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천하 128
S#1 동 중궁전 방 안 [난정과 김안로, 서로를 팽팽하게 노려보고 있다. 윤비, 김안로를 쏘아보며 말한다.] 윤비 ; 희락당대감, 대세는 이미 기울었소. 왕실과 조정에 괜한 평지풍파를 일으킬 생각 마시고 낙향하세요! 그리하시면 내 효혜공주가 대감의 사주를 받아 죽은 쥐로 세자를 방자하였던 일은 덮어주리다! 김안로 ; (윤비를 휙- 보며) 중전마마, 신을 위협하시는 겝니까?! 윤비 ; 천하를 움켜쥐려는 대감의 야심 때문에 왕실과 조정에 피바람이 몰아치는 것을 내 더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겝니다! 김안로 ; 중전마마께오서 효혜공주가 세자궁 침소에 작서를 들인 일을 전하께 고하신다면 마마께오서 아끼시는 난정이도 무사치는 못할 것이옵니다! 그리되어도 좋다는 말씀이옵니까?! 윤비 ; ...! 난정 ; 희락당대감, 소첩은 중전마마를 위해서라면 희락당대감을 부퉁켜 안고 천길 절벽 아래로 뛰어내길 각오가 되어 있사옵니다. 허니 괜한 걱정일랑은 접어두시지요! 김안로 ; 뭐라?! 윤비 ; 대감, 어찌 하시겠소? 조정을 떠나시겠소? 아니면 멸문지화를 당하시겠소?! 김안로 ; (괴로운)...음! 난정 ; 대감, 무엇을 망설이시옵니까? 대감께오서만 조정을 떠나시면 천하가 태평해질 것을요?! 김안로(E) ; (어금니를 물고 난정을 노려보는) 이 천하의 김안로가 저따위 요망한 계집한테 튓통수를 맞다니?! 윤비 ; 희락당대감, 어서 단안을 내리세요! 김안로 ; (윤비에게) 중전마마, 신에게 생각할 말미를 주시옵소서. 윤비 ; 그리하지요! 내 희락당대감이 현명한 판단을 하실 것이라 믿습니다. 김안로 ; (난정을 노려보다가 몸을 돌려 방 밖으로 나간다)... 난정 ; 마마, 잘 하시었사옵니다. 제아무리 김안로라도 빠져나갈 방도가 없을 것이옵니다. 윤비 ; (끄덕이는) ...난정아 너만 내곁에 있다면 내 천하에 두려울 것이 없구나. 난정 ; (미소로 조아리며) 황공무지하옵니다. S#2 중궁전 마당 [김안로, 울그락불그락 하여 중궁전에서 나오는데 환청처럼 들려오는] 윤비(E) ; 호호호! 난정(E) ; 호호호! 김안로 ; (중궁전쪽을 휙- 돌아보는) 오냐, 실컷 웃어두거라! 허나 내 이대로 네년들에게 농락 당한 채 조정에서 쫓겨나기는 않을 것이야! [김안로, 몸을 돌려 계단을 내려간다.] S#3 동궁전 세자빈 방 안 [효혜공주, 금침에 누워 고통스럽게 신음을 흘리고 있다. 세자와 세자빈, 효혜공주를 걱정스럽게 내려다보고 있다.] (*방 한편에 박상궁과 최상궁이 서있다) 효혜공주 ; (힘겹게 눈을 뜨는데)... 세자 ; (반갑게) 누님, 이제 정신이 드시옵니까?! 효혜공주 ; ...저하... 세자 ; 이 아우의 얼굴을 알아 보시겠사옵니까? 효혜공주 ; (울먹이며 눈물이 흐르는 얼굴을 돌리는) ..이 누이는 저하를.. 뵈올 낯이 없사옵니다.. 흐흑.. 세자 ; (손을 쥐며) ..누님.. 지금은 아무 말씀 마시고 편히 쉬시옵소서. 세자빈 ; (돌아보며) 박상궁, 어서 탕약을 들이게. 박상궁 ; 예.. 효혜공주 ; (눈물이 줄줄 흐르는)...흐흐흑.. S#4 희빈 처소 방 안 [희빈과 창빈, 앞에 앉아있는 향이를 보고 말한다.] 희빈 ; 뭐라?! 효혜공주께오서 혼절을 하시었단 말이냐? 향이 ; 예, 공주마마께오서 중궁전에서 나오시어 세자궁에 드신 연후에 정신을 놓으시었다고 하옵니다. 창빈 ; 이사람도 공주마마를 뵈었는데 몸을 가누시지 못하실 만큼 미령하여 보이시었습니다. 희빈 ; 허어, 대체 중궁전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향이 ; 쇠인이 듣기로는 중전마마께오서 공주마마를 크게 꾸짖으시었다 하옵니다. 창빈 ; 정상궁, 괜한 헛소문 따위를 함부로 입에 담지 말게! 그 말이 눈덩이처럼 보태져서 큰 화근이 되는 게야! 향이 ; (조아리며) 황송하옵니다. 희빈(E) ; (뭔가 생각하는) 분명, 중전마마와 효혜공주 사이에 무슨 일이 있긴 있었을 터인데 그게 무얼까?! S#5 대궐 일각 [심정, 걸어오는데 뒤편에서 들려오는] 난정(E) ; 화천군대감! 심정 ; (멈춰서서 돌아보고 화들짝 놀라는) ...아, 아니 네 어찌...?! 난정 ; 소첩, 대감께 드릴 말씀이 있사옵니다. 심정 ; (주변을 두리번 살피며) 여기는 사람들 이목이 번다하니 따라오거라. (급한 걸음으로 앞장 서서 가면) 난정 ; (심정의 뒤를 따르는) S#6 대궐 어느 전각 지하 통로 [심정, 문을 열고 들어오면 난정, 그 뒤를 따라 들어온다.] 심정 ; (난정을 보며) 할 말이란 게 무엇이냐? 난정 ; 김안로가 틀어 쥐고 있는 뇌물명단이 무용지물이 되었사옵니다! 심정 ; 뭐라? 뇌물명단이 무용지물이 되었다? 난정 ; 예, 김안로가 뇌물명단을 감히 전하께 고하지 못하도록 소첩이 손을 써놓았사오니 화천군대감께오선 이 기회를 놓치지 마시고 조정에서 김안로를 몰아내는 일을 서둘러 주시옵소서! 심정 ; 허면 일을 서둘게 무에 있겠느냐?! 난정 ; 화천군대감, 김안로는 천지간에 요물이옵니다. 지금 김안로가 주저앉아 있을 때 짓밟아 놓지 않으면 반드시 후회할 일이 생길 것이옵니다. 심정 ; (끄덕이며) 오냐, 내 오늘밤 신료들의 중지를 모은 연후에 일을 추진할 것이야! 난정 ; 대감, 김안로가 조정에서 내쫓겨 도성을 떠날 때까지는 결코 마음을 놓으시어서는 아니되실 것이옵니다. 심정 ; 오냐, 네 말뜻을 깊이 새기도록 하마! 난정 ; 하오면 소첩, 먼저 나가겠사옵니다.(문을 열고 나가는) 심정(E) ; (흡족한 미소) ..김안로가 쥐고 있는 뇌물명단이 무용지물이 되었다면 내 아무것도 두려울 게 없음이야! 하하하! S#7 김안로 사랑채 방 안 [김안로, 보료 위에 앉으면 김희, 그 앞에 따라앉는다] 김안로 ; 공주마마께오선 아직 퇴궐치 않으시었단 말이오? 