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천하 120
S#1 의금부 옥사 마당 [금부도사와 병장기로 무장한 금부군사들이 지켜 서있다. 난정, 의녀복색으로 금부도사 쪽으로 다가온다.] 금부도사 ; 멈추어라! 예가 어디라고 함부로 출입하는 게냐? 난정 ; 이년, 내의원으 명으로 추국때 형장을 당한 시녀들을 살피러 왔사옵니다. 금부도사 ; (난정을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들어가 보거라. 난정 ; 고맙사옵니다. (옥사 안으로 들어간다) S#2 동 급부 옥사 안 [난정, 옥사 안으로 들어와 옥살 안을 살피는데 한쪽 칸에 금이, 신음소리를 흘리며 누워있다.] 난정 ; (옥살에 바짝 붙어서며) 금아! 금아! 금이 ; (힘들게 눈을 뜨고 보는) ..누구냐?.. (난정을 알아보고 놀라) ..아, 아니 너는?! 난정 ; 금아, 나를 알아보겠느냐? 금이 ; ..난정이.. 네가 어찌?!... 난정 ; (안스러운 척 보며) 쯧쯧.. 네 참으로 참혹한 형장을 당했구나.. 금이 ; ..난정아, 동궁 침소와 후원에 작서를 매단 것이 네가 한 짓거리냐? 난정 ; 아둔패기 같으니라고! 하늘아래 그런 짓거기를 할 사람은 네 웃전이신 경빈마마 밖에 없다는 걸 세상이 다 알고 있거늘. 네 어찌 혼자만 그걸 모르는 게냐? 금이 ; 아니다, 우리 마마께오서 하신 일이 아니야! 난정 ; 금아, 네 정녕 경빈의 죄를 뒤집어 쓰고 죽을 작정이냐? 금이 ; 죽긴 내가 왜 죽어?! 경빈마마께오서 나를 구명해 주실 게다! 난정 ; 금아, 네 처소에서 나온 대침 박은 제웅이 복성군 안으서가 건네준 것이라 토설하였다지? 금이 ; (충격) 뭐어? 네 그걸 어찌...? 난정 ; 벌써 대궐 내에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금디(E) ; (문득) 허면 정상궁 그년이?! 난정 ; 그 일로 경빈마마가 너를 가만두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다 들었다. 금이 ; (당혹스러운) ..그, 그게 참말이냐? 난정 ; 금아, 경빈이 죄를 당하면 너 역시 경빈과 함께 처형될 것이 자명하고, 만에 하나 경빈이 죄를 피하게 될지라도 제웅을 토설한 일 때문에 경빈의 손에 죽을 목숨이니 네 어차피 이래저래 죽음을 면치 못할 게다! 금이 ; (절망감에) ...죽어.. 내가..? 난정 ; 네가 살 방도는 하나 뿐이다. 금이 ; (보며) 그, 그게 뭐냐? 난정 ; 경빈마마의 명으로 네가 동궁 후원에 작서를 매달았다고 자복하거라! 그리하면 목숨만은 건질 수 있을 게다. 금이 ; 아니 돼! 내 혼자 살자고 거짓 토설을 할 수는 없다. 난정 ; 금아, 목숨은 하나 뿐이다... 네가 아무리 경빈마마를 지키려고 충신 흉내를 내보았자 개죽음을 당할 뿐이다. 내 말을 잘 생각해 보거라. (돌아서서 옥사문 쪽으로 간다.) 금이 ; (독살에 마짝 붙어 난정의 뒷모습에다) 난정아! 난정아! 난정 ; (옥사 밖으로 나가버린다) 금이 ; ...! S#3 중궁전 외경 윤비(E) ; 난정아, 경빈을 만나본 일은 어찌 되었느냐? S#4 동 중궁전 방 안 [난정과 윤비, 바짝 마주앉아 있다.] 난정 ; 경빈이 마지막 발악을 하듯 아직은 기세를 꺾지 않고 있사옵니다. 윤비 ; 그럴게다. 촛불이 사그러들기 전에 밝은 빌을 발하는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니겠느냐? 난정 ; 소첩이 만일을 위해 금부옥사에 갇혀있는 장상궁의 마음을 흔들어 놨사옵니다만.. 소첩,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사옵니다. 윤비 ; 마음에 걸리는 일이라니? 난정 ; ...저.. (방문 쪽을 힐끗 돌아본다) S#5 빈청 방 안 [심정 앞에 장순손, 김극핍, 이항, 이유청(*), 판서급 대신들과 말석에 박희량이 앉아있다.] 장순손 ; (경악하여 심정을 보며) 뇌물 명단이라니요?! 하오면 이제껏 우리한테 대어준 재물을 시시콜콜 적어놓은 치부책이 있다는 말이옵니까?! 심정 ; (침통한) ..확실한 것은 알 수 없으나 만에 하나 그런 장부가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지요. 김극핍 ; 화천군대감! 어찌 이럴 수가 있소이까?! 흔적이 남지 않는 재물이라는 대감말슴만 철석같이 믿었건만 경빈이 이제껏 우리한테 사약을 퍼먹인 꼴이 아니오니까?! 심정 ; ..이사람도 미처 거기까지는 생각지 못했소이다... 음! 이항 ; 전하께오서 그 명단을 보신다면 경빈보다 우리들 목이 먼저 떨어져 나갈 것이 자명한데 이 일을 어찌 수습하시렵니까:? 김극핍 ; 어찌 수습하긴요?! 화천군대감게오서 모든 책임을 지시어야지요! 장순손 ; 암오, 우리야 화천군대감을 믿은 잘못 밖에 없지요! 일동 ; (웅성거리며 심정을 비난하듯 보는데) ... 박희량 ; 대감들, 모든 죄를 화천군대감께 떠넘기고 발뺌만 하신다고 살아남지는 못하시옵니다! 일동 ; (박희량을 돌아보는) ...?! 장순손 ; 허면 어찌하잔 말인가?! 경빈마마께 다시 충성맹세를 하고 이번 작서의 변괴를 없었던 일러 덮어두자는 말인가?! 박희량 ; 조정에서 경빈마마와 타협을 하려들어도 경빈은 한번 등을 돌린 조정신료들을 용서하지는 않을 겝니다! 김극핍 ; 허면 자객을 보내 경빈의 입을 틀어막기라고 하자는 겐가?! 박희량 ; 우선은 경빈의 수중에 뇌물명단이 있는지 여부부터 알아내는 것이 시급하옵니다. 이항 ; 박제학 말에 일리가 있는 듯 싶소이다. 경빈한테 뇌물명단이 없다면 괜히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랄 까닭이 없지요! [복성군, 분노한 표정으로 빈청문을 벌컥 열고 들어선다. 일동, 복성군 등장으로 경악과 당혹감으로 보는데] 심정 ; ...복, 복성군 마마.. 복성군 ; (신료들을 노려보며) 경들은 쥐새끼들처럼 모여안장 도 누구를 음해하려는 짓거기를 꾸미는 게요? 일동 ; (움찔 움츠려 드는데)...! 심정 ; (울컥하여) 일국의 재상들한테 쥐새끼라니요? 말씀이 지나치시.. 복성궁 ; 그 입 다물라! 내게 충성을 맹세하던 그대들의 목소리가 아직도 내 귓전에 생생하거늘 어찌 하룻밤 사이에 안면을 바꿔 나와 어마마마를 죽이려 드는 게냐?! 이러고도 경들이 일국의 재상임을 자처할 수 있는가?! 일동 ; (말문이 막히는) ...! 복성군 ; (일동을 둘러보며) 경들이 나와 어마마마를 도려내기 위해 별짓거리를 다할지라도 내 손에 경들의 비리를 움켜쥐고 있는 한 그리 쉽게 되지는 않을 것이요! 일동 ; (경악하는)...?! 장순손 ; (침을 꿀꺽 삼키며) 하, 하오면 마마께오서 뇌물명단을 가지고 계신 것이옵니가? 