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천하 135
s#1. 당추 암자 근처 정자 위(낮) 난정과 소월향, 마주 앉아있다. 난정, 다소곳하게 앉아있는 소월향을 뚫어지게 본다. 난정 월향아, 네 송도 출신이라 하였느냐? 소월향 예, 소첩 송도 병부교 색주가에서 나고 자랐습지요. 난정 (끄덕이며) 송도는 평양과 쌍벽(雙璧)을 이루는 색향이니 네 기생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겠구나. 소월향 ... 난정 자고로 기생이란 소금 한섬을 들어먹어도 짜다는 소리를 안하고 당초 한수레를 털어 먹어도 맵다는 소리를 하지 않아야 하느니. 소월향 (배싯 웃으며) 소첩, 어려서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말이오나 소첩은 한량이나 뜨내기 장사치를 털어먹는 창기는 되지 않을것이옵니다. 난정 ..창기는 되고 싶지 않다? 소월향 소첩, 이 치마폭으로 천하를 호령하는 영웅호걸을 휘감는 명기가 될것이옵니다. 난정 호호호, 한폭 치마로 영웅호걸을 휘감겠다?! 호호호, 네 말하는 법수가 제법 당돌하구나! 소월향 부끄럽사옵니다. 아씨께오선 한폭 치마 속에 천하를 담으려 하시는데 소첩은 영웅호걸이라도 휘감아야지 아녀자로 태어난 보람이 있지 않겠사옵니까? 난정 (흠짓 굳으며) 뭐라?! 소월향 장차 중전마마께오서 생산하오실 대군아기씨께오서 장성시어 대통을 이으신다연 중전마마께오선 천하를 도리질 치실것이옵고, 그리되오면 아씨께오선 천하를 치마폭에 담으실수 있을 것 아니옵니까? 난정 (버럭) 네 이년! 네 어찌 요망한 혓바닥을 함부로 놀려대는 것이냐?! 소월향 ..아씨께오서 소첩을 부르신 연유가 그때 요긴하게 쓰실 인재들을 치마폭에 휘감아두란 뜻으로 알고 있사온데 소 첩의 짐작이 틀렸사옵니까? 난정 (소월향을 노려보는)...?! 소월향 (난정을 마주 보는)... 난정 (웃음을 터뜨리는) 호호호! 네 참으로 원만한 사내 한둘쯤은 통째로 찜져 먹을만한 계집이로구나! 소월향 (미소)..부끄럽사옵니다. 난정 오냐, 월향아 내 너에게 장통교 기방을 맡길 것이니 내 뜻을 잘 받들도록 해라. 소월향 (일어나 큰절을 올리며) 소첩, 아씨께 견마지로를 다 바칠 것이옵니다. 난정 (그 자태를 보는)...! s# 동 암자 누마루 계단 아래 난정, 떠나는 소월향과 윤춘년을 배웅하고 있다. (*모린, 난정의 뒤를 따른다) 윤춘년 당숙모님은 언제까지 이 암자에 머무실겝니까? 난정 내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실때까지는 예서 불공을 드려야 할 것이니 조카님이 월향이를 장통교기방에 데려가시게나. 윤춘년 그리하옵지요. 난정 월향아, 내 도성으로 돌아갈 때까지는 기방밖으로는 발걸 음하지 말고 은인자중하고 있어야할 것이다. 소월향 명심하겠사옵니다. 난정 조카님, 어서 떠나시게. 윤춘년 예, 당숙모님. (소월향이에게) 가세. 소월향 (난정에게 조아리며) 나중에 뵈옵겠사옵니다.(윤춘년을 따라계단을 내려간다) 난정 (윤춘년과 소월향의 뒷모습을 보는데) 당추 (난정쪽으로 다가오며) 난정아, 네 저 기생을 어디에 쓰려느냐? 난정 (돌아보며) 예에? 당추 난정아, 저 기생의 얼굴엔 요태가 흐르고 있으니 가까이 해서는 아니될 것이다. 난정 (미소).. 스님, 매향이가 떠난후 장통교 기방을 너무 오래 비워둔 듯 싶어 기방을 맡길 기생을 찾은 것뿐이오니 너무 심려마시옵소서. 당추 기방을 맡길 기생이라..? 난정 예, 스님! 하오면 소첩은 부처님께 올릴 공양 채비를 하겠사옵니다. (모린에게)가자 모린아. (모린을 거느리고 계단을 오르는) 당추 (소월향의 뒷모습을 의미심장하게 보며 혼잣말)..허어, 장차 이나라를 크게 어지럽힐 계집이로다! 용이 예에? 스님 지금 뭐라 하시었사옵니까? 당추 아니다. (몸을 돌려 계단을 올라간다) 용이 (영문몰라 소월향의 뒷모습을 보다가).?! (당추를 따라간다) s# 중궁전 외경 중종 (E)(다급한) 중전, 괜찮으신게요?! s#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슬픈 표정으로 자리에 누워있고 중종, 걱정스러운 눈길로 보고 있다. 윗목엔 양어의와 의녀가 앉아있다. 윤비 (눈물을 흘리는)..신첩.. 낳아주신 아버님의 임종도 지키지 못하였사오니 세상에 이리 큰 불효가 어디 있사옵니까.? 흐흑.. 중종 (윤비를 안스럽게 보다가 양어의를 돌아보며) 양어의, 중 전의 복중태아는 어떠한가? 양어의 중전마마와 복중아기씨는 무탈하시옵니다..하오나 중전마마께오서 파산부원군대감의 훙거로 충격이 크시오니 몸조섭에 크게 마음을 쓰시어야 할것이옵니다. 중종 (윤비의 손을 쥐어주며)..과인이 중전의 망극한 심정을 어찌 모르겠소만 복중의 용종을 위해서라도 힘을 내세요.. 눈을 감으신 장인께서도 중전이 힘을 내시어 용종을 무탈 하게 생산하시길 바라실게요.! 윤비 (슬픈 표정) 흐흐흑..! s# 김안로 사랑채 방 안 김안로와 윤임, 관복을 입은채 앉아있다. 김안로 ..중전이 아비를 잃은 충격으로 복중 태아를 낙태하였으면 화근이 사라지는 것이었거늘...! 윤임 허어, 희락당대감, 어찌 그리 섬뜩한 말씀을 하시오이까? 