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김삼순 15 회
1. 자막 - 제 15 회 연애질의 정석
2. 오피스텔 현관 앞
삼순, 초인종을 연거푸 누른다.
몇 번째 누르는 중이다.
대답 없자 문을 두드린다.
삼순 야 헌아. .... 헌아. .... 너 정말 없는 거야? ... 삼식아.
그래도 대답없자 어께가 축 늘어져 돌아서는 삼순.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온다.
3. 엘리베이터 앞
시무룩한 얼굴로 엘리베이터 기다리는 삼순.
땡 소리가 나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기 시작한다.
열리는 문틈으로 진헌과 희진이 보인다.
삼순이 놀란다.
역시 열리는 문틈으로 삼순이 보인다.
희진도, 희진을 부축하고 있는 진헌도 모두 놀란다.
엘리베이터 문이 완전히 열린다.
삼순, 하얗게 질려 바라본다.
진헌, 난감한 표정이다.
희진도 둘을 번갈아보며 당혹스럽다.
삼순 (너무 놀라 멍한) ...
진헌, 희진을 데리고 나온다.
진헌 (나름대로 다정하게) 잠깐만 기다려.
삼순 (다정하게 들릴 리가 없다)!...
희진 (어찌할 바를 모르는) ...
진헌, 희진을 데리고 간다.
희진, 이러면 안돼 하듯이 멈추지만 진헌이 부추겨 데리고 간다.
삼순, 멍하게 쳐다본다.
그러다 곧 성큼성큼 따라간다.
진헌과 희진이 안으로 들어간다.
곧 다가온 삼순의 앞에서 문이 닫힌다.
삼순, 거침없이 초인종을 누른다.
4. 오피스텔
초인종 울리는 소리 들리면서.
진헌, 희진을 침대에 앉힌다.
진헌 좀 누워.
희진 (일어나며) 나 갈래.
진헌 (억지로 앉히며) 괜찮아.
희진 난 안괜찮아.
진헌 (단호하게) 누워있어. 잠깐 얘기 좀 하고 올게. (나간다)희진 (심란하다)
5. 엘리베이터 앞
삼순, 다시 초인종을 누르는데 문이 열리고 진헌이 나온다.
삼순 (무섭게 쏘아본다)
진헌 오해하지 마. 그럴만한 사정이 생겼어.
삼순 무슨 사정.
진헌 희진이가 좀 아파.
삼순 나도 아파. 지금 속이 너무 아파서 쓰러지기 일보직전이야.
진헌 (간절한) 진짜 아퍼.
삼순 (그 표정에 좀 누그러지는) ... 어디가 어떻게 아픈데. 심각한거야?
진헌 .... 아무 것도 못먹어.
삼순 ? 왜?
진헌 ... 거식증이야.
삼순 !... 그래서, 밤새 같이 있을려구?
진헌 아픈 사람을 어떻게 혼자 내버려둬.
삼순 헨리 있잖아. 의사도 아니면서 니가 왜 데리고 있어.
진헌 내일 보낼 거야.
삼순 난 싫어. 지금 보내.
진헌 (난감한)
삼순 왜. 보내기 싫어?
진헌 나 못 믿어?
삼순 !....
진헌 (뚫어지게 보는)
삼순 ... 널 못 믿는 게 아니라 너희들이 같이 보낸 시간을 못믿겠어. 차라리 셋이 같이 있어.
(비밀번호 누른다. 4448. 삼순의 통장 비밀번호)
진헌 (그 손을 제어하며, 좀 이해해달라는 듯이) 삼순아.
삼순 (그 손 뿌리치고 문을 열고 들어간다)
진헌 (황망하게 따라들어가고)
6. 오피스텔
삼순이 성큼 들어온다. 그 뒤로 진헌.
희진 (침대에 앉은 채)?!...
삼순 그 몸에 아무 것도 못 먹으면 어떻게 견딜려구. 내가 맛있는 거 해줄게요. 뭐 먹고 싶어요.
희진 (황당해서, 어떡해? 하듯 진헌을 보는)
진헌 삼순아, 오늘은 좀 무린 거 같다.
삼순 몸이 건강해야 마음도 건강한 거에요. 뭐든 말만 해요. 내가 다 해줄게요.
희진 (난처한)
진헌 (말리듯) 삼순아.
희진 (얼른) 해주세요.
삼순 (놀란 듯 희진을 보는)
희진 맛있는 거 해주세요. 먹을게요.
진헌 !...
삼순 ...
희진 대신 내일 해주세요. 지금은 너무 늦었으니까.
삼순 좋아요. 내일 아침에 인나자마자 해줄게요. 그럴려면 나도 여기서 자야겠네. 나 소파에서
자면 되지? (그리로 간다)
진헌 (황당하고)
희진 (마찬가지)
삼순 (소파에 앉으며) 나 이불 좀 줘.
진헌 (소파 쪽으로 나온다. 참 난감하게 본다) ....
삼순 이불 달라고.
진헌 (너 왜 이래 하듯 보는) ...
삼순 (외면하는) ...
희진 (E) 내가 갈게요.
진헌과 삼순이 쳐다본다.
희진 (단호한) 내가 갈게요. 안그래도 갈려 그랬어요.
삼순 !...
진헌 !...
희진 (진헌에게) 나, 갈게. 나오지 마. (현관으로)
삼순 (당황한 듯 얼른 일어나며) 가지 마요.
희진 (멈칫)
삼순 왜요. 나랑 한지붕 밑에 있기 싫어요?
희진 (돌아보지는 않고) ... 네, 불편해요.
삼순 ... 정 못있겠어요?
희진 ... 네.
삼순 (진헌을 본다)
진헌 (이해해달라는 듯한 눈빛)
삼순 ... 그럼.. 내가 갈게요.
희진 (돌아보는) !...
진헌 !...
삼순 (진헌에게) 나 갈게... 잘 보살펴줘.
삼순, 말릴 새도 없이 모질게 마음 먹고 나간다.
진헌, 현관까지 쫓아가다가 멈추고.
희진, 황망하다.
7. 삼순 뜰 (동 밤)
대문 열고 들어오는 삼순.
개집 안에 있던 진돗개가 뛰쳐나오며 왈 한 번 짓더니 멈추고는 꾈를 흔든다.
삼순, 터덜터덜 개집 앞으로 와 쭈그리고 앉는다.
삼순 짜식 영리하긴. 이제 내가 주인 같냐? ... 야 오천만원, 넌 연애 해봤냐? 해봤어 안해봤어. ....
연애 한번 하기가 왜 이렇게 힘이 드냐. 응? 넌 연애 하지 마라. 그거 골치 아프다. 연애하지 말고
집 잘 지키고 주인이나 잘 모셔. 알았어?
그때 핸드폰 울린다. 삼순, 발신자 확인한다.
액정에 <울 헌이>
삼순 (받는다) 어.
8. 오피스텔 화장실& 뜰
진헌 잘 들어갔어?
삼순 (시큰둥) 어.
진헌 뭐 타고 갔어.
삼순 (퉁명) 버스가 끊겨서 택시 타고 왔다 왜.
진헌 다음부턴 모범 타. 위험해.
삼순 (뾰루퉁) 피-
진헌 삼순아.
삼순 어.
진헌 고마워.
삼순 ... 뭐가.
진헌 그냥 다...
삼순 치- 말로만.
진헌 (핸드폰에 쪽 뽀뽀한다)
삼순 (어? 놀라는)
진헌 잘 자.
삼순 (아직도 뾰루퉁해서) 몰라. 잘 자든가 말든가 끊어.
그래도 씨익 웃으며 핸드폰 덮는 삼순.
다시 진돗개를 보며.
삼순 너도 빨리 연애해. 연애가 얼마나 좋은 건 줄 알어? 쯧쯧.. 너도 보니까 오래 굶은 얼굴이다.
쫌만 기다려라. 니가 좀더 성숙해지면 내가 짝을 한번 찾아보마. 잘 자, 오천만원. (기분좋게
들어간다)
9. 오피스텔(동 밤)
소파에서 자고 있는 진헌.
옆에 서서 말끄러미 내려다보는 희진. 잠시 애틋하게 보다가 돌아선다.
잠 자는 진헌의 모습 위로 현관문이 여닫히는 소리가 들린다.
화면 어두워진다.
F.O
10. 삼순네 주방 (새벽 F.I)
끓고 있는 들깨죽을 젓는 삼순. 불을 줄이고 이미 꺼내놓은 커다란 김치통을 열고 조그만
김치통에 몇포기를 담는다.
