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퀸 1회
일본, 학수의 집 전경 (새벽) - 1970년대 중후반 -
멀리 바다가 보이는 산중턱에 그림처럼 자리 잡은 학수의 집.
별장같이 아름다운 외딴 집 정원에 차량 한 대만 서 있다.
그 위에 자막, < 일본 나가사키 현, 일본 석유공사 부속 사택 >
동, 거실 + 주방 (아침)
이사를 가는 듯 거실에 짐 꾸러미 놓여 있고, 학수가 보행기 앞에서,
돌 지난 두 살 딸 해주를 위로 던지며 어르고 있다.
주방에서 금희가 다섯 살 창희에게 과자를 주다가 보며 미소 짓는다.
그 옆에 끓고 있는 커피포트.
학수 (아이 어르며) 이 녀석, 아빠~ 해 보라니까? 유진아, 아빠~ 아빠~!
금희 (웃으며) 자주 들어와야 아빤 줄 알죠. 얼굴 다 잊었을 텐데... 무리예요.
학수 그래도 울진 않잖아? 이거 봐. 방금도 웃었어.
분명 나 아빠인 거 알고 있다니까. 유진아. 아~ 빠! 해 봐!
기출 (이층에서 짐 가방 들고 내려오며) 학수야. 서재 서류들은 어떡할까?
학수 (보고) 어. 그건 놔 둬. 오늘 밤에 내가 챙기면 돼.
금희 (기출 보며) 내일 짐꾼들 올 텐데 뭐 하러 고생해요? 미안하게..
기출 그래도 중요한 건 제가 챙겨야죠.
창희 아버지~ (하고 기출에게 가 안기면)
기출 (안으며) 아줌마가 또 과자 줬어? 저녁 못 먹으면 어떡할려고? (하는데)
E 전화벨 소리. 아이와 놀다가 멈칫 보는 학수. 금희 받으려는데,
학수 내가 받을게. (해주 보행기에 내려놓고 전화기 들며) 예. 윤학숩니다.
도현 (F) 학수야! 빨리 도망쳐!
학수 (멈칫 굳어지며) 도현이 형?
일본 안전가옥 일실 안 (아침)
어깨에 권총 케이스 띠를 매고 전화기 들고 있는 도현.
도현 일본 측에서 니가 탐사한 사실을 알아냈어!
지금 나이카쿠 요원들이 출동했어! 빨리 그 집에서 나와야 돼!
학수 집 거실 + 어느 집 일실 (아침)
굳은 얼굴로 전화기 들고 있는 학수. 도현과 동시 화면으로.
학수 어디로 가야 돼? 공항으로?
도현 출국도 금지 됐을 거야! 대사관도 믿을 수 없어! 우리 측 안가로 와!
아니, 내가 그 쪽으로 갈 게! 큰 길은 안 돼! 산길을 넘어와!
자료 들고 지금 당장! (하고 전화 끊으며 아웃 되면)
학수 (멍한 얼굴로 전화기 들고 있는데)
금희 왜 그래요, 여보?
학수 (전화 끊고는) 모두 잠깐만 여기 있어. 꼼짝 말고!
하고는 후다닥 이층으로 뛰어 올라가는 학수.
의아한 얼굴로 기출과 시선 교환하는 금희.
동, 이층 (아침)
뛰어 올라오는 학수. 일각의 벽에 걸려 있는 그림 하나를 치우면,
그 안에 보이는 금고. 학수 떨리는 손으로 다이얼 돌려 금고문을 연다.
안에 서류들이 쌓여 있다. 서류들 집어 던지고 맨 아래에서,
마이크로필름 하나를 꺼내는 학수. 품에 집어넣고 나가려다가 멈칫!
창밖을 본다. 그 시선에 바라클라바 (눈만 보이는 복면) 착용한,
열댓명의 괴한들이 정원을 가로 질러 오는 모습들이 보인다.
동, 정원 (낮)
바라클라바 착용하고 접근하는 괴한들 열댓명
자동차 앞으로 다가와 소음기 장착된 총으로 차바퀴를 쏘는 두목.
차바퀴 두 개가 내려앉고, 괴한들 별장 쪽으로 접근해간다.
동, 거실 + 주방 (낮)
이층에서 뛰어내려오는 학수.
학수 모두 지하실로 내려가! 빨리!
기출 학수야... 왜 그러는데?
학수 설명할 시간 없어! 서둘러! (하다가) 애들은?
금희, 멈칫 보면 주방에서 창희가 과자봉지 주우려고 하고,
그 앞에 보행기 탄 해주가 있다. 금희 달려가 해주를 꺼내려는데,
실수로 커피포트를 쓰러뜨린다. 뜨거운 물이 해주와 창희를 덮친다.
금희 어머! 어떡해!
자지러지게 우는 아이들. 학수와 기출도 놀라 달려온다.
쓰러진 포트에서 뜨거운 김이 솟아오르고, 해주의 목덜미 아래와
창희의 어깨가 벌겋게 데여 있다.
기출 창희야... (하고 안는데)
금희 미안해, 미안해, 유진아... 엄마가 정신이 없어서... 울지 마.
(계속 우는 아이를 안고 가, 싱크대의 물 트는데...)
학수 (잡으며) 여보! 나가야 한다니까!
금희 아이가 다쳤잖아요!
학수 그게 문제가 아니야! 여기 있으면 다 죽어!
금희, 놀라보는데 해주 빼앗으며 금희의 손 끌고 거실로 달려가는 학수.
학수 기출아! 빨리!
기출, 당황해 우는 창희 안고 학수 따라 간다.
일동 지하실로 가는 계단으로 사라지면, 현관문 고리가 흔들린다.
문이 잠겨 있자 소음기 총성들이 울리며, 문고리 위가 부서진다.
뒤이어 장갑 낀 손이 들어와 잠근 문을 연다. 들어오는 괴한들.
동, 이층 (낮)
올라오는 두목. 바닥에 뒹구는 서류들 들어보다가 던지고,
열려진 금고문을 본다. 그 안 들여다보는데..
괴한1 (밑에서 뛰어 올라와, 일어) 지하실입니다!
지하실에서 밖으로 통하는 문이 있습니다!
두목 (돌아보며, 일어) 쫓아가! 반드시 잡아야 돼!
산길 일각 (낮)
우는 해주와 창희를 안은 채 달려오는 학수와 기출. 따라오는 금희.
일순 뒤쪽 돌아보고 멈추며 안고 있는 해주를 금희에게 내미는 학수.
학수 안 되겠어, 여보... 기출이하고 먼저 이 산등성일 넘어가.
도현이 형이 올 거야.
금희 안 돼요! 우리끼린 못 가요! 무슨 일인지 설명부터 해 봐요!
학수 (금희 어깨 붙잡으며) 여보, 제발 내 말 들어. 당신 날 믿잖아?
금희 (보고 말 못하면)
학수 우리 꼭 다시 만날 거야. 그때가 되면 설명해 줄게. 사랑해, 여보...
하는데 피융! 소리와 함께 총알이 날아와 학수의 귓전을 스치며,
바위에 가 부서진다. 놀라 보는 일동.
학수 어서 가! 빨리!
금희 여보...
학수 (떠밀며) 어서 가라니까! 유진이까지 죽일 거야!
그 말에 놀라 물러나는 금희. 기출이 창희를 안은 채 금희를 잡아끈다.
돌아보며 해주 안고 도망치는 금희. 학수 안타깝게 보다가 고개 돌리면,
괴한들이 쫓아오는 모습이 보인다. 금희가 간 쪽으로 도망치는 학수.
야산 일각 (낮)
달려오는 괴한들. 바위 뒤를 도는 순간! 그대로 괴한1을 덮치는 학수.
괴한1을 때려눕히고 괴한2에게 덤비는데, 뒤에서 괴한3이 목을 친다.
쓰러지는 학수. 신음소리 내며 고개 드는데, 앞에 두목이 서 있다.
두목 (총 겨누며, 일어) 자료 어디 있나?
야산 아래 산 길 (낮)
우는 아이들을 안고 구르다시피 야산을 내려오는 금희와 기출.
두 사람 산길에 내려서자마자, 차량 두 대가 끼익! 다가와 선다.
총 들고 내리는 요원들. 금희, 본능적으로 해주를 꼭 안는데...
도현 (E) 금희야!
금희, 멈칫 보면 도현이 뒤차에서 내린다.
금희 도현씨! 그이가, 그이가 뒤에 남았어요! 이상한 사람들이 총을 쏘고...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도현 차에 타!
차 문을 열고 아이 안은 금희를 태우는 도현. 우는 창희까지 태우는데..
금희 안 돼요! 그 이 만나고 가야 되요!
도현 애들이 너무 위험하잖아? 내가 책임지고 데려갈게!
금희, 보고 말 못하는데 차를 두드리는 도현. 금희를 태운 차 출발한다.
도현 (기출 보며) 어느 쪽이야?
야산 일각 (낮)
학수를 후려치는 괴한1. 나가떨어지는 학수. 피투성이다.
그런 학수를 마구 때리고 걷어차는 괴한들... 학수 뒹굴며 신음하는데,
두목 (학수에게 총 겨누며, 일어) 마지막으로 묻겠다. 자료 어디 있나?
학수 이 악문 채 노려보고, 두목, 방아쇠를 잡은 손가락에 힘을 준다.
학수 눈을 질끈 감는데, E 울리는 총성. 학수 눈 뜨면 자신이 무사하다.
