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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Y 캐슬 01화

 S#1 지하철 역 근처 길 가/ 낮 

전화기를 들고 지하철 역에서 급하게 달려 나오는 예서. 갑자기 예서 쪽으로 다가오는 차. 뒤의 차들이 갑자기 멈춘 한서진의 차에 경 적을 울려보지만 그 소리와는 상관없이 예서를 태우고 유유히 달려간다. 차가 달려간 곳은 대치역. 경기여고와 서초IC 대치 사거리를 나타내는 이정표가 보인다. 11가 9140. 차 안에서 예서는 들고 있던 영어 단어 책을 계속 보다 터널이 들어가 잠깐 멈춘다. 차는 계속 달려 SKY 캐슬 입구 게이트를 통과한다. 


S#2 SKY 캐슬 단지 내 차 안 / 낮 

한서진: (운전하며 전화 통화한다.) 자기는 아직 급할 거 없잖아. 

(예서는 차 안에서 계속 단어장을 보고 있다.) 

나야 말로 이제 전쟁이 지. 걱정마! 노하우 전수 받으면 자기한테 토스할께. (살짝 웃는다.) 

O.L: (진진희 집) 진진희: (전화기를 잡고 반색하며) 진짜? 진짜지? 나 진짜 언니만 믿는다? 언니가 내 롤모델인 거 알지? 

한서진: (계속 운전하며 달려간다.) 호호. 여섯 시 정각이야. 늦지 말고. 

O.L. (진진희 집) 진진희: (전화기 틀고) 아, 참! 언니! 드레스 입는 게 낫겠지? 화려한 건물 사이로 한서진의 차가 진입한다. 큰 건물 앞에 분수대가 위치해 있고 그 주변을 지나간다. 

한서진: 이왕이면. 명주 언니 최고의 날이잖아. 진진희: (전화 목소리) 흐음. 부러워! 명주 언니는 정말 퍼펙트하게 성공한 인생이다


S#3 우양우 집 / 낮 

전화를 끊은 진진희가 밝은 얼굴로 통로를 지나 방 문을 연다. 방 문을 열고 보니 우양우, 자신의 남편이 아직 침대 위에 누워 있는 것 을 발견하고 기분 상해 한다. 

진진희: 아 놔, 참! 어휴. (우양우가 누워있는 침대로 걸어가 이불을 걷는다. 엎드려 누워있는 우양우의 엉덩이를 찰싹 때린다.) 일어 나! (한 번 더 때리며) 일어나, 좀! 

우양우: (잠에서 일어나기 싫은 목소리로) 아이 좀! 나 어제 수술 다섯 건이나 했단 말이야. 

진진희: 새벽 두 시까지 술 퍼먹었잖아, 그래서. (우양우 엉덩이를 수 없이 때리며) 일어나! 일어나~~~아~~ 

우양우: (힘겹게 일어나며) 어휴, 어휴. 왜~~? 

진진희: (들고 있던 한약봉투 같은 것을 건네주며) 언능 먹고 정신 좀 차려. 

우양우: (실눈 뜨고 살짝 본 뒤에 애교 목소리로) 까줘. 

진지희: 까? (입술을 꽉 다물다가 자신의 입으로 가져가 까 준다.) 이따 저녁에 아주 중요한 파티 있단 말이야. 

(우양우가 다시 누우려 하자 자신의 손으로 누우려는 우양우의 머리를 잡아 막는다. 입으로 봉투를 열고 껍질을 푹 뱉으며 큰소리 친다.) 인나! 


S#4 차민혁 집 / 낮 

차민혁: 파티? 무슨 파티? 

노승혜: (주저하며) 예서 엄마가 준비한다나봐요. 

차민혁: (들고 있던 에스프레소를 마시다 말고) 글쎄, 무슨 파티? 

노승혜: (긴장한 투로) 영재 엄마 축하파티.. (말끝을 흐린다.) 

차민혁: (들고 있던 에스프레소 잔을 딱 내려놓자 노승혜가 놀란다.) 또 늦었군. 또 한 발 늦었어. 

노승혜: 나 미국 갔다 어제 왔어요. 그새 예서 엄마가 그렇게.. 

차민혁: (전화기를 붙잡고 웃는 얼굴로) 아! 김변! 어떡하지? 내 갑자기 일이 생겨서. 하~ 오늘 라운딩 어렵겠는데?

 (노승혜가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짓는다.) 다음 번 캐디 Fee는 내가 쏠께. 하하. 그래그래. 탱큐. 어. 

(전화기를 탁자에 던진다. 던진 휴대폰을 다시 바 르게 돌려 놓는다.) 당신 문제가 뭔지 알아? 

(노승혜가 고개를 숙인다.) 그 얘기를 오늘 닥쳐서 알렸단 사실이야. 

노승혜: (다급하게) 미안해요. 내가 깜박했어요. 

(뒤돌아서 가던 차민혁이 가던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본다.) 

차민혁: (차갑게) 깜박? (노승혜에게 다가간다) 당신 수험생 엄마 맞아? 우리 애들 이제 고등학생이야. 설마 예서 엄마가 그냥 우러나 서, 순수하게 축하파티를 해준다고 생각하는건 아니지? 

노승혜: 나도 당신 못지 않게 생각이라는 걸… 하거든요? 

차민혁: 요점 흐리지마. 당신이 생각이 없다는 게 아니라, 그 생각이라는 게 언제나 올 더 타임, 예서 엄마보다 한 발짝 느리다는 잠을 지적하는 거니까. 

노승혜: (단호하게) 느려터진 거북이가 결국 토끼를 이겼어요. 

차민혁: 뭐라고? 노승혜: 속단하지 말라고요. 영재 포트폴리오, 아직 그 여자 손에 안 들어갔으니까. 차민혁은 당황한 표정을 짓고 노승혜는 들고 있던 쟁반을 싱크대 위에 던진다. 차민혁이 한숨을 쉬고 뒤 돌아 간다. 


S#2_1 SKY 캐슬 단지 내 차 안 / 낮 

예서: (차 안에서 환호성을 지른다.) 엄마 짱! (한서진의 차가 집 안 주차장으로 들어간다.) (양 엄지 손가락을지켜 세우며) 울 엄마 짱 짱짱! 

한서진: (안전벨트를 풀고 뒤 돌아 예서를 바라보며) 그렇게 좋아? 

예서: 영재 오빠 포트폴리오만 있으면 엄마, 황금 로드맵이 생기는 거잖아. 그치? 

한서진: (흐뭇한 듯) 그렇지. 목표에 골인할 수 있는 필살 전략이 생기는 거지. 

예서: (기뻐서 목소리가 높이 올라갔다) 갈꺼야. 나도 갈꺼라고. 나도 영재오빠처럼 서울 의대 꼭 가고 말거야. 

한서진: (예서를 기특하게 바라보며 손으로 뺨을 어루만진다.) 어이구. 이뻐. 누구 딸이야? 

예서: (한껏 기분 좋은 애교를 부리며) 엄마 딸이지. 흐흐흐. 한서진: (기분 좋은 듯이 예서의 머리를 어루만진다. 그 때 한서진의 휴대폰 진동이 울린다.) 


S#5 강준상 집 / 낮 

한서진: (전화받으며 안으로 들어온다.) 센터피스로 캔들도 준비하셨죠? 아니 왜여? 캔들이 있어야 음식의 향을 잡아준다니까요. 잠 깐만요. 

(전화를 잠깐 들고 위로 올라가는 예서에게 말한다.) 예서야! (예서가 올라가다 말고 다시 내려와 한서진의 말을 듣는다.) 예 빈이 드레스 꼭 챙겨서 입혀! 

예서: 응, 엄마, 근데 나 머리는? 

한서진: (다시 전화를 잡고) 미안해요. 내가 금방 내려갈 테니까 테이블 세팅 시작하세요~. (강준상의 서재로 향하여 계단을 두드린 다) 여보~! 안방에 당신 옷 챙겨놨으니까 갈아 입고 와요~ (강준상은 서재에 뒤 돌아 앉아 한서진을 바라보지도 않는다.) 

강준상: (못마땅한 말투로) 무슨 옷까지 갈아 입어? 

한서진: 하휴. 기왕 하는 거 격식 갖추면 좋잖아요. 

강준상: (뒤를 돌아 바라보던 책을 책상 위에 올려 놓고 한서진을 바라보며) 영재가 우리 아들이야? 무슨 축하 파티를 당신이 한다고 나서? 

한서진: 아니, 영재가 아니라 영재 엄마 축하 파티라니까요. 

강준상: (다시 책을 잡고 뒤 돌아 앉으며) 그게 그거지. 

한서진: 아니 뭐가 그게 그거예요? 의대 합격한 건 영재지만 영재보다 열배, 아니 백 배 더 마음 고생한 건 영재 엄마라고요. 

강준상: (못마땅하다는 듯 열었던 책을 덮고 뒤 돌며) 그래. 그랬다 쳐. (한서진에게 다가오며) 딴 여자들은 가만히 있는데 왜 당신만 설쳐대냐고? 

한서진: 하휴. 나 지금 당신하고 입씨름 할 시간 없으니까 이따 시간 맞춰서 애들 데리고 와요. 

강준상: (뒤 돌아서 가려는 한서진에 대고) 제발 유난 좀 떨지 마. 

한서진: 하휴. (강준상을 바라보며) 유난? 당신 눈엔 내가 지금 유난 떠는 걸로 보여요? 난 최선을 다하는건데? 

강준상: 정 축하하고 싶으면 밥이나 한끼 사면 되지. 무슨 파티씩이나. 

한서진: (강준상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영재! 학종(자막: 학종-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서울 의대 합격했어요. 내신 관리는 어떻게 했는 지, 소논문은 뭘 썼는지, 봉사활동은 어떻게 했는지, 동아리는. 나 영재 포트폴리오 절실하게 필요해요. 

강준상: 지금 그거 얻어내자고 파티씩이나 해주는 거야? 

한서진: 삼 대째 의사가문 만드는 게 필생의 소원이신 당신 어머니. 가뜩이나 아들 못 낳았다고 대놓고 무시하시는 데, 예서 의대까지 떨어져봐요. 내가 숨이나 쉴 수 있을 것 같아요? 

강준상: 강준상의 딸이 왜 떨어져? 시답잖은 짓은 안해도. 

한서진: (강한 어조로) 해야 붙어요. 해야! 해야 붙는다고요. (화나 뒤 돌아선다.) 

강준상: 쓰읍! (못마땅해하며 한숨을 쉰다.) 


S#6 파티장 

한서진: (파티 준비하는 스태프에게) 어머, 잠시만요, 저 잔 이걸로 할게요. (잔을 들어 건네준다.) 

