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천하 94
S#1 윤원형 집 대문 앞 (낮) 행인들, 구경거리라도 난 듯 지나가며 대문쪽을 힐끔거리고 길상, 먼발치에서 대문 쪽을 바라본다. 난정, 쪽진 머리와 소복차림으로 비장한 표정 으로 삿자리위에 앉아있다. 그 앞에 윤지임과 김씨, 그리고 임서방, 배천댁 , 탄실, 하인들이 서있고 윤원형, 난정 옆에 안절부절한 표정으로 서있다. 윤원형 부인, 대체 어찌 이러시는게요? 남들 이목도 있으니 일어나십시다. 난정 서방님! 소첩, 이 자리에서 백골로 남을지라도 자리를 뜨지 않을 것이라 말씀드리지 않았사옵니까?! 윤원형 ..그,그렇지만..(윤지임을 힐끗 보는 데) 윤지임 (버럭) 이런 미친 것을 상대할 까닭 이 없다! 대문에 빗장 닫아 걸거라! 허면 제 풀에 지쳐 자빠질게다! 윤원형 아버님! 어찌..? 윤지임 (이마를 짚으며 비틀) 아이구, 두(頭) 야! 윤원형 아, 아버님, 괜찮으시옵니까? (임서방 을 보고) 임서방, 어서 아버님을 사랑 채로 뫼시게. 임서방 예. (윤지임을 부축하여 대문 안으로 들어간다) 윤원형 (난정 옆에 털썩 주저 앉으며) 좋소이 다. 부인께서 일어나실 때까지 나도 여기 앉아 기다리겠소이다! 난정 서방님, 이건 소첩의 일이오니 서방님 께오서는 나서시지 마시옵소서. 윤원형 부부란 일심동체라 했거늘 어찌 내 일 , 네 일이 따로 있겠소이까?! 김씨 서방님, 난정이 일은 난정이에게 맡겨 두고 드시지요! 윤원형 부인, 거 매정한 말씀마시구려. 어찌 찬바닥에 앉아있는 사람을 내버려 두 고 대문에 빗장을 채울 수 있단 말이 오? 김씨 중전마마의 말씀을 잊으시었사옵니까? 윤원형 (보며) 중전마마의 말씀이라니요? 김씨 아버님께오서 마음을 여시고 난정이를 받아들여 주시지 않으시오면 난정이가 이집에 들어온다 한들 집안이 분란에 휩싸이고 차라리 아니 들어오느니만 못하다고 하시지 않으셨사옵니까? 윤원형 분명 그리 말씀하시었지요! 난정 서방님, 아우님 말에 따르시옵소서! 소첩, 계란 위에 계란을 쌓아올리 듯 지극정성을 다해 아버님께오서 굳게 닫아 거신 마음의 빗장을 열 것이옵니 다! 윤원형 ..부인. 난정 서방님께오서 옆에 계시오면 오히려 아버님의 진노만 더 커지실 뿐이옵니 다. 서방님, 소첩의 정성을 헛되게 하 실 작정이시옵니까? 윤원형 알았소이다..허면 내 들어가리다.. 윤원형, 일어나서 연신 뒤를 돌아보며 대문 안으로 들어간다. 김씨, 윤원형의 뒤를 따라 대문안으로 들어가면 육중한 대문이 끼익-소리를 내며 쾅-닫힌다! 난정 (닫힌 대문을 결연하게 보는)...! 길상 (멀리서 난정을 지켜 보는)...! S#2 경빈 처소 일각문 밖 윤비, 살기등등하게 윤원로를쏘아보며 섰다. 윤원로와 박희량, 심정까지 움츠려든채 윤비의 시선에 어쩔줄 모르는데 윤비 오라버니께오서 어찌 경빈의 처소에 드나들이를 하시는겝니까?! 윤원로 ..마, 마마..그, 그게 저.. 심정 (나서며) 중전마마, 윤승후관이 경빈 마마처소에 든 것은.. 윤비 (버럭) 내 화천군에게 묻지 않았느니! 심정 (움찔 말문이 막히는)...! 윤비 화천군이 경빈처소를 무시로 드나들이 하는 것은 대궐이 다 아는 일이거늘! 어찌 제 몸에 뭐 묻은 자가 남의 몸에 묻은 티끌을 덮어주려 애쓰시는겝니까 ?! 심정 (모욕감에)..음! 윤비 (윤원로를 휙-보며) 오라버니, 어서 이실직고하세요! 윤원로 예, 마마! 시생 바른대로 토설하겠사 옵니다. 실은 경빈마마께오서 시생에 게 벼슬 한자리 내려주신다고 하시어 ... 윤비 뭐라? 벼슬?! 지금 벼슬이라 하시었 습니까?!! 윤원로 (땅바닥에 납작 엎드려 머리를 박으 며) 예, 마마.. 시생의 우매함을 용 서하여 주시옵소서! 윤비 (일각문 안쪽을 휙-노려보며) 오라버 니, 이 자리에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마세요! 엄상궁, 따르게! (일각문 안 으로 들어가면) 엄상궁 예. (윤비의 뒤를 따른다) 심정 (땅바닥의 윤원로에게) 이사람아, 어 쩌자고 중전마마께 그런 거짓을 고하 시었는가? 윤원로 거짓이라니요? 시생은 있는 그대로 이실직고한 것뿐이옵니다. 심정 뭐,뭐야?! 허어, 이사람 이제보니 생 사람잡을 위인이구먼! 박희량 (윤원로를 한심하다는 듯 보다가 경빈 처소 쪽을 돌아보는)... S#3 동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앞에 사색이 되어 앉아있는 금이를 보며 말한다. 경빈 밖이 왜이리 소란스러운게냐? 금이 마마, 크,큰일 났사옵니다. 지,지금 주,중전마마께오서.. 경빈 답답하구나, 금아! 중전마마께오서 지금 무얼 어찌 하신다는게냐?! 엄상궁(E) (방밖에서) 중전마마, 드시오! 경빈 (놀라 방문쪽을 돌아보는 순간) 뭬야?! 윤비 (방문이 벌컥 열리고 방안으로 들어 서서 경빈을 노려보는)... 경빈 (예를 갖추듯 일어나 조아리는) 중전 마마께오서 신첩의 누추한 처소까지 어인 발걸음이시옵니까? 윤비 경빈, 네 어찌 뒷방 후궁 따위가 임 금노릇을 하려드는게냐?! 경빈 뭬, 뭬라?..중전마마, 그 무슨 불경 한 말씀이시옵니까?!신첩이 어찌 감 히.. 윤비 조정의 관직을 제수하시는 것은 오직 이나라의 군주이신 전하께오서만 하실 수 있는 일이시거늘 네깟게 무엇이간 대, 네깟게 무엇이간대 내 오라비에게 벼슬을 내려 주려 했던 것이냐?! 