봉숙 (E) 너 뭐해?
삼순 (깜짝 놀라는) 옴마야~
봉숙 도둑질하니? 뭘 그렇게 놀래.
삼순 으 인기척 좀 하지.
봉숙 (늘어놓은 걸 보고는) 김치는 왜. (냄비에 뭔가 끓는 걸 보고는 다가가며) 저건 또 뭐야?
(보고는) 죽이잖아.
삼순 (난감) 저기... 누가 좀 아프다 그래서.
봉숙 누구? 헌이가 아프데?
삼순 어? 어...
봉숙 그럼 진작 얘길 하지. 세상에 우리 헌이가 왜 아플까. 감기몸살이야?
삼순 어? 어..
봉숙 (죽을 맛보는) 맛이 이게 뭐야, 너무 묽잖아. 진작 얘기 했으면 내가 끓이는 건데..
삼순 (기분 좋아서 히죽 웃는다)
봉숙 (죽 저으며 덤덤하게) 너 애 들어섰다는 거 거짓말이지?
삼순 !!!
봉숙 내가 너희들 가졌을 땐 김치 냄새도 못맡았어.
삼순 (아 맞어! 눈치 본다)
봉숙 더 나이들기 전에 치울려고 속아주는 거야.
삼순 (씨익 웃으며) 미안해 엄마.
봉숙 (근심스런) 그래도 걱정이다. 만만찮은 집안인데 주제넘게 그런 집에 시집 보내서 셋째딸
맘고생 시킨다고 아버지한테 야단맞는 거 아닐까 모르겠다.
삼순 (미안해진다) ... 잘할게 엄마.
11. 오피스텔
문 열어주는 진헌.
삼순이 꽤 큰 보자기를 품에 안고 서 있다.
삼순 너무 일찍 왔나? 죽 쒀왔는데.
진헌 (피식 웃으며) 들어와.
진헌과 삼순이 들어온다.
삼순, 식탁이 보자기를 내려놓는다.
삼순 (낮게) 희진씬 아직 자?
진헌 갔어.
삼순 ? 언제?
진헌 일어나보니까 안보이더라. 새벽에 몰래 간 거 같애.
삼순 !... 어제 내가 그래서 맘 상했나?
진헌 나랑 같이 있는 것도 편하진 않겠지.
삼순 (잠깐 생각하다가) 집이 어디야? 주소 좀 알려줘.
진헌 ? 갈려구?
삼순 죽 쒀왔다니까?
진헌 가지 마. 불편해하잖아.
삼순 아렁. 그래두 마음 불편한 건 둘째고 일단 몸부터 추슬러야 될 거 아냐.
진헌 (난감한) ...
삼순 나 못믿어?
진헌 (못 말린다는 듯 웃는다)
12. 희진 거실& 주방(동 아침)
소파에 늘어져 있는 희진.
(E) 초인종 소리
희진, 개의치 않고 그냥 늘어져 있다.
(E) 초인종 쇨
희진, 귀찮다는 듯 겨우 일어나 인터폰을 누른다.
인터폰으로 보이는 삼순의 얼굴.
놀라는 희진.
삼순 (E) 희진씨 나에요.
희진 !... 왠일이세요?
삼순 (E) 문 좀 열어줘요. 죽만 주고 갈게요.
희진 ? 죽이요?
삼순 (E) 내가 아침에 맛있는 거 해주기로 했잖아요. 죽 좀 쒀왔어요.
희진 (어이가 없다) ... 미안한데, 나 아무 생각 없거든요?
삼순 (E) 그러지 말고 좀 열어봐요. 문 밖에 이렇게 세워놓고 예의가 아니죠.
희진, 너무나 피곤하다는 표정으로 마지못해 현관문을 열어준다.
삼순이 보자기를 들고 서 있다.
삼순 (희진의 표정이 거슬려서) 나도 좋아서 이러는 거 아니니까 너무 그러지 마요. (들어와 신발
벗으며) 주방이 어디에요?
삼순, 두리번거리며 알아서 주방으로 간다.
희진이 따라들어온다.
삼순, 식탁에 보자기를 놓고 푼다.
죽이 들은 보온병과 김치통과 고추장, 된장이 들은 유리병들이 나온다.
희진, 이게 다 뭐야? 황당하고.
삼순 우리 엄마가 김치랑 장을 잘 담궈요. 친구가 아프다니까 이것저것 싸주시더라구요. 뒀다가
두고두고 먹어요. (김치통을 들고 냉장고문을 열다가) 세상에!
희진 (보는)
삼순 이게 뭐야 이게. 텅텅 비었잖아? 밥도 안해먹어요?
희진 (참 귀찮은 여자다)
삼순 (김치통이랑 장들을 넣으며) 하여튼 이쁜 것들은 냉장고도 텅텅 비어있다니까? 이슬만
먹고 사나?
희진 죽은 나중에 먹을게요. 그만 돌아가주세요.
삼순 먹는 거 보고 갈게요.
희진 나중에 먹는다구요.
삼순 먹는 거 보구요.
희진 (불끈 화가 난다) 김삼순씨, 누구 놀려요 지금?
삼순 내가 왜요?
희진 입장 바꿔 생각해보세요. 지금 내 마음이 편하겠어요?
삼순 누군 뭐 편한 줄 알아요? 희진씨 아프면 나도 아파요. 그러니까 나 보는 앞에서 먹어요.
(씽크대로 간다)
희진 ?...
삼순 (씽크대에서 그릇이랑 숫가락을 찾으며) 그래도 숟가락은 있네. (식탁으로 와 보온병의
죽을 덜어낸다)
희진 (내내 기막하게 쳐다본다)
삼순 (자리에 앉으며) 뭐해요, 와서 안먹구.
희진 안 먹어요. 그만 가세요.
삼순 딱 열숟가락만 먹으면 갈게요.
희진 가세요.
삼순 다섯숟가락.
희진 가라구요.
삼순 그럼 한숟가락.
희진, 죽그릇과 보온병을 들고 씽크대로 간다. 죽그릇의 죽을 씽크대에 부어버리고 물을 틀어
흘려보낸다.
삼순 (헉 놀라 달려들며) 야! 그걸 왜 버려!
희진 (아랑곳없이 보온병의 것마저 버리려고 뚜껑을 연다)
삼순 (보온병을 확 뺏어 옆에 두고) 야 너 미쳤어?! 음식을 왜 버려.
희진 셋 셀 동안 나가요. 하나.
삼순 안먹으면 너만 손해지. 안먹긴 왜 안먹어.
희진 둘.
삼순 그깟 남자가 대수야? 몸보다 더 중요해?
희진 셋.
삼순 뭐? 거식증? 아프리카 가서 쫄쫄 굶어봐야 정신 차리지.
희진 (삼순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삼순의 머리를 확 움켜쥐고 끌고 나간다) 셋 셀동안 나가라
그랬지.
삼순 (비명 지르며 끌려나가는) 아! 이게 정말? (얼른 희진의 머리채를 움켜쥐며) 그래 니가 이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
두 여자, 서로의 머리채를 잡고 유치한 몸싸움을 한다.
희진 꼴도 보기 싫으니까 가란말야.
삼순 나도 너 꼴 보기 싫어 이년아.
희진 가란 말야! 가!
삼순 먹기 전엔 못가!
희진 먹든 말든 당신이 무슨 상관이야. 빨리 안가?
삼순 미안해서 그런다 왜. 누군 마냥 좋은 줄 알어?
헨리 (E) 희진? 소피!
두 여자, 머리를 잡은 채 쳐다본다.
헨리가 (링거병이 든 봉지를 들고) 기막힌 채 보고 있다.
희진과 삼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손을 놓는다.
그러나 씩씩거리며 서로 노려보는.
13. 홀 (동 오전)
부지런히 다니며 이것저것 체크중인 진헌.
영자가 수첩을 들고 졸졸 쫓아다닌다.
진헌 음악을 전체적으로 바꿨으면 좋겠어요. 유선없자 한번 알아보세요.
영자 (적으며) 네 사장님.
진헌 전에 식기 보충한다더니 그건 어떻게 됐어요?
영자 이번 토요일에 들어옵니다 사장님.
진헌 에어컨은 점검했죠?
영자 네, 어제 다 마쳤습니다 사장님.
진헌 제습문제는요.
영자 오후에 업자가 오기로 했습니다 사장님.
