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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이름은 김삼순 1회

S#01. 자막 제 부 인생은 봉봉 오 쇼콜라가 가득 든 초콜릿 상자입니다.
S#02. 
호텔 복도 (자막, 2004 년 12 월 24 )
화면 밝아지면 긴 복도가 나타난다서스펜즈적인 분위기다.
현우가 여자의 어깨를 안고 걸어온다.
뒤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손뜨개 목도리로 얼굴 대부분을 가린 삼순이가 나타난다.
조심조심 현우를 미행중이다.
현우와 여자가 룸으로 들어간다.
문이 닫히자 다다다 달려와 문에 바작 귀를 대는 삼순.
문과 바닥 사이에도 귀를 대어보느라 납작 엎드린다.
바람난 남자를 미행하는 여자가 대부분 그렇듯이 추잡스럽다.
그걸 깨달았는지 곧 일어나는 삼순이게 다 무슨 소용이람...


삼순선글라스를 벗어든다.
눈물이 그렁한 채 문을 빤히 바라본다.
저 반대편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불온한 상상에 눈물이 툭 터질 것 같은데그러나 곧 눈물을 슥슥 닦는다.
눈빛이 처량함에서 살기로 바뀐다!
삼순 (복수의 화신처럼 잘근잘근 내뱉는다감히 나를 두고 바람을 펴?
방앗간집 셋째딸 삼순이를 모독한 댓가가 얼마나 끔찍한 건지 생생하게 보여주겠어.
(
가방에서 뭔가를 휙 꺼낸다신문지에 둘둘 만 칼이다눈을 번득이며 이를 간다)
오늘너 죽고 나 산다!
S#03. 
호텔 룸
(욕실에서 샤워하는 소리가 흘러나오면서)
현우셔츠 단추를 두어 개 풀며 와인리스트를 꼼꼼히 살펴본다.
잘 생긴 얼굴과 여유와 귀티가 배어있는 행동들...
곧 수화기를 들고 룸서비스 번호를 누른다.
현우 (예의 그 부드러운 말투여기 XXX 혼데요, *** XX 년산 한 병 부탁합니다.
거기 맞춰서 뭐 먹을만한 거 알아서 보내주시구요.
(
수화기 내려놓는데 초인종 울리자누구세요?
삼순 (E) (변조한 목소리)
현우 (벌써황당하다갸웃하며 나간다)
현우문 연다.
들이닥치는 삼순.
놀라서 펄쩍 물러나는 현우.
현우 너!
삼순 (노려본다)
현우 너어떻게 여길...
삼순 (한발 한발 다가든다미저리 분위기다작년 크리스마스 때도 딴 여자랑 있었니?
현우 (강하게 부인아아니그땐 아버지 회사 창립파티(하는데)
삼순 (말 자르며재작년 크리스마스 때는?
현우 그때도 아버지 회사 (하다가회사 창립일이 하필이면 12 월 24 일이야알잖아.
삼순 (방 한 가운데 멈춘다근데 오늘은 창립파티 안가고 여기서 뭐해?
현우 (아차차!)
삼순 (미저리처럼 눈빛은 서늘한데 말은 나긋나긋하다어머어떡하니오늘이 12 월 24 일이
라는 걸 몰랐구나
?
쯧쯧요즘 조기치매가 무섭다더니녹차의 주성분인 카데킨이 치매예방과 치료에 탁월
한 효과가 있다고 두루두루 유식한 자기가 가르쳐 주구선
?
앞으론 녹차 마~니 마셔 이 새끼야?
현우 (소름 끼친다너 왜 이러니...
삼순 내가 왜 이러느냐고그걸 묻기 전에 니가 뭘 잘못했는지부터 생각해봐.
현우 (요설이 시작된다어떠한 상황에서도 지적이고 부드러운 말투!)
삼순아넌 지금 뇌 속의 브레이크가 고장났어사소한 오해로 뇌 속의 질서가 무너져서
정신상태가 균형을 잃은 거야
.
침착해안그러면 넌 폭력을 멈출 수가 없어.
심호흡을 해봐후우후우-
삼순 지랄 한번 제대로 이단옆차기 한다?
현우 (!) ...어떻게 그런 심한 말을...
언어는 삶의 방식과 깊은 연관이 있어그 사람의 삶의 방식이 언어에 반영되거든
러니까 
'지랄'이라는 상스러운 어휘를 구사하면 삼순이 니가 살아온 삶이 (하는데)
삼순 옘~?
현우 (!!! 넘어지며타락했구나누구야누가 널 이렇게 만들었니?
삼순 (심은하처럼부셔버릴거야.
삼순칼을 확 치켜든다.
호텔방의 부분조명 탓에 처키인형같다.
룸서비스 (E) 실례하겠습니다.
S#04. 호텔 복도
처키처럼 칼을 치켜들고 있던 삼순
흠칫 놀라 돌아본다.
룹서비스 (별꼴이다들어갈 거 아니면 좀 비켜주시죠.
삼순정신을 차리고 보니 문 앞에서 그러고 있었다.
아무짓도 안한 척 우아하게 딴청하며 간다.
초인종 소리에 이어 현우의 목소리가 들린다.
현우 (E) 누구세요.
룸서비스 (E) 룸서비습니다.
삼순현우의 목소리에 놀라 허둥지둥 도망을 간다.
현우가 나를 보면 어떡하지비참한 내 모습을 들키면 어떡하지?
상상속의 당당함은 온데간데없이 소리 나지 않게 필사적으로 뛴다.
그러나 하이힐 신은 발목이 꺾이며 철퍼덕 온몸으로 엎어진다.
넘어지면서 신문지 말이를 놓치자 그 안에서 흉기가 튀어나온다칼이 아닌 감자깎이다.
재빨리 뽈뽈뽈 기어가 감자깎이를 주워드는 순간철컥문 따는 소리!
삼순카펫 바닥에 넙죽 엎드린다할 수만 있다면 바닥이 되고 싶다.
문 열어주던 현우무심코 삼순 쪽을 보게 된다.
뭔가 이상하다갸웃...하더니 걸어오기 시작한다.
누군가 다가오는 게 느껴진다!
삼순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굴러다닌다현우면 어떡하지어떡해...
눈을 질끈 감아버린다.
다가온 현우삼순을 내려다보고 있다.
스커트 차림으로 해삼처럼 바닥에 눌러붙어 손에는 감자깎이를 쥐고
나 몰라라 생까고 있는 해괴망측한 삼순
!
현우삼순의 앞에 쪼그리고 앉는다푸욱 한숨만 나온다.
삼순차마 눈은 못 뜨고 안면 근육만 움찔거린다.
현우 삼순아.
삼순 (눈 감은 채 이크!)
현우 (차분한일어나.
삼순 ...............
현우 여기서 밤 샐 거니?
삼순 ...............
현우 그만하고 일어나우리 할 얘기 있잖아.
삼순 (어느새 목이 메었다내가 어떻게 일어나.
현우 일으켜줘?
삼순 쪽팔려서 어떻게 일어나냐구이 나쁜 자식아어엉- (울음 터뜨린다)
S#05. 
호텔 커피숍 (동 밤)
마주앉은 삼순과 현우.
현우는 부드럽고 차분하게삼순은 가시 돋혀서기관총 연사하듯이 쉴틈없이 대화를 주고받는다.
현우 언제부터 알았니.
삼순 한달 전쯤에.
현우 어떻게.
삼순 현우씨 핸드폰 문자 봤어.
현우 혹시 위치확인 같은 것도 했니?
삼순 (잠시 생각하다가 끄덕끄덕)
현우 (표정 굳는다) ...근데 왜 말 안했니한 달 동안.
삼순 (왠지 주눅 든다) ...어떻게 해야될지 몰라서.
현우 넌 한 달 동안 나를 속였어.
내 핸드폰을 감시하고 위치확인까지 하면서 시침 떼고오늘은 미행까지 하고.
삼순 (이런 적반하장이!) ...............
(
물 마시고내 남자가 변했는데 그 정도도 안하면 그게 여자야?
현우씨 변한지 오래 됐어.
툭 하면 핸드폰 꺼놓고 잘 받지도 않고 문자 씹고바쁘단 핑계로 만나주지도 않고.
지난 달엔 23 일만에 만났어그것도 내가 회사 앞으로 찾아가서연락도 없이 불쑥 찾
아왔다고 현우씨 얼마나 짜증 부렸는지 기억나
?
옛날엔 그렇게 찾아가면 좋아했잖아.
거기다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야.
이런 날도 혼자 내버려두는데그럼 난 어떡해야 돼?
처분만 바라고 가만 있을까?
현우 그래서배신감 들었니?
삼순 그래!
현우 원망스럽니?
삼순 그래!!
현우 신뢰도 무너지고?
삼순 입 아퍼!!
현우 예전하고 같을 순 없겠구나.
삼순 당연하지!!
현우 그럼 헤어지자.
삼순 ???!!!
현우 이렇게 서로 우스운 꼴로 헤어지긴 싫었는데 어쩔 수 없구나.
한동안 무심하게 대한 거인정한다미안하다변명은 안하겠다.
삼순 (이게 아닌데온 몸이 떨린다) ...내가싫어졌니?
현우 아니.
삼순 아까 그 여자사랑하니?
현우 아니.
삼순 (버럭근데 왜?!!! (눈물이 고인다)
현우 (피곤한 표정이 된다)
삼순 말해이 자식아이유가 뭔데!
현우 헤어지잔다고 그렇게 욕을 해대는 건 반지성적인 행동이라는 걸 상기해줬으면 좋겠다.
삼순 (눈물 글썽한 채옛날엔 시원시원하다고재밌다고많이 하라 그랬잖아 이 나쁜 놈아.
내가 욕할 때마다 흥분된다고 그랬어 안그랬어이 말탱구리야!!!