경빈 중전마마, 무슨 오해가 있으신 듯 싶 사옵니다. 윤비 뭐라? 오해?! 허면 네 조정의 관직을 팔아먹는 벼슬장사치 노릇을 하려던 것이었더냐?! 경빈 (모욕감에 휙-보며) 중전마마, 말씀이 지나치시옵니다! 윤비 지나치다니?! 허면 네 어찌 내 오라버 니를 처소로 불러들인 것이냐? 경빈 마마! 윤승후관이 신첩의 처소로 든 것은 윤승후관이 스스로 청한 일이오 며 또한 신첩이 벼슬을 내려주마 한 것이 아니오라 윤승후관이 신첩에게 벼슬 한자리 내려달라고 벼슬구걸을 했던 것이옵니다! 윤비 그 입 다물라! 네 어찌 감히 내 오라 버니가 구걸을 했다는 말을 함부로 지껄여대는 것이냐?! 경빈 중전마마께오서 다짜고짜 처소로 드시 어 신첩을 윽박지르시오니 바른대로 고하는 것이옵니다! 윤비 (경빈을 살기등등하게 노려보는) 경빈, 만약 내 철저히 조사하여 네 말에 추호 라도 거짓이 있다면 목숨을 내어 놓겠 느냐? 경빈 신첩은 언제라도 중전마마 앞에 목숨을 내어놓을 각오가 되어있사옵니다. 하온 데 신첩의 말에 거짓이 없다면 누구의 목숨이 떨어져 나가는 것이옵니까?! 윤 승후관이옵니까? 윤비 (가증스럽게 노려보는).. 경빈 (당당하게 마주 쏘아보는)... 엄상궁 (터질듯한 긴장감에 윤비와 경빈의 얼 굴을 번갈아 살피는) 금이 (힐끔거리며 눈치보는) 윤비 경빈, 오늘은 내 이만 발걸음을 돌릴 것이다. 경빈 (스치는 미소)... 윤비 허나 다시 한번 내 오라버니들을 벼슬 따위를 미끼로 수렁속으로 끌어들이려 는 짓거리를 한다면 경빈 또한 무사치 는 못할 것이다. 경빈 신첩은 기필코 그런 일이 없다고 말씀 드리지 않았사옵니까? 윤비 (보다가 돌아서는) 가세, 엄상궁. 엄상궁 예, 마마.(경빈을 한번 힐끗 보고는 윤비 뒤를 따르는) 경빈 (공손하게 조아리며 승자의 미소) 살 펴가시옵소서, 중전마마. 윤비 (방문이 열리면 멈춰서 돌아보며) 경빈 , 내 오라비들에게 마음 쓸 여유가 있 거든 복성군 건사나 잘하거라. 경빈 (흠짓) 예에? 복성군 건사를 잘 하라니 요? 윤비 복성군이 동궁전에 들어 세자에게 동궁 의 자리를 버리라는 말짓거리를 했다. 경빈 (흠짓 놀라) 예에? 윤비 복성군의 말이 형제지간의 우애에서 나 온 충언인지 역심을 품은 자의 망발인 지는 네가 판단하거라. 경빈 ...! 윤비 허나 복성군이 세자에게 다시 한번 그 따위 말짓거리를 내뱉는다면 복성군이 고이 가례를 치루고 제 발로 대궐 밖으 로 나가지는 못할 것이다! 경빈, 내 말 이 무슨 뜻인지 잘 알 것이다! (방밖으 로 나간다) 경빈 (털썩 주저앉으며 낭패한)..복성군, 복 성군이 어찌?!(어딘가를 휙-돌아본다) S#4 동 경빈 처소 일각문 밖 윤비, 엄상궁을 거느리고 일각문 밖으로 나온다. 윤원로, 땅바닥에 머리를 박은채 울음을 터뜨린 다.(*심정과 박희량은 없다) 윤원로 중전마마, 시생을 가엾게 여기시어 이 번 한번만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윤비 체통을 지키세요. 오라버니. 윤원로 마마, 흐흑.. 윤비 오라버니, 일어나시어 중궁전으로 따르 세요. (앞장서서 가면) 엄상궁 (윤원로를 힐끔 보고는 상궁나인들을 이끌고 윤비의 뒤를 따른다) 윤원로 (눈물을 훔치며 일어나 상궁들의 뒤를 따른다) S#5 자순대비 방 안 자순대비, 놀란 눈으로 조상궁을 보며 말한다. 자순대비 뭐라? 중전과 경빈이 언성을 높이시었 단 말이냐?! 조상궁 예, 중전마마께오서 몸소 경빈의 처소 에 발걸음을 하시어 경빈을 크게 꾸짖 으시었다 하옵니다. 자순대비 조상궁, 대체 무슨 까닭으로 그리 하 시었다고 들었느냐? 조상궁 그것이..저.. 자순대비 어서 말해 보아라. 조상궁 중전마마의 큰 오라버니가 경빈처소에 들었던 일이 발단이 되었다고 들었사 옵니다. 자순대비 (놀라는) 뭐라?! 허어, 이런 해괴한 일이 있느냐? 어찌 윤승후관이 후궁처 소에 발걸음을 하였을꼬? 어찌? 그 말 이 사실이라면 이는 경빈과 윤승후관 두사람 모두에게 엄한 죄를 물어야 함 이야! 조상궁 (난감한)... S#6 대궐 일각 희빈과 창빈, 걸어오고 있다. 그 뒤를 향이와 창빈처소 상궁나인이 따른다. 희빈 참으로 간도 크지 뭐요?! 중전마마의 큰오라비가 어찌 후궁처소에 들 생각 을 했단 말이요? 창빈 뜬소문 일지도 모르니 너무 속단마세 요, 희빈. 희빈 뜬소문이요? 허, 아니 뗀 굴뚝에 연 기가 난답니까? 두고보세요. 이번 일 로 분명 큰 사단이 나고야 말테니까 요.(어딘가를 휙-돌아본다) S#7 중궁전 방 안 방바닥에 묵직한 비단주머니가 찰랑-놓인다. 윤비, 앞에 의기소침하게 앉은 윤원로를 보며 말한다. 윤비 집어 넣으세요. 윤원로 마마, 이것이 무엇이옵니까? 윤비 내일 당장 도성을 떠나세요. 삼년 안에는 도성안에 결코 발을 들여놓아 서는 아니될 것입니다. 윤원로 (울상) 마,마마..어찌 시생을 내치시 려 하시는것이옵니까? 윤비 오라버니는 호통을 치거나 달래도 아 니되시는 분입니다. 차라리 멀리 떨 어져 있는 편이 나은 듯 싶어 그렇습 니다. 윤원로 마마, 시생에게 딱 한번만 더 기회를 주시옵소서! 하오면 시생, 개과천선 (改過遷善)하여 중전마마의 말씀대로 납작 엎드려 죽은 듯 살겠사옵니다. 흐흐흑. 마마, 집안의 장남이 어찌 연로하오신 아버님을 두고 먼길을 떠 날 수 있겠사옵니까?! 