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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션하우스 1회

 


등장인물

김응태(55)

윌옥션의 사장. 민서린, 오윤재와 함께 윌옥션을 만든 MBA 출신의 전문경영인. 미술시장을 경영마인드로 접근한 선구자적 인물로 그 결과 오늘날 윌옥션이 후발 주자임에도 불구하고 경쟁사 하이옥션을 위협할 만큼 성장했다. 사업수완이 탁월해 고객들의 신뢰가 높지만 현재는 실질적 경영은 민서린에게 맡겨두고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외유 중. 언제 어디로 떠났다가 언제 불쑥 나타날지 모르는 도깨비같은 인물로 패션감각 뛰어나며 인자한 웃음이 매력이지만 일에 관해선 완벽주의자다. 민서린과 오윤재에겐 아버지같은 존재.

정용훈(58)

자수성가한 호텔 사업가. 자신의 것에 대한 소유욕 강하고 자존심 또한 쎈 다혈질 사나이. 선친으로부터 어떤 경로로 가셰의 초상을 얻었는지 모르지만 세계 최고의 그림을 어느 누구와도 나누기 싫어 한번도 공개하지 않은 채 혼자만 보고 살아왔다. 헌데 오윤재란 놈은 그림의 존재를 어떻게 알았을까? 게다가, 그림의 진위를 의심하면서 감히 나한테 도전을 해?

도어맨 - 김창식(48)

한때 중소기업을 운영했으나 10년 전 친구 빚보증을 서준 것이 잘못돼 회사가 부도나고 그때부터 스카이 호텔 도어맨으로 일하고 있다. 당시 친구에게 받은 것은 그림 한 점. 얼마인지, 누가 그린지도 모르는 그림 한 점을 친구의 분신인 양 소중하게 보관하며 살아왔는데 부인이 나 몰래 그 그림을 덜컥 윌옥션에 내놓다니! 친구를 잃어버린 양 불같이 화를 내는 의리맨 김창식씨. 헌데 상상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 그림 값이 20억이라니!

도어맨 부인(45)

남편이 친구 빚보증 설 때도, 그래서 회사가 부도났을 때도 아무 말 안하고 묵묵히 참아왔지만 최근 살림 꾸리기가 어렵다. 내년에 대학갈 큰 애도 걱정이지만 또 올려달라는 전세값은 지금 형편에 더 이상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그런데 남편 친구가 10년 전 준 그림이 눈에 띈다. 누가 그린 그림인지는 몰라도 요새 잘 된다는 경매에 내놓으면 다만 얼마라도 생기지 않을까? 남편? 몰라. 나도 참을 만큼 참았어. 내 맘대로 할거야.

그 외 여러분

된장녀, 노점상, 디자이너, 마이크 존슨, 다케시

1. 인사동(낮) 오고가는 사람들로 활기 찬 인사동 거리.

용수염, 호떡, 떡볶이, 한지 공예품등의 다양한 노점상들.

그 한 켠에 생과일 쥬스 리어카가 있다.

앞치마 두르고 모자 쓴 연수, 믹서기에서 쥬스를 따라 손님에게 내민다.

손님 돈 내고 가는,

연수 (밝게)감사합니다.

아저씨 한명이 리어카 앞으로 와서,

손님 사과 쥬스요.

연수 손님. 죄송한데요. 장사 끝났습니다.

손님 벌써?

연수 오늘 중요한 일이 있어서요.

손님 (불퉁해서 돌아가는 위로)

(된장녀) 이거 순 바가지잖아?

연수, 돌아보면 골동품 좌판 앞에 옷 잘 차려입은 쭉쭉빵빵 여자(20대)가

촛대(청동주전자도 좋고)를 쥐고 흠집을 잡는다.

된장녀 여긴 휘어지구, 여긴 벗겨지구.

노점상 (연변사투리) 그러니까 골동품이잖아요?

된장녀 골동품은 무슨? 보니까 딱 싸구려구만. 만원에 주세요.

아저씨, 난감해하는데 연수, 된장녀 하는 꼬라지 보다가 안되겠다는 듯 껴들며,

연수 (천연덕스럽게) 어머, 이거 딱 내가 찾던 건데?

아저씨 이거 저한테 2만원에 파세요.

된장녀 (연수 흘기며) 이봐요. 내가 먼저 찜한 거 안보여요?

연수 (눈웃음 살살) 제 맘에 쏙 들어서... 아저씨, 만원에 파실래요?

2만원에 파실래요?

노점상 (어쩔 줄 모르고 둘을 번갈아보면)

된장녀 (기분 더럽지만, 뺏기긴 싫고)누군 돈이 없어 깎는줄 아나?

만 오천원이랬죠? 여기요! (돈 내고 촛대를 뺏는데)

연수 (촛대 턱, 잡으며) 2만원!

2. 인사동 일각(낮)

야! 거기 안서? 덩치 둘, 손을 휘저으며 누군가를 뒤쫓는다.

전속력으로 도망가는 윤재, 휙 뒤돌아보는데서.

3. 인사동(낮)

된장녀 3만 5천원!

~~하는 구경꾼들 사이로 중절모에 선글래스 쓴 응태 껴든다.

연수 4만원!

그렇지! 잘한다! 화끈하네! 양 편으로 갈라진 구경꾼들, 돈 올라갈 때마다 난리다.

된장녀 (얼굴 뻘개져서) 5만원!

연수 (바로) 6만원!

된장녀 (불붙었다. 소리 높여) 7만원!

~!하고 터지는 구경꾼들 함성 속에 연수, 빠른 눈썰미로 된장녀 지갑을 훔쳐보니 아직 현금이 두둑. 악세사리, 명품백... 등등 훑어보는데 ~’, ‘붙어 붙어!’ 등등 망설이는 연수 향해 야유 보낸다. 된장녀 의기양양해서 연수를 보면 연수, 담담하게 양손을 들고,

된장녀 (?!)

응태 (?)

연수 (씨익 눈웃음) 그쪽이 사세요. 6만원이 마지노선이라...

구경꾼들, 이겼다, 이겼다’ 외치며 된장녀에게 박수 보낸다.

된장녀 (으쓱하지만 어쩐지 당한 기분. 연수 한번 째리고 간다.)

구경꾼들도 흩어진다. 응태도 간다. 그러다 연수를 돌아보는.

노점상 왜 그랬어? 사지도 않을 거면서.

연수 얄밉잖아요. 깎더라도 이쁘게 좀 깎아야죠.

(웃으며) 취직하기 전에 실습 한번 해봤어요.

노점상 오늘 면접이라구 안했어?

연수 지금 가는 길이에요.

노점상 그러구 갈거야?

연수 (옷차림 보면서) 아, 맞다! 저 가요! (하고 가는데)

노점상 50번째 면접이라며 잘 해야지!

4. 동 인사동(낮)

연수, 앞치마 벗으면 블라우스, 의자에 걸어둔 정장상의를 입는다.

도망치는 윤재. 뒤돌아보면 여전히 덩치 둘이 따라온다. 연수 쪽으로 돌진하는.

모자 벗는 연수, 긴 머리가 찰랑하게 드러난다. 머리 매만지고 돌아서는데,

달려오는 윤재와 꽝! 그대로 리어커 쪽으로 넘어지는 두 사람.

쓰러진 리어카, 땅바닥에 쏟아진 과일들. 믹서기 등등.

연수, 허리를 짚고 겨우 일어서고 윤재 역시 몸 아픈데 연수 뒤로 쫓아오는 덩치들 발견하고 그대로 도망치려는데,

연수 (윤재 팔을 확 잡는) 어딜 가요? 남의 밥줄 이렇게 만들어 놓구?

윤재 (덩치들 주시하며) 나중에 올게. (뿌리치고 간다.)

연수 야! 너. 거기 안서? (하는데)

뒤에서 달려드는 덩치 둘에게 부딪쳐서 넘어지는 연수. 우지끈 부서지는 리어카.

5. 인사동 골목(낮)

후다닥 뛰어와 골목에 숨은 윤재, 고개를 쑥 내밀었다 다시 쏙 집어넣는다.

윤재 앞을 지나치는 덩치 둘. 윤재, 조심스럽게 골목을 나가 덩치들 간 반대쪽으로 가려는 순간, 갑자기 나타난 누군가 헤드락을 건다.

6. 고급승용차(낮)

뒷좌석으로 내동댕이쳐지는 윤재. 탈출하려 문고리를 잡는데,

(소리) 오랜만이다!

윤재 (멈칫! 앞좌석 보면)

응태 다 커서 왠 뜀박질이야! 가자!

