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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인천하 103


   
S#1 옥매향 기방 안채 마당(밤) 
모린, 안채 앞에서 방안을 엿듣고 서있다. 

난정(E) (102회 엔딩씬 마지막대사) 대감, 정신 차리시옵소서!
        정녕 보람도 없이 목숨을 버리실 작정이시옵니까?!
모린    (흠짓 놀라 방문쪽을 돌아보는)..! 

S#2 동 옥매향 기방 안채 방 안(밤) 
난정과 파릉군, 서로를 팽팽하게 쏘아본다. 

파릉군 (노기띈) 뭐라?! 네 어찌 요망한 
       혓바닥을 함부로 놀려대는 것이냐?!
난정   대감, 대세를 똑바로 보시옵소서!
       대감께오서 고군분투하신다고 쇄신될 조정이 아니옵니다!
       어찌 그것을 모르시옵니까?!
파릉군 (연상 쾅-) 이런 발칙한! 네 그 입다물고 당장 물러가거라!
난정   대감! 주상전하께오서 참으로 이 나라 조정의 개혁을
       추진하실 것이라 믿으시옵니까?! 가당치도 않으신 말씀이시옵니다!
       유약하오신 전하께오서 어찌 전하를 보위에 추대하였던 공신들을
       버리겠사옵니까?
파릉군 (벼루를 휙-집어들며 내던질 듯) 
       네 이년! 네 정녕 머리가 깨져야 그 요망한 입을 다물겠느냐?!
난정   (진심어린 눈빛) 대감, 이년의 마음을 어찌 몰라주시는
       것이옵니까?! 대감을 구명코자 애쓰는 이년의 마음을요?!
파릉군 (난정을 쏘아보는)...구명?! 
난정   (간절한 눈빛) 대감, 목숨은 하나뿐이옵니다. 어찌 이깟일에
       목숨을 던지려 하시옵니까?!
파릉군 (난정의 눈빛에 흔들리며 벼루를 탁 내려놓는)..
       내 이미 이 나라를 위하여 이 한 목숨 바치기로 작정하였다!
난정   대감같이 의기 높으신 큰선비께오서 한 목숨 초개와 같이
       버리시는 것이 무에 어렵겠사옵니까? 하오나 뒷일을 생각하시옵소서!
파릉군 뒷 일?! 뒷 일이라니?! 
난정   전하께오서 대감을 다시 한번 귀양을 보내시거나 처형을 하시온다면
       이 나라 선비들은 두 번 다시는 전하를 믿지 않을것이옵니다.
       그리되오면 전하께오선 선비들의 지탄을 받을 뿐아니라 사초에
       어두운 군주로 기록 되실것이옵니다! 대감께오서 고집을 꺽지 아니하오시면
       이는 전하를 욕보이시는 일이 되옵니다! 정녕 그리되길 바라시옵니까?!
파릉군(E) (흠짓) 뭐라? 전하를 욕보이는 일이 된다?!
난정   대감께오서 살생부는 작성하시온다면 그 살생부는 부패한 조정 신료들이
       아니라 대감 스스로를 찍어내는 화근이 될 것이옵니다.
파릉군 ...! 
난정   대감, 살생부 따위는 아궁이 속에 던져버리시옵소서. 그것이 대감을 살리고
       전하를 지키는 일이 되실 것이옵니다.
파릉군 (결연한) 그리할 수는 없다! 
난정   대감! 
파릉군 전하께오선 나와 이나라 선비들에게 등을 돌리실 리가 없다!
       난 전하를 믿는다!
난정   (보다가)... 철석같으신 대감의 결심을 뵈오니 오늘밤이 대감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뵈옵는 날이 될 듯 싶군요..이년, 이생에서
       드리는 마지막 절이옵니다! (파릉군에게 정성을 다해 큰 절을 올린다)
파릉군 ..음! 
난정   (파릉군 앞에 선채) 이년, 물러가기 전에 한 말씀 더 여쭙겠사옵니다...
파릉군 네 아직도 할 말이 남았더냐? 
난정   .. 만에 하나 대감께오서 애타게 찾아 헤매시었던 정인과 대감의
       핏줄이 살아 있어 대감을 찾아온다면 어찌하시겠사옵니까?
파릉군 (휙-돌아보며) 뭐라?! 
난정   대감께오서 화를 당하신 연후에 대감의 핏줄이 대감의 산소 앞에서
       무정한 아버지를 원망하며 통곡한다면 대감께오선 무어라
       답을 하시겠사옵니까?
파릉군 (충격)...! 
난정   (파릉군의 얼굴을 보다가) 이년, 이만 물러가옵니다.
       (조아리고 방밖으로 나간다)
파릉군 (굳는 얼굴위로 들리는)...! 
난정(E) 대감께오서 화를 당하신 연후에 대감의 핏줄이 대감의 산소 앞에서
       무정한 아버지를 원망하며 통곡한다면 대감께오선
       무어라 답을 하시겠사옵니까?

S#3 동 옥매향 안채 마당(밤) 

난정, 방에서 나와서 모린의 시중으로 신발을 신고 마당으로 내려선다.

난정   모린아, 지난번 일은 네 공이 컸다.
모린   (낮게) 이년은 언제 아씨를 곁에서 뫼시게 되는 것이옵니까?
난정   파릉군대감께오서 도성을 떠나시면 내 너를 부를 것이야.
모린   예. 아씨.. 
난정   (안채쪽을 돌아보다가 중문 밖으로 나간다)

S#4 동 옥매향 안채 방 안(밤) 

파릉군, 뭔가를 골똘하게 생각하는 얼굴 위로 들려오는

난정(E) 대감께오서 화를 당하신 연후에 대감의 핏줄이 대감의 산소
        앞에서 무정한 아버지를 원망하며 통곡한다면 대감께오선 무어라
        답을 하시겠사옵니까?

파릉군, 품에서 비단 염낭을 꺼내어 그 속에서 반쪽 옥패를 꺼내든다.
파릉군, 옥패를 보는 감회어린 얼굴위로

S#5 후레쉬 백(1회 S#60의)

파릉군, 옥패를 반으로 잘라 계향이에게 전해준다.

파릉군   네 복중에 아이는 천지간에 하나 밖에 없는 내 혈육이니라. 사내아이든
         계집애든 아이를 낳거든 이 옥패를 주거라.내 자식이라는 징표가 될것이야.
계향     (받으며)..나으리..(품으로 뛰어든다)

S#6 동 옥매향 안채 방 안 

파릉군, 옥패를 움켜쥐며 그리움의 눈길로 허공을 바라본다.

파릉군   ..정녕 하늘 아래 계향이와 내 핏줄이 살아있단 말인가?..
         (글썽이는 눈으로 장탄식을 내뱉는다)...!

S#7 중궁전 외경(밤) 

윤비(E) 전하, 눈물을 거두시옵소서. 

S#8 동 중궁전 방 안(밤) 

윤비와 중종, 마주 앉아있다. 

