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천하 104
s#1. 편전 마당(낮) 난정과 윤비, 석고대죄를 드리고 있는 파릉군을 보고 섰다. 중종, 파릉군 앞에 앉아 글썽이는 눈으로 보며 말한다. 중종 파릉군숙부, 어찌 과인을 용렬한 군주로 만드시려 하시오?! 파릉군 전하, 신은 이나라 조정의 쇄신을 위하여 이미 목숨을 내놓을 각오가 되어 있사옵니다! 전하께오서 조정신료들의 내치시지 못하시겠다면 차라리 신을 죽여주시옵소서! 중종 (파릉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숙부! 숙부!...크흐흐.. 파릉군 (눈을 감으면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윤비 (보다가) 난정아, 이만 교태전으로 돌아가자구나.. 난정 예, 마마.. 윤비, 몸을 돌려 중궁전쪽으로 간다. 난정, 윤비의 뒤를 따라 가려다가 무엇이 땡기는 듯 파릉군을 돌아본다. 난정, 파릉군을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보다가 윤비의 뒤를 따라간다. 경빈, 금이등을 거느리고 합문을 들어서서 파릉군과 중종을 보다가 저만치 가는 윤비와 난정의 뒷모습을 노려본다. s# 중궁전 방 안 난정과 윤비, 찻소반을 놓고 마주 앉아 있다. 난정 (흠짓 윤비를 보며) 예에? 하오면 마마께오서 전하께 조정신료들의 충성맹세를 받으라 주청을 드리시었단 말씀이옵니까? 윤비 그래, 전하께오서 살생부를 없는 일로 하시겠다고 천명하시옵고 조정신료들은 파릉군을 위해하지 않겠다는 결의문에 연명을 하였다! 난정 하오면 조정에서 큰 거래가 이루워진 것이 아니옵니까? 윤비 거래라?..그래 따지고 보면 거래는 거래지! 내 파릉군대감이 전하의 결정에 승복하지 않을 것이라 짐작은 하였지만 이렇듯 강녕전 앞에서 석고대죄까지 드릴만큼 완강하실 줄은 미처 생각지 못하였구나. 난정 (뭔가 생각하는)... 윤비 난정아, 네 생각엔 이번 일이 어찌 될 듯 싶으냐? 난정 이번 일은 주상전하의 어의가 얼마나 굳건하신가에 달려있을 것이옵니다. 윤비 그 무슨 말이더냐? 난정 조정신료들은 대대적으로 파릉군을 탄핵하는 상소를 올릴것이옵니다! 윤비 탄핵상소? 난정 예. 시아주버님께오서도 상소를 올리시고자 하였사오니 승정원에 상소사태가 날것이옵니다! 윤비 (찌푸리며) 뭐라? 큰 오라버니께오서도 파릉군의 탄핵상소를 올리시려고 하시었단 말이냐? 난정 천만다행으로 서방님께오서 찢어 버리시었다 하옵니다. 윤비 (인상을 쓰며) 큰오라버니께서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시었구먼! 난정 마마, 시아주버님 일은 차후 일이옵니다. 우선은 파릉군대감 일이 중차대하옵지요. 윤비 그래, 말을 이어보거라. 난정 전하께오서 물밀 듯 쏟아지는 파릉군에 대한 탄핵상소를 견디시지 못하시온다면 파릉군대감은 참수되실 것이옵고, 전하의 어의가 굳건하시오면 파릉군대감께오선 스스로 도성을 떠나시게 될 것이옵니다. 윤비 일이 어찌되든 조정신료들이 찍혀져 나갈 일은 없을 것이란 말이냐? 난정 예! 하오니 이번 파릉군대감이 떠밀려 나실 때 김안로와 윤임이도 함께 조정에서 씻어내버려야지요! 윤비 김안로와 윤임이를 함께 씻어내 버린다? 허면 세자의 보필은 누가 있어 한단 말이냐? 난정 세자를 찍어낼 좋은 기회가 될 것이옵니다. 윤비 (놀라 보며) 난정아, 좋은 기회라니?! 허면 세자마저?! 난정 예, 하오나 그전에 실과 바늘같은 윤임이와 김안로의 거리를 떼어놓아야 할 것이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전마마께오서 소첩을 도와주시어야 할 것이옵니다. 윤비 그리하마..헌데 파릉군대감이 강녕전 앞에서 석고대죄를 드리고 있는데 네가 너무 앞질러 일을 도모하는 것은 아니냐? 난정 마마, 조정에 세가 없사오니 저들보다 한걸음 더 빨리 내딛고, 저들보다 한치 더 멀리 내다보는 혜안을 갖추어야 저들의 막강한 힘을 대적할 수가 있사옵니다! 윤비 (음미하듯) 저들보다 한걸음 더 빨리 내딛고 한치 더 멀리 보라?! 난정 예, 그리하시어야 중전마마께오서 살아남으실 수가 있사옵니다! 윤비 ...! s# 편전 방 안 중종, 격앙된 표정으로 방안으로 들어와 보료위에 앉는다. 중종 (윗목에 서있는 박승지를 휙-돌아보며) 박승지, 당장 삼정승 육판서 비롯하여 과인에게 사직상소를 올렸던 신료들을 한사람도 빠짐없이 불러 들이라! 박승지 저, 전하, 남양군대감도 말씀이옵니까? 중종 병으로 걸을수 없다면 기어서라도 입궐하라 명하라! 박승지 예, 분부대로 봉행하겠나이다! (방문밖으로 나간다) 중종 과인이 지금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과인의 치세는 앞날이 없을 뿐 아니라 한순간에 무너져 내릴수도 있음이야! s# 어느 길 파발마가 어디론가 급하게 달려간다. s# 홍경주 사랑채 마당 홍경주집사가 방쪽으로 급하게 다가와 방쪽에다 고한다. 홍경주집사 대감마님, 급히 입궐하시어 편전에 드시라는 파발이 왔습니다요! s# 동 홍경주 사랑채 방 안 홍경주, 병색이 완연한 얼굴로 자리에서 힘겹게 일어난다. 홍경주 암, 내 입궐하다가 피를 토하고 죽는 한이 있어도 어명을 받들 것이야! (방밖을 돌아보며) 김서방, 입궐차비를 하게! s# 어느 길 김안로와 윤임, 각기 황서방과 박서방이 배행하는 사인교를 타고 나란히 어디론가 가고 있다. 윤임 전하께오서 어찌 우릴 급히 불러들이 시는걸까요? 김안로 글쎄요, 입궐하여 보면 알게되겠지요. 