김안로 세자저하의 앞날을 위해서는 백번 천번이고 그리되었어야 마땅한것을요! 윤임 (E)(움찔보며) 허어, 인면수심이라더니...! 이 자가 어찌 이리 변했단 말인가?! 김안로 이사람 말에 틀림이 있사옵니까?! 윤임 아,아니오이다! 마땅히 그리 되었어야지요.. 황서방 (E)(방밖에서) 대감마님, 입궐하실 채비가 되었사옵니다. 김안로 알았네! (윤임을 보며) 입궐하시지요. 중전의 상복입는 일을 논의하러 가시지요! (일어서서 방밖으로 나가면) 윤임 (뭔가를 생각하는)..내가 알던 예전의 희락당대감이 아니구먼! (일어서서 김안로의 뒤를 쫓아 방밖으로 나간다) s# 희빈 처소 방 안 창빈, 걱정스런 표정으로 희빈을 보며 말한다. 창빈 중전마마께오서 해산달을 앞두시고 상을 당하시었으니 참으로 큰 일입니다. 무탈하게 복중 아기씨를 생산하시어야 할텐데.. 희빈 창빈께서는 참으로 모르시는 것이오?! 아니면 모르는척 하시는게요?! 창빈 모르는 척하다니요, 무엇을요? 희빈 세자저하께오서 후사를 아니 두신 중에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시온다면 장차 세자저하께오서 대통을 이으실때 큰 사단이 벌어질게요! 창빈 큰 사단이라니요?! 희빈 ..분명 세자저하의 지위가 위협 받게 될겝니다! 창빈 (휙-노려보며) 희빈! 어찌 중궁전과 동궁전의 이간질을 획책하는 말씀을 하시는겝니까? 희빈 뭐, 뭐요? 이간질을 획책하다니요?! 무슨 말씀을 그리하시오? 창빈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시온다면 지금껏 외롭게 장성하신 세자저하를 떠바치는 대군아우님이 되실것이오니 왕실의 큰 경사이거늘 어찌 그리 모진 말씀을 하시는겝니까?! 희빈 쯧쯧, 이리 아둔하시긴..! 하긴 내 중전마마의 입속에 혀같은 창빈한테 말을 잘못 꺼냈구려! 창빈 뭬요?! 희빈 창빈, 내 말 새겨들으세요! 만에 하나 중전마마께오서 당신이 생산하신 대군을 보위에 올리시려고 한다면 이사람 소생인 금원군과 봉성군은 물론이고 창빈의 소생이신 영양군 과 덕흥군도 무사치는 못할게요! 창빈 희빈! 내 지금 참으로 더러운 말을 들었으니 귀를 씻어야겠소이다! (벌떡 일어나 방밖으로 나가는) 희빈 (E)중전이 대군을 생산해서는 결코 아니돼! 암, 아니되고 말고! s# 중궁전 방 안 윤비, 슬픈 표정으로 눈물을 글썽이는 얼굴위로 윤비 (E)아버님, 이 불효한 자식이 반드시..대군을 생산하여 우리 윤씨 가문의 핏줄이 흐르는 대군이 이나라의 보위를 잇게 할 것이옵니다! (결연한 표정)반드시..반드시 그리 할 것이옵니다..! s# 편전 방 안 중종 앞에 허항, 채무택과 박희량등 삼사의 대간들이 앉아있고, 윗목에 강찬과 박승지가 앉아있다. 중종 중전께서 해산달이 임박하시어 상을 당하시었으나 언제 상복을 벗어야할 것인지 삼사의 견해를 듣고 싶소이다. 채무 택오례의에 따르면 왕비가 부모의 상사를 당하면 십삼개월만에 복을 벗는다고 하였사오니 그리 따르심이 가할줄로 사료되옵니다. 허항 하오나 또한 오례의에 따르면 품지하여 공제하는 예를 시행하게 되면 십삼일만에 벗는다고 하였사오니 그리 따르심이 가할줄로 사료되옵니다. 중종 ..음! 마땅히 따를 전례가 없으니 참으로 답답하구려. 박희량 전하, 십삼개월의 상을 거행 한다면 이는 너무 멀고 단지 십삼일의 상만 거행한다면 너무 가깝다 할것이옵니다. 대저 예란 인정에 따르는 것이오니 중간을 참작하여 백일이 되면 상을 벗게 하심이 가할 줄로 사료되옵니다. 강찬 대제학의 말이 옳은 듯 싶사옵니다. 박승지 신도 그리 생각하옵니다. 중종 (끄덕이며) 그래요.. 과인이 대제학의 말대로 따르리다. 박희량 (조아리며) 황공 무지하옵니다. s# 빈청 방 안 김안로 앞에 윤임, 장순손, 김제학과 판서급대신들이 앉아있다. 김안로 전하께오서 중전마마의 상복 벗는 년월을 백일로 명하시었다?! 장순손 예, 상께오서 삼사의 간언을 가납하시었사옵니다. 김안로 (끄덕이며) 하긴 중전의 탈상이 무에 그리 중하겠소이 까?! 요는 이번에 중전마마 께오서 아들을 생산하시올지 여부이올시다. 윤임 허나 중전께오서 대군을 생산하실지 공주를 생산하실지 여부는 인력으로 어찌해볼수 없는 일이니 기다려볼 밖에요. 일동 (동의하듯 끄덕이는데)... 김안로 기다리기 보다는 세자저하께 오서도 후사를 보시도록 종용을 해야지요! 김제학 후사를 보시도록 세자저하를 종용 하다니요?! 어떻게요? 김안로 빈궁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시기 어려우시다면 양제라도 들이라 해야지요! 장순손 (놀라보며) 야,양제요? 김안로 (결연한) 예, 세자저하께오서 정궁소생이 아니더라도 하루속히 후사를 보시어야 이나라 대통이 굳건한 반석 위에 설것이옵니다! 윤임 (일동, 각자의 결연한 표정위로)...! 해설(NA) 양제라는 것은 세자의 후궁을 일컬음이다. 김안로는 문정왕후가 대군을 생산할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그 대처방안으로 양제를 들여 세자의 후손을 보는 일을 서둘렀다. s# 동궁전 외경 세자 (E)양제를 들이라니요?! s# 동 동궁전 방 안 세자, 앞에 앉은 세자빈을 놀란 눈으로 보며 맗나다. 세자 빈궁, 그 무슨 말씀이시오? 