중종   (자괴감)..중전 앞에서 눈물을 보이다니 부끄럽기 그지 없구려..
       과인은 용상에 앉을만한 자질이 없는 듯 싶소. 군주의 자질이...
윤비   전하,어찌 그런 말씀을 하시옵니까?! 전하께오서 흘리신
       옥루 (玉淚) 는 이나라 종사와 조정의 장래를 근심하는
       군주의 노심초사하시는 마음이시옵니다. 어찌 필부의 눈물에 비하겠사옵니까?!
중종   .. 중전께서 과인을 위로해 주시니 과인의 혼란스러웠던 심기가
       가라앉는 듯 싶구려. 
윤비   황공하옵니다. 
중종   허나 과인의 머릿속에 헝클어진 실타래는 아직도 풀리지 않는구려.
       과인이 파릉군숙부에게 힘을 실어준다면 조정신료들이 다치게 될 것이고,
       살생부를 만들라는 명을 거둔다면 조정신료들이 파릉군숙부에게
       위해를 가할 것은 자명할 터..과인은 파릉군숙부를 잃고 싶지 않고
       조정신료들을 내치고 싶지도 않소..과인은 이 난제를 어찌
       풀어야할지 모르겠소.
윤비   전하, 아무리 힘든 난제라도 근본을 따지고 차근차근 되짚어보시오면
       풀리지 않을 까닭이 없사옵니다.
중종   (솔깃 보며) 허면 중전께서는 해결책이 있으신게요?
윤비   전하, 우선 살생부를 거두라 명하시옵소서!
중종   중전, 그리되면 과인의 명에 따라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파릉군
       숙부를 무슨 낯으로 대할 것이며 조정 쇄신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선비들과 어진 백성들은 과인에게 등을 돌릴 것이 자명하오!
윤비   전하, 군주는 무치(無恥)라 하였사옵니다! 또한 군주에게 등을
       돌리는 불충한 무리들을 어찌 전하의 참된 신하라 할 수 있겠사옵니까?!
중종   음!..허나 살생부를 거두라 명한다면 핍박받던 조정신료들이
       파릉군숙부를 가만히 놔두겠소이까?
윤비   하오니 살생부를 거두라 명하시기 전에 조정신료들을 따로 불러들이시어
       충성맹세를 받으시옵고 그중에서 선별하시어 퇴출시키시옵소서!
중종   충성맹세요? 중전, 지금 충성맹세라 하시었소?
윤비   예, 전하! 차후 두 번 다시는 전하의 어명 없이 신하가 독단으로 금부군사를
       움직이는 망극한 짓거리는 없어야 될 것이옵니다.
중종(E) (끄덕이는)..음! 충성맹세라..? 
윤비   그리되오면 앞으로 전하께오서 뜻하신대로 될 것이오니 심려거두시옵소서!
중종   그래요..과연 중전이시구려. 내 어처의 말씀을 따르리다.
윤비   황감하옵니다. 

S#9 경빈 처소 방 안(밤) 

경빈, 앞에 앉은 금이를 보고 말한다. 

경빈   뭬야, 전하께오서 교태전에서 침수를 드시었단 말이냐?
금이   예, 마마.. 
경빈   (뭔가를 생각하다가)..애썼다, 넌 나가보거라.
금이   예. (조아리고 일어서서 나간다) 
경빈(E) (야릇한 미소) 오늘밤, 중전께오서 전하를 어루고 달래시겠구먼?
       그리되면 살생부는 폐기된 것이나 다름없으니 파릉군 일은 끝났고!
       (눈을 번뜩이며) 다음번엔 김안로와 윤임이의 목줄을 틀어쥘차례구먼!
       호호호!

S#10 김안로 사랑채 방 안(밤) 

김안로와 윤임, 술잔을 기울이며 앉아있다.

윤임   희락당대감, 파릉군이 찍혀져 나간 연후엔 조정의 모습이
       어찌 될듯 싶소이까?
김안로 이사람의 숙부님께오서 물러나신 영상자리를 좌의정이 꿰어찰 것이고,
       남양군대감은 종이호랑이로 전락하였으니 경빈의 천하가되겠지요!
윤임   (흠짓하여) 허면 대감과 이사람의 장래도 위태로워질 것이 아니겠소이까?!
김안로 그러니 이사람 걱정이 크옵니다. 
윤임   허어, 첩첩수심(疊疊愁心)이라더니?!
김안로 하오나 중전마마께오서 교태전을 지키고 계시는 한 경빈이 함부로
       날뛰지는 못할 것이옵니다.
윤임   조정에 세가 없는 중전께오서 무얼 어찌 할 수가 있겠소이까?
김안로 아니옵니다. 중전마마께오선 조정의 세에 버금가는 비수를 등뒤에
       감추고 계시옵니다.
윤임   비수라니요?! 
김안로 난정이 말씀이옵니다. 
윤임   난정이라니요?! 이사람은 도무지 모르겠소이다. 이번에 파릉군을
       찍어내는 일도 그렇고 어찌 대감께서는 난정이같은 첩년 따위를
       저어하시는게요? 
김안로 바로 그 첩년이 경빈을 쥐락펴락하여 은자 십만냥을 얻어내었을
       뿐 아니라 어명도 없이 금부군사를 움직여 파릉군을 금부에
       잡아들였사옵니다.
윤임   그럴리가요?! 이사람은 도통 믿기지 않소이다!
김안로 아니옵니다! 대감, 난정이를 얕보았다가는 크게 낭패를 볼것이옵니다.

S#11 윤원형 집 대문 안 마당(밤) 

임서방, 대문을 활짝 열면 난정, 안으로 들어온다.

임서방   작은아씨, 이제 오시옵니까?
난정     집안에 별일 없었는가? 
임서방   나으리께오서 아씨를 오래 기다리시었사옵니다.
난정     나를?! (잠시 생각하다가 중문쪽으로 간다)

S#12 동 윤원형 초당 방 안(밤) 

윤원형, 고민되는 표정으로 방안을 서성거리고 있다.

윤원형 허어, 이 일을 어찌한다? 어찌?!
난정(E) (방밖에서) 서방님, 소첩이옵니다!
윤원형 (반갑게 방문쪽을 돌아보는데).. 오, 부인!
난정   (방문을 열고 들어서는) 소첩, 늦었사옵니다.
윤원형 (난정의 손을 감싸쥐며) 아이구, 부인 손이 얼음장 같구려.
       (아랫목을 권하며) 자, 이리 앉으시어한기를 좀 녹이시구려.
난정   서방님, 소첩이 어찌 아랫목을 차지하겠사옵니까?
윤원형 괜찮소. 복중태아를 위해서라도 그리 하시오.
난정   (못이기는 척 앉으며) 서방님, 소첩을 기다리고계시었다지요?
윤원형 (따라 앉으며) 그래요. 내 오매불망 부인 돌아오시기만을 기다렸소이다.
난정   (윤원형을 얼굴을 살피며) 서방님 어찌 안색에 수심이 가득하신 것이옵니까?
       빈청에 익명서를 전하시려던 일이 잘못되기라도 한 것이옵니까?
윤원형 아,아니오. 그 일이라면 내 부인 말대로 잘 전했소이다.
난정   하온데 어찌..? 
윤원형 ..낮에 백치수가 찾아왔었소. 
난정   (움찔)백치수가요? 그자가 왜요? 
윤원형 내 몇 년전 은자 삼만량을 받으면서 써준 각서를 들고 와서
       나를 협박을 합디다.
난정   아니, 그자가 협박을 하다니요?! 
윤원형 이자를 쳐서 은자 삼십만량을 내던지, 아니면 남소문객주를 되찾는 일에
       힘을 보태달라고 합디다. 그렇지 않으면 한성부에 소장을 내겠답디다.
난정   그래서 서방님께오선 뭐라 하시었사옵니까?
윤원형 잠시 생각할 말미를 달라고 했소. 부인 이 일을 어찌하면 좋겠소?
난정   서방님, 이 일은 소첩에게 맡겨두세요.소첩, 백치수가 서방님 터럭한올이라도
       건들지 못하게 할 것이옵니다.
윤원형 고맙소, 부인. 내 부인만 믿으리다 
난정   믿으시옵소서!
난정(E) (벼르듯 어딘가를 노려보며) 백치 수, 이놈을 어찌 갈아마신다?!
       이놈이 천하를 모르는 놈이구먼!

S#13 편전 외경(낮) 

남곤, 편전계단을 오르는 모습 위로 

대전내관(E) 전하, 좌의정 들었사옵니다. 

S#14 동 편전 방 안(낮) 

중종과 남곤, 마주 앉아있다.(*박승지가 윗목에 앉아있다)
연상위에 사직상소가 잔뜩 놓여있다.

