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김삼순 2 회
S#01. 자막 - 하늘에서 남자들이 비처럼 내려온다면...
S#02. 사장실 (1 회 ending)
진헌, 가는 삼순을 본다.
- 진헌 ...김삼순씨?
- 삼순 (그냥 간다)
- 진헌 ...김희진씨?
- 삼순 (그제야 멈춘다. 돌아서며 새초롬하게) 왜요, 사장님?
- 진헌 (물어볼까 말까 고민하는)
- 삼순 (약 올리듯) 월급 탈려면 저 일해야 되는데요, 사장님?
- 진헌 ...왜 하필이면...
- 삼순 ...? 왜 하필이면 뭐요?
- 진헌 (본다. 물어볼까 말까)
- 삼순 (본다. 궁금하다)
- 진헌 왜 하필이면 김희진이죠?
- 삼순 (좀 의외의 질문이라) ???
- 진헌 많고 많은 이름 중에 왜 하필이면 희진이냐구요.
- 삼순 그건, ...근데 그건 궁금하신가보죠?
- 진헌 네, 궁금합니다.
- 삼순 왜 그걸 궁금하해는지 전 그게 궁금하네요?
- 진헌 그건 사적인 문제라 말할 수 없습니다.
- 삼순 오오~ 그러시구나아...
저도 사전인 문제지만 뭐 말씀드릴 수는 있어요.
하지만 정규직으로 채용되면 그때 말씀드리죠. 됐죠?
(가다가 곧 멈춘다) 아!
(돌아보며) 팬카페 관리 잘 하셔야겠어요, 싸움 안나게.
(간다)
- 진헌 ???
S#03. 베이커리실 (밤)
일하는 삼순의 모습과 <마르키즈 글라세>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스케치된다.
아이스크림 머신이 윙윙 돌아간다.
글라스 쇼콜라(초콜릿 아이스크림)를 믹싱하는 중이다.
마르키즈 틀에 방금 믹싱했던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채운다.
가운데만 뻥 뚫어놓고 가장자리를 스푼으로 돌려가며 채운다.
뻥 뚫린 가운데다 꽤 큼직한 다이아반지를 넣고 나머지 가운데를
미리 만들어놓은 바닐라 아이스크림으로 채운다.
냉동실에 넣는다. 냉동실에서 꺼낸다.
고기용 포크로 찔러넣고 틀을 미지근한 물로 적셔가며 아이스크림을 빼낸다.
방금 꺼낸 아이스크림을 엎어놓고 생크림으로 장식을 시작한다.
듬뿍듬뿍 드레스의 볼륨을 만들어낸다.
완성된 몸통 위에 마르키즈(후작부인) 흉상을 올린다.
후작부인을 본뜬 아이스크림 <마르키즈 글라세>가 완성되었다.
S#04. 홀
마르키즈 글라세를 먹던 아내(40 대 전후)가 아! 찡그렸다가 입안의 것을 꺼낸다.
다이아반지다.
아내는 너무 좋아 어쩔 줄 모른다.
남편이 흐뭇하게 바라본다.
S#05. 주방 또는 베이커리실
홀을 내다볼 수 있는 곳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는 삼순. 흐뭇~하다.
- 인혜 (자기 일 하며) 뭘 그렇게 봐요?
- 삼순 무슨 복을 타고나야 저런 남편 만나서 저런 호강을 누릴까.
밥값도 1 인당 십만원이 넘는 집에 와서 콩알만한 다이아반지도 선물 받고...
- 인혜 부러워요?
- 삼순 음.
- 인혜 지난 주엔 애인이랑 왔었는데, 그래도 부러워요?
- 삼순 (돌아보며) 애인이라니?
- 인혜 바람둥이거든요.
- 삼순 아니, 애인이랑 왔던 레스토랑에 자기 와이프를 데려 온단 말야?
- 인혜 안 들킬 자신 있나부죠.
그리고 와이프가 여길 되게 좋아한대요.
그래서 와이프한테 잘 보여야 될 일 있으면 자주 데려와요.
(하고 돌아보면)
삼순은 이미 나가고 없다.
인혜, 불길한 생각에 뛰어나간다.
S#06. 홀 1
좀 까다로워 보이는 두 명의 중년여성들이 오지배인에게 콤플레인을 한다.
- 중년 1 오리고기에서 오리냄새가 너무 나잖아.
이거 한번 먹어봐요. 이렇게 냄새가 나서 먹을 수 있겠어요?
- 중년 2 제대로 하는 집이라더니 소문 믿을 거 하나 없다니까?
- 오지배인 오리냄새가 난다니 요리가 아주 잘된 모양이네요.
- 중년 1 요리가 잘 돼다뇨?
- 오지배인 향 싼 종이에서는 향냄새가 나고 생선 싼 종이에서는 생선냄새가 난다죠?
원재료의 맛과 풍미를 죽이지 않는다는 게 저희 주방장님의 원칙입니다.
그래서 저희 집 오리요리에서는 당연히 오리냄새가 납니다.
- 진헌 (근처에서 듣고 있었던 모양이다. 어느새 오지배인 곁에 다가와)
그래도 오리냄새가 싫으시다면 다른 요리로 바꿔 드리겠습니다. (하며 메뉴판을 건넨다)
- 오지배인 (진헌을 쳐다본다)
- 진헌 제가 추천해드릴까요?
- 중년 1 (좀 머쓱) 아뇨... 됐어요. 정 그렇다면 그냥 먹죠 뭐.
- 중년 2 그래요, 그냥 놔두세요.
- 진헌 (오지배인에게) 와인 한잔씩 서비스 해주세요.
- 오지배인 네.
그때 저쪽이 소란스러워진다.
쳐다보는 진헌.
S#07. 홀 2
홀로 뛰어들려는 삼순을 붙잡고 있는 인혜.
- 인혜 언니 왜 이래요. 이러지 마.
- 삼순 잠깐만. 잠깐만 놔 봐.
나 딱 한 마디만 하고 올게.
- 인혜 한마디든 열마디든 우리가 참견할 일이 아니잖아요.
들아가요, 예?
- 삼순 참견이 아니라 딱 한 마디만 한다니까?
놔 봐 좀. 얘 왜 이렇게 힘이 세니?
- 인혜 언니 열심히 일해서 정직원 된다며. 이러면 안되지라.
- 영자 (다다다 다가온다) 앞치마 두르고 홀에서 뭐하는 거예요, 볼썽사납게?
들어가요, 얼른.
- 삼순 영자씬 상관 마요.
인혜야, 이거 놔. 좀 놔아!
- 영자 (이름 불러 화났다) 상관 말라뇨? 홀은 내 책임인데 상관 말라뇨!
그리고 앞으론 장캡틴이라고 불러주세요!
영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 앞을 지나쳐가는 삼순.
인혜, 걱정스러운데.
- 진헌 (어느새 다가와) 무슨 일이에요?
- 인혜 (어머 어떡해!)
S#08. 홀 3
남편과 아내, 생뚱맞은 표정으로 삼순을 올려다보고 있다.
- 삼순 (조목조목) 이 아이스크림 이름은 '마르키즈 글라세'로 프랑스의 왕 루이 15 세의 애첩인
퐁파두르의 작위이름에서 따온 겁니다. 퐁파두르는 역사상 가장 빛나는 요부 중의 하나
이며 그 요부의 치맛바람에 휘둘린 루이 15 세는 전쟁과 사치로 프랑스 혁명을 불러 일으
킨 장본인입니다.
한마디로, 요부와 어리석은 왕이 나라를 말아먹은 거죠.
남편과 아내, 생뚱맞다. 대체 뭔 소리를 하는 건지...
- 삼순 (남편을 빤히 바라보며) 나라는 지켜져야 합니다. 나라를 바로 세워야 합니다.
나라를 망가뜨려서는 안됩니다.
진정한 행복은 (누군가 어깨를 톡톡 쳐서 돌아보면)
- 진헌 (나오라는 손짓)
- 삼순 (무시하고 계속한다) 진정한 행복은 화목한 나라에서부터 나오는 겁니다.
나라는 (다시 어깨를 치는 진헌의 손을 냅다 차버리고) 나라는 깨져서는 안됩니다.
보다못한 진헌이 그녀를 끌고 나간다.
삼순, 끌려나가면서도 구호를 외친다.
- 삼순 나라로 돌아가십시오! 나라는 깨져서는 안됩니다!
이혼은 절대 안됩니다! (힘겹게 두 팔로 X 자) 네버! 네버!
어리둥절한 남자와 여자.
S#09. 뜰
삼순을 끌고 나와 팽개치듯 놓아버리는 진헌.
- 진헌 뭐하는 겁니까, 지금!
- 삼순 다 봤으면서 뭘 물어요?
- 진헌 손님이 바람을 피우든 뭘 하든 우리가 참견할 일이 아니잖아요!
- 삼순 사장님은 그렇게 사세요.
근데 난 그렇게 못살아요. 왜냐!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종자가 바로 바람피는 남자거든요.
내가 세상에서 제일 혐오하는 물건이 또 바람피는 남자거든요.
내가 세상에서 제일 쏴죽이고 싶은 말종이 애석하게 또 바람피는 남자거든요.
- 진헌 난! 개인적인 경험을 공적인 일에 투사시켜
이성을 잃고 길길이 날뛰는 사람들을 제일 혐오합니다.
그러니까 여기서 계속 일하고 싶으면 내 기준을 따르세요!
- 삼순 ! ...개인...적인 경험이라뇨? 그게 무슨 뜻이죠?
- 진헌 (태연하다) 뭐가요?
- 삼순 (이 자식이 그날의 나를 알아본 걸까? 눈을 가늘게 뜨고 탐색) 혹시...
- 진헌 (뭘 알고 그러는지 아닌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도도하게 바라본다)
- 삼순 (자신 없어진다. 아무튼 저런 표정만 나오면 할 말이 없어진다)
- 진헌 말씀을 하시죠?
- 삼순 (끙...졌다!) ...알았어요. 따르라면 따라야죠.
근데요, 사장님?
- 진헌 ...............
- 삼순 여자손님이 남자손님한테 맞고 있다. 그래도 참견하지 말아야 하나요?
- 진헌 ...............
- 삼순 (조롱하듯) 어서 지침을 내려주셔야죠, 사장님?
- 진헌 참견하지 마세요.
- 삼순 (어머 이런 비열한 놈!)