7. 한적한 곳(낮)

차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윤재와 응태 서있다.

응태 아무리 그림이 보고 싶어도 그렇지, 남의 집 담을 넘으면 쓰나?

윤재 도대체 어디서부터 쫒아다니신 겁니까?

응태 올 초 너 일본에서 입국하면서부터? 일본에서 사라졌던 그림이

서울에 있단 소문 돌기 시작한 게 올 초, 윤재 니가 입국한 것도 올 초.

윤재 그럼 사장님두..? (이제 알겠다) 그래서, 저만 쫒아다니시면 힘

안들이고 그림은 찾아진다?

응태 (여유 있게 웃으며) 난 이미 어딨는지 알고 있어.

윤재 예? 어딨습니까? 누가 가지고 있어요?

응태 지 멋대로 회사 나가서는 5년간 연락 한번 없던 놈한테 내가 그걸

그냥 가르쳐줄 것 같아?

윤재 ......(할 말 없다.) 원하시는 게 뭡니까?

응태 내 밑으로 다시 들어와!

윤재 (주춤! 하다,) 사장님, 그건 예의가 아닌 것 같습니다.

응태 니놈이 사고 친 거 기껏 수습해줬더니만 불쑥 회사 나가버리는 건 예의고?

윤재 그건 제가 평생 가도 못갚을...

응태 (끊고) 이번에 갚아. 이것만 찾으면 너 다시 안붙잡는다.(간다)

윤재 ...

응태 (멈춰서는) 잘 생각해봐. 고흐야, 고흐!

응태 다시 차 쪽으로 걸어가고, 윤재 생각에 잠겨있다.

8. 윌옥션 Ins.(낮)

9. 면접장 복도(낮)

순서를 기다리는 지원자들 옷매무새를 가다듬거나, 면접용 준비 자료-윌 옥션 민서린 경매사, 윌옥션, 5년 내에 중국 진출 목표‘’, ‘여대생이 뽑은 가장 닮고 싶은 커리어 우먼 1위 윌옥션 민서린 경매사’ 기사 스크랩 등-보고 있다. 잘 차려입은 지원자들 틈에서 더럽혀진 옷차림이 계속 신경 쓰이는 연수 보이는데

(E) 124번, 125번, 126번 들어오세요.

긴장하며 들어가는 연수.

10. 면접장(낮)

연수 포함한 3명의 입사 지원자들, 허리 꼿꼿이 세운 채 면접 보고 있다.

지원녀 민서린 이사님처럼 우리나라 최고의 경매사가 되겠다고 결심한 것 이 지원동기입니다.

지원남 전공은 미학입니다. 졸업 후에 공부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r

뉴욕 크리스티에서 인턴쉽 과정을 밟았구요. 미술 지식에 관한한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합니다.

서린 차연수씨는 미술전공두 아닌데 왜 경매회사에 지원했죠?

연수 (자신 있게)미술은 아버지가 예전에 그림을 그리셔서 어렸을 때부터 친숙하게 느껴왔습니다. 전공은 중국어입니다. 윌옥션이 중국시장을 개척한다는 민이사님 인터뷰 기사를 보고, 저 같은 사람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이 회사에 지원했습니다.

응태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는데 경합이 붙었다. 어떡할래요?

연수 마음에 드는 거라면 꼭 사야겠죠, 하지만 2년 동안 다양한 아르바이 트를 하면서 깨달은 게 하나 있습니다. 아무리 마음에 드는 물건일 지라도 내가 살 수 있는 한도가 넘으면 포기하는 게 현명하다고 생 각합니다.

서린/응태 (보면)

연수 무슨 일이든 맡겨만 주시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11. 서린 방(낮)

서린, 응태, 최종 회의 중이다.

서린 스펙이 좋은 애는 개성이 없고,

개성이 있는 애는 스펙이 안좋구....

응태 내가 보기엔 괜찮은 그릇이 하나 있던데..

(하며 지원자들 이력서 중에서 하나를 뽑아 서린에게 내민다)

서린 (보면, 연수 이력서다)

개성은 있지만 우리 옥션엔 안어울리는 친구 아닌가요?

응태 왜? 난 이 친구 보니까 민이사 젊었을 때 생각나던데?

민이사도 처음엔 옥션이랑 안 어울렸어. 근데 지금은 최고잖아.

서린 .........

12. 인사동(해질 무렵)

으랏차해서 리어카를 세운다. 한숨밖에 안나오지만 다시 앞치마 두르는데 그때 울리는 전화벨.

연수 여보세요?..예. 제가 차연순데요?.... 예?

(멍!해서) 다시 한번 말씀해주시겠어요?

(나경) (사무적으로)차연수씨, 합격했다구요.

연수 (멍)

(나경) 월요일 오전 10시까지 출근하세요.

연수 감사합니다.(목이 메고 눈물까지 그렁해져서)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점점 커진다) 감사합니다............

13. 사무실(낮)

연수, 책상 앞쪽에 부둣가 배경으로 아빠와 다정하게 찍은 사진 붙이며 흐믓해하고 있는데 다 함께 들어온다.

연수 (힘차게) 안녕하십니까.

다들 ? 하는데,

서린 일찍 나왔네요?

오늘부터 윌옥션에서 일하게 된 신입사원 차연수씨에요.

나랑 사장님은 구면이죠? 잘해봐요.

연수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꾸벅 인사한다)

응태 호랑이가 새끼를 어떻게 키우는지 알아? 태어나자마자 절벽에

떨어뜨려서 살아남는놈만 자식으로 인정하지. 여기 민이사가 이쁜 게 다가 아니야. 속은 호랑이라구. 절벽에서 떨어져도 살아남을 수 있겠나?

연수 예. 꼭 살아남겠습니다.

나경 보석하구 엔틱 담당하는 정나경이예요.

연수 잘 부탁드립니다. 선배님.

도영 (미소지으며) 산뜻한 풀향기, 가볍과 상큼한 맛,

쇼비뇽 블랑이 언제 여자로 환생했지?

연수 예?

나경 (쳇, 또 시작이군...)

도영 와인과 고미술 담당 나도영.

연수 아, 예. 잘 부탁드립니다. (인사 꾸벅하면)

응태 (손목시계를 보며 혼잣말) 호랑이 하나가 더 올 시간이 됐는데... 어, 마침 오는구만.

문 열리고 윤재가 들어선다.

서린 오.윤.재?

연수 (말도 못하고) 어... 저...

응태 오늘부터 우리 윌옥션의 수석 스페셜리스트야.

윤재 (고개만 까딱)오윤잽니다.

연수 !

서린 !

나/도 (아, 저 사람이 오윤재구나!)

응태 내가 시간이 없으니까, 인사는 나중에 하고, 일단 회의실로 모이지.

14. 회의실(낮)

전면에 가셰의 초상이 뜬다.

일동, 그림을 본다.

윤재 고흐가 파리 오베르에서 그린 가셰 박사의 초상입니다.

이 그림이 현재 한국에 있습니다.

도영 에이, 말도 안돼. 저런 세계적인 그림이 한국에 있을 수가 없죠.

나경 그럼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 있는 가셰의 초상은...

윤재 가셰의 초상은 한 점이 아니라 두 점이라는 게 정설이죠.

(또 한 점의 그림을 먼저 그림 옆에 띄우며) 오르세에 있는 그림은 바로 이겁니다. 테이블에 있는 노란 책이 두 그림의 대표적인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죠.

서린 1990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당시 사상 최고액 8250만 달러에

낙찰된 그림. 낙찰자는 일본인 사업가 사이토.

하지만 사이토는 6년 후에 세상을 떠났고, 그림은 행방불명이 됐죠.

소문은 들었지만 이게 정말 한국에 있다니 놀라운데요?

응태 하지만 사실이야.

서린 소장자는 누군가요?

응태 스카이 호텔 정용훈 사장.

윤재 (그랬군!)

응태 (힘있게) 우리가 정사장으로부터 저 그림을 위탁 받는 거야!

나/도 예?

연수 (어리둥절해서 보는)

응태 왜들 놀래? 세계적인 그림은 뭐 소더비랑 크리스티만 팔란 법

있나? 고흐 그림만 가져오면 우리 윌옥션도 세계적인 옥션으로

업그레이드되는 거야. 민이사랑 오윤재, 두 사람이 협력해서 작품 한번 만들어봐!

서린 (윤재를 보는)

15. 로비/주차장(낮)

서린과 응태, 로비에서 걸어 나와 주차장으로 향한다.

서린 아무리 그래도 저한텐 미리 말씀해주셨어야죠.