너무 컸다!
사람들이 모두 쳐다보는 가운데 삼순과 등을 맞대고 있는 남자는 푸하하고 웃기까지 한다.
현우 (...곤혹스럽다여긴 콩코르드 광장이 아니야한 옥타브 낮춰.
삼순 나 지금 눈에 뵈는 거 없어이유가 뭐야빨리 말해.
현우씨 박식하고 유식한 거나 알고 하늘 알고 다 아니까 어려운 말 쓰지 말고 내 수
준에 맞춰서 간단하게 말해
.
은유법비유법직유법그런 개수작 부리지 말고 쉽게 말해.
수학철학논리학천문학엿같은 소리 집어치우고 몸통만 말해.
현우 (말이 안통하는군한숨 쉬고는안되겠다지금 네 몸속에는 흥분과 폭력을 유발하는
호르몬이 가득 차 있어
그게 빠지면 그때 얘기하자.
미안하다못 데려다줘서. (일어나 간다)
삼순눈물 고인 채 쳐다본다.
이게 마지막일 것이다다시는 저 얼굴을 볼 수 없겠지...
주체할 수 없는 무언가가 가슴으로부터 터져나온다.
삼순 (벌떡 일어나며날 사랑하긴 했니?!
커피숍 안에 그 말이 울려퍼진다.
모든 손님들과 모든 종업원이 쳐다본다.
마지막으로 현우가 우떡 서더니 돌아본다.
삼순 (눈물이 앞을 가리고 목은 잔뜩 메인 채) 3 년 동안...
넌 한 번도 사랑한단 말을 해준 적이 없어...날 사랑하긴 한 거야?
사람들이 일제히 현우를 쳐다본다.
여자 울린 그를 모두들 개새끼 보듯 한다.
품위는 물 건너갔다.
현우사람들 시선은 아랑곳없이 뚜벅뚜벅 테이블로 다가온다.
케잌 먹던 젊은 여자도웨이터도점잖은 할머니도인형을 안은 여자아이도시가를 문 외국인도,
모두들 미동 없이 쳐다본다.
어떻게 될지 너무 궁금하다.
현우다가와 멈춘다.
삼순 (잔뜩 긴장한)
현우 ...사랑했다.
삼순 !
어디선가 휴안도하는 소리가 들린다.
현우 사랑했다볼이 통통한 여자애를.
세계 최고의 파티쉐가 되겠다고 파리 시내 베이커리란 베이커리는 다 찾아다니던 여자
애를 사랑했다
.
꿈 많고열정적이고활기차고항상 달콤한 냄새를 묻히고 다니는 여자애를 사랑했다.
그런데...
삼순 (그런데?)
현우 내 사랑은 여기까진데 왜 여기까지냐고 보채면 난 어떡해야 되니?
삼순 !
현우 미안하다여기까지라서. (돌아서서 나간다)
젊은 여자애 하나가 얼결에 박수를 치다가 멀쓱해서 곧 멈춘다.
몇몇 여자들이 '어머멋있다'고 속닥인다.
삼순다리가 풀려 자리에 털썩 앉는다.
멍한 눈가에 눈물이 한가득이다.
힐긋힐긋 사람들이 연민으로 쳐다보는 가운데
웨이터가 붉은 와인 한 잔과 티라미슈 한 조각을 서빙한다
.
삼순이 쳐다보자,
웨이터 힘 내시라는 저희 지배인님의 배렵니다. (주먹으로 파이팅 해주고 간다)
삼순그제야 정신 차리고 눈물 훔치며 주위를 둘러본다.
마법에 걸린 걸까실내의 모든 사람들이 삼순을 향해 파이팅!을 해준다.
삼순더 비참해진다와인을 단숨에 마시고는 일어나 나간다.
S#06. 
호텔 옥상 &룸 (동 밤)
난간에 서 있는 삼순.
목도리가 바람에 휘날린다.
그녀의 어깨 너머로 도심의 야경이 휘황하다크리스마스 이브의 화려함이...
삼순두 팔을 벌린다두 눈을 감는다.
그리고는 한치의 망설임 없이아주 유연하게바람에 몸을 맡긴다.
프레임아웃.
추락하는 삼순이... 슬픈 미소를 지은 채 도심의 야경 속으로 파묻혀간다...
삼순 (E) (마음의 소리현우씨...날 잊지 말아줘.
죽는 건 괜찮지만 당신 기억 속에서 잊혀지는 건 견딜 수가 없어.
부디 행복해야 돼... 사랑해 현우씨...
(
문득 공중에서 뚝 멈춘다휙 고개 들면서이럴 줄 알았지?
여자와 한창 정사중이던 현우무심코 고개 들다가 창문 밖 삼순이와 눈이 마주친다.
딱 걸렸다놀라서 화다닥 여자에게서 떨어져나가는 현우.
삼순의 눈이 띵빛난다레이저빔이라도 나올 것 같다말을 잘근잘근 씹는다.
삼순 내 눈을 똑똑히 봐.
이 눈으로 평생 너를 쫓아다닐 거야밤이면 밤마다 꿈 속에 나타나 괴롭힐 거야.
바람난 너 땜에 내가 얼마나 울었는지 알아?
이젠 니 차례야한번 당해보시지불면의 밤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내가 이 여자를 왜 버렸을까평생 땅을 치고 후회할 걸?
이게 사랑이냐고개뿔?
미안하다내 사랑도 아까 그 커피숍에서 끝났다!
안녕한때 내가 미치게 사랑했던 개자식아!
다시 추락하는 삼순의 몸.
S#07. 
호텔 앞
쿵 떨어지는 삼순
적막...
행인들이 무심히 삼순을 지나쳐 간다고요......
거리를 휘도는 싸늘한 겨울바람...낙엽이 뒹군다.
이윽고삼순의 눈에서 한줄기 눈물이 흘러내린다.
삼순 (E) (마음의 소리이게 다 무슨 소용인데...
(
눈을 뜬다눈물이 그렁하다)
(E) 
부모님이 돌아가셔도 장례 치루면 먹고 사느라 바쁘고지 자식 낳아준 마누라도
돌아서면 남남인데 니가 뭐라고 너를 평생 기억해
.
S#08. 
동 커피숍
와인이 그대로 있다
.
입술을 앙다물며 간신히 울음을 참고 있는 삼순.
삼순 (E) (마음의 소리헤어진 남자 기억 속에 들어앉아 있는 건 또 무슨 의미고.
그건 추울 때 마시는 오뎅국물보다 더 값어치가 없는 거야알어?
(
서러움이 격해져 입을 틀어막고 뛰쳐나간다)
S#09. 
호텔 로비 화장실
터지려는 울음을 틀어막고 다급히 들어오는 삼순
.
가운데 칸으로 들어가 문을 닫는다.
흐느낌 소리가 들린다... 그러면서 옷 벗는 소리가 들린다.
뭘 많이 부딪히기도 하고울음이 본격적으로 터지기 직전의 흑 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린다.
다 벗었는지 변기에 앉는 소리가 들린다.
마악 벗어서 옷걸이에 걸어둔 코르셋이 보인다마치 곤충이 벗어놓은 허물처럼 펑퍼짐한...
삼순코르셋을 벗고 다시 입은 블라우스의 단추를 잠그며 흐느끼고 있다.
울음이 격해져 단추잠그기를 포기한다.
결국 소리내어 울기 시작한다.
다 끝났다타오르던 불꽃은 꺼지고 환희도 기쁨도 사라졌다버려진 자의 아픔만이 남았다.
한번 터지자 무서울 게 없다울음소리가 더 커진다.
엉엉...엉엉...엉엉......
삼순 (E) (마음의 소리그런 적이 있었다이 세상의 주인공이 나였던 시절.
구름 위를 걷는 것처럼 아득하고 목울대가 항상 울렁거렸다그 느낌이 좋았다.
거기까지 사랑이 가득 차서 찰랑거리는 것 같았다.
한 남자가 내게 그런 행복을 주고 또 앗아갔다.
지금 내가 울고 있는 건 그를 잃어서가 이니다.
사랑...그렇게 뜨겁던 게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게 믿어지지 않아서 운다.
사랑이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알아버려서 운다.
아무 힘도 없는 사랑이 가여워서 운다.
까만 마스카라가 번져 검은 눈물이 흘러내린다.
손바닥으로 슥슥 닦자 검은 눈물이 온 얼굴에 번진다.
그때 노크 소리.
삼순상관 않고 운다.
두 번째 노크 소리그냥 운다.
세 번째 노크 소리힐끗 쳐다본다.
손기척하기에는 너무 멀다.
삼순 있어요엉엉...
네 번째 노크 소리.
삼순 (짜증있어요오허어엉...
다섯 번째 노크 소리.
삼순 (왕짜증있다구요오!
여섯 번째 노크 소리.
삼순 (왈칵 화가 난다귀 먹었어요있어요사람 있다구요!
나 방금 실연 당해서 눈에 뵈는 게 없으니까 그냥 놔둬요?
화를 내자 울음이 더 크게 따라 나온다엉엉엉...
일곱 번째 노크 소리.
삼순 (폭발벌떡 일어나며누구야나랑 해보겠다는 거야 지금? (발로 문을 뻥 찬다)
슬로우로 문이 열린다마치 알리바바의 문처럼...
문이 열리며 한 남자의 모습이 느린 화면으로 나타난다.
고급스런 캐주얼 양복을 빼입고패셔너블한 도트무늬 넥타이를 매고,
하얀 얼굴,도도하게 30 도쯤 쳐든 턱서늘한 눈매...
진헌이다.
그 뒤에서는 크리스마스 이브라고 양복을 멋지게 차려입은 남자 서너명이 힐긋힐긋 보고 있다.
어리둥절한 삼순너무 놀라 입이 쩍 벌어진다!
