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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에게 애인이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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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점

         (시내의 대형서점.
         직장인들과 학생들로 붐비는 모습속에 은재가 보인다.
         책을 꺼내어 펼쳐보기도  하고 수첩에다 메모를 하기도
         한다.
         책 두권을 팔에 끼는 은재.
         내려놓는 케익상자와 서류봉투를 들고 카운터로 간다.
         서있는 은재에게로 카메라 다가가면--
         카운터에 책을 내려놓으며  옆으로 다가서는 진우 나타
         난다.
         시선을 느끼며 고개를 돌려 힐끔 진우를 보는 은재.
         계산을 끝낸 책과 케익상자를 들고 몇걸음 나아간다.
         어깨를 가볍게 치는 손에  돌아보면, 진우가 서류봉투를
         내민다.)

은재     이런! (받으며)고마워요.
진우     저도 가끔 그래요.

         (계산을 마치는 진우. 서둘러  은재의 뒤를 따라 서점을
         빠져나간다.)


2.        서점입구

         (은재의 뒤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는  진우. 가
          까이 한계단 올라서며,)

진우     전에 만난적이 있지요?
은재     네?
진우     한번 본적이 있어요.
은재     (생각하며) 여기 자주 오시나보죠?
진우     앞으로 그래야 겠어요.
은재     (알았다는듯)엑스포 였죠. 홍보물을 맡았었어요.
진우     그땐 여기 없었어요. 직장이 근처인가요?
은재     아니예요.
진우     차한잔 할 수 있어요?
은재     엑스포가 아니라면 됐어요. 오늘은 많이 마셨어요.
진우     (엑스컬레이터를 다 올라와)어디로 가세요.
은재     이쪽이요. 우린 잘못봤나봐요.
진우      (돌아서 가는 은재에게)잠깐만요. 제비꽃  알죠. 투명한
          보라색이요. 그 옷을 입고 있었어요.
은재     (부정하듯)미안해요. 기억에 없어요.

         (은재와 진우, 더이상 말없이 서로 헤어진다.)


3.        은재의 집

         (거실.
         민아, 케익상자를 풀르고 있다.)

         (침실.
         실내복으로 갈아입는 은재. 외출복을  옷걸이에 걸어 옷
         장안으로 넣는다.
         문을 닫고 돌아서려다, 다시 문을 열어  옷장에 걸린 옷
         들을 살펴본다.
         서랍을 열어 안입는  옷들을 뒤져보다가 보라색 투피스
         를 발견한다.
         결혼전에 입었던 보라색 옷을 꺼내드는 은재.)

         (뚜껑을 여는 민아. 생일케익이 나타난다.
         케익위의 장미꽃 초코렛이  먹고 싶은듯 만지작 거리다
         가 방으로 다가가면, 옷을 들고 서있는 은재를 발견
         한다.
         민아의 시야로-
         생각하듯 머리를 쓸어넘기는 은재의 얼굴이 나타난다.
         카메라 아래로 내려오면서 은재가 들고 있는 보라색 옷
         이 화면을 덮으면, 그 위로 타이틀 "엄마에게 애인이
         생겼어요" 떠오른다.)


4.        동(밤. 타이틀백)

         (캠코더 화면으로-
         민아의 방.
         민아의 솜씨로 그린  그림들이 여러장 벽에 걸려  있다.
         작은 책상, 유치원 학습 계획표,  인형들, 침대, 창가의
         화분, 붙박이장 등이 보여지고, 베란다의 다양한 화초들이
         나타난다.)
민아     (나레이션)오늘은 새집으로 이사와서 처음 맞는  내 생
         일이다. 내 방엔 옷장도 있고 침대도 있고 베란다도
         있다. 창가에 화분은 아빠가 만들어 주셨다.
         아빠는 화초 키우는걸  좋아한다. 내가 어른이 되면  아
         빠는 꽃집을 차릴게 틀림없다.

         (작업실.
         책상앞에서 스케치하는 은재가 다가오는 캠코더를 보고
         활짝 웃어준다.
         물감, 원고, 벽에 붙어놓는 동물캐릭터,  책장 한켠의 오
         래된 카세트라디오, 마주보며 차를 마실수 있는 테이
         블과 의자가  나타난다.
         벨소리에 일어나 밖으로 나가는 은재가 보인다.)

민아     (나레이션)우리 엄마는 그림을 참 잘 그린다. 전에 살던
         집에서는 뛰어놀다 종종 그림을 망쳐놓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나도 그림을 그릴때면 이방으로  온다.

         (정상화면으로-
         캠코더에서 눈을 떼는 민아.
         은재의 책상위에서 뛰어내려 오다가,  책상위에 놓인 커
         피잔을 건드린다.
         넘어지는 잔에서  커피가 쏟아지며  출판사에서 빌려온
         책을 적신다.)

         (캠코더화면으로-
         열리는 문으로 승환. 선물을 들고 들어온다.)

승환     (캠코더를 보고 웃으며)아직 안자고 있었구나.
은재     (퉁명스럽게)생일인거 몰랐어. 케익 안먹고 기다렸어.
승환     출장준비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그래.

         (정상화면으로-
         캠코더를 내려놓고 달려가는 민아.
         승환의 양손을 잡고 두발로 승환의 가슴을 타고 올라가
         재주를 한바퀴 넘는다.
         다시 캠코더로 달려가는 민아. 집어들려는데,
         은재가 캠코더를 낚아챈다.
         올려 보는  민아 앞으로 젖은  책을 내미는 은재.  기세
         당당하게,)

은재     그만해!
민아     (울음을 터트리며)앙! 오늘은 내꺼야! 앙! 맘대로 갖고
         놀랬잖아!

         (캠코더화면으로-
         침실.
         옷장, 화장대, 침대 등이 보이며-)

민아     (나레이션)이사와서는 엄마하고 자는 날이 많아서 좋다.
         엄마는 내 살이 보드랍단다. 어떤 때는 분명히 저 침
         대에서 잠이 들었는데, 눈을 떠보면 내 방이다. 내가
         신기한 꿈을 꾸었나?...요새는 이런 꿈을 잘 안꾼다.

         (호르간소리로 생일축가 들려온다.)

         (정상화면으로-
         꼬깔모자의 은재, 호르간을 부는  승환옆에서 케익의 촛
         불을 밝힌다.
         바닥에다 캠코더를 고여놓은 민아.
         긴 하품을 하며,  노래 부르는 은재옆으로 다가가  앉는
         다.)

         (캠코더화면으로-
         노래가 끝나면,
         다시 큰숨으로
         린다.
         폭죽이 터지며,
         F.O 되는 화면위로 타이틀 끝난다.)


5.        동(밤)

         (자고있는 민아를  안고서 거실로 나오는  승환. 아이방
          으로 옮겨 눕힌다.)

         (침실.
         침대위 펼쳐진 양복에다  와이셔츠와 넥타이 칼라를 맞
         춰보는 은재.
         선정된 몇 벌의 옷을 트렁크에 집어넣고,  기타 속옷 등
         을 챙긴다.
         서류와 카메라를 들고 들어오는 승환.
         트렁크에 넣으며, 등뒤로 은재를  껴앉아 침대위로 끌어
         올린다.)

은재     왜 이래.
승환     늦었어. 대충 끝내.
은재     기다려. 다 됐어.

         (서둘러 키스를 하는 승환.
         급하게 은재의 쫄쫄이 바지를 내리려 하지만 한 손으로
         는 잘 안된다.
         벨소리에 몸을 빼내어 팔을 뻗은 은재. 수화기를 든다.
         전화 받는 동안-
         승환 쫄쫄이 바지를  벗겨내리려 하고, 은재 못하게  한
         다.)

은재     응. 나야.. 아니, 짐을 싸느라고. 호주로 가. 한달쯤 있는
         데.. 난 괜찮아.. 그래. 바꿀께.

         (겨우 벗겨내리는 승환. 수화기를 받는다.)

승환     (수화기를 막고서)누구?
은재     받아봐.

         (승환에게 벗겨진  바지를 내던지며 침대밑으로 내려가
          는 은재. 마저 짐을 싼다.)

승환      아, 어머님이세요.  안그래도 전화드리려고 했어요. 예.
          조심해야죠.. 그동안 여기 좀 와계세요. 뭐 필요한거
          없으세요. 예. 돌아오는 데로 찾아뵙겠습니다.

         (통화를 끝내는  승환. 바지를 벗고  은재옆으로 내려앉
          으며 껴안는다.)

은재     그만해. 샤워부터 하구 와.
승환     하구 하자.
은재     기분 안나.
승환     한달간 못보는데?
은재     그러니까 확실히 해야지.

         (장면이 바뀌면--
         카메라, 닫혀진 여행용 가방위로  들려오는 거친 숨소리
         를 따라 침대로 올라간다.
         숨소리 멈추며 정지해 있는 승환이 나타난다.
         슬며시 옆으로 내려오는 승환. 큰 숨을 몰아내쉰다.
         체중에 눌려 참고 있던 숨을 내쉬는 은재.
         고개를 돌려  땀에 젖은  승환의 머리카락을  넘기다가,
         불쑥 일어난다.)

은재     (웃옷을 걸치며)손수건을 안챙겼어.






            엄마에게
             애인이
            생겼어요! -2                       강우석프로덕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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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아파트앞(아침)

         (리모콘으로 차문을  열고 시동을 걸어놓는  민아. 차안
          으로 들어간다.
         잠시후 은재와  승환, 그림원고와  여행용 가방을  들고
         다가온다.
         은재, 그림원고를  뒷좌석에 던져놓으며 운전석에  오른
         다.
         승환, 뒤트렁크에 여행용 가방을  집어놓고 차안으로 들
         어간다.
         출발하는 은재의 차.)


7.        유치원앞

         (정차하는 차에서 내리는 민아.  창밖에서 승환 볼에 뽀
         뽀하고 유치원으로 간다.
         안으로 들어가는 민아를 보면서  출발하는 은재.
         라디오 스위치를  돌리면 이숙영의 발랄한   FM대행진
         멘트 나오며 음악 이어진다.
         음악 -  참새의 하루: (송창식)아침이  밝았구나 언제나
         그렇지만 오늘도..)


8.        달리는 은재의 차

         (인서트 - 대로를 지나, 강남 빌딩가로 들어간다.)

         (차안으로 들어가면,)

승환     직원 한명이 사표를 냈어, 뉴질랜드로 이민간대. 이혼까
         지 하고.
은재     양털 깍으러 가는데 누가 따라 가겠어.  나도 시골에서
         는 못살아.
승환     아파트 50평짜리 잡아놓고 중도금 내느라 싸움이 많았나
         봐. 결국 그거 팔아서 가게 됐지만, 소중한 것을 잊
         고 살았대.
은재     중도금 때문에 결혼이 깨지진 않아. 뭔가  다른 이유도
         있었을 거야.


9.        공항터미널

         (리무진 버스에 오르려는 승환에게,)

은재     음식 가리지 말고  잘 먹도록 해. 머리 감을때  샴프로
         하고.
승환     전화할께. 문 함부로 열어 주지마. 갔다 올께.
은재     잘 다녀와.

         (승환, 버스에 오른다.
         은재, 떠나는 버스를 향해 손을 한번 들어보인다.)


10.       출판사 아동교육물 본부(낮)

         (분주한 분위기의 편집부.
         직원 한명이 들어오는 은재를 발견하고 인사를 한다.)

         (책상사이를 지나 디자인실로 들어가는 은재.
         자리에서 돌아보는  팀장과 마주앉은  작가에게 가볍게
         인사를 한다.
         노처녀 지영옆 회의  테이블 의자에 앉는 은재.  커피를
         따라 마신다.)

지영      (전화를 받고 있다)좋아요. 다음주.. 저도  일이 바빠요.
         그래요. 다시 전화해요. (전화를 내려놓고 은재를 반갑
         게 맞는다)
은재     멋져보이는데.. 피부도 좋아진거 같고.
지영     머드팩 좀 했지 뭐.
은재     여자는 못 속이는 법이야.
지영     (순순히)건설회사에 다니는데,  보기보단 순수해. 유머도
         있고 괜찮은 사람 같아.
은재     좋아하는구나.
지영     모르겠어. 나도 이젠 지쳤나좌. 그냥 확 가버릴까봐.
은재     너 눈  높은거 우리 회사가 다 알고 서울 시내가 다 안
         다.
지영     이젠 팍 났췄어. 지금은 발바닥에 붙어 있다구..

         (다가오는  편집부차장. 작은  키의 삽살개같은  인상이
          다.)

은재     안녕하세요.
차장     간만이야 (늘씬한 은재의 다리를 본다)
지영     (쏘듯)뭐하시는 거죠?
차장     (망설이다)언제봐도 잘빠졌단 말이야. 처녀처럼.
지영     (은재에게)코 거러. 성희롱이야.
차장     지영씨 한테는 희롱이지만, 기혼녀에게는 예찬이라구. 억
         울하면 결혼해. 애를 키워봐야 더좋은 아이디어가 나
         오지. 도대체 문제가 뭐야?
은재     결정적일때 결심을 못하는게 문제죠.
차장     일단 저지르고 그 다음에  수습하는 거야. 남자는 다 똑
         같은 거라구.

         (은재, 테이블에  다가와 은재의 그림원고를  보는 팀장
          과 작가와 함께 자리한다.)

팀장     이거 괜찮은데. 색깔이 아주 잘 나왔어요. (원고를 덮는
         다. 비밀스럽게)이번 작업은 씨디타이틀로도 내자는
         데가 있어요.
은재     책하고 같아요?
팀장     아직 결정은 안났지만 그렇게  될거 같아요. 이런 때 뭔
         가 한방 날립시다.
작가     그림만 갖고도 3루타는 될거어요.
은재     문제는 환경에 대한 소중함을 어릴때부터 몸에 배게 만
         드는 건데.. 책도 재미있어야  교육효과가 크다는 거
         죠.
작가     주인공 설정은 남녀아이로 하면 어떨까요? 자연을 망가
         뜨리는건 사람이잖아요.
팀장     동물 중에선 삽살개나  개구리의 선호도가 높게 나왔는
         데.. 지난번에 빌려간 책은 어때요?
은재     두아이의 캐릭터 설정이 좋았어요. 조금 더  보고 드려
         도 되죠?
팀장     편집부하고 회의할 때 넘겨줘요.





      엄마에게
       애인이
      생겼어요!  -3                           강우석프로덕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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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서점 정보실

         (해외서적  구입 신청서를  기입하은 은재.  담당자에게
          갖다 준다.)

담당     (모니터 화면을 본다.).. 항공료까지 7만 2천원 나오는데
          요. (은재앞 데스크로 이동하며)  프랑스에서 오려면 아
          무래도 시간이 걸리겠습니다.
은재      (돈을 내며)급행으로 해주세요. 빌린 책이라 빨리 돌려
          줘야 하거든요.
담당     일단 팩시로 신청해 보겠습니다. 전화 한번 주세요.
은재     부탁할께요. (영수증을 받아 일어난다.)


