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회 1.
동대문 패션상가 전경.밤.
-상가 앞. 인파와 주정차 차량으로 혼잡하다.
-믿음퀵 청년 선재, 니트웨어 샘플들 한아름 안고 하나씩 확인하면서 오토바이 뒤 짐상자에 집어넣으며 핸즈프리 통화. 주변 소음 때문에 아무 감정 없어도 소리를 좀 지르게 된다.
선재 퀵인데요, 두타 403호 샘플이요, 지금 출발하거든요. 30분쯤 걸릴 거구요, 중간에 한 번, 도착 전에 한 번 전화할 거니까요. 자리 비우지 말구 받으세요.
서울 야경.
-한남동, 한강, 강남에 이르는.
-한남대교 오가는 차들. 그 중에 남단 향해 달리는 선재의 오토바이 보인다.
-그 뒤로 남산.
OO 뷰티샵 외경.
-OO호텔 후원의 부속 건물.
-음악과 함께 혜원의 음성이 흐른다.
동 스파.
-특실. 전면 창 밖으로 야경. 창틀에 촛불들.
-따뜻한 물 찰랑이는 욕조. 허브잎과 마른 꽃 몇 장 떠 있다.
-엎드려 누운 성숙, 눈을 감고 혜원의 보고를 듣는다. 마사지사가 등을 부드럽게 문지르는 중.
-까운 차림의 혜원, 낮은 의자에 앉아, 서류 한 장 들고 보면서,
혜원 뭣보다 중요한 게 음악제 첫날, 개막을 알리는 곡인데요, 가장 대중적인 베토벤 협주곡 5번으루 정했어요. 그 곡은 나폴레옹이,
성숙 됐어. 들어봐야 외우지두 못해. 따로 적어 주구, 이번엔 누가 하는데?
혜원 지휘, 협연 다 조인서 교수가 합니다.
성숙 뭐 하나 또 하지 않어?
혜원 네, 2부 피날레까지.
성숙 당신 남편 배 좀 아프겠네. 모양 나는 거 후배한테 다 뺏기구.
혜원 (웃음)할 수 없죠, 뭐.
-마사지사가 성숙의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려놓는다.
성숙 (새삼 나른히 눈 감는)그 바닥은 다 질투의 화신들이라,
혜원 뭐,그게 또 힘이죠.
성숙 니가 알아서 잘 달래겠지...(잠이 드는 듯)
-혜원이 마사지사에게 눈짓. 자는 거야? 마사지사,손을 성숙의 눈 앞에 대고 살짝 흔드는.
-혜원, 기색 살피며 조용히 일어선다.마사지사에게 입모양만으로, 나갈게,
세탁장.
-다미와 견습 두엇이 수건들 세탁기에 넣고, 싱트대 가득한 퍼머롤 건져 바구니에 담는 등.
-다미, 앞치마 주머니에서 핸드폰 꺼내 문자 본다. ‘로또선재’ ‘근처에 왔어’
-바가지 날아와 다미 머리 맞힌다.
직원 근무 중에 딴 짓 할래?
다미 죄송합니다.
직원 나와. 샴푸 손님 있어.
샴푸실.
-다미가 혜원의 의자 등받이를 젖히고 직원이 곁에 거드는 척.
혜원 이사장님 끝나기 전에 되겠죠?
직원 얼른 해드릴게요. 끝에만 다듬는 거니까. (다미에게)신경 써서 응?
다미 네.
직원1 그럼 편하게 하구 나오세요.
혜원 네.
-직원 나가고,
다미 타월 덮어 드리겠습니다.
혜원 이런 손님 밉죠, 다 늦게?
다미 아닙니다.
-다미, 샤워기 물줄기 손에 대고 온도 가늠하는.
-거품 가득한 혜원의 머리를 꼼꼼히 문지르는 다미.
-행궈낸 머리통 여기저기 누르는 다미. 혜원의 목에 가느다란 실목걸이.
혜원 어우 시원해...지압을 참 잘 하네요...하루 종일 머리 아팠는데.
다미 ...
혜원 (다미 이름표 본다.견습 박다미)학생이예요?
다미 졸업했어요. 실업고.
혜원 용하다...그럼 견습 끝나믄 보조?
다미 네...더 해 드려요?
혜원 아니, 충분해요.
-다미, 타월로 혜원의 어깨에 덮여있던 수건으로 머리를 감싸는데 세끼손가락이 목걸이에 걸리면서 툭. 다미, 흠칫.
다미 어,
혜원 응?
다미 (허둥)의자 세울게요.
-의자 등받이 세워놓고, 세면대에 떨어진 목걸이 집어든다.
다미 (난 죽었다.끊어진 목걸이 들어보이는)죄송합니다,
혜원 (웃음)버려두 돼요. 만원 주구 사서 질리도록 했어.
다미 (이게 만원?)
혜원 어우 개운하다. 살 거 같아. 땡큐, 다미씨.
다미 (새삼 목걸이와 혜원 번갈아)
부근 편의점.
-스낵 코너. 나란히 서서 사발면 익기 기다리는 선재와 다미. 선재는 단무지를 집어먹고, 다미는 끊어진 목걸이 이어보려 애쓴다.
다미 짝퉁이래. 명품인 줄 알구 열라 쫄았더니. 허무하게.
선재 빙신아 진짜는 집에 두구 다니지.
다미 웃기시네. 이 동네 여자들 스캔 장난 아냐. 진짠가 가짠가...아, 씨, 요기만 걸리는 되는데.
선재 야, 그냥 버려. (뺏으려)니가 그지(거지)냐?
다미 아,왜. 이쁜데(피하며 주머니에 넣는).
-사발면 먹는 둘.
부근 편의점 앞. 밤.
-선재, 껌을 질겅이며 짐상자에서 헬멧 또 하나 꺼내 다미에게 건네고 짐상자 분해한다.
-다미, 껌 씹으며 헬멧 쓰고, 선재는 납작 접힌 짐상자를 등받이에 세운다.
성수대교.
-강북 방향으로 질주하는 오토바이. 다미와 선재 사이 등받이. 다미는 등받이와 선재 허리까지 끌어안고 선재의 잠바 주머니에 손을 넣은.
-다미, 한 손 빼내 안면 가드 올리고 고함.
다미 여기 세워봐!
선재 왜!
다미 다리 위에서 키스하믄 오래 간대!
선재 됐다 그래!
다미 비싸게 굴지 마 새꺄!
아트센터 외경. 아침.
혜원 사무실 앞 복도.
-혜원, 직원들과 아침 인사 나누며 사무실로. 벨트로 여민 코트 차림. 날렵한 구두, 큼직한 스카프와 가방. 단순하고 멋지다.
사무실.
-혜원이 들어온다.
혜원 안녕.
세진 어서 오세요.
혜원 춥더라? (가방 책상 위에)
세진 네?
혜원 (벨트 끄르고 외투 벗으며)치마 입은 거 후회 했어.
세진 (엉?)
혜원 왜,(옷걸이에 외투 걸다가 내려다 본다)
-속치마 바람.
혜원 내가 이래.
세진 어떻게,(치마를 안 입을 수 있지?).실장님 용량 초과세요.
혜원 사진 한방 찍어라. (스카프 벗겨 허리에 두르며)스커트 하나 사다 놔. 그때까진 이걸루...옷핀 하나 줘 봐.
세진 네.(책상 위 필통 뒤지는)커서 타행이네요.
혜원 어.두 번 너끈 감아진다...서대표 사진 받았어?
세진 (스카프를 옷핀으로 여며주는)아니요.