매니저: (잔을 건네 받은 스태프에게) 큰 잔으로 바꿔주세요. 

스태프: 네, 알겠습니다. 

한서진: (냅킨을 건네주며) 이걸로 해주세요. 

매니저: 다 빼주세요. 

한서진: 아~~ 잠시만요. (초를 꽂고 있는 스태프를 바라보며) 그거 아니예요. 화이트로 해주세요. 

매니저: 디저트 준비했습니다. 한서진: 아... 직원이 세 가지의 다른 디저트가 담긴 쟁반을 들고 서 있다. 

한서진: (블루베리가 올려진 디저트를 가리키며) 얘는 뺄게요. 

매니저: 두 개만 준비하세요. 

스태프: 예. 스태프들이 잔을 교체하고 접시 위에 올려져 있는 냅킨을 바꿔 다시 세팅하고 있다. 초도 새로 바꾸어 꽂는다. 

매니저: 자리 배치는 어떻게 할까요, 사모님? 

한서진: 오시는 순서대로, 이리로 안내해 주세요. 그리고 (특정 자리를 가리키며) 저 VIP석 옆 자리가 우리 가족 자리예요. 

매니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네, 사모님. (한서진에게 봉투 여러 개를 건넨다.) 현악 4중주 팀이 악기를 조율하고 있다. 

한서진: (악기 팀에 다가가며) 미라씨, 준비 다 됐죠? 

미라: (들고 있던 악기를 내려놓으며) 네, 사모님. 

한서진: (들고 있던 봉투를 건네주며) 약속한 것 보다 더블로 넣었어요. 

미라: 어머! 사모님. 감사합니다. (봉투를 단원들에게 하나씩 건네준다.) 

한서진: 파티 끝날 때까지 핸드폰은 절 주시겠어요? 끝나는 대로 돌려드릴께요. 

미라: (의심스러운 듯이 한서진이 건넨 종이를 받는다. ‘확약서’라고 크게 씌여있다.) 

<확약서 내용: 본인은 스카이 캐슬에서 2017년 12월 15일 18:00에 한서진씨가 주최한 대학합격 축하하티 중 보고 들은 어떤 사실 도 외부인에게 일체 발설하지 않을 것을 약속합니다.> 

한서진이 문으로 다가간다. 옷 매무새를 가다듬고 직원들을 향해 양손을 벌린다. 

한서진: 열어요! 

직원들이 문을 열고 한서진이 문 한 가운데로 나간다. 문 밖에서 손님을 기다리기 위해 서 있다. 현악 4중주의 음악이 울리고 계단을 올라오는 가족이 먼저 보인다. 차민혁 가족이다. 

한서진: (밝게 웃으며 인사한다.) 어서오세요. 어서와! 

노승혜: (차민혁과 팔짱을 끼고 걸어오며) 미리 귀띔 좀 하지 그랬어요? 혼자 고생하지 말고. 한서진: 고생은요? 명주 언니랑 제가 워낙 친하잖아요. 당연히 제가 해야지요. 

차민혁: 영재 어머니를 위한 축하 파티를 계획하시다니. 역시 탁월하십니다. 

한서진: 온전히 제 계획은 아니고요, 애들 대학 합격할 때마다 고생했을 엄마를 위해 축하파티 해 주는 게 우리 스카이 캐슬 전통이거 든요. 

노승혜: 그래요? 이사 온 지 2년째인데, 미처 몰랐네요. 

차민혁: (노승혜 답에 당황하며 자제시킨다.) 아~ 역시. 역시 스카이 캐슬입니다. 

한서진: 박교수님댁은 십분 늦게 오실거예요. 

차민혁: 당연히 그래야겠죠. 주인공들이신데. 

한서진: 들어가시죠. 

차민혁: 네. (가족들을 보며 안으로 손짓한다. 기준이과 서준이도 한서진에게 인사하고 들어간다.) 

진진희: (멀리서 소리가 들린다.) 아 늦었어. 좀 빨리 와! 야, 엄마 옷 구겨진다. 잘들어, 아유, 이 놈의 새끼, 너 죽을래? 

한서진: (진진희의 우렁찬 목소리를 듣고 웃는다.) 

우양우: 북어국, 북어국, 북어국 

진진희: 북어국은, 이씨. 빨리 와. 한층 더 올라가려는 우양우에게 소리지르고 한 손으로는 수한을 잡고 있다.)그 쪽 말고 여기. 이쪽! 빨리 와! 

(우양우가 정신을 못 차리는 듯한 표정을 짓자) 아휴. 정신 좀 차려, 제발. 

한서진: (미소를 짓는다.) 

진진희: 눈 떠! 눈 뜨라고! 

우양우: 나 북어국! 북어국! 

진진희: 아, 들어가! 

우양우: 북어국! 

진진희: (수한을 밀어넣으며) 아유, 들어가! 빨리 들어가. 아유, 빨리 좀 가. 

우양우: (비틀거리면서도 한서진을 보고는 웃으며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한서진: (힘겹게 인사하는 우양우를 보고 웃으며) 어서 오세요. 

진진희: (지쳐서 서진에게 다가간다.) 어휴. 언니 미안해. 나 빨리 와서 돕고 싶었는데, 저 인간들이 말을 들어 쳐 먹어야 말이지. 

발자국 소리가 들리고 한서진의 표정이 굳어진다. 진진희도 한서진의 표정을 보고 무슨 일인가 하여 뒤를 돌아본다. 강준상이 등산복 차림으로 걸어오고 예빈이도 교복 차림으로 걸어온다. 

진진희: 또 삐딱선 타셨네. 저 반골 기질을 어떡하면 좋아? 

한서진: (진진희에게) 먼저 들어가. 

진진희: 어휴. 언니 정말 힘들겠..(한서진이 노려보자 말을 멈춘다. 그리곤 안으로 들어간다.)다. 

강준상: (좌우를 두리번 거리더니 안으로 들어간다.) 

한서진: (아빠를 따라들어가는 예빈에게) 너~~ 

예빈: 나까지 빼입으면 아빠 혼자 쪽팔리잖아. 

한서진: 효녀 났네, 효녀 났어. 언닌? 

예빈: 늦을걸? 썡쑈를 하느라. 

한서진: 저 놈의 기집애가 저게 누굴 닮았서? 

예서: (한껏 상기된 목소리로) 엄마~~~ 

한서진: (얼굴에 가득 웃음을 지으며) 하아. 아유~ 아이고

파티장에 나란히들어가는 한서진과 예서. 파티장 안에 가족들이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예서가 고개 숙여 인사한다. 

예서: 안녕하세요. 안녕? 

한서진: (VIP 석 옆에 손을 흔들며 앉아 있는 차민혁을 보고 속으로 말한다.) 와, 저 얄미운 것들. VIP 옆 자리를 넘봐? 

진진희: 아이, 이뻐라. 

매니저: (당황한 표정으로 서 있다) 

진진희: 예서, 이리 와봐! (예서가 다가간다.) 3년 뒤엔 아줌마가 예서 축하파티 해줘야겠네? 

예서: 감사합니다. 꼭 해주세요. 

진진희: 그럼~~ 

한서진: (무표정한 자세로 걸어가며 매니저를 노려본다. 그리고 맨 마지막 자리에 가서 앉는다. 등산 자켓을 입고 온 강준상을 못마땅 하게 보다 웃으며) 그래도 좀 맞춰왔네? 늦으면 어쩌나 했는데. 산에 사람 많아요? 

강준상: 뭔 산? 

진진희: 푸흡. 차민혁: (미소) 

강준상: (모른척하며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한서진은 표정이 굳었다) 

매니저: 도착하셨습니다! 가족들이 모두일어나고 등장을 알리는 음악이 크게 울린다. 일어선 사람들이 박수를 치자 박수창과 이명주, 영재가 등장한다. 파티의 음식들이 하나씩 보여지고 초에 촛불이 켜진다. 

박수창: (잔을 들며) 자~ 건배! 

차민혁: 건배 

사람들: (다 같이 잔을 들며) 건배! 축하드려요~ 

한서진: 축하드립니다. 

진진희: 영재야, 축하해! 

영재: 감사합니다. 

이명주: 고마워요, 이렇게 진심으로 축하해주셔서. 

박수창: 이상하지? 내가 서울 의대 합격했을 때보다 천만배는 더 좋아. 

차민혁: 왜 안그러시겠습니까? 영재까지 삼 대째 의사 가문을 이루셨는데. 

이명주: 차민혁 교수님이야 한국의 케네디 가문을 만드실 분 아니세요? 

차민혁: 저 뿐만이 아니죠. 여기 스카이 캐슬에 거주하시는 분들이 다 가문의 전통을 중시하시는 분들이잖습니까? 

진진희: 그럼요, 그럼요. 

강준상: (못마땅하다는 듯 고기를 신경질 적으로 썬다.) 

진진희: 전 정말 재벌도 부럽지 않아요. 

한서진: 전 우리 스카이 캐슬이 아이들 교육시키기에 너무 좋은 환경이라 그게 제일 마음에 들어요. 

진진희: 내 말이. 내 말이요. (직원이 우양우에게 포도주를 따라준다.) 게다가 돈 있다고 아무나 들어오는 곳도 아니잖아요? 

한서진: (고개를 끄덕인다.) 

이명주: 그럼! 주남대에서도 베스트 오브 베스트. 정교수들만 누릴 수 있는 특혜잖아. 

박수창: 재단 수익이긴 하지만 이 수십억짜리 대 저택을 정년까지 공짜로 살 수 있는 건 아마 대한민국에서 우리 뿐일걸? (악단 직원들 이 놀란다.) 하하하.(잔을 높이 들며) 자~ 건배~ 

차민혁: 건배! 

우양우: 자 

진진희: 건배 아이들도 주스 잔을들어 건배하고 사람들도 기분 좋게 건배한다. 

진진희: 전 정말 우리 수한이도, 아니 손자, 증손자까지 대대로 이 스카이 캐슬에 쭉 살았으면 좋겠어요. 정말. 

한서진: (웃는다.) 

차민혁: 그러자고 우리가 서로 상부상조 하는 거 아닙니까? (알 수 없는 미소를 띄며 명주를 바라본다. 명주 애써 어색한 듯한 웃음을 짓는다) 외국에선 한 가문이 몇 백년 동안 성을 소유하고 한다는데. 제가 사색에 빠져 거닐던 이 아름다운 캐슬의 숲 길을 제 후손들도 거닐 수 있다니. 이 얼마나 멋진 일입니까? 

우양우: 아. 아무래도 우리 캐슬 터가 좋은 거야. 터가. (차민혁이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니까 세리도 영재도 이렇게 딱딱 붙는 거지. 응? 