12.       서점 입구

         (정보실에서 나오는 은재.
         계단을 올라오려다 말고  누군가를 찾듯이 주위를 둘러
         본다.
         진우가 보이지 않는듯 밖으로 나오는 은재.
         자신의 엉뚱한 생각에  실소하듯 미소를 짓고는 계단을
         올라간다.)


13.       은재의 집(다른날 낮)

         (원고위로 남녀아이 캐릭터를 스케치하는 은재.
         뜻대로 잘 안되는지 펜을 내려놓고 커피에 젖어 말라붙
         은 책을 넘겨본다.
         생각하듯 머리를 쓸어넘기는 은재.)


14.       수영장(다른날 낮)

         (시원하게 물살을 가르며 나아가는 은재.
         물밖으로 나와 수영모를 벗으며 의자에 앉은 윤수와 희
         경에게로 간다.)

윤수     (음료수를 마시며)우리 딴데로 옮길까?
은재     (앉으며)뭐가 또 삐졌어?
윤수     여기 코치애들은 영 재미가 없어.
희경     난 귀엽기만 하더라. 지난달에  며칠 안나왔너니 내 생리
         를 기억하는거 있지. (풀을 보며)노인네 봐. 죽어라
         하고 배영만 연습하지.

윤수     나 허우적거릴땐 나타나지도  않더니, 티코하나 챙긴 모
         양이지. 난 놈이야.
희경     참, 수연이 걔 이혼했대.
은재     어머, 그래? 왜 그랬지.
윤수     뻔하지 뭐. 걘 너무 고지식해서 탈이야. 바람 안피우는
         남자가 어딨어? 지인생 살면 되는거지,  미쳤다고 이
         혼하고 있어.
희경     흥분하지마. 누가 너보고 뭐라니.

         (탈의실.
         헤어드라이로 머리를 말리는 은재.  옷장에서 겉옷을 꺼
         내 입는다.
         다리에 로션을 바르는 윤수에게-)

은재     요샌 아이디어도 잘 안떠올라.
윤수     (넘겨집어)몇일이나 됐다고 그래?
은재     (어이없어 하며)그래. 출장간다고 간만에 한번 해봤다.
윤수     요새 그러니, 너?..(진지하게)혼자서도 안하니?
은재     (어이없어 웃는다)
윤수     좀 외로워서 그렇지 필요할 때가 있어. 애정이 식어봐.
         남편 살닿는 것도 싫은데 어떻게 잠을 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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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서점앞

         (거리의 사람들속에서 나타나는  은재와 윤수. 서점으로
         들어간다.)


16.       서점 안

         (주문한 그림책을 들고 정보실에서 나오는 은재.
         책을 고르는 사람들을 살펴보며 외서부로 간다.)

         (윤수, 다가오는 은재에게 회화책을 보여준다.)

윤수     다음달부터 중급반으로 올라가.  저번에 사이판 가서 헤
         멘거 있지.
은재      (책을 고른다)출판사에서도 아이들 회화교재를  내려고
          해.
윤수      우리 회화선생 별명이 뭔줄 알아? 오예선생이야.
은재      (책을 넘겨보듯 안경을 쓰며 주의를  둘러본다)그게 뭔
          데?
윤수
         감정을 넣어서 오, 예! 라고 해. 한번은 연습을 하다가
         웃음을 못참고 강의실에서 뛰어 나왔어. 그게 생각나잖아.
         비디오에서 본게.. (반응이 없는 은재를 보며)몰라?
은재     응?
윤수     (촛점흐린 눈으로 책을 보듯 고개를 숙인다. 흥분된 소리로)
         오, 예!.. 오, 예!.. 오, 예!..

         (윤수의 행동을  알아차린 은재. 옆구리를  치며 주의를
         주지만, 윤수 계속한다.
         책을 보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쏠린다.
         고개를 드는 윤수.  눈에 촛점을 맞추며 당당하게  사람
         들을 둘러보며,)

윤수     Why are you looking at me? You OK?

         (은재와 함께 돌아서는 윤수.  웃음을 참으며 점잖게 자
          리를 뜨자 굵은 안경테의 학생이 다가와 윤수가 내려
          놓은 책을 슬쩍 집는다.)


17.       분수광장

         (사람들이 빙 둘러싸서 만든 마당안으로 춤꾼들이 나와
          현대무용 공연을 하고 있다.
          음악이 흐르는 공연을 뒤로 하고 걸어오는 은재.
          윤수에게 소지품을 맡기고 광장을 가로질러 간다.)

         (여러대의 캔자판기 앞으로 다가가는 은재.
          버튼을  눌러 캔을  꺼내는 사내(진우)옆의  자판기에서
          동전을 꺼낸다.
          캔 두개를 집어드는  진우, 동아서려다 멈칫 은재를  발
          견한다.)

진우     (바라보며)..또 만났어요.
은재     (돌아본다. 놀란듯 반가운 미소가)...
진우     (반가워하며 가볍게 농담하듯)전에 만난적이 있지요?
은재     (웃으며)서점에서요. 직장이 근처신가봐요.
진우     가까워요. 얼마전부터 이쪽으로 오게 됐어요.

         (서로 미소만 지으며 어색하게 바라보는 두사람.
         은재가 자판기에 동전을 넣으려 하자,)

진우      여기서 해봐요. (캔 두개를 보여주며)한번 눌렀는데 캔
          이 두개가 나와요.
은재      그래요? (동전을 넣으며  진우의 손에 든 실론티를 보
          고)이걸로 해야겠네요.

         (버튼을 누르고  캔 떨어지는 소리에  뚜껑을 열어보면,
          한개만 나왔다.)

진우     (캔을 꺼내주며)고장이 났나봐요.
은재     (웃음을 참지 않고)네?

         (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있는 윤수.
         무료하듯 두리번거리는  시야로 옆의자에 앉은 창세(진
         우 친구)가 보인다.
         마주치자 슬며시 눈길을 돌리는 윤수.
         남자와 함께  캔을 들고오는 은재를  보며 놀라 일어난
         다.
         따라 일어나는  창세. 다가오는  진우에게서 캔을  받는
         다.)

은재     (윤수에게 캔을 건네며 진우에게)친구에요.
진우     (창세를 가리키며)여기도요.

         (창세, 상황을  파악하고 손을 뒤로해  결혼반지를 힘들
         게 빼낸다.
         눈길을 주는 윤수에게 다시 손을 앞으로 내밀며-)

창세     만나게 되서 영광입니다.
윤수     (호감가듯)반가워요.



18.       레스토랑

         (진우, 창세에게 담배와 불을 얻어 핀다.)

창세     저쪽은?
진우     몰라 아직.
창세     독신으로 하는게 낫지 않겠어? (동전의 앞면을 보여준
         다)여기가 독신이다.

         (창세, 동전을 공중으로 올려 낚아챈다.)

         (화장실.
         거울앞에서 입술과 머리를 다듬는 윤수와 은재.)

은재     마음에 드는 사람 있어?
윤수     누구?
은재     아무나.
윤수     너는?
은재     괜찮아, 난.

         (다시 실내.
         은재 등 네사람이 앉은 테이블.
         종업원, 잔을 내려놓고 사라진다.
         창세, 설탕과 프림을  타는 은재와 진우를 보면서  윤수
         를 살핀다.
         윤수가 그냥 커피를 마시자,)

창세     프림을 안타시는군요.
윤수     그냥 마시는게 더 좋아요.
창세     (손에서 슬며시 스푼을 내려놓으며 잔을 집어 그냥 마
         신다) 취향이 같은데요. 커피를 즐기는 만큼 인생은 즐
         거운거죠.
윤수     (창세의 눈길을 피하지 않고 미소로 답한다)..
은재     어떻게 하죠? 난 두스푼이나 넣었는데.
진우     (한스푼 더 넣으며)저도 두스푼입니다.

         (은재와 진우, 조심스럽게 눈을 마주친다.
         관심을 끌어내려는  창세. 윤수의 눈길을 따라  MTV화
         면을 본다.
         바닷가가 내려다보이는  바위에 올라가  온몸으로 노래
         부르는 마이클볼튼이다.)

창세     (자기만 알듯이)마이클볼튼이죠.
윤수     바다 좋아해요?
창세     혼자서라도 달려갈 만큼요.
윤수     전 혼자는 못가요.
창세     항상 남자를 동반했다는 뜻인가요?
윤수     (부정하듯)티비보고 있는게 나요.
창세     그러다 중독되면 티비혼수상태에 빠지게 되죠.
윤수     ?
창세     티비앞에서 일기예보를 보고 있으면서도 날씨를 물어보
         면 모르는 사람이 있어요.
은재     (듣고 있다가)어디선가 비슷한 글을 읽은 적이 있어요.
윤수     나도 봤어.
창세     언제나 좋은친구 주간문화죠. 티비와의 이런 전쟁!
윤수     맞아요.
진우     이 친구가 썼어요.
윤수      (놀라듯)정말  그래요? (은재에게)참 좋았었지.  느낌도
          있고.. 다른건 또 뭐가 있죠? 작가 인가봐요?
창세     직장에 나가요. 기자에요.. 요즘엔 글을 잘 못써요.

         (네사람 주위를 한바퀴를 돌아온 카메라
         윤수와 창세 사이로 서로  시선을 주고 받는 은재와 진
         우가 보인다.)

은재     같이 일을 하세요?
진우     (어떻게 설명할까)..전, 모험적이고 흥미로와요.
은재     뭐가요?
진우     돈을 잘 벌기도 하지만 전문적이라 어렵고 지루하죠.
은재     (궁금해한다)?
진우     운도  많이 따라야해요.
은재     (고개를 젓는다)
진우     (내프킨을 꺼내어 한장씩 나눠주듯)..딜러에요.
은재     (농담인줄 알고 웃어넘긴다)
진우     카드가 아니라 외환을 거래해요. 달러가 쌀 때  사서 비
         쌀 때 팔면 이익이 남으니까요. 회사에서 준 자기몫의
         돈을 가지고 배팅을 하는거죠.
은재     잃으면 어떻해요?
진우     화가나죠. 참을 수  없이 화가 났을때는 남산을  한바퀴
         뛰고 내려온 적이 있어요. 더 얘기하면 지루할 거에요.
         책하고 관계가 있죠?
은재    (따라하듯)글쎄요. 창조적이고 흥미로와요.  일을 하고 돈
        을 못받은 적도 있구요.


19.       동 밖(저녁)

         (은재와 윤수 뒤로 진우와 창세 걸어온다.
         핸드폰이 울리자  걸음을 멈추는  창세. 돌아서  조용히
         통화를 한다.)

창세    응.  나야. 지금 친구 만나고 있어.. (진우에게 오라고 손
        짓한다)정말이야. 당신도 알지,     진우.. 기다려 봐.

         (창세, 수화기를 막고서 진우에게 윙크하며-)

창세     안기부야. 저녁먹고 간다 그래.
진우     (핸드폰을 받고)여보세요. 네, 안녕하세요.. 별일 없어요.
         저녁 먹고 들어 갈겁니다.

         (창세, 저만치 떨어져 서있는  은재와 윤수를 보다가 핸
          드폰을 다시 받는다.)

창세     왜?.. 알았어.. 그래. 걱정마..

         (윤수, 전화를 끊고 다가오는 진우와 창세를 보며,)

윤수     혹시 전화오면 니네집에서 저녁먹고 떠났다 해.
은재     어디 가?
윤수     이런 기회는 자주 있는게 아니야.

         (윤수, 다가오는 진우와 창세 앞으로 한걸음 나아간다.)

윤수     (불쑥)오늘 즐거웠어요. 저 먼저 갈께요.

         (내빼듯이 가는  윤수를 보고 당황해하는  창세. 황급히
 따라가며,)

창세     어디로 가죠? 방향이 같으면 같이 갑시다!


20.       분수광장(밤)

         (사이를 두고 걷는 은재와  진우. 오색등이 켜진 분수대
 로 다가간다.)

은재     전엔 미안했어요.
진우     너무 갑자기라서 당황했죠?
은재     기억력이 참 좋은가봐요. 오래전부터 안입던 옷인데.
진우     그때 모습이 남아있어요.
은재     우리가 서로 아는 사인가요? 전 기억에 없어요.
진우     그럴거에요. 우연히 마주친거 뿐이니까.
은재     알고 싶어요. 어디서 만났는지.
진우     실망하면 어떡하죠.
은재     지나간 일인걸요.

         (바라보는 은재의  얼굴이 (과다노출된듯)  환한 화면으
로 바뀌며-)








             엄마에게
              애인이
             생겼어요! -5
         ------------------                    강우석프로덕션


21       회상(7년 전)

         (사랑의 테마음악 여리게 다가온다.
         뮤직비디오처럼 불연속적인  화면으로 과다노출되어 나
         타난다.
         결혼을 앞둔 은재는 이제  다른 사랑은 없다는 것을 알
         고 자신을 정리할겸 바닷가로 나온 것이고, 사랑을 그리
         워하는 진우는  유학을 앞두고 더이상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할거라는 느낌으로 바닷가를 찾은 상황이다.
         두사람 다 도시의  일상으로부터 훌쩍 떠나온 옷차림이
         다.
         속력을 내어도 빠르지 않은 수인선 협궤열차는 4칸짜리
         미니열차로 서해바다를 끼고 달린다.)

         (구름이 하늘을 가린 서해바다를 배경으로 느릿느릿 협
         궤열차 달린다.
         열차안의 은재. 보라색 옷을 입고 창밖을 보고 있다.
         광주리를 내려놓은  바닥을 둘러앉은 아이들.  가위바위
         보를 하며 손바닥 때리기 놀이를 한다.
         광주리에서 기어나온 작은  게가 은재의 구두위로 올라
         간다.
         살갗에 닿는  감촉에 고개를  돌리는 은재.  기어오르는
         게를 발견하고 놀란다.
         옆에서 놀던  아이 하나가 게를  떼어내 광주리에 담는
         다.
         은재 안도의 미소로, 맞은편에서  바라보는 진우와 마주
         친다.)

진우     (소리)7년전 기억 같아요.
은재     (소리)소래에 간 적이 있어요.  겨울에는 그 옷을 자주
         입었죠.
진우     (소리)아이가 기억나요?
은재     (소리)어떤 아이요?
진우     (소리)기어오르는 게를 떼어주었죠.
은재     (소리)그래요.
진우     (소리)그때 처음 얼굴을 보았어요.

         (열차 조그만 역에 정차하면,
         내리는 은재. 대합실로 다가간다.
         따라가는 진우의 뒷모습.
         대합실로 들어가 열차시간표를 바라보는 은재의 모습이
         창문을 통해 보인다.)

         (은재, 철길을 따라 걷다가 건너간다.
         거리를 두고서 철길을 건너는 진우.)

은재     (소리)우리가 내린 역이 어디였나요?
진우     (소리)당월이었어요. 나중에 알았지만.
은재     (소리)기억이 나요. 왜 거기까지 갔는지.