- 진헌 내가 그 자식을 밟아놀 테니까.
(E) 요란한 음악과 환호성!
S#10. 홀 (동 밤)
삼순의 환영식.
어린 웨이터 하나가 음악에 맞춰 최신 댄스를 선보이고 있다.
다들 신이 났다.
특히 영자 신났다. 소리소리 지르며 넘어갈 지경이다.
맨 뒤 테이블에 오지배인과 현무와 진헌이 앉아 있다.
음악 끝나자 사회 보는 웨이터가 마이크 잡는다.
- 사회 자, 그럼 오늘 환영식의 주인공! 우리들의 왕언니! 희진 누님의 답가가 있겠습니다.
우~ 환호하며 박수치는 이들,
삼순, 쑥스러워하며 주춤주춤 앞으로 나와 마이크 건네받는다.
- 삼순 큼, 제가 원래는 노래를 잘하걸랑요?
그치만 이렇게 뜨거운 환영을 해주는데 노래로 때울 순 없잖아요.
노래 대신 춤 춰도 되죠, 여러부운~
박수와 휘파람과아우성들!
준비자세 취하는 삼순! 음악 나오자 옷을 확 뜯어버린다!
야한 의상이 나온다.
그러자 순식간에 홀은 나이트클럽 같은 분위기로 바뀐다.
사이키 조명 아래 춤추기 시작하는 삼순.
채연이나 유니의 섹시댄스를 춘다.
직원들 흥분의 도가니탕이다.
남자직원 몇 명이 뛰어나와 군바리춤을 춘다.
삼순이 춤을 추며 내려온다.
진헌에게로 다가온다.
진헌, 당황한다.
삼순, 섹시춤으로 진헌에게 비비적댄다.
진헌, 하얗게 굳은 채 어쩔 줄을 모른다.
삼순, 녹일 듯이 섹시하게 바라본다.
- 삼순 ...............
그때 갑자기 조명이 꺼진다.
원래의 홀.
진원들, 마치 못볼 걸 본 양 썰렁한 표정들이다.
무대 위의 삼순, 룰루룰루 룰루룰루 짱구춤을 추다가 분위기 감지하더니 박수홍 춤을 춘다.
분위기 더 썰렁해진다.
- 웨이터 우~ 희진누님은 우리를 기만하지 말라!
- 주방 1 맞소! 춤이 안되면 스트립쇼를 하든가!
- 주방 2 벗어라~
- 남자직원들 벗어라! 벗어라! 벗어라!
양자, 어머 별꼴이야, 하는 표정이더니 벌떡 일어난다.
- 영자 신입한테 이게 무슨 행패들이야, 또?
벗긴 뭘 벗어, 뭐 볼 게 있다구?
- 삼순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 볼 게 없다뇨? 그걸 영자씨가 어떻게 알아요?
- 영자 (발끈) 장캡틴이욧!
- 삼순 그래요, 장캡틴. 볼 게 있는지 없는지 보지도 않구 어떻게 아냐구요.
- 영자 그럼 볼 게 있다는 소리예요, 지금?
- 삼순 그건 벗어봐야 아는 거 아녜요?
- 진헌 (끼어든다) 그럼 정말 벗기라도 하겠단 겁니까?
- 삼순 (이건 또 뭐야? 쳐다본다) 내가 왜요?
- 진헌 그럼 환영식은 여기서 그만 끝내죠.
(두어번 손뼉치며) 자, 퇴근합시다.
직원들, 흩어진다.
삼순, 순식간에 뻘쭘해져 어리둥절 하다.
- 삼순 어쩜 이렇게 사람을 무안하게 하냐...
(도리도리) 훌륭해, 아주~ 훌륭해.
S#11. 비행기 안
어둠.
비행기 창의 햇빛가리개가 올라가면서 창 하나만큼 밝아진다.
희진의 모습이 보인다.
창 밖 내다보고 있는 희진의 팔을 누군가가 톡톡 친다.
돌아본다.
옆자리의 이영이 와인병을 들어보인다.
- 이영 혼자 마시긴 너무 많은데 한 잔 할래요?
- 희진 (환하게 웃는다) 네.
S#12. 비행기 안
두 여자, 어느새 와인에 취해 분위기가 좋다.
- 이영 수질검사할 때 물의 투명도를 어떻게 재는지 알아요?
지름 30 센치의 하얀 원반을 물 속에 넣고 그게 서서히 가라앉아서 눈으로 보이지 않을
때까지의 깊이. 그렇게 잰대요.
우리나라 호수 중에 가장 투명도가 높은 데가 파로혼데 5.3 미터래나?
셰계에서 가장 투명도가 높은 호수는 몇미턴 쯤 될 거 같아요?
- 희진 (취기로 뺨이 발그레하다) 몇미턴데요?
- 이영 일본의 마슈라는 호순데 41.6 미터래요. 두 번째는 러시아의 바이칼 호수, 40.5 미터.
근데 사람의 마음은 투명도를 잴 수가 없더라구요. 뭐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지금까지 이혼의 변이었습니다!
자기는 3 년 동안 미국에서 뭘 했나요?
- 희진 음... 많은 걸 배웠어요.
- 이영 (영어) 구체적으로.
<1. Such as...?
2. Like what?
3. What did you learn?
4. Tell me the details.>
- 희진 휼륭한 의사가 되야겠구나...
- 이영 의사예요?
- 희진 아직 의대생이예요.
- 이영 멋지다! 그럼 유학 간 거예요?
- 희진 그건 아니구요.
근데 (눈짓하며) 저 남자 아까부터 계속 쳐다보던데.
- 이영 봤아요, 나두. 근데 둘 중에 누굴 쳐다보는지 궁금하지 않아요?
빈 좌석들을 헤치며 걸어오는 희진.
비틀하다가 이영을 돌아보며 킥킥 웃는다.
이영이 피이팅해준다.
두 여자는 술에 취해 별 거 아닌데도 마구 웃어댄다.
희진, 웃음 거두고 한 남자에게 다가온다.
- 희진 저...
- 남자 (책 보다가 고개 든다)
- 희진 (꾸벅 인사) 안녕하세요. 전 유희진이라고 합니다.
- 남자 ???
- 희진 (술김이지만 스스로도 우습다. 웃음 참아가며) 아까부터 저희 둘을 쳐다보시던데...
- 남자 ? ...그래서요?
- 희진 저희 둘 중에 누굴 쳐다보신 건지 궁금해서요.
둘 중에 하나를 택하시면 나머지 하나가 자리를 바꿔주기로 했거든요.
- 남자 (한심하다) ...하도 시끄러워서 쳐다본 겁니다.
알만한 분들이 비행기 안에서 이게 무슨 추탭니까?
- 희진 ???
자기 자리에 돌아와 앉은 희진과 이영, 나오는 웃음을 입으로 간신히 틀어막고 있다.
그래도 웃음이 비져나와 킥킥...
남자가 못마땅하게 쳐다본다.
그러자 엿먹으라는 제스츄어를 하는 이영.
희진, 못참고 까르르 웃는다.
남자, 싸늘한 얼굴로 짐을 챙겨 다른 자리로 옮긴다.
- 희진 (너무 웃어 배가 아플 지경이다) 아, 너무 웃겨...
- 이영 희진씨 그렇게 안봤는데 정말 엉뚱하네? 그런다고 대뜸 가서 물어보는 건 뭐야?
- 희진 (웃음 진정하고 머리를 편하게 기댄다. 감회에 젖는다)
...다시 돌아와서 너무 기뻐요... 3 년 전 떠나갈 땐 다시 못돌아올 줄 알았거든요.
- 이영 혹시 빚 지고 도망갔던 거 아냐?
- 희진 (또 까르르 웃는다)
S#13. 커피전문점 (오후)
삼순이 무언가를 빤히 올려다보며 고민중이다.
메뉴판의 까페라떼로 줌인된다.
그 옆에 말풍선이 뜬다. <175kcal, 맥주 한 캔, 인라인 스케이트 20 분>
삼순, 고개를 젓더니 그 옆의 메뉴를 본다.
오늘의 커피로 줌인된다.
말풍선 뜬다. <5kcal, 매추리알 1/3 개, 키스 5 분>
- 삼순 (E) (마음의 소리) (다부진 표정으로) 좋아, 결심했어! 일단 라떼부터 끊는 거야!
구닥다리 올드보이한테 집착하지 말고 살을 쫙 빼서 뉴페이스를 만나는 거야.
삼순, 큰소리로 주문한다.
- 삼순 라떼 하나 주세요, 시럽 듬뿍 넣구요!
S#14. 달리는 버스 안 (동 오후)
라떼를 홀짝이며 궁시렁대는 삼순.
- 삼순 한심해, 한심해. 어떻게 이거 하나 못끊냐?
이름이 삼순이라서 그래. 희진이로 바꾸면 금방 끊을 텐데, 살도 쏙쏙 빠지고...
아냐, 이건 올드보이의 저주야. 올드보이부터 없애야 돼.
(핸드폰을 꺼내 꾹꾹 누른다)
S#15. 검은 화면
<민현우 010-XXXX-4209>
버튼 누르는 소리와 함꼐 화면 바뀐다.
<정말 삭제할까요? 1. 예 2. 아니오>
S#16. 버스 안
Insert.
손가락이 <예> 위에 머무른다.
삼순, 차마 못누르고 고민하는데,
차가 끽 급정거하며 바로 앞에 서 있던 고등학교 남학생이 기우뚱하며 삼순을 덮친다.
삼순, 흘릴 뻔한 라떼를 치켜들고 아 씨 하다가 남학생이 죄송하다고 꾸벅 인사하자,
- 삼순 (엄하게) 남자가 하체가 그렇게 부실해서 되겠어? 앞으로 운동 열심히 해?
- 남학생 (맹) 네.
- 삼순 착하네. (다시 핸드폰 보다가 허억 놀란다)
Insert.
통화중이라는 표시!
삼순, 얼른 귀에 대본다.
아직 받진 않고 신호음만 간다.
삼순, 탁! 닫는다.
- 삼순 (버럭) 다 너 때문이잖아!!!
- 남학생 (깜짝이야)
- 삼순 이제 어떡해... 으흥, 쪽팔리게...... 아우, 난 몰라!!!
S#17. 돌담길 (동)
입이 댓나발 나온 삼순이 터덜터덜 걸어온다.