얼굴엔 검은 눈물채 잠그지 못한 블라우스 사이로는 허연 가슴!
진헌 (미간 찌푸리며뭡니까 아줌마변태예요?
삼순 (변태?)
진헌 (재빨리 가슴을 훑고는아니면남자화장실에서 수유 중입니까?
삼순 (수유얼른 가슴을 본다아뿔싸얼른 가슴을 가리고 쾅 문을 닫는다)
남자화장실이었구나이런 개망신이 있나몰라몰라몰라 난 몰라!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소리없는 비명을 지르는 삼순.
진헌종이타월로 아직 물기 남아있는 머리와 옷 등을 닦는다.
그러다가 아뭔가 떠올라 가운데칸을 돌아본다.
아까 커피숍의 그 여자구나.
참 한심하다는 표정이더니 다가가 노크를 한다.
삼순노크소리에 으헉놀라 그만 주저앉고 만다.
진헌 (높낮이 없이 냉랭하게이런 날 남자가 다른 여자랑 호텔에 왔으면 게임 끝난 겁니다.
다음부턴 왜 그랬냐고 묻고 따질 것도 없이 정강이 한번 걷어차고 끝내세요.
세상에 널린 게 남자고남자다 거기서 거기예요여자도 마찬가지지만.
(
간다)
삼순벙 하다.
방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S#10. 
호텔 로비 (또는 화장실 앞)
화장실에서 나와 현관으로 향하는 진헌.
속내를 알 수 없는 특유의 도도한 표정.
S#11. 
호텔 커피숍 (S#05)
진헌은 귀티 나고 예쁜 맞선녀와 마주앉아 있다.
진헌 이런 경우 채원씨는 어떻게 하겠어요?
맞선녀 (벌써 몇 번째 틀렸지만 아직은 봐준다미소로채원이가 아니고 채운이요.
진헌 아실례채운씨 같으면 내 남자가 다른 여자랑 호텔에 왔다가 들켰다어떡하시겠어요?
맞선녀 (미소글쎄요...그런 비극적인 생각은 안해봐서...
진헌 (끄덕끄덕비극적이라...
그때진헌과 등을 맞대고 앉은 삼순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삼순 (E) 내 남자가 변했는데 그 정도도 안하면 그게 여자야?
현우씨 변한지 오래 됐어.
특하면 핸드폰 꺼놓고 잘 받지도 않고 문자 씹고...
(
이하 계속 들리면서)
진헌 저런여자가 좀 눈치가 없네요전화를 안받으면 벌써 종 친건데안그래요?
맞선녀 (슬슬 화가 난다그래도 참는다그건 그렇고 지금 하시는 일은 재밌으신가봐요?
진헌 (건성일을 재미로 하나요먹고 살자고 하는 거지.
맞선녀 (저거 지금 나를 놀리는 거지또 참고 미소로네에...
그런데 호텔엔 언제쯤 들어가실 계획이세요어머님이 많이 기다리시는 것 같던데.
현우 (E) 그럼 헤어지자.
진헌 이런남자가 먼저 헤어지자고 하네요?
맞선녀 (드디어 울그락불그락)
삼순 (E) 내가싫어졌니?
진헌 그걸 이제 아셨나.
삼순 (E) 아까 그 여자사랑하니?
진헌 그건 상관할 바 아니지.
삼순 (E) 근데 왜?!!!
진헌 (깜짝 놀란다!)
맞선녀 (화나 가서 푸르딩딩)
삼순 (E) 옛날엔 시원시원하다고재밌다고많이 하라 그랬잖아이 나쁜 놈아.
내가 욕할 때마다 흥분된다고 그랬어 안그랬어이 말탱구리야!!!
진헌 (푸하웃는데...물세례순간 놀랐다가 올 것이 왔구나 하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맞선녀 (일어나 물텁의 물을 끼얹은 뒤다이 바닥에 좌악 소문난 거 모르지?
무례하고 건방지고 안하무인이라고.
맞선 보기 싫음 너희 어머니하고 너희 집에서 해결해여자들 헛수고 시키지 말고. (간다)
진헌 (이제 끝났군냉랭한 미소를 지으며 린넨으로 물을 닦는데)
삼순 (E) 날 사랑하긴 했니?!
진헌 (돌아본다)
삼순이 대답을 기다리며 보고 있고 현우가 저만치서 보고 있고
사람들의 시선은 온통 두 사람에게 꽂혀 있다
.
진헌퍽 웃으며 앞을 본다.
현우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현우 (E) 사랑했다볼이 통통한 여자애를.
세계 최고의 파티쉐가 되겠다고 파리 시내 베이커리란 베이커리는 다 찾아다니던 여자
애를 사랑했다
.
꿈 많고열정적이고활기 차고항상 달콤한 냄새를 묻히고 다니는 여자애를 사랑했다.
그런데...
진헌 (재밌는 걸?)
현우 (E) 내 사랑은 여기까진데 왜 여기까지냐고 보채면 난 어떡해야 되니?
진헌 ...............
S#12. 
호텔 현관 앞 (현재)
모범택시가 달려와 멈춘다.
기다리고 있던 진헌이 올라타고 택시는 곧 떠난다.
삼순이 회전문 밀고 나온다.
택시 안기다리고 처벅처벅 걷다가 뭔가를 발견하고는 다가온다.
널부러져 있는 삼순의 시체깨진 사랑의 파편 같다.
삼순망연하게 자신의 시체를 내려다본다.
시체는 우스꽝스럽고바라보는 삼순은 참담한...
삼순 (Na) 연애의 뒷모습이 이런 거라면이렇게 우스운 거라면...
다시는 사랑 따위 하지 않겠다다시는...
삼순다 털어버리듯 씩씩하게 걸어간다.
S#13. 
전광판
<하지만 사람으로 인한 상처는 사람으로 밖에 치유할 수 없답니다.
새로운 사랑을 기다리세요. ^.^>
이모티콘이 윙크하면서 화면 어두워진다.
F.O
S#14. 
수영장
F.I
힘차게 수영하는 진헌.
S#15. 
샤워실
샤워를 한다
.
S#16. 
오피스텔 안
스킨을 바른다
머리 손질을 한다속옷을 입는다.
시계 키고와이셔츠 입고커프스 달고넥타이 골라 매고양복 갖춰 입고,
식탁에 배달되어온 녹즙을 마시고,
신발장에 쭉 늘어선 구두그 중 하나를 꺼내고 신고나가다 말고 돌아서서
신발장의 거울로 도도하게 치켜뜬 눈으로 마지막 점검을 하고 나간다
.
지금까지 한결같은 표정도도함이 섞인 무덤덤...
S#17. 
레스토랑 '보나뻬티-Bon Appetit' 
모범택시가 달려와 멈춘다
.
내려서 들어가는 진헌.
테라스를 청소하던 웨이터들이 인사한다.
끄덕 목례하며 들어가는 진헌.
S#18. 
보나뻬띠 안
현관문이 활짝 열린다
마치 마법의 성이 열리는 것처럼!
진헌의 시점으로 카메라가 들어간다.
테이블 세팅 중이던 웨이터와 웨이츄리스들이 제각각 인사를 한다.
자유로운 듯 하면서도 예의 바르게.
카메라는 그들을 하나하나 지나치며 거침없이 안으로 들어간다.
주방문이 열린다카메라가 역시 성큼 들어간다.
주방 직원들도 각자 자기 일 하다가 인사하고 또 다시 자기 일에 몰두한다.
활력이 느껴진다.
카메라는 이들을 지나쳐 또 안으로 들어간다.
S#19. 
주방 일각
걱정스럽게 뭔가 상의하고 있던 오지배인
(60 )과 쉐프 이현무(30 )가 돌아본다.
60 
이 넘은 오지배인은 하얀 와이셔츠에 검은 유니폼 정장을 입고 나비넥타이를 하고
백발이 성성한 머리는 단정하게 빗어넘겼다
.
들어서던 진헌분위기를 감지한다.
오지배인 오셨습니까.
현주 날씨는 좋은데 좋은 아침은 아니네.
진헌 무슨 일이에요?
현무 앙리가 오늘 아침 비행기로 파리로 돌아갔어.
진헌 ......?
오지배인 어머니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답니다.
진헌 (저런!) ...안됐네요... 언제쯤 돌아올 수 있대요?
현무 그게 문제야다신 돌아오지 않겠대.
진헌 !
현무 어떡하지오늘 당장 디너부터 문제야.
S#20. 
결혼정보업체
삼순
전근대적으로 생긴 커플매니저(남자)와 마주앉아 있다.
매니저 (신상명세 보며아버지는 안계시고 세자매중의 셋째딸...
소유 부동산은 단독주택 한 채... 누구 명의로 되있어요?
삼순 어머니요.
매니저 (적는다어머니... 몇 평이에요?
삼순 네?
매니저 집이 몇평이냐구요.
삼순 안재봐서 모르는데요.
매니저 (누가 그런 걸 재봐등기부등본에 나와있잖아요.
삼순 안봐서 모르는데요.
매니저 지금 날 놀리는 겁니까?
삼순 아뇨.
매니저 (웃기는 여자군!) ... (신상명세 보며최종학력은 숭의여고 졸업에 르코르동 블루 이수
... 이게 뭐죠?
삼순 (자랑스럽게파리에 있는 요리학교에요. 100 년이 넘는 전통을 갖고있죠.
매니저 어쨌든 고졸이고.
삼순 (뭐시라?)
매니저 월수는... (펄쩍 뛴다아니 이럴 수가월수입이 빵원이네요?
삼순 (난처해진다지금은 잠깐 쉬는 중이거든요금방 취직할 거예요워낙 전문직이니까.
(
방긋 웃어준다)
매니저 그걸 어떻게 장담하죠?