중종   좌상대감, 과인이 경을 불러들인 까닭을 짐작하시겠소?
남곤   용렬한 신이 어찌 전하의 어의를 짐작하겠사옵니까?
중종   (사직상소 중 하나를 집어들고)
       이것은 경이 과인에게 올린 사직상소요.
남곤   (흠짓 보는)..저,전하.. 
중종   과인이 경의 사직을 받아들일 것인지 아니면 이 사직상소를
       돌려줄 것인지는 경의 뜻에 달려있소.
남곤   ...예에?!
중종   경은 과인에게 충성을 맹세할 수 있겠소?
남곤   전하, 신하된 자가 군주에게 충성하는 것은 자명한 이치이온데
       어찌 따로이 충성을 맹세할 수 있겠사옵니까?
중종   (버럭) 좌의정, 과인 눈을 가린채 뇌물을 받고, 또한 과인의
       어명없이 금부군사를 동원하는 짓거리가 과인에 대한 충성이란 말인가?
남곤   (당황스러운)..저,전하..그 일은?! 
중종   그 입 다물라!
남곤(E) (움찔하는) 전하께오서 대체 무슨 속셈이신겐가?!
중종   좌의정, 경은 과인에게 충성맹세를 하겠는가?! 아니면 사직을 하겠는가?!
남곤   (생각하다가)..신, 전하께 충성을 맹세하겠사옵니다.
중종   (남곤을 보다가 윗목을 돌아보며) 박승지. 좌의정대감께 사직상소를
       반려하라! 
박승지 예! (일어서서 중종앞으로 다가와 사직상소를 받고는
       남곤에게 건네준다)
남곤   (사직상소를 받아들며)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중종   박승지, 내어드리라.
박승지 예. (남곤앞에 문장들이 적힌 두루마리를 펼친다)
중종   좌의정이 과인에게 진심으로 충성을 맹세한다면 거기에 연명을 하시오!
남곤   여,연명이요? (두루마리를 읽어보다가 굳는) 전,전하..이것은?!
중종   그렇소! 과인이 파릉군숙부에게 살생부를 만들라 명했던 일로
       파릉군숙부에게 어떤 위해도 끼치지 않겠다는 결의문이요!
남곤(E) 바로 이것이었구먼! 전하께오선 파릉군을 지켜주시고 싶으신게야
중종   좌의정이 결의문에연명을 한다면 과인은 경의 지난날의 허물을
       모두 덮어버리고 경을 과인의 충성스러운 신하로 여길 것이오!
       좌의정, 어찌 하실지 결단을 내리시오!
남곤   (갈등하는)...!
중종   (다그치듯) 좌의정!
남곤   (결심한 듯) 신, 전하의 어의를 받들어 연명을 하겠사옵니다!
중종   ...!
박승지 (세필에 먹을 묻혀서 남곤에게 건넨다)
남곤   (세필로 펼쳐진 두루마리에 -南袞-이라고 적고 붓을 놓는다)
박승지 (연명한 두루마리를 중종에게 바친다)
중종   (두루마리에 적힌 남곤의 연명을 보다가) 좌의정, 만에 하나 경이
       연명한 이 결의문의 맹세를 어길시에는 과인이 그대의 목을
       가차없이 참수토록 명할 것이오!
남곤   예! 신, 목숨을 전하께 맡길것이 옵니다!
중종   (사직 상소를 건네주며) 받으시오. 경이 청한 사직상소는 반려하리다.

S#15 동 편전 마당 

남곤, 사직상소를 들고 편전에서 나와 계단을 내려서는데 이유청(*),
남곤쪽으로 걸어온다.
남곤   (이유청을 보고) 우의정도 전하의 부르심을 받고 입궐하시는 길이오이까?
이유청(*) 예, 헌데 전하께오서 무슨 일로?
남곤   편전에 드시면 아시게 되실 것이외다!
이유청(*) 예, 허면..!(편전으로 들어간다) 
남곤(E) (편전쪽을 돌아보며) 허어, 내 또 경빈마마의 얼굴을 어찌 보누..?!
        (한숨을 내쉬고는 몸을 돌려 어디론가 급하게 간다)

S#16 중궁전 방 안 

엄상궁, 윤비를 보며 고한다.(*엄상궁 옆에 오상궁이 앉아 있다)

엄상궁 전하께오서 의정부대신들은 물론이옵고 육조의 당상관들을
       한분씩 따로 불러들이시어 면대를 하신다고 하옵니다.
윤비   전하께오서 조정신료들의 충성맹세를 받으시려는것일테지.
엄상궁 (의아) 마마, 지금 충성맹세라하시었사옵니까?
윤비   (끄덕이며) 그래, 조정신료들은 전하의 어의에 승복 할 수 밖에
       없을게다. 허나 파릉군대감께오선 결코 전하의 어의를
       받아들이실 수 없으실게야!
엄,오상궁 (서로의 얼굴을 보며)...? 

S#17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앞에 남곤과 심정이 앉아있다.(* 남곤 앞에 사직 상소가 놓였다)
심정, 옆에 앉은 남곤을 놀란 눈으로 보며 말한다.

심정   좌상대감! 전하께오서 파릉군대감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겠다는
       결의문에 연명을 한 신료들에게 사직상소를 반려하시고 계신단
       말씀이옵니까?
남곤   그렇소이다!
경빈   좌상대감, 사직상소를 받아오신 것을 보니 결의문에 연명을 하신겝니까?
남곤   마마..전하께오서 하도 지엄하게 추궁하시어..신도 어찌 할 도리가
       없었사옵니다. 
경빈   (노려보며) 어쩔 도리가 없었다? 허면 좌의정 대감께오선 파릉군
       대감의 뒤에라도 서실 작정이십니까?!
남곤   (당혹스럽고)..그,그게 아니오라. 
심정   (긴장하여 보는데)... 
경빈   (웃음을 터뜨리는) 호호호! 좌상대감, 아주 잘 하시었습니다.
남곤,심정 (놀란 눈으로 보며) 예에? 
경빈   전하께오서 조정신료들과 파릉군의 화해를 도모하시기 위한
       방책을 내신 듯 싶지만 이번 일로 조정에서 파릉군이
       설 자리는 없어진겝니다!
심정   마마, 어찌 그리 생각하시옵니까? 
경빈   화천군대감, 잘 생각해 보세요. 조정신료들이야 자리보전을
       위해 연명을 하는 것이 밑질것이 없겠지만 파릉군은 결코 전하의
       어의에 따르지 못할 것이 자명합니다.허니 파릉군은 이번에 반드시
       찍혀져 나가게 되어 있습니다! 아니 그렇습니까? 호호호-
심정   (''그렇구나!'')..예에 그렇겠지요.
       (서로의 얼굴을 보며 어색하게 웃는) 허허허..
경빈(E) (웃음을 뚝 그치고)중전께오서 파릉군을 퇴출시키기 위하여
       주도면밀한 함정을 파시었구려! (날카로운 눈빛으로 어딘가를
       휙 돌아보는)

S#18 중궁전 방 안 

윤비, 배를 소중하게 감싸안는 얼굴위로 

윤비(E) 그래, 내 복중 태아의 장래를 위해 그리 할 수 밖에 없었음이야..
        그리 할 수 밖에는..! 

S#19 편전 방 안 

중종, 앞에 앉은 김안로를 보며 말한다. 
중종   희락당대감, 사직을 하시겠소? 연명을 하시겠소?
김안로 신은 전하의 어의를 받들어 기꺼이 연명을 할 것이옵니다!

김안로, 세필을 들고 남곤, 이유청, 그리고 몇몇의 이름이 더
연명되어있는 결의문에 망설임 없이 金安老라고 적는다.

S#20 대궐 일각 

윤임과 김제학, 심각한 표정으로 서있는 데 김안로, 다가온다.
윤임   (김안로를 보고 다가서며) 희락당대감,어찌 되었소이까?!
       결의문에 연명을 하시었소이까?!
김안로 예! 좌의정과 우의정은 물론이옵고 육조의 판서들이 연명을
       마쳤사옵니다.
윤임   허어,허면 파릉군을 찍어내는 일은 어찌되는 것이오?!
김제학 파릉군대감이 세자저하 곁에 머물게 된다면 우리가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 아니옵니까?
김안로 허허,파릉군은 이번에 반드시 찍혀져 나가게 되어있사오니
       두분께오선 아무 염려마시고 연명을 하시옵소서! 허허.
윤임,김제학 ..? 

S#21 어느 길 

갖바치, 쇠가죽 지게를 진채 걸어오고 있고 방백인, 그옆을 따른다.

갖바치   (문득 걸음을 멈추며 고통스럽게 가슴을 움켜쥐는)...!
방백인   (두어발짝 앞으로 나갔다가 돌아보고) 형님, 왜 그러시오?
갖바치   (고통에 신음이 흘러나오는)..음! 
방백인   (급하게 다가서서 갖바치를 부축하며) 혀,형님..정신차리시오!
갖바치   (간신히 고통을 참아내며) 아,아무것도 아닐세!..난 괜찮네.
방백인   괜찮다니요?! 한겨울에 이리 진땀이 흐르는데!
         잠시 한숨 돌리고 가십시다!
갖바치   (문득 고개를 들고 ''혹시?!'' 하는 눈빛으로 어딘가를 보는)...!
방백인   형님, 지게 내려놓으시오. (갖바치의 지게를 벗겨 내려놓는데)
갖바치   자네, 먼저 돌아가있게. 내 급히 들를데가 있네!
         (어디론가 급하게 간다)
방백인   형님! 불편한 몸을 이끌고 어딜간다고 그러시오?!..
         (멀어지는 갖바치의 뒷모습을 보며) 거, 참. 알 수가 없는 일이구먼!