         (바닷가로 다가가는 은재.
         구두와 스타킹을 벗어놓고 바닷물을 밟는다.
         조그만 언덕에서 내려오는 진우.  벗어놓은 구두를 내려
         다 보다,
         다가오는 은재를 발견하고 황급히 사라진다.)

진우      (소리)아무것도  바라지 않겠다고 떠난 곳에  은재씨가
          있었어요.

         (조그만 마을.
         구멍가게 앞에서 기다리다 안으로 들어가는 진우.
         밖으로 나오는 은재와 옷깃이 스치듯 마주친다.
         은재가 사라지고, 음료수를 하나 들고 나오는 진우.
         은재를 찾아 텅빈 들판을 달려간다.)

은재     (소리)코트를 입고 있었죠.

         (어둠이 밀려오는 대합실안.
         진우, 창밖으로 어둠을 밝히며  들어오는 마지막 열차를
         보고 밖으로 나온다.
         열차에 오르면-
         황혼이 지는 서해바다를  배경으로 느릿느릿 달리는 협
         궤열차.)

진우      (소리)다시 보는  순간 모든게 떠올랐어요. 아름다운건
          잊혀지지 않아요.


22.       분수대(저녁)

         (오색 불빛을 타고 오르는 분수가 떨어져내린다.
         분수대를 지나 광장을 빠져나오는 두사람.
         음악 사라진다.)

은재     소중한 기억이었어요.
진우     내일도 오세요?
은재     아니요. 주로 집에서  일해요. 수요일에는 회의가 있어
         나오지만.. 전 결혼했어요.
진우     그냥.. 점심이라도 같이 하고 싶어요. 수요일 어때요?
은재     ...
진우     딴 뜻은 없어요. 저도 결혼했어요. 열두시에 여기서 만
         나요.
은재     ...
진우     힘들면 지금 결정할 필요는 없어요.
은재     생각해 볼께요.

         (서두르듯 차안으로 들어가는  은재. 헤드라이트를 켜고
         주차장을 빠져나간다.)


23.       은재의 집(밤)

         (플레이어로 들어가는 CD. 음악이 흐른다.
         주방으로 가는 은재. 끓는 물을 부어 커피를 탄다.
         한모금 마시며 음악에  젖어들듯 비내리는 창가로 다가
         가는데,
         전화벨소리 울린다.)

은재     (수화기)나야.  응. 별 일 없어. 지내기가 어때?... 자, 지
         금. 요샌 10시 되면 침대로 가. 그새부쩍 큰거 같아...
         (퉁명스런 표정으로 변하며)지금 비오니까 화초물은  걱정
         안해도 돼.. 다른거 없지? 그래. 끊어.

         (수화기를 내려놓는  은재. 분위기 잡쳤다는  듯이 음악
을 끈다.)


24.       동(아침)

         (화장대앞에 앉은  은재. 스킨로션과 크림을  바르고 있
         다.
         옆에서 따라하는 민아. 크림을 너무 많이  따라 바른 느
         낌이 드는지,
         은재처럼 솜같은 휴지로 닦아내며 좋아한다.
         화운데이션을 바르는 은재.
         순간적으로 동작을 멈추고 거울속 자신을 들여다 본다.
         내면으로 자신의 행동을 물어보는 모습이다.
         민아, 은재의 눈치를 보며 루즈를 집어온다.
         뚜껑을 열고 입술에 바르며 신이난둣 킥킥댄다.)

민아     내가 더 이쁘다. (가만있는 은재에게)빨리 해.

         (거울을 들여다보는 민아.
         야한 느낌이 드는지 입술을 가리고 깔깔대며 밖으로 나
         간다.
         웃음소리 사라지면,
         화장품을 내려놓는  은재. 멍한  표정으로 거울을  다시
         본다.
         그위로, 어지럽게  차소리와 빠르게  걷는 발자국  소리
         들려오며-)


25.       지하도(낮)

         (뛰듯이 빠르게 걷는 은재.
         단숨에 지하도 계단 오르며 지상으로 나아간다.)






        엄마에게
         애인이
        생겼어요   -6
        ---------

                                      강우석프로덕션


26.       분수대

         (분수대 광장으로 들어서는 은재.
         사람들 사이로 진우를 찾으며 중앙으로 나아간다.
         주위를 둘러보지만, 진우가 보이지 않는다.
         시계를 보며 기다리다 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으로 서성인다.)

         (장면이 바뀌면,
         나무 그늘밑 의자에 앉아있는 은재의 시선으로 광
         장에 모인 사람들이 보인다.
         -회사로 들어가려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넥타이를
          멘 사내.
         -유니폼을 입고  잡담을 하며  아이스크림을 먹는
          여직원.
         -흰 블라우스에 검은  치마를 입고서 악기 가방을
          들고 가는 여자.
         -분수대의 물을 갖고 장난치는 아이들.
         시계를 보는  은재. 더이상 기대감을 갖지  않기로
         하고 일어난다.
         힘없이  발걸음을 옮기는  은재 옆으로, 달려오는
         진우가 보인다.
         은재의 앞을 가로막아서는 진우.
         서로의 얼굴에 반가운 기색이 흐른다.)

진우     (숨을 고르며)많이  기다렸죠. 정말 미안해요. 중요
         한 일이라 도저히 어떻게 빠져나올 수 가 없었어요.
         3천만불짜리 배팅이 걸려 있었어요.
은재     (안심시키듯)저도 늦었어요. 기다리다 간 줄 알았
         어요.
진우     어떡하죠? 같이 식사하고 싶었는데.. (호루라기를
         불며 다가오는 주차 관리인을 보고)다시 들어가
         봐야 해요.
은재     저 때문에 일하다 말고 나왔어요?  (같이 걸으며)
         들어가요. 그냥.
진우     다음엔 반드시 약속을 지키겠어요.  3억불짜리가
         있어도 안하겠어요. 배팅은 은재씨에게 할 겁니다.
은재     그러지 말아요.

         (도로로 가는 은재와 진우.
         주차 관리인에게 사과하는 진우가 차를 타고 떠나면,
         은재, 가벼운 발걸음으로 시원스럽게  물을 내뿜는
         분수대 광장으로 돌아온다.)


27.       거리

         (사람들로 붐비는 도심 한가운데.
         함께 걷는 윤수와 창세의 시야로, 힐끔거리며 지나가는 사람들.)

창세     (어색한듯)야외로 나갈까요?
윤수     시간이 돼요?
창세     (시계를 본다)..
윤수     아무데나 가요. 편한데.

         (창세, 윤수와 어깨가 닿자  의식적으로 약간 간격을 띤다.
         윤수, 다정하게 어깨를 붙이며 가볍게 팔장끼고-)

윤수     어색해 하면 더 의심 받어요.


28.       다른 거리

         (비교적 한산하다.
         다정한 모습으로 쇼우윈도우를 보며 걷는 윤수.
         살짝 집어 끌듯이  창세와 함께 길가에 있는 화랑으로
         들어간다.)


29.       화랑 안

         (여직원 한명이 의자에 앉아 있고, 몇명의 관람객이 그림을
         보고 있다. 관람객쪽으로 다가가려는 창세. 선뜻 윗층 계단으로
         올라가는 윤수를 보며 2층으로 올라간다.)

          계단을 내려가는 관람객. 텅비는 2층 전시실에는 몇개의 벽으로
          나뉘어져 대형 그림들이 걸려 있다. 갑자기 찾아드는 정적에
          아무도 없음을 안다. 윤수, 창세의 허리에 살짝 손을 올려놓으며
          창세의 팔에 가슴을 밀착시킨다. 창세, 다정히 윤수의 어깨를
          껴안는다. 느낌으로 바라보며 안으로 들어가는 두사람.
          벽을 꺽어지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격렬하게 입술을 맞춘다.
          창세의 힘에 밀리며 뒷걸음치는 윤수.
          대형 그림위로 자신의 등이 쾅
          않으며 달아오른다.
          정적을 깨고 계단을 오르는 발소리 들려오기 시작한다.
          떨어지는 두사람.
          아쉬워하듯 다시 키스를 한다.
          큰소리로  고통스럽게 들려오는  발소리에 비로소
          떨어진다.
          꺽어져 들어오는 관람객을  보며 작품을 감상하듯
          돌아서는 두사람.
          마주치지 않게 뒷걸음으로 벽을 돌아 나온다.
          빠져나가며 옷매무새와 입술에  묻은 루즈를 닦아
          낸다.)


30.       진우 회사(저녁)

         (인서트 - 불이 밝혀있는 건물 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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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동 자금부(저녁)

         (외환딜러룸.)
         책상위 3대의 단말기를  통해 세계 각국의 외환시
         세와 정보가 한눈에 들어온다.
         키보드를 두드리며 나타나는  정보를 분석하는 진
         우.
         중요한 정보를  접하듯 달러 매매를 결정하는  0.5
         초의 싸움을 시작한다.
         철저한 승부근성으로 매달리는 진우.  순간적인 판
         단으로 배팅을 한다.
         주문을 마치자, 떨쳐버리듯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
         위 서류를 집어든다.
         서류를 넘겨보며 사무실을 가로지르는  진우. 안으
         로 들어간다.)

         (책상위의 단말기를  끄는 부장,  서류를 내려놓은
         진우에게 앉으라고 한다.)

부장     (서류를 보며 담배를  피워문다)..노무라에서는 팔
         고 있단 말이야.
진우     전 노무라 직원이 아닙니다.
부장     일본이 언제까지 버틸거 같아?
진우     미국에서 엄포만 놓지 행동으로는 움직이질 못해
         요. 공격을 한다 해도 FRB(미연방은행) 가 곧바
         로 휴전하러 들어갈 것 같습니다.
부장     (일어나 양복웃도리를 걸치며)같이 나갈까?
진우     아직 한일꺼 500 잡아줄께 남았습니다.
부장     다음에 술한잔 사는 거야. 외국으로 가지 않겠어?
진우     ?
부장     매니저급이 될만한 사람을 보내달라고 해서 자네
         를 추천했으면 해.
진우     (선뜻 좋아하는 표정이 아니다)..런던입니까?
부장     그래.  다른 나라에서도 내노라하는 딜러  몇명이
         올꺼야. 멋지게 한판 붙어보라구.  뭘 생각하는
         거야?
진우     (속마음을 감추며)뜻밖이라서요.
부장     먼저 승낙하고 생각해도 돼. 다른건 걱정말고. 와
         이프도 같이 갈 수 있으니까.
진우     언제까지 결정해야 하죠?
부장     배팅할 때 자네처럼 해. 나라면  당장에라도 가겠
         다고 하겠어.

         (부장과 함께 나오는 진우. 자리로 돌아온다.
         책상위로 손을  집고 단말기를 보다가, 창가로  다
         가간다.
         도로를 메운 자동차의 불빛이 아련히 다가온다.)


32.       출판사(낮)

         (회의실에서 나오는 은재 등  팀원들. 복도를 걸어
          온다. 삽살개 같은 편집차장, 은재를 돌아보며-)

차장     간만에 식사나 같이 할까?
은재     다음에 해요. 가야할 데가 있어요.
차장     오늘은 보신탕 아니야.
지영     (기어들며)차장님은 그거 좀 먹지 말아요! 그거같
         이 보인단 말이에요!

         (따라오던 사람들, 웃음을 터뜨린다.)


33.       빌딩가

         (은재, 바쁜 걸음으로 어디론가 가고 있다.
         건널목을 건너면,  은재 앞으로 기다리던 진우  다
         가온다.)

은재     많이 늦었죠?
진우     여기가 너무 멀지요.
은재     아니에요. 회의를 하다 나왔어요.


34.       패스트후드점

         (은재와 진우, 안으로 들어온다.
         주문하는 진우, 샐러드박스로 가 야채를 담는다.
         기다리는 은재. 소녀가 카운터로  동전을 올려놓는
         모습을 본다.
         여종업원 뭐를 주문할거냐며 이거 갖고는 살게 없
         다고 한다.
         손을 내젖는 소녀. 그냥 가지라는 시늉만 한다.
         여종업원 음식을 쟁반위에  올려놓으며 동전을 밀
         어놓는다.
         바닥으로  떨어지는 동전을  줍는 소녀.  당황한듯
         수화로 메모지를 달라고 한다.
         답답한 여종업원.  장난하는데가 아니라며  가라고
         한다.
         샐러드그릇에 야채를 담아오는 진우.  어쩔줄 몰라
         하는 소녀에게 말을 건넨다.)

진우     (수화가 자막으로)내가 얘기해줄께.
소녀     (안도의 한숨을 쉰다. 수화를 하지만)...
진우     (잘못알아 들은 표정으로 수화를 한다. 자막으로)
         천천히 해봐.
소녀     (수화가 자막으로)햄버거 2개 샀는데  3백원을 더
         거실러 받았어요.
진우     (알아듣고서 여종업원에게 동전을 준다)거스름돈
         더 받았다고 갖고 왔어요.
여종업원 (잘못을 알고)미안해. 언니가 바뻐서 그랬어.
진우     (수화가 자막으로)착한 마음을 가졌구나.
소녀     (수화가 자막으로)고마워요.

         (소녀와 헤어지는  진우. 은재와 함께  2층으로 올
          라가 자리를 잡는다.
          먹을 생각은 않고 계속 대단하다는 표정으로 진우
          만 바라보는 은재.)

진우     들어요.
은재     (바라만 본다)..
진우     (수화를 한다)..
은재     무슨 뜻이죠?
진우     사람들이 우릴 이상하게 봐요.
은재     (주위를 둘러보며, 먹기 시작한다)언제 배웠어요?
진우     몇마디 못해요. 써클에서  봉사활동하면서 배운거
         에요. 더 묻고 싶은거 있어요?
은재     (바라보다)지난번 3천만불건이요.
진우     재수가 좋았어요.
은재     그런걸 믿어요?
진우     은재씨 만나는 날엔 무조건 사야겠어요.

         (마주보며 미소짓는 두사람.)


35.       고층빌딩사이 휴식공간

         (벤치에 앉아있는 은재와 진우.)

진우      우린 유학을 가서 만났어요, 서로  외로워서 그런
          지 6개월만에 결혼했어요. 같이 공부하고 있었
          으니까 아이를 갖겠다는 생각은 없었죠. 그런데 아이가
          생긴거에요. 괴로왔지만 수술을 해야만 했죠. 직장
          을 갖고 나서  아이를 가지려 했지만, 아직 없어요. (시계를
          보며 일어난다)너무 제 얘기만 했지요?
은재      (걸으며)부인이 멋진 분일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진우      왜 그렇게 생각하죠? 은재씨를 보면 남편이 대단
          한 분 같아요.
은재      아니에요. 그냥 제약회사에 다녀요. 연구소에서 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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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백화점(저녁)

         (식품부.
         계산를 마치는 윤수. 밀대를 밀면서 빠져나온다.
         앞서가던 은재. 벽에 붙은 거울을  잠시 들여다 보
         다, 다가오는 윤수와 나란히 밀대를  밀며 걷는다.)