어찌 이사람에 양제를 들이라 하시는게요? 세자빈 저하, 소첩 말을 고깝게여기지 마시고 들어주시옵소서. 지난번 주상전하께오서 동궁전에 납시어 후사를 아니보시겠다는 저하를 꾸짖으신 연후로 비록 저하께오서 소첩과 합궁은 하시오나 소첩의 몸에는 손을 아니대시옵니다. 세자 (흠짓)..빈궁 그것은.. 세자빈 예, 소첩도 중전마마를 위하시는 세자저하의 효심을 잘아옵니다. 하오나 소첩은 전하께 대죄를 짓는듯 하여 마음이 무겁사옵니다. 하오니 양제라도 들이시어 전하의 걱정을 덜어주시옵소서.. 세자 내 빈궁께는 못할 짓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아오. 허나 어마마마께오서 해산달이 임박하시어 상을 당하신 일로 심기가 몹시 상하시었텐데 어찌 자식된 자가 후사를 보기 위해 양제를 들일수가 있겠소. 세자빈 하오나 저하.. 세자 빈궁, 힘드시겠지만 어마마마께오서 대군아우를 생산하실 때까지만 참아주시오.. 그 연후엔 내 빈궁의 말대로 따르리다. 세자빈 (크게 한숨을 내쉬며 얼굴을 돌리는)...! s# 어디론가 급하게 달려가는 파발마 s# 전라도 광산 어느 정자위 윤원형, 판관 관복을 입고 정자위에 뭔가 생각에 잠겨있다. (* 자막-전라도 광산-이라고 뜬다) 윤원형 (E)중전마마께오서 이번엔 반드시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시어야 할텐데.. 어찌될지 참으로 걱정이구먼. 향리 (*)(윤원형쪽으로 급히 다가오며) 판관나으리. 윤원형 (돌아보며) 무슨 일인가? 향리 (*)도성에서 급한 전갈이옵니다. 윤원형 급한전갈이라니?! 향리 (*)(울상이 되어) 그,그게 저..파산부원군대감께오서.. 윤원형 뭐,뭐라?! 내 아버님께오서 어찌 되시었단 말씀인가?! 어서 말을 해보게! s# 당추 암자 법당 안팎 난정, 놀란 눈으로 법당밖에 서있는 탄실을 보며 말한다. (*모린, 탄실 옆에 서있다) 난정 뭐라, 아버님께오서 돌아가시었단 말이냐?! 탄실 (울상)..예, 아씨.. 난정 (맥이 풀리는)..이럴수가..이럴수가...! 탄실 안방아씨께오서 초당아씨를 급히 뫼셔오라 하시었사옵니다. 난정 (정신을 차리고)..암, 내 가야지! 내 가야하고 말고! (모린을 보며) 모린아, 어서 도성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거라! 모린 (조아리고 객사쪽으로 간다)...! s# 윤원형 집 안채 방 안 김씨, 상복을 입은채 한손으로 이마를 괸채 앉아있는데 배천댁, 옆에 앉은채 김씨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김씨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폭 내쉬는데) 배천댁 (조심스럽게).. 아씨, 미음이 라도 올릴깝쇼? 김씨 아닐세..생각이 없네.. 배천댁 아씨..이러시다간 아씨께오서 쓰러지시겠사옵니다. 김씨 ..내 괜찮으니..자넨 나가보게. 임서방 (E)(방밖에서) 아씨, 희락당 대감께오서 오시었사옵니다. 김씨 (흠짓 방문쪽을 돌아보며) 뭐라? 숙부님께오서? s# 동 윤원형 안채 마당 김안로, 황서방을 거느리고 임서방 옆에 서있는데 김씨, 배천댁을 거느리고 방문을 열고 나온다. 김씨 숙부님, 어찌 이집엔 발걸음을 하시었사옵니까? 김안로 어찌오다니? 파산부원군께오서 망극한 일을 당하시었으니 내 문상을 왔다. 김씨 (냉랭하게 보는). 문상을 마치시었으면 이만 돌아가시지요. 김안로 뭐라? 내 상심에 쌓인 너를 위로하러 왔거늘 어찌 숙부 대접을 해서라도 이렇게 문전축객(門前逐客) 할 수 있는것이냐?! 김씨 저는 김씨집안에서는 출가외인이옵니다! 김안로 출가외인이라니?! 당치도 않다! 네 비록 윤씨 집안의 제사를 받든다 할지라도 부모에게서 받은 김씨의 피를 어찌 버릴수 있겠느냐?! 김씨 제 서방님은 시아버님의 임종을 지키지 못하시었사옵니다. 이리 큰 불효를 짓게하신 죄를 어찌 씻으려 하시옵니까?! 김안로 윤서방이 외직으로 나간 것은 중전마마께오서 자청하시었던 일이거늘 네 어찌 나를 원망하는 것이냐?! 김씨 (싸늘하게 보다가) 희락당대감, 돌아가시지요! 김안로 뭐라?! 김씨임 서방, 어서 희락당대감을 배웅해 드리게! 임서방 (난처하여 눈치를 보는데).. 김씨 (버럭) 어서 뫼시지 않고 무엇하는가?! 김안로 오냐, 내 오늘은 이만 돌아 가마..허나 이 가문이 박살 난다할지라도 내 너하나만은 구해줄 것이다. 김씨임 서방, 두 번다시는 낯선 손님을 집안에 들이지 말게 알겠는가?! 임서방 ...예.. 김씨 (몸을 휙-돌려 방안으로 들어가버린다) 김안로 (방문쪽을 보며) 너는 김씨의 핏줄이란 것을 잊지 말거라! (몸을 돌려 중문쪽으로 나가는)... s# 동 윤원형 안채 방 안 김씨, 방바닥에 무너지며 흐느낌을 토해낸다. s# 동 윤원형 큰 대문안 안채 중문 밖 마당 김안로, 황서방을 거느리고 중문밖으로 나오면 임서방이 따라나온다. 김안로 임서방, 난정이가 집으로 돌아오면 내게 기별을 넣게! 알겠는가? 임서방 예, 그리합죠.. (조아리며) 살펴가십시오. 김안로, 황서방을 거느리고 사인교쪽으로 걸어오는데 윤원로 (행장차림으로 김안로쪽으로 달리오는) 희락당대감! 김안로 (윤원로를 돌아보는)..아,아니 자넨?! 