혜원 뭐?
세진 최기사두 지금 대표님 연락 기다린다 그러구요, 왕비서는 어제 퇴근 이후루 모른다구,
혜원 (외투 다시 입는다)잡아야지.
세진 어디 계신지 아세요?
혜원 (나간다)치마 짙은 회색.
선릉역 부근 거리. 아침.
-차들이 밀리기 시작한다. 혜원의 차, 차량 행렬 중간 쯤 서행. 운전석의 혜원, 운전대 잡고 뭐라뭐라...마음은 급하지만 여유있고 능숙한.
혜원소리 전화 좀 받지?...10분 안에 답 없으믄 오혜원 방식대루 한다.
호텔식 고급 레지던스.
-혜원의 차가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간다. (영우의 비밀 세컨 하우스)
혜원소리 나 도착 했어. 올라가.
엘리베이터.
-혜원,핸드폰 핸즈프리 통화 하면서 PH(펜트하우스) 버튼과 비밀번호를 누른다. 가방은 차에 두고 손에는 핸드폰만.
혜원 누구랑 있던 나는 상관 없는데, 난처하믄 지금이라두 내보내. 옷장에 숨 기던가.
거실.
-엘리베이터가 열리면서 혜원이 거침없이 나온다.
-전면 창에 축축 늘어진 블라인드 커튼들.반쯤 혹은 4분의 3쯤. 그 사이로 들어오는 아침 햇살. 창밖의 풍경도 좀 보인다.
-탁자 위 먹다 남은 안주 접시와 술잔 술병, 그 틈에 영우의 전화기도 있다.바닥엔 남녀의 옷가지들 침실 방향으로 난잡하게 널려있다. 옷을 벗고 벗기며 들어갔는지.
-혜원이 발끝으로 그것들 밀며 침실 문 앞에.문틈에 브래지어가 끼여 있다. 혜원, 주먹으로 쾅쾅쾅 치고는 문 손잡이 돌린다.
혜원 나 들어간다.
침실.
-혜원이 옷가지들 발로 밀어넣으며 들어서서 문간 벽의 스위치 누른다. 창문에 드리워진 암막 커튼이 올라간다.햇살이 쏟아져 들어온다. 바닥에 널린 뱀껍질같은 스타킹이며 팬티 따위가 드러난다. 욕실문 반쯤 열려 있고,그 앞엔 커다란 타월도 아무렇게나.
혜원 일어나시죠, 대표님.
-침대 위, 시트를 휘감은 채 정신없이 자던 영우와 사내(20대 후반)가 찌푸리며 돌아눕는다.
영우 더 자...
혜원 (핸드폰 들어서 찍는 시늉)이거 찍어서 홍보용으루 쓰믄 되겠네요.
영우 (반쯤 떠지는 눈)야,너,
사내 (상체 반쯤 일으킨다)뭐야, 이거,
혜원 이만 퇴장해 주실래요? (돌아선다)
거실.
-홈 바의 혜원, 주스 한잔 따라 놓은 다음,서랍에서 캡슐 꺼내 커피 머신에 집어넣고, 보온병 꺼내 뜨거운 물에 헹구는 등 영우에게 줄 커피를 준비한다.
-옷(바지와 셔츠) 입은 사내가 윗도리 움켜 쥐고 침실에서 나와 급히 엘리베이터 쪽으로. 영우가 까운 앞자락 여며 매며 뒤따라 나온다.
영우 뭐니? 오혜원 너, 이러라구 비번 갈쳐 준 줄 알어? 니 남편이믄 어쩔 뻔 했어?
혜원 그러게 왜 전화를 안 받니. 누구랑 무슨 짓을 해두 연락을 끊으믄 안되 지. 우리 사이에.
-엘리베이터 열리자 겁먹은 사내가 영우를 향해 손을 들어보이며 그 안으로.
영우 (사내 향해)가. 끝나구 전화 하께.
혜원 안녕히 가세요. 초면에 실례가 많았습니다.
영우 이게 대체 무슨 짓이냐고!
혜원 (냉장고에서 주스 꺼내 따른다)너야말루 무슨 짓이야? 고래등같은 니 집두구? 미용실, 사진, 다 한 시간씩 늦춰 놨어. 최기사 대기하라 그랬구, 커피는 차에 넣어 줄게. 난 너 차 타는 거 봐야 안심이 되겠어. (주스 잔 밀어주는)마시구 얼른 씻어.
영우 속 쓰려. 부드러운 거 줘.
혜원 (냉장고 연다)가지가지 한다.
영우 연봉 일억짜리 기획실장이라는 게 한다는 짓이 겨우 상사 뒤나 졸졸,
혜원 (요거트를 그릇에 담는)바루 이런 짓, 너같은 애 친구 겸 시녀 노릇 이 쉬운 줄 아니? 내년엔 이십 프로 올려 달랠 참이야.( 숟가락 꽂아 영우 앞으로)이러다 큰 코 한번 다치지. 그럼 또 다 내탓이라 그럴 거 아냐.
영우 (한 술 뜬다)당근. 한 마담 귀에 들어가면 니가 일러바친 거지.
혜원 (커피를 보온병에 따른다)인제 그만 졸업해, 현장 들키기 전에. 너라구 마냥 안전할 거 같애? 윤리도덕이 괜히 있겠어? 도로 교통법을 잘지 켜야 인생길에 사고가 안나지.
영우 (숟가락 팽개친다)훈계할래?
혜원 (영우 등 잡아 침실 쪽으로 밀고 간다) 안먹을 거믄 대충 걸치구 나와, 늦었어.
영우 너 진짜 재수없어.
혜원 할래믄 진짜 사랑을 하던가.
-영우, 뿌리치더니 혜원의 뺨을 때린다.
혜원 (아퍼, 뺨을 싸쥐는)너 손 진짜 매워.
영우 진짜가 뭔데 기집애야, 너는 강준형이랑 진짜루 사랑해서 바람 안 피 워?
-홈 바의 혜원 핸드폰 울린다.혜원 급히 가면서,
혜원 얼른 옷입구 나와.
영우 지가 더 가짜면서. 니 남편 허당인 건 내가 안다.
혜원 (전화기 집어든다)어, 세진씨,
영우 니 꺼 진짜 뭐 있어? 너 사는 집두 우리 꺼, 차두 우리 꺼, 가정부두 우리 꺼.
혜원 (통화하며 냉장고에서 캔음료 꺼내 벌겋게 손자국이 난 뺨에 댄다)걱정 하지 마. 같이 있어.
지하 주차장.
-영우 차. 최기사가 영우의 옷을 차 안에 걸고, 혜원은 영우를 밀다시피 태운다.보온병도 넣어주고,
혜원 기분 좋게 꽃단장 하구 이쁘게 찍어. 최대한 빨리. 오늘 안으루 인쇄 넘겨야 돼. 어, 참, 저녁 때 한남동 소집 있는 거 알지?
영우 나 어제 너랑 있었다?
혜원 그건 안되지. 그럴래믄 거짓말 수백 개를 해야 하는데.(문닫고 자기 차로 뛰어가며 통화) 나 지금 출발 해. 출연자들한테 파일 보내서 틀린 데 없나 확인해 달라구 해. 약력, 철자,그런 거. 보고 자료 챙겨 놓구.
아트센터 이사장실.
-‘이사장 한성숙(理事長 韓娍淑)’ 명패 놓인 책상 위에 펼쳐진 시안.
-‘서한 아트센터 12주년 기념 음악제’
-성숙, 우아한 돋보기 쓰고 찬찬히 본다. 군데군데 메모지 붙어 있는.