뒤로 물러나는 두목. 학수 고개 돌려 보면, 총 겨누고 있는 요원들 사이,
도현이 총을 하늘로 치켜들고 있다. 얼굴 밝아지는 학수.
도현 (일어) 총 버리고 모두 엎드려! (다시 하늘로 총 쏘며) 어서!
그 말에 두목, 총 버리고 엎드린다. 나머지 괴한들도 모두 엎드리고,
요원들 다가와 그들의 등에 총 겨눈다. 다가오는 도현과 기출.
학수 (일어나며) 형..
도현 학수야!
두 사람, 왈칵 껴안는다. 껴안은 채 말없이 학수의 등을 두드리는 도현.
학수 (떨어지며) 집사람하고 애들은... 괜찮아?
도현 괜찮아. 우리 쪽 안가로 이동 중이야. 그보다 자료는?
학수 기출이가 가지고 있어.
도현 (멈칫 돌아보면)
기출 (품에서 마이크로필름 꺼내며) 지하실에서 학수가 줬어요.
도현 (다시 학수 보면)
학수 저 친구들 목적은 날 테니까... 형이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 했어.
하는데, E 울리는 총성! 눈 커지는 학수. 아랫배 보면 피가 새어 나온다.
도현 보는 학수. 도현의 총에 연기가 피어오른다.
학수 (믿을 수 없는 눈빛으로) 형이... 형이... 왜?
대꾸 없이 다시 총 쏘는 도현. 그대로 피를 뿜으며 쓰러지는 학수.
기출, 그 모습 보고 눈이 휘둥그레지는데, 그 앞으로 다가가는 도현.
기출 왜... 왜 이래요, 형?
대꾸 없이 기출의 손에서 마이크로필름을 뺏는 도현.
기출에게 총 겨누면, 털썩 주저앉는 기출.
기출 사... 살려줘요! 살려줘요! 형!
도현 (냉소 머금고, 기출의 이마에 총 겨누는데)
기출 왜 이러는지 모르지만... 제발 살려줘요. 저 아직 아들이 어려요...
우리 애를 봐서라도, 도현이 형... 살려줘요.
도현 (표정 변화 없이 권총 노리쇠 당기면)
기출 전 아무것도 못 봤어요! 평생 입 다물게요!
살려만 주면 형이 하라는 건 뭐든지 다 할 게요. 제발.... 형... 살려줘요.
(하며, 연신 머리 조아린다)
차가운 미소 머금는 도현. 권총을 기출 이마에서 내리는가 싶더니,
그대로 기출의 허벅지를 쏘아 버린다. 처절한 비명 지르는 기출.
그 모습 보다가 고개 돌려 엎드려 있는 괴한들 보는 도현.
도현 뭣들 하고 있어?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
괴한들 (일어나 복면들 벗으면)
도현 다음 작전 실행 해. 이 일은 일본내각조사실의 소행이야. 절대 잊지 마.
고개 숙이는 괴한들. 죽은 학수 힐끗 보는 도현. 학수의 시신 위로.
뉴스앵커 (E)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석유공학자 윤학수 박사가,
일본 나가사키 현 자택 부근에서, 괴한들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습니다.
국립묘지 일각 (낮)
부슬비가 오고 있고, 정부부처에서 보낸 화환들이 즐비한 가운데,
제단에 학수의 사진이 놓여 있다. 상복을 입고 오열하고 있는 금희.
도열해 있는 정부관계자들 사이에, 해군 장교복을 입은 정우,
어린 해주를 안고 울고 있다. 사람들 틈에 기출 보인다. 그 모습들 위로,
뉴스앵커 (이어서, E) 윤박사는 한 달 전 일본 정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중단된,
한일 7광구 공동개발의 우리 측 책임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고인이 무엇 때문에 누구에게 살해되었는지 각종 설이 난무하는 가운데,
우리 외교부는 이 사건에 대해 일본 정부에 엄중한 항의와 함께,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였습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아직까지,
아무런 입장 발표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금희, 제단에 헌화하고 돌아오다가 쓰러질 듯 휘청대는데,
부축하는 손... 도현이다. 그 도현의 가슴을 마구 때리며 우는 금희.
기출, 그 모습 보다가 정우가 안고 있는 해주를 바라본다.
울산, 야외 일각 (낮- 몇 달 후)
어린 창희를 안고 있는 도현. 그 앞에서 기출이 와들와들 떨고 있다.
도현 살려만 주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했지?
기출 예... 근데, 뭐... 뭘 원하시는 건지?
도현 사람은 말이야. 의지할 데가 없으면 내미는 어깨에 기대는 법이지.
(옆의 나뭇가지 하나를 떼어내며) 근데 여자들이란 그렇더군.
때로는 남편보다 자식이 더 살아갈 희망이 되더라고.
기출 (무슨 소린지 몰라보는데)
도현 희망이 모두 부서진다면... 좀 달라지지 않을까?
(하며 톡! 나뭇가지를 부러뜨린다)
기출 (!!)
도현 (창희 얼굴 툭툭 건드리며) 이 녀석 이름이 창희라고 했지?
자넬 많이 닮았어. 어디 다치지 않고 무사히 잘 커야 할 텐데...
기출 (말 못하고 침 삼키는데서)
울산, 학수 집 전경 (밤)
비 뿌리는 가운데, 번쩍 번개가 치고 천둥이 울린다.
동 안방 (밤)
아기 침대에 노란색 뜨개 옷을 입은 어린 해주가 잠들어 있다.
들어오는 기출. 해주 얼굴 바라보다가 결심한 듯, 옆의 이불을 든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이불을 해주 얼굴로 가져가는 기출 얼굴에서.
사찰 법당 안 (밤)
학수의 사진과 위패 앞에서 절하고 있는 금희.
머리에 상장이 꽂혀 있고, 얼굴과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혀있다.
그리움이 묻은 간절한 눈으로 학수의 사진을 보는 금희.
국도 + 달리는 트럭 안 (밤)
빗물을 따라 와이퍼가 빠르게 움직인다. 운전하고 있는 기출.
고개 돌려 옆자리 보면, 이불 속에 해주가 잠들어 있다.
그 모습 위에 다시 번개와 천둥이 친다. 그 위로..
홍철 (E) 뭣이라고라?
해남, 어느 여관방 안 (밤)
이불에 싸여 잠들어 있는 해주를 보다가 기출 바라보는 홍철.
홍철 시방 이 아그를 나한티 맡기겠다는 거다냐?
기출 예. 부탁합니다. 천병장님..
홍철 누구 아인디 그러능겨? 니 애여?
기출 아무 것도 묻지 마시고 천병장님 딸 삼아서 잘 키워 주세요.
홍철 (기 막혀) 어이. 박상병, 너 머리 총 맞았다냐?
이유도 묻지 말고 딸을 삼아야? 너 우리 마누라 몰르냐?
내 머리털 다 뽑혀 대머리 되면 너가 책임질 거당가? (하는데)
가방에서 두툼한 서류봉투 하나를 꺼내 내려놓는 기출.
봉투 안에서 만원권 다발이 삐죽 튀어 나온다.
기출 이 정도면, 천병장님 고생 해결되지 않겠습니까?
말 못하고 돈 봉투 보고 침 꿀꺽 삼키는 홍철.
고개 돌려 해주 바라본다. 세상모르고 잠들어 있는 해주 얼굴에서.
해남 홍철 집 앞 (아침)
이불에 싸인 해주를 안고 있는 홍철.
차마 집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망설이는데,
달순 (E) 아이고, 상태야! 왜 이러니?
홍철 (화들짝 놀라 본능적으로 담벼락 뒤로 숨는데)
달순이 칭얼대는 상태 (5세)를 업고 나온다.
달순 니 아버지가 와야 과자를 사주든, 장난감을 사주든 할 거 아냐?
상태야, 엄마가 비행기 태워 줄까?
(비행기 타는 시늉하며) 붕~ 붕~ 좋지?
홍철, 몸 숨긴 채 침 삼키는데, 갑자기 이불속의 해주가 운다.
당황한 홍철, 어쩔 줄 몰라 하는데, 울음소리에 다가오는 달순.
홍철. 황급히 몸 돌리는데,
달순 당신... 거기서 뭐 해?
홍철 (몸 돌리며 해죽 웃고) 여보... 달순아.
달순 (아이 보고) 이 애는 뭐야?
홍철 거시기...긍께 고것이... 거시기 해 부렀어야.
달순 (뭔 소린가 하고 보는데)
홍철 (갑자기 털썩 무릎 꿇으며)어따 모르겄다. 내 머리털 싹 뽑아부러!
얼굴 굳어지는 달순. 소리 내 우는 이불 속 해주 바라본다.
방파제 일각 (낮)
멍한 얼굴의 금희. 그 뒤에 도현이 서 있고,
기출이 금희 앞에 무릎 꿇고 있다. 기출 옆에 금희의 노모가 울고 있다.
방파제 너머 바다에 해경선이 떠 있고, 방파제 끝에는 경찰차가 보인다.
노모 아이고... 내가 죽일 년이다, 금희야. 이 사람한테 맡기는 게 아니었는데, 니 아버지 산소 가느라고 집을 비웠다... 아이고, 불쌍해서 어떡해?
기출 제 잘못입니다. 애가 하도 보채서 데리고 나왔는데...
아장 아장 걸어가는데... 파도가 덮쳐서 그만 손 쓸 사이도 없이...
죽을죄를 졌습니다... 죽을죄를 졌어요. (하며 머리 조아리고)
금희 (천천히 고개 젓는데)
경찰 (아이 신발 한 짝 들고 와) 계속 수색중입니다만, 찾은 건 이것뿐입니다. 파도가 워낙 심해서 애는 멀리 휩쓸려 간 것 같습니다.