박수창에게 말을 걸려고 할 때 명주가 나선다.) 

이명주: 터보다도 유전자겠지요? 이 자리만 해도 보세요. 주남대 의대 교수님들과 차장 검사 출신 로스쿨 교수님 자제들 뿐이잖아요. (진진희가 우양우를 토닥토닥 한다.) 

차민혁: 그 유전자에 사모님의 탁월한 서포트가 더해졌으니 이런 성공적인 결과가 나온 거 아니겠습니까? (서준이와 기준이 어이 없 어 한다. 명주도 웃는다.) 부디 제 집사람 좀 지도 편달 해 주십시오. 

한서진: (음식을 썰던 칼을 멈추고 명주를 바라본다.) 

진진희와 노승혜도 같이 명주를 바라본다. 강준상은 못마땅하다는 듯이 들고 있던 칼을 접시 위에 떨어트려 큰 소리를 내고 차민혁은 미소 띈 얼굴로 계속 이명주를 바라본다. 이 명주가 잠깐 한서진을 바라본다. 

이명주: 뭐, 어련히들 알아서 잘 하시겠어요? (차민혁의 표정이 굳어진다.) 하버드 보낸 엄마인데. 호호. 자! 

한서진: (하던 칼질을 계속 하고 진진희는 알았다는 듯 눈을 찡끗한다.)

 차민혁: (말 없이 술을 마신다.) 

Cut to: 메인 식사가 끝나고 디저트 시간.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따로 테이블에 앉아 디저트를 받는다. 직원이 디저트를 가져 오자 기준이 ‘감사합니다’로 인사한다. 

예빈: 오빤 정말 의대가 가고 싶어? 토끼랑 쥐새끼 목을 수도 없이 따야 된다는데? (예서가 고개를 가로 젖는다.) 

수한: 정말 할 수 있어? 형, 강아지도 좋아하잖아. 

예서: 아휴. 쯧쯧쯧쯧. 초딩이니? 그딴 게 뭐가 문제야? 서울 의대를 붙었는데. 

예빈: 뭐? 

기준: 기분은 쩔겠다, 그치? 

영재: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곧 대답한다.) 응. 엄마한테 효도했으니까. 

기준: 하!

 예빈: 재수없어! 

예서: (영재에게) 오빠! 방학 때 봉사활동 가면 나도 끼워줘. 내가 보조 역할은 완전 잘할 수 있어. 어? 어? 

영재: (의아한 숨을 들이키며) 넌 왜 그렇게 의대가 가고 싶어? 

기준: 엄마가 가라고 하니까. 

예서: (기분 상한듯) 야! 

기준: 뭐? 예서; 이게 진짜? 쯧 

영재: 흐흐흐. 

박수창: (어른 테이블에서 술에 취해 큰 목소리로 영재를 부른다.) 아들~~~ (영재가 일어난다.) 우리 잘난 아들. (술에 취해 비틀거리 며 영재에게 다가간다.) 일리와봐. (영재를 끌어 안는다.) 내 새끼. 

이명주: 아이. 참. 진짜 또 시작이다. 

한서진: 아. 어쩜. 

노승혜: (흐뭇하게 웃는다.) 

한서진: 인물 좋아 공부 잘해, 매너 좋아. 내가 사위감으로 찜해도 돼? 

이명주: 음~~ 대기 번호 대야할 껄? 하하하. (다같이 웃는다.) 

박수창: 아들. 아빠는 다시 태어나도 네 엄마랑 결혼할 거야. 널 낳아 줬잖아. 내 잘난 아들, 박영재를! 헤헤헤헤헤. 야, 아빠랑 뽀뽀한 번 하자. 뽀뽀한번 하자. 

영재: 음, 싫어! (질색해한다) 

박수창: 뽀뽀한번 하자. 

영재: 싫어 진진희: (한서진에게 다가가 조용히) 아들 의대 보내니까 저 나이에 사랑 고백도 다 듣고. 언닌 좋겠다. 예서 공부 잘 하니까 저런 말 들 을거 아니야. 

한서진: (입을 삐죽이며 강준상을 바라본다.) 

강준상: (입을 삐닥하게 하며 못마땅하게 바라본다.) 

박수창: 자~ 우리 마누라. (안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낸다.) 선물! 

이명주: (깜짝 놀라며) 나? 하하. 

엄마들: (깜짝 놀란다) 

이명주: 뭔데? (박수창이 다가오는 이명주에게 봉투를 건네준다. 건네준 봉투를 보고 놀란다) 헉! 어머머 여보. 이거 크루즈 티켓이

이명주: 아하하하. 

우양우: 와우! (박수친다.) 

이명주: 어떡해 (너무 기뻐 흥분한 목소리다) 

박수창: (카드를 보여주며) 이 플래티넘 카드는 서비스. 

이명주: 어머머머, 여보. 

노승혜; (감동받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차민혁: (못마땅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이명주: 탱큐. 탱큐. 오. 아들. 내가 우리 아들 덕에 이런 호강을 다 하네. (영재를 안는다.) 호호호. 

한서진: (부러운 듯이 이 가족을 바라본다.) 

차민혁: 자, 자, 이렇게 흥겨운 날 춤이 빠지면 되겠습니까? (악단에게) 음악 되죠? 

진진희: 어머! 우와 차교수님? 

차민혁: (노승혜 손을 잡고 걸어나가며) 왈츠! 왈츠가 연주되자 차민혁이 손을 내밀어 노승혜와 음악에 맞추어 왈츠를 춘다. 

한서진은 부러운 눈으로 두 사람을 바라본다. 진진희도 음악을 느낀다. 강준상과 우양우는 와인을 부딪쳐 마신다. 

박수창: 에이, 에이. 체인지. 체인지. (연주가 멈춘다) 뽕짝! 뽕짝으로 바꿔! 뽕짝! (한서진이 고개를 끄덕인다.) 뽕짝! 뽕짝! 음악이 바뀌자 박수창이 일어나 신이 나서 몸을 흔든다. 

박수창: 신난다. 영재야. 앉아 있던 모든 사람들이 나가서 춤을 춘다. 한서진과 예서는 서로 엄지를 치켜 세운다. 


S#7 강준상 집 마스터 룸/ 밤 

강준상과 한서진이 각자의 침대에 눕는다. 

한서진: 꼭 그렇게 초를 쳐야 직성이 풀리지. 

강준상: 긁지 마. 가 준 것만 해도 백번 양보한 거니까. 

한서진: (덮고 있던 이불을 걷으며) 당신 도대체 뭐가 그렇게 불만이야? 

강준상: 차교수 와이프 보면서 느낀 것도 없냐? 응? 딸내미 하버드 보냈다고 나대길 해, 떠들길 해? 

한서진: 당신이야 말로 차 교수 하는 말 못 들었어? 영재 엄마한테 자기 와이프 지도 편달 부탁하잖아. 그렇게까진 못할망정. 

강준상: (읽던 책을 덮고 자세를 일으키며) 나까지 북 치고 장구 치라고? 오늘 축하 파티에 얼마나 쓴 거야? 

한서진: 흐음. 영재 포트폴리오. 그게 돈 주고 살 수 있는 건 줄 알아? 

강준상: (이불을 걷어내고 벌떡 일어나며) 같잖아서, 원. 영재 하는 대로 따라 하면 무조건 붙는대? 아, 왜, 영재 팬티까지 벗겨서 예서 입히지 그래? 

한서진: (같이 벌떡 일어나서) 제발 상식없는 여편네 취급 좀 하지 마. 당신 같은 학력고사 세대랑은 달라요, 다르다고. 하다못해 라면 하나를 끓이는 데도 설명서가 붙는데. 어떻게 대한민국 최고의 의대를 가는 데 전략을 안 짜? 

강준상: 그 전략이라는 게 겨우 축하 파티 해 주고 영재 포트폴리오 얻는거야? 

한서진: 당신 눈에는 같잖아도 그게 다 치열한 정보 싸움이야. 나한테 선수 뺏겼다 싶은 차 교수 얼굴 못 봤어? 

강준상: 하이고. 그렇게 선수 치셨으니 자신 있겠네? 우리 예서 서울 의대 가겠어! 못 보내기만 해봐, 그냥, 쯧 (화난 상태로 방을 나가 버린다.) 

한서진: 허! 


S#8 스카이 캐슬 내 골프 장 / 낮 

이명주가 공을티에 고정시키고 티샷을 날린다. 뒤에 있던 한서진, 진진희, 노승혜가 박수치며 ‘나이스샷’을 외친다. 

진진희: 언니? 오늘 어쩜 공까지 잘 맞아요? 

이명주: 그러게. 기분이 업되니까 안 맞던 공까지 잘 맞네? 

한서진: 여행 언제 떠나세요? 

이명주: 어, 일단 내일 모레 런던으로 가서 두 달 동안 17개국을 돈 다나? 

한서진: 내일 모레요? 

노승혜: (당황하는 듯한 얼굴로) 그렇게 빨리요?

노승혜: (서둘러 이명주에게 다가가며) 아. 좋으시겠어요. 제 버킷 리스트가 친정엄마하고 크루즈 여행... 

진진희: (한서진에게 다가가며) 언니 속 타는 거 뻔히 알면서 은근히 즐기는 거야, 뭐야? 

한서진: 기준이도 의대 간대잖아. 곤란해서 저러겠지. 

진진희: 차 교수네야 이웃사촌이고. 언니하곤 남편들까지 의대 선후배 사이인데, 곤란할 게 뭐 있어? 

한서진: 그래도. 영재 차 교수 도움받은 거 사실이잖아. 

진진희: 그럼 둘 다 불러 놓고 확 까든가. 

한서진: 어휴. 영재 사생활이 담긴 건데 카피해서 돌리고 싶겠어? 어? 명주 언니 저 칼칼한 성격에? 노승혜가 이명주의 팔짱을 끼고 나란히 걸어간다. 

진진희: 저, 저, 저. 착 달라붙어 걷는 것 좀 봐. 차 교수 와이프 내숭 백 단인 거 알지? 이러다가 뺏긴다, (한서진을 어깨로 툭 치며) 뺏 겨. 

한서진: (멀어져가는 노승혜와 이명주를 바라보며 서 있다. 갑자기 생각난듯 휴대폰을 꺼낸다.) 나란히 걸어가는 이명주와 노승혜. 

노승혜: 세리는 하버드 졸업하고 MBA 코스 밟아서 월스트리트 금융인으로. 쌍둥이 중 하나는 법조인으로, 하나는 의사로 키우고 싶 은 게 우리 애들 아빠 비전이거든요. 