삼순 네?
매니저 나이는 서른에 고졸이면서 편모슬하인 뚱녀를 받아줄 회사가 과연 몇이나 될까요?
삼순 (눈이 훌떡 뒤집어진다뚱녀요아니 이봐요아저씨아니 매니저님.
저는 지금 회원가입하러 온 거예요당신네 회사 상품을 팔아주러 온 거라구요.
그런데 손님한테 이렇게 무례한 회사가 세상에 어딨어요?
매니저 이봐요김삼순씨그러고보니 이름도 참 거시기하네.
어쨌든 삼순씨세상물정을 너무 모르는 것 같아서 알려주는데얼굴에 손 댔어요 안댔
어요
.
삼순 백퍼센트 자연산이에욧!
매니저 이것 봐 이것 봐양심 없는 것 좀 봐어떻게 요즘 같은 시대에 손 한번 안댈 수가 있
어 그 얼굴에
?
삼순 (폭발 일보 직전!) 뭐예요뭐 이런 개뼉다구 같은 회사가 다 있어?
매니저 댁도 만만치가 않아요이런 조건으로 결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
하며 비디오테잎을 탕 내놓는다파니핑크라는 영화예요초절정리얼리티 노처녀 영화
라고 할 수 있죠
.
거기에 보면 이런 대사가 있어요.
여자 나이 서른에 연인을 만나기란 길 가다가 원자폭탄을 맞는 것보다 어렵다!
한세기가 넘는 영화 역사상 최고의 명대사라고 할 수 있죠노처녀를 이렇게 직설적이
고 리얼하게 표현한 대사는 없었으니까
.
그러니까 집에 가서 발 닦고 이거나 보세욧결혼할 생각 꿈에도 하지 말고!
삼순 (못참고 벌떡 일어난다이 영화를 지금 리메이크 하면 아마 서른을 마흔으로 고쳐 쓸
걸요
요즘 서른은 옛날 스물이나 마찬가지라는 걸 아셔야지!
매니저 (벌떡 일어나 눈을 맞대고그건 여자들 생각이고우리 남자들 생각은 쌍팔년도에서
한치도 나아진 게 없다는 걸 아셔야지
!
여잔 일단 어리고 이뻐야 돼욧!
삼순 오오 그러셔니들 남자들은 안늙니뱃살 축 늘어져 가지고 영계 찾으면 안 비참하니?
곱게 늙어야지 아저씨들아.
그리구 뭐뚱뚱하다구그래나 뚱뚱해케잌이랑 초콜릿 만다는 게 내 직업인데
그럼 안 뚱뚱하고 배겨
?
백수라고그게 내 잘못이야경제 죽인 사람들 다 나오라 그래!
S#21. 결혼정보업체 ()
소파에 앉아 졸다가 컥목이 꺾여 잠이 깨는 삼순.
침 고인 입을 다시며 주위를 둘러보다가 커플매니저가 다가오자
저 자식슬그머니 째려보다 일어난다.
매니저 (꿈과는 정반대로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다가오며저희가 잠깐 상의를 해봤는데 김 삼
순씨는 특별관리회원으로 등록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
삼순 그게 뭔데요?
매니저 성사될 때까지 무한공급을 받는 겁니다. (은근하게남자를 밑도 끝도 없이!
삼순 (구미가 당긴다은근하게근데 밑도 끝도 없으면 밑도 끝도 없이 비싸지 않을까요?
매니저 물론 그렇죠하지만 평생을 좌우하는 결혼인데 그 정도 투자는 하셔야죠.
삼순 얼만...데요?
매니저 (빙긋) 9 백 십 만원입니다.
S#22. 
달리는 버스 안 ()
의자에 앉아 졸다가 쿵창에 머리 찧고 잠 깨는 삼순.
삼순 (비몽사몽) ...무슨 꿈이 미니시리즈네...
삼순정신 차리고 자세를 단정히 한다.
면접 보러가느라 잘 차려 입고 무릎에는 케잌 상자가 놓여있다.
문득 인상 찌푸린다.
앞 의자 등판에 붙은 결혼정보업체 광고.
꿈 속의 커플매니저가 사장인 듯 어서 오라고 두 팔 벌려 웃고 있다.
삼순 만원 빠진 천만원을 평생 철이 안드는 수컷들한테 바치라구웃기고 있어!
봄날 풍경 속으로 달리는 버스.
S#23. 
나사장 호텔 전경 (동 낮)
S#24. 
호텔 로비
나사장
(60 ), 윤비서(40 )를 대동하고 들어온다.
진헌이 뒤따라온다.
나사장 우리 델리에서 베이커리류를 산다고? (프런트맨들이 깍듯하게 인사하자 우아하고 세련
된 모습으로 인사 받아가며 엘리베이터로 향한다
)
진헌 (어머니한테조차도 깍듯하고 냉랭하다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셔서 아침 비행기로 갔
는데 다신 안 돌아오겠답니다
그동안 향수병에 시달렸거든요.
새 파티쉐 구할 때까지만 여기서 사다 쓸려구요.
나사장 우리 델리서울에서도 다섯손가락 안에 든다품질 좋고 비싸기로.
진헌 당분간 마진은 포기합니다.
나사장 너 그거 아니호텔을 제외하고 우리나라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외국인 주방장을 쓰는
경우는 딱 한 곳이야
.
진헌 하나 더 있어요이태원에조그만 비스트로긴 하지만 사장도 주방장도 프랑스 사람들이죠.
나사장 어쨌든 연봉이 안맞아서 쓸 수가 없다더라.
그런데 넌 주방장도 아닌겨우 케잌하구 과자 만드는 파티쉐를 외국인을 쓰고 있으니
업계에서 비웃는 건 당연하지 않겠니
?
진헌 겨우라뇨프랑스에서는 김치 같은 음식들이에요전 가짜요리 안만듭니다.
나사장 (엘리베이터 앞에 멈추어 흘긴다잘난 척은분에 넘치니까 하는 소리야매출에 비해
순익도 낮고
.
진헌 재밌어서 하는 거지 떼 돈 벌 생각 없어요.
나사장 잘났구나 아주에미 돈으로 판 벌려놓구.
진헌 다 갚았잖아요.
나사장 (계속 못마땅하다)
엘리베이터 문 열리고 셋이 모두 탄다.
S#25. 엘리베이터 안
나사장 김회장님 손녀딸다음주에 결혼한다더라기륭건설 장남하구.
진헌 ?
나사장 (흘기다니가 작년 크리스마스에 퇴짜 놓은 아가씨!
진헌 (기억난다전 참석 안해도 되죠?
나사장 (약이 오른다도대체 결혼은 언제 할 거야내년 봄이면 미주 초등학교에 입학 하는데
손 잡고 학교 갈 숙모라도 있어얄 거 아냐
?
진헌 제가 볼 겁니다제가 손 잡고 입학식 가고 자모회도 나가고 급식 때도 제가 가서 밥
퍼주고 국 퍼주고
그러니까 맞선 좀 그만 보죠.
나사장 맞선 보기 싫으면 결혼 해.
진헌 디너 얼마 안남았어요빵 주세요.
나사장 얘긴 하겠지만 크리스가 안된다 그러면 나도 어쩔 수 없어.
진헌 크리스가 저 좋아하잖아요전화만 넣어주세요.
나사장 (표정 험상 궂어지더니 갑자기 진헌의 등짝을 뻑친다)
진헌 억! (거의 주저앉는다)
윤비서 (힐긋 봤다가 무간섭니힐한 묘한 표정의 소유자다)
나사장 (아픈 손목을 부여잡고나쁜 자식. (버럭언제까지 이러고 다닐 거야?
당장 걷어치우고 들어와!
진헌 (가끔 있는 일이다귀찮은 표정이 역력하다)
나사장 야 이 놈아별 다섯 개짜리 호텔 놔두고 달랑 하나 있는 아들이 나가서 레스토랑 한
다 그러면 사람들이 뭐라 그러는 줄 알어
?
진헌 엄마는 여관장사아들은 밥장사.
나사장 뭐? (분기탱천해 핸드백으로 퍽퍽 때리며이 놈이 에미를 놀려?
이 미련한 놈아너는 뭐 천년만년 20 대일 줄 알어?
서른 넘으면 금방 마흔되고 쉰 돼 이 놈아!
다 늙어서 남들 사장회장 소리 들을 때 그때 경영수업 받을 거야?
진헌여전히 무심한 표정의 윤비서를 방패막이 삼지만 고스란히 맞는다.
지금껏 깍듯하던 모슨은 온데간데 없이 그저 엄마의 주먹을 피하는데 급급하다.
아이처럼 반말도 튀어나온다.
진헌 억! (화가 나서자꾸 때리면 나도 못 참는 수가 있어!
나사장 (눈 동그래진다이 자식이?!
(
핸드백으로 머리통 퍽 갈기며못참으면못참으면 니가 어쩔 건데?
순간 띵소리가 나자얼른 우아하게 자세 바로 잡는 나사장.
진헌도 윤비서 등 뒤에서 나와 옷매무새 단정히 한다.
눈 깜짝할 새다.
문 열리지만 아무도 없다누군가 잘못 눌렀나보다.
문 닫힘과 동시에.
나사장 (구타 시작못참으면 어쩔 건데어쩔 건데이 자식이 에미한테 협박을 해?
진헌 (아이 참... 어쩔 수 없다는 듯 마악 날라오는 엄마의 팔을 확 붙잡는다)
나사장 (당황어어이 놈 봐라안놔안놔?
진헌 (큰 키로 내려다보며나사장 요즘 외롭지남자랑 잔지 얼마나 됐어?
나사장 야!!!
S#25. 
호텔 로비
삼순
케잌 상자를 들고 호텔 로비로 들어와 두리번거린다.
S#26. 