은재     나 머리 파마할까?
윤수     그대로 가. 그래야 너 같애.


37.       극장 안(낮)

         (스크린을 바라보는 은재와 진우. 미소짓는다.
         영사기 불빛이 지나가는 주위 어둠속에서 크게 웃
         음을 터트리는 소리 들려온다.
         스크린에 나타나는 영화의 한장면.
         은재, 참던 웃음을 터트리면서 진우쪽으로 자세를
         바꾼다.
         웃음의 열기가 한차례 지나가면서 가까이 팔을 붙
         이는 은재와 진우.
         엄숙해지는 극장안에 삐삐소리가 울린다.
         양복 웃주머니에서 삐삐의  전화번호를 확인하는
         진우. 은재에게 속삭이고 자리에서 빠져나온다.)


38.       동 복도

         (문을 열고 나오는 은재.
         수화기를 내려놓고 돌아서는 진우에게로 간다.)

진우     미안해요.
은재     들어가 봐야돼죠.
진우     마저 보고 와요. 나중에 얘기 들을께요.
은재     다음에 한번 더 보기로 하고 같이 나가요.


39.       밖의 거리

         (진우, 은재와 함께 걸으며-)

진우    뉴욕에서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친구가 있어요. 절
        대적으로 중요한 정보가 있으면 밤 2,3시에도
        연락을 받고 회사로 달려가죠. 나중에 신문을 보면 그
        기사가 나와있어요.

         (소매없는 흰색 미니 원피스를 입은 '하이트' 걸이
         은재 앞으로 불쑥 맥주가 담긴 종이컵을 내밀며
          "드시고 가세요"라고 한다.
         종이컵을 들고  맥주 시음대로 비켜서는 은재.  마
         시는 진우를 보며 단숨에 종이컵을 비운다.
         진우를 보다 가볍게 트림이 나오는 은재.  손으로
         입을 막으며 어쩔줄 몰라한다.)

은재     너무 빨리 마셨나봐요.
진우     그래요. (거짓으로 트림을 한다.  은재가 웃자)..천
         천히 한번 마셔봐요.

         (다시 종이컵  두개를 들고  오는 진우.  은재에게
          하나를 준다.
          신중하게 한모금씩 들이키는 은재.)

진우     어때요?
은재     (달아오르는 얼굴로)괜찮아요. 좋아요.

         (시간을 두고 종이컵을 비운  은재. 몇걸음 떨어진
          쓰레기통으로 종이컵을 던진다.
          외벽에 맞고 나오는 종이컵을 집어 다시 넣는 진
          우. 빠른 걸음으로 은재를 따라가며,)

진우     괜찮겠어요?
은재     (고개만 까딱인다)


40.       올림픽대로

         (도심을 벗어나는 윤수차 안에서 본-
         시원스럽게 뻗은 도로 갓길에 비상등을 켜놓고 정
         차한 창세차가 보인다.
         속도를 늦추는 윤수차에서  깜빡이를 켜며 지나가
         자, 급출발하는 창세.  속력을 내어 윤수차 뒤로  따라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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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교외 잔디밭

         (하늘엔 연이 떠있고 강이 흐르고 신이난 개가 이
         리저리 뛰어다니는 한적한 잔디밭이다.
         자리를 깔고 마주보며 누운 윤수와 창세.
         창세의 손이  슬며시 윤수의  옷을 헤집고 들어가
         가슴을 만진다.
         바라보는 윤수.
         창세의 손이  빠지자, 슬며시 창세의 옷을  헤집고
         들어가 가슴을 만진다.
         은근한 눈길을 던지는 창세.
         얼굴을 내려  윤수의 가슴으로  입술을 갖다 대는
         데, 갑자기 혼자 웃기 시작하는 윤수. 일어나 앉는다.
         창세, 고개도  못들고 웃는 윤수가 이상한듯  일어
         난다.)

창세     어디 아파?
윤수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젓는다)..아니.
창세     체한 사람 같다.
윤수     (창세가 건네는  캔커피를 마시며 한숨 돌리고)..동
         물농장에서 수탉이 암탉을 막 쪼고 있었어. 하
         도 안돼 보였는지 옆집 사는 암탉이 와서 왜 그렇게
         수탉한테 당하고만 있냐고 물으니까 그 암탉이 그랬다
         는 거야. 한번 울어 봐.
창세     (우는 흉내로)고고댁 고고.
윤수     맞을 짓을 했슈. 지가 글씨 오리알을 낳았슈.

         (창세, 의미를  생각하다가 "오리알!" 하며  배꼽잡
         듯 폭소를 터트리며, 바닥에 쓰러진다.
         웃음을 참지 못하겠다는듯  바닥을 구르다가 겨우
         진정하는 창세.
         "꽉 꽉" 소리를 내며,  오리처럼 바닥을 기어 윤수
         에게로 간다.
         윤수의 다리 사이로 얼굴을 파묻는 창세.
         "꽉- 꽉-" 대며 치마속으로 머리를 들어올린다.
         간지러워 미치겠다는 윤수. 발버둥을  치며 창세에
         게서 벗어난다.
         넘어지는 창세. 다시 일어나 앉아,
         깔깔대는 윤수의  배위로 "꽉- 꽉-"  대며 다가온
         다.)


42.       별장 호텔방

         (침실.
          시트속에서 빠져나오는  윤수위로 "꽉" 소리 들리
          며 창세 빠져나온다.
          창세 위로  올라가는 윤수. 다시 시트속으로  들어
          간다.
          들려오는 "꽉-" 소리에 낄낄대는  창세. 속으로 따
          라 들어간다.)

          (잠시 뒤척이다 시트속에서 서로 섬세하게 애무하
           는 두사람.
          격하게 달아오른 모습이 시트 밖으로 빠져나온다.)

         (거친 숨소리 멈추며 절정에 달하는 두사람.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다.
         땀으로 범벅된 얼굴을 돌리며 큰 숨을 몰아내쉬는
         창세. 내려오려고 하자, 윤수 창세를 꼭 끌어앉는다.)

윤수     (가늘게)그대로 있어줘.

         (창세, 그대로 윤수의 얼굴을 소중하게 애무한다.
         아주 천천히  절정에서 깨어나면서  눈을 뜨는 윤
         수.
         더없는 행복감으로 창세 얼굴의 땀을 닦아내린다.)

         (침대에서 내려오는 카메라-
         벗어던진 옷들을 천천히 따라가면,
         옷을 챙겨드는 두사람 성급히 옷을 입는다.)

         (창세, 화장대 앞에 앉는 윤수뒤를 따라가며 브라
          우스의 단추를 채워준다.)

창세     어땠어?
윤수     (귀걸이를 한다)남자들은 몰라야 더 충실해져.
창세     비밀이 많은 여자야.

         (웃옷을  입는 창세.  안주머니에서  월간계획표를
          꺼내 윤수에게 준다.)

창세     이번달 스케줄이야. 표시한 날은 언제든지 좋아.
윤수     (머리를 단정하게  다듬으며)점심이라도 같이 먹고
         싶어.
창세     헬스가는 시간이 제일 안전해.

         (윤수, 삐져나온 창세의 옷깃을 단정히 해준다.
         핸드폰  벨소리가 들리자  창세, 황급히  핸드폰을
         꺼내들고 화장실로 달려간다.
         시계를 보는 윤수. 전화 다이얼을 누른다.)

윤수     (수화기)나에요. 일찍  들어 왔네요. 은재집에 갔었
         어요. 남편하고 사이가 안좋나봐요.  지금 가는
         길이에요. 저녁은요. (신경질적으로)또  어딜 나간다는 거죠.
         알았어요.

         (수화기를 내려놓는 윤수.
         방안을 둘러보다 가방에서 작은 약병을 꺼낸다.
         물을 따라 약을 먹고나서 라디오를 켠다.
         우울한 느낌의 음악 흐른다.
         화장실 문을 열고 울상을 지으며 나오는 창세.)

창세     난리났다.
윤수     ?
창세     (핸드폰을 넣으며)끊으려는데  음악이 조금 들어갔
         을 거야.
윤수     (미안한듯)혼선이 됐다 그래. 미안해.
창세     이런 모습을 보여서 내가 미안하다.  의심이 보통
         이 아니거든.. (휴대폰을 가리키며)이걸 놓고 가
         거나 안받는 날이면 밤새 고문을 당하니까.  다른 여자들
         만나지 않으면 그 스트 레스에서 벗어날 수가 없어.
윤수     (알약을 주며)이거 먹어 봐.
창세     (바라본다)
윤수     우울한 기분에서 벗어날 수 있어.
창세     (받아 물과 함께 먹는다)
윤수     나도 그런 스트레스  좀 받고 싶어. 서로 무관심한
         것 보단, 미칠 만큼의 관심이라도 있는게 나아.
창세     모르니까 하는 소리야.
윤수     (방을 나오며)다른 여자 많아?
창세     애들이야. 하룻짜리 여자. (윤수 치마의 지퍼부분
         이 앞으로 가있는 것을 옆으로 돌려준다)네 앞에선
         모든게 솔직해져.


43.       동 앞(저녁 무렵)

         (어둠이 다가오면서  주홍불빛의 등  밝기를 더한
         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는 두사람.  각자의 차를 몰
         고 사라진다.)


44.       길가(낮)

         (정차해 있는 은재의 차안으로 들어가면,
         민아, 혼자서 심심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먹다 남은 아이스크림이 녹아  흘러내리자, 앞자리
         로 건너온다.
         답답한 마음으로 크락션을 눌러 소리를 낸다.)


45.       커피전문점(낮)

         (마주 앉은 은재와 진우.)

은재     비디오 카메라를  보물처럼 소중하게 여겨요. 찍고
         있을땐 누구도 빼앗지 못해요.
진우     욕심이 많은가봐요.
은재     그 또래는 다  그래요. 자기 물건에 대한 소유욕이
         대단하죠. 미안해요. 아이를 맡기려고 했는데.
진우     같이 갈까요?
은재     예약한 거죠?
진우     그래야 들어가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요리도 있을
         거에요.
은재     (자신없다)그냥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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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동 밖

         (힘없이 밖으로 나오는 두사람.)

은재     전화해요. 예약 취소해야죠.
진우     가면서 할께요.
은재     다음엔 이런일 없을거에요.

         (헤어지려는 진우의 사이로,
         은재 뒤로  다가와 치마를  잡아끄는 민아가 보인
         다.
         심통이 오른 민아를 발견하고 은재, 당황한다.)

민아     (치마를 끌며 짜증낸다)왜 이렇게 늦은 거야!
은재     (난처하다)많이 기다렸지. 가자. 인사하고, 엄마 친
         구야.
진우     (멋적게)안녕!
민아     (쑥스러운듯 외면한채 더욱 세게 치마만 끈다)..
은재     인사해야지.
민아     나뻣다!
은재     (다그치듯)빨리!
민아     (복받치는 서러움으로 울먹인다)...

         (치마를 놓는 민아. "으왕!" 소리내어 울면서  뒤돌
         아간다.
         당황한  진우. 어쩔줄  몰라하는 은재를  뒤로하고
         민아에게 달려간다.)


47.       은재의 집(밤)

         (침실 문밖에서 고개를 내미는  민아. 방안을 살펴
         본다.
         옷 갈아입는 은재가  상체 벗는 것을 발견하고 캠
         코더를 들고 살며시 다가간다.
         상체를 벗은채 민아를 발견하는 은재.)

         (캠코더 화면으로-
         놀라는 은재가 가슴을 가리며,)

은재     뭐하는 거야!

         (까르르 민아의 웃음소리.
         캠코더 계속 은재에게 다가간다.
         도망가는 은재를  향해 캠코더 다가서면, 은재  다
         시 뒤돌아 도망간다.)

은재     저리 가지 못해! 너, 엄마 화낼거다! 진짜야!

         (침대로 엎드리는 은재. 이불로 몸을 감는다.)

         (정상화면으로-
         일어나는  은재를 보며,  민아 캠코더를  뒤로하고
         도망간다.
         이불로 몸을 싸고 따라가는 은재.)

은재     이리 와봐!

         (까르르 도망가는 민아와 잡으려는 은재의 모습에
         서-)

민아     (나레이션)오늘은.


48.       서울랜드(낮-밤/ 회상)

         (달려가는 코끼리열차의  시야로 놀이광장 가까이
         다가온다.)

         (목마타는 민아가 지나가자,
         기다리고 있는 은재와 진우, 손을 들어준다.)

         (입체 안경을 쓰고 가상현실을  체험하는 은재, 진
         우, 민아의 모습 등.
         그 위로-)

민아      (나레이션)외할머니 집에 가지 않고  엄마 회사
          에서 그림 그리는 아저씨와 함께  놀았다. 그림
          아저씨는 아이가 없어서  그런지 잘 놀지는 못했지만,
          엄마 와 함께 재미있어 했다.

         (햇빛광장. 밤,
         가면 디스코 파티가 한창이다.
         친구, 연인과 함께 온 젊은 남녀. 제각기 개성있는
         춤들을 마음껏 뽐낸다.
         아이와 함께 온 젊은 부부들도 흥겹게 춤을 춘다.
         아롱이 다롱이 캐리커쳐인형과  춤을 추는 아이들
         속으로 민아도 보인다.
         주위  파라솔에  앉은  은재와  진우.  리메이크된
         "Falling in Love"를 들으며,)

진우     이 음악 어때요?
은재     (주의 깊게 들으며)경쾌해요.
진우     전에는 이렇지가 않았어요.
은재     가사는 그대론데.. 격렬하게 바뀌었어요.
진우     가까이 가서 들을까요?

         (미소짓는 은재를  바라보며 진우,  캔맥주를 마신
          다.
         캔을 놓는 손이 테이블 위 은재의 손 가까이 위치
         한다.
         진우, 살짝 움직여 은재의 손위를 덮는다.
         진우를 바라보는  은재. 음악을 듣듯이 다시  앞을
         바라본다.
         민아와 함께 나타나는 아롱이 캐리커쳐가 손을 푸
         는 은재와 진우를 일으켜 세운다.
         아롱이에 떠밀려 무대로 들어가는 두사람.
         이미 흥이 오른  민아의 율동을 보며 가볍게 몸을
         흔든다.
         춤으로 함께 어울리는 세사람.
         민아 신이나자,  춤추는 진우를 멈추게 하고  양손
         을 벌리게 한다.
         열걸음쯤 뒤로 가 신발을 벗는  민아. 힘껏 진우를
         향해 달린다.
         진우의 양손을  잡고 두발로  가슴을 타고 올라가
         한바퀴 재주를 넘으며 내려온다.
         주위사람들 박수를 치고, 흥이 절정에 오른다.)


49.       은재의 집(밤/ 현실)

         (       진우의 양손을  잡고 두발로  가슴을 타고 올라가
         한바퀴 재주를 넘으며 내려온다.
         주위사람들 박수를 치고, 흥이 절정에 오른다.)