복성군 ; 흥, 그것이 궁금하면 나와 어마마마를 죄주라는 주청을 계속 드려보시구려! (살기 띤) 나와 내어머니가 다치기 전에 조정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릴테니까! (몸을 휙- 돌려 빈청 밖으로 나간다) 일동 ; (멍한데)... 김극핍 ; 경빈의 수중에 뇌물명단이 있는게 분명해졌으니 이 일을 어찌하면 좋단 말씀이오이까? 심정 ; (탄식을 내뱉는) ..음! S#6 중궁전 방 안 윤비 ; 난정아, 경빈이 뇌물을 받은 자의 명단을 움켜쥐고 있다면 장차 조정신료들이 경빈을 두호하고 나설 것이란 말이냐? 난정 ; 조정신료들은 제 살길을 찾기 위해서라면 명분과 체통은 헌짚신 짝처럼 내버릴 자들이오니 믿을 수는 없지요! 윤비 ; 그래 그자들을 믿고 일을 도모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난정 ; 거대한 방죽도 개미구멍으로부터 무너지는 법이오니 조정신료들이 동요한다면 대세의 흐름이 바뀔 수도 있사옵니다. 윤비 ; (굳는) 대세의 흐름이 바뀔 수도 있다면 이번에 경빈이 구명도샐할 수도 있단 말이더냐?? 난정 ; 아직은 낙심하시지 마시옵소서. 경빈이 유폐를 당하면서도 뇌물명단을 전하께 전해 올리지 못하는 것을 보면 그 명단이 궐내에 있지는 않을 것이옵니다. 윤비 ; 궐내에는 없다? 난정 ; 십중팔구는 장대인의 수중에 있을 것이옵니다. 윤비 ; ... 난정 ; 마마, 소첩이 방도를 강구할 것이옵니다. 하오니 당분간 누구도 경빈처소에 드나들지 못하도록 막아쥐옵소서! 윤비 ; 오냐, 내 그리하마.. 헌제 난정아, 이번에도 네 혼자 힘만으로 일을 성사시킬 수 있겠느냐? 난정 ; (결연한) 소첩을 믿으시옵소서! 윤비 ; 그래, 내 널 믿으마! S#7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자신감에 찬 눈빛으로 어딘가를 보며 말한다.] 경빈 ; 중전, 네 아무리 난정이를 앞세워 나를 꺾어보려 하여도 천지의 조화를 꿰뚫어 보고 있는 나를 꺾지는 못할 것이다! S#8 갖바치 마당 [갖바치, 하늘을 보며 긴 탄식을 내뱉는 얼굴 위로.] 갖바치(E) ; 사람들 가슴 속에 가득찬 야심이 세상을 불애퉈버리고 있으니 이 일을 어찌할꼬? 어찌...?! S#9 성문 앞 길 [윤임, 말을 탄 채 허항, 채무택과 함께 행렬을 이끌고 도성 안으로 들어서는 모습 위로] 중종(E) ; 뭣이라, 판부사가 도성에 돌아왔단 말이오? S#10 편전 방 안 [중종 앞에 앉아있는 강찬을 보고있다.] 강찬 ; 예, 판부사가 전하를 알현하기 위하여 입궐하였다고 하옵니다. 중종 ; 그래요?! 허면 과인이 이리 앉아서 판부사를 맞이할 수는 없음이오! (방 밖을 보며) 대전내관 계 있는냐? 대전내관(E) ; (방밖에서) 예. 대전내관 ; (방문을 열고 들어서며) 찾아계시옵니가? 중종 ; 과인이 판부사를 맞이할 것이니 채비를 하라. 대전내관 ; 예, 전하. S#11 동 편전 마당 [윤임, 무관복장으로 합문을 들어와 계단 쪽으로 걸어와 멍춰 서서 <강녕전> 현판을 감회에 젖어 보는데 중종, 김상궁과 대전내관을 거느리고 편전 밖으로 나온다.] 중종 ; (윤임을 보고 반가운) 처남! 윤임 ; (땅바닥에 큰 절을 올리는) 전하! 옥체 강녕하시었사옵니까?! 신 윤임 주상전하의 부르심을 받고 입궐하였나이다! 중종 ; (게단을 내려와 윤임 앞에 앉으며) 처남, 잘 오시었소. 그동안 변방에서 얼마나 고초가 많으시었소? 윤임 ; (감격이 솟구쳐 눈물이 흐르는) ..신, 변방당에서 오매불망 그리던 전하의 용안을 다시 뵈오니 감동이 벅차 올라 눈물이 멈추지가 않사옵니다. 흐흑.. 중종 ; 그래요.. 처남 눈물을 거두고 편전으로 드십시다. [중종, 윤임을 손을 이끌어 일으켜 세우고 편전으로 들어간다.] S#12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앞에 선 봉상궁을 보며 말한다.] (* 자순대비, 효혜공주와 다과상을 마주 놓고 앉아있다.) 자순대비 ; 뭐라? 판부사가 돌아오시었어? 봉상궁 ; 예, 마마. 지금 편전에 드시어 전하를 알현하신다고 하옵니다. 자순대비 ; 오, 그래. 참으로 잘된 일이로구나! (효혜공주를 보며) 옥하야, 판부사께서 돌아오시었다면 조만간 주상께서 네 시아버지도 불러 들이실테니 앞으론 네 얼굴에 수심이 가시게 될게다. 효혜공주(E) ; (굳은) 시아버지께오서 돌아오신다 할지라도 소녀, 세자저하께 불경한 짓거리를 하였사오니 이 대죄를 어찌 씻어야 할올지 모르겠사옵니다. 자순대비 ; 옥하야, 네 어찌 이리 얼굴이 어두운게냐? 효혜공주 ; 아, 아니옵니다.. 자순대비 ; (효혜공주의 손을 쥐며) 옥하야, 모든 게 다 잘 될 테니 걱정말거라. 효혜공주 ; ...예, 할마마마.. (눈물이 떨어진다) S#13 편전 방 안 [중종, 윤임의 술잔에 술을 따라준다.] 중종 ; 처남과 이리 마주 앉아있으니 오래된 벗을 다시 만난 듯 참으로 반갑구려! 윤임 ; (중종의 얼굴을 보며 눈물이 글썽거리는) ... 중종 ; 처남, 어찌 과인의 얼굴을 빤히 보시는게요? 윤임 ; 전하, 용안이 어찌 이리 수척해 지신 것이옵니까? 중종 ; (한숨) ..근자에 왕실과 조정에 과인의 심기를 불편케 하는 일 때문에 침식을 거르는 일이 낮으니 그런 듯 싶소.. 윤임 ; (술잔을 내려놓고 무릎을 꿇으며 결현하게) 전하, 신 윤임이 전하의 곁에 있는 한 감히 어느 누구도 전하의 권위를 넘보지 못할 것이옵니다! 또한 신, 세자저하를 모해하려는 무리들을 척결할 것이옵니다! 중종 ; 그래요, 처남의 말씀을 들으니 과인의 마음이 든든하구려. (술잔을 들며) 자, 드십시다. 윤임 ; 단숨에 술잔을 비우는)...! S#14 빈청 방 안 [심정과 장순손, 김극핍, 이항, 박희량, 이유청(*) 판서급 대신들이 앉아있다] 장순손 ; 이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판부사까지 조정으로 돌아왔으니 어찌할지 참으로 난감하게 되었소이다 그려. 김극핍 ; 난감하긴요? 경빈과는 견원지간인 판부사가 돌아왔으니 오히려 잘된 일이지요! 이항 ; 도총관께 좋은 묘책이라도 있으시옵니가? 김극핍 ; 우선 경빈과 복성군을 죄주라는 주청을 거두어드려 경빈마마와 화래를 꾀한 연후에 경빈이 안심한 틈을 노려 판부사를 선봉에 내세워 경빈을 쳐버린다면 손 안대고 코 푸는 격이 아니오이까? 장순손 ; 오, 도총관 말슴이 묘안인 듯 싶소이다. 이항 ; (일동, 끄덕이는) ... 심정 ; (탁자 쾅-) 이런 한심한 사람들 같으니라구! 일동 ; (심정을 돌아보는) ...?! 심정 ; 왕실과 조정에 혼자 맞서서 이만큼 버티고 있는 경빈을 그 따위 얕은 책략으로 찍어냘 수 있을 듯 싶소이까?! 경빈은 대감들 정수리 꼭대기에 앉아서 조정과 왕실의 움직임을 손바닥 들여다 보듯 훤하게 꿰뚫고 있소이다! 김극핍 ; 허면 화천군대감께 다른 방도라도 있소이까? 심정 ; 지금은 경거망동 앉고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는게 상책일 것이오! 