- 삼순 (E) (마음의 소리) 여자가 세상에 태어나서 절대 해서는 안될 일 중의 하나가 바로 헤
어진 남자한테 전화질 하는 거라고, 연애박사 작은언니가 그랬다. 그것처럼 품위없고
추잡스러운 짓은 없다고.
비록 실수지만 난 오늘 그 짓을 하고 말았다.
삼순, 문득 멈춘다.
- 삼순 근데 이상하네?
분명 내 번호가 찍혔을 텐데 왜 안받았지? 받기 전에 끊겼나?
그래도 글허지. 난 줄 뻔히 알면서 생까고 있단 말아 지금?
(다시 걸으며) 나쁜 자식... 그동안 쌓인 정이 있지, 어떻게 술김에라도 전화 한 통 없냐.
S#18. 삼순네 마루 (동 밤)
드러누워 오이 붙이고 있는 삼순.
- 삼순 (화풀이하듯 남은 오이꽁지를 아작아작 씹어먹는데 엄마 봉숙이 탁 채가자) 왜에!
- 봉숙 넌 물만 먹어도 살로 가잖아.
내일 선 보는데 띵띵 부어갖고 나갈 거야?
- 삼순 아이씨- 세상엔 왜 이렇게 맛있는 게 많은 거야?
- 봉숙 맛있는 게 많은 게 아니라 너한테만 뭐든 맛있는 거야. 넌 개똥도 맛있지?
- 삼순 그건 아직 안 먹어봐서 모르지.
- 봉숙 너 이번엔 정말 잘해야 돼.
이번 놈은 뭘 잘못 먹었는지 너처럼 통통한 여자를 좋아한다더라.
- 삼순 엄만 남자를 너무 몰라. 꼭 그런 놈들이 늘씬한 거 더 밝힌다니까?
- 봉숙 미친년, 내가 이 나이에 남자 알아 어따 쓰게.
- 삼순 아무튼 다 이름 때문이야.
큰언니는 일영, 작은언니는 이영, 내가 삼영이만 됐어도 벌써 시집 갔다.
나 김희진으로 해달라고 얘기 했어?
- 봉숙 했어, 했으니까 잘해. 70 년 개띠면 궁합도 찰떡이더라.
- 삼순 히? 70 년생이었어? 할아버지잖아!
- 봉숙 (한심하다는 표정) 요강 갔다줄까?
- 삼순 ? 요강?
- 봉숙 (버럭) 호강에 바쳐 요강에 똥 싸는 소리 하고 있잖아, 지금!
S#19. 공항버스 정거장, 버스 안 (낮)
희진이 버스에 올라탄다. 창가에 앉아 밖을 내다본다.
이영이 손 흔들어준다.
희진도 손 흔들어준다.
S#20. 정거장
버스가 떠난다.
- 이영 (보며) ...애 참 괜찮네...
후- 그나저나 난 어디루 가냐? 엄마 알면 죽음인데.
S#21. 공항버스 안
희진, 가방 안에서 핸드폰을 꺼낸다.
3 년 전의 핸드폰이라 구형이다.
폴더를 열고 전원을 켠다.
전원 켜지자 액정에 희진과 진헌의 사진이 뜬다. 모노톤이다.
- 희진 (액정 속의 진헌을 들여다보며) 설마 아직까지 화나 있는 건 아니지?
S#22. 호텔 화장실
삼순, 거울로 옷매무새를 단정히 한다.
문득 옆으로 돌더니 상의를 들추고 힘을 뺀다.
풍선처럼 배가 나온다.
허리라인 때문에 위가 불룩 아래도 불룩, 눈사람 같다.
다시 배에 힘주면 비교적 매끈한 배가 된다.
- 삼순 (배를 탕탕 치며) 좋아쓰! 오늘 한번 해 보는 거야!
S#23. 호텔 커피숍
사진 속의 남자를 찾아 실내를 휘- 둘러보는 삼순.
비슷한 남자가 없다.
사진을 가방에 넣으며 화가 나기 시작한다.
- 삼순 잘 생겨서 참아준다. 얼굴에 포샵질 한 거면 1 분 안에 쫑이다.
...근데 왜 하필이면 이 호텔이냐, 불길하게...
불길하면 안되지? (불길함을 떨쳐내느라 도리도리 머리 흔들고, 곧 눈을 뜨다가 허억 놀란다)
웨이터가 씨익 웃고 있다.
케잌 한 조각을 서빙한다.
- 삼순 케잌 안 시켰는데요? (하다가 어? 알아본다)
- 웨이터 (그날 삼순에게 와인과 케잌을 준 웨이터다) 맞선 보러 오셨죠?
- 삼순 예? 예...
- 웨이터 생각 잘 하셨어요. 얼른 훌훌 털고 일어나세요.
오늘도 파이팅! (간다)
- 삼순 (얼떨떨) ...자꾸 불길해지네...
(딸랑딸랑 방울소리에 고개 돌리면)
웨이츄리스가 들고 다니는 팻말에 선명한 이름. <김희진 씨>
- 삼순 (희진이라는 이름이 화를 삭혀준다) 그래, 김희진에 운명을 걸어보는 거야.
(웨이츄리스에게 자기라는 표시 해주고 단정한 자세를 취하고 시선을 살포시 모아 45
도 각도로 새초롬하게 내려깐다)
- 맞선남 (E) (듣기좋은 저음) 김희지씨죠.
- 삼순 (우아하게 올려다보며) 네, 맞는데요. (하다가 아니?)
준수하게 생긴 남자가 앞에 앉는다!
- 맞선남 (호쾌하게) 정말 죄송합니다. 바로 제 앞에서 교통사고가 났는데 그냥 지나칠 수가 없
어서요. 주제넘게 좀 도와주느라구요.
- 삼순 (뻑! 갔다) 네에...
- 맞선남 늦은 거 정말 죄송합니다.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깊이 고개를 숙인다)
- 삼순 (목소리 달라졌다) 어머, 아니예요.
이깟 맞선이 중요해요? 사람 목숨이 중요하지.
- 맞선남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웃는 모습이 남자답고 멋지다)
- 삼순 (입이 찢어지려는 걸 얼른 찻잔으로 가린다)
웨이츄리스가 지나간다.
카메라가 웨이츄리스를 따라 간다.
두어 테이블 지나 진헌이 맞선녀와 앉아있다.
웨이츄리스가 찻잔을 내려놓고 간다.
- 맞선녀 한 3 년 전부터 그 모임에 나가기 시작했는데 진헌씨 얘기 가끔 들었어요.
진헌씨도 처음엔 나왔다던데, 요즘은 왜 안나오세요?
- 진헌 어디어디 손 댔어요?
- 맞선녀 네?
- 진헌 눈? 코? 턱?
- 맞선녀 ! (곧 침착해진다) 코하고 광대뼈요.
- 진헌 어디, 일본에서요?
- 맞선녀 네.
- 진헌 코는 시미지의 마사끼가 잘 한다던데.
- 맞선녀 (다 알고 왔다. 시종일관 여유만만) 네, 그 분한테 했어요.
- 진헌 (수술이) 잘 됐네요.
(가슴께를 노골적으로 훑으며) 가슴확대는 안해도 되겠네요. 난 작은 가스을 좋아하거든요.
- 맞선녀 (참으며 미소) ...진헌씨가 하는 레스토랑, 언제 한번 가보고 싶어요.
우리 모임에도 벌써 입소문이 났던데, 분위기도 좋고 음식 맛도 뛰어나다고.
특히 디저트가 예술이라면서요?
- 진헌 (여자가 화를 안내자 맥이 빠진다) 그래요? 파티쉐 월급을 올려줘야겠네요.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일어나 나간다)
진헌이 걸어온다.
짜증스런 표정으로 넥타이를 느슨하게 한다.
저 여자를 어떻게 떨궈내지? 그렇게 몇 발짝 얼어오다가 멈칫!
열 올리고 있는 삼순의 모습이 정면으로 보인다.
진헌, 맞선임을 간파하고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옆을 지나친다.
- 삼순 그걸 통털어 파티세라고 하는데 자세하게 나누면 다섯가지예요.
제빵은 브랑제리, 제과는 파티세리, 파티쉐라고도 하구요, 초콜릿은 쇼콜라띠에, 잼하고
사탕류는 콩피즈리, 아이스크림은 글라스리.
그 중에서 전 제과분야인 파티쉐구요. 언젠가는 제 샵을 내는 게 꿈이에요.
김삼순(실수! 얼른 정정한다) 아니, 김희진표 핸드메이드 케잌을 만들고 싶거든요.
기회가 닿으면 다시 파리에 가서 초콜릿 공부도 더 하구 싶구요.
- 맞선남 그럼 파티쉐 겸 쇼콜라띠에가 되는 거네요.
- 삼순 (E) (마음의 소리) 어쩜, 말귀도 잘 알아듣네?
- 맞선남 희진씨랑 결혼하는 사람은 좋겠어요.
핸드메이드 케잌이랑 초콜릿을 아무때나 먹을 수 있고.
- 삼순 (E) (마음의 소리) 어쩜 좋아! 저 입으로 희진이라고 부르니까 너무 에로틱한 거 있지?
그래! 이거야 이거! 오늘 이 분위기로 미끄러지는 거야!
S#24. 화장실 앞
- 진헌 (걸어오며) 실연 당한 호텔에서 맞선이라... 정말 삼순이스러워. (들어간다)
S#25. 화장실 (1 회 S#09)
맞선녀에게 물세례를 받아 양복과 머리가 젖은(린넨으로 대충 닦아 적당히 물기만 남은)
진헌이 들어오다가 멈칫한다.
가운데 칸에서 여자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몇몇 남자가 못참겠다는 듯이 킥킥댄다.
진헌, 그 남자들을 못마땅하게 일견하더니 노크를 한다.
일깨워줘서 내보낼 생각이다.
첫 번째 노크. 대답 없다.
두 번째 노크. 역시 대답 없다.
세 번째 노크.
- 삼순 (E) 있어요. 엉엉...
네 번 째 노트.
- 삼순 (E) 있어요오- 허어엉...
끈질기게 다섯 번째 노크.
- 삼순 (E) 있다구요오!
그도 짜증난다.
짜증스럽게 여섯 번째 노크.
- 삼순 (E) 귀 먹었어요? 있어요, 사람 있다구요!
나 방금 실연 당해서 눈에 뵈는 거 없으니까 그냥 놔둬요, 에?