진헌 (멈춰 돌아본다) 장캡틴.
영자 (너무 가까이 붙어 따라오는 바람에 부딪힐 뻔하고는) 네? 사장님.
진헌 저 사장인 거 아니까 말끝마다 안붙여도 됩니다.
영자 네 사장님. (했다가 어머 실수! 베시시 웃는다)
진헌 (다시 가며) 여직원들 뭐 불편한 거 없습니까?
영자 불편하긴요. 사장님만 계시면 (하다가 앗 또 실수!) 불편한 거 없습니다 사장님.
마주오던 오지배인이 파일드을 건넨다.
오지배인 식품창고 재고 정리한 거하고 이사(2/4)분기 매출실적이에요.
진헌 (받으며) 감사합니다. (훑으며 가고)
진헌과 몇발짝 비켜서 인혜가 밀가루 푸대를 들고 낑낑거리며 온다.
갑자기 나타난 털보가 밀가루푸대를 덥석 뺏어간다.
인혜, 어? 놀라 쳐다보다가 따라간다.
14. 베이커리실
파견나온 파티쉐가 바쁘게 일하고 있고
털보가 들어와 밀가루 푸대를 내려놓는다.
인혜가 의아한 얼굴로 따라들어오자 얼른 주먹을 내민다.
인혜 왜요?
털보, 인혜의 손을 덥석 잡아 손바닥에 무언가를 쥐어주고 냉큼 달아난다.
인혜가 손을 펴보며 예쁜 머리핀.
인혜 ?!...
뒤늦게 의미를 알아채는 인혜. 아 싫다! 온갖 상을 찌푸리며 으~ 진저리를 친다.
15. 사장실
진헌, 방금 받은 화일들을 꼼꼼히 보고 있다.
누군가 책상을 톡톡 친다. 고개 들고 보면.
현무 (괜히 주위를 둘러보고는 소근댄다) 내가 전도사로 임명했는데 왜 하는 일이 아무 것도
없어.
진헌 (피식 웃으며) 그게 누가 작정한다고 되는 일입니까?
현무 (팍 인상 쓰며) 작정해서 안되는 일이 어딨어. 현사장은 비결이 뭐야.
진헌 ? 비결이요?
현무 삼순씨랑 잘 되는 비결 말야. 똑같은 싸움닭들인데 왜 현사장만 잘 되냔 말야.
진헌 (비싯 웃으며) 비결이라... 아, 하나 있긴 한데.
현무 ? 뭐야, 빨리 말해.
진헌 맨입으로요?
16. 희진 거실
옷걸이에 걸어놓은 링거에서 수액이 떨어진다.
그 선을 따라가면 희진의 팔에 주사바늘이 꽂혀있고, 희진은 소파에 드러누워 기가 막힌 표정으로
보고 있다.
삼순이 헨리에게 화투패를 설명하는 중이다.
삼순 (풍 들고) 이건 텐이야. 우리말로 십. 단풍이라고도 하지. 어쨌든 십만 외워. 십!
헨리 십!
삼순 오케이. (오동 들고) 이건 음.. 일레븐. 우리말로 십일.
헨리 십일.
삼순 좋아 좋아 통과. (비 들고) 이건 트웰브. 십이.
헨리 십이.
삼순 이건 아주아주 중요한 거니까 잘 봐둬. 이 비는 말야, 때에 따라서는 아주 좋은 거지만
위기의 순간에는 제일 먼저 버려야 되는 거야. 비풍초똥팔삼. 따라해봐. 팔로우미. 비풍초똥팔삼.
헨리 (어설픈대로) 비풍초똥팔삼
삼순 그래 그거야. 베리베리 임포턴트. 오케이?
헨리 (잘 모르겠지만 끄떡이는)
희진, 두 사람 하는 양이 어이가 없다.
삼순 (비를 잡은 김에 오광을 주욱 늘어놓으며) 또 중요한 건 이거야. 오광. 파이브 스타! 아니,
파이브 썬인가? 어쨌든 이거 잘봐. 여기 달 떴지. 문(MOON) 말야. 이것만 나오면 기냥 먹어야 돼.
(일광 보여주며) 이 그림은 뭐라 그랬지? 일이삼사오?
헨리 일!
삼순 그래, 일이야. 일에 달 떴으니까 일광이야. 따라해봐. 일광!
헨리 일광!
삼순 좋아좋아. (다음 걸 계속 보여주며) 이건 삼광, 이건 팔광, 이건 똥광. 그리고 이건 비광.
헨리 (오- 뭔가 중요한 건가 보다 유심히 보는)
삼순 특히 이 똥광. 캬~ 보기만 해도 배부르지 않냐? 이건 예술이야 예술.
희진, 체념하고 머리를 기댄다. 정말 못 말리는 여자다.
( 시간 경과)
삼순이 패를 내고 먹는다. (점에 백원 내기 하느라 천원짜리와 백원짜리가 깔려있다. 삼순 쪽이
훨씬 많다)
헨리, 패를 내놓고 고심한다. 바닥에 같은 무늬 두장이 깔려있다.
삼순 (어떡하나 가자미 눈으로 보는)
희진 (소파에 누운 채 자기도 모르게 판구경을 하고 있다)
헨리 (오짜리를 들고 간다)
삼순 (오호 속는구나!) 그렇지. 그렇게 무늬가 같은 걸 가져가는 거야. 유어 헤드 베리 굿!
희진 안돼, 그거 먹지 마. 그 옆에 있는 거 가져가.
헨리 (옆에 십짜리를 들어보이며) 이거?
희진 어. 그건 십짜리고 아까 그건 오짜리야. 수가 더 큰게 좋은 거야.
삼순 (째리며) 왜 참견해요?
희진 치사하게 그런 것도 안가르쳐줘요?
삼순 몸으로 부딪히면서 배워야 자기 게 되죠. 아프다면서 참견할 힘은 있나부지?
희진 (찌푸리더니 팔뚝에서 주사바늘을 뺀다)
삼순 (어? 덤비려나?)
헨리 안돼. 아직 많이 남았어.
희진 (헨리 옆에 내려앉으며) 우리 둘이 편 먹고 할게요.
삼순 어머? 이런 법이 어딨어요? 둘이 덤비면 난 어떡하라구요?
희진 헨린 초보잖아요. 판 다시 돌려요.
희진, 삼순과 헨리의 손에서 패를 뺏어가 마구 섞는다.
삼순 어머머 웃겨 정말. 죽도 안먹으면서 패 돌릴 힘은 어디 있대?
17. 입점할 점포
아직 주방기구들이 들어오지 않아 텅 빈 실내에 조그만 테이블 하나 놓여있고 이영이 중개인과
마중앉아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있다.
이영 (돈봉투 내밀며) 보증금이에요. 확인해보세요. (중개인이 액수를 확인하는 동안 핸드폰
버튼 누르며) 이 기집애는 어디서 뭘 하고 있는거야.
18. 희진 거실
희진 (패를 센다) 오광에 고도리, 열끗 다섯장, 홍단 구사에 오끗자리 일곱장, 피 열일곱장.
(재빨리 머릿속으로 셈하는)
삼순 (어이가 없다. 핸드폰 울리지만 아랑곳없다)
희진 XX 점에 쓰리고에 흔들고 광박이니까 곱하기 X 해서 XXX 점, XXXX 원이에요.
삼순 (인상 팍 찌그러지고 열도 확 오르고) 아니 요즘 의대에서는 고스톱만 가르쳐요?
희진 전화나 받으세요.
삼순 (마지못해 발신자 확인하며 받는다) 왜.
이영 (F) 너 오늘 가게 계약하기로 해놓고 어디서 뭘 하는 거야?
삼순 (눈에 뵈는 게 없다) 끊어! (핸드폰을 던지듯이 하고는 패 섞으며) 좋아, 할려면 제대로 해.
첫뻑 첫따닥 총통 비고도리 멍텅구리 다해 다!
희진 돈부터 주세요.
삼순 !... 아 진짜 정말, 누가 떼먹냐? (지갑을 열다가 헉)
빈 지갑을 탈탈 털어보는 삼순.
19. 희진 아파트 앞 (동 오후)
터덜터덜 걸어나오는 삼순. 아무래도 억울하고 분해서 돌아보며.
삼순 아- 죽 쒀서 개줬네 정말. (손에 들린 만원짜리 보며) 뭐? 개평? 놀고들 있네. 저것들
부부도박단 아니야? 확 신고할까부다 에이! (터덜터덜 간다)
20. 희진 거실
희진, 지친 듯 소파에 늘어져 있다.