49.       은재의 집(밤/ 현실)

         (욕실 앞에서 발가벗는 민아.
         문을 열면 욕조에 들어가 있는 은재가 보인다.
         안으로  들어가는 민아.  욕조안 물밖으로  얼굴만
         내밀고서 은재를 바라본다.
         따뜻한 물의 느낌이 전해오면서 포근한 표정이다.)

민아     옷 만들어줘.
읓 은재가 보인다.
         안으로  들어가는 민아.  욕조안 물밖으로  얼굴만
         내밀고서 은재를 바라본다.
         따뜻한 물의 느낌이 전해오면서 포근한 표정이다.)

민아     옷 만들어줘.
은재     그림 아저씨 얘기 안하기다. 약속  안지키면 아빠
         한테 민아 비밀 얘기할 거야.
민아     내 비밀?
은재     (민아의 귀에 대고 소근소근)
민아     (놀라 욕조에서 일어나며)안돼! 알았어!
은재     어떤 옷을 만들어 줄까?
민아     (손가락으로 몸에다 옷을 그린다)이렇게  되고 이
         렇게 되고 이렇게 된거 있지.

         (은재, 흰 비누거품을 만들어  욕조밖에 서있는 민
         아의 맨몸위로 거품을 덮는다.
         목과 팔등의  거품을 잘라내어  옷 모양를 만드는
         은재.
         매끄런 감촉에 민아 자지러진다.)

은재     이 옷 입고 어디 갈거야?
민아     서울랜드.
은재     또?
민아     엄마하고 아빠하고.

         (은재, 웬지 미안한 마음이 든다.)


50.       올림픽대로

         (인서트 -  달려오는 은재의 차위로,  하늘에서 비
         행기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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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달리는 차안

         (운전을 하는  은재의 치마가  허벅지까지 올라가
         있다.
         치마를 내려 무릎을  덮는 손을 따라 올라가면 남
         편 승환이 나타난다.)

은재     좀 탄거 같다.
승환     햇빛이  좋아서 일광욕을 했어. 공해가  없으니까
         좋드라. 별일 없었지.
은재     응. 일이 새로 시작돼서 바뻤어.
승환     거긴 부슬비가 죽여.  손으로 비벼서 내리는 것 같
         아. 그걸 맞으니까 진짜 몸이  촉촉히 젖어오드
         라.


52.       은재의 집(밤)

         (거실.
         엎드려 신문을 보는 승환의 등에 올라간 민아.
         허리를  자근자근 밟아주다,  은재가 들고  나오는
         (승환의)선물을 보고 달려간다.
         바닥에 앉아서 정신없이 상자를 풀러보는 민아.)

         (침실.
         선물상자에서 나오는 잠옷을 펼쳐보는  은재. 한손
         으로 말아쥐며 침대위로 내려놓는다.
         풀어헤쳐진 여행용 가방에서 옷을  정리하다가, 작
         은 케이스를 꺼낸다.
         스프레이를 들고 베란다로  나오는 승환을 발견하
         고,)

은재     주머니에서 나왔어.
승환     (표정을 흐트리지 않고)당신 줄려고 샀어. 샤넬이
          야.
은재     뭐하러 2개씩 사. 이건 잘 안 쓰는데.
승환     (스프레이로 화초에  물을 뿌리며)면세야. (빈말로)
          그동안 당신이 없으니까 잠을 잘 못잤어.


53.       스포츠센터(낮)

         (헬스클럽.
         런닝머신으로 조깅을 하거나  근육운동을 하는 여
         자도 있다.
         열심히 하체운동을 하는 창세가 보인다.)

         (라켓볼장.
         달려드는 진우 공을 받아넘기며,  친구와의 랠리가
         계속된다.)

         (사우나.
         땀을 닦아내는 진우.
         맨손을 가슴에 대고 하체운동만 하는 창세에게,)

진우     다른 운동은 안해?
창세     중요한건 하체운동이야.  다른 근육은 실속이 없다
         고, (옆으로 앉는다. 허세로)어찌나 소리를 지르는지
         혼났다구. 같이 살자고 달라붙는데  어떻게 하지..
         이런날이 올줄 알았어.
진우     (허세를 알고 웃음을 참는다)
창세     내가 뭐 도와줄 일 없어?
진우     필요하면 전화할께.

         (참았던 웃음을 터트리는 진우.)


54.       지하주차장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차에 오르는 윤수.
         서둘러 다리를 안으로  집어넣으려다 문에 스치면
         서 스타킹이 튿어져 나간다.
         드러나는 맨살을  만지는 윤수. 시간이 바쁜듯  차
         문을 닫고 시동을 건다.
         음악이 흐르며 환한 햇살이 비치는 지상으로 올라
         간다.)


55.       거리

         (음악이 계속되는 창세의 차안.
         들뜬 기분으로 썬그라스를 끼고 차를 몰고 간다.
         이상한 느낌이 드는지 방향을 틀면서 백미러를 본
         다.
         따라 도는  승용차형 지프를 발견하고, 차선을  바
         꿔 다시 회전을 한다.
         따라오는 지프,  신호등에 거려 정차한 창세차  뒤
         로 다가선다.
         썬그라스를 벗는 창세. 백미러로 뒷차를 살핀다.
         추적당하고 있음을 직감하고  당황함과 분노가 일
         어난다.
         신호가 떨어지자 헤드라이트를 켜는  창세. 굉음을
         내며 빠른 속도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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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강변로

         (달리는 차안 창세의 시야로- 아스팔트가 빠른 속
         도로 지나간다.
         뒤따라 구르는  지프의 바퀴. 속력을 내어  창세차
         를 따라 붙는다.
         끈질기게 따라붙는 지프를 보며 속력을 늦추는 창
         세. 바깥으로 차선을 바꾼다.
         헤드라이트를  끄는 창세.  느린 속도로  따라붙는
         승용차형 지프에게, 창밖으로 손을  내밀어 먼저
         가라는 싸인을 보낸다.
         반응없이 그대로  따르는 지프를 보며, 창세  포기
         한듯 강변으로 내려간다.)


57.       선착장앞 시민공원

         (정차하는 차안에서 나오는 창세.
         감시하는 지프를 보며 핸드폰의 다이얼을 누른다.)

창세     (수화기에 대고)일찍 왔어. 나도 빠리  가고 싶어.
         (한숨쉬듯)어떤 놈들이 날 미행하고 있어.


58.       호텔방

         (윤수, 침대에 엎드려 전화를  받다가 일어나 앉는
         다.)

윤수     누구 짓이야? 어딘데, 거기?


59.       시민공원
         (지프에서 본 망원경 시야로-
         소리는 들리지 않고 통화하는 창세가 보인다.)


60.       호텔방

윤수      (우울한 모습으로)괜찮아.  그냥 가지, 뭐. 다음에
          만나면 되잖아.. 우린 왜 이 모양이야..  언제 또
          만나지..


61.       시민공원


창세     (결심한듯)가지말고 기다려.. 그러면 안돼. 우린 영
         영 못 만날지도 모르잖아.. 기다리고 있어. 반드시
         가고 말겠어!

         (지프안 시야로-
         통화를 끝내는 창세. 열린 차문을  세게 닫으며 끝
         장내겠다는 폼으로 나아간다.
         중간에 멈춰서,  선팅이 되어 잘 보이지않는  지프
         안을 살피다 돌아선다.
         차로 돌아오는  창세. 문을 열려고 하지만  안으로
         잠겨 열리지 않는다.
         태연한척 주위를  살피는 창세. 갑자기 달리기  시
         작한다.
         지프에서 튀어나오는  두사내. 검은 양복에 흰  와
         이셔츠 차림으로 홀쭉이와 뚱뚱이  같은인상이다.
         난간을 뛰어넘어 자연학습장안 화단으로 들어가는
         창세를 쫓는다.)

         (여러 종류의 꽃들이  만발한 화단 사이로 달려가
         는 창세.
         그리고 홀쭉이 뚱뚱이의 모습.)

         (빨리 탑승해 달라는 안내방송을 들으며 선착장으
         로 뛰어 들어가는 창세.
         유람선 타는 곳으로 달려간다.
         승무원, 유람선  난간의 고리를 채우고 안으로  들
         어간다.
         기적소리를 들으며 최선을 다해 달려가는 창세.
         선착장 끝에서 급하게 멈추며 유람선의 난간을 잡
         으려 하지만, 멀어져만 간다.
         포기하고 돌아서려는 창세.
         이미 쏠려버린 무게 중심을 안으로 집어넣다가 그
         만 물속으로 빠지고 만다.
         달려  들어오는 두사내.  뒤돌아 천천히  구경하듯
         걷는다.
         유람선은 멀어지고 창세, 물속에서  나와 선착장으
         로 기어오른다.)


62.       호텔방
         (창밖으로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내다보던 윤수.
         소파로 돌아와 어깨를 파묻는다.
         케이스에서  (선물로 줄)넥타이를  꺼내어  바라본
         다.)


63.       달리는 지하철안

         (연결칸의 문을 열고 나타나는 창세.
         뒤따르는 두사내도 연결칸을 넘어온다.
         통로를  지나가다 출입문  창가로 기대서는  창세.
         뒤돌아보면,
         두사내, 거리를 두고서 출입문 창가에 서있다.
         열차 승강장으로 들어서자,
         다시 연결칸을  건너는 창세 앞으로, 열차의  문이
         열리면서 사람들 들어온다.
         사람들 사이를  헤지며 나아가는 두사내. 빠른  걸
         음으로 창세를 따라간다.
         돌아보는 창세. 정확히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따
         라오는 두사내를 의식하다, 닫히려는  문사이로
         총알같이 튀어나간다.)


64.       승차장

         (창세 밖으로 나오면, 문이 닫히고 열차 출발한다.
         열차가 가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창세.
         벽에 걸린 거울속으로 홀쭉이 한명이 뒤를 따라오
         고 있음을 발견하고 어깨에 힘이 쭉 빠진다.)


65.       백화점

         (매장.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는 홀쭉이.  찰거머리
         처럼 창세를 따라간다.)

         (화장실.
         세수를 하고 얼굴을 닦아내는 창세.
         지친 모습으로  출입구로 나와, 살짝 밖을  내다보
         며-
         지키고선  홀쭉이에게로 헤어졌던  뚱뚱이 달려온
         다.
         홀쭉이가 뚱뚱이를 돌아보는 틈을 타 맞은편 여자
         화장실로 달려가는 창세.
         문을 열고 들어가 한쪽 벽에 등에 기댄다.
         피로가 몰려오는듯 눈을 감는 창세.
         물소리와 함께  문열고 나가는 소리 들리고  나면,
         고요해진다.
         핸드폰을 꺼내드는 창세. 다이얼을 누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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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호텔방 욕실

         (욕조에 걸터앉아 물을 받는 윤수.
         한손으로 쏟아져 내리는  물을 만져보며 수화기를
         집어든다.)

윤수      어디야?.. 물받고  있어 지금.. 그냥, 집에  가기가
          싫어.. 나도 여기를 떠나지 않을께.. 배고프지 않아?
          (구멍난  스타킹 사이로 손가락을  넣어 종아리를 만진
          다)내 다리를 사랑해? (허벅지  사이로 손을 넣는다)
          내 무릎은?


67.       화장실

         (위에서 본, 변기에 주저앉아  핸드폰을 든 창세의
          모습.)

창세      그래. 네 배를 사랑해.. 네 가슴을 사랑해..  네 어
          깨를 사랑해.. 네 머리카락을 사랑해..


68.       수영장(다른날 낮)

         (벽을 차고 턴 하는 은재.
         시원하게 물살을 가르며 나아간다.
         맞은편 끝을  향해 다가가다  속력을 내지 못하고
         동작을 멈춘다.
         갑자기 힘이 빠져나가는 듯 물속으로 빠져 들어가
         는 은재.
         뒤따르던 윤수. 잠수하여 허우적거리는  은재의 팔
         을 잡는다.
         윤수에게 잡혀  밖으로 나오는 은재. 물안경을  벗
         어제낀다.)

윤수     괜찮아?
은재     (큰 숨을 몰아내쉬고)됐어. 이제.

         (윤수의 팔에서  빠져나오는 은재.  천천히 물밖으
         로 나와 주저앉는다.)

윤수     (따라 나와)의도적이었지?
은재     ...
윤수     (수영코치를 가리키며)저  친구가 뛰어들기를 바란
         거 아냐?
은재     내가 너니.. 갑자기 왜 힘이 빠졌는지 몰라.


69.       2층 커피숍

윤수     눈이 슬퍼 보여서 만나줬는데.. 더이상은 위험해서
         안되겠어. 이제 그만 만날까봐.
은재     우린 그냥 만나고 있어. 감정이  존중되고 있는게
         새로와. 내가 아주 작은 자극만  보내도 기가 막
         히게 반응이 돌아온다.
윤수     손재주가 좋은가 보다.
은재     잠자리하곤 연관짓지마.
윤수     말해봐. 뭐가 문젠지.
은재     (한숨으로)남편에게 잘해주고 싶은데, 그게 안돼서
         그래. 젓가락질하는 거부터.. 매너도 없고. 모든게
         너무 비교가 돼.  남편이 겨우 이거밖에 되지않는  사람이었
         나 생각하면 맥이 풀려. 내가 초라해지고.
윤수     (충고하듯)잊어서는 안될게 있어. 남자들은 어차피
         자기 아내 곁으로 돌아가게 돼있어.
은재     알아. 지금  이선을 허물진 않을거야.. 이대로 가다
         가는 남편하고 살아가는게 두려워질까봐 그래.
윤수     유명 브랜드와 승용차가 해결되잖아.
은재     네 남편처럼 돈을 잘 벌지도 못해.


70.       거리(저녁 무렵)

         (도로 한쪽편으로 긴 연등행렬이 지나가고 있다.
         해가 지면서 연등의 불빛이 빛나기 시작한다.
         길 한쪽편에 서있는 사람들 사이로 연등행렬을 보
         며 걷는 은재와 진우가 보인다.
         사람들을  헤치고 앞으로  나오는 두사람.  도로로
         내려선다.
         스쳐 지나가는 행렬이 보며,)

은재     위로 가면 지하도가 있을 거에요.
진우     따라 해봐요. 옴마니 반메흠.
은재     옴마니 반메흠.
진우     이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소리죠.

         (은재의 손을 잡는 진우, 행렬로 들어가며 "옴마니
         반메흠" 한다.
         따라가는  은재, 연등을  든 사람앞을  빠져나가며
         나직이 "옴마니 반메흠" 한다.
         긴 행렬을 헤치며 역류하듯 반대편으로 가는 두사
         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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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절 입구(저녁)

         (공중에 매달린 연등이  어두워지자 더욱 빛을 발
         한다.
         한복입은 여학생이 은재의 가슴에 꽃을 달아준다.
         연등이 밝혀주는 길을  따라 절을 향해 가는 은재
         와 진우.)

