨는
아주 다정한 갑질의 서비스를 시작했다
응, 내 거 가져간다!
(재영) 고마워!
(동백) 네!
[문이 열린다] [출입문이 딸랑거린다]
동백이! 생큐, 생큐!
(동백) 대츠 오케이! [동백의 웃음]
[종록의 다급한 신음]
(동백) 이거 제가 엊그제부터 몰래몰래 지켜 드린 거예요
- (종록) 어유, 진짜 고마워 - (동백) 네 [종록의 웃음]
(종록) 다음에도 여기로 몰래 시킬게
고마워! 응
[동백의 웃음]
동백 씨!
(동백) 용식 씨!
[동백과 용식의 웃음]
오늘은 고맙다는 말 몇 번이나 들었어요?
일곱 번요
[동백과 용식의 웃음]
(용식) 뭐, 뭐예요?
뭐, 뭐, 미리 뭐, 상속이라도 해 주게?
한 번만 말할 거니까 잘 들어
(종렬) 여기
5백 들어 있어
[종렬의 한숨] - (동백) 5백? - (용식) 5백만 원?
아이, 별, 씨...
(용식) 동백 씨
받아요, 받아, 예?
가뿐하게 받지, 뭐
[용식의 헛기침]
뭐, 연, 연봉이 뭐, 몇억이라더니
알뜰하시네?
이 안에
영원히 5백이 들어 있을 거야
(종렬) 네가 5만 원을 써도 495만 원이 아니라 5백이 들어 있을 거고
백을 써도 5백
5백을 다 써도
5백이 다시 복구돼 있을 거야
[잔잔한 음악] 뭐
영원히 5백이 충전되는 요술 항아리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돼
필구 메이저 리그 갈 때까지
난 이 항아리로 서포트한다
[놀라는 숨소리]
(종렬) 오케이?
- (동백) 아유, 어, 엄마 - (용식) 어? 아이, 장모님
(종렬) 단
너희들 둘은
저 돈으로 결혼식 국수 한 그릇 값도 결제하지 마
여기 할리우드 아니고 나 안 쿨해
저건 100% 양육비라고
그러니까
너희들은 결혼식 국수 한 그릇 값도
이 카드로 결제하지 마
[카드를 탁 내려놓는다]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피식 웃는다]
어, 어, 자영아
아, 아니
(은실) 내가 도가니탕을 너무 많이 끓였는데
너 혹시 먹고 싶을까 봐
갑자기 도가니탕을요?
어휴, 어머니
저 사실은...
어어, 어어, 어어
아, 그래, 다 말을 해
이제 다 말을 해야지
저 도가니탕 안 좋아해요
도가니는 규태가 좋아하죠
어머니?
이제 제 취향도 좀 알아주세요
전요
곰탕 좋아해요, 곰탕
(용식) 아유
아유
야, 황만두!
(규태) 너 양심적으로 해, 양심적으로, 어?
이 고기도, 이
좋은 그, 국내산으로 하고
거, 만두 빚다가 코 같은 것도 파지 말라고
그, 저
이, 이, 중요하신 분이 잡술 만두니까, 응
뭐, 풍산 노씨 3대 독자 같은 거?
[익살스러운 음악]
(용식) 치...
아, 만두 빚다 코를 왜 파, 내가, 코를? 쯧 [규태의 한숨]
(규태) 너 근데, 저...
나한테 왜 자꾸 이렇게 말을 놔?
너 몇 학번이야?
[헛웃음]
아, 뭐, 대학 댕겼어?
그래도, 인마 내가 너보다 위인데, 씨 [뻐꾸기 울음 효과음]
(용식) 나는 친하면 말 놔
말 놓지 말어?
거, 이, 씨, 참, 씨
(용식) 놓지 마, 말?
놔
[쉭 소리가 난다]
(용식) 자, 1인분은 서비스
셋이 먹을 테니께
(동백) 어느 팀은 초심으로 돌아갔고
(동백) 어느 팀은
어른이 돼 보려고 노력 중이다
(종렬) 얼른 사진 찍어
안 찍어
나 SNS 끊었다고
(종렬) 그럼
나 그냥 진짜 먹는다?
아! 씨
아, 왜 꼭 금가루부터 먹어?
여기, 여기, 이런 거 옆에서부터 먹으면 되지!
(종렬) 아이, 그러니까 빨리 사진 찍으라고
[제시카의 한숨] 아, 누가 SNS 끊으래?
그냥 적당히만 하라고, 적당히만
적당히가 돼?
그게 나한테는 막 산소 호흡기였는데
(제시카) 거기서는 나 다 쳐주고
다 이쁘대, 다 부럽대
뭐, 요즘도 댓글들 많이 달리더구먼
언니 힘내시라고
누가 힘내란 말 듣고 싶대?
부럽단 소리 듣고 싶지
[아련한 음악] 근데
그, '힘내요'라는 댓글을 훨씬 더 잘 달아 주지?
(제시카) 아주 도배가 됐어, 도배가
내가 49kg 인증 숏 올렸을 때는 '좋아요'를 백 개도 안 눌러 주더니
힘내라는 댓글은 아주 속사포야, 속사포
원래 부러운 마음은 표 내기 싫어도
힘내란 소린 그렇게 흔쾌하다고
나도 막 타율 떨어지고 그러면
사람들이 얼마나 정성껏 막 '파이팅, 파이팅' 한다고
그래서 뭐?
오빠도 좀 외로웠어?
[쓴웃음]
야, 나까지 외로우면
집구석이 돌아가겠냐?
(종렬) 동정은 쉽고
동경은 어렵다
동경과 질투가 한통속인 줄 알면서도
(종렬) 자
(제시카) 그렇게도 아득바득 스타이고 싶었다
부디
그 안에서라도
(종렬) 아이
아이참, 가만있어 봐
자, 이거 찍어 볼래, 한번?