부디 이 못난 오라비를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윤비 (보다가)..허면 정녕 이사람 명에 따 르시겠습니까? 윤원로 예, 마마. 무슨 명이시든 시생 따를 것이옵니다. 하명하시옵소서. 윤비 앞으로 삼년 동안 승후관 직책 외에는 어떤 벼슬도 욕심 내지 마세요! 윤원로 하오나 마마, 시생이 조정에 출사를 하려는 까닭은..! 윤비 (버럭) 맹세하실 수 있습니까, 없습 니까?! 윤원로 (찔끔) 예, 분부대로 따르겠사옵니다. 윤비 앞으로 내가 부르기 전까지는 입궐하 지 마세요! 맹세하실 수 있습니까?! 윤원로 맹세하겠사옵니다. 시생, 광화문 근 처로는 발걸음을 하지 않겠사옵니다. 윤비 또한 당상관 이상의 신료들과는 교유 를 끊으세요! 맹세하실 수 있습니까?! 윤원로 다,당상관이요? 하오나.. 윤비 어허! 윤원로 맹세드리겠사옵니다, 마마. 윤비 만약 오라버니께서 이 세가지 중에 하 나라도 어길시에는 평생 도성안에 발 을 들여놓으실 수 없을것입니다. 윤원로 예, 마마 믿으시옵소서! S#8 동 중궁전 방 밖 복도 엄상궁과 오상궁이 서 있는데 나인 하나(*)가 급히 걸어와 조아린다. 엄상궁 무슨 일이냐? 나인(*) (엄상궁에게 속삭인다) 엄상궁 알았다. (방쪽에다) 중전마마, 대비전 에서 급히 드시라는 전갈이옵니다. S#9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방문쪽을 돌아보며) 대비마마께오서? (뭔가 생각하다가)..알았느니. (윤원 로를 보며) 오라버니, 이길로 퇴궐하 시어 당분간 두문불출 하고 있으세요! 윤원로 예, 마마. 그리 하겠사옵니다. 하오면 시생 물러가옵니다. (일어나서 조아리 고 방밖으로 나간다) 윤비 ... S#10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방문 앞에 선 금이를 닦달하듯 본다. 경빈 금아, 아직도 복성군께오선 아직도 이 시더냐? 금이 (안절부절) 예, 궐내를 이잡듯이 뒤지 고 있사오나 아직이옵니다. 경빈 복성군의 종적이 어디서부터 묘연하신 것이냐? 금이 듣기로는 복성군마마께오서 동궁전에서 나오시어 소줏간 무수리에게 천일주 한 병을 내오라 명하신 연후라 하옵니다. 경빈 허어, 대체 어디를 가시었단 말인가? 나인(E) 경빈마마, 대비전에서 급히 찾아계시옵 니다. 경빈 (찌푸리며) 뭬라, 대비전에서? S#11 대궐 후원 일각 복성군, 한곳에 걸터 앉아 술병채 들이킨다. 복성군, 술맛에 인상을 찌푸리다가 공허한 하늘 을 보며 한숨을 내쉰다. 복성군,괴로운 표정으로 다시 술을 벌컥 벌컥 들이킨다. S#12 대비전 방 안 경빈, 방문이 열리면 밝은 표정으로 방안으로 들어와 선다. 자순대비와 윤비, 앉아있다. 경빈 대비마마, 찾아계시옵니까? 자순대비 내려와 앉으세요, 경빈. 경빈 (대비 앞에 다가와 다소곳하게 앉는다) 자순대비 내 두분을 이리 뵙자고 한 뜻은 불미스 러운 소문의 진위를 확인하고자 함이요. 경빈 마마, 불미스러운 소문이라니요? 윤비 ... 자순대비 중전께서 경빈의 처소로 발걸음을 하시 어 언성을 높이시어 경빈을 크게 꾸짖 으시었다고 들었습니다. 윤비 예. 분명 그런 일이 있었사옵니다. 자순대비 중전, 경빈을 어인 연유로 꾸짖으신게 요? 경빈 (흠짓하여 윤비를 보는) 윤비 ... 자순대비 (추궁하듯) 이 늙은이가 듣기로는 중전 의 큰 오라비가 경빈처소에 들었던 일 이 빌미가 되었다고 하는데 그 소문이 참이오?! 윤비 ... 경빈 마마, 이는 신첩을 음해하려는 자들이 퍼뜨린 유언비어가 분명하옵니다. 자순대비 유언비어라? 경빈 예. 신첩, 친인척들이나 상주에서 올라 온 결찌들을 처소에 들여 담소를 나눈 적은 있사오나 중전마마의 오라버니를 처소로 들이다니요?! 천부당만부당 하 오신 말씀이시옵니다! 자순대비 (경빈의 속내를 살피듯 보며) 경빈, 허 면 무슨 일로 중전이 크게 진노를 하시 었던게요?! 경빈 복성군마마의 가례 채비가 미흡하여 신 첩이 크게 꾸지람을 들었사옵니다. 윤비 (흠짓 보는)... 자순대비 .. 경빈 중전마마께오서 복성군 가례에 만전을 기하라 분부하시었사온데 복성군께오서 전하의 첫아드님이시오라 신첩이 본받을 만한 전례를 찾지 못해 불민한 점이 많 아 그리되었사옵니다. 윤비(E) 경빈, 네 참으로 가증스럽구나. 자순대비 (윤비를 보며)중전, 그게 참말이오? 윤비 ... 자순대비 중전, 시어미가 묻고 있지 않소? 윤비 경빈의 말에 틀림이 없사옵니다. 자순대비 그래요..헌데 어찌 그런 유언비어가 퍼 졌을꼬? 경빈(E) (쌩끗 미소짓는 얼굴위로) 중전마마, 잘 하시었사옵니다. 암요, 공생하시어야지요 ! 아니 그렇사옵니까? 윤비 ...! S#13 장대인 사랑채 방 안 장대인, 의자에 앉아 뭔가를 생각하는 얼굴위로 떠오르는. S#14 후레쉬 백 (93회 S#54의) 갖바치, 등잔불에 어음을 불태운다. S#15 동 장대인 사랑채 방 안 장대인 (미소가 번지는) 갖바치? 갖바치라?! 하하하. 능금(E) (방밖에서) 어르신, 능금이요. 장대인 들어오너라. (의자에 앉는) 능금 (방문을 열고 들어와 의자에 앉으며) 좌의정대감댁을 비롯하여 우리에게 소용 이 닿을만한 대신들 집은 다 돌았소. 장대인 능금아, 다시 한번 일러두지만 백도주가 조정대신들의 권세를 빌어 다시금 일어 서서는 아니될 것이야! 능금 내 단단히 당부해 두었으니 그럴 일은 없을게요. 