헨리, 너무나 진지한 얼굴로 패를 맞추며 복습하고 있다.
희진 (물끄러미 보다가) 재밌어?
헨리 응. (구쌍피를 들어보이며) 이게 뭐라고?
희진 (우리말) 구쌍피.
헨리 (우리말로 중얼중얼) 구쌍피.. 구쌍피..
희진 '구'는 nine 이라는 뜻이고, '쌍'은 double 이라는 뜻이야.
헨리 (끄떡끄떡) 아.. 근데 왜 이건 십이 됐다 피가 됐다 그러는 거야?
희진 글쎄... (일어나 앉으며) 처음 그 놀이를 만든 사람들이 그렇게 약속했겠지.
헨리 우문협답. (하며 눈부시게 웃는다)
희진 (그 표정에 비시시 웃고만다)
헨리 너 나한테 거짓말 한 거 있지.
희진 ? 거짓말? 내가 언제?
헨리 있는 거 같은데?
희진 무슨 소릴 하는 거야.
헨리 음.. 아주 가끔 말야... 날 보면서 가슴이 두근거린 적 있었지.
희진 !...
헨리 응?
희진 (피식 웃으며) 난 또 뭐라구. 아니야.
헨리 정말?
희진 (머뭇거리다가) 정말.
헨리 뭐 그럼 할 수 없고. (하며 패를 맞춘다)
희진 (순간 표정이 굳는다. 그의 말이 가시처럼 박힌다)
헨리 (패 맞추며 담담하게) 다른 사람들 시계는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는데 니 시계만 멈춰 있는
거 알어?
희진 !...
헨리 (보며) 배터리 갈아줄까? 골라봐. 수은전지, 니켈전지, 카드뮴전지. (박자 맞추며 우리말)
골라아~ 골라~
희진 (못 말린다는 듯 웃으며 쿠션을 던진다)
헨리 (받아내며) 나이스샷!
희진 (웃고 만다) ... 헨리?
헨리 응
희진 나. 미국으로 돌아갈래.
헨리 ?!...
희진 엄마아빠한테 갈래.
헨리 학교는 어떡하구.
희진 학교는 거기서 다닐래, 편입하면 되잖아.
헨리 ?!... 아주 떠나는 거야?
희진 왜, 싫어? 내가 귀찮게 할까봐?
헨리 학교 졸업하면 우리 병원으로 와. 수제자로 키워줄게.
희진 (훗 웃고만다)
21. 거리, 차 안 (동 밤)
현무가 와인상점에서 와인을 들고 나온다. 동승석에 올라 완인을 들이대며
현무 이거면 되지?
진헌 (빙긋) 네.
현무 빨리 말해. 비결이 뭐야.
22. 다른 거리, 차 안
진헌, 팬시점에서 방금 산 꿀꿀이를 들고 와 운전석에 오른다. 현무에게 건넨다.
현무 ? 뭐야 이거. 개야 돼지야. 근데 이걸 나 가지라고?
진헌 비결이 궁금하다면서요.
현무 ? 이게 비결이야? 이거 선물하면 돼?
진헌 네.
현무 하 나참. 아니 이걸 준다고 쳐. (어이없는 웃음) 야 내가 이 나이에 이걸 어떻게 들고 다녀.
진헌 옆구리에 끼고 가세요.
현무 ? 너 지금 장난 치냐? 비결이란 게 겨우 이따위 인형이야?
진헌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거머리같은 놈이에요.
현무 ? 누굴 무는데. 여자를 무냐?
진헌 그 녀석이 알아서 할 거에요. 술은 좋아하시니까 됐고, 아 노래연습 좀 해두세요. 이왕이면
뽕짝으로. 울릉도 트위스트만 빼구요.
현무 ? 이 짜식이 정말 장난 치나.
진헌 다 깊은 뜻이 있습니다. 나중에 아시게 될 거에요. (핸드폰 울리자 확인하며 받는다.
헨즈프리 말고) 어, 나야. (옆에서 현무는 이까짓게 뭔데? 꿀꿀이를 요리조기 살피는)
23. 희진 거실& 주방
희진 할 얘기가 있어. 잠깐만 와줘.
진헌 (F) 알았어. 지금 갈게.
희진, 전화 끊고는 주방으로 간다.
냉장고에서 우유 한팩을 꺼내는 희진.
식탁으로 와 우유를 까다가 문득 보온통을 발견한다.
전자레인지가 땡! 소리를 낸다.
희진, 뎁힌 죽을 꺼내 식탁으로 와 앉는다.
한숟갈 입에 넣어본다. 나쁘지 않다. 삼킨다.
두숟가락째는 더 쉽게 먹는다.
어? 맛있네? 하는 표정.
보통 사람처럼 죽을 먹는 희진. 점점 더 맛있게 먹는다.
24. 희진 아파트 앞. 차 안 (동 밤)
진헌 (놀라서 돌아보는)
희진 미국으로 돌아간다구.
진헌 !...
희진 엄마아빠 옆에 있을래. 더 이상 여기 있는다는게 의미가 없어졌어.
진헌 (미안한) ...
희진 그래서 말인데... 부탁이 있어.
진헌 말해.
희진 (망설이다가 굳게 마음 먹은 듯 단호하게) 나 좀 데려다 줘.
진헌 (무슨 뜻인지 몰라) ?...
희진 미국까지 데려다 달라고.
진헌 ?!...
희진 혼자 들어가기 힘들어. 데려다줘.
진헌 ?!...
희진 (마른침을 삼킨다)
진헌 (고심하는) ...
희진 생각해야 되니?
진헌 ... 그래, 데려다줄게.
희진 (생각보다 빨리 대답이 나오자 놀라는) 이유는 안물어봐?
진헌 (주저없이) 됐어. 언제 갈건데.
희진 집하고 차는 외삼촌이 알아서 처분해주실거야. 너만 시간되면 언제든지.
진헌 그래.
희진 (좀 미안한) ... 마지막이잖아.
진헌 (같은 마음이다) ... 알어.
25. 종로구청 앞 (낮)
스카프를 뒤집어쓰고 선글라스로 위장한 삼순이 다다다 다가와 은폐물 뒤에 숨는다.
깍두기가 여전히 구청 정문을 지키고 있다.
삼순, 고개를 설레설레 젓더니 돌아선다.
구청 후문. 삼순, 이리저리 살피며 후문으로 들어서는데 또 누가 막아선다.
깍두기 2 가 삼순의 가방을 뺏으려 한다.
삼순, 뺏기지 않으려 두들겨패고 발로 차고 실랑이를 하다가 가방을 빼앗아 도망을 간다.
후문. 택배트럭이 문을 통과한다.
삼순, 트럭에 몸을 숨겨 딱 트럭 속도만큼 쫓아간다.
마당까지 들어온 삼순, 후- 심호흡을 하며 돌아본다.
깍두기 2 가 아무것도 모른 채 앞만 보고 있다.
삼순, 메롱 하고는 룰루랄라 현관으로 간다.
26. 종로구청 호적과
개명허가서를 들고 당당하게 호적과 창구로 오는 삼순.
그러나 곧 막아서는 깍두기 3.
삼순의 손에 개명허가서를 뺏어서 박박 찢어버린다.
허!!! 입을 딱 벌리는 삼순.
27. 사장실 (동 오전)
벌컥 문 열고 들어오는 삼순.
삼순 야! 너 정말 이럴래? 치사하게 깍두기를 동원할 거야 진짜? 이러다 경찰에 신고하는 수가
있어? (하다가 멈칫)
자리가 비어있자 얼른 나가는 삼순.
28. 호텔 커피숍(동)
진헌과 채리가 마주 앉아있다.
진헌 (귀찮다) 빨리 용건이나 말해. 들어가봐야 돼.
채리 좀만 기다려. 곧 올거니까
진헌 ? 누가 와?
채리 내 탓 하지 마. 난 그냥 오빠 어머니가 부탁해서 심부름한 거니까.
진헌 ? 심부름? 나사장이?
채리 맞선이라고 얘기하면 안나올 게 뻔하니까 나더러 대신 불러달라고 하시더라?
진헌 (어이가 없다) !...
채리 그러게 말 좀 잘 듣지. 나까지 이게 뭐냐 기분 나쁘게.