사장실 복도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
나사장 나오자 엘리베이터 기다리던 직원 두어 명이 인사한다.
나사장우아하게 인사받으며 간다.
직원들곧 갸웃해한다.
머리는 헝클어지고 넥타이는 헤벌어지고 뺨에는 손바닥 자국이 난 진헌이
시침 뚝 떼고 기품있게 나와서 걸어간다
.
S#27. 
비서실
화나서 성큼성큼 들어서는 나사장
.
윤비서와 진헌이 따라들어온다.
나사장 남편 복 없는 년은 자식 복도 없다더니...
진헌 대신 돈 복 있잖아요.
나사장 (멈춰 확 흘긴다)
진헌 (오로지 엄마한테만 하는 표정-애교스럽게 씨익 웃으며일복도 있네?
나사장 (그 표정에 그만 웃음 터진다아후 못살아 정말... 아우 징글징글해...
저게 어디서 나왔을까.
진헌 나사장 다리 밑에서.
나사장 (버럭올해 안에 결혼해!
진헌 (찔끔) ...크리스한테 빨리 전화나 너줘요.
나사장 느이 형한테 확 일러버릴 거야! (사장실로 들어간다)
진헌 (심드렁형한테 안부 전해줘요.
(윤비서 보며나사장별 일 없는 거죠?
윤비서 늙느라 그러시지.
근데 언제까지 택시 타고 다닐 거야?
운전하기 겁나면 어머니 말씀대로 기사를 붙이든가.
진헌 괜찮아요생각보단 편해요.
S#28. 
동 호텔 주방 내 간이사무실
창문 너머로 바쁜 주방의 모습 보이고
,
사무실이라고 할 것까지 없는 공간에서 한국인 쉐프와 독대하고 면접 보는 삼순.
쉐프 2003 년 부터 작년 12 월까지 낭뜨 근무...
낭뜨는 왜 관두셨어요규모도 크고 대우도 좋은 곳인데.
삼순 (당황한다예상한 질문이지만 거짓말을 잘 못한다...뭐랄까........
(
우아하게저랑은 세계관이 다르다고나 할까...그래서......
쉐프 세계관이라면...
삼순 (곤혹스럽다...저는...음식은 만든 사람의 삶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그러니까 전...
(
내친 김이다훌륭한 케잌을 만들기 위해서는 제 삶의 질도 훌륭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이브에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 몇시간 쯤 외출
할 수도 있다는
그런 가치관과 세계관을 갖고 있죠.
쉐프 (아리송) ...?
삼순 (베시시 웃어주며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여자가 달콤한 케잌을 만들 순 없잖아요?
쉐프 ? ...그러니까 결론은베이커리업계에서 일년 중 가장 바쁜 크리스마스 이브에 사랑하
는 사람과 노느라고 무단외출을 했다
그래서 해고당했다이 말인 것 같은데...
삼순 아뇨논 게 아니라 지키기 위해서요.
쉐프 ? ...그래서 지켰습니까?
삼순 아뇨헤어졌습니다.
쉐프 (진지한유감이네요.
삼순 (겸연쩍은 웃음고맙습니다.
(
준비해 온 케잌 상자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케잌을 꺼낸다망고무스예요실력을 확인
하기에는 이 방법이 제일 좋은 것 같아서
...
쉐프 (파일을 덮으며 예의 바르게됐습니다저희는 보조를 구하고 있는데 경력이 너무 쎄네
연봉도 그렇구요.
이번 기회에는 안되겠습니다죄송합니다.
삼순 !
S#29. 
동 호텔 주방
케잌 상자를 들고 사무실에서 나오는 삼순
.
삼순 뭐야 이거어디선 경력이 너무 없다 그러구어디선 경력이 너무 많다 그러구무슨 장
단에 맞추라는 거야 대체
...
먹고 살기 힘들다 김삼순... (하다가 문득 뭔가를 보고 다가간다)
S#30. 
베이커리실 앞
다가온 삼순
멈추어 안을 들여다본다.
베이커리실이다하얀 앞치마를 두르고 캡을 쓴 베이커리 쉐프들이 제각각 자기 일로 바쁘다.
오븐에서 갓 구어져 나오는 빵도 보인다.
외국인 쉐프는 결혼식에 쓸 단 케잌을 정성 들여 만들고 있다.
활력이 넘치고 달콤한 냄새가 온몸으로 느껴진다.
삼순넋을 잃고 바라본다저 안에 내가 있었으면...
케잌과 과자와 노동이 그립다.
뚜벅뚜벅 걸어와 삼순의 뒤에 서는 진헌.
삼순이 입구를 막고 있는 꼴이다.
삼순이 뭘 보고 있는지 자기도 힐끗 안을 들여다보고는 무뚝둑하게.
진헌 들어갈 겁니까말 겁니까.
삼순화들짝 놀라 돌아본다동시에 비명소리 악!
진헌당황해 한다.
넥타이 핀과 와이셔츠 단추에 삼순의 머리카락이 된통 걸렸다.
상체를 살짝 기울인 채 들여다보다가 뒤 돌면서 진헌의 가슴팍에 걸린 것이다.
삼순이 진헌의 노예가 된 것 같은꼴 사나운 모습으로 소리를 지른다.
삼순 아뭐야 이거아저씨 이거 뭐예요아파...
진헌 (아 참나짜증난다가만 있어봐요머리카락 걸렸잖아요. (풀려고 애쓴다)
삼순 (그럴 수록 아프다뭐하는 거예요지그음?!
진헌 가만 있으라구요. (잘 안풀린다짜증난다)
삼순 아아프잖아요!
진헌 가만 있어요 좀!
삼순 어머왜 소린 지르고 그래요?
진헌 입 닥치고 가만 있으라니까!
삼순 어머어머이 아저씨가 어따 대고 욕이야입 닥치라니입 닥치라니!
지나가며 킥킥대는 직원들.
진헌 (열난다서늘하게입 닥쳐머릴 확 잘라버리기 전에?
삼순 어머어머! (아파 욕이 튀어나온다이 말탱구리야!!!
너 지금 뭐라 그랬어뭐라 그랬어?!
진헌기막힌 듯 코웃음 한번 치더니 터억 삼순의 뒷덜미를 잡고 베이커리실로 들어간다.
삼순머리카락과 진헌의 옷자락을 움켜쥐고한손으로는 여전히 케잌 상자 든 채로 딸려 들어간다.
처참한 비명소리!
S#31. 
베이커리실
진헌이 잔혹하게
성큼성큼 들어온다.
너무 아픈 삼순끌려들어오며 온갖 욕을 해댄다.
삼순 @#$@#$%#^
직원들과 외국인 쉐프가 황당하게 쳐다본다.
진헌 가위 좀 주세요.
삼순 (가위!) ...짜르기만 해봐그러기만 해봐?
진헌 (직원들 쳐다보며가위 없어요?
한 여직원이 얼른 가위 찾아 건넨다.
삼순 (위기를 느낀다가만내가 풀게내가 풀면 되잖아손 대지마?
진헌 죄송하지만 시간이 없습니다그리고 난 욕 먹고는 못사는 체질이라서요.
(
가위를 들이댄다)
삼순 스탑!!! 스탑스탑!
진헌 (멈칫)
삼순 너 이거 자르면 나 고소한다?
머리카락도 엄연히 신체의 일부거든상해죄로 고소할 테니까 알아서 해?
진헌말이 끝나기도 전에 거침없이무자비하게인정사정없이가위질을 한다!
가윗날에 머리카락이 싹둑 잘린다.
설마 하다가 놀라서 입 벌리고 쳐다보는 직원들.
삼순가위질 소리에 굳어버린다.
그 눈앞에서 장렬하게 낙하하는 머리카락 뭉치!
삼순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보며 몸서리를 친다~~~~~
진헌 여기 직원 아니죠상해죄로 고소하세요전 산업스파이로 고발할 테니까.
(
하고는 외국인 쉐프에게유창한 영어로전화 받으셨죠크리스?
쉐프 (영어그래도 오늘 당장은 안돼내일부터 해줄게.
진헌 (영어안돼요런치타임도 간신히 넘겼어요어떻게 좀 해봐요크리스.
쉐프 (영어안 된다니까그렇다고 우리 델리에 나갈 걸 미스터 현한테 줄 순 없잖아.
진헌 (영어조금만 융통해줘요당장 디너에 나갈 것만요?
그 순간 진헌의 뒤를 보면서 오우놀라는 쉐프의 표정과 여직원들의 비명소리에 휙 돌아보는 진헌.
그 얼굴에 정통으로 박히는 케잌.
쉐프 오 마이 갓!
삼순 나도 무례한 인간은 못 보는 체질이거든? (하고 손가락에 묻은 무스를 쪽 빨아먹는다)
진헌 (케잌 받침이 떨어지면서 망고무스가 범벅이 된 얼굴이 드러난다)
삼순 내가 직접 만든 거라 비싼 거지만 돈은 안 받으마잘 처먹어라? (나간다)
쉐프 (한국어미스터 현괜찮아?
진헌손가락으로 한쪽 눈에 묻은 걸 치워내고 다른쪽 눈에 붙은 것도 치워낸다.
꼭 밀대로 마당의 눈을 치워내는 것 같다.
직원들저 성질에 무슨 일을 벌일지 찌푸린 채 바라본다.
진헌손으로 입가를 스윽 닦아낸다그리고 무심하게 혓바닥으로 입술을 훔친다.
... 맛있네하는 표정이 된다.
S#32. 
호텔 직원화장실 (남자)
잘리워진 머리카락을 만지며 씩씩거리며 들어오는 삼순.
삼순 삼손의 머리카락은 건드려도 삼순이의 머리카락은 건드리면 안된다는 걸 아셔야지!
사이다에 밥 말아먹다 코 박고 죽을 놈또 걸렸단 봐라그냥 확!