윤임 박서방, 서둘게. 박서방 예, 대감마님! (교꾼들에게) 서둘랍신다. 김안로와 윤임을 태운 사인교가 급하게 어디론가 간다. s#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앞에 남곤이 앉아있다. 경빈 대감, 정신 바짝들 차리시어야 합니다. 파릉군이 강녕전 앞에서 배수진을 치고 버티고 앉아있습니다! 자칫 주상전하의 마음이 파릉군에게 기울어지시기라도 하신다면 모든게 도로 아미타불이 되고 말겝니다! 남곤 (자신감) 마마, 신을 믿으시옵소서! 파릉군이 석고대죄를 드린 것은 제스스로 무덤을 판 것이옵니다. 경빈 좌의정대감, 무슨 계책이라도 있으신겝니까?! 남곤 (빙긋) 곧 삼사 언관들과 각지의 유생들이 파릉군을 탄핵하는 상소를 올려 온조정에 파릉군을 찍어내라는 공론이 물결칠 것이옵니다! 경빈 그래요, 이번만큼 이사람이 좌의정대감을 믿을수 있게 해 주세요! 남곤 믿으시옵소서! s# 대궐 일각 심정, 서성거리고 있는데 박희량, 급한 걸음으로 다가온다. 박희량 화천군 대감! 심정 (돌아보며) 오, 박정언 어찌되었는가? 박희량 삼사에서는 파릉군이 뇌물을 받고 살생부를 조작한 사실여부를 국문하라는 합계(合啓)를 올리기로 결의하였사옵니다! 심정 그래, 잘되었구먼! 허면 삼사쪽은 자네만 믿겠네! 내 지금 급히 편전으로 들어야하니 나중에 또 보세나. (급하게 어디론가 간다) 박희량 (심정을 보다가 몸을 돌려 반대편으로 급하게 간다) s# 대궐 또 다른 일각 남곤과 이유청(*)이 심각한 표정으로 얘기를 나누며 걸어온다. 심정, 급하게 뛰어와 남곤 옆에 서서 나란히 걷는다. 다른쪽에서 오던 조정신료들이 남곤쪽으로 합세하고 그 뒤를 이어 윤임과 김안로,김제학이 급하게 걸어와 합세한다. 이곳 저곳에서 삼삼오오 짝을 지어 걸어오던 신료들이 하나의 거대한 무리를 이루어 어딘가로 급하게 간다. s# 편전 마당 파릉군, 외롭게 앉아 석고대죄를 드리고 있다. 합문쪽이 웅성거리더니 남곤, 이유청(*), 심정, 김안로,윤임,김제학등이 앞장선 삼십여명의 조정신료들이 합문안으로 들어온다. 조정신료들, 파릉군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며 다가온다. 남곤, 파릉군 앞에 멈춰서면 신료들이 위협적으로 파릉군을 둘러싼다. 남곤 파릉군대감, 기필코 살생부를 만드시어 손에 조정신료들의 피를 묻히고 싶소이까?! 파릉군 (남곤을 결연하게 보는)...! 윤임 허어, 이럴줄 알았으면 이사람도 살생부에서 이름을 빼달라고 대감께 뇌물좀 갖다 바칠 것을 그랬소이다! 아니 그렇소이까? 허허- 일동 (‘그러게 말이오!’ 비웃음이 터지는) 하하하! 파릉군 (모욕감에 윤임을 노려보는)...! 김안로 파릉군대감께오선 천하제일의 풍류객이라 들었사온데 살생부를 적으시던 피묻은 손으로 어찌 거문고를 타시고 어찌 난를 치시려 하시옵니까? 이만하시었으면 대감의 곧으신 절개를 크게 떨치시었사오니 이대로 낙향하시지요! 일동 (‘낙향하시구려-’ 웅성대는)...! 파릉군 명색이 나라의 녹을 먹는 신료들이 석고대죄를 드리는 자를 앞에 놓고 이리 놀려대다니?! 그대들은 부끄럽지도 않은가?! 이러고도 그대들이 주상전하를 떠받드는 충신들이라 할수 있단 말인가?! 일동 (‘입을 다무는’)..! 파릉군 (피를 토하듯) 전하! 이런 소인배들에 둘러싸이시어 어찌 성군의 정치를 펼치실 수가 있겠사옵니까?! 신, 이런 자들의 이름을 살생부에 적어 조정에서 모조리 찍어낼 것이옵니다! 그런 연후에 전하께오서 참신한 인재들을 등용하시어 조정을 쇄신하시온다면 이나라 종사가 바로설 것이옵니다! 전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일동 (말문이 막히는데)...! 홍경주 (별감들의 부축을 받으며 다가오는) 대감들..어찌 편전엔 아니드시고 예서 찬바람을 맞고 서계신게요? 남곤 남양군대감, 와병중이신 대감께오서 어찌 입궐을 하신겝니까? 홍경주 오늘 당장 관속에 들어가더라도 살생부에 이름이 적히지 않으려면 나와야지요!(파릉군을 노려보며) 아니 그렇소이까, 파릉군대감?! 파릉군 ...! 일동 (‘암요’ ‘그렇고 말고요’등등의 웅성거림)..! 박승지 (편전 앞에서 그 모습을 보다가 몸을 돌려 편전안으로 들어간다) s# 동 편전 방 안 중종, 연상위에 놓인 결의문(*조정신료들이 연명한)과 어음뭉치(*파릉군이 뇌물로 받은 혐의가 있는)를 내려다 보고 있다. 중종 (방문쪽을 휙-보며) 박승지 게 있느냐?! 박승지(E) (방밖에서) 예. 박승지 (방문이 열리면 들어와 조아리며) 찾아계시옵니까? 중종 조정신료들은 어찌 되었는가? 박승지 강녕전 앞에 모여 전하의 하명을 기다리고 있사옵니다. 중종 (뭔가를 생각하다가) 대전내관 밖에 있느냐?! 대전내관(E) (방밖에서) 예, 전하! 중종 내 강녕전 앞으로 나갈 것이다!(벌떡 일어나 방밖으로 나간다) s# 동 편전 마당 중종, 대전내관과 김상궁등을 거느리고 편전 밖으로 나온다. (*박승지, 중종 옆을 따른다) 대전내관(E) 주상전하, 납시오- 중종 (댓돌위에 서서 신료들을 근엄하게 내려다 보는)... 신료일동 (중종쪽으로 돌아서 깊숙하게 허리를 숙여 예를 갖춘다) 주상전하, 찾아계시옵니까?! 중종 과인이 경들을 어찌 불러들였는지 짐작하시는가?! 홍경주 전하의 심기를 어지럽게 할뿐인 용렬한 신들이 어찌 어의를 짐작하겠사옵니까?! 신들은 오직 전하의 명을 받잡고 입궐 했을뿐이옵니다! 중종 과인이 경들에게 묻고자 하는 것이 있기때문이오! 신료일동 하문하시옵소서! 중종 경들중 누가 파릉군대감에게 석고대죄를 드리게하였는가?! 신료일동 (영문몰라 웅성거리며 눈치를 보는)...! 