김희 ; 공주가 세자궁에 드시어 잠시 몸을 눕히시었다는 전갈이 있었사옵니다. 김안로 ; (놀라) 뭐라, 세자궁에요?! 김희 ; 예..하온데 어찌 이리 놀라시옵니까?! 김아놀 ; ..아, 아니오. 김안로(E) ; (굳은 얼굴 위로) 허어, 성정이 여리신 공주마마께오서 작서의 변괴에 대한 전말을 세자저하께 말씀 올린다면 산통이 깨지는 일인 것을?! S#8 동궁전 세자빈 방 안 [효혜공주, 세자와 세자빈 앞에 앉아있다.] 세자 ; 누님, 내 연성위한테 전갈을 넣어놨으니 더 쉬었다 가세요. 효혜공주 ; 아니옵니다.. 저하와 빈궁마마께 더 큰 누를 끼칠 수는 없사옵니다. 세자빈 ; ..마마, 그런 말씀 마시옵소서. 세자저하와 공주마마께오선 하늘 아래 둘도 없는 친오누이가 아니시옵니까? 세자 ; 예, 빈궁 말씀이 맞습니다. 나와 누님 사이에 격조할 것이 무었이옵니까?! 누님께오서 가례를 올리시고 출궁하시기 전에는 내 누님과 한 이불속 누워 잠든 일도 있지 않았사옵니까? 효혜공주(E) ; (눈물이 울컥) ...저하, 이 누이는 이토록 어지신 저하께 불경스러운 짓거리를 하였사오니 천벌을 면치 못할 것이옵니다.. 세자 ; 누님, 어찌 눈물을 보이시옵니까? 대체 무슨 일이시옵니까? 효혜공주 ;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으며) ..황공하옵니다.. 세자 ; ..누님께오서 이 아우에게 하실 말씀이 무엇이옵니까? 효혜공주 ; (울먹거리다가 흐느낌을 터뜨리는) ...흐흑! 세자 ; (뭔가 심상치 않은 표정으로 보는)...! S#9 김안로 사랑채 방 안 [김안로, 심각한 표정으로 연상 위에 놓여있는 치부책들을 보는 얼굴 위로] 김안로(E) ; 이따위 치부책이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내 진즉 난정이 명줄을 끊어버려야 했어! (연상을 쾅- 치는데)...! 황서방(E) ; (방밖에서) 대감마님, 윤승후관이 뵙기를 청하옵니다요. 김안로 ; (방문쪽을 휙- 노려보는)...?! S#10 동 김안로 사랑채 마당 [윤원형, 방문 앞에 황서방과 함께 서 있다.] 김안로(E) ; (방 안에서) 들라하게. 황서방 ; (윤원형에게) 드시지요. 윤원형 ; (헛기침을 하며 방 안으로 들어가는) S#11 동 김안로 사랑채 방 안 [윤원형, 방문을 열고 들어오면 김안로, 못마땅하게 보며 말한다.] (* 치부책은 치워져 있다.) 김안로 ; 자네가 내 집엔 어찌 발걸음을 하였는가? 윤원형 ; (앉으며) 시생, 처숙어른께 드린 은자 오십만냥을 돌려받으러 왔사옵니다. 김안로 ; (찌푸리며) 뭐라?! 은자 오십만냥? 윤원형 ; 예, 지난번 시생이 건네드린 오십만냥 말이옵니다. 김안로 ; 그 돈은 자네가 내게 정치를 하는데 쓰라고 준 자금이 아닌가?! 주상전하 어전에서 온갖 생색을 낼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돌려달라니?! 윤원형 ; 시생, 대감께 거금 오십만냥을 내드릴 때는 대감께오서 이나라 조정과 백성들을 위한 정치를 펼치실 자금으로 쓰시라고 드렸사옵니다. 김안로 ; 헌데?! 윤원형 ; 하오나, 대감께오서 조정으로 돌아오신 연후에 이나라 조정과 백성들을 위하여 하신 일이 무엇이옵니까?! 김안로 ; 뭐, 뭐라?! 윤원형 ; 고작 하시었던 것이 중전마마를 찍어내려고 온작 술수를 쓰시고 조정의 권세를 틀어쥐기 위해 대감을 추정하는 사람들로 파당을 짓고 쥐꼬리만한 권세로 도총부군사들을 동원하여 아녀자를 사사로이 구금하고 위협하였을 뿐 아니오라 조정에서 뜻이 다른 자들을 도려내기 위하여 일을 도모하고 계시오니 대감께오서 어찌 나라 망칠 일만 하시는 것이옵니까?! 김안로 ; (일그러지며) 뭐라?! 네 지금 뭐라 하였느냐?! 나라 망칠 일?! 윤원형 ; (노려보며) 왜요? 시생이 틀린 말을 하였사옵니까?! 김안로 ; ..이, 이놈이...?! 윤원형 ; 시생, 대감께오서 고린 동전 한푼이라도 허튼데다 쓰는 것을 차마 볼 수가 없사오니 오십만냥을 돌려달라 이 말씀이옵니다! 김안로 ; (울그락불그락하여 노려보는)...! 윤원형 ; 시생, 전하께 어전에서 같은 말씀을 고하여야 되돌려 주시겠사옵니까?! 김안로 ; (굳은 표정으로 연상서랍을 열고 어음봉투를 꺼내 윤원형 앞에 휙- 내던지며) 예, 있으니 가져가게! 윤원형 ; (봉투를 주워들과 어음을 꺼내 보고는) 은자 오심만냥, 틀림없이 돌려 받았사옵니다. 하오면 이만 물러갑지요! (일어서는데) 김안로 ; 두 번 다시는 내 집에 발걸음 말게! 윤원형 ; 그리합지요! (몸을 휙- 돌려 방 밖으로 나간다) 김안로 ; (주먹을 움켜쥐며) 내 네놈과 난정이년에게 받은 이 수모를 반드시 되돌려주고 말 것이다! S#12 동 김안로 사랑채 마당 [윤원형, 콧방귀를 뀌며 어음봉투를 소매속에 넣고 대문쪽으로 가는데 윤원로, 황서방의 인도를 받으며 사랑채 쪽으로 온다.] 윤원형 ; (놀라) 아, 아니 형님이 여긴 어인 발걸음이시옵니까? 윤원로 ; 원형아, 너야말로 어찌된 일이냐?! (은근히) 원형아, 너도 희락당대감한테 벼슬 한자리 받으러 왔구나? 윤원형 ; 형님, 어쩌자고 희락당대감과 한통속이 되시려는 게요?! (윤원로의 팔을 잡아끌며) 어서 돌아가십시다. 윤원로 ; (윤원형의 손을 뿌리치며) 놔라, 내 희락당대감께 긴히 여쭐 말이 있어 왔다. 윤원형 ; 형님, 정녕 이 아우와 척을 지시려는 게요? 윤원로 ; 너야말로 정신 똑바로 차리거라! 정치를 하려면 조정의 대세를 잘 읽을 줄 알아야 하는 법이다! 지금 조정의 대세는 희락당대감께 있어! 윤원형 ; 좋소, 형님 마음대로 하시구려.