(
!)
소변 보던 남자들(요리사복지배인복웨이터복 등등 다양한)이 좀 겁먹은 눈으로 삼순을
쳐다보고 있다
.
삼순 아저씨들 말고 저기...개의 자식이 있어서...
일들 보세요... (꾸벅 인사죄송합니다. (얼른 줄행랑)
S#33. 
직원화장실 (여자)
자기 머리를 콩콩 박으며 뛰어들어오는 삼순.
삼순 아휴치매야 치매작년 크리스마스에 그렇게 망신을 당하고 또 그러고 싶니?
(
하다가 멈칫전광석화처럼 뭔가 떠오른다!)
S#34. 
그 호텔 그 화장실 (#09)
진헌 뭡니까아줌마변태예요?
S#35. 베이커리실 (#31)
케잌을 맞기 직전의 놀란 표정의 진헌!
S#36. 
그 호텔 그 화장실 (S#09)
진헌 (재빨리 삼순의 가슴을 훑더니아이면남자화장실에서 수유중입니까?
S#37. 
현 화장실
어머낫 세상에
!
삼순마치 그가 보는 것처럼 얼른 가슴을 가린다.
S#38. 
호텔 베이커리실
진헌
자기 얼굴에 묻은 무스를 맛보고 있다.
뺨에 묻은 것이마에 묻은 것콧등에 묻은 것...
받침과 함께 떨어져 바닥에 뒹구는 시트도 뜯어 먹어본다.
여직원머뭇거리며 수건을 건넨다.
진헌받아서 얼굴을 슥슥 닦고는 그 수건을 던지듯 건네고는 뛰어나간다.
S#39. 
호텔 로비 일각
뛰어오는 진헌
.
S#40. 
호텔로비 일각
삼순
툴툴대며 화장실에서 나와 현관으로 향한다.
그 놈이 이 놈이라는 게 영 개운치 않다.
삼순 뭐널린 게 남자라고남자만 널렸어여자도 널렸는데?
넋 놓고 있다간 내 차례가 안온다는 걸 아셔야지.
(
멈칫가만...그러고보니까 어린놈이었잖아?
지가 연애를 해봤으면 얼마나 해봤다고 (돌아보며하여튼 선무당이 사람 (기함한다)
?!
진헌 (달려오다가 삼순을 발견한다저기요!
삼순 쟨 왜 따라오는 거야? (도망간다)
진헌 (쫓아오며이봐요이봐요!
S#41. 
호텔 앞
달려나오는 삼순
마침 기다리고 있던 택시에 올라탄다.
삼순 (급하다부암동이요아저씨.
기사 터널 위요아래요.
삼순 위요빨리요! (그때 문이 벌컥 열리자 몸 사리며옴마야~
진헌 나랑 얘기 좀 합시다.
삼순 아저씨 안가고 뭐해요?
진헌 잠깐만 내려요얘기 좀 하자구요.
삼순 아저씨!
기사 거 탈거요말거요.
진헌 (삼순을 밀며 폭풍처럼 들이닥친다)
삼순 (황당!) 어머어머어머이 아저씨가 지금 뭐하자는 플레이야빨리 안내려요?
진헌 (기사에게이 아줌마 어디 가요?
삼순 아줌마라뇨? (아줌마라뇨?!
진헌 (놀라는) ! (정말 이해 못하겠다아줌마든 아가씨든 그게 그렇게 중요해요?
삼순 중요하죠중요하구 말구요나이 먹고 주른 지는 것도 서러운데 어따 대고 아줌마예요?
진헌 (기사에게아저씨이 아가씨 가는대로 갑시다.
삼순 (기사에게아저씨저 합승 안해요.
진헌 (기사에게합승이 아니고 동승입니다.
택시출발한다.
S#42. 
달리는 택시 안
진헌 아까 그 케잌 직접 만들었다고 했죠?
삼순 (뜬금없어서그거 물어볼려구 이러는 거예요지금?
진헌 정말 직접 만들었어요?
삼순 (팩 얼굴 돌리며남이사?
진헌 (정색한다나 지금 농담할 시간 없어요직접 만든 거예요아니예요.
삼순 (뾰루퉁해서는) ...직접 만든 거예요.
진헌 케잌 만드는 게 취미예요?
삼순 (건성아뇨직업이예요.
진헌 파티쉐?
삼순 (놀라서 휙 쳐다보며그걸 어떻게 알아요일반일들은 잘 모르는데?
진헌 지금 어디서 일해요제과점호텔아니면 자기 샵?
삼순 (사실대로 말하긴 좀 챙피하고...몸이 워낙 약해서 잠깐 쉬고 있는 중이에요.
진헌 (약간 상기되어 재빨리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 건넨다받아요.
삼순 내가 왜요?
진헌 받아봐요손해 볼 거 없으니까.
삼순 싫어요.
진헌 안 받으면 후회할 텐데.
삼순 안 내리면 후회할 텐데.
아저씨여기 내려주세요이 아저씨 내린대요.
진헌 (손을 뻗어 삼순의 손목을 확 휘어잡는다)
삼순 어머어머어머왜 이래요! (나머지 손으로 풀려고 애쓴다)
진헌 (기어코 삼순의 손에 명함을 쥐어주고야 풀어준다)
삼순 (아픈 손목을 문지르며기가 막혀 정말...
진헌 이왕 받은 거 한번 보시죠.
삼순 내가 왜요여자한테 머리카락이 얼마나 중요한 건데그걸 무자비하게 잘라대는 괴
물한테 내가 왜 
(그런 호의를 보여야 되는데요?)
진헌 (명함 들린 삼순의 손목을 확 잡아 그녀의 눈앞에 갖다 댄다)
삼순 (본의 아니게 바로 눈 앞에 있는 명함을 보게 된다표정 변한다) !
진헌 (손 놓으며내일 세시까지 이력서 가지고 오세요.
케잌하고 과자 종류 몇가지 만들어오구요많을수록 좋아요.
삼순 (얼떨떨내가 왜...?
진헌 그럼 면접 보는데 빈 손으로 올 겁니까창작하는 사람이?
면접얼떨떨함과 놀라움이 뒤섞인 삼순의 표정!
S#43. 
자하문 근처 도로
택시
달려와 멈춘다.
진헌이 내리고 뒤이어 삼순도 내린다.
진헌 나 코리안타임 아주 싫어하니까 시간 맞춰 오세요. (택시에 오른다)
삼순 (창을 두드린다차창 내려가자내일이면 너무 빠듯해요.
작업실도 빌려야 되고 재료도 구해야 돼요.
진헌 어디서 작업하는데요.
삼순 선배가 제과학원을 해요.
진헌 오늘내일 주말인데 주말에도 수업 있어요?
삼순 아... 그래도 재료는 구해야죠방산시장을 샅샅이 훑어도 당장 구할 수 없는 게 있다구요.
진헌 구할 수 있는 걸로만 하세요그게 진짜 실력이니까.
삼순 (이치에는 맞는 말이라 얼결에...
(
그러나 올라가는 차창을 얼른 잡고저기...몇살이에요?
진헌 (생뚱맞아서) ...?
삼순 너무 젊잖아요혹시취업사기군 아닐까요?
진헌 (어이없다입고리에 슬몃 웃음이 묻어난다상대를 몹시 기분 나쁘게 하는 묘한 표정이다)
삼순 ??? 비웃는 거예요지금?
진헌 아뇨.
삼순 비웃었잖아요!
진헌 ...............
차창 올라가면서 택시 떠난다.
삼순뚱해서 바라본다.
삼순 비웃어놓군...
사장이 맞긴 맞는 거 같은데...대략 난감하네.
저런 싸가지한테 머리 숙이고 면접을 봐야돼?
잘난 척은이런 불경기에 감사한 줄 알아야지!
(
돌아서서 씩씩하게 걸어간다)
F.O
S#44. 
출생신고서
F.I
출생신고서,
<
김삼순/(김삼순)/1976.6.25/서울시 종로구 부암동 17/>에 쾅찍히는 담당공무원의 직인.
이력서로 오버랩된다.
삼순의 손이 나타나 사진을 붙인다.
진헌 (E) 이력서부터 봅시다.
S#45. 
보나뻬띠 사장실
찻잔을 두고 마주앉은 진헌과 삼순
.
삼순 그 전에 할 말이 있습니다.
진헌 하세요.
삼순 흠흠... 어제 밤새 고민했어요면접을 보러 올까 말까.
진헌 (무심하게 본다계속하라는 뜻이다)
삼순 왜냐하면...전 맘이 안맞는 고용주하고는 일을 못하거든요?
그런데 댁처럼아니 사장님처럼 처음 보는 여자의 머리카락을 싹둑 잘라버리는 그런
싸가지
.
죄송합니다이해하세요저한테 싸가지는 욕이 아니니까.
어쨌든 사장님처럼 싸가지가 없으시고예의라고는 참새눈꼽만큼도 없으시고네로황제
처럼 난폭하신 분과 일을 한다는 건 제 체질에 안맞는 일이거든요
.
하지만 전 이렇게 면접을 보러 왔습니다그 이유는 딱 하나예요.
진헌 (그저 본다)
삼순 (반응 없자 뻘줌하다그 이유는제 일을 '창작'이라고 생각한다는 거죠.
어제 저더러 '창작하는 사람이라고 하셨죠?
진헌 (시큰둥제가 그랬나요?
삼순 (뭐야 이 인간어쨌든 뭐... 그렇게 아트적 감각이 있는 고용주라면 비록 싸가지가 없
으시고
예의라고는 참새눈꼽만큼도 없으시고네로황제처럼 난폭하신 분이라도 한번
해볼만하다
그게 제 결론이었습니다.
진헌 이력서 봅시다.
삼순 (?)