-성숙의 사진과 축사.
-스커프 두른 혜원이 곁에 서서.
혜원 다시 한번 보시구요,혹시 고칠 데 있다구 생각하시믄,
성숙 없어.(힐끗) 얼굴이 왜 그래?
혜원 볼터치를 좀 과하게.
성숙 영우 걔 손찌검 하는 버릇 좀 고쳐 놓지?
혜원 (웃음)뭘 그렇게 다 아세요.
성숙 나를 키운 건 팔할이 정보야. (넘긴다)이거 뭐니? 사진이 왜 얘꺼만 없어?
- ‘초대의 글’. 서한 아트센터 대표 서영우.사진칸은 비어있다.
혜원 지금 찍구 있을 거예요.
성숙 아무거나 쓰지 뭘 새루 찍어? 누가 대표 사진 보구 오나?
혜원 음악제, 큰 잔치잖아요. 화사하게 나오믄 좋죠.
성숙 요즘은 또 무슨 모델인가랑 만난다지? 포르쉐 사 바쳤대며.
혜원 글쎄요.
성숙 부부가 참 잘 만났어. 걔 남편은 비엔나 음대생한테 아파트 사줬다더니.
사진 스투디오.
-사진 팀이 조명 등 준비하느라 부산하게 움직이는 중에 화사하게 꾸민 영우가 한 켠에서 통화.
영우 언제 와요?.. 애들은 만났어?...응?...아니 뭘 그런 사소한 걸 물으시나, 큰일 하시는 분이? ...어제는 직원들이랑 음악제 준비 의논하다가 늦어져서 잠들었구, 오늘은 아빠 집에 마작하러 가. 시차 맞추기 귀찮으니까 전화 사절. 귀국해서 봐요. (끊고 포토에게로) 김작가.
포토 네, 대표님,
영우 한마담보다 이쁘게 찍어줘. 사진빨루 젊은 척 하는 거 진짜 눈꼴 시어.
엘리베이터 앞.
-핸드백 든 성숙, 파일과 성숙의 외투를 든 든 혜원, 엘리베이터 향해 간다. 몇발짝 앞 왕비서.
혜원 오후 세시 박물관 일정은 불참 통보 했구요, 회장님 소집은 일곱 시. 저는 그 전에 갈게요.
성숙 꼭 와. 그거 재밌어 하는 사람 아무두 없어. 내가 돈 많이 잃어 주께.
혜원 (웃음)좋죠.
성숙 서영우 분탕질 감춰주느라 고생하는 거, 나라두 보상해 줘야지. 따지구 보믄 다 내 집안 수치 아니니. 법적으루 엄연히 모녀지간인데. 그러구 다니는 거 회장님 아실까봐 걱정이야. (나직)이렇게 말하믄 백 프로 가식. 그 애 지분 다 뺏어서 나한테 넘겨줬음 하는 게 진심. 걔 대표랍시구 여기 드나드는 게 점점 더 거슬려.
혜원 설마요.
성숙 설마는. 영우 자리 싫어?
혜원 그 말씀 덥석 믿을까요?
성숙 여우.
-왕비서가 엘리베이터 단추 누르고 서 있다.
-성숙이 엘리베이터 타면, 혜원이 성숙의 외투를 왕비서에게 건네고 목례한다.
혜원 이따 뵐게요.
성숙 어.
혜원 사무실.
-혜원이 터덜터덜 들어온다. 혜원의 책상 앞에서 핸드폰(혜원 꺼) 받던 세진이 돌아선다.
혜원 어우 기운 빠져. 다리가 다 후둘거리네,
세진 (통화)어, 잠깐만요, 방금 들어오셨어요. (건네며)강교수님이세요. 여러번 울려서 제가 그냥 꺼내서 받았는데,
혜원 (받는다,상냥)어,여보, 미안...이사장실 보고가 길었어...아, 시안 받았구나?...(소파에 앉는다) 당신 페이지 뭐 틀린 데 없...응?
교수실(준형방)
-컴퓨터 모니터에 음악제 프로그램 중 한 페이지. 조인서와 지민우의 큼직한 사진. 연주 곡목 등.
-준형, 책상 앞에 선 채 화면 보며 통화.
준형 왜 그 눔만 지 제자랑 출연하냐고! 나는 제자 없냐? 독주는 한 곡두 없이 달랑 3중주에나 끼워넣구,엉? 말이 돼? 나 언젠가 한번은 이 얘기 꼭 할려구 했는데 말이야, 우리 부부 맞니? 한 팀 맞어? 쓸만한 애 나오믄 꼭 조인서한테 보내구 말이야.
혜원 사무실.
-혜원, 소파에 눕다시피 기대 앉아 통화.
-세진이 진회색 스커트(새로 사온 것)를 옷걸이에 건다.
혜원 당신까지 왜 이래...민학장한테 다 들은 줄 알았지...몰랐대두 그렇다. 나 아침두 못먹구 나와서 아주 너덜너덜, (눈 감고 한참 듣다가)아우 그렇다니까?...민학장이 적극 밀었어...여보 정말 미안한데 나 지금 무지 피곤하거든? 이따 집에서 얘기하자, 응? 미안? 좀 늦을 거야.
음대 학장실.
준형 그러잖아두 조인서 추종자가 날로 늘어가는데, 지민우랑 둘이서 음악제 무대에 올라보세요. 젊은 애들 미친 듯이 열광하죠. 그런 식으루 세가 커지믄 학내 분위기 다 망가져요. 학장님한테두 좋을 게 없구요.
민학장 (비싯 웃으며 듣다가)사람 참 천진난만 하기는. 하긴 뭐 그게 당신 매
력이지. (준형의 팔 투덕투덕 ) 현실적으루 생각하자고. 그 친구 그렇 게 잘 놀게 해 줘야 우리가 자유롭지. 우린 할 일이 아주 많아요. 내년 도 입시 아직 안끝났어. 정시 남았잖아? 게다가 그거 끝나믄 이사회구.
준형 글쎄 그러니까 더더욱,
민학장 날 믿어. 내가 그림 크게 그리구 있어요. 이따 저녁 때 한남동 가믄 뭔 말씀이 있을 거야. 어, 참 자네두 같이 가지 그래. 와이프가 고정 멤버 아냐.
준형 (쯧)저는 아직 거기 못 낍니다. 그런 거 할 줄두 모르구.
민학장 그렇구나. (문 열어 준다)암튼 너무 신경 쓰지 말라고,응?
음대 복도.
-준형과 종수 가면서,
준형 (잔뜩 찌푸린)최근 3년 꺼 다 찾아봐. 전국 대회 결선, 각종 영재 오디션.
종수 결선만요? 예선 탈락자두 잘하는 애 많은데. 유투브에 동영상 올리는 애들 중에두,
준형 (짜증)그러든가 그럼.
종수 네.
준형 암튼 빨리.
-종수,가고 준형, 씩씩대며 가다가 멈칫.
-저만치 연습실에서 나오며 화기애애 얘기 나누는 인서와 민우. 타건 자세에 대해 말하는 듯. 민우가 준형을 보자 인사.
민우 어, 안녕하세요, 교수님.
준형 (급 웃음)오오, 민우야,
인서 수업 있어요?
준형 어...이번에 둘이 같이 뭐 한다며.
민우 네.
준형 스승과 제자가 같은 무대라, 거 참 보기 좋겠어.
인서 잘 해야 좋지 뭐. 맞춰 보는 중이예요.
준형 (민우 어깨 쳐 준다)기대할게. 수고.
민우 안녕히 가세요.