윤원로 (다가와서서 부릅뜨고 쏘아 보는)..원수는 외나무다리에 서 만난다고 하더니만! 어찌 내 집에 발걸음을 하신게요?! 김안로 자네야말로 어찌 임지를 떠나 도성으로 돌아온겐가?! 윤원로 뭬,뭬요?! 지금 나보구 어찌 임지를 떠나왔냐구 물으신게요?! 김안로 부원군께오선 와석종신하시었다고 들었네..! 허니 내게다 괜한 원한 품지말게나! 윤원로 (분노) 이, 이런 천하에 몹쓸 양반 같으니라구! 내 아버님의 임종을 지키지 못해 천추의 한이 된 것이 모두 대감의 농간탓이거늘 뭐가 어쩌고 어찌해요?! (달려들 듯 하는데) 황서방 (윤원로의 앞을 가로막는) 김안로 (손을 들어 황서방을 말리며)..이보게 자네가 사천 현령 외직으로 나간 것이 자네 목숨을 살렸으니 감지덕지하시게나! 윤원로 뭬요?! 김안로 가세 황서방! 황서방 예, 대감마님. (교꾼들에게) 떠나랍신다. 교꾼들 예! (사인교를 들고 가려는데) 윤원로 희락당대감,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아기씨만 생산하시온다면 대감께오서도 무사치는 못하 실것이외다! 김안로 누가 무사치 못할 것인지는 장차 두고보면 알걸세! 가자! 일동 예! 김안로 (황서방을 거느리고가는) 윤원로 (김안로를 씩씩대며 보다가 급하게 안채쪽으로 들어간다) s# 어느 길 김안로, 사인교위에서 뭔가를 생각하는 얼굴위로 김안로 (E)중전이 대군을 생산한다면 내 무사치는 못할것이다? 김안로 (황서방을 돌아보며) 황서방, 자네 이길로 혜화문 갖바치집에 걸음을 하게. 황서방 갖바치를 부를깝쇼? 김안로 갖바치가 아니라 그집에 사는 방아무개란 점바치를 집으로 데려오게. 황서방 예, 그리하겠사옵니다.(조아리고 사인교를 떠나 다른 길로 급히 간다) s# 윤임 사랑채 마당 윤임, 박서방을 거느리고 들어오는데 윤임처가 다가오며 맞이한다. 윤임처 대감, 지난번 그 분들께오서 또 오시었사옵니다. 윤임 (방문쪽을 돌아보며 뭔가 생각하는)..음!.. 알았으니 사랑채근처로 잡인의 출입을 막아주시오. 윤임처 그리하겠사옵니다. 윤임 (헛기침을 하며 댓돌을 올라서서 방문을 열고 들어가는) s# 동 윤임 사랑채 방 안 윤임, 보료위에 앉으며 정언각, 임형수, 김하서를 본다. 윤임 지난번, 이사람의 뜻을 분명히 밝혔건만 어찌 또 발걸음들을 하신게요? 정언각 판부사대감께오서 김안로를 몰아내는 우리의 뜻을 받아 들여주실 때까지 찾아뵐 것이옵니다. 윤임 허어, 어찌 자꾸 희락당대감과 이사람 사이에 이간질을 획책하는 것이오?! 이사람, 당장이라도 여러분을 금부에 잡아가둘 수도 있소이다! 임형수 대감께오서 그런 마음을 잡수셨다면 지난번에 그리하시었겠지요. 윤임 ...으음! 김하서 대감, 이나라가 이씨의 나라 이옵니까?! 김가의 나라이옵니까?! 대감께오서 이나라 조정과 백성들을 위해 대의를 밝히는 일에 앞장 서주시옵소서! 윤임 (E)허어, 이거 참으로 난감하구먼! 이 일을 어쩐다? 어찌 한다? s# 김안로 사랑채 방 안 한중보, 김안로에게 은밀하게 말한다. 한중보 대감, 근자에 판부사대감 집에 수상쩍은 자들이 출입한다고 들었사옵니다. 김안로 수상쩍은 자들이라니요?! 한중보 정언각이란 자와 젊은 선비들 두셋이라고 들었사옵니다. 김안로 판부사대감께 벼슬청탁이라도 넣으러 드나들이 하는게지요. 한중보 하오나 근자에 조정의 젊은 신료들 동태가 심상치가 않사옵니다. 김안로 (대수롭지 않게) 그깟 구상유 취한 선비놈들이 수근거린다고 무슨 대수겠소이까? 그보다는 중전이 대군을 생산하실지 여부가 큰 일이오. 한중보 ... 김안로 전하께오서 불혹을 훌쩍 넘기시었으니 이번에 아드님을 보신다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으실 듯이 괴이실테니..! 한중보 그래보았자 중전의 주변에 조정 세가 없사오니 큰 탈이야 있겠사옵니까? 김안로 만사 불여튼튼이라..! 중전은 주도면밀한 사람이니 경계를 게을리해서는 아니될 것이오이다! 한중보 (명단을 내밀며) 근자에 부원군 집에 문상온 자들의 명단이옵니다. 김안로 (명단을 받으며) 이자들에 대한 감시를 철처히 하시어야 될것이옵니다. 한중보 그리하겠사옵니다. 황서방 (E)(방밖에서) 대감마님, 점바치를 데려왔사옵니다. 김안로 대감께오선 이만 돌아가시지요. 한중보 그리하겠사옵니다.(일어서면) 김안로 (방밖에다) 들이게- s# 동 김안로 사랑채 마당 황서방과 방백인, 방문앞에 서있는데 한중보가 나온다. 황서방 (한중보에게) 살펴가시옵소 서! 한중보 (방문을 열고 나오며 방백인을 의아하게 보고는 간다) 황서방 (방백인에게) 들게! 방백인 예..(한중보의 뒷모습을 의미심장하게 보다가 방안으로 들어간다) s# 동 김안로 사랑채 방 안 방백인, 김안로에게 큰 절을 올리고 앉는다. 방백인 희락당대감, 이놈을 어찌 찾으시었사옵니까? 김안로 (방백인을 유심히 보다가) 자네가 사주풀이에는 귀신같다지? 방백인 사람이 어찌 귀신과 재주를 견주겠사옵니까만..이놈, 사주풀이라면 다른 사람에게 뒤지지는 않습지요. 김안로 (서랍을 열고 방백인 앞에 비단염낭을 던져주는) 방백인 ...?! 김안로 내 거두절미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네! 중전마마께오서 이번에 대군을 생산하시겠는가 아니면 공주를 생산하시겠는가? 