금희 (신발 받고는) 거짓말 말아요. 아직 두 살 밖에 안 됐는데...
그런 말 말아요. 나한테 그 아이밖에 없단 말이에요. 찾아 줘요!
유진아! 유진아! (바다 쪽으로 가는데)
도현 (그런 금희를 붙잡는다)
금희 (몸부림치며) 안 돼! 유진아! 유진아! (하다 혼절한다)
그런 금희를 안는 도현... 일그러지며 보는 기출 얼굴에서.
국립묘지 일각 (낮)
폐인처럼 넋을 잃고 앉아있는 금희, 학수의 묘비를 바라보고 있다.
묘비에, “ 검은 진주를 찾던 젊음 잠들다. 윤학수”
새겨져 있고, 상석에는 꽃다발이 놓여 있다.
금희, 멍한 얼굴로 앞 씬의 아기 신발을 만지고 있는데,
그 뒤로 2살 된 인화를 안고 오는 도현. 옆에 일문(5세)이 따라온다.
도현 금희야.
금희 (돌아보지도 않고 멍하니 있고)
도현 이제 그만 기운 차려야지.
금희 ...
도현 학수... 데려가겠다는 약속 지키지 못해서 미안해. 하지만 금희야..
넌 남편을 잃었지만, 난 피를 나눈 형제보다 더 소중한 동생을 잃었어.
그 녀석 잃었을 때, 내 마음이 어땠는지 알아?
금희 ...
도현 차라리 내가 총을 맞았으면. 차라리 학수 대신 내가 죽었으면...
하지만 죽을 수가 없었어. 꿈을 이뤄야 하니까.
학수가 이루지 못한 꿈, 나라도 성공시켜야 하니까.
금희 (말 자르며) 듣고 싶지 않아요. 날 내버려 둬요, 제발!
하고 일어나다가, 그때서야 도현이 안고 있는 인화와 일문 발견한다.
금희 애들은 왜 데려왔어요?
도현 애들한테도 엄마가 필요해. 이런 말 할 자격 없지만...
유진이 대신에 이 아이들, 내 곁에서 키워주면 안 되겠어?
금희 당신... 어떻게... 죽은 애들 엄마한테 미안하지도 않아요?
도현 미안해. 하지만 그보다 너를 생각한 세월이 훨씬 더 아팠어. 알잖아?
금희 (그 말에 도현을 밀치고 가 버리는데)
도현 이 아이, 아직도 엄마라는 말도 할 줄 몰라. 엄마가 어떤 건지,
니가 가르쳐주면 안 되겠어?
대꾸 않고 걸어가는 금희. 가는데 아이 울음소리가 들린다.
금희 돌아보면, 도현에게 안긴 인화가 울고 있다.
눈물 글썽해서 보는 금희. 울고 있는 인화, 교차 되는데..
해남 바닷가 (낮)
파도가 밀려오고... 때 묻은 노란색 뜨개 옷을 입은 해주.
뜨개 옷, 가슴에 검은 색 배의 문양이 뜨게 질 되어있다.
홍철, 좀 떨어진 곳에서 그 모습 보고 있는데,
꼬질꼬질한 모습으로 혼자 앉아 장난감 배를 가지고 놀고 있는 해주.
천진난만해 보이는 그 얼굴에서... F. O
시골 국도 + 트럭 (새벽- F.I)
이삿짐 실은 트럭 한 대가 오고 있다. 그 위로, 자막 : <11년 후>
트럭, 가까워지면 노래 소리가 들린다. 트럭 안에는 기사가 운전하고,
그 옆에 만삭의 달순과 영주(5세), 상태(16세)가 끼어 자고 있다.
트럭 짐칸에 실려 있는 초라한 이삿짐들.
짐칸에 홍철과 해주(13세), 이불 같이 덮어 쓰고 노래 부르고 있다.
홍철/해주 (함께) 내 이름은 경상도 울산 큰 애기~ 상냥하고 복스런 울산 큰 애기.
서울 간 삼돌이가 편지를 보냈는데~ 서울에는 어여쁜 아가씨도 많지만
울산이라 큰 애기 제일 좋대나~ 나도야 삼돌이가 제일 좋더라.
(하며 노래 바락바락 부르는데)
달순 (열려진 창문 밖으로 버럭) 야! 이 기집애야! 입 닥치지 못해!
지금 뭐가 좋다고 노래가 쳐나와!
상태 (깨며 짜증) 아~ 씨. 엄니, 창문 닫으면 되겠구만 잠 쪼까 잡시다잉.
(하며 턱 밑의 침 닦는데)
홍철 (E) 어이! 아재! 차 좀 세워 보드라고!
국도 일각 (새벽)
트럭이 멈춰 서 있고, 홍철의 가족들 모두 내려 한 곳을 보고 있다.
해주는 아직 잠이 덜 깬 영주를 업고 있다.
그들 시선에 휘황하게 일렁이는 울산 공업단지의 불빛들.
해주 아부지, 쩌그가 울산이요?
홍철 그라제, 쩌그 불빛이 전부 다 돈이여.
해주 참말로 쩌기 가믄 개(새끼)도 만 원짜리를 물고 댕긴다는 소리가 맞어라?
홍철 그란당게. 그 머시냐? 서부극의 엘... 엘... 언넘이 돌아뿐졌는디...
해주야, 뭐다냐?
해주 엘도라도여.
홍철 그려. 쩌기가..
상태 근디, 아부지 후배도 부자가 맞다요?
홍철 글씨, 하도 오랜만이라서 잘은 모르겄다만... 부자겄제.
달순 당신 안면몰수하고 모른다 하면 어떡할 건데?
홍철 아, 그랄리는 없제. 군대서 나가 그놈 목숨을 구해 줬응께! (하는데)
기사 아따! 싸게 싸게 갑시다. 나 바쁘요!!
홍철 (멈칫 보고) 그려! 그랍시다,갑시다 가! 아야~ 가자~
일동 (트럭 쪽으로 가는데)
해주 (영주 업고 가다가 멈추며, 울산 야경 다시 바라본다) 엘도라도...
(미소 띠며 희망에 부푼 얼굴에서)
도현 집 앞 (낮)
놀란 얼굴로 저택을 바라보는 해주 가족들. 트럭은 한쪽에 세워져있다.
해주 (영주 업은 체) 엄니, 이것이 집이요? 아따..먼 성이구만...
달순 (침 삼키며 집 보다가 홍철 보며) 정말 당신 후배가 여기 사는 것 맞아?
집 잘못 찾아온 거 아냐?
홍철 (얼떨떨해) 그랑께, 주소는 여그가 맞는디.
하고 초인종 누른다. 일동 침 삼키며 보는데,
안에서 나오는 기출. 어리둥절한 얼굴로 홍철 가족 바라본다.
홍철 (보고는) 박상병... 박기출이 맞제?
기출 누구...? (하다가 눈 커지는데)
홍철 이 사람아, 나여! 못 알아보겄는가?
(군가 하는) 멋있는 사나이 많고 많지만 바로 내가 사나이 멋진 천병장! 나, 천홍철이랑께! (으하하! 웃으며 기출을 와락 얼싸 안는다)
멍해 있는 기출. 어느 순간, 해주를 본다. 웃으며 인사하는 해주.
기출, 갑자기 화들짝 놀라 홍철 품에서 놀라며 떨어진다.
홍철 알아 보겄능가?
기출 (해주 다시 한 번 보고는) 나 좀 봅시다. (황급히 홍철을 끌고 간다.)
달순 왜 저래?
상태 아부지, 혹시 저 아저씨한테도 돈 떼 묵어 부렀나?
일동, 그 뒷모습 보는데, 개구리 소리가 요란하다.
해주 아따... 여기도 개구락지가 있나 보네이.
영주 (업힌 체) 언니.. 개구리 잡아 줘.
해주 (멈칫 보는데서)
근처 일각 (낮)
홍철 끌고 오는 기출. 주변 둘러보고 홍철 노려본다.
기출 미친 거 아니요?
홍철 아따, 사람. 인사 한번 섭하구마잉. 오랜만에 만나갖고..
기출 나하고 한 약속 잊었어요!
내가 찾기 전에는 울산 바닥에 절대로 발 들이지 말라고 했잖아!!
홍철 이 사람아,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디, 약속도 거시기 할 때 됐제..
기출 뭐요?
홍철 쫌만 신세지세. 내가 사정이 좀 생겨부러서.
기출 택도 없는 소리 말고 해남으로 돌아가쇼!
홍철 아, 못 간다! 걱서 싸그리 망해부러갔고 야반도주 했다만은..나..돈 한푼
없다..
기출 (기막혀) 전 재산 털어 배 한 척 값을 줬는데... 그걸 다 말아먹었다구?
논가 일각 (낮)
살금살금 조심스럽게 걸어오는 해주. 그 시선에 커다란 개구리 한 마리.
해주, 조심스레 앉으며 손으로 덮치는데 폴짝 뛰어 도망치는 개구리.
해주 음마? 요것이 튀어부네? (하고 쫓아가는데)
그 뒤에 나무 막대기를 들고 풀숲을 뒤지는 상태. 영주가 뒤 따라온다.
어느 순간, 뭔가 발견한 듯 상태가 풀숲 바닥을 쿡쿡 찌르는데,
해주 (E) 잡았다! (개구리 들고) 영주야, 잡아부렀어! (하다가) 오빠, 뭐 한당가?