S#22 또 다른 길 

갖바치,다급하게 달려가는 얼굴위로 

갖바치(E) 아니돼! 아니돼! 파릉군대감 같으신 큰 선비께오서 또
          다시참혹한 화를 당하시면 아니될것이야! 내 막아야 함이야!
          막아야 함이야!

갖바치, 행인들을 헤치고 급하게 뛰어간다.

S#23 옥매향 기방 대문 앞 길 

모린, 대문 주변에 비질을 하고 있는데 
갖바치, 대문쪽으로 뛰어온다.
모린,흠짓하여 의아하게 보는데
갖바치, 급하게 뛰어와 그대로 대문 안으로 들어간다.

모린   ...?!

S#24 동 옥매향 기방 안채 마당 

옥매향, 안채 방안에서 나오는데 갖바치, 
중문안으로 급하게 들어온다. 

옥매향   (갖바치를 보고) 갖바티 아자씨! 
갖바치   (멈춰서 숨을 고르며) 오, 매향아! 파릉군대감 계시느냐?
옥매향   아바디께오선 어명을 받고 방금뎐에 닙궐하시었시요.
갖바치(E) (낭패한)..아뿔사! 내 한발 늦었구나!허,이 일을 어찌 하면
         좋단 말인가?
옥매향   (의아하게 보며) 기런데 무슨 일로 아바딜 찾으시는거야요?
갖바치   (허탈한)...
옥매향   아자씨, 기왕 예까디 발걸음 하시었으니 들어가서 탸라도
         한댠하시라요.
갖바치   아,아니다...내 나중에 다시 들르마..!
         (돌아서서 하늘을 보고 장탄식을 내뱉는다)...!

S#25 편전 방 안 

중종, 조정신료들이 연명한 결의문을 보고 있다.
(*열댓명이 연명한 이름들 중에 심정, 윤임의 이름도 적혀있다)
중종, 연상위에 덩그라니 남아있는 사직상소를 들며 말한다.

중종   이것이 남양군의 사직상소인가?
박승지 예. 
중종   허면 과인에게 사직을 청한 조정신료들이 모두 연명을 하였는가?
박승지 와병중이라 입궐을 하지 못한 남양군대감을 제외하고는 모두
       연명을 하였사옵니다.
중종   (끄덕이며).. 파릉군숙부께는 입궐 하라는 기별을 넣었는가?
박승지 예, 파릉군께오선 지금쯤 궐문 밖에 당도하였을줄로 생각되옵니다.
중종   ..음! 

S#26 어느 길(대궐가는 길) 

파릉군, 관복을 입은채 천서방이 견마잡은 나귀를 타고 온다.

파릉군 (얼굴이 잔뜩 굳은채 생각에 잠겨 있는)
       ..전하께오서 이사람을 어찌 또 불러들이신단 말인가?.
       (불쑥) 혹시?!..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그럴리가?!
천서방 (파릉군을 힐끗 살피고는) 대감 마님, 어찌 안색이 미령해 보이시옵니다?
파릉군 (천서방을 돌아보며) 천서방, 내 입궐을 하면 삿자리와베옷을 챙겨오게나.
천서방 예에? 그 물건들은 무엇에 쓰실려굽쇼?
파릉군 자넨 내 이르는대로만 하게. 
천서방 예. 그리 합지요. 
파릉군 (비장한 얼굴)... 

S#27 편전 마당 

파릉군, 편전계단을 걸어올라오는 얼굴 위로

대전내관(E) 전하, 파릉군대감 드시었사옵니다.
중종(E) 어서 뫼시어라! 

S#28 동 편전 방 안 

중종과 파릉군, 침묵속에서 앉아있다. 

파릉군 전하, 신에게 급히 입궐을 명하시었사온데 어찌 아무런 말씀을
       아니하시는 것이옵니까? 
중종   ..과인이 숙부를 부른 뜻은...(차마 말을 잇지 못하는데)
파릉군 (보며)전하, 신에게 하시지 못하실 말씀이 무엇이옵니까?
       말씀하시옵소서.
중종   (연상위에 놓인 결의문을 건네며) 파릉군숙부, 이것을 보세요.
파릉군 (두손으로 받으며 두루마리를 펼쳐 읽다가 충격)
       ...저,전하, 이것은...?!
중종   그래요, 과인이 조정신료들에게 숙부의 안위를 보장받은
       결의문입니다.
파릉군 전하, 하오시면 신에게 살생부를 작성하라고 내리신 명을
       거두시는 것이옵니까?!
중종   과인은 조정의 분란과 반목을 원치 않습니다. 허니 숙부께오서도
       이 조카의 마음을 깊이 헤아려주시구려.
파릉군 전하, 하오면 조정이 쇄신은 어찌되는 것이옵니까?!
중종   ..숙부, 미안하오.. 
파릉군 전하, 아니되옵니다! 이리되어서는 아니되옵니다!
       이나라 조정의 개혁을 부르짖다 소인배들의 손에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선비들의 혼백들과 백성들의 기대를 어찌 저버리시려 하시옵니까?!
중종   (괴로운)... 
파릉군 전하, 부패한 신료들을 쳐내시어야하옵니다! 그들과 타협한다면
       이나라의 장래는 암울해질 것이옵니다! 통촉하여주시옵소서!
중종   숙부, 과인은 그들로 하여 용상에 앉았소!
파릉군 전하, 태조대왕께오서 조선을 창건하오신 이래로 종사가 풍전등화에
       놓인 듯 위태로울때가 많았사옵니다! 하오나 그때마다 조종조들께오선
       군주의 용단으로 이 나라 종사를 지탱하여 왔사옵니다!
       전하, 지금이 바로 그때이옵니다! 용단을 내리시어 종사를 반석위에
       올려놓으시어야 하옵니다!
중종   숙부, 이 용렬한 조카를 조종조에 어찌 비하겠소?!
       허니 이번만은 과인의 뜻에 따라주세요!
파릉군 전하! 정녕 소인배들의 간언의 물결에 휩쓸리시는 유약하오신군주가
       되실것이옵니까?!
중종   (휙-보며) 숙부, 과인은 조카로서가 아니라 군주로써 신하에게 명을
       내리는 것이오! 파릉군은 살생부 작성을 그치고 과인의 명이 있을때까지
       잠자코 있으시오!
파릉군 전하! 
중종   파릉군, 이것은 어명이오! 
파릉군 (충격)...! 
중종   이만 물러가세요! (휙-고개를 돌려버리는)
파릉군 (절망감에 중종을 보는)... 

S#29 동 편전 마당 

파릉군, 깊은 침울감에 빠진 표정으로 편전을 나온다.
파릉군, 회한의 표정으로 하늘을 보며 긴 한숨을 내쉬고는
편전계단을 내려가 어디론가 걸어가는 모습위로.

신료들(E) (비웃음) 하하하- 

S#30 빈청 방 안 
남곤, 이유청(*), 심정, 김안로, 윤임, 김제학, 판서급이상 대신들,
통쾌한 듯 웃어댄다.

남곤   이사람이 뭐라 했소이까?! 전하께오선 결코 우리 공신들을 버리지
       않으실 것이라 하지 않았소이까?! 하하하!
심정   예, 이제야 두다리 쭉 뻗고 잘 수 있게 되었소이다, 그려!
윤임   허나 파릉군이 도성에 머물게 된다면 언제 또다시 조정일에
       대해 밤놔라 대추놔라하며 훈수를 두게 될지도 모르오이다!
남곤   판부사 그런 염려놓으시구려! 
윤임   좌의정대감한테 파릉군을 파묻어버릴 계책이라도 있으시오?
남곤   (미소) 암요! 곧 삼사의 언관들은 물론이고 각지에서 파릉군을 탄핵하는
       상소가 빗발칠 것이오!
김제학 파릉군에 대한 탄핵상소라니요?! 무슨 죄목으로요?!
심정   지난번 파릉군이 뇌물을받고 살생부를 조작하려던 확증이 있지 않소이까?
일동   (환한 표정으로 ''암요, 그래요!'' 등등 흡족하게 끄덕이는)...
김안로 (남곤을 가늘게 보다가 일어서서 빈청 밖으로 나간다)
윤임   (김안로를 보고는 그 뒤를 따라 나간다)...