응태 다른 뜻이 있는 건 아니야. 자네 덕분에 회사가 이만큼 크긴 했지만

이젠 자네 혼자 벅차. 좋은 파트너가 필요할 때야.

서린 오윤재 실력이야 물론 인정하죠. 하지만 5년 전 일 생각하면 솔직히

전 아직 용서가 안되요.

응태 다 저놈 똥자존심 때문이지. 저놈두 그동안 개인 딜러로 뛰면서 고생 많이 했어. 정 맘에 걸리면 일하는 거 보구 민이사가 결정해. 일단 이번 껀만 일하기로 했으니까.

서린 (잠시 생각하다) 사장님 생각이 그러시다면 믿고 가겠습니다.

이번에 가시면 언제 돌아오세요?

응태 (웃으며) 때 되면 오겠지. 민이사. 자네만 믿어!

응태, 차에 올라타면, 서린 인사한다.

16. 사무실(낮)

나경, 윤재자리로 간다. 도록 보는 윤재 앞에 커피를 내밀며.

나경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 크리스티 수료하고 보석과 엔틱 담당하고 있는 정나경입니다. 전설이셨다는 얘기 많이 들었어요.

많이 가르쳐주세요.

윤재 (한번 쳐다보고 이내 다시 도록 본다.)

나경 (무안한데)

연수 (끼어들며) 말씀 중에 죄송한데요. (윤재에게)저 좀 잠깐 보죠?

17. 윌옥션 일각(낮)

마주선 연수와 윤재

연수 나 기억나죠?

윤재 (빤히 보는)

연수 기억 못하는 거예요? 안하는 거예요?

윤재 뭔데?

연수 (어이없어서)정말 기억 안나요? 인사동. 리어카!

윤재 (그제야)아! 그때 그?

연수 남의 장사 다 망쳐놓고 그냥 도망가는 법이 어딨어요?

윤재 (지갑 꺼내며)얼마지?

연수 (열 받는다)이봐요. 순서가 잘못됐다고 생각 안해요?

일단 사과부터 하고, 그 다음에 사람이 다쳤는지 안 다쳤는지

물어 보는 게 정상 아니에요?

윤재 (연수를 훑어보고)멀쩡한 거 같은데.

(수표 몇 장 집어서 주고) 수리비. 됐지?

연수 (더 열 받아)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돈이면 다에요?

윤재 (본다)

연수 아무리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이라지만 나한텐 안통해요.

당신 같은 사람한텐 이런 거 안받아!

연수, 쌩하니 가고 그런 연수를 보는 윤재.

18. 사무실(낮)

연수 씩씩거리며 사무실 들어오는데

나경 차연수씨.

연수 예.

나경 오윤재 선배랑 아는 사이에요?

연수 인연이지 싶네요.

하는데 자료 들고 들어오는 서린.

서린 자, 주목! 도영씨, 지금 만드는 도록 중단시키고,

메인 자리 비워둬요.

도영 (놀라는) 예?

서린 나경씬. 스카이 호텔 정사장에 대한 모든 정보를 모아줘.

출신학교부터 즐겨보는 드라마까지 도움 될만한 건 뭐든.

나경 그럼 고흐로 메인 교체하는 거예요?

서린 이번에 들어온 작품 중에서 고흐를 능가할 작품이 있나?

도영 (걱정스럽게)..괜찮을까요? 시간이 얼마 없는데?

서린 시간이 없다고 고흐를 포기해? 메인이 어떤 그림이냐에 따라서

홍보, 매출, 신용도가 달라지고 경매의 승패가 결정나요.

그렇다면 선택의 여지가 없지 않겠어?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린

가셰의 초상을 가져옵니다. 어서들 움직여요. (하고 들어가려는데)

연수 이사님.

서린 (돌아본다)

연수 저는 뭘 할까요?

도영 (나서서 연수에게) 그건 제가 알려줄게요.

나경 (작업 시작됐군 하는 의미로 도영을 보는)

서린 궁금한 게 있으면 선배들에게 물어보고,

하나하나 차근차근 잘 배우세요.

연수 (큰소리로)예.

19. 도록 촬영실(낮)

사진작가가 작품 촬영하는 거 연수 보고 있고, 도영, 디자이너(30대, 여) 구슬리고 있다.

도영 내가 그러자는 게 아니라, 자기도 알잖아? 우리 이사님.

디자이너 그래도 그렇지 낼 모레 인쇄소 넘겨야하는데 이제서 메인을

바꾸라니? 아무리 민서린이래도, 그림도 없는 상태에서 무조건

메인 교체하는 건 무리하는 거 아니야?

도영 (작은 소리로) 알지. 알어. 아는데...

촬영 끝나고 작가는 갈 준비.

연수 선배님! 여기 촬영 끝났다는데요.

도영 어, 그림들 1층 수장고에 좀 갖다놔. 나도 곧 갈게.

연수 

20. 복도(낮)

작품 들고 가는 연수, 맞은편에서 나경이 걸어오다, 깜짝 놀라며

나경 지금 뭐하는 거에요?

연수 촬영 끝나서, 수장고에요.

나경 맨손으로 작품을 만지면 어떡해요?

작품에 손상이라도 가면 차연수씨가 책임질 거에요?

연수 (?)

나경 작품 만질 땐 장갑 끼는 게 기본이에요..

연수 장갑이요?

나경 (이런 것도 모르나?) 여기 들어오기 전에 뭐했어요?

연수 수산시장에서 알바도 했구요. 인사동에서 과일 쥬스도 팔았구요.

웬만한 알바는 이것저것...

나경 (어이없는) 연수씨 과거에 대해선 관심 없구, 최소한 경매회사

입사하려면 작품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나경, 자기가 끼고 있던 흰 장갑을 벗어 연수가 들고 있는 작품위에 얹어주고 가는,

연수, 흰 장갑을 본다.

21. 사장실(낮)

흰 장갑 끼고 퍼팅 연습 중인 정용훈 사장과 그 옆에 서있는 서린과 윤재

정사장 고흐 그림이 나한테 있는 건 어떻게 알았아요?

서린 보석이 어딨는지 찾아내는 게 저희들 일인걸요?

사장님 보석은 워낙 크고 빛나서요.

정사장 그럼 오늘 두 분이 찾아온 건, 그림을 경매에 내달라?

근데 어쩐다? 나는 팔 생각이 없는데?

서린 조건은 섭섭지 않게 해드리겠습니다.

정사장 조건이고 뭐고, 난 돈이 아쉬운 사람이 아니라서..

윤재 안파시는 이유가 뭔가요?

정사장 가셰의 초상이 어떤 작품인지나 알아? 세상에 둘도 없는 걸작이야. 나 혼자 보기도 아까운 작품을 남한테 넘기라구?

윤재 혼자만 봐야하는 이유라도 따로 있는 거 아닙니까?

서린/정사장 ?

윤재 혹시 그거 가짜 아닌가 해서요.

정사장 가짜? (허허허 웃으면)

서린 (윤재를 노려본다)

22. 호텔 복도(낮)

윤재, 가셰의 초상 사진 보면서 걸어간다. 서린, 화나서 윤재에게

서린 거기서 가짜라는 말은 왜 해서 기분 건드려요?

윤재 그래서 사진이라도 얻었잖아요?

서린 지금 사진이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안 팔겠다는 사람 마음 돌리는 게 우선이지.

윤재 딱 보면 몰라요? 저런 스타일 정공법 안먹히는 거?

서린 저자세로 기분 맞춰줘야 조금씩 풀리는 게 저런 스타일이에요.

윤재 (멈추고)이렇게 하죠?

서린 (멈추고 보는)

윤재 전 제 방식대로 따로 움직일게요. 각자 스타일대로 하죠.

어쨌든 가셰만 가져오면 되는 거잖아요.

서린 (생각하다가) 좋아요. 대신 중요한 건 꼭 보고하고 움직여요.

어디까지나 지금은 윌옥션 직원으로 일하는 거니까.

윤재, 살짝 목례하고 간다.

23. 수장고안(낮)

둘러보는 연수. 그림과 도자기, 가구 등의 작품들이 수두룩하다.

연수 (신기한 듯)와! (보다가 앞에 있는 고가구를 툭툭 손으로

두드려본다) 오동나문가?

도영, 작품 들고 (손에 흰 장갑) 들어오다 연수 보고

도영 조선시대 홍칠장이야. 그거.

연수 (돌아보고)이런 것도 경매를 해요?