상태 요것이 벌집 같은디...
해주 벌집? (놀라)어메.. 어째야 쓰까! 건들지 말어야!
상태, 아랑곳 않고 막대기로 쑤시다가 갑자기 악! 비명 지르며,
입을 가린다. 벌에 입술을 쏘였다.
해주 (개구리 버리고 달려들며) 언능 도망쳐! 땅벌집이여! (상태 밀면)
상태, 놀라 도망치고 해주 밑바닥 보면,
발밑에서 땅벌들이 꾸물꾸물 올라온다. 눈 커지는 해주.
해주 (영주 손 붙잡으며) 영주야! 뛰어야!
영주 손잡고 뛰지만, 몇 발자국 못가 영주가 넘어진다.
해주, 영주를 안고 뛰는데 그 등 뒤에 노랗게 땅벌 떼가 붙는다.
그대로 영주를 품에 안고 엎드리는 해주. 닭소리를 크게 낸다.
근처 길 일각 (낮)
가방 맨 창희 (16세), 단어장 들고 외우며 오는데...
해주 (E) 꼬꼬댁! 꼭꼭! 꼬꼬댁! 꼭꼭!
창희, 멈칫 놀라 고개 돌려 보면, 해주가 엎드려 있는 모습이 보이고,
그 머리와 등에, 수만 마리의 땅벌 떼가 붙어 있다. 놀라는 창희.
가방과 단어장 던지고 윗도리 벗으며 달려간다.
논 일각 (낮)
영주를 보호하려고 웅크린 채 필사적으로 닭소리 내는 해주.
창희, 달려와 윗도리로 벌떼를 내쫒는다. 그러나 계속 달려드는 벌떼들.
창희, 두리번거리다가 옆의 수로에 버려진 양동이 발견하고,
수로의 물을 양동이로 떠 해주에게 퍼붓는다. 그때서야 벌 떼 사라지면,
여전히 닭소리 내는 해주.
창희 얘! 일어나 봐!
해주 (안 일어나려고 하며) 꼬꼬댁! 꼭꼭! 꼬꼬댁! 꼭꼭!
창희 이제 괜찮아! 일어나!
해주를 일으키면 품에 안고 있는 영주가 보인다. 울음 터뜨리는 영주.
해주 괜찮해. 괜찮해이. 영주야... 울지 마야. 언니 있응께.
영주 (울음 잦아들면)
해주 으디 안 쏘였지야?
영주 (고개 끄덕이는데)
창희 걔가 문제가 아니라, 니가 엄청 쏘였어. 괜찮아?
해주 (그제야 보고) 야... 고맙소.
창희 ... 닭소리는 왜 냈어?
해주 고것이... 벌이 닭을 무서워 하지라. 달구새끼가 벌을 쪼사 먹응께...
어이없는 듯 보고, 고개 돌리는 창희.
일각에 떨어져 겁에 질린 얼굴로, 입 가린 체 쭈뼛대고 있는 상태.
창희 너 아는 애야?
상태 (주춤거리며 다가와) 벌, 다 날라갔당가?
창희 애, 하마터면 죽을 뻔 했어. 옷 벗기고 벌침이라도 좀 뽑아 봐.
(하고 돌아서, 몇 발자국 걸어가는데)
상태 (E) 해주야! 해주야! 어째 이려!
창희, 멈칫 돌아보면 해주가 영주 안은 채 기절해 있다.
다시 울음 터뜨리는 영주. 상태는 겁에 질려 보고만 있다.
창희 (놀라 달려가 부축하며) 얘! 왜 그래? 정신 차려! 정신 차려봐!
도현 집 앞 (낮)
해주 업은 채 달려오는 창희. 그 뒤에 상태가 영주 업고 오고 있다.
창희 아버지!
트럭 앞에 서 있던 홍철과 기출, 달순이 쳐다본다. 다가오는 창희.
홍철 (놀라 보고) 해주야!
기출 (창희 보며) 어떻게 된 일이야?
창희 땅벌 집을 밟았어요.
홍철 뭣이여? (해주 받아 안으며) 해주야! 해주야! 워메 이거이 뭔일이여! (하
는데)
달순 (상태 보고) 상태야, 영주야! 니들도 쏘였니?
상태 (울상으로) 영주는 괜찮은디... 난 입술을 쏘였당께요. 아파 죽겄어라...
달순 어머나, 어떡해? (기출에게) 된장! 된장 없어요!
기출 집 거실 (낮)
기절해 누워 있는 해주. 그 머리와 얼굴에 된장을 바르는 홍철.
기출, 창희, 영주가 걱정스럽게 해주를 보고 있고,
달순은 상태의 입술에 된장 발라주고 있다.
상태 아! 아프당께요, 엄니!
달순 쫌만 참어. 된장을 발라야 벌침 독이 없어진다니까.. (하다가 해주 보며)
이 빌어먹을 년은, 뭔 지랄한다고 논바닥엘 쳐가서 이 꼴을 만들어!
홍철 아, 아픈 애한티 뭔 소리당가?
달순 (멈칫 보고) 내가 아프라고 했어? 내가 쐈냐!
저게 고새를 못 참고 싸돌아다니다가, 지 오빠까지 이렇게 만들었잖아!
홍철 (울컥 하려다 참고)칵! 그놈의 땅벌새끼들. 나가 확 다 꼬실러 잡아 묵어버릴겨..
하고 해주 보면, 끙끙거리며 신음소리 내는 해주.
그 모습을 착잡하게 보는 기출.
천지석유화학 전경 (낮)
도현 (E) 쓸 데 없는 소리 말고, 부지 매입 현황에 대해서 설명해 봐!
동, 회의실 (낮)
임원들 탁자 양 옆으로 도열해 앉아 있는 가운데,
도현이 중앙에서 대형 스크린을 보고 있다. 스크린 옆에 있는 임원1.
스크린에 지도가 나타난다. 노란 색칠 된 대부분의 땅이 보이고,
바다에 근접한 곳에 빨간색 땅들이 표시되어 있다.
임원1 현재 노란색칠 된 80퍼센트의 국유지는 저희가 매입을 끝냈습니다.
남은 곳은 빨간색이 보이는 곳인데, (화면에 표시 보이며) 이곳은 무허 가촌이고, 그 보다 넓은 가장 요충지인 이곳은 배 밭입니다. 이 배 밭은 과거, 석유학자 윤학수 박사가 농민들에게 무상으로 나눠 준 땅입니다.
도현 지금 땅 역사 듣자는 거야! 구입할 수 있다는 거야, 없다는 거야?
임원1 (고개 숙이며) 죄송합니다. 무허가촌은 철거를 하면 그만이지만,
배 밭은 사유지라, 매입에 상당한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 됩니다.
도현 그 문제는 내가 알아서 하지.
(임원들 보며) 모두 알다시피, 여기에 우리의 사운이 걸려 있어.
저곳에 조선소를 만들지 못한다면, 우리 미래는 없어! 모두 목숨을 걸어!
하고 일어나면, 우르르 따라 일어나는 임원들.
말없이 스크린 노려보는 도현 얼굴에서.
피겨 스케이트 장 (낮)
넓은 실내 스케이트장에 인화(13세)가 혼자 연기를 하고 있다.
역시 텅 빈 관람석에서 단 둘이 구경하고 있는 금희와 일문 (16세).
인화가 난이도 높은 기술을 선보일 때마다, 환하게 웃으며 박수친다.
수준급의 연기 펼치는 인화. 마지막 연기를 펼치자,
금희 일어나 박수치고, 인화 보며 숨 몰아쉬는데... 꽃다발이 떨어진다.
인화 멈칫 보면, 입구에서 도현이 서서 박수치고 있다.
인화 아빠~
꽃다발 주워 들고 도현에게 가는 인화. 환하게 웃는 도현.
인화 이런 법이 어딨어요? 처음부터 와서 보기로 했잖아!
도현 미안해요, 공주님... 너무 바빠서 조금 늦었어요.
인화 이게 쫌이에요? 이씨. 아빠한테 보여줄려고 연습했는데...
도현 아빤 본 거나 마찬가지야. 미안 해.
인화 (삐친 듯) 나 이제부턴 안 할 거예요. 힘들어 죽겠단 말야.
도현 알았어, 알았어... 취미로 하는 건데 무리하면 안 돼지.
아이구, 요 이쁜 녀석!
하고, 인화를 안아드는 도현. 싫지 않은 듯 배시시 웃는 인화.
인화 안은 채 관람석의 금희 보는 도현. 미소 짓는 금희 모습에서.
도현 집 앞 (낮)
트럭 서 있고 운전사 승질 난 듯 서 있는데, 해주 업고 나오는 홍철.
그 뒤로 달순과 상태, 영주, 기출, 창희가 따라 나온다.
홍철 (기출 보며) 참말로 너무하는구마이. 박상병... 애기가 이라고 아픈디,
이러는 법이 워딨당가?
기출 내가 말했잖아요? 이 집 우리 집 아니라고... 그러니까 제발 가요.
(트럭 운전사에게 다가가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만 원권들 내밀며)
아저씨, 이 사람들 데리고 어서 가세요.
트럭 (돈 받으며 홍철에게) 어쩔 것이요?
홍철 (기출 보며) 아야..진짜 섭하다.. 너하고 내가 이럴사이냐?? (하는데)
달순 아, 가라는데 왜 자꾸 들러붙어? (상태와 영주 보며) 애들아, 가자!
더럽고 치사하다. (침 탁 뱉고는 트럭 문 여는데)
홍철 거그 다 타블믄 으뜩하냐..해주가 이라고 아픈디.