파릉군 ...! 중종 (계단을 내려서며 남곤을 손가락질 하며) 좌의정, 경인가?! 남곤 ..저,전하..어찌?! 중종 (심정을 휙-돌아보며 손가락질 하며) 허면 화천군인가?! 심정 (조아리며) 전하, 천부당만부당 하오신 말씀이시옵니다! 중종 (윤임을 손가락질 하며) 아니면 판부사가 그리하였는가?! 윤임 (당혹스러운)...저,전하..! 중종 (김안로를 휙-돌아보며) 판부사가 아니라면 희락당 대감이시겠구려! 김안로 (동요없이 중종을 보는)...! 중종 (홍경주를 휙-돌아보며) 아니면 남양군 대감이시오?! 홍경주 (놀라보며)..시, 신은 와병중이었사온데 어찌..?! 중종 경들이 모두 아니라고 발뺌을 하면 누가 파릉군숙부를 이 찬바닥으로 내몰았단 말인가?! 신료일동 ...! 김안로 전하, 파릉군대감께오선 스스로 발로 석고대죄를 청하신 것이라 생각되옵니다. 중종 희락당, 그 입 다물라! 희락당은 과인의 사돈이라는 미명아래 세자를 등에 업고 조정의 세를 얻고자 하지 않았는가?! 김안로(E)(안색이 굳는) 아,아니 전하께오서 ..어찌?! 중종 (윤임을 돌아보며) 판부사, 중전을 천거까지 하였던 판부사는 어찌 지금은 중전과 격조하는가?! 세자를 내세워 장차 무슨 짓을 도모하려는 것인가?! 윤임 (충격)...! 중종 (심정을 돌아보며) 화천군은 과인의 어명도 없이 금부군사를 움직여 파릉군과 종친들을 잡아들이었다. 그것이 과연 화천군 단독으로 행한 결정이었는가? 아니면 누군가의 명을 받은 것인가?! 심정 (당혹하여) 저,전하, 신은 명을 받은 일이 결코 없었사옵니다! 중종 (남곤을 보며) 좌의정, 경은 하늘에 닿을만큼 재물을 쌓아둔채 국고가 바닥이 나고 백성들이 굶어 죽는 것을 팔짱만 낀채 구경하면서 어찌 막중한 조정대사를 책임지는 정승이라 자처할수 있는가? 남곤(E) (하얗게 질리는) 전하께오서 우리들 속내를 떠보시려 하시는것인가? 중종 (홍경주를 휙-보며) 남양군! 경은 과인을 용상에 추대한 정국 일등공신으로써 어찌 이나라 조정이 이지경이 되도록 내버려두었단 말인가?! 남양군이 폐주연산을 몰아내고 과인을 보위에 올린 것이 고작 일신의 영달을 위해서였단 말인가?! 홍경주 (휘청거리며 땅바닥에 주저앉는)... 중종 (날카로운 눈빛으로 신료들의 면면을 훑어보며) 과인은 경들 모두가 합세하여 파릉군숙부를 이 자리로 내몰았다고 생각하오! 경들은 어찌 하겠는가?! 이 자리에서 파릉군숙부 대신 죄를 청하겠는가?! 아니면 지난날의 과오를 뉘우치고 파릉군숙부와 함께 과인의 충성스러운 신하로 남겠는가?! 신료일동 ...! 중종 남양군, 말해보라! 홍경주 ..신은 이 늙은 목숨이 꺼지는 그 순간까지 전하의 충성스러운 신하로 남을 것이옵니다.. 남곤 신들 역시 전하의 충성스러운 신하가 될 것이옵니다! 중종 경들은 좌의정의 말에 추호도 거짓이 없음을 맹세할수 있겠는가?! 신료일동 맹세하겠사옵니다! 중종 허면 경들 손으로 파릉군 숙부를 일으켜 세우라. 신료일동 (머뭇거리는데)... 중종 경들은 방금전 과인에게 한 맹세를 벌써 잊었는가?! 홍경주 (파릉군에게 다가서며) 파릉군대감, 일어나시지요.. 남곤 (다가서며) 대감,전하의 심기를 어지럽히지 마시고 석고대죄를 거두시지요. 파릉군 (중종을 보며) 전하, 신 파릉군 한 말씀 아뢰겠사옵니다! 중종 그래요, 숙부, 말씀해보세요. 파릉군 (중종을 글썽이며 보는)...전하..신을 이 자리에서 석고대죄시키게 만드신 분은 여기 있는 신료들이 아니옵니다. 그분은 바로 신의 눈앞에 서계신 주상전하이시옵니다! 신료일동 (경악하는)...! 중종 ..수,숙부..지,지금 뭐라 하시었소? 과인이 숙부를 이 자리로 내 몰다니요? 파릉군 (눈물을 줄줄 흘리는)..전하께오선 항상, 정국공신들의 추대로 보위에 오르신 까닭에 그들을 내치실수 없다고 말씀하시었사옵니다! 또한 정국공신들이 아니면 전하의 보위를 떠바칠 신하들이 없을 것이라 하시었사옵니다! 하오나 조정암은 어찌되었사옵니까?! 안당대감은 또 어찌 되었사옵니까?! 전하, 만고에 빛날 충신들을 전하께오서 찍어내시었사옵니다! 중종 수,숙부..! 파릉군 지금은 어떻사옵니까?! 신에게 조정쇄신을 위하여 살생부를 만들라 명하신 전하께오서 어찌 신에게 이런 소인배들과 손을 잡으라고 명하시는 것이옵니까?! 신의 등을 떠밀어 석고대죄를 드리게 하고, 뜻있는 선비들과 어진 백성들에게 등을 돌리신 분은 바로 전하이시옵니다! 어찌 그걸 모르시옵니까?!흐흐흑... 남곤 파릉군대감, 어찌 전하의 면전에서 불충한 말을 함부로 내뱉으시는것이오이까?! 중종 (굳은 표정으로)..좌의정..숙부의 말씀을 끊지 마시오..숙부..더 말씀해보세요. 파릉군 흐흐흑..전하..신은 이제 전하의 곁에서 아주 물러갈 것이옵니다.. 전하 부디 옥체 강녕하시옵소서! .. 파릉군, 피가 안통하는 다리를 간신히 추스르고 일어난다. 파릉군,중종에게 큰 절을 올린다. 파릉군, 삿자리를 말아들고 몸을 돌려 걸어가면 신료들이 비켜서며 길을 터준다. 신료일동, 합문쪽으로 걸어가는 파릉군의 뒷모습을 숙연하게 본다. 중종, 눈물을 글썽이며 파릉군의 뒷모습을 본다. 정광필, 합문 안으로 급하게 들어오다가 멈춰서서 중종과 신료들을 본다. 난정 (한곳에서 그 장면을 충격으로 지켜보는)...!! s#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앞에 앉은 심정을 놀란 눈으로 보고 말한다. 경빈 허면 파릉군이 전하를 질타한 연후에 스스로 석고대죄를 거두고 퇴궐하였단 말씀이십니까? 심정 (침통한) 예, 마마. 경빈 호호, 허면 파릉군이 찍혀져 나갔음인데 화천군대감께오선 어찌 안색이 흐리신겝니까? 심정 그야 그렇사옵니다만...