인서 가세요.
-준형, 가면서 손을 들어보인다.
연습실.
-준형이 들어온다.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비올라 등등이 음정 맞추고 있다가 뚝 그친다.
-칠판에 ‘실내악 실기 강준형 교수님’과 곡목 써 있다.
준형 (버럭)튜닝 좀 미리해 두면 안되냐, 이 쓰레기들아!
준형 교수실. 퇴근 무렵.
-준형, 책상 위에 두 다리 포개올린 채 심기 사나운 표정.
-종수,가슴 가득 안아든 DVD 케이스들 준형의 책상에 내려놓는다.
준형 이렇게 갖구 오믄 어떡해. 하나루 모아 줘야지. 유에스비는 뒀다 뭐하냐.
종수 빨리 챙겨 오라구 하셔서요,(디브이디 더미 위에 유에스비 얹으며)웹상에 있는 건 여기 담았어요,
준형 (다리 내리는) 수고했다. 어디 좀 담아라. 갖구 들어가게.
종수 네.
혜원 사무실. 퇴근 무렵.
-세진이 들어온다. 혜원, 옷걸이의 새로 산 스커트 벗겨든다.
세진 인쇄 넘겼어요. 인제 초대장만 발송하믄 돼요.
혜원 굿 잡. (허리에 두른 스카프 벗고 스커트 입는다)난 하나 더 남았어, 한남동.
서회장 집, 게임룸. 밤.
-왁짜지껄 웃음 소리 얘기 소리와 함께,
-마작 테이블 두 개에 4명씩 둘러 앉은 8인의 멤버. 서회장과 한성숙, 영우,
민학장이 한 테이블. 혜원과 계열사 사장, 비서실장, 회계비서가 한 테이블.
각자 패를 쌓고 있다. 앞에는 마실 것 한잔씩.
-술과 안주, 음료 등 가득 실린 왜건이 서 있고 도우미(여.중년)한 명이 서
서 대기 중.
영우 이것 좀 전동 탁자루 바꿔요. 아빠. 그게 편하잖아.
서회장 손으로 쌓아야 맛이지. 자, 오늘은 토나멘트다. 오실장, 그쪽 꺼 다 긁어다
나한테 바칠 생각 해.
혜원 (분위기 띄우려는)어쩌나요,저는 회장님 돈이 목푠데.
남자들 오오,
성숙 걱정하지 마. 내가 판돈 키워 놓을게.
영우 뭔가 의미 심장하네? 하수인 시켜서 서씨 집안 주머니 털겠다는 거 아냐.
성숙 왜 그래, 서운하게.
서회장 싸우지들 마. 내가 젤 사랑하는 두 여자가 그러믄 쓰나. 둘 다 내 옆에 않
혀놓구 즐겁게 놀 양으루 이거 가르쳤는데.
성숙 그러게요.
민학장 자,그럼,(시작하라는)
서회장 오, 내가 친(선)이지. 에, 또, 보자...(사통 낸다)쓰퉁!
-혜원 쪽 테이블도 게임 시작 되었다.
혜원 헙!(기합 넣는 시늉하고 육통 낸다)리우!
혜원 집 준형 서재.밤.
-헤드폰을 쓴 준형, 모니터 노려보며 간간이 마우스 조작. 무수히 많은 연주
동영상 보는 중. 때로는 빨리, 때로는 정상 속도...
서회장 게임룸.
-서회장, 혜원, 민학장, 영우가 게임 중이고, 성숙과 나머지 사람들 한잔씩
들고 서서 구경. ‘이거 뭐 완전히 별들의 전쟁이네’ ‘역시’ 등등 감탄 하면서.
혜원 이만 드릴게요,회장님.(이만 패 내고 하나 가져간다)
서회장 아이구야, 펑일세.
혜원 만세.
서회장 (이만 패 두 개 나란히 까고 혜원이 낸 것 가져다 옆에 놓는다)릴리 당신
이 빠지니까 내가 힘을 못쓰지 않나.
성숙 (한 손 서회장 어깨에 올리는)응원하구 있잖아요.
민학장 (그 손을 슬쩍 본다)
영우 (힐끗 보고 패 하나 낸다)그 누구의 릴리일까?
서회장 그걸 내믄 어떡하냐.
영우 혜원이 너 다 해라.(패 하나 가져가는)
서회장 니가 오늘 컨디션이 아주 난조구나.
성숙 우리 서대표가 오죽 바빠야죠. 음악제 준비루 요즘 거의 매일 밤을 새요.
영우 (저게 증말)
민학장 (패 하나 내며)난 어부지리.
혜원 료! (자기 패를 한꺼번에 눞혀 보이는) 쯔뭐 되시겠습니다.
다들 (박수)깡까이!!
서회장 이런.
영우 뭐야 이거!
성숙 자,뭐 좀 먹구 계속하죠. 전복 소면 내올게요.
-성숙,도우미와 나가고,
서회장 오실장이 아주 재미지게 한다. 잃어두 아깝지가 않아.
혜원 (패를 섞으며 짐짓 행복해 죽겠다는 듯)중간 정산 해주세요. 현찰루요.
영우 (나가며)넌 뭘 먹구 그렇게 잘 하니?
혜원 예습 복습이 진리.
주방.
-성숙이 국물 간을 본다.
성숙 됐네. 간 더하지 말구, 양념장 곁들여서 내 가요.(나간다)
동 파우더룸.
-거울 앞의 성숙이 얼굴에 미스트 뿌리는데 물소리 나면서 영우가 화장실에
서 나온다.
영우 이 서영우가 일하느라 잠 못잤단 말, 나 니 코 뀄다, 그 뜻이예요?
성숙 (타이르듯 미소)무슨...어른 걱정하실까봐 그러지...내 말은 믿으시잖아.
인제 주변 정리 좀 해. 여자 나이 마흔부터는 품격이 최고의 매력이야.
영우 (새침하니 손 씻는)나 이거 진작부터 묻구 싶었는데, 릴리 한. 한마담. 당
신 민학장하구 어떤 사이야?
성숙 으응?
영우 왕년의 고객? 현재는 애인?
-순간 성숙, 한 손으로 영우의 머리채를 잡아 젖힌다.
성숙 (나직)야 이 썅년아.
영우 뭐?!
동 앞.
혜원 (문을 열며)나오세요, 후반전, (하다가 헉)
파우더룸.
-화장실 문 열려 있고, 성숙이 영우 머리를 두 손으로 잡고 변기에 쳐넣으려는 중. 꿇어앉은 영우가 양손으로 변기 붙잡고 안간힘.
혜원 세상에,
성숙 문 잠거.오늘 끝장 본다.
영우 니가 다 떠들었지.
-혜원,성숙의 허리 끌어안고 떼내려.
성숙 오천만 중에 한 명 빼구 다 아는 걸 뭐하러 지 입으루 떠들겠니, 어떤 바보가.
혜원 (사력을 다해 잡아당긴다)회장님 들으세요.
성숙 놔, 이 돌대가리 쳐넣구 물 내려버리게.
혜원 제발 그만 좀,
서회장 소리 릴리!
-셋 다 멈칫.
-성숙이 영우의 머리 팽개치듯 놓으면,혜원이 급히 성숙을 돌려세우고 영우를 일으킨다.
서회장 소리 뭐 하나, 릴리,
성숙 네, 여보,(머리 매만지며 살랑살랑 나간다)
영우 (역하다)
혜원 (영우를 거울 앞에 세우고 빗을 집어 바삐 머리 빗겨준다)둘이 똑같애.