달순 그럼 이 몸으로 내가 짐칸에 타? (상태와 영주에게) 뭐 해? 안 타고?
운전석 옆에 타는 상태와 영주, 달순... 홍철, 원망스럽게 기출을 보는데,
일순 안색 변하는 기출. 그 시선에 승용차 두 대가 오는 모습이 보인다.
기출 (트럭 기사에게) 빨리! 빨리 가세요!
기사, 트럭에 오르고, 해주는 홍철에게 업혀 짐칸에 다시 오른다.
트럭, 시동 거는데, 다가와 멎는 승용차 둘. 기사들 내려 문 열면,
내리는 도현과 금희, 일문, 인화... 홍철, 해주 안은 채, 도현을 보는데,
떠나는 트럭 보는 도현. 두 사람 짧게 시선 마주친다.
기출 오, 오셨습니까? 회장님...
도현 (트럭 보며) 뭐야, 저거?
기출 별 일 아닙니다. 아는 사람이 와서....
금희 (차갑게) 집안에 사람 들여 놨어요?
기출 아, 아닙니다.
금희 박집사님... 우리 얼굴 보는 거 서로 불편하지 않아요?
왜 내 앞에... (하다가 옆에 있는 창희 의식하고 입 다무는데)
기출 (굽실거리며) 죄송합니다. 주의 하겠습니다.
도현 들어가지. (일동 들어가면)
뒤에서 다시 굽실대는 기출. 그 모습 착잡하게 보는 창희.
국도 일각 1 (낮)
달리고 있는 트럭. 짐칸위에 해주가 홍철의 무릎을 베고 누워 있다.
일순 공터를 향해 휙! 트는 트럭. 멈춰 서면, 달순이 문 열고 내린다.
홍철 (달순 보며) 멋할라고 내려? 쉬 마련 것이여?
달순 쉬 같은 소리하네. 어디로 가는지 말을 해 줘야 될 거 아냐!
홍철 거시기... 해주, 병원부터 가야제.
달순 (기막혀) 병~원? 갈 돈은 있고?
홍철 ....
달순 참말로 속 편해서 좋네.. 마누라는 길바닥서 애 낳게 생긴 판인데,
고까짓 벌 쏘인 거 땜에 병~원? 그래! 잘 가세요!
나는 여기서 해산할 테니까. (하고는 길바닥에 드러눕는다)
홍철 (짐칸에서 내려)자네..으째 이러능가..그라믄 나는 어쩌라고..
달순 (누운 체) 그걸 왜 나한테 물으세요?
울산 오면 다 잘 된다고 대포 뻥뻥 쏜 당신이 알겠죠!
홍철 여보, 달순아...
달순 아, 몰라! 몰라! 나는 이 꼴로 죽어도 어디 못 가니까, 잘난 천홍철씨는 애들 데리고 빚쟁이들 버글버글한 해남으로 돌아가세요! (하는데)
기사 (빵~ 클랙숀 울리며 짜증) 아, 진짜! 갈라요. 안 갈라요!
달순 아, 안 간다니까!
기사, 내리더니 갑자기 짐칸의 짐을 마구 집어 던진다.
기사 염병! 차 값도 반으로 깎아놓고 하루 죙일 부려먹고 지랄이여!
상태 (내려서) 아저씨! 어째 남의 짐을 던진다요?
기사 (멈칫 보고) 이 자슥이. 어서 어린 놈이 어른한티? (머리통 때리는데)
달순 (보고 일어나) 아저씨! 왜 남의 귀한 자식을 때려? 아저씨가 뭔데!
기사 아니, 뭐 이런 것들이 다 있어, 참말로?
홍철 뭐? 이런 거엇? 이 느자구 없는 자식이 으따대고 것이여?
기사 뭣이여? 임마?
홍철 임마라니 임마!
두 사람 멱살을 잡는다, 순간 뒤에서 기사의 머리를 잡고 흔드는 달순.
기사 으메! 으메! 이거 뭐다냐! 이거 안 놔야? (하는데)
홍철이 기사에게 박치기를 한다. 나동그라지는 기사.
홍철, 씩씩대는데, 트럭 안에서 영주가 엉엉 울고,
해주, 언제 내려 왔는지 비틀거리며 서 있다.
손에 프라이팬을 들고 기사를 때릴 듯 하다가 풀썩 쓰러진다.
(점프)
붕~ 떠나는 트럭. 공터 먼지가 뽀얗게 날린다.
그 먼지를 고스란히 덮어쓰고 콜록 기침하는 해주 가족들.
옆에 짐들이 팽개쳐있고, 해주는 홍철에게 업혀 있다.
국도 일각 2 (밤)
걸어가고 있는 해주 가족들.
만삭의 배 내밀고 머리에 짐을 인 체, 영주의 손을 잡고 가는 달순.
상태는 양 손에 짐을 들고 간다. 목에 가방 맨 채, 해주 업고 가는 홍철.
지나는 차량 불빛이 보이자, 홍철 손들어 보이지만, 그냥 지나가는 차.
홍철 (낙담한 듯) 참말로 뭔 인심이 이란당가? (하는데)
영주 엄마... 다리 아파.
달순 (보고는 홍철에게) 아, 그년 좀 내려 놔! 영주 다리 아프다잖아!
홍철 으뜨케 내려놓겄냐.. 열이 펄펄 끓는디...
해주 (깨며 힘없이) 아부지... 나는 괜찮한께... 그만 내려줏쑈.
홍철 참말 괜찮겄냐?
해주 ... 야.
홍철, 내려놓는데, 해주 서려다가 어지러운 듯 주저앉는다.
홍철 (놀라) 해주야! (부축하며) 아직 안 되겄다.
달순 이년아! 엄살 좀 그만 부려! 호강하고 싶어 아주 지랄을 하네!
홍철 (화나) 이 사람이! 참말로! (하는데)
불빛 비추며 다가와 멎는 트럭.
일동, 보면 차창 문 열고 정우가 내다본다.
정우 옆에 중년이 운전대 잡고 있고, 정우는 수염이 텁수룩한 모습이다.
정우 무슨 일입니까?
홍철 (얼굴 밝아지는데서)
판잣집 마당 (이하 해주 집 - 밤)
마을에서 떨어진 다 쓰러져 가는 빈집이다.
달순과 상태, 영주... 지친 듯 마당의 낡은 평상에 앉아 있고,
홍철이 해주를 업고 있는데, 방 불이 켜지며 정우가 방에서 나온다.
정우 다행히 아직 전기가 안 끊겼네요. 이사 간지가 얼마 안 돼서...
홍철 이사를 갔다고라?
정우 예... 오늘은 여기서 쉬었다 가시죠. 애가 많이 아파 보이는데,
날 밝으면 병원 가보시고요.
홍철 (아이고), 참말로 고맙구만이라.
정우 (말없이 미소 짓는데서)
동, 안방 (밤)
아무렇게나 부려진 짐들 사이, 힘든 듯 벽에 기대 배 만지고 있는 달순.
해주와 영주가 이불 깔고 누워 있다. 물 대야에 담긴 수건을 짜는 홍철.
해주 머리를 짚어 보고 수건으로 찬물 찜질하는 홍철.
홍철 으째 열이 안내려가까?. (달순 보며) 된장 더 발라야 하는 거 아니여?
달순 아, 먹을 된장도 없는데, 거기 쳐 바를 것이 어딨어! (일어나는데)
홍철 힘들다믄서 으디 갈라고?
달순 해주만 쏘였냐! 상태도 쏘였지! (하고 나간다)
달순, 나가면 눈치 보고 일각의 보따리 하나 푸는 홍철.
안에 작은 된장 단지가 있다. 된장 퍼내 해주의 얼굴에 발라주는 홍철.
작게 신음하는 해주 얼굴에서 F.O,
초등학교 전경 (아침) F. I
동, 6학년 교실 안 (낮)
놀란 표정의 아이들, 담임 옆에 서 있는 해주를 보고 있다.
퉁퉁 부어 오른 해주의 얼굴. 언뜻 보면 외계인 같다.
해주 (자기 소개하는) 해남 땅끝에서 온 천해주입니다..
얼굴이 요란 것은 벌놈의 새끼가 쏘아 부러 요런 것인디요.
돈 주고도 못 맞는 봉침을 꽁짜로 수 천 대 맞아부렀응께,
대그박은 지금보다 엄청 똑똑해질 것이요.
암튼 잘 부탁 합니다이. (인사 꾸벅하면)
아이들 (큭큭 웃으며 박수 친다)
담임 다들 잘 해주고. (하고는) 가만있어 봐...빈자리가... (둘러보다가)
조금 당황하는 담임. 중간쯤에 인화가 혼자 앉아 있는 모습이 보인다.
담임 저... 인화야. 잠시만 얘하고 같이 앉을래? 책상 들어오면 옮겨줄게.
인화 (대꾸 없이 해주 보고)
담임 (해주에게) 저기 가 앉아.
해주 (인화 쪽으로 걸어가는데)
시녀1 (인상 팍 쓰며 옆의 시녀2에게) 이게 무슨 냄새야? 야! 너 똥 쌌니?
시녀2 방구도 안 꼈는데 무슨 똥을 싸?
시녀3 이거, 된장 냄새 아냐?
그 말에 하나 둘 해주를 쳐다보는 학생들.
해주, 인화 앞에 오다가 당황한다. 두 책상을 혼자 쓰는 인화.