전하께오서 신료들의 약점을 속속들이 아시고 계시었사옵니다. 경빈 약점이라니요? 심정 전하께오서 조정신료들이 모여 있는 강녕전 앞에서 이사람과 좌의정대감은 물론이옵고, 남양군과 판부사, 희락당대감의 약점까지 조목조목 짚어내시었사옵니다! 이는 곧 전하께오서 조정신료들의 약점을 속속들이 아시고 계신 증거가 아니겠사옵니까?! 마마, 신은 전하가 두렵사옵니다. 경빈 화천군대감, 너무 속단하지 마세요. 전하께오서 신료들의 속내를 떠보신 것이실겝니다! 심정 참으로 그러실까요? 경빈 예, 분명 그러실겝니다. 헌데 전하께오선 지금 어찌하고 계시옵니까? 심정 신료들을 물리치신 연후에 수천대감과 강녕전에 드시었사옵니다. 경빈 수천대감과요?(어딘가를 휙-돌아보는)..?! s# 편전 방 안 중종과 정광필, 술상앞에서 마주앉아있다. 중종 (술을 급히 마시고) 수천대감, 과인은 과인을 보위에 추대하였다고 군주의 상전노릇을 하려드는 정국공신들의 후안무치한 짓거리에 진절머리가 나오! 정광필 ... 중종 과인은 보위에 오른 이후로 마음 속으로 하루에도 열두번씩 정국 공신들의 목을 쳐내는 생각을 하였소이다! 정광필 저들도 이번일로 깨달은 바가 클 것이옵니다. 하오니 넓으신 아량으로 저들을 감싸안으시옵소서! 중종 (분노가 치솟는 듯 연상 쾅-) 감싸안다니요?! 허면 이번에도 과인이 물러서야 한단 말이오? 정광필 전하, 너무 강한 쇠는 부러지는 법이옵니다. 지금은 참으시어야 할 것이옵니다. 조정신료들의 행보를 좀 더 지켜보시오면서 결단을 내리시어도 늦지는 않을 것이옵니다. 중종 (괴로운) 수천대감...과인은 떠 나가는 파릉군 숙부의 뒷모습이 눈속에 박힌 듯 지워지지가 않는구려..지워지지가 않아요..흐흑.. 정광필 (안타깝게 보는)..전하.. s# 빈청 안 홍경주,남곤,이유청(*),김안로,윤임, 김제학과 판서급대신들이 앉아있다. 남곤 지금 가장 중차대한 일은 파릉군을 어찌 처결해야 할 지를 시급히 정하는 일이오이다! 윤임 파릉군대감이 설마 스스로 물러 나시겠다고 전하의 면전에서 내뱉은 말을 뒤짚기야 하겠소이까? 홍경주 설마가 사람잡는다는 말도 있소이다. 파릉군이 두 번다시 조정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쐐기를 박아야지요! 김안로 남양군대감 말씀이 백번 맞사옵니다. 파릉군이 전하께 아뢴 말은 군주를 기망한 불경한 대죄이옵니다! 마땅히 절도에 안치 시킨연후에 사사하여야 할 것이옵니다! 김제학 사,사사요? 김안로 (결연한) 예! 당연히 그리해야 할것이옵니다! 일동 (동의하듯 결연한 표정)... s# 어느 길 가마(*난정을 태운)가 오고 있다. s# 동 흔들리는 가마 안 난정, 골똘하게 생각에 잠긴 얼굴 위로 난정(E) 내 마음이 왜이리 편치가 못한 게지? (그 위로 떠오르는) s# 후레쉬 백(104회 s#13의) 파릉군, 중종과 조정신료들을 뒤로하고 합문쪽으로 걸어가던 뒷모습. s# 동 가마 안 난정(E) 그래..파릉군대감께오서 주상전하와 조정에 등을 돌리고 퇴궐하는 모습이 마음에 걸렸던게야! (문득 눈을 번쩍 뜨며) 아니돼! 약해져서는 아니돼!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함이야! (치마속에 찬 비단염낭속에서 반쪽짜리 옥패를 꺼내보며 다짐하듯) 파릉군대감도 내 신분을 되찾기 위해 발 딛고 올라설 디딤돌에 불과할 뿐이야! s# 옥매향 기방 안채 방 안 파릉군, 손바닥에 놓인 반쪽짜리 옥패를 내려다보는 얼굴위로 떠오르는 s# 후레쉬 백(103회 s#2의) 난정 ..만에 하나 대감께오서 애타게 찾아 헤매시었던 정인과 대감의 핏줄이 살아 있어 대감을 찾아온다면 어찌하시겠사옵니까? 파릉군 (휙-돌아보며) 뭐라?! 난정 대감께오서 화를 당하신 연후에 대감의 핏줄이 대감의 산소 앞에서 무정한 아버지를 원망하며 통곡한다면 대감께오선 무어라 답을 하시겠사옵니까? s# 동 옥매향 안채 방 안 파릉군, 반쪽짜리 옥패를 움켜쥐는 감회에 젖은 얼굴위로. 파릉군(E)그래..내 그동안 너무 오래동 안 잊고 살았음이야.. 너무도 오랫동안..(허공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며) 이제 떠나야 할때가 온 것 같구먼..! s# 장대인 사랑채 외경 s# 동 장대인 사랑채 방 안 곽서방, 장대인 앞에 놓여있는 찻잔에 차를 따른다. 장대인 곽서방, 자넨 능금이에 대해 어찌 생각하는가? 곽서방 (의아하게 보며)...예에? 장대인 능금이한테 거상이 될 만한 자질이 보이느냐 이 말일세. 곽서방 소인이 그걸 어찌 알겠사옵니까? 하오나 분명한 것은 어르신의 이십년전 모습을 보는 듯 하옵니다! 장대인 (가로 저으며) 아니야. 내 능금이 만할 땐 사내한테 한 눈조차 판적이 없었지! 헌데 지금 그 애 가슴 속에는 온통 길상이 생각으로 가득차 있지. 그런 마음가짐으론 고린 동전 한푼 벌수가 없을게야! 곽서방 ...?! 딱부리(E)어르신! 백도주를 데려왔습니다요. 장대인 곽서방, 나가서 백도주를 들라하게. 곽서방 예. s# 동 장대인 사랑채 마당 딱부리와 백치수, 사랑채 방 앞에 서 있는데 곽서방 (방문을 열고 나오며 백치수에게) 안으로 드시지요 백치수 (헛기침을 하며 대청으로 올라선다).. s# 동 장대인 사랑채 방 안 백치수 (방문을 열고 들어서며) 장대인, 이 사람을 무슨 일로 보자고 하시었는가? 장대인 우선 앉으시오. 숨이나 돌리고 말씀을 나누십시다. 백치수 (장대인의 얼굴을 살피다가 의자에 앉는다) 장대인 (백치수 앞에 놓인 찻잔에 차를 따라주며) 내 백도주한테 남소문 객주를 돌려준다면 백도주는 내게 무엇을 해주시겠소이까? 