진헌 이력서 안 가져 오셨어요?
삼순 (맹해져서 이력서 내민다소 귀에 경 읽고 바보가 된 기분이다)
진헌 (이력서 펼친다거기다 눈길 둔 채) ...포샵질 했어요?
삼순 (귀신이닷!) ......
진헌 다신 하지 마세요다른 사람 같으니까.
삼순 (뭐시라?)
진헌 이름은 김삼순... 나이가 꽤 있으시네요.
삼순 (자격지심에 발끈그래서요!
진헌 (?해서 본다) ...............
삼순 ! (뻘쭘아니에요아무것두... 계속 보시죠.
진헌 (다시 이력서 보며최종학력은 숭의여고 졸업... 르 코르동 블루 제과과정 이수... 현지
에서 
년동안 인턴사원...
(
고개 들며프랑스까지 제과공부를 하러 가면서 왜 대학은 안가셨어요?
삼순 (잠깐 망설이다가 스스럼없이공부를 못해서요.
진헌 그럼 그 머리로 언어문제는 어떻게 해결했어요?
삼순 (저걸 그냥하지만 참자세상에는 언어가 달라도 통하는 게 세 가지 있거든요?
음악미술음식.
진헌 (...끄덕끄덕근데 왜 들어왔어요거기서 더 경력을 쌓을 수도 있었을 텐데.
삼순 (좀 당황스럽다) ...............
진헌 ...?
삼순 ...갑자기 아버지가 돌아가셔서요심장에 이상이 생기셨거든요.
진헌 (... 다시 이력서 본다)
삼순 (E) (힐긋힐긋 그를 살피며마음의 소리분명해나를 기억 못하는게.
기억하면서 저렇게 시침 뗄 이유가 없잖아제발 기억하지 말아야 될텐데...
근데 이상하네내 이름 듣고 안 웃은 사람은 없었는데.
S#46. 동 홀
진헌을 사이에 두고 현무와 오지배인이 나란히 앉아 있다
.
웨이츄리스 영자가 삼순이 준비해온 것들을 각각의 접시에 담에 세 사람에게 서빙하고 있다.
심플하다못해 초라해 보이는 클래식 초콜릿 케잌과 마카롱과 마들렌.
그리고 각양각색의 초콜릿과자들.
초콜릿은 독특한 상자에 담겨져 있다.
영자삼순을 스윽 훑어보고 간다기선제압의 눈초리다.
삼순쟤 왜 저래하는 표정이다.
세 사람이 시식을 시작한다.
삼순잔뜩 긴장한다.
오지배인 만족스러운 표정이다.
현무역시 흡족해한다.
삼순으쓱한다.
진헌그만이 도무지 알 수 없는 표정이다.
삼순삐죽거린다당신이란 인간이 그렇지 뭐...
현무 준비해 온 것들이 아주 심플하네요클래식 초콜릿 케잌마카롱마들렌봉봉...
삼순 재료를 준비할 시간이 없어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걸로만 만들었습니다.
(
힐끔 진헌 보며힐난하듯어제 갑자기 주문을 받아서요시간이 더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현무 아녜요아주 좋아요요즘 데코레이션에 치중해서 기본을 안 지키는 사람들이 많은데
아주 훌륭해요
.
삼순 (금세 환해져서감사합니다.
현무 근데 이 초콜릿상자 좀 특이한테 혹시 직접 만들었어요?
삼순 네제가 만든 초콜롯은 제가 만든 상자에 넣자는게 제 원칙이거든요.
현무 왜죠?
삼순 초콜릿상자는 한 사람의 인생이 담긴 거니까요.
진헌 ?
삼순 포레스트 검프 라는 영화 있죠거기서 주인공 엄마가 그러잖아요.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은 거다네가 무엇을 집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
진헌 보면기억 안나세요?
진헌 안 봐서요.
삼순 (하여튼 초 치기는!) ...시간날 때 한번 보세요.
어쨌든 제가 파티쉐과 된 건.
S#47. 
헌책방
칙칙한 대입수험서들 사이에 쌩뚱맞게도 파스텔톤의 책 한 권이 꽂혀있다
.
삼순(재수생)의 손이 그 책을 꺼내어 후르륵 넘겨본다.
오색찬란한 빵과 케잌과 과자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삼순 (E) 정말 우연이었어요.
헌책방에 들렀다가 별 생각없이 어떤 책을 집어들었는데 그게 바로 프랑스과자에 대한
책이었거든요
.
그게 만약 병아리감별사에 대한 책이었다면.
S#48. 

삼순 전 지금 병아리를 감별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오지배인과 현무가 웃는다.
진헌만이 웃지 않고 빤히 본다.
삼순 어쨌든 제가 무얼 집느냐에 따라 많은 게 달라져요아주 많이.
오지배인 그럼 지금가지 집은 초콜릿들은 다 맛있었나요?
삼순씁슬한 미소를 짓는다.
30 
여년 동안 있었던 크고 작은 일들이 아득하게 느껴진다.
삼순 아뇨... 좋은 것도 있었고 나쁜 것도 있었어요.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요.
그 상자는 제 꺼고 어차피 제가 다 먹어야 하는 거니까요.
언제 어느 걸 먹느냐그 차이뿐인걸요.
진헌 !
삼순 음... 그치만 예전과 지금은 다를 거예요아마.
어릴 때는 겁도 없이 아무거나 쑥쑥 집어먹었는데 이젠 생각도 많이 하고 주저주저 하
면서 고르겠죠
.
어떤 건 쓴 럼주가 들어있다는 걸 이젠 알거든요.
진헌 (빤히 본다그녀가 다르게 보인다)
삼순 바라는 게 있다면...내가 가진 초콜릿상자에 더 이상 럼주가 든 게 없으면 좋겠다. 30
년 동안 다 먹어치웠다그거예요.
(
꾸밈없이 웃는다)
오지배인 그런 이치를 깨달았으니 럼주가 든 초콜릿은 이미 반으로 줄은 거나 마찬가지네요.
삼순 (그녀가 좋아진다네에...
오지배인 (진헌에게뭐 더 물어보실 거 있어요?
진헌 (넋 놓고 있다가아뇨...
(
금세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온다좋아요같이 일해봅시다.
출근은 오전 10 퇴근은 밤 10 시입니다.
베이커리는 출퇴근이 주방보다 빠른 것 같던데 (하며 현무 보면)
현무 베이커리는 일곱시 출근 여섯시 퇴근입니다때에 따라선 퇴근이 늦어질 수도 있구요.
삼순 (백수탈출에 입이 찢어질려는 걸 간신히 참으며)
진헌 오후 시부터 시까지는 휴식 및 디너 준비시간이고정기휴일은 매달 세 번째 월요일.
다른 한번은 서로 돌아가면서 비번을 정합니다.
급여일은 25 일이고 정식채용은 석달 후에 합니다.
삼순 잠깐만요!
진헌 네.
삼순 저도 조건이 있는데요?
진헌 ? ...조건이요?
삼순 (단호한조건이 있습니다.
S#49. 
사장실
들어오는 진헌과 삼순
.
진헌들어와 앉으며 사무적으로 얘기한다.
진헌 임시직이라는 것 때문에 걸린다면 제가 설명하죠.
우리 레스토랑은 흉내만 내는 요리는 안합니다.
우리 이부장님한국인이긴 하지만 여기 스카웃되기 전까지 15 년 동안 프랑스 본토랑
세계 각국의 특급호텔에서 일한 사람이에요.
파티쉐도 본토 사람이었는데 사정이 있어서 공석이죠.
물론 김삼순씨도 파리에서 공부하고 온 건 인정하지만 그걸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삼순 다 끝났나요?
진헌 보수는 만족할 겁니다저흰 보수에 인색하지 않거든요.
삼순 이제 끝났나요?
진헌 일단 석 달만 일해보죠정규직이 될지 아닐지는 그때 판단합시다.
삼순 (찌푸리며그건자를 수도 있다는 뜻인가요?
진헌 실력이 안되면 당연한 거 아닌가요?
삼순 (자신 있다!) 좋아요그렇게 하죠.
이제 제가 말해도 되나요?
진헌 당장 내일부터 일했으면 좋겠는데.
삼순 조건이 있다고 했잖아요!!!
S#50. 
보나뻬띠 뜰 (다음 날 오전)
곳곳에 봄꽃들이 화사하게 피어있다.
진헌 (E) 오늘부터 우리와 함께 일할 새로운 가족을 소개합니다.
S#51. 
테이블마다 현무를 포함한 열댓명의 직원이 앉아있고
,
무대 비슷한 중앙피아노 옆에 삼순과 진헌과 오지배인이 서 있다.
진헌 새로 온 파티쉐 김삼()...
삼순 (휙 쳐다본다!)
진헌 (실수해도 태연하다김희진씨입니다.
삼순 (속으로 휴-)
직원들이 박수를 친다.
어린 웨이터들이 휘파람도 불고 생기 넘치는 환영을 해준다.
미소를 함빡 머금은 채 인사하는 삼순주로 어린 웨이터들 쪽으로 인사하며.
삼순 (E) (마음의 소리이궁귀여운 것들~~ 조금만 기다려라누나가 이뻐해줄게.
누난 밑으로 10 년까지 접수하거든?
(
인사 멈추고 멘트 날린다이렇게 환영해주셔서 감사합니다저는 김희진이라고 하구
같이 일하게 되서 정말 반가워요.
앞으로 잘 부탁드릴게용~ (다시 한번 허리 굽혀 인사하는데)
영자 몇 살이에요?
머리 꼬리 다 잘라낸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찬물을 끼얹은 듯 분위기 쏴~해진다.
인사하느라 허리 숙이고 있던 삼순고개 들고 사람들 속을 헤집는다.
어제 재수없게 굴던 그 여자를 발견한다.