72.       절(저녁)

         (염불소리가 평화롭게 들려오는 앞뜰.
         축제 분위기처럼 오가는 사람들로 붐빈다.
         -향불이 피어오르는 불당안에서 절하는 사람들.
         -석탑아래 촛불을 켜놓고 손바닥을 마주해 절하는
          사람들.
         -연못속에 돌위로 동전을 던지며 소원이 이루어지
          기를 바라는 사람들.
         -신이 난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며 사람들 사이를
          뛰어다닌다.
         앞뜰에 가득히 매달린 연등을 바라보는 은재의 얼
         굴이 불게 물들어온다.
         약수물을 표주박으로 떠서 은재에게 주는 진우.
         은재, 단숨에 들이키고 진우에게 가득 떠준다.
         절 옆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걷는 두사람.)

         (아련해지는 연등불빛 너머 한눈에 시내의 야경이
         들어온다.
         돌다리가 놓인 계곡물을 건너는 두사람.
         은재, 미끄러지면서 앞서가던 진우의 발을 밟는다.
         그 바람에  물속으로 빠지는 진우. 은재를  안전하
         게 잡아준다.
         무릎아래까지 빠져있는 다리를  발견하고 웃는 진
         우를 보며,
         은재 쑥스럽게 웃는다.)

         (계곡주변 돌위에 앉아있는 두사람.
         조그맣게 만든 모닥불위로 젖은 진우의 구두를 말
         리고 있다.
         흐르는 물소리 들려온다.
         달빛에 흐르는 물을 내려다보면서,)

은재     (가볍게)전생에 우리는 뭐였을까요?
진우     (바라본다)...
은재     부부였을지도 몰라요.  서로 죽도록 사랑하면서 살
         다가, 이다음에 다시 태어나면 또  만나자고 맹
         세했을거에요. 그렇지만 죽음이란 망각의  강을 건너면서 사
         랑의 기억을 잃어버린게 된거죠.  그 기억이 가끔씩 살아나면
         몽유병에 걸린 사람처럼 미친듯이 사랑을 찾아 다니는..

         (은재, 어디선가  들은 것  같은 말을  별부담없이
         꺼내고 보니 이상한 감정이 든다.
         진우와 마주치는 눈길을 슬며시 피하는 은재.)

진우     (바라보며)그러다 우리는  다시 만났지만.. 그 기억
         을 찾는데 7년이 걸린거죠.

         (가슴이 뛰기 시작하는 은재.  모닥불보다 더 강렬
          하게 타오르는 내면을 느끼며 일어난다.
         몇발자국 걸어가는 은재. 감정을  억누르며 둘러보
         듯 밤하늘을 올려다 본다.)


73.       거리(밤)

         (쇼우윈도우의 불빛과 지나가는 사람들.
         빠른 걸음으로  걸어오는 은재와 진우. 지하도  앞
         에 이르자-)

은재     건너가서 탈께요. 그만 가세요.
진우     거기까지 바래줄께요.(계단을 내려간다)


74.       지하도(밤)

         (통로를 빠져나가는  사람이 계단을  오르면, 지하
         도 텅빈다.
         나타나는 은재와 진우, 말없이 걸어온다.
         중간쯤에서 멈추는 은재.)

은재     됐어요. 여기가 반이에요.
진우     혼자 갈 수 있겠어요?
은재     여기부턴 혼자 걷고 싶어요.

         (가까이 다가가는 진우. 은재의 팔을 잡는다.
         이러면 안된다고 말하는 눈으로 바라보는 은재.
         한발짝 뒤로 물러난다.
         다가가는 진우.
         은재의 얼굴위로 입을 맞추며 살며시 끌어안는다.
         조심스럽게 느끼듯 잠시 몸을 내맡기는 은재.
         밀듯이 진우에게서 떨어지며, 얼굴도  보지 못하고
         뒤돌아 달려간다.)


75       거리(밤)

         (지하도에서 달려나오는  은재. 도로로  내려가 택
         시를 잡으려 한다.
         차가 보이지 않아 눈앞에 보이는 공중전화 박스로
         달려들어간다.
         수화기를 들고 다이얼을 누르려다 마는 은재.
         서두르듯 다시  밖으로 나와  빠른 걸음으로 길을
         따라 걷는다.
         다가오는 택시를 잡아타고 떠나는 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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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은재의 집(밤)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은재.
         어두운 거실에  불을 켜면, 어질러진 방안이  보인
         다.
         불안한 느낌이  드는 은재. 돌아다니며 불을  켜지
         만 아무도 없다.
         두려움이 마구 밀려오는데, 현관문  소리가 들려온
         다.
         달려가면,  민아를 업고  들어오는 승환을  발견한
         다.)

은재     어떻게 된 거야? 얼마나 놀랐는데.
승환     병원에 갔다 왔어.
은재     (민아방으로 따라 들어가며 놀라)어디 다쳤어?
승환     자리 펴. 갑자기  열이 나서 아줌마가 병원에 데려
         갔대.(민아를 눕힌다.)
은재     (민아의 얼굴을 만진다)많이 아픈 거야?
승환     주사 맞고 열이 조금 내렸어. 기침도 덜하고. (불
         을 끄며)푹 자고 나면 나아질거래.

         (거실로 나오는 승환, 웃옷의 단추를 클른다. 따라
         나오는 은재에게,)

승환     아프니까 엄마만 찾았대.
은재     당신이 민아한테 너무 소홀해서 그래.
승환     (약봉지를 준다)열 안내리면 한번 더 먹이래. (다
         그치듯)어디 갔다 이제 온거야?
은재     (허점을 안보이려고)요새 내가 얼마나  힘든 줄이
         나 알아! 이번건 CD 타이틀도 따로 만들고, 일
         이 너무 커졌다고 말했잖아. 내 말은 듣지도 않는 거지!
승환     늦으면 미리 연락을 하란  얘기야. (허리를 만지며
         화장실로 간다)민아가 불쑥 큰거 같아.. 무거워졌어.

         (민아방으로  들어오는 은재.  누워있는  민아에게
         다가간다.
         자고 있는 민아를 바라보다 이마를 만져본다.
         살며시 눈을 뜨는 민아.

은재     많이 아프니?
민아     (고개를 힘없이 젓는다)
은재     아침에 일어나면 다 나을거야.
민아     주사 맞는데 안울었어.
은재     잘했어.

         (은재, 눈을 감고 민아의 볼에 입을 맞춘다.
         다시 눈을 뜨는 민아.)

은재     미안해. 푹 자.
민아     엄마 입술이 뜨거워.
은재     (민아의 머리를  쓸어 넘겨주며 쑥스럽게 미소로)..
         엄마도 아픈가봐.


77.       메이크업 스쿨(밤)

         (불꺼진 강의실을 지나  원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
         는 진우.
         거울속으로 활동적이고 의욕적으로 보이는 진우부
         인이 나타난다.)

진우     (둘러보며)더 넓어진거 같은데.
부인     장식을  바꿔서 그래. 두고 봐. 머지않아 베스트 완
         으로 끌어오릴테니까. 밖에도 내츄럴하게 바꾸고 싶은데..
         런던으로는 언제 가게 돼?
진우     가고 싶지 않아.
부인     나 때문에 그래? 여기 정리할까?
진우     다른 사람을 보내도 좋다고 얘기했어.
부인     남편 출세 가로막는 여자로 만들지마.  떨어져 있
         어도 당신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갈 수 있으니까.
         (불을 끄고 나오며)분위기있는  와인집이 생겼어.
         한잔 마시고 들어가자.


78.       은재의 집(낮)

         (여러 물감의 색들이 어지럽게 섞이고 있다.
         물감을 섞어 색을 만드는 은재.  그림원고 위로 색
         칠을 한다.
         끝마무리에서 잘못 돌아가는  붓끝이 완성되어 가
         는 그림을 망친다.
         붓을 내려놓는 은재.
         그림원고를 옆으로 밀어놓으며 차를 마신다.
         시계를 보며 일어나 창가로 간다.
         수화기를 집어드는 은재. 다이얼을 누른다.)


79.       건물 1층 로비

         (동상이 세워진 건물 밖에서 본-
         다가오는  진우. 유리벽  안으로 로비에  앉아있는
         은재를 발견한다.
         굳은 표정으로 창밖을 보며 서성이는 은재.
         안으로 들어오는 진우를  발견하고 어색하게 표정
         을 푼다.
         자신감이 없이  뭐라고 얘기하는 은재. 진우를  따라
         엘리베이터로 간다.)


80.       하늘공원

         (도심 전경이 보이는 휴식공간으로 아래층에는 의
         자들이 있고 위층 벽면에는 그림이 걸려 있다.
         아래층으로 내려오는 진우. 불안해  보이는 은재를
         따라 걷다가,)

진우     뭘 좀 마시겠어요?
은재     괜찮아요, 전.. (멈춰선다)여기선 더 잘 보여요.
진우     뭐가요?
은재     모든게 다요. 우리의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도.
진우     키스 때문에 그래요?
은재      내려가야 겠어요.. (결심한듯)이렇게  만날순 없어
요.
진우     (충격으로)..
은재     우린 그냥 7년전에  옷깃을 스쳤을 뿐이에요. 더이상
         보고 싶지 않아요.
진우     ..왜 그런 말을 하죠?
은재     (괴롭게)더이상 일에 지장받고 싶지 않아요. 난 남편하고
         아이가 있다구요.
진우     그렇게 말하지 말아요.
은재     먼저 내려가요. 뒷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요.

         (그냥 서있는 진우를 외면하듯 돌아서는 은재.
         엘리베이터로 돌아가다 2층 계단으로 올라간다.
         그 자리에  서있는 진우. 난간으로 다가오는  은재
         를 발견한다.
         어서 가라는듯 은재가 돌아보면,)

진우     (알아듣기 쉽게 천천히 수화를 한다. 자막으로)6시
         에 서점에서 만나요.

         (수화를 알아듣는 은재. 난간을  잡고 뭐라 말하려
         다 돌아서 멀어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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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출판사(저녁)

         (테이블에 앉아  멍한 눈으로  그림원고를 내려다
         보는 은재.
         그 뒤로 퇴근 분위기 사무실의 모습.)

팀장     (지나가며)같이 나갑시다.
은재     (둘러댄다)전화 기다리고 있어요.
팀장     남편하고 데이트 약속같은데.
은재     예.. 들어가세요.

         (은재, 주위를  둘러보면 컴퓨터 앞에 직원  몇 명
         이 남아있을 뿐 거의 다 빈자리다.
         다시 사무실로 들어오는 지영.  혼자남은 은재에게
         다가온다.)

지영     너한테만 미리 얘기해줄께.
은재     ?
지영     나 결혼해. 전에 말한 남자하고.
은재     사랑하는 거야?
지영     결정적일때 결심한 거야.
은재     축하해.
지영     (나가며)다음주에 보자.

         (혼자남는 은재. 벽에 걸린 시계를 올려다 본다.)


82.       서점(밤)

         (폐점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사람들 거의 빠져나가고, 정리하는  직원들만 부산
         하게 움직인다.
         마지막 기대감으로 텅미는 서점을 둘러보는 진우.)

         (입구의 계단을 걸어오는 진우  뒤로, 매장의 불이
         꺼진다.)


83.       지하철 승강장(밤)

         (정차해 있는  열차안으로 사람들  빽빽히 올라탄다.
         열차안의 사람들을 헤치고  밖으로 빠져나오는 은재.
         출발하는 열차를 뒤로하고 달리기 시작한다.
         사랑의 테마 들려온다.)


84.       서점 앞(밤)

         (오가는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는  진우. 미련이 남
         은듯 서성이다, 사라진다.
         사람들속에서 나타나는 은재. 뛰듯이  계단을 내려
         가다가 닫힌 문을 보고 다시 올라간다.
         안타깝게 주위를 돌아보는 은재 앞으로-
         진우, 사람들 사이를 헤치며 다가온다.
         건물 옆에서 멈춰서는 은재가 떨리는 입을 열려고 하자,
         아무말 하지  말라는듯 진우  손으로 은재의 입을 막는다.
         은재를 껴안는 진우.
         환희로 넘쳐나는 두사람의 얼굴위로-
         사랑의 테마 강렬하게 들려온다.)


84-1.     지하통로

         (통로를 꽉 메우고서 지나가는 사람들.
         역류하듯 그 속을 헤치며 나오는 은재와 진우.)


85.       호텔방(낮)

         (슬며시 문이 열리며 나타나는 윤수.
         돌아서 문을 잠그고 모처럼 만나는 기대감으로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간다.
         걸음을 멈추는 윤수.
         침대에 앉아 다이어리에 무언가 메모하고 있는 창세를
         발견하고 엎드려 살금살금 다가간다.
         머리를 붙여 뒤로 넘기고, 뿔테 안경을 쓰고, 콧수염을
         붙인 창세.
         윤수,  웃음을 터트리며  달려가 창세의  무릎위로
         올라간다.
         깔깔대며 안경과 콧수염을 벗겨낸다.)

         (장면이 바뀌면-
         바닥에 무질서하게 널려져  있는 옷가지들속에 안경과
         콧수염이 보인다.
         카메라 침대위로 올라가면,
         팬티만 걸친 맨몸으로 마주보며 누워있는 두사람.
         머리맡에 놓인 포도를 다정하게 먹여주고 있다.
         퉤 하며 뱉는 창세의 씨가 윤수의 손등에 묻는다.
         털어내는  윤수. 의도적으로  창세의 얼굴에  씨를
         뱉는다.
         킬킬대는 두사람.
         창세, 윤수의 가슴으로 씨를 뱉는다.
         포도를 입에  넣기가 무섭게  서로의 얼굴과 몸에
         씨를 뱉는다.
         달라붙는 포도씨를 보며 서로 깔깔대고 좋아한다.)

윤수     (포도가 바닥나자)없다, 이제.

         (창세, 입을  벌리며 입안  가득 포도씨를  보여준다.)

윤수     (양팔로 얼굴을 가리며)하지마. 따거워!

         (따발총 쏘듯 씨를 뱉어내는 창세.
         윤수의 젖가슴에 달라붙는  씨를 입술로 애무하듯
         떼어내기 시작한다.
         윤수, 느낌이 전해오면서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부드러운 손길로 창세의 얼굴에 묻은 씨를 떼어낸다.
         바라보는 창세.
         다가가 윤수의 얼굴에 남아있는 씨를 입술로 애무
         하다가,
         휴대폰 소리에 동작을 멈춘다.
         괴로워하듯 갑자기 캑캑대는 창세.
         목에서 걸린 씨를 빼내며 일어나 앉는다.)

윤수     (뒤에서 껴안으며)받지마.
창세     (난처해 하면서)금방 올께.

         (핸드폰을 꺼내드는 창세. 화장실로 다가서며,)

창세     나야. (잘게 캑캑댄다)회의하면서 담배를 너무 많이
         피웠나봐.
부인     (소리)개소리 말고 문 열어! 셋 셀동안!