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하신다 해도 이 아우 원망은 마시구려! (몸을 휙- 돌려 가버린다) 윤원로 ; 누가 후회할지 두고 보자구나. (방문쪽으로 다가서며) 희락당대감, 시생 원로이옵니다! S#13 동 김안로 사랑채 방 안 김안로(E) ; (방 안에서) 들어오시게! S#14 동 김안로 사랑채 마당 윤원로 ; (방 안으로 들어간다) S#15 동 김안로 사랑채 방 안 [김안로와 윤원로, 마주 앉아있다.] 윤원로 ; 박제학이 화천군을 쳐내는데 삼사와 유생들의 여론을 모아줄 것을 약조 하였사옵니다. 김안로 ; (시큰둥) 애썼네.. 이만 물러가시게. 윤원로 ; (눈치를 보며) 대감, 조금전에 원형이가 대감계 언짢은 짓거기라도 한 것이옵니까?.... 어찌 대감의 안색이 어두우신 듯 싶사옵니다. 김안로 ; 내 조정에 있는 한 자네 형제의 출사길이 열리지 않을 것이야! 윤원로 ; 예에? 대감 어찌 그런 말씀을...?! 김안로 ; 자네 아우의 첩실인 난정이가 윤씨가문에 있는 한 내 결코 자네 형제의 출사길을 열어주지 않을 게야! 내 말뜻을 알아 들으시겠는가?! 윤원로 ; ...? S#16 김안로 대문 앞길 [윤원로, 굳은 표정으로 대문을 열고 나오는 얼굴 위로] 윤원로(E) ; 하잖은 첩년따위 때문에 내 앞길을 망칠 수는 없지. 암, 암! 없고 말고! [윤원로, 뭔가 결연한 표정으로 어디론가 성큼성큼 간다.] S#17 옥매향 기방 안채 마당 [난정, 당의차림으로 모린을 거느리고 중문 안으로 들어서는데 심퉁, 난정쪽으로 달려와 조아린다.] 심퉁 ; 아씨, 오셨시유? 난정 ; 그래.. 별일 없었느냐? 심퉁 ; 아랫방에서 아씨 오라버니라는 분이 기다리구 계셔유. 난정 ; (아래채 방쪽을 보며) 내 오라버니? S#18 동 옥매향 아래채 방 안 [난정,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데 정렴, 환하게 웃으며 일어서서 맞이한다.] 정렴 ; 난정아, 참으로 오랜만이로구라. 잘 지냈느냐? 난정 ; (냉랭한 표정으로 앉으며) 어찌 날 찾아오신 게요? 정렴 ; (따라 앉으며) 어찌 찾아오다니? 오누이간에 안부가 궁금하여 온 게지. 난정 ; 오누이?! 허, 상전과 계집종 사이에 오누이가 가당키나 한 말이요?! 정렴 ; 난정아, 이미 다 지난 일을 들춰서 무얼하겠느냐? 난정 ; 내 정씨가문 사람들과는 마주 앉고 싶지 않으니 당장 돌아가시오! 정렴 ; ...난정아! 난정 ; 당장 돌아가래두! 정렴 ; (침통해지며) ..내 돌아갈 집이 없다. 난정 ; (놀라 보는) ...뭐라?! 정렴 ; 아버님께오선 작년에 낙향하시었다.. 난정 ; (충격) ...낙향?! 정렴 ; 그래.. 내 아버님께오서 도성에 남겨놓으신 가산을 몽땅 털어 복성군 지근들한테 벼슬 청탁하는데 썼거늘.. 이젠 집도 절도 없는 신세가 되었다. 난정 ; ,,,! 정렴 ; 난정아, 한핏줄을 나눈 오누이의 정을 생각해서라도 이 오라비가 예서 잠시 의탁하면 아니 되겠느냐? 내 기방 중노미 노릇이라도 하라면 하겠다. 난정 ; (보다가) ...좋소, 대신 내 시키는 대로 따르겠소? 정렴 ; (활짝 펴지며) 암, 내 뭐든 네가 시키는 대로 하마! S#19 편전 외경 [세자와 세자빈, 박상궁과 최상궁 들을 거느리고 편전 안으로 들어간다.] 세자, 세자빈(E) ; 아바마마, 문후 드리옵니다. S#20 동 편전 방 안 [중종 앞에 세자와 세자빈이 앉아있다.] (*윗목에 강찬이 앉아있다) 중종 ; 옥하가 입궐하였다고 들었거늘? 세자 ; 예, 누이가 동궁전에서 잠시 몸을 쉬신 연후에 퇴궐을 하였사옵니다. 중종 ; 헌데 어찌 이 아비를 보지도 않고 퇴궐을 한 게냐? 세자 ; 누이가 미령하시온 얼굴로 편전에 드시었다가 아바마마께 심려를 끼쳐드릴까 저어하신 듯 싶사옵니다. 중종 ; (끄덕이며) ...그래... 세자가 보기에 옥하의 병세가 어떠하더냐? 세자 ; 할마마마께오서 승하하신 슬픔으로 마음의 병이 드신 연후에 근자에 작서의 변괴에 대한 구설에 오르신 일로 환후가 더욱 깊어지신 듯 싶사옵니다. 중종 ; 뭣이라?! 허면 옥하가 작서의 변괴에 대한 구설을 알고 있단 말이냐?! 세자 ; 아바마마, 누이가 아무 말씀도 없이 소자의 손을 쥐시고 눈물만 흘리시었사옵니다.. 소자, 짐작컨대 분명 구설에 오르신 일을 깊이 자책하시는 듯 싶었사옵니다. 중종 ; 허어, 이럴 수가?... 가뜩이나 여린 성정에 얼마나 옥하의 가슴이 아팠을꼬? (강찬을 도며) 도승지는 들으라. 강찬 ; 예, 전하. 중종 ; 연성위 집에 어의를 보내 효혜공주의 병세를 살피도록 하라. 강찬 ; 예, 분부대로 거행하겠나이다. (일어서서 조아리고 방 밖으로 나간다) 세자 ; 아바마마, 옥하누이의 병은 탕약만으로 고쳐지실 듯 싶지가 않사옵니다. 중종 ; 탕약만으로 고칠 수가 없다니? 세자 ; 대궐과 도성 안에 사특한 유언비어가 횡행하는 한 옥하누이의 마음의 병은 쾌유되지 않을 것이옵니다. 아바마마, 사특한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자를 발본색원하시어 그 죄를 엄히 물으시옵소서! 중종 ; 과인이 어찌 누이를 생각하는 세자의 마음을 모르겠느냐? 과인이 세자의 깊은 뜻을 잘 알았으니 이만 물러가거라. 세자, 세자빈 ; 예. (일어서서 조아리고 방 밖으로 나간다) S#21 동 편전 마당 [세자와 세자빈, 박상궁과 최상궁 등을 거느리고 편전에서 나온다.] 세자 ; (멈춰서서) 빈궁, 먼저 동궁전으로 발걸음을 하시구려. 세자빈 ; 저하께오선 어딜 가시려 하시옵니가? 세자 ; 내 중궁전에 들어 어마마마를 뵈옵고 갈 것이오. 세자빈 ; 하오면 소첩도 저하와 함께 중전마마를 뵈옵고 문후를 드리겠사옵니다. 세자 ; 아니오. 내 어마마마와 나눌 말이 있소. 세자빈 ; 예에?... 예, 저하 말씀에 따르겠사옵니다. (최상궁에게) 가세, 최상궁. 최상궁 ; 예. [세자빈, 최상궁과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계단을 내려가 합문쪽으로 간다. 