장대인 애썼다. 차나 한잔 들거라. (차 주전자 를 들어 따라주는데) 능금 헌데 어르신 낮에 수결한 십만량짜리 어 음은 대체 뉘게다 뇌물로 찔러주신게요? 장대인 그것이 그리도 궁금하더냐? 능금 십만량이면 거금인데 영의정보다도 더 대단한 권세를 누리는 대감이신 듯 싶소. 장대인 (미소) 암, 우리한테는 영의정보다도 수 백, 수천배는 쓸모가 있는 사람이다. 능금 그 사람이 대체 누구요? 장대인 강태공이 곧은 바늘로 낚시질을 하며 세 월을 낚았다면 그 사람은 대바늘로 쇠가 죽에 바늘땀을 넣으며 세월을 기우며 때 를 기다리고 있다! 능금 지금 세월을 기운다고 했소? 장대인 그래, 조정신료들을 모두하고도 바꾸고 싶지 않은 사람이다. 능금 누군지는 모르겠으나 어르신께서 그 사람 한테 흠뻑 반하신 모양이구려. 장대인 암, 반했지! 반했고 말고! 하하하! S#16 갖바치 방 안 갖바치, 등잔불(*낮에 켜놓은) 앞에서 가죽신에 바늘땀을 넣고 있다. 옥매향(E)(방밖에서) 아자씨, 갖바티 아자씨! 갖바치 (고개를 들고 방문쪽을 보는)...?! S#17 동 갖바치 마당 옥매향, 다급하게 갖바치를 부르고 있다. 모린, 짐보따리를 안고 옥매향 뒤에 서있다. 당골네와 방백인, 아랫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다. 당골네 매향아, 장통교에 불이라도 난게냐? 웬 짐까지 싸들고 온게냐? 옥매향 임선비 나으리 아딕 안돌아 오셨시요? 방백인 아직이신데 왜? 옥매향 임선비께오서 홀몸으루 낙향하신거이 아닐까요? 기럼 어카디요? 당골네 (낮게) 임선비께오서 갖바치 어른한테 회초리를 흠씬 맞고 정신을 차리시었 을테니 낙향하시지는 않으시었을게다. 옥매향 예에? 고거이 무슨 말씀이야요? 갖바치 (방문 열고 나오며) 매향아, 네 임선 비와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게냐? 옥매향 임선비께오서 니년한테 오해가 있으신 듯 하옵네다. 갖바치 오해라니? 임백령 (굳은 표정으로 대문 안으로 들어선다) 방백인 오, 저기 호랭이께오서 오시는구먼. 옥매향 (돌아보고) 나으리! (달려가는데) 임백령 (냉랭한) 기방에 있어야 할 매향이가 여긴 어인 일이요? 옥매향 어인 일이라니요? 내레 나으리를 따라 해남으로 내려가려고 왔디요. 임백령 내 과거급제를 하기전까진 고향땅을 밟지 않기로 작심했으니 이만 돌아가 시오.(옥매향을 지나쳐 방쪽으로 가는) 옥매향 예에? (임백령을 쫓으며) 나으리! 임백령 (휙-돌아보며) 내 또한 기방출입도 하지 않을것이니 앞으로 나를 찾지 마 시오!(몸을 돌려 방안으로 들어간다) 옥매향 (글썽하여)..나으리.. 갖바치 매향아, 실타래를 억지로 풀려고 애쓰 면 애쓸수록 더욱 엉킬 뿐이다. 네 마 음이 참이라면 언젠간 임선비께오서도 알아주실게다. 옥매향 (갖바치에게 안겨 흐느끼는) 흐흑.. S#18 윤원형 집 대문 앞 난정, 미동도 않고 굳게 닫힌 대문을 주시하고 있다. 난정 ...! S#19 윤원형 집 대문 앞 길 윤원로, 관복차림으로 사인교를 타고 오는 얼굴 위로 윤원로(E) 사헌부 지평자리가 바로 눈앞에 아롱 거렸는데 일순간에 낙마를 하다니! 허어 어찌 이럴수가?! 중전마마도 무심 하시지..! 윤원로 (한숨을 푹 내쉬다가 문득 대문 앞에 앉아있는 난정을 보는) 에잉?! 저,저게 누구야? (교꾼들에게) 멈추어라! 윤원로, 교꾼들이 멈춘 사인교에서 내려 계단을 급히 올라간다. 난정, 돌부처처럼 앉아있다. 윤원로 아니 넌 일편단심 닐니리야, 원형이 첩 년 아니냐?! 난정 ... 윤원로 네 이년! 네 어찌 대갓댁 대문을 떡하니 막고 있는것이더냐?! 내질러 버리기 전 에 냉큼 물러가거라! 난정 ... 윤원로 어허, 네 천한 계집이 감히 양반의 명을 거역하겠다는것이냐?! 난정 (휙-쏘아보는)..! 윤원로 (움찔하다가) 네가 실성을 한 모양이로 구나! 실성한 계집한테는 매가 약이라 했느니! 윤원로, 손을 치켜들어 난정을 치려는데 뒤편에서 누군가 그 손을 잡는다. 윤원로 (놀라 돌아보며) 누,누구냐?! 길상 (윤원로의 손을 움켜 쥔채) 난정이 스스 로 자리를 뜨기 전까지는 누구도 이 자리 에서 내치지 못하옵니다! 윤원로 뭬,뭬야? 너희가 금부에 끌려가 물고가 나고 싶어 작당을 했구나! 이 손 놓지 못 할까?!(잡힌 손을 빼기위해 용을 써보지 만 꿈쩍도 않는다)...! 길상 (어금니를 물며 힘을 쓰는)... 윤원로 (얼굴이 시뻘개지며 씩씩대는)... 윤원형 (대문을 열고 나오다가 깜짝 놀라) 아,아 니 형님! 처남! 지금 뭣들 하는게요?! (윤원로와 길상을 말리며)이거 좀 놓으시 오! (간신히 뜯어말린다) 윤원로 (씩씩대며 길상을 노려보며)원형아, 네 어찌 이런 천한 놈을 처남이라 부르는게 냐?! 윤원형 (윤원로를 대문안으로 잡아끌며) 형님! 내 다 말씀드릴테니 들어가십시다, 예? (윤원로를 대문안으로 끌고 들어간다) 길상 (난정을 보는) 난정아, 괜찮은게냐? 난정 ... S#20 동 윤원형 작은 사랑채 방 안 윤원형, 방문을 열고 윤원로를 잡아끌고 들어와 앉힌다. 윤원로 세상이 아무리 말세라도 이럴수는 없다. 첩년이 집안에 들여달라고 대문 앞에서 연좌를 하다니?! 윤원형 아 글쎄 이게 다 중전마마의 뜻이라니 까요! 윤원로 내 참으로 중전마마의 뜻을 모르겠구나 ! 