이항 ; 경빈이 쥐고 있는 뇌물명단은 어찌하구요? 심정 ; 당분간 경빈도 섣불리 뇌물명단을 휘두르지는 못할 것이오이다! 그보다는 조정으로 돌아온 판부사의 행보가 더 걱정이오이다! S#15 대비전 복도 [윤임, 당당한 걸음으로 봉상궁이 서 있는 방문 쪽으로 다가와 선다.] 봉상궁 ; (조아리며) 판부사대감, 내직으로 드신 것을 경하드리옵니다. 윤임 ; 고맙네.. 고하여 주시게! 봉상궁 ; (방문 쪽에다) 대비마마, 판부사대감 드시었사옵니다. 자순대비(E) ; (방안에서) 오, 어서 드시라 해라! 봉상궁 ; 예, (윤임에게) 드시지요. 윤임 ; (방문 쪽으로 내딛는)... S#16 동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와 효혜공주가 앉아있는데 윤임, 방안으로 들어온다. 윤임, 방안으로 들어와 큰절을 올린다.] 윤임 ; 신, 윤임 대비마마께 참으로 오랜만에 문후 여쭈옵니다. 마마, 그간 존체 평안하였사옵니까? 자순대비 ; 어서오세요, 판부사! 수년 동안 변방에서 찬바람을 맞으시느라 얼마나 고초가 많으시었소? 윤임 ; 무관된 자가 변방을 지키는 일은 당연한 소임인 것을요! 자순대비 ; 옥하야, 외숙부께 인사드리거라. 효혜공주 ; 외숙부님, 내직으로 드신 것을 경하드리옵니다. 윤임 ; 고맙사옵니다. 신, 공주마마의 자태를 뵈오느 돌오가신 장경왕후께오서 환생하신 듯 싶사옵니다. 자순대비 ; 그래요, 이 늙은이가 보기에도 옥하가 살아생전의 장경왕후를 꼭 빼어 닮았습니다. 효혜공주 ; ... 윤임 ; (진지하게 보며) 하온데 마마, 지금 조정이 어찌 돌아가는 것이옵니까? S#17 대궐 일각 [심정, 급하게 걸어가는데 박희량, 그 뒤를 급하게 쫓아온다.] 박희량 ; 대감, 조정일이 화급한데 어찌 퇴청을 하시는 것이옵니까? 심정 ; (멈춰서 돌아보며) 빈청 안은 온통 제 살 구멍만 찾으려는 자들 뿐이네. 언제 등을 돌릴지 모르는 자들과 내 무슨 일을 도모하겠는가? 박희량 ; 하오면? 심정 ; 박제학, 술시쯤 남들 눈에 띄지 않게 내 집으로 찾아오게. 그때 장차의 일을 논의하세나. 박희량 ; 그리하겠사옵니다. (조아리는) 심정 ; (가던 길을 가노) 박희량 ; (돌아서는데) 이언적 ; (박희량 앞을 가로막으며) 박제학! 박희량 ; (흠짓) ..아니, 회재 아니시옵니까? 이언적 ; 박제학, 그대같은 젊은 인재가 어찌 소인배들의 농간에 합세하여 조정물을 더욱 혼탁하게 만드는 것이오?! 박희량 ; 예에?... 그 무슨...? 이언적 ; 선비로써의 기개와 학문을 내버리고 부귀공명의 꼭두각시가 될 바엔 차라리 수채구멍에 코를 박고 시궁쥐가 되시구려! (휙- 돌아서 가버린다) 박희량 ; (이언적의 뒷모습에다 벌컥) 회재, 말씀이 지나치시옵니다! 이사람도 충심으로 전하와 이나라를 위해 신명을 다바치고 있사옵니다! 헌데 어찌 소신이 다르다고 소인배 취급을 하시는 겝니까?! 이언적 ; (멈춰서 휙- 돌아보며) 그대가 군자인지 소인배인지는 스스로 잘 생각해 보시오! (다시 돌아서 간다) 박희량 ; (모멸감)...?! S#18 대비전 방 안 [윤임, 심각한 표정으로 자순대비를 보며 말한다.] 윤임 ; 하오면 경빈을 추종하던 조정신료들이 작서의 변괴가 벌어진 이후에 경빈에게 등을 돌리었단 말씀이옵니까? 자순대비 ; 그렇소. 경빈이 세자를 방자하려 들다가 제 스스로 무덤을 판격이지요. 효혜공주 ; (찔리는)...! 윤임 ; 하온데 어찌 전하께오선 경빈을 죄주라는 왕실과 조정의 주청을 불윤하시는 것이옵니까? 자순대비 ; 주상께서도 지어미와 자식을 내치시기가 괴로우실 테지요.. 윤임 ; 하오나 경빈은 결코 용서받지 못할 대역부도할 역심을 품었사옵니다! 왕실과 조정의 평안을 위해서는 경빈같은 화근은 잘라내버려야 할 것이옵니다! 자순대비 ; 이 늙은이도 그리 생각합니다. 판부사대감께서 힘이 되어주세요. 윤임 ; 예, 신, 목숨을 내던질 각오로 경빈을 도모하는 선봉에 설 것이옵니다! 자순대비 ; 그래요, 중전과 판부사가 합심해 주신다면 경빈 하나쯤 밀어내지 못하겠소이까?! 윤임 ; 중전마마라니요? 신은 중전마마와는 한편에 서지 않을 것이옵니다. 자순대비 ; 이번에 판부사대감께서 조정으로 돌아오시는 데는 윤승후관의 힘이 컸습니다. 윤임 ; 예에? 원형이가요? 자순대비 ; 그래요. 중전께서 판부사를 내직으로 부르신 것이나 진배 없소이다. 허니 세자를 위해서라도 중전과의 묵은 원한일랑은 다 잊어버리세요. 누가 뭐라해도 대감과 중전은 같은 파평윤문이 아닙니까? 윤임(E) ; (뭔가 야릇한) ...중전이 나를 불러들였다?! 중전이...?! S#19 중궁전 방 안 [윤비, 세자와 세자빈을 앞에 놓고 근엄하게 보고 있다.] 윤비 ; 세자, 대비전에 들어 경빈과 복성군을 구명해 달라고 대비마마께 청을 드린 일이 있소?! 세자 ; 예. 어마마마. 윤비 ; 또한 근자에는 조정대신들을 세자궁으로 부르시어 경빈과 복성군을 단죄하라는 조정의 공론을 막아달라고 하신 일이 있다던데 참이요?! 세자 ; 예, 그런 일이 있었사옵니다. 윤비 ; 세자, 경빈과 복성군은 요괴스러운 비술로 세자를 해치려고 한 자들이오! 세자께서 두사람을 감싸주신다고 저들이 세자의 은혜에 감복하여 저지를 죄를 뉘우칠 듯 싶소이까?! 세자 ; 하오나 경빈마마와 복성군 형님은 ... 윤비 ; (버럭) 이 어미 말을 끝까지 들으세요! 세자, 세자빈 ; (움찔)...?! 윤비 ; 왕실과 조정에서 경빈과 복성군을 내치려고 하는 까닭은 지난번 세자를 방자한 일 때문이지만 그와 더불어 경빈이 궐에 들어와 지난 스무해가 넘도록 저지른 패악무도한 전횡을 단죄하려는 뜻임을 어찌 모르신단 말이오?! 세자 ; 패악무도한 전횡이라니요? 윤비 ; 경빈은 주상전하의 성총을 내세워 조정신료들을 수중에 장악한 연후에 그동안 매관매직은 물론이고 청탁과 뇌물로 조정을 탁란하고 정사를 농단하면서 온갖 악행을 자행하여 백성들의 원성이 자자할 뿐 아니라 조정의 권세를 믿고 이 어미는 물론이고 대비마마까지도 핍박하는 무도한 짓거리를 무시로 저질러 왕실의 법도와 기강을 문란케 한 장본인이오! 세자 ; ...?! 윤비 ; 세자는 어찌 사사로운 정리에 이끌려 왕실과 조정의 대의를 살피지 못하는 것이오?! 대의를 쫓지 못하는 자가 어찌 이 나라의 대통을 이으실 성군의 자질를 지녔다고 할 수가 있겠소?! 세자 ; ...! 윤비 ; 빈궁께서는 장차 이 시어미가 앉아있는 교태전의 주인이 되실 분이오! 세자께서 성정이 모질지 못하시어 사태를 바로 보시지 못할 때 충심으로 진언을 드리는 것이 빈궁의 소임이거늘 어찌 입을 다물고만 있는 것이오! 두 분께오서 이러하실진대 어찌 조종조께오서 지켜오신 이 나라 종사가 굳건하게 보전될 수가 있겠소?! 세자, 세자빈 ; ..황공하옵니다. 윤비 ; 차후로 세자께서 왕실과 조정에 경빈을 구명하는 청을 하였다는 말이 이 어미 귀에 들린다면 내 손에 회초리를 들고 세자의 종아리를 칠 것이오! 이 어미 말을 명심하시오! 세자, 세자빈 ; 명심 하겠사옵니다. 