         (하얗게 질리는 창세. 윤수에게 달려온다.)

창세     (핸드폰을 막고)빨리 옷입어!
윤수     (영문을 몰라)...

         (창세가 내려놓는 핸드폰에서 "하나!" 소리 들려온다.
         직감한 윤수.  침대에서 튀어나와 창세를 따라  옷을
         입기 시작한다.
         겉옷을 먼저 입었다 다시 벗고 속옷을 입는다.)

부인     (소리)둘!

         (옷을 다  입은 윤수. 채우지 못한  브라를 뱃속으로
         쑤셔 넣는다.
         창문을 열어보며 숨을만한 곳을 찾아보는 창세.)

윤수     어떡해?

         (창세, 대답대신  두려움으로 허둥대는  윤수의 어깨를
         감싼다.)

부인     (소리)셋!

         (손잡이 딸깍거리며, 문 때리는 소리 들려온다.
         겁먹은 얼굴로 돌아보는  윤수와 창세의 모습위로
-)

부인      (소리)문 열어! 이 더러운 놈아! 나까지 개망신시
          키지 말고 빨리 열여!.. 너 빨리 안나오고 뭐해,
          이년아!..
창세      미안해. 나 때문에.
부인      (소리)빨리 못 열어! 쓰레기같은 놈아! 이지랄 하라
          고 취직시켜주고 차 사줬는지 알아! 넌 이제부터 기자고
          뭐고  없어 주제도 모르는 새끼가 까불고  있어!..
          (문밖의 다른 사람에게 작은 소리로)키  갖고 와.

          (핸드폰에서 더이상 소리 들려오지 않는다.
          맥이  빠지듯 바닥으로  주저앉는 두사람.  침대에
          등을 기댄다.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윤수. 올려 세운  무릎위로
          얼굴을 파묻는다.
          뒤집어 신은 양말을 바로 신는 창세.
          침묵이 흐르다가,)
창세      (울분으로)이런건 아니었어..  (담담해지려 노력한다)
          실망했지? 내가 가진건 아무것도 없었어.. 그러면서
          난 소유물이  되어갔고.. 내 목소리는 아무데도 없었지..
          집에 가면 섹스도 잘  못해. 지금은 기자도 아니야..
          의심하면서부터 나를 광고국으로 옮겼으니까.
윤수      우린 이렇게 끝나는 거야?
창세      ..무슨 색을 좋아하는지도 몰라.
윤수      흰색.
창세      모든 색의 근본이야.. 난 누굴 진심으로 사랑한 적이 없었어.
윤수      나가야지.
창세      집에 연락안해?
윤수      뭐라고.. (슬픔을 애써 참고)잡채 좋아해?
창세      응.
윤수      나 그거 잘 만들어. 한번 만들어 주고 싶었어.

          (손잡이 돌아가는 딸깍소리 들리며, 문이 열린다.
          기세등등한 창세부인.  달려들어 오자마자  창세의
          멱살을 잡아 일으켜 세우며, 거울을  향해 쳐박으러
          달려간다.)

부인      죽고 싶어 환장을 하고 있지!!

          (고개를 떨구고 거울에 부딪히는 창세의 얼굴.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는  윤수의 얼굴위로 와장창
          소리 들려온다.)

          (밤으로 장면이 바뀌면,
          깨어진 거울에서 이동하는 카메라-
          난장판이 된 방안을 훑으며,
          바닥에 태아처럼 오무리고  누운 윤수에게 다가간다.
          헝크러진 머리 사이로 윤수의 멍한 눈이 보인다.
          전화벨소리 계속 울려대면, 카메라  다시 전화기로 이동한다.
          조심스럽게 수화기를 드는 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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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창세집(밤)
         (머리에 붕대를 두른 창세.  침통한 표정으로 말을
         못하다가-)

창세     나야. 할말이  있어.. 많이 생각해  봤는데.. 우리의
         만남은 도서관에서 빌린 책처럼  잠시 일 뿐이야.
         벌써 돌려줬어야  했는데.. 이제 더이상 만나고  싶지
         않아.


87.       호텔방(밤)

윤수      (수화기. 격해지는 감정을 누르며)..이만하게 끝나길
          다행이야.


88.       창세집(밤)

         (의장에 앉아,  통화중인 창세를  내려다보고 있는
         창세부인.
         테이블 위 깨진  유리컵 옆의 양주병을 집어 스트레이트로
         마신다.)

창세     (수화기)..더이상 얘기할 것도 없어. 빨리 제자리를
         찾도록 해.. 들어 가, 집에.

         (수화기를 내려놓는 창세. 앞에  앉은 부인을 한번
         바라본다.)

창세     (외면하고서)..이제 정확히 다 끝났어. 더이상 부끄
         럽게 만들지마.


89.       호텔방(밤)

         (방을 나오는 윤수.
         창세가 남긴  담배 케이스에서  하나 남은 담배를
         피워문다.)

         (거실로 올라오는 윤수.
         유리창에 비친  헝클어진 모습을 보고, 머리를  다
         듬는다.
         생수를 한모금 마시고  길게 말린 재를 생수통 안
         으로 털어넣는 윤수.
         수화기를 들고 전화를 걸려다 만다.
         작은 약병에서 알약을 하나하나 손바닥 위로 올려
         놓고 입안으로 털어놓는다.
         분노를 삭히듯 씹어먹는 윤수.
         삼키려다 주저앉으며 구토를 한다.)


90.       은재의 집(밤)

         (어두운 현관에 불을  켜는 은재. 문을 열면, 승환
         들어온다.)

은재     왜 이렇게 늦었어.
승환     술이 안깨서 노래방에 있다 왔어.
은재     저녁은?
승환     (식탁에 앉아 물을 마시며)조금만 줘.

         (은재, 냉장고에서 찬을 꺼내놓는다.)

은재     어머니가 콘도에 가신대.
승환     회사에서 통화했어.  오시면 카드 드려. 예약됐다 하고.
은재     (앉는다)우린 언제 가지?
승환     이번 주말에 갈까?
은재     벌써 잊었어?
승환     당신 일하러 나가는거  알고 한 소리야. 나도 오랫
         만에 민아 데리고 나가야 겠어.
은재     국 데우니까 천천히 들어.

         (맨밥을 먹는  승환을 미안한  눈으로 보는  은재.
         국을 가지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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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동(낮)

         (침대위로 은재의 옷 몇벌이 널려있다.
         넋나간 사람처럼 의자에 앉아있는 은재의 모습.
         7년전의 보라색 옷을 입고 있다.
         천천히 의자에서 일어나는 은재. 거울로 다가간다.
         거울속으로 나타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생각에
         잠긴다.)


92.       수인선 협궤열차

         (속도를 내도 빠르지 않는 협궤열차.
         검은 구름이 덮힌 하늘 아래로 햇살이 비쳐내리는
         바닷가를 배경으로 달려간다.)


93.       소래역 부근

         (횟집과 유흥시설, 신축 건물이  늘어선 길 한복판
         으로, 찢어진 청바지와  귀걸이, 쭈삣한 머리의 세  젊은
         이가 워크맨에서 나오는 랩을  따라하며 활보한다.
         보라색이 아닌 다른 색 옷으로 나타나는 은재.
         어깨를 맞댄  다정한 모습으로 진우와 걸으며,  변화된
         모습을 본다.)

은재     횟집들이 여기 있었나요?
진우     광주리에 생선을 들고 나온 아줌마들이 고작이었죠.
은재     정말 내가 여기에 왔었나요?
진우     전엔 이러지 않았어요.

         (역을 벗어나 조그만  선착장 부근 어시장을 지나
         는 두사람.
         광주리에 담긴  각종 생선들을  보며 기억을 찾듯
         즐거워한다.
         여리게 사랑의 테마 들려오며-)


94.       철길

         (손을 잡고 좁은 철길을 걷는 두사람.)


95.       바닷가(황혼 무렵)

         (벗어놓은 은재와 진우의 신발.
         은재가 앞서고 진우가 뒤따라 가며 바닷물을 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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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협궤열차(황혼)

         (인서트 - 바닷가를 지나는 열차가 떨어지는 해를
         가린다.)


97.       다른 역(저녁)

         (불을 밝히며 역을 다가오는 협궤열차.
         사람들, 플랫홈에서 열차를 기다린다.
         대합실을 빠져 나오는 은재와 진우.
         어깨의 사이를 두고서 말없이 플랫홈으로 간다.
         역으로 들어서는 열차. 사람들을  태우고 출발하면
         떠나는 열차에  오르지 않는 은재와 진우.  플랫홈
         에 남아 있는다.)


98.       바(밤)

         (술집 분위기를 내려고 한 실내장식과는 어울리지
         않게 음식점에서 쓰는 탁자 몇개를 홀에 배치해
         놓고 스탠드까지 마련한 변두리 술집이다.)

         (큼직한 귀걸이와  목걸이를 한  여종업원. 맥주컵
         에 양주잔을 넣고 폭탄주를 만든다.
         미소 지으며 폭탄주를 마시는 진우를 보며 한모금
         마신다.
         망설임과 두려움이 이는 은재를 보며,)

진우     마실 수 있겠어요?
은재     협궤열차와 충돌하면 열차가 넘어간다고 했죠.
진우     발로 차도 넘어갈 거에요.
은재     처음으로 여자와 잤을때 어떤 기분이었죠?
진우     사랑했던 여자가 아니였어요.
은재     어디엔가 부딪힌다면 기억을 잊어버릴 수 있겠어
         요.
진우     그냥 돌아가도 좋아요.
은재     아니, 가요.  결국엔 모두가 거기서 만나게  돼요.
         (술잔을 비운다)난 다만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99.       여관방(밤)

         (어색한 침묵속에  낡은 침대위에  앉아있는 은재
         옆으로 진우 다가와 앉는다.
         낡은 침대가  삐걱소리를 내며 침묵을 깨자,  미소
         짓는 두사람.
         방안을 둘러본다.
         -누렇게 바래어 떨어져내린 벽지의 끝
         -물묻은 티셔츠  안으로 탐스런  젖가슴이 보이는
          달력속의 미녀.
         -천장 구석의 거미줄.
         -때낀 형광등 주위를 맴도는 날벌레.
          밖에서 "이 방이요?" "아니. 옆방이요."  소리 들리
          며 발자욱소리 지나간다.
         다시 삐걱소리를  내며 일어나는 진우. 웃옷의  단추를
         푼다.
         앉은채 단추를 푸는 은재. 벗은  웃옷을 아래로 내려
         놓는다.
         줄을 당겨  공중에 매달린 선풍기를 돌리는  진우.
         불을 끄고 다시 침대에 온다.
         창밖으로 보이는 바의 네온 간판이 더욱 빛난다.
         은재의 입술로 키스하는 진우.
         격한 감정으로 은재의 등을 끌어안는다.
         센 힘으로 진우를 끌어안는 은재.
         격렬한 입맞춤을 길게 나눈다.
         침대로 은재를 눕히는 진우.
         부드러운 손길로 은재의 얼굴을 만지며 입술을 맞춘다.
         숨소리 거칠어지면서 은재. 눈을 감는다.
         진우, 속옷  사이로 감춰진 은재의 젖가슴을  애무한다.
         은재, 부풀어오르는 젖가슴을 느끼며  진우의 등을 꼭 끌어
         안는다.
         머리위를 맴돌던 파리 한마리가 은재의 어깨에 앉는다.
         한없이 커져가는 욕망속으로 추락해가는  은재. 발버둥치듯
         고개를 돌린다.
         그 움직임에 앉아있던 파리 날아간다.
         은재의 손이 진우의 등에서 바닥으로 떨어져 내린다.
         진우, 두려움에  떨고 있는 은재를 느끼면서  애무를 멈춘다.
         부끄러운듯  고개를 돌리지  못하는 은재.  허공을 바라보며
         떨듯이,)

진우      (부드럽게 어깨를 잡으며)아무 생각 말아요. 지금
          이 순간만 생각해요.

         (은재의 눈속으로 슬픔이 고인다.)


100.      동앞 거리(밤)

         (빠른 걸음으로 거리를 벗어나는 은재 앞으로-
         헤드라이트를 깜빡이며 다가오는 유조차가 기적같
         은 소리를 내며 지나간다.
         은재의 두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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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철길(밤)

         (은재, 눈물을 감추고 달빛이  내리는 철길위에 앉
         아 있다.
         어둠속에서 후레쉬 불빛이  나타나며 바퀴달린 철로
         이동 작업대가 다가온다.
         후레쉬 불빛 가까이  다가오며 점점 더 밝게 은재를 비춘다.
         다가가는 진우. 은재의 팔을 잡아 일으켜 세운다.
         보수반이 탄 철로 이동 작업대가 지나간다.
         은재의 어깨를 안고 철길을 떠나는 진우.)


102.      달리는 차안(밤)

         (짙은 해무가 덮혀있다.
         헤드라이트 불빛에 의지하여  길을 헤쳐나가는 진우.
         옆자리의 은재,  어깨를 깊숙히 파묻고 멍한  눈으로
         앞을 가로막은 안개를 바라본다.)

은재     너무 졸음이 와요. 푹 잠들고 싶어요.
진우     이제 나아질거에요.
은재     우리가 예전처럼 차 한잔으로 즐거울 수 있을까요..
         오늘 처음으로 아이에게 거짓말을 했어요.
진우     (생각하듯 은재를 바라보며)결심했어요.
은재     ...
진우     (슬픔을 참으며)떠나겠어요. 은재씨를 만나면 재수가
         좋다고 했죠. 뉴욕 본사로 오라는 추천을 받았어요.
         가지  않으려고 했지만..  내가 떠나는게 제일  좋은
         방법 같아요.
은재     (슬픔으로)그냥 우리가 만나는  꿈을 꾸었다고 생각
         해요.. 더이상 아름다운 만남은 없어요.

         (멀어지는 진우의  차가 안개속으로  들어가면, 암흑이
         된다.)


103.      그리워하는 모습들(몽타지)

         (은재의 집.
         창가에 앉은 은재에게로 햇빛이 떨어져 내린다.
         그리움 가득한 얼굴로 창밖을 내다보는 은재.
         민아, 삐삐 소리를 내며 훅  불면 쭉펴지는 코끼리
         코를 입에 물고 나타난다.
         은재의 뒤로 다가가 얼굴에 대고 불어보지만 관심을
         주지 않는다.
         침대위로 올라가는  민아. 바닥에 머리를 대고  재주를
         넘어본다.
         창밖을 바라보는 은재에게 보여주고 싶은 민아. 옆으로
         다가가 다시 한번 멋지게 재주를 넘어보려다 방향을
         잘못잡아 바닥으로 떨어져 내린다.)

         (스포츠센터.
         라켓볼 구장의 벽을 때리고 나오는 공.
         진우, 미친듯이 달려가 볼을 때린다.
         쫓아가다 넘어지는  진우. 얼굴을 바닥에 대고  숨을 고른다.)