진헌, 오기가 생긴다.
누가 이기나 해보자는 표정으로 일곱 번째 노크.
- 삼순 (E) 누구야! 나랑 해보겠다는 거야, 지금?
(발로 문을 뻥 차는 소리)
벌컥 문이 열린다.
삼순의 모습이 드러난다.
검은 눈물, 헤- 벌어진 앞가슴.
엽기적인 모습에 황당해하는 진헌.
뒤에서 바라보던 남자들도 마찬가지.
놀라서 입 쩍 벌리는 삼순!
- 진헌 (당황해서 말이 삐딱하게 튀어나간다) 뭡니까 아줌마. 변태예요?
- 삼순 (뭐? 변태?)
- 진헌 (드러난 가슴 보고는) 아니면, 남자화장실에서 수유 중입니까?
- 삼순 (수유? 얼른 가슴을 본다. 아뿔싸! 얼른 가슴을 가리고 쾅 문을 닫는다)
S#26. 동 화장실
피식 웃는 진헌.
그러다 표정 굳는다. 점점 굳는다.
문득 씨익 웃는다! 기막힌 생각이 났다.
S#27. 동 커피숍
- 삼순 (신났다. 요란하게 제스츄어까지 해가며) 지하철 8 호선을 타고 가면 미쉘 쇼뒨이라는
초콜릿 전문점이 있어요. 거긴 인테리어가 다 초콜릿으로 되어있거든요? 한동안 학교 수
업이 끝나면 매일 글루 출퇴근을 했어요. 공부하는 동안 여기에 진열된 초콜릿은 다 먹
어보자, 그랬었거든요.
- 맞선남 (너무 열심히 듣는다) 그래서 다 먹어봤나요?
- 삼순 아뇨. 아쉽게도 딱 하나를 못먹었지 뭐예요.
- 맞선남 하나요? 뭔데요?
- 삼순 기둥이요.
- 맞선남 (하하 호쾌하게 웃어댄다)
- 삼순 (E) (호호호 간드러지게 따라웃으며, 마음의 소리) 좋았어. 결혼식 그 날까지 논스톱으
로 밀어붙이는 거야.
김희진, 넌 할 수 있어! 아자아자아자!
(그러나 그 순간!)
- 진헌 (E) 삼순아!
- 삼순 (윽! 너무나 익숙한 그 이름!)
- 진헌 (옆에서 안타까운 표정으로) 너까지 이러면 난 어떡하라구!
- 삼순 (휙 올려다본다. 앗!)
- 맞선남 (의아하게 둘을 번갈아보더니) 아는...사이에요?
- 삼순 (너무 당황스럽다) 네? 아, 아뇨... 아, 알긴 아는데...우리 레스토랑 (하는데)
- 진헌 (터프하게) 오늘 맞선은 그냥 형식적인 거라고 내가 말했잖아.
우린 시간이 필요해. 시간만 있으면 어머니도 충분히 설득할 수 있다구.
그깟 나이차이도 극복 못하면 우리 사랑이 너무 불쌍하잖아.
나 못믿어, 누나?
- 삼순 (헉, 누나?)
어느새 다가온 맞선녀가 파르르 떨면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 삼순 왜, 왜 이러세요, 사장님. 징그럽게 누나라뇨...
(어리둥절해하는 맞선남 보며) 저기 오해하지 마세요. 이분은 그냥 우리 레스토랑 (하는데)
- 진헌 (삼순의 손목을 확 나꿔채 일으킨다) 일어나. 당장 어머니한테 가자. 가자, 누나!
- 삼순 (질질 끌려가며) 어머어머, 어뜩해.
(그의 손목을 때리고 할퀴고 몸부림치면 죽어라 반항한다) 놔요, 이거! 뭐하는 짓이에요,
사장님! 놔요, 좀! 노라구요!
- 맞선녀 !
- 맞선남 !
- 삼순 (거의 울 지경이다. 맞선남이 본다는 것도 잊고 본성 나온다) 야, 이 새끼야! 놔! 안 놔?!
너 주글래 정말? 놔! (있는 힘을 다해 뿌리치고는) 야, 이 말탱구리야! 니가 나 책임
질 거야? 왜 지랄이야, 왜!
그 순간 진헌의 뺨이 짝! 돌아간다.
뺨 때린 건 삼순이 아니라 맞선녀다.
맞선녀, 파르르 쏘아보더니 가버린다.
맞선남,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고 멍한 삼순을 어짢게 일견하고 황망하게 나간다.
그는 삼순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꽤 실망스럽다.
진헌, 그들을 눈으로 꽃다가 삼순을 바라본다.
삼순, 아직도 멍-하다.
- 진헌 상황 종료됐는데 이제 정신 좀 차리죠, 김삼순, 아니 김희진씨.
- 삼순 (정신 차리고 그를 본다)
- 진헌 배 안고파요? 어디 가서 밥이나 먹죠.
삼순, 가차없이 뺨을 갈긴다.
진헌, 홱 뺨 돌아간다.
삼순, 정강이를 걷어찬다.
진헌, 윽! 꺾어진다.
- 삼순 넌 내가 그렇게 만만하게 보이니?
- 진헌 (너무 아픈 정강이를 감싼 채 올려다보다가 멈칫) ?!
- 삼순 (눈물이 글썽하다)
- 진헌 !
- 삼순 니가 지금 무슨 짓을 했는 줄 알어?
넌...넌... (목이 메이고 눈물이 글썽해서) 인간미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자식...
- 진헌 (너무 심했나?) ...............
- 삼순 (눈물 슥 닦고는) 밥? 너 혼자 다 처먹으세요.
그리구 퇴직금 정산해 놓으세요, 이 사장놈아. (팽 돌아서서 나간다)
- 진헌 (퇴직?) !
S#28. 호텔 앞
현관을 나와 걷기 시작하는 삼순.
잠시 후 진헌이 나온다.
그녀를 따라간다.
미안한 표정은 절대 아니고 참 귀찮게 됐다는 표정이다.
S#29. 남산 입구 거리
삼순이 걸어온다.
걸음걸이가 속상하고 신경질나고 짜증스럽다.
진헌이 안전거리 유지하며 뒤따라 온다.
그도 좀 짜증스럽다.
S#30. 남산 입구, 커피박스 앞
터덜터덜 걸어오는 삼순.
하이힐 때문에 발이 아프다.
멈추어 발뒤꿈치를 살핀다.
진헌, 슬슬 다가와 옆에 붙더니 빈정거린다.
- 진헌 뭔가 착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임시직한테 퇴직금을 주는 회사도 있습니까?
- 삼순 (휙 째려본다)
- 진헌 (얼른 경계자세! 지금까지 쌓아왔던 가오가 제대로 무너진다)
- 삼순 (제 손을 본다. 마침 하이힐이 들려 있다.
이걸로 때릴까봐 그랬군, 웃긴다)
- 진헌 (몹시 창피하고 머쓱하다)
- 삼순 (힐을 신으며) 어디서 신파도 그런 신파를...
상상력 없는 인간하곤 상종을 말아야지.
- 진헌 (드디어 입을 열였군. 흡족하다) 그렇게 말하면 신파가 섭하죠. 그게 얼마나 아름다운건데.
- 삼순 아름답긴 개뿔이?
(입술을 마구 부벼 닦고는 퇴퇴 침뱉는 시늉까지 한다)
- 진헌 반응 참 빠르시네. 손수건 빌려줘요?
삼순, 아랑곳없이 커피박스로 가 주문한다.
- 삼순 라떼 주세요. 시럽 듬뿍 넣구요. (지갑을 꺼내는데)
터억 만원짜리 하나 놓인다.
- 진헌 라떼 하나 추가요. 시럽은 필요 없습니다.
S#31. 매표소 앞
라떼 마시며 걸어오는 삼순.
목적도 없이 따분한 표정이다.
- 진헌 (라떼 마시며 따라온다) 원래 그렇게 알랑방구를 잘 껴요?
- 삼순 (홱 돌아본다)
- 진헌 (시큰둥) 월급 5 프로 인상.
- 삼순 (째리고 다시 걷는다)
- 진헌 교태도 잘 부리던데, 가증스럽게.
- 삼순 (다시 홱 쳐다본다)
- 진헌 (심드렁) 10 프로 인상.
- 삼순 언제까지 날 놀릴 건데요?
- 진헌 그 이상은 나도 안돼요. 직원들 간에 형평성이라는 게 있으니까.
- 삼순 ...............
- 진헌 알았어요. 정직원! 임시직 1 개월만에 정직원 된 사례는 없어요.
- 삼순 ...............
- 진헌 그럼 나더러 어쩌라구요. 시간을 돌려 놓을까요? 아까 그 남자, 제자리에 갖다 놔요?
- 삼순 (돌아보며) 그래요! 시간도 돌려놓고 그 남자도 제자리에 앉혀놔요!
꼭 그렇게 해야 돼요? 꼭?
(돌아서서 케이블카 매표소로 들어간다)
- 진헌 (어이없다) ...정말 취향 독특해... 삼순이스러워...
(마지못해 따라들어간다)
S#32. 케이블카 매표소
삼순이 줄 서 있다.
뒤에 진헌이 와 선다.
- 진헌 난 커피 샀으니까 이건 그쪽이 사요.
- 삼순 (돈 내밀며) 왕복 하나요. (표와 거스름돈 받아간다)
- 진헌 (머쓱. 돈 내밀며) 왕복 하나요.
S#33. 케이블카 탑승대
케이블카가 도착한다.
문 열리고 안내원의 지시에 따라 사람들이 내린다.
잠순이 맨 앞에 줄 서 있다.
그 뒤에 진헌이 서 있다.
S#34. 케이블카 안
삼순, 들어와 자리에 앉는다.
창 밖으로 잠깐 경치 훑다가 문득 놀란다.
S#35. 케이블카 탑승대
탑승대에서 사람들과 안내원을 상대로 뭔가 이야기하고 있는 진헌.
진헌은 열심히 설득 중이고 사람들은 열심히 듣고 있다.
이윽고, 사람들이 박수를 쳐주고 휘파람도 불어준다.
안내원이 웃음 띈 얼굴로 길을 터주자 진헌이 케이블카에 탄다.
S#36. 케이블카 안
진헌이 삼순의 바로 옆에 앉는다.
삼순, 째리며 살짝 비켜 앉다나 케이블카 문이 닫히자 놀라서 일어나 창밖을 본다.