도영 그러엄. 고가구뿐인가? (작품을 내려놓고, 손으로 하나씩 짚으며)

그림, 가구, 보석, 와인, 도자기 (하며 도자기 주전자를 손바닥위에 올려놓고) 이게 조선시대 양가집 규수가 쓰던 주전잔데.

연수 (다가와서 보는)아, 예쁘다! (하고 주전자 손잡이를 잡는데)

그 순간, 똑 떨어지는 손잡이.

놀라는 연수와 도영.

24. 휴게실(낮)

인상 팍 쓰고 있는 도영, 그 앞에서 연수 어쩔 줄 모르고

연수 어떡하죠?

도영 아, 큰일이네. 3천만 원이 넘는 건데....

연수 예? 3천만 원이요?

도영 어.

연수 어떡하지? 월세 보증금 빼도 3천은 택도 없는데...

도영 당장 이번 경매에 내놓을 작품인데.....

연수 (조심스레)일단 이사님께 알리는 게 좋지 않을까요?

도영 (약간 놀란듯) 민이사님?

연수 예. 제가 깬 거니까 가서 솔직하게 말씀드릴께요.

돈은 대출을 받든지 방을 빼든지 어떻게든 마련해볼께요.

연수, 가려는데, 도영, 황급히 일어나 연수를 잡는다.

도영 안돼. 그건.

연수 왜요?

도영 연수씨가 우리 이사님 성격을 몰라서 그러는데, 이건 돈이 문제가 아냐. 고객이 맡긴 작품에 손상이 간다는 건 회사 신용 문제거든.

민이사님은 결코 용납 못하지. 솔직하게 얘기했다간 연수씨

입사 첫 날로 바로 아웃이야, 바로!!

연수 (심각해지는)

도영 (연수 눈치 보다가) 연수씨, 이건 우리 둘만의 비밀로 하자.

연수 네? 그러다 들키면요?

도영 (쓰읍) 나만 믿어!

연수 (불안해서 보는)

25. 사무실(낮)

불안한 얼굴로 들어오는 연수 뒤 따라 들어오는 도영,

나경, 일하다가 둘의 표정을 번갈아보며

나경 나도영, 갑자기 일 많아졌는데 신입사원 데리고 놀러 다닐 거야?

도영 (오버하며) 놀러 다니다니 무슨. 여지껏 회사 돌아다니면서

구석구석 설명해주고 있는 거야.

연수 아, 예...

하는데 서린 들어와서 나경 책상 앞에 사진을 내려놓으며

서린 나경씨. 크리스티에 이 사진 보내서 확인 좀 해줄래?

나경 일이 잘 되신 거에요?

서린 안팔겠대. 어차피 쉽게 내놓을 거란 생각은 안했으니까

이제부터 뛰어봐야지.

나경 (서린에게 자료 건네며)말씀하신 정사장 자료예요.

서린 수고했어. (들어가는)

연수, 방으로 들어가는 서린을 보는데,

도영, 연수가 서린 보는 눈빛이 불안해서 재빨리 일어나,

도영 연수씨. 이것 좀 할래?

연수 뭔데요?

도영, 연수 앞에 주소 출력된 스티커와 함께 도록봉투 뭉치를 내려놓는다.

도영 도록 봉투에 주소 붙이는 거.

26. 휴게실(저녁)

힘없는 얼굴로 들어서는 연수, 전화통화하며 의자에 털썩 주저앉는다.

연수 취직했다고 좋아했더니 하루 종일 스티커만 붙이고. 선배 하나는

찬바람 쌩쌩. 도자기까지 미끄러져서 깨먹고... 아니 아니. 그냥

사무실에 있는 거.

하다가 벽에 걸려있는 그림 보는데 흰 캔버스에 가로로 검은 줄이 다섯 개 그어져 있는 그림이다.

연수 달랑 줄 다섯 개. 저런 건 나두 그리겠다.

(윤재) (피식, 웃는)

소리에 연수 돌아보면, 윤재 소파에 누워있다.

연수 (놀라서) 아빠, 내가 이따 퇴근하고 전화 다시 할게요. (전화 끊고)

인제 남 전화하는 것도 엿들어요?

윤재 도자기 만질 땐 장갑 끼는 거 아니야.

연수 (어떻게 알았지?) 누구 하나 제대로 가르쳐주는 사람이 있어야지. 암튼 비밀로 해줘요. 어떻게든 내가 해결 할 거니까.

이게 다 그쪽 만나면서부터...

하는데 윤재 일어서 가버린다.

연수 (혼잣말로) 하여간 저 안하문인. 수석이면 수석이지 저...

윤재 (걸음 멈추고 진지하게) 아무나 줄 다섯 개 긋는다고 예술 작품이 되진 않아. 작가가 평생 고민해서 선 다섯 개에 생성과 소멸을 응축 시킨 작품을 니 짧은 안목으로 멋대로 폄하하지 마.

하고 나가버리는 윤재.

연수 (무안하기도 하고 어이 없기도 하고) 어... 저... 아, 열받아.

이때 문이 열리고, 도영이 얼굴을 빼꼼히 내민다.

도영 여깄었어? 가자구

연수 (?)

27. 바(밤)

연수, 한 잔 하고 있고 도영 통화중이다.

도영 못 오신다구요? 아 예, 할 수 없죠. 예. (끊고) 이사님은 갑자기

정사장 만나야한다고 미안하다고 전해달래.

(전화 누르며) 오선배 번호가...

연수 됐어요. 그 인간 빼요. 아씨, 생각하니까 또 열받네.

도영 그래? 알았어. 그럼 정나경이... 여보세요? 엉. 못온다고? 하여간

우리 회사 일은 정나경이 다 한다니까. 어, 그래...

하는데 연수에게 걸려오는 전화.

연수 여보세요?

나경차연수씨?

연수 예.

나경나 정나경인데.

연수 (도영 쳐다보면 계속 통화 중) 예?

나경일하다 말고 어디 간 거야?

연수 아니, 오늘 신입사원 환영회...

도영 (끊고) 어쩌지? 정나경도 오늘 야근할 것 같다네. 아쉽지만 오늘은

우리 둘이 조촐히...

나경거기 나도영 있어? 쳇, 나도영 신났네. 혹시 낮에 주전자 손잡이

안떨어뜨렸어?

연수 (깜짝 놀라서) 어, 그게요...

나경작업 레파토리하고는. 2단계 삼청동이야. 빨랑 들어와서 일해.

자기 할 일 쌓였어(끊고)

도영 너무 서운해하지 말고, 다음에 자리 한 번 더 만들지 뭐.

근데 오늘 여기 분위기 왜 이러냐? 저... 삼청동에, 내가 아는...

연수 (눈웃음 지으며) 전 아무래도 민이사님한테 양심고백하러

가야겠는데요. 맘이 안편해서...

도영 어어. 연수씨, 잠깐만!

28. 사무실(다음날 아침)

바쁜 사무실. 연수 봉투에 주소 스티커 붙이고 있다.

나경 (메일의 사진 보면서) Yes, I'm watching now. The size and the frame is same! ... well, the bar code is not in our hands yet...

도영 인쇄소 사정이야 잘 알죠. 근데 우리 쪽도 워낙 특수 상황이라... 예. 제가 지금 갈게요.

서린, 방에서 나오다 연수보고

서린 연수씨 혼자 사무실 지켜야겠네.

다른 건 몰라도 고객한테만 실수하지 않으면 돼.

도영 (오버해서)실수라뇨? 처음부터 얼마나 잘하는데요?

이번 신입사원은 진짜 잘 뽑으셨어요. 역시 이사님 안목은 페펙트!!

서린 (웃으며 나가는)

도영 (연수에게 눈 찡긋하고 나가는)

나경 무슨 일 생기면 혼자 처리하지 말구, 나한테 바로 전화해.

연수 예. 알겠습니다. 다녀오세요.

모두 빠지면, 빈 사무실을 둘러보는 연수.

29. 주차장(낮)

서린, 나경, 도영 차로 향한다.

나경 크리스티에서 메일 받았는데 사진 상으론 일치해요.

서린 그쪽 감정은?

나경 뻔하죠. 90년 크리스티에서 낙찰받아서 출고될 당시 진품보증서랑 바코드 확인 안되면 뭐라고 말할 수 없다.

서린 정사장 마음을 돌려놔야 그것도 확인하지. 이렇게 하지. 시간이

없으니까 일단 감정단 미리 섭외해놔. 정사장 맘 바뀌면 바로

움직일 수 있게. 우리가 크리스티 갈 상황이 안될 거야.

나경, 도영, 예, 다녀오세요” 하고 빠지는데 들어오는 윤재 차.