삼순 글쎄요나이가 중요한가요?
영자 중요하죠그래야 호칭을 정하죠.
삼순 (좀 괘씸하지만서른이에요.
영자 (오버한다오오꺾어진 육십나보다 두-살이나 많네에제일 연장자잖아?
삼순 (쟤 왜 저래?)
영자 우리 모두 왕언니를 환영하는 뜻에서 박수~ (짝짝짝 박수친다)
그러나 대부분 웃음을 참으며 의도적으로 외면한다.
썰렁하기가 남극 같다.
S#52. 
탈의실
<김희진>이라고 쓰인 이름표가 가슴에 달린다.
복장 모두 갖춰 입고 마지막으로 이름표를 다는 삼순.
자신만만하게 거울 향해!
삼순 니들 다 죽었어~ (살인윙크!)
S#53. 
주방
각자 자기 일에 바쁜 현무와 요리사들
.
(
현무는 검은 띠요리사 은 붉은 띠요리사 는 푸른 띠.
나머지는 모두 노란 띠인혜와 삼순도 노란 띠)
인혜가 삼순을 데리고 들어온다.
인혜 여기가 주방이에요.
이쪽 라인은 HOT 이고 저쪽 라인은 COOL.
이탤리 레스토랑은 파스타를 삶아야 된께로 (머리 흔들며아니삶아야 되니까 큰 솥
이 많은데 여긴 좀 달라요
.
(
의아해하는 삼순의 표정을 보고는지가 고향이 여순디 서울 올라온지 반년도 안됐어라.
삼순 아... 그럼 그냥 편하게 사투리 쓰지 그래요?
인혜 아녀라아니안돼요빨리 서울말 배워야 돼요.
(
현란하게 도마질 하는 현무를 눈짓하며우리 이부장님은 스무살 때 유럽으로 배낭여
행 갔다가 아예 눌러앉음서 프랑스요리를 배웠대요
우리 사장님이 여기 인수하면서 스
카웃했구요
.
S#54. 
한쪽에서 홀 안내하는 인혜
.
따라다니는 삼순.
직원들부지런히 런치세팅한다.
오지배인은 대형화병에 꽂꽂이 하고 있다.
인혜 오지배인님은 환갑이 넘으셨는데 원래 초등학교 선생님이셨대요요식업에 대해서 전혀
모른다고 공부를 얼마나 열심히 하시는지 몰라요
.
꽂꽂이는 강사 자격증까지 있대요.
사장님하고는 무슨 특별한 관곈 거 같은데 확실한 건 잘 몰라요.
웨이츄리스 하나를 혼내고 있는 영자.
인혜 장캡틴 언니는 절대 이름 부르면 안돼요.
삼순 왜요?
인혜 이름이 장영자라 싫대요언닌 장영자 알아요?
삼순 장영자 몰라요?
인혜 네.
삼순 (중얼중얼이런 걸로도 세대차이가 나냐.
인혜 (데리고 나가며장캡틴 언닌 신참들한테 못되게 구는게 좀 밉긴 한데 속이 훤히 보이
니까 어쩔 땐 귀여워요
.
저도 처음 들어왔을 때 되게 괴롭혔는데 이젠 안그래요.
S#55. 
주차장 또는 뜰
나오는 인혜와 삼순
.
인혜 아마 언니한테도 그럴지 몰라요그럼 나이로 콱 눌러 버리세요.
삼순 신참들을 왜 괴롭히는데요?
인혜 (낮게 속삭인다여자신참한테만 그래요사장님을 좋아하거든요.
삼순 ?! 저렇게 사가지 없는 인간을 좋아한단 말예요?
인혜 (눈 동그래진다싸가지가 없어라?
삼순 (아차초면에 너무 심한 말을 했다......그게 아니구...
혹시 그럴지도 모른다는 거죠...
인혜 (갸웃아닌데예의 바르고 귀여운데?
삼순 에귀엽다구요귀여운 건 쉐프아저씨 같은 얼굴이 귀여운 거죠.
사장은 귀여운 게 아니라 음......
(
아무리 생각해도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마지 못해서잘 생기긴 했다.
인혜 (수줍게키고 크잖아요못하는 운동도 없구가끔은 좀 슬퍼보이기도 하구.
삼순 (뚝 멈추어 본다인혜씨도 좋아해요우리 사장?
인혜 (얼굴 확 붉어진다) !
삼순 (얘가 왜 이래?)
인혜 (울먹이는나만 그런 거 아녀라여그 가시나들 다 그려라. (뛰어간다)
삼순 (황당하다어이없다기가 막힌다!) ...뭐야 이거레스토랑이 아니라 자기 팬까페잖아?
요즘 날 웃기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은 거야?
(
하다가 뭔가 발견하고 어그리로 간다)
농구골대와 농구공이 있다.
삼순반가운 마음에 공을 집어들고 던진다.
몇 번 던지다가 제자리 점프공이 링을 맞고 튕겨져 나간다.
공이 쪼르르 굴러가더니 누군가의 발에 맞고 멈춘다.
누군가가 공을 주워든다진헌이다.
삼순 !
진헌 (두 손 안에서 공 굴리며농구만 하는 직원한텐 월급 안 나갑니다.
삼순 저두 그런 뻔뻔한 직원은 아닙니다. (팽 돌아서서 가고)
진헌 (골대를 향해 슛!)
공이 링을 맞고 튕겨져나가고
씩씩하게 걸어오던 삼순
어떤 느낌에 눈동자 굴리더니 돌아서서 날아오는 공을 잡는다.
내공이 만만치 않다.
진헌 (좀 놀라서농구 좀 해요?
삼순 (우쭐...학교 다닐 때 선수였으니까...
진헌 언제까지요.
삼순 고등학교 학년이요.
진헌 근데 왜 관뒀어요?
삼순 정 궁금하시다면정직원으로 채용되면 그때 알려드리죠.
진헌 별로 궁금하지 않은데요?
삼순 (무안) ! ...저 이제 일하러 가도 돼죠?
진헌 제가 언제 잡았습니까?
삼순민망해서 울그락불그락 하더니 공을 확 던지고 간다.
진헌날라온 공을 받고는 가는 삼순을 본다.
S#56. 
사장실 (S#49)
삼순 조건이 있다고 했잖아요!!!
진헌 (깜짝 놀란다)
삼순 (너무 했나?) ...죄송합니다.
진헌 ...말씀하세요조건.
삼순 (좀 창피새어 긴장된다...김삼순 말고 김희진으로 해주세요.
진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
삼순 제 이름을 김삼순 말고 김희진으로 해달라구요.
진헌 (그래도 모르겠다이번엔 희진이라는 이름이 귀에 들어와 더 의아하다) ???
삼순 돈 드는 것도 아니고 여기 직원들한테 그냥 김희진이라고만 소개하면 돼요.
사장님이시니까 그 정도는 할 수 있잖아요.
진헌 (이제야 알겠다요구조건이라는 게 그겁니까보수를 많이 달라는 것도 아니고출퇴
근 시간을 조정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
김삼순을 김희진으로 불러달라?
삼순 네정확히 말하면 조건이 아니고 부탁입니다.
진헌 (이해할 수가 없다왜 그래야 되죠?
삼순 ...? 왜라뇨?
진헌 왜 김삼순을 김희진으로 불러야 되느냐구요.
삼순 (놀리나?) 그럼 사장님을 삼식아이렇게 부르면 좋겠어요?
진헌 내 이름이 현진헌이 아니고 현삼식이라면 당연하죠.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전 삼식이가 아닙니다.
삼순 그걸 누가 몰라요?
진헌 그럼 왜 그러죠?
삼순 지금 절 놀리시는 거죠?
진헌 제가 왜요?
삼순 허기가 막혀 정말!
진헌 이렇게 하죠.
삼순이란 이름이 정 싫다면 어느 것이든 좋습니다.
희진이라는 이름만 빼구요.
삼순 ...? ...희진이라는 이름을 빼다뇨?
진헌 김삼순과 김희진두 개를 뺀 나머지 이름에서 선택하시라구요.
삼순 그건 또 왜 그래야 되죠?
진헌 그것까진 알 필요 없습니다.
삼순 (알 필요가 없어기분 팍 상한다싫어요난 꼭 김희진이어야 돼요.
이유는마찬가지로 그것까진 사장님이 알 필욘 없겠죠?
진헌 (짜증이 인다나 같은 말 반복하는 거 싫거든요?
삼순 그건 저도 마찬가지예요.
나를 김희진으로 부르든가다른 파티쉐를 구하든가 양자택일 하세요.
(
자신만만하게 턱을 치켜든다)
진헌 (본다)
삼순 (본다기싸움이다)
진헌 (본다서늘하다)
삼순 (찌푸린다양보는커녕 찔러도 피 한방울 안나올 것 같다)
진헌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그저 본다)
삼순 (좋다마지막 수다됐어요관두죠제가.
임시직이든 정규직이든 다른 파티쉐 찾아보세요.
(
홱 돌아서서 나오며 뒤통수로 눈치 살핀다초조하다)
진헌 (마음은 다급하지만 나긋한 척김희진씨?
삼순 (진작에 그럴 것이지승리의 미소가 번진다)
진헌 김희진씨?
삼순 (멈춘다돌아서며 새초롬하게왜요사장님?
진헌 (물어볼까 말까 고민하는)
삼순 (약 올리듯월급 탈려면 저 일해야 되는데요사장님?
진헌 ...왜 하필이면...
삼순 ...? 왜 하필이면 뭐요?
진헌 (본다물어볼까 말까)
삼순 (본다궁금하다)
진헌 왜 하필이면 김희진이죠?
삼순 (좀 의외의 질문이라) ???
01 
회 ending-

. 이름은 김삼순↲ 

.영화 & 드라마 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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