이 오라비가 조정에 출사를 하는 것 은 쌍수를 들고 막으시면서 어찌 첩년을 집안에 들이라도 하시는지 그 속내를 참 으로 모르겠구나! 모르겠어! (휙-돌아 앉는다) 윤원형 (윤원로의 등판을 보다가 방밖으로 나간다) S#21 동 윤원형 작은 사랑채 방 밖 마당 윤원형, 마당으로 내려서서 하늘을 보며 길게 한숨을 내쉰다. 윤원형 조정에 출사를 하여 경륜을 펼치어도 시원치 않거늘 첩 하나 집안에 들이는 일로 이리도 골치를 썩히고 있으니 네 윤원형이 네 참으로 한심하구나! 아니 지! 집안 일 하나 처결치 못하면서 조 정에 나가보았자 무슨 보람이 있겠나? 참으로 답답하구먼! 가슴이 답답해! S#22 편전 외경 S#23 동 편전 방 안 중종, 정적속에서 연상 위에 놓인 공초문을 읽 고 있다. 김전과 홍경주, 남곤과 김안로, 윤임과 김제학, 이유청(*)과 판서급 대신들이 중종의 눈치를 보며 앉아있고 윗목에 박승지가 앉아있다. 중종의 공초문 넘기는 소리가 크게 들려오는 긴장 감 섞인 정적속에서 신료들, 마른침을 넘긴다. S#24 경빈 처소 방 안 경빈과 심정이 마주 앉아있다. 경빈 어찌 전하께오선 안당부자에 대한 처결 을 내리시지 못하신답니까?! 심정 전하께오서 의금부에서 국문한 공초문을 정독(精讀)하시고 계시오니 곧 용단을 내리실 것이옵니다. 경빈 예에, 우리 복성군의 앞날에 걸림돌이 될만한 자들은 조정에서 한놈씩 찍어내 야 할 것입니다! 심정 하온데 중전마마께오서 경빈마마를 크게 꾸지람을 하시었다고 들었사온데 중전마 마의 큰 오라비 일은 어찌하올런지요? 경빈 당분간 모른척 내버려두고 용채나 던져 주세요. 언젠가는 중전을 배신하고 우리 에게 붙을 수도 있는 위인입니다. 심정 (끄덕이는데).. 금이(E) (방밖에서 다급한) 경빈마마, 금이옵니다! 경빈 (보며) 들어오너라! 금이 (방문이 열리면 숨이 턱까지 차올라 헐떡 대며) 마마, 크,큰일 났사옵니다! 경빈 큰일이라니?! 차근차근 말해보거라! 금이 복성군마마의 행방을 알아냈사옵니다. 경빈 뭬라? 그래 복성군께오서 어디 계신것이 냐?! 금이 (울상)..복성군마마께오선..만취하시어 중궁전으로 드시었다 하옵니다.. 경빈 뭬야?! 복성군께오서 뭬가 어쩌고 어째 ?! 심정 허어, 이거 큰 일이 아니옵니까?! 경빈 (숨을 몰아쉬며 어딘가를 휙-돌아보는) ...! S#25 중궁전 방 안 윤비, 탕약을 마시고 당과조각을 입에 넣으려는 데 문득 떠오르는 엄상궁, 탕약사발을 챙긴다. 경빈(E) (*94회 S#12의)(쌩끗 미소짓는) 중전 마마, 잘하시었사옵니다. 암요, 공생하 시어야지요! 아니그렇사옵니까? 윤비(E) (심기가 불편한) 내 그리 넘어가서는 아니 되었던 일이었어! 엄상궁 (윤비의 안색을 살피며) 중전마마, 미령 하신 곳이라도 있으신 것이옵니까? 안색 이 불편해 보이시옵니다. 윤비 아닐세, 오늘따라 탕약이 입에 쓰구먼. 엄상궁 ..? S#26 동 중궁전 방 밖 복도 복성군, 잔뜩 취한채 비틀걸음으로 오상궁쪽으로 걸어온다. 오상궁,복성군의 흐뜨러진 옷매무새와 걸음걸이를 흠짓 보는데 복성군 (취한) 중전마마께 고하여라! 오상궁 마마, 의관을 정제하시지요. 복성군 (주섬주섬 옷매무새를 매만지고)..고하 여라. 오상궁 마마, 오늘은 많이 취하신 듯 싶사오니 맑은 정신에 다시 드시지요. 복성군 네 이년! 감히 상궁년 따위가 되먹지 못 하게 왕자를 가르치려드는게냐?! 어서 고하지 못할까?! 오상궁 쇠인은 고할 수 없사오니 다음에 다시 드시옵소서! 복성군 (노려보다가 오상궁의 따귀를 찰싹 친다) 오상궁 ...! S#27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방문쪽을 보며) 오상궁, 어찌 방밖이 이리 소란스러운게냐?! 엄상궁 ...? S#28 동 중궁전 방 밖 복도 오상궁 아, 아무것도 아니옵니다! (복성군에게 낮게) 마마, 더는 패악을 부리시지 마시 옵고 이만 물러가시옵소서. 복성군 (방문쪽으로 다가서며)중전마마, 소자 복성군이옵니다! 소자, 중전마마께 긴히 드릴 말씀이 있어 왔사옵니다! 중전마마, 방문을 열어주시옵소서! 윤비(E) (방안에서) 오상궁! 오상궁 예, 마마. 윤비(E) (방안에서) 복성군을 들이게! 오상궁 예. (복성군을 보고) 드시지요. S#29 동 중궁전 방 안 복성군, 방문이 열리면 방안으로 비틀비틀 들어와 방바닥에 큰절을 한다. 복성군, 일어서다가 비틀하여 쿵-넘어진다. 엄상궁, 복성군 옆에 경계하듯 보며 서있다. 윤비 엄상궁, 자넨 물러가있게. 엄상궁 예, 분부대로 따르겠나이다. (방문 밖으 로 나간다) 윤비 복성군, 네 취한 것이더냐?! 복성군 (간신히 자세를 잡고 앉으며) 예, 소자 난생 처음 입에 술을 대었사옵니다. 윤비 (보다가) 내게 긴히 할 말이라는게 무어냐? 복성군 소자, 중전마마가 원망스럽사옵니다! 윤비 뭐라?! 복성군 네 지금 술주정을 하는것 이냐?! 복성군 마마, 소자 몸을 가눌 수 없을지언정 말 짱한 정신에 말씀드리는 것이옵니다. 윤비 복성군, 네 속에 있는 울분을 말해보라! 복성군 소자는 주상전하의 장자이옵니다. 또한 소자의 자품과 식견 역시 다른 왕자들은 물론이옵고 세자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하옵니다. 윤비 (보는)... 복성군 (눈물) 하온데 어찌 중전마마께오서는 소자를 왕세자로 간택하여 주시지 않으신 것이옵니까?! 