이명주: 호호. 아, 승혜 씨가 뭔 걱정이야? 차 교수님께서 애들 교육에 전적으로 올인하시는데. 

노승혜: 저야 늘 애들 아빠 열정을 못 따라가서 미안하죠. 언니처럼 완벽하게 아이들를 케어하고 싶은데. (가다가 멈춘다.) 저 좀 가르 쳐 주시면 안 돼여? 

이명주: (노승혜를 바라보며 웃는다. 명주 휴대폰의 진동이 울린다. 

– 한서진 메시지) 한서진 메시지(목소리): “언니, 긴히 드릴 말씀이 있는데… 라운딩 끝나고 잠깐 시간 좀 내주시겠어요? 5분이면 돼요!; 

이명주: (한숨을 쉰다.) 

노승혜: 예서 엄마예요? 

이명주: 끝나고 차 한잔 할까? 


S#9 스카이캐슬 내 카페 / 낮 

이명주, 한서진, 진진희, 노승혜가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다. 

이명주: (찻잔을 내려놓으며) 솔직하게 말할게. 나~ 우리 영재 포트폴리오 공개 안 해. 

진진희: (놀라서 마시던 찻잔을 내려놓는다.) 

한서진: 언니. 

이명주: 자기들 심정이 얼마나 절실한지 알고도 남는데, 솔직히 영재 합격자료, 뭐 있으면야 좋겠지만 없어도 큰 지장은 없는 거잖아. (노승혜 한숨) 아, 그리고 다들 선수 아니야? 예서야 KMO 출신이니까 말 다 했고, 

(자막: KMO: 한국수학올림피아드) 기준이야 차 교수님께서 어련히 케어 잘하시겠어?

 한서진: 언니! 그래도… 

이명주: 물론 자기한테는 고맙게 생각해. 자기가 순전히 우리 영재 포트폴리오 때문에 날 축하해 줬다고는 생각 안 해. 우리 그렇게 천 박한 사이는 아니잖아. 

한서진: (말을 더 잇지 못한다.) 

진진희: 아, 명주 언니는 둘째도 없잖아요. 공개한다고 손해날 것도 없는데…. 

이명주: 진희야. 내 자식 자료 공개하고 말고는 내 자유 아니니? (진진희 입을 닫는다.) 커피는 내가 살게. (이명주 일어나 나간다.) 

진진희: 어휴. 

노승혜: 먼저 가 볼게요. 

한서진: (일어나는 노승혜를 부르며) 승혜 씨. 명주 언니 왜 저러는지 혹시 알아요? 

노승혜: 그걸 왜 나한테 물어요? 묻는 저의가 궁금해지네요. 

진진희: 아, 저의는 무슨 저의? 서진 언니가 워낙 황당해서요. 아, 이건 뭐, 역대급이잖아. 

(명주를 흉내 내며) '공개하고 말고는 내 자 유지 않니?' 와~ 아니, 배신을 때려도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사람이, 어? 노승혜와 한서진 서로 바라보기만 하다 노승혜 말 없이 나간다. 


S#10 주남대 정형외과 / 낮 

우양우: (들고 있던 책으로 레지던트들을 때리며) 바뻐? 바빴냐고, 바빴냐고, 바빴냐고. 나보다 바빴냐고? 수술에, 진료에, 강의에, 논 

레지던트들: 안녕하십니까? 

우양우: (황급히 들고 있던 ‘이기적 유전자’ 책을 뒤로 감춘다.) 

강준상: 오경수 환자 마취과 퍼미션 떨어졌어? 

레지던트1: 아! 아! 혈압이 높아서 내과 컨설트 결과가 나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우양우도 웃으며 고개를 같이 끄덕인다.) 

강준상: 나오는 대로 콜 해. 

레지던트1: 네, 교수님. (다가가려다 멈춘다. 강준상 눈치챈다.) 

강준상: 뒤에 감춘 거 뭐야? 

우양우: (모른 척 하며 좌우를 본다.) 아. 그.. 아무 것도 아닙니다, 예. 아, 제가 그냥 뭘 좀 시킨 게 있는데... 

강준상: 줘 봐. 

우양우: 뭘요? 

강준상: 얼른. 

우양우: (좌우를 보다 레지던트 1을 보며) 드려! 

강준상: 쓰읍~ 얼른. 

우양우: (당황하며 들고 있던 책을 건네준다.) 

강준상: '이기적 유전자'? 뭐야, 이게? 

우양우: 그... 그게 그러니까… 아, 이번 달 독서 토론회에서 읽어야 할 논술 대비.. 

강준상: (혀를 찬다) 차라리 하질 말든가. 

우양우: 아, 과장님도 꼬박꼬박 나오셨잖아요. (강준상이 앙 다물자 꼬리를 내리고) 초창기엔.. (말 끝을 흐린다.) 

강준상: 그거야 차 교수 그 자식이 정형외과 의사를 무식한 칼잡이쯤 아니까 본 때를 보여주려고 나간 거고, 인마. 야, 잠잘 시간도 없 는 애들 닦달해서 그렇게 읽은 척 앉아 있으면 마음의 양식이 푹푹 쌓인다냐? (들고 있던 책으로 우양우를 때린다) 푹푹 쌓여? 푹푹? 

레지던트 1: (웃음을 꾹 참는다.) 

우양우: 아이, 저라도 참석해야 우리 수한이 독서 습관이 길러지니까. 

강준상: (들고 있던 책으로 턱에 대고) 넌 어떻게 날이 갈수록 내 마누라를 닮아 가냐? 

(휴대폰 진동이 울린다. ‘수창이 형’) 어, 형! (뒤 돌아나간다.) 

우양우: (뒤에 있던 레지던트에게 우씨 하고 강준상을 향해 웃으며 인사한다. 

강준상이 나가자 얼굴을 굳히고 들고 있던 책을 레지던 트에게 던진다.) 


S#11 주남대 기획조정실장실 / 낮 

강준상: 어, 형 

박수창: (일어나 강준상과 같이 앉는다.) 어. 앉어. 앉어. 

강준상: 아, 아니, 뭔데 그래? 뭔데 전화로는 말 못한다는 거야? 

박수창: 새로 오픈하는 센터, 이름 정해졌다. (강준상이 관심을 보인다) ‘척추 관절 센터’ (강준상 웃는다.) 야! 관절 척추 센터로 밀고 나갔으면 너 헤게모니 못 잡아. 척추 관절 센터로 정해졌으니까 이 주남대 최고의 척추 전문의 강준상이 센터장 자리를 노릴 수 있는 거지. 그래야 네가 또 내 뒤를 이어서 이 방 차지할 테고. 

강준상: 내가 기조실장이 돼야 형이 병원장 되는데 이롭단 말은 왜 안하슈? 

박수창: 고맙다는 말 죽어도 안 하지? 강준상: 흐흐흐흐. 술 한잔 할까? 

박수창: 싫다, 이 자식아. (자리에서 일어난다.) 

강준상: 아이, 왜 그래? 풍원으로 예약해 놓을게. 

박수창: 싫어~~ 

강준상: 아이고, 튕기기는. 아유. 

박수창: 히히히. 


S#12 박수창 집 / 낮 

박수창이 자신의 총을 꺼내 콧노래를 부르며 닦고 있다. 

이명주: (얼굴에 팩을 붙이고 걸어온다.) 하여튼 취미도 참. 당신은 나 없이는 살아도 총 없이는 못 살지? 아침마다 애인 보듯이 찾으 러 가고 저녁마다 반납하고. 아휴. 나 같으면 귀찮아서라도 못 하겠다. 

박수창: (열심히 총을 닦으며) 수렵 철이잖아. 이 겨울 잠깐 할 수 있는 재미를 당신이 어떻게 알겠어? 그나저나 왠만하면 좀 도와주지 그래? 준상이 처가 당신 떠받든 게 뭐, 어디 하루 이틀이야? 

이명주: 그렇다고 내 아들 사생활을 오픈해? 

박수창: 사생활? 

이명주: 자료 넘기는 즉시 예서 엄마 그 꼼꼼한 성격에 샅샅이 훝을 텐데, 눈치라도 채봐

이명주: 약하기는? 약한 애가 혼자 배낭여행을 가? 것도 한 달씩이나? 치. 


S#13 박수창 집 영재 방 / 낮 

영재가 자신의 배낭에 옷을 넣고 있다. 책도 넣고 가방을 닫는다. 책상서랍에서 태블릿을 꺼내 한참을 바라보다 비밀번호 옵션을 눌러 비밀번호를 제거한다. 그리고 다시 원래 있던 맨 아래쪽 서랍에 넣으려 하다 멈추고 제일 첫번째 서랍에 넣는다. 


S#14 강준상 집 다이닝 룸/ 밤 

진진희: 분명히 말 못할 비밀이 있는 거야. 설마 영재 합격, 뻥친 거 아니야? 

한서진: 발표하는 날 같이 확인했잖아. 

진진희: 아, 그럼 도대체 이유가 뭐야? 안 줄 이유가 없잖아, 이유가. 

한서진: 자긴 어떨거 같애? 만약 누가 수한이 대입 자소서를 대신... 덕분에 수한이가 대학에 합격했다면? 

진진희: (들던 와인잔을 내려놓으며) 아~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지? 차 교수가 손봤네, 손봤어. 애들 독후감도 첨삭해 댔는데, 자소서 를 안 봤겠어? 명주 언니가 차 교수를 내버려 뒀겠냐고? 명주 언니 설마 차 교수네 넘기고 공개 안 다 어쩐다 쇼한 거 아니야? 

한서진: (손을 저으며) 아니야, 아니야. 그럴 사람은 아니야. 차 교수 은공을 저버릴 수도 없고, 언니랑 단짝인 날 배신할 수도 없고. 그 래서 그냥 공개하지 말자, 명주 언니답게 그렇게 결론 내린 거겠지. 

진진희: 그래서 포기할 거야? 

한서진: 내가? 

진진희: (미소 짓는다.) 


S#15 차민혁 집 오븐 알림 소리가 들리자 노승혜가 빵을 꺼낸다. 

차민혁: 관두겠다고? (노승혜가 오븐 문을 닫는다) 예서 엄마도 관둘 것 같아? 

노승혜: 영재 엄마가 안 주겠다는 데 뭘 더 어쩌겠어요, 예서 엄마가? 

차민혁: 제발 치밀하게, 적극적으로. 열렬히 어필할 수 없어? (노승혜는 말 없이 빵을 자른다.) 예서 엄마 모르게만 접근하면 우리한테 넘기고 말 거라니까, 100%! 

노승혜: 무슨 근거로 그렇게 확신을 해요? 