영우 너 대체 누구 편이니?!
혜원 나야 언제나 내 편이지. (돌려세우는)웃으면서 나가.
혜원 집 마당. 밤.
-혜원의 차가 들어온다. 준형의 차가 서 있다.
-혜원, 내린다. 기진하여 눈꺼풀이 내려앉고 다리가 풀리는.
거실.
-혜원 들어온다. 뒤따라 미순.
미순 교수님 서재에 계신데.
혜원 기운 좀 차리구요.
주방.
-혜원, 선 채로 캔맥주 벌컥인다.
미순 무슨 안좋은 일,
혜원 (앉는다)안좋긴요. 어려울 뿐이죠. (캔 들어 보인다)요거 하나만 더하까?
-미순이 건네는 캔맥주 따서 또 마시는.
혜원 쉬운 일이 없어,그쵸?
준형 서재.
준형 (마우스로 스크롤 하면서 장탄식)없다 없어.,..이렇게 없나...
-준형, 제목들 중 하나 클릭.
-‘로즈 콩쿨 번외편.진짜 우승자는 나천재’
-모니터의 동영상. 얼굴은 안보이고 건반 위 날아다니는 손만.
-과장되고 우스꽝스러운 멜로디에 초절기교, 속주를 과시하는 동작.
가끔 팔꿈치로 건반을 누르기도 하고, 한쪽 다리 들어올리고 그 밑으로
손을 넣어 치는 등,
-혜원, 한손으로 준형의 어깨 안는다.
준형 (힐끗)
혜원 (준형의 헤드폰 한쪽 떼고 속삭인다)당신 여태 삐쳐 있구나? 너무 그러지
마. 당신은 나 같은 와이프두 있잖아. 정 속상하믄 당신두 이쁜 제자 하
나 키우던가. 입시 레슨 같은 거 하지 말구.
준형 (쯧.혜원 손 걷어내고 다시 모니터) 미친 넘, 피아노루 개그하나.(마우스
로 정지 시키는데)
혜원 (마우스 쥔 준형의 손 잡으며)잠깐만,
준형 뭐가.
혜원 (마우스로 플레이 클릭하며)미친 넘이 아니라 아픈 넘이네. 봐봐. 약지 떨
리는 거. 아픈 손이야.
준형 (헤드폰 벗으며)원, 별, 서툰 거지! 미숙한 거라고!
혜원 엄?
준형 (선다.가려다가 새삼 분이 치미는)지민우같은 애들, 왜 나한테 안보내냐
고! 당신이 뽑은 애믄 당연히 나를 줬어야지!
혜원 비켜 봐봐,얘한테 해 줄 말이 있어.
-혜원, 의자 빼내 앉고, 준형 거칠게 나간다.
-혜원, 자판 친다. 뭔가 재미있어 하는 듯한.
인터컷.
-‘막귀’님의 쪽지 ‘님 혹시 건초염? 빨리 병원 가보셈’
-급히 자판 치는 선재의 손.
준형 서재.
-쪽지창에 나천재 님의 답전. ‘엇,관심 감사. 어케 알았음?’
-혜원, 확인하고 자판 친다.
인터컷.
-막귀 님의 쪽지 ‘경험자. 그거 땜에 관뒀다는’
-자판 치는 손.‘엇’
서재.
-나천재님의 쪽지 ‘나 94년 생. 형이라구 불러두 됨?’
-혜원, 조금 웃으며 자판 친다.‘당근.94년 생이믄 핏덩이네’
-‘형은?’
-혜원, 씩 웃음 ‘나 25세 백수.넌? 전공자야? 음대생?’
-‘스펙 없음. 형은 있어보임’
-혜원, ‘대학원생. 완전 잉여지’
-준형이 들여다보며 벌컥.
준형 뭐하구 있어.
혜원 요거 은근히 재밌다. 나 지금 25세 백수 행세 중.
준형 취했냐.
혜원 쪼끔.
준형 민학장 뭔 말 안해?
혜원 당신두 마작 배우래. 멤버루 추천하겠다구.
음악실.
-준형이 나와서 문을 쾅 닫는다.
준형 서재.
-혜원 자판 친다.
-‘인생 속 편한 게 젤. 스펙 따위 소용 없음. 굶지만 말고 음악 즐기면서 사
셈‘
-나천재 님의 쪽지. ‘ㅎㅎ근데 나 쫌 치나요?’
-혜원,자판 친다. 점점 재미있다.
-‘쫌 치는 넘들 많다. 병원이나 가 봐. 잘 하는 데 말해줄게’...
-답전. ‘어, 진짜?’
-‘윤석민 정형외과. 신당동 사거리’
-‘막귀형이 소개했다 그러믄 알아요? 본명 물어보믄 실례?’
-혜원, 물끄러미 보다가 자판. ‘나는 본명두 가짜’
-‘헐 쎄다’
피씨 방 밤.
-퇴근길 다미, 컴퓨터 앞의 장호와 선재 머리 한 대씩 때리고 선재 옆에 앉아서 들여다 본다.장호는 온라인 게임 중.
-막귀 님의 쪽지 ‘꼭 가봐. 효과 볼 거야’
-자판 치는 선재.‘감사’
-막귀 님의 쪽지. ‘결과 보고해’
다미 뭔데... 누구야?
선재 (자판 치며)있어.
다미 집에 안 가?
-막귀 님의 쪽지 ‘이만 자라. 또 보자’
-선재,‘옙’
혜원 침실. 밤.
-혜원, 들어와 파우더 룸으로.
-침대가 두 개다. 더블은 준형의 것. 싱글은 혜원. 잠든 준형. 뒤채며 에이...
잠결에도 불쾌하다는.
-조금 후, 까운 차림 혜원, 무표정하게 거울 보며 클렌징 크림 문지른다.
영우 소리 니가 더 가짜지 기집애야. 니 남편 순 허당인거 내가 다 안다. 뿐이 야? 니 꺼 뭐 있어? 너 사는 집, 차, 다 우리 꺼...저 여자한테 충성한 다구 내 자리가 니 꺼 될 줄 알아?
성숙 소리 그 자리 싫어?
혜원 (닦아내며 중얼)그럴리가요.
‘윤 정형외과’ 앞.(건물 2층). 낮.
-선재, 오토바이 옆에서 와이파이 접속.
혜원 사무실.
-혜원, 세진과 함께 책상 앞에 서서 ‘음악제 체크리스트’ 살피다가 세워져 있는 태블릿 피씨 본다.
-나천재님의 쪽지.
선재 소리 막귀형 정말 감사. 낫구 있어요. 그 병원 좀 짱인 듯. 무지 싸구 친절 함. 형한테 막 잘하구 싶어짐. 언제 현피 한번 떠요. 나는 수도권 어디 나 한 시간 내 도착 가능.
혜원 현피가 뭐야?
세진 게임하는 애들끼리요, 직접 만나서 붙자,뭐 그런.
혜원 (태블릿 자판 불러내 친다)바쁨. 알바 중.
-혜원 다시 체크리스트 보고,
선재 소리 오케. 나도 알바 가요.
미용실(귀빈실). 음악제 날.
-단장을 마친 영우가 보조의 도움 받아 자켓 걸치고, 원장이 곁에 서서 뭔가 떼내 주는.
-메이컵, 메이컵 보조 등도 곁에 서 있다.
영우 차원장두 오늘 올 거야?
원장 네, 이사장님이 초대장 주셨어요. 정선생하구 같이 갈 참이예요.
영우 정선생이믄, 그 단골 역술인?
원장 거기 딸이 피아노 하잖아요.