안내원과 사람들이 손을 흔들어준다.
- 삼순 저 사람들 왜 저래요? 왜 안타요?
(그때 쿵 하고 케이블카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냉큼 진헌의 팔을 잡으며) 옴마야~
- 진헌 (자기 팔을 잡은 삼순의 손을 내려다본다)
- 삼순 (얼른 놓고는) 도대체 뭐라 그런 거예요? 뭐라 그랬는데 저러는 거예요?
- 진헌 청혼 한다고 도와달라고 그랬어요.
- 삼순 !!! ...이 사람이 정말 끝까지 놀리네? 진짜 내가 만만해 보여요?
- 진헌 한달에 두 번이나 파티쉐가 바뀌면 단골손님들 귀신 같이 알아봐요.
그러니까 그만 둔다는 말 취소해요.
아까 그 남자보다 몇 배 나은 사람 소개해줄 테니까.
- 삼순 (정색하고 노려본다)
- 진헌 (좀 무섭다. 시선 피하느라 창 밖 보며) 벚꽃이 좋네에...
- 삼순 이봐요, 현사장님,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날 좋아해줄 확률이 세상에 몇 퍼센트일 것
같애요?
- 진헌 (잠깐 질문의 뜻을 생각하다가 쳐다보며) 백퍼센트?
- 삼순 그래요, 그렇게 살아왔겠죠.
그럼 여자한테 거절당해본 적도 없겠네요?
- 진헌 ! (희진 생각으로 표정 싸늘해진다) 없어요.
- 삼순 그 여자만 생각하면 내가 너무 작고 초라해서 죽고싶은 적도 없었죠?
- 진헌 없어요.
- 삼순 버림받은 적은 더더욱 없었을 거고.
- 진헌 (입술 뒤틀린다) 그래요, 없어요!
- 삼순 근데 난 있거든요? 그것도 아주 많거든요?
당신이 소개해주겟다는 남자들, 당신이랑 비슷할 거 아냐.
있는 집에 태어나서 좋은 교육 받고 좋은 것만 누리면서 자랐을 거고.
그 사람들이 날 맘에 들어할 것 같아요?
나이는 서른에 대학도 안 나온 나 같은 뚱녀를, 당신이 말한 그 남자들이 좋아할 것
같냐구요.
- 진헌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요.
- 삼순 (버럭) 이건 현실이니까요!
- 진헌 (흠칫)
- 삼순 이건 영화도 아니고 하이틴로맨스는 더더욱 아녜요.
나한텐 아까 그 남자가 최상이었어요. 그 남자도 날 맘에 들어했구요.
나 서른이에요. 이젠 젊지도 어리지도 않아요.
그런데, 그런 남잘 또 만날 수 있을 것 같애요?
당신 땜에 망쳤어요.
내 인생에 마지막 기회였을지도 모를 남자를 당신이 쫓아냈다구요, 당신이!
(어느새 눈물이 글썽해서는) 아우, 생각할 수록 열받네, 정말?
- 진헌 (좀 미안해진다)
그 순간, 쿵! 하면서 케이블카 멈춘다.
삼순, 방금전의 처절함은 온데간데 없이 꺄악! 소리 지르면 낼름 진헌에게 달라붙는다.
달라붙어서 악! 악! 비명 질러댄다.
S#37. 케이블카 전경
멈춘 채 허공에 매달려 있는 케이블카.
- 삼순 (E) 악! 악! 엄마아! 아악!
S#38. 케이블카 안
삼순, 진헌의 품에 매달려 죽어라 비명 질러댄다.
- 진헌 (귀청 따갑다) 조용해요! 안죽어요! ...조용하라구요!
- 삼순 (제정신이 아니다) 나 살려주...아부지이...으흥...
(드디어 울음을 터뜨린다)
- 진헌 (어이가 없다. 어깨를 붙잡고 떼어내 흔들어댄다) 안죽어요...조용히 하고 기다립시다, 좀!
입 다물어요, 입!
- 삼순 흐흐흥...아부지이...어어헝...
- 진헌 (손바닥으로 이마를 아주 쎼게 철썩!!! 때린다)
- 삼순 (그제야 멈추고 멍-)
- 진헌 괜찮아요?
- 삼순 (멍-한 채로 끄덕)
S#39. 비서실
윤비서, 책상에 앉아 일 보고 있다.
책상 위 소금램프가 좀 쌩뚱맞다.
나사장 들어온다.
- 나사장 전화 온 데 있어?
- 윤비서 아뇨, 없습니다.
- 나사장 (사장실로 가다 말고 멈칫, 소금램프를 보더니) 이게 뭐야?
- 윤비서 (특유의 니힐한 표정) 소금램픈데요, 정기 정화에 좋대요.
특히 혼자 사는 사람들한테 좋대는데요?
- 나사장 혼자 사는 사람들한테 왜?
- 윤비서 사람이 혼자 살면 특유의 냄새가 난대요. 여자한테두.
- 나사장 ? (킁킁 자기 냄새를 맡아본다. 좀 머쓱해지는) 내 것도 하나 주문해줘.
- 윤비서 미주 것도 주문할까요?
- 나사장 ? ...걘 아직 일곱 살인데 필요할까?
- 윤비서 그렇죠? 아직 젓냄새가 안가셨는데.
(그때 벨 울리자 받는다) 네, XX 호텔 사장실입니다.
...네, 잠시만 기다리세요. (나사장 보며) 도곡동 김여사님인데요?
- 나사장 (얼른 전화기 받으며) 오늘 진헌이 맞선 땜에 그럴 거야.
(받는다) 김여사님? 전예요, 나사장.
...네, 네... 예? 아뇨, 처음 듣는 이름인데요?
(놀라는) 네에? ...저기, 잠깐만요, 김여사님?
(윤비서에게) 혹시 진헌이한테 삼순이라는 이름 들어봤어?
- 윤비서 ? 아뇨.
- 나사장 그럼 여자 사귀는 눈친 없었어?
- 윤비서 없었는데요.
- 나사장 (다시 통화) 김여사님? 전 처음 듣는 이름이거든요?
그리고 사귀는 여자가 있다뇨. 여자가 있는데 제가 그런 자리에 내보냈겠어요?
연애 따로, 결혼 따로, 전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호텔에서의 행각을 들었다) 뭐라구요?!!!
S#40. 삼순네 마루
봉숙, 전화통 붙잡고 있다.
- 봉숙 아직 그쪽에서도 소식이 없어? ...아직 안들어왔다구? 우리 애도 아직인데?
(좋아 죽는다) 어머, 얘들 아직도 같이 있나봐. 올가을에 치우는 거 아냐?
S#41. 케이블카 전경 (동 오후)
상행선 케이블카가 중간에 멈추어 있다.
하행선 케이블카가 내려온다.
S#42. 하행선
탑승객이 제법 있다.
희진이 통화중이다.
- 희진 다음 주까지 비워준대요. ...네, 깨끗하게 썼더라구요.
내 짐도 그대루 있구. 도배만 새로 하고 들어갈려구요.
...지금요? 맞춰보세요, 뭐 하고 있는지.
(까르르 웃으며) 아뇨, 저 지금 케이블카 타고 있어요.
...네, 남산 케이블카요. 체크인 하자마자 나왔어요, 너무 이뻐서.
(창 밖 풍경에 시선 돌리며) 여기 지금 너무 이뻐요. 벚꽃이 활짝 펴서 눈을 뿌려논 거 같애.
당연하죠. 캘리포니아보다 여기가 더 좋아요. (하다가 어?)
창 너머로, 웅성거리는 사람들 틈으로, 상행선이 멈추어 있는 게 보인다.
- 희진 아빠, 사고 났나봐요. 올라가는 건 멈춰있어요.
(사람들 틈으로 기웃기웃 본다)
사람들 틈으로 삼순이만 살짝 보인다.
S#43. 케이블카 안
삼순, 자리에 앉아 두 손으로 손잡이 꽉 잡은 채 벌벌 떨고 있다.
맞은편 바닥에 느긋하게 앉아있는 진헌, 삼순이 한심하고 우습다.
그 뒤로 하행선이 내려가는 게 보인다.
- 진헌 여기서 살아나면 생사를 같이 한 전우가 되는데, 그만 화 풀죠.
- 삼순 (무서움에 볼 부어) 나한테 미안해서가 아니라 영업에 지장 있을까봐 따라온 거죠?
- 진헌 대신 정직원으로 채용한다구요.
요즘 같은 세상에 언제 명퇴당할지 모르는 남자보단 그게 더 확실한 거 아닌가?
- 삼순 아까 내가 한 말 벌로 들었어요? 난 결혼이 하고 싶다구요.
- 진헌 왜요?
- 삼순 몰라서 물어요?
- 진헌 당연히 모르죠. 그 쪽은 나를 얼마나 아는데요?
- 삼순 (그렇군) ...태평양을 조각배 타고 건너는데 혼자면 너무 무섭잖아요. 혼자 노 젓는 것보
다 둘이 젓는게 속도도 빠르고...
- 진헌 (결혼을 저렇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
- 삼순 (괜스레 마음이 짠해져서는) ...봐요, 지금 같이 있으니까 덜 무섭잖아요.
나 혼자거나 사장님 혼자였으면 얼마나 무서웠겠어요.
- 진헌 난 원래 이렇게 위험한 기계 근처는 얼씬도 안해요.
- 삼순 겁쟁이. 그래서 운전도 안하는군요?
- 진헌 ! (마음 들키기 싫어 창 밖으로 시선 돌린다)
삼순도 창 밖을 본다.
남산의 봄풍경이 보인다.
개나리, 진달래, 벚꽃이 울긋불긋...알록달록...
봄의 연록색이 두사람의 마음을 진정시켜 준다.
- 삼순 난 파리도 좋지만 서울도 좋아요. 구석구석 좋은데가 참 많거든요.
여기 남산도 얼마나 좋은데요.
남산의 풍경들 위로,
- 삼순 밤엔 야경도 참 좋은데, 에펠탑만큼...
지금도 봐요, 너무 이쁘죠?
...나 국민학교 때 어버이날이라고 할아버지랑 우리 식구들이 다 여길 왔었어요. 이 케
이블카 타고 올라가서 식물원 구경도 하고 동물원 구경도 하고 김밥도 까먹고...