어찌 세자만을 괴이시옵고 소자에게는 마마의 사랑을 내려주시지 않 으시는 것이옵니까?! 소자가 적통대군이 아닌 후궁소생 왕자라서 그러시는 것이옵 니까?! 소자도 주상전하의 피를 이어받은 당당한 왕자이옵니다! 어찌 소자를 미워 하시는 것이옵니까?! 어찌 소자를 어머니 품에서 떼어놓아 궐밖으로 내치시려 하시 는 것이옵니까?! 윤비 ... 복성군 (절규하듯) 원망스럽사옵니다! 소자, 중전 마마가 원망스럽사옵니다! 소자의 가슴속 에 맺힌 울분과 가득찬 원한을 어찌하옵니 까?! 흐흑흑.. 윤비 (보는)... 복성군 (울어대는) 흐흐흑! 윤비 복성군, 네가 대통을 이을 왕세자에 책봉 되지 못한 것은 네가 후궁 소생왕자이어서 도 아니고 또한 세자보다 자품이나 식견이 모자라서는 더더욱 아니다! 복성군 (고개를 들고 눈물 콧물 가득한 얼굴로 윤 비를 보는)..하오면.. 윤비 바로 네 가슴속에 맺힌 원한과 울분 때문 이니라. 복성군 ..예에? 윤비 네 속에 가득찬 원한과 울분이 네 눈을 흐 리고 있다. 복성군, 군주의 자리는 원한이 나 울분을 갚기 위한 자리가 아니다! 네가 훗날 대통을 잇는다면 폐주 연산의 전철을 밟을 수 밖에 없음이 자명하지 않겠느냐?! 복성군 ... 윤비 복성군, 네 어찌 년치 어린 세자가 동궁의 자리가 싫다고 하는 마음을 읽지 못하는 것이냐?! 세자는 어진 군주가 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경계하고 있음이 다! 헌데 어찌 자품과 식견을 내세우는 네 가 아우보다 이리도 못한 것이더냐?! 복성군 ...! 윤비 하기사 네가 이렇게 된 것은 네 가슴속에 원한을 심어준 네 어미 탓이 클것이다. 복성군 (버럭) 중전마마, 소자의 어머니를 욕보이 지 마시옵소서! 윤비 (보다가) 복성군, 네 언제까지 어미 품에서 있으려고 하느냐?! 네 장차 가례를 치루고 궐밖으로 나가면 종친으로서 살아가야 하는 길을 네 스스로 힘으로 찾아야 할 것이다. 복성군, 용상에 대한 헛된 야심을 버리거라 ! 그래야 네 마음속에 원한도 울분도 사라 지고 네 스스로 편해질 것이야. 복성군 (방바닥에 고개를 박은채)...흐흐흑! 윤비 엄상궁, 밖에 경빈 있느냐? S#30 동 중궁전 방 밖 복도 경빈, 눈물을 흘리며 서있다. 엄상궁 경빈께오서 진즉 기다리고 있었사옵니다. 윤비(E) (방안에서) 경빈을 들이게! 엄상궁 예. (경빈을 보며) 드시지요. 경빈 (눈물을 훔치며 방문쪽으로 다가선다) S#31 동 중궁전 방 안 경빈, 방문이 열리면 방안으로 들어선다. 윤비 경빈, 복성군을 처소로 데려가라! 경빈 (복성군쪽으로 다가가 일으켜세우며) 복성군, 일어나세요. 어미 처소로 가십시다. 복성군 (경빈의 품에 안기며) 어머니, 흑흑.. 경빈 (복성군을 안아주며 눈물이 흐르는) 복성군.. 윤비 내 물러가라 했느니. 경빈,복성군 (윤비를 원망가득한 눈빛으로 보며 조아리고 방밖으로 나간다) 윤비 (복잡한 심정으로 한숨을 내쉰다)... S#32 중궁전 앞 마당 경빈, 복성군의 손을 잡고 나온다. 금이, 쪼르르 달려와 경빈과 복성군이 신발을 신는 것을 거든다. 경빈과 복성군, 중궁전 계단을 내려간다. 경빈 복성군, 중전께오서 뭐라 말씀을 하시 었든 복성군은 반드시 대통을 이으실 것입니다. 결코 약한 마음을 잡수시어 서는 아니되십니다. 복성군 예, 어머니. 명심하겠사옵니다! 경빈 (멈춰서 교태전 현판을 바라보는 얼굴 위로) 중전, 장차 중전께서 생산하신 아드님이 장성하시어 궐밖으로 나가실 년치가 되시오면 이사람의 피눈물날 듯 싶은 심정을 알게 되실게요! (휙- 돌아서 간다) S#33 어느 정자 위(석양) 백치수, 난간에 기대 앉아있다. 백치수, 골똘한 생각에 빠진 얼굴위로 떠오 르는 S#34 백치수 사랑채 방 안 (낮/백치수의 15년전 회상) 백치수(*15년전), 월희(*다소곳한 댕기머리) 에게 간절히 당부하고 있다. 백치수 월희야, 딱 이번 한번뿐이다! 월희 (고개를 돌린채 완강한) 아버지, 소녀 그리 할 수는 없사옵니다! 백치수 월희야, 이 애빌 한번 살려다오. (월희 앞에 무릎을 꿇으며) 내 이렇게 비마. 월희 (흔들리는)..! S#35 박원종 사랑채 방 안 (낮/ 백치수의 15년전 회상) 박원종, 보료위에 앉아있고 백치수와 월희, 방문 앞에 서있다. 백치수 월희야, 인사여쭈거라. 반정일등공신이 신 평성부원군 박원종대감이시다. 월희 (큰 절을 올린다) 백월희라 하옵니다. 박원종 (월희를 음탕한 눈빛으로 훑어보는) S#36 동 박원종 사랑채 방 안 (밤/ 백치수 15년전 회상) 황촛불과 술상이 놓인 방 안에서 월희, 박원종의 술잔에 술을 따른다. 박원종, 월희의 술따르는 손을 은근하게 쥔다. 월희, 손을 빼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속수무책이다. S#37 동 박원종 사랑채 마당 (밤/ 백치수 15년전 회상) 백치수, 불켜진 방쪽을 보며 서성거리고 있는데 방문에 비친 불빛이 꺼진다. 백치수 (착잡한 심정으로 달을 보는)...! S#38 백치수 사랑채 방 안 (낮/ 백치수 15년전 회상) 월희, 멍한 눈으로 앉아있다. 월희, 방바닥에 놓인 꼬인 삼줄을 들고 일어 선다. S#39 어느 길 (낮/ 백치수 15년전 회상) 백치수, 정신없이 어디론가 달려간다. S#40 백치수 사랑채 방 안 (낮/ 백치수 15년전 회상) 백치수, 방안으로 뛰어들어온다. 