S#31 대궐 일각 

김안로, 깊은 생각에 잠겨 걸어오는데 윤임, 그 뒤를 따라나온다.

윤임   희락당대감, 어찌 이리 심기가 불편하시오이까?
김안로 (돌아보며) 판부사대감, 좌의정이 삼사의 언관들과 각지의 유생들을
       추동하여 파릉군을 탄핵하는 상소를 올리게 하기 위하여 얼만큼의
       재물을 썼는지 짐작하시겠사옵니까?
윤임   모르긴 몰라도 어마어마하겠지요.
김안로 바로 그것이옵니다! 우리 수중에 그만한 자금이 없다면 다음번에는
       대감이나 이사람 역시 파릉군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옵니다!
윤임   허나 그 많은 자금을 어찌 마련할 수가 있겠소이까?
김안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금줄을 움켜쥐어야 하옵니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사옵니다!
윤임   ..음! 

S#32 어느 길 

백치수, 환한 표정으로 걸어오면서 尹彦平 이라고 적힌 어음봉투를 꺼내보는
얼굴위로

백치수(E) 이 각서가 윤승후관의 코를 꿰어놓았으니 내 앞길에도
          서광(曙光)이 비추는게야! 허허허!
난정   (쓰개치마를 쓰고 맞은 편에서 걸어오다가) 백도주!
백치수 (움찔 멈춰서서 각서를 감추며) 누구요?
난정   (쓰개치마를 벗으며 노려보는) 내 얼굴을 벌써 잊으시었소?
백치수 (보며) 넌 난정이가 아니더냐? (한발짝 다가서며) 네 윤승후관의
       첩실로 들어가더니 신수가 아주 훤해졌구나?
난정   (경멸의 눈빛) 내 복중 태아의 태교를 위하여서라도 버러지보다
       못한 작자와는 촌각도 마주보고 싶지 않소!
백치수 (일그러지는) 뭐라? 버러지?! 
난정   내 긴말 않겠소. 내 서방님이 수결한 각서를 내 놓으시오!
백치수 각서라니?! 네 무슨 소릴 하는게냐?
난정   역시,말로 해서는 아니되겠구먼!
백치수 뭣이라? 기방에서 술시중이나 들던 첩년 따위가 감히 뉘게다
       막말을 하는게냐?! 썩 비켜서지 못할까?!
       (무섭게 노려보며-밀치고 가려는데)
길상   (뒷편에서 나타나 백치수의 손을 휙-낚아채서 비튼다)
백치수 (고통스러운) 아! 
길상   (재빨리 백치수의 품을 뒤져 각서를 꺼낸다)
백치수 안돼! 그것은 아니돼! 
길상   (백치수의 손을 놓고 각서를 난정에게 건넨다)
난정   (각서를 살펴보는데) 
백치수 내놔! 그건 내 명줄이란 말이다? 
       (난정에게 거칠게 덤벼드는데) 
길상   (백치수의 명치부위를 퍽-가격한다)
백치수 (숨이 막히는 듯 명치를 움켜쥐고 털썩 무릎꿇는)...
난정   (백치수를 휙 노려보는) 내 서방님이 네놈 때문에 금부에서 얼마나
       모진 고초를 겪으시었는데?! 되먹지 못하게 협박까지 해?!
백치수 (말문이 막히는 고통에 시뻘개지는)...
난정   네 놈이 한짓거리를 생각하면 당장 네 놈의 명줄을 따버려도 시원치
       않지만 내 손에 더러운 피를 묻히기 싫어 살려주는게다.
       허나 다시 한번 내 서방님한테 되먹지 못한 짓거리를 할때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내 말 명심하거라! (휙-돌아서 간다)
길상   (난정의 뒤를 따르려는데)
백치수 (짜내듯)..기, 길상아.. 
길상   (돌아서서 백치수를 보다가 휙- 돌아서 간다)
백치수 (땅바닥에 엎어져 흐느낌을 터뜨린다)

능금, 한편에서 몸을 드러내고 그 모습을 지켜본다.

능금   (옆에 선 딱부리에게) 나중에 장대인 어른댁으로 데려오너라.
딱부리 예, 행수어른.
능금   (휙-몸을 돌려 어디론가 가버린다)

S#33 윤원형 집 초당 마당 

윤원형, 난정을 기다리듯 서성거리고 있다.

윤원형   허어, 난정이가 어찌 이리 늦누?
김씨   (배천댁과 탄실을 거느리고 초당쪽으로 들어오다가)
       서방님, 예서 무얼 하시는겝니까?
윤원형 부, 부인께서는 초당에 어인 발걸음이시오?
김씨   소첩,작은 사람에게 이를 말이 있어 왔사옵니다.
윤원형 난정이는 출타중인데..어쩌지요? 
김씨   (배천댁과 탄실에게).. 자네들은 초당을 소제하게.

배천댁,탄실 예, 아씨.(대야와 걸레등을 들고 초당대청쪽으로 간다)

김씨   서방님..난정이가 이 집에 들어온 이후로 서방님께오선 초당에만
       머무시는듯 싶사옵니다.
윤원형 허허, 그랬소? 미안하구려, 부인. 내 앞으로는 안채로도
       자주 발걸음하리다.
김씨   소첩을 찾아달라고 말씀드리는 것이 아니오라 서방님의 체통을
       지키시라 말씀드리는 것이옵니다.
윤원형 체통이요? 
김씨   서방님께오서 난정이를 괴이시는 것이 어찌 허물이 되겠사옵니까?
       하오나 소첩, 서방님께오서 난정이에게만 기대고 계신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어 드리는 말씀이옵니다.
윤원형 부인께서 그리 보시었다면 내 앞으로 조심하리다. 허면 내 이만
       건너가 보겠소이다.(돌아서 중문밖으로 나간다)
김씨   ... 

S#34 동 윤원형 작은 사랑채 마당 

윤원형, 생각에 빠진채 방쪽으로 걸어오는 얼굴위로

윤원형(E) 그래, 내 스스로 발로 걷기보다는 난정이 등에 엎혀가려고
          했는지도 모르지! (끄덕이며).. 암, 사내 대장부가 아녀자
          치마폭에만 둘러싸여서 어찌 큰일을 하겠누?!
          (주먹을 불끈 쥐며) 내 힘으로 일어서야 함이야!
윤원형 (방쪽으로 올라서며) 형님! 온종일 방구석에 틀어박혀 무엇을 하시는게요?

S#35 동 윤원형 작은 사랑채 방 안 

윤원로, 상소문을 베껴 쓰고 있다가 원문을 재빨리 연상밑으로 감춘다.

윤원형 (방문을 열고 들어오다가) 아,아니! 오늘은 해가 서쪽에서 떳나?
       형님께오서 어인 일이시오? 필묵을 손에 쥐시다니요?!
윤원로 원형아, 이 형을 너무 업신여기지 마라.
       내 이래뵈도 다섯 살때 천자문을 떼었던 몸이시다.
윤원형 천자문만 일찍 떼었으면 무얼하오?
       그 후론 명심보감 한권도 읽지않으신 분이?! (연상 앞에 앉아상소를 들어보며)
       헌데 무엇을 그리시고 있으신게요?
윤원로 험,험! 주상전하께 올릴 상소다. 
윤원형 (휘둥그레지며) 사, 상소요?! (진지하게 상소를 펼쳐들고 보다가)
       아,아니! 이건?!
윤원로 그래, 파릉군대감을 탄핵하는 주청상소다!
윤원형 형님, 지금 제정신이요?! 조정이 어수선한 판국에 외척이
       탠핵상소를 올리다니요?!
윤원로 원형아, 넌 잘 모르겠지만 파릉군 대감을 지금 찍어내지 못하면
       중전마마는 물론이고 장차 우리 형제가 출사를 하는데 큰 걸림돌이 되는 자다.
윤원형(E) (답답하게 보는) 이 답답한 양반아! 누가 그걸 모른답디까?!
윤원로 너도 이 형 말대로 탄핵상소 한장 쓰거라!
윤원형 (윤원로가 쓰던 상소를 들어 쭉 찢어버린다)
윤원로 아,아니! 네 이 무슨 못되먹은 짓거리냐?!
       하루 왼종일 걸려 베낀 글을 찢다니?!
윤원형 형님,이 아우가 형님의 목숨을 살렸으니 나중에 고맙다고 술이나
       한잔 내시구려!
윤원로 (울그락불그락) 뭬,뭬야?! 이놈이?
       (윤원형의 볼을 주먹으로 내지른다)
윤원형 (불이 번쩍) 아니? 지금 나를 치시었소?!
윤원로 그래 이놈아! 버릇없는 아우놈 버릇 좀 가르쳤기로서니 어쩔테냐?!