세자, 박상궁과 동궁내관을 거느리고 옆 계단을 내려가 교태전쪽으로 가는 모습 위로] 엄상궁(E) ; 중전마마, 세자저하 문후 드시었사옵니다. S#22 중궁전 방 안 [세자, 윤비 앞에 곧은 자세로 앉는다.] 윤비 ; 세자, 어찌 오늘은 빈궁을 떼어놓고 혼자 문후를 드신게요? 세자 ; 소자, 어마마마께 여쭐 말씀이 있어 혼자 들었사옵니다. 윤비 ; ...그래요? 오랜만에 세자와 오붓하게 얘기를 나누는 것도 좋겠지요. 세자, 무엇이 궁금하오? 세자 ; 어마마마, 어찌 병이 깊어 몸조차 제대로 가눌 수 없는 옥하누이를 중궁전으로 불러들이신 것이옵니까? 윤비 ; (흠짓 보는) ..세자, 그 일이 그리도 궁금하시었소?! 세자 ; 예! 어마마마. 윤비 ; 이 어미가 그동안 공주와 격조하였기에 오랜만에 얘기도 나눌 겸 마침 공주께서 미령하시다는 소문을 듣고 내의원에서 지어 올린 탕재도 건넬 겸 해서 들라 하였소. 세자 ; 어마마마, 탕재라면 아랫사람의 손을 빌어 내려주시면 되시었을 것을요?! 윤비 ; 그래요, 내 생각이 짧았구려.. 허나 내 효혜공주를 보고 싶기도 했었소. 세자 ; 어마마마, 혹시 옥하누이가 작서의 변괴에 연루되었다는 유언비어에 대해 누이에게 말씀하여 주시었사옵니까? 윤비; (보는)...? 세자 ; 어마마마, 말씀해 주시옵소서. 윤비 ; 그렇소, 내 공주에게 그 소문의 진위를 묻고자 중궁전으로 부른 것이요! 세자 ; 어마마마,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시었사옵니까?! 옥하누이의 병세는 생사의 갈림길에 서있으실 만큼 위중하시온데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시어 옥하누이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주신 것이옵니가?! 어찌요?! 윤비 ; (버럭) 뭐라?! 세자, 지금 이 어미를 추궁하는 것인가?! 세자 ; 추궁이라니요?! 어마마마, 소자는 그 까닭을 알고 싶은 것이옵니다! 윤비 ; 세자, 네 어찌 이 어미 앞에서 언성을 높이는 것이냐?! 세자 ; 어마마마! 소자는 누님의... 윤비 ; 세자, 그 입 다물라! 어찌 막중한 종사를 받들어야 할 세자가 어찌 이리도 용렬하고 불경할 수 있단 말인가?! (방 밖을 보며) 엄상궁, 당장 목침과 회초리를 들이거라! 엄상궁(E) ; (방 밖에서) 예. 세자 ; ...?! [방문이 열리면 엄상궁, 목침과 회초리를 바쳐 들고 들어와 윤비 앞에 내려놓는다.] 윤비 ; 세자, 종이리를 걷고 목침 위에 올라서거라. 세자 ; (보는)...?! 윤비 ; 어허, 네 정녕 어미의 명에 따르지 못하겠다는 말이냐? 세자 ; (일어서서 종아리를 올리고 목침 위로 올라서서 돌아선다) 윤비 ; (회초리를 치며) 네 이제껏 나를 친어미로 받들겠다고 한 것이 모두 거짓이었단 말이냐?! 세자 ; (움찔거리며 아픔을 참는) ...어마마마.. 윤비 ; (회초리를 들고 찰싹- 찰싹- 사정없이 종아리를 치는) 어미에게 불효막심한 자가 어찌 막중한 종사를 받들고 어진 백성들을 다스리는 임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까?! 세자 ; (윤비의 말이 더욱 아픈)...! S#23 동궁전 세자빈 방 안 [세자빈, 놀란 얼굴로 방문 앞에 서 있는 박상궁을 본다.] (*최상궁, 찻소반 옆에 앉아있다가 놀라 박상궁을 본다) 세자빈 ; 뭐라? 중전마마께오서 세자저하의 회초리를 치신다니?! 그게 참인가?! 박상궁 ; (울상되어)...예, 빈궁마마... 세자빈 ; (벌떡 일어서며) 최상궁, 내 중궁전으로 갈 것이다. [세자빈, 급하게 방 밖으로 나가면 박상궁과 최상궁, 그 뒤를 따른다] S#24 중궁전 복도 [세자빈, 박상궁과 최상궁을 거느리고 방문 쪽으로 급하게 다가와 서는데 (*오상궁이 서있다) (E)방 안에서 회초리 치는 소리, 찰싹- 찰싹- 세자빈 ; (고통스럽게 듣다가 방문 앞에 주저앉으며 간절하게) 중전마마, 세자저하를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S#25 중궁전 방 안 [윤비, 회초리를 치고 있다. 세자의 종아리가 터지고 헤져서 피가 배어나온다. 세자, 눈물이 범벅된 채 어금니를 악물고 고통을 참아내고 있다.] (*엄상궁, 안쓰러운 듯 지켜보고 섰다.) 세자빈(E) ; (방밖에서) 중전마마, 저하를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윤비 ; (회초리를 툭 던져버리며) 그만 내려서거라! 세자 ; (비틀거리며 목침에서 내려서는)... 윤비 ; 내 앞으로는 세자를 보고 싶지 않으니 당장 물러가거라! 세자 ; (꿇어 앉으며 눈물을 흘리는) ..어마마마.. 소자의 불효를 용서하시옵소서.. 윤비 ; 엄상궁! 빈궁을 들이게. 엄상궁 ; 예, (방문 쪽에다) 빈궁마마를 뫼시어라. 오상궁(E) ; (방밖에서) 예. [방문이 열리면 세자빈, 눈물을 흘리며 방 안으로 들어선다.] 윤비 ; 빈궁, 세자를 당장 동궁전으로 뫼셔가시오! 세자 ; ...어마마마, 소자를 용서해 주시옵소서! 윤비 ; 어서 뫼셔 가래두요! 세자빈 ; (세자 옆으로 다가와 부축하며) 저하, 가시지요. 세자 ; (윤비에게 조아리는).. 윤비 ; (고개를 돌려 냉랭하게 외면해 버리는) [세자, 세자빈의 부축을 받으며 넘어질 듯 쩔뚝거리며 방 밖으로 나간다. 엄상궁, 윤비의 눈치를 보며 목침과 부러진 회초리 등을 챙겨들고 나간다.] 윤비 ; (방문 쪽을 돌아보며)...! S#26 희빈 처소 방 안 [희빈과 창빈, 앞에 앉은 향이를 보며 말한다.] 희빈 ; 중전마마께오서 세자저하의 회초리를 치시었단 말이냐? 향이 ; 예, 세자저하께오서 걸음을 떼어놓지 못하시어 별감들이 동궁전가지 업어 뫼시었다 하옵니다. 희빈 ;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누?! 