할아버진 기집애들 징그럽다고, 혼자 툴툴 대면서 저만치 앞서가셨는데, 전망대 올라가
서는 되게 좋아하셨어요. 날씨가 좋아서 개성 송악산까지 다 보였거든요.
- 진헌 (심드렁하다)
- 삼순 우리 할아버지, 우리 세자매를 얼마나 구박하셧는지 몰라요. 말끝마다 '기집애가 셋인
데, 기집애가 셋인데' 그러셨거든요.
그 중에서도 나를 제일 미워하셨어요. 아들인 줄 알았는데 덜컥 기집애가 튀어나오니까
얼마나 미웠던지 이름도 삼순이라고 짓고, 집안에 안좋은 일이 생기면 저게 우환덩어리
라고 그러고...
그래서 나도 할아버지한테 아주 못되게 굴었어요. 어버이날에 카네이션 만들면 할아버
진 것만 쏙 빼고, 고무신은 내다버리고, 밥그릇은 몰래 숨겨놓고, (가슴 먹먹해져서) 빨
리 돌아가시라고 기도하고...
근데 막상 돌아가시니까 자꾸 생각나요. 그래서 신경질 나구...
- 진헌 (어느새 경청하고 있다)
- 삼순 나중에 할아버지 만나면 물어보고 싶어요. 난 할아버지한테 못되게 군 거 많이 미안해
하고 후회하는데, 할아버진 내 이름 삼순이로 지은 거 미안해 하셨어요? 하구요.
- 진헌 ...나도 물어볼 사람이 있어요.
- 삼순 (본다)
- 진헌 (고즈넉하게) 형한테...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
- 삼순 ? ...형한테 뭐 잘못한 거 있어요?
- 진헌 ...네...
- 삼순 그럼 물어보면 되잖아요.
- 진헌 (마음이 아프다. 쓴웃음 지으며) 네, 나중에 물어볼께요.
삼순, 고분고분한 그가 낯설어서 새삼스런 마음으로 본다.
진헌의 눈길이 그런 그녀의 눈과 딱 맞부딪힌다.
진헌, 정신이 든다.
한순간의 방심으로 마음 한자락을 내보인게 부끄러워 순식간에 서늘하게 돌변한다.
- 진헌 (조롱조) 근데 태평양을 건너는데 왜 조각배를 타요, 유람선 놔두고?
- 삼순 ? 네?
- 진헌 그리고 노 저어서 빨리 가면 저승 밖에 더 있나?
- 삼순 (확 흘긴다) 집에서 꽈배기 공장 해요? 왜 아무 말이나 꽈들어요, 왜?
그렇게 딴지 걸거면 말을 시키지 말든가!
(팩 옆으로 돌아앉아 화장품 꺼내 화장 고친다)
- 진헌 ...지금 나 보라고 화장 고치는 거예요?
- 삼순 (분 두드리며) 착각하지 마세요. 혹시 아홉시 뉴스에서 취재 나올까봐 그러는 거니까.
- 진헌 (가증스럽다. 입꼬리에 보일 듯 말 듯 비웃음이 매달린다)
- 삼순 ? ...뭐예요, 지금 또 비웃는 거예요?
- 진헌 아뇨.
- 삼순 비웃었잖아요!
- 진헌 아니라구요.
- 삼순 비웃어놓군...
- 진헌 (짜증스럽다) 원래 표정이 이래요. 비웃는 거 아니니까 똑같은 질문 하지 마세요.
그때 쿵! 하고 케이블카 움직인다.
삼순, 옴마! 비명 지르며 얼른 손잡이를 잡는다.
S#44. 탑승대 앞
희진이 걸어나온다. 뒤돌아본다.
상행성 케이블카가 올라가고 있다.
희진, 안심이 되는지 제 갈길을 간다.
S#45. 거리 (동 오후)
하이힐 때문에 절뚝거리며 오는 삼순.
문득 멈춰 돌아보더니 몹시 귀찮은 표정이다.
- 삼순 왜 또 따라오는데요?
- 진헌 아홉시 뉴스에 안나와서 섭섭해서 어떡해요.
- 삼순 (가며) 오늘 뉴스거리가 많았나부죠, 뭐.
나 할 일 있으니까 그만 가세요.
- 진헌 (따라오며) 관둔다는 말 취소 안했잖아요.
- 삼순 절대 취소 안할 거니까 포기하세요.
케이블카 안에서 잠깐 같이 있었다구 그걸루 엮을 생각 꿈에도 하지 말구요.
남의 인생 짓밟는지도 모르고 재미로 돌팔매질 하는 미지왕을 고용주로 모실 생각은 눈
꼽만큼도 없네요.
- 진헌 ? ...미지왕? (곱씹으며 따라가다가 멈칫)
오락실 앞의 두더쥐 잡기에 돈 넣는 삼순.
- 진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정말 삼순이스러워...
(E) 신나는 노래반주.
버블시스터즈의 '하늘에서 남자들이 비처럼 내려와'가 시작되어 노래방까지 이어진다.
신나게 두더쥐 잡는 삼순.
기다리고 서서 한심하게 바라보는 진헌.
- 삼순 (E) 꿈에서라도 단 하루라 해도 내 운명의 남잘 꼭 만나고 싶어.
생각만으론 싫어~ 남자들이 비처럼 오늘밤에 거리에 쏟아져 준다면~
It's raining men... 할렐루야~ It's raining men~ Amen~
It's raining men... 할렐루야~ It's raining men...
S#46. 오락실 안
너구리 같은 추억의 오락을 하는 삼순.
옆에 앉아 기다리는 진헌.
꼬맹이들이 달려와 비켜달라고 하자 자리를 비켜준다.
또 다른 오락을 코흘리개 꼬맹이와 열심히 하고 있는 삼순.
"야, 좀 잘 해봐!"
"아줌마 땜에 죽었잖아요!"
"야! 아줌마는 누가 아줌마야! 누나라고 불러!"
서로 타박해가며 열심이다.
뒤에 서서 하품하는 진헌.
간이 농구대에 공 집어넣는 삼순.
쏘는 족족 들어간다.
꼬맹이들이 박수를 친다.
커다란 꿀꿀이 인형을 부상으로 받아들고 으쓱하는 삼순.
진헌, 가관이다 싶다.
- 삼순 (E) TV 에서도 다 떠들어대고 또 혼자인 여자들이 다 기뻐하는 걸~
말도 안되는 상상~ 한번쯤은 괜찮아~ 포기할 때도 됐지만 포기할 수 없는 걸~
It's raining men... 할렐루야~ It's raining men~ Amen...
창 밖에 하나둘 보이는 남자 중에 한명쯤은 있겠지.
It's raining men~ 할렐루야~~
S#47. 노래방
노래를 열창하고 있는 삼순.
템버린을 흔들고 테이블에 올라가 콩콩 뛰고 꿀꿀이에게 마이크 들이대고 원맨쇼를 한다.
삼순은 노래를 참 잘 한다.
- 삼순 상상 속의 하루, 웃기지만 괜찮아. 환상 속의 기대 가끔씩은 한번 미쳐봐~
혼자라는 비애~ 믿을 수 없는 걸, 좀 더 많은 기회 속에 반쪽을 찾아서~~~
It's raining men down 점점 커지는 저 빗소리이이~~
기회를 잡아! 내 사랑을 찾아! 점점 더 커지는 저 빗소리이이~~ 운명의 남잘 찾아서~~~~
It's raining men... 할렐루야~ It's raining men~ Amen...
진헌, 밖에서 입 딱 벌린 채 보고 있다.
평생 이런 여잘 본 적이 없다!
S#48. 포장마차 (이하 밤)
노래 끝나가면서 소줏잔에 소주가 채워진다.
삼순, 옆에 앉혀놓은 꿀꿀이 몫의 소줏잔에도 술 따라준다.
병이 바닥난다.
삼순, 소주 너무 맛나게 단숨에 들이킨다. 캬아~
옆 테이블에 얼굴이 마주보이도록 대각선으로 앉은 진헌, 삼순의 하는 양을 보고 기가 막힌다.
- 삼순 아줌마, 여기 소주 한병 추가요. 계란말이랑 닭발도 주세요!
- 진헌 (자기 뱃속에 그게 다 들어오는 양 인상 구겨진다)
- 삼순 (문득 보고는, 살짝 취했다) 어이, 미지왕, 왜 인상을 구기고 그러시나?
- 진헌 신경 끄시죠, 누님.
- 삼순 (꼼장어를 입에 넣고 우드득 우드득 씹으며) 누~님? 아저씨 방금 나한테 누님이라고 그
랬어요?
- 진헌 거 나이도 있으신 분이 자꾸 아저씨 아저씨, 듣기 거북하네.
- 삼순 아저씨, 남자는 고등학교 졸업하면 다 아저씨야.
이젠 사장도 아닌 것이 쯧...
- 진헌 누구 맘대로. 들어올 땐 맘대로 들어와도 나갈 땐 그렇게 못하죠.
- 삼순 흥, 니가 뭐 패밀리냐? 말론 브란도야?
아줌마, 소주 한병 들고온다.
- 아줌마 둘이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거야, 합석 안해?
- 삼순 네?
- 아줌마 테이블 꽉 찬 거 안보여?
삼순과 진헌, 각자 주위를 둘러본다.
아닌게 아니라 테이블이 꽉 찼다.
- 아줌마 (삼순의 테이블에 소주 내려놓으며) 수작 그만 덜고 빨리 합쳐 총각!
(하며 진헌의 테이블 위에 있는 걸 삼순의 테이블로 옮긴다)
- 진헌 (뻘쭘해서 일어나는데)
- 삼순 누구 맘대로 합석이에욧!
- 진헌 (엉거주춤)
- 아줌마 아가씨 성격 참 이상하네.
아까부터 잘못했다고 비는 것 같더만 그만 좀 해.
어린 애인 데리고 뭐하는 짓이야, 이게?
- 삼순 (놀라서 손사레친다) 아녜요, 아줌마! 애인 아녜요!
- 아줌마 (진헌 보며) 애인 아냐?
- 진헌 (능청) 아뇨, 애인 맞아요. 아깐 입도 맞췄는걸요.
- 아줌마 (삼순을 흘긴다) 까불긴, 이렇게 이쁜 애인 있으면 업고 다니겠네.
아, 싸우지들 말고 잘들 해봐, 맨날 꽃피는 봄인 줄 알어? (간다)
- 삼순 (휙 쏘아보며) 뭐하는 거예요, 지금?