책상 위에 하얀 레이스 깔려 있고, 의자도 하나뿐이다. 두리번거리다가, 교실 뒤에 있는 의자 발견하고, 들고 와 인화 옆에 앉는 해주.
해주, 자리에 앉자. 인화가 인상 찌푸리며 손으로 코를 막는다.
해주 (인화보고 웃으며)나 천해주여. 앞으로 잘 지내자이~ (하며 손 내미는데)
인화 (앞의 시녀3 보며) 야! 김숙자! 니가 얘랑 바꿔!
해주 (멈칫 보는데)
시녀3 (환히 웃으며) 진짜? (냉큼 일어나 해주 앞에 서며) 뭐 해? 저리 가!
해주 음마.으째 그란데? 선생님이 여기 앉으라고 했는디?
인화 (그 말에 담임 보면)
담임 그래. 바꿔라.
그 말에 시무룩해지며 일어나는 해주. 시녀3이 좋아라 하며 인화 옆에 앉는다. 앞으로 가다가 그런 인화를 돌아보는 해주 얼굴에서.
시간경과 (낮)
학생들 왁자지껄하며 도시락 통 정신없이 연다.
해주, 삼삼오오 모이는 아이들 보다가 일어선다.
뒤쪽으로 나가려다가 멈칫 보는 해주. 인화가 3단 도시락을 여는데,
화려하게 꽃 장식까지 된 반찬이 보인다.
해주 오메! 요것이 뭐다냐? (도시락에 얼굴 들이밀며) 먼 반찬이 이라고 이뿌
데? 꽃까지 있네이!
인화 (인상 찌푸리면)
시녀3 야! 해남! 너 세숫대야 저리 안 치워?
해주 (멈칫 보고) 구경도 모단다냐? 글고 내 이름은 해남이 아니라, 해주여!
시녀1 (일어나며) 뭐 이런 기집애가 다 있어?
해주 나가 머슬 으쨌다고?
시녀2 이 기집애가 진짜 죽고 싶어?
해주 (둘러싸는 시녀들 보고) 야들이 으째 기집애보고 기집애, 기집애 그른 대?..그러는 느그들은 머심아냐?
시녀1 우와! 이 촌것이 이게 겁 대가리 똥둣간에 두고 왔니!
해주 오메!밥묵는 시간에 똥 얘기하믄 못써!밥맛 떨어징게... (하는데)
인화가 도시락을 바닥에 던져 버린다. 놀라 보는 해주.
해주 오메 요것이 먼짓이여!
인화 니가 침 튀겼잖아?
해주 (멈칫) 침? 근다고 이 아까운 것을 버려부러? 너 정신이 으뜨케 되부렀
냐?
인화, 얼굴 굳어지는데, 쏟아진 밥과 반찬을 주워 담는 해주.
인화 냅 둬! 냅두란 말야!
해주 (아랑곳 않고 줍고)
인화 내가 냅두라고 했잖아? 야! 너 내 말 안 들려!
해주 (다 담고 일어나며) 너 이러믄 벌 받어. 아무리 철 없어도 그라제, 음식 을 이라고 버려불믄 지옥 가서 그거 다 먹어야 된당께.
하고 도시락 내미는데, 다짜고짜 해주의 뺨을 때리는 인화.
해주, 고개가 돌아갔다가 반사적으로 인화의 뺨을 때린다.
충격으로 뺨 감싼 체 보는 인화.
시녀들 허걱! 하며 “ 어머, 어머” 하고 입 가리는데,
인화 (믿기지 않는 듯) 너, 니가 날 때렸어? 어떻게 나를...
정말 날 때린 거야? 이 괴물 같은 게... 날 때린 거야?
해주 니가 먼저 때렸응께..글고.. 사람묵는 밥 버리는 것이 괴물이제 내가 으
째 괴물이여?
인화 너... 너... 내가 누군지 몰라?
해주 내가 너를 으뜨케 알것냐.. 이름도 말 안하고 다짜고짜 때리기만 했는디.
인화 (부들부들 떠는데)
시녀1 (뛰어나가며) 선생님! 선생님! (하고 나가면)
인화 (갑자기 울음 터뜨리는데서)
학교 공중전화 일각 (낮)
울며 전화 하고 있는 인화.
인화 엄마~ 나 어떤 애한테 맞았어!... 몰라! 무섭게 생긴 애가 전학 왔는데,
내 뺨을 막 때렸어! 아파 죽겠어. 엄마~ 나 무서워~
동, 교무실 (낮)
담임 앞에 서 있는 해주.
담임 너 깡패니? 전학생이 어떻게 첫날부터 이럴 수가 있어!
해주 지가 잘못한 것은 맞는디요... 그가시내도 잘못했어라. 지를 먼저 때렸응께요.
담임 너... 인화가 어떤 집 앤지 알기나 하니?
해주 모르는디요... 근디 고것이 뭔 상관이 있으께라?
담임 뭐?
해주 그 애기를 때렸응께, 벌을 주시면 달게 받을라요.
근디 그애기가 누구 집 애기인지 나하고는 벨 상관이 없는거 같은디요!
담임 (멈칫 할 말 없는 듯) 야! 너, 저기 가서 손들고 꿇어 앉아!
해주 인화 그가시내는 벌 안서고요? 같이 서게 해 줏쑈.
담임 얘가, 정말? 너 진짜 안 되겠구나? 너 당장 가서 엄마 모시고 와!
해주 (멈칫 보는)
담임 가서 모시고 오라니까!
해주 ... 벌 슬라요. (일각으로 가 꿇어앉아 손드는 얼굴에서)
학교 운동장 일각 (낮)
들어오는 승용차 한 대. 기사가 내려 문 열기도 전에,
금희 황급히 내려 건물로 뛰어 들어간다.
동, 교실 안 (낮)
들어오는 금희. 인화가 시녀들에게 둘러싸여 언제 그랬느냐는 듯,
깔깔 거리고 웃고 있다.
금희 인화야!
인화 (보고) 어? 엄마! (환히 웃으며) 왔어?
금희 (다가와 살피며) 괜찮니? 다친 데 없어?
인화 다치기는, 내가 왜?
금희 (얼떨떨해 보고) 너 때렸다는 애는... 어디 있니?
동, 교무실 (낮)
금희에게 연신 고개 숙이는 담임. 벌 서는 해주 보는 금희.
초라한 옷차림에 퉁퉁 부은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담임 정말 죄송합니다, 사모님... 얘가 막 전학 와서 뭘 모르고...
단단히 주의 시키겠습니다. (하는데)
들어오는 인화. 해주 힐끗 보고 혀 낼름 내민다.
담임 (해주 보며) 천해주! 손 내리고 인화한테 사과 해!
해주 (손 든 체 그대로 있고)
담임 얘가? 선생님 말 안 들려? 손 내리고 사과하라고 그랬잖아!
해주 (여전히 그대로 있고)
담임 (화나) 뭐 이런 얘가 있어? (옆의 회초리 들어 때리며) 사과 못해!
사과하란 말야! (하고 때리는데)
금희 그만 하세요! 무슨 짓이에요?
담임 (멈칫 보고) 아니, 사모님... 얘가..
금희 아이들끼리 다툴 수도 있죠. 그런 일로 얘를 그렇게 때리면 어떡해요?
담임 죄, 죄송합니다.
금희 얘 힘들겠어요. 벌 그만 세우세요.
담임 (할 수 없는 듯 해주에게) 너 사모님 때문에 용서하는 거야. 손 내려.
시무룩한 얼굴로 손 내리는 해주. 그 모습 보는 금희 얼굴에서.
E 수업종료 벨소리.
중학교 교실 안 (낮)
일어나서 인사하는 교복차림의 일문.
일문 차렷! 경례!
학생들 수고하셨습니다.
학생들, 왁자지껄 책 챙기는데, 사이 창희도 책을 챙긴다.
그 옆에서 책 챙기는 상태. 입술이 퉁퉁 부어 있다.
선생 일마들아! 아직 안 끝났다!
학생들 (조용해지며 보면)
선생 요번에 울산시에서 열리는 전국 수학경시대회 말이다.
우리 학교 대표로 박창희가 나간다. 이상!
일순, 멈칫 창희 노려보는 일문. 창희 담담히 책을 가방에 넣는데.
일문 선생님! 왜 창희 혼잡니까?
선생 (난감한 듯) 그기... 두 명 내보낼라 캤는데,
주최 측에서 전교 1등 만 보내라 카네.
일문 제가 나가도 상 받아 올 수 있다구요! 창희는 지난번에도 나갔잖아요?
선생 일문이 니는 또 기회가 안 있겠나. 다들 내일 보자. (피하듯 나가면)
상태 (창희에게) 워메... 너 전교 1등 한다냐? 겁나 신기하네요잉!
나는 1등하고는 첨 옆 자리 앉아 보는디...
창희 (대꾸 없이 일어나려는데)
일문 야! 박창희! 어딜 가? 청소 안 하고.
창희 (멈칫 보고) 내 당번 아니잖아.
일문 니 당번은 내가 정해. 왜? 불만 있냐?
창희 (말없이 보는데)
일문 자식이, 왜 쳐다 봐? 불만 있냐고!
상태 (눈치 보다가) 음마? 시험 보러 가는 것이 뭣이 좋다고 저런댜?
보고 찌푸려지는 일문. 일순 똘마니 1, 2, 3 이 동시에 일어난다.
상태의 책상을 걷어차는 똘마니1.
밀린 책상에 창희와 상태 같이 부딪치고, 상태 움찔한다.
똘마니1 야! 전학생! 나설 데 나서라. 응? 그 불어터진 입술, 박살나기 전에.