방백인 예에? 김안로 말해보게! 자네의 사주풀이가 맞는다면 내 자네에게 평생을 호의호식할 재물을 내주지! 방백인 (김안로를 보다가 파안대소하는) 하하하! 김안로 (굳는)..자네 어찌 이리 웃는 겐가?! 방백인 (웃음을 참으며) 갖바치 형님 말씀이 딱 맞았사옵니다. 김안로 뭐라?! 방백인 선비분들께오선 굿이나 점술 같은 것을 양속을 해치는 사술이라하여 타파하라하시는데 희락당대감께오선 선비가 아니시라 하였사옵지요! 김안로 뭐,뭐라?! 네 이놈, 어찌 함부로 주둥이를 놀리는게냐?! 방백인 (웃음 뚝 그치며) 희락당대감! 중전마마께오선 공주아기씨를 생산하실 것이옵니다 김안로 뭐,뭐라? 공주?!..그게 참말인가? 방백인 예! 분명 그리하실것이옵니다. 김안로 자네 그 말에 목숨을 걸수 있겠는가? 방백인 예, 이놈 목숨을 백번 천번이라도 걸겠사옵니다. 김안로 내 자네 목숨을 맡아둘테니 이만 물러가게나. 방백인 예, 그리합죠! (비단염낭을 들고 일어나 방밖으로 나간다) 김안로 (E)이번에 중전이 공주를 생산한다? 공주를?! 김안로 하하하- s# 동 김안로 사랑채 마당 방백인, 비단염낭을 들고 방밖으로 나오다가 방문쪽을 돌아보는 얼굴위로 방백인 (E)소인배가 제 목이 떨어져 나갈지는 모르고 웃어대는 꼬락서니라니..허! 황서방 어서 따르게.(앞장서면) 방백인 예.(황서방 뒤를 따라 대문쪽으로 걸어간다) s# 편전 외경 s# 동 편전 방 안 중종 앞에 윤은보와 강찬, 박승지가 앉아있다. 중종 윤대감, 산실청을 설치하여 중전께서 용종을 생산하시는데 추호도 차질이 없도록 하여주시오! 윤은보 분부대로 거행하겠사옵니다. 중종 과인은 중전께서 부원군을 잃으신 충격으로 황망하시어 용종을 생산하시는데 잘못되실까 걱정이구려.. 강찬 전하, 윤승후관 형제를 도성으로 불러올리시오면 중전마마께오서 든든하실것이라 생각되옵니다. 중종 처남들을 불러올리라? 윤은보 예, 신의 생각에도 승후관형 제가 외직으로 나갈 까닭이 없었사옵니다. 중종 허나 그 일은 중전께서 원하시었던 일이요. 과인이 처남들을 불러 올린다면 희락당 대감과 불편한 일이 또다시 불거질게요. 윤은보 전하, 신하들간에 다툼이 있다면 두사람 모두를 외직으로 내보내실 것이지어찌 승후관 형제들만 내치신것이옵니까? 중종 허나 처남들은 외척이 아니오. 강찬 희락당대감 또한 왕실의 사돈이옵니다. 이는 불편부당치 못하신 처결이시옵니다. 전하, 중전마마의 무탈하오신 해산을 위하여서라도 승후관 형제를 불러올리시옵소서. 중종 음..! 과인이 좀 더 상량해 본 연후에 처결하리다. s#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앞에 세자와 세자빈이 앉아있다. 세자 어마마마, 심기는 어떠하시옵니까? 윤비 ..창졸간에 황망하였던 가슴이 많이 진정되었소이다. 세자 어마마마와 복중 아우가 무탈 하다니 참으로 다행이옵니다. 윤비 ...그래요, 모두가 세자가 이 어미를 끔찍하게 생각해주시는 효심 덕분입니다..세자도 어서 후사를 보시어야지요. 세자 ..예, 어마마마. 윤비 (세자빈을 보며) 빈궁. 근자에 세자가 빈궁처소에서 침수 드시는 일이 잦다고 들었으니 조만간 빈궁께서도 회임을 하시게 될겝니다. 세자빈 .... 윤비 빈궁, 어찌 안색이 이리 흐리신게요? 세자빈 .... 윤비 빈궁께서는 어찌 말씀을 아니 하시는겝니까? 세자빈 ..중전마마, 세자저하의 양제를 들이도록 윤허하여주시옵소서. 윤비 (놀라보며)..양제라니요? 세자빈 (눈물 글썽).. 소첩은 세손을 생산치 못할 듯 싶사오니 양제를 들여 세손을보시도록 하시옵소서. 윤비 빈궁, 그 무슨 말씀이오?! 적서의 구분이 분명하거늘 어찌 아직 년치 젊으신 빈궁께서 그런 해괴한 말씀을 하시는게요?! 세자빈 세자저하의 괴임을 받지 못하는 소첩은 유구무언이옵니다. 흐흑.. 윤비 뭐라? (세자를 돌아보며) 세자, 혹시 빈궁처소에서 침수만 드실뿐 합궁은 아니하시는 게 아니오?! 세자 다, 당치도 않으신 말씀이시옵니다. 세자빈 ... 윤비 세자, 이 어미를 기망할 생각이시오?! 세자 ...어, 어마마마..기망이라니요?! 윤비 세자, 내 이번 일을 더는 묻지 않겠소! 이 어미가 엄상궁에게 일러 빈궁께서 회임하기 좋은 일시를 택일하라 이를것이니 올해는 반드시 세손을 회임하게 해주세요. 약조 하실수 있겠소?! 세자 ..예, 그리하겠사옵니다. 윤비빈 궁께서도 눈물을 거두세요. 세자빈 ..예! 윤비 이 어미가 곤하니 이만 동궁전으로 물러가세요. 세자 어마마마, 편히 쉬시옵소서. 세자빈 편히 쉬시옵소서. 세자,세자빈 (일어서서 방밖으로 나가면) 윤비 (E)(세자빈의 뒷모습을 보며) 세자가 합궁을 아니하니 양제를 들이라?.. 빈궁이 참으로 당돌하구먼..당돌해! s# 동 중궁전 마당 세자와 세자빈,박상궁과 동궁내관,최상궁등을 거느리고 중궁전에서 나온다. 세자 (세자빈을 보며) 빈궁! 어찌 어마마마 안전에서 그런 말씀을 하시어 어마마마의 심기를 불편케 해드리는 것이오?! 세자빈 ..저하, 소첩은 단지..! 세자 빈궁께서 양제를 들이시기를 그리도 원하신다면 그리하십시다. 허나 내 어마마께오서 대군아우를 생산하실때까지는 후사를 아니보겠다는 결심을 굽히지는 않을것이오! 세자빈 저,저하..! 