차민혁: 옴파로스를 만든 게 누구야? 지난 2년 ,한 달에 한 번씩 꼬박꼬박 이 스카이 캐슬 입주민들의 가족 독서 토론 모임을 만들고 주도해 온 사람이 누구냐고? (노승혜 말 없이 우유를 따른다.) 영재 생기부 독서 리스트에 꼬박꼬박 내가 읽힌 책 제목이 실렸어. 

노승혜: 애들 간식 갖다 줘야 돼요. 차민혁: 서울대 자소서 4번 문항! (고함치자 노승혜 놀라서 들었던 쟁반을 내려놓는다.) 고등학교 재학 중 감명 깊게 읽은 책 3권도 내 가 다! 

노승혜: 당신! 영재 자소서 대신? (놀란 듯 말을 끝까지 다 하지 못한다) 

차민혁: 그러니까 간식 나부랭이 챙길 생각 말고 부디 제발… (한숨쉰다) 자기 밥그릇 좀 뺏기지 말라고. (화가 나서 뒤 돌아 나가고 노 승혜도 놀란다.) 


S#16 스카이 캐슬 길 거리 / 낮 한서진이 태블릿을 들고 당당하게 이명주의 집으로 향해 걸어간다. 한서진과 노승혜가 걸어가다 서로를 보고 발견하고 놀란다. 노승 혜는 한서진이 들고 있는 태블릿을 발견하고 한서진은 노승혜가 들고 있는 머니북을 바라본다. 서로 먼저랄 것도 없이 서둘러 이명주 의 집으로 향한다. 


S#17 박수창 집 밖 / 낮 

이명주: (배낭을 메고 나가는 영재에게) 아들! 아들! (황급히 계단을 내려온다.) 너 엄마도 오늘 여행 가잖아. 두 달이나 못 볼 텐데. 인 사도 않고 가? 

영재: 아니, 주무시는 것 같아서요. 

이명주: 아이. (두 팔을 벌린다.) 우리 아들. (영재를 끌어 안고 머리를 쓰다듬는다.) 잘 갔다 와. 응? 도착하면 꼭 전화하고. 

영재: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갈게요. 

한서진: (가쁜 숨을 쉬며) 영재 여행가는 구나? (서둘러 걸어온다. 그 뒤로 노승혜가 빨리 뒤따라온다.) 

영재: 안녕하세요. 

한서진: 어. 잘 갔다 와. 

노승혜: (가쁜 숨을 쉬며) 그래. 

이명주: 아, 왠일이야, 이 새벽에? 

한서진: 드릴 게 있어서요.


S#18 박수창 집 거실 

이명주: (한서진이 가져온 태블릿을 보며) 웬 거야? 

한서진: 아, 크루즈 안에서는 와이파이도 느리고 로밍 서비스도 받을 수 없다고 하더라구요. 언니 여행하시다 혹 심심하실까 봐 좋아 하실 만한 영화랑 음악 좀 담아 봤어요. 

이명주: 아휴. 못 말려, 정말. 자꾸 이러면 내가 미안하잖아. 

한서진: 헤헤. 

노승혜: 저도 .. 이거. (가지고 온 머니 북을 내민다.) 

이명주: 뭐야, 이거. (열어본다.) 이거 머니 북이잖아? 

노승혜: 팁 주실 때 쓰시라고요. 날짜가 빠듯하셔서 미처 준비하시지 못하셨을 거 같아서요. 

이명주: 자기들 정말 이럴래? 

한서진: 언니! 한 사람만 주기 뭐하면 간단한 리스트만이라도. 

노승혜: 그래요. 그렇게만이라도 안 될까요? 

이명주: (정색하고 받은 머니 북을 테이블에 올려놓는다) 미안해. 포트폴리오는 안 돼. (한서진이 심호흡을 한다.) 대신에 우리 영재 합격시킨 비결 알려 줄게. 

한서진&노승혜: 비결요? 

이명주: 어차피 합격이 목표잖아. 포트폴리오보다 더 확실한 방법일 거야. 

한서진: 그게 뭔데요? 

이명주: 자기들 주거래 은행 어디야? 

노승혜: 네? 

이명주: 나 자기들 어느 은행 거래하는지 모르거든? 대답해 봐. 운명에 맡겨보자고. 

한서진&노승혜: (서로 눈치를 본다.) 

한서진: 한남은행요. 

노승혜: 서동은행인데요 

이명주: 흠. (서랍에서 VIP 티켓을꺼내며 한서진에게 건넨다) 역시 자기가 복이 많네. 

한서진: (어리둥절해 하며 건넨 티켓을 받는다.) 

노승혜: (역시 무언지 알지 못한다는 표정이다.) 


S#19 강준상 집 한서진 드레스 룸 / 낮 

한서진이 거울 앞에 서서 옷 매무새를 확인한다. 이명주에게 받은 골드 티켓을 보며 미소를 띄고 나간다. 


S#20 한남은행 앞 한남은행 앞 검은색 고급 차들이 줄지어 들어온다. 

이명주(E):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은행에서 VVIP들에게만 초대장을 보내. (한서진이 고급차에서 내린다.) 물론 겉으로야 투자 설명회 이지만 사실은 은행 최고의 VVIP들과 (한서진을 비롯하여 내린 여자들이 은행 직원 안내를 받고 내부로 들어간다.) 베테랑 입시 코디 네이터들을 극비리에 연결시켜 주는 아주 은밀한 자리지. (은행 직원이 한서진을 안내한다) 내 아이와 딱 맞는 입시 코디를 만나기만 하면 합격률 100%. 

은행 직원: 안녕하십니까? 초대권 확인해 드리겠습니다. 

한서진: 네. (초대권을 꺼내 직원에게 내민다.) 한서진이 내민 초대장을 직원이 스캔하니 단말기에 고객 정보가 고스란히 보여진다. 

‘VVIP 고객 / 성명: 한서진/ 성별: 여/ 생년월일: 76.11.17 / 학력: 대졸/직업: 가정주부/ 가족관계: 배우자 강준상(VVIP 고객) 2녀 (강예서/강예빈)/ 특이사항: 이명주 VVIP 고객 양도’ 한서진 사진 하단에 ‘INVITED’라는 스탬프가 찍혀있다. 

문이 열리고 한서진이 들어가자 문에 서 있던 직원들이 일제히 인사한다. 

직원: (한서진의 초대권을 확인하며) 자리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B-03번 가운데 자리 입니다. (자리 위치를 손으로 안내한다.) 

한서진: (자리를 확인하고 걸어간다.) 

노승혜: 다 적었어요. (자기가 적은 파일을 직원에게 건네준다.) 

한서진 (목소리): 저 여자가 여기를 어떻게? 초대장은 분명히 나만 받았는데? 

노승혜: (한서진을 보고 웃으며 가볍게 목인사를 한다.)

노승혜: (커피 잔을 들고 한서진 쪽을 바라본다.) 

진행자: 아직 서류를 작성하지 못하신 사모님들께서는 

‘한서진이 적고 있는 서류 내용: 강예빈, 생년월일: 02.10.29, 중학교 내신성적: 1학기 중간 93.6, 1학기 기말: 97.5, 2학기 중간: 91.5, 2학기 기말: 98.9, 2학년 1학기 중간:95.6, 1학기 기말: 94.7, 2학년 2학기중간: 97, 2학기 기말: 91.2… 공인영어성적: TOEIC: 980, TEPS: 910, 경시대회 수상실력, 원하는학교/학과: 부모님 서울대/의대, 본인 서울대/의대, 장래희망을 포함한 하단은 빈 칸’ 

진행자: 서둘러 주시기 바랍니다. (한서진이 서둘러 서류의 칸을 채워나가고 있다) 


Flashback: 차민혁 학교 강의실 / 낮 

노승혜: (차민혁이 건네 준 VVIP 초대장을 들고 놀라서) 이걸 어떻게? 

차민혁: 그런 고급 정보를 알고도 가만히 있을 수 있어? 이 차민혁 인맥이란 인맥은 총동원해서 겨우 얻어낸거야. 

노승혜: 하. 

차민혁: 영재 코디, 반드시 잡아 와. 

노승혜: 코디요? 

차민혁: (시계를 보며) 설명할 시간 없으니까 무조건 빠짐없이 문자 해. 

노승혜: 아! (무얼 말하는지 묻고 싶어한다.) 

차민혁: 실시간으로 상황 보고하라고. 

Cut to: 프리젠테이션이 시작되었다. 

진행자: (화면에 사람 그림자가 보여진다.) 기호 1번 코디네이터입니다. 

노승혜(목소리): (차민혁에게 문자를 보내며) 이제 곧 시작해요. 1번부터. 

진행자: 극상위권 학생들만 가르치는 대치동 최고의 수학 학원 톱에서 KMO, IMO(자막: KMO: 한국수학올림피아드, IMO: 국제수 학올림피아드) 입상자를 최다 배출 하신 강사 출신이십니다. 지난 10년간 SKY를 목표로 한 학생들을 주로 컨설팅해 왔는데요, 의뢰 하신 고객 대비 성공률 94%! 엄마들: 와~ (탄성) 괜찮다. 

노승혜: (입모양) 94%. (차민혁에서 ‘고객대비성공률 94%’라고 문자 보내고 있다.) 

진행자: SKY는 말할 것도 없고 서울 소재 9개 의과 대학에 무려 271명을 합격시킨 분입니다. 

엄마들: (웅성거린다.) 

성규 모: 271명? 그럼 해마다 27명은 합격시켰다는 말이네요? 

진행자: 지방 의대까지 합치면 매년 약 60명의 합격자를 내신 분입니다. 

엄마들: 60명이면. 와~ (웅성거린다) 

노승혜: (엄마들의 반응을 바라본다.) Flashback: 박수창 집 

이명주: 몇 명을 보냈는지는 하등 중요하지 않아. 내 자식을 100프로 합격시킬 능력이 있는지, 그게 중요한 거지. 

한서진: 그걸 어떻게 알아요? 

이명주: 우리 영재 코디는 서울대 입학사정관 출신이었어. 

한서진: 오~ 학종에 최적이었겠네요. 

이명주: 게다가 함께 일하는 파트너들이 아주 출중해. 

한서진: 파트너라뇨? 

이명주: 학종도 뭐니뭐니 내신이 좋아야 하잖아. (한서진 고개를 끄덕인다.) 일단 코디를 맡으면 그 아이가 다니는 학교 선생들의 시험 출제 방식을 연구해 온 내신 전문 강사진들로 팀을 짜. 

한서진: 내신 전문 강사도 있어요? 

이명주: 아주 족집게 귀신들이야. 중간, 기말 전에 내주는 시험 문제 적중률 100프로. 