월희, 방바닥에 곱게 누워있다. 백치수, 월희의 시신을 부여안고 오열한다. S#41 동 어느 정자위(현실) 백치수, 눈에 그렁그렁 고였던 눈물이 떨어 진다. 백치수 ..월희야. 이 애비를 용서하거라! ..허나 내 반드시, 반드시 딸 목숨 과 맞바꾼 남소문 객주를 반드시 되찾을 것이다! 송서방 (정자위로 올라오며) 백도주 어르신! 백치수 (송서방을 돌아보며) 송서방. 가져 왔는가? 송서방 예, 어르신.(소매자락에서 봉투뭉치 를 꺼내며) 여기 있습니다요. 백치수(E) (봉투뭉치를 받아들고 환하게 펴지 는) 내 이 각서만 있으면 다시 일어 설 수가 있음이야.. 흐흐흐. S#42 옥매향 기방 외경(밤) 곽서방, 불켜진 아래채 방문 앞에 서있다. 장대인(E)기방을 팔수가 없다니? 네 말이 틀리지 않느냐? 곽서방 (방쪽을 돌아보는)..! S#43 동 옥매향 기방 아랫방 안(밤) 장대인과 옥매향, 찻상을 놓고 마주앉아있다. 장대인 허어, 네 기방을 처분하고 기적에서 몸을 빼겠다고 하지 않았느냐? 옥매향 니년도 그럴 댝뎡을 했드랬는데 사뎡 이 그리 됐시오! 댱대인께서 니해를 해주시라요. 곧 오마니가 올라오실테 니끼니 오마니하고 말씀해 보시라요. 장대인 그럴만한 사정이라? 옥매향 댱대인께는 죄송하게 되었시오. 장대인 어쩔수 없지. 재물과도 인연이란 것이 있는 법이거늘..내 아직은 이 기방 주인이 될 때가 아닌 듯 싶구나. (일 어서며) 허면 내 가보련다. 옥매향 (따라 일어서는데) 장대인 (방문쪽으로 가려다 멈춰서 돌아보며) 매향아, 이 기방에 파릉군대감이 머물 고 계신다고 들었는데 그 소문이 참이 더냐? 옥매향 예.. S#44 옥매향 기방 후원 (밤) 파릉군, 정자위에서 수면위에 비친 달을 바라 보며 생각에 잠긴 얼굴위로. 파릉군(E) 세자저하께오서 동궁의 자리가 싫다 고 하실만큼 이나라 조정이 썩어있음 이야! 이래서는 아니돼! 이나라의 밝 은 장래를 위해서라도 내가 나설 수 밖에 없음이야..내가..! 장대인, 중문쪽에 서서 파릉군을 인상적으로 본다. 장대인 ...! S#45 윤원형 집 대문 앞(밤) 난정, 탈진한 듯 눈이 감기며 몸이 쓰러지다가 번쩍 눈을 뜨고 마음 다잡는 얼굴위로 난정(E) 내 이 대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면 뱃속의 아이가 태어난다 한들 나와 똑같은 멸시와 천대를 받을 것이야..내 첩년의 자식이라는 족쇄를 두 번다시 대물 림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 몸이 산산히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반드시 이 대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갈 것이다! S#46 동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방 안(밤) 윤원형, 앞에 앉은 윤지임에게 간절하게 말한다. 윤지임 옆에 윤원로가 앉아있다. 윤원형 아버님, 언제까지 난정이를 저리 내버려 두실 작정이시옵니까? 윤지임 제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윤원형 난정이 뱃속에는 소자의 핏줄이자 아버님 손자가 자라고 있단 말이옵니다! 윤지임 (냉랭하게) 족보에도 오르지 못하는 첩년 의 자식이거늘 누가 내 손자란 말이냐?! 윤원로 암요, 아버님 말씀이 백번 옳사옵니다! 윤원형 (벌떡 일어서며) 좋사옵니다! 아버님과 형님이 아무리 반대를 하시어도 소자의 처자는 소자가 건사하겠사옵니다! 윤지임 원형아, 행여 딴 생각 말거라! 네 닐니리 야를 집안에 한발자국이라도 들이면 내 너와의 부자지정도 끊을 것이이야! 윤원형 아버님, 처자 하나 건사하지 못하는 못난 놈이 장차 어찌 위로는 전하 보필하고 아 래로는 백성들을 위한 정치를 할 수있겠사 옵니까?! 소자는 소자의 길을 걸을 것이옵 니다. (방밖으로 나가버린다) 윤원로 원형아-너 괜한 경거망동 말거라! S#47 동 윤원형 초당 방 안(밤) 김씨, 한손을 이마에 괴고 깊은 생각에 잠겨있는 모습위로 김안로 (84회의 S#9의) 이번에 중전마마와 윤서방 을 구명하는데는 난정이란 계집에게 공이 있었음이야. 앞으로 중전마마와 윤서방이 그애를 애지중지할 것이다. 그리되면 이 집 에서 네 자리는 점점 좁아질게다. 아마 송 곳 꽂을 만큼도 남지 않을지도 모르지. 김씨(E)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 그럴지도.. 배천댁(E) (방밖에서 다급하게) 아씨, 큰일 났사옵 니다. 좀 나와보시옵소서. 김씨 ..? S#48 동 윤원형 초당 마당(밤) 김씨 (방문을 열고 나와보는) 배천댁, 무슨 일인가? 배천댁 나으리께오서 작은 아씨를 집안으로 들이려 하시옵니다. 김씨 뭐라?(대문쪽을 돌아보는) S#49 동 윤원형 대문 앞(밤) 윤원형, 난정 앞에 서있다. 임서방, 대문 앞에 조족등을 밝히고 서있다. 윤원형 부인, 어서 일어나시오! 어서 내집으로 들 어가십시다. 난정 서방님, 아직 아버님의 허락이 계시지 않았 사옵니다. 윤원형 남편이 혼례까지 치룬 안해를 들이는데 허락 이 무슨 소용이요? 차가운 밤기운이 부인과 복중 태아한테 좋지 못할게요. 난정 하오나.. 