어린 애인 피 빨아 먹는 늙은 여유가 됐잖아요!
S#49. 나사장 차 안
도심 거리를 달린다.
기사가 운전하고 조수석에는 윤비서, 뒷좌석에는 나사장 타고 있다.
- 나사장 어이가 없네, 정말. 맞선 보러 나간 자리에서 딴 여자랑 뭘 해?
(열 오른다) 후... 아직도 전화 안 받어?
- 윤비서 (핸드폰 덮으며) 네, 계속 꺼져 있어요.
- 나사장 나쁜놈... 어디서 그런 뻔한 연극을...
- 윤비서 연극이 아닐 수도 있어요.
- 나사장 ? 연극이 아니면?
- 윤비서 연극을 꾸밀 거면 좀 그럴 듯한 이름을 지었어야죠.
삼순이란 이름이 가당키나 해요?
- 나사장 ! ...그럼 정말 삼순이란 여자애랑 사귄단 말이야?
- 윤비서 모든 가능성은 열어놔야죠.
- 나사장 (열 오른다. 이마를 짚으며 등받이에 털썩 기댄다) 아우, 머리야...
- 윤비서 근데 시옷자가 두 개라 발음하기가 쉽지가 않네요. 김삼순...
- 나사장 ? (머리 더 아프다) 아우, 내 머리...
S#50. 삼순네 마루
- 봉숙 (통화 중) 으잉? 그쪽은 들어왔다구? 우리앤 아직인데...
근데 그쪽은 뭐래, 늦게까지 같이 있었던 모양인데...
(맥 빠져서) 별 말을 안해? ...우리 삼순이처럼 통통한 스타일을 좋아한다더니...
아유, 알았어, 끊어.
(수화기 내려놓고 입이 쓰다) 왜 별 말을 안하지?
근데 이 기집애는 어디서 뭘 하는 거야? 전화라도 한통 해주든가.
S#51. 포장마차 안
빈 테이블이 군데군데 보인다.
삼순네 테이블에는 빈 병이 네다섯병 있다.
삼순은 많이 취해 머리가 무겁고 손은 제멋대로 삿대질이고 혀는 틈틈이 꼬인다.
- 삼순 그러니까 내 말은 끅...
세상은 소수의 엘리트가 끌고 나갈지 모르겠지만...그래도 나같은 개미들을 짓밟을 권리
는 없다 이말이지...
넌 오늘 날 짓밟았어, 아무런 죄책감 없이 끅...
- 진헌 (적당히 취했다) 그러니까 이상형을 말해보라구요. 주변에서 찾아본다니까요.
- 삼순 헹~ 이상형? 그럼 내가 속아넘어갈 줄 알고?
그래두 그렇게 궁금하다면 알려주지.
내 이상형은 말야, 그냥 탄탄한 직장 다니면서 꼬박꼬박 월급 나오는 남자, 그거면 되지 끅...
- 진헌 너무 광범위하네. 범위를 줄여봐요.
- 삼순 키스 잘 하는 남자.
- 진헌 (픽 웃으며) 늙은 여우 맞네.
- 삼순 (확 째린다)
- 진헌 그리고 또요.
- 삼순 꺄불고 있어 쯧...
그리고? 응, 그리고...
우리 부모님이랑 언니들한테 자랑스럽게 내 남자예요, 말할 수 있는 사람...
자기 부모님이랑 친구들한테 내 여자예요, 하면서 자랑스럽게 나를 소개시켜줄 수 있는
사람...
- 진헌 쉽네.
- 삼순 뭐, 쉬어?
야, 이 쭈구미 같은 놈아. 그게 얼마나 어려운 건 줄 알어? 무지무지 어려워.
왜냐, 그 자식은 안그랬거든 끅...
그 자식은 날 꽁꽁 숨겨놓고 아무한테도 안보여줬다구!
- 진헌 그래야 바람 피기 좋으니까.
바람둥이라고 얼굴에 써있던데, 그걸 못알아본 사람도 잘못 (이지. 아차차!)
- 삼순 (휙 쳐다본다)
- 진헌 (귀찮게 됐군)
- 삼순 (가자미 눈을 하고 본다) 그래, 전부터 수상했어.
기분 나쁘게 쳐다보고, 기분 나쁘게 웃고.
알고 있는 게 뭐야. 어디서부터 기억하는 거야!
- 진헌 (난감)
- 삼순 (테이블 쿵! 치며 일어난다) 말해, 얼른!
(테이블 너머로 상체 넘어지겠다) 아는 게 뭐야! 뭘 알고 그러는 거냐구!
- 진헌 (할 수 없다) ...전부 다.
- 삼순 전부 다 어디부터 어디까지!
- 진헌 (의미심장한 눈길로 삼순의 왼쪽 가슴을 본다)
- 삼순 (놀래서 후다닥 꿀꿀이 인형으로 가린다)
- 진헌 (픽 웃는다) 가리긴 뭘 거리나, 별로 볼 것도 없더만.
- 삼순 (털썩 앉으며 꿀꿀이를 꽉 쥐고 부르르 떤다) 으~~~~~
(꿀꿀이가 비틀어지는 순간)
- 진헌 악!!! (테이블 밑으로 정강이를 감싸쥐고 고통스러워 한다)
- 삼순 근데 왜 모른 척 했어! 왜!
- 진헌 (눈물 쏙 빠질만큼 아프다) 때린 델 또?
- 삼순 왜 말 안했냐구!
- 진헌 아는 척 해서 득 될 게 없잖아요. 칼로리 낭비에 입만 아프지.
- 삼순 그럼 끝가지 모른 척 해야지!
- 진헌 내가 왜요?
- 삼순 (왜? 그러고보니 이유를 모르겠다) 그, 그건... 아, 몰라!
어쨌든 그 기억 지워버려요!
- 진헌 나도 그러고 싶어요.
- 삼순 (도끼눈) 그건 무슨 뜻이예요? 그만큼 나에 대한 기억이 끔찍하단 말예요?
- 진헌 아- 이 아줌마 정말!
- 삼순 (도끼눈으로 찍을 태세) 뭐예욧? 아줌마?!
- 진헌 쌈닭을 삶아드셨나...
(일어나며) 이제 가요 그만. 아줌마, 여기 얼마예요.
- 삼순 아저씨가 왜 내?
(일어나 확 밀치며) 내가 낼 거야. 아줌마, 얼마예요?
- 진헌 (으쓱) 그러시든가.
- 삼순 (꿀꿀이 인형을 집어들고 비틀거리는 몸으로 지갑 꺼내며 아줌마한테로 온다)
아줌마, 여기 얼마.
- 아줌마 7 만 6 천원.
- 삼순 에? 뭐가 그렇게 많아.
(고개 디밀며 귀염 떤다) 아줌마, 나 취했다고 바가지 씌우는 거징?
- 아줌마 (머리 쳐내며) 이쁜 애인 놔두고 어디서 귀염을 떨어?
계산해 줘? 소주 다섯병, 우동 하나, 김밥 하나, 꼼장어 하나, 계란말이 하나, 닭발
하나, 꽁치구이 하나, 대합탕 하나.
- 삼순 우이씨... 많이도 먹었네...
(돈 꺼내다가) 어? (지폐가 만원짜리 두어장이다)
우씨... 아줌마, 잠깐만 지달려, 돈 찾아올게.
(굴꿀이를 아줌마 품에 터억 안기며) 담보! (돌아서는데)
- 아줌마 (기다리기 귀찮아서) 왠만하면 애인더러 내라 그러지.
- 삼순 (돌아보며) 아줌마, 인생 그렇게 살면 안되지이.
어떻게 저 핏덩어리한테 술을 얻어먹냐아.
잠깐만 지달려, 엉? (나간다)
S#52. 포장마차 앞 거리
벚꽃 만발한 거리...
비틀거리며 포장마차에서 나오는 삼순.
택시 잡고 있다가,
- 진헌 집이 부암동이었죠?
- 삼순 (비틀거리며 차도로 향한다) 돈 찾아올게. 지달려, 삼식아.
- 진헌 (삼식이? 그건 또 무슨 뜻이지? 생각하다가 문득 표정 굳는다)
삼순, 막무가내로 차도로 뛰어든다.
차들이 달려온다.
진헌, 사색이 된다.
헤드라이트들이 눈부시다.
비틀거리며 차도를 건너는 삼순.
진헌, 차도로 달려든다.
눈부신 헤드라이트 불빛 속에서 삼순을 확 나꿔챈다.
차들이 빠앙- 크랙션을 울리며 아슬아슬하게 지나쳐간다.
- 진헌 (조심성 없는 이 여자 때문에 너무 화가 난다) 죽고 싶어 환장했어요?!!!
- 삼순 (뺨을 톡 치며) 얌마, 죽는 게 그렇게 쉬운 줄 알어?
- 진헌 (끔찍한 기억이 떠올라) 쉬워! 쉬우니까 조심해!
두 눈 똑바로 뜨고 다니란 말야!!!
- 삼순 (놀라서) !
- 진헌 (너무 화가 나 숨이 가쁘다)
- 삼순 (헹~ 웃더니 뺨 꼬집으며) 으유~ 그랬저? 누나가 그렇게 걱정됐저?
(태도 돌변해서 퍽! 머리통 갈기며) 짜식이 어디서 소리를 지르고 있어? 오바하지 마, 짜샤~
- 진헌 (어리둥절) ?!
- 삼순 지달려라 삼식아, 누님이 돈 찾아오마. (길 건넌다)
- 진헌 ...?
진헌, 황당하고 허무하고 어리둥절하다.
방금 전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났었는데 삼순의 주사에 모두 날라갔다.
그까짓 거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렸다.
S#53. 캐쉬 로비 안
마침 차가 없어 안전하게 차도를 건너온 삼순이 비틀거리며 들어온다.
기계가 두 대뿐인 두 세평 남짓의 좁은 공간.
삼순, 지갑에서 카드 꺼내 꽂는다.
안내멘트를 혀 꼬부라진 발음으로 따라하며 하나하나 버튼을 누른다.
진헌, 담보로 잡혔던 꿀꿀이 인형을 들고 들어온다.
- 진헌 술값 냈어요.
- 삼순 (휙 돌아보며) 누가 아저씨더러 술값 내래?
어, 내 꿀꿀이! (확 채간다)
지달려, 돈 찾아서 갚을 거니까.