한서진: 허. (소름 돋는 다는 듯 몸을 감싼다.) 

이명주: 솔직히 우리 애들이 몰라서 틀려? 실수를 잡아주는 거지. (한서진은 그저 입만 벌리고 있다.) 의대 진학에 맞는 자율 동아리도 기획해 주고 봉사 활동도 설계해 줘. 뭐, 물론 각종 교내 대회에서 수상할 수 있도록 판도 짜주지. 학생회장 선거는 뭐, 말할 것도 없고. 

한서진: (감격하며) 언니. 

이명주: 게다가 3년 내내 아이 학업 스트레스까지 관리해 줘. 파트너 중에 청소년 심리 상담가까지 있거든.


엄마들: 와아. (웅성거린다) 100%로래. 대단한데? 

진행자: 지난 8년간 서울 의대만 16명을 합격시켰습니다. 

엄마1: 100퍼센트면 뭐해? 1년에 겨우 2명 뿐인데. 

엄마들: (웅성거린다) 그러네요, 100%라고 해도 두 명이면… 

한서진: (자신있는 표정으로 앉아 있다.) 

노승혜: (문자) 1년에 겨우 두명뿐인셈. 

Flashback: 박수창 집 

이명주: 1년에 두 명 이상은 코디하지 않아. 뭐, 덕분에 비용이야 엄청나지만. 그 코디가 맡은 아이들은 100%. 

한서진: 자신 있다 이거죠? 

이명주: 장담하더라구. 불합격했을 때는100% 전액 환불하겠다고. 

한서진: (감탄하며 식탁을 짚는다) 어후. 그 코디 너무너무 마음에 들어요, 언니. 

이명주: 자기 맘에 들면 뭐 해? 코디 마음에 들어야지. 

한서진: 네? 허. 그게 무슨. 

이명주: 후훗. (잔을 잘그락 집어 들며) 그건 직접 겪어 봐. 

진행자: 자 그럼 지금부터 코디를 선택하시겠습니다. 각 테이블에 올려진 봉투를 열어 보시면 코디 번호를 기입할 수 있는 난이 있는 데요, 원하시는 코디 번호를 기입해 주시고. 

노승혜: (문자 목소리) 지금 제출해야 한대요. (진행자가 계속 설명을 이어간다) 1번으로 할까요? (휴대폰을 내려놓는다.) 

진행자: 신중한 결정 부탁드립니다. 

한서진: (손으로 가리고 ‘7’이라고 적는다.) 여기요! (적은 봉투를 직원이 들고 온 통에 넣는다.) 

노승혜: (적지 못하고 답변을 기다린다.) (문자 목소리) 여보 빨리요, 빨리. 빨리요, 여보. 

진행자: 다 제출하셨습니까? 

노승혜: 아니요. 아직. (진행자를 비롯 앉아 있던 엄마들이 노승혜를 바라본다.) 

한서진: (살짝 웃어보인다.) 

진행자: 코디를 선택하신 사모님들께서는 저희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 룸으로 이동해 주시기 바랍니다. 앉아 있던 여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이동하고 있다. 한서진은 일어나서 어쩔 줄 몰라하는 노승혜를 보며 기분 좋은 듯한 웃음을 짓고 방을 나간다. 

노승혜: (초조한 얼굴로 종이를 잡고 있다 서둘러 번호를 쓰고 일어난다.) 여기요~ (승혜가 적은 종이를 직원에게 건네주려고 할 찰라 에 차민혁에게서 문자가 도착한다. 승혜 뒤를 돌아 문자를 얼른 확인한다.) 


S#21 코디를 기다리는 다른 공간 / 낮 

성규 모: (손가락과 귀에 화려한 반지와 귀걸이를 착용하고 있다) 제 시누이 남편이 예일대 로스쿨 교수인데 미국에서도 투자 은행에 서 종종 이런 행사가 열린다고 하더라구요. 

엄마 1: 고객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한 거죠? 오죽하면 내가 이거 하나 믿고 빌딩 한 채 값을 은행에 묶어뒀겠어요? (성규 모와 같이 웃는다.) 

그나저나 우리 셋뿐이면 좋겠는데? (옆에 앉아 있는 한서진을 바라본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앉아 있던 엄마 셋이 일제히 문 쪽을 바라본다. 노승혜가 당당하게 걸어 들어온다. 

한서진의 휴대폰 진동 이 울리자 한서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고 노승혜는 한서진 옆자리에 앉는다. 한서진: (다른 공간으로 와서 작은 목소리로) 응, 예서야, 엄마! 

O.L: 스카이 캐슬 집 앞 

예서: (울먹이는 듯한 목소리로) 엄마~~나 일등했대, 일등! (목소리 바꾸어 폴짝폴짝 뛰며) 수석입학! 내가 입학식 때 선서할 거래! 

한서진: 정말? (순간 커진 목소리를 줄이며) 정말 수석 입학이래? 

노승혜: (한서진의 목소리를 듣고 놀란다.) 

한서진: 어휴, 아, 우리 딸 진짜 훌륭하다, 훌륭해. 아빠한테도 말씀드렸어? 네가 해. 엄마 지금 코디 만나러 왔잖아. 

O.L: 스카이 캐슬 집 앞 

예서: 참, 어떻게 됐어? 

O.L: 스카이 캐슬 집 앞 

예서: 엄마! 나 이러다 전국 수석하면 어떡하지? 수능 만점 맞으면 할머니 콧대 팍 꺾이시겠지? 

서준: (자전거 타고 가다) 어어어어어.(갑자기 멈추어 선다.) 

예서: 엄마 끊어. 

한서진: (작은 목소리로) 어. (전화를 끊고 기특한듯 휴대폰을 바라보며) 어휴. 


S#22 스카이 캐슬 집 앞 

예서: 야! 놀랬잖아. 

기준: 야! 비켜, 비켜, 비켜, 아, 야! 야! (역시 자전거를 타고 예서에게 돌진한다.) 

예서: (한심하게 서준, 기준을 바라보며)야, 쌍둥이. 니들 소식 들었지? 그래서 심통 부리는 거지? 

기준: 야, 이게 진짜 돌았나? 

서준: 아이, 기준아. (고개를 가로 젖는다.) 

예서: (잘난척 하듯 머리를 뒤로 넘기며) 당근 내가 수석 했다는 게 배 아프겠지. (기준에게 다가가며) 근데 암만 그래도 이따위로 행동 하면 안 되지 않니? 

기준: 어휴, 재수없어. 아! 나와! (가버린다.) 

예서: 하, 재수없… 재수없… 야! 차기준! (소리지르며 따라가려한다.) 

서준: (예서를 붙잡으며) 예서야! 일등 축하해! 

예서: 흥! 저 싸가지한테 전해. (서준은 예서를 피해 얼른 집 안으로 들어간다.) 내가 앞으로 쭉~~ 재수 없게 1등만 할 거라고. (기준 을 위 아래로 훑어보더니 안으로 들어간다. 집 안으로 들어와서는 고개를 좌우로 까딱까딱하며 소리를 낸다. 그 모습을 기준이 미소 지으며 바라본다.) 


S#23 한남은행 복도 

김주영이 손에 파일을 들고 복도를 걸어간다. 김주영이 문 앞에 도착하자 대기하던 직원이 문을 열어준다. 안에 기다리던 엄마들이 일 제히 김주영을 바라본다. 직원은 서둘러 문을 닫고 문 앞에 ‘한남은행 VVIP 초청 투자설명회가 진행중입니다. 관계자 외 출입금지’ 푯 말을 세운다. 


S#21_1 코디를 기다리는 다른 공간 / 낮 

김주영이 파일 4개를 테이블에 올려 놓고 뒷짐을 진 채로 딱딱하게 인사한다. 

김주영: 인사드리겠습니다. 김주영이라고 합니다. 

엄마들: 안녕하세요. 

김주영: 여기 계신 네 분이 절 선택하셨지만 저는 일 년에 두 명의 아이만 코디하기 때문에 네 분 중에 두 분은 탈락하실 겁니다. (첫번 째 파일을 들어 열어본다.) 질문 드리겠습니다. 성규 어머님? 

성규 모: 네, 코디님. 

김주영: 성규 어머니는 워킹 맘이시네요? 

성규 모: 일을 하긴 하지만 제 사무실을 갖고 있는 변리사거든요. 그래서 시간을 제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 학교 행사 나 엄마들 모임은 단 한 번도 빠진 적이 없습니다. 

김주영: (보고 있던 파일을 닫으며) 워킹 맘의 아이들은 상위권을 유지할 순 있어도 극상위권은 꾸준히 유지하기 힘들다는 말 들어 보 셨을 겁니다. 입시는 수험생과 수험생에게 올인하는 어머니와 저. 세 사람의 3인 4각 게임이거든요. 

성규 모: 흐음. (한숨쉰다.) 

김주영: (다음 기준과 서준이의 파일을 본다.) 

노승혜: 불문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지만 첫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논문 준비는 접었어요. 남편과 함께 집에서 아이들을 가르 치기 시작했어요. 덕분에 큰딸은 하버드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있고요, 쌍둥이들도.. 

김주영: (노승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파일을 큰 소리로 닫는다.) 사교육 없이 두 분이 직접 가르치셨단 말씀이십니까? 

노승혜: (말을 더듬으며) 더러.. 학원을 보내긴 했지만 수학, 영어, 독서 지도는 남편이 담당했고요, 저는 체험 학습을 위주로 아이들의 견문을 넓혀 주려고 노력했어요. 

김주영: 어머니! 제가 애들을 코디하게 되면 아버님께선 아이들의 학습 지도에는 손을 떼시고 전적으로 저에게 맡기셔야 합니다. 가능 하시겠습니까? 

노승혜: (바로 대답을 하지 못한다.) 

김주영: (새로운 파일을 열어본다.) 

한서진: 결혼 전에 잠깐 교사 생활을 했지만 아이가 생기면서 관뒀어요. 한국의 교육 과정은 아이들 옆에 학습을 도와주는 엄마가 항 상 붙어 있다는 전제하에 운영되고 있단 생각이 들었거든요

김주영: 집중력과 성취욕이 뛰어난 아이군요. (한서진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그런 성향이야 상위권 아이들이 갖고 있는 공통적인 특성이죠. 

한서진: 다섯 살 때 제 아빠랑 오목을 둬서 진 적이 있었어요. 학력고사 전국 1등인 아빠를 이겨 보겠다고 사흘 밤낮을 먹지도 않고 씨 름하더니 결국 제 아빠를 두 손 두 발 다 들게 한 아이예요. 그렇게 승부욕이 뛰어난 아이죠. 

김주영: 아이의 남다른 능력을 일찌감치 파악하셨네요? 