백치수 (놀라)뭐, 뭐라?! 지금 내게 남소문 객주를 돌려주겠다고 했는가? 장대인 분명 그리 말했소이다. 백치수 (감격에 겨운) 내 남소문객주만 돌려받을수 있다면 무슨 짓이든 다 함세! 무슨 짓이든! 장대인 (느긋하게) 무슨 짓이든 다 하시겠다? 백치수 암, 내 천지신명 앞에 약조하겠네. 내가 해줄일이 무언가?! 장대인 (미소로 보는)... 백치수 어서 말씀을 해보시게! 장대인 김안로에게 자금을 대 주시오. 백치수 (놀라 보며) 뭐, 뭐라? 희락당 대감한테 자금을? 장대인 (미소) 어찌하시겠소? 나와 거래를 하시겠소? 백치수(E)(장대인을 보는 얼굴위로) 분명 장대인한테 다른 꿍꿍이 속이 있음이야! 꿍꿍이가! 장대인(E)백도주, 내 말을 거절할 리 없을게요! 남소문 객주가 어떤 것인데.. 백치수 (결정을 내린듯) 좋네. 그리함세! 대신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하네. 장대인 암요. 일이 성사만 되면 내 반드시 약속을 지키리다. s# 백치수 사랑채 방 안 능금,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취기어린 얼굴위로. 능금(E) 하늘에 닿을만큼 재물을 벌어본들 무엇에 쓸까? 그깟 재물따위로 가슴 한구석도 채울수 없는데! 능금, 벌컥 술소반을 와장창-뒤엎어버린다. 능금, 쿨적대며 흐느낀다. s# 윤원형 집 행랑채 마당 길상, 퍽-퍽-장작을 패고 있다. 윤원로(*멍든), 걸어오다가 길상을 보고 급하게 다가온다. 윤원로 아니, 네놈은?! 길상 (도끼질을 멈추고 조아린다) 윤원로 네놈이 어찌 내집에서 장작을 쪼개고 있는 것이냐?! 임서방 (윤원로쪽으로 다가오며) 작은 나으리께오서 행랑채에 들이라 하시었습지요! 윤원로 뭬,뭬야? 허어, 어찌 집주인의 허락도 없이 어중이떠중이를 집안에 들여놓는겐가?! 이놈을 당장 내집에서 내쫓게! 임서방 나으리, 길상이는 작은 아씨의 오라비... 윤원로 (임서방의 뺨을 철썩 치며) 이놈! 네 어찌 닐니리야 첩년을 아씨라고 부르는게냐?! 임서방 (뺨을 움켜쥔채)...! 길상 (윤원로를 노려보며) 나으리! 이놈을 욕하고 멸시하는 것은 참을 수 있사옵니다. 하오나 난정이는 아니되옵니다! 윤원로 뭐라?! (칠 듯이 다가서며) 천한놈이, 뉘게다 눈깔을 박는게야?! 길상 (쏘아보는)...! 윤원로 (그 눈빛에 흠짓 물러서며) 허어, 말세일세! 말세야! 대체 원형이는 어딜간겐가? 임서방 글공부를 하러 가시었습니다요. 윤원로 글공부?! 허어, 집안 법도가 무너져내렸거늘 밤낮 공자왈 맹자왈 외워본들 무에 쓰겠누?!(작은 사랑채 쪽으로 가버린다) 임서방 워낙에 저런 양반이니 마음쓰지 말게. (길상의 어깨를 툭 쳐주고 간다) 길상 (다시 장작을 퍽-퍽-쪼갠다) 김씨 (한곳에 서서 길상의 모습을 지켜보는)... s# 갖바치 집 마당 방백인과 당골네, 맷돌에 콩을 갈고 있다. 갖바치, 한편에 서서 먼 하늘을 바라보고 섰다. 방백인, 갖바치를 걱정스럽게 보는데 당골네 (흘기며) 임자! 한눈 팔지 말고 콩 좀 잘 부어요! 온종일 팔 빠지게 콩갈아서 비지만 만들셈이요?! 방백인 귓청 떨어지겠네?! 알았어! 갖바치(E)(하늘을 보며)..하늘이 잔뜩 찌푸렸구먼! 잔뜩 찌푸렸어..! 윤원형 (대문안으로 들어서며) 갖바치 선생! 갖바치 나으리, 오시었사옵니까? 당골네 (발딱 일어나 다가오며) 아유, 승후관나으리 오십니까요? 방백인 나으리께오서 글공부를 하러 오신것을 뵈오니 가화만사성 하신 듯 싶사옵니다. 윤원형 허허, 역시 자네가 족집게는 족집게 일세,그려? (둘러보며) 헌데 당추선사는 방에 계신가? 갖바치 당추형님께오서는 암자로 돌아가 셨사옵니다. 윤원형 그래요? 내 당추선사가 난정이에게 긴히 전할 말이 무엇인지 참으로 궁금하였는데 무슨 남기신 말이라도 없었소이까? 갖바치 허허..글쎄요..소인은 듣지 못하 였사옵니다. 당골네 당추스님이 쇤네보고 후사를 볼 때가 되었다고 하시었습죠. 헌데 밭은 튼실한데 씨가 영 부실하니... 방백인 이 여편네가 증말?! 당골네 (찔끔)... 윤원형 하하, 헌데 어찌 임선비께서 글읽는 소리가 아니들리는게요? 당골네 장통교 기방에 가셨습지요? 윤원형 대낮부터 기방이라? 거긴 무슨 일로? s# 옥매향 기방 안채 방 안 파릉군과 임백령, 술상을 놓고 마주 앉아 있고 그 옆에 옥매향이 앉아있다. 파릉군 내 임선비와 술한잔 나누기 위하여 청하였소. (술을 따라주며) 자 받으시오. 임백령 (두손으로 받으며) 황공하옵니다. 파릉군 (술잔을 내밀며) 자, 내게도 한잔 따라주시구려. 나도 사위가 따라주는 술을 받고 싶구려. 임백령 (당황) 사,사위요? 파릉군 허허, 매향이가 나와는 부녀의 인연을 맺었고 임선비와는 정인의 인연을 맺었으니 우리 두사람이 장인과 사위라 한들 어색할게 무에 있겠소? 아니 그렇소이까? 임백령 시생도 그리생각하옵니다. 장인어른 사위 술 한잔 받으시지요. (따라주면) 파릉군 그럼세.(술을 받는다) 옥매향 (수줍은) 아이, 아바디도? 니년같은 턍기가 언감생심 어띠 림선비 나으리의 배필이 될 꿈이나 꿀수 있갔습네까? 고저 나으리께오서 닞디 않고 탸댜듀시면 감디덕디할 뿐이디요. 임백령 매향이, 그런 소리 마시구려. 내게는 매향이뿐이라오. 옥매향 (감격)..나으리..! 파릉군 자, 드세나 사위.(마시면) 임백령 예, 장인어른.(마신다) 파릉군 매향아, 내 사위와 긴히 나눌 말이 있으니 넌 잠시 나가있거라. 옥매향 예, 아바디..기럼 말씀들 나누시라요.(일어나서 방밖으로 나간다) s# 동 옥매향 안채 마당 옥매향, 마당으로 내려서서 방쪽을 돌아보며 킥-웃는다. 옥매향 댱인? 