-직원의 안내 받아 들어서는 성숙.
원장 어머 일찍 오셨네요.(직원에게 눈짓.실수라는)
성숙 (미소)그러게. (영우에게)오늘 아주 이쁘네?
영우 무슨 스케줄을 이렇게 잡아? 특실에서 고객끼리 이렇게 막 마주쳐두 되는 거야?
직원 죄송합니다. (원장에게도)
영우 이 분 다들 조심해요. 여차 하믄 머리 뽑혀. (핸드백 건네받고는)오늘은 내가 안주인예요. 아트센터 주관 행사니까. 재단은 후원이구.
성숙 (거울 앞에 앉는)그러엄.
영우 알믄 나서지 말아요.(나간다)
성숙 귀엽지?
동 복도.
영우 아우, 재수없어.
거리. 준형의 차 안.
-준형은 뒷자리. 종수가 운전하며 전전긍긍 통화.
-뒷좌석 창틀에 준형의 턱시도 일습이 걸려있다.
종수 저기 내 책상 위에 교수님 나비 넥타이 있거든?...어...어...그래,부탁하자...(끊고는)저,상현이가 퀵으루,
준형 제대루 하는 게 없지. 뭐 하나씩 꼭 빼먹구 말야.
종수 죄송합니다. 금방 올 거예요.
아트센터 리허설 룸.
-협주곡 리허설 방금 마친 단원들, 서로 얘기 주고 받거나, 각자 연주 하거나...인서, 악장과 악보 보며 뭔가 이야기하는데 준형이 들어온다.
준형 조인서,
인서 어, 형,
준형 피날레 리허설 했나?
인서 아뇨 아직. 민우가 오실장 컨펌 받아야 한다 그래서.
준형 (불쾌)한 시간 내루 끝내 줘. (간다)
인서 (머쓱)네.
동 복도.
-준형, 바삐 걷는 혜원을 따라 붙듯이 가면서,
준형 그런 거야? 걔들은 뭔데 당신한테 리허설 확인까지 받니?
혜원 뭐라서가 아니라, (하다가 선다)오늘은 좀 참아줄래? 나 바쁜 거 안 보여?
준형 글쎄 바쁜데 왜 걔들까지 챙기냐고!
-혜원, 전화벨.
혜원 (전화)어, 지금 가,(가면서 준형에게)미안. 이따 봐.
준형 (저잇,)
영우 강교수,
준형 어,
-영우와 김인주가 온다. 김인주는 드레스에 자켓을 걸친 차림.
준형 (억지 웃음)둘이 제법 다정하네?
인주 그럼 안되나?
영우 편견을 버려. 시누이 올케가 꼭 앙숙이어야 돼? 우리 지금 혜원이 씹는 중이야. 걔는 왜 조인서만 챙기냐구.
준형 어어, 내가 강추했어. 난 연습할 시간두 없구.
영우 그런 제자두 없구, 그치? 와이프 인맥만 믿지 말구 실력과 덕망두 좀 갖춰 봐. 아님 줄을 바꿔 서던가.
준형 (인주에게)우린 좀 이따 맞춰 보죠.(돌아서며 에잇)
아트센터 앞.
-전면에 대형 현수막 걸려 있다. ‘서한 아트센터 개관 12주년 기념 음악제’
-선재 오토바이 온다. 선재, 정문 앞에 서서 현수막 잠시 보다가 내리려는데 경비가 다가온다.
경비 지하로 가요. 여기 세우믄 안되지.
선재 물건 전하구 바루 나올 건데요.
경비 행사 있어서 안돼요.
선재 알겠습니다.(방향 트는)
동 로비.
-지하 계단 올라오며 통화 하는 선재. 손에는 반접힌 누런 봉투.
선재 퀵인데요, 도착했거든요...(두리번)1층이요...네?...네...
-다시 지하로 내려가는 선재.
대기실 앞.
-선재가 종수에게 봉투를 건넨다. 종수, 봉투에서 나비넥타이 꺼내 확인한다.
종수 맞네. (돌아서려)
선재 착불,
종수 뭐?
선재 (쪽지 보여준다. ‘착불’에 동그라미)
종수 (쩝 주머니 뒤적...)이천원 모자라는데.
선재 (본다...)
종수 좀 깎아 주지?
선재 (본다)
종수 나 퀵 부를 일 많거든? 단골 해주께, 믿음퀵, 오케?
선재 (본다)
종수 (마주 보다 질린 듯 만원짜리 하나 더 꺼낸다)
-돈 받아 조끼 윗주머니에 넣고 돌아서는 선재.
-악기를 든 한 무리가 시끌시끌 온다. 협주곡 및 실내악 연주할 사람들.
-선재, 그들 피해 벽에 붙어 서서 물끄러미 본다...
-웃고 떠드는 무리들. 선재 눈에는 아무 걱정 없이 음악에 풍덩 빠져 사는 것만 같다.
-커다란 관악기 현악기 케이스들이 선재를 건드리고 지나간다. 선재, 주춤주춤 피하다가 모퉁이로.
다른 일각.
-선재, 고개 숙이고 급히 간다. 이 동네, 올 데가 못되네.
-선재, 멈칫 선다.막다른 골목.길을 잃은 것 같다. 당혹스레 두리번 거린다.
-육중한 문이 하나 보인다.
메인 홀.
-어둑한 무대 통로. 웃음 소리 들려온다. 선재, 당혹스레 두리번거리다가 보면,
-무대의 밝은 빛. 선재, 멈칫.
-조율사가 현을 조이고, 인서, 민우, 혜원이 정담.
민우 사람들이 오실장님, 그러믄 좀 이상해요. 저는 10년 넘게 선생님인데.
혜원 니 선생은 여기 조인서 교수지.
인서 알아보고 뽑아준 사람이 더 선생이야.
민우 그러니까요.
혜원 알았어 알았어, 계속 선생님 해.
조율 자 인제 쳐보세요.
-무대통로. 마른 침 삼키며 바라보는 선재.
-인서, 민우, 건반 앞에 나란히 앉아 재즈 코드 몇 개 친다. 민우, 좀 까불면서.
-객석 뒤쪽 육중한 커튼 뒤에 서서 바라보는 준형.
-무대 통로. 몸을 숨긴 채 무대 쪽 바라보는 선재.저 아득한 세계라니...
간절해서 목에서 손이 나올 것 같다.
-피아노 소리 멈추고 혜원 음성.
혜원 이상하네?
인서 그러게.
조율사 (피아노 내부를 살피다가)어이구 죄송합니다. 이게 들어 있었어요. (캡스텐 드라이버)
민우 오오, 쌤 짱이요.
혜원 자, 인제 까불지 말구 진지하게,
-객석 뒤쪽 준형 불쾌하게 돌아선다. 놀구들 있다. 나가는 준형.
-인서와 민우가 피날레 부분 치고, 혜원과 조율사가 듣고 있다.
-무대 통로. 구조물 뒤의 선재, 무대 쪽 보려고 고개 좀 돌리는데 곁에 세워진 철제 막대가 기우뚱.선재, 얼른 잡는다.진땀.
-이윽고 인서와 민우, 일어선다.
혜원 아주 좋다.
인서 그럼 된 거지. 인제 안심 돼?
민우 네.(조율에게)고맙습니다.
조율 (장비 챙기며)이따 연주 잘 해요.
복도.
-인서와 민우, 혜원, 가면서.
민우 쇼팽 콩쿨 때요, 다 치구 나서 보니까 이따만한 망치가 들어 있더래요.