세자 가세, 박상궁. (앞장서서 가면) 세자빈 (당황한 표정으로 세자를 보는)...?! s# 갖바치 외경 당골네 (E)임자, 참으로 용하시구려?! s# 동 갖바치 방 안 당골네, 비단염낭속에 든 은자를 바쳐들고 보며 희희낙락하고있다. 갖바치와 방백인, 그 옆에 앉아있다. 당골네 단박에 이리 큰 돈을 벌어오다니?! 이게 대체 얼마여? 방백인 여편네야, 입다물어, 파리들어갈라! 당골네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는 옛말이 맞기는 맞는가 보오?! 방백인 호들갑떨지 말고 그걸루다 술이나 받아와! 당골네 알았소, 내 닭한마리 삶으리다! (발딱 일어나 방밖으로 나간다) 방백인 김안로가 형님 말씀처럼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을 생산하 실지 여부를 묻습디다. 갖바치 그자의 학문이 깊지 못하니 점이나 사술에 의존할 마음이 생긴게지. 자네가 살아돌아온 것을 보니 공주를 생산하실 것이라 하였구만? 방백인 그렇소, 형님이 족집게 이시구려! 갖바치 허허, 그러다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시온다면 자네 목숨은 파리 목숨이 될 것인데?! 방백인 형님, 내 점괘가 틀린 것을 보시었소? 갖바치 뭐라? 허면 이번에도 중전마마께오서 따님을 생산하실것이란 말인가? 방백인 어찌 되실지는 두고보시구려! 갖바치 ..음! 방백인 헌데 괴마께서는 어딜 가신게요? s# 옥매향 기방 대문 앞 길 임백령, 대문 앞쪽으로 걸어와 선다. 임백령 (E)허어, 내 매향이가 떠난줄 알면서도 매향이를 잊지 못해 오늘도 예까지 발걸음을 하였구려..! 그래요, 내 반드시 장원급제를 하여 매향이의 원을 풀어주리다! 반드시..! (돌아서서 가려는데) (E)(기방안에서 들려오는 가야금소리) 임백령 (대문쪽을 휙 돌아보며)..?! s# 동 옥매향 기방 후원 정자 안팎 소월향, 정자위에서 가야금을 타고 있다. 임백령, 중문안으로 들어와 소월향을 본다. 임백령의 시선으로 가야금을 타는 소월향의 자태에 옥매향의 모습이 겹쳐진다. 소월향 (가야금을 멈추고 임백령쪽을 돌아보는) 임백령 (움찔 놀라 돌아서려는데).?! 소월향 임백령 나으리! 임백령 (놀라 소월향을 보며) 그, 그대가 어찌 내 이름을 아시오? 소월향 (가야금을 걷으며 일어서서) 소첩, 나으리를 진즉 뵙고 싶었사옵니다. (쌩끗 웃으며) 나으리, 소첩과 잠시 차나 한잔 나누시지요. 임백령 (당혹스러운)...?! s# 동 옥매향 안채 마당 심퉁, 아랫방문을 열고 나오는데 윤춘년과 정렴, 다가온다. 정렴 심퉁아, 방에 드신 손님이 뉘시냐? 심퉁 임백령나으리셔유. 윤춘년 임백령? 심퉁 예전에 우리 매향아씨하구 백년가약을 맺으시었던 선비님이셨시유. (한숨을 폭 내쉬며 부엌쪽으로 간다) 윤춘년 월향이 저 계집이 재주도 좋구먼. 도성에 온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사내를 후리다니? 정렴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고) 쉿..(방문쪽에다 귀를 기울이면) 윤춘년 (따라서 귀를 기울이는)...? s# 동 옥매향 아랫방 안 소월향, 임백령의 찻잔에 차를 따라주며 말한다. 소월향 소첩, 장안 최고 명기 옥매향과 임백령 나으리의 얘기를 송도에서 들었사옵지요. 임백령 소,송도에서 말이오? 소월향 예, 발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평양이나 남원까지 팔도의 기생들중 두분의 얘기를 모르는 기생이 드물 것이옵니다. 임백령 ...?! 소월향 옥매향이 나으리의 입신양명을 위해 비구니가 되어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다는 말도 있고 강물에 몸을 던져 공양을 드리었다는 소문도 있사옵지요. 임백령 (한숨을 푹 내쉬는)..허어, 내 앞으로 어찌 얼굴을 들고 다니겠는가? 소월향 임백령 나으리께오선 듣던대로 옥골선풍이시옵니다.. 나으리 소첩에게도 나으리를 뫼실수 있는 기회를 주시겠사옵니까? 임백령 내 그리 할 수는 없소.. 허면 내 이만 돌아가리다.. (벌떡 일어나 방밖으로 나간다) 소월향 (자신만만한 미소)..임백령이라..? 내 치마폭으로 휘감을 첫 번째 사내가 되시겠구먼.. (찻잔을 들어 마시는) s# 전라도 광산 판관 숙사 방 안 윤원형, 상복을 입고 통곡을 하고 있다. 윤원형아버님의 임종을 지켜드리지 못한 소자의 불효를 용서하시옵소서! 흐흐흑! 소자, 불구대천지 원수 김안로에게 반드시 이 원한를 갚을것이옵니다. 향리 (*)(방밖에서) 판관나으리, 손님들이 뵙기를 청하시옵니다. 윤원형 (눈물을 닦으며)..손님이라니?! 뫼시어라! 향리 (*)예. 윤원형 (방문쪽을 보는데)... 정순붕,이기,허자 (방문을 열고 들어서는) 윤공, 오랜만이오.. 윤원형 (놀라보는) 아,아니 세분께오서 어찌 험한 광산땅까지 오시었사옵니까? 정순붕 윤공께서 부친상을 당하시었다는 말씀을 듣고 왔소이다. 이기그래, 도성에서 천리밖에 떨어진 이곳에서 상을 당하시어 얼마나 황망하신가? 허자 .. 윤공, 힘드시겠지만 힘을 내시옵소서!우리가 윤공의 곁에서 힘이 되어줄 것이옵니다. 윤원형 고맙사옵니다!