사위? (웃으며 아래채쪽으로 가서 방안으로 들어간다) 모린 (살금살금 안채방쪽으로 다가가 엿듣는).. s# 동 옥매향 안채 방 안 파릉군, 임백령의 잔에 술을 따라준다. 파릉군 이 술은 이별주요. 임백령 예에? 이별주라니요? 파릉군 내 도성을 떠나 병인년에 소식이 끊긴 정인과 핏줄을 찾아 떠날것이오. 임백령 대감, 하오면 조정쇄신을 위한 살생부는 어찌 되는 것이옵니까? 파릉군 (술을 마시는)... 임백령 대감, 어찌 조정쇄신이라는 이나라 선비들의 염원을 저버리고 혼자 떠나시려 하시옵니까? 파릉군 임선비가 이사람을 비겁하다 손가락질 해도 어찌할 수가 없소이다. 임백령 대감, 어찌? 어찌요?! 파릉군 전하께오서 조정의 쇄신을 원치않고 계시오! 신하된 자로써 어의를 꺽으려 든다면 이는 반역이 될 수 밖에 없음이오! 이것이 내가 도성을 떠나려는 이유요! 임백령 대감, 정녕 이나라의 장래는 어두운 것이옵니까? 파릉군 아니오. 내 세자저하를 알현하였더니 세자께오서 성군의 자질을 지니시었소이다. 임선비 같으신 젊은 선비분께오서 세자저하를 잘보필하여 주시오면 장차 이나라에는 성군의 정치가 펼쳐질 수 있을 것이오이다. 임백령 ...! s# 장대인 사랑채 외경 곽서방, 한편에 서있는 모습위로 난정(E) 장대인, 낚시바늘에 꿸 백치수는 만나보시었소이까? s# 동 장대인 사랑채 방 안 난정과 장대인, 마주 앉아있다. 장대인 부인께서 조금만 더 발걸음을 하시었어도 마주치실뻔 했소이다. 난정 장대인께선 백치수가 김안로에게 자금을 대주는 댓가로 무엇을 내주시기로 하였소이까? 장대인 장사꾼들의 거래에 오고 간 것은 남에게 알리지 않는 법이지요. 난정 (미소) 남소문객주라도 다시 내어주시겠다고 약조라도 하신게요? 장대인 (미소) 글쎄요.. 장대인(E)이 계집이 내 속을 꿰뚫어 보고 있구먼! 난정 너무 큰 것을 약조하시었구려. 이사람이 백치수가 움켜쥐고 있던 내 서방님의 각서까지 빼앗았으니 장대인이 어떤 거래를 하자고 하여도 다급한 백치수가 쉽게 덤벼 들었을텐데 말이오! 장대인 헌데 부인께선 지난번 치부책으로 크게 데인적이 있던 김안로가 백치수한테 다시 뇌물을 받을것이라 생각하시오? 난정 쥐도 새도 모르게 찔러준다면 자금줄에 목말라하고 있는 김안로는 받을 수밖에 없을게요! 장대인 ...음! 난정 단 자금은 김안로한테만 건네져야 하오! 결코 윤임이 손에 들어가서는 아니되오! 그래야만 일을 성사시킬 수 있소이다! 이사람 말을 명심하시오! 장대인 그리하리다! 난정 허면 이만 가보겠소이다. (일어서서 나가려다가) 헌데 백치수에게 남소문객주를 돌려주게 되면 능금인 어찌되는게요? 장대인 ... 난정 내 괜한 것을 물었나보구려. 허면 또 뵙겠소이다.(방밖으로 나간다) 장대인 ... s# 중궁전 마당 경빈,희빈,창빈 금이와 향이를 비롯한 처소의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합문 안으로 들어온다.경빈, 앞장서서 가는데 희빈,창빈이 중궁전계단 앞에서 멈춰선다. 경빈 (의아하여 뒤를 돌아보며) 희빈, 창빈, 왜들 멈춰서신게요? 희빈 경빈, 이사람은 차마 중궁전에 다시 들지 못하겠소이다. 창빈 ..이사람도 당장은 중전마마를 뵈올 낯이 없습니다. 경빈 허어, 나는 새도 떨어뜨리신다는 일품명부들께오서 어찌 이리도 간이 콩알만 하신게요? 괜찮으니 어서 드십시다. 희빈 경빈, 이사람은 예서 기다릴테니 간 큰 경빈께서 드시구려. 경빈 창빈께서도 아니드시겠소? 창빈 (시선을 피하는)... 경빈(E) (보며 비웃듯) 이런 못난것들 같으니라구! 경빈 허면 이사람 혼자 들겠소이다. 금아, 가자.(앞장서면) 금이 예.(붉은 비단보에 싸인 패물함을 들고 경빈뒤를 따른다) 희빈,창빈(걱정스럽게 지켜보는).. 경빈, 중궁전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위로 윤비(E) 경빈, 어찌 중궁전까지 발걸음을 하시었는가? s# 동 중궁전 방 안 윤비와 경빈, 마주 앉아있다. 경빈 앞에는 붉은 비단보에 싸인 패물함이 놓여있다. 경빈 신첩, 중전마마께 후궁들의 뜻을 모아 고마움의 인사를 드리러 왔사옵니다. 윤비 고마움의 인사라니?! 경빈, 그 무슨 말이신가? 경빈 중전마마께오서 전하께 조정신료들의 충성맹세를 받으시라 말씀을 올리신 일로 조정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살생부가 폐기되고 파릉군대감께오서 스스로 도성을 떠나게 되시었으니 중전마마께오선 우리 후궁들과 정국공신들 목숨을 구명하여 주신 은인이시옵지요! 윤비 경빈, 내 주상전하께 올린 주청은 주상전하께오서 장차 올바른 정사를 펼치시는데 거름이 되고자 하였을 뿐이지 후궁들과 조정신료들을 구명하기 위함이 아니었네! 경빈 허나 어찌되었든 중전마마께오서 파릉군대감을 찍어내신것이나 진배없게 되질 않았사옵니까? 윤비 ... 경빈 (붉은보 패물함을 윤비 앞에 바치며) 신첩들이 정성을 모아 마련한 것이오니 중전마마, 부디 뿌리치지 마시옵고 받아주시옵소서! 윤비 경빈, 내 어찌 뇌물을 바쳐 내 환심을 사려드는 것이냐. 네 저의가 대체 무엇이냐?! 경빈 (미소)중전마마, 이 패물은 뇌물이 아니라 하례물이옵니다. 장차 중전마마께오서도 조정에 뿌리를 내리시려면 이만한 재물쯤은 수중에 쥐고 계시어야 할 것이 아니옵니까?! 윤비 경빈, 이 물건을 가지고 당장 물러가거라! 경빈 마마, 이 패물은 이번에 파릉군 대감을 찍어내는데 일등공신인 난정이에게 내리시지요. 중전마마께는 신첩이 따로 마련한 하례물이 있사옵니다. 윤비 뭐라? 따로 마련한 하례물이라니?! 경빈 신첩, 중전마마께서 장차 생산하오실 대군아기씨의 밝은 장래를 위하여 중전마마의 눈엣가시같은 윤임이와 김안로를 찍어내드릴 것이옵니다! 