창빈 ; 정상궁, 중전마마께오서 어인 일로 세자저하께 회초리를 치시었다는가? 향이 ; 세자께오서 중전마마께 효혜공주를 중궁전으로 불러들이신 까닭을 물으시면서 언성을 높이시었다 하옵니다. 창빈 ; 언성을 높이시었다? 희빈(E) ; 호호, 어찌 되었든 이번 일로 중전과 세자 사이에 금이 가고 틈이 벌어질 것이니 잘된 일이구먼! 암, 참으로 잘된 일이고 말고?! S#27 효혜공주 안채 방 안 [효혜공주, 자리에 누워있고 침모(*), 대야물에 적신 수건으로 효혜공주의 이마의 땀을 닦아준다. 김희, 효혜공주의 옆에 걱정스럽게 앉아있고 김안로, 한편에서 본다.] 효혜공주 ; 아버님.. 뉘게도 발설하지 않겠다는 약조를 지키지 못하여 참으로 송구하옵니다.. 김안로 ; 괜찮사옵니다.. 성정이 여리신 공주마마께오서 중전마마의 추상과 같은 추궁을 견뎌내실 수는 없으시었을 겝니다. 효혜공주 ; (눈물이 흐르는) ...세자저하께는 차마 말씀 올리지 못하였사옵니다.. 김희 ; 부인, 참으로 잘하신 겝니다. 세자저하께 말씀을 올리시었다면 왕실과 조정에 큰 사단이 났을 겝니다. 황서방(E) ; (방 밖에서) 대감마님, 궐에서 승지영감과 어의영감이 나오시었사옵니다. 김안로 ; (돌아보며) 뫼시게! S#28 동 효혜공주 안채 마당 황서방 ; 예. (박승지와 양어의에게) 드시지요. [박승지와 양어의, 의녀(*) 하나를 거느리고 댓돌 위로 올라선다.] 김안로 ; (밖으로 나오며) 어서들 오세요. 박승지 ; 전하께오서 공주마마의 환후가 염려되시어 어의영감을 보내시었사옵니다. 김안로 ; 참으로 우악하오신 성총이옵니다. (양어의에게) 드시어 진맥하시지요. 양어의 ; 예. (의녀를 거느리고 마루 위로 올라선다) 김안로 ; ... S#29 윤임 사랑채 마당 [박서방, 한 곳에 서 있는데] 윤임(E) ; 뭬요?! 중전이 세자저하께 회초리를 쳐요?! 박서방(E) ; (방문쪽을 돌아보는) ...회초리를?! S#30 동 윤임 사랑채 방 안 [윤임, 분통을 터뜨리며 앉아있고 그 앞에 김제학, 허항, 채무택이 앉아있다. 윤임처, 찻잔에 차를 따르다가 놀란 눈으로 윤임을 본다.] 윤임 ; 이것은 세자저하께 대한 명명백백한 도전이외다! 아니 되겠소이다. 내 당장 편전에 들어 주상전하께 고하여야겠소! 윤임처 ; 대감, 참으시옵소서! 대감 혼자 나서신다고 되실 일이 아니옵니다. 김제학 ; 정부인 말씀이 옳사옵니다. 분기만으로 일을 성사시킬 수가 없사옵니다. 허항 ; 예, 지금은 일사불란하게 일을 도모해야 할 때이옵니다. 윤임 ; 대체 희락당대감께오선 언제까지 기다리고만 있으란 겐지?! 채무택 ; 희락당대감께오서도 생각이 계실 것이니 잠시 더 기다려 보시지요. 윤임(E) ; 허어, 이자들이 언제부터 이토록 희락당에게 충성스러운 수족노릇을 하게 된 게지?! S#31 빈청 방 안 [정광필과 윤은보, 이언적, 강찬이 앉아있다.] 정광필 ; 중전마마께오서 어찌 세자저하의 회초리를 치시었는지? 허어.. 이거 참... 강찬 ; 영상대감, 모후께오서 아드님의 훈육을 위해 종아리를 치실 수도 있는 일이거늘 어찌 이리 걱정을 하시옵니까? 윤은보 ; 희락당과 판부사가 이번 일에 책을 잡는다면 조정의 대사로 번질 수 있으니 그걸 염려하시는 게지요. 강찬 ; 음..! 희락당대감이 이런 호기를 놓칠 리가 없는데 어찌 이리도 조용한 겐지 모르겠사옵니다. 이언적 ; 소인배의 뒤가 구린 게지요! 일동 ; (이언적을 돌아보는)...?! 윤은보 ; 회재, 그 무슨 말씀이신가? 이언적 ; 항간에 떠도는 유언비어가 참일 수도 있지요. 정광필 ; 허면 희락당대감이 작서의 변괴의 배후일 수도 있다는 말이신가?! 이언적 ; 예! 김안로는 그리하고도 족히 남을 위인이옵니다. 일동 ; ...! S#32 백치수 사랑채 방 안 [윤원형, 연상 위에 오십만냥 짜리 어음봉투를 탁- 내려놓는다.] 백치수 ; 나으리, 이것이 무엇이옵니까? 윤원형 ; 자네가 내게 바친 오십만냥 짜리 어음일세. 백치수 ; (영문몰라) 하, 하온데 이걸 어찌 돌려주시는 것이옵니가? 윤원형 ; 내 희락당대감한테 되돌려 받았으니 자네한테 돌려주는 걸세. 백치수 ; (놀라 보며) 예에? 윤원형 ; 자네 목숨 같은 전재산을 돌려주는 것이니 나중에 술이나 한잔 사게! 백치수 ; (굳는) 이놈은 나으리께 목숨을 구명하여 달라 하였지 재물을 돌려달라고 한 적이 없사옵니다. 윤원형 ; 뭐라?! 백치수 ; 이놈, 나으리를 믿고 목숨을 맡기었거늘 어찌 이놈을 죽이려 하시옵니까? 윤원형 ; 허어, 이사람, 내게 절을 해도 모자란 판에 어찌 이러는가? 백치수 ; 이 돈을 올려 받았으니 희락당대감이 조정권세를 잡으면 이놈은 죽은 목숨이라 이 말씀이옵니다! 윤원형 ; 희락당은 조정권세를 틀어쥐지 못할 것이니 아무 걱정 말게! 백치수 ; 나으리! 윤원형 ; 허어, 글쎄, 내 말을 믿으래두! 백치수(E) ; (불길하게 보는) 허, 내 한치 앞도 못 내다보는 이런 자에게 목숨을 맡기다니?! 내 사람을 잘못 보았구먼! 잘못 보았어! S#33 어느 길 [윤원형, 걸어오다가 뒤를 돌아보는 얼굴 위로.] 윤원형(E) ; 허, 김안로 같은 소인배 따위를 두려워하다니 그깟 좁쌀만한 배포루다 무슨 장사를 하겠다고? 암, 두고 봐라, 언젠가 내 손에 천하를 쥐면 조선에서 청탁뇌물이니 매관매직 같은 짓거리들은 싹 쓸어버릴 테니까?! [날씨를 음미하듯 보며 어디론가 휘적휘적 간다.] S#34 장대인 사랑채 방 안 [송서방, 탁자 위에서 수북히 쌓인 어음들을 정리하고 있다. 장대인, 찻잔을 들어 마시며 장부책을 보고 있다.] 송서방 ; 어르신, 다 되었사옵니다. 장대인 ; 틀림 없겠지? 송서방 ; 예, 이 어음들을 누가 수결했는지 알 수 없게 해놨습니다요. (어음뭉치를 건네면) 장대인 ; (받으며) 애썼네. 자넨 이만 나가보게. 송서방 ; 예. (조아리고 방 밖으로 나간다) 장대인(E) ; (어음을 보는) 이만한 돈이면 조정신료들 절반이 찍혀져 나간다 해도 나머지를 채울 수 있을 게야! 