한서진: 제 딸을 성공한 아이로 키워 내는 것이 제겐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일이니까요. (노승혜가 슬쩍 한서진을 바라본다.) 

김주영: (말 없이 한서진을 기분 좋은 얼굴로 바라본다. 잠시 후 파일을 닫고 한서진에게 천천히 다가가 손을 내민다.) 잘 부탁드립니 다, 어머님. 

한서진: (얼른 일어나 김주영의 손을 잡는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김주영: 자 이제 성규 어머니와 서준이 어머니는 이 방을 나가 주시겠습니까? 

노승혜: (당황해하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김주영과 한서진이 서로 자신에 찬 얼굴을 하며 바라본다. 


S#24 우양우 집 우수한 방 / 밤 진진희가 우수한이 쓴 이기적 유전자 독후감을 읽고 있다. 

진진희: (모니터에 적힌 수한의 독후감을 읽고 있다) '부럽다? 난 세상에서 우리 집 커피 잔이 제일 부럽다! 가만히만 있어도 엄마가 오냐오냐 애지중지해 주니까. (수한이 민망한 듯 앉아 있다) 나한테는 맨날 공부해라, 학원 가라 잔소리만 해대는데. 

(수한을 바라본 다. 수한이 진희의 눈길을 피한다.) 학원도 안 다니고 공부 안 해도 사랑받는 커피 잔. (들고 있던 커피 잔을 바라본다.) 커피 잔은 정말 이기적 유전자를 갖고 있나 보다. 차라리 커피 잔으로 태어날걸. 끝; 

(수한이 자리를 피하려고 서서히 움직인다.) 끝! 끝? 

(수한이 놀래 바라본다.) 이, 씨. 

(커피잔을 내려놓고 주먹을 들며) 확! 너 이리와! 

(수한이 도망간다.) 너 이리 안 와? 

수한: 태어나서 죄송합니다. 

진진희: 태어나서 죄송? 말이야, 방귀야? 우수한? 너 거기 안 서, 우수한? 


S#25 우양우 집 계단, 복도 / 우수한이 진진희를 피해 도망치며 계단을 내려온다. 

진진희: 우수한! 야, 너 거기 서. 커피 잔이 부러워, 커피 잔이? 어? 

우수한: (도망치다 진진희가 아끼는 커피잔 장식장과 부딪친다.) 

진진희: (흔들리는 장식장을 보며 사색이 되어) 아이고, 조심해! 

우수한: (순간 놀라서 멈칫 하나 다시 도망가기 시작한다) 

진진희: (다시 우수한을 뒤쫓으며)이놈의 새끼! 일로 와! 


S#26 우양우 집 밖 / 밤 스케이트 보드를 들고 수한을 찾아오는 예빈이의 귀에도 진진희의 목소리(일로 와! 이놈의 새끼!)가 들린다. 예빈 서둘러 계단 밑으로 몸을 피한다. 수한이 진진희를 피해 집 밖으로 나온다. 수한 도망치다 예빈이 살짝 내민 스케이트 보드를 발견한다. 수한 몸을 숙여 예 빈이 피해 있는 차고로 숨어 들어간다. 곧바로 진진희가 따라 나온다. 

진진희: 우수한! 이 놈의 새끼? (수한이 자신의 신을 챙겨 얼른 숨는다.) 어디 갔어? 어머. 

(개가 짖는소리가 들리고 멋쩍어지자 옷을 다시 걸치고 안으로 들어간다.) 


S#27 차고 안 / 밤 예빈: 이번엔 또 뭐냐? 

수한: 독후감! 아, 사실대로 썼거든? 

예빈: 헐! 진짜 썼냐? 커피 잔이 부럽다고? 

수한: (한숨쉬며) 울 엄만 커피 잔 깨지면 엄청 울걸? 내가 없어지면 꿈쩍도 안 하고. (예빈 옆으로 다가간다.) 예빈아, 우리 가출할래? 

예빈: 아, 웬 가출? 

수한: 너도 맨날 하고 싶댔잖아? 그니까. 

예빈: 그렇기야 하지. 세상에서 젤 븅 같은 동네인데. 

수한: 할래? 야, 하자! 나 돈도 있어. (주머니를 뒤진다.) 

예빈: 아이고, 븅. 돈만 있으면 되는 줄 알어? 14살 짜리 둘이 가출하려면 20살짜리 보호자 한 명은 있어야 돼. 어? 그래야 여관방이 든 찜질방이든 들어간다고.

예빈: (수한의 얼굴을 자세히 훑어보며) 너 내 따까리 할래? 

수한: 응? 

예빈: 하면 알려 주고. 

수한: (고개를 끄덕이며) 어. 할게. 하라는 대로 다 할게. 다 


S#28 강준상 본가 / 낮 

윤 여사: 애비도 알고 있니? 

한서진: (긴장한 듯 꼿꼿하게 서서) 애비 성격 잘 아시잖아요? 보나 마나 못 하게 할 게... 

윤 여사: 애비도 모르게 그런 거액을 달라는 말이냐, 지금? 

한서진: 어머니! 저 어머니 소원 꼭 들어드리고 싶어요. 

윤 여사: (일어나며) 애초에 포기한 일이다. 

한서진: (무릎 꿇으며) 아니요. 할수 있어요. 3대째 의사 가문 우리 예서가 만들면 돼요. 우리 예서 수학 경시대회에서 대상 받은 날, 어머니도 기뻐하셨잖아요. (윤 여사도 잠시 주춤한다) 어머니! 예서 고등학교 수석 입학 했어요. 이번만 도와주시면 우리 예서 서울의 대 보낼 수 있어요, 어머니. 

윤 여사: (잠시 생각하는 듯 하다) 그 선생이라는 여자는 틀림없는게냐? 

한서진: 애비 선배 박수창 교수 와이프가 추천한 선생이예요. 그 집 아들을 삼 년간 코디해서 서울 의대 보냈고요. 

윤 여사: 오늘 중으로 보내마. 

한서진: 감사합니다, 어머니. 

윤 여사: 내가 널 며느리로 인정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알아듣겠니? 

한서진: 네. (가는 윤 여사 뒤로 간절하게) 꼭 합격시킬께요. 꼭이요. (문 닫히는 소리가 들린다.) 한서진이 강준상 본가에서 걸어 나온다. 차의 문을 열고 뒤를 돈다. 

한서진: 어머니 두고 보세요. 당신 아들보다 백 배, 천 배 더 잘난 딸로 키워낼 테니까. (미소 짓는다.) 


S#29 김주영 사무실 / 낮 

김주영: 확실해? 

조선생: 네, 대표님. (들고 있던 서류를 전해준다.)이게 그 아이 자료입니다. 

김주영: 알았어. 나가 봐. (조선생 인사하고 나간다. 김주영은 자신의 사무실 자리로 돌아가 휴대폰을 들고 한서진에게 전화한다.) 

O.L: 운전하고 있는 한서진 

한서진: 어머! 선생님! 어 안그래도 전화 드리려던 참인데. 계약금 어제 다 보내드렸고요, 오늘 중으로 나머지는 다 보내 드릴게요. 

김주영: (황우주 서류를 들고 있다.) 예서가 신아고 수석 입학이라고 하셨죠? 

O.L: 한서진: (웃으며) 예. 그렇다네요. 

김주영: 황우주란 아이와 공동 수석입니다, 어머니. 이 아이 대전에서 아주 변두리 중학교 출신이네요. 이런 교육 환경에서 자란 아이 가 예서랑 동점이라면 이 아이 능력이 더 우수하다고 보는 게 타당하겠죠? 


S#30 길 가 / 낮 한서진이 운전하던 차를 길 가쪽으로 옮긴 후 차를 멈춘다. 

김주영: (전화 목소리) 일단 우주 어머니 핸드폰 번호 쏴 드릴게요. 친하게 지내시는 게 좋을 겁니다. 예서 같은 아이는 경쟁할 아이가 옆에 있으면 더욱 분발할 테니까요. 

한서진: (밝고 큰 목소리로 대답은 하지만 표정은 좋지 않다.) 예, 선생님,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고 불편해한다.) 

O.L: 사무실 김주영 황우주의 학생기록부 파일을 천천히 살펴본다. 한서진의 휴대폰 진동이 울리며 문자가 온 것을 알려준다. 한서진이 문자를 확인한다. 



S#31 대전 시장 / 낮 

이수임: (의심스러운 듯이) 에이. 색깔이 진한데? 이거 소 선지 확실해요? 

가게 주인: 우주 엄마 속였다 피똥 싸게? 소 피야, 소 피! 물 한 방울 안 탄 순수 혈! 이수임의 휴대폰이 울리자 주머니에서 꺼내 본다. 낯선 번호가 찍히자 거절 버튼을 눌러 전화를 끊는다. 

이수임: 한 통만 주세요. 같이 넣어서 끓일 소기름도 주시고요. 기름은 공짜죠? 

가게 주인: 알았어, 알았어. 어휴~ (못말린다는 듯이 대답한다.) 이수임의 전화 진동이 다시 울린다. 한서진에게 문자가 도착했다. 

한서진: (문자 목소리) 우주랑 같은 학교에 입학하게 된 강예서 엄마예요. 예서랑 우주가 공동수석이라는 건 아시죠? 차 한 잔 하고 싶 은데 시간 좀 내주시겠어요? 이수임은 곧바로 연락처 차단 버튼을 누른다. 그리고 가게 내의 다른 물건에 관심을 보인다. 


S#32 강준상 집 / 낮 

한서진이 전화기를 ‘이기적 유전자 책’ 위에 던져 놓는다. 한서진: 뭐야, 이 여자, 응? 문자 보낸 지가 언제인데. 

진진희: 워킹 맘 아니야? 

한서진: 아유.,워킹 맘이야 더 고분고분하지. 어떻게 해서라도 정보 좀 얻어 내려고 사근사근. 

진진희: 그건 그렇긴 하지. 그렇다면 전업주부란 얘기인데. (앉아서 책을 뒤적이고 있다 책을 덮고 딱 치며) 강적이네, 진짜. 

한서진: 아, 이렇게 이상한 여자는 처음이라니까? 도대체 어떤 여자야? 한서진의 휴대폰 진동이 울린다. ‘도훈맘’에게 전화가 걸려 온다. 

한서진: (이름을 확인하고 자리에 앉으며 반갑게 전화를 받는다.) 응, 도훈 엄마. 

도훈 모(목소리): 예서 팀 짰지? 도훈이도 끼워 줘. 같은 국제중 출신끼리 도우면서 살자, 좀? 응? 

한서진: 아이구. 안 짰다니까. 알잖아. KMO 준비하느라고 수2는 다 뗐고 국어야 독서 토론 하는 걸로 됐다는 데 내가 어떡해? 