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시는 날 내 도성으로 돌아가 김안로의 명줄을 따버릴 것이옵니다! s# 윤원형 집 작은 사랑채 방 안 상복을 입은 윤원로와 김씨가 앉아있다. 윤원로 제수씨, 희락당대감과는 인연을 딱 끊어버리시오! 김씨 ... 윤원로 내 아무리 벼슬도 좋지만은 천륜을 저버리게 만든 그런 자의 뒷배로 조정에 출사하고 싶지는 않소이다. 김씨 아주버님, 어명도 받잡지 않고 임지를 떠나오시어도 괜찮으신것이옵니까?! 윤원로 그깟 사천 현령자리가 무에가 중요하다고요?! 허어, 원형이도 분명 소식을 들었을터인데 어찌 돌아오지 않는지 모르겠구먼! 김씨 ... 배천댁 (E)아씨, 초당아씨께오서 돌아오시었사옵니다. 김씨 (흠짓)...?! 윤원로 뭬라? 난정이가?! 아니 첩년 주제에 어딜..?! 김씨 아주버님, 소첩이 불러들였사오니 소첩에게 맡기어주시옵소서. 윤원로 제수씨가 그리하겠다면 내 입에 자물통을 채우고 있겠소이다. 허나 난정이를 조심하시오! 내보기엔 언제 제수씨를 내 쫓고 제수씨 자릴 꿰찰지 모르는 계집이오. 김씨 (조아리고 일어서서 방밖으로 나가는).. s# 동 윤원형 초당 마당 김씨, 배천댁과 탄실을 거느리고 방쪽으로 다가온다. 김씨 (방쪽에다) 내 좀 들어가겠네. 모린 (방밖으로 나와 김씨에게 조아리는) 김씨 (방안으로 들어가는) s# 동 윤원형 초당 방 안 김씨, 방안으로 들어서는데 난정, 상복을 입은채 아랫목에 미동도 않고 앉아있다. 김씨 (윗목에 앉으며) 자네가 일구월심 불공을 드리는데 이런 망극한 소식을 전하는 내 마음도 편치가 않네. 난정 ... 김씨 아버님께오서 생전에 자네를 윤씨가문 사람으로 인정하시었으니 알리는 것이 도리일 듯 싶어.. 난정 (휙-돌아보며) 아우님! 무슨 염치로 이집에 안주인 노릇을 하시는게요?! 김씨 ..뭐,뭐라?! 난정 서방님과 아주버님 형제분이 외직으로 나가시어 아버님의 임종도 지키지 못하신게 대체 누구탓이오? 서방님께 씻지 못할 불효를 짓게 만든 자가 대체 누구란 말이오이까?! 바로 아우님의 숙부인 김안로 그놈이오이다. 김씨 (당혹스러운)...?! 난정 김안로와 윤씨가문은 한 하늘을 이고는 살지못할 불공 대천의 원수이온데 어찌 원수의 조카가 버젓히 이댁 가문의 안주인노릇을 할수 있는 것이오이까?! 김씨 ..이보시게..?! 난정 아우님께서 티끌만큼이라도 이댁 가문을 위하는 마음이 있다면 당장 보따리를 싸서 아우님 발로 걸어나가시오! 그게 아버님의 유지를 받드는 길이고 또한 서방님과 아주버님의 전정을 위한 길일 것이오! 김씨 (충격을 받는)...?! 난정 당장 내 방에서 나가시오! 내 아우님과는 한지붕을 이고 살고 싶지 않소이다! 김씨 ...?! 난정 나가라는 내 말이 들리지 않소?! 김씨 (그 서슬에 하얗게 질려 일어나 방문쪽으로 걸어가는데)?! 난정 (들어라는 듯) 허, 뻔뻔하기는?! 자식도 낳지 못한 자가 무슨 낯으로 안주인 행세를 하려는겐지! 김씨 (방밖으로 나간다) s# 동 윤원형 초당 방밖 마당 김씨, 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초당방에서 나오다가 비틀하면 배천댁,탄실 (김씨를 부축하며) 아씨, 괜찮으시옵니까?! 김씨 그래, 난 괜찮네.. 배천댁 어서 안채로 드시지요. 김씨 (부축을 받으며 안채쪽으로 걸어가는)... 모린 (김씨를 보다가 초당쪽을 돌아보는).. s# 동 윤원형 초당 방 안 난정(독기서린 표정) 암, 내 김안로를 찍어내는 날, 아우님을 내치고 안방을 차지할 것이야! s# 김안로 사랑채 외경(밤) s# 동 김안로 사랑채 방 안(밤) 김안로, 촛불 앞에서 뭔가를 생각하는 얼굴위로 김안로 (E)점바치놈이 이번에 중전이 공주를 생산할 것이라 했지만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믿을수는 없음이야! 암, 무슨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야! 김안로 (방밖을 보며) 황서방-판부사 대감댁에 갈 채비를 하게! s# 윤임 사랑채 외경(밤) 윤임 (E)희락당대감, 이 야심한 밤에 어찌 이사람을 찾으시었소이까? s# 동 윤임 사랑채 방 안(밤) 김안로와 윤임, 은밀하게 앉아있다. 김안로 중전이 대군을 생산치는 못할 것이나 만에 하나 대군을 생산할 수도 있는 일이오니 대비책을 세우는것이 좋을 듯 싶사옵니다. 윤임 대비책이라니요?! 김안로 잠시 귀를 빌려주시옵소서! 윤임 (귀를 가까이 대면).. 김안로 (윤임의 귀에다 뭐라고 속삭이는)..?! 윤임 (경악하는) 뭬,뭬요?! 대군아기씨를..?! 김안로 쉿-소리가 크시옵니다! 윤임 (낮게) 대감, 어찌 그런 대역 부도한 말씀을 하시는 것이오이까?! 대군아기씨를 어찌해요?! 김안로 화근의 싹이 자라지 못하게 잘라버리자는 것이옵니다. 윤임 (E)이 자가 제정신이 아니구먼! 제정신이 아니야! 김안로 판부사대감께오서 그 일을 성사시켜주시어야겠사옵니다! 윤임 (휙-돌아앉으며) 이사람은 그런 대역부도한 짓거리는 할 수가 없사오이다! 김안로 대감, 세자저하께오서 중전이 생산할 대군에게 화를 당하시어도 좋으시겠소이까?! 윤임 (보며) 허나 중궁전에 수많은 눈이 있는데 어찌..?! 김안로 희빈의 손을 빌리면 될 것이옵니다. 윤임 ...음! 희빈이 그런 일을 하겠소이까?! 