진헌 난 싫으니까 니가 대신 봐. (하며 일어나는데)
채리 (얼른 붙잡으며) 오빠 그냥 가면 내가 곤란하단 말야. 맞선 볼 여자도 내가 잘 아는 언니구.
(저쪽 보고는) 어? 저기 온다. 언니!
진헌 (아후- 마지못해 자리에 앉는다)
선한 인상의 맞선녀가 다가온다.
채리 (옆에 앉히며) 여기 앉어 언니. 우리 되게 오랜만이다. 그치.
진헌 (안보고 짜증스런 표정)
채리 오빠 뭐해, 인사 안하고.
진헌 (건성으로) 현삼식, (당황) 아니 현진헌입니다.
맞선녀 (상냥하게) 이서영이에요.
채리 오빠 어때? 서영언니 이쁘지. 뭐 나보다야 못하지만.
곱게 흘기는 맞선녀와 채리의 킥킥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못마땅해하는 진헌의 표정.
29. 보나뻬띠 현관
인혜와 함께 나오는 삼순.
삼순 뭐? 머리핀? 기방이가?
인혜 야. 아까는 영화보러 가자고도 하던디. 그게 무슨 뜻이여요?
삼순 뭐긴. 니가 좋다는 뜻이지.
인혜 (인상 우그러진다) 난 싫은디. 키도 작구, 못 생기구, 털도 많고.
삼순 그 놈이 한참 겸손하게 생기긴 했지. 그치만 인혜야, 흘러간 청춘은 나중에 울고불고
잡아봐야 소용 없다. 한살이라도 어릴 때 이 놈 저 놈 많이 만나봐야 남자 보는 눈도 생기고
바람둥이도 안만나고 그러지.
인혜 그려도 싫은디...
삼순 차암 걱정도 팔자다. 그럼 안 사귀면 되지. 가서 싫다그래. (그때 핸드폰 울리자) 잠깐만.
(확인하며 받는다) 왠일이냐 니가?
30. 호텔 로비& 보나뻬띠 현관
채리 (걸어오며) 재밌는 소식 알려줄려구.
삼순 그래? 그럼 한번 들어보자. 니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비명소리도 재밌더라. 뭔데.
채리 진헌오빠 선 본다?
삼순 ?!...
채리 둘이 다시 사귄다며? 그런데 어떡하냐, 오빠 어머님이 그렇게 언니를 싫어하신다며?
삼순 어디서 보는 지 알어?
채리 오늘 상대는 나도 잘 아는 언닌데 좀 샘은 나지만 참기로 했어. 워낙 괜찮거든.
삼순 어디서 보는지 아냐구.
채리 이번엔 진짜 식품업하는 집안의 외동딸이야. 유학도 갖다오고 지금은 화랑을 운영하고
있지.
삼순 (버럭) 거기가 어디냐구 이 기집애야!
31. 호텔 커피숍
씩씩거리며 들어오는 삼순. 주위를 휘 둘러본다. 저기 있다!
진헌과 맞선녀, 죽이 잘 맞아 화기애애한 분위기다.
무언가 얘기를 하며 크게 웃기까지 한다.
저 자식이! 눈에 불을 켜고 다가가는 삼순.
당장이라도 두 년놈들을 패대기칠 기세다.
진헌 그거 좋은 생각이네요. 근데 그것보단 더 좋은 방법이 있는데.
맞선녀 뭔데요?
삼순 (E) 야 삼식아.
진헌 (돌아보며 놀란다)
맞선녀 (역시 놀란다)
삼순 너 뭐야. 나더러는 다른 남자 만나지 마라 선도 보지 마라 그래놓고 몰래 뒤통수를 쳐?
진헌 (피식 웃더니 아가씨에게) 바로 이 여잡니다.
맞선녀 (미소 띄우며) 아...
삼순 ??? 너 또 무슨 수작이야. 빨리 안인나?
진헌 잠깐 앉어. 더운데 에어컨 바람이나 쐬고 가자.
삼순 (이런 망할) 야! 너 왜 또 염장 지르고 그래!
진헌 아.. 이런데서 그렇게 소릴 지르면 어떡해.
맞선녀 (웃음 참으며) 듣던대로 시원시원하시네요.
삼순 (뭐? 이씨! 진헌이 했던 것처럼 손을 잡아끌며) 너 빨리 인나. 빨리 안인나? 오늘 산부인과
정기검진 받으러 가는 날이잖아!
맞선녀 (어? 놀란다)
진헌 바로 이 방법입니다. 이게 제대로 먹히거든요.
삼순 (무슨 소리지? 어리둥절) ???
진헌 저는 곧 정식으로 인사시킬 생각인데 그쪽도 잘 됐으면 좋겠네요.
맞선녀 네, 서로 잘 됐으면 좋겠어요.
진헌 전 그럼 이만 일어나겠습니다. 안그럼 맞아죽거든요.
맞선녀 네, 안녕히 가세요.
진헌, 일어나 아직도 어리둥절해하는 삼순을 끌고 나온다.
삼순 너 뭐야. 저 여자한테 내 흉 봤지. 둘이 무슨 짓을 한거야.
진헌 교양이 없으면 눈치라도 빠르든가. 아 빨리 나와.
삼순 (어리둥절해하며 끌려가는)
32. 호텔 로비
진헌이 삼순을 끌고 나온다.
삼순 그럼 그렇다고 진작에 얘길 하지, 이게 무슨 망신이냐?
진헌 말할 기회를 줘야지. 무슨 여자가 그렇게 성질이 급해.
삼순 으이 씨... 챙피해죽겠네.
진헌 오오 천하의 김삼순이 챙피할 일도 있습니까?
삼순 벼룩도 낯짝이 있는데 그럼 내가 벼룩만도 못한 인간이냐?
진헌 (픽 웃으며) 내일 미주랑 놀라가자.
삼순 내일?
33. 코엑스 아쿠아리움(다음 날)
수족관 터널 속으로 진기한 물고기들이 떠다닌다.
진헌(즉석카메라를 든)과 미주와 삼순, 셋이 손잡고 물고기들을 구경하며 온다.
미주가 몹시 좋아한다.
생물체를 직접 만질 수 있는 코너.
미주가 물고기를 만지다가 깜짝 놀라고.
삼순은 마구 장난 치고. 진헌은 웃음이 가시질 않는다.
식인 물고기 피라냐에 먹이주는 시간.
대구, 전어, 냉동닭들이 수족관 속으로 들어간다. 피라나들이 덤벼든다.
진헌이 못보게 미주의 눈을 가린다.
길쭉하고 괴기스럽게 생긴 곰치 수족관.
아쿠아리스트가 직접 들어가 먹이를 준다.
좋아라하는 미주.
곰치나 아주 못생긴 물고기 앞에서 포즈 잡는 세사람.
누군가가 사진을 찍어준다. 찰칵!
34. 샌드위치 까페
진헌이 미주의 샌드위치에서 양파를 빼낸다.
삼순 얘 양파 안먹어?
진헌 어.
삼순 양파가 몸에 얼마나 좋은건데. 미주 양파 안먹으면 키 안 커.
미주 (헤 웃는다)
삼순 미주야, 너 이제 나를 어떻게 불러야 된다 그랬지?
미주 (똘망똘망 쳐다보는)
삼순 아까 가르쳐줬잖아. 작은 엄마.
미주 (웃는다)
삼순 따라해봐. 작은 엄마.
미주 (웃는다)
삼순 그게 어려우면 줄여서 큰엄마 할까?
진헌 (어유, 웃고만다)
삼순 너 작은 엄마 안할거면 양파 먹어야 돼.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 작은엄마 할래 양파 먹을래.
미주 (울상으로 고개 젖는다)
진헌 놔둬. 애 울리겠다.
35. 오피스텔 (동 밤)
냉장고에서 치즈를 꺼내는 진헌.
냉장고문이 닫히며 거기 붙어있는 아까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
진헌, 와인과 안주를 챙긴다.
삼순 (E) "사라졌어." 모모는 난생 처음 그 말의 의미를 온몸으로 느꼈다.
진헌, 두 여자를 사랑스럽게 쳐다본다.
삼순과 미주가 나란히 소파에 앉아있다. 삼순이 모모를 읽어주는 중이다. (P. 256)
삼순 전에 없이 가슴이 무거워졌다. 모모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중얼거렸다. "하지만난, 난 아직
여기 있는데..."
꿀꿀이를 안은 미주의 눈에 가물가물 졸음이 가득하다.