헌데 희락당대감께오선 무얼 망설이시는 게지? (어딘가를 돌아보는)...?! S#35 김안로 사랑채 정자 위 [김안로, 멀리 보며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얼굴 위로.] 김안로(E) ; 천하를 손아귀에 움켜쥘 때가 무르익었거늘 내 아녀자에게 뒷덜미를 잡혀 이리 허송세월을 보내야만 하다니... 허어 참으로 답답하구먼.. (하늘을 보며 한숨을 내쉬는)...! [황서방, 한중보와 장순손을 인도하여 온다.] 황서방 ; 대감마님, 도총관대감과 장판서께오서 오시었사옵니다. 김안로 ; (돌아보며) 대감들 오시었사옵니까? 한중보 ; 대감, 드릴 말씀이 있사옵니다. 김안로 ; 허면 방으로 드시지요. (정자 위에서 내려와 방쪽으로 가면) 한중보, 장순손 ; (그 뒤를 따르는)... S#36 동 김안로 사랑채 방 안 [김안로 앞에 한중보와 장순손이 앉아있다.] 장순손 ; 대감, 오늘밤 화천군대감 집에서 조정신료들의 회합이 있을 것이옵니다. 한중보 ; 내일이면 화천군과 그를 따르는 신료들이 편전에 들어 전하께 작서의 변괴에 대한 재조사를 주청드릴 것이옵니다. 김안로 ; (눈을 감은 채) ...음! 장순손 ; 대감, 뭐라 말씀 좀 해보시옵소서.. 한중보 ; 대감! 김안로 ; 잠시만 더 기다려 주시오. 내 방도를 강구하리다. 한중보 ; 근자에 작서의 변괴의 배후가 희락당대감이라는 유언비어가 도성 안에 파다 하옵니다. 대감, 실기하시오면 큰 화를 당하실 수도 있사옵니다. 김안로(E) ; 큰 화를 당할 수도 있다?...음! S#37 심정 사랑채 방 안 [심정, 가는 눈을 뜨며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심정 ; 암, 김안로가 틀어쥔 뇌물명단이 자루빠진 도끼에 불과하다면 희락당을 거꾸러뜨리는 것 쯤 무에 어렵겠누?! 하하하! S#38 윤원형집 대문 안 마당 [삼이, 중문 밖으로 급하게 달려 나오다가 누군게에게 쿵- 부딪쳐 엉덩방아를 찧는다. 삼이, 찡그리고 올려다 보면 윤원로, 무서운 표정으로 내려다본다.] 윤원로 ; 이놈! 누가 첩년의 자식놈 아니랄까봐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니는 게냐?! 삼이 ; (일어서서 쏘아보는데)...?! 윤원로 ; 이놈이 어따가 눈을 치켜뜨는 게야?! (쥐어박을 듯 주먹을 치켜드는데) 김씨 ; (배천댁을 거느리고 중문 밖으로 나오며) 아주버님, 무엇을 하시는 겝니까? 윤원로 ; 내 첩년의 자식놈 버릇 좀 가르치려던 참이오! 삼이 ; (울먹이는) ...아씨.. 김씨 ; 아주버님, 삼이버릇은 제가 가르칠 테니 그만 두시지요. 윤원로 ; 뭬요?! 제수씨가 자꾸 감사고 도니 세상에 양반, 상놈 구별이 문란해지는 게요! 말 나온 김에 잘 되었소! 제수씨, 큰 사랑채로 좀 드시오. (중문 안으로 들어간다) 김씨 ; (삼이를 보고) 삼아, 괜찮느냐? 삼이 ; ..괜찮사옵니다.. 김씨 ; 배천대, 삼이 옷을 갈아입히게. 배천대 ; 예, 아씨.. 김시 ; (중문 안으로 들어간다) 삼이 ; (김씨를 보는)... S#39 동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방 안 [윤원로, 윤지임과 김씨를 보며 말한다.] 윤원로 ; 아버님, 세상천지에 첩년이 정실부인의 웃전노릇을 하는 법이 어디 있으며 첩년의 자식한테 도령복을 입히고 서당을 보내면서 금지옥엽처럼 키우는 법도가 또 어디 있사옵니가?! 김씨 ; 아주버님, 무슨 말씀을 하시고 싶으신 겝니까? 윤원로 ; 난정이하고 난정이 자식놈을 내치라 말씀 드리는 겝니다! 윤지임 ; 뭬, 뭬야...?! 김씨 ; 아주버님, 그 일은 제 서방님께오서 정하실 일이옵니다. 윤원로 ; 제수씨, 난정이가 나와 원형이의 앞날을 떡하니 가로 막고 걸림돌 노릇을 하고 있사옵니다! 닐리리야 계집 하나 때문에 우리 가문이 풍비박산이 나게 생겼는데도 제수시께서는 난정이 역성만 드실 겝니까? 윤원형 ; (방문을 열고 들어오며) 형님, 난정이 때문에 우리 가문이 풍비박산이 나다니요?! 오히려 난정이가 없었다면 진즉 풍비박산이 나도 열두번은 있을 겝니다! 윤원로 ; 원형아, 아까 희락당대감께오서.. 윤원형 ; 형님, 어찌 이 집안에서 희락당의 졸렬한 이름을 들먹이는 게요?! 그자야 말로 중전마마와 우리 가문을 망치려는 자란 것 어찌 모르시오?! 윤원로 ; 뭬야?! 김씨 ; (굳는)...?! 윤지임 ; (김씨를 힐끗 보고) 원형아, 네 말이 과한 듯 싶구나. 윤원형 ; 부인한테는 미안한 말씀이나 희락당과 우리 가문은 한 하늘을 이고 살 수는 없는 사이요! 허니, 형님도 괜히 벼슬구걸 다니시지 말고 정신 좀 차리시오! 윤원로 ; 네 지금 그걸 말따위라고 내뱉는 게냐?! 윤원형 ; 형님, 난정이 일은 중전마마께오서 윤허하신 일이니 더는 왈가왈부 마시오. 윤원로 ; 오냐, 네 툭하면 중전마마를 들먹이는데 중전마마께오서 우리 형제한테 베푸신 게 뭐냐?! 윤원형 ; 뭐, 뭐요?! 형님! 윤원로 ; 말이야 바른 말이지, 중전마마 때문에 외척이란 까닭으로 평소엔 파락호 노릇이나 하고 조정에 큰 옥사가 있을 때마다 괜히 풍파에 휩쓸릴까 가슴 졸이며 남들 눈치나 살피어야 하는 게 다 중전마마 탓 아니더냐?! 윤원형 ; (울컥하여) 형님, 말이면 다 말인줄 아시오?! 내 형님만 아니었어도..! 윤원로 ; 뭬야, 네 멱살잡이라도 해보겠다는 게냐?! 윤지임 ; 이놈들아, 아비 앞에서 이 웬 막되먹은 짓거리냐?! 윤원형, 원로 ; (씩씩대며 서로를 노려보며 분기를 삭이는)...! 윤지임 ; 에휴, 내 이꼴저꼴 아니보려면 하루라도 빨리 눈을 감아야 하는 것을...! S#40 동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마당 [윤원형과 윤원로, 댓돌 아래로 내려선다.] 