윤원형, 울컥하여 윤원로에게 달려든다. 
윤원형과 윤원로, 뒤엉켜 구른다. 

S#36 어느 정자 위 

난정과 길상, 서있다. 

난정   길상아, 네 앞으로 어찌 할게냐? 내 곁에 머물게냐, 아니면 떠날게냐?
길상   ... 내가 떠난다 해도 너는나를 잡지 않을테지?
난정   (미소) 길상아, 남의 안해된 자가 어찌 다른 사내를 마음에 품고
       잡아둘 수 있겠니? 내 복중에서 자라는 태아를 봐서라도 그런 짓거리는
       못할게야..
길상   ... 
난정   날 떠나, 길상아. 
길상   .. 
난정   (돌아서 정자를 내려가려는데).. 
길상   난정아,네가 비록 다른 사내의 안해라도..또 그 사내의 아이를
       잉태하였더라도 난..니 곁을 떠나지 않을게다.
난정   (돌아보며)..길상아, 니가 내곁에 머물게된다면 나를 위해서
       네 손에 피를 묻혀야할게야! 그리되어도 좋겠니?
길상   그래, 내 비록 윤승후관 집을 지키는 개가 된다 할지라도
       네 곁에만 있게 해다오..네가 무릎을 꿇고 빌라면 내 무릎이라도
       꿇을 것이야.(털썩 무릎을 꿇는다)
난정   (보는)...! 
길상   (간절한 눈빛)..! 
난정   (돌아서서 정자를 내려간다) 
길상   (일어서서 난정의 뒤를 묵묵히 따른다)

S#37 윤원형 대문 안 마당 

난정, 들어서고 그 뒤를 길상이 따라 들어온다.

임서방 작은아씨, 이제 오십니까요? 
난정   서방님은 어디계신가?
임서방 지금 큰 사랑채에서 대감마님께 꾸중을 듣고 계시옵니다.
난정   아버님께 꾸중을? (큰사랑채 쪽을 돌아보는)..?

S#38 동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방 안 

윤지임 앞에 상투가 흐뜨러지고 멍이 든 윤원로와 윤원형이 앉아있다.

윤지임 이놈들아! 세상에 할짓거리가 없어서 피를 나눈 형제끼리
       상투잡이를 해?!
윤원로 소자, 억울하옵니다! 어찌 아우가 형을 복날 개패듯이
       이리 묵사발을 만들 수 있사옵니까?!
윤원형 거야, 형님께오서 먼저 볼따구니를 내지르시니..
윤원로 뭬야?네놈이 상소문을 찢은건 어쩌구?
윤원형 이 아우가 형님 생각을 해서 한일이요!
윤지임 (버럭) 시끄럽다! 

윤원로,원형 (찔끔)..! 

윤지임 내 분명히 말해두겠다. 차후 두번 다시 이런 일이 있을시엔
       두놈 다 족보에서 파내버릴테니 그리 알아! 알겠느냐?!
윤원로,원형 ..예.. 
윤지임 꼴도 보기 싫다! 당장 나가거라! (휙-돌아앉으면)
윤원로,원형 (쭈뼛거리며 일어나서 방밖으로 나간다)...

S#39 동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마당 

윤원로와 윤원형, 서먹한 표정으로 방에서 나온다.
윤원형 (윤원로의 눈치를 보다가) 형님 이 아우가 잘못했소. 마음 푸시오.
윤원로 원형아, 네 어찌 첩년은 웃전 떠받들 듯 애지중지하면서 이형은
       길가에 널린 개차반 보듯 하는게냐?!
윤원형 형님, 내 아무리 난정이를 괴인다 할지라도 어찌 피를 나눈
       형제보다 우선시 하겠소이까?! 괜한 말씀마시고 이 아우가
       화해주 한잔 낼테니 나가십시다.
윤원로 화해주? 험! 아무리나 그리 하자구나.
임서방 (윤원형쪽으로 다가와 서며) 나으리, 작은아씨께오서
       뵙자고 하십니다요.
윤원형 그래? (윤원로를 힐끔보며) 형님 화해주는 나중에 하십시다.
       (몸을 휙 - 돌려 초당쪽으로 급하게 간다)
윤원로 (어처구니 없는) 허어, 허어.. 저 런 못난놈 같으니라구!

S#40 동 윤원형 초당 방 안 

윤원형, 보료위에 앉으며 그 앞에 난정과 방문쪽의 길상이 앉는다.

난정   서방님, 어쩌자고 아주버님과 주먹다짐을 하시었사옵니까?
윤원형 그게 말이오..형님께오서 파릉군 대감을 탄핵하는 상소를
       올리시길래..!
난정   탄핵상소요? 
윤원형 그래요..형님께오서 어찌그리 철 딱서니가 없으신지 말이오.
       헌데 내 각서는 어찌되었소?
난정 (각서를 꺼내며) 여기 있사옵니다.
윤원형 (각서를 보며) 오, 부인 .. 참으로 고맙소이다. 헌데 백치수가
       이 각서를 호락호락 내놓지는 않았을 터인데 어찌 되찾으시었소?
난정   소첩 오라비가 힘을 썼습지요. 
윤원형 (길상을 보며) 처남. 고맙네. 
길상   (송구한 듯 숙이는)... 
윤원형 (각서를 화로에 던져넣으며) 자칫했으면 이깟 종이쪽이 큰화근을
       부를 뻔 했소이다.
난정   앞으로는 함부로 수결을 하시거나 연명을 하시오면 아니되실것이옵니다.
윤원형 암요, 내 부인 말씀 명심하리다. 
       헌데 처남, 거취는 어찌 정하였는가?
난정   오라비도 이 집 행랑채에 기거하며 나으리를 호위할 것이옵니다.
윤원형 그래요? 허허 처남이 곁에 있어 주겠다니 내 마음이 참으로 든든하구먼.
길상   ... 
난정   오라버니, 이만 행랑채로 건너가 보세요.
길상   (일어서서 윤원형에게 조아린다) 
윤원형 처남, 이목도 있으니 등에 맨 환도는 집안에서는 풀어두게나.
길상   그리하겠사옵니다.(방밖으로 나간다)
윤원형 (낮게) 헌데 부인, 파릉군대감의 일은 어찌되는게요?
       어찌 부인께선 그 일에 대해서는 함구를 하고 계신게요?
난정   서방님, 소첩은 마른 섶에 불길만 당길 수 있을 뿐이옵니다.
       섶이 훨훨 타도록 중전마마께오서 바람을 일으키실것이옵고 조정신료들이
       타는 불길에 기름을 쏟아부을 것이옵니다.
윤원형(E) 조정신료들이 불길에 기름을 쏟아붓는다?! 아,아니 그럼?

S#41 대비전 외경 

윤비의 보교와 중궁전 상궁나인들이 서있는 모습위로

자순대비(E) 중전, 참으로 다행한 일입니다.

S#42 동 대비전 방 안 

윤비와 자순대비, 다과상을 놓고 마주 앉아있다.

자순대비 주상께서 조정신료들의 사직상소를 반려하시면서 파릉군대감을
         지켜주시는 충성맹세를 받으시었다니 주상께서 참으로 현명하신
         결단을 내리신게요.
윤비   예, 대비마마. 신첩도 그리 생각하옵니다.
윤비(E) 하오나 그 충성맹세가 파릉군대감을 지켜주는 것이 아니오라
        오히려 파릉군대감의 조정에서 밀어내게 할 것이옵니다!
자순대비 이 늙은이 생각엔 주상께서 현명한 결단을 내리시는데 중전의
         공이 컸다고 들었소이다. 고맙소이다, 중전.
윤비   황감하옵니다.
자순대비 중전, 차가 식습니다. 어서 드세요.