삼순 모모는 차라리 소리내어 울고 싶었지만 울 수가 없었다. 조금 뒤에 거북이 맨발을 건드리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네 곁에 있잖니!" 거북 등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모모는 웃으면서
씩씩하게 말했다.
완전히 감기는 미주의 얼굴 위로.
삼순 (E) "그래 카시오페이아. 네가 있구나. 정말 기뻐. 이리 와. 이제 자야지."
꿈결 속으로 빠져드는 미주.
36. 아쿠아리움(꿈)
수족관 터널 속. 아무도 없이 물고기만 유영을 하는 그곳에서 미주가 길을 잃은 듯 두리번거린다.
신비한 분위기... 미주가 무언가를 발견한 듯 놀란다.
미주 (어?)
거북이 느릿느릿 기어가고 있다.
미주, 자연스럽게 거북을 따라간다.
모퉁이를 돌고,
거북이 멈춘다. 미주도 멈춘다.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온다.
만화영화의 재밌는 캐릭터의 아저씨 목소리.
목소리 모모?
미주 (어? 누구지? 두리번거린다)
목소리 모모
미주 (드디어 찾아낸다. 어?)
저만치 앞에 꿀꿀이가 의자에 앉아있다. 손에는 지팡이가 들려있고, 세련된 안경까지 썼다.
미주 (갸웃거리며 다가온다. 누구지?)
목소리 나야. 시간, 분, 초의 박사. 세쿤두스 미누티우스 호라 박사.
미주 (와! 감탄한다)
목소리 오느라고 힘들었지? 아이스크림 줄까?
미주 (아니라고 고개 젓더니 아이답게 히- 웃으며 꿀꿀이의 콧구멍을 콕 찔러보기도 하고 안경을
만져본다)
목소리 (당황한) 아니 이런! 그만 그만!
미주 (그만 둔다)
목소리 (다시 점잖게) 큼! ... 모모?
미주 (보는)
목소리 내가 널 무른 건 다름이 아니라...
미주 ?...
목소리 이건 아주 중요한 문제야. 그러니까 잘 들어.
미주 ?..
목소리 흠... 등 좀 긁어주렴? 등이 너무 가려워.
미주 (갸웃) ?..
목소리 (수다스럽게) 등 좀 긁어달라구. 사흘 째 얼마나 가려운 줄 알어? 빨리 빨리.
미주 (천연덕스럽게 뒤로 돌아가 등을 긁어준다)
목소리 고마워 모모. 카시오페이아, 이제 모모를 집에 데려다주렴.
거북이 왔던 길을 거슬러 올라간다.
모모, 아쉬운 듯 꿀꿀이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떠난다.
목소리 안녕 모모. 안녕~
37. 오피스텔(동 밤)
침대 속에서 꿀꿀이를 안고 자는 미주. 미소가 감돈다.
소파 위에 나란히 앉아 와인을 마시는 진헌과 삼순.
삼순 일주일이나? 어딜 가는데?
진헌 (망설이는) ...
삼순 또 출장 가? 제주도?
진헌 아니.
삼순 ? 그럼 어디.
진헌 미국에 잠깐 다녀올 일이 생겼어.
삼순 ?!... 미국엔 왜?
진헌 (말 꺼내기가 좀 어렵다)
삼순 뭔데에.
진헌 희진이 데려다주러.
삼순 ?!...
진헌 희진이, 미국으로 돌아가고 싶대. 부모님 거기 계시니까. 같이 동행해서 데려다주고
안정하는 거 보고, 그러면 일주일쯤 걸릴 거 같애.
삼순 (표정 굳으며 들고 있던 맥주를 내려놓는다)
진헌 (예상은 했지만 긴장되는)
삼순 헨리는. 헨리랑 같이 들어가면 되잖아.
진헌 헨리도 들어가고.
삼순 근데 왜 니가 따라가야 돼?
진헌 친구끼리 그 정도는 할 수 있잖아.
삼순 친구? 너희둘이 친구였니?
진헌 애 깨겠다.
삼순 싫어. 가지마. 난 못보내.
진헌 삼순아.
삼순 희진씨 그렇게 안봤는데 이상한 사람이네. 도대체 왜 그런데? 이유가 뭔데.
진헌 ... 마지막이잖아.
삼순 마지막을 그 먼데까지 가서 장식해? 너희들 경화 찍니?
진헌 그냥 그렇게 해주고 싶어.
삼순 !... 왜, 첫사랑이라 차마 잊을 수가 없어서? 눈에 자꾸 밟히니? 애틋해 죽겠어?
진헌 (심사가 꼬이기 시작하고 어조고 강해진다) 비꼬지 마.
삼순 아님 동정심이야? 오오 너 참 착하다. 동정심이 넘쳐 흐르는구나 아주.
진헌 비꼬지 말라구.
삼순 이럴거면 뭐하러 끝내 그냥 계속 가지.
진헌 (벌떡 일어나며) 지금 그런 얘기가 아니잖아!
삼순 (일어나며) 나도 참을만큼 참았어. 얼마나 더 참아야 되는데?
진헌 정말 실망이다. 난 니가 이해해줄 줄 알았어.
삼순 나도 실망이야. 정 가고 싶으면 나랑 끝내고 가.
진헌 그런 말 함부로 하지 말라 그랬지!
삼순 지금 함부로 하는 게 누군데!
진헌 겨우 일주일이야! 일주일도 못참아?!
삼순 그래 못참아! 언제 어떻게 변할 지 모르는 게 사람 마음이야!
진헌 그럴거면 너랑 그렇게 어렵게 시작하지도 않았어! 내가 너랑 장난 치는 줄 알어?
삼순 그러니까 가지 말라고! 내가 싫다는데 꼭 그래야겠어?
진헌 (아 정말, 성질은 돋고 답답하고) ...
삼순 좋아. 너랑 이럴 게 아니라 직접 담판을 지어야겠어. (나간다)
진헌 (놀라 얼른 붙잡는다) 미쳤어? 어딜 가
삼순 놔! 희진씨한테 물어볼 거야. 놔 이 나쁜 놈아!
진헌 제발 그만 해 좀!
그때 미주의 울음소리.
둘 모두 쳐다본다.
어느새 침대에서 빠져나온 미주가 이쪽을 보며 울고 있다.
미주 어엉...
진헌 (낭패스럽고)
삼순 (마찬가지로 미안한데)
미주 삼촌 미워...
진헌 !...
삼순 !...
미주 삼촌 미워... 소리 지르지 마.. 어엉...
진헌 !!!...
삼순 !!!...
미주 소리 지르지 마.. 어엉...
진헌,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삼순도 넋을 잃고 바라본다.
계속 우는 미주.
진헌이 미주에게로 다가온다. 꿈만 같다.
진헌이 미주 앞에 쪼그리고 앉는다.
진헌 (그저 놀라운... 눈가가 젖어든다)
미주 싸우지 마... 어엉.. 싸우지 마...
진헌 (이 녀석이 드디어)...
미주 엉엉...
진헌 (뭐라 말을 하고 싶은데 목소리는 안나오고 입술만 달싹달싹) ... (간신히 말이 나오지만 목이
메여서는) 안 싸울게... 안 싸울게 울지 마 미주야...
미주 (간신히 울음을 그친다)
진헌 (눈물을 닦아주며) 삼초이 잘못했어... 잘못했어..
미주 흑...
진헌 (덥석 안는다)
미주는 울음 뒤의 딸국질을 하느라 힘이 들고, 진헌은 미주를 꼬옥 안은 채 눈가가 붉다.
삼순도 눈물을 훔쳐낸다.
38. 삼순집 앞 & 차 안
차가 달려와 멈춘다. 뒷좌석에는 미주가 담요를 덮고 자고 있다.
진헌과 삼순은 크게 싸운 뒤라 분위기 냉랭하다.
진헌 ...
삼순 ...
진헌 ... 알았어. 안갈게.
삼순 !... (보는)
진헌 니가 그렇게 싫다면 안갈게.
삼순 ...
진헌 됐지?
삼순 내가 반대 안했으면 갔을 거잖아.
진헌 ...
삼순 일단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게 기분 나뻐.
진헌 (답답한) 삼순아.
삼순 꼭 세사람이 같이 사는 거 같아서 싫어. 기분 드러워. (내린다)
진헌 후- (내린다)
삼순, 대문으로 가 초인종을 누른다.
진헌 (다가가며) 뒤도 한번 안돌아보냐?