윤비 (굳는)...! 경빈 (미소)...! s# 동 중궁전 마당 희빈과 창빈, 불안한 듯 중궁전만 살피고 섰는데 경빈, 중궁전에서 나온다. 희빈 (경빈쪽으로 다가서며) 어찌 되었소? 중전마마께오서 우리들이 마련한 패물을 받아들여주시었소이까? 경빈 (미소)암요, 후궁들이 정성을 모아 바친 패물을 중전마마께오서 흔쾌(欣快)하게 받아주시었소! 창빈 참말이오, 경빈? 경빈 이사람의 빈손을 보고도 믿지 못하시겠소이까? 희빈 호호, 참으로 잘되었소이다. 창빈 (안도감이 도는 얼굴로 중궁전쪽을 돌아보는)... s#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붉은 비단보로 싼 패물함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얼굴위로 들려오는 경빈(E) (미소)중전마마..장차 중전마마께오서도 조정에 뿌리를 내리시려면 이만한 재물쯤은 수중에 쥐고 계시어야 할 것이 아니옵니까?! 윤비 (패물함을 휙-밀쳐버리고 어딘가를 휙-돌아본다)...! s# 대궐 일각 박승지, 상소를 잔뜩 바쳐든 승지(*)두명을 거느리고 어디론가 급하게 걸어간다. s# 동 편전 방 안 중종, 연상위에 가득 쌓인 상소를 노기띈 눈으로 본다. 박승지, 난감한 표정으로 중종 앞에 앉아 있다. 중종 (박승지를 휙-보며) 박승지, 이 많은 상소가 다 무슨 상소인가?! 박승지 아뢰옵기 황공하오나..파릉군대감을 탄핵하는 삼사의 합계와 각지의 유생들이 올린 상소들이옵니다. 중종 뭣이라?! 파릉군숙부의 탄핵상소?! (상소를 집어 펼쳐들고 읽다가 인상이 일그러지며) 이런 죽일놈들! 중종, 분기탱천하여 읽던 상소를 던지고 연상위에 쌓인 상소들을 왈칵-밀쳐버린다. 중종 어찌 이럴수가 있는가?! 어찌?! 과인을 위하여 말없이 떠나려는 파릉군숙부의 등뒤에 과인손으로 비수를 꽂으라는 말인가?! (연상 쾅-) s# 윤원형 집 초당 외경(밤) 방문에 난정과 윤원형이 앉아있는 그림자가 비치는 위로. 윤원형(E) 부인, 꼭두각시 놀음을 보신적이 있소? s# 동 윤원형 초당 방 안(밤) 난정, 옷을 가지런히 개키다가 의아한 눈으로 윤원형을 돌아본다. 난정 꼭두각시 놀음이라니요? 서방님, 뜬금없이 그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윤원형 거 왜 있지 않소? 뒤에서 사람이 휘두르는대로 춤춰대는 탈바가지 인형말이오! 내 요즘들어 부인의 치마폭에 휩쓸리는 꼭두각시가 된듯한 생각이 드오! 난정 서방님! 어찌 그리 생각하시는 것이옵니까? 윤원형 명색이 사내대장부란 자가 영문도 모른채 부인이 시킨대로 서찰 심부름이나 다니는 꼬락서니라니? 이거야 원 부처님 손바닥 위에서 노는 원숭이 신세 아니겠소이까? 난정 (옷가지를 치우고 바짝 다가앉으며) 서방님, 앞으로는 무엇이든 서방님께 먼저 상의를 드린 연후에 일을 도모할 것이옵니다. 하오니 소첩에게 섭섭함이 있으시었다면 푸시옵소서. 윤원형 내 꼭 부인께 섭섭하였다는 것이 아니라.. 난정 이번에 파릉군대감께오서 조정에서 밀려나신 연후엔 김안로와 윤임이를 찍어낼 것이옵니다. 그때는 서방님께오서 크게 힘을 보태주시어야 할것이옵니다. 윤원형 (몸을 바짝 일으키며) 그래요? 어디 그 말씀 좀 들어보십시다. s# 옥매향 기방 안채 외경(밤) (E) (아랫채에서 흘러나오는 옥매향의 애절한 가야금 소리) s# 동 옥매향 기방 아래채 방 안(밤) 옥매향, 애절한 감정을 담아 가야금을 타고 있다. 다음 씬들로 가야금소리가 이어지면서 s# 동 옥매향 기방 안채 방 안(밤) 파릉군, <殺生簿>라고 적힌 서책을 내려다 보고 있다. s# 편전 방 안(밤) 중종, 상소문들을 펼쳐 읽으며 분노와 한숨이 교차한다. s# 갖바치 방 안(밤) 임백령, 서책을 읽다가 문득 고개를 들고 침통한 표정에 잠기다가 문득 어딘가를 돌아다 본다. s# 동 갖바치 마당(밤) 갖바치, 달을 올려다 보며 깊은 탄식을 내뱉는다. s# 당추 암자 불당 안(밤) 당추, 부처님 앞에서 간절하게 진언을 외우고 있다. s# 옥매향 기방 안채 방 안(밤) 파릉군, 살생부룰 한 장 한장 넘겨보면 <남곤..김안로..홍경주..윤임..심정..등등의 이름이 나오다가 敬嬪朴氏와 熙嬪洪氏>의 이름이 적혀져있다 파릉군, 다음번 빈장에 붓을 들어 이름을 적어넣는다. 파릉군, 붓을 내려놓고 보면..鄭蘭貞이라고 적혀있다. 파릉군 ...! s# 처량한 달(INSERT) s# 윤원형 집 일각(밤) 길상, 하늘의 달을 올려다 보는 눈가에 눈물이 글썽 맺힌다. 임서방 (다가오며) 길상이, 초당에 군불 좀 더 떼게! 길상 ...! s# 동 윤원형 초당 마당(밤) 길상, 장작을 안아들고 초당쪽으로 들어오는데 문에 비추는 난정과 윤원형이 서로를 어루는듯한 그림자위로 난정(E) (애교섞인) 아이, 서방님 부끄럽사옵니다. 윤원형(E)부인 가만히 있으시오! 부부지간에 낯가림할게 무에 있소? 난정(E) 서방님, 간지럽사옵니다..호호.. 길상 (실루엣을 보는)...! 길상, 굳은 표정으로 아궁이쪽으로 간다. s# 동 윤원형 초당 방 안(밤) 윤원형과 난정, 이불위에서 앉아있다. 윤원형 (난정의 배를 더듬으며) 어디 좀 보자니까요? 난정 망측스럽사옵니다. 윤원형 망측스럽긴요? 아비가 자식좀 만져보겠다는게 뭐가 어때서요? 난정 (부끄러운 듯).. 윤원형 (난정의 배에 귀를 바짝 대며) 이놈아, 네 어머니 고생시키지 말고 때가 되면 쑥 나와야한다. 알겠느냐? 흐흐.. 난정 서방님, 밖에서 듣겠사옵니다.. 윤원형 들을테면 들으라지요! 