진진희: (웃음을 참는다.) 

한서진: 토론? 아 그게~ 

진진희: (손가락을 가로 저으며 작은 목소리로) 안 돼, 안 돼, 안 돼! 

한서진: 그게 입주민들끼리 하는 거라. 어, 미안. 

진진희: 독서 토론 끼고 싶다지? 

한서진: 그럼, 다들 혹하지. 

진진희: 우리 수한이 친구 엄마들도 부러워 죽는다니까. 현지 로스쿨 교수가 지도한다 그럼 그냥~ 아유, 진짜 (시계를 보다) 어휴 어떡 해, 시간 됐다, 언니. 아, 어떡해, 우리 수한이 독후감도 못 썼는데~ (책을 들고 황급히 일어난다.) 


S#33 독서토론실 차민혁 교수가 책상 위에 올려진 ‘이기적 유전자’ 책을 바르게 놓고 있다. 

차민혁: 이번 달에 다들 좀 바쁘셨나요? 카페에 독후감이 4편 밖에 안 올라왔던데. 

우양우: 사실 독후감은 좀… 예빈이 늦게 들어와 합류한다. 

차민혁: 자, 그럼 누가 먼저 발표하실까요?(예서 바로 손을 든다.) 

예서: 저요! (한서진이 뿌듯하게 예서를 바라본다. 차민혁이 못마땅하게 서준이와 기준이를 바라보지만 그 둘은 눈을 피한다.) 

차민혁: (웃는 얼굴로) 예서님! 

예서: (일어나서 자신감 넘치게 영어로 이야기한다.) Organisms are nothing but robot vehicles, and it must stay as selfish to preserve their genes and pass them on to future generations. I actually....

<유기체는 그저 로봇에 불과하며 유전자 보존과 다음 세대를 위해 이기적인 태도로 존재해야만 합니다. 전 정말..>

(말을 하다 말고 주변 사람들의 표정을 바라본다) 전 정말 인간에 대 한 저자의 통찰력에 너무너무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항상 1등 아니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읽고 제 생각이 옳다는


입니다. 

한서진: (뿌듯한 듯 예서를 어루만진다.) 

차민혁: (만족하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얼굴을 굳히고 서준을 바라본다.) 

서준: 유전자가 이기적이라고 해서 인간도 이기적이라는 게 과연 맞는 말일까요? (예서와 차민혁이 한심한 표정을 짓는다.) 뭐,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려다 대신 죽는 사람도 있잖아요? 

예서: 죽을 걸 예측 했겠어요? 칭찬 받을 욕심이 앞섰겠죠. 

기준: 인간만이 유전자의 이기성을 극복하고 대항할 수 있다잖아요. 제가 볼 땐 이게 바로 이 책의 핵심인 것 같은데. 제대로 읽은 거 맞습니까? 

예서: 기준님이야 말로 이기적이라는 단어에 편견을 갖고 계신 거 아닙니까? 순수하게 이타적인 행위는 자연계 그 어디에서도. 

기준: 자연계는… 

차민혁: (예서와 기준의 말을 자르고) 중학교 다닐 때, 이원도라는 수학 선생이 있었는데요. 내 짝이 문제를 틀리면 짝꿍인 날 때려댔 습니다. 저 혼자만 잘 살겠다고 공부하는 이기적인 놈이라고 말이죠. 

Flashback: 교실 학생이 칠판에서 문제를 주저하며 풀지 못하자 선생님이 교탁을 두드리더니 시계를 푼다. 

선생님: 차민혁, 잡아! 빨리 잡아! 칠판을 잡고 있는 차민혁의 엉덩이를 세게 때린다. 

차민혁: (맞았던 장면을 떠올리며 끔찍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아~ 그날 이후 내가 과연 이기적인 인간인가? (기준이 머리를 긁적이자 노승혜가 기준의 손을 잡고 내린다.) 이게 화두였는데, 대학 시절 이 책을 읽으면서 해답을 찾았습니다. '이기적이다' 과연 무슨 뜻일 까요? 

예서: (차민혁의 말을 가로채며) 자신의 목적성에 가장 적합한 행동을 하는것입니다. 

기준: (입 모양으로) 뭐? 

차민혁: (대사를 뺏겨 당황하지만 곧 미소를 짓고) 네. 맞습니다. 네. 철저히 이기주의자가 되는 것! 그것이야 말로 진정한 이타주의자 가 되는 것입니다. (예서를 시작으로 앉아 있던 사람들이 박수를 치자 차민혁이 환하게 웃는다. 기준과 서준도 어쩔 수 없이 박수를 친 다.) 


S#34 차민혁 집 차민혁이 화난듯 집 문을 열고 들어온다. 방 안으로 서둘러 들어온 뒤 눈을 감고 잠시 숨을 고른 뒤 뒤를 돌아 아이들과 노승혜를 바라 본다. 차민혁: 뭐라고? 당신 뭐랬어 지금? (서준이와기준이 눈치를 본다.) 

노승혜: 리처드 도킨스가 과연 철저하게 이기주의자가 되라는 뜻으로 이 책을 썼을까 싶다고요. 

차민혁: 너희들은 올라가. (아이들이 머뭇거리가 노승혜가 고개를 끄덕인다. 아이들이 2층으로 올라간다.) 말같지 않은 소리 좀 하지 마. 지금 한가하게 그런 소리나 할 때야? 코디도 없이 서준이, 기준이 대학 보내야 돼. 수십억을 쏟아 붓는 자들과 경쟁해야 한다고. 

노승혜: 그렇다고 당신이 직접 애들을 코디 한다는 게 말이 돼여? 

차민혁: 내가 암만 열심히 한다고 해도 애들이 안 따라주면 도로아미타불이야. 오늘 예서 봤지? 그렇게 나와도 시원찮을 판에. 당신까 지 초를 쳐? 

노승혜: 기억 안나요? 당신이 애들 가르쳐 봤잖아요. 외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 

차민혁: 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 (고함을 친다.) 당신 아버지만 아니였어도 (노승혜에게 삿대질을 하며) 내가 이 꼴로.. (너무 분해하 다 말을 끝마치지 못하고 손을 내린다. 그대로 방으로 향하는 차민혁) 

노승혜: (긴장한 듯 자리에 그대로 서 있다.) 


S#35 스카이 캐슬 입구 / 낮 모범 택시가 캐슬 게이트 앞으로 다가온다. 게이트 담당자가 차 안에 타 있는 사람을 확인하고는 서둘러 게이트를 열어 택시를 안으로 들어가게 한다. 


S#36 스카이 캐슬 내부 / 낮 한서진과 진진희가 나란히 걷고 있다.

택시가 두 사람 앞을 지나간다. 

진진희: 아 좋다. (지나가는 택시를 본다.) 어? 택시? 어디로 가는거야? 

한서진: (박수창 집 앞에 서는 택시를 보고) 명주 언니네 가는 것 같은데? 

진진희: 올 사람이 없는데? 택시에서 택시 기사가 내리고 이명주가 내린다. 

한서진: 어? (놀라 진진희와 서로 바라본다.) 

한서진&진진희: 언니! 

이명주: (택시에서 내려 짐을 들고 자신을 부르는 한서진과 진진희를 바라본다.) 


S#37 박수창 집 / 낮 

이명주: (옷을 벗으며) 아휴. 힘들어. 힘들어. 노는 것도 진짜 아무나 하는 거 아니야. 세상에 어찌나 피곤한지. 

한서진: 그래도 오랜만에 포상휴가인데. (진진희를 툭 치며) 채 한달도 안 됐잖아요. 

진진희: 그러게. 

이명주: 아휴. 두 달 다 채우다간 아주 회까닥 돌겠더라니까? 하루 온종일 따따따따, 따따따따. 팔순 노인네가 힘도 좋아. 왠 수다를 그렇게 떠시는지. 

진진희: 아 그래도, 표 아깝다. 아, 도대체 어디 어디 안 가신 거예요? 

이명주: 아 그래도 뭐, 볼 건 다 봤어. 유럽은 몇 번 가 봤는데도 정말 새롭더라니까. 로마, 부다페스트, 프라하, 나폴리. 아 나폴리 야경 은 정말 판타스틱해, 끝내줘. 하하하. 

(잊었다 생각난 듯 손뼉을 친다) 아. 참. 자기들 선물 사 왔다. 잠깐만! 

(일어나 가방쪽으로 걸어 간다.) 잠깐만, 어 

진진희: 선물? 어머! 뭔데요, 언니? 

이명주: 아, 그냥 똑 같은 거 샀어. (가방에서 똑 같은 선물상자를 꺼내 한서진과 진진희에게 하나씩 건네준다.) 자~. 승혜 씨한테도 갖 다줘. 

진진희: (받은 상자를 한서진에게 기분 나쁘다는 듯 툭 던진다. 이명주가 다시 건네주자 반갑게 인사한다.) 고마워요, 언니. 풀어 볼께 요, 언니. 

이명주: 응. 

진진희: 뭐지? (선물을 풀기 시작한다.) 아유. 또 꼼꼼히 싸셨네. (상자 안에 있는 모자상을 본다.) 엄마! 어머 너무 이쁘다. 

한서진: 예쁘다. 오, 고마워요, 언니. 

이명주: 흐흐흐. 음. 저기. 우리 긴 얘기는 내일 할까? 나 우선 씻고 자야겠어. 

진진희: 아. 아, 네. 

한서진: 그래. 내일 브런치 할까요? 언니 좋아하시는 이태리 식당에서? 

이명주: 그래그래. 내가 내일 푸지게 쏠께. 

한서진&진진희: (웃는다.) 한서진: 갈게요, 그래, 언니, 쉬세요. 

이명주: 어, 가, 어, 어. (다들 일어난다.) 

진진희: 쉬세요. (선물 챙겨서 나온다.) 

이명주: 가! (웃으며 인사한다.) 

진진희: 예. 언니. 쉬세요. 한서진과 진진희가 다나가자 이명주의 얼굴이 울먹거리려고 한다. 


S#38 강준상 집 한서진이 이명주에게 받은 모자상을 가족 사진 옆에 올려 놓으며 기분 좋게 바라본다. 


S#39 박수창 집 / 눈 내리는 밤 박수창의 집의 불이 하나씩 꺼진다. 맨발의 이명주가 서서히 계단을 내려온다. 난간 위의 눈을 쓸며 서서히 잠옷 차림으로 정신없는 사람처럼 걸어가기 시작한다. 손에는 박수창의 총이 들려있다. 호수가에 다다르자 그 자리에 주저 앉는 명주. 총을 당겨 그대로발사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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