윤비 ; 이만 물러들 가세요. 세자, 세자빈 ; 예... (일어나 조아리고 방 밖으로 나간다) 윤비 ; (큰숨을 내쉬며 방문쪽을 돌아보는) ...! S#20 중궁전 마당 [세자와 세자빈, 침통한 표정으로 박상궁과 동궁내관, 최상궁을 거느리고 중궁전에서 나온다. 세자빈, 곧 울음을 터뜨릴 듯 글썽글썽한 표정인데..] 세자 ; (멈춰서 세자빈을 보며) 빈궁, 눈물을 거두세요. 어마마마께오서 우리가 미워서 꾸짖으신 것은 아니오.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는) 어린애처럼 울기는요? 세자빈 ; ..예, 소첩도 잘 아옵니다.. 하오나.. 경빈마마와 복성군께오서 죄를 당하시올까봐 걱정이옵니다. 세자 ; 염려마세요.. 아바마마께오서 두 분께 죄를 묻지는 않으실 겝니다. 세자빈 ; 그럴까요? 세자 ; (끄덕이며) 아바마마를 믿으십시다.. 박상군 가세. [세자와 세자빈, 상궁들을 거느리고 계단을 내려와 합문 밖으로 나간다.] S#21 경빈 처소 마당 [별감들, 처소안팎을 삼엄하게 지켜서 있는데 윤임, 일각문 안으로 들어서면 별감들이 앞을 막아선다.] 별감(*) ; 멈추시오! 어인 연유로 오시었사옵니까? 윤임 ; 내 경빈마마를 만나뵈러 왔으니 비켜서거라! 별감(*) ; (별감들이 우르르 몰려서며) 출입을 엄금하라는 어명이 계시었사오니 발걸음을 돌리시옵소서! 윤임 ; 이놈들, 별감 따위들이 어찌 세자저하의 외숙부인 내 앞길을 막는것이냐?! 별감(*) ; (서로의 눈치를 보며).. 하, 하오나.. 윤임 ; (버락) 내가 책임을 질터이니 어서 길을 열거라! 별감들 ; (호통에 쭈삣거리며 비켜서면).. 윤임 ; (성큼성큼 처소안으로 들어간다) S#22 동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경대속에 미친 얼굴을 보며 머리를 매만지고 있는데] 윤임(E) ; (방밖에서) 경빈마마, 이사람 좀 들겠사옵니다! S#31 당추 암자 마당 [노승, 임백령 방문 앞 툇마루에 앉아 목탁을 두드리며 염불을 외우고 있다.] (*경분이 아닌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같은 단순한 염불만 반복한다.) 노승 ;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S#32 동 당추 암자 방 안 노승(E) ; (목탁소리와 함께)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임백령, 서책을 보다가 인상을 찡그리며 귀를 틀어 막는다. 임백령, 방문쪽을 휙- 노려보다가 더는 못참겠는지 벌떡 일어서서 방문쪽으로 다가가 선다.] 임백령 ; 스님, 염불을 하시려거든 법당에 드시어 하시지요! S#33 동 당추 암자 방 밖 노승 ; (못들은 척 더 기세를 올리는)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S#34 동 당추 암자 방 안 임백령 ; (방문쪽에다 버럭 고함지르는) 스님! S#35 동 당추 암자 방 밖 노승 ; (천연덕스럽게 귀구멍을 파며) 허어, 그놈 목청한번 좋구나. (방문쪽을 돌아보며) 그래 내게 무슨 볼일이냐? S#36 동 당추 암자 방 안 임백령 ; 내 과거공부에 정진중이니 염불을 외시려거든 부처님이 계신 법당으로 드시지요! S#37 동 당추 암자 방문 밖 노승 ; 이놈아, 부처님이 어디 법당에만 계신다더냐? (다시 목탁을 두드리며 염불을 외는)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S#38 동 당추 암자 방 안 노승(E) ; (목탁소리와 함께)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임백령 ; (짜증스럽게 한숨을 내쉬는)...! S#39 윤원형 집 행랑채 외경 S#40 동 윤원형 집 행랑채 방 안 [길상, 의식을 치루듯 상투를 풀어 머리를 늘어뜨린다. 길상, 앞에 놓인 단도를 들고 얼굴 수엽쪽으로 들이대고 수염을 깍는다. 길상의 깍인 수염들이 발치앞에 펼쳐놓은 천보위에 떨어진다.] 길상 ; ...! 경빈 ; (깜짝 놀라) 아, 아니? 이 목소리는?! 윤임 ; (방문을 열고 방안으로 들어서며) 경빈마마, 오랜만에 문후 여쭈옵니다. 경빈 ; (당황하여) ..판, 판부사대감?! 윤임 ; (가시돋힌) 예, 경빈마마께오서 외직으로 쫓아내시었던 윤임이올시다! 경빈 ; 변망에 있어야 할 판부사가 어찌 궐내에 들어와 있는게요?! 윤임 ; (경빈 앞에 앉으며) 경빈마마께오서 이사람을 조정으로 불러들이시었으니 내 고맙다는 하례인사를 여쭈러 들었사옵니다. 경빈; 뭬, 뭬요? 이사람이 판부사를 조정으로 불러들이다니...? 윤임 ; 마마께오서 세자궁후원에 작서를 매다신 일이 빌미가 되어 이사람이 조정으로 돌아왔으니 경빈마마께오서 이사람을 불러들이신게지요! 아니그렇사옵니까? 하하하- 경빈(E) ; 아, 아니 이놈이?! 윤임 ; (웃음 뚝 그치고) 경빈! 네 어찌 세자저하를 방자하려는 대역부도한 역심을 품은 것이냐?! 경빈 ; 판부사, 작서의 변괴는 이사람 소행이 아니오! 중전과 난정이가 이사람을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꾸만 짓거기란 것을 어찌 모르시오! 윤임 ; 경빈, 네 아무리 발뺌을 하려들어도 소용 없는 짓이다. 네 비록 지금 전하의 하해와 같으신 성총을 구명줄 삼아 목숨을 부지하고 있지만 내 손으로 그 구명줄을 잘라내버릴 것이니 헛된 기대는 버리거라! 경빈 ; 뭬야?! 허, 내 이자리에서 혀를 깨물고 죽을지언정 어찌 용렬한 판부사 따위에게 목숨 구걸하는 헛짓거리를 할까?! 윤임 ; 뭐라?! 경빈 ; 판부사, 똑똑히 들으시오! 내 결코 이번 작서의 변괴따위로 궐밖으로 내쳐지는 일은 없을것이오! 허나 만에 하나 이사람이 궐밖으로 쫓겨나간다면 세자께오선 더 큰 위급에 처하실게요! 윤임 ; 더 큰 위급이라니? 경빈; 작서의 변괴를 저지른 중전과 난정이가 다음번에는 반드시 세자의 목숨을 노릴것이 자명할테니 말이오! 윤임(E) ; 뭐라?! 허면 작서의 변괴가 정녕 중전과 난정이가 저지른 짓거리란 말인가? 경빈 ; (싸늘하게 보며) 판부사대감, 비록 지금은 조정신료들이 이사람에게 등을 돌린 듯 보이지만 대세가 바뀌면 그자들은 내 발치에 엎으려 몸을 낮추게ㅐ 될 것이외다! 그리되면 내 중전과 난정이년부터 찢어죽일 것이오! 허니 괜한 경거망동하여 이사람와 중전의 싸움에 끼어들 생각일랑은 마시오! 아시겠소이까, 판부사대감?! 윤임 ; (말문이 막혀 보는데)...뭐, 뭐라?! 경빈 ; 판부사대감이 칼을 뽑아들고 이 사람을 위협한다 하여도 내 외눈하나 깜짝 하지 않을것이니 괜한 허세를 부리지 말고 이만 물러가시오! 윤임 ; (수모감에 노려보다가) 오냐, 경빈 네가 폐서인당해 궐밖으로 쫓겨나다고 그리 큰소리 치는지 어디 두고보자! 