S#43 동 대비전 방밖 복도 

방문 앞에 조상궁과 복도 한편에 엄상궁, 오상궁이 서있다.
대비전 나인(*)이 급한 걸음으로 다가와 조상궁의 귀에 뭐라고 속삭인다.

조상궁 (눈이 커지며) 뭐라? 그게 참말이냐?
나인(*) 예, 마마님. 
엄상궁,오상궁 (조상궁을 보는)...?! 
조상궁 (방문앞에 다가서며) 대비마마, 조상궁이옵니다.

S#44 동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방문쪽을 보며) 들거라. 
조상궁   (방문이 열리면 방안으로 들어서며) 대비마마, 후궁들께오서
         강녕전으로 발걸음을 하고 있다고 하옵니다.
자순대비 (찻잔을 들다가 흠짓보는) 뭐라?! 무슨 연유로 후궁들이 강녕전으로
         간단말이냐?
조상궁   쇠인도 자세한 것은 모르겠사옵니다.
윤비(E) (심각해지는)...경빈이 또 무슨짓거리를 꾸민겐가?!
        (어딘가를 휙-돌아본다)

S#45 편전 마당 

경빈, 희빈, 창빈을 비롯한 홍숙의, 이숙의, 김숙원, 이숙원이
각자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합문안으로 들어온다.
금이와 향이를 비롯한 각자의 나인들 중 하나가 술이며 비단보에 덮힌
식기를 들고 웃전의 뒤를 따른다.
경빈, 희빈, 창빈, 계단 앞에 멈춰서면 모두들 멈춘다.

창빈   (약간의 걱정) 경빈, 참말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소?
경빈   창빈, 이사람의 말을 믿으세요.설마하니 전하께오서 우리를
       내치시기야 하시겠습니까?
희빈   암요, 전하께오서 우리를 크게 칭찬해 주실게요. 혹시 압니까?
       큰상급이라도 내리실지요?
경빈   드십시다. (앞장서서 계단을 오르면)
일동   (서열순대로 경빈의 옆과 뒤를 따라 계단을 오른다)

S#46 동 편전 방 안 

중종, 한손으로 이마를 괸채 자책감에 빠진 표정으로 연명한 결의문을 보는
얼굴위로. (*박승지, 윗목에 앉아있다)

중종(E) 말 위에서 천하를 얻은 연후엔 반드시 말에서 내리라고 한 옛말도
        있느니.. 과인을 추대한 정국공신들을 목을 진즉 쳐냈어야했음이야!
        그리하였다면 고삐 매인 소처럼 신하들이 이끄는대로 이리저리
        끌려다니지 않았을 것을!

S#47 동 편전 복도 

경빈, 희빈, 창빈을 비롯한 후궁들이 방쪽으로 걸어온다.
대전내관과 김상궁, 조아려 예를 갖춘다. 

경빈   김상궁, 우리가 술과 음식을 마련하여왔으니 기미를 본 연후에
       차려올리시게나. 
김상궁 예에?..예. 
경빈   (대전내관에게) 고하여주시게. 
대전내관 주상전하, 후궁 일곱분 드셨사옵니다.

S#48 동 편전 방 안 

중종, 생각에서 깨어나 방문쪽을 돌아본다.

중종 후궁들이? (뭔가 생각하다가 결의문을 덮고)..들라해라.
대전내관(E) (방밖에서) 예. 

경빈, 희빈, 창빈을 비롯한 후궁들, 방안으로 들어선다.
박승지, 예를 갖추듯 일어나 조아린다.

중종   (경빈을 보는) 경빈, 무슨일로 편전에 드신게요?
경빈   (미소) 신첩들은 국사를 돌보시느라 노심초사하시는
       전하를 위로하여 드리고자하는 충정으로 왔사옵니다.
중종   과인을 위로하려는 충정이라 하였소?!
희빈   예, 뿐만 아니오라, 전하께오서 용단을 내리시어 신첩들의
       아비와 오라비들의 목숨을 구명하여 주시온데 대한
       성은에 감사를 드리러 들었사옵니다.
중종   ... 
창빈   전하께오서 파릉군대감께 살생부를 작성하라고 내리신 명을
       거두워주신 우악하오신 은혜를 신첩들이 어찌 다 갚을 수
       있겠사옵니까?!
중종   ... 
경빈   전하, 신첩들이 전하께오서 베풀어주신 태산같으신 성총에
       티클만큼이라도 보은하고자 술과 음식을 마련하였사옵니다.
중종   ... 
경빈   (방밖을 보며) 김상궁, 들이시게. 
김상궁(E) (방밖에서) 예. 

방문이 열리면 김상궁을 필두로 나인들이 음식이 차려진 반상기를
줄줄이 들고 들어와 방에 차린다

중종   (일그러지는)...!
경빈   전하께오서 근자에 입맛을 잃으시었다고 들었사옵니다.
       신첩들이 정성을 다해 마련한 술과 음식을 젓수시옵고
       입맛을 찾으시옵소서.
중종   (낮게) 물리라. 
경빈   예에? 
중종   이 역한 음식들을 당장 물리라했느니!

중종, 반상기위의 음식들을 닥치는대로 
쓸어버린다. 김상궁과 일동, 당혹감과 놀라움,
그리고 두려움으로 중종을 본다.

중종   (씩씩대며 부릅뜨고 노려보는) 이런 고이헌! 너희들이 과인의
       용안에 먹칠을 하려드는게냐?! 
일동   (얼어붙는) 예에? 
경빈   ..저, 전하, 어찌...?! 
중종   그 입 다물고 당장 물러들 가라! (반상기를 와장창-뒤엎어 버린다)

S#49 편전 마당 

경빈, 희빈, 창빈과 후궁들이 급한 걸음으로 편전에서 나온다.
금이와 향이등이 각자의 웃전의 보필하기 위해 다가온다.

경빈(E) (뭔가 의아한) 전하께오서 어찌? 어찌?
희빈   (경빈을 휙-노려보며) 경빈, 전하께오서 우리를 내치시지는
       않으실거라고 믿으라 했지않소?!
경빈   (휙-보며) 큰 상급이 내리실지도 모른다고 말한게 누구요, 희빈?!
창빈   그만들 두세요..우리가 너무 경거망동한 듯 싶습니다..
경,희,창빈 ... 
경빈   돌아들 가십시다. 가자, 금아!
       (앞장서서 편전계단을 내려가는데)
엄상궁 (급한 걸음으로 다가온다) 
경빈   (보며) 엄상궁, 자네가 강녕전까지는 어인 일인가?
엄상궁 중전마마께오서 후궁마마분들 모두를 불러들이라 명하시었사옵니다!
경빈   뭬야? 
일동   (겁에 질리는)...?! 
경빈   알았네! 자 다들 가십시다! (교태전쪽으로 방향을 틀어 앞장서서 간다)

희빈과 창빈, 불안한 듯 경빈의 뒤를 따르고 나머지들도 서로의 눈치를 보다가
그뒤를 따르는 모습위로

후궁일동(E) 중전마마, 찾아계시옵니까? 

S#50 중궁전 방 안 

윤비, 앞에 서있는 경빈, 희빈, 창빈을 비롯한 후궁들의 면면을
근엄한 눈길로 훑어본다.
경빈, 당당히 맞쏘아보지만 희빈, 창빈을 비롯한 나머지 후궁들은
고양이 앞에 쥐처럼 숨소리조차 낼 수 없을 정도로 불안한 표정이다.
계속되는 정적속에서 후궁들의 불안한 표정은 어찌할줄 모르는 울상으로 변한다.