대문이 열리자 정말 뒤도 안돌아보고 들어가는 삼순.
대문 쾅! 닫히고.
진헌 허!
39. 뜰
들어오는 삼순.
현관으로 가는데 진돗개가 나와서 설레설레 꼬리를 친다.
진헌 (E) 정말 속 좁게 굴래?
삼순 (멈춰 대문 쪽을 휙 째려본다)
40. 대문 앞
진헌 취소한다고 했잖아. 적당히 하시지?
41. 뜰
삼순 야 오천만원. 밖에 미친 놈미 얼씬거리는데 안짖고 뭐해. 짖어.
42. 대문 앞
그 소리가 고스란히 흘러나온다.
삼순 (E) 빨리 짖어. 안 짖어? 짖으란 말야.
정말 개가 짖기 시작한다.
진헌 (기가 찬다) !...
삼순 (E) 야 오천만원. 니 주인은 이제 나라는 걸 명심해. 알았어?
(E) 현관으로 들어가는 소리.
기가 막힌 진헌, 확 열이 올라 대문을 뻥 걷어찰려다가 차마 처갓집에 그 짓은 못하고 팽 돌아서서
차로 간다.
F.O
43. 삼순 샵 (오전 F.I)
인부들이 주방기구들을 실어나른다.
삼순과 이영, 여기 놓으라 저기 놓으라 각각 지시하느라 바쁘고.
인부들이 주방기구들을 설치하는 모습들.
( 시간경과)
삼순, 주방기구들을 삭삭 닦고 있다.
이영 (테이블에 앉아 노트북으로 인터넷하며) 야야 이리와봐. 이거 봐봐.
삼순 (다가와 들여다본다)
이들이 들여다보는 건 서버를 빌려줘 소호쇼필몰을 구축해주는 사이트(네이버 등의 포탈사이트
소호물 참조)다.
이영 말하자면 포탈사이트에 임대료랑 관리비 내고 가게를 하나 임대하는 거나 마찬가지야.
우리가 따로 홈페이지 만들면 초기비용 들어가지 관리하기도 골치 아프지. 이거 봐. 결제시스템도
제공해주잖아.
삼순 그러네? 관리비도 싸다.
이영 지하철 택배도 연결해준다 야. 이걸로 한번 파보자.
삼순 오픈은 언제로 할거야?
이영 좀 더 준비하고. 막 덤볐다간 큰코 다쳐. 메뉴는 준비하고 있지?
삼순 응
이영 너무 특이한 거 할려고 하지 말고 일반적인 거에 중점을 줘. 사람들은 낯선 거 별로
안좋아해.
삼순 언니.
이영 왜.
삼순 언닌 왜 이렇게 똑똑해?
이영 이제 알았니? 나 공부도 잘했잖아.
삼순 근데 난 왜 이 모양이지?
이영 삼순이니까.
삼순 우이씨... (퉁명스레) 나 약속 있어. 먼저 퇴근할거야.
44. 달리는 버스 안
삼순, 핸드폰을 열어본다.
둘이 함께 찍은 사진.
삼순 (퉁퉁 부어서) 그런다고 전화 한통 없냐.
45. 사장실 (동)
서류 훑다가 문자 왔다는 신호가 오자 얼른 열어보는 진헌
스팸메일이다.
진헌 (핸드폰 덮는다. 괘씸하다) ... 해보겠다 이거지?
46. 버스 안 (동)
삼순, 핸드폰 울리자 얼른 꺼내본다. 진헌이 아니다. 실망하며 받는다.
삼순 여보세요? ... 땅 안사요! 너나 많이 사세요! (탁 덮으며) 그래, 누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
47. 사장실 (동)
진헌, 문자 누르고 있다.
( 인서트) 저녁 먹자.
다 써놓고 고민하는 진헌. 보낼까 말까.
( 인서트) 지워지는 글자들. 다시 쓰여진다. <전화 해>
48. 버스 안
삼순이 그 문자를 본다.
삼순 이게 어따 대고 명령이야. 지가 하면 될 것이지. (탁 덮는다)
49. 사장실
책상 위의 핸드폰을 째려보며 전화 기다리는 진헌. 1 초가 한시간 같다.
답답한 듯 일어나 후- 숨을 몰아쉬며 서성이다가는 못 참고 핸드폰 집어들고 통화버튼 누른다.
수신자는 <삼순>에서 <깜찍이>로 바뀌어 있다.
50. 버스 안
액정에 <울 헌이>가 뜬다.
삼순, 안받고 있다가 배터리를 빼버린다.
51. 사장실
안내맨트로 넘어가자 종료를 누르고 다시 거는 진헌.
전원이 꺼져있다는 멘트가 나오자 열이 확 치받친다.
진헌 감히 내 전화를 거부해? (성큼성큼 나간다)
52. 희진 거실(동 오후)
텅 빈 거실에 벨이 울린다.
침실에서 희진이 나온다. 핏기가 없다. 인터폰 버튼을 누른다.
삼순의 얼굴이 나타난다.
희진 (왜 또)!...
삼순 (E) 나에요. 할 얘기가 좀 있어요.
희진 (열어줄까 말까 고민하는)
삼순 (E) 있는 거 알아요. 베란다 창문 열려있잖아요.
못말려, 한숨을 쉬고는 문을 열어주는 희진.
삼순 (보는)...
희진 (보는)...
삼순이 들어온다.
항공편으로 보낼 박스 세 개가 거실 구석에 놓여있다.
정말 가는구나 실감이 나는 삼순.
희진 (그저 삼순을 보며) ...
삼순 (돌아보며) 다시 돌아간다구요?
희진 네.
삼순 진헌씨더러 미국까지 데려다달라 그랬어요?
희진 네.
삼순 왜요?
희진 그걸 꼭 말해야 돼요?
삼순 내 남자 일이니까요.
희진 (피식 웃는) 아주 당당하시네요.
삼순 이유가 뭐에요?
희진 말하고 싶지 않아요.
삼순 !... (차갑게) 막고 말할래, 그냥 말할래.
희진 !... (맞서는) 협박하는 거에요 지금?
삼순 몸이 정 힘들면 헨리 있잖아.
희진 헨리도 같이 들어갈 거에요.
삼순 근데 진헌씬 거기다 왜 껴.
희진 진헌이가 싫다고 하면 억지로 그럴 생각은 조금도 없어요. 난 그저 부탁을 한 거 뿐이니까.
삼순 너 아직 미련 남았니? 그런다고 진헌씨가 다시 돌아갈 거 같애?
희진 추억은 힘이 없다구요?
삼순 (뜬금없어서) ?...
희진 맞아요 그말. 하지만 동전의 양면이죠. 추억은, 지워지지 않아요.
삼순 ?!...
희진 진헌일 다시 뺏을 생각은 없어요. 난 그냥.. 우리가 나눈 추억에 대한 예의를 지키고 싶은 것
뿐이에요.
삼순 문자 쓰지 말고 쉽게 말해.
희진 (뚫어지게 보는) ...
삼순 (맞 받아 보는) ...
희진 이별여행이에요.
삼순 허! 그놈의 이별여행 참 거창하다. 그 먼데까지 끌고 가고.
희진, 아랑곳없이 주방으로 가더니 보온병을 들고 나와 건넨다.
희진 김치통이랑 딴 거는 덜을 데가 없어서 못돌려드려요.
삼순 (확 채간다. 무게감을 느끼고는) 버렸니?
희진 ... 먹었어요.
삼순 ?... 정말? 버린 게 아니고?
희진 네, 다 먹었어요.
삼순 (분위기상 좀 뻘쭘한 느낌의) 맛있지?
희진 (역시 뻘쭘한) 네.
삼순 당연하지, 누가 만든건데. 그러니까 진헌씨 못보내! 안보내!
희진 (허!) ...
53. 오뎅바 (동 밤)
현무, 인형을 이영에게 덥석 안긴다.
현무 아 그 놈의 자식 들고 오느라고 쪽팔려 혼났네.
이영 이게 뭐에요?
현무 뭐긴 뭐야 인형이지.
이영 나 가지라구요?
현무 그럼 내가 가질까? 머리 빗기고 세수 시키고 그러고 놀까?
이영 (하나도 안반갑다. 옆에다 놓으며) 나도 그럴 나이는 지났네요. 생뚱맞긴.
현무 야, 우리 결혼하자.
이영 !...
현무 혼자 먹는 밥 지겨워 죽겠다. 결혼하자.