음! (벌떡 일어나 방밖으로 나가버린다) 경빈 ; (그 뒷모습에다가 비웃듯) 그래! 어디 실컷 두고 보시구려! S#23 동 경빈 처소 마당 [윤임, 울그락불그락하여 급한 걸음으로 처소에서 나온다.] 윤임(E) ; (멈춰서 휙- 돌아보며) 네 네년의 기세가 어디까지 가는지 두고 볼것이야! [윤임, 몸을 휙- 돌려 일각문 밖으로 나간다.] S#24 동 경빈 일각문 밖 [윤임, 일각문 밖으로 나와 성큼성큼 간다. 오상궁, 한곳에서 윤임의 뒷모습을 지켜보다가 몸을 돌려 어디론가 총총히 간다.] S#25 동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심각해지는 얼굴 위로] 경빈(E) ; 전하께오서 판부사를 내직으로 불러들이시었다면 다음번에 분명 김안로의 귀양을 풀고 조정으로 불러 올리실것이 자명해!... 내 판부사따위야 두려울게 없지만 김안로가 조정으로 돌아온다면 만만치가 않을게야! 그전에 조정의 대세를 돌려세워야 함이야! 헌제 뇌물명단을 쥐고 있는 장대인은 어찌 아무소식이 없는게지?! (어딘가를 휙- 돌아보는) S#26 장대인 사랑채 방 안 [장대인, 치부책을 탁자위에 펼쳐 놓고 필사를 하고 있다.] 송서방(E) ; (방밖에서) 어르신, 복성군 나으리가 오시었사옵니다. 장대인 ; (붓을 놓으며) 뫼시게. 복성군 ; (급하게 방안으로 들어서며) 장대인, 당장 뇌물명단이 적힌 치부책을 내어놓거라! 장대인 ; 나으리, 어찌 그러시옵니까? 복성군 ; 내 빈청에 들어 나와 어마마마의 뒷통수를 후려친 신료놈들의 역한 얼굴을 보니 지금 당장 뇌물명단을 들고 편전에 들어 주상전하께 그놈들의 비리를 고하여 그놈들의 면상을 박살내 버릴것이야! 장대인 ; 나으리, 뇌물명단이 적힌 치부책들은 여기 있사옵니다. 복성군 ; (탁자 위에 놓인 치부책들을 급하게 챙기는데)... 장대인 ; 나으리, 그 치부책들에 경빈마마와 나으리의 목숨이 달려있사옵니다. 그 귀한 것을 한낱 버러지보다도 못한 조정신료들의 면상을 박살내는 도끼로 쓰시려하시옵니까? 복성군 ; (장대인을 보는) ...뭐라? 장대인 ; 도한 아직 필사가 끝나지 않았사옵니다. 복성군 ; 필사? 장대인 ; 필사를 하여 여벌을 만들어 둔다면 경빈마마와 나으리의 목숨도 두 번 구할 수 있는 것이옵지요. 복성군 ; (의자에 앉으며) 허면 자넨 이 치부책들을 어떻게 사용할 작정인가? 장대인 ; 필사본은 조정신료들을 위협하여 조정의 공론을 바꾸는 것으로 쓸것이옵니다. 그래도 바꾸지 않는다면 나으리께오서 진본을 가지고 편전에 드시어 전하께 고하시옵소서. 그것이 경빈마마를 구명하는 올바른 수순이 될 것이옵니다. 복성군 ; 허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가? 장대인 ; 오늘 밤이면 필사가 끝날것이옵니다. 복성군 ; 오늘 밤이라...?! 그래 내 자네 말을 따르지! 장대인 ; 고맙사옵니다. S#27 중궁전 방 안 [윤비, 앞에 앉은 오상궁을 보며 말한다.] 윤비 ; 판부사대감이 경빈처소에 들었다 나왔딴 말이냐? 오상궁 ; 예, 경빈처소에서 나오는 판부사 대감의 안색이 굳으신 것으로 보아 경빈과 다툼이 있으시었던 듯 싶사옵니다. 윤비 ; ..다툼이 있었던 듯 싶다? 오상궁 ; 예, 마마. 엄상궁 ; 판부사대감께오서 어찌 중궁전에는 문후를 아니드시고 경빈처소에 발걸음을 하신것일까요? 윤비 ; (미소) 판부사가 경빈 때문에 수년동안 변방외직을 전전했으니 경빈에게 분풀이를 하고 싶었던게지.. 허나 분풀이는 커녕 경빈한테 호통만 당하고 나왓을게다. 엄상궁 ; 예에? 윤비 ; 판부사는 희락당대감이 없이는 뿔만 앞세우고 돌진하는 황소같은 위인이니 경빈의 적수는 되지 못할게야. 암, 아니되고 말고. S#28 옥매향 기방 후원 정자 위 [옥매향, 슬픈 표정으로 가야금을 타고 있다. 옥매향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난정, 중문안으로 들어서려다 멈춰선채 옥매향을 바라본다.] 난정 ; ...! 심퉁 ; (난정 옆으로 다가오며) 난정아씨, 오셨시유? 난정 ; ..매향이 가야금소리가 참으로 슬프게 들리는구나. 심퉁 ; 근자에 들어 침식도 잊으신채 저리 가야금만 붙들고 계셔유. 난정 ; ..내 오늘은 이만 돌아가갸겠구나. (몸을 돌려 가려는데) 심퉁 ; 아씨, 아침나절부터 남소문 백도주 어른께서 아씨를 기다리고 계셧구먼유. 난정 ; (흠짓) 백도주가?! (아랫채쪽을 돌아보는)...?1 S#29 동 옥매향 아래채 방 안 [백치수, 술소반을 앞에 놓고 자작으로 술을 따라 마시는데] 난정(E) ; (방박에서) 백도주, 나요! 백치수 ; 들어오너라. 난정 ; (방문을 열고 들어서며 백치수를 경계하듯 보며) 백도주, 무슨 연유로 나를 찾으시었소? 백치수 ; (술잔을 마저 비우며) 우선 앉거라. 난정 ; (백치수 앞에 앉는데) 백치수 ; 내 예서 너를 기다린 보람이 있구나. (술잔을 내밀며) 한잔 하려느냐? 난정 ; 나를 기다린 까닭부터 듣겠소. 백치수 ; (자기 잔에 술을 따르며) 내 너한테 훈수 한자락 하려고 들었다. 난정 ; ...훈수? 백치수 ; 경빈과 복성군을 도모하려면 서두르는게 좋을게다. 장대인이 뇌물을 받은 조정신료들 명단이 적힌 치부책을 휘두르면 다 잡은 대어를 놓치게 될지도 모르니말이다. 난정(E) ; (눈빛을 빛내며) 역시 내 짐작대로 경빈이 뇌물명단이 적힌 치부책을 믿고 있었구나! 난정 ; 고맙소. 내 백도주의 훈수로 장군을 치리다! (벌떡 일어나 방밖으로 나간다) 백치수 ; 내 훈수로 장군을 치겠다? 암, 이왕이면 외통수를 쳐야지! 하하하. (호쾌하게 술잔을 비운다) S#30 갖바치 집 방 안 [윤원형과 갖바치, 방백인이 술상을 앞에 놓고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당골네, 윗목에서 푸성귀를 다듬으려 귀를 기울이고 있다.] 윤원형 ; 갖바치 선생, 대체 정치란게 무엇이라 생각하시오? 갖바치 ; 허허, 이놈같은 갖바치가 어찌 정치를 알겠사옵니까? 나으리께오서 더 잘아시겠지요. 윤원형 ; (술한잔 마시고) 내 대궐에 드나들면서 곁눈질 해보니 조정대신들이란 작자들이 하는 짓거리가 온갖 협잡질로 상대방의 뒷통수를 쳐대는 저자서리 파락호들 하는 짓거리하고 다름없습디다. 갖바치 ; 조정신료들이 파락호 짓거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파락호가 되어야될 자들이 관복을 입고 정사를 돌보니 조정이 그 모양 그 꼴이 된게지요. 당골네 ; 그렇구 말굽쇼. 우리 바깥양반도 급관조복 입혀놓으면 어느 대감 못지 않을겝니다. 관상만 척보면 충신인지 간신인지 맞출 수 있으니 이조판서감이지요. 방백인 ; 시끄러 여편네! 사내들 얘기하는데 어딜 끼어들어! 끼어들긴? 당골네 ; (쫑알 쫑알) 윤원형 ; 그래요, 어딜가나 사람이 탈이요. 갖바치선생 같은 분이 고린내 나는 갖신이나 짓고, 임선비같은 고결한 선비가 낙방거사가 되어 떠돌고... 