인서 콩쿨 때는 특히 더 심하지. 경쟁자 해꼬지 할려구 몰래.
혜원 (인터캄 지시)무대 경비 신경 써 주세요. 악기 건드리지 않게. 관계자외 출입 금지.
메인홀.
-선재, 무대를 바라본다.
-빈 무대에 조용히 서 있는 피아노. 고혹이다.
연주자 대기실.
-흰 셔츠 차림 준형이 거울 앞에 서서 나비넥타이를 매고,종수는 준형이 벗어놓은 평상복을 정리한다.
-턱시도는 옷걸이에 걸려 있다.
종수 뭐 드실 거 좀 갖구 올까요? 오늘은 관계자 전원 다 공짜라는데.
준형 (카디건 걸치며)됐다.
종수 네...저기, 분장 쪼끔 하실래요? 여기 여기만,
준형 (쯧)해 봐.(앉는다)
-종수가 준형의 콧잔등에 퍼프를 누르는데,
-연주 소리, 슈베르트 판타지아 for four hands 들려온다.
준형 (힐끗)
종수 (손 멈추고)리허설 다시 하나봐요.
준형 잘 하구 싶겠지. 지민우 띄워주구, 지 가오 세우구.
종수 (눈치)민우가 고음부를 치나요?
준형 어...
종수 (갸웃)저음부는 화음이 없는데요?...고음부두 간간이.
준형 뭐 좀 걸리는 대목에 집중하나보지.
종수 역시 호흡은 끝내주네요. 민우두 환상이구.
준형 (쩝)저런 놈 하나가 없다.
종수 그러게요,
-노크 소리.
종수 네.
-민우가 빼꼼 들여다 본다.
민우 조인서 교수님 여기,
준형, 종수 ???
준형 (무대 쪽을 한번 보고는)같이 있었잖아.
민우 식당에서 저 먼저 나왔거든요.
준형 그럼 저거,너,아니, 누구,
민우 (어깨 으쓱)
준형, 종수 (마주 보는. 그럼 누구?)
메인 홀
-준형이 무대 왼쪽에서 뛰어 나오고, 오른 쪽으로 누군가 급히 퇴장.
-준형, 엉?! 둘러보다가 뛰어 나가고,
-세진이 객석 쪽 출입문으로 급히 들어온다. 통화 하면서.
세진 네, 없어요. (준형에게)방금 나간 거죠?
동 지하 카페테리아 앞.
-혜원, 급히 나오면서 통화.
혜원 일단 악기 재점검 부탁 해줘. 공연 한 시간 남았구, 30분 뒤면 귀빈들 도착. 경보 울리지 말라구 해. 전관 1호 풀 가동. 최대한 조용히.
화장실 앞.
-치직거리는 무전기 교신음과 함께 경비원들 달려가며 ‘전관 1호 풀 가동’ 복창 확인.
-그들과 엇갈려 선재, 얼른 화장실로 들어간다.
화장실 변기칸 안.
-선재, 후둘후둘,
준형 소리 어떻게 된 거야?
화장실.
-준형이 급히 들어오며 통화.
준형 씨씨 티브이 봤어?
통제실.
통제실장 (무전기)등판에 믿음퀵. 확인 바람, 믿음퀵.
-무수히 많은 폐쇄 회로 화면 켜져 있고, 혜원과 직원들, 방금 전 무대 상황 보는 중. 그들 뒤, 구석에서 종수가 돌아선 채 나직히 통화.
-화면 속 선재의 연주 모습.
종수 (통화)네,지금 보구 있는데요, 저기, 근데요,
화장실.
-소변기 앞 준형,한 손으로 바지춤 헤치다말고,
준형 무슨 퀵?...뭐?...어...어...알았다. 잡히믄 현행범이야. 그러기 전에 잡어. 내가 먼저 봐야겠어.
변기칸.
-선재, 사색. 퀵? 현행범? 저 사람은 또 누구?
화장실.
-손 씻는 준형.
변기칸.
-선재, 얼음이다. 숨도 못 쉴 지경인데,문자 전송음. 제풀에 흠칫 놀라는.
화장실.
-준형, 종이타월 뽑으며 힐끗.
변기칸.
-선재, 후둘거리는 손으로 핸드폰 꺼내다가 떨군다.바닥에 떨어지는 핸드폰.황황히 집으려다 또 놓치는.
화장실.
-준형, 허리 굽혀 바닥의 핸드폰 본다.
-문 아래 틈으로 반쯤 나와 있는 핸드폰. 종수의 번호와 문자 찍혀 있다. ‘긴급. 좀 전에 나비넥타이 받은 사람인데요, 연락 바람’
-선재의 겁먹은 손이 문 아래로 나온다.
변기칸.
-선재, 문자 보고는 한참 멍해 있다가 정신 차린 듯 서둘러 조끼를 벗는다.뒤집어 입고, 바지 뒷주머니에서 비니를 꺼내 쓴다. 벽에 귀를 대고 조용한지 확인한다.
화장실.
-조용히 문이 열리며 선재가 나온다. 고개 푹 숙인 채 나가려는데,막아서는 발. 잘 닦아진 준형의 구두.
선재 (옆으로 휙 지나치려)
준형 (막아서서 목에 맨 나비넥타이 가리킨다.나직) 이거?
선재 (헉)
준형 이거 배달 왔다가 일 낸 거지?
선재 (죽었다)
-누군가 들어오는 기척. 준형, 재빨리 선재를 다시 변기칸으로 밀어넣고 자기도 들어간다. 경비원이다.칸칸이 노크 하고 문 열어보는.
-준형의 칸 문 열려다 노크 하는 경비원.
경비원 실례합니다만 확인 좀 하겠습니다.
변기칸.
-변기칸 안, 선재는 안쪽 벽에 밀착, 준형은 변기 뚜껑에 엉거주춤 걸터앉은 자세로,
준형 아,네,저 피아노과 강준형입니다. 수고 많으시죠.
화장실.
경비원 어, 실례했습니다.
통제실.
-다들 조아린 채 영우의 호통 듣는다.
영우 뭐가 이렇게 느슨해? (혜원에게)여기 너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희희낙락하라구 돈 쳐들여 만들어 놨어? 이러니까 다들 예술재단이 마나님들 놀이터라 그러지!
혜원 제 불찰이예요. 출연자 중 한 명인 줄 알았다고 합니다.
영우 전 출연자 인상 착의,미리 확인을 시켰어야지! 어떻게 조율 마친 악기를 건드리게 해?!
혜원 다행히 악기엔 아무 이상이 없어요.
영우 안그랬음 어쩔 뻔 했어! 윤리도덕을 입에 달구 살면서 직업 윤리는 왜 안지켜? 직무유기, 이거 중징계 깜이야.
성숙 문책은 나중에 하시구,
다들 (돌아본다)
성숙 무사히 치르는 게 우선이죠. 각자 위치로 돌아들 가세요. (혜원 돌려세우는)오실장은 브이아이피 의전 챙겨야지?
혜원 알겠습니다.(나간다)
영우 두둔할 게 따루 있지. 지금 나 물먹이겠다는 거예요? 오실장 시켜서 소동,
성숙 무슨, (영우 어깨 감싸는)회장님 곧 도착하신대. 같이 맞아 드리자.
영우 (걷어내는)나서지 말랬죠.
-그러는 동안 CCTV 중 하나, 화장실에서 나오는 준형과 선재. 선재는 준형의 카디건을 입고 있다.
복도.
-준형과 선재, 경비원들과 지나친다.
준형 (나직)태연하게 해.
선재 (마른 침 꿀꺽)
로비.