이영 이보세요 이현무씨, 비약하지 마세요. 사귀지도 않았는데 왠 결혼?
현무 야, 넌 어떻게 된 애가! 만나서 밥 먹고 술 마시고 영화 보고 할 거 다했는데 그게 사귄 게
아니면 뭐냐?
이영 정 결혼이 하고 싶으면 딴 여자랑 하든가.
현무 싫어. 너랑 할 거야.
이영 한번 해봤으면 됐지 뭘 또 할려 그러실까?
현무 한번 해봤으니까 두 번째는 잘 할 거 아냐. 하자아.
이영 싫어요. 난 두 번 다시 결혼 같은 거 안 할 거니까.
현무 왜. 왜 싫은데? 왜 안하는데?
이영 한번 해봤으니까 궁금한 게 하나도 없다구요.
현무 야 넌 결혼을 궁금증 해소할려고 하냐?
이영 아 입아퍼요. 그만해요.
현무 아 미치겠네 정말. 그럼 동거하자.
이영 싫어요.
현무 그건 왜 또!
이영 동거하면 밥 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법적으론 아무 권리도 없으면서 할 건 다 해야
되잖아요.
현무 !... 너 왜 그러고 사니?
이영 그러는 넌 왜 그러고 사니?
현무 ! 이 여편네가 정말!
이영 정말 뭐!
현무 (꿀꿀이를 집어들고 괜한 화풀이) 야 넌 뭐하는 거야. 니가 다 알아서 한다며. 무슨 짓이든
해봐 이 놈마.
이영 (어이가 없다) 어머머? 어우 웃겨 정말.
54. 삼순 집 앞(동 밤)
보온병 들고 터덜터덜 올라오는 삼순. 잠시 멈칫.
차 앞에 서서 기다리는 진헌
진헌 어딜 그렇게 싸돌아다녀? (다가온다)
삼순 (무시하고 대문 앞으로)
진헌 (뒤에 다가와) 감히 내 전화를 씹어?
삼순 (티껍다는 듯 돌아본다)
진헌 앞으론 절대 씹지 마. 어디 가면 간다고 보고하고, 한 시간에 한번씩 문자날려.
삼순 (같잖다) ...
진헌 어디 갔다 와. 뭐 하느라고 핸드폰까지 꺼놨어?
삼순 (감정이 좋을 리가 없다) 희진씨 만나고 왔다. 어절래.
진헌 !...
삼순 벌써 짐 싸놨더라?
진헌 그래서.
삼순 갈거니?
진헌 안간다고 했잖아.
삼순 (뚫어지게 본다)
진헌 (지지않고 맞받아 본다)
삼순 (진짜구나. 좀 누그러진다) 정말이지?
진헌 나 못 믿어?
삼순 ... 그래 가지 마.
진헌 ... 어.
삼순 이렇게 안하고, 허락하면 가고는 싶니?
진헌 ?...
삼순 내가 가도 된다고 하면 가고 싶냐고.
진헌 ?...
삼순 어?
진헌 ... 어.
삼순 !...
진헌 (좀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렇게 해주고 싶어.
삼순 ....
진헌 ....
삼순 일주일이면 돼?
진헌 ?...
삼순 정말 일주일이면 되냐고.
진헌 (좀 어리둥절한)
삼순 그럼... 갔다 와.
진헌 ?!...
삼순 맘 바뀌기 전에 빨랑 가. (돌아서는데)
진헌, 삼순의 손을 낚아채 구석진 곳으로 끌고 가 와락 끌어안는다.
삼순 (몸부림) 야아 동네사람들 본다 말야.
진헌 잠깐마안. 오늘 하루종일 얼마나 안고 싶었는데.
삼순 (심기가 아직 안풀려 뻣뻣하게) ...
진헌 고마워.
삼순 ...
진헌 역시 김삼순이야. 이해해줄 줄 알았어.
삼순 착각하지 마. 누가 너 이뻐서 이러는 줄 알어? 내 맘 편할려고 그런다.
진헌 (힘주며) 그러니까.
삼순 (아직도 안풀리는)
진헌 개명하고 싶으면 해.
삼순 (놀라서 떨어진다) 뭐라구?
진헌 그렇게 하고 싶으면 해. 난 삼순이가 좋지만 니가 싫다니까 어쩔 수 없지. 해.
삼순 !... 헌아..
진헌 (다시 끌어안는다)
삼순 ... (슬그머니 끌어안는다)
진헌 엄지공주처럼 주머니에 쏙 너갖고 다녔으면 좋겠다.
삼순 아직도 시큰둥해서) 피... (그러다 곧 뻘쭘한 느낌으로) 난 목도리처럼 목에 두르고 다녔으면
좋겠다. 아무데도 못가게.
진헌 (흐뭇한) ...
삼순 (역시 흐뭇한) ...
삼순 희진씨, 내가 끓여다준 죽 다 먹었더라?
진헌 그래?
삼순 어. 그러니까 이젠 걱정하지 마.
진헌 (더 힘껏 끌어안는다) 고마워.
포옹한 두 사람에서 화면 어두워진다.
F.O
55. 종로구청 호적과 ( 낮. F.I)
선글라스를 쓴 삼순이 쫑쫑쫑 달려와 어딘가에 몸을 숨긴다. 창구를 주욱 둘러본다.
평상시의 창구모습. 깍두기는 보이지 않는다.
삼순 정말인가보네? 다 철수 했네? 휴...
삼순, 당당하게 창구로 온다.
삼순 저기요, 개명허가서를 받았거든요? 이거 등록할려 그러는데.
직원 (서류 건네며) 이거 적어서 같이 내세요.
삼순 (기분 좋게 받으며) 감사합니다.
삼순, 테이블로 와 서류에 가입하기 시작한다.
삼순 (N) 어제 그가 떠났다. 언니는 미친 짓이라고 했다. 세상에 나같은 바보는 없을 거라며.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사랑에 빠진다는 것 자체가 바보같은 짓인 걸... 내 이름 삼순이가
좋다는 걸 보면 그 사람도 분명 바보가 된 게 틀림이 없다.
삼순, 문득 멈춘다. 새록새록 생각이 난다.
56. 차 안(12 회)
진헌 (놀라서 쳐다보는) 뭐? 개명신청을 했다고?
삼순 응. 김희진으로
진헌 누구맘대로.
삼순 내 맘대로. 엄마도 허락하구.
진헌 그거 신청만 하면 되는 거야?
삼순 아니, 심사하는데 한달쯤 걸려. 기각될 수도 있고.
진헌 당장 취소해.
삼순 (뭐? 보는)
진헌 당장 취소해. 난 삼순이가 좋단 말야.
57. 한라산(13 회)
삼순 뭐, 뭐야 너!
진헌 불러놓고 모른 척 하기야?
삼순 너 또 무슨 수작이야! 너 혹시 날 밀어버릴려고 온 거 아냐?
진헌 누구 맘대로 김희진이야? 난 삼순이가 좋다 그랬지?
58. 구청
그러나 창구에 서류를 제출하는 삼순.
직원이 접수도장을 쾅쾅 찍는다.
삼순, 괜히 흠칫 놀라면서
삼순 저기, 그거 들어가면 전 이제 김희진인 거에요?
직원 네
삼순 저기, 그거 오늘이 마감이죠?
직원 (허가서의 날짜 얼른 확인하고는) 네, 오늘이 마지막 날이네요. (서류를 접수함 같은데
넣는다)
삼순 (괜히 애가 탄다)
59. 골목 (12 회)
진헌 내가 좋아하는 건 김희진이 아니라 김삼순이라구.
삼순 이름이 바뀌면 사람도 달라지니?
진헌 그러니까 뭐하러 바꿔. 그냥 김삼순으로 가.
60. 구청
삼순 아저씨, 죄송한데요 그거 도로 주세요.
직원 네?
삼순 잠깐만 줘보세요.
직원 (서류를 내민다)
삼순 (들고 다시 한번 본다)
( 인서트) 삼순을 희진으로 개명하는 것을 허한다.
삼순, 모질게 마음 먹더니 서류를 찢어버린다.
삼순 (N) 사랑이란 정말 바보같은 짓이다.
61. 구청 앞
밝은 표정으로 걸어오는 삼순
삼순 (N) 그리고 일주일이 지났다. 하루가 일년처럼.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
며칠 뒤의 일은 까맣게 모른 채 밝게 걸어오는 삼순.
15 회 끝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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