상태 (그 말에 움찔해 시선 피하는데)
똘마니2 어이! 박창희! 반장 말에 대답 안할 거야?
창희 ... 알았어. 청소하고 갈게,
똘마니2, 일문 보면, 일문 고개 가로 젓는다. 똘마니 2, 당황하는데,
똘마니1 자식아. 그게 아니지. 반장 말은 불만 있냐, 안 있냐 그걸 묻는 거잖아?
(창희 이마 손가락으로 툭툭 밀며) 너 똑똑한 놈이 그것도 모르냐?
창희 (이 악물며 주먹 부르르 떠는데)
강산 (E) 야아! 잠 좀 자자!
멈칫 보는 상태. 자신 뒷자리에서 아까부터 엎드려 자던 강산이,
부스스 일어나 똘마니들 앞으로 간다.
강산 (하품하며) 어이. 똘마니들! 니들 나한테 감정 있냐?
똘마니1 (갑자기 쪼그라들며) 아, 아냐.
강산 (볼펜으로 머리 톡톡 치며) 새꺄. 근데 왜 잠을 깨우냐고?
(책상 걷어차며) 책상은 왜 걷어차는데? 니 거냐?
똘마니1 미, 미안해.
강산 (다른 똘마니들 머리 볼펜으로 한 대씩 치고 ) 내가 자식들아,
딱! 키스하려는 찰나에, 고렇게 깨우면 니들 같으면 좋겠냐?
똘마니들 (고개 숙이는데)
강산 (일문 보며) 일문아. 교실은 좀 평화로워야 되지 않겠냐?
니가 임마, 반장이면 솔선수범해서 청소도 좀 하고... 그럼 좋잖아? 응?
일문 (쳐다보는데)
강산 왜? 불만 있냐?
일문 아냐... (시선 피하면)
다시 하품하며 자리에 앉는 강산.
책상 위 연습장에 전문가 수준의 배 설계도 그림이 그려져 있다.
강산, 그 위에 다시 엎드리려다가 이상한 듯 주위 두리번거린다.
강산 뭐야, 수업 끝났어? 쉐끼들아, 그럼 깨워야지!
아아~ 자식들. 진짜 맘에 안 드네! (연습장 가방에 넣고 황급히 나가면)
상태 (휘둥그레 보다가 창희에게 소리 죽여) 뭐다냐? 쟈가 이 학교 짱이다냐?
해풍 조선소 일각 (낮)
강산, 가방 삐딱하게 메고 걸어오는데,
대평 (E) 니, 다 배웠나!
강산, 멈칫 보면 높은 곳의 철판 위에 앉아 용접 하던 노인.
용접모 벗으면 대평이다.
강산 또 거기 계셨어요?
대평 여, 기들어온 거 보이끼네, 걸음마는 뗀 모양이제?
인자 불이 안 무섭더나!
강산 내가 언제 무서워했다고요? 걸음마 뗀 정도가 아니라,
할아버지 머리 위까지 날아간다니까요!
대평 오냐. 어데 보자.
(점프)
철판 두 조각과 용접모, 용접 장갑이 던져 진다.
강산에게 용접기 건네는 대평.
대평 해 보그라.
강산 아이~ 할아버지, 이런 건 재미없잖아요?
대평 니가 재미있는 건 뭐꼬?
강산 안 그래도 그걸 보여드리려고 했지요. (가방 안에서 근사한 배 모형 꺼 낸다) 짜잔! 이것이 뭔지 아시겠어요?
대평 (힐끔 보고) LNG 선이구마.
강산 빙고! 어때요? 실물하고 똑같죠? 잘 만들었죠? 대박이죠?
대평 (받아 보고는) 그럴 듯하네.
하고는 바닥에 놓고, 갑자기 망치로 모형 배를 깨부순다.
강산 (놀라) 할아버지! 뭐 하시는 거예요! 지금!
대평 내하고 한 약속 까 묵었나? 용접 몬하면 아무것도 몬한다 그랬제?
강산 아이 씨. 이게 얼마나 시간이 걸린 건데...
대평 아까버 죽겠제? 용접 알고, 도장 알고, 수리 할 줄 난 다음에사,
설계나 모형이데이. 기지도 몬하는 기 어데 날라꼬. (하고 가버린다)
강산 (울상으로 보는 얼굴에서)
야산 정상 일각 (낮)
시무룩한 얼굴로 마대 자루 하나 들고 올라오는 해주.
일각에 뒹구는 소주병 하나 주워 자루에 넣는다.
몸 일으키다가 일순 휘둥그레지는 해주. 그 시선에,
아래쪽에 조선소 전경과 그 앞 바다에 떠 있는 배들이 보인다.
해주 워메! 뭔 배가 저렇게 많당가!... 쩌그가 말로만 듣던 조선소구마이!
해주, 얼굴 환해지며 더 잘 보이는 쪽으로 가다가 멈칫 한다.
일각에 도현이 서서 조선소를 보고 있다. 돌아서는 도현.
해주와 짧게 시선 마주친다. 해주 저도 모르게 주춤 고개 숙이는데,
가 버리는 도현. 해주도 조선소로 다시 시선 돌리며 입 벌어진다.
해주 아따, 천해주! 횡재 해 부렀네! 기분이 거시기 했는디,
이런 구경을 다 하고야! 으메! 좋은 그! (환한 얼굴로 보는데서)
배 밭 일각 (낮)
다가와 멎는 도현의 자동차. 기사 내려 뒷문 열면, 도현이 내리고,
기출도 따라 내린다. 배 밭 바라보는 도현.
도현 이 배 밭을 자네가 책임져.
자네가 학수 친구라서 배 밭 주인들하고 친할 거 아냐?
기출 그건 그런데... 이 너머 무허가 촌 사람들은 어떡하죠?
도현 그건 나중에 밀어 버리면 돼. 말 그대로 무허가잖아?
기출 그래도 조금은 보상해주셔야 할 겁니다.
도현 보상?
기출 다들... 불쌍한 사람들입니다.
도현 (피식 웃고) 너 아직 정신 못 차렸군!
내가 이 일을 어떤 마음으로 하는지 몰라?
기출 (황급히 숙이며) 죄송합니다.
도현 한 동네 보상해주면 다른 데선 안 들고 일어날 거 같아?
하날 양보하면, 두 개를 내 놓으라고 하는 게 벌레 같은 인간들이야.
그런 자들은 아무 말 말고 밟아야 돼.
밟아도 그냥 밟지 말고 돌아서서 끽 소리도 못하도록 뭉개야 한단 말야!
기출 예..
도현 시간이 없어. 학수 죽고 십년이 넘었잖아. 많이 늦은 거야.
말없이 보는 기출. 굳은 얼굴로 배 밭 노려보는 도현.
도현 집 앞 (저녁)
다가와 멎는 도현의 차. 기사 내려 문 열면, 도현이 내리고,
앞좌석에서 내린 기출이 트렁크 열고 안에서 고급 박스 꺼내든다.
두 사람, 안으로 들어가면, 일각에서 모습 드러내는 정우.
착잡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동 정원 일각 (저녁)
걸어오는 도현. 기출이 박스 들고 따라가다가, 도현 집 앞에서 멈칫한다.
도현 (멈추고 보며) 뭐 하나? 안 들어가고..
기출 사모님이 싫어 하셔서, 집엔 못 들어가는데... (하는데)
인화 (E) 아빠~
도현, 보면 안에서 나오는 인화.
도현 (담뿍 미소 띠며) 우리 공주님, 아빠 마중 나오셨냐?
인화 녜~ (기출이 든 박스 보고) 저게 뭐에요? 선물이에요?
동, 거실 (저녁)
장식장에 청자를 넣는 도현. 시무룩하게 보는 인화. 옆에 일문이 있다.
인화 에이, 난 또~ 내 건 줄 알았지. 저딴 걸 뭐 하러 들고 와요?
도현 이 녀석아. 이게 자그만치 3천만원짜리 상감청자야.
인화 (피~ 하는데)
도현 (일문 보며) 일문이 너, 상감청자가 뭔지 알아?
일문 예... 고려시대 12세기 중반부터 13세초에 상감기법으로 만든 청잡니다.
청자에 음각 무늬를 새기고, 그 위에 자토나 백토를 발라 구운,
우리나라에서 가장 독창적인 도자깁니다.
도현 (미소) 제법이구나. (어깨 툭 치며) 이번 기말고사는 기대해도 되겠어.
(하고는) 근데, 니 엄마 어디 나가셨냐?
동, 안방 (저녁)
들어오는 도현. 방안은 비어 있다. 드레스 룸에서 새 나오는 불빛.
그 쪽으로 가는 도현, 보면... 금희가 아이의 돌 사진을 보고 있다.
도현 여기서 뭐해?
금희 (멈칫 보고) 어머! 언제 왔어요?
도현 (다가가) 오늘이 그 아이 생일인가.
금희 (고개 끄덕인다)
도현 (돌 사진 보며) 아직도 못 잊겠어?
금희 .....
도현 여보. 벌써 10년이 넘었어. 이제 마음에서 내려 놔.
금희 그래야죠. (사진 놓고 미소 띠며) 미안해요. 오는 줄도 모르고... (하는데)
도현 (뒤에서 부드럽게 안으며) 그 아이도 하늘나라에서 행복할 거야.
이젠 정말 잊어버려.
금희 (말없이 슬픈 얼굴로 사진 보는데서)
야외 일각 (밤)
쓰레기통 뒤지는 해주. 안에서 빈 소주병을 꺼낸다.