내 처남같이 충직한 사람이 도성을 더나야 하는 세상이 참으로 답답하오이다! 당골네 ; 예에, 몽달귀총각이 참으로 도성을 떠나기로 했답니까요? 윤원형 ; 그렇다네, 내 처남같은 사람은 포청이나 금부에서 쓴다면 열사람 몫을 한텐데 참으로 아까운 사람이지... 갖바치 ; ..음! S#41 동 윤원형 대문 안 마당 [윤원형, 대문 안으로 들어서며 임서방을 보며 말한다.] 윤원형 ; 뭐라, 처남이 돌아왔어? 임서방 ; 예, 나으리. 지금 행랑채에 있사옵니다. 윤원형 ; 그래? (행랑채 방쪽으로 가서 방문 앞에 서며) 처남! 날세! 길상 ; (댕기머리에 거뭇거뭇하게 깍은 수염의 모습으로 방문을 열고 나오며) 나으리, 오시옵니까? 윤원형 ; (길상의 변한 모습에) 아, 아니, 자네 모양새가 어찌 된겐가? 길상 ; ... 윤원형 ; 음! 아무튼 자네 도성을 떠나기로 했다지? 길상 ; 예. 오늘 떠날 것이옵니다. 윤원형 ; (끄덕이며) 내 삼이어미한테 들었네. 잠시 작은 사랑으로 드세나. (작은사랑채쪽으로 가면) 길상 ; (그 뒤를 따른다) S#42 동 윤원형 작은 사랑채 방 안 [윤원형과 길상, 마주 앉아있다.] 윤원형 ; 처남, 떠나지 말고 내 곁에 머물러 줄수는 없는가? 길상 ; 이놈, 이미 마음을 굳혔사옵니다. 윤원형 ; 처남은 바람같은 사람이니 내 어찌 붙들 수 있겠는가?... 갈곳은 정했는가? 길상 ; ... 윤원형 ; 그래, 내 더는 묻지 않겠네... 어디에 있든 몸보중 잘하시게. 길상 ; (조아리며) 하오면 이만 물러가옵니다. (일어서는데) 윤원형 ; 처남, 삼이어미가 떠나기전에 꼭 좀 보고가라네. 길상 ; 그리하겠사옵니다.(방밖으로 나가는) 윤원형 ; (비단염낭을 꺼내보며) 그래... 준다고 받을 사람도 아니지.. 허, 참 아쉽구먼... S#43 동 윤원형 작은 사랑채 마당 [길상, 사랑채 방쪽에서 나오다가 앞에 서있는 김씨를 보고 멈춰선다.] (*김씨, 뒤로 떨어진 곳에 배천댁과 탄실이 서있다.) 김씨 ; 자네가 오늘 도성을 떠난다고 들었네. 길상 ; 예, 아씨. 김씨 ; 내 자네가 떠나기전에 묻고 싶은 말이 있네. 길상 ; ... 김씨 ; 자네, 참으로 삼이어미의 오라비가 맞는가? 길상 ; (흠짓 보는)...?! 김씨 ; 아닐세, 내 괜한 것을 물었나보네.. 자네가 떠나면 삼이가 많이 섭섭하겠구먼.. 길상 ; ... 김씨 ; 허면 잘가시게. (돌아서서 배천댁과 탄실을 거느리고 간다.) 길상 ; (김씨의 뒷모습을 보는) ...! S#44 윤임 사랑채 마당 (밤) [박서방, 환한 얼굴로 방문쪽을 돌아본다.] 윤임(E) ; (허항, 채무택 등과 썩인 웃음소리) 하하하- S#45 동 윤임 사랑채 방 안 (밤) [윤임과 허항, 채무택과 윤임처가 떡 벌어진 술상을 놓고 웃고 있다.] 허항 ; 경빈이 쫓겨나가면 앞으로 조정의 권세가 판부사대감께 기울것이옵니다. 윤임 ; 암요, 희락당대감께오서도 귀양이 풀려 조정으로 돌아오신다면 그 누구도 세자저하를 넘보지는 못할것이외다! 윤임처 ; (굳은 표정)... 채무택 ; 판부사대감께오서 수년만에 금의환향을 하셨사온데 정부인께오선 어찌 안색이 흐리신것이옵니까? 윤임처 ; 작서의 변괴로 대궐안팎이 뒤숭숭한데 대감께오서 조정으로 돌아오시었사오니 소첩, 대감께오서 조정일에 연루되어 또 고초를 격으실까봐 걱정이 되옵니다. 윤임 ; 부인, 그런 일은 없을테니 괜한 심려거두시구려. 윤임처 ; (뭔가 불안한) 윤임 ; (술잔을 들며) 자, 드십시다. 허항, 채무택 ; 예! (환한 표정으로 마신다) 윤임(E) ; (술잔을 입에 데려다 문득 얼굴이 굳는)...! 경빈 ; (INSERT CUT) (120회의 S#22의) 만에 하나 이사람이 궐밖으로 쭃겨나간다면 세자께오선 더 큰 위급에 처하실게요! 작서의 변괴를 저지른 중전과 난정이가 다음번에는 반드시 세자의 목숨을 노릴것이 자명할테니 말이오! 김안로 ; (INSERT CUT) 상주 계집이 난초향에 취해 쓰러질 것이옵니다. 윤임 ; (고개를 저으며) 아니야! 아니야! 난정이가 그리하지는 않았을게야.. (술을 급하게 마신다) S#46 난정모 집 마당 (밤) [길상, 괴나리 봇짐을 진채 대문안으로 들어와 불이 켜진 방문 앞으로 다가가 선다.] 길상 ; 난정아, 나다. 난정(E) ; (방안에서) 들어와 길상아. 길상 ; (방안으로 들어간다) S#47 동 난정모 방 안 (밤) [난정, 등잔불 앞에 앉아있는데 길상,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난정 ; (길상의 달라진 모습을 보고 흠짓 놀라는) ...?! 길상 ; (난정 앞에 앉는)... 난정 ; 길상아, 네 어찌 머리를 풀고 수염을 깍은게냐? 길상 ; (보며).. 나를 어찌 보자고 한게냐? 난정 ; 길상아, 도성을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나를 위해 해줄일이 있다. 길상 ; (처참한 심정으로 보는)... 그 말을 하려고 날 보자 한게냐? 난정 ; ... 길상 ; 네 참으로 잔인하구나.. 사람의 마음을 어지 이리 처참하게 만드는게냐? 난정 ; 미안해.. 하지만 네가 아니면 누구도 해줄수가 없는 일이야.. 길상아, 내 마지막 부탁을 들어주겠니? 아니 꼭 들어주어야만 해! 길상 ; (보는)...! S#48 김안로 유배지 초가 방 안 (밤) [김안로 김제학, 등잔불 앞에 앉아있다.] 김제학 ; 경빈의 수족인 장대인이 뇌물을 받은 조정신료들의 명단을 순순히 내어놓겠사옵니까? 김안로 ; 안되면 군사라도 동원하여 장대인을 위협해서라도 반드시 그 명단을 받아내야지요! 김제학 ; 군사를 동원하다니요? 누가요? 김안로 ; 지금쯤 판부사대감께오서 도성에 돌아오시겄을겝니다. (품에서 서찰을 건네주며) 영감, 날이 밝은대로 도성으로 돌아가 이 서찰을 판부사대감께 전해 주시오. 김제학 ; (받으며 서찰을 의미심장하게 보며)...! S#49 심정 사랑채 방 안 (밤) [심정, 이항과 박희량과 마주앉아있다.] 이항 ; (놀란 눈으로 심정을 보며) 예에? 하오면 금부군사를 동원하여 뇌물명단을 수중에 넣자는 말씀이옵니까? 심정 ; 그렇소. 어차피 경빈이 구명도생하여 되살아난다면 경빈과 복성군을 처형하라고 주청을 올린 우리들은 죽은 목숨이나 진배없소. 허니 배수진을 치고 활시위를 당겨보는 수밖에는 방도가 없소! 박희량 ; 화천군대감의 말씀이 옳은 듯 싶사옵니다. 하온데 그 뇌물명단이 누구의 손에 있는지는 아시옵니까? 심정 ; 대충 짐작이 가는자가 있네. 이항, 박희량 ; ...?! 심정 ; (방문쪽을 보며) 밖에 있는가? 금부도사(E) ; (방밖에서) 예. 금부도사 ; (방문을 열고 들어서서 조아리며) 찾아계시옵니까? 심정 ; 내 자네 뒤를 따를테니 당장 금부군사들을 풀어 장대인 집을 들이치게! 금부도사 ; 예, 대감! (방밖으로 나간다) 심정 ; 오늘밤이 지나면 이사람이 살지 경빈이 살아남을지가 판가름될 것이오! S#50 구름 속으로 숨는 달 (INSERT) S#51 장대인 집 담장 밖 (밤) [누군가의 발이 담쪽으로 조심스럽게 걸어온다. 