서린 잘 돼가요?

윤재 그럭저럭이요. 민선배는요?

서린 정사장 정보수집 끝났으니 이제 움직여야죠.

윤재 너무 저자세로 가지 말구요.

서린 너무 기분 건드리지 말구요.

스쳐가는 두 사람.

30. 동 주차장(낮)

나경과 도영 차로 가며

도영 오선배랑 민이사님, 무슨 일 있어?

나경 왕년에 라이벌 다시 만났는데, 서로 편하진 않겠지.

그나저나 작업 레파토리 좀 바꾸지? 아직도 주전자야?

도영 그래도 넘어올 사람들 다 넘어오거든? (나경 보면)

나경 (살짝 열받고)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 말랬지?

도영 한번 오른 나무는 쳐다보지 않는다 그랬지?

31. 호텔 사장실(낮)

보석 상자를 내미는 손, 서린, 정사장에게 웃어 보이며

서린 축하드립니다. 오늘이 결혼기념일이시라구요?

정사장 (보면)

서린 그리고 이건, 선계약금입니다. (봉투 내민다)

우리나라에선 아직 선례가 없는 건데,

사장님께서 저희 윌옥션에 고흐를 맡겨주시리라 믿고

미리 드리는 겁니다.

정사장 돈은 필요 없다고 얘기 했을 텐데....

그리고 설령 내가 판다 한들, 살 사람이나 있나. 우리나라에?

서린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희 옥션의 VVIP고객들은 구매력이 되시는 분들입니다.

이미 비밀리에 접촉 중이구요.

32. 한국 갤러리안(낮)

멋진 정장 차림의 노경자와 나경, 갤러리를 걷고 있다.

노경자 그게 사실이야? 확실해?

나경 윌옥션 사활을 걸고 추진중이에요. 이번 경매 메인으로 올리려구요.

노경자 그림값은?

나경 최소 천 억 이상 예상하고 있습니다.

노경자 천억이라...(고개 끄덕이며) 가셰 박사의 초상이라면 그 정도도

아깝지 않지.

그런 그림 하나 있는 것도 우리나라 미술계를 위해선 좋은 거고.

나경 오늘밤에 회장님 사모님들 제주도에서 모임 있다면서요?

노경자 (나경 한번 쳐다보고) 늬 할머니가 그래?

나경 (웃고)할머니도 이따 4시 비행기로 내려가신대요.

노경자 하여간 장명순이 손녀 하나는 똑소리 나게 키웠어. 알았어.

내가 이따 내려가서 운 띄워 볼게. 고흐라면...아마 있을 거야.

나경 (따라가며) 아직 다른 경매회사는 모르는 일이라......

나경 핸드폰 진동음 계속 울리지만 못받는

33. 사무실(낮)

수화기를 내려놓는 연수.

어떡하지? 하다 뭔가 생각난 듯 일어나 사무실을 나간다.

34.휴게실(낮)

연수 급하게 들어오면, 윤재 소파에 누워 휴대폰 통화중이다

윤재 지난번에 얘기한 사이토 자료 더 빨리 받아야겠어. 가능하지?

(코노아이다 하나시시따사이토노 쇼류이 모또하야쿠 모라이따이

데끼루요네?)

연수 저기요.

윤재 (힐끔 보지만, 무시하고 계속 통화)그리고 사인 있는 다른 서류도.

(소시떼사인가아루 호카노쇼류이모)

연수 저기요!

윤재 (휴대폰에 대고)잠깐만. (조또마떼).

(연수 보고)뭔데?

연수 밑에서 스페셜리스트 내려와 보라는데요?

누가 그림을 맡기러 왔다구.

윤재 근데?

연수 사무실에 지금 아무도 없어요. 좀 내려가 주시죠?

윤재 니가 내려가면 되잖아. (하고 통화하려다 가만있는 연수를 보고)

그림을 받아야 팔 거 아냐? 가서 계약서 써주고 그림 받아.

(다시 통화하는) 미안.

연수 근데 무슨 계약서? (하는데)

윤재 (돌아누우며 통화)언제까지 들어올 수 있어?

(이쯔카엣떼코레루)

연수 (흘기다 나가는)

35. 입출고장(낮)

위탁계약서를 내려놓는 연수, 앞에 있는 아줌마(50대)에게

연수 (그림보고) 야. 좋다. 제목이 뭐예요?

아줌마 몰라. 대충 써요. 그냥 그림만 팔아줘요.

연수 (갸웃하다) 화가 이름은요?

아줌마 그림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니까 비싸게만 팔아줘요.

무조건 비싸게.

연수 (서류에 추정가란 보고) 얼마쯤 생각하시는데요?

아줌마 이게 10년 전에 천만 원 빚보증 서주고 대신 받은 거거든?

그니까 지금은 못해도 2천은 받아야 되는데, 될까?

연수 (갸웃하고는) 희망가격이 2천이라는 말씀이시죠?

(하며 서류에 적고, 아줌마 앞에 서류 내밀며)자, 사인하세요.

아줌마 사인? (하다가 얼른 서류에 사인한다)

36. 골프장(낮)

정사장과 나란히 걸어가는 윤재.

정사장 (살짝 짜증나서) 안 판다는데, 거참 사람들 끈질기구만.

얘기 했잖나. 내 그림 나 혼자 보겠다구!

윤재 사장님 그림, 진짜가 확실하긴 한 건가요?

정사장 (보는) 어허, 이 사람이!

그럼 내가 가짜나 가지고 있을 사람으로 보이나?

윤재 그러면 감정이나 한번 해보시죠.

정사장 (어이 없어서) 감정?

윤재 그림은 확인해보기 전엔 모르는 거 아닙니까?

정사장 이 친구가 점점...

윤재 솔직히 선친께서 사이토한테 직접 그림을 받았다고는 하시지만

증거도 없구요. 까놓고 말해서 위작일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정사장 (흥분해서) 이놈이 이제 막말을...

좋아. 감정해서, 진짜면 어떡할 건가? 어떻게 할 거야?

윤재 (보다가)..가짜면 어떡하실래요?

정사장 가짜면 그림을 자네 원하는 대로 하지.

윤재 정말이십니까?

정사장 한 입으로 두 말 안 해. 하지만 진짜면, 그땐 어쩔 거야?

윤재 혹시라도 진짜라면... 저 역시 사장님 원하는 대로 하겠습니다.

37. 윌옥션 로비(낮)

도어맨 (큰 소리로) 사장 어딨어? 사장 나오라 그래!

경비, 흥분한 도어맨 막아서는데, 서린이 들어온다.

도어맨 그게 어떤 그림인데 당신들 맘대로 팔아? 사장 나오라니깐!

서린 (보다가)...손님. 무슨 일이세요?

38. 서린방(낮)

서린 앞에 서 있는 연수

서린 차연수씨. 고객과 관련된 일에선 실수하지 말라구 얘기 했을 텐데...

연수 죄송합니다.

서린 그림을 맡긴다고 해서 무조건 계약서부터 쓰면 안되지.

일단, 경매에 내놓을만한 가치가 있는지 판단을 하고,

진짠지 가짠지 감정을 해보고, 진짜일 때 가격까지 협상한 다음,

계약서는 맨 마지막에 쓰는 거야.

여긴 절차가 있는 곳이야. 가서 사과하고 취소해드려.

연수 예. 알겠습니다.

39. 복도(낮)

시무룩한 표정으로 가방 메고 걸어가는 연수,

가다가 문득 생각난 듯 휴게실 쪽을 돌아본다.

휴게실로 가는 연수, 문을 꽝 열면, 아무도 없다.

연수 이 인간 어디 간 거야?

40. 도어맨 집(낮)

거실에 마주 앉은 연수와 아줌마

아줌마 이제 와서 취소하라니? 말이 돼요?

연수 제가 신입사원이라 잘 몰라서....원래는 절차가 있는 거거든요, 이게.

일단 입고확인부터 하고 그 다음에 (하는데)

아줌마 아 몰라 몰라. 난 그림 맡기고 계약서 썼으니까 아가씨가 책임지고 팔아줘.

연수 그 그림 아저씨 거라면서요?

아줌마 아니. 부부사이에 내 그림 니 그림이 어딨어?

연수 그거야 그렇죠. 근데 아저씨가 오늘 회사 오셔서 그림 달라구....

아줌마 아, 그냥 팔아달라니깐! 2천만 원에!(하고 일어서는데)

연수 (따라 일어나는)아줌마 이러지 마시구요. 취소해주세요.