-3층 발코니 복도. 뛰다시피 가는 혜원. 민우가 따라가면서,
민우 그 사람 퀵이라면서요. 선생님두 들어보셨어요?
혜원 나중에 얘기 하자.(뛴다)
민우 (보다가)궁금해요! 잡혔으믄 좋겠는데!
-1층. 오가는 사람들 틈 준형과 선재가 출입문 향하고 있다.
준형 이거 봐 줄 일 절대 아냐. 널 위해서가 아니라 오늘 행사를 위해서다. 침착하게 저 문 나가서, 최대한 빨리 사라져.
선재 저기, 지하로 가야 되는데요. 오토바이,
준형 그럼 왼쪽.
-방향 트는 둘.
아트 센터 앞.
-지하주차장에서 나오는 선재 오토바이. 우스꽝스럽다. 준형의 카디건에 헬멧 쓴 모습.
-박수 소리.
메인홀. 밤.
-인서가 오케스트라 앞으로...박수 소리 잦아 들면서.
-피아노 앞의 인서, 한 손은 피아노에, 한 손은 오케스트라 향해 반쯤 손 올리고 있다가, 번쩍 들면,
-힘찬 단음에 이어 피아노 연주.
-로얄박스의 서회장, 양편에 앉은 성숙과 영우의 손을 하나씩 잡고 흐뭇한 미소. 양쪽으로 일가붙이들 영우의 시가붙이들, 임원들, 뒷줄 민학장, 등.
명화 식당. 밤.
-선재가 벌건 국밥을 쳐넣듯이 먹고 있다. 옆자리 의자에는 준형의 옷. 손님 두어 테이블. 명화가 그 중 하나에 반찬들 내려 놓고 선재 앞으로. 계란말이 접시 내려 놓으며 눈치. 늘 뚱하고 얼띤 명화.
명화 뭔 일 있어?
선재 (먹기만)
명화 저건(옷) 누구 껀데.
선재 (여전히)
명화 안 줘.(계란말이 다시 집어들었다가 놓고 돌아선다.쯧)
-주방. 명화, 통화.
명화 다미 너 선재랑 싸웠냐?...나쁜 눔이, 물어두 대답을 안한다, 속상하게. 지 엄마 빚 갚어 준다구 위세 떠나봐.
미용실 세탁장.
다미 (팩 재료 담았던 그릇들 씻으며 핸즈프리 통화)신경 꺼. 내가 혼내 주께... 어 참 아줌마, 나 낼 비번이거든?...빠마 해주까?
식당.
-선재, 국물 마시고 그릇 내려 놓는다. 물끄럼 눈 앞을 보는.
준형 소리 여기 신상 적어라. 이름 주소 연락처 다. 전화할테니까 기다려. 겁난 다구 내빼믄 일 진짜 커진다. 니 손해야.
아트센터 메인홀 몽타주.
-피아노 트리오. 준형과 김인주, 바이올린(여자)
-두어 곡 더 있은 뒤,
-인서와 민우의 듀오.
준형 대기실.
-준형, 셔츠 차림. 느슨한 나비넥타이. 모니터 본다. 인서와 민우의 연주.
-종수도 함께 본다.
준형 너 말야 내일,
종수 네?
준형 아까 그 넘,
메인홀.
-오케스트라 단원들 및 전 출연자 커튼 콜.
-객석. 흐뭇하게 박수 치는 서회장. 양 옆에 영우와 성숙. 영우 남편 김인겸, 영우 오빠들. 민학장, 서회장을 향해 아부하듯 함께 박수.
-조정실 안의 혜원이 박수 치는 모습도 보인다.
혜원 주방. 다음 날 아침.
-커피 머신이 김을 뿜어내고,
침실.
-쟁반(커피 한잔과 사과 두 알) 들고 들어온 혜원이 탁자 위에 커피잔 내려놓고, 준형이 풀오버 스웨터 머리에 꿰어 내리며 혜원의 기색을 살핀다. 혜원은 매우 편한 옷차림.
혜원 난 오늘 쉬지롱.
준형 어제 그 일은,
혜원 경위서.
준형 잘 됐네. 서영우 또 한바탕 하겠다 싶었는데.
혜원 그럴까봐 쉬라는 거지. 하루 종일 이러구 빈둥거릴 거야. 당신은 오늘 뭐 뭐 있어?(사과 베어문다)
준형 (커피잔 든다)오전에 수업. 낮에 정시 대비 학과장 회의.(한모금 마시며 눈치)저기 말야, 애 하나 봐 볼래?
혜원 레슨생이믄 내가 볼 거 없잖아. 최강사 거쳐 왔을텐데.
준형 레슨생 아니구, 어제 사고 친 눔.
혜원 (응?.. 본다)퀵?
준형 어...당신은 못들었지?
혜원 어. 녹음은 안됐으니까...씨씨티브이두 풀샷만 봤구.
준형 뭐 사실 내가 당신만큼 촉이 좋진 않지만, 어제 딱 듣는데, 지민우랑 조인서가 같이 치는 줄 알았어.
혜원 (그래?)
플래시 백.
-통제실 CCTV 화면 속 선재 연주 모습.
혜원 침실.
준형 두 손으루 네 손 연주를 한 거지. 고음부 저음부 번갈아 카바해 가면서.
혜원 (그랬다고? 되돌려 보는 듯)
준형 당신이 듣구, 감정 좀 해 봐. 종수가 데리구 올 거야. 정시 보게 해두 될지 그것좀 판단 해주라.
혜원 (미심쩍은)
선재 동네.
-종수의 차가 큰길에서 접어든다. 2차선 이면도로. 어수선하다.
종수 (통화)네,교수님, 거의 다 왔어요.
거리. 준형 차 안.
준형 (통화)내려주구 오믄 돼. 내가 다 얘기 해놨어.
선재 거실. 아침.
-선재가 방에서 급히 나온다. 윗도리에 팔을 꿰면서. 다미가 명화 앉혀놓고 퍼머 롤 말고 있다.
다미 어딜 가. 니 머리두 짜를 건데.
선재 나중에.
명화 엄마가 우스워? 막 싫어?
선재 (신발 신으며)나중에.
다미 (퍼머롤 몇 개 집어 던진다)야!
명화 식당 앞.
-선재, 계단 뛰어 내려와 두리번. 종수의 차가 서 있다.
-빵, 소리 내주는 종수, 선재, 꾸벅 하고 차 문을 연다. 긴장.
선재 저기, 강교수님이라는 분, 옷을 두구 나왔는데.
종수 얼른 타. 시간 없어.
혜원 동네.
-종수의 차 언덕길 올라간다.
선재 (불안)왜 일루 와요?
종수 가보믄 알겠지.
혜원 침실.
-혜원, 머리를 하나로 묶는다. 간편한 바지 차림.
혜원 거실.
-선재, 어귀에 엉거주춤,불안하게 서 있는데,
혜원 이선재?
-선재,고개 든다.
-혜원이 이층에서 내려온다.
-선재,엇,그 여자?
플래시 백.어제.
-메인홀 무대에서 인서,민우와 정겹게 얘기 나누는 혜원.
-인서와 민우의 연주, 한 손을 귀에 대고 집중하여 듣는 혜원.
혜원 거실.
-선재, 비현실감 속에 계단 내려오는 혜원 멍하니 보고,
미순 차,
혜원 마실래?
선재 (여전히 비현실) 아니요.
혜원 (선재 앞을 휙 지나가며)따라 와.
-벙하니 따라가는 선재. 그 눈에 혜원의 어깨가, 작지만 완강하다.
1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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