길상이다. 길상, 주변을 살피다가 몸을 솟구쳐 담장을 뛰어넘는다.] S#52 동 장대인 담장 안 (밤) [길상, 담장안으로 사뿐히 내려앉는다. 길상, 주변을 살피다가 몸을 낮추고 사랑채쪽으로 간다.] S#53 동 장대인 사랑채 방 안 (밤) [장대인, 침대위에서 잠들어있다. 방문이 소리 없이 열리며 길상, 조심스럽게 방안으로 들어선다. 길상, 침대쪽으로 장대인을 보다가 고개를 돌려 탁자쪽을 돌아보면 탁자위에 진본치부책 너댁권과 필사를 하던 치부책이 펼쳐진채 놓여있다. 길상, 탁자쪽으로 다가가 치부택을 펼쳐보는 얼굴위로 떠오르는] S#54 난정모 방 안 (밤/길상의 회상) [난정, 길상을 보며 말한다.] (*120회 S#47 뒤로 이어지는) 길상 ; 허면 장대인 집에 들어가 치부책을 가지고 나오란 말이냐? 난정 ; 그래, 그 치부책은 경빈이 수년동안 뇌물을 찔러 준 조정신료들의 명단이 적혀 있어! 여러 권인게야. 그중 한원도 남겨서는 아니돼! 길상 ; ...! S#55 동 장대인 사랑채 방 안 (밤/현실) [길상, 들춰보던 치부책을 덮고 진본과 필사본들을 탁자위에 놓여있던 비단보에 조심스럽게 싼다. (*8권에서 10권정도의 치부책) 길상, 비단보에 싸인 치부책을 들고 방밖으로 나가려는데] 장대인 ; (어떤 느낌에 눈을 번쩍 뜨는) 웬놈이냐?! 길상 ; (흠짓 장대인쪽을 돌아보는데) ...?! [장대인, 몸을 일으키며 순식간에 베개밑에 감춰둔 표창을 거내들고 길상을 행해 날린다. 길상, 몸을 날려 표창을 피하면 문설주에 퍽- 날아가 꽂히는 표창. 장대인, 다른 표창을 꺼내드는데 길상, 어느새 환도를 뽑아들과 장대인의 목줄기에 겨눈다.] 장대인 ; (길상을 노려보며) 누군가 했더니 난정이가 보낸 개로구나! 길상 ; 날 보내준다면 목숨만을 살려주겠소. 장대인 ; 네놈이 살아서 내 집을 나갈 수 있을 듯 싶으냐?! 길상 ; 그전에 장대인의 명줄이 끊어질게요! [길상과 장대인, 서로에게 칼과 표창을 겨눈채 서로를 팽팽하게 노려보는데] 금부도사(E) ; (방밖에서 대문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대문을 열어라! 장대인 ; (흠짓하는데)...?! [길상, 순간적으로 방문쪽으로 몸을 날려 방문을 박차고 나간다. 동시에 장대인, 길상에게 표창을 날린다. 장대인, 몸을 일으키며 길상이 도망친 방문쪽을 쫓으려는데] 금부도사(E) ; (방밖에서) 금부에서 나왔으니 어서 대본을 열어라! 장대인 ; (멈춰서며) ...! S#56 동 장대인 대문 안 (밤) [송서방, 졸린 눈으로 대문을 열어준다. 금부도사, 횃불을 든 금부군사를 거느리고 대문안으로 들어선다.] 송서방 ; 야심한 밤에 대체 무슨 일이십니까요? 심정 ; (도포차림으로 대문안으로 들어서며) 장대인은 어디있느냐? 송서방 ; 사랑채에서 주무시고 계십니다요. 심정 ; 개미새끼 한 마리도 나가지 못하도록 집 안팎을 철저히 지키거라! 군사들 ; 예. 심정 ; 도사는 나를 따르게! 금부도사 ; 예! 대감. [심정, 금부도사를 거느리고 사랑채쪽으로 걸어간다.] S#57 동 장대인 집 담장 밖 (밤) [길상, 치부책 보따리를 든채 담장을 뛰어내린다. 길상, 고통스럽게 어깨를 움켜쥔다. 길상의 어깨 뒤편에 꾲혀있는 표창. 횃불을 든 금부군사들, 길상이 있는 쪽으로 다가오면 길상, 어깨를 움쳐쥔채 재빨리 반대편 어둠속으로 사라진다. 패랭이, 한곳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길상의 모습을 싸늘하게 지켜본다.] S#58 동 장대인 사랑채 방 안 (밤) [심정과 장대인, 탁자에 마주 앉아있다. 금부도사, 방문앞에 지키듯 서있다.] 장대인 ; 치부책이라니요? 시생은 모르는 일이옵니다. 심정 ; 자네가 뇌물을 건넨 조정신료들의 명단이 없단 말인가?! 장대인 ; 그런 것은 없사오니다. 심정 ; 치부책행방을 알려주면 자네 목숨을 살려줄것이야. 어떤가, 나와 거래를 하지 않겠나? 장대인 ; ... 심정 ; 자네 정녕 경빈과 함께 천길벼랑아래로 쳐박힐 작정인가? 장대인 ; ... 심정 ; 어쩔수 없구만 (일어서는데) 금부도사 ; 대감, 금부로 자아들일까요? 심정 ; 그럴거 없네. 인적이 드문곳으로 끌고가 입을 막아버리게! 금부도사 ; 예. 심정 ; (방문쪽으로 가는데) 장대인 ; 화천군대감... 심정 ; (돌아보는) ...?! 장대인 ; 치부책의 행방을 알려주면 시생의 목숨을 구명해 주시겠사옵니까? 심정 ; (돌아보며) 내 약조함세! 장대인 ; 또한 시생 수중에 있는 조선상권을 보장해 주시겠사옵니까? 심정 ; 내 보장하지! 치부책은 어디있는가? 장대인 ; 난정이 손에 있사옵니다. 심정 ; (놀라) 뭐라, 난정이?! S#59 어느 길 (밤) [길상, 치부책보따리를 든채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걸어온다. 길상, 한곳에 멈춰서서 어깨에 박힌 표창을 움켜쥐고 숨을 몰아쉬다가 힘껏 뽑아낸다. 길상, 피묻은 표창을 땅바닥에 내던지고 다시 가는데 패랭이, 뒤편에서 나타나 길상이 내던진 표창을 집어든다. 길상, 흠짓 살기를 느끼고 패랭이를 돌아본다. 패랭이, 표창을 내던지고 칼을 뽑아들고 길상에게 겨눈다. 길상, 치부책 보따리를 내려놓고 환도를 뽑아든다. 길상과 패랭이, 살기듼 눈빛으로 서로를 팽팽하게 노려보다가 동시에 서로를 향해 몸을 날린다. 길상과 패랭이의 칼이 서로를 스치면서 지나쳐간다. 길상, 땅에 칼을 꽂으며 한쪽 무릎을 꿇는다. 패랭이, 멈춰섰다가 피를 뿜으며 땅바닥에 쓰러진다.] 패랭이 ; (고통스럽게 숨을 몰아쉬며) 이, 이럴수가 ..내가 지다니... 길상 ; (일어서며) 내 만나야할 사람이 있다. 아직 죽을순 없다. 패랭이 ; (숨을 거두는) ...! 길상 ; (치부책 보따리를 들고 어디론가 비틀거리며 간다) S#60 대궐 전각들 위로 날이 밝아온다. S#61 의금부 옥사 안 (낮) [금이, 골똘한 생각에 잠겨있는 얼굴위로 떠오르는] S#62 후레쉬 백 (120회 S#2의) 난정 ; 금아, 목숨은 하나뿐이다.. 네가 아무리 경빈마마를 지키려고 충신 흉내를 내보았자 개죽음을 당할 뿐이다. 난정 ; 경빈마마의 명으로 네가 동궁 후원에 작서를 매달았다고 자복하거라! 그리하면 목숨만은 건질 수 있을게다. S#63 동 금부 옥사 안 [금이, 뭔가 결심했다는 듯 옥살을 움켜쥐고 문쪽을 보며 소리친다.] 금이 ; 이보시오! 추관을 불러주시오! 내 자복할게 있소! S#64 편전 방 안 [중종, 앞에 앉은 정광필을 보며 말한다.] (*윗목에 강찬이 앉아있다) 중종 ; 뭣이라? 경빈의 시녀인 장상궁이 작서의 변괴에 대해 토설을 하겠다고 했단 말이오?! 정광필 ; 예, 하온데 전하의 용안을 뵈옵고 자복을 하겠다 하옵니다. 중종 ; 음...! 정광필 ; 전하, 어찌 하시겠사옵니까? 