아줌마 취소 안 해! (가버리는)

연수 (난처한 표정으로 보는)

41. 사무실(낮)

서린 (놀라는) 정말 그렇게 얘기했어요?

윤재 정사장이 감정하겠대요.

나경 그분 오전까지만 해도 꿈쩍 안했었는데...

서린 (생각하다가) 순서가 좀 꼬이긴 했지만... 나경씨?

나경 예.

서린 감정단 구성 어떻게 돼가고 있지?

나경 허명환 교수님, 일본 고흐 연구회 회장 다케시는 OK구요,

크리스티 존슨은 아무래도 몸 사리고 있구요.

서린 크리스티가 그림 마지막 거쳐간 곳이라 존슨이 없으면 안돼.

절대 비밀 보장한다고 약속하고 다음주 안으로 감정회 준비해줘. 정사장 마음 변하기 전에 빨리 해치우자구.

나경 일정 잡아서 말씀드릴게요. (하고 일하기 시작한다.)

서린 (윤재에게) 위탁도 결정한건가요?

윤재 일단 감정만요... 감정은 언제 준비하셨어요?

서린 오윤재씨 뛰는 동안 나도 가만 있지는 않죠.

윤재 (피식)

42. 호텔 일각(밤)

마주 서있는 연수와 도어맨.

도어맨 그림 돌려주는 게 그렇게 어려워?

연수 아줌마가 취소를 안해 주세요. 아저씨가 양보하시면 안될까요?

도어맨 양보? 나한테 그게 어떤 그림인데?

나랑 젤 친한 친구가 사업 쫄딱 망해서 그거 하나 남았는데,

내가 빚보증 서줬다고, 저한테 남은 마지막 재산을 나한테 준 거야.

그 녀석은 아직도 단칸방 신세에, 미안하니까 내 연락도 안받고

피해다니는데, 나 살기 어렵다고 친구 그림을 팔아? 아가씨 같으면 그러겠어?

연수 ......

도어맨 무슨 일이 있어도 그림 돌려받아야 돼.

만약 안돌려주면 내가 이번엔 진짜 사장 찾아간다!

연수 (미치겠다.)

43. 호텔 커피숍 앞(밤)

심란한 얼굴로 걸어가는 연수, 그러다 멈칫.

야외 커피숍에 남자(30대 중반)와 앉아있는 윤재가 보인다.

44. 호텔 커피숍(밤)

윤재 앞에 서류봉투를 내미는 남자. 윤재, 봉투에서 서류를 꺼내 확인해본다.

남자 이걸루 난 신세 갚았다.(고레데보쿠와 아나타니 옹기에시 시따)

윤재 확실하지?(가꾸지쯔다요네?)

남자 누구 앞이라구?(다레다또못떼?)

(일어나서) 볼 일 끝났으니까 난 간다.

(고레데오왓따까라 보쿠와 카에루네)

도쿄 올 일 있으면 연락하고.(도쿄키따라 렌락구시떼) (가는)

윤재 그래. 고맙다.(어 아리가또)(하는데)

(E)이봐요!

연수 (노려보며) 일부러 그랬죠?

윤재 뭘?

연수 계약서 쓰고 그림 받으면 된다면서요? 근데 아니잖아요.

(서류 꺼내 윤재 앞에 내밀고 흔들며)이게 뭐냐구요?

윤재 (쓰윽 보는, 상황 파악하고 피식 웃는)

연수 웃음이 나와요? 내가 이것 때문에 하루 종일 왔다 갔다 하구,

이런 거 하나 처리 못한다구 혼난 거 생각하면...

(하다 열 올라 후우 하고 열 식히는데)

윤재 뭐가 문제데?

연수 (화풀이하는) 한사람은 취소 안해준다, 한사람은 그림 달라, 나보구 어쩌라구요? 그쪽만 제대로 얘기해줬어도 이런 일 없었잖아요. 혹시 나랑 싸웠다고 이러는 거예요? 진짜 치사하네. 이런 식으로

괴롭히나? (점점 더 열 받아서) 그쪽이 회사에서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모르겠지만, 이런 식으로 사는 거 아녜요. (하고 팽 돌아서 가는데)

윤재 어이, 신입.

연수 (그냥 간다)

윤재 제대로 알려 줄까? 어떻게 해야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지.

연수 (계속 간다)

윤재 돈 앞에 장사 없다!

연수 (쳐다보지 않고 가면서) 잘난 척은, 첨에 제대로 알려주던가.

45. 윌옥션 입출고장(며칠 후 낮)

서린, 나경, 도영, 감정 장소 가는 길. 그림 찾아 나오는 연수와 마주친다.

나경 (연수 손에 들린 그림을 보고) 아직까지 그 그림 해결 못한 거야?

연수 ...

서린 배달은 특송업체에 맡기지 왜?

연수 제 실수 땜에 커진 일이니까 직접 갖다드리고 더 이상 말썽 없게 하려구요.

서린 그래, 끝까지 책임지는 건 좋은 태도야.

도영 감정은 보고 갈 거지?

서린 당연히 봐야지. 감정은 경매의 기본인데. 가지.(가는)

46. 스카이호텔 스위트룸(낮)

블랙 라이트 감정중인 실내.

허명환, 존슨, 다케시 그림 보며 감정을 하고 있다.

서린, 윤재, 정사장, 감정위원들의 표정을 살핀다.

연수(옆자리에 포장된 그림), 나경, 도영, 한 켠에서 감정을 지켜본다.

(점프)

환해진 실내.

서린 어떻게 보셨는지 의견들을 말씀해주시죠.

How was it? Can I have your opinion?

허명환 (안경 벗으며) 내가 보기엔 진품입니다.

I think it's the real one.

다케시 (고개 끄덕이며) 나 역시 같은 의견입니다.

와타시도강가에모잇쇼데스. / I think so, too.

정사장, 그것 보라는 듯 윤재를 본다.

서린 그럼 마지막으로 존슨씨는 어떻게 보셨어요?

And then, what do you think, Mr. Johnson?

존슨 (뜸 들이다가) 그림에서 이상한 점은 발견되지 않지만

확실하게 하려면 진품보증서와 바코드가 필요합니다.

근데 왜 그게 없죠?

I don't see any problem on picture, but to be sure, we must have warranty and bar code. How come you don't have it?

서린 안타깝게도 그 두 가지는 분실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Unfortunately, he lost them.

존슨 그게 없으면 판단을 내리기가 곤란한데...

It's really hard to judge without them.

그렇다면 유감이지만 저는 진품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Then.....I'm sorry, I can't say it's real.

연수 (귀엣말) 2:1이니까 진짜네요?

도영 (귀엣말) 그게, 감정은 만장일치제야. 한 사람이라도 이의를

제기하면 진품 인정이 안돼.

연수 (!)

정사장 (존슨 보며) 당신, 진짜 고흐 전문가 맞아?

그림이 진짜면 진짜고 가짜면 가짜지, 그깟 종이쪼가리 없다고

진짜가 아니라니. 무슨 이런 경우가 다 있어?

윤재, 정사장 앞에 껴들어 진정시키고 존슨에게,

윤재 진품보증서와 바코드를 대신할 증거서륩니다.

This documentary evidence will prove the picture is real.

이 편지엔 1990년 고흐의 그림을 낙찰 받은 사이토가 여기 계신

정사장님 선친에게 그림을 선물했다는 내용과 함께 친필 사인이

있습니다. 이것이 사이토의 자필서명입니다.

Saito knocked down Gogh's picture in 1990 and this is the letter and signature saying that he's giving away this picture to Mr.Chung as a present. This is his own signature.

서린/정사장 (놀라는 표정으로 윤재를 보다가 다가와서 자료들 본다)

윤재 혹시 의심하시는 분이 계실지도 몰라 사이토의 서명이 있는

다른 서류도 준비했습니다. 대조해보시죠.

I brought other Saito's signature document to compare,

Just in case,

존슨 비롯한 감정위원들, 윤재가 내민 자료들 대조해본다.

서린 (존슨을 보며) 자 어떻게 결론 내리시겠습니까?

So, what's your opition?

존슨 훌륭합니다. 이런 증거까지 찾아내다니요.

Very impressive. How did you find out those kind of evidence?

하지만 유감입니다. 서명은 얼마든지 위조가 가능하니까요.

보증서와 바코드가 아니면 어떤 증거도 유효하지 않습니다.

미안합니다.

But signature can be forged so if you don't have warranty and bar code, any other kind of evidence is useless. Sorry.