마대에 집어넣고 다시 살피는 해주. 꽤 주운 듯 마대자루가 묵직하다.
고물상 (밤)
저울에 무게 달아지는 빈병들. 해주, 침 삼키며 고물상 주인 보는데,
천 원짜리 몇 장 건네는 주인. 받으며 얼굴 환해지는 해주.
해주 집 마당 (밤)
해주, 두부가 든 검정봉지 들고 신나게 들어오면,
안방에서 달순이 문 벌컥 열고 내다본다.
달순 야, 이 기집애야! 어딜 싸돌아다니다 이제 와? 니 오빠 굶겨 죽일 거야!
해주 (밝게) 엄니, 죄송하요(이). 쪼금만 더 기다리쑈이!
동, 집 부엌 (밤)
곤로 위 프라이팬에 두부 부침개가 익어간다.
솥에서 밥 푸는 해주. 그릇이 다섯인데, 밥이 좀 모자란다.
잠시 보다가 한 그릇에서 밥을 퍼 다른 그릇에 나누는 해주.
동, 마당 평상 (밤)
상에 두부 지짐, 두부조림, 두부 된장찌개와 밥이 놓여 있다.
평상에 앉아 식사하는 해주 가족들. 해주는 보고만 있다.
상태 워메! 오랜만에 반찬이 세 가지나 되네잉! 요것이 뭔 일이다냐?
(하고 허겁지겁 먹는데)
해주 (흐뭇하게 보는데)
홍철 (해주 보며) 넌 어째 안 묵는다냐?
해주 지는 배불러라. 오는 길에 친구들이 빵 사줘갖고 배 터지게 먹었어라.
달순 내가 그럴 줄 알았어. 니 오빠하고 영주는 쫄쫄 굶고 있는데,
그게 입에 들어가디? (하고는) 오늘부터 넌 저기 마루에서 자.
홍철 (멈칫 보며) 뭔 소리당가? 방이 두 갠디, 어째 마루에서 자야?
달순 (영주 밥 먹이며) 그럼 상태 다 컸는데, 그 방에서 같이 재울까?
상태 내년이면 고등학생인 거 까먹었어? 공부도 해야 될 거 아냐?
홍철 해주도 안방서 같이 자믄 쓰겄네..
달순 어이구! 저 코딱지만한 방에서? 지내보고도 몰라?
홍철 글믄 내가 마루에서 자믄 되겄네
달순 당신이 밖에서 자면, 내 배 뭉칠 때 누가 풀어줄 건데!
그렇다고 영주를 밖에서 재울까!
홍철 (뭐라 하려는데)
해주 아부지. 지는 바깥에가 좋아라. 지 몸부림도 심해서, 영주가 고생했을 것
이요..
홍철 (말없이 숟가락 놓아 버리고)
해주 으째... 더 안드실라요?
홍철 나도 배부르구마이. (하고 일어나 밖으로 나가면)
상태 (날름 홍철의 밥 그릇 가져와 먹고)
해주 (홍철 나간 쪽 보고, 다시 가족 보며 미소 머금는 얼굴에서)
동, 마당 (밤)
수돗가에서 커다란 대야에 쌓인 그릇을 설거지 하는 해주.
들어오다가 그 모습 물끄러미 보는 홍철.
시간경과 (밤)
마루에 이불 덮고 자고 있는 해주. 안방 문 열리며 홍철이 나온다.
홍철, 해주 옆으로 가 조심스럽게 눕는데,
해주 (깨며) 아부지... 으째 나오셨소?
홍철 방이 덥구마이. 여그가 시원할 거 같어야.
해주 엄니가 찾으실지도 모르는디...
홍철 (대꾸 않고 밤하늘 바라보는데)
해주 (같이 하늘 보며) 아부지... 오늘 별이 겁나게 많네이.
홍철 ....
해주 쩌기 조것이 북극성이죠잉. 아부지가 그랬어라.
배탈 적에 나침반 없어도 저 북극성만 있으믄, 길 안 잊어분다고
홍철 (돌아누우며, 중얼거리듯) 아부지는 길을 잃어부렀다.
해주 (못 듣고) 야?
홍철 아녀. 고만 자더라고. (하는데)
해주 (뒤에서 끌어안으며) 아따, 아부지가 오신께 참말로 따숩구마이.
해주, 미소 머금는데, 홍철의 눈엔 눈물이 글썽하다.
그들 위, 별들 모습에서 F.0.
초등학교 운동장 일각 (낮- F.I)
인화, 시녀들에게 둘러싸여 공주처럼 걸어온다.
시녀1 (일순 일각 보고는) 인화야, 저기 좀 봐!
일동 보면, 일각에서 해주가 쓰레기통 뒤져서 빈병을 꺼내고 있다.
시녀2 어머, 쟤 진짜 거진가 봐.
시녀3 인화야. 너 자리 바꾸기 정말 잘 했다. 저런 애 냄새 나서 어떡해?
인화 (대꾸 없이 다가가) 야!
해주 (멈칫 돌아보고는 하던 일 계속 하는데)
인화 너 거기서 뭐 해?
해주 남이사 뭘 하든 뭔 상관이여? (하고 병 하나 꺼내는데)
인화 (발끈하려다가) 그딴 병을 왜 줍냐고!
해주 (보지도 않고) 반찬 사묵을라(고) 그란다! 으째 그르냐?
시녀들 (서로 보고 킥킥 웃는데)
인화 야! 너 아직도 날 모르겠어?
해주 (깨진 병 확인하고 버리며) 벨로 알고 싶지도 않어야.
인화 (일그러졌다가, 문득) 우리 집에 그런 거 많은데? 줄까?
해주 (멈칫 보고) 을매나? 요것이 스무 개면 두부가 한 몬디...그보다 많어야?
인화 훨씬 더 많아.
해주 진짜여? 너그 집 고물상 한다냐?
인화 (피식 웃고) 가 볼래? 빈병 몽땅 줄 수 있는데...
해주 (침 꿀꺽 삼키는데서)
도현 집 앞 (낮)
의아한 얼굴로 집을 보고 있는 해주. 어떠냐는 듯 해주 보는 인화.
해주 여가 느그 집이여? 여긴 우리 아부지 군대 후배 되는 사람 집인디...
인화 군대 후배? 말도 안 돼는 소리 하지 마!
우리 아빠가 어떻게 너 같은 애 아빠 후배가 돼?
해주 아니랑께! 나 여기 와 봤어야. 아니믄, 나가 이 집을 으뜨케 알겄냐?
인화 (갸웃하며) 그럴 리가 없는데...
해주 병은 으디있데?
동, 정원 일각 (낮)
담벼락 아래에 병 박스들 쌓여 있고, 각종 병들이 무수히 꽂혀 있다.
해주 (휘둥그레져 보며) 워메~ 뭔 병들이 이라고 많다냐?
(인화 보며) 진짜로 요거 내가 다 가져가도 되긋냐?
인화 넌 병밖에 안 보이니? 집은 안 보여?
해주 아따..잉? (둘러보며) 잉... 무지하게 넓구마이. (하고 병 개수 세 보는데)
인화 (약간 화났다가 참고) 집에 들어가 볼래?
해주, 멈칫 보는데, 기출이 집에서 나오다가 그 모습 본다.
기출 (눈 커지며) 아니, 쟤가 어떻게 여길? (굳어지는 얼굴에서)
동, 거실 (낮)
해주, 으리으리한 집 내부에 입 벌리고 두리번거린다.
인화, 이제야 알겠냐는 듯 으스대는 표정이다.
해주 (장식장 앞에 가 수석 보며) 느그 집은 돌땡이도 집안에 다 갖다 놨네?
인화 그거 그냥 돌 아니거든. (수석 가리키며) 이게 신선의 코를 닮았다 해서, 무지 비싼 거야.
해주 요게 비싸다고? 돌땡이를 마빡 깨는 디 말고 으따가 쓰간디?
하고 딴 데 보는데, 인화, 발끈 열 받았다가 다른 장식장 문을 연다.
인화 (안에서 상감청자 (56씬) 꺼내며) 야! 이게 뭔지 알아?
해주 (보고는) 사회 시간에 봤는디... 청자 아니여?
인화 청자도 그냥 청자가 아니고, 고려 상감 청자야. 너 이게 얼만지 알아?
해주 얼만디?
인화 놀라지 마. 삼천만원야.
해주 (피식) 먼 항아리 한 개가 삼천만원이데? 너 뻥튀기 장사해도 되겄다.
인화 (발끈해) 뻥 아니거든! 이게 뭘 새기고 바른 건데 우리나라 최고래!
해주 어디 줘 봐봐.
인화, 해주에게 청자를 건네고, 해주 받으려는 순간!
인화 손에서 미끄러지며 청자가 바닥에 떨어진다.
대리석 바닥에 부딪치며 와장창! 깨지는 청자.
두 사람, 휘둥그레져 서로 바라보는데...
금희 (E) 무슨 소리니?
두 사람, 화들짝 놀라 보면 안방에서 금희가 나온다.
금희 (걸어오다가 깨진 청자 발견하고 놀라) 인화야?
인화 (본능적으로 고개 젓고) 엄마... 나 아냐.
금희, 고개 돌려 해주 바라본다. 당황해 고개 숙여 조각 줍는 해주.
고무줄로 묶은 머리카락 아래로 목덜미 아래의 흉터가 드러난다.
고개 드는 해주. 보고 눈 커지는 금희.
금희 너...?
마주 보는 금희와 해주. 그들 둘의 모습에서,
(1부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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