윤원형 부인은 하늘보다 나를 더 믿는다고 하시지 않으시었소?! 내 부인을 감싸주는 바람막이 가 되어줄것이오! 믿으시구려! 난정(E) (감격스럽게 보는) 예, 믿지요! 소첩, 서방 님의 이런 믿음직하신 결단을 기다리고 있었 사옵니다! 난정 서방님, 소첩 집안에 들어가기 전에 한가지 청이 있사옵니다. 윤원형 말씀해보시구려. 난정 서방님께오선 장차 태어날 소첩의 자식들도 윤씨가문의 떳떳한 자손으로 맞아주시겠다 고 약조를 하시었지요? 윤원형 그렇소! 지금도 그 마음에는 추호도 변함이 없소. 난정 하오면 소첩이 이댁 사당에 참배를 할 수 있게 해주시겠사옵니까? 윤원형 (당황하여) 뭐,뭐요? 사당참배?! 난정 예. 서방님께오서도 결단을 내리시기 어려 우시다는 걸 잘 아옵니다! 감히 첩년 따위 가 사당에 발걸음을 들여놓다니요? 하오나 소첩의 간절한 청이옵니다! 윤원형 (생각하다가 결심한 듯) 좋소! 그리하십시 다! 어차피 정식으로 혼례까지 치룬 부부 인것을요! 난정 (눈물 글썽) 고맙사옵니다! 고맙사옵니다! 윤원형 (난정앞에 등판을 대고) 부인, 업히시구려! 내 부인과 장차 태어날 자식놈을 업고 대문 을 넘고 싶구려! 난정 (고통스럽게 몸을 간신히 일으켜 윤원형에 게 업힌다).. 윤원형 (번쩍 일어서며) 임서방, 뭣하는가?! 대문 을 활짝 열어젖히게! 임서방 예. 나으리.(대문을 활짝 연다) 윤원형 (난정을 업고 대문 안으로 들어간다) 난정 (감격의 눈물을 흘린다) 길상, 멀리서 난정이 대문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고개를 숙인채 몸을 돌려 어둠속으로 사라진다. S#50 동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방안(밤) 윤원로, 윤지임을 보며 말한다. 윤원로 아버님, 원형이가 첩년을 업어서 대문안 으로 들였답니다. 허어 참, 원형이가 제 정신이 아닌 듯 싶사옵니다! 윤지임 (침통한)... 윤원로 (윤지임 눈치를 살피며) 아버님 참으로 원형이와 부자지정을 끊으실것이옵니까?! 윤지임 (흘기며) 이런 못난 놈! 쯧쯧..(보료위에 등을 돌리고 누워버린다) S#51 동 윤원형 작은 사랑채 방 안(밤) 윤원형, 누워있는 난정에게 이불을 잘 덮어준다. 윤원형 부인, 하루종일 고생이 심했을테니 푹 주무시구려. 내 오늘밤엔 부인 곁을 떠나 지 않고 지켜주리다. 난정 (눈물 글썽)고맙사옵니다..고맙사옵니다 .. 윤원형 ... S#52 동 윤원형 작은 사랑채 방 밖 마당(밤) 방문에 윤원형의 실루엣이 보인다. 김씨 (착잡한 표정으로 방문쪽을 바라보는) ...! S#53 편전 방 안(밤) 중종, 고뇌하는 표정으로 연상위에 놓인 공초문 마지막장을 읽고 있다. 김전과 홍경주, 남곤과 김안로, 윤임과 김제학, 이유청(*)과 판서급 대신들이 앉아있고 윗목에 박승지가 앉아있다. 중종 (공초문을 덮으며) 경들은 이 공초문에 적힌 죄인들의 공술에 추호도 거짓이 없다고 생각하시오?! 김전 전하, 저들은 조정의 정승과 판서들을 모해하고 망극하옵게도 군주까지 범하 고자 했던 대역죄인들이옵니다. 이번 역모의 주모자를 속히 처형하시어 동요 하는 민심을 안정시키시옵고 조정의 기 강을 바로잡으시옵소서! 통촉하여 주시 옵소서! 일동 (조아리며)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중종 (신료들의 보다가) 승지는 들으라! 박승지 예.전하. 중종 이번 역모의 주모자인 안처겸과 이정숙, 황현과 안형. 안처근, 신석, 윤세영, 이성간에게 모반대역죄를 물어 처형하라! 또한 연좌된 죄인 안처겸의 아비 안당, 이정숙의 아들 이함, 황현의 아비 황극창 을 교형에 처하라! 죄인 이학년을 능지처 참하고 화림수 이귀를 처참하라...김정과 기준은 공한 지방에 안치시키라!.. 일동 (중종의 처결위로 각자의 얼굴에 승자의 미소가 번진다) S#54 어느 길(낮) 안당, 안처겸 부자와 의금부에 갇혀있던 선비들이 봉두난발에 핏자국으로 얼룩진 모습으로 굴비처럼 엮어 형장으로 끌려가고 있다. 금부도사와 금부군졸들이 삼엄하게 경계를 펼치는 가운데 구경꾼들이 무표정하게 보거나 혀를 찬다. 구경꾼들속에 갖바치의 모습이 보인다. 정광필, 안당과 안타까운 시선을 교환한다. 파릉군, 굳은 표정으로 안당일행의 모습을 보다가 장탄식을 내쉬는데 천서방, 파릉군쪽으로 다가와 귀에다 뭐라고 (*궐에서 사람이 나왔습니다요 정도) 속삭인다. 파릉군, 끄덕이며 천서방을 거느리고 어디론가 간다. S#55 대궐 일각 파릉군, 수심에 잠겨 걸어오는데 난정(E) (뒷편에서)파릉군대감 아니시옵니까? 파릉군, 돌아보면 화려한 당의를 입은 난정, 반갑게 걸어온다. 난정의 뒤편으로 윤원형의 모습이 보인다. 난정 파릉군 대감, 참으로 오랜만에 뵙겠 사옵니다. 파릉군 (난정을 보며) 부인께오서 이사람을 아시는지요? 난정 대감, 잊으시었사옵니까? 소첩 난정이 옵니다! 파릉군 ..난정이, 난정이라? 난정 도총관대감의 서출이라면 기억하시겠 는지요? 파릉군 (놀라 다시 보며) 아,아니 허면 네가? 난정 예, 소첩 정난정이옵니다. 난정, 파릉군을 보며 활짝 웃는 얼굴에서 스톱모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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