예쁘게 찍어 줄게, 자
[제시카가 훌쩍인다]
아, 울지 마, 뚝!
아이, 그까짓 거 앞으로 내가
종종 해 주면 되지, 뭐
- (종렬) 말로 - 뭘 해?
'좋아요'
(종렬) '언니, 예뻐요'
[픽 웃는다]
쩝쩝 소리 좀 내지 말고 드쇼
(화자) 딸년은 골병드는데 아주 밥맛이 좋은갑소?
(무옥) 야
이게 내 쌀, 내 고기
이게 다 내 돈인데
쩝쩝거리면 네가 뭐? [휙 하는 효과음]
[짝 소리가 울린다] [무옥의 놀라는 신음]
[무옥의 아파하는 신음]
내가 내 손모가지 갖고!
니 마빡 까는데 뭐!
(정숙) 들어와, 아유, 다리 아파 [동백의 힘겨운 신음]
(동백) 아니, 그래도 5일씩이나 신혼여행을 가는 거
장사에 좀 지장을 줄 거 같은데
아이고, 그냥 가, 그냥 가
내가 죽을 날 받아 보니까
(정숙) 아유, 세상이 아주 총천연색이더라
관절염 없고 그, 저녁잠 없을 때 부지런히 놀라고, 좀
그러다 쪽박 차
아이고, 방비하고, 야, 머리 써 봐야
차에 떨어지는 새똥 하나 못 막는 게 인생이더라
[호응한다]
씁, 그래도 원칙적으로는 고생 끝에 해피 엔딩인데?
(동백) 그렇지?
[정숙의 웃음]
(정숙) 신데렐라고 콩쥐 팥쥐고 그 개똥멍청이지
아니, 나중에 좋자고 그 꼬라지를 참고 살아?
해피 엔딩이고 나발이고
그냥 아껴 먹으면 맛대가리만 없지
당장 배고플 때 홀랑 먹어야지 그게 와따지
그러니까 나중에 말고
당장 야금야금 부지런히 행복해야 돼
[부드러운 음악] (동백) 응
음, 엄마는 그래서 문제야
엥?
아니, 뭘 행복하자고 그렇게 기를 쓰고 살아?
[웃으며] 아이고, 참
(동백) 행복은 좇는 게 아니라 음미야, 음미
나 서 있는 데서 이렇게 발을 딱 붙이고
찬찬히 둘러보면
봐 봐
천지가 꽃밭이지
(정숙) 아이고, 네 똥 굵다
(동백) 내 인생은 모래밭 위 사과나무 같았다
파도는 쉬지도 않고 달려드는데
(동백) 계속 올라온다
(동백) 발밑에 움켜쥘 흙도
팔을 뻗어 기댈 나무 한 그루가 없었다
(찬숙) 좋다! [여자들의 웃음]
[찬숙이 노래한다] (동백) 이제 내 옆에 사람들이 돋아나고
그들과 뿌리를 섞었을 뿐인데
이토록 발밑이 단단해지다니
- (찬숙) 대낮에 술 먹는 게 - (귀련) 원 샷
(찬숙) 제일 좋아잉
(동백) 이제야 곁에서 항상 꼼틀댔을
바닷바람, 모래알
그리고 눈물 나게 예쁜 하늘이 보였다
(용식) 동백 씨!
[용식의 웃음]
아유, 아유 [동백의 웃음]
아유 [용식의 웃음]
아, 동백 씨, 나 뛰어오다
- (용식) 깜짝 놀랐잖아요, 예? - (동백) 왜요?
(용식) 아니, 아니, 이게
예? 사람이야, 플래시야?
아, 왜 이렇게 낯짝에서 빛이 나요?
아, 진짜
(동백) [용식의 무릎을 툭툭 치며] 아니, 내가 그렇게 좋아요?
[용식의 웃음] 아, 진짜
(용식) 환장해요
[함께 웃는다]
[용식의 행복해하는 신음] [함께 웃는다]
(동백) 사람이 사람에게 기적이 될 수 있을까?
[웃으며] 용식 씨
(동백) 근데요
내가, 어...
용식 씨를 만난 게
기적일까요?
씁, 동백 씨는 고런 복권 같은 거를 믿어요?
(동백) 음...
아니요
나는 나를 믿어요
[웃음]
나도요
나도 너를 믿어요
[웃음]
[웃음]
(용식) 아, 동백 씨, 잠깐만, 이게 뭐예요?
[용식이 입을 쪽 맞춘다] [용식의 웃음]
- (동백) 이상해, 진짜, 왜 그래? - (용식) 아, 동백 씨
(용식) 오늘 우리 까멜리아 빨리 문 닫는 거 어때요?
- (용식) 어때요? - (동백) 왜요?
[용식의 웃음] (동백) 아니...
(성인 필구) 어, 근데, 엄마 내가 지금 좀 바쁘거든?
그러니까 자꾸 전화하지 말고
네, 가요
나 보고 싶으면
텔레비전 켜
엄마
아들이 사랑해
[아름다운 음악]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기자들이 저마다 영어로 질문한다]
(TV 속 성인 필구) 어, 감사합니다
일단 이렇게 많은 분들이 와 주셔 가지고 정말 감사드리고요
어, 지금 TV를 보고 계신
이제, 저희 부모님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제2의 야구 인생이 시작됐는데
여기서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수 소리가 흘러나온다]
[웃음]
어이구, 또 울어?
[동백의 울음 섞인 웃음]
여보
(동백) 이제 와 보니까
나한테
이번 생이
정말 다 기적 같다
[동백의 울음 섞인 웃음]
[부드러운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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