윤원로 ; 원형아, 앞으로 이 형을 만나더래도 아는 척 말거라! 윤원형 ; 내가 형님한테 하려던 말이오! 윤원로 ; 못난 놈! (몸을 휙- 돌려 간다) 윤원형 ; (찜찜한 기분으로 보다가 몸을 돌려 작은 사랑채쪽으로 가는) ...! S#41 갖바치 아랫방 안 [방백인, 사주풀이 하였던 누렇게 변색된 종이들을 펼쳐보고 있다. 방백인 그중 한장을 유심히 본다. "鼠兮鼠兮 子母鼠兮"라고 쓰여있다. 방백인, 그 글귀를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집어들고 방 밖으로 나간다.] S#42 동 갖바치 마당 [갖바치, 평상 작업대 위에서 바늘땀을 넣고 당골네, 푸성귀를 다듬고 있는데 방백인 "鼠兮鼠兮 子母鼠兮:라고 쓰인 종이를 들고 방 밖으로 나온다.] 방백인 ; (갖바치에게 다가오며) 형님, 팔자 도망질은 칠 수 없다는 말이 참으로 맞나보오.. 당골네 ; (보며) 임자, 뜬끔없이 그 무슨 말이요?! 방백인 ; ("鼠兮鼠兮 子母鼠兮" 종이를 갖바치에게 건네며) 내 수년전에 경빈마마의 사주풀이를 해준 거요. 갖바치 ; (받아서 읽어보는) ...서혜서혜 자모수혜라.. 당골네 ; (어느새 옆에 다가와서 보며) 그게 무슨 뜻입니까요? 갖바치 ; ...쥐여 쥐여 모자가 해를 받을 것이다? 방백인 ; 경빈마마와 복성군께서 작서의 변괴로 사사되시었으니 사주대로 된 게지요. S#43 옥매향 기방 대문 앞 [심퉁, 대문 앞을 비질하고 있는데 임백령, 괴나리봇짐에 책보를 들고 심퉁쪽으로 걸어와 선다.] 임백령 ; 심퉁아, 그동안 잘 지냈느냐? 심퉁 ; (보고 놀라) 나으리...?! 임백령 ; 그래, 나다.. 매향이는 안에 있느냐? 심퉁 ; ...그, 그게 저... 임백령 ; (농조) ...왜 그러느냐? 매향이가 그새 딴 살림을 차리기라도 한 게냐?! S#44 동 옥매향 아래채 방 안 [임백령, 난정을 놀란 눈으로 보며 말한다.] 임백령 ; 지금 뭐라 하시었소?! 매향이가 떠나다니요?! 난정 ; 매향이한테 무슨 사연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 말도 없이 떠났소. 임백령 ; (허망한) ..이럴 수가.. 이럴 수가.. 그 꿈이 참말이었단 말인가? 난정 ; ... 임백령 ; (자기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오는) 허, 허... (울음으로 바뀌는) ...흐흐흑... 난정 ; (임백령을 보다가 자리를 비켜주듯이 일어서서 나가는)... 임백령 ; (고개를 숙이고 흐느끼는) ...매향이...흐흐흑.. S#45 동 옥매향 아래채 방 안 [난정, 방 밖으로 나와서 아랫방쪽을 돌아본다.] 임백령(E) ; (방 안에서 서러운 울음소리 이어지는) 흐흐흑... 난정 ; (착잡한 듯 보는)...! S#46 당추 암자 방 안 [당추, 목각불을 깎고 있다가 한숨을 내쉬며 혼잣말로 말한다.] (*용이, 방바닥을 걸레질 치고 있다.) 당추 ; 음..! 산다는 게 모두 일장춘몽이거늘... 나무관세음보살.. 용이 ; (보며) 예에? 스님 지금 뭐라 하시었사옵니까? 당추 ; 이놈아! 참견 말고 걸레질이나 하거라. 용이 ; 예, 스님. (걸레질을 하는) 당추 ; 방바닥을 네 마음이라 생각하고 깨끗하게 닦거라! 용이; 예, 스님! 당추 ; 허어, 그놈 대답 한번 시원시원 하구나. S#47 동궁전 외경 세자빈(E) ; 저하, 이몸으로 어딜 가시려는 것이옵니까? S#48 동 동궁전 방 안 [세자빈, 세자의 앞을 가로막고 섰다.] 세자 ; 빈궁, 비켜 서시구려. 내 중궁전에 들어 어마마마께오서 회초리를 치신 까닭을 여쭤보아야겠소. 세자빈 ; 저하, 중전마마의 진노가 아직은 풀리시지 않으시었사오니 나중에 드시옵소서. 세자 ; 어마마마께오서 내게 회초리를 치신 깊으신 듯이 계시었을 것이오 내 그 뜻을 알아야겠소이다. (절뚝거리며 방 밖으로 나간다) 세자빈 ; (걱정되는)...?! S#49 중궁전 방 안 [윤비와 중종, 마주 앉아있다.] 중종 ; 중전, 어찌 세자에게 회초리를 치신 게요? 과인이 듣자니 세자의 언성이 높았다고 하던데 그게 참말이요? 윤비 ; 전하, 세자가 효혜공주를 염려하는 마음이 커서 언성이 높아진 것이옵니다. 세자가 신처에게 불경한 뜻으로 언성을 높인 일은 없었사옵니다. 중종 ; 허면 어인 연유로 그리도 가혹하게 세자에게 회초리를 치신 게요? 윤비 ; 전하, 세자는 장차 전하의 대통을 이어 보위에 오르실 분이시옵니다. 또한 세자는 장차 동방의 성군이 될 자품과 식견을 지닌 왕재이옵니다. 하오나 세자가 여린 성정을 지녔사옵고 세상에 태어난지 이레만에 생모이신 장경왕후께오서 졸하시고 유모의 손에서 자란 탓에 사사로운 정리에 이끌리기가 쉽사옵니다. 또한 근자에 누구보다 제사를 괴이시던 대비마마께오서 승하하신 연후에 세자가 스스로의 명철한 판단과 혜안을 믿기에 앞서 사사로운 정리에 이끌리는 적이 많다고 들었사옵니다. 신첩, 세자가 심약하고 우유부단한 군주가 될까 심히 염려가 되어 손에 회초리를 든것이옵니다.. 중종 ; ... 윤비 ; 전하, 세자의 종아리에 회초리를 치는 신첩의 마음도 찢어질 듯 아프옵니다.. 하오나 신첩이 모질게 마음을 먹지 않는다면 조종조의 음덕으로 천세 만세의 성군의 자질을 타고난 세자의 왕재가 빛을 바랠 수도 있사옵니다. 중종 ; 그래요.. 그것도 모르고 과인은 중전을 오해하였구려.. 윤비 ; ...전하, 신첩은 세자를 이나라 종사를 빛낼 성군으로 만들 수 있다면 백천, 아니 천번이고 손에 회초리를 들 것이옵니다. 중종 ; 예, 세자를 괴이신다면 마땅히 그러시어야지요.. 세자도 중전의 이런 마음을 알아줄게요.. 윤비 ; (눈물이 흐르는)...전하.. S#50 동 중궁전 방 밖 복도 [세자, 방문 앞에서 감동스러운 표정으로 듣고 서 있다.] (*엄상궁과 오상궁 뒤편으로 박상궁과 동궁내관이 서있다.) 