경빈   (입을 떼는)..중전마마...
윤비   (버럭) 이런 철딱서니 없는 것들을 보았나?!
일동   (경빈까지도 움찔 놀라는)...?! 
윤비   지금 때가 어느때라고 술과 음식을 들고 편전에 든단 말이더냐?!
경빈   중전마마, 신첩들은 전하께오서 베풀어주신 하해와 같으신
       성총에 보은하고자..
윤비   보은? 보은이라니?! 희빈, 말해보라!
희빈   ..주, 주상전하께오서 신첩들의 아비와 오라비들의 목숨을 구명하여
       주시온것에 대한!
윤비   (연상 쾅-) 아무리 뒷방살이 후궁이라지만 어찌 이리도 답답할수가
       있는가?! 전하를 십수년동안 모셔오면서 전하의 마음조차
       읽지 못하는 너희들 따위가 어찌 전하의 지어미임을 자처할수 있단 말이냐?!
일동   (모멸감)...! 
윤비   보은이라니 당치도 않다! 전하께오선 어수에 보검을 드시고
       너희들의 아비와 오라비들의 목을 쳐내시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실 것이다!
일동   (놀라 보는)..예에? 
윤비   조정쇄신이란 대의명분으로 살생부를 만들라 명하신 전하께오서
       바로 너희들의 아비와 오라비들의 사특한 간계 때문에 대의명분을
       잃게 되시었다! 이는 전하의 권위와 위엄을 떨어뜨린 큰 불충이자
       장차 이나라 종사에 큰 손실이 될것이 자명하거늘 너희들은
       어찌 자숙하기는커녕 술상을 바쳐들고 편전에 들어 연회를 베풀려고
       하였단 말이냐?! 너희들이 전하를 기망하고도 살아남길 바랬더냐?!
일동   (조아리며) 망극하옵니다! 
경빈(E) (휙-노려보며) 중전이야말로 파릉군을 누구보다도 찍어내고자
        하였으면서 어찌 이리도 다른 두 얼굴을 지녔단 말이오?!
희빈(E) (힐끗 윤비를 째려보며) 중전의 아비가 살생부에 오를 처지였다면
        우리보다 더하면 더했을 것이거늘..참으로 가증스럽소이다!
창빈   중전마마, 신첩들의 우매함을 용서하여주시옵소서!
윤비   근주자적, 근묵자흑이란 말도 있거늘! 그토록 사리판단이 분명했던
       창빈의 우매함이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잘 헤아리거라!
창빈   예..마마! 
윤비   내 너희들을 보고 있자니 역증이 치밀어 오르는구나! 당장 물러들가라!
일동   예.. (방문밖으로 나간다) 
경빈   (나가려다가 윤비를 휙-노려본다)
윤비   경빈! 내게 할 말이 남았느냐?! 
경빈   (야릇한 미소) 아,아니옵니다. 편히 쉬시옵소서.(방밖으로 나간다)

S#51 동 중궁전 마당 

경빈,뭔가 생각에 잠긴채 나오고, 희빈은 모멸감에 씩씩대고,
창빈은 반성하는 빛이 역력하고, 다른 후궁들은 살아나온 것만도
다행인 듯 안도한다.

희빈   이런 개망신이 있나?! (교태전을 휙-돌아보며) 흥, 중전의 그 위세가
       언제까지 갈지 두고보십시다!
창빈   그만두세요, 희빈. 회초리를 맞지 않은 것만도 다행입니다.
경빈(E) (얼굴에 야릇한 미소가 스치며)
       중전께오서 점점 두얼굴을 드러내 보이시니 참으로 재미있구먼, 재미있어!
경빈   호호호! 가자, 금아! 호호호. (금이를 거느리고 웃으며 간다)
희빈,창빈,일동 (''실성을 했나?'' 경빈을 보는)...?!
 
S#52 갖바치 마당 

방백인과 당골네, 마당에 서있는데 당추, 행장을 꾸려들고 방에서 나오면
갖바치와 임백령, 따라나온다.

당추   임선비, 갖바치 백정집에 쇠가죽 냄새가 역해지면 빈도의 암자로
       오시옵소서.독경소리와 향내가 공부를 하시는 머리를 맑게
       해드릴것이옵니다.
임백령 (농조) 선사의 말씀은 고마우나 어차피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조정에
       출사를 할 몸이니 역한 쇠가죽 냄새와 친해두는게 좋을듯 싶소이다.
당추   허허허! 그것도 그렇사옵니다.
       (방백인을 보며) 아우님, 아주머니께서 적적하실테니 자네도 얼른
       후사를 봐야지.
방백인 후사라니요?! 형님, 내 나이가 얼만데, 망측하게끔!
당골네 망측하다니요, 뭐가요? 남들은 쉰둥이는 예사고 예순둥이도 잘만봅디다.
       이거야 원, 양기가 순 입으로만 뻗쳤으니..에휴.
방백인 여편네, 주둥이 닥치지 못해?! 
당추   허허허! 잘들있게나.(대문쪽으로 가면)
갖바치 (당추를 따라 대문쪽으로 간다) 

S#53 동 갖바치 대문 앞 

당추와 갖바치, 대문 밖으로 나온다. 

당추   내 난정이에게 출생의 비밀을 털어놓지 않은게 큰 죄를 짓는 듯 싶으이!
갖바치 형님, 잘하신겝니다. 
당추   허허, 이 죄가 땅에 묻힌들 어찌 썩을것이며 불지옥 속에선들
       어찌 재로 타없어질 수 있겠는가? 나무아미타불..!
갖바치 형님.. 
당추   잘있게, 또보세나! (휘적휘적 간다)
갖바치 (그 뒷모습을 보며 한숨을 내쉬는)...!

S#54 편전 마당 

파릉군,머리를 단정하게 풀고 베옷차림에 삿자리를 들고 합문 안으로 들어선다.
파릉군,강녕전 계단 아래로 걸어와 삿자리를 펴고 꿇어 앉는다. 파릉군,
결연한 표정으로 강녕전을 바라본다.

S#55 중궁전 외경 

난정, 환한 얼굴로 중궁전 계단을 오르는 얼굴위로

윤비(E) (반가운) 난정아 어서오너라. 

S#56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난정을 반갑게 보며 말한다. 

윤비   이번에 파릉군대감의 살생부를 폐기시키는데 네 공이 참으로 컸다.
난정   황감하옵니다. 
윤비   네 이토록 자그마한 아녀자의 몸으로 이 나라 조정을 움직이다니
       참으로 장하구나.
난정   중전마마께오서 과찬을 하시오니 소첩 부끄러워 몸둘바를 모르겠사옵니다.
윤비   난정아, 파릉군대감이 찍혀져 나가신 연후에 조정의 모습은 어찌
       될 듯 싶으냐? 
난정   소첩, 중전마마께 그 말씀을 아뢰러 중궁전에 들었사옵니다.
윤비   그랬더냐? 참으로 이심전심이로고! 나 역시 그 일을 논의하고자
       너를 불러들이고자 했느니라. 
난정   (쌩끗 미소)... 
윤비   말해 보거라. 
난정   파릉군대감께오서 찍혀져 나가신 연후에는...
엄상궁(E) (방밖에서 다급한) 중전마마! 엄상궁이옵니다.
윤비   (일순 찌푸리며 방밖을 보며) 무슨 일이냐?!

S#57 동 중궁전 방 밖 복도 

엄상궁, 방문앞에 조아리고 다급하게 고한다.

엄상궁 파릉군대감께오서 강녕전 앞에 서 석고대죄를 드리고 계신다하옵니다!

S#58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뭐라?! 석고대죄?!
난정   (충격으로 보는)...! 

S#59 편전 마당 

파릉군, 계단 아래서 석고대죄를 드리고 있다.
중종, 급하게 편전에서 나와 계단을 뛰듯이 급하게 내려온다.
대전내관과 김상궁, 박승지등이 그 뒤를 급히 따른다

중종   (파릉군 앞에 앉으며) 숙부, 이 무슨 짓이요?! 숙부께오서
       석고대죄라니요?!
파릉군 (비장한) 전하! 신에게 살생부를 거두라 명하실 바엔 차라리 신을
       죽여주시옵소서! 신은 전하의 명에 죽겠사옵니다!
중종   숙부! 어찌 과인을, 과인을 이리도 힘들게 하신단 말이오?!
파릉군 (결연하게 어금니를 무는)...! 

교태전쪽에서 윤비와 난정, 급하게 다가와서 멈춰선다.
윤비, 파릉군을 결연한 눈빛으로 본다. 
파릉군, 윤비를 돌아보면 두사람의 눈빛이 팽팽하게 부딪친다.

난정(E) (비장한 눈빛으로 파릉군을 보는)
        대감 어찌 죽음을 재촉하시옵니까?!

파릉군, 윤비 옆에 서있는 난정쪽으로 시선을 옮긴다.
난정, 비장하게 파릉군을 쏘아보는 얼굴에서 스톱모션.
(제 103 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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