         (분수광장.
         분수도 꺼지고 찬바람만 부는 광장을 배회하는 창세.
         핸드폰소리에 습관적으로  주머니에 손이  가지만,
         핸드폰이 없음을 안다.
         둘러보면, 벤치에 앉아있던 남자가  핸드폰을 꺼내 받는다.)

         (병원앞 벤치.
         앙상한 가지 사이로  내리는 햇빛을 맞고 있는 윤수.
         환자복 위로 외투를 걸치고 벤치에 앉아있다.
         맞은편에서 발톱을  자르는 노인을 보고, 길게  자란 자신의
         손톱을 만져본다.)


104.      병실

         (창밖을 내다보던  은재. 윤수가  앉아있는 침대옆
         의자로 다가간다.)

은재      그 사람은 어느새 내가 진심으로 믿는 사람이 됐어..
          이러단 모든걸 잃어버리고 말거야.
윤수     (침대위로 앉아있다)차라리  잠자리라도 같이 했으면 그렇게
          힘들지는 않을거야.
은재     이런 시간이  언제까지 계속될건지, 빨리 지나가길 바래.
윤수     욕심부리지마. 그게 인생이야..  살아가자면 무언가
         추억으로 갖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어.
은재     남편하곤 어떻게 지내?
윤수     내가 자기 인생을 망쳐놨대.
은재     (씁쓸한 미소로)다시 괜찮아 지겠지.
윤수     여기서 나가면 일자리부터 알아봐야겠어.
은재     자신있어?
윤수     행복하게 보이며 사는 것도 지쳤어, 이젠. 나 이혼
         할거야.
은재     (놀라)...
윤수     애정없는 결혼같은 건 다시 안할거야.
은재     (윤수의 손을 잡는다)일은 많아. 졸업학점은 니가
         더 좋았잖아.


105.      병원앞 오솔길

         (생각에 잠겨 걷는 은재.
         난꽃화분을 든 창세가  옆으로 지나가려다 발견하고 어깨를
         살짝 친다.
         바라보는 은재에게,)

창세     오랫만입니다. (병원을 가리키며)잘 있죠?
은재     좋아보여요. 다시 못볼줄 알았어요.
창세     빨리  데리고 나올겁니다. 여기 있는다고  낫는게
         아니니까.

         (은재, 조금은 쑥스러운 미소를  짓는 창세와 헤어 진다.
         무슨 말(진우 소식)을 묻고 싶은듯  창세의 뒷모습으로 보다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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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은행 자금부

         (부장과 악수를 하고 밖으로  나오는 진우. 가방이
         올려진 책상 앞으로 다가간다.
         정보가 흘러가는 모니터의 스위치를 오프시키면-)


107.      거리

         (인파속으로 가방을 들고  생각에 잠겨 걷는 진우가
         보인다.)


108.      은재의 집 앞(밤)

         (다가와 멈추는 진우의 차.
         차안의 진우.  빗줄기 사이로 은재의 아파트를  올려다
         보다가 핸들을 돌려 사라진다.)


109.      달리는 진우의 차(아침)

         (스쳐지나가는 거리의 풍경들이  보이다가, 그위로-)

소리     (진우부인의)그냥 가.  시간이 안돼. 바래다주고 나서
         내가 대신 회사에 들러  갖고 올께. 디에치엘로 보내면 되지?
         뭔데 그래?
진우     잠깐 세워. 내가 가야만 되서 그래.
부인     무슨 일 있는 거지.
진우     (흥분되어)세우라니까!
부인     (놀라  차를 세운다)왜 그러는지 알 수가 없어. 갑자기
         이렇게 떠나는 거도 그렇잖아.
진우     공항엔 늦지않게 갈 수 있단 말이야! (호소하듯)당신
         실망시킨적 없었지.  아무일 아니니까 바로 돌아갈께.

         (차에서 나오는 진우. 차가  달려온 방향으로 걷다
         가 속력을 내어 달리기 시작한다.)


110.      은재의 집(아침)

         (부산하게 움직이는 은재.
         아이의 가방에 도시락을  넣어주며 침대밑에 들어가 있는
         민아에게,)

은재     수수깡 찾았어? (전화벨소리를  듣고 가며)이제 준비물
         미리 챙겨야지. 빨리 해. 또 늦겠어.

         (거실로 나와 전화를 받는다.)

은재     여보세요.. (긴장한다)지금 나가려는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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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공중전화 박스

         (박스안의 진우. 조심스럽게,)

진우     전화하면 안되는줄 알지만.. 지금 공항으로 가야해요..
         만나고 싶어요.


112.       은재의 집/ 공중전화 박스

은재      (안타깝게  그리움으로)어떻게요?.. 거기  어디에요?..
          늦으면 어떡해요?

진우      단 몇분이라도 같이 있을 수  있을거에요. 공항까진
          늦지 않아요.


113.      은재의 집

은재      보고 싶어요.. 늦으면 기다리지 말아요.

         (수화기를 내려놓는 은재.
         수수깡을 들고 나오는 민아를 보고 어떻게 해야할지
         모른다.)


114.      달리는 은재의 차안

         (아파트단지에서 차를  몰고 나오는  은재. 핸들을 꺽어
         방향을 돌린다.
         뒷좌석의 민아. 방향이 틀리다는듯  고개를 내밀어 은재를
         본다.
         시원하게 뻗은 대로로 달려나가는 은재의 차.)


115.      달리는 진우

         (지나가는 택시에 향해 손을  들지만, 그냥 지나간다.
         차가 더이상 오지  않음을 알고 전속력을 내어 달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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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은재의 차안

         (신호등에 걸려있는  은재. 답답한  모습으로 시계
         를 본다.)


117.      약속된 거리

         (빠른 속도로 다가와  길 한쪽에 정차하는 모범택시에서
         진우 내린다.
         은재를 찾아 주위를 둘러보는 진우.)


118.      은재의 차안

         (정체구간에서 천천히 움직이는 은재.
         초조한 마음에 텅비어 있는 갓길로 빠져 전속력으로 달린다.)


119.      약속된 거리
         (절망적으로 은재를 찾는 진우.
         시간이 더이상 남아있지 않음을 알고 택시로 다가간다.
         포기하듯 차안으로 들어가면, 택시  서서히 미끄러져 가고-)

         (떠난 그 자리 맞은 편으로  은재의 차, 빠른 속도로
         다가와 선다.
         문을 열고  밖으로 튀어나오는 은재. 진우를  찾아
         도로 중앙선으로 들어간다.
         차안의 민아. 창가로 다가 앉는다.
         커다란 슬픔으로 찾아 헤메는 은재를 향해,
         차에서 내린 진우가 달려온다.
         도로안으로 들어가는  진우. 은재의 손을 잡고  도
         로 밖으로 나온다.
         두사람. 아무말 못하고 그리움의  눈빛으로 한참을
         바라보다가-)

진우      (은재  눈속으로 고이는 슬픔을 읽고)..이젠  떠날
         수 있어요.
은재     (내색 안하려고)..가지 그랬어요.. 건강 조심해요.
진우     ..좋은 모습을 간직해요.

         (살며시 입을 맞추듯 진우가 껴안으면,
         진우 모르게 슬쩍 한손을 올리는  은재. 눈 가상자리를
         훔진다.
         잡고 있던 손을 놓는 진우, 은재와 헤어진다.
         은재, 이별을 아쉬워하듯 진우가  멀어질때까지 바라
         본다.
         진우 사라지며, 은재 길을  건너오다 중앙분리대의
         나무에 기대어 선다.
         진우가 사라진 쪽을 한번 보고는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져나올듯한 얼굴로 허공을 바라본다.
         오랜시간을 그대로 있다가,
         슬픔을 삼키듯 눈을 감으면-
         서서히 페이드아웃된다.)


120.      분수광장(시간이 흐른뒤. 낮)

         (푸른하늘이 나타난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카메라가  흰눈이 소복히 쌓여
         있는 광장에 모여 점심시간  잠깐의 짬을 내어 눈을
         밞고 뭉치고 구경하는 남녀 직장인들을 보여준다.
         어느 벤치위 은재로부터 책 몇권을  받은 윤수. 무릎위로
         올려놓으며 한권을 펼쳐본다.)

은재     책 필요할때만 전화하고 그러기야?
윤수     일이 바빠서 그래. 월급 받으면 제대로 한번 살께.
은재     사외비야. 갖고 나온거 알면 나 짤린다.
윤수     집에서 푹 쉬게 해줄까.

         (다가오는 창세.  일어나는 은재와  윤수에게 따끈한
         캔커피를 하나씩 준다.)

윤수     들어가 봐야해.
창세     저도 회사를 옮긴지가 얼마 안됐어요.
은재     마시면서 갈께요.

         (가려던 창세.  주머니에서 캔커피를  하나더를 꺼내어
         은재에게 준다.)

창세     하나 더 해요. 한번 눌렀는데 두개가 나왔어요.

         (창세에게서 캔커피를  받는 은재.  옛기억이 생각나는
         모습이다.
         윤수, 허리뒤로  창세의 손을 잡으며 다른  한손으로
         커피를 마신다.
         조금은 미안한 생각이 드는듯 쑥스런 미소를 짓는 윤수와
         창세의 모습에서,
         화면 서서히 밝아지며 화이트 아웃된다-)







    엄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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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우석프로덕션

121.      은재의 집(밤)

         (캠코더화면으로-
         결혼기념일 케익이 나타난다.
         이동하면, 거실을 지나 은재의 작업실로 들어간다.
         승환, 다가오는 캠코더를 향해  썬그라스를 써보며
         웃는다.
         미소지으며  나타나는 은재,  목걸이를 들어  목에
         걸어본다.)

         (정상화면으로-
         은재 앞으로  들이댄 캠코더에서  눈에서 떼는 민아.)

민아     (밖으로 나가며)빨리 케익먹자.

         (목걸이를 탁자위로 내려놓는 은재.  힘이 없어 보인다.
         썬그라스의  테를 만져보는  승환. 자못  생각하는
         분위기다.)

승환     몇번째지?
은재     7주년.. 윤수가 왜 이혼했는지 알아? 남편을 더이상
         사랑하지 않는데.
승환     억지부리는 거야.  부부생활이 다 그런거지.. 그동안 이집
         분양받고 중도금 내느라 고생도 많이 했어. 여기서 오래 살자.
은재     그래.  앞으로 우린 살아갈 날이 더 많아, 같이 산다면.
승환     (가볍게 놀라듯)같이 안살라 그랬어?
은재     아직도 화장실에 신문  놓고 나오고 사소한 걸로
         신경질 부리고.. 자기가 하는 행동이 거의 다 그런식이야.
         불만을 얘기하는게 아니야. 나한테는 자기가 특별하고
         대단한 남자였으니까  결혼한거잖아. 그런 모습을 잃어버린
         당신을 보면  내 자신이 초라해 보여서 그래. 우리
         왜 이런  못난 모습으로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어.
승환     (자기의 잘못을  알고 결심한듯 심각하게)솔직하게
         털어놓을께. 알고 있을줄 알았어.. 친구 결혼식에 갔다가
         여자를 만났어.
은재     (충격으로)..어언제?
승환     3개월 전이야. 미안해. 당신한테 불만이 있는건 아
         니였어. 성가대에 같이 있던 후배야. 중매로 조건이
         좋은 남자랑 결혼했는데 남편과 함께 나눌 수 없는 것
         들이 쌓여있었나봐. 너무  약한 상태에서 나를 만났어..
         다른  생가은 없었어.  아무일도 없었고 모든게  끝났어.
은재     (흥분을 누르며)..샤넬향수가 그거였구나.
승환     미안해. 이제 다 끝난 일이야. 한번의 잘못으로 당신과
         헤어질순 없어.

         (거실.
         민아, 케익위로 7개의 촐르  꽂아놓고 불을 하나하나
         붙여놓는다.
         초코렛나뭇잎을 떼어내 먹을까 고민하다가 캠코더를 들고
         일어난다.)

         (열린문으로 다가가면서 보이는 작업실.
         마음을  졸이던 승환.  은재가 보여주는  어이없는
         웃음에 마음을 푼다.
         썬그라스를 쓰고 멋적은 미소를 지으며,)

승환     (다정하게)앞으로 애인같은  남편으로 당신곁에 남아 있을께.
         언제나 아내이자 애인으로 있어줘.
은재     당신에게 나에겐 다시 특별한 사람이 되어주길 바래.
         사랑은 흐르는 물과 같이  고여있으면 썩게 마련이야.

         (캠코더화면으로-
         작업실로 다가간다.
         반쯤 열린 문으로 은재가 보인다. 조심스럽게,)

은재     나도 그런 경험이 있었다면, 당신은 어떻겠어?
승환     괜히 그럴 필요 없어.

         (은재, 소중한  추억을 꺼내기에  몹시 괴로워하다가-)

은재     그동안 힘들었어. 몇번인가 얘기하려  했는데..
         당신이 먼곳으로 갔을때 남자를 만났어.
         ("뭐!" 하는 소리  들려오며 은재 옆으로 다가서는
         승환이 보인다.
         치밀어오르는 분노로 은재를 내려다보는 승환.
         차마 때리지 못하겠다는듯 돌아서며,  혼자서 양손을
         위아래로 내뻗으며 허공을 후려친다.
         우스꽝스럽게 허공을 때리다 동작을  멈추는 승환.
         다시 돌아서려다,
         바로 앞에다 들이댄 캠코더를 보고 문을 닫으면서-)

승환     (고함치듯)지금 나를 시험하는 거야!

         (정상화면으로-
         문이 닫히자, 캠코더에서 눈을 떼는 민아.
         이 장면 놓쳐서는 안된다는듯 어떻게 찍을까 허둥대다,
         베란다로 나아간다.
         받침을 놓고  창가로 올라서는 민아를 따라,  카메라
         이동하면-)

         (창문을 통해 본 작업실이 나타난다.
         고개를 내리고 앉아있는 은재 주위로,
         방안을 왔다 갔다 하다가 우뚝  멈춰서는 승환. 벽을
         한방 갈긴다.
         아픈 손을 움켜쥐고  은재 맞은편 의자에 다시 풀썩
         앉는다.
         은재를 보니 다시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듯 허공을 한번
         쳐다보고는 일어나, 책상위의 그림원고를 내던진다.
         공중에서 떨어지는 그림원고  한장이 화면을 덮으면서
         떨어져 내리면,
         벽에 등을 기대고 선 승환.  은재를 바라보다 고개를 떨군다.
         마음을 가다듬은듯  고개를 들고  다시 은재를 본다.
         천천히 다가가는  승환. 탁자에 놓인 목걸이를  집어 든다.
         은재의 뒤로  서서 목걸이를 걸어주고, 양팔로  은재를 껴안는다.
         고개를 드는 은재. 승환을 바라본다.
         창밖으로 캠코더에서 눈을 떼어내는 민아.
         벽에 가려 입술이  잘 보이지 않지만 환한 미소를
         짓는 것 같이 보인다.)


                                                          - 끝 -

영화 & 드라마 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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