중종 ; 장상궁을 데려오시오. S#65 동 편전 마당 [금부군사들, 금이의 양팔을 부축하듯 잡고 합문안으로 끌고 들어와 계단 아래 꿇린다. (*금이, 주리를 틀려 걸을 수 없는 상태다) 중종, 대전내관과 김상궁을 거느리고 편전에서 나온다. 정광필과 강찬, 중종의 뒤를 따른다.] 중종 ; (계단위에 서서) 장상궁, 네 작서의 변괴에 대하여 자복할 말이 무엇이냐? 금이 ; (망설이는)... 정괄필 ; (버럭) 전하 앞이시다! 어서 바른대로 이실직고하거라! 금이 ; 전하, 쇠인이 바른대로 자복하오면 쇠인의 목숨을 살려주시겠사옵니까? 정광필 ; 네 이년?! 네 어찌 지엄하신 전하 앞에서 함부로 발칙한 주둥이를 놀리는것이더냐?! 중종 ; 영부사, 괜찮소. (금이를 보며) 오냐, 네 바른대로 토설하면 과인이 네 목숨을 구명해 줄 것이다. 어서 말해보거라. 금이 ; ..주상전하.. 작서의 변괴는 쇠인이 한 짓거리이옵니다. 중종 ; 뭣이라?! 금이 ; (울상) 세자저하 침소에 작서한 쥐를 하례물로 바치고.. 동궁 후원에 죽은 쥐를 매단것도 모두 쇠인이 하였사옵니다.. 흐흑.. 중종 ; (충격으로 보다가) ..장상궁, 네 어찌 그런 요괴스러운 짓거리를 하였느냐? 금이 ; 흐흑.. 쇠인은 경빈마마께오서.. 시키신대로 따른것이옵니다.. 흐흑! 중종 ; 뭣이라? 경빈이?! 네 그 말에 추호의 거짓이 있을시에 살아남지 못할것이다! 금이 ; ...천지신명 앞에 맹세드릴 수 있사옵니다.. 전하, 부디 이년을 살려주시옵소서! 흐흐흑- 중종 ; ...!! S#66 어느 한적한 정자 안팎 [난정, 정자위에서 길상의 괴나리 봇짐을 들고 초조한 듯 서 있는데 길상, 정자쪽으로 다가온다.] 난정 ; (길상을 보고 정자아래로 뛰어내려오며) 길상아- 어찌 이리 늦은게냐? 길상 ; (치부책 보따리를 건네는)... 난정 ; (치부책을 받아들다가 땀투성이의 길상을 보며) 길상아, 너 괜찮은게냐? 길상 ; (괴나리 봇짐을 받아들고)...내 너와의 약조를 지켰으니 이만 떠나련다.. (돌아서 가는데) 난정 ; 길상아! 네 어찌 머리를 풀고 수염을 깍은게냐...? 길상; (돌아보며) 그리도 알고 싶은게냐? 난정 ; ...그래... 길상 ; (뭐라고 말을 하려는데) 금부도사(E) ; 저기있다! 저 년놈을 잡아라! [난정과 길상, 돌아보면 금부도사의 지휘로 병장기로 무장한 군사를 이끌고 정자쪽으로 몰려오고 있다.[ 길상 ; 난정아, 어서 도망쳐! 난정 ; 하지만 넌 어쩌고? 길상 ; (난정을 밀치며) 어서 가! 가래두! 난정 ; (주춤주춤 뒷걸음질 치다가 몸을 돌려 산쪽으로 도망친다) 금부도사 ; (난정을 보며) 치부책은 저기있다! 저 계집을 쫓아라! [길상, 환도를 뽑아들고 군사들을 막아선다. 군사들, 병장기를 겨누고 길상을 둘러싼다. 금부도사, 손짓하면 군사들이 길상에게 달려든다. 길상, 달려드는 군사들과 접전을 벌인다.] S#67 어느 산 길 [난정, 숨을 헐떡이며 급하게 오르막을 오른다. 난정, 멈춰서서 정자쪽을 내려다 본다.] 난정 ; (울먹이며) ..길상아....미안해... 중전마마를 위해서는 어찌할 수가 없어.. 흐흑.. [난정, 치부책 보따리를 움켜쥔 채 흐느낌을 뿌리며 다시 산길을 오른다.] S#68 동 한적한 정자 주변 [길상, 군사들과 접전을 벌이며 순간 난정이 간쪽을 돌아보다가 다시 달려드는 군사들을 베어넘긴다.] S#69 경빈 처소 마당 [김상궁, 일각문 안으로 들어서면 별감들 앞을 가로 막아선다.] 김상궁 ; 주상전하의 어명을 받들고 나왔소. 별감들 ; (조아리며 길을 비켜준다) 김상궁 ; (처소 안으로 들어온다) S#70 동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기대에 찬 눈으로 김상궁을 보며 말한다.] 경빈 ; 김상궁, 전하께오서 어인 연유로 나를 편전으로 불러들이시는겐가? 전하께오서 나를 용서하신다던가?! 김상궁 ; (난감한 듯) 쇠인은 주상전하의 어명을 받들었을뿐 상세한 것은 알지 못하옵니다. 경빈 ; (미소) 분명 전하께오서 네 결백함을 믿어주시고 용서하여 주시려는걸게야! 가세 김상궁! (일어서서 방문쪽으로 가면) 김상궁 ; (침통한 표정으로 그 뒤를 따른다) S#71 편전 복도 [경빈, 자신감있는 표정으로 김상궁을 거느리고 방문쪽으로 다가와 선다.] 경빈 ; (대전내관에게) 고하여주시게! 대전내관 ; (방문쪽에다) 주상전하, 경빈들었사옵니다. 중종(E) ; (방안에서) 들라해라. 대전내관 ; 예. (경빈에게) 드시지요. 경빈 ; 고맙네. (방문쪽으로 한걸음 내딛는) S#72 동 편전 방 안 [경빈, 방문이 열리면 방안으로 들어서다가 움찔 놀라 멈춰선다. 중종을 위시하여 윤비와 자순대비가 그 옆에 앉아있고 희빈과 창빈을 비롯한 홍숙의, 이숙의, 김숙원, 이숙원 등의 후궁들과 심정, 장순손, 김극핍, 이항, 박희량, 강찬, 이유청(*)을 비롯한 판서급대신들이 방안에 앉아있다. 방안의 일동의 시선이 경빈을 노려보고 있다. 경빈 당혹스러운 얼굴로 윤비쪽을 보며] 윤비(E) ; (쏘아보는 얼굴위로) 경빈 네 명도 이걸로 끝난 듯 싶구나! 경빈(E) ; 뭬, 뭬야? [경빈, 어찌할 줄 모르는 얼굴에서.] S#73 한적한 정자 주변 [길상, 지친 듯 숨을 헐떡이며 군사들과 대치하고 있다. 군사들, 길상의 칼솜씨가 겁나는듯 병장기만 겨눈채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금부도사 ; (지켜보다가) 아니되겠다! 활을 준비해라! 길상 ; ...! [길상과 대치하고 있던 군사들, 뒤로 빠지면 궁수들, 일사분란하게 대오를 갖추고 길상을 향해 활시위를 겨눈다. 길상, 궁수들의 면면을 쏘아본다.. 금부도사, 명령을 내리려는 듯 칼을 치켜든다. 길상, 어느순간 모든 것을 포기한 듯 눈을 감는데] 난정(E) ; (환청처럼 들리는) 길상아! 길상 ; (눈을 뜨고 돌아보면) ...?! 난정 ; (길상쪽으로 급하게 달려오며) 멈추시오! 쏘지 마시오! 길상 ; (희미한 미소가 번지는데) ...! [금부도사, 치켜든 칼을 휙- 내리면 궁수들, 길상을 향해 일제히 화살을 날린다. 길상의 온몸에 퍽- 퍽- 퍽- 날아가 박히는 화살들. 난정, 경악하여 멈춰선다. 길상, 풀썩 무릎을 꿇고 쓰러진다.] 난정 ; (길상쪽으로 달려가 부둥켜 안으며) 길상아- 길상아- 눈을 떠! 죽으면 안돼! 길상 ; (간신히 눈을 뜨고 짜내는 듯)... 난정아.. 우리.. 다음번에.. 태어나면 반드시 가시버시 연을 맺자.. 약조해줄 수 있겠니.. 난정 ; 그래, 그래, 길상아.. 내.. 약조할게.. 그러니 죽지마, 죽으면 안돼! 길상 ; (난정을 보며 희미한 미소를 짓다가 풀썩 고개를 떤군다)... 난정 ; 길상아! 길상아! 길상 ; (이미 죽었다)... 난정 ; (울부짖는) 아니돼- 아니돼- 아니돼- [난정, 길상을 품에 부둥켜 안고 울부짖는 얼굴에서 스톱모션] *{제 120회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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