아비가 자식놈 훈육하는걸 누가 흉본단 말이오? s# 동 초당 아궁이 앞(밤) 길상, 아궁이속으로 장작을 밀어넣는 모습위로 들려오는 난정,윤원형(E)(희롱섞인 웃음소리) 호호호-하하하- 길상의 눈에서 눈물이 길게 길게 흐르는 데서 F.O s# 편전 외경(낮/F.I) 파릉군, 손에 비단보로 싼 서책을 들고 비장한 표정으로 합문을 들어선다. 파릉군, 계단앞에 멈춰서서 강녕전 현판을 근엄하게 보다가 계단을 올라간다. s# 동 편전 방 안 중종, 밤을 지새운 듯 피곤한 표정으로 연상 위에 몇 개 남지 않은 상소문을 읽고 있다. 대전내관(E) 전하, 파릉군대감 드시었사옵니다. 중종 (움찔) 뭣이라? 파릉군숙부께 오서?..(반가운)..어서 뫼시어라! 파릉군, 방문이 열리면 비단보로 싼 서책을 들고 방안에 들어와 중종에게 곡배를 올린다. 중종 숙부, 어서오세요. 이리 이른 시각에 어찌 입궐을 하시었소? 파릉군 전하, 신 전하께 하직인사를 여쭈러 들었사옵니다. 중종 하직이라니요? 당치도 않소! 파릉군 신의 이미 떠나기로 마음을 굳혔사옵니다. 중종 아니되오! 과인은 숙부를 떠나보내지 않을것이오! 파릉군 전하, 신을 보내주시옵소서! 신이 도성을 떠나야 이나라 왕실과 조정이 평안해 질 것이옵니다. 중종 (눈물을 글썽이며)..숙부.. 파릉군 전하, 신 도성을 떠나기 전에 전하께 바칠 것이 있사옵니다! 중종 ... 파릉군 (중종 앞으로 다가가 비단보로 싼 서책을 연상위에 바친다) 중종 ..이것이 무엇이오? 파릉군 펼쳐보시옵소서. 중종, 비단보의 매듭을 풀고 그속에서 서책을 꺼낸다. <殺生簿>라고 적힌 서책. 중종 (놀라 파릉군을 보며) 아,아니 이것은..살생부가 아니오? 파릉군 전하, 이 살생부는 신이 전하께 바치는 일편단심의 충정이옵니다! 부디 깊이깊이 헤아려주시옵소서! 중종 숙부..! 파릉군 하오면 신은 이만 물러가옵니다! (조아리고 일어서서 방밖으로 나간다) 중종, 떨리는 손으로 <殺生簿> 겉장을 넘기려다가 차마 용기가 나지 않는지 겉장을 탁-친다. 중종 ...! s# 동 편전 외경 파릉군, 편전에서 나와 가다가 강녕전 현판을 돌아보는 얼굴위로. 파릉군(E)(눈물을 글썽이며) 전하, 부디 자애롭고 의로운 군주가 되시옵소서. 파릉군, 몸을 돌려 합문쪽으로 걸어간다. s#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놀란 눈으로 김상궁을 보며 말한다. 경빈 뭬야?! 파릉군이 전하께 살생부를 바치었단 말이냐?! 김상궁 예, 분명 살생부라 들었사옵니다! 경빈 (분노로 떨며) 파릉군 이놈이 기필코 사단을 만들 작심을 한게구먼! (어딘가를 휙-돌아보는) s# 자순대비 방 안 자순대비, 조상궁에게 황급하게 묻는다. 자순대비 허면 살생부에 누구누구의 이름이 적혀있다고 하더냐? 조상궁 전하께오선 아직 펼쳐보시지 않으신 듯 하다고 들었사옵니다! 자순대비 허어, 이 일을 어쩌누?! 어찌하누?! s# 중궁전 방 안 윤비 앞에 엄상궁과 오상궁이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윤비(E) (생각하는 얼굴위로) 그래, 전하께오선 차마 살생부를 펼쳐보실 용기가 없으신게야! 용기가..! s# 빈청 방 안 남곤, 심정, 김안로, 윤임, 홍경주, 김제학, 이유청(*), 판서급대신들이 분기탱천하여 앉아있다. 남곤 (연상 쾅-) 살생부라니?! 파릉군, 그 작자가 다 된 죽에 코를 빠뜨린게요! 홍경주 화천군 당장, 금부군사를 풀어 파릉군을 잡아들이시구려! 심정 전하의 어명없이 금부군사를 동원할 수는 없사옵니다. 홍경주 허어, 보나마나 살생부에 우리들 이름이 굴비두름처럼 줄줄이 적혀있을 것이 자명하거늘..어찌하면 좋겠소이까? 윤임 전하께오서 아직 살생부를 펼쳐보시지 않으시었다니 우리가 편전에 들어이대로 살생부를 덮어버리시라 전하께 주청을 드리는게 어떻겠소이까? 김제학 그게 좋을 듯 싶사옵니다. 김안로 그러실 거 없사옵니다! 어차피 살생부가 만들어진다면 우리들 이름이 오를 것은 각오한 일이 아니옵니까?! 이사람은 오히려 파릉군이 조정쇄신을 위하여 우리들중 누구를 찍어내려고 했는지 아는게 좋을 듯 싶사옵니다! 일동 ...! s# 편전 방 안 중종, 연상위에 놓인 <殺生簿>에서 눈을 떼지 못한채 본다. 중종, 결심했다는 듯 떨리는 손으로 살생부의 겉장을 넘긴다. 그러나 첫장은 빈 백지일 뿐이다. 중종, 책장을 넘겨보면 두 번째 장도 세 번째 장도 모두 백지다. 중종, 의아한 표정으로 유심하게 백지를 살피는데 백지위로 얼룩진 자국이 보인다. 중종, 얼룩을 손으로 더듬어보다가 뇌리에 문득 떠오르는 s# 옥매향 기방 안채 방 안(밤/INTER CUT) 파릉군, 살생부에 펼쳐놓고 간절한 표정으로 말한다. 파릉군 전하, 이 살생부는 신이 전하께 바치는 일편단심의 충정이옵니다! 부디 깊이 깊이 헤아려주시옵소서! 흐흑.. 파릉군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이 살생부 백지 위에 뚝뚝 떨어진다. s# 동 편전 방 안 중종, 살생부에 얼룩진 눈물자국을 깨닫고 울컥 눈물이 솟구친다. 중종의 눈에서 흐른 눈물이 파릉군의 눈물자 국위로 뚝뚝 떨어진다. 중종, 파릉군의 충정에 오열을 터뜨린다. s# 어느 길 파릉군, 천서방이 견마잡은 나귀를 타고 가고 있다. 파릉군의 눈에서도 눈물이 떨어진다. 파릉군을 태운 나귀가 저만치 가는데 난정, 한곳에서 파릉군의 멀어지는 뒷모습을 지켜보고 섰다. 난정의 눈에서도 눈물이 글썽거린다. 난정, 눈물을 감추려는 듯 하늘을 올려다 보는 얼굴에서 스톱모션.
.여인천하↲
.영화 & 드라마 대본 ↲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