- 안내 (E) 비밀번호를 누르세요.
- 삼순 (한팔로 스윽 가리고 진헌을 경계하며 비밀번호 누른다. 하나씩 숫자를 꾹꾹 누르며 혀
꼬부라진 소리로) 4.9.2.0.
- 진헌 (아이구, 이 아줌마! 손으로는 가리고 입으로는 가르쳐주는 꼴이라니!
한심해서 웃음이 나온다)
- 삼순 (차르르 돈 나오는 소리 들으며 돌아본다) 왜 웃어. 겨우 십만원 찾았다고 비웃는 거야?
(제대로 트림한다) 끄윽...
- 진헌 (온갖 상을 쓰며 고개를 돌린다)
- 삼순 (머리통 퍽 갈기며) 짜샤~ 어디서 고갤 돌려?
너도 먹었어, 임마. 억울하면 너도 해. 끄윽...
그 순간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삐뽀삐뽀 신호음이 울리면서 실내의 불이 꺼지고 셔터가 내려가기 시작한다.
정각 10:00 시를 보여주는 전자시계의 붉은 빛을 받으며
삼순은 아악~ 아악~ 케이블카에서처럼 비명을 질러대고,
진헌도 당황하여 문을 열어보려 하지만 이미 셔터는 반이상 내려왔다.
S#54. 캐쉬 로비 밖
벚꽃 흩날린다.
셔터가 내려온다.
삼순의 처절한 비명소리.
- 삼순 어~ 어~ 어떡해! 어떡해!
- 진헌 아, 시끄러워요, 좀!
- 삼순 다 너 때문이야! 너만 있으면 재수가 없어! 꺼져! 꺼져, 이 자식아!
- 진헌 ...............
셔터가 바닥까지 내려와 철컥 소리와 함께 멈춘다.
그게 신호인 양 고요를 뚫고 우욱! 구토하는 소리.
S#55. 캐쉬로비
진헌, 어둠 속에서 공포에 질린 눈이다.
삼순, 엉거주춤한 자세로 진헌의 양복자락을 움켜쥐고 우욱! 우욱! 그동안 먹은 걸 토해내고 있다.
우동, 김밥, 꼼장어, 꽁치, 계란말이, 닭발...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 최악의 냄새에 넋을 빼앗긴 진헌!
- 진헌 ...............
S#56. 캐쉬 로비
진헌, 대걸레로 바닥을 싹싹 닦다가 코고는 소리에 돌아본다.
삼순이 널부러져 자고 있다. 꿀꿀이를 품에 안고...
은행직원이 밖에서 잔소리 한다.
- 직원 시간이 그럴 땐 들어가질 말아야지, 젊은 사람이 그런 눈치도 없어요?
- 진헌 죄송합니다.
- 직원 근데 여자친구한테 얼마나 술을 먹였길래 이래요?
- 진헌 (약이 올라 대걸레로 삼순의 다리를 푹푹 밀며) 제가 먹인 거 아닙니다.
- 직원 (음흉하게 쳐다보며) 아주 확실하게 갔구만.
- 진헌 (직원의 그 눈길을 따라간다)
삼순의 스커트가 말려 올라가 허벅지가 훤히 드러나 있다.
진헌, 부르르 떨며 (삼순한테 화가 나서) 옷을 벗어 덮어준다.
- 직원 저래갖고 집엔 못들어가지.
(의미심장한 말투) 거 참, 적당히 먹이지, 다 큰 처녀를 어디서 재우나...
- 진헌 (억울하다! 대걸레를 움켜쥔다! 으스러뜨리고 싶다!)
- 직원 아직 멀었어요?
- 진헌 (저절로 이가 갈린다) 다 돼갑니다.
- 직원 빨리 끝내고 갑시다.
- 진헌 (이를 갈며 걸레질을 한다)
S#57. 거리
양복 상의로 엉덩이와 허벅지를 덮은 채 삼순(한 손엔 꿀꿀이)를 엎고 낑낑대며 오는 진헌.
삼순, 잠고대까지 한다.
- 삼순 (머리통 갈기며) 야, 이 말탱구리야.
- 진헌 (이를 악물고)
- 삼순 (또 머리통 갈기며)
- 진헌 (이를 악물고) 그래, 때려라 때려.
- 삼순 (퍽 갈긴다) 그럼 못 때릴 줄 알고?
- 진헌 아후!
- 삼순 (머리카락을 확 움켜쥔다) 아후?
(흔들어댄다) 니가 왜 한숨을 쉬는데? 넌 한숨 쉴 자격도 없는 놈이야, 알어?
바람 펴놓고 감히 어디서 한숨을 셔?
- 진헌 놓으세요!
- 삼순 (놓는다) 놨다, 어쩔래.
- 진헌 (참는다) 아휴!!!
- 삼순 (다시 움켜쥐며) 정말 뭐! 사랑이 여기까지라서 서운하냐?
야, 니가 잘났음 얼마나 잘났는데? 이 자식이 정말 꺄불고 있어.
너같은 바람둥인 다 죽어야 돼.
(꿀꿀이로 퍽퍽 갈기며) 내가 다 찢어죽이고 말려죽일 테야... 찢어죽이고 말려죽일 테야...
- 진헌 (못참겠다)
진헌, 마침 옆에 있는 공중전화박스에 그녀를 털썩 내려놓는다.
그대로 미끄러져 박스 안에 널부러지는 삼순.
- 삼순 아저씨 부암동 따블!
- 진헌 (삼순의 엉덩이에 깔린 자기 양복을 간신히 빼내 덮어 준다)
- 삼순 (여전히 꿀꿀이를 품에 안은 채 히죽거리며 노래를 흥얼거린다) 꿈 속에서라도 내 운명
의 남잘 만나고 싶어...
- 진헌 (어이가 없다) ...그래갖곤 운명의 남자는커녕 눈 먼 남자도 못 만납니다, 아주머니.
진헌, 돌아서서 간다.
삼순, 히죽거리며 노래하고 그런 삼순의 모습 저 너머로 택시 타고 사라지는 진헌이 보인다.
S#58. 동 거리
바람에 꽃잎 흩날린다.
누군가의 발이 다가와 멈춘다.
진헌이다.
차마 못가고 생수 한 병 들고 돌아왔다.
삼순은 이제 흐느끼고 있다. 흑...
- 진헌 (점입가경이다) !!!
- 삼순 나쁜놈...흑...
- 진헌 (옆 박스에 털썩 앉는다)
- 삼순 야, 이 나쁜놈아...
- 진헌 !!!
- 삼순 나 꼬실 땐 그렇게 잘해주더니...
- 진헌 (피식) 그쪽 말탱구린 뭐라고 꼬십디까.
- 삼순 내가 토해낸 것도 다 먹을 수 있다 그랬잖아.
- 진헌 (우웩)
- 삼순 야, 민현우.
- 진헌 ...!
- 삼순 나 너 다 잊었어.
- 진헌 ...............
- 삼순 다 잊었다구 이 말탱구리야.
- 진헌 ...............
- 삼순 근데...내 몸이 안잊어버린다...
- 지헌 ? (돌아본다)
- 삼순 내 몸이 널 기억해...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린다)
- 진헌 !
- 삼순 난 다 잊었는데 내 몸이 기억한다구 이 자식아...
- 진헌 (아슴아슴 그녀의 손길이 생각난다) ...인두로 지져논 것처럼?
- 삼순 응...
- 진헌 ...많이 아파요?
- 삼순 응...
- 진헌 ...그래도 잊어야죠.
- 삼순 어떻게...
- 진헌 ...연애를 아름답게 끝내는 방법은 없어요. 어차피 사랑의 감정은 똑같지 않으니까...
한쪽은 길고 한쪽은 짧고... 길면 상처 받아요.
그러니까 앞으론 짧은 쪽에 줄 서면 되겠네. 끝내고 싶을 땐 언제든지 끝낼 (수 있게.
코 고는 소리. 돌아보면)
삼순, 코 골며 잔다.
진헌, 좀 측은지심이 생길만하면 산통을 깨는 이 여자가 정말 싫다.
일어나 흔들어 깨운다.
- 진헌 그만 갑시다, 김희진씨. 김희진씨!
- 삼순 (잔다)
- 진헌 (더 세게 흔든다) 삼순아... 삼순아!
- 삼순 (잠결에) 응?
- 진헌 (목청껏) 삼순아, 집에 가자!!!
- 삼순 (부시시 눈을 뜬다) 집에?
- 진헌 (참 황당하고 우습다)
- 삼순 (목이라도 벅벅 긁으며 상체 일으킨다) 집에 가야지... 몇시냐, 지금...
(하다가 뭘 봤는지 어? 하며 미간 모은다)
바람에 꽃잎 흩날린다.
삼순, 표정이 어리벙벙하다. 내가 헛것을 봤나?
바람에 화르르 떨어지는 꽃잎들...
삼순, 게슴츠레한 눈을 비비고 다시 본다. 허걱 놀란다.
꽃미남들이 하늘에서 내려온다. 노랫말처럼! 비처럼!
삼순, 눈이 튀어나온다.
그 눈으로 휘휘 주위를 둘러본다.
여기도 꽃미남, 저기도 꽃미남, 잘 빠지고 잘 생긴 남자들이 하늘에서 내려오며 오로지 삼순
하나만을 향해 미소 짓는다.
- 삼순 남자다... (잡으려 뛰어간다) 남자다...남자다...
진헌, 황당하다. 이건 또 뭐하는 짓거리란 말인가.
삼순, 흩날리는 꽃잎을 잡으려 폴짝폴짝 뛰어다닌다.
- 삼순 남자다...남자다...
- 진헌 (고개를 절레절레) 너무 오래 굶었어...
삼순, 문득 진헌과 눈 마주친다. 게슴츠레~
진헌, 불길해진다. 저 아줌마가 왜 저런 눈으로 보지?
삼순, 갑자기 진헌을 향해 달려온다.
진헌, 겁 먹고 눈 동그래진다.
마구 달려온 삼순, 팔짝 뛰어올라 진헌의 허리에, 목에 매달린다.
- 진헌 (공포의 도가니다!) 왜, 왜 이래요!
- 삼순 (멱살을 움켜쥐고 가자미 눈으로) 꼼짝 마! 넌 이제 죽었어.
- 진헌 (헉! 얼 빠진다) !!!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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