정사장 (버럭)뭐야? 경매회사에서 만든 그깟 보증서보다 더 확실한 증거가 있는데도 이 그림이 진짜가 아니라구? 난 이 감정 인정 못해!!

정사장 화나서 그림을 들고 나간다. 일동 쫒아나간다.

47. 호텔 복도 (낮)

빠른 걸음으로 엘리베이터 쪽으로 가는 정사장. 서린 따라가며

서린 사장님.

정사장 이게 뭐하는 짓들이야?

괜히 감정은 하자 그래서 멀쩡한 그림 가짜나 만들구.

서린 죄송합니다. 저희한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십시오.

정사장 다 필요 없어. 내 그림 다시는 못 볼 줄 알아.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는 정사장.

서린, 굳은 표정으로 돌아서는데 윤재와 눈 마주친다.

서린 자기 멋대로 행동하는 게 오윤재씨 스타일인가요?

윤재 어쨌든 하는 데까지 해본 거 아닙니까.

서린 중요한 거 있음 보고하라고 했죠? 저런 중요한 자료를

입수했으면서 왜 미리 얘기를 안해요?

윤재 저도 어제서야 겨우 구한 거에요.

서린 감정 직전에라도 얘길 했어야죠. 미리 알고 작전이라도 짰으면

이렇게 허망하게는 안끝나잖아요. 이게 회사로서 얼마나 중요한

기횐지 몰라요? 오윤재씨 지금 개인 딜러로 일하는 거에요?

하는데 나오는 존슨과 다케시. 서린, 존슨에게 다가간다.

서린 존슨씨, 새로운 증거가 나타났으니까 성급하게 판단하지 마시고,

다시 한번 생각해 주세요.

We got some new evidence, so please take time and think again cafefully.

보증서와 바코드는 아니어도 이 정도의 증거면 충분하지 않은가요?

Though these are not warranty and bar code, isn't it enough?

존슨 (굳은 표정으로 가면서) 미안합니다.

I'm sorry.

계속 설득하며 윤재 옆을 스쳐가는 서린. 한숨 쉬는 윤재.

48. 스위트 룸(낮)

명환, 옷 입고 정리하고 있다.

연수 (가려다가) 저... 아저씨가 감정 전문가세요?

명환 (아저씨?) 음... 원래는 복원이 전문인데 감정도 좀 할 줄 알지.

연수 이 그림 한번 봐주실래요?

명환 (포장 벗기자 눈빛 달라지며) 이거 어디서 났나?

연수 고객이 맡겼다 취소해서, 돌려주러 가는 길이에요.

명환 야. 아깝네....웬만하면 보기 힘든 그림인데 이거.

윤재 힘없이 들어온다.

명환 윤재야. 이것 좀 봐봐라.

윤재 (그림을 보는)

명환 고흐에다 박재원에다... 오늘은 눈이 호강 좀 한다.

연수 박재원?

윤재 이게 니가 계약한 그 그림이야?

연수 (퉁명스럽게) 예

명환 야. 이 아가씨. 사고 한번 제대로 쳤다.

연수 (사고? 움찔해서 보면)

명환 이거 못해도 20억은 나가겠지?

윤재 못해도 20억이죠.

연수 !!

49. 도어맨 집(밤)

이미 얘기 다 끝낸 듯. 연수 얼굴 밝지 않고.

도어맨 (부인에게) 아, 뭐해. 어서 싸인 안하고.

아줌마 (싸인하면서) 몰라. 싸인하고 확 이혼해버릴거야. 별 좋지도 않은

그림 가지고 의리는 무슨 의리?

연수 (서류 확인하고) 이제 다 됐어요. 그리구, 알고는 계셔야할 것

같아서... 오는 길에 그림 감정해봤는데, 이 그림이 박재원이라는

유명한 화가가 그린 그림이래요. 가격도 최소 20억이래구.

귀한 그림이니까 보관 잘 하세요.

도어맨 부부 20억?

50. 도어맨 집 앞(밤)

허탈하게 그림 가지고 걸어나오는 연수

51. 회상

도어맨 아가씨, 이거 꼭 잘 좀 팔아줘. 어?

아줌마 이 양반이, 돈 한 두 푼도 아니고 20억... 이거, 빨리 현기씨 갖다줘. 나 이런 거 무서워서 못갖고 있어. 20억이라니.

도어맨 내가 다시 생각해봤는데, 20억이면 현기놈, 빚 다 갚고도 남아. 이 그림 팔아서 현기한테 돈 쥐어주는 게, 그게 현기 재기하는 길이야.

아줌마 당신 좀 이상해. 어떻게 생각이 갑자기 그렇게 변해. 딴 생각하는 거 아냐? 당신 그러다 벌받아.

도어맨 이 사람이, 무슨 말도 안되는... 날 어떻게 보는 거야!

아가씨, 부탁해. 응? 꼭 좀 비싸게 팔아줘!

52. 도어맨 집 앞(밤)

도어맨 집 바라보다 씁쓸하게 발길 돌리는...

53. 공항(다음날 낮)

차에서 내리는 서린과 나경, 공항 안으로 급하게 뛰어 들어간다.

54. 출국장(낮)

게이트 통과하려는 존슨 앞으로 달려가는 서린과 나경.

나경 (영어로) 잠깐만요. 존슨씨.

Wait, Mr. Johnson!

존슨 (멈추고 보면)

서린 서명 필체 과학감정 결과까지 확인하셨잖아요. 그래도 못 인정

못하시겠어요?

you've already checked out the science testfied result for signature. You still can not admit it?

존슨 (고개를 저으며)미안합니다. 말씀 드렸듯이 싸인은 충분히 위조될 수 있기 때문에 난 그 작품을 진품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So sorry, As I told you, signature can be forged so I can not say that's real.

진품증명서와 바코드만이 진품임을 증명할 수 있습니다.

Only warranty and bar code can proove weather it's real or not.

서린/나경 (따라가며)존슨씨. 잠깐만요, 잠깐만요! (하는데)

Mr. Johnson! Wait, wait a moment!

존슨 제 의견은 변함이 없습니다.(그대로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Sorry, there's nothing I can do.

서린, 나경, 허망하게 게이트 쳐다보는데 울리는 전화.

나경 (놀라며) 뭐?

55. 사무실(낮)

침울한 분위기의 사무실.

도영 고흐도 날라간 마당에 메인으로 올리려던 정지우까지 취소되고...

미치겠다.

서린 (골치 아픈) 현재 있는 작품 중에서 메인으로 올릴만한 거

뭐가 있지?

나경 딱히 눈에 띄는 건...

서린 시간이 없어. 오늘 밤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메인 작품 찾아야 돼.

손철만 회장이든 노경자 회장이든 설득해서 큰 거 하나 물어와.

안 그럼 이번 경매 실패야! 빨리들 움직여! (하고 방으로)

나경과 도영, 수첩을 보면 전화를 돌리기 시작하는데, 윤재, 연수의 어깨를 툭 치고, 따라오라는 신호를 보내고 나간다.

56. 사무실 밖(낮)

연수 왜요?

윤재 그 그림 갖다 줬어?

연수 신경 끄세요. 언제부터 내 일에 신경 써줬다구?

윤재 아깝네. 그 정도면 메인으로 충분할 텐데(하고 나가는)

연수 ...

57. 회의실(밤)

그림을 보고 놀라는 서린, 나경, 도영.

나경 연수씨가 계속 골치아파했던 그림이 이거야?

연수 예.

도영 이거 박재원 작품이잖아!

나경 박재원은 런던 소더비에서도 통하는 유일한 대한민국 화가야.

(서린 보고) 이정도면 메인으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연수 (얼떨떨)

도영 연수씨. 내가 연수씨 처음 봤을 때 필이 확 왔거든. 역시 연수씬

아트할 자격이 있어. 제가 그랬잖아요. 신입사원 잘 뽑았다고.

나경 솔직히 말하면 연수씨가 가져온 게 아니라, 고객이 직접 위탁한

그림 아닌가....

서린 (마음 놓인) 빨리 촬영해서 넘기고. 도영씨. 오늘 밤 안에 인쇄

끝낼 수 있지? 나경씬 보도자료 수정해서 돌리고. 차연수씨,

고생했어요. 이 작품이면 올해 최고낙찰가 3위 안에도 들 수 있을

거에요. 신입사원이 큰 일 했어요.

연수 ...

58. 호텔 사장실(밤)

가셰의 초상을 앞에 두고 서 있는 윤재와 정사장.

윤재 아직 결론이 난건 아닙니다.

정사장 감정한다는 사람들이 아니라는데 무슨 수로 자네가 결론을 뒤바꿔?