엄상궁 ; (낮게) 저하, 고할까요? 세자 ; (저으며) ..아닐세 내 나중에 다시 들겠네.. (방문을 향해 큰 절을 올리는) 어마마마.. 고맙사옵니다.. (눈물이 흐르는) ..참으로 고맙사옵니다.. (힘겹게 일어나며) 가세, 박상궁.. [세자, 절뚝걸음으로 앞장서서 박상궁과 동궁내관을 이끌고 간다.] S#51 심정 사랑채 외경 (밤) [불빛이 비치는 방문에 사람들의 실루엣이 비치고 있다. 심정집사, 한쪽에 지켜 서있다.] S#52 동 심청 사랑채 방 안 (밤) [심정 앞에 김극핍, 장순손, 이항, 이유청(*)과 판서급대신들과 박희량이 앉아있다.] 심정 ; 날이 밝는대로 편전에 들어 주상전하께 작서의 변괴를 재조사하라는 주청을 드릴 것이외다! 일동; (결연한 표정)...! 심정 ; 이번 주청으로 작서의 변괴의 배후에 김안로가 있다는 것을 만천하에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하오! 김극핍 ; 예, 누가 죽든가 판사름을 해야지요! 이항 ; 허나 만에 하나 희락당대감이 뇌물명단을 전하께 고하면 어찌되는 것이옵니까?! 심정; 그런 염려는 마시오! 이사람이 김안로가 틀어쥐고 있는 뇌물명단을 그림의 떡 (畵中之餠)으로 손을 써 놨소이다! 장순손(E) ; (흠짓 놀라) 그림의 떡?! 이 대체 어찌 돌아가는 판국인지.. 허어 이거 참! 김극핍 ; 그게 참말이시라면 일이 성사된 것이나 마찬가지 아니옵니까?! 하하, 아니 그렇소이까, 장판서! 장순손 ; 아, 예.. 지당한 말씀이옵니다. 심정 ; 박제학, 재상들이 편전에 들어 주청을 드린 연후에 삼사에서 김안로를 죄주라는 상소가 빗발쳐야 할 것일세. 박희량 ; 예, 그리 하겠사옵니다. 심정 ; 대감들, 내일부터는 다리를 쭉 뻗고 주무시게 되실 것이외다! 하하하- 일동 ; 암요, 하하하- 박희량(E) ; 화천군이 무엇을 믿고 이리 기고만장한 게지?! S#53 옥매향 기방 아래채 방 안 (밤) [난정, 촛불을 보며 싸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얼굴 위로] 난정(E) ; 효혜공주가 중전마마 앞에서 세자궁에 작서를 들인 일을 자인하였으니 김안로 네놈도 이빨 빠진 호랑이에 불과할 뿐이다.. 호호호... (웃다가 갑자기 뚝 그치며) 헌데 공주의 환후가 깊다고 하던데 갑자기 졸하신다면 어찌되는 게지?... 아니돼! 김안로에게 기회를 줄 수는 없음이야! 난정 ; (방밖을 보며) 모린아- 모린아- 모린 ; (방문을 열고 들어오며 낮게) 찾아 계시옵니까, 아씨... 난정 ; 출타할 채비를 하거라. 모린 ; 지금 말씀이옵니까? 난정 ; 그래, 내 오늘밤 들를 데가 있다. 모린 ; 예. (방 밖으로 나간다) 난정 ; 김안로, 내 네놈이 거꾸러지는 몰골을 똑똑히 보아둘 것이야! S#54 김안로 사랑채 방 안 (밤) [김안로, 촛불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겨있는 얼굴 위로] 김안로(E) ; 내 공주마마를 며느리로 들여 왕실의 사돈이 된 것을 디딤돌 삼아 조정권세를 틀어쥘 수 있을 것이라 여겼건만 그것이 이제와서 독약이 될 줄이야.. 정녕 솟아날 방도가 없단 말인가?!...(문득) 만에 하나 공주마마께오서 졸하시온다면 올가미를 풀 수 있음이거늘..! 아니야, 내 무슨 생각을 하는 겐가?! 며느리를 죽여서 천하권세를 얻은들 그 무슨 소영이겠는가?! 허나 그 방도 밖에 없다면...? 황서방(E) ; (방 밖에서) 대감마님! 김안로 ; 무슨 일이냐? 황서방(E) ; 윤승후관 작은안으서가 뵙기를 청하옵니다. 김안로 ; 뭐라, 난정이가?!.. (일그러지며) 들라해라! 황서방(E) ; 예! 난정 ; (방문을 열고 들어오며) 희락당대감. 어찌 얼굴에 시름이 가득하시옵니다? 김안로; (노려보며) 네년이 내 집엔 어찌 왔느냐? 난정 ; (앉으며) 소첩, 대감게 조정신료들의 명단이 적힌 치부책을 되돌려받으러 왔습지요. 김안로 ; 네년이 청하면 내 순순히 내줄 것이라 생각하느냐? 난정 ; 어차피 그 치부책은 대감께는 깨진 시루가 이니옵니가? 김안로 ; 뭐라?! 난정 ; 소첩에게 내어주시오면 대감의 목숨을 구명해 드리지요. 어떻사옵니가? 그리하시는 게 대감과 대감의 가문을 위해서도 좋을 것이옵니다. 김안로 ; (괴로운 신음) ...음! S#55 동 김안로집 대문 앞 (밤) [황서방, 대분을 열어주면 침모(*), 급하게 들어와 황서방의 귓전에 뭐라고 말한다. 황서방, 놀란 눈으로 급하게 사랑채 쪽으로 뛰어간다.] S#56 동 김안로 사랑채 방 안 (밤) [난정, 괴로운 표정의 김안로를 본다.] 김안로(E) ; (괴로운) 그래, 차라리 치부책을 내어주고 후일을 기약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음이야.. 김안로 ; 난정아, 내 치부책을 내어주면 나와 내 가문의 안위를 지켜줄 수 있겠느냐? 난정 ; 소첩, 천지신명께 맹세코 그 약조를 지킬 것이옵니다! 김안로 ; (망설이는데)... 난정 ; (다그치듯) 대감, 어서 치부책을 내놓으시지요! 김안로 ; 오냐, 내 그리 하마! 황서방(E) ; (방 밖에서 다급한) 대감마님! 김안로 ; 무슨 일이냐?! S#57 동 김안로 사랑채 마당 (밤) 황서방 ; (방쪽을 향해 다급하게 고하는) 공주마마께오서 위급하시다 하옵니다요! S#58 동 김아놀 사랑채 방 안 (밤) [난정과 김안로, 방문쪽을 보며 동시에 놀란다.] 김안로 ; 뭐라?! 공주마마께오서?! (난정을 휙- 노려보는) ...! 난정(E) ; (놀란) 아니돼! 아니돼! 효혜공주께오서 지금 졸하면 아니돼! [난정, 김안로를 당혹스럽게 보는 얼굴에서 스톱모션] *{제 128회 끝}*
.여인천하↲
.영화 & 드라마 대본 ↲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