김안로 이사람이 희빈의 약점을 쥐고 있으니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옵니다! 윤임 ..희빈의 약점을 쥐고 있다? 김안로 어찌하시겠사옵니까? 세자저하를 위해 모든 것을 다바치시기로 맹세하신 대감께오서 물러서시지는 않으시겠지요?! 윤임 ..음! s# 대궐 일각 (아침) 윤임, 침통한 걸음으로 어디론가 가는 얼굴위로 윤임 (E)허어, 내 어쩌다 희락당대감의 주구노릇을 하게 되었단 말인가? 어찌..?! 윤임, 한숨을 내쉬며 어디론가 간다. s# 희빈 처소 방 안 희빈, 앞에 앉은 윤임을 놀란 얼굴로 본다. 희빈 판부사대감, 지금 제정신이십니까? 중궁전나인들을 매수하여 대군아기씨를 어찌해요?! 윤임 이사람은 희락당대감의 말을 전하는 것뿐이옵니다. 희빈 내 교태전 자리를 준다해도 그리는 못합니다! 어찌..?! 윤임 희빈마마께오서 지난번 중전의 복중용종을 낙태시키기 위해.. 희빈 (휙-쏘아보며) 뭐라?! 대감, 그 무슨 말씀이오?! 내 결코 그런 일은 없었소이다! 어찌 이사람을 죽이려고 그런 말도 안되는 말씀을 내뱉는것이오?! 윤임 희락당대감 말로는 확증이 있다고 하시었사옵니다. 희빈 확증이라니요? 윤임 밀지말이옵니다. 희빈 미, 밀지요?! 윤임 중전마마께오서 반드시 대군 아기씨를 생산하실 보장이 없사오나, 단지 희빈마마의 의중을 알고 싶은것이옵니다. 그리해주실수 있겠사옵니까? 희빈 ...?! 윤임 (보다가) 이사람은 마마께오서 따라주시리라 믿고 이만 물러가겠사옵니다. (일어서서 방밖으로 나가는) 희빈 (E)내 희락당이 쳐놓은 올가미에 단단히 걸렸음이야..이일을 어찌한다..?! s# 대궐 일각 김안로, 서있는데 윤임, 다가온다. 윤임 희락당대감! 김안로 (윤임을 돌아보며) 판부사대감, 어찌되었사옵니까? 윤임 희빈이 대감의 뜻에 따르기로 하였소이다. 김안로 하하, 이제야 마음이 놓이옵니다. 참으로 잘 하시었사옵니다. 빈청으로 드시지요. (앞장서면) 윤임 (E)언젠가는 저자가 내 뒷통 수도 후려칠수 있을것이야! 김안로 (돌아보며) 판부사대감, 어찌 그러시옵니까? 윤임 아니오이다, 가시지요. (그뒤를 따른다) 윤임과 김안로, 어디론가 가는 모습위로 해설(NA) 문정왕후의 대군생산 여부를 놓고 왕실과 조정이 동상이몽속에서 귀추를 주목하는 가운데 문정왕후의 해산날이 다가왔다. s# 중궁전 외경 도열한 상궁나인들, 걱정스럽게 중궁전쪽을 주시하는 위로 윤비 (E)(비명소리) 아악- s#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삼줄을 붙잡고 힘을 쓰고 있다. 노상궁, 아기를 받고 있고 엄상궁과 오상궁이 윤비를 부축하고 있다. 엄상궁 중전마마, 조금만 더 힘을 쓰시옵소서! 윤비 (이전과는 달리 소리를 지르는) 아악- s# 빈청 방 안 김안로와 윤임을 비롯한 장순손, 허항, 채무택, 김제학, 박희량, 윤중보등이 모여 앉아 무언가를 기다리듯 침묵속에 앉아있다. s# 광산 판관 숙사 안 윤원형과 정순붕, 이기, 허자, 뭔가를 논의하고 있다. s# 희빈처소 방 안 희빈, 안절부절한 표정으로 서성거리고 있다. s# 동궁전 방 안 세자, 간절한 표정 위로 세자 (E)하늘이시어, 어마마마께오서 대군아우를 생산케 해주시옵소서! 세자빈 (복잡한 표정으로 보는).. s# 당추 암자 법당 안 난정, 부처님께 빌고 있다. 난정 부처님, 대군아기씨옵니다. 대군아기씨! s# 중궁전 방 안 윤비, 마지막 안간힘을 다해 용을 쓰고 있다. 노상궁 중전마마, 한번만 더 힘을 주시옵소서! 윤비 (마지막 힘을 다하듯) 아악- 애기 (E)(힘찬 울음소리) 응애-응애- 윤비 (탈진 한 듯 삼줄을 놓고 털썩 눕는다).. s# 편전 뒷마당 김상궁, 급한 걸음으로 편전으로 들어간다. s# 편전 방 안 중종, 초조한 듯 앉아있는데 중종 허어, 중전께서 무탈하게 용종을 생산하시어야 하거늘.. 김상궁 (E)(방밖에서) 전하, 김상궁이옵니다! 중종 들라! 김상궁 (방문이 열리면 들어서는).. 중종 김상궁, 중전께오서 몸을 푸시었는가? 김상궁 (감격에 겨운) 전하. 경하드리옵니다.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시었사옵니다! 중종 (환하게 펴지는) 뭣이라?!대군을?! s# 중궁전 방 안 윤비,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엄상궁을 본다. 노상궁, 아기를 강보에 싸고 있다. 윤비 엄상궁, 내 참으로 대군을 생산하였는가? 엄상궁 (감격의 눈물)..예, 틀림없는 대군아기씨이시옵니다.. 윤비 ..어디 내 눈으로 직접 보아야겠네.. 엄,오상궁 (윤비를 부축하여 일으켜주는) 노상궁 (강보에 싸인 아기를 윤비에게 건네며)..아주 잘생기시었사옵니다. 윤비 (아기를 보다가 울컥 감격이 북바치는) 하늘이..참으로 무심치 않으시었구나.. 아가..아가..네가 세상에 나와 이 어미의 목숨을 살렸구나..아가..아가..흐흑.. 윤비, 강보에 싸인 아기를 보며 감격스럽게 눈물을 흘리는 얼굴에서 스톱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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