윤재 그깟 종이쪼가리 땜에 진짜 그림이 가짜가 될 순 없는 거잖아요.

정사장 가짜라고 할 땐 언제고.

윤재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사장님께서 그림 보여주셨겠어요?

정사장 (피식)

윤재 약속하신 게 있죠?

가짜로 판결나면 그림 제 맘대로 하라고 하셨던 거.

정사장 진짜로 판결나면 자낸 내가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약속했지.

윤재 (씨익 웃고) 사장님. 저 한번 믿어보시겠습니까?

정사장 ?

윤재 제가 이 작품이 진짜라는 거, 밝혀내겠습니다.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돈이 얼마가 들든, 그깟 종이쪼가리 아무것도 아니라는 거 보여줄 수 있는 증거, 어떻게든 꼭 찾아내겠습니다.

정사장 (윤재 천천히 보다가) 그렇게까지 하려는 이유는?

윤재 사장님이 원하시는 걸 테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 그림은, 진짜니까요.

정사장 ...

윤재 사장님도 약속 지키셔야죠?

정사장 (보는)

59. 윌옥션 일각(밤)

홀로 앉아있는 연수. 며칠간 겪었던 일들 떠올린다. 맨손으로 작품을 만지면 어떡해?’, ‘여긴 절차가 있는 곳이야. 가서 사과하고 취소해드려.’, ‘팔아줘. 무조건 비싸게.’, ‘무슨 일이 있어도 그림 돌려받아야 돼.’, '최고낙찰가 3위 안에 들 수 있을 거에요.' 등등의 소리들. 연수, 안되겠는지 전화 든다.

연수 아저씨, 전데요. 생각해봤는데, 경매회사 직원으로서 이런 말 하는 게 웃기긴 한데요, 그 그림 그냥 취소하는 게... 그게 아니라요, 그래도 친구분 생각하면서 어렵게 지키시던 건데... (전화 끊기고)

아저씨, 아저씨? (한숨 쉬는데)

윤재(E) 그건 무슨 오지랖이야?

연수 (돌아본다.)

윤재 넌 경매회사 직원이야. 좋은 그림 구해서 원하는 사람에게 팔면

그뿐인 경매회사 직원. 왜 그 뒷일까지 참견해?

연수 어떻게 한 순간에 이렇게 쉽게들 변해요? 그림이 20억 짜리가

되는 순간 실수투성이 차연수는 갑자기 유능한 신입사원이 되고, 친구 그림이라며 돌려달라던 아저씨는 갑자기 그림을 팔겠대고... 정말 돈에는 장사 없는 건가요?

윤재 그 사람은 그 그림 가지고 있어도 어차피 그림 가치도 몰라. 그런

사람한텐 그림보단 돈이 현실적으로 더 중요한 거야. 그 그림은 당연히 가치를 알아볼 사람한테 가야 옳은 거고.

연수 가치가 뭐에요? 결국 다 돈 아니에요? 돈 많은 사람이 비싼 그림 사는 거잖아요. 고흐 그림도 그래요. 누구 하나 고흐에 대해서

얘기한 적 없잖아요. 비싼 그림이니까 달려들었다가 가짜라니까

바로 포기하고. 결국 돈인 거잖아요.

윤재 그게 다는 아니야. ...여기서 사고 팔리는 그림들, 돈으로 환산되고는 있지만 그 그림엔 돈으로 매길 수 없는 가치가 있어.

넌 아직 모르겠지만.

연수 돈으로 매길 수 없는 가치... 그게 뭔데요?

윤재 글쎄... 그건, 나도 아직 찾는 중이야.

60. 경매 몽타쥬(낮)

방송 카메라 장비를 옮기는 촬영팀.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바쁘게 안으로 들어가는 기자들.

정장차림으로 고객들에게 인사하는 직원들.

도록과 패들을 가져가는 손,손,손

경매장 안, 사방에 설치되는 카메라.

한쪽에 마련된 다과 먹고 있는 고객들.

전화응찰석, 서면응찰석 시스템 점검 중인 컴퓨터 모니터.

도록 보며 공부 중인 대학생들. 등등.

61. 호텔 사장실(낮)

고민하는 정사장. 앞에 보이는 가셰의 초상

62. 서린방(낮)

거울 앞에서 눈을 감고 심호흡 하는 서린. 눈을 뜬다.

입을 크게 벌려 아아 몇 번 움직여보고, 미소연습도 한다.

그림에 대한 정보들이 빼곡이 적혀있는 다이어리 마지막으로 점검하고...

준비 끝! 책상에서 다이어리 집어 들고 나가려는데 울리는 전화.

서린 예, 정사장님.

63. 복도(낮)

당당하게 복도를 걸어가는 서린, 맞은편에서 오는 윤재와 마주친다.

서린 가는 건가요?

윤재 ...

서린 정사장님한테 전화 왔었어요. 오윤재씨한테 배운 게 많다구.

고흐 그림 진품 되면 그때 진지하게 다시 얘기해보자구요.

윤재 ... 가보겠습니다. (살짝 목례하고 발걸음 옮기는데)

서린 오윤재!

윤재 ?

서린 5년 전과 달라진 게 없네. 일 저지르고 멋대로 회사 떠나고.

아직 일 끝나지 않았어. 고흐 그림이 윌옥션 경매에 걸려야 이번 일 끝나는 거야. 나가려거든 이번 일 끝까지 마무리 하고 나가.

일하는 스타일 가지고 뭐라고 하지 않겠어. 다만, 중요한 일 있을 땐 꼭 보고하고 움직여.

서린, 윤재 뒤로 한 채 경매장으로.

64. 경매장(낮)

연수, 객석 중간에 서고, 도영, 서면 응찰석에, 나경, 보조경매사석에 앉는다.

경매사석에 들어서 서린, 당당하다.

서린 오늘도 이렇게 많은 분들이 저희 하이옥션을 찾아주셔서 대단히 감 사합니다. 지금부터 제 85회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객석에서 박수치는 고객들,

처음 보는 경매에 긴장하는 연수

65. 사무실(낮)

구두 끈을 묶고,

와이셔츠 단추를 잠그고,

소매 단추를 잠그고,

양복을 걸치고

안경을 고쳐쓰고

머리를 매만지고...

말끔한 차림의 윤재가 경매장으로 향한다.

66. 호텔 사장실(낮)

고민하다 일어나는 정사장. 가셰의 초상 깊게 응시하는.

67. 경매장안(낮)

윤재, 연수 옆에 선다. 연수 흘끔 보고,

윤재를 발견한 서린, 더 힘차게.

서린 집으로 돌아가는 길처럼 푸근하고 정겨운 풍경이 또 있을까요?

박재원 화백의 미공개작인데요, 아마도 오늘 경매의 최고 화제작이 될 것 같습니다. 작품번호 51번, 박재원 화백의 집으로 가는 길

입니다. 20억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그림 나타나자 와~소리 나기 시작하는 객석. 한꺼번에 플래쉬 터지는 카메라들,

전화 걸기 시작하는 기자들, 바쁘게 뭔가 적기 시작하는 사람들...

68. 호텔 로비(낮)

어딘가 굳은 얼굴로 응시하고 있는 정사장. 이내 씩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바라보는 곳 보면 로비 한 켠에 걸린 가셰의 초상. 오가는 사람들, 그림 주변에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한다.

69. 경매장(낮)

두리번거리며 연수를 찾는데 객석에 보이는 연수. 연수 보라고 손 흔든다. 연수, 낙찰자 싸인 받다가 도어맨을 발견하고 살짝 인사하는데, 그때 들어오는 도어맨 부인과 한 남자.

연수 ?

도어맨 (반갑게 손 흔들며 입모양으로) 친구.

연수 (그때서야 활짝 웃음 지으며 알겠다며 같이 손 흔들고)

서린 현재 25억 나왔습니다. 25억 5천 있으십니까?

직원1 (전화응찰석에서 패들 번쩍 든다)

서린 전화응찰 26억입니다.

도영 (패들 든다)

나경 (똑 부러지게)서면 26억 5천!

친구의 손을 꼭 잡는 도어맨 아저씨.

그 모습을 보며 미소 짓는 연수. 시선은 도어맨과 친구를 보고 윤재에게

연수 그쪽 말이 맞는 것 같네요.

돈보다 더 중요한 거, 찾을 수 있을 지도 모르겠어요. 여기서요!

윤재 (피식 웃는)

서린의 힘있